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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정부 만들기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투명한 정부 2.0 프로젝트 팀 오라일리 외 지음 | 다니엘 래드롭로렐 루마 편저 CC KOREA 자원활동가 옮김 김재연•류한석•민은식•이근희•신하영•배수현•강현숙•박형원 Open Government

열린 정부 만들기 2장 팀 오라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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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정부 만들기. 오라일리 미디어 저. CCKOREA 활동가 역. 에이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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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열린 정부 만들기 2장 팀 오라일리

열린 정부 만들기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투명한 정부 2.0 프로젝트

팀 오라일리 외 지음 | 다니엘 래드롭•로렐 루마 편저

CC KOREA 자원활동가 옮김

김재연•류한석•민은식•이근희•신하영•배수현•강현숙•박형원

Open Government

무제-3 1 2013-04-08 오후 1: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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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Government: Collaboration, Transparency, and Participation in Practice

Edited by Daniel Lathrop, Laurel Ruma

ⓒ acorn publishing Co 2012.

Authorized Korean translation of the English edition of Open Government

ISBN 9780596804350, First Edition ⓒ 2010, O’Reilly Media, Inc.

This translation is published and sold by permission of O’Reilly Media, Inc.,

the owner of all rights to publish and sell the same.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대니홍 에이전시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 계약으로 에이콘출판(주)에 있습니다.

신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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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오라일리 외 지음 | 다니엘 래드롭•로렐 루마 편저

CC KOREA 자원활동가 옮김

김재연•류한석•민은식•이근희•신하영•배수현•강현숙•박형원

열린 정부 만들기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투명한 정부 2.0 프로젝트

Open Gover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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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쏟아진 찬사

‘열린정부운동’으로 인해 정부는 더 적극 반응하고 효율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책

은 열린 정부 실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의해, 또한 그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 크레이그 뉴마크(Craig Newmark),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 창업자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부2.0’ 운동에 누가, 어떻게, 왜 참여하는지

종합적으로 집약했다.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우리 각자의 능력과 직결되는 정부의 투

명성, 효율성, 참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다.

- 앤드류 호핀(Andrew Hoppin), 뉴욕 주 상원의원 겸 최고정보관리자(CIO)

오늘날 우리 세계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부분 이러한 새로

운 세계에 맞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 닫힌 정부에서 열린 정부로 변화하는 것은 빨라

진 변화의 속도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

게 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통찰력을 제공한다. 공공영역의 미래

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 윌리엄 에거스(William D. Eggers),

『사람을 달에 보낼 수 있다면- 정부와 정부2.0 분야에서 위대한 달성(If We Can Put a Man on the

Moon: Getting Big Things Done in Government and Government 2.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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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지식창조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정부혁신이 화두로 떠올랐다.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하고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정책의 품질, 투명성, 수용성을 제고

하는 ‘정부2.0’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시민의 정부참여를 활성화

하는 방안을 소개하는 이 책은 큰 변혁을 맞는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

한다.

-김진형, KAIST 교수/ (사)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대륙의 케냐에서도 ‘정부2.0’이라는 이

름의 열린 정부 운동이 적극적으로 펼쳐질 만큼 참여와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적

혁신 플랫폼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시기에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어

떻게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정부2.0’은 사회혁신

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국가적 혁신에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

을 열어준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융합의학과 교수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전자정부는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기존의 전자정부가 오랫동안 정부가 해오던 일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면, 미래의 전자정부는 정부가 꼭 필요한 일만 하게 하고 나머지는 시민사회의 힘을

빌릴 것이다. 이 책은 기존 전자정부를 넘어 앞으로 펼쳐질 열린 정부의 모델을 아주

실감나게 보여준다. 열린 정부를 지향하는 한국의 정부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

으로 기대된다.

-황종성, 서울시 정보화기획단 단장/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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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IT기술을 기반으로 투명성, 참여, 협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정부

2.0사업을 취임 이후 야심 차게 추진해온 오바마행정부의 수많은 성공과 실패, 시행

착오와 한계를 보여준다. 2012년 다음 정부를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

는 우리나라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픈소스운동이 행

정, 사회, 경제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개인정보 문제 등 열린 정부를 진행하는 과정

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송정희, KT 서비스이노베이션부문장/부사장

산업화 및 신자유주의 시기에 오로지 자본주의 성장의 관리자 역할에만 충실했던 정

부는 이제 빈부격차의 심화와 장기화로 집약되는 시장의 실패와 민주주의의 위기

라는 두 겹의 모순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책은 성장을 이끌어 가는

‘1%’만이 아니라 SNS를 통해 분출하고 있는 ‘99%’의 목소리와 소통하고 협업할 줄

아는 새로운 형태의 ‘열린 정부’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상상케 하는 경험과 비

전을 담고 있다.

-한종호, nhn 대외협력정책실 이사

정부는 사회의 자원을 분배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종의 운영체제OS라고 할 수 있

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 속에 이 OS는 맥 없이 먹통이 되어 가는 느낌

이다. 이 책은 정부라는 이 낡고도 거대한 메인프레임 OS를 스마트하게 분산된 현대

적 플랫폼으로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 깊은 통찰과 구체적인 방법을 전해준

다. 한 편 한 편에 힘이 담겨 있다. 역시 글은 현장의 힘에서 나오는 법이다.

-김국현, 평론가/만화가/『웹 이후의 세계』, 『웹2.0 경제학』 저자/소셜 큐레이션 플랫폼 editoy.com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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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오픈 거버먼트Open Government, 즉 열린 정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한 정

부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모습이다. 정부와 국민의 활발

하고 효율적인 소통, 정보의 공개와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투명한 정부는 민주주의

의 본질적 요소로서 한 국가의 민주화 정도를 결정짓는 핵심적 이념이고 지금까지 줄

곧 추구되어온 정책 목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열린 정부를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다

시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생뚱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 열린 정부의 이념적, 정책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과연 얼마만큼 실

제로 실현되고 있는지 고민해 본다면 이를 다시 강조한다고 해서 별 의미 없는 구호

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국가의 규모와 역할이 커질수록, 행정이 복잡해지고 전문화

될수록 국민의 참여는 점점 형식적이 되고 주권자인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나 수동적

인 공공서비스의 수용자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결코 과장이 아니기 때문이

다. 또한 행정의 편의성이나 보안 유지,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빌미로 한 공공정보

의 폐쇄적 관리와 비공개 정책은 정부의 투명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음을 부

인할 수 없다.

따라서 열린 정부의 실현을 고민하고 이를 강조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

며 계속 그 실천을 고민해야 할 국가적 아젠다이다. 최근 열린 정부가 새삼스럽게 다

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단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정부가 출범 전부터 열린 정부를 국정의 최우선 목표

로 삼아 추진했던 것도 후퇴한 민주주의와 정부투명성의 회복이 요구되었기 때문이

기도 하지만, 더 큰 계기가 된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이라는 개방적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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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워크가 민간분야에서 이룩한 혁신에서 본격적인 열린 정부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일대일, 일대다, 다대다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일방적 정

보전달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바뀌고 그 거래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져 거의 모든 국민

의 접근이 가능해진 혁신, 특별한 설비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공통의 목

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도구와 채널의 대중화라는 혁신, 그리고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정보생산 및 기존의 정보를 기초로 한 새로운 가치창출

의 확대라는 혁신은 그 동안 열린 정부의 실현에 장애가 되어온 여러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이 단지 기술적 진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참여,

개방, 공유로 상징되는 웹2.0이라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변화를 가져왔듯이, 공

공분야에서도 웹2.0 기술과 협업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국민의 참여와 행

정의 공개, 정보의 공유라는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정부2.0Government 2.0

은 열린 정부를 위한 모든 혁신을 의미한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서의 웹이 플랫

폼이 되어 그 위에서 공개된 정보와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했

던 것처럼 정부2.0을 추구하는 열린 정부는 국민들이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재료와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정부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열린 정부는 전통적인 민주주주의 실현뿐만 아니라 공공분야의 혁신을 위한 근본적

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열린 정부 만들기』는 그와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

는 이론가와 실무가들의 제안과 실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웹2.0 뿐만

아니라 정부2.0의 주창자이기도 한 팀 오라일리를 비롯해 실제 연방정부에서 관련업

무를 담당하고 있는 웹2.0 전문가, 선라이트재단과 같은 비영리재단의 종사자 등 열

린 정부의 가치와 역할을 확신하는 저자들의 통찰력 있는 비전과 실천적인 전략은 열

린 정부의 이해와 그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동안 CC Korea의 자원활동가

들을 중심으로 정부2.0과 열린 정부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모인 정부2.0 그룹은 메

일링리스트와 블로그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호주정부에서 만든 가장 모범적

인 정부2.0 보고서를 번역해 책으로 출간하고 온라인에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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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공무원에게 보내는 캠페인을 전개해 열린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과 지

지를 표한 바 있다. 이 책 역시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서 자원활동가들의 힘으로

번역된 책이다.

열린 정부가 갖는 가장 근본적인 함의는 국민과 정부의 신뢰다. 가장 민주적인

국가와 최고의 효율적인 행정은 국민과 정부의 상호신뢰와 기여에서 나온다. 이 책도

그와 같은 신뢰에 바탕을 둔 작지만 의미 있는 기여라고 믿는다. 각자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어려운 번역작업을 마친 6인의 역자들뿐만 아니라 기획단계부

터 마무리까지 모든 작업을 조율한 CC KOREA의 강현숙 실장, 에이콘출판사의 김희

정 부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면서 2012년이 열린 정

부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종수

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 CC KOREA Project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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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정부가 직면하는 도전의 복잡성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기후

변화, 에너지부족, 빈곤, 인구학적 변이, 보안 이슈로 인해 정치 사회의 항상성이 위협

받고 있으며, 이에 정부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도입,

시험한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전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아직도 산업시대의

사고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오늘날 정부의 성장이 산업시대와 밀접하게 연관되

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시대의 경제는 도로, 하수시설, 전화, 철도, 군대를 필요로 했

다. 도로와 같은 사회 인프라를 갖추면서 정부의 세입은 증가했고, 증가된 세입을 관

리하고 확장된 정부운영을 하기 위해 행정처리프로세스 및 명령체계를 정비하고 전

문가를 기용했다. 정부는 기존 사례, 급여체계, 프로세스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직급체

계, 재무시스템, 감사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렇게 구축된 정부의 관료체계는 정보의 흐름이 수직으로만 이루어지고

부서간 공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정보공유의

문제를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구축을 통해 해소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지난 40여 년

간 정부는 컴퓨터를 업무에 도입해 왔다. 그 결과 기존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에 의

해 관리되게 되었다. 그러나 거추장스러운 메인프레임은 기존 업무방식을 변화시키

지 못했고, 업무계획수립과 운영, 통제는 더 어려워졌다. 또한 정보통신 전문가가 최

선을 다했음에도 정부기관의 데이터 불일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보공유 문제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권위는

네트워크의 힘에 더 의존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정부가 속한 네트워크가 정부에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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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영향도 훨씬 커졌다. 이런 사유로 정부는 서비스를 간편화하거나 국제적인 이

슈를 해소하는 경우에도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게 됐다. 오늘날 다국적 기

업이 아이디어와 자원을 고객, 연구기관, 공급업체, 정부로부터 구하는 것과 같이 정

부도 더 효율적이고 유용한 정부가 되기 위해 다양한 참여자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구하고 이를 통합하여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져온 ‘전자정부e-government’의 첫 물결은 시민이 정부의 정보와 서

비스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중요한 결과를 낳았다. 물론 1세대 전자정부의 계획 중

기존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거나 단순히 온라인화하는 것과 같은 불필요한 시도도

있긴 했다.

정부 업무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2세대 전자정부에서였다. 공공영역에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부가 시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시

민을 참여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2세대 전자정부에서

는 정부 스스로 변혁과정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변화가 이

뤄졌다. 물론 변화의 과정은 즐거움인 동시에 고통스럽다. 그러나 아무런 시도도 하

지 않는다면 참여하는 정부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뿐이다.

진정 기쁜 것은 전 세계적으로 2세대 전자정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다. 변화가 일어나는 정부에서는 지식, 정보, 능력, 에너지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되

고 있다. 이런 소통은 정부 안팎에서, 또한 안팎 사이의 공조를 통해서 이뤄진다. 또

한 정부의 힘을 사적인 영역 및 시민사회까지 확산시켜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열린 정부’라는 새로운 형

태의 공공 조직이 출현하고 있다. ‘열린 정부’는 개방을 통해 시민과 협업을 이루고,

기존에 폐쇄적으로 관리하던 자원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직을 통합된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열린 정부는 급진적인 형

태로만 비춰지기 십상이다. 이것은 마치 중세시대의 공주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와서, 오늘날 정부의 통치형태를 보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의 도입에 의해 정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터넷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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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는 위정자에 의해 그 성격이 규정됐다. 즉, 누구에 의해 지배되느냐에 따라

‘강력한 정부’를 지향하기도 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 두 가지 성향을 동시에 갖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정부 프로세스에 인터넷을 도입

함으로써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는 개인 및 사회 전반과의 밀접한 관계가 가

능해졌다. 이는 여타 사회조직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부의 프로세스를 개

방하고, 이 프로세스에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열린

정부로 진화하기 위해 정부는 자원제공, 규범마련, 토론중재의 역할을 수행했으나, 진

정 변화를 이뤄낸 주체는 시민과 사적 영역이었다.

이 모든 변화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에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공직자 중 6만 여명이 은퇴할 것이며, 이로

인한 인적 자원의 유출은 심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부의 정년퇴임 예정 인력은

전체의 20퍼센트 가량이며, 대부분이 전문성을 보유한 주요 인력이어서 대체가 어려

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젊은 세대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

다. 정부기관에선 새로운 사고를 가진 인재를 등용하고자 하나, 신세대의 직업선호도

에 있어 공무원은 낮은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의 관리자들은 위와 같은 전망으로 인해 조바심을 내지만, 이런 예측이

반드시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전환하여 인력채용 측면보다 혁신을 이

루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펼쳐질 세계에서는 재정 및 인구학적 측

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선을 다해야하기 때문이다.

돈 탭스콧(Don Tapscott)

『위키노믹스(Wikinomics)』와 『디지털 네이티브(Grown Up Digital)』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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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KOREA 자원활동가

CC KOREA는 공유의 가치를 믿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보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입니다. 국내 정부2.0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CC자원활동가들

이 함께 보여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CC KOREA 홈페이지 http://www.cckorea.org, 트위터 @cckorea

번역을 맡은 이들

● 김재연 @visiondesigner: 블로터닷넷의 필진으로 비전 디자이너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

고 있으며, 쓴 책으로는 『소셜웹이다』와 『소셜웹 혁명』이 있다.

● 류한석 @hahnr: EBS Radio 방송작가/TEDxSeoul Founder & Organizer

● 민은식 @coinlocker: UX 컨설팅 회사 씽크유저에서 사람들을 재미있고 즐겁게 만드

는 일을 하고 있음. 『웹 폼 디자인』 공역

● 이근희 @gunninara: 연세대학교 정보통신.미디어 산업/정책 박사과정에 있으며, LG

CNS 엔트루컨설팅에서 모바일전문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 신하영 @stella0593: 숙명여대 교육학 박사과정/전 숙명여대 OER 네트워크 SNOW

2.0 연구원

● 배수현 @dreamdrawing: 전문 번역사. 현재는 다우존스 통신 한국 지사 번역사로 일하

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오늘 어디갈까』의 영문판 번역.

옮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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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맡은 이들

● 강현숙 @hskang: 국내 포탈 다음에서 근무를 했으며 현재는 CC KOREA 사무국에

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 박형원 @dalcrose: CC KOREA에서 활동을 하면서 디지털 기술에 따른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변화를 이해하고 참여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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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참여, 협업은 ‘정부2.0’, ‘열린 정부’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이런

말들에 부정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그런 말들에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며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다.

이런 단어들은 이 책 번역을 맡은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자원활동가들에게도 매우 친숙했다. 크리에티브커먼즈 코리아는 자원활동가들

의 참여와 협업이 중심이 되어 풍부한 콘텐츠 생산과 향유를 위해 개방적 저작권 문

화운동, 콘텐츠 나눔 등을 실천하는 단체다. 게다가 정부2.0이나 열린 정부는 공공

정보의 공유와 개방이라는 점에서 크리에이티브커먼즈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익숙하지만 어려운 주제인 ‘투명성, 참여, 협업’과 ‘열린 정부, 정부2.0’을 고민하

면서 이 책의 번역은 시작됐다. IT를 중심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자원활동

가들은 각자 위키피디어를 통해 미국과 정부조직, 시민단체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한

줄 한 줄 번역을 시작했고, 구글그룹스로 의견을 나누고, 주말이면 한데 모여 주요 의

제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의 번역을 손봐줬다.

우리는 그렇게 참여하고, 협업하면서 이 책을 번역해 나갔다. 멀게만 느껴졌던

열린 정부, 정부2.0이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작지만 소중한 협업으로 그 의미와 방법

론이 조금이나마 실천되었다고 믿는다.

간접적인 통치를 뜻하는 대의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어렵

다는 현실적 제한과 소수의 전문가가 우매한 대중보다 낫다는 믿음에 근거해 작동한

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집단지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시민들이 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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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면에서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이상향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멋진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열의, 공론

화, 사회적 협의를 기반으로 여러 개방적 도구들을 이용한 참여와 협업 그리고 이런

시도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 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까지 달려야 열린 정부가 이루어지는지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열린 정부’를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다방

면에서 충실히 다룬다. 기존에 시도한 갖가지 사례들을 함께 다루므로 막연했던 생각

들이 좀 더 명쾌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당장 할 수 있거나 마음 속에서 자연스럽

게 끌리는 일이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열린 정부’는 시작된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열린 정부 만들기』 번역팀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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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열린 정부’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시민이 정부자료와 행정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를 ‘열린 정부’라 한다. 이런 ‘열린 정부’ 사상은 계몽주의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

으며, 오늘날 민주국가는 ‘시민에 의한 정부 감시 및 참여’의 원칙을 사실상 받아들이

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독립선언서와 헌법에 시민의 참여권에 대한 내용을 명

기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 정부’의 의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중이며, 최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운동’ 역시 변화의 동인 중 하나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이란

일반사용자에게 ‘소프트웨어 소스변경’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 운동의 개념을 정부에

채용함으로써 시민의 행정업무 참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민의

정보 접근권뿐 아니라 행정업무 참여권까지 부여했다. ‘열린 정부’는 시민의 참여 외

에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과 업무가 이뤄지는 정부를 뜻한다. 이런 원활한 정

보공유를 통해 정부의 업무효율성과 투명성이 증가할 것이다.

이 책의 부제인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투명한 정부2.0 프로젝트’는 오바마대통

령의 ‘투명성과 열린 정부’ 실무명령 내용을 차용해 붙여졌다. 이 선언에서 오바마대

통령은 미국정부가 ‘투명하고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협업시스템 구축’을 공언했다

(부록 참조).

이러한 오바마대통령의 선언은 ‘열린 정부’ 측면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다. 물론

온라인도구를 활용한 대중의 정부활동 참여는 인터넷초기부터 있었다. 그러나 후보

시절부터 지지자들이 온라인도구를 활용해서 선거구호 및 전략수립에 참여하는 방식

을 적극 수용했던 오바마대통령은 ‘열린 정부’를 강력히 지지했으며, 이는 ‘정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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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웹이 소매업, 부동산업, 미디어산업, 심지어 제조업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 것

처럼, ‘정부2.0’은 정부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시민과 공

무원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정부2.0’은 단순히 투표방식을 온라인으로 변

경하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시민이 참관자에서 참여자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은 정부를 지켜보는 존재에서 나아가 정부의 일에 참여하는 존재로 발전하

게 된다.

샌프란시스코는 ‘정부2.0’의 좋은 사례다. 샌프란시스코는 서비스 중인 311개

시스템의 정보를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배포

한다(http://apps.sfgov.org/Open311API). 이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개발자는 새로운 소프

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원항목을

공유하거나 도로가 훼손된 곳을 신고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로써 정보 생성과 공

유를 통해 정부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2.0’은 시민과 정부간의 경계

를 허문다. 이에 따라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시민도 정부의 행정처리과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급진적이긴 하나 ‘정부2.0’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

한 ‘정부2.0’을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 내부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위

한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기간별 업무처리방식을 벗어

나 정부기간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업무방식이 검토되는 중이다. 또한 상명하달의

의사결정체계가 아닌 실무진의 의견이 상부로 전달되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시도 중

이다.

이 책은 ‘정부2.0’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모으기 위해 기획됐다. 이를 위해 ‘정부

2.0’시대의 시민과 정부 간의 균형, 그리고 균형을 달성하는 방식과 수반되는 변화에

대한 정부 안팎의 미래학자, 사상가, 전문가의 시각을 소개한다.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29 2012-02-21 오후 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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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구성

1장. 개발자 평화봉사단 매튜 버튼은 외부 전문가의 정부 참여를 통해 그들의 전문

지식을 행정업무에 내재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연방정부 아웃소싱 담당이자,

웹2.0 전문가인 매튜 버튼은 해고를 각오하고 ‘뜨거운 감자’인 정부의 아웃소

싱 문제를 공개했다.

2장. 플랫폼으로서 정부 팀 오라일리는 웹이 보유한 개방성을 정부와 시민 관계 재

정립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정부혁신을 위한 모델로 팀 오라일리는 개

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채택했다.

3장. 시민에 의한 정부 칼 말라무드가 정부개혁의 제3의 물결을 소개한다. 그 변화

의 물결은 인터넷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금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4장. 단일 장애포인트 2009년 출간된 베스 시몬 노벡의 『위키정부: 기술은 어떻게

정부를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시민에게 권력을 분할할 수 있는가Wiki

Government: How Technology Can Make Government Better, Democracy Stronger, and Citizens

More Powerful』에서 발췌한 것으로 ‘의사결정의 닫힌 모델과 개방적 심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5장. 좋은 정부 만들기 하워드 디어킹은 소프트웨어 디자인 패턴을 정부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를 위해 디어킹은 블로브 및 안티패턴, 정부와 시민 간의

응집도를 높이는 방안을 이야기한다.

6장. 시민참여를 위한 혁신 데이비드 로빈슨, 할렌 유, 에드워드 펠튼은 대량의 정부

데이터를 시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정부 참여를 활성화하는 사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7장. 온라인심의와 시민지성 더글러스 슐러는 표준회의규칙에 근거한 온라인토론과

의사결정모델을 제안한다. 더불어 우리가 당면한 수많은 이슈를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심의할 수 있을만큼 우리가 충분히 스마트하고 빠른지 묻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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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열린 정부와 열린 사회 아콘 펑과 데이비드 웨일은 투명성이 정부뿐 아니라 사

회 전방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장. “내가 바로 눈과 귀가 될 수 있다” 미카 시프리는 오바마정부의 열린 정부 공약

을 살펴보고 열린 정부를 오픈소스 기술과 웹2.0의 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개념

으로 분류한다.

10장. 양방향 소통: 국민과 함께 하는 정부 마크 드라퍼는 공무원이 변화를 이룰 수 있

도록 열린 정부 옹호자들이 외부에서 압력을 행사해야 할 이유와 방법을 제시

한다.

11장. 열린 정부에 대한 시민의 관점 브라이언 라이시는 일반시민이 열린 정부 시대에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점을 서술한다. 또한 정부2.0 전도사

는 변화를 통해 유용한 결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12장. 붕괴 이후: 열린 사회와 공공업무의 미래 데이비드 이브스는 열린 정부와 행정업

무를 살펴보고, 정부에서 행해지고 있는 열린 정부 관련실험과 돌이킬 수 없는

기술의 변화를 옹호한다.

13장. 모든 것의 민주주의 사라 샤흐트는 ‘시민이 정부활동 전반에 참여하기 위해 무

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정책결정자와 일반시민 간의 정치

적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14장. 창발적 민주주의 찰스 암스트롱은 탑다운 방식이 아닌 시민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새로운 버텀업 형태의 디지털민주제를 소개한다. 암스트롱은 또한 새

로운 디지털민주주의가 기업 및 민간영역에서 이미 출현하고 있으며, 정부 도

입 이전에 필연적으로 민간영역에서 먼저 적용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15장. 사례 연구: 트윗콩그레스 윈 네더랜드와 크리스 맥크로스키는 트윗콩그레스가

성공하는 과정을, 트위터를 활용하는 의원 수 증가와 연관하여 소개하고 새로

운 생태계에서의 웹을 활용한 정치참여의 역할에 대해 상술한다.

16장. 창조적 도발: 미국 공화당의 소셜미디어 사용기 닉 쉐이퍼는 의회를 장악한 민주

당을 앞지르기 위해 공화당이 취한 소셜미디어 전략을 소개한다. 미국 최고의

의사소통 전문가인 쉐이퍼는 자신이 활용한 전략을 소개하며 일반인이 소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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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를 활용해 시민과 소통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17장. 워싱턴 황금률의 종말 엘런 밀러는 정부의 투명성이 황금을 가진 자가 정책을

좌우하는 기존 질서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18장. 사례연구: GovTrack.us 조슈아 토버러는 미의회의 법안 심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GovTrack.us 사이트의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19장. 사례연구: FollowTheMoney.org 에드윈 벤더는 온라인을 활용한 정치인 및 정

당의 자금추적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통해 벤더는 정치후

원금의 투명성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제시한다.

20장. 사례연구: MAPLight.org 다니엘 뉴먼은 웹사이트에 개방형 웹표준을 적용하는

방법과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돈과 권력, 정치 간의 관계를 밝혀내는 일을 살

펴본다.

21장. OpenSecrets.org가 전면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한 이유 실라 크럼홀츠는 책임정

치센터CRP,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가 정부의 부패 관련정보를 대중에게 공개

하고 정부2.0 운동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유를 들려준다.

22장. 정부의 데이터는 국민의 것이다 제리 브리토는 해커를 범죄자가 아니라 정부의

데이터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우수한 프로그래머로 정의한다.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대중이 활용하도록 정보를 개방하는 것은 해커와 같은 기

술자의 몫이 될 것이다.

23장. 사례연구: Many-Eyes.com 페르난다 비에가스와 마틴 워텐버그는 IBM의 온

라인 시각화도구인 매니아이즈가 정부를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두 천재적인 과학자는 텍스트를 데이터로 다루자는

앞선 통찰을 제시한다.

24장. 우리 데이터로는 그런 것을 알 수 없습니다 빌 앨리슨은 정부데이터수집의 문제

점을 살펴본다. 그리고 기자와 선라이트재단의 열린 정부 지지자 인터뷰를 통

해 정부데이터를 시민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5장. 투명성이 필요할 때 아론 슈왈츠는 정부감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

면서, 효율적인 감시를 위해선 정부의 투명성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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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친다.

26장. 거꾸로 보는 투명성 팀 코엘케벡은 정부 내의 작은 정부인 연방정부로부터 투

명성이 시작되어야 하는 필요에 대해 논한다.

27장. 정부에 웹2.0 혁명을 게리 배스와 션 몰튼은 열린 정부 확산과 관련하여 오바

마행정부가 당면한 걸림돌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혁신을 이루는 방식

에 대한 워싱턴 지도층의 시각 또한 제시한다.

28장. 정부데이터공개로 가는 길의 장애물 빌 슈리어는 시애틀의 최고정보관리자로서

열린 정부 개혁을 주도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개혁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장애물을 살펴본다.

29장. 열린 정부: 개인정보 보호책임 제프 조나스와 짐 하퍼는 열린 정부의 개인정보

이슈와 이에 대처하는 해결책에 초점을 맞춘다.

30장. 정보자유법: 이상과 현실 브랜트 휴스톤은 정보자유법과 그와 유사한 법률의

역사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제시한다.

31장. 정부→매체→국민 댄 길모어는 인터넷에 의해 촉발된 열린 정부 시대에 정부,

언론, 시민 간의 관계의 이슈를 꼼꼼히 다룬다.

32장. 열린 정부를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카를로 다파라와 지저스 곤잘레스-바라

호나는 열린 정부 실현을 위해 오픈소스 도입이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오픈소스가 사회 및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33장. 정부는 개방형 디지털표준으로 마르코 피오레티는 특정업체의 기술에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방형표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4장. 사례연구: Utah.gov 데이비드 플레처는 미국에서 가장 투명한 주정부인 유타 주

의 전자정부 사례를 과거에서 미래까지 살펴본다. 현재도 플레처는 유타 주의

최고정보관리자로서 열린 정부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부록. 투명성과 열린 정부에 대한 오바마대통령의 실무명령 부록에는 오바마대통령의

실무명령 전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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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49

플랫폼으로서 정부

|2장|

팀 오라일리(Tim O’Reilly) 세계적인 컴퓨터 서적 출판사 오라일리 미디어의 설립자이자

CEO다. FOO(Friends Of O’Reilly)캠프, 웹2.0서밋, 웹2.0엑스포, 오라일리 오픈소스 컨벤

션, 정부2.0서밋, 정부2.0엑스포 등 많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그의 블로그 오라일리 레

이더는 IT업계의 혁신을 이끄는 ‘알파긱(alpha geek)’들의 동향을 주시하며, IT커뮤니티

의 담론을 이끈다. 오라일리의 장기적 비전은 그의 회사가 업계에서 혁신을 이끄는 이들

의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오라일리 미디어에 이어

온라인 책 대여점 사파리 북 온라인, 벤처기업 오라일리 알파테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15년간 월드와이드웹WWW은 인류의 집단적 창의력을 극대화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를 재편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다. 웹은 낡은 경제의

소프트웨어와 미디어를 몰아내고 웹2.0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의 거대한 힘을 세상

앞에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웹2.0은 구글, 아마존, 이베이, 크레이그스리스트(온라인 벼

룩시장),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의 공통분모를 통

칭하는 표현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 참여자들이 직접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틀

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 세대는 웹과 함께 자라났다. 이들은 웹을 통해 배운 협동과 창의성을 현재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적극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공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문제는 늘어만 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정부 역시 점차 웹2.0이 가진 협력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선거용 전시행정이 아

니라, 업무에 실제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

이 바로 정부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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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50

정부2.0은 도대체 무엇인가?

‘웹2.0Web 2.0’이라는 말처럼 ‘정부2.0Government 2.0’ 역시 카멜레온 같은 말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누구나 제가 원하는 맥락 안에서 어떻게

든 갖다 붙여 쓸 수 있다.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 또는 정부데이터를 API

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구현하는 것, 또는 위키, 클라우드소싱, 모바일, 매시

업, 개발자 컨테스트와 같은 웹2.0 세계의 레퍼토리를 고스란히 정부영역에 적용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들 중 어떤 것도 핵심을 관통하고 있지는 않

다. 웹2.0은 단순히 기존 웹의 새로운 버전이란 의미가 아니다. 2000년 닷컴버블 이

후 찾아온 새로운 르네상스를 의미한다. 웹2.0이란 웹이 가진 애초의 자연스런 본질

이 드디어 발현하는 현상을 표현하는 말로 보는 편이 더욱 정확하다. 마찬가지로 ‘정

부2.0’ 역시 새로운 버전의 정부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부를 처음 세울 때처럼 정부의 기능을 재발견하고 재구

상하는 것이다.

이 ‘재구상’ 부분에서 명확해지는 지점은 바로 정부란 근본적으로 집단행동 메커

니즘 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부라는 형태로 사람들이 모여서 법을 만들고, 세

금을 내고, 정부 내에서 기관과 단체를 만들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들을 해

결한다. 이렇게 정부가 내놓는 해결책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2.0은 웹2.0이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인터넷을 통한 협력의 방

법론을, 정부가 당면하는 시차원, 주차원, 국가차원, 초국가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큰 희망이다. 우리가 웹2.0을 통해 인터넷에서 맛본 협력과 협동의 기술

이 미국 건국 시조 토머스 제퍼슨이 꿈꿨던 참여정부participatory government를 실질적

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제퍼슨이 조셉 캐벨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

‘1년에 딱 한 번 투표 때만이 아니라 정부의 일에 늘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는 적극

적인 시민’이 바로 정부2.0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대통령 역시 “시민이 정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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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51

고안해 내고, 워싱턴에서 일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투명

성을 보장하고, 지금껏 닫혀있던 연방정부의 문을 활짝 열기 위해 가능한 모든 기술

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1

그의 말처럼 국민이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투명성

을 보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야심 찬 목표다. 워싱턴에서 정무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목표는 그렇게 요원하지 않다.

플랫폼으로서정부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시민이 시민을 위해 생산한 정보가 국가와 경제의 혈관

을 흐르는 피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정보들을 국가적 자산으로 다루어야 할 의

무가 있다. 인류 역사상 시민들이 지금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적은 없다. 지역사

회와 국제사회 전반을 통틀어 시민이 지금처럼 높은 기술과 자원을 가졌던 적도 없

다. 지금 같은 열정을 가졌던 적도 없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는 시민이 원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시민은 정부의 업무혁신의 불길을 댕긴다. 플

랫폼으로서 정부는 운동을 직접 주도하는 역할이 아니라, 일이 자연스레 혁신이 발생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기존의 정부 모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의 정부의 모습은 도날드 케

틀이 이야기한 ‘자판기 정부’를 떠오르게 한다.2 기존 정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자판기를 대할 때와 비슷하다. 지불하는 세금의 대가로 정부의 서비스를 기대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이 기대와 다를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참

여’는 자판기를 흔드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항의방법이 없다. 집단행동이 집단불평으로

1 『건국자들의 헌법(The Founders’ Constitution)』, Chapter 4, Document 34 (http://press-pubs.uchicago.edu/

founders/documents/v1ch4s34.html).

2 『미국의 다음 정부: 우리 제도는 왜 고장났는가?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The Next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Why Our Institutions Fail Us and How to Fix Them)』, Donald Kettl, W. W. Norton & Company,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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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52

표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케틀이 ‘자판기 정부’라는 비유를 든 것은 이런 맥락이 아니라,

반복적 특성을 가진 정부의 업무와,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구분하기 위한 다른 맥락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 표현을 빌려온 것은 사실이다.)

정부를 자판기가 아니라 시장의 파수꾼으로 본다면 어떨까? 『성당과 시장』이라

는 책에서 에릭 레이몬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협력적 개발모델을 기존 소프트

웨어 개발관행과 비교하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비유한다.3 이 비유는 정

부2.0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자판기모델에서는 토해낼 수 있는 물건의 가짓수

가 미리 정해져 있고, 그 자판기에 내용물을 채워 넣는 납품업체의 수 역시 정해져 있

다. 결국 사용자의 선택폭은 줄어들고 가격은 높아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와 반

대로 집단이 스스로, 또 유기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한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동등한 것은 아니다. 일부 시장에서는 뒤끝이 개운치 못한

거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자판기보다 나을 게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일 품목

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많은 상인들이 건강하게 경쟁하며 참여하는 활기찬 대다수

의 시장에서는 수준 높은 품질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번성하는 시장의 모델을 기술계로 옮겨놓으면 성공한 플랫폼이 된다. 컴퓨터 산

업의 역사를 돌이켜 보자. 각각의 시대를 열어젖힌 혁신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제각

기 전체 생태계 안에서 제 몫을 하며 참여할 수 있는 틀과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다.

PC역시 그런 플랫폼 중 하나다. WWW도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의 원리는 최근 애플

아이폰의 성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다른 휴대전화 생산자들이 조심스레 선정

한 하청업자들과 몇 안 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동안, 애플은 실질

적으로 누구나 앱을 만들고 올릴 수 있는 멍석을 깔았다. 이것이 바로 1년 반 만에 10

만 개의 앱을 잉태하고, 지금도 매주 3,000개의 앱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신화의 배경

이 되었다.4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정부2.0에 대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어떻게 하면 정부를

열린 플랫폼으로 만들어 정부 안팎의 사람들이 스스로 혁신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3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 the Bazaar)』, Eric Raymond, O’Reilly, 1999.

4 http://radar.oreilly.com/2009/07/itunes-app-store-incubation-period-increas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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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53

가? 결과물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결정되기보다는, 정부와 시민이 상호작용하는 과

정에서 계속 발전하고 진화해 나가는 시스템, 사용자의 자가조직적 커뮤니티의 활동

을 촉진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정부의 기술관련 프로젝트과 연관을 갖는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

에 1차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정부를 플랫폼으로 보는 접근방식은 정부가 하는 일이

라면 어디에나 적용가능하다. 1956년 연방고속도로법은 이러한 플랫폼 사고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http://en.wikipedia.org/wiki/Federal_Aid_Highway_Act_of_1956). 이 엄청난

시설투자가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효과는 매우 컸다. 정부가 한 일은 도로를 트고 길

을 닦음으로써 도시와 도시를 연결한 것이었을 뿐, 공장과 농장과 여타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직접 통제한 것은 아니었다. 민간부문이 정부가 깔아놓은 도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효율을 높였을 뿐이다. 결국 도로는 시민을 위한 것이었다. 정부

는 닦은 길에 대해 정책을 수립하고, 주간州間 경제교류를 조율하고, 도로를 파괴하는

무거운 차량에 대해 부과세를 매기고, 구간별로 최고속도를 설정하고, 터널과 다리에

안전규정을 설정하는 등 플랫폼 제공자, 다시 말해 멍석을 까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이젠 시시하게 들리지만, 1990년대 우리가 인터넷을 지칭한 표현으로 ‘정보고

속도로’라는 비유는 사실 꽤 잘 들어맞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처럼 도로 역

시 국가간, 행정구역간, 또 주와 주, 마을과 마을 사이를 구성하는 모든 크고 작은 단

위 네트워크를 별도의 요금 없이 잇는 무료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것이다. 길에 적

용되는 이 같은 규칙은 국내 어디에서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으로, 국가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개 땅 주인도 미개척지에 길을 닦아 연결하면 즉각 네트워크에 편입이

가능하다.

통신, 날씨, 위치추적 등을 목적으로 한 위성을 쏘는 데에도 이와 비슷한 플랫폼

의 논리가 적용된다. 운전할 때 목적지까지 길을 찾아주는 GPS를 사용한다고 해보자.

이때 사용자는 정부가 깔아놓은 위성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민간이 투자하고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인터넷이 되었든 TV가 되었든 날씨를 체크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마찬가지로 국가의 날씨서비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민간이 TV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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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54

터넷 등을 통해 재가공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민간영역은 우주 관련 사업

에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으로서 정부는 민간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

설 수 있는 길을 여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제공자나 애플리케이션 제공자로서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역

할이 분명하지 않은 분야도 있다. 보건산업이 대표적인 분야다. 보건분야에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민간이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일까? 답

은 결과물 안에 있다. 민간영역이 국가차원에서 건강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정부가 굳이 개입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 설치한 고속도로

로 인해 전국규모의 교통인프라 수준이 높아진 것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보건산업 참

여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정부가 민간영역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점, 그 대신 인프라에 투자하고 길을 운영

하는 규칙의 제정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민간 참여의 결실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플랫폼은 늘 선택지를 필요로 하기에, 선택지는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점

검해야 한다. 적응력을 잃은 플랫폼은 힘을 잃는다. 미국정부의 도로건설은 미국에

자동차문화와 교외 문화권의 활성화를 가져왔고, 이는 철도문화의 퇴보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재고해야 하는 것은 도로라는 플랫폼이 ‘미국의 사방팔

방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문화’와 ‘화석연료의 지나친 남용’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

다는 점이다. 한 때 커다란 긍정적 효과만 가져오는 것으로 보였던 플랫폼이 훗날 발

목을 잡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치안, 소방, 청소와 같은 서비스는 도시라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근간

을 이룬다. 컴퓨터 OS와 마찬가지다. 물론 IT에서 말하는 플랫폼에서 이와는 반대방

향의 조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보안과 같은 시스템의 중요한 기능을 제3의

민간업체가 맡아 처리하도록 열어 둠으로써, 시스템 전체에 커다란 비용을 초래하기

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만일 정부2.0이라는 개념처럼 정부가 정말 플

랫폼이라면 플랫폼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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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55

이에 대해 우리는 플랫폼이라는 비유를 좀 더 넓은 지평에 적용해 봄으로써 질

문을 새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컴퓨터가 플랫폼을 통해 얻은 성공에서 정부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뭘까? 컴퓨터기술을 통해 정부를 재창조한다면 그것은 어떤 모양새가 되

어야 할까?

핵심1:열린표준이혁신과성장에불을당긴다

새로운 경제활동을 가장 잘 일구어내는 플랫폼은 어김없이 가장 열려있는 플랫폼이

다. 현대인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PC를 사용하는 문화는 1981년 IBM이 PC의

규격표준을 만듦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었다. 비디오카드, 메인보드 등의 부품의 규격

을 정함으로써 누구나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C가 시장에 소개되기 전

까지 IBM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란 철옹성과도 같았다. 부가가치가 크지만 매우

제한된 시장으로서, IBM 같은 몇몇 회사들이 덩치가 매우 큰 클라이언트만을 상대하

는 그런 시장이었다. 하지만 PC가 도입된 이래 시장의 장벽은 너무나도 낮아져, 텍사

스대학의 일개 학생에 지나지 않았던 마이클 델이 기숙사 방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컴퓨터회사를 일굴 수 있게 되었다. IBM은 당시 5년간 약 24만 5,000대 가량의 컴퓨

터가 팔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규모는 조 단위까지 뻗어나갔다. 마

치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가 꿈꿨던 ‘집집마다 책상 위에 컴퓨터를’이라는 비전처럼

말이다.5

PC의 표준화는 시장에 예상할 수 없었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소프트웨

어산업이 하드웨어산업보다 이윤이 훨씬 많이 남는 사업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산

업내 주도권이 IBM에서 마이크로소프트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발자들이 만족할 만한 최

고의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IBM의 PC라는 표준규격이 하드웨어 제조회사의

5 http://www.microsoft.com/about/companyinformation/ourbusinesses/profile.m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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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56

시장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듯, MS-DOS의 표준화된 API와 훗날의 윈도우는

제3의 개발자들이 PC에 부가가치를 쉽게 더할 수 있는 ‘판을 까는 데’ 성공한 것이

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이 플랫폼으로서 갖는 독점적 지위를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사용하는 등 힘을 남용하기 시작했고, 소프트웨

어시장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결과적으로 PC시장에서 사람들은 플랫폼을 소유한

자가 시장을 통제하고 이윤을 쓸어간다는 잘못된 교훈을 얻고 말았다.

사실 PC시대는 1995년 이미 저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PC는 점차 시장의

생기를 잃고 자판기처럼 변해갔다. 애초의 열린 플랫폼을 추구했던 PC는 어느새 점

차 마이크로소프트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닫힌 플랫폼으로 변해갔다. 플랫폼이 한 업

체에 의해 좌우될 때 혁신은 꽃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에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한 것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

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웹, 즉 WWW였다. 인터넷과 웹 모두 근본적으로 탈집중과 탈

권력을 추구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

나 참여하며 서로 얘기하고 도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시장참여의 장벽은 낮았고, 대

학기숙사에서 수백억 달러의 회사가 탄생했다. 수천 수만 개의 회사들이 예전엔 상상

도 못했을 서비스를 들고나와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시장이 돌아온 것

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발견된다. 휴대전화 사업자는 전통적으로

자판기처럼 행동해왔다. 하지만 애플이 휴대전화 시장에서 아이폰 개발 플랫폼을 만

들어 시장을 움직이는 게임의 규칙을 죄다 바꿔 놓았다. 뜬금없이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정부 안쪽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솔깃한 이야기는 바로 플랫폼으로서 스마트폰

이다. IBM PC나 인터넷과는 달리, 애플의 아이폰은 통제가 완전히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규칙이 작동하게 만드는 한편, 적극적으로 혁신을 장려하고

소비자의 선택폭을 높이는 등 플랫폼의 품질관리에 힘을 쓴다. 혹자는 아이폰 플랫폼

이 충분히 열려있지 않기에 후에 등장할 좀 더 열린 플랫폼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도 말하지만, 지금까지는 통제와 자율 사이의 줄타기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잘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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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57

왔음이 분명하다.

이 이야기에서 정부가 챙겨야 할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개방표준이 혁신을

장려하는 데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이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을 때에야 기업가들이 시

장에 뛰어들어 미래를 창조하기 시작한다. 시장의 장벽이 높으면, 혁신의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가버린다. 둘째, 초창기 시장이 갖는 활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그 색이 바래기 마련인데, 그 이유가 바로 플랫폼이 참여자와 경쟁하기 시작하

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정부가 취해야 할 교훈이 독점을 금지하고 판에서 벌어지는 놀이의 수위

를 조절하는 경찰의 역할을 맡는 데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은행산업에서 보건산업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가 시장에서 성공한 일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기업을 몰아내 사용자의 선택폭을 줄이고,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이윤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가가치 창출을 방해함으로써 이윤을 높이는 패턴

을 보인다는 점이다.

독점금지2.0이라는 대안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독점기업의 횡포

를 제한하는 대신, 개방성과 정보처리의 상호호환성을 강력하게 밀어붙임으로써 시

장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 다시금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독점금지는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에 초점을 맞

춘 것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진짜 경쟁은 오피스 같은 비즈니스 소프트

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WWW라고 하는 열린 공간에서 벌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광고 기반 비즈니스를 일구는 데 있었다.

정부가 경쟁을 장려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사후적으로 반

독점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더 많은 혁신을 장려하는 데 있다. 이미 앞서

논의했듯, 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바로 개방표준을 통하는 것이다. 예를 들

면,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을 독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상황에 직면해 정부가 취해야

할 역할은,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 개방표준과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을 강조함으

로써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현재 우

리가 현실 세계에서 목도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연방조달청에서는 인프라스트럭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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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58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참여하는 입찰업체들이 상호호환성에 관한 검증을 거치는데,

이는 연방조달청이 묻는 다음과 같은 질의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6

5. 아래는 정보처리상의 상호호환성 및 휴대성에 관한 질문입니다. 성실히 답변해주십

시오.

5.1. ‘클라우드-클라우드간’ 의사소통과 클라우드솔루션에 대한 상호호환성 보장에

대해 귀사가 택할 수 있는 방법론을 기술해주십시오.

5.2. 여러 가지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다른

업체와의 연계가 있었습니까? 독립적이었습니까? 그 경험을 상세히 기술해주시기 바

랍니다.

5.3. 다른 업체 기술과의 호환성을 위해 별도로 지원했던 기능이나 툴이 있습니까?

5.4. 애플리케이션의 이동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예) 클라우드에서 작동 중인 애

플리케이션을 삭제해야 할 경우 탈출 전략.

5.5. 특정 업체가 자리를 장기 점유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했는지 기술해주세요.

최근 국방성의 보고자료에 의하면 군대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용은 경쟁을

장려하는 개방표준모델을 따르고 있다.7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환자기록 개방

프로젝트에서 역시 혁신을 촉진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개방표준의 힘을

인정하고 지원한다.8 백악관이 주도하는 정부데이터공개를 위한 오픈API 포털 Data.

gov도 이러한 노력과 시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가고 있다(http://www.data.gov/).

자기조직을 장려하는 열린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서 점차 혁신의 기

가 사그라지고 닫힌 조직으로 변모해 간다. 여기서 정부가 반드시 취해야 할 교훈이

있다. 그림 2-1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100년간 어떻게 증가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표다.

6 https://www.fbo.gov/index?tab=core&s=opportunity&mode=form&id=d208ac8b8687dd9c6921d2633603ae

db&tabmode=list&cck=1&au=&ck=

7 http://radar.oreilly.com/2009/10/defense-department-releases-op.html

8 http://healthit.hhs.gov/blog/faca/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58 2012-02-21 오후 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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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59

총지출회계연도 1910년에서 2009년까지 정부의 지출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

그림2-1 1910년 이래 GDP내 정부지출의 비율(%)

판을 까는 존재로서의 정부가 판깔기를 멈추고, 판에 올라온 민간영역과 경쟁하

기 시작하는 것은 왜일까? 정부가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기는커녕 높이려고 애를

쓰기 시작하는 것은 또 왜일까? 지금껏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적용됐던 프로

그램이나 기능 중 지금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부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

을 만한 제재력을 갖춘 사법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정부의 기획을 무산시킬 슘페터 식 ‘창조적 파괴’는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9 정부2.0

이 해야 하는 고민은 어떻게 시의성을 잃은 정부시책을 중단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

게 플랫폼에서 시민의 자율적 참여를 독려하는 대신 스스로의 영향력이 필요 이상으

로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있다.

핵심2:단순한시스템을만들고알아서진화하게하라

소프트웨어산업 초창기에 엔지니어링 수업을 들을 때마다 으레 존 갤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가 현재 여러 분야에서 발견하는 복잡계 시스템은 모두 단순

한 시스템에서 시작해 진화했다. 다시 말해 처음에 단순했던 시스템만이 점차 복잡한

9 http://en.wikipedia.org/wiki/Creative_destruction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59 2012-02-21 오후 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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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60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복잡한 시스템은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

남는 시스템을 만들려거든 단순한 시스템에서 시작하라.”10

다시금 인터넷을 주목해야 한다. 1980년대, 국제표준위원회가 컴퓨터 네트워

킹의 미래를 조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 당시 개방시스템 상호연결OSI, Open

System Interconnect 모델이 유망한 것으로 떠올랐는데, 이에 대해 1986년에 어떤 사람은

이런 논평을 했다.11

장기적으로 대다수 기업체들은 기존의 TCP/IP로부터 OSI모델의 레이어4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옮아갈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TCP/IP는 기존의 설비투자를 대체

하지 않고도 그대로 쓸 수 있는 데다, 향후 레이어4로 이전도 쉬워 당분간은 현상태를 유

지할 것이다.

재미있는 대조다. 시작부터 완벽해 보였던 OSI프로토콜이 대학교과서 속에만 존

재하는 화석으로 전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TCP/IP는 단순하게 시작해 점차 넓고

복잡한 방향으로 성장하며 진화해 나갈 수 있었다.

TCP/IP가 사실상 표준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존 포스텔이 RFC761에

서 선언했던 바가 크게 기여했다. 어딘가 놀랍고 순진무구하고 영광스럽기까지 한 선

언문을 한번 살펴보자. “TCP의 적용은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의 원칙을 따

라야 한다.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되, 남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는 개

방적이어야 한다.”12 이는 마치 성경의 한 구절 같이 IT업계의 황금률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심오한 철학이다. “당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습

니다. 원하는 방식으로 알아서 해주세요.”

트위터 또한 근본이 단순한 시스템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잭 도시가 트위터를

10 『시스테만틱스: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또 어떻게 실패하는가?(Systemantics: How Systems Work and

Especially How They Fail)』, John Gall, Quadrangle, 1977.

11 “TCP/IP는 OSI로 가기 위한 계단(TCP/IP: Stairway to OSI)”, Robert A. Moskowitz, 『Computer Decisions』 1986

년 4월 22일.

12 DOD Standard: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 report (http://tools.ietf.org/rfc/rfc761.txt).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60 2012-02-21 오후 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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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61

고안할 당시 최초의 아이디어는 너무 단순해 채 몇 줄에 불과하다(그림 2-2). 이 스케

치에서 모든 것이 자라났다. 현재 수천 가지의 트위터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즉 트위터 자신이 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제한

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함으로써 트위터는 여지를 마련했다. 사용자와 앱 개발

자들이 새로운 기능과 편의를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냈

다. 이것이 바로 참여생산성generativity의 핵심이다.

그림2-2 잭 도시가 고안한 트위터 최초의 아이디어 스케치

물론 정부입장에서는 ‘단순한 시스템을 만들고, 알아서 진화하게 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TCP/IP는 정부가 돈을 댄 프로젝트

였음을. 정부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처리에 단순성의 철학을 도입해야

한다. 남이 무언가 얹어 놓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는 것이 플랫폼적 사고의 근간

임을 기억하자.

정부2.0에 있어 최대의 과제는 단순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61 2012-02-21 오후 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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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62

미하는 바는, 기능으로 가득 찬 거대 프로그램을 종식하고 시민이 확장할 수 있는 최

소한의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성을 향한 추구는 정부데이터의 API를 모아둔 사이트인 Data.gov를 운

영하는 연방정부 최고정보관리자 비벡 쿤드라의 주요 동기다. 그는 정부가 직접 데이

터를 다루고 통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보다, 민간영역에 애

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 스스로 정부의 데이

터를 활용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열어두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Data.gov의 기본원리는 데이비드 로빈슨이 공동 기고한 ‘정부데이터와 보이지

않는 손Government Data and the Invisible Hand’에 명확하게 나온다. (이에 대한 내용은 6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룬다. 아래 인용문의 강조는 내가 표시한 것이다.)13

현재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세 후보 모두 연방정부가 인터넷을 좀 더 잘 활용할 필요성에

대해 표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공히 지적하는 문제로서 민간영역과 정부영역 사이에 벌

어진 IT기술수준의 차이는 새로울 것이 없다. 문제는 연방정부가 계속해서 인터넷의 힘

이 주도하는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간영역이 인터넷을 통해 누리고 있는 혁신의 효과를 공공데이터가 똑같이 누

리기 위해서는, 연방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되돌아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처

럼 개별 사용자의 요구를 일일이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가공되

지 않은 데이터를 고스란히 민간에 공개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안정적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면 민간의 영리/비영리기업들이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데

이터의 힘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과 수단을 고안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데이터 제공

에 대한 민간업체의 경쟁을 활성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방정부 웹사이트 스스로 대중

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표준적인 열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13 ‘정부의 데이터와 보이지 않는 손(Government Data and the Invisible Hand)’, David G. Robinson, Harlan Yu,

William Zeller, and Edward W. Felten, 「Yale Journal of Law & Technology」 Vol. 11, 2009 (http://papers.

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1138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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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63

이러한 접근은 통상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널리 적용되는 바, “데이터는

인터페이스와 구분한다.”는 엔지니어링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

하는 것은 의무지만, 그 데이터가 어떻게 가공되고 어떻게 사용자와 상호작용할지는 정

부보다 민간차원에서 고안해 내는 편이 훨씬 낫다. 민간차원은 이미 데이터를 단순 나열

하거나 검색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데이터의 컨텍스트를 분석하고 다른

데이터소스를 크로스 인덱싱하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

보가 사용자와 인터랙션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이런 민간영역의 역량은 분명 눈부시

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정부가 공개하는 공공데이터와 결합되어 어떻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

은 정책은 결과물을 정부가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영역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최선의 것을 분간해 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여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Data.gov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심장부는 바로 데이터’라는 웹2.0, 정부2.0

의 원칙을 반영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목표는 단순히 정부데이터의 개

방성을 높이는 데 있지 않고, 정부뿐만이 아닌 민간차원에서 정보를 활용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단순성을 갖춘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있다.

아마존의서비스중심아키텍처

아마존닷컴(Amazon.com)은 2006년 클라우드컴퓨팅을 도입하여 컴퓨터세계에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켰다. 엘라스틱컴퓨트클라우드(EC2, Elastic Compute Cloud), 심플스토리지서비스

(S3, Simple Storage Service), 다른 개발자와 서드파티 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여러 가지 플랫폼이 변혁의 주역이다. 이들은 아마존이 사용하는 시스템과 똑같은 것이다.

아마존의 이 혁명적인 비즈니스모델은 사용자들이 웹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

록 열어 놓았다. 이용량에 따른 싸고 투명한 과금방식을 채택해 계약이나 다른 번거로운 부수

절차를 완전히 배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마존이 지난 5년간 위에서 본 바

와 같은 ‘서비스 중심’의 생태계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쏟아부은 에너지와 그 에너지가 이루어

놓은 결실이다.14 이에 대해 아마존의 최고기술관리자 베르너 보겔스가 2008년 「인포메이션

14 http://webservices.xml.com/pub/a/ws/2003/09/30/so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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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64

위크」와 인터뷰한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15

이런 전자상거래시스템을 구성하는 서비스는 모두 개별적이다. 세일즈랭크, 리스트매니아, 추천이 모

두 서로 다른 서비스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보이는 화면은 이런 서비스들이 250

개~300개씩 모여 만들어 낸 화면이다.

이는 설계구조의 모델인 동시에 조직의 모델이기도 하다. 서비스마다 운영을 전담하는 팀이 있어 저마

다 운영과 혁신을 이끌어 나간다. 우리가 대다수 팀들 사이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그들이 자신만의 인

프라스트럭처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중복투자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채택한 서비스

단위로 움직이는 팀제라는 비중앙집권적 조직구조가 가져오는 부산물이었다.

우리가 공유 서비스플랫폼을 만들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것이 후일 세상에 알려진 아마

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로 발전한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 아마존은 “연방정부 웹사이트 스스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표준적인 열

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로빈슨의 말을 그대로 구현했다. 아마존이 싼 가격에 공급

하는 이 모든 웹서비스들이 사실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개발된 것이었고, 대중이 사용하는

플랫폼과 인프라스트럭처는 아마존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다.

핵심3:참여를디자인하라

참여를 디자인하는 과정은 단순성에 대한 고민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참여시

스템은 단순성이 그 핵심이다. 단순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하지만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이 개별 참여자들에 의해 아래에서 위로 조직될 때에는 마술과도 같은 일

이 일어난다. (정부의 경우, 연방정부부처, 주/도시 같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참여자가 될 것

이다.)

리눅스나 인터넷 등의 열린 시스템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가능한 이유

는 감독기관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의 원 고안자가 협력성과 호환성을 보장

하는 분명한 규칙을 깔아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누스 토발즈는 동료과 함께 리눅스커널을 만들긴 했다. 아파치 소프트웨어재단이 아파치를 개발했다.

15 http://www.informationweek.com/news/global-cio/interviews/showArticle.jhtml?articleID=2125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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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65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와 IABInternet Architecture Board이 인터넷의 표준을 만들고 관리한

다. WWW컨소시엄이 웹표준을 관장한다. 하지만 이런 개별 단체와 개별 메커니즘 사이에는 그 어떤 공식

적인 코디네이션 주체도 없다. 코디네이션은 전적으로 시스템의 설계와 디자인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리눅스의 모태가 된 유닉스의 경우, 시스템 설계자는 참여자들의 협조를 보장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단순한 툴을 고안하는 것에서 시작했다.16 파이프라인으로 재

구성될 수 있도록 입력방식과 출력방식에 모두 소통할 수 있는 공통규칙을 제정했

다. 직접 집을 짓는 대신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벽돌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어

떻게 비슷한 벽돌을 만들 수 있는지 따라야 할 룰을 제정했다. 바로 이것이 유닉스

와 리눅스가 말 그대로 수천 개의 프로젝트 집합으로 이루어진 운영체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리눅스’라는 운영체제의 이름은 리누스 토발즈가 개발한 리눅스

커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리눅스커널은 수천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리눅스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인터넷 역시 비슷한 접근을 취했다.

팀 버너스리가 WWW를 고안하면서 했던 첫 번째 시도가 그 좋은 예다. 팀은 스

위스의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소인 CERN에 근무하는 개발자였는데, 과학자들 간의

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위해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

지만, 중앙 디자인 협의체에서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요구는 자신의 서버 프로그

램을 설치하기 위한 새로운 사이트를 내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모든 걸 갈아엎는 대

신 기존의 플랫폼 요소 위에 TCP/IP의 일부였던 IP, TCP, DNS와 같은 기술을 얹었

다. 이것이 바로 웹서버와 웹클라이언트가 HTML 포맷의 문서를 주고받을 수 있는

HTTP 프로토콜이었다. 그는 샘플 클라이언트코드와 샘플 서버코드를 작성해 공개했

고,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월드와이드웹의 시작이다.

월드와이드웹이 갖는 개방형 아키텍처에는 중요한 혁신요소가 몇 가지 내포되어

있다.17

16 『유닉스프로그래밍환경(Unix Programming Environment)』, Brian W. Kernighan and Rob Pike, Prentice Hall,

1984.

17 http://www.oreillynet.com/pub/a/oreilly/tim/articles/architecture_of_participa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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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66

● 웹페이지에서 사용하는 HTML 문서포맷은 기계어포맷이 아니다. 다시 말해

HTML 문서는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일반적인 텍스트로, 브라우저에 포함되어

있는 ‘소스 보기’를 클릭하면 누구나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사

람들로 하여금 웹페이지의 소스코드를 보면서 직접 연구하고 터득하여 나름

대로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그래서 초기의 대다

수 웹페이지들은 처음부터 혼자 쓴 것은 거의 없었고, 대체로 남이 만든 것에

새로운 내용을 덧댄 것이 대부분이었다.

● 누구든 웹에 있는 모든 페이지를 링크할 수 있다. 링크할 페이지의 소유자를

알 필요도 없고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다. 이는 기존 하이퍼텍스트의 관행, 즉

링크를 걸 때 걸리는 쪽과 거는 쪽 사이의 합의를 요구하던 기존의 풍토와 반

대되는 것이었다. 물론 링크가 걸리는 쪽의 페이지가 사라질 경우 (악명 높은)

404에러와 맞닥뜨리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 이상의 특별한 조치가 따르

지 않는다. 이처럼 실패를 관용하는 태도는 존 포스텔이 이야기한 범용성 원

칙Robustness Principle의 좋은 예다.

누구나 인터넷의 모든 페이지를 허락 없이 링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규정하

는 또 다른 프레임은 웹의 ‘기본설정 값’이 ‘공개’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는 소프

트웨어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는 한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

할지 사용자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WWW의 디자인에서, 로

그인 없이는 볼 수 없는 비공개 페이지를 만들 수 있긴 하지만, 특별히 페이지를 비공

개로 만들려는 ‘추가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공개’상태로 놓는 것이

바로 웹의 속성이다.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인 웹사이트의 중요한 공통요인 중 하나는 열린 상태가

디폴트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기 사진공유 사이트에서는 정확히 누구와 사진을

공유하고 싶은지 설정하도록 했다. 플리커는 모든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를 기본설정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이후 사진공유서비스의 황금률이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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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67

위키피디아는 말 그대로 ‘아무나’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이러한 모험으

로 치밀하게 제작된 대다수의 백과사전들이 실패하는 가운데 기적처럼 홀로 성공을

일궈냈다. 유튜브는 누구나 비디오를 올릴 수 있고, 사용자가 유튜브에 방문하지 않

아도 볼 수 있게 비디오를 어디든 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카이프 역시 사용자 마

음대로 다른 사람과 대역폭을 공유할 수 있다. 트위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

나 팔로잉 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트윗을 감추려면 옵션 창

에 가서 ‘트윗 감추기’ 설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이 모든

사이트의 기본값이 ‘공개’ 라는 공통점은 기존의 소셜네트워크가 승인을 요구했던 것

과는 극단적으로 대조된다.

오바마정부의 정보규제국Office of Information and Regulatory Affairs 국장 캐스 선스타인

역시 공공정책에 있어서도 ‘기본값=공개’이라는 개념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https://

www.whitehouse.gov/omb/inforeg/).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함께 공저한 책 『넛지』에

서 그는 ‘선택지를 설계’하는 것이 사람들이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지대한 영향

을 미친다고 주장한다.18 책에서 가장 도드라진 예시는 401K 노후연금정책으로, 시

민이라면 별도로 탈퇴를 선언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모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밖에도 이 책은 수많은 예시를 보여준다. 선스타인과 탈러는 이렇게 말한다.

선택지 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맥락을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유권자가

투표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도,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의사도, 신입사원의

사내 보험가입서류를 고안하는 사람도, 자녀에게 향후 진로와 교육의 종류를 제시하는

부모도 선택지 설계자다.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입안자 역시 선택지 설계자다. 탈러와 선스타인의 아이디

어는 농업정책(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왜 옥수수시럽 제조사에 보조금을 지

급하는가?), 일자리 창출(어떻게 창업을 장려할 수 있는가?19), 보건정책(의료보험정책은 어째서 실

18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공저/ 안진환 역/ 최정규 해제, 리더스북, 2009년

19 http://www.feld.com/wp/archives/2009/09/the-founders-visa-movem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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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68

효가 없는 보상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가), 세제 등과 같은 분야에 지대한 연관성이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도어의 “물리학이나 공학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 영주권을 허용하

자.”20는 주장도 정부시책이 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고비언세稅21

역시 이러한 원칙을 정부영역에 적용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22

정부를 플랫폼으로 보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어떤 아키텍처가 가

장 활발한 참여도를 유도하는가 (참여생산성이 높은가) 하는 것이다. 목표는 플랫폼에 참

여하는 모든 사람, 즉 시민이 자연스레 내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

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적용할수있는범용성원칙

오바마대통령이 임기 중 투명성, 참여, 협업에 방점을 찍는 것은 단순히 철학적 지향

점에 대한 수사적 표현에 그칠 수도 있다(부록 참조). 하지만 이러한 철학적 지향점은

앞서 소개한 바 TCP/IP나 유닉스가 가졌던 범용성이라는 보편적 원칙이 그랬듯 얼마

든지 행동과 실천으로 얼마든지 구체화될 수 있다. 이들 두 가지 예시 모두 아주 공식

적인 세부사항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가 함께 만들려는 플랫폼

을 고안하는 데 있어 디자인의 원칙으로 삼을 수는 있다.

투명성, 참여, 협업이라는 디자인원칙을 기술적 맥락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명성’이라는 용어는 정부2.0의 프레임 안에서 쓰였을 때 오해를 초

래하기 쉽다. 물론 언론이나 선라이트재단 같은 시민감시단체가 정부가 공개하는 데

이터를 모니터하며 불필요한 예산낭비나 로비를 폭로하는 일은 바람직하다(17장 참

20 http://blog.actonline.org/2008/11/doerr-staple-a-green-card-to-diplomas.html

21 http://en.wikipedia.org/wiki/Pigovian_tax

22 탈러와 선스타인의 정부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넛지오크라시(Nudge-ocracy) Barack Obama’s new theory

of the state” (http://www.tnr.com/article/politics/nudge-ocracy).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68 2012-02-21 오후 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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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69

조).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은 마술이다. 투명한 정부

를 가능케 하는 바로 그 개방성이 혁신을 불러온다. 프로그래머와 개발자들이 정부가

공개하는 데이터를 재가공해 전혀 기대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었던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고위관료들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마찬가지로, 오해해선 안 될 다른 한 가지 사실은 ‘참여’라는 개념이 정부의 의사

결정권자들로 하여금 시민의 소리를 듣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마치 웹사이트에 댓글 기능을 허용하는 것이 소셜미디어의 전부라고 생

각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외부인이 빠지기 쉬운 함정도 있다. 정부2.0이 단순히 시

민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런 목소리를 활용할 수 있는 길로만 여기는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참여’라는 개념은 정부의 정무수행에 시민이 본격적으로 ‘개

입’한다는 의미이다. 정부와 시민이 정부의 시책을 함께 디자인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백악관이 시행한 ‘열린 정부 브레인스토밍’은 단순히 일을 벌이고 나서 사후에

시민의 피드백을 받는 수준을 뛰어넘어, 정책고안에 있어 시민을 더욱 근본적이고 직

접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정부의 시도라 할 수 있다.23

API를 통한 시민의 정책참여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누구나 시민이

쓸 수 있도록 정부데이터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도 있고,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정부를 위한 툴도 만들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API가 기존의 정부기능을 대체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으

로, 크레이그스리스트의 경우 그 효용이 자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영국의 비영

리단체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에서 추진한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 프로젝트는

고장난 신호등, 길가의 낙서 등을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 도시 내에서 발

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즉각 시정할 수 있게 했다(http://www.fixmystreet.com).

이처럼 시민들이 ‘셀프서비스’하는 아이디어를 좀 더 밀고 간다면 어떨까? 정부

23 http://www.whitehouse.gov/blog/wrap-up-of-the-open-government-brainstormingparticipation/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69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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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70

가 지레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프로젝트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밋업Meetup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사실 이런 시민의 자발적인 참

여가 조직되는 현상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해안정비, 도로정비, 수로청소 등 수많은 분

야에서 이미 수천 개의 모임이 형성되어 있다.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런 모임들은 얼마나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우리손으로해치우자:하와이의사례

가장 극적인 사례는 아마도 CNN에서 ‘섬 DIY: 카와이 섬 주민들은 정부가 길을 고쳐줄 때까

지 기다리지 않아요’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야기다.24 쌓여가는 불만에 비해 정부의 대처가

너무 더딘 나머지 주민들과 지역사업체들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400만 달러 규모에 달하

는 주립공원 개선사업을 공짜로 완수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비용과 시간이다.

“금년 여름엔 못 열었을 거예요. 내년 여름에도 못 열었을 거고.” 자원봉사를 모집한 브루스가 말했다.

“2년이 걸릴 거라고는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예산이 깎여나가는 걸 보아하니, 그거 가지고는 공원을

못 고칠 것이 뻔해 보이더라구요. 만일 공원이 고쳐지지 않으면 인근 사업체들은 고스란히 문을 닫아

야만 할 판이었죠. 지역사업체 사장들과 주민들이 모여서 결단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에요. 오지도 않

을 예산을 기다리며 악화되어만 가는 상황을 좌시할 수만은 없었던 거죠. 사람들은 장비와 인력을 직

접 동원해 3월 23일부터 8일만에 모든 수리작업을 끝마쳤습니다.”

아마도 주정부의 예산이 내려오기만 기다려 일을 처리했다면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넋 놓고 앉아 기다리는 것도,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모두 선택입니다. 모두가

그렇듯 목 빼고 돈이 오길 기다릴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기다리는 대신 행동하기로 선택했죠.”

이제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 할 때다. 우리가 직접 조직을 만들고, 우리가 직접 커뮤니티를 만

들고, 우리가 직접 변화를 만들어 나갈 때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에서도 대다수의 경우 수동성

이 발견된다. 집단의 행동이 어느새 집단의 불평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잘돼봤자 집단적으로

돈을 모금하는 것에서 그친다. 위 폴리해일 주립공원 사례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인 도로정비사

업을 펼쳐 성공한 것은 우리가 훨씬 더 잘 할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공공서비스라는 말에 담

긴 그 정신을 재발견하고, DIY에 담긴 자발성의 정신을 시민사회 차원에 적용할 수도 있는 것

이다. 밋업닷컴(Meetup.com) 설립자 스캇 헤이퍼만은 DIY(Do It Yourself)를 넘어 DIO(Do It

Ourselves)를 제시한다.

24 http://www.cnn.com/2009/US/04/09/hawaii.volunteers.repair/index.html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0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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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71

시민들의 자가조직은 대단히 강력한 개념이다. 미국의 초기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수행하는 많은 기능은 사실 시민에 의해 자

발적으로 조직되었다. 군대, 소방서, 도서관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 항만, 교각까지

모두 자치의 영역에 속했다. 시민자치 소방기관은 오늘날에도 지역사회의 보호와 유

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를 유지하던 전통적인 원리가 아직도 건재한 것

이다. 오늘날 우리는 위키피디아를 칭송하지만, 위키피디아를 만든 크라우드소싱의

힘, 집단지성의 힘을 인터넷이 아닌 실제 세계 속에서도 발휘하는 법은 잊어버린 듯

하다.

누구나기여할수있다

주택문제에 자금을 투입하는 문제나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정보를 모아야 할 때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전문가 자문단을 소집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철저히 연방자문위원회법

에 준하여 추진된다. 패널은 학자와 해당 산업의 전문가들로만 구성된다. 이들 자문위원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소위 명문대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최근 대중의 지혜와 크라우드소싱에 관한 연구결과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을 제시한

다. 결과는 전문가들에게만 물어보는 것보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볼 때 정확해진다.

물론 검증된 전문가가 내놓는 답이 길거리에서 뽑은 아무개가 내놓는 답보다 훨씬 정확하다.

하지만 아무개가 몇십 명이 모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판단과

예측은 전문가 한 명의 지식과 지혜를 넘어선다.

크라우드소싱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마도 그 핵

심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한다. 수없이 많은 정답과 오답 사이에서, 오답들이 서로 상쇄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결국에는 정답만이 남는 것이다. 이는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라는 유명한 TV프로그램이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이자 아이

오와전자시장25의 시장예측이 정확한 이유와도 맥을 같이 한다.

크라우드소싱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짐없이 사례로 등장하는 위키피디아의 경우, 대중의 상충

하는 의견을 좀 더 직접 부각한다. 상대적으로 논쟁이 덜한 표제어에 대해서는 토론을 장려하

고 모든 이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이 과정은 인위적 공간제한이 없고 무한

한 시각을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기술적 측면 때문에 가능했다. 논쟁이 심한

표제어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 자신도 수년에 걸친 공식적인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25 http://www.biz.uiowa.edu/iem/index.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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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72

왔지만,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힘은 모두 풀뿌리에서 나온다.

크라우드소싱을 다룸에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사항이 있다. 사진에서 피사

체를 확인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또는 저임금만 받고 참여한

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메커니컬터크(Mechanical Turk)라고 하는데, 이는 아마존이 만든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하다.26 메커니컬터크는 원래 18세기에 사람이 통에 들

어가 로봇처럼 체스를 두는 기계의 이름인데, 아마존의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은 수천 명의

사람이 웹을 통해 기계처럼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원래 의미를 제대로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의 개념은 이미 정부영역에 소리소문 없이 스며들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시민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한다. 정부가 시민의 힘을 이용하여 공공시설물이 파손되었다는 제보를

받는다거나 익명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잡는 것 등이 그 예다.

기술자와 공무원 모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수집되는 공공데이터에서 새로

운 의미와 패턴을 발견해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도시는 주민들로부터 범죄 신고를 접수받

아 해당 지역의 특성에 관해 아주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광대역 회선 설치현황을 주민들

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광대역 회선 설치업체에게만 물어보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업체

는 회선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형상 난관 때문에 실제로 신호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은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범죄 신고 및 공공기물 파손 신고

•정부시책 제안에 대한 피드백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제품 개발

이미 있는 데이터만 다루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지만, 이를 넘어 시민들로부터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는 애플리케이션도 가능하다. 민간영역의 참여가 정부의 더 빠르고 현명한 대로 이어지

는 선순환을 구축한 씨클릭픽스(SeeClickFix)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그 예다.

위키피디아가 참여자의 합의와 컨센서스에 의존한 것에 비해 정부의 경우는 데이터 필터링이

좀 더 적합할 수 있다. 대중의 자유로운 토론과 정부의 통제와 감독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그 효용은 대단히 큰데, 이는 핵심3에서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집단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미 데이터들을 만들어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26 http://en.wikipedia.org/wiki/Amazon_Mechanical_Tu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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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73

내재된 데이터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프로그래머는 이런 간접적인 데이터를 통해 정보의 새

로운 측면을 발견해 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와 통찰에 다다를 수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이것이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가 된 지도 이미 수년째다. 이는 핵심5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 앤디 오럼(Andy Oram)

핵심4:‘해커’에게배우라

참여생산성이 높은 시스템이 갖는 비밀 중 하나는 주어진 플랫폼의 가장 좋은 용도

와 쓰임새가 반드시 그 플랫폼을 디자인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다. IBM PC에게 그토록 큰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은 비지칼크VisiCalc의 브리클린과 밥

프랭스턴, 로터스1-2-3의 미치 케이포,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였지 IBM 자신

이 아니었다. 인터넷의 첫 번째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것은 WWW를 개발한 팀

버너스리였지 TCP/IP 프로토콜을 디자인한 빈트 서프나 밥 칸은 아니었다. 또한 이

WWW를 혁명적인 비즈니스로 바꾸어 놓는 법을 발견한 것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

이 브린이었지 팀 버너스리가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기술이 진보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로운 세대의 진

보는 그 앞 세대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보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주어진 규칙을 성실히 지키는 기업가들에게서

만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 혁신은 규칙을 깨뜨리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되기도 한

다. MIT 교수 에릭 본 히펠은 헤비 유저가 플랫폼의 한계를 넓혀 나가며 개발사에게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이런 현상을 물의 흐름이 땅 위에 물길

을 트는 것에 비유하며 집중적으로 다루어왔다.

2005년 발표된 구글지도보다 더 좋은 사례는 없다. 구글지도는 최초로 지도와

길찾기서비스를 제공한 맵퀘스트보다 10년이나 뒤졌다. 하지만 구글맵이 지도 플랫

폼 분야의 거의 모든 기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런 일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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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74

떻게 해서 가능했던 걸까?

구글은 지도를 처음 공개할 당시, 실시간으로 지도를 움직이고 확대할 수 있도록

AJAX기반의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숨은 기능도 있었는데, 이후

이것을 한 독립개발자가 발견한다. 자바스크립트는 서버가 아닌 브라우저에서 처리

되는 인터프리트 언어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소스코드를 보면 좌표정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폴 레이드매셔라는 프로그래머가 이 정보를 활용하여 HousingMaps.com이

라는 최초의 구글지도 매시업을 만들었다. 크레이그스리스트에서 매물정보를 가져와

이를, 구글지도 위에 표시해주었다.

이에 대해 구글이 보인 반응은 어땠을까? 웹사이트를 내리고 인터넷 해적이라

낙인찍었을까? 아니다. 정반대였다. 구글은 즉각 그를 채용하고, 그가 했던 일을 누구

나가 할 수 있도록 API를 만들어 공개했다.

지도API를 가지고 있으면서 통제가능한 사내 개발자그룹 안에 가둬둔 경쟁자들은

모두 이런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천 개의 구글지도 매시업이 생

겨났다. 그리고 지도는 모든 인터넷 개발자들의 중요한 자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매시업과 API 활용현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ProgrammableWeb.com에 의하

면, 오늘날 인터넷상에 현존하는 90퍼센트의 지도 매시업이 구글지도에서 이루어지

고 있으며 나머지 10퍼센트를 맵퀘스트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나눠 가지고 있다.

이들이 사실 웹지도의 선두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부가 정부데이터를 API를 통해 공개함에 있어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개발

자들이 어떻게 API를 활용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이 나타난다면 이를 금지하고 막지 말고 그런

활용방식을 적극 밀어주어라. 즉각 API를 개선하라.

구글지도와 같은 사례는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뉴욕 대중교통국은 최근 지

하철 도착시간 정보를 담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스테이션스탑StationStops의 배포를

금지하려 시도했다. 법적 공방후 뉴욕 대중교통국이 승소했다.27 하지만 다른 도시에

27 “뉴욕 대중교통국 한숨을 돌리다(M.T.A. Is Easing Its Strict, Sometimes Combative, Approach to Outside

Web Developers)”, 『New York Times』 September 27, 2009 (http://www.nytimes.com/2009/09/28/

nyregion/28mta.html?_r=3).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4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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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75

서는 이를 허용하는 편이 승객과 정부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부에게

는 골치 아픈 일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고 시민들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과 지적재산권법 위반을 운운했던 뉴욕 대중교통국

의 반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플랫폼으로서 정부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부가 고려하기도 힘들고,

자원을 투입하기도 힘든 부분에 대해 민간영역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해결한다는

것이다. 오픈데이터는 민간영역이 실제로 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식이다.

데이터와 ‘인텔인사이드’

오픈데이터가 중요한 것이 외부 혁신을 가능케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픈데이터는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의 맥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방향을 틀어보자.

중앙 플랫폼과 관련해 PC시대에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하버드경영대학의 클

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제창한 ‘유인성 이윤 보존의 법칙’이라는 원칙에서 잘 드

러난다.28

제품이 상투화, 일반화되어 감에 따라 유인성 이윤attractive profits이 가치사슬에서

사라질 때, 일반적으로 그 다음 단계에서 모듈화된 서브제품을 통해 유인성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전자상가에서 부품을 사다 조립해 만드는 IBM PC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 하드

웨어의 마진은 계속 줄어들어 면도날만큼이나 얄팍해진다. 하지만 크리스텐슨의 법

칙에 따르면, 이때 중요성을 띠고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다. IBM이

쓸어 모으던 돈이 마이크로소프트로 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품규격의 표준으로

규정된 시장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텔이

이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텔은 PC를 구성하는 부품의 제조업체는 최소

두 곳 이상 있어야 한다는 IBM의 정책을 깨고, 자신의 80386 프로세서의 디자인을

28 『혁신기업의 해법(The Innovator’s Solution: Creating and Sustaining Successful Growth)』, Clayton M.

Christensen and Michael E. Raynor, Harvard Business Press, 2003.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5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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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76

다른 칩 제조업체에게 라이센싱 하기를 거부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윈텔(마이크

로소프트와 인텔의 과점체제)’의 기원이다. 당신이 특정 제품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부품

의 유일한 공급자라면, PC마다 붙어있는 ‘인텔인사이드Intel Inside’ 같은 로고를 붙이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 않겠는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오픈 프로토콜과 어디서나 통용되는 표준이 인터넷 소프

트웨어를 상품화하는 데 차지하는 역할로 볼 때 인터넷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

나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2003년에 쓴 ‘오픈소스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글에 이미 이

러한 나의 생각을 담은 바 있다.29 하지만 2005년 ‘웹2.0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쓸

때까지는 추상적인 구상에 머물러 있었다.30

웹2.0의 성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가치를 창조해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있지 PC 시절에나 중요했던 소프트웨어 API나 애플리케이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에 오늘날 인터넷의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핵

심이 놓여 있다. 이베이, 크레이그스리스트, 아마존에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

터넷의 모든 성공한 회사들이 사실상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으로 이들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경쟁자의 시장참여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베이

와 크레이그스리스트의 경우에서도 판매자와 구매자의 수가 일정규모를 넘어서자,

경쟁자가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구글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애드워즈AdWords라는 광고 생태계의 선순환을 일궈냈을 때, 다른 기업이 이를 따라

해도 비슷한 성공을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인터넷업계의 생태계는 여러 다른 데이터영역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웹시대에 데이터에 대해 말하는 것은 PC시대

의 ‘인텔인사이드’ 로고를 달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부2.0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정말 데이터가 인터넷

비즈니스세계의 법정화폐라면, 사람들의 노력과 비용으로 만든 데이터와 컨텐츠를

29 http://tim.oreilly.com/articles/paradigmshift_0504.html

30 http://oreilly.com/web2/archive/what-is-web-20.html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6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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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77

이용해 특정기업이 돈을 벌 수도 있다는 말이다.

루티지Routesy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루티지는 샌프란시스코 근방에서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아이폰 앱이었는데, 뉴욕의 스테이션스탑과 마찬가지로 법적 공방

끝에 앱스토어에서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국은 루티지에 대

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고, 루티지가 사람들에게 제공한 정보가 근본적으로 공공영

역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국

이 기술공급자인 넥스트버스NextBus와 맺은 교통정보 제공 관련 계약서상, 교통정보

에 대한 저작권은 넥스트버스에 귀속되어 있었다.31 구글이 HousingMaps.com 같

은 사례에 대해 보여준 즉각적이고도 창조적인 대응을 정부에도 기대할 수 있으려면,

공공정보는 어디까지나 공공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넥스트버스/루티지 논쟁은 뉴욕 대중교통국/스테이션스탑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공영역의 승리로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국은 이

제 XML API를 만들어 넥스트버스에게도 정보를 제공한다.32

핵심5:사람들의간접참여를유도하는데이터마이닝

사용자의 참여와 가치의 공동창출에 대해 생각할 때 대개 우리는 위키피디아, 유튜

브,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처럼 사용자의 직접참여를 고려한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

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웹2.0에서의 혁신은 비단 이런 직접적인 부분에만 국한된 것

이 아니다.

● TCP/IP와 같은 프로토콜, 버클리 유닉스의 일부로서 개발된 유틸리티, 리눅

스, 아파치, MySQL, 펄, 파이썬, PHP, 루비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은 모

31 “민간기업이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정보를 가지고 있다고?(Does A Private Company Own Your Muni Arrival

Times?)”, SF Appeal, June 25, 2009 (http://sfappeal.com/news/2009/06/who-owns-sfmta-arrival-data.php#).

32 http://www.sfmta.com/cms/asite/nextmunidata.htm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7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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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78

두 이윤동기와 상관없이 공공선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바로 이들이 오늘날 인터넷을 쌓아 올린 벽돌이다.

● WWW의 설계 자체가 이미 참여를 위한 것이다. 누구나 웹사이트를 올리고

링크를 달아 다른 페이지를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엔 허락이 필요 없다. 블로그

플랫폼 사이트는 개인이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었다. 후

에 등장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사용자의 참여를 촉발

했다.

● 야후 같은 1세대 거대 인터넷기업의 시작은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컨텐츠 분류목록표에서 출발했다. 이것이 후에 검색엔진

으로 발전했다. 이베이는 수백만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아 거대한 인터넷벼룩

시장을 만들었다. 크레이그스리스트는 광고글을 직접 올리고 잘못된 광고는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신문광고를 대체했다. 온라인소매를 전문으로

한 아마존 역시 사용자리뷰와 별점을 활용하고 구매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상

당한 성공을 거뒀다.

● 구글의 시초 역시 사용자 참여에 대한 두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

다. 첫 번째는 아직 스탠포드 대학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고안한 페이지랭크다. 페이지랭크의 개념은 특정 페이지의

중요성을 그 페이지로 들어오는 링크의 숫자로 측정하는 것으로, 웹의 모든

링크를 일종의 투표시스템으로 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어떤 페이

지를 자신의 페이지에 링크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구글에게도 유용한 정

보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둘째, 구글은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하는 횟수를

측정하고 예측하는 방식이 단순히 고액을 부르는 광고주에게 광고지면을 파

는 것보다 훨씬 나은 광고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다. 두 배 더 많

이 클릭되는 10달러 짜리 광고가 단순한 15달러짜리 광고보다 나았다. 이것

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글이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클릭이

사용자의 기여 내지는 참여라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 이래, 구글은

광고라는 핵심 비즈니스모델뿐만이 아니라, 음성인식, 위치기반서비스, 자동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8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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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79

번역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사용자 참여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마이닝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제 구글은 사용자 참여기록을 분석하는 데 득도의 경지에

다다랐다. 사용자가 특별히 ‘기여하겠다’는 의지 없이 단순히 인터넷을 쓰는

것만으로 구글은 사용자에 관해 간접적이지만 유의미한 데이터를 발견해 낸

다. 구글이 만들어내는 수준 높은 결과물들은 사실 이러한 간접 데이터 없이

는 불가능했다.

구글이 인터넷시대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참여에서 발생하는 수동적/간

접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정부2.0에게 있어서도 커다란 기회다.

보건산업에 좋은 예가 많다. 비용이 치솟으면서 비용과 효용이 비례하지 않는다

는 사실이 밝혀졌다. 「뉴요커」에서 아툴 가완디가 이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33 미국

에서 의료지출이 가장 높은 매켈런과 텍사스가 오히려 가장 의료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보건부 최고기술관리자 토드 파크는 이를

놀랍고도 충격적이라는 의미에서 ‘황당한 순간’이 아닐 수 없노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도시가 자신의 의료비지출의 효용성을 다른

도시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에 대한 이러한 비용과 효용의 차이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는 이미 모

두 축적되어 있다. 의료보험시스템에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가진 잠

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글애드워즈처럼 데이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드

백을 주고받으며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에서 광고주들은 특정

키워드의 효율성을 측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불완전하고 실험용으로나 쓰일

만한 것뿐이다. 구글이 부리는 진짜 마술은, 바로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로 사용자가

원하는 좀더 정확환 검색결과와 타깃 광고를 형성하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구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광고단가의

역동성이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모든 검색결과에는 자동적으로 경매광고가 따라붙

33 “비용 수수께끼(The Cost Conundrum)”, Atul Gawande, The New Yorker, June 1, 2009 (http://www.

newyorker.com/reporting/2009/06/01/090601fa_fact_gawande).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79 2012-02-21 오후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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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80

는다. 하룻동안 70~80억 개에 이르는 광고의 단가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

동적으로 매겨진다. 이러한 규모에서 이만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금융시장밖

에 없다.

정부2.0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의료정책의 새로운 동적 가

격결정시스템 역할도 한다. 최근, 한 외부 자문단은 의회에 의료보험 지원액수를 조

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다음과 같이 이

야기한다. “예산삭감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산업군에 비해 의회는 그런 의견쯤은 대

개 무시하고 넘긴다.” 이에 대해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연방준비은행이 이율을 설정

하는 것처럼 의료보험 보상액을 설정하는 독립적인 기구의 설립이다.34

만일 그런 시스템이 정말 가능하다면 단순히 연방정부처럼 주기적으로 보상액을

설정하는 수준에 그칠 필요는 없다. 구글이 광고단가를 실시간으로 자동적으로 결정

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듯, 보상액을 실시간 데이터에 의거해 자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

는 시스템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기술적인 기반은 이미 모두 갖추어져

있다. 구글의 광고단가 결정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는 수백 가지다. 의료보험

율 설정도 마찬가지다. 레온하트의 글에서 두 가지 사례를 보자.

매년 1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원내 감염에 의해 목숨을 잃

는다. 미시건에서는 108개 병원이 모여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간단한 절

차의 도입을 추진했고, 그 결과 이를 거의 막을 수 있었다. 만일 의료보험이 이런 감염에

대한 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병원에게 커다란 금전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것이

다…….

초기 전립선암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빠르게 각광을 받는 것은 대개

가장 비싼 치료법이다. 하지만 어떤 치료법이 가장 효과가 좋은지는 가려내기 어렵다.

필요 없는 절차를 유발하는 ‘서비스 정액요율’ 모델보다 결과를 측정하고 보상액

34 “개혁에서 한참 모자란(Falling Far Short of Reform)”, David Leonhardt, 『New York Times』 November 10,

2009 (http://www.nytimes.com/2009/11/11/business/economy/11leonhard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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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81

을 이 결과에 연동함으로써 의료보험은 보건업계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에는 커다란 정치적 어려움이 따르고 의료보험 단독으로 이런 보장액

지급 알고리즘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혁신은 정부

영역이 아닌 민간영역에서 시작될 것이고, 결국 그러한 혁신은 구글이 광고업계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완파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플랫폼 제공자로서 정부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결과를 측정, 보

고하는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민간영역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비용과 실질적인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것은

의료관행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일단 시작된 혁신은 다른 곳으로 번져간

다. 따라서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세부적인 규칙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기를 강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부2.0방식의 접근, 다시 말해 정부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

영역이 이를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자연스레 혁신의 물

꼬를 트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일부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동시에 의료보

험 제공자인만큼,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모

범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민간영역으로 혁신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6:실험의장벽을낮추라

아폴로13호가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목표달성을 중도 포기하고, 탑승한 우주인만 겨

우 구출해 냈을 때, 미션 컨트롤러였던 진 크랜츠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실패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그가 한 말이 맞지만 정부시책의 경우 상황은 다르

다. 정부는 대개 마치 모든 문제에 해답은 단 하나밖에 없으며, 그 해답을 고안할 당

시의 가정과 고려사항에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대개의 경우 실패란 용납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기술 기

반 회사들은 이런저런 실험을 빠르게 그리고 많이 시도함으로써 실패를 부추기기까

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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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82

사실 이러한 태도는 IT업계에서만 발견되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토머스 에디슨도 말했다. “나는 만 번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전구를 만들어낼 수 없는

만 가지 방법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을 따름이다.”

기술시장은 실험과 도전의 결과물들이 경합을 벌이며 사고 파는 곳이다. 웹기반

의 사업모델이 가진 실험의 용이성이라는 장점은 IT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 안에

서 적용된다. 회사는 특정 그룹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기능에 A/B테스트를 쉼 없이 시

행한다. 기술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더하고 뺀다. ‘영원한 베타’라는 말처럼 끊임없

이 쉬지 않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스티브 블랭크나 에릭 리즈 같은 사람들은 ‘날씬한 창업lean startup’같

은 개념을 들고나와 ‘제품 구실만 겨우 하는 최소한의 제품’을 연속적으로 출시해

봄으로써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방법을 설명한다.35 이는 정부식

사고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실패할 가능성을 무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실

패를 장려하는 조건을 만들어 낸다. 다가올 새로운 정부는 정부시행 시책과 프로그

램을 더 이상 최종산출물이나 최종 가결안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으

로 변하는 과정, 혹은 끊임 없이 계속되는 실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정부2.0의 도전은 단순히 정부의 기존 조달방식

의 속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시책이 입법 내용에 지나치게 많이 좌우되거나,

부처의 의사결정 권한 밖에 있는 규칙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부영역 밖의 시장에서는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바람

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비해 정부의 시책들은 대개 초반에 반짝 하고는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정부의 시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성을 가진 것이 아닌 열린 구조를 취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열린 플랫폼으로서

시장의 민간주체가 참여하여 목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플

35 http://www.startuplessonslearned.com/2009/10/inc-magazine-on-minimum-viable-produc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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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83

랫폼식 사고방식은 IT와 관련된 시책뿐만 아닌 정부의 모든 사업영역 전반에 적용

할 수 있다.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이 빨리 빨리 실패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실

패가 장려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실패에서 배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

웨어 업계와 인터넷 업계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다. 아이디어는 수없이 많고 실제로

일일이 시도해 보기 전까지는 어느 아이디어가 성공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

한 ‘실험’의 비용이 낮아졌을 때에야 비로소 아무도 안 쓰는 필요 없는 기능이 무엇인

지 알 수 있게 되고 이를 들어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공사례’가 널리 공유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다. 연방정부단위에서뿐만 아니라, 주단위에서 도시단위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1932

년 법관이었던 루이스 브렌데이즈는 이렇게 말했다. “연방의 어느 한 주가 시민의 뜻

에 따라 전에 없는 시도를 해 연방 전체를 위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미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 없이 중요한 사회 경제학적 실험을 해볼 수 있다면 그 또

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36

플랫폼적사고방식은어떻게작은정부/큰정부논쟁을초월할수있는가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의 정치지형을 뒤덮었던 진보와 보수의 끝없는 논쟁에서 플랫폼적 사고방

식은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정부에 특정 서비스를 일임할지 아니면 민간에 개방할지 선택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낡은 이분법이다.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가 웹사이트를 직접 수백

개씩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구글도 구글지도 매시업을 직접 다 만든 것이 아니다. 애

플이 직접 만든 아이폰 앱은 시장에 등록된 수만 개의 앱 중 몇십 개에 지나지 않는다.

플랫폼 제공자가 된다는 것은 정부가 기본과 핵심에만 초점을 맞춤을 뜻한다. 인프라를 만들

고, 플랫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예시적인 모델을 선보여 다른 개발자들이 플랫폼에 참여하

도록 자극하고, 플랫폼 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참여자들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

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플랫폼 제공자의 일인 것이다.

36 http://www.whitehouse.gov/blog/2009/11/19/open-government-laboratories-democracy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83 2012-02-21 오후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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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84

핵심7:성공사례로리드하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출시는 단순한 플랫폼의 출시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여

기에는 애플리케이션 두 가지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마이

크로소프트 엑셀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초기 윈도우를 낯설어

하던 사람들에게 GUI가 얼마나 쓰기 편한지 보여주기 위해 탑재된 것이었다. 애플

은 아이폰을 출시했을 당시 출시 2년 차가 되도록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도 않았다. 처음에는 다만 기능과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몇 가지 놀라운 기능만을

구현해 보여줬을 뿐이었다.

플랫폼 제공자가 플랫폼 참여자와의 경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금껏 수

없이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을 추상적으로 만들어서도 안된다. 훌륭한

플랫폼 제공자는 앞을 내다보고 시장과 참여자가 쫓아올 시간을 벌어둔다. 그 플랫폼

에서 어떤 훌륭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참여자를 자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워싱턴D.C.의 앱스토어 Apps.DC.gov가 연방정부의 앱스토어

Data.gov보다 훌륭한 정부2.0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그림 2-3 참조). Apps.

gov가 시작 당시 엄청나게 큰 규모였고 연방정부 연관 데이터 API도 많이 열어놓고

있었음에도 중요한 앱이 어느 것이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결정적으로 데이터가

어떻게 훌륭하게 쓰일 수 있는지 본을 보여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없었기 때문

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Apps.DC.gov는 그야말로 앱스토어를 열어 그 안을 워싱턴

D.C.가 자금을 대는 기술팀이 직접 만든 모범사례 앱을 만들어 채워 넣었고 이는 새

로이 플랫폼에 참여하려는 개발자들을 끌어 모았다. 사람들이 모인 후 정부가 한 일

은 그 중 훌륭한 앱을 뽑아 상위에 게재하는 것뿐이었다. 바로 이것이 정부가 운영하

는 앱스토어가 따라야 할 모범이다.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84 2012-02-21 오후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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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85

그림2-3 Apps.DC.gov 홈페이지

연방정부가 모든 분야에 걸쳐 공개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세트와 더불어 그것

이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괴리감은 큰 장애물이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정부2.0 이

니셔티브가 연방 데이터 자원과 API가 어떻게 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지,

얼마나 훌륭한 일이 가능할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해 집중투자해

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훌륭한 선례를 보임으로서 리드하는 것은 단순히 Data.gov보다 훨씬 거

대한 일이다. 보건산업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 보자.

‘보건산업의 개혁’이라는 현재모델이 컴퓨터의 운영체제라면, 윈도우 비스타쯤

될 것이다. 비스타가 출시될 때에는 그 기능에 대해 홍보도 많고 이런 기능 저런 기

능이 있노라며 소문도 많았지만, 결국 비스타라는 새 버전의 윈도우는 질적으로 바뀐

것이 전혀 없는 그저 진부한 전 제품의 연장선상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가 보건산업을 정말 재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아이폰과 같은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에 참여하

는 모든 이들이 그를 보고 따를 만한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의료보험은 그

어떤 민간업체보다 질 좋은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이

어떤 민간 병원시스템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

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기존의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시스템을 처음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85 2012-02-21 오후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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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86

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건강보험 업체에서 제시하는 ‘공공 선택public option’이 큰 기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개방형표준, 단순한 디자인,

사용자 셀프서비스, 결과측정,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고객응대와 같은 최근 IT 기술

업계가 보여주는 혁신모델을 잘 적용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

는 보험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정부2.0의 성패를 측정하는 기준은 바로 이런 질문이다. 기존 시스템에 점진적

인 개선이 일어났는가 아니면 일대 변혁을 가져왔는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

존, 애플 등 IT업계의 거인들의 사례를 떠올려 보자.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어진 조건과 시스템 안에서 움직였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을 지배하던 규칙을 정면

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PC, 웹WWW, 아이폰 모두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선택폭을 넓

히면서 비용은 낮춰갔다.

그들은 기존의 비즈니스모델과 관행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효과가 있는

지 보여주었다. 그 변화의 크기는 PC, 웹, 아이폰 순으로 컸다.

정부가 플랫폼이라면, 정부2.0은 새로운 버전이다. 자, 다음 버전으로 세상을 뒤

흔들고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보자.

정부의모든부처가따를수있는단계별지침

1. 열린 정부 실천명령을 내려라. 샌프란시스코 시장 게빈 뉴섬이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그가 제시한 ‘오픈데이터 실천명령과 지침Open Data Executive Directive’

을 참조하라.37

2. 로빈슨이 제안했던 것처럼 도시, 국가, 부처 등 각 영역에서 유입되는 잠재정

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단순하고 믿을 만한 인프라를 만들라. Data.

37 http://www.sfmayor.org/wp-content/uploads/2009/10/ED-09-06-Open-Data.pdf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86 2012-02-21 오후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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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 정부 87

gov 같은 사이트를 만들려면 먼저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있어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 지향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열린 정부데이터에 관한 요구사항을 정리

한 ‘정부데이터 8원칙’이라는 문서를 참조하라.38

3.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면 일반시민에게 공개한 바로 그 플랫폼

을 이용해 만들라. 시민에게 주는 것과 똑같은 것을 사용하라. (이것도 로빈슨의

주장이다.39)

4. 연방 수준에서는 Data.gov에서, 주나 시 등 하위 수준에서는 각기 해당하

는 플랫폼을 만들고 열린 API를 만들어 시민과 공유하라. 샌프란시스코의

DataSF.org, 워싱턴D.C.의 Data.DC.gov, Apps.DC.gov는 데이터 카탈로그

는 물론 시 소속 개발자와 민간부문에서 이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애플리케

이션을 모아둔 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5. 결과물을 이웃 도시, 유관 부처 등 주위와 공유하라. 산출해낸 결과물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공개하고, 다른 부처와 함께 웹서비스의 표준을 구축하고,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컴퓨팅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서 아주 단순하게

는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것까지 아우른다. 미국내 시정부들이 이렇게 경험과

지식을 상호교환하는 것을 도와주는 곳이 바로 코드포아메리카다. 참조하기

바란다(http://codeforamerica.org).

6. 바퀴를 새로 발명할 필요는 없다. 가급적이면 이미 나와 있는 개방형표준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자. (Open311은 많은 도시들이 채택하고 있는 개방형표

준의 좋은 사례다) 여러분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앞서 고민한 사람을 찾아보고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을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라.

7. 조달절차 없이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목록을 작성하라.

8. 정부판 앱스토어를 만들라. 정부 산하기관이 직접 만든 것과 민간이 참여해

38 http://resource.org/8_principles.html

39 “정부의 데이터와 보이지 않는 손(Government Data and the Invisible Hand)”, David G. Robinson, Harlan Yu,

William Zeller, and Edward W. Felten, 『Yale Journal of Law & Technology』, Vol. 11, 2009 (http://papers.

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1138083).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87 2012-02-21 오후 12:03:18

Page 64: 열린 정부 만들기 2장 팀 오라일리

2장88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공개하라(Apps.DC.gov 참조).

9. 공무원들이 상급자로부터 일일이 허락 받지 않고도 상황의 요구에 맞추어 나

름의 판단 할 수 있도록 ‘허용적인’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라.

10. 코드캠프, 번개, 이벤트모임 등을 열어 시민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

지를 만들라.

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88 2012-02-21 오후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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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정부만들기(본문수정최종).indb 10 2012-02-21 오후 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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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정부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다. 바로, 정부가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 로렌스 레식 / 에드몬드사프라재단 윤리연구센터 디렉터,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

열린 정부가 갖는 가장 근본적인 함의는 국민과 정부의 신뢰다. 가장 민주적인 국가와 최고의 효율

적인 행정은 국민과 정부의 상호신뢰와 기여에서 나온다. 이 책도 그와 같은 신뢰에 바탕을 둔 작

지만 의미 있는 기여라고 믿는다.

- 윤종수 / 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 CC KOREA Project Lead

웹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개방성을 어떻게 활용

해 운영과 소통을 향상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정부 안팎의 선구적인

이론가들과 실천가들이 어떻게 하면 새롭게 떠오르는 온라인 협업, 투명성, 참여의 세계를 이룩

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 이 책의 주요 저자와 주제 |

■ 팀 오라일리(오라일리 미디어 창립자 겸 CEO)-‘플랫폼으로서 정부’

■ 베스 시몬 노벡(미국 열린 정부를 위한 최고 기술 부책임자)-‘단일 장애포인트’

■ 제리 브리토(조지 메이슨 대학 메르카투스 센터 선임 연구원)-‘정부의 데이터는 국민의 것이다’

■ 아론 슈왈츠(reddit.com, Openlibrary.org, BoldProgressive.org 공동 창립자)-‘투명성이 필요할 때’

■ 엘런 밀러(선라이트재단 총괄 책임자)-‘워싱턴 황금률의 종말’

■ 칼 말라무드(Public.Resource.Org 창립자)-‘시민에 의한 정부’

■ 더글라스 슐러(공공 영역 프로젝트(Public Sphere Project) 대표)-‘온라인 심의와 시민 지성’

■ 하워드 디어킹(마이크로소프트 MSDN과 TechNet 웹플랫폼 팀 프로그램 매니저)-‘좋은 정부 만들기’

■ 매튜 버튼(웹 기업가, 전 미국방정보국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개발자 평화봉사단’

■ 게리 배스와 션 몰튼(OMB 왓치)-‘정부에 웹 2.0 혁명을’

oreilly.com

무제-3 1 2013-04-08 오후 1:4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