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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23

저와 시민운동을 열심히 해 온 최열 환경재단 대표님이 공식석상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여러 차레 들었습니다. “때로는 강철처럼 강하고, 또 때로는 버

드나무처럼 부드러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늘 세게 말하고 행동하는 시민운

동가가 이렇게 말하는데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자신의 신념은 강철처럼 단단해야 하고 그 실천은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워야

합니다. 신념이 단단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 집행력

을 갖추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 정책이나 결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유연해

야 합니다. 막상 현장, 현실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과 조건이 있기 마련

이고 그것에 맞추어 집행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제가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런 말도 했지요. “나비처럼 날아가서 벌처럼

쏜다.” 무하마드 알리가 한 말이지요. 무거운 체중의 헤비급 선수들은 대체

로 한방에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한방을 날리려고 하다가 헛방이 되

기 일쑤이고 그것 때문에 스스로 힘을 빼게 되고 마침내 그라운드에 눕게

됩니다. 그러나 무하마드 알리는 헤비급이면서도 마치 플라이급처럼 경쾌한

06 마음가짐

❶ 강철처럼 강하고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워야

풋워크를 자랑하며 잽을 날리다가 그 잽에 지친 상대에게 결정적인 어퍼컷을

날리는 것이지요.

여러분! 아무리 당찬 결심을 하고 각오를 하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시작하세요. 그래야 지치지 않아요. 그리고 꾸준하게 일하세요. 상황이 바뀌

면 거기에 따라 업무의 추진 방법도 바꾸세요. 조금은 더 유연하게 허리를 풀

고 또 때로는 하늘을 쳐다보고 잠깐은 여유도 부리세요. 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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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보면 늘 우울하고 근심에 가득차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잘 될 리 만무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늘 싱글벙글입니다. 그 사람 하는 일은

다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는

집에 만복이 들어온다는 뜻이지요. 여러분, 웃으면서 일하세요.

저는 재미 없는 것은 인생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어차피 하는 일이라면 즐겁

게 일해야지요. 사실 서울시장 노릇 힘듭니다. 여러분 보시기에도 그렇지 않

나요? 하루 종일 보고 받고 면담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습니다. 아침 출근

하면서부터 저를 맞는 것은 시위대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위대가 저

를 반깁니다. 신문과 방송,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시정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잇따릅니다. 억울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천만 시민이 사는 서울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고독하고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즐겁습니다. 아니 즐겁

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고뇌하고 결정하는 하나의 일로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는 즐겁게 서울시장직을 수행

하기로 결심했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즐겁고 행복해졌습니다.

우리 공직자들, 서울시 직원들 마음 제가 압니다. 아무도 몰라주는 곳에서

야근하면서 소소한 보고서 만들고, 자료 챙기고, 민원인들에게 시달리고,

윗사람에게 핀잔 듣고, 출퇴근길 사람에게 치이고, 그러고도 박봉에 “내가 왜

❷ 긍정의 힘, 세상 모든 일은 재미있고 행복

합니다

이러고 사나?”하는 회의도 들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삶이, 내 인생이

불쌍해지지요.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월급은 낮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오잖아

요? 상사에게 좀 시달리긴 하지만 해고당할 가능성은 없잖아요? 모두들 공무

원하고 싶어 안달이잖아요! 그러나 공무원이 그런 세속적인 만족에 안주할 수

는 없지요. 옛날부터 공직자를 ‘공복’이라고 했으니 우리는 국민의 머슴이고

시민의 종이랍니다. 그게 바로 보람이지요. 다수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원래 사명이 아니던가요? 아니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있잖아요?

억지로 일을 하면 신이 안 나고 모든 것이 싫증만 납니다. 일이 잘 될 리가 없

지요. 그러나 신나게 하면 성과도 잘 납니다. 아무리 힘들고 골치 아픈 일도

저절로 재미있어지고 얼굴이 밝아집니다. 미소가 저절로 얼굴에 나타나는 것

이지요. 세상에 서울시 공무원만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 우리 즐겁고 행복하게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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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주의입니다. 예산도 말씀드린 것처럼 정 안되면 민간 파트너를 끌어와서

라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또 그 뿐입니까? 선례는 늘 우리를 편하게 해 주는

근거가 되지만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하는 일은 늘 선례가 없이 이

루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제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은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일단은 “왜 안

될까?” “되는 방법이 없을까?” “이 사람이 왜 이런 요구를 할까?” “이 제안은

문제가 있지만 이런 대안은 있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을 하는 공직자가 되

어 주었으면 합니다.

사실 일반시민이 우리 천만상상 오아시스나 이메일 등으로 자신의 요구나

제안을 하는 것이라면 오죽 답답하고 고민했으면 그랬을까요? 필요하다면

좀 다른 사례를 연구해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당사자를 불러서

제안의 배경이나 이유를 물어본다면 그 요구를 들어줄 길이, 열리고 그 제안

이 현실적 정책으로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이렇게 시민의 요구나 민원을 해결해 준다

면 그것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언젠가 보은군청에 가본 일이 있습니다. 군청 청사 입구 벽에 ‘3불 타령

을 없앱니다.’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보았더니 ‘법령타령,

예산타령, 선례타령’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가 사업을 제안하면,

법령의 근거가 없으니 안 된다, 예산이 없어 안 된다, 선례가 없어 안 된다는 것

입니다. 무조건 안 된다는 이야기가 공무원 입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서울시 홈페이지에도 다양한 시민들의 제안이나 아이디어, 민원이

쏟아집니다. 답변해 놓은 것을 보면 아주 친절해지기는 했는데, 여전히 답은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자세히 검토해보면 걸리는 게 많겠지요.

실무 담당자가 법령에 위반된 것을, 예산 없는 것을, 선례 없는 것을 할 수가

없지요. 그렇게 답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사실 법령은 많은 경우 꼼꼼히 살펴보거나 해석을 잘 해보면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저는 법령의 문제가 있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그 개정

안을 만들어 중앙정부나 국회에 끊임없이 건의하고 제안해서 관철되도록 하

❸ 3불(不) 타령은 그만~!

공무원의 ‘3불 타령’, 서울시에서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