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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변화된 사회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기독교의 과제 강 남 순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I.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희망/불안, 자신감/무력감의 패러독스들 한가운데서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행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변화에 대하여 미처 충분히 감지하지 못할 만큼 그 변화의 정체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급진적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세계의 혁 명, 게놈 프로젝트, 유전자 조작과 인간복제 등의 생명과학기술 세계의 혁명,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신제국주의적 지배와 종속의 현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신적 영역이라고만 생각해 오던 생명 창조의 기술이 가 능하게 되었고, 지리적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의한 인터넷 세계의 확장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 놓은 것 같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서, 근대과학의 발 새길논단 현대와 기독교 사상

변화된 사회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기독교의 과제 · 2008-06-25 · 러,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Jac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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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사회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기독교의 과제

강 남 순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I.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희망/불안, 자신감/무력감의 패러독스들 한가운데서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행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변화에 하여 미처 충분히 감지하지 못할 만큼 그 변화의

정체는 무나 복합 이고 진 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세계의

명, 게놈 로젝트, 유 자 조작과 인간복제 등의 생명과학기술 세계의

명,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신제국주의 지배와

종속의 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신 역이라고만 생각해 오던 생명 창조의 기술이 가

능하게 되었고, 지리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의한 인터넷 세계의 확장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무한 로 열어 놓은 것 같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서, 근 과학의 발

새길논단 와 기독교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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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계몽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된 인간에 한 고도의 낙 견

해가 다시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고도의 낙 인 인간 이

해는 기독교 신학에서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라는 기독교

인간론의 한 측면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신학의 인간 이해를 닮아 있으

며, 보다 나은 미래에 한 희망을 강조하게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측면에서는 이러한 진 변화들은 통제 불가능한 세

계로 치닫는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감마 우리에게 주고 있다.1)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탈민족 ’(postnational) 정황은 그동안

막강한 통제력을 지녀왔던 국민국가의 력마 무력하게 만들고 있어

서, 민주주의 사회들에서조차도 고삐 풀린 무한한 자유경쟁의 경제논리

로 인해 복지국가를 이루기 한 ‘사회 연 ’의 가능성마 뿌리채

흔들어 놓고 있다.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로 이행하는 것 같은 자신감

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어느 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극도의 무력

감이 우리의 삶에 동시 으로 혼재하는 패러독스의 한가운데 우리의

삶이 던져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은 우리에게 필연 으로 ‘고향 상

실’의 느낌을 유발시키며, 이 의 인 기반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근원 으로 붕괴되고, 민주주의 사회질서의 정당성이 상실되고, 인간

계에서도 의미가 상실되어 공동체의 존속을 근원 으로 하고 있

는 것이다.

이제까지 상상해 보지 못하던 세계를 경험하면서 알 수 없는

미래에 한 새로운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1) 갑자기 기술문화 속에 들어온 우리의 상황을 자크 엘룰은 “우리는 모두 이

게임 안에 들어와 있다.”고 지 하면서, “테크놀로지는 오직 실용 인 정보

만을 인정하고, 완 히 경제 명령에 복종하며, 과거를 성찰하지 않을 뿐더

러,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날카로운 비 을 하고 있다. Jacques

Ellul, The Technological Bluff(Grand Rapids: Eerdmans, 1990), pp. 8, 141~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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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한 측면에서는 이러한 급진적 변화들은 통제 불가능한 세계로 치닫

는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감마저 우리에게 주고 있다.

부여잡고 살아오던 가치들, 삶의 양식들, 세계와 인간에 한 이해의

양식들, 사회 ․정치 제도나 철학들이 이제는 그 성을 상실하고

쓸모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우리를 어둡게 한다. 인간은

만물의 장이라는 그 오래된 인간 심주의 신념이 생명공학기술의

발달 등을 통하여 증명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동시다

발 으로, 다차원 으로 일어나는 이 엄청난 변화들 앞에 우리가 통제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무력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러한 세계의 변화는 그 연 기 인 양 변

화가 아니라 근원 인 차원을 흔들고 있는 질 변화라는 에서 이

세계로부터 철 한 ‘불연속성’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

로는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계층차별주의, 자연차별주의(naturis

m)2), 이성애차별주의, 나이차별주의 등 인류의 역사에서 끈질기게 오

랫동안 자리 잡아왔던 다양한 형태의 부정 인 차별주의들이 여 히

이 세계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에서 굳건한 ‘연속성’을 지니고 있기

2) ‘Naturism’은 자연주의나 나체주의 등의 의미로 사 에 나온다. 페미니스트

이론가인 조안 그리스콤은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표 인 네 가지 억압구

조들이 있는데 다른 세 가지, 즉 sexism, classism, racism등은 한 용어로

표 되지만, 인간의 자연에 한 억압과 착취를 지시하는 하나의 용어는 없

다고 지 하면서 인간의 자연지배를 지시하는 말로 ‘naturism’을 새롭게 재

개념화하여 쓰고 있다. Cf. Joan L. Griscom, “On Healing the

Nature/History Split in Feminist Thought,” Women's Consciousness,

Women's Conscience: A Reader in Feminist Ethics, eds. Barbara Hilkert

Anderson, et al.(San Francisco: Harper & Row,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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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다. 지 세계에 한 이러한 복합 경험들은 우리에게 극도의

희망과 불안, 놀라운 자신감과 무력감, 그리고 이 세계와의 철 한

불연속성과 연속성의 패러독스 한가운데로 우리를 던지고 있다. 이 지

독한 패러독스들 한가운데에서, 기독교가 어떠한 ‘ 안 세계’에 한

비 을 가지고 어떠한 방향으로 실천 과제를 모색하는가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II. 현대 세계에 대한 신학적 성찰 1.‘돈-신주의’의 시대로

세계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커다란 기의식이 있다면, 그

것은 측 불가능한 미래가 지 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 에 지니고 있었던 가치체계들이 스스럼없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

일 것이다. 인간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까지 보유하게 된 인간은 이제

야말로 인간이 이 세계의 주인이라는 선언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에 이

른 것 같지만, 여 히 알 수 없는 질병과 측할 수 없는 테러와 갈등

은 구도 통제할 수 없는 공포감마 갖게 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

들 속에서 가장 구체 으로 보통 사람들의 일상 세계에 향을 미치고

있는 변화를 들자면, 그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정치, 경제, 문화 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제

국주의 양태를 띠고서 아무런 강제 힘을 사용하지 않고도 우리가

부여잡고 살아왔던 종교 신념이나 인류의 보편가치들의 요성에

한 신뢰를 여지없이 무 뜨리고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신제국주의를 지난 세기의 제국주의 침략의 연장선상에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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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이윤증대’를 그 유일신으로 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독교의‘유일신사상’(mono-theism)이‘돈-신주의’(money-theism)

로 대체되고 말았다.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가장 요한 핵심을 포착하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화의 제국주의 권력은 침략과 정복에 의하여 가능하게

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양산해 내는 가치의 내면화와

자발 동조에 의하여 강화되기 때문에, 무력을 사용하는 강제성이 필

요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윤증 ’를 그 유일신으로 삼

고 있으며, 결과 으로 기독교의 ‘유일신사상’(mono-theism)이 ‘돈-신주

의’(money-theism)로 체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자

본은 국민국가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지리 경계를 월하여 이윤이 창

출되는 곳이면 어디나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자본의 유목성’은 정의의

문제나 사회 연 성의 차원을 철 히 비웃으면서 자본의 권력을 강화

시키고 있다. 냉혹한 경쟁의 논리만을 앞세우는 막강한 자본의 권력 앞

에서 이제 한 국민국가의 어떤 정치 이상이나 통제, 는 종교 가

치도 무력하게 되고 말았다. 이 냉혹한 세계 경쟁의 시 를 살아남기

한 방편이 무엇인지를 찾기 해 국가도 개인도 안이 되어 있는 것

이다.

2. 다양성과 개방성의 말살로 인한 공론의 부재 - 교회와 사회에서의 민주주의 실현의 위기로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의 다양성이나 개방성을 가장 기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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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출발하는 민주주의는 무력하게 되며, 주어진 답을 따라 살아야

하는 획일 가치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민주주의에서 진정한

‘정치 인 것’이란 “힘과 폭력이 아니라 말과 설득을 통하여 모든 것을

결정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이해에 따르면 공 인 심사를 해 토론

하고 설득하며 자기주장을 개하고 그럼으로써 공동의 보편성을 확인

하는 장소로서의 ‘공론 역’의 확보야말로 민주정치의 가능조건이다. 민

주주의 정치는 우리의 사 인 역과 공 인 역의 만남의 공간인

공론 역을 통하여 가능하게 된다. 즉 공론 역에서 우리는 사 인 것

으로 간주되는 문제들을 공 인 심사로 끌어내고, 동시에 공 인 문

제를 사 인 역의 삶과 연계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란 바

로 이러한 사 인 것과 공 인 것의 만남에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사 세계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은폐된 존재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드

러낼 수 있는 공론 역”3)으로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 게 공론의

역으로 가져오게 된 문제들과 그 문제들에 한 다양한 들은 공

공성의 검증을 거쳐서, 단순히 다양한 개인들의 개별 을 수집한

‘여론’이 아니라 어떤 정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공론’으로 결집되

어 한 사회의 자기조직의 양식에 향력을 행사하고 정당하게 개입하

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민주사회를 이루는 핵심 인 토 라고

할 수 있다.

이 공론 역에서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을 가진 사람들, 다른

이해를 가진 사람들,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밝히고 설득하고 토론하고 그래서 자기편으로 만들고, 그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집합 의지가 좀더 견고하고 지속성 있게 다져지는

3) Hanna Arendt,『인간의 조건』, 이진우, 태정호 옮김(한길사, 1996), 78쪽과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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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일상 세계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정치

적인 문제이며 사랑과 정의, 평화와 화해 등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가장 중요한 인간의 삶의 조건으로 보는 종교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종교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성공

과 실패가 반복되는 과정이며 끊임없는 도 과 문제제기가 들어오는

과정으로서, 어떠한 종류의 권 주의 억압이 허용되어서는 안 될 때

에만 민주 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이

나 는 ‘소수에 한 다수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념도 아니다. 오히

려 다수의 성공은 소수를 억압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도

과 문제제기를 용인하는 개방성이 확보될 때에만 민주 인 것이다.

성별, 나이, 사회 지 등에 따른 계 권 구조가 강력하게 지배

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어떠한 문제제기나 도 는 토론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에서 민주주의의 실 을 한 토 형성에 근원 인 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애 정황에 더하여, 신자유주의 세계

화는 ‘이윤추구’를 한 고도의 자본주의 경쟁과 생존이라는 정언명

령에 의해 다양성과 개방성을 근원 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더욱더 심각한 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나는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단지 경제 측면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문제의 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세계화의 문제

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일상 세계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정치 인

문제이며 사랑과 정의, 평화와 화해 등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가

치를 가장 요한 인간의 삶의 조건으로 보는 종교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에서 심각한 종교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냉혹한 자본

주의 경쟁의 시 에 생존하기 하여 온 힘을 동원하여야 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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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 에, 인간의 자유, 평등, 정의, 평화 등 인류의 보편가치나

종교 이상을 구 하기 하여, 는 민주 사회를 일구어 나가기

하여 토론하고, 고민하고, 비 하고, 분노하고, 시간과 에 지를 쏟는다

는 것은 어 보면 생존하기 한 투쟁을 포기하는 삶으로 보일 수도

있다.

종교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사실상 삶의 의미를 묻는 것과

씨름하기를 포기하고 삶의 가치를 추구하기 한 무수한 물음표들을

던져 버린 채, 종교를 자본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한 방편으로 이

해하고 있다. 물음표가 부재한 종교 삶이란 주어진 답만을 따라 사는

‘순응주의 인간’을 양산해 내게 되며, 그것은 어떤 가를 치르고라도

물질 풍요와 안정을 지켜내고 확 하고자 하는 고도의 치열한 자본

주의 경쟁시 를 살아가는 ‘21세기형 인간’의 재생산 과정이 될 뿐이

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랑과 정의의 실 ’이라는 신의 정언 명

령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생존경쟁과 이윤증 ’라는 정언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교회들은 ‘교회성장제일주의’라는 이

데올로기에 의하여 움직여가고 있으며, 형교회가 이상 인 교회의 모

델로 간주되면서 그 모델들을 폭 으로 따라가고자 하는 교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과 무 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회도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하며, 성공 인 목회의 여

부는 교인수와 헌 액수에 따라 결정되는 우리의 실은 한국 기독교

의 미래를 참으로 암담하게 만든다.

3. 선교 이해의 위기 -‘선교제국주의’와 탈복음성

‘공동의 이익’보다는 ‘자기이익’을 가장 우선 인 덕목으로 삼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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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사실상 삶의 의미를 묻는 것과 씨름하기

를 포기하고 삶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무수한 물음표들을 던져 버린 채,

종교를 자본주의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

을 가지고 씨름했던 20세기의 신학자들은 이제 더욱더 철 한 ‘이윤증

’라는 정언명령에 의하여 작동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그늘아래

에서 “과연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더욱 무거

운 물음과 치열하게 씨름해야 하는 과제를 지니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가난한 사람들에 한 ‘구제’는 가능하지만, ‘정의’의 실

은 더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계로 우리를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출애굽사건에서 시된 기독교의 언자 통은 하나님께서 억압받

는 사람들 편에서 인간의 역사에 개입한다는 것이 가장 요한 핵심

원리이다. 하나님께서는 정의를 요구하고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심 한

다는 것이다. 언자 통은 한 개인의 구원보다는 공동체의 구원에

강조 을 두고 있으며, 사후의 보상보다는 지 여기에서의 하나님나라

의 실 에 더 강조 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에 한국의

부분의 교회들이 강조하고 있는 선교개념은 여러 가지 에서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보게 된다. 맹목 으로 ‘교인 숫자 늘리기’를 ‘선교’의 동

일어로 이해하고 있는 많은 한국 교회들은, 선교란 사실상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교회가 동참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의를 이 땅 에

실 하는 것에 극 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 인 선교 이

해를 근원 으로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억압받는

사람들, 주변화된 사람들, 박탈당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인간의 역사

한가운데서 역사한다는 것, 그리고 교회의 선교란 다양한 형태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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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의(gender justice), 인종 정의, 경제정의, 생태정의 등-를

실 하는 것이라는 선교에 한 올바른 이해가 재각인 되어야 하는 것

이다.

1960년 이후 속한 양 성장을 이루어 온 한국개신교는 1980년

반 이후 성장 단계로 돌입하면서 개 교회들의 치열한 교인쟁탈

이 벌어지고 있다. 비신자나 타종교 신자의 ‘개종’에 의한 교인의 증

가가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자 이러한 기독교 신자의 ‘수평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성장의 한계를 느낀 교단이나 개 교

회들은 해외로 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선교는 ‘교인 수 증가와 교세

확장’으로 철 히 왜곡되는 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동네에서도 개신

교 교회들끼리 교인 뺏기에 안이 되어 있으며, 같은 교단끼리도 교인

들의 ‘수평이동’에 의한 교인 수 감소나 증가에 민한 각을 세우고

치열한 ‘선교 략’을 세우고 있다. 동시에 개 교회들은 그 세력확장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하 고, 형교회는 물론 웬만한 형교회들도 앞

다투어 해외선교지의 선교사들에게 헌 을 보내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

2000년 말 재〈한국선교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 개신교는

136개의 선교단체가 세계 162개국에 8,103명의 해외선교사를 견하

고 있다. 이 통계에 의거한다면 한국은 미국, 캐나다(혹은 국)에 이어

서 세계에서 제3 의 선교국가가 된다.4) 한국개신교의 해외선교가

속히 활발하게 된 것은 88올림픽 이후 해외송 해외여행 등에

한 제반규제조치가 폭 완화되고, 한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사회주의

진 의 몰락과 같은 국제정세의 격한 변화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19세기 말 서양 선교사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던 개신교는 서구 제

국주의의 팽창이라는 정치 야망의 배경을 가지고 소개되었다. ‘복음

4) http://kcm.co.kr/mission/map/2001mission.html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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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구문명으로 세례를 받고 새로운 문명인으로 태어

나야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문명 선교’(civiliz-

ing mission)의 인식론적 출발점이 되는 것은‘문명-야만’,‘서구-비서

구’,‘우리-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사유이다.

화’를 해서는 ‘문명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선교사들에게 조

선은 미개하고 빈곤한 나라로서, 그 조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구문

명으로 세례를 받고 새로운 문명인으로 태어나야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이 되었다. 이러한 ‘문명 선교’(civilizing mission)의 인식론

출발 이 되는 것은 ‘문명-야만,’ ‘서구-비서구,’ ‘우리-그들’이라는 이분

법 사유이다. 이러한 이분법 사유에 의하여 마련된 선교 략은 선

교지의 통과 문화양식을 송두리채 무시하고 폄하하고 폐기하고자 하

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19세기에 서구 선교사들에 의하여 행하여졌

던 이러한 ‘문명 선교’가 이제 한국 선교사들에 의하여 이 21세기에 그

로 반복되고 있다. 서구에 의하여 ‘타자화’된 시선으로 선교지의 ‘선

교 상’들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선교사들의 이러한 제국주의

시선을 다음의 이 잘 묘사하고 있다.

“깔끔한 양복에 선 라스까지 갖춘 한국 선교사가 원주민들

사이에 서서 은 사진을 보면, 과거 식민지시 에 유럽선교사

들이 지 차 에서 사 리 모자를 쓰고 이 를 물고 지팡이

를 잡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5)

해외선교가 개 교회 단 로 이루어지면서, 사실상 이러한 해외선교

5) “ 담: 아시아선교에 희망이 있다.”,『기독교사상』, 2002년 6월호,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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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한국 개신교의 ‘교 이기주의’와 ‘개 교회제일주의’를 재 하고 있다

고 보인다. 한국의 교 주의는 19세기 미국 개신교 선교 략이 남긴

부정 유산의 하나인데, 한국 개신교에서는 이러한 교 주의가 자기

교 의 성장과 확장을 지상의 가치로 여기는 데 기여하고 있고, 더구나

‘개 교회주의’는 한국교회 체나 교 의 이익보다는 자기 교회의 이익

을 더 앞세우면서 그 이기주의의 욕망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기독

교 복음의 와 혼의 구원’이라는 선교의 모토를 가지고 선교지로

떠나지만, 정작 선교지에서는 이른바 ‘돈 선교’(money mission)로 사실

상 기독교 가치가 아니라 자본주의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다. ‘돈 선교’는 경제 으로 가난한 지인들을 돈을 ‘미끼’로 삼아 교회

로 끌어들이는 행 로서, 일단 이 미끼에 걸려든 사람들을 자본주의

가치의 노 가 되어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6) 이들 선교사들은 ‘기독교

의 선교사’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선교사’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론 이들 해외로 떠나는 선교사들 에는 생명을 잃을는지도 모른다

는 각오까지 하면서 심지어는 유언장까지 쓰면서 ‘기독교 복음 와

혼구원’에 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실제 선교 장에서는 이러한 순수성에서 벗어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

하다.7) ‘억압받은 자’들 편에 서서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독교 정언명령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본주의 가치를 재생산하

고 강화하고 있는 이러한 ‘선교제국주의’ 열풍에 가 그리고 어떻게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어려운 그러나 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6) 호진,『한국교회의 선교: 과거의 유산, 미래의 방향』(성 문화사, 1993),

184-92쪽 참고.

7) 선교사가 떠나기 에 유언장에 서명하도록 규정하는 교단들도 있다. 김수

읍,『한국교회의 해외선교: 선교 황과 정책』(책사랑, 1990)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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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정신과 기독교 공동체의 핵심적인 토대를 이루는 연대성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을 성, 인종, 계층, 성적 성향 등에 관계없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고귀한 한 인간으로 보는 급진적인 평등적 인간 이해에 기초한다.

4.‘주변부인’과의 연대성 실천으로서의 선교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정의의 실 을 하여

‘억압받은 자들’, 즉 우리 사회의 ‘주변부인’들과 연 해야 한다는 연

성의 당 를 주장하는 기독교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가가 요한 신

학 물음이 된다. 사회정의 담론에서의 ‘연 성’ 논의는 인간의 개체성

(individuality), 그리고 사회성(sociality)이라는 이 실과 연 되어

있다. 연 성은 인간의 사회성으로 인해 한 개인의 행복이 모든 이들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의 선만을 추구하는 개인주의나 는 그

반 로 개인을 말살하고 집단 공공선만을 추구하는 집단주의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 개인과 집단이 상호 연 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다. 신학 으로 보면, 연 성은 모든 인간 개개인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고귀한 존재이며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그리스도에 의하여 구속

받은 형제며 자매라는 인식에 기원한다. 인간에 한 진 인 평등주

의에 기 한 인간 이해에서 출발하며, 인간의 상호 계성에 한 인식

과 더 나아가서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아모스』5:24) 하나님나라에

한 비 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수 정신과 기독교 공동체의 핵

심 인 토 를 이루는 연 성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을 성, 인종, 계

층, 성 성향 등에 계없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고귀한 한

인간으로 보는 진 인 평등 인간 이해에 기 한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다.”(『마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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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25:45)라는 수의 최후심 에서의 단호한 선언은 신자유주의 세

계화 아래에서 더욱더 왜곡된 선교 이해를 재생산하고 있는 교회들이

끊임없이 되새겨 보아야 하는 ‘연 성의 요청’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기독교는 ‘빵으로만의 죽음’(death by bread alone)에 하여 말한다.

인간은 빵 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하나님의 의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수의 선언은, ‘이윤증 ’와 ‘돈-신주의’(money-theism)에 따라 치열한

경쟁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가치와 정면으

로 배치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오는 가장 커다란 기는 우

리에게 ‘물질 풍요’ 이외의 다른 가치는 ‘좋은 삶’에서 요구되지 않는

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며, 경제 효율성과 성장만이 인간 삶에 있

어서 가장 한 조건이라고 으로써 정치 으로는 민주주의의 기,

그리고 종교 으로는 정의의 실 과 연 성의 요청을 철 히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죄성에 한 인식과 자기 비움의 회개를

향한 기독교 요청이 끊임없이 상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지 이

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여성의 인권, 성 소수자의 인권, 아동 인권, 육

체 장애인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등 소 ‘ 심부’에서 려나

있는 사람들, 즉 ‘주변부인’들의 인권과 그들과의 연 성의 문제가 신자

유주의 시장 논리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매우 심

각한 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모든 것들

이 매매되며, 그러한 매매의 공간이 국민국가라는 지리 경계에 국한

되어야 할 필연성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시장이 ‘세계화’된다. 문제는

이러한 화된 시장논리에 의하여 받고 있는 ‘보이지 않고’, ‘만져

지지 않는’ 가치들의 함몰인데, 우리는 이러한 시장논리의 필연성에

항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향유하며 순응함으로써 공모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들도 이러한 극 화된 시장논리에 의하여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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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빵 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하나님의 의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예수의

선언은,‘이윤증대’와‘돈-신주의’(money-theism)에 따라 치열한 경쟁

적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되고 있어서, 숫자로 목회자의 성공 여부가 가늠되는 실이다. 기독

교는 사회의 극 화된 이윤 추구의 정신과 항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자신 내부의 공모자들과도 항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창출해 내는 가치들에 한 항의 자리에 바로 우리의 공모성이 함께

혼재하고 있다는 이 항과 공모의 양가성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것이

기독교가 넘어서야 할 지속 인 과제 의 하나일 것이다.

III.‘접경지대’에 선 존재로서의 기독교의 과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다 효율성, 성장, 물질 풍요, 이윤의

극 화, 고도의 경쟁 속에서의 생존 등의 아래서, 한 다양한 기

술과 생명공학의 개발이 가져다 충격 속에서, 우리는 이 의 가치들

이 더이상 그 의미를 지니기 어려움을 경험한다. 어떻게 이 게 받

고 있는 가치들을 지켜나가고, 지 시 에 다양한 양태로 소외되고 억

압받는 소수자들, ‘갓길로 려난 존재들’의 목소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가가 기독교의 커다란 과제이다.

기독교는 ‘이미’(already)의 실과 ‘아직 아닌’(not yet) 실의 경

지 (contact zone)에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는 ‘이

미’의 실에 한 리한 분석과 이 실이 양산하고 있는 다양한 형

태의 억압받는 자들-즉 소수자들, 주변부인들, 갓길로 려난 존재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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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 소수자, 어린이, 장애인, 이주노동자, 재소자, 비 향장기수,

노숙자 등 사회에서 억압받는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자유와

해방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를 강구해야 하며, 다양한 옷을 입은

사회의 권력의 횡포와 억압에 맞서는 항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

씨름해야 한다.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나라에 한 비 을 끊

임없이 제시하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안 세계와 그 세계가 지녀

야 할 가치들의 확산을 하여 씨름해야 하는 이 과제를 지닌다.

‘이미’와 ‘아직 아닌’의 이 두 세계의 경지 에 선 기독교가 가장 경

계해야 할 이 있다면 그것은 ‘권력화’이다. 이 권력화의 유혹에 넘어

가자마자 기독교 역시 다른 압제 기구가 되며 권력 장치로 변질된

다. 권력화는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데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데,

집단 내의 ‘작은 권력’은 우선 공동체의 자유로운 민주 의사소통을 방

해한다. “의인들은 권력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은 아 라함이

롯을 소돔에서 빠져 나오게 하지만 아 라함 자신이 혼자서 소돔을 구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집단을 구하기 해서

는 권력이 집 된 한 사람 아 라함이 아니라, 이 아 라함이 하나님에

게 약속한 10명의 의인, 즉 집단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서는 의

인이야말로 공동체를 존속시키고 그 공동체의 멸망을 지연시키는 존

재들임을 보여 다.8) ‘ 경지 ’에 선 존재는 어떠한 종류의 ‘권력화’도

8) 피에르 비,『집단지성』, 권수경 옮김(문학과 지성사, 2002) 참고: 피에르

비는 이 책에서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분배 상호교환을 구심 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 속에서 ‘집단지성’의 등장이 가능하게 될 미래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 비는 “어디서나 분포하며, 지속 으로 가치 부여되고, 실

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 동원에 이르는 지성”을 지칭하는 집단지

성을 소개하면서, 이 사이버 시 의 집단지성이 선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

능성을 매우 정 으로 보고 있다. 아 라함이 50명의 의인을 발견한다면

소돔을 멸하지 않겠다는 하나님과 상하여, 자기가 발견해야 할 의인의 수

를 10명까지 이는 아 라함과 하나님과의 상을 인간 집단에 내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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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을 구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집중된 한 사람 아브라함이 아니라, 이

아브라함이 하나님에게 약속한 10명의 의인, 즉 집단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

다. 성서는 의인이야말로 공동체를 존속시키고 또 그 공동체의 멸망을 지연시

키는 존재들임을 보여준다.

거부하는 존재이다.

폴 틸리히는 종교란 인간의 궁극 심에 답하고 그 근거를 제시

하는 것이며, 따라서 “궁극 심으로서의 종교는 문화에 의미를 부여

하는 실체”(the meaning-giving substance)라고 규정하 다.9) 그런데

세계에서의 격한 변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것은 이러한 궁극

심에 하여 답하는 종교와 그 종교가 지향하는 보편 가치들의

제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에 교회들은 많이 있지만, 이 교회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자유, 평등, 정의, 평화, 사랑 등과 같은 ‘보

이지 않는 가치’들이 아니라, 교인수와 헌 액수, 교회건물의 크기로 그

존재 의미가 규정되는 자본주의 인 ‘보이는 가치’ 들이다.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개인들이 그들의 성, 인종, 정치 성향, 성 성향, 사

회 계층, 육체 장애의 여부, 나이 등과 상 없이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의 기본 인 존엄성과 가치를 확보하게 해 주기

한 운동, 그래서 이 사회가 보다 하나님나라에 가까울 수 있는 사회

작은 정 자질을 최 한으로 이용하고자 한 인류 최 의 사회 유 의

기술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익명성을 가진 10명의 의인이 하나의 사회로 기

능하면서 이 의인들이 공동체를 존속시키고 멸망을 지연시키기도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집단지성을 이루기 해서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

각한다.”(cogito)를 “우리는 생각한다.”(cogitamus)로 바꾸어야 한다고 비

는 주장한다.

9) Paul Tillich, Theology of Culture(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59),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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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변화되기 한 변 운동에 극 여를 하는 것은 교회의 주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독교 실천 과제의 극 확 여부

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시 가 가져다주는 가치의 도와 혼란, ‘돈-신

사상’을 따라 사는 우리 시 의 기를 넘어서서 ‘새 하늘과 새 땅’의

하나님나라를 향한 우리의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게 하는 희망의 근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