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Salesian Bulletin of Korea www.ibosco.net 연중기획 Cover Story 소통과 통찰의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님 돈 보스코의 성지‘벡키’ 2014 / 9 128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Embed Size (px)

DESCRIPTION

여는 글: 교황님이 시작한 '제2의 프란치스코 운동' 커버스토리: 소통과 통찰의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님 연중기획: 돈 보스코의 성지, 탄생지이자 유년기 삶의 터전인 벡키 장미꽃 길을 따르는 사람들: 살레시오회 노동화 수사 살레시오선교: 남수단에 마을학교 100개 짓기 함께하는 사람들: 토토네 가족의 장터, 그리스도의 손길이 되어 생명을 주는 가족: 트라우마의 이해와 치유 돈 보스코의 마음으로 교육합시다: 가난한 시골 성당을 도우며 받은 하느님의 선물 닫는 글: 가을에 꽃피울 줄 모르는 코스모스 앞에서

Citation preview

Page 1: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www.ibosco.net

연중기획

Cover Story소통과 통찰의 스승,프란치스코 교황님

돈 보스코의 성지‘벡키’

2014 /9 128호

Page 2: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기리는 여러 행사

살레시오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더위 잘

넘기고 건강하신지요?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기

념하고 경축하기 위해 지금 우리 살레시오 가족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살레시

오 가족 단체들이 한마음으로 ‘돈 보스코께 드리는 기

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매년 돈 보스코 성지 순례단이 조직되어 성인의

성지를 순례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살레시오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피정이

나 강의, 각종 행사가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의 주

제에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 10월

31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관구관에서는 돈

보스코를 주제로 한 의미 있고 아름다운 밤이 준비되

고 있는데, 살레시오 가족은 물론 가족지 독자들도

기쁜 마음으로 초대합니다.

값진 선물이 될 책, 『돈 보스코』

얼마 전 저는 살레시오가족지 편집장인 서정관 힐

라리오 수사로부터 인쇄소에서 막 도착한 따끈따끈

한 책 『돈 보스코』(테레시오 보스코 저, 서정관 역)를

받아 들고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그

간 우리는 애석하게도 분도출판사에서 출간된 『돈 보

스코』(돈 보스코의 생애 초반과 중반까지만 언급됨)

를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돈 보스코께서

선종하시기 전까지 그분 삶의 흔적이 상세히 소개되

고 있는 ‘완간’을 돈보스코미디어 이름으로 개정 출판

하였습니다. 지난번 책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장년기

와 노년기 시절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한 돈 보스코

의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살레시오 가족,

살레시오가족지 애독자뿐만 아니라 청소년, 교육계

종사자, 부모님은 물론 신자들에게도 아주 값진 선물

이자 인생의 길잡이가 될 것이기에 널리 보급되기를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 맡는 돈 보스코의 향기

아직도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했던 지

난여름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황

님 덕에 다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사진 한 장을 마

음속 깊이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존재 자체로 우리

사회 전반을 치유시키신 교황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

에 선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시대에 정말이지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간적인 매

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소탈하고 편안한 목

자인지요. 유머 감각은 또 얼마나 뛰어난지 모릅니

다. 당신 앞에 서 있는 한 인간에 대해 얼마나 각별한

친절과 환대의 정을 보여 주시는지. 사람들은 프란치

스코 교황님에게서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착한 목자

의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프란치

스코 교황님에게서 돈 보스코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

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실천가, 유머 감

Salesian Bulletin of Korea

여는 글

2 살레시오가족

‘제2의 프란치스코’ 운동교황님이 시작한

우리 시대에 하느님께서 큰 선물로 보내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생명력 있고 복음적이며 구체적인 교황님의 가르침을 따라,

그분이 시작한 ‘제2의 프란치스코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양승국 신부 살레시오회 관구장

Page 3: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3

각이 뛰어난 친구 같은 존재, 청빈과 겸손의 대명사,

수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교향악 같은’ 일꾼, 양들

로부터 사랑받는 착한 목자….

이제는 우리가 움직일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했던 꿈결같이 행복했

던 순간들이 이제 다 지나갔습니다. 한 인간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선물이 될 수 있다

는 것을 교황님께서는 잘 보여주고 가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

께서는 우리에게 강력한 펀치 하나를 날리고 가셨습

니다. 죽음의 문화에서 깨어나라고, 천박한 물질만능

주의로부터 탈출하라고, 극단적 이기주의로부터 일

어나라고….

그분은 이제 비행기를 타고 떠나셨는데, 언제까

지 우리가 그분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되

겠습니다. 이제 그분께서 날려 보내신 강력한 사랑의

주파수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호응할 순간입니다. 그

분께서 퍼뜨리신 지극한 겸손과 한없는 온유의 이미

지를 이제 우리 삶 안에서 구체화할 순간입니다.

정말이지 우리 모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

까? 그분께서 보여 주신 몸짓 하나하나, 말씀 한 말

씀 한 말씀에. 이제 감탄과 도취의 순간은 끝났습니

다. 이제 우리가 이 좋은 분위기, 이 특별한 흐름을

삶으로 이어갈 순간입니다.

우리 모두 잘 아는 것처럼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

습니다. 우리 발밑은 언제나 지저분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동화처럼 아름답지 않습니다.

이 땅의 사목자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지도자

들을 향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목이 쉬도록 외치

셨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양떼

옆에 서 있어 달라고. 양떼와 동고동락해 달라고. 결

국 양냄새 나는 목자로 살아 달라고.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런가요? 사람이 순식간에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정말이지 우리가 변해야 할 순간입니다. 특

히 우리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등장으로 새로

운 영적 쇄신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아름다운 대세를 거슬러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 누구

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교황님께서 일으키신 쇄신의 바람을 타기 위해 교

회는 자신을 비우고 가볍게 할 순간입니다. 작고 청

빈한 교회, 겸손하고 따뜻한 목자, 가난하고 고통 받

는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개방된 우리 교회, 결

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원原교회의 모습을 회

복해야 할 순간입니다.

악한 사람이건 선한 사람이건, 상처가 곪아터진

사람이건, 깨지고 다친 사람이건, 그 어떤 사람이건

적극적으로 초대해서 넉넉하고 관대하게 품어 안는

그런 참교회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때입니다.그만

큼 생명력 있고 복음적이며 구체적입니다. 교황님께

서 시작하신 ‘제2의 프란치스코 운동’에 우리 살레시

오 가족들도 적극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착한 목자의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만큼 그분의 말씀은 생명력 있고

복음적이며 구체적입니다. 교황님께서 시작하신

‘제2의 프란치스코 운동’에 우리 살레시오 가족들도

적극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Page 4: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4 살레시오가족

SALESIANNEWS 살레시오 가족 소식

살레시오 국제청소년자원봉사단 몽골에서 봉사활동제26차 살레시오 국제청소년자원봉사단이 7월 21일부터8월 4일까지 이호열 신부가 사목하고 있는 몽골 다르한돈보스코교육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이번봉사단엔 단장 장동현 신부, 부단장 최원철 신부, 지도교사 변용관 부제와 선교국 배주영 자매, 봉사자 한 명과 열정이 넘치는 22명의 청소년봉사단원이 함께했다.

살레시오회 순례단 돈 보스코 성지 순례7월 23일부터 8월 6일까지 백광현 신부,황복만 수사와 종신서원 10년을 맞이한네 명의 회원(나택규 · 윤만근 · 이세바 신부, 방대석 수사)이 요한 보스코 성인의발자취를 따라 ‘돈 보스코 성지 순례’를다녀왔다. 이들은 토리노의 발독코, 키에리, 벡키, 로마 등 돈 보스코가 태어나고사목했던 지역뿐 아니라 안시, 아시시, 볼로냐의 성지도 순례했다.

살레시오회 성소 피정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일반부 성소 피정을 대림동 살레시오 수도원에서 진행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필립 4,4)라는 주제 아래 23명의 젊은이가 하느님께서 불러 주신 성소의 삶을 확인하였으며,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기숙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동반 외출도 하면서 살레시오 정신을 깊이 체험하였다.

살레시오회 수련자 이동캠프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이준석 신부와 최진원 수사그리고 수련자 형제들이 이동 여름신앙학교를 강원도 둔내에서 진행했다. ‘에파타’라는 주제 아래 44명의 아이와함께 호흡하며, 소통과 공존을 삶의 가치로 인식하고, 예수님의 은총으로 가족과 이웃을 향한 사랑과 소통의 마음을 표현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 여름 신앙학교살레시오회는 7월 21일부터 8월 16일까지 태안의 내리 캠프장에서 각각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8차에 걸쳐, 살레시오 여름 신앙학교를 열었다. 2100여 명의 청소년이 대자연 속에서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필리 4,4)라는 주제 아래 기쁨과 축제의 시간을 보냈다. 한편 살레시오수녀회의 광주청소년수련원은 ‘성인이 됩시다’를 주제로 여름 신앙학교를 운영하였다(7월 25일~8월 9일), 또한 살레시오 수녀 4명이함께하고 있는 강화도 바다의별 청소년 수련원(인천교구 운영)은 ‘나는 믿나이다’를 주제로 여름 신앙학교를 열었다(7월 7일~8월 24일). 이들 캠프에는 43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하여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Page 5: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5

살레시오수녀회 산하 국제자원봉사 단체 VIDES 해외봉사살레시오수녀회 산하 국제자원봉사 단체로 UN에가입돼 있는 NGO인 VIDES 주관으로 해외봉사활동이 진행되었다. 23명의 봉사단은 베트남 호치민 · 클롱 · 탄하(7월 23~30일)와 필리핀 민도로(7월 24~31일)에서 VIDES 정신에 따라 가난한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진행하며 교육봉사활동을 했다.

살레시오수녀회 서원 10년차, 20년차 모임8월 1일부터 3일까지 광주 매월동 피정의집에서 서원 10년차 수녀들이 자신의 성소 여정을 살펴보고 미래를 향한 성덕의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 왼쪽).한편 서원 20년차 수녀들은 8월 4일부터5일까지 살레시오문화원에서 ‘상실과 충만’이란 주제로 성소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하느님의 동반과 서로의 현존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살레시오수녀회 라우라 여름캠프8월 8일부터 10일까지, 광주 매월동 피정의집에서라우라 여름캠프가 있었다. ‘살려느냐? 생명을 선택하여라’라는 신명기(30,19) 말씀을 주제로 이루어진 이번 여름캠프에서는 청소년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나온 모든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겠다는 라우라 신원의식을 새로이 하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함께 십자가 순례를 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대주교 강연살레시오회원으로 홍콩 관구장을 역임한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타이 파이 대주교가 8월 11일 오후 7시, 살레시오회 관구관 7층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동북아 교회에 주는 의미’를 주제로 강연하였다. 평화, 우정, 기쁨이라는 세 키워드로 교황님의 방한을 설명한 그는 특히 중국과 교황청의 의미 있는 대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가 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이해 마련한 이 강연엔 살레시오가족 단체 구성원들과 언론사 기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총원장 아폴리나리스 수녀 로마로 출국한국 세 관구(광주, 서울, 수원)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지난 3월 19일에 입국했던 아폴리나리스 총원장 수녀가 약 5개월간의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8월 7일 로마로 출국했다. 아폴리나리스 수녀는 각 관구의 수도원을 방문하면서 수도회 어머니로서 사랑과 관심으로 회원들을 격려하면서 친교와 일치를 도모하였다.

Page 6: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02 여는 글

교황님이 시작한‘제2의 프란치스코’운동 양승국 신부

04 살레시안 뉴스

살레시오 가족 소식 편집자문위원

06 Cover Story

소통과 통찰의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님 편집부

11 연중 기획·돈 보스코 성지 ① 돈 보스코의 탄생지이자 유소년기 삶의 터전인

‘벡키’ 편집부

17 장미꽃 길을 따르는 사람들 · 살레시오회 노동화 수사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는 삶 편집부

20 부모세대 vs 자녀세대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는 아이 편집부

22 살레시오 선교

‘남수단에 마을학교 100개 짓기’ 장동현 신부

25 함께하는 사람들

토토네 가족의 장터: 그리스도의 손길이 되어 편집부

28 독자편지

독자들의 독후감 김정숙 외

29 퀴즈

독자 퀴즈 및 후원자 명단 편집부

30 생명을 주는 가족 35

‘트라우마’의 이해와 치유 박은미

32 돈 보스코의 마음으로 교육합시다

가난한 시골 성당을 도우며 받은 하느님의 선물 이정은 신부

35 닫는 글

가을에 꽃피울 줄 모르는 코스모스 앞에서 최주영 수녀

온 국민에게 큰 위로와 사랑, 그리고실천 과제를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사진제공: 교황방한위원회

2014년 9월 128호

Contents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살

레시오회에서는 2014년 8월 16일부터 2015년 8월 16일까

지 1년 기간을 정해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의 해로 선포

하고, 청소년 신앙 여정 동반의 영성을 교회 안에 확립한

돈 보스코의 탄생 200주년을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돈 보스코의 영성과 정신을 잘 배

우고 아는 것이, 그 뜻을 현대 사회에서 펼치기 위한 첩경

이라는 입장에서 그를 알리는 여러 책을 우리말로 소개했

다. 이렇게 해서 테레시오 보스코가 쓴 「돈 보스코」가 지난

8월 16일에 우리말로 나왔다. 무려 800쪽에 이르는 두툼

한 이 책이 우리에게 반가운 이유는 많겠으나, 한 가지만

꼽아 보자면 돈 보스코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인 상황을

입체적으로 설명해 줘 그의 삶이 담고 있는 수많은 고민과

Salesian Bulletin of Korea

COVER STORY

프란치스코 교황님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를 다녀가신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 프란치스코 교황님. 우리와 함께 머무신 닷새의 시간은 감동

의 연속이었다. 아직 우리의 가슴속에 여울지고 있는 환희를 진정시

키면서 조금은 차분하게 그분이 주신 메시지를 뜯어보고 가르침을 실

천하도록 다짐해 보자.

편집부

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소통과 통찰의 스승,

Page 7: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7

“함께 기도해 주세요!”신선자 : 원희가 냉담을 풀고 회두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선택의 배경을 우리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

다는 점이다.

이 책에 따르면 돈 보스코의 유년 시절의 시대적

상황은 프랑스혁명(1789)으로 인해 극심한 혼란 속에

있었고 그 피해를 가난한 민중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

이었다. “혁명은 이제까지의 모든 통치 특권을 다 없

앴지만, 자본이라는 권력에 대해서는 예외였다. 시민

들은 자유를 얻었으나 빈자들은 더욱 가난해졌다.”(41

쪽) 돈 보스코의 어린 시절은 자신이 태어나기 25년

전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이라는 아직도 기세등등한 슈

퍼급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우리 살

레시오 가족의 창시자인 돈 보스코의 삶은 그렇게 해

서 프랑스혁명의 대표적인 비운의 주인공이라고 일컬

어지는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

toinette d’Autriche(1755 ~ 1793) 왕비와 연결된다.

우리 사회에서 때 아니게 이 왕비의 이름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녀의 삶이나 행적에 관한 연구나 재평가

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우리말로 표기되는 그

녀의 이름이 사회적 답답함을 풍자하기에 그렇다. “말

이 안 통하네!” 그녀의 신분은 왕비였고, 우리 현실에

서 말이 안 통하는 대상이라고 지목되는 이는 ‘공주’라

는 딱지가 붙은 사람이기에, 두 사람에게 설정된 신분

적 유사성이 상승작용을 해서 농담스러운 풍자는 촌

철살인이 되고 있다.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 주시는

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저를 쳐다보지

도,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6일에

있은 시복 미사에 앞서 광화문에서 단식 중이던 세월

호의 유족을 만났을 때, 교황님께 건넨 편지에 담긴

내용이라고 유족 측에서 공개한 것의 일부다. 혁명에

밀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왕비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왜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명명이 사람들에

게 왜 그렇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는가를 한마디로

알게 해 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를 다녀가셨다. 그리스도의 지상대리자이신

교황님은 아시아 청년대회에 모인 각 나라의 젊은이

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한국 교회 초기 순교자들의

땀과 피가 서려 있는 그 현장 광화문에서 그분들을 복

자의 영광스런 제단에 올리기 위해 우리를 찾아 주셨

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머무신 닷새의 시간은 매 순

간마다 감동이었다. 아직 우리의 가슴속에 여울지고

있는 환희를 진정시키면서 조금은 차분하게 그분이

주신 메시지를 뜯어보고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다짐해

보자.

소통의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님

“진정한 대화는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

다.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 · 희망 · 소망 ·

고난 그리고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8월 17

일, 해미 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만났을 때 하신

말씀이다. 이런 생각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기에, 사

Page 8: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8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여숙 : 아이들의 회두를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람들은 그분 앞에서 자신들의 마음이 전달되고 아픔

이 어루만져지며 위로를 받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

에 없다.

소통, 상대의 방식을 따름

하루 앞선 16일, 꽃동네 방문에서는 각별한 감동

이 더해졌다. “여러분에게 너무 늦었지요. 그분들을

하나하나 만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분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장애아동과 장애

어른들을 먼저 만나고 위로하는 가운데 시간이 지체

되어, 수도자들과 만남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말씀이다. 장애와 육신의 고통 중에 있

는 이들을 각별한 정으로 아무 말 없이 가슴에 안아 주

는 교황님의 모습은 이미 많이 봐 왔기에 특별히 새로

운 것은 아니다. 소통의 천재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진

면모를 드러내 주는 감동적인 순간은 이때 발생했다.

“아이는 두세 살쯤 됐을까? 교황이 다가가서 눈을 맞

추려는 데도 흐릿한 눈빛으로 손가락을 빨며 다른 곳

을 응시했다. 헌데 교황이 한 손으로 손가락을 빠는

아이의 손목을 잡는 듯 하더니 검지를 아이의 입속으

로 쏙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그러곤 한동안 아이가

손가락을 빨도록 지켜봤다. … 꽃동네 아이들은 엄마

에게 버려지고, 사회에서도 버려져 더 이상 갈 곳 없

는 아이들이다. … 그 아이도 엄마의 젖을 제대로 빨

지 못했을 터다.… 아이에게 엄마의 젖꼭지 대신 자신

의 손가락을 물려 주고는 한동안 은은한 미소를 날리

며 그윽한 눈길로 아이를 바라봤다. 그제서야 아이는

마음을 읽은 듯 교황과 눈이 마주쳤다.”(아시아경제,

8월 17일) 기약 없이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아

기,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기, 일체의 언어가 통하

지 않는 아이에게조차도 마음이 통하는 방법을 아시

는 분의 모습이다.

소통, 마음을 열면 독백이 아니라 대화

15일,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나실 때의

장면이다. “절친한 친구가 내게 종이를 통해 말하면

안 되고, 직접 대응하여 마음속으로부터 말해야 한다

고 충고했어요. 영어가 짧아 이게 어려워요.”라며 당

신에게 더 편한 이탈리아어로 청소년과 격의 없는 대

화를 이어 가시던 모습은 같은 ‘영어울렁증’을 갖고 있

는 대다수 아시아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시

는 것이었다.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있으나 마음으로

다가간 청년들과 소통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17

일 해미에서 있었던 AYD 폐막미사에서 ‘일어나라!’라

고 교황님이 외치고 아시아 청년들이 이에 열광적으

로 호응하는 장면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저는 무대

위에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

었습니다. 교황님은 우리가 질문을 할 때 메모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황님이 영어로 된 연설문

을 읽다가 갑자기 이탈리아어로 바꿔 메모에 적혀 있

Salesian Bulletin of Korea

COVER STORY

Page 9: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9

는 글들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면서 말하는 것을 봤습

니다. 교황님은 이미 작성된 연설문을 읽는 것을 원하

지 않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원하신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황님에게 질문한 홍콩에서

온 젊은이 조반니의 말처럼 사전에 정해진 형식이나

각본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는 대화에 깊

이 투신하고 이를 상대방도 느끼도록 하는 비결을 지

녔다. 특히 이 조반니는 자신도 살레시안들처럼 젊은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데 뭐를 해야 하느냐는 질

문을 교황님께 드려 우리 살레시오 가족의 관심을 끌

었다. “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려 깊은 마음가짐을 가져

야 합니다.”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독백이 아니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고 한 수 더 가르쳐 주신다.

소통, 하느님 나라의 건설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저는 아직 바티

칸과 완전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아시아 대륙의 몇

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아하, 그랬다. 아시아 각

나라에서 온 주교들 앞에서 하신 말씀이지만 실제로

는 중국,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

아시아에서 아직 교황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

는 나라들에게 관계 정상화를 향해 열린 대화를 갖자

고 제안하시는 거다. 아마 세계 모든 미디어들이 주목

하는 지점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바티칸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극히 제한된 곳

이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손

해를 감수하거나 심지어는 생명까지 위협을 받아야

하는, 순교가 현재 진행형인 곳들이다. 실제로 이번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려 했던 수백 명의 젊은이

들이 정부의 감시와 통제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대주교가 살레시오 관

구관에서 가졌던 강연회에서 밝혔었다. 사람의 마음

을 감동하게 하는 교황님의 진정성이 이들 나라들에

게도 따뜻하게 스며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 가톨릭

교회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자유로이 선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특히 분단된 남북의 상황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

를 주신 교황님은 역시 대화와 소통을 강하게 강조하

셨다. “요셉의 형제들이 이집트에 왔을 때 서로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은 같은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었습니

다. 남북한은 한 가족으로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 북한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며 대화

에 임하십시오. 주님 우리는 같은 가족입니다. 저희가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한 가족으로, 같은 형제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북한의 아픈 현실을 호

소하는 한국 청년(박지선 마리나, 30)의 질문에 주신

답인데, 역시 해법은 마음을 연 대화다. 같은 말을 사

용하면서도 ‘말이 안 통하’는 우리 민족의 상황을 질책

하시는 것 같다.

소통,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름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는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과 대화하시려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당신의 모상대로 창조하신 인간들이 당신 구원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하느님 스스로 인간이

되어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하고 인간의 삶에 담긴 희로

애락의 곡절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똑같은 삶

을 영위하실 때 만들어진다. 그제서야 ‘말이 안 통하’

는 우리 인간은 비로소 당신의 초대를 겨우 알아듣고

따라나설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즉 하느님의 자

비하신 사랑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몸소

실천하신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우리의 가슴에 전달된

다. 하느님의 소통 방식이고 그분의 지상 대리자이신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실천적으로 모범을 보여 주시고 가르치신 길이다.

Page 10: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COVER STORY

통찰과 연민

통찰,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

전례나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과는 다른 차

원에서, 아시아 청년들을 만난다든지 세월호의 희생

자 가족 · 장애인들 · 종군위안부 등 구체적인 사람들

을 만나는 순간에 교황님이 보여 준 모습은 파격의 연

속이었다. “무엇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까? 또

목표 지점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근본 기준은 무엇

이어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분명 우리의 정체성, 곧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교황님이

우리 곁에 계시면서 보여 준 파격적인 행보 속에서 당

신 스스로가 누구인지에 관해서는 확고하게 인식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

할을 기꺼이 떠맡는 진정한 이웃, 그리스도인으로

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유혹이

되는 것으로 … 쉬운 해결책, 이미 가지고 있는 공식,

규칙과 규정들 뒤에 숨어 확실한 안정을 택하려는 유

혹”을 경계해야 된다는 말씀(아시아주교들에게)을 몸

소 실천하신 것들이 우리의 눈에는 파격으로 보일 따

름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지니고

있다면, 우리 주위의 이웃들이 처한 딱한 상황은 그냥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는 것을 교황님이 행동

으로 말씀하셨다. 통찰이다.

그렇다. 주저함이나 확신이 없음 또는 거짓스러운

허세나 자기본위와는 반대되는 것으로 우리가 긴 세

월 등한시하며 살았던 것이 바로 이 통찰이다. 순교자

들이야말로 이 통찰의 최고 경지를 누린 분들이다. 세

상 · 명예 · 쾌락 등은 천주님 앞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이 다 스러지고, 오로지 하느님만이 참되고 영원하

신 아버지이심을 꿰뚫은 이들이다. 그런 분들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상속자라는 사실을 잠시 소홀히 했

었다고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일깨워 주신 듯하다.

연민, 아파하는 이들에게 다가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기간 중 사전 계획에 없

이 돌발적으로 진행된 것이 하나 있다. 세월호 유족인

이진호 형제(프란치스코, 56)가 교황님께 세례를 청해

받은 것이다.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교황님이

어떻게 보면 영적으로, 또 마음으로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하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세례의식에

참여하신다는 뜻이 담겼죠.” 아주 작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큰 것이라고 교황님을

수행한 바티칸 공보관 롬바르디 신부가 말했다. 조직

이고 구조인 교회보다는 고통 받고 절망에 처한 인간

으로서의 구체적인 이웃을 중심에 두고, 믿으라고 강

요할 것이 아니라 항상 누구에게든 문이 열려 있는 교

회 안에서 위안과 행복을 찾도록 하라는 것이 지속적

인 교황님의 가르침이다(복음의 기쁨, 47항 참조). “인

간의 고통 앞에 섰을 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해야 합

니다. … 저는 그러니까, 제가 사제임을 아시지요? 다

가가야 함을 느낍니다.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아닌가

요? 그것이 첫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이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돌아가신 분

들에게 새 생명을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의 인

간적인 다가감이 힘을 줍니다.” 귀국길 기내 기자회견

에서 세월호 유족에게 다가감으로 정치적 오해를 불러

올 것이라는 걱정은 없었냐는 질문에 하신 말씀이다.

여기에 '말이 안 통하네'의 답답한 우리 사회가 곱씹고

찾아야 할 출구의 해법이 있다고 보여진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손을 뻗쳐

상처를 감싸 주는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철저한

자기 통찰의 결과라 하겠다. 정치 · 사회 또는 외교적

으로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확실한 안정을 택

하려는 유혹을 떨쳐 버리며, 바로 앞에 있는 고통당하

는 인간을 가장 우선적인 중심에 두고 열린 교회 안에

서 위안을 받게 하고 치유를 해 주는 것! 교황님께서

방한 기간 내내 우리에게 보여 주신 소중한 가르침이

다.

10 살레시오가족

Page 11: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11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 요한 보스코 : 아내가 하느님 자녀가 되길 기도합니다.

1. 콜레돈보스코

토리노에서 대략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돈보스코

의카스텔누오보 읍이 있고 그곳으로부터 5km 되는

거리에 콜레돈보스코가 있다. 우리말로는 ‘돈 보스코

의 언덕’이라고 하겠다. 이곳에서 200년 전, 1815년 8

월 16일에 성 요한 보스코가 탄생했다.

요한 보스코가 태어날 당시 이 언덕에는 몇 채의

농가들만 있었고, 들판엔 포도원과 잡풀 또는 소를 치

기 위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대단히 아름답다. 수십

킬로미터를 두고 펼쳐진 지평선이 끝나는 저 멀리에

알프스의 높은 봉우리들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병

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앞으로는 낮은 언덕들이 마치

잔잔한 파도처럼 너울거리며 계절에 따라 온갖 색깔

로 치장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 언덕에서

자연을 감상하며 자란 사람이라면 환상을 갖고 큰 꿈

을 꾸는 것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을 정도다.

1988년 돈 보스코 선종 100주년을 맞아 이곳을 방

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언덕을 두고 ‘청소

년 참행복의 언덕’이라 칭했다. 예수님께서 알려 주신

행복을 위한 복음적 계획은 요한 보스코가 체험하였

듯이, 어린아이 때부터 거룩한 교육자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다 해당하고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는 보

편적인 차원으로, 모든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돈 보스코의 가르침을 따르는 살레시오 가족

들은 세상 곳곳에서 수백만의 청소년들에게 이 행복

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며, 그 움직임은 바로 이 언덕으

로부터 시작했다. 때문에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은

이름이 잘 어울리는 언덕이다.

2. “나의 집”

이 언덕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고 마음을 끄

는 곳은 당연히 요한이 성장한 작은 집이다. 요한의 가

‘벡키’‘벡키’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의 해를

보내면서 2015년 9월 호까지 1년

동안 연중기획으로 돈 보스코의

장소와 살레시오회의 요람지들을

지상 순례하는 것으로 꾸민다.

이 장소들을 방문한다는 것은 돈

보스코의 탁월

한 인성은 물

론이고 온 세상에 널리 퍼진 그분

의 사업이 발생하고 자라난 본고

장을 탐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순례를 통해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기리며 축하하는 살레

시오 가족의 축제에 더 깊이 참여

하고, 돈 보스코가 숨을 쉬던 현장

의 상황과 정신을 되살려 청소년

구원 사명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

가도록 노력한다.

이번 호는 그 첫 번째 순서로 돈

보스코의 탄생과 유소년 시절의

삶을 품에 안았던 벡키 콜레돈보

스코를 찾아 여정을 시작한다.

돈 보스코의 탄생지이자 유소년기 삶의 터전인

200년 전, 모든 것은 이곳에서 시작됐다.Don Bosco’s places

Here is where everything started two hundred years ago 1

1

2

Page 12: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12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윤 안젤라 : 성가정을 이루도록 기도드립니다.

족들은 아버지 프란체스코 보스코가 갑작스럽게 죽은

후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에 그의

가족들은 키에리에서 이름 있는 변호사인 빌리오네 씨

소유의 농원에서 방 몇 칸을 세내어 살고 있었다. 프란

체스코는 바로 이 빌리오네 씨의 토지에서 반소작을

하면서 동시에 일꾼들의 감독을 맡고 있었다.

어린 아들 안토니오를 남기고 첫 번째 부인이 죽어

홀아비가 된 그는 카프릴리오 출신의 처녀 마르게리

타 오키에나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들 사

이에서 주셉페와 요한이 태어났다.

1817년 5월 어느 날, 들판에 나갔던 프란체스코가

땀에 젖은 채로 주인집의 지하 창고에 들어갔다가 폐

렴에 걸려 바로 사망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황

망함에 빠진 마르게리타는 그해 2월 남편이 죽기 전에

사 놓은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빌리오네 씨 농원을 벗

어나 온전히 자기들의 소유인 이 작은 집으로, 가난하

고 보잘것없지만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

는, 그 가련한 가정만을 위한 집으로 이사했다.

순박하면서도 농부의 지혜가 넘치며 단순하지만

깊은 신앙심을 지닌 마르게리타는 모든 측면에서 자

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철저하게 돌본다. 극심한 가뭄

이 덮쳤을 때도 몹쓸 질병이 휩쓸고 지나갈 때도 여인

은 자기에게 의존하고 있는 식구들, 시어머니와 전처

소생의 난폭한 성격을 지닌 아들 그리고 자기가 낳은

두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를 온전히 지켜냈다.

강인하면서도 동시에 부드럽고 섬세한 성품을 발

휘하는 어머니의 학교에서 요한은 그리스도인의 기본

적인 자질을 배울 수 있었고, 복음적인 가치에 의존하

면서 정직하고 자비로우며 믿음이 가는 인성을 배우

고 길렀다. 아버지가 없는 이 작은 집에서의 삶은 여

러 가지로 불편하고 궁핍하며 힘겨웠으나 사랑이 넘

쳐 흘렀다. 하느님의 현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그

보살핌을 받고 나누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가난한 이

들, 걸인들,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며 애

덕을 청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한 잔의 물, 한 조각

의 빵, 국 한 그릇, 하룻저녁의 잠자리 또는 악천후의

피신 등…. 맘마 마르게리타는 언제나 이들을 친절하

고 상냥하게 맞아들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다!”라는 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기르면

서….

이곳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이 되시는 집이

었다. 주님께 의탁하는 기도로 하루가 시작되었고, 저

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께

그날 베풀어 주신 보살핌에 감사를 드리고 내일의 도

움을 의탁하는 묵주기도로 하루를 마감했다.

3. 꿈의 풀밭: “여기가 네 일터다”

요한은 차츰 자라면서 마음속에 하나의 큰 꿈을 지

니기 시작했다. 공부해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신부가

되겠다는…. 마음속에 이런 열망이 자라고 있을 때 하

느님께서도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당신의 계획을 아

이에게 알려 주셨다. 소년의 꿈을 통해 당신의 계획을

드러내셨다. 이 아홉 살 때의 꿈은 돈 보스코의 일생

을 두고 여러 번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 주는 꿈 행렬의 시작이다.

이 꿈을 꾼 때는 요한이 아홉 살에서 열 살로 넘어

가는 시기였다. 부틸리에라로 이어지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끝없이 펼쳐지는 풀밭이 배경이다. 요한은 성모

2

3

Page 13: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13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 모니카 : 병환으로 쓰러진 우리 본당 봉사자 두 분이 쾌차하길 기도합니다.

님으로부터 선의를 가지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

며 사나운 이리나 늑대에서 순한 양으로 변하도록 그

들을 도와주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가난하고 버림

받고 위험에 직면한 또는 위협받는 처지에서 정직한

시민이요 착한 그리스도인으로 변모하도록 아이들을

이끄는 사명이다. 이 꿈이야말로 돈 보스코의 전 존재

를 관통하는 메타포가 된다. 온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들을 바른길로 인도하여 예수님께로 이르

는 길을 동반하는 것이다.

4. 소년 마술꾼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 요한이 어린 시

절부터 이미 보여 주기 시작한 특징적인 감성이다. 카

프릴리오 본당 신부의 식복사를 하고 있던 마리안나

이모 덕분에 그곳 초등학교에서 몇 과정을 배울 수 있

었다. 그렇게 해서 읽고 쓰는 것을 익힌 요한은 특히

긴긴 겨울 저녁, 시골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인 외양간

에 친구들을 모아 놓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읽거나

들려주었다.

이 동상은 요한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풀밭에서 놀

이와 공연으로 아이들의 삶을 고무하였던 것을 강조

해 준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연을 펼치면서

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라든지, 건전하고 지혜롭게

즐기는 것, 그리고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 등등

점차 나중에 오라토리오의 놀이에 적용할 기준의 기

본적인 방향을 배운다.

요한은 또 어머니로부터 친구들에게 해야 할 바를

배운다. 베풀 줄 알고 정직한 아이들과 가까이하는 법

이라든지 저속한 말을 쓰고 거칠게 못돼먹었으며 제

멋대로인 아이들을 피할 줄 알고, 하느님을 두려워하

는 아이들과 친구 하는 법 등을 배웠다.

5. 주셉페의 집, 농사박물관, 로사리오 경당

작은형 주셉페는 열여덟 살이 되자 몇 킬로미터 떨

어진 숫삼브리노로 이주하여 반소작을 몇 년 동안 했

다. 그 후 다시 벡키로 돌아온 주셉페는 새롭게 집을

짓고 그 집에서 맘마 마르게리타와 함께 살기 시작했

다.

1846년 여름, 오라토리오가 발독코의 피나르디 씨

의 헛간에 세를 얻어 막 정착하려던 무렵, 거의 죽음

의 문턱까지 다다랐을 정도로 돈 보스코는 중병에 걸

렸었다. 오라토리오에 오는 가난한 아이들의 처절한

기도를 들어 치유의 은총을 내리신 하느님의 섭리 덕

택에 돈 보스코는 살아났고, 몇 달간 요양하러 이곳

벡키로 돌아왔다.

단풍이 질 무렵 돈 보스코는 이곳에서 맘마 마르게

리타에게 “어머니, 저와 함께 토리노로 가시지요. 발

3

4

4

5

Page 14: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14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 로사 : 우리 가정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독코라는 외딴 곳에 집을 마련했는데, 별로 좋은 곳이

아니에요. 어머니가 저와 함께 가 주신다면, 제가 훨

씬 더 안심이 될 거예요.” 그렇게 맘마 마르게리타는

아들과 함께 이 집을 나섰다(1846년 11월 3일).

그 뒤로 돈 보스코는 해마다 포도 수확 철이 되면

방학을 지내기 위해 맘마 마르게리타와 함께 작은형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형 주셉페는 동생에게 방을 제

공할 뿐 아니라 자기 집의 일부를 경당으로 차려 사제

인 동생이 매일 미사를 드리러 공소까지 가지 않아도

되게 배려해 줬다. 이것이 돈 보스코가 세운 첫 번째

경당으로 로사리오의 성모님께 봉헌되었다. 그리고

매년 로사리오 축일이 되면 발독코의 오라토리오에서

악대를 앞세운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이런 오라

토리오 소풍은 1934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경당은 최근에 대대적으로 보수하여 단순하고

정감이 가는 원래의 모습을 복원했다. 경당의 유리화

는 아홉 살 때의 꿈, 도미니코 사비오와 만남, 미켈레

루아의 착복식, 돈 보스코와 맘마 마르게리타 등 이

장소에서 벌어진 살레시오회의 중요한 사건들을 소박

하게 표현하고 있다.

6. 도움이신 마리아 성소

이 성소는 돈 보스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15

년에 세워졌다. 돈 보스코의 선종 이후 많은 사람들이

콜레를 찾아 돈 보스코의 생가를 방문하는 순례를 시

작하였다. 살레시오회 3대 총장인 알베라 신부는 콜

레를 찾는 수많은 순례객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공간

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 경당을 지었

다. 1918년 8월 1일에 축성식이 있었고, 이때부터 콜

레에 살레시오회원들이 상주하기 시작했다.

이 성소에서는 특히 돈 보스코의 세 신심(성체, 마

리아, 교황) 중 성체조배와 마리아 기도를 매일 바치

는데, 20년 넘게 여러 살레시오 가족 그룹이 순서를

정해 기도와 조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을

위해, 가정을 위해, 온 세상 살레시오 가족의 모든 교

육자를 위해 기도드린다.

7. 돈보스코 성당: 빌리오네 농원이 있던 자리에

1929년, 살레시오회는 돈 보스코가 탄생했던 빌

리오네 농원을 사들여, 돈 보스코 성지화 작업을 시작

했다.

2층 구조물에 아래위로 각각 하나씩 있는 두 개 성

당의 정초식은 1961년 6월 11일이 되어서야 하였다.

이후 5년 동안 지속한 공사로 아래층 성당을 완성해,

1965년 700석의 성당 축성식을 거행했다. 대신 위층

성당은 20년 뒤인 1984년에 완공되어 당시 토리노 교

56

6

7

Page 15: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15

“함께 기도해 주세요!”신 헬레나 : 남편이 성당에 나가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구장인 발레스트레로 추기경이 축성했다. 그리고 2층

성당은 1999년 대대적인 내부 수리를 통해 아름답고

고품격을 갖춘 성당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전체가 너

도밤나무로 치장된 성당 내부는 아름다운 미적 감각

뿐 아니라 아늑하면서도 기도하는 분위기를 제공한

다. 은은하게 흐르는 빛은 포근함과 기도로 인도하는

영성적이고 교육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입구

에 그려져 있는 마리오 보가니의 아프레스코 그림들

은 살레시오 선교활동을 묘사한다.

이 성당에 들어서는 이는 가장 먼저 제대 뒤편에

걸린 부활하신 예수님의 커다란 상에 깊은 인상을 받

는다. 마치 온 교회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돈 보스코

사업의 충만한 삶을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이 예수

님 상은 또한 요한이 아홉 살 때 꿈속에서 만난 ‘고상

한 옷차림의 위엄 있는 남자’를 연상하게 한다. 누구

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이는 엠마오의 길을 가

던 두 제자의 체험을 되살게 된다. 골고타에서 허망하

게 무너진 예수님으로 인해 완전히 실망하고 예루살

렘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허탈한 상태의 두 제자.

예수님께서 그들의 길에 동반자가 되시고 함께 걷는

길에서 나자렛 사람의 죽음을 통해 완성하는 신비에

관해 알아듣도록 도움을 주신다. 엠마오에 도착하여

마음이 진정된 제자들은 예수님께 함께 머물 것을 초

대하였고,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눌 때(이는 그들이 사

도들에게서 들은 최후의 만찬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주님을 알아본다. 그들 앞에 예수님

은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행복감에 젖은 두 제자는

부활하신 주님을 알리러 예루살렘으로 한달음에 올라

간다. 이 이야기는 돈 보스코의 교육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실망과 슬픔에 빠진 이들의 길을 동

반하며 그들이 성체성사 안에 계신 그분의 권능을 알

아보는 것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다.

성당 안에 있는 그림들은 청소년을 방주로 인도하

기 위한 주님의 도구로서의 돈 보스코를 표현해 주고

있다. 아홉 살의 꿈에서 시작하여 토리노에서의 떠돌

이 오라토리오, 발독코의 성인학교라 일컬어지는 교

육활동, 성모님의 도움을 받아 교회를 건설하는 일꾼

으로서의 돈 보스코(오르간 옆의 그림), 돈 보스코 꿈

이 지닌 만민 선교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그가 펼친 사

업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이 성당은 부활의 차원을 강조하고 있

다. 성당 내에 ‘십자가의 길’이 없는 대신 부활하신 예

수님의 발현을 표현하는 ‘광명의 길’이 있다. 화해의

성사(죽음과 영적 나약함에서 주님의 사랑을 통한 은

총의 사람으로 옮겨 가는)는 부활을 지향하기에 이 조

7

빌리오네 농원이 있었던 모습과 그것을 헐고그 자리에 세운 돈보스코 성당의 위치. 요한보스코의 가족이 살던곳은 현재 성당 입구쪽에 해당한다.

Page 16: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16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송 요셉 :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각들은 고해성사의 구역에 배치되어 있다.

이 성당은 예수님의 어머니요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그분의 집처럼 현존하시는 성당이다. 마

리아 상과 두 성화(토리노의 주보이신 위로의 성모님

과 폴란드의 주보이신 체스트호바의 검은 성모님)는

그분을 도움이신 분으로 여기도록 우리의 생각을 인

도한다. 꿈에서의 소명, “사나운 맹수들을 순한 양이

되게 하라!”(가난하고 버림받고 위험에 처한 아이들

을 정직한 시민 착한 그리스도인으로)가 이러한 변모

의 기적을 가능하게 해 주는 전략들을 되새기게 한다.

예수님 그리고 마리아님과 맺는 우정이 되겠으며, 이

우정은 사죄의 성사와 성체성사로 영양분을 공급받는

다. 돈 보스코의 꿈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 우리의 마

음과 삶을 담아 그분께 손을 내밀게 하는 성당이다.

아래층 성당에는 큰 행사가 아닌 작은 그룹이나 일상

적인 미사가 주로 드려지고 있다. 제대 뒤편으로 돈

보스코의 오라토리오가 가을 로사리오 축일을 중심으

로 실행했던 벡키와 몬페라토 일대 소풍의 장면을 그

림으로 표현하면서, 아이들의 기쁨과 생기발랄함이

성체성사와 마리아께 대한 신심으로 부양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그림 뒤편에 있는 돈 보스코의 유해는 개인적인 묵

상과 기도의 분위기로 순례자들을 초대한다. 그림들

은 맘마 마르게리타가 보살피는 가정의 모습을 표현

하고 있다. 카프릴리오의 결혼식, 요한 보스코의 세

례식, 빌리오네 농원에서의 작업, 아버지 프란체스코

의 죽음, 이사한 작은 집에서의 생활 등이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돈 보스코가 존경하는 성인들(성 프란치

스코 살레시오, 성 루이지 곤자가, 성 요셉, 성 콧톨

렌고, 세자 성 요한과 복음사가 성 요한, 성 주셉페 카

팟소 등)과 살레시오회의 성인들이 그려져 있다.

8. 선교지 민속 박물관

온 세상 청소년의 친구요 스승이며 아버지인 돈 보

스코의 아홉 살 꿈에 담긴 선교적 차원을 증명해 주는

곳이다. 돈 보스코의 아들들이 실행한 선교활동을 증

거하는 것으로, 낯선 문화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유리그림에는 가족의 삶, 축제, 종교성, 노동

등을 증거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전시된

것들은 선교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이

다. 하지만 돈 보스코가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당신의

아이들에게 넘겨줬던 것처럼, 분명 작은 물건들 안에

서 예수님의 현존을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박물

관은 웹(www.museocolledonbosco.it)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요한의 학창 시절을 따라가 보자.

8

8

Page 17: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17

1964년 2월 24일, 신도림동 수도원(현 대림동 수

도원)에서 첫 서원한 노동화 수사(베드로, 75). 올해로

수도서원 50년을 맞는다. 한국 살레시오회 소속 수사

님들 중에서 처음으로 서원 50주년을 맞는 큰 기쁨과

은총을 누리는 노 수사. 여유와 편안함이 대명사처럼

따라다니는 그의 삶 곳곳에서 하느님의 섭리와 숨결

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앙을 찾아서

노 수사는 1937년 10월 21일, 평안남도 용강군의

한 농촌 마을에서 6남 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일제

에서 해방되기 직전인 1944년, 겨우 여섯 살로 고향의

아련함을 추억 속에 담아내지 못할 만큼 아직 어린 시

절에 아쉽게도 가족은 모두 고향을 떠나 서울 돈암동

으로 이사했다. 그때 누님들이 명동에 있던 경성 계성

학교(현 계성초등학교)로 전학하여, 노 수사의 집안으

로서는 처음으로 생소한 가톨릭교회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던 수녀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화한 누님들은 세례를 받더니 급기야는 수녀

원에 입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연유로 식구들은 어

느새 하나둘 세례를 받아 이내 온 가족이 모두 하느님

을 믿는 신앙 공동체를 이뤘다.

누구로부터도 복음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었던 고

향 용강 시골에 그렇게 묻혀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까. 서울로 옮겨 온 이주의 삶은 마

치 그분을 만나기 위해 하느

님의 이끌림을 받으며 고

향을 떠난 아브라함의 신

앙 여정을 연상하게 한다.

그렇게 신앙을 받아들인 집

안에 하느님의 축복도 풍

성하여 동기 중 다섯

이나 사제 또는 수

도자로 부르심을

받았고(맏이와 셋

째 누나는 샬트르

바오로회 수녀, 막

내 여동생은 포교

베네딕도회 수녀,

바로 밑의 남동생

은 인천교구 사

제), 골육들이 그리

스도를 따르는 길의

충실한 도반으로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 있다.

Salesian Bulletin of Korea

장미꽃 길을 따르는 사람들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는 삶, 노동화 수사노동화 수사가 살레시오회원으로 걸어온 50년.

어느 것 하나 하느님의 손길이 아닌 것이 없다.

모든 이의 마음을 보듬으며 사랑을 주고받은 삶의 이야기.

편집부

수도자 소풍(인보성체 수녀님들과 함께, 1977)

Page 18: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장미꽃 길을 따르는 사람들

18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천옥 : 유 안토니오와 유 아오스딩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부르심의 여정

노 수사는 인천 부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 가장 번화가인 광복동에서 양말, 장

갑, 스카프, 넥타이 등 잡화를 파는 노점상을 했다. 혈

기를 앞세우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벌이

가 신통치 않아 1년 반 만에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부

평으로 돌아가 자그마한 양계장을 마련하여 닭 기르

는 일에도 손을 댔고, 이어 부근에 주둔하고 있는 미

군부대에 출입하면서 막사 청소 등 허드렛일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 하느님의 부르심이 은밀하게 청년

노동화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여름과 겨울 방학

을 지내기 위해 대신학생들이 지역 본당으로 돌아왔

었는데, 그 신학생들 중에 훗날 추기경이 된 정진석

신학생과 그리고 김영일 신학생이 있었다. 특히 김영

일 신학생은 미사 시간에 반주를 잘하고 주일학교에

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 신학생들의 모습

을 지켜보면서 교회의 사람이 되는 삶을 마음속으로

동경했다.

우연치 않게 서울대교구 교구청 주교관 비서실에

서 근무하는 기회를 잡았다. 노기남 대주교와 비

서 신부의 크고 작은 일을 도우며 주교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안내를 맡았는데, 주

교관을 찾는 손님 중에는 사제와 수녀

들이 많았다.

어느 날, 손님 중에서 청년 노동화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한 사람을 만났다. 살

레시오회 서요셉 신부다. 서 신부

는 그에게 살레시오회를 소

개해 주면서, 당시 수도회

가 맡아 운영하고 있던

도림동 성당으로

초대했다. 도림동

성당을 방문한 그는

살레시오회 신부들의

친절한 환대에 크게

감동하며, 당장

수도원으

로 들어와도 좋다는 권유를 받았다. 살레시오 수사로

사는 삶에 대해 한 달가량 깊게 숙고하고 기도한 그

는 결심을 굳히고 도림동 성당으로 와, 살레시오 수

사로서 새로운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다(1962년 2월).

노 수사의 성소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은 큰 누님 수

녀(노충신 심포로사 수녀, 86)다. 누님이 살던 수녀원

이 주교관과 가깝게 있었기에 종종 함께 만날 수 있

었는데, 그때마다 수도자 성소를 생각해 보라는 권유

를 받았다. 수도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순교

복자수도회를 마음에 두고 알아보던 차에 서요셉 신

부를 만났던 것이다. “내가 그분을 만나지 않았더라

면 아마 순교복자수도회에 들어갔을 거예요. 그러니

까 서 신부와 만남이 내게는 운명적인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성소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요. 때를 만나

고, 부르심에 자연스레 응답하는 거예요!” 하느님의

부르심과 응답, 노 수사의 성소는 그렇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굳혔다.

마음을 키우는 살레시안

노 수사는 살레시오회의 자랑 중 하나인 심성계발

프로그램의 선구자다. 살레시오회에 입회하여 다양

한 청소년 교육에 참여하던 그가 주로 활동한 곳은 광

주 살레시오 학교다. 교리교육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한편 서무과장 등 행정적인 측면에서 교육 지원 활동

을 활발히 수행하던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있었으니,

바로 80년대 초반 새롭게 문을 연 서울 신월동 살레

시오교육회관의 프로그램을 맡는 것이다. 당시 그 일

을 책임 맡았던 윤선규 신부(현재 벨기에 겐트교구장

주교)가 한국 지부장으로 임명되자 자신의 후임으로

노 수사를 임명했다. 불혹을 넘긴 마흔두 살의 노 수

사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키워

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심성계발 프로그램을 익히고

진행하며, 개선하는 일에 매진했다.

특히 빠질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아코디언을 새로

배워야 한다니 당혹스웠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하던 그였기에 이것도 이내

통달할 수 있었다. “음악이 없었으면 절반은 즐겁지

Page 19: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19

“함께 기도해 주세요!”최윤정 :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않았을 거예요. 모든 것을 음악으로 시작하고 음악으

로 끝냈으니 얼마나 신이 났겠어요. 학교뿐 아니라

본당으로 프로그램 하러 갈 때도 언제나 아코디언과

함께했지요. 아코디언만 있으면 그냥 신이 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활동 덕분에 그

의 살레시오 수도자 삶은 곱절로 풍요로워졌다고 자

평한다. “윤 주교님을 만났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 프로그램이 한국에 도입되고 살레

시오회가 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었던 발판에는 그분

이 계시죠.”

그의 수도생활에 깊은 흔적은 남긴 이는 또 있다.

처음 수도원에 들어왔을 당시 구성원들 모두가 외국

인 선교사들이었기에, 공동체 안에서 흔히 말하는 한

국인 고유의 정이 흐르지 않았다. 더욱이 말이 통하

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늘 외톨이가 된 느

낌이 들어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이때 그를

단단히 붙들어 준 이가 한국 살레시오를 창립한 마 신

부(Archimede Martelli, 이탈리아 선교사, 1984년 선

종)다.

“마 신부님은 카드 게임이나 소풍 등 형제애를 나

눌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모두를 초대하는 것

은 물론이고, 공동체 생활에서 어느 누구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세세히 보살핀, 좋은 아버지의 모범을

보인 분이에요.” 마 신부의 경청과 수용, 그리고 솔선

수범은 고스란히 노 수사의 삶에도 스며들어 그의 수

도생활에 큰 자산이 되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

종신서원을 하면서 정했던 성구聖句,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것입니

다.”(갈라 2,20)를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산다는 노

수사. 현재 서울 구로3동 천주교회 공동체에 소속되

어 성당의 상담 활동, 혼인 교리, 성독(Lectio Divina)

등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수행하며 젊은이들의 귀

감이 되고 있다.

“말하기는 쉽지만, 진짜 간단하고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어려

운 일인 것을 50년을 살면서 매일 더 깊게 느껴요. 그

리고 더 나아가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삶, 이것이

우리 수도생활의 핵심이지요. 남은 삶, 이 핵심을 잃

지 않도록 더 노력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

어요!”

돈 보스코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외쳤듯이,

노동화 수사가 5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달려온 길

은 화려한 장미꽃으로 아름답게 치장된 살레시안의

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눈에 잘 드러나지 않게 숨겨

진 가시에 손과 발은 찔리고 수많은 상처들을 감내해

야 했던 쉽지 않은 길이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모든 상처는 씻긴

듯 아물고 내면은 평화와 충만한 기쁨으로 넘치는 것

처럼, 마음이 흐르는 대로 어디든 삶의 시선을 던져도

추호의 어긋남이 없는 원숙한 경지를 향유하고 있는

그의 삶이 그 뒤를 따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희망으

로 작용한다.

(왼쪽) 현재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독(거룩한 독서) 모임 (오른쪽) 구로3동성당부주임이기성 신부와 담소하는 노수사

Page 20: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부모세대 vs 자녀세대

학교, 학원 오가는 것만도

피곤하니 제발 내버려 두세요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듣는 한결같은 잔소리, “공부하

기 뭐 하면 제발 몸이라도 좀 움직여라. 산책이라도 하

고 나면 정신이 들지 않겠니? 방이 그게 뭐니? 정리 좀

하고 살아라….” 정말 지겨워요. 학교 공부도 빡빡한데

학원 갔다가 집에 들어오면 정말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어요. 중간고사 · 기말고사에 대입 생각을 하면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 그런데 어쩌죠? 마음은 초조한데 공

부는커녕 자거나 게임으로 스트레스 풀고 싶은 생각만

드니. 특히 주말이나 일요일이 되면 엄마의 잔소리, 장

난이 아니에요. 게다가 “아무개는 공부라도 잘하지

만…” 하며 잘 나가는 친구랑 슬며시 비교할 때면 왕짜

증나요. 제발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네요!

유창오(고등학생)

대접만 받는 상전 중의 상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려서는 태권도도 하고 악기도 배워 여러모로 활동적

인 아이였어요. 헌데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차츰

차츰 변하더니 이제 집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

으려 해요. 학교도 걸어서 15분 남짓한 거리인데 꼭 버

스를 타고 가죠. 오랜만에 온 가족이 여행을 가도 땀나

는 게 싫다고 걷는 건 질색이고, 콘도에서 텔레비전 보

거나 인터넷만 하려 해 충돌이 일어난 적도 몇 번이에

요. 밤늦게 집에 오면 방에 틀어박혀 뭘 하는지…. 궁금

해 들여다보면 자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네

요. 불퉁거리며“공부만 하려 해도 얼마나 힘든 줄 아느

냐?”고 할 때면‘그래, 한창 뛰놀아야 할 나이인데’하는

생각에 안쓰러우면서도,‘저렇게 만든 게 내 탓은 아닐

까?’하는 자괴감이 문득 들어 우울해지곤 합니다.‘상전

중의 상전’을 모시고 살려니 정말 속 터집니다.

김은정(학부모)

자녀 부모

도대체 움직이길 싫어하는 아이들….

그 모습 보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부모,

공부만으로도 지치니 제발 그냥 놔달라는 아이.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현상이라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야 할까?

편집부

손가락 하나까딱 하지 않는 아이

20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권영숙 : 우리 가정이 성가정을 이루기를 기도드립니다.

Page 21: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Advice

몸을 움직이며 하는 소소한 일, 심신을 건강하게 합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나 아이들

에게 제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좋은 대학 입학’을

전제로 한 ‘성적’이어서 그럴까요? ‘머리’를 쓰는 공

부만 알게 모르게 강조하다 보니 도대체 ‘몸’을 움직

이려 하지 않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적

이 좋건 나쁘건 좋은 대학에 들어가건 못 들어가건

운동과 차츰 담을 쌓고, 소소한 집안일을 돕거나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경험 없이 성인이 되는 아이들

이 대부분이지요.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이런 경향

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뛰놀거나 엄마 심부름을 하고

아버지의 구두를 닦으며 칭찬받던 일도 이젠 옛 이

야기처럼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침대

생활을 하다 보니 이불 갤 줄 모르고, 집안 청소나

설거지는 당연히 엄마의 일이려니 생각해 비질이나

행주 짜는 법도 모르거니와, 과일을 제대로 깎을 줄

모르는 젊은이도 상당수라고 하지요. 참으로 안타까

운 현실입니다.

손발을 직접 움직여 부모나 주변인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경험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매우 소중한 체험이 됩니다. 무엇보다 동

기 부여가 중요하겠습니다. 야단을 치거나 짜증을

내며 강요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됩

니다.

주말이나 주일, 여유로운 시간에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혹은 가벼운 간식거리를 준비한 후, “요

즘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며 아이의 힘

든 처지를 깊이 공감하며 대화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되겠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의 얘

기를 인내롭게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온 가

족이 함께 있는 기회를 이용하여 사소한 집안일을

도와주도록 요청합니다. 예를 들면, 식탁에 수저 놓

는 일,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일, 화초에 물 주는

일 등을 함께한 후, “도와줘서 고맙다.”고 진심어린

칭찬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이

가 바로 ‘아버지’입니다. 바깥일로 피곤하겠지만, 가

족의 대소사를 함께 나눈다는 마음으로 엄마와 보조

를 맞추며 아이를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쉬는 날 빨

래를 개는 아빠, 청소를 하는 아빠, 화초에 물을 주

는 아빠의 모습은 아이에게 몸으로 보여 주는 산교

육이 될 것입니다. 평일엔 배드민턴이나 산책 등 집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함께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한편 가족 여행을 갈 때에도 부모가 일정

이나 행선지를 일방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여행지

선정과 주변 탐방지를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정하면

더 이상 아이는 여행의 방관자가 되지 않고 적극적

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이제 학교에서도 공부뿐 아니라 몸으로 하는 ‘생

활 교육’을 가르쳐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몸을

움직이며 자란 아이들은 어디를 가거나 제 몫을 합

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돌아가는 상

황을 파악하고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해야

할 일을 스스럼 없이 할 줄 아는 젊은이의 모습은 아

름답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아이

로 성장하기 위해 진정 중요한 것, 몸

을 움직여 땀 흘리며 소소한 일을

성취하는 데서 출발함을 간과해서

는 안 되겠습니다.

김수영(상담교사)

Salesian Bulletin of Korea 21

Page 22: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살레시오 선교

22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장태규 : 고3인 스테파노의‘굳센 믿음’과 영육 간 건강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원선오 신부의 남수단 마을학교 짓기 프로젝트

우리 살레시오회 이태석 요한 신부(1962~2010)

가 사목했던 아프리카 남수단에 ‘마을학교’를 짓는 일

을 진행하고 있다. 남수단은 지난 2011년 7월에 수단

에서 분리 독립한 193번째 유엔 가입국이다. 이 나라

는 독립하기 전에 40여 년 가까이 내전을 치렀다(제1

차 수단 내전 : 1955~1972, 제2차 수단 내전 : 1983~

2005). 사실 수단도 18세기부터 식민 통치를 받던 나

라였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1년 만인

1956년에야 영국과 이집트로부터 독립했다. 오랜 식

민 통치 끝에 독립, 그리고 독립 이래 또 40년 가까운

내전. 이랬으니 이 나라의 사정은 보지 않아도 참 딱

할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모든 것이

다 파괴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이들

또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집과 고향을 떠나야 했’

다. 식민 통치와 40년에 걸친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

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령기學齡期에 있는 아이들이

‘남수단에 마을학교 100개 짓기’‘돈보스코마을학교 짓기 프로젝트’.

현재 30여 개 학교를 완공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좀 더 많은 관대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 프로젝트의 진행 사항과 향후 계획을 알아본다.

장동현 신부 살레시오회 선교국장

12

3

1책상, 걸상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남수단 모그리) 2 그나마 책상과걸상이 준비되어 사정이 나은 한 학교(남수단 라스티지) 3손님을 맞아악수를 청하는 아이들(남수단 로콘)

Page 23: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23“함께 기도해 주세요!”김 안나 : 가엾은 오 요셉이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갈 학교가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또 학교가 있다손 치더라도 교실이 없어 나무 그늘이

나 담 밑에 무리지어 앉아 칠판 대용의 판자 하나 걸

어 놓고 겨우 그곳을 교실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앞에서 한 연로한 사제가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

해 학교를 지어 주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름하여 ‘돈

보스코마을학교 짓기 프로젝트(Don Bosco Village

School Project)’, 100개를 목표로 삼았다. 노사제의 이

름은 원선오(Fr. Vicenzo Donati). 한국에서 20여 년 동

안 선교하다 더 가난한 나라를 찾아 1981년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떠난 살레시오회원. 등굣길 학생들의 이

름을 하나하나 불러 주며 따뜻한 악수와 포옹으로 맞

던 일상 등 제자들에게 남긴 사랑 이야기가 그야말로

세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것처럼 많이 전해지는 분

이다.

만만치 않은 건축 비용

사람들이 ‘학교 100개를 짓는다’는 말을 들으면 어

떤 큰 나라의 교육부가 세운 계획이라고 생각할 것이

다. 10개나 20개도 아니고 100개라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학교라 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큰 건물의

학교는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학교는 7m×

10m의 교실 네 칸 반이 있는, 즉 45m×7m×4.75m

의 블록 건물 하나를 말한다. 마을마다 학교에 다녀

야 할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교실이 없어 그냥 나무

밑이나 담벼락을 마주하고 앉아 공부해야 하는 아이

들에게 교실 몇 칸만 마련해 주면, 그것은 번듯한 학

교가 된다. 사실 콘크리트 바닥에 벽을 쌓고 지붕을

얹은 정도인데도 말이다. 전기나 변변한 창호도 없

다. 현재 남수단의 교육환경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그저 건물 하나 짓고 적은 수일지라도 교사 진용을 갖

춰 학교의 꼴만 갖춰 놓아도 학생들은 아주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공부한다.

이 계획이 처음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이 반신반

의하였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 놓으면 운영은 어떻

게 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 못 하나까지

모두 수입해야 하는 남수단의 열악한 자재 사정과 공

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숙련 기술자가 부족한 상황

도 걸림돌이었다. 단순 노무를 제공할 이들을 찾기

힘든 것도 풀어야 할 숙제였다. 건축비도 큰 문제였

다. 이 계획을 구상할 당시 교실 네 칸 반짜리 건물 하

나를 세우는 데 우리 돈으로 50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이 되었었다. 그런데 첫 학교를 짓는

데 7000만 원 정도가 소요되었고 그다

음 학교들은 더 많은 금액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재

를 들여오는 곳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 그리고 도로 상

태가 어떠냐에 따라 건물 하나에

1억 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

▲ ‘마을학교 100개 짓기’ 학교 도면 ▶ 건축이 진행 중인 학교들. 우기(6월)여서 자재 수송에 애를 먹고 있다.

Page 24: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살레시오 선교

24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기세경 : 이범우, 이범조, 이범식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관대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며

어려워만 보여 실현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이 계

획이 지금 하나하나 완성된 학교로 우리 앞에 나타나

고 있다. 벌써 30여 개의 학교가 완공되어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교를 지을 후보지는 남수단 각 교구의 신청을

받아 선정한다. 그래서 학교가 완성되면 본당들이 책

임지고 학교를 꾸려 나간다. 이로써 지속적이고 안정

적인 학교 운영이 가능해졌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그냥 신청을 받아 지어드렸었다. 그러다 보니

완공된 지 거의 2년이 된 이 시점까지 화장실이 없는

곳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후보지 선정 이전에 그 장

소를 본당 사목회 임원들과 함께 방문한다. 후보지로

적합하다고 판단이 되면 본당 공동체에 먼저 화장실

을 마련하고 건물 및 운동장 터를 닦아 놓을 것을 요

구한다. 지역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다. 본당에서는 이런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 본당 교

우들이 손수 화장실을 짓고 터를 닦는 일이 낯설지 않

게 되었다. 지난 6월에 방문한 뭄볼로Mvolo란 곳은 예

비 후보지로 선정되었을 뿐이었는데도 벌써 화장실

과 터 닦기 공사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건축비는 여전히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은인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이어 가고 있다. 사업 초기

에는 이탈리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데 유럽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게 되어 후원

이 아주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의 지원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 2012년 5월에 원선오 신부와 공

야고보 수사가 한국을 방문한 이래 많은 분이

지속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우

리 ‘한국살레시오회 선교국/Don Bosco NANUM’

에서도 ‘남수단에 마을학교 100개 짓기’에 나름 책임

감을 갖고 있다. 필자도 지난 2012년 이래 남수단을

세 차례 방문하여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에도 두 차례 정도 더 방문하여 한국에서 후원한 분

들의 정성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또 남수단의 어

린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교육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

록 더 세심하게 동반할 계획이다.

원선오 신부의 간절한 꿈

원선오 신부는 1928년생이다. 이런 연로한 어르

신에게 꿈이 있다.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인 2015년 8월 16일에 살레시오회 총장 신부께 100

개의 마을학교 이름을 쭉 적어 넣은 학교 목록을 봉

헌하는 것이라고 한다. 원 신부가 1928년생이니 내년

이면 우리 나이로 여든여덟이실 텐데, 그 꿈이 정말

로 이루어질 것 같다.

필자는 보았다. 희망을 보았다. 100이라는 숫자가

다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 계획이 처음 그의 마음에 자리했을 때 이미 100개,

1000개, 1만 개, 아니 그 이상의 학교와 수천만 명의

학생들을 축복하셨을 것이다.

우리 한국 살레시오회 선교국이 ‘돈보스코 나눔 /Don Bosco NANUM’이라는 새 이름 하나를더 갖게 되었다. 우리 살레시오회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도움 주시는 분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다가가기 위한 이름이다. 교회와 세상의 보물인성 요한 보스코(돈 보스코)와 그분의 영성, 교육,사랑, 그리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활동을 나누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원선오 신부와 공 야고보 수사가 ‘남수단에 마을학교100개 짓기’를 알리고 또 이제까지 도움 준 은인, 후원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2014년 10월, 한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한다. 전국의 본당을 돌며 아름다운 이 일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제2회살레시오 선교의 날(2014. 10. 19, 전교주일)’에초청 선교사로서 살레시오회를 찾는 모든 분과 온전히 하루를 함께할 예정이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후원계좌 : 국민은행 090-01-0323-513(예금주 : 살레시오회)

(왼쪽) 학교 한 채를 기증한 분을 기억하는 명판을 부착하고 있다(남수단 파콩). (오른쪽) 학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본당 사목회원들

Page 25: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25

“함께 기도해 주세요!”신 카타리나 : 비결핵성 항산균이 재발하여 고생하고 있습니다. 쾌유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지난 초여름 어느 날, 살

레시오회 선교국에 40만 원

의 후원금과 함께 장훈 · 김미정 부부

의 이름으로 도착한 이메일내용이다.

사연의 주인공, 김미정 자매를 전북 완주군

구이면 자치센터에서 만났다. “별것 아닌 일로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는 것이 부끄럽네요. 그

럼에도 교육 선교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환한 웃

음이 일품인 그녀, 몸에 배인 겸양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주는 손사래 너머로 영글어 꽉 찬 삶의

당담함이 엿보인다.

일치를 위한 작은 노력

“선행을 펼치는 일에 종교나 종파를 구분하

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개신교 신자이

면서 어떻게 가톨릭 수도회가 펼치는 선교활동

에 후원할 생각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돌아오는

선행을 펼치는 일에

종교나 종파를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심을 믿는

토토네 가족의 생생한 신앙 이야기.

Salesian Bulletin of Korea

함께 하는 사람들

토토네 가족의 장터: 그리스도의 손길이 되어…

“안녕하세요! 전북 완주군 구이

면에서 사는 토토네 가족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저는 김미정이

고요, 남편과 저는 2남 2녀의 자

녀를 두고 있는 개신교 신자입니다. 고 이태석 신부님을 알

고 또 아프리카 남수단에 학교 100개 짓기 사업을 진행

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작은 선교에 우리

가족도 동참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차에, 종교와

상관없이 내게는 필요 없지만, 남들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팔아 얻은 수익금을 살레시오회에

기부하여 교육 선교에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녀들과 집 마당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열었습

니다.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도 무척 힘이 들었는데, 현지

에서 애쓰고 있는 선교사분들의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

니겠지요.

몇 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남수단에 학교 100개가 지어

지는 그날까지 할 수만 있다면 조금씩 지속해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 중 환한 미소를 짓는 김미정 자매

편집부

Page 26: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함께 하는 사람들

26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황 안나 : 시아버님 아오스딩이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답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이 하는 기도처럼 하나 된 교회를 늘 갈망해야 하며,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교회의 본질이고,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이 땅에 실현하게 하는 것이 교회에서 해

야 할 선교의 행위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러니 저희 가족이 전하는 작은 도움도 그리스도 구원

업적을 실현하게 하는 선교의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

어요.” 예사롭지가 않다.

이 땅에 가톨릭과 개신교가 들어온 지 각각 230년

과 130년을 맞는다. 그동안 가톨릭 신도들과 개신교

신자들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 11)라는 예수

님의 기도가 무색할 정도로,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극복

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 일치’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보다는 서로를 겨냥하는 비난의 소리도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비춰

토토네 가족이 기울인 노력과 정성은 그 어떤 운동보

다도 가치가 있는 구체적인 실천이며 용기 있는 그리

스도인의 모습이라 하겠다.

선교에 참여하는 가족

구체적으로 살레시오회의 선교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선교 내용을 다룬

영화와 독서회 모임에서 읽은 이태석 신부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 때문이었다. 특히 책을 읽는

내내 이태석 신부가 귓가에 대고 직접 이야기해 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단다. “자신의 안위와 행복만을 위

해서가 아니라 이웃과 나누는 삶의 가치를 진정으로

깨닫게 해 주는 보물같은 책이었어요.”

언젠가는 가족선교를 떠날 것이라는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토토네 가족에게 이태석 신부의 삶은 그

냥 감동적인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식

구 모두가 선교의 꿈을 가지고 있어요. 훗날 기회가

된다면 가족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그리스

도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

Garage Sale토 토 네

1아나바다 장터를 도와주고 응원해 준 사람들과 함께 2 토토네 집 마당에서 진행되었던 아나바다 장터(Garage sale) 3가장 인기가 있었던 큰딸의 작품 ‘은비 T셔츠’

1

2

3

Page 27: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27

“함께 기도해 주세요!”최 미카엘 : 최 로사가 원하는 곳에 취업되길 기도드립니다.

는다. 그런 김미정 자매에게 확 다가오는 뉴스가 있

었다. ‘남수단 학교 100개 짓기 사업’에 관한 기사였

다.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검색해 보니, 이태석 신

부가 속해 있던 수단의 살레시오회가 원선오 신부를

중심으로 남수단의 현실에서 가장 절실한 교육을 위

해 학교 100개를 지어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

공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눔을 통한 자녀 교육

100개 학교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이

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야말로 지금 처지에서

구원 업적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는 확신이

섰다. 그래서 온 가족이 의

견을 모으고 지혜를 짜낸 결

과, 과거에 해 본 경험이 있

던 아나바다 장터를 열기로

했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전히 토토네 가

족끼리만 준비해서 집 앞마

당에 장터를 여는 것이다.

“첫 준비부터 시작해서 장터

를 여는 당일까지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육신의 고달픔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인 것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거나 원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다행히 아이들은

고됨과 피곤함을 이기고 가난한 나라의 친구들을 도

울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해하며 기쁘게 함께해 줬다.

결국 지난 5월에 열린 아나바다 장터는 토토네 가

족에게 선교지를 도울 수 있는 작은 정성을 모으게 했

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도 한 뼘 더 자라게 했

다. “남을 돕겠다는 노력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삶

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 살아갈 사회 안에서 꼭 필

요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데 분명 밑거름이 될 것이라

고 확신해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

로서,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무관심과 회피

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복음의 착한 사마리

아인처럼 가능한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

길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덕목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미정 씨

를 비롯한 토토네 가족의 100개 학교 프로젝트 참여

는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노력의 한 모형이 될 수

있겠고, 그 참여 방식은 자녀교육과 가정공동체 건설

에 크게 도움을 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토토네 가족은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돕겠다는

열망으로 또 한 번의 아나바다 장터를 준비하고 있

다. “몇 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남수단에 학교 100개

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지속해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가족이 다함께 모여 저녁기도를 드릴 때면 자주 남수

단 100개 학교 프로젝트가

기도의 주제가 되고 또 가족

선교의 실현을 간원하기도

한다는 김미정 씨. 한 가정

이 펼칠 수 있는 작은 도움

이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종파를 초월

하여 실천하는 큰 운동에 동

력으로 작용하고 그리스도

의 손길이 되어 선행을 펼치는 것임을 알게 한

다.

예배 때에 음악 봉사하는 토토네 가족

“남을 돕겠다는 노력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 살아갈 사

회 안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데 분

명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Page 28: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독자편지

28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 수산나 : 남편이 세례를 받아 성가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고 이준혁 군을 도와주신 살레시오 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8월 13일 밤 10시 6분에 이준혁(임마누엘) 형제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도와주신 살레시오 가족들께 고인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0개월이라는 짧고도 긴 투병 기간 중 기도로써 동반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고인은 살레시오 가족들 안에서 희망을 얻었습니다. 비록 그의 병이 치유되지는 못했지만, 하느님 안에서 그토록 바라던 영원한 생명을 얻었기에 그 희망은 어떤 것보다도소중한 선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고 이준혁 형제의 고통을 기도와 후원으로 동반해 주신 모든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살레시오회 최남식 신부

삶에 힘을 주는 살레시오 가족지 살레시오 가족지를 읽을 때마다 늘 많은 도움을 받고 영성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과 생활 속에서도 늘 기쁘게살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을 많이 느끼며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김정숙 / 안동시 법상길

사랑으로 보내 주신 가족지 잘 받았습니다. 가족지란 선물을 받은 저 베드로는 참 행복합니다. 여러분 모두 날마다 행복하세요!

임성필

여는 글: 감응하는 사랑“우리가 구원된다면 우리가 실천한 사랑으로 구원됩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사랑하지 않는 죄입니다.”라는 관구장신부님의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의 실천’이 현실에서는 왜 어렵기만 하는 것일까요?

이지현 / 창원시 성산구 원이대로

커버스토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직접 전화를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나에게 편하게 말을 놓으라고 하셨다.”는 한 소년의 증언을 통해 교황님의 겸손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깊이 느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금연 / 광주광역시 남구 제중로

연중 기획: 감응하는 사랑Amorevolezza“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사랑합니다. 사랑받고있음을 알도록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아는 이는 사랑하며, 그 되돌아오는 사랑을 받는 것이야말로 돈 보스코의 정신속에 담겨져 있는 Amorevolezza의 완성”이라고 하셨죠.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와 기도가 필요하겠습니까? 신부님, 수사님! 파이팅입니다.

박순자 / 전남 나주시 송월동

연중 기획 기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영적 교만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우월감을 느끼며 동떨어져 지냈던 것을 반성합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조현자 / 서울시 양천구 신정중앙로

함께하는 사람들‘함께하는 사람들-돈 보스코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삶’ 기사를 잘 보았습니다. 기사를 읽고 나니 저도 아이들을 보살피는살레시오집에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싶습니다.

신영미 / 안양시 동안구 평안동

※ 청소년들을 돌보는 살레시오집에서 봉사하길 원하시는 분은 살레시오회 관구관(02-828-3500)으로 연락해 주시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족지 편집실

청소년 복음화의 현장여정성경공부 봉사자 체험담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삶 속에서 성경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자매님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진정한 신앙인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재 / 대전시 서구 정림동

살레시오 선교: 파푸아뉴기니의 가난한 이들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유지훈 신부님의 삶이 그려진 ‘살아 계신 하느님과 돈 보스코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삶’이 유독 가슴에 와 닿습니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화끈하게 달아오름을 느낍니다. 나도 뭔가 할수 있을 것 같은 예감? 좀 더 두고 봐야겠죠.

김정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 삼거리로

파푸아뉴기니에서 선교하시는 유지훈 신부님! 머나먼 이국 땅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가족지를 통해서 선교사의 어려움을 잘알고 있습니다. 신부님이 그곳 아이들의 상처를 돌봐 주시고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고 사랑하시니 그것이 바로 ‘감응하는사랑’이 아닐까요? 힘내십시오!

장을순 / 인천시 남동구 포구로

‘파푸아뉴기니의 선교사 유지훈 신부님의 사랑에 감동받았습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그곳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나 자신도감사하며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신효남 / 성남시 분당구 분당로

Page 29: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응모 방법

가족지 기사 안에서 제시된 문제의 답을 찾아 아래쪽 표에서 지워 주세요.그러고 나서 남은 글자를 조합해 하나의 단어를 만들면 정답이 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정답을 부착된 독자엽서나 이메일([email protected])을 통해 보내 주시면 됩니다. 정답과 함께 성함과 주소도 잊지 말고 보내 주세요. 당첨되신 분께는 선물을 보내 드리며당첨 결과는 다음 호 가족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퀴즈 마감 9월 20일

가족지를 꼼꼼히 읽고, 퀴즈에 참여하시어 선물도 받아 가세요.

마 교 통 우 사 스

랑 몽 텔 오 골 선

카 원 트 황 소 라

문제

① 토리노에서 대략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누오보”가있다(연중기획 참조).

② 심리적 외상이라고 정의되는 이것은 무엇일까? ◯◯◯◯

③ 제 26차 살레시오 국제청소년자원봉사단이 봉사활동을 다녀온 곳은? ◯◯

④ 남수단에 마을학교 100개 짓기 프로젝트를 계획했던 신부님의 이름은? ◯◯◯ 신부

⑤“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란 뜻을 지니며, 영어로는communic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단어는 무엇일까요?(◯◯의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님, 커버스토리 참조)

QUIZ

김선옥 5,000 강선경 10,000 강영식 20,000강인진 10,000 강찬희 20,000 강현자 10,000공영환 3,000 곽성도 10,000 권빛나 20,000권순옥 10,000 권영숙 10,000 기세경 10,000기영우 10,000 김경조 20,000 김교순 10,000김도형 5,000 김동숙 5,000 김묘식 5,000김미경 10,000 김미영 20,000 김방진 100,000김병수 30,000 김선희 20,000 김성준 20,000김송지 20,000 김 숙 40,000 김숙자 10,000김승녀 20,000 김억래 80,000 김여숙 5,000김연정 40,000 김영순 5,000 김옥자 10,000김옥희 20,000 김용태내과 60,000 김점자 10,000김정수 40,000 김정옥 10,000 김정운 20,000김정혜 10,000 김정화 30,000 김준익 10,000김창수 20,000 김천옥 15,000 김춘자 15,000김태환 20,000 김한기 20,000 김한용 10,000김현숙 200,000 김현우 30,000 김혜진 50,000김호순 80,000 나경환 50,000 나용술 20,000나혜진 60,000 남인학 10,000 노숙희 10,000노옥희 10,000 노일철 20,000 류숙현 10,000문순자 100,000 박경신 60,000 박명순 5,000박봉옥 20,000 박상미 10,000 박상진 60,000박수경 60,000 박영배 40,000 박인순 20,000박정식 50,000 박준용 40,000 박지원 5,000박형근 40,000 박 홍 20,000 방극진 10,000방준혁 10,000 백동숙 10,000 백순남 50,000서정흠 50,000 서진옥 40,000 서현숙 20,000성무경 50,000 손화정 20,000 송우영 5,000신선자 10,000 신순일 20,000 신영미 20,000안계윤 20,000 안명옥 10,000 안순옥 60,000안양미 10,000 양대동 20,000 양지원 10,000염정옥 20,000 요한보스코 20,000 우현성 10,000유우주 15,000 윤옥자 4,000 윤주연 10,000이강선 60,000 이금순 10,000 이명재 100,000이민호 5,000 이복순 20,000 이상정 20,000이선일 5,000 이숙자 50,000 이영란 60,000이영자 20,000 이옥자 10,000 이완수 10,000이정숙 40,000 이종순 10,000 이한주 20,000이희자 20,000 장대순 10,000 장영자 20,000장원형 20,000 장은주 6,000 장인엽 10,000장태규 3,000 정계명 10,000 정명희 50,000정은희 10,000 정현숙 20,000 정회진 30,000조영남 10,000 조윤선 30,000 최경섭 20,000최란숙 20,000 최영만 10,000 최옥색 20,000최윤정 10,000 한미경 20,000 한현옥 10,000홍성희 50,000 홍승완 10,000 황영희 40,000

익명(29명) 528,000

작은 정성이 큰 사랑을 이룹니다.많은 분이 가족지를 도와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 6. 1 ~ 2014. 7. 31) 

Salesian Bulletin of Korea 29

127호 당첨자 김정숙, 박순자, 신영미지난 호 정답 : 예수님 마음

돈 보스코의 정신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 기다립니다.

(후원계좌국민은행 758-01-0018-441, 예금주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송 안젤라 : 주님 안에서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얻길 기도합니다.

Page 30: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생명을 주는 가족 ○

30 살레시오가족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

며 삼백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는 대참사가 발생했

다. 사고 백 일을 훌쩍 넘긴 현재, 여전히 열 명의 실

종자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상태다. 참사 이후 희생

자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

는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보아야 했던 많은 시민 중에

도 심각한 ‘트라우마Trauma’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

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트라

우마란, 어떤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너무 크거

나, 어떤 사건이 너무 빨리 또는 너무 어린 시절에

일어나, 몸이 감당하지 못하고 압도되는 상황에서 입

게 되는 ‘심리적 외상外傷’이라 정의할 수 있다.

● 너무 엄청난(too much)

몸의 신경계가 다루기에 너무 큰 사건

● 너무 빨리(too fast)

몸이 반응할 시간을 찾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

게 일어난 사건

● 너무 이른(too soon)

몸이 반응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어린 나이에

겪게 된 사건

트라우마의 종류를 세분하면 아래와 같다.

35

‘트라우마’의이해와 치유

‘심리적 외상外傷’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트라우마.

어떤 경우에 입게 되며,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박은미 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함께 기도해 주세요!”이종순: 이 세실리아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①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

자연재해, 예상치 못한 사고, 성폭행과

같이 단일한 사건이나 충격에서 기인.

② 발달단계에서의 트라우마

가정폭력이나 학대처럼 중요한 발달단

계에서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충격

에서 기인.

③ 사회적 트라우마

공정하지 못한 정치적인 사건, 경제적 실

업 등에서 기인. 세월호 참사로 시민들이

느끼는 외상이 이에 해당한다.

④ 세대 간 트라우마

의식하지 못하지만 세대 갈등으로 인한

충격에서 기인. 어떤 아동에게는 부모 자

체가 트라우마라는 보고도 있다.

Page 31: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31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갖가지 충격에 맞닥뜨

린다. 예컨대, 골목길에서 다짜고짜 개가 달려드는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에 따라서는

개와 맞붙어 떼어 내려 하거나(싸우기=fight), 도망

치기도 하고(달아나기=flight), 때로는 아무 자세도

취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수도(freezing)

있다. 이런 행동은 위험이나 위협 앞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취하는 자연발생적인 반응이다. 머리

로 계획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몸이

생성시킨 아드레날린 호르몬에 의한 것이다. 특히 얼

어붙는 경우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과도하게 축적

되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이게 바로 트라우마

이다.

야생동물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갖가지 상황

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트라우마를 많이 지닐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몸에 트라우마의 영향력이 남

지 않는다고 한다. 비결은 무엇일까. 야생의 동물계

에서 맹수에 쫓기면 아무리 연약한 동물도 생존하기

위해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순간적으로 죽은 시늉을

하는(얼어붙기, freezing) 등으로 급박한 상황을 벗어

난다. 무사히 맹수에게 벗어나면 동물은 안전한 곳으

로 가서 전신을 뒤흔들어 몸에 가해진 충격을 떨쳐 낸

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과도하게 생성된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면, 생존 에너지가 몸 안에 고착되어

극도의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일으키므로, 트라우마

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급박한 충격으로 몸에 과도하

게 발생한 생존 에너지를 떨쳐 내는 일이 우선임을 말

해 준다(피터 레빈, Waking the Tiger - Healing Trauma:

e Innate Capacity to Transform Overwhelming Experi-

ences, 1997).

아쉽게도 야생의 본능을 상당 부분 상실

한 인간 동물은, 몸의 감각을 관찰하기보다 발달된

이성의 힘에 의존하여 외상을 극복하려는 경향이 있

다. 그러다 보니 트라우마의 치유는 힘들고, 오래 걸

린다. 고문 피해자,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는

살아남기 위해 얼어붙기 반응을 취하면서 심각한 심

리적 외상상태에 놓인다. 이들은 보통 때는 정상생활

을 하다가도, 작은 자극이나 특정 스트레스에 직면하

면 눈빛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얼어붙어 있으면서 몸에 지녔던 에너지를 적절한 방

식으로 싸우거나 달아날 힘으로 바꾸어 주지 못하면,

그들이 맺고 있던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자연재해나 단일한 사건에서 기인한 트라우마는

비교적 쉽게 치유 가능하다. 문제는 학대나 폭력 등

역기능을 지속하는 부모로 인해 청소년들이 발달단

계에서 입게 되는 트라우마, 장기간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입게 되는 트라우마이다. 이런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은 신체 증상뿐만 아니라, 정서

적으로나 심리적 증상들이 중첩되어 나타나, 치유하

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회의 구조

적인 변화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품 심리상담센터 02) 845-2080 [email protected]

“살아남기 위해 과도하게 생성된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

하면 생존 에너지가 몸 안에 고착되어 극도의 스트레

스나 피로감을 일으키므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

해서는 급박한 충격으로 몸에 과도하게 발생한 생존

에너지를 떨쳐 내는 일이 우선이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장 가타리나: 장 위비나, 장 뽄시아노, 장 베로니카가 회개하여 주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Page 32: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돈 보스코의 마음으로 교육합시다

32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성무경 : 주님의 사랑이 언제나 함께하길 기도드립니다.

눈길을 빼앗은 가톨릭 신문의 한 기사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어 기숙생들이 모두 학교로

내려가고 없는 텅 빈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기숙사.

이때엔 기숙사 안에 있는 사감실에도 평온하고 고요

한 시간이 찾아온다. 어느 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

며 기숙사 사감실에서 「가톨릭 신문」을 읽고 있는데

지면을 제법 차지한 한 기사에 눈길이 갔다. 청주교

구의 어느 시골 성당에 40대 남성이 홧김에 불을 질

러 2500여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는 기사

였다. 300여 명의 신자가 모인 성당으로, 농사를 지

으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어르신들이 신자의 주

를 이루는 가난한 시골의 작은 성당이었다. 이 가난

한 성당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외

부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 이를 복구하려면 몇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던 것은 불에 탄 성전 내부의

모습, 그나마 불에 덜 탄 성당의 좁은 교육관에서 미

사를 드린다는 기사의 내용과 서럽게 울면서 미사를

드리는 자매님 몇 분의 사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 그 가난한 본당은 주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노력했

으며, 그 노력의 결실은 바로 그 방화범을 주님의 이

름으로 용서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주님께서는 당신

의 집을 태우심으로써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주임

신부의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다.

불현듯 떠오른 기숙생들의 모금 아이디어

화재를 당한 가난한 성당의 기사를 보면서 이 사

건이 단순히 어느 한 성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

리 기숙생들을 위한 좋은 교육 자료로 쓰일 수 있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사를 오려 기숙사 게

시판에 붙여 놓고 그날 기숙생을 위한 저녁말씀 시간

때 이 본당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본당 공동체

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전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가위로 신문의 관련기사를 오리는데 갑작스레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기숙사 차원에서 본당

공동체의 재건을 위한 모금을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

었다. 그냥 본당의 어려움을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작은 나눔을 통해 연대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는 판

단을 했다. 큰돈을 모을 수는 없지만 70여 명의 학생

들이 조금씩 돈을 내어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수

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저녁말씀 시간에 본

당 사연을 소개하고 모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해 주

기로 했다.

가난한 시골 성당을 도우며 받은하느님의 선물불이 난 어느 가난한 시골 성당을 도우려 ‘저녁말씀’을 통해

기숙생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후 시작한 모금.

발독코 오라토리오 아이들이 아주 적은 돈을 비오 9세 교황께 보낸 후

받은 선물이 기쁨의 선물이 되었듯, 이들이 받은 기쁨의 선물은?

나눔과 연대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일화.

이정은 신부 살레시오회(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Page 33: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33

“함께 기도해 주세요!”김 소화데레사 : 안 베드로와 안 바오로에게 축복 내려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기숙생이 모금에 참여하느냐?’였다. 자기 것 챙기기

바쁘고 돈 천 원에 목숨을 걸며, 빌려 준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필코 받아내고야 마는 녀석들의 삶

을 머릿속에 그려 보자니 오히려 모금하자고 말한 나

의 의도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모여야지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기숙생

일동’이라는 이름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머리

를 이리저리 굴렸다. ‘물론 돈 액수가 뭐가 중요하겠

는가! 예수님께서도 부자의 헌금보다는 가난한 과부

가 낸 동전 두 닢이 더욱 값지다고 말씀하셨는데….’

라며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나름대로 위안을 해

보았지만 괜히 돈을 거두었다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

러지도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기숙사엔

천주교 신자가 아닌 기숙생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성

당을 돕자고 하는 말에 알게 모르게 반감을 품지 않

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기숙

생들에게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아는가, 기

적 아닌 기적이 일어나서 모금액이 많을지….

저녁말씀을 통한 소통

드디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말씀 시간이 되었

다. 기숙생들이 기숙사 거실에 전부 모이자 오전에

게시했던 신문기사를 게시판에서 떼어 내어 기숙생

들에게 보여 주면서 본당의 안타까운 소식과 위기를

극복하려는 본당 공동체의 노력을 소개해 주며 이렇

게 말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기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성당을 돕자는 의미보다는 어려움

에 처한 분들에게 용기가 되어 드리길 바

라고 또 우리의 마음을 모은다면

그분들이 다시 힘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위한 작은 성금을

모으려고 합니다. 물론 강제

로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원

하는 분들만 하겠습니다. 저녁말

씀이 끝난 다음에 게시판 뒤에 있는

성금 신청서에 이름과 금액을 작성하면 그 액수만큼

여러분 용돈에서 공제해 그 성당으로 송금하겠습니

다.”

그런 다음 다시 신문기사를 성금 신청서 위에 보

라는 듯이 붙여 놓았다. 신청서를 붙이고 다시 자리

로 돌아오는 동안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내

표정은 덤덤했겠지만 마음은 괜히 초조해지고 긴장

이 되었다. ‘녀석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

을까?’ 몇 걸음 되지 않는 나와 게시판까지의 거리를

오가는 동안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제발, 제발…. 열 명이라도…. 아니 다섯 명이라

도 좋으니 부디 신청서에 이름 적는 아이들이 있

길…. 사랑하는 아그들아! 제발 몇 명이라도 적어다

오….’

표정관리를 하며 마무리 인사로 “안녕히 주무십

시오. 그리고 모금 신청서를 쓰실 분들은 지금 바로

써 주세요.” 하며 저녁말씀을 끝냈다.

기대를 뛰어넘은 나눔 실천

저녁말씀을 끝내자마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

다. 갑자기 많은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더니 게시판

쪽으로 우르르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엔 별

생각 없이 침실로 들어가던 기숙생들도 분위기를 탔

는지 방향을 바꾸어 게시판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실제로 일어나

는 일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다시금 돌아온 아이

들은 모금 신청서에 먼저 쓰겠다며 볼펜 쟁탈전을 벌

였다.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했던 반응에 그냥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제일

많이 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아이들이

잠을 자러 들어간 사이 얼마가

모금되었는지 집계를 해 보았

더니 75만 원 정도였다. 7만

5000원인데 계산을 잘못했나

싶어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더

니 처음과 같은 금액이 나왔다. 처

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다섯 배 정도

Page 34: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Salesian Bulletin of Korea

돈 보스코의 마음으로 교육합시다

34 살레시오가족

“함께 기도해 주세요!”조 요세피나 : 조 안토니오가 합격하고 주님께서 보살펴 주시길 기도합니다.

더 모금되었다. 어떤 기숙생은 만 원 가까이 내면서 ‘제가 돈이 없어서 이

정도밖에 못 내겠어요. 죄송해요.’라고 적어 놓았다. 아이들도 이렇게 냈

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갑을 열어 보니 5만 원

권 한 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천 원 이하는 끊어서 기숙사 운영비로 넣

고, 지갑 안에서 있던 5만 원을 꺼내 기숙생들의 성금에 보태어 80만 원

을 만들었다.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는데 뿌듯한 마음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액수도 액수지만 기숙생들이 보여 준 정성과 나눔이 정말 대견했

다. 돈에 민감해하고 나눌 줄 모르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저녁

에 보여 준 모습을 통해 내 생각이 틀렸음을 멋지게 보여 준 것이다. 다음

날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기숙생 일동 명의로 본당 공동체를 위한 격려의

편지와 성금을 보냈다.

얼마 뒤에 본당 주임신부로부터 성금을 잘 받았다는 전화가 왔다. 시

간이 흐른 다음 성금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본당 신자들이 정성껏 마련한

포도즙을 택배로 받았다. 또 한참의 시간이 흘러 「가톨릭 신문」에서 아름

답게 재건한 성당 사진과 기사를 읽었다.

나눔과 연대를 통한 기쁨, 돈 보스코의 기쁨을 체험

가에타로 피난을 떠난 후 이런저런 어려움에 봉착한 교황 비오 9세를

위해 돈 보스코께서는 기숙생들의 마음을 모은 성금 33리라를 편지와 함

께 교황님께 보냈다. 돈 보스코의 기숙생들이 보낸 성금을 받은 교황님

은 무척 기뻐하셨고 아이들을 위한 장엄 강복과 함께 720개의 묵주를 답

례로 보내셨다. 이는 성금의 액수를 떠나 사도좌와의 연대와 일치를 위

한 일이었다. 가톨릭은 하나이고 마음으로 늘 함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거룩한 현존의 장을 마련한 일이었다.

돈 보스코께서 그때에 느끼셨을 그 기쁨을 우리 기숙생들을 통해 나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황과 결과가

돈 보스코 당시와 비슷했다. 성전을 재건하기엔 부족

한 성금이었지만, 아이들의 정성이 그 본당 공동체를

기쁘게 하였고 730개에 해당하는 묵주라는 답례 대

신 본당 공동체의 기도와 포도즙을 받았다.

그만큼 나누고 일치를 이루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나누

고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일인지 우리 기숙생들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아이들의 약점만 보았는데 아이들 안에 숨

겨진 훌륭한 내적 보물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썽꾸러기들이지만

그 안에 늘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열 수 있는

크나큰 기회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세상살이 하면서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너희

가 보여 주었던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잊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설립자 성 요한 보스코(1815~1888)발행처 살레시오회 한국관구발행인 양승국발행일 2014년 9월 1일(격월간)발행부수 11,800부편집처 돈보스코미디어편집인 서정관편 집 신태흥, 신민수, 정다와디자인 이홍편집자문위원

신현문, 전미숙, 황수연, 최인순주 소 우)150-860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65전 화 (02)828-3535FAX (02)828-3538E-mail [email protected]홈페이지 ibosco.net등록일자 1997. 8. 13등록번호 서울 마02669

The Salesian Bulletin of Korea

살레시오 가족이란살레시오회, 살레시오수녀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돈보스코재속회 등 돈보스코의 청소년 교육 사명을 수행하는수도·봉헌생활 단체들과 살레시오협력자회, 남·여 동문회 등 평신도 단체 그리고 이런 단체에 소속되지는 않았어도청소년을 사랑하며 돈 보스코와 같은교육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돈 보스코가 시작한 일을 돕는 모든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살레시오가족지는▶ 살레시오 가족을 하나로 묶는 일치의끈으로, 우리 시대의 종교·문화·사회적인 주제들을 돈 보스코의 교육적인 마음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주어지는 돈 보스코의 선물로 세계 56개 나라에서 29개 언어로 연간 1000만 부 이상 발행합니다.

▶ 돈 보스코의 정신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기다립니다.

후원계좌국민은행 758-01-0018-441예금주 살레시오가족

Page 35: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가을에 피는 꽃 코스모스를 기억한다. 바람에

살랑이며 큰 키를 자랑하면서 길가에 혹은 무더기 져

서 피어나던 코스모스가 가을 하늘에 참 잘 어울렸

다. 다양한 색도 하늘거리는 모습 속에서 빛을 더했

다. 그런데 올해 본 코스모스는 좀 달랐다. 천변에 피

어난 코스모스는 주인이 씨 뿌리며 가을을 수놓기를

희망했겠지만, 늦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자신

이 꽃피워야 할 시기를 잊은 듯 초여름에 만개하였

다. 그리고 가을에는 좀 발육이 더딘 몇 송이만이 꽃

을 피웠다. 그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며, 내가 알던 많

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보이는 꽃이니

쉽게 구분되지만,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은 드러나

지 않으니 어떻게 알까? 하지만 틀림없이 이 꽃처럼

우리가 살았던 십 대와 오늘의 십 대는 다르다.

토론회에서 청소년 정책을 논하던 아이들이

참정권을 주장하며 열일곱 살부터 선거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래도 열여덟 살이 낫지 않겠느냐고

하니까, 열일곱 살로 해야 열여덟 살부터 하게 된단

다. 아, 그러니까 청소년들은 알고 있었다. 어른들과

의 협상을 위해 한 살 아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을. 그들은 그것을 어디서 배웠을까?

그렇다. “다리 꼬지 마”라는 악동뮤지션의 노래처

럼, 우리는 때로 청소년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봐 줄 수 있어야 한다. 자존심 때문에 차

마 내려놓지 못하지만, 다리를 꼼으로 인해 오는 불

편함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참아 주면 그들 스스로 다리를 내려놓

고 앉아, 기다려 준 것에 대해 감사하리라는 것을 기

억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인내에 감사하다고 말하

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좀 기다려 주자. 우리도

그들처럼 청소년기를 지나왔고, 그들처럼 우리도 누

군가의 인내를 통해서 오늘을 이루었음을 기억하자.

어쩌면 코스모스가 가을에 꽃피어나야 한

다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코스모스는

자기가 피어나야 할 시기를 알고 결정하고, 스스로

꽃피워낸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주위 환경을 바꾸지

는 못한다. 코스모스는 자신이 꽃피우기 좋은 환경을

몸으로 알고 있고, 그 시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

낸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 스스

로,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이 꽃피워내야

할 시기를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그들 혼자서는 환

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환경은 우리 모두 함께 만

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청소년들을 위해 할 몫은 바

로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닐까?

돈 보스코께서 만드셨던 오라토리오의 환경. 그

환경 속에는 돈 보스코도, 교육자도, 아이들도 있었

다. 아니다. 그뿐이 아니다. 사회가 있었고, 가정이

있었고, 그들의 일터가 있었다. 오늘의 우리 사회 안

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문득 어깨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희망하자. 우리는 돈 보스코를

살아내고자 하는 이 땅의 살레시안이니까. 또한 우리

곁에는 우리와 함께 그들이 숨 쉬고 싶은 환경을 만

들어내고자 하는 청소년들이 있으니까.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시니까.

Salesian Bulletin of Korea

닫는 글

최주영 수녀 살레시오수녀회 관구장

가을에 꽃피울 줄 모르는코스모스 앞에서

Salesian Bulletin of Korea 35

Page 36: 살레시오가족지 128호, 2014. 9월호

돈 보스코 전기의 결정판

테레시오 보스코 지음 | 서정관 옮김 | 2만 5000원

돈 보스코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청소년의 친구요 스승이요 아버지로 선포한 성 요한 보스코(1815~1888)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

19세기 초 이탈리아 토리노 인근의 작은 촌락에서 태어나 극심한 가난과 사회적혼란 속에서 성장하면서 굳은 의지로 가톨릭 사제가 된 돈 보스코. 가장 가난하고버림받은 청소년을 돌보는 일에 투신한 그는 ‘오리토리오’라는 독창적인 청소년 복지 및 교육 환경을 창안했다. 나아가 이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필 수 있도록 남녀살레시오 수도회를 설립하였다.

이 책은 돈 보스코의 가장 정통한 전기작가로 평가받는 테레시오 보스코 신부의 역작을 번역한 것이다. “그는 ‘청소년의 친구요 스승이며 아버지’인 돈 보스코의 일생을 화려한 필치로 들려준다.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해 온전히 헌신한 삶의흥미로운 에피소드와 더불어 시대 역사적인 상황을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명해 재미는 물론이고 학문적인 입장에서도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2015년,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우리말로 소개되는 이 책이 청소년을 사랑하는 교육 현장의 선생님, 젊은이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려 애쓰는교리교사, 자녀교육에 우선적인 중요성을 두고 있는 학부모,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려 애쓰고 있는 젊은이, 희망의 꿈을 친구와 함께 나누는 청소년 모두에게 좋은길잡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돈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맞아살레시오 가족이 반드시 읽고 권해야 할 책

구입 문의 : (02)828-3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