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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26

서울시 예산이 순계 기준으로 19조나 됩니다. 정말 큰 돈입니다. 그러나 막상

사업 하려고 하면 늘 돈이 모자라지요. 부서 간에 예산 끌어오기가 치열해지

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달라는 사람도 많고 할 사업은 많은데 예

산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지요. 시민들을 만나면 결국 이런저런 사업 해달

라는 것이거나 지원해 달라는 것이지요. 지난해 했던 사업도 계속해야 하고

또 새로운 신규 사업도 벌여야 하니 돈 가뭄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NGO를 오래 해 온 제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는 자원의 천국입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 투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

다. 왜냐하면 저는 돈 한 푼 없이 조직을 만들고 사업을 벌이고 세상을 바꾸어

왔거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아니 그건 민간 조직이고 우리는 공

공 기관이잖아요?”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민간 조직과

우리 서울시 같은 공공 기관은 다르지요. 그러나 우리라고 민간의 자원들을

07 거버넌스

❶ 소금 행정 - 짜게 놉시다

민간 자원을 잘 활용하면 “예산 없다.”는 소리 안 나옵니다

활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요. 지난번에 ‘희망온돌’ 사업을 하면서 보니까 사

회복지를 위해 서울시가 많이 쓴다고 하지만 고작 3조에 불과하고, 서울에 산

재한 민간자원은 20조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그 돈 가진 사람을 협력

자로 끌어오면 훨씬 더 큰 일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협찬 시장’

다운 발상이지요?

사실 외국 가면 도처에 이런 모금과 기부를 활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교육과

문화·예술, 복지 영역, 지역 개발 - 그 모든 영역에서 민간의 기부와 행정의

예산이 함께 움직이거나 아니면 상호 보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좋은 세

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는 모금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의 경우 법적

으로도 모금이 가능하고 심지어는 특별 지정기부는 서울시도 받게 되어 있습

니다. 자발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업무상의 강압이나 부당한 거래관계가 아니

라면 민간자원 활용도 열려 있습니다.

사실 이미 서울시 업무 전반을 보면 어마어마하게 자원봉사자를 많이 활용하

고 있지요. 의용소방대나 각종 모니터요원들이 사실상 자원봉사자들이지요.

얼마 전, 행정과에 서울시에 협력하는 자원봉사 개념의 시민들이 얼마나 되

느냐고 조사를 해보도록 했더니 무려 40만 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각자 고유

한 방식으로 서울시정의 자원봉사자가 되어 있었답니다. 이미 서울시민 100

명 중 4명은 서울시의 협력자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서울시립대, 시립박

물관과 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과 문화재단, 사회복지재단과 서울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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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여러분께 드리는 원순씨의 프러포즈 27

등 많은 기관들에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년 예산을 10% 깎는다고요.

그렇다고 사업은 덜 할 수가 없지요.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자원을 개발하

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세미나도 열고 제가 강의도 했답니다. 이제 ‘돈 없다’,

‘예산 없다’ 이런 말이 서울시에서는 안나오겠지요?

사회투자론 Social Impact Bond행정의 효율화를 위한 작은 단상

저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외국에도 많이 다니고, 많은 외국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영국의 여러 단체나 기관, 사람들과 친한 편입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듣고 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Social Impact Bond 라는 것입니다.

저는 사회영향투자라고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뭔고 하니 과거의 보조금 제도를 완전

히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냥 돈을 사회단체에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고요. 어떤 특정 사회현

안에 대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계약으로 하고 그 사업에 투자하여 나중에 성공하면

그만큼 다시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범죄율을 2013년에 2%

줄이겠다는 단체가 있다면 그 2% 경감에 따른 비용(수사, 재판, 수감비용 등)을 계산하고 그만

큼을 금융기관에서 투자하여 성공하면 그에 따른 원금과 투자수익을 보장해서 정부, 지방정부

가 보상해 주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그 비용과 이익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가

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행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새로운 변화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사회를 공학적이고 과학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지요. 사회혁신이라는 개념이 요즘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혁신 없이는 사회의 진보와 발전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지요. 저도 이런 사회혁신에 관한 국제회의에 여러 차례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지난번 시청을 방문하고 서울시와 MOU를 체결한 영국 Young Foundation 역시

영국 사회혁신의 중심 엔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에 사회혁신기구(Office of Civic Participation and Social Innovation)을 설치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시장 직속으로 서울혁신기획관을 두었지요.

행정의 효율성 - 아직 먼 길이 남아 있습니다. 부지런히 그 길을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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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취임 초에 영등포역 주변에 쪽방촌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화려한 영등

포에서 한 블록만 가면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들이 그렇게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들의 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성요

셉의원, 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서비스하는 광야교회 등의 종교시설과

단체들이 이들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로 이런 중간지원기관들을

만들게 하고 지원하면, 그들이 이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이 불우한 주민들을 어떻게 돌보겠습니까?

아동청소년담당관에서 실행하는 놀토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 수만

개의 프로그램을 우리가 다 관장할 수는 없지요. 좋은 민간단체나 사회적기업이

잘할 수 있도록 우리는 적극 지원해주면 그들이 모든 일을 하게 됩니다.

박물관, 도서관 사업 모두 같습니다. <도서관 친구들>이라는 단체가 있던

데 참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서울시가 직접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보조금 지원도 좀 더 업그레이드되고

혁신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멍석을 깔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풀뿌리 주민단

체가, 시민조직들이 와서 마음껏 놀게 해 주면 됩니다. 늘 옆에서 묵묵히 지원

을 해 주고 민간이 잘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 성과는 오로지 서울시

것이 되고 서울시민의 것이 될 것입니다. 제가 직접 하지 않는다고 나의 성과

가 안 된다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민간의 단체들이나 기업들이 하는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서울시의 성과가 됩니다.

제가 민간 영역에서 활동했을 때, 공무원들은 뭔가 강박관념에 쫓기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뭔가 성과와 숫자에 연연해하는 것이지요. 아마도 목표를 채워야

하고, 성과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성과를

내야 승진도 하고 윗사람들에게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니까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형식적 숫자, 외형적 성과를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곧 형해화(形骸化)될 그 숫자가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현실에서 보면 시민들

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효과도 없는 그런 숫자놀음에서 이제

우리는 해방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성과를 내고 그것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접 일을 하고,

성과를 내기 보다는 민간단체나 풀뿌리조직들이 일을 하게 하고, 그것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❷ 멍석 행정 - 서울시는 멍석입니다

민간이 잘할 수 있게 만들고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게 서울시 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