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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단 주간 금융경제동향 4권 제492014.12.17 | 1 핀테크 열풍을 통해 본 은행업의 과제 금융연구실 임일섭 실장 [email protected] 최근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시도되고 있는데 대부분 틈 새시장을 노린 것이거나 은행업의 핵심 비즈니스인 여수신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지급결 제와 이체 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실물경제의 저성장과 은행상품의 표준화 경향 등에 따른 은행업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비금융 IT 기업들이 은행업 그 자체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모바일 기 기를 이용한 금융서비스의 확산과 더불어 이들이 주요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전달 채널 로 부상할 경우,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이 위축되면서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란 금융과 IT 의 결합을 통한 다양 한 금융 비즈니스를 의미 핀테크를 이용한 비 금융 IT 기업들의 금 융업 진출 가능성이 제기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통칭하는 이른바 핀테크(Fintech)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핀테크의 부상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 이 거론되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금융관련 규제로 인 해 최신의 IT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것이 어려운 탓으로 해외 핀테 크 기업들의 혁신에 뒤쳐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책당국도 관련 규제들의 정비를 통해 핀테크라는 트렌드 속에서 우 리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임 을 밝힌 바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 산업의 경쟁환경이 변화하면서 전통 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낯선 것은 아니며, 금융업, 특히 은행업무의 상당부분이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는 점에서 관련 신기술의 도입이 은행업에도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 나아가 비금융 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기존 은행업의 경쟁환경과 비즈니 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IT의 도입이 은행의 업무처리를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 사례는 이미 많이 있다. 과거 금융

핀테크 열풍을 통해_본_은행업의_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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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단 주간 금융경제동향

제4권 제49호 ∙ 2014.12.17� |� 1

핀테크 열풍을 통해 본 은행업의 과제

금융연구실 임일섭 실장 [email protected]

최근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시도되고 있는데 대부분 틈

새시장을 노린 것이거나 은행업의 핵심 비즈니스인 여수신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지급결

제와 이체 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실물경제의 저성장과 은행상품의 표준화 경향 등에

따른 은행업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비금융

IT�기업들이 은행업 그 자체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그러나 모바일 기

기를 이용한 금융서비스의 확산과 더불어 이들이 주요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전달 채널

로 부상할 경우,�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이 위축되면서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란 금융과 IT

의 결합을 통한 다양

한 금융 비즈니스를

의미

핀테크를 이용한 비

금융 IT�기업들의 금

융업 진출 가능성이

제기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통칭하는

이른바 핀테크(Fintech)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핀테크의 부상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

이 거론되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금융관련 규제로 인

해 최신의 IT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것이 어려운 탓으로 해외 핀테

크 기업들의 혁신에 뒤쳐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책당국도 관련 규제들의 정비를 통해 핀테크라는 트렌드 속에서 우

리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임

을 밝힌 바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 산업의 경쟁환경이 변화하면서 전통

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낯선 것은 아니며, 금융업, 특히 은행업무의 상당부분이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는 점에서 관련 신기술의 도입이 은행업에도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 나아가

비금융 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기존 은행업의 경쟁환경과 비즈니

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IT의 도입이 은행의 업무처리를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 사례는 이미 많이 있다. 과거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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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금융경제동향 주간논단

0 2�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기존의 IT�도입은 금

융업 내부에서 이루

어졌으나,�핀테크는

비금융 기업들이 주

도한다는 점이 특징

핀테크 분야의 새로

운 시도들은 세 가지

로 분류 가능

IT를 활용한 빅데이

터 분석 등은 기존 은

행들도 이미 활용중

이며,�은행업을 보조

하는 역할

일종의 직접금융인

P2P�대출은 은행의

간접금융과 구별

업의 모든 혁신에 비판적이었던 미국의 전 연준 의장인 폴 볼커마저

도 인정했던(?) ATM의 도입은 단순입출금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

화함으로써 은행의 지점 업무를 크게 변화시켰다. 또한 증권업에서도

온라인 거래시스템의 도입은 위탁매매중개업(브로커리지)의 수익성 하

락과 더불어 온라인 증권사의 출현을 낳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

화들은 기존의 은행업 또는 금융업의 내부에서 IT 기술을 채택함으로

써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 비금융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핀

테크 비즈니스와는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현재 비금융 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핀테크 분야의 새로운 시

도들은 크게 보면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 IT 시스템

의 대규모 정보처리능력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금융수요

자들의 니즈를 분석하거나 자금수요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금융사고

예방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 둘째 온라인 상에서 크라우드 펀딩

등의 방식으로 자금공여자와 자금수요자를 연결해줌으로써 수수료를

수취하는 금융중개 모델(P2P 대출 등), 그리고 셋째로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의 확산을 배경으로 이를 지급결제와 자금이체

등의 서비스에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기존 은행업의 비즈니스 관행에 어

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 모두 은행업의 핵심 비즈니스를 다루는 것은 아니

라는 점이다. 첫째의 데이터 분석 및 처리기법의 발전의 경우, 비금융

분야의 IT 기업들이 선도할 수는 있으나 기존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

회사들도 이미 자체적으로 개발 및 적용하고 있으며, 또한 필요한 경

우 은행 외부의 전문 IT 회사들을 활용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는 영역

이다. 은행업의 본질은 예금이라는 부채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고, 적절한 신용평가를 거쳐 자금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여수신 기능에 있

다. 여기서 공급자 및 수요자의 니즈와 행태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의

분석과 정보 처리는 이러한 과정을 효율화하고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자체는 은행이 수행하는 금융중개기능과 구별된다.

또한 P2P 대출(peer to peer lending)이라고 불리는 둘째의 비즈니스

모델은 금융중개업자가 중개행위에 따르는 위험을 직접 부담하지 않

고 단지 중개기능 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수취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직접금융에 해당하며, 이는 은행이 수행하는 간접금융과 구별된다. 은

행의 간접금융은 자금공여자가 제공하는 자금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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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단 주간 금융경제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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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기업들의 은

행업 진출에는 다양

한 제도적 기술적 장

벽이 존재

모바일 지급결제 등

은 은행업의 본질적

기능이 아니며 그 자

체로서는 수익성도

미미

은행이 보장하며, 자금중개에 따른 신용위험 등을 은행이 관리하고 부

담한다는 점에서 직접금융과 다르다. P2P 대출에서 중개되는 자금의

안전성과 유동성은 은행 예금에 비해 현저하게 낮으며, 신용공여에 따

른 위험도 자금수요자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에서는 자

금공여자가 기대하는 수익률과 자금수요자가 감수하는 금리가 은행의

여수신 금리와 차별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점에서 P2P 대출

은 일종의 틈새시장일 뿐 은행의 여수신 시장과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1)

마지막으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지급결제와 자금이체 서비스의

제공 역시 그 자체로서는 은행업의 본질적 기능과 거리가 멀다. 은행

이 제공하는 지급결제와 자금이체 서비스는 은행의 본질적 업무인 여

수신 기능에서 파생된 것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은 은행업

의 전체 밸류체인에서 매우 작은 비중을 점할 뿐이다. 모바일 지급결

제 수단의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보안성과 편의성 등의 문제가 완전

하게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핀테크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수

익은 크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모바일 지급결제 및 자금이체 서비

스가 은행계좌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급하는 수수료

는 해당 IT 기업과 은행 사이에서 분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금융 IT 기업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더욱 줄어든다. 바로 이러

한 사정으로 인해 해외의 거대 IT 업체들도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

를 새로운 수익원이라기보다는 자사의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

을 강화하는 수단 중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

물론 이상에서 살펴본 핀테크 사업들의 한계로 인해 비금융 IT 기

업들이 단지 금융업의 주변적인 비즈니스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은행

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다양한 제도

적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1)� 만약 P2P� 대출업체들이 이러한 직접금융의 중개행위에 따른 수수료 수취에서 머무르지 않

고 은행과 유사하게 여수신 업무를 취급하고자 할 경우,� 현재 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다양한

자본적정성,� 건전성 관련 규제들을 감수해야 할뿐만 아니라 부실여신의 처리 등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 비용들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보다 높은 수

신금리와 보다 낮은 여신금리라는 P2P� 대출의 장점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2)� 예를 들면 NFC와 지문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애플의 애플페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보안과

편의성 측면에서 가장 진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관련 연구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2017년 전세계의 모바일 결제가 모두 애플페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애플의 수익

은 3,600억원에 불과하여 2013년 애플의 매출액 200조원과 비교하면 거의 무의미한 금액

이다.� LG경제연구원,� “수조원 모바일 결제 시장에 수백조 매출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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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금융경제동향 주간논단

0 4�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여수신 비즈니스의

수익성 악화를 감안

할 때 비금융 기업들

의 은행업 진출 유인

은 미약

은행 상품의 표준화

경향도 은행 수익성

을 압박하는 또다른

요인

비금융 IT 기업들이 은행업의 핵심인 여수신 비즈니스에 대한 진출

을 시도할 경우 우선적으로 직면하게 될 장벽은 제도와 규제의 문제

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몇 가지 특수성으로 인해 관치금융 논란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위기 이후 세계적인 트렌드는 은행업에 대한 규

제 강화이다. 금융업 중에서도 특히 은행업에 대한 규제나 진입장벽이

강한 것은 은행의 수신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여타 금융업 또는 금융

중개행위와 구별되는 은행업의 고유한 특징은 예금이라는 형태로 불

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원리금의 상환을 은행이 보장하면

서 자금수요자에게 여신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이라는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운용하기 때문에 자산의 운

용과정에서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도록 여신의 건전성과 자기자

본비율에 대한 규제를 받으며, 또한 예금자들의 인출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 규제를 받는다. 금융위기의 경험을 계기로 은행의 자금

조달과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에

서, 은행업의 경험이 일천한 비금융 IT 기업들이 기존 은행들보다 유

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3)

게다가 이러한 장벽이 전부가 아니다. 여러 가지 제도적, 기술적인

장벽들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은행업의 핵심인 여수신 비즈니스의

수익성 악화라는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인해

금융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예대마진이 축소됨에 따라 은행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ROE 또는 ROA 등의 재무적인 지표를 기준

으로 할 때 은행업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다. 핀테크를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비금융 IT 기업들이 투자의

수익성을 기준으로 할 때 은행업 그 자체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유인

은 크지 않다.

또한 금융업 분야의 기술적인 발전, 특히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은행의 주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은 은행의 주요 상품들을 표준상품

화(commoditize)함으로서 또다른 측면에서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은행의 대표적인 상품인 예금과 대출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것이 점차 차별화하기 어려운 표준적 상품이 되

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예금과 대출은 금리와 만기 측면에서는 다

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은행별로 차별화되지 않는다. 은행의 대표적

3)� 물론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과 관련된 금산분리 규제도 또다른 현실적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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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제49호 ∙ 2014.12.17� |� 5

은행업에 직접 진출

하지 않더라도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유

통과정의 변화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인 대출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주택의 시세와 LTV, DTI 등

의 기준에 따라 사실상 기계적으로 취급될 뿐 해당 은행(원)의 재량이

발휘될 여지가 거의 없다. 기업대출이나 여타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IT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그 취급과정은 단순

하고 기계적인 방식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품의 차별화가 힘든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기 힘든 것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마찬가지

다. 과거 개인용 PC 시장이 기술의 발전과 관련 부품들의 표준화로

인해 단순조립 산업으로 전락한 바 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도

제조기술의 평준화로 인해 표준상품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여건이 변화하는 가운데 IT 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할

경우, 이는 경쟁의 격화로 이어져 해당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악화시

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도 은행업 그 자체는 비금융 기업들

의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고 보기 힘들다.4)

그렇다면 핀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기존 은행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인가? 이들이 추진중인 주요 비즈니스는 은행업의 본

령이 아니거나 기존에 은행이 독점하던 수수료의 일부를 분점하는 것

에 불과하며, 게다가 투자의 기대수익도 높지 않은 탓으로 은행업에

직접 진출할 유인도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해보면, 여러 가지 혁신

적인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은행업의 경쟁환경은 그다지 변

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업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은행업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금융업 이외의 여러 산업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IT를

비롯한 기술의 혁신과 상품 및 서비스 유통과정의 변화는 특정 산업

내에서뿐만 아니라 산업간의 경쟁구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의 확산과 대형 포털 사이트의 등장은 뉴스를 소

비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보거나 특정 언론사

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기보다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게

되었고, 이는 인터넷 포털 업종의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이어

졌다. 또한 대량의 구매력과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을 갖춘 대형마트의

등장은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간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유통 채널을 장

악한 대형마트들은 PB(Private Brand)라는 형태로 자사의 브랜드를 이

용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제조업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4)� 중국의 일부 대형 IT� 기업들은 은행업 진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

의 과도한 금융규제와 은행업의 미발달 등의 특수성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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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6� |�우리금융경영연구소

IT�기업들의 모바일

서비스가 금융상품

의 대고객 채널로 자

리잡을 가능성

은행의 수익성은 상

품의 차별성이 아니

라 효과적인 채널확

보 역량에 좌우

은행의 수익성은 상

품의 차별성보다는

효과적인 채널 확보

역량에 좌우

요컨대 포털 사이트가 언론업에 진출한 것도 아니고 대형마트가

제조업에 진출한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언론업과 제조업에 상당한 영

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핀테크의 은행업에 대한 영향력

을 가늠하는 데에도 시사적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지급결제와 자금이체

등의 서비스가 그 자체로서 은행업의 핵심 비즈니스는 아니다. 그러나

모바일 금융 서비스의 보안과 편의성 제고를 위한 노력들이 진행중이

며 관련 규제들의 완화도 검토되고 있어서 해당 서비스의 사용자는

꾸준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모바일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범

위가 확대될 경우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상품을 접하고 구매하는 경로

도 변화할 수 있다. 이미 모바일기기를 통한 예적금 상품의 가입과 대

출 신청이 가능하며, 펀드상품의 온라인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

한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의 도입 등도 금융상품의 유통경로를

다양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모바일 기기가 제

공하는 서비스의 범위도 단순한 지급결제와 자금이체 등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금융상품들로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결국 모바일 기기가

은행의 주요 상품들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경로, 금융상품의 주요한 대

고객 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포털 사이트와 언론의 관계, 대형마트와 제조업의 관계에 대해 언

급한 것처럼 대고객 접점, 즉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경로와 채널을 장

악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은행의 예금과 대출 상품들이 점차

표준화되면서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예대마진을

좌우하는 것은 더 이상 예금 또는 대출상품의 차별성이나 우수성이

아니다. 은행의 여수신 비즈니스의 수익성은 예금 또는 대출상품의

차별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접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우

량고객의 확보와 이를 통한 지속적인 가치 창출 여부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물론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업 그 자체를 영위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은 은행의 역할이며, 이러한 의미에

서 핀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가 단순한 지급결제에서 금융상품의 판

매로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반은 은행의 네트워크와 관련 인프라

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은행이 이러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해서 관

련 비즈니스의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IT 제품이 전기를 동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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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미래는 다양

한 금융니즈 충족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

의 효과적인 제공 능

력에 의존

로 작동하지만 전기회사가 혁신을 주도하지는 않으며, 모든 모바일 기

기가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통신회사가 모바일 혁신을 주도

하고 있지는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IT의 발전 등을 배경으로 상품이 표준화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지

고 있는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상품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운영 효율성의 제고를 통한 비용 경쟁력도 중요하겠지

만,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우량고객의 확보와 지속적인

가치창출 능력 등이 관건이다. 결국 은행의 미래도 궁극적으로는 다양

한 금융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