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 문화 갈등 * 1) 나광은(중앙대) I. 서론: 일상 연구의 중요성과 분단 상태가 하나된 통일독일 사회 일방적인 흡수방식의 통일로 일차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강요받은 동독인들의 일상에 관한 연구는 그들의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갈등을 고찰할 수 있는 적절한 영역이다. 그리하여 이 연구에서는 우선 동독인 들에게 가장 큰 변화로 다가왔던 일상생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적응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들로부터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사회적으 로는 어떻게 표출되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통일 10여년이 흐른 오늘날 여전히 독일에서 머리 속의 장벽내적 분단’, 내적 통일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심화되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 ? 서독체제의 동독지역에로의 이식 형태로 갑작스런 체제전환을 통해 이루어 진 독일통일은 동독인들의 통일에 대한 기쁨과 환호를, 실망과 불안으로 바꾸어 놓았다. 서독에 의해 흡수통일되어 형성된 새로운 독일은 동독인들에게 옛 서독 의 연장으로 인식되었다. 구동독의 사회주의국가에서 집단위주의 공동체적 삶과 그 문화 속에 살았던 동독인들은 개인의 자유와 성공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통 일독일 사회에서 적응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통일독일의 경쟁사회에서 동독인 들은 그들 스스로의 적응의 부담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서독인들의 선입견적 인 사고, 즉 동독인들은 경쟁과 성공사회에 부적합하다는 편견과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독인들과 서독인들 간의 소외의 골이 깊어지고 이질감이 심화 되어가고 있다. * 이 논문은 2003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 (KRF-2003-072- AM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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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 문화 갈등*1)

나광은(중앙대)

I. 서론: 일상 연구의 중요성과 “분단 상태가 하나된” 통일독일 사회일방적인 흡수방식의 통일로 일차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강요받은 동독인들의 일상에 관한 연구는 그들의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갈등을 고찰할 수 있는 적절한 영역이다. 그리하여 이 연구에서는 우선 동독인

들에게 가장 큰 변화로 다가왔던 일상생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적응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들로부터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사회적으

로는 어떻게 표출되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통일 10여년이 흐른 오늘날 여전히 독일에서 ‘머리 속의 장벽’과 ‘내적 분단’,

‘내적 통일’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심화되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

가? 서독체제의 동독지역에로의 이식 형태로 갑작스런 체제전환을 통해 이루어

진 독일통일은 동독인들의 통일에 대한 기쁨과 환호를, 실망과 불안으로 바꾸어

놓았다. 서독에 의해 흡수통일되어 형성된 새로운 독일은 동독인들에게 옛 서독

의 연장으로 인식되었다. 구동독의 사회주의국가에서 집단위주의 공동체적 삶과

그 문화 속에 살았던 동독인들은 개인의 자유와 성공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통

일독일 사회에서 적응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통일독일의 경쟁사회에서 동독인

들은 그들 스스로의 적응의 부담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서독인들의 선입견적

인 사고, 즉 동독인들은 경쟁과 성공사회에 부적합하다는 편견과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독인들과 서독인들 간의 소외의 골이 깊어지고 이질감이 심화

되어가고 있다.

* 이 논문은 2003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 (KRF-2003-072- AM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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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1990년 여론조사에서 스스로를 동독인으로 느낀다고 한 동독인은 28%였으

나 1997년에는 67%로 증가하였다.1)

-2001년 동독인의 74%가 통일독일 사회에서 여전히 이등국민으로 느끼고 있

다고 답했다.2)

-동독인의 22%가 서독인을 외국인보다 더 낯설게 느낀다고 답했다.3)

-동독인의 71%가 통일독일에서 공동체의식이 점점 더 감소될 것이라고 보았

다.4)

통일 10여년이 흐른 지금 이러한 지표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바로 ‘분

단 상태가 하나된’5) 통일독일의 모습과 통일독일 사회에서의 동독인들의 부적

응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의 여론조사들은 독일이 체제적인 통일은 이루었으나 심리적으로는 여전

히 분단 상태임을 증명하는 예로서, 이것은 통일이 ‘제도’나 ‘체제’의 문제 못지

않은 ‘인간’과 ‘정신’의 문제6)라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서독의 주도로 서독식 제

도,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동독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했던 독일통일은 정

치․경제적 ‘내부 식민화’와 더불어 ‘머리 속의 장벽’을 지속시키고 있다. 따라

서 통일은 동독인들에게 경제적․심리적인 이중의 고통을 주고 있다. 더욱이 통

일은 통일 이전 동․서독인들 간의 우호적이었던 감정을 통일 이후 낯설고 대립

적인 감정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흡수통일이 동독인들에게 남긴 상처는 통

일독일 사회에서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동독인들이 통일독일 사회에서 겪는 사회․심리적 갈등들은 통일독일 사회의

1) Allensbacher Jahrbuch der Demoskopie 1993-1997, S. 560. 2) Zit. nach Thomas Gensicke: Auf dem Weg der Integration. Die neuen Bundesbürger

nach der Einheit. Deutschland Archiv 3/2001, S. 403. 3) Wolf Wagner: Kulturschock Deutschland. Der zweite Blick. Hamburg 1999, S. 24. 서독

인의 27%는 동독인이 외국인보다 더 낯설다고 하였다. 4) Elmar Brähler/Horst-Eberhard Richter: Deutsche -zehn Jahre nach der Wende. Ergebnisse

einer vergleichenden Ost-West-Untersuchung. Aus Politik und Zeitgeschichte (im folgenden: Apuz.) B45/1999, S. 27.

5) 김누리: 독일통일과 지식인. 실린 곳: 김누리․노영돈(엮음) : 통일과 문화. 통일독일의 현실과 한반도 . 역사비평사 2003, 158쪽.

6) 같은 책,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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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31

현주소와 독일통일의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오늘날 통일사회

에서의 동독인들의 불만과 부적응은 예견하지 못했던 통일의 과오 또는 부작용

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독일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II. 일상의 변화: “자기나라에서 이방인”이 된 동독인들왜 동독인들은 “자기나라에서 이방인들”7)이 되었나?

1989년 11월 9일 장벽이 붕괴되면서 구동독(DDR)은 급격하게 전복되었다. 구

동독에서 통용되던 모든 가치와 방향들이 의문시되고 혼란 속에 빠지게 되었다.

1990년 7월 1일에 실시된 화폐통합은 동독경제체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대부분의 동독의 생산품들은 상품진열대에서 밀려났다.8) 국내외적인 수요는 침

체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경제 전체가 패배한 전쟁에서처럼 대량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990년 10월 3일 연방공화국으로 편입된 후에 모든 동독제도들은 연방

공화국의 제도들로 대체되었다. 동독경제의 붕괴와 구동독에서 유래한 모든 것

들에 대한 평가절하는 동독인들을 불안하게 하였다. 또한 새 제도와 표준이 옛

것과 대체되면서 동독지역엔 심각한 소외현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1990년 서독제도들이 변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동독인들의 생활공간으로 옮

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 중에서 아무것도 동독적인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동독인들 모두는 아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자기 나라에서

7) Dietrich Mühlberg: Schwierigkeiten kultureller Assimilation. Freuden und Mühen der Ostdeutschen beim Eingewöhnen in neuen Standards des Alltagsleben. Apuz.B17/2002, S.3.

8) Thomas Gensicke: Deutschland im Wandel. Sozialer Wandel und Wertewandel in Deutschland vor und nach der Wiedervereinigung. Speyerer Forschungsberichte Nr. 154. 1995, S. 61. 화폐통합으로 동독화폐가 300-400% 평가절상되었다. 그것은 동독인들에겐 구매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동독산업의 붕괴의 촉발제 역할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수출분야에서 화폐통합은 생산품의 엄청난 가격상승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비싼 가격에 비해 낮은 질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 동독인들은 서독의 생산품을 문제의식없이 사들였고, 동독인들은 동독생산품에 대한 그들의 “불매Boykott"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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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이방인들이 되었다. 또한 통일과정에서 새로운 완전히 다른 사회적 관계들이 동

독주민들에게 너무 빨리, 예기치 못하게 들이 닥쳤고 그들은 그것들과 합의할

그리고 그것들에 익숙해질 시간을 갖지 못했다. 급격하게 이식형태로 이루어진

독일통일은 동독제도를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고, 동독인들의

기존의 생활양식과 가치체계를 휴지조각처럼 되게 하였다. 이로서 결국 동독인

들은 자기 집에 있다할지라도 낯선 나라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러한 상

황에 처한 동독인들을 1991년 한스 요하임 마츠 Hans-Joachim Maaz는 “우리는

정복당한 새로운 신민이다 Wir sind die besiegten neuen Untertanen”9)라고 표현하

였다. 이러한 식민지적인 방식의 통일로 동독인들에겐 “서독을 배워야 하는 견

습생”10)의 역할이 강요되었다. 따라서 동독인들은 불안하게 새로운 제도와 생활

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1. 생활환경의 변화

1) 노동환경의 변화

구동독에서 노동은 이념적으로 사회의 핵심역할을 했다. 동독인들에게 직업

은 소득원일 뿐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보장하고 타인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직장은 경제적인 의미뿐 아

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노동은 사회체제와 일상생활

을 잇는 경첩과도 같은 기능을 하였다. 노동이 곧 생활이었고, 실존적 수단이었

던 동독인들에게 통일은 대량 실업을 가져다주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심각한 심

리적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실업과 직업능력에 대한 평가절하는 그들

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구동독시절 동독인들에게 있어 제2의 가족과도 같았던 직장에서의 생활은 서

로를 배려하고 돕고, 비공식적인 관계와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갖는 공간이었다.

동독인들에게 직장은 실존의 토대인 동시에 삶의 안정을 의미했다. 따라서 동독

9) Zit. nach Wolf Wagner: a.a.O., S. 23.10) Thomas Gensicke: 1995, S.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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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33

인들에게 실업은 경제적인 결핍 즉 생활 기반의 상실뿐만 아니라 개인의 실존적

인 위기와 더불어 사회적인 위치의 상실과 사회적인 관계들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은 동독인들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충격이었

다. 그것은 또한 익숙했던 삶과 삶의 계획을 뒤집어 놓는 것이었다. 실업은 동독

인들에게 출구없는 상황이며, 실업경험이 없었던 그들은 그것을 극복하는 데 어

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동독인들에게 있어 만족스런 생활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위해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수준과 과거에 그리워했던

소비가능성과 여행가능성보다 과거에 보장되었던 일자리인 것이다. 통일로 인한

동독인들의 실업과 직업능력의 평가절하는 가장 큰 변화였고 어려움이었다.

또한 경쟁사회에서 출발부터 약자의 입장에 처한 동독인들에게 있어 이제 일

자리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직업으로 이해하고, 직업을 경쟁과 성공의 분야로

이해해야 하며, 실업으로 인한 그들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그들에겐 어

려운 문제들이었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들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그들의 강한

욕구와 상충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동독인들에게 노동을 통해 자신을 입증할

새로운 기회들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즉 그들에게 취업에서의 동등한 기회가

여전히 주어지지 않고 있다. 실업과 직업능력의 평가절하로 인한 동독인들의 사

회적인 부적응은 사회적으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실업자인 경우 일자리를 가

진 사람보다 옛(구동독의) 사회적 안정을 더 강하게 회고한다. 모두가 직장생활

에 통합되어 있었고, 동료, 이웃, 친구관계에서 강하게 결속되어 있었으며, 인간

상호적인 관계들이 좋았었다고 회고하는 그들은 일자리 상실로 인해 삶의 주도

권을 상실함으로써 소외감과 사회로부터 제외됨을 느낀다. 자신감이 약화되고

공격성이 강화되며, 사회적인 인간관계들을 상실함으로써 소외감과 불신감을 갖

게 된다.11)

프란체스카 바일 Franzeska Weil은 작센에 소재한 한 직장에서 있었던 인터뷰

에서 노동환경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1) Rita Süssmuth: Zehn Jahre deutscher Einheit. Die innere Befindlichkeit der Gesellschaft. Eine kritsche Bilanz. Apuz. B1-2/2000 S. 20.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증대되고 자아 신뢰감의 부족과 무기력함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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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직장에서의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그것은 옛날에는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친밀

한 것이었다. (...) 이기주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서로를 돕는 것이 더욱 어려워

졌다. 서로를 위한 시간은 점점 더 적어졌다. 왜냐하면 삶이 더욱 분주해졌기 때문이

다.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줄어들었다. 사람들

은 더 이상 옛날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며 개인적인 걱정과 어려움을 감춘다. 돈과 소

비가 대화의 중심주제가 되었다. 옛날에 사람들은 걱정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고, 서로에게 의지하였다. 이제 사람들은 냉혹한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12)

이제 누구나 자신을 위해 일한다. 노동을 통해 형성되었던 사회적인 인간관계

들이 해체되고 서로가 경쟁자로 인식되면서 고립되고 있다. 함께 어려움을 나누

었던 관계에서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다.13)

과거에 어려움 속에서도 직장에서 서로 나누고 도와주던 생활 공동체 안에서

의 연대의식은 사라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게 되었다.

또한 동료와의 만남도 줄어들었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고 저녁마다 휴식 외에는 아무것도 하길

원하지 않는다.(건축공사감독, 1997)14)

그들에게 회복을 위한 휴식이 우선이 되었고, 활동적인 여가설계와 그 외의

활동들이 부담이 되고 있다.

2) 소비생활의 변화

통일로 동독인들의 수입은 향상되었다.15) 동독인의 수입은 빠르게 서독인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1994년의 조사에 따르면 동독가계의 순수입은 서독가계

12) Wolf Wagner: a.a.O., S. 63.13) Rainer Zoll: Ostdeutsche Biographien. Lebenswelt im Umbruch. Frankfurt/M 1999, S. 21.14) Gitta Scheller: Individualisierungsprozesse in den neuen Bundesländern. Zur Freisetzung

aus den Arbeitskollektiven. Apuz. B 37-38/2002, S. 27.15) Thomas Bulmahn: Zur Entwicklung der Lebensqualität im vereinigten Deutschland.

Apuz. B40/2000 S. 31-32. 동독노동자들의 순수입은 1990년에서 1998년 사이에 거의 두배로, 1370 DM에서 2470 DM로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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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35

순수입의 3/4에, 수입 중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액수는 서독수준의 80%에 이르렀

다고 하였다.16) 증가된 가계수입의 대부분은 수명이 긴 소비재, 공구, 개인주택

마련에 쓰여졌다. 통일 이전 이미 동독인들은 서독의 라디오와 TV방송을 통해

서독의 소비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소비문화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던 동독인

들은 통일직후 과거에 채우지 못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바빴고 따라서 과소비

적인 행위를 보여주었다. 통일초기의 동독인의 지나친 과소비적 태도는 이제 점

차로 ‘신중하게’ 되었다.17)

통일초기 동독인들은 서독의 시장경제의 개방으로 새로운 상황들을 체험했다. 그들은

‘소비로 방향을 잃은 바보들’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범람하는 상품들로 인해 야기된

쾌락적인 형국은 짧았다. 자신의 시장경험과 더불어 시장경제의 특성을 경험하게 되

었다.18)

동독인들은 돈의 절대적인 우위를 인식하게 되었다. 소비사회인 서독사회에

서 동독인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제 동독인들에게 돈은 개인

적인 안정의 수단이며, 모든 상품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능력으로 체험되

었다. 따라서 돈이 없다는 것은 단지 물질적인 결핍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문화적인 결핍을 의미하는 것이었다.19)

통일 이전 동독인들은 책을 많이 샀다. 오늘날 책값은 그 시절과 비교하면 너무 비싸

졌고 이러한 측면에서의 문화적인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젊은이들의 경우 소비적

성향이 쾌락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고 따라서 책에서 멀어졌으며, 가난하게 살았던 우

리 세대가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절약하는 반면 젊은 세대에서는 낭비풍조가 만연해

졌다.20)

구동독시절 동독인들은 상대적으로 돈은 충분했지만 살 물건이 없었다. 오늘

16) Thomas Gensicke: 1995, S. 66.17) Ebd.18) Dietrich Mühlberg: a.a.O., S. 7.19) Ebd.20) 2004년 1월 브레멘대학에서 헬가 피히트 Helga Picht와의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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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날 이 상황은 반대이다.21) 통일 이전 동독인들은 여행의 자유가 없어서 여행이

어려웠지만, 오늘날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여행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1990년 이후로 동독인들의 개인적인 생활조건들은 향상되었다22)곤 하나 여

전히 동독 지역에서의 실업률은 높고 과거 시절 보장되었던 일자리의 상실과

사회적인 관계들의 상실, 직장과 가족과의 생활에서 동독인들에게 중요한 요소

로 작용하였던 공동체 의식의 상실로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함께 겪

고 있다.

2. 가치관의 변화

1) 생활 역에서의 가치

구동독에서 국가에 의해 일자리와 기본적인 생계부양을 보장받았던 동독인들

은 통일 이후 모든 것이 그들 스스로가 해내야 할 몫이 되었다. 통일로 가장 심

각하게 당면한 문제는 실업이었고, 따라서 취업과 생계부양이 큰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경쟁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한 준비와 시간을 갖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교

육수준과 직업 능력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그마저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이전에 당연시 되었던 것들이 문제시되

면서 그들은 직업/노동, 수입/재정적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더불어

자본주의의 경쟁사회에서 약자적 입장에 처한 그들은 돈의 절대적 가치를 인식

하게 되었던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 동독인들은 사회적으로 새롭게 경험한 실업으로부터 물질

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조건들을 중요하게 평가하게 되었다. 중요한 생활영역들에

대한 평가에서 동독인 60.8%가 노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23) 그들은 안

21) Wolfgang Thierse: Bürgerinnen und Bürger der Einheit. Apuz. B1-2/2000, S. 3.22) Vgl. Detlef Pollack: Wirtschaftlicher, sozialer und mentaler Wandel in Ostdeutschland.

Eine Bilanz nach zehn Jahren. Apuz. B40/2000, S. 14. : “오늘날 당신의 개인적인 생활조건과 1990년 이전의 생활조건과 비교해볼 때 당신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1990년 이후 더 나아졌습니까 아니면 더 나빠졌습니까 또는 차이가 없습니까? 라는 질문에 동독인 59%가 더 나아졌다(16%는 더 나빠졌다, 25%는 차이가 없다)라고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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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37

정된 생활을 위해 노동을 더욱 강조하며, 그들에게 이제 노동은 돈벌이로서 중

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통일이후 일방적으로 실업에 처한 동독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활

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업자와 수입이 적은 사람들에게서 생활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아노미증상이 증가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생활에 대한 불

만은 1992년에 55.1%였던 것이 1996년에는 80%로 증가하였다.) 서독인에 비해

수입도 적고 일할 기회도 적은 그들에게 이러한 생활영역에서의 만족이 낮게 나

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생활전반에 대한 만족을 낮게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1=중요하지 않음, 5=매우 중요함을 나타냄

출처 : Elmar Brähler/Horst-Eberhard Richter: Deutsche -zehn Jahre nach der

Wende. Apuz. B45/1999, S. 25.

23) Elmar Brähler/Horst-Eberhard Richter: 1999 S.25.

개별생활영역에 대한 중요도 평가

3.73

3.52

4.43

3.95 3.91 3.88

3.67

3.87

3.66

3.36

4.44

4.15 4.18

3.94

4.084.03

3

3.5

4

4.5

5

친구

/지인

여가

/취미

건강

수입

/재정

적상

직업

/노동

주거

상황

가족

/자녀

파트

너/성

생활

서독 동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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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1=불만족, 5=매우 만족을 나타냄

출처: Elmar Brähler/ Horst-Eberhard Richter: Deutsche. Zehn Jahre nach der

Wende. Apuz. B45/1999, S. 26.

자본주의 사회에서 동독인들은 물질적 재원의 결핍이 큰 만큼 그에 대한 불

만도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자녀, 파트너와 같은 인간관계에 삶의

중요성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영역들에서의 만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통일

이후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재원을 더욱 강조하고, 거기

서 큰 만족을 느끼며, 이러한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보다 강조하는 동독인들에겐

통일독일 사회가 더욱 차갑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2) “개인적 자유”냐 또는 “사회적 평등”이냐

통일 당시인 1990년 동독인들은 평등(43%)보다는 자유(46%)에 가치를 두웠

다. 2년이 지난 1992년에 그들은 자유(33%)보다 평등(53%)이 중요하다고 답했

다.24) 1993년과 1995년에 가치관에 대한 조사에서, 1995년에 조사자중 동독인

개별생활영역에 대한 만족도

3.91

3.74

3.98

3.52

3.6

3.8 3.79

3.71

3.94

3.55

3.85

3.13

3.23

3.79

3.98

3.89

3

3.5

4

친구

/지인

여가

/취미

건강

수입

/재정

적상

직업

/노동

주거

상황

가족

/자녀

파트

너/성

생활

Mitte

lwerte

서독 동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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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39

62-67%가 사회복지국가, 사회적 정의, 소득차이의 감소 등 사회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응답하였다.25) 또한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를 위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에 대해 동독인들은 사회정의와 안전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차원들이 가장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

일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동독인들은 사회정의와 안전, 사회적 평등을 강조하며

사회주의적인 가치를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26)

자유권․안전․사회정의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 (단위 : %)

출처 : Wohlfahrtssurvey 1998. Zit. nach Thomas Bulmahn: Zur Entwicklung der

Lebensqualität im vereinten Deutschland. Apuz. B40/2000, S. 36.

24) Detlef Pollack/Gert Pickel: Die ostdeutsche Identität - Erbe des DDR-Sozialismus oder Produkt der Wiedervereinigung? Die Einstellung der Ostdeutschen zu sozialer Ungleichheit und Demokratie. Apuz. 1998 B 41-42, S. 14.

서 독1989 1992

자유가 중요 63% 55%

평등이 중요 22% 27%

25) Carsten Zelle: Soziale und liberale Wertorientierungen. Versuch einer situativen Erklärung der Unterschiede zwischen Ost- und Westdeutschen. Apuz. B41-42/1998, S. 25.

26) Carsten Zelle: a.a.O., S. 25. 이는 동독인들의 사회주의 이념 수용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찬성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독인 동독인

실현안됨 실현됨 실현안됨 실현됨

자유 신앙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인생설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4

20

28

22

96

80

72

78

6

31

48

68

94

69

52

32

안전 사회적 안전 공적 안전 재산의 보호 환경보호

37

50

15

38

63

50

85

62

67

71

30

36

33

29

70

64

사회정의 기회균등 복지의 공정한 분배 남성과 여성의 평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55

71

35

51

45

29

65

49

77

92

48

63

23

8

52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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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이처럼 동독인들이 사회적 가치를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일 초

기에 자유를 지지했던 동독인들은 각자의 능력과 성과에 따른 차별화된 사회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배에 있어서 동․서독인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면서 점점

더 사회적 평등과 사회적 정의를 강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실업경험과

실업에 대한 두려움, 취업기회의 불평등, 사회적 지위의 하락, 범죄에 대한 두려

움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 정의가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그들의 인식으

로부터 이러한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동독인들의 사

회적 가치의 강조는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의 부정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라 하겠

다.

III. 일상의 갈등과 사회적 현상1. 오씨와 베씨

서독인들은 포르노 상점들 앞에 긴 줄로 늘어선 호기심어린 동독인들을 조롱하였다. 동독인들은 서독에서 돈과 상품들의 지배적 특성에 놀랐고 부유함의 이면에 거지와

노숙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놀라웠다. 서베를린 거리에 동독인들이 떼로 몰

린 광경은 서독인들에게는 낯선 거리의 모습이었다.27)

통일 초기 서로의 낯선 문화에 놀라워하는 모습 속에 서로에 대한 편견이 묻

어남을 알 수 있다. 서독인들의 오씨상은 이해를 토대로 한 경험적 근거에서 만

들어진 것이 아니라 선입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독재 그리고 불법체제로서

의 구동독에 대한 추측들과 실제로 아는 것들이 가정 속에서 혼합되었다.

구동독체제는 40여년 동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리하여 그 특성이 각

인되어졌을 것이다. 동독인들은 40여년간 불법체제하에서 살았기 때문에 합법과 불법

에 대한 의미를 모른다. 그들은 40여년간 순종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얌전하고

나약하다. 그들은 40여년간 선전선동(프로파간다)외에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리

하여 그들은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 40여년간 공동체적 삶을 강요받았다.

27) Wolf Wagner: a.a.O., S.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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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41

그리하여 그들은 자립과 개성을 형성할 수 없었다. 그들은 40여년간 독재 속에 살았

다. 그리하여 그들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그

들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서의 삶에 있어 무능력하다.28)

따라서 서독인들의 오씨상은 예속적이고, 적응력이 약하고, 소극적이고, 비생

산적이며 게으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씨는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상상’으로부

터, 베씨는 ‘자본주의에 대한 추측’으로부터 생겨났다. 자본주의는 경쟁사회이

다. 따라서 동독인들의 베씨상은 베씨는 가차 없는 이기주의자이고 "팔꿈치로

밀어내는 인간 Ellenbogenmensch"이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베씨는 단지 돈을 보지 인간을 보지 못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이윤을 따진다. 그

리하여 베씨는 비도덕적인 냉소적인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다.29) 동독인들은 새

사회에 적응하는 어려움과 더불어 부정적인 경험을 하면서 더욱 서독인들에 대

한 그들의 선입견을 견고히 하고 있다. 서독인은 체제와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몰아 부치면서 동독인에 대한 편견을 정형화하고 있다. 이러한 오씨와 베

씨 간의 편견과 갈등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급격히

이루어진 통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동․서독인들 간의

‘심리적 분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동․서독인들 간의 심리적 상

태를 독일의 사회학자 엘마르 브렐러 Elmar Brähler는 통일 5년과 7년 그리고 10

년의 상황을 경험적 연구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통일 5년의 상황에 대한 결산에서 동독과 서독간의 물질적인 상황들이 여전히

차이가 있으며, 동․서독인들 간의 심리적인 소외는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통

일공간에서의 낭만적 환상이 구체적 현실에서 환멸로 변질되었다. 환멸과 불신

은 선입견을 키웠고, 그 선입견들은 동․서독인들 사이의 새로운 장애물이 되었

다는 것이다.30) 그리고 통일 7년의 상황은 그러한 상태가 이전보다 더 악화된 것

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토비아스 뒤르 Tobias Dürr 같은 학자들은 심

지어 “내적 통일과의 작별 Abschied von der inneren Einheit”31)이라고 표현하였다.

28) Ebd., S. 18.29) Ebd., S. 19f.30) Elmar Brähler/Horst-Eberhard Richter: Deutsche Befindlichkeiten im Ost-West-Vergleich.

Ergebnisse einer empirischen Untersuchung. Apuz. B40-41/1995, S.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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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통일직후 동․서독인들의 낙관적 상태가 존재했었다. 동․서독인의 동등함이 강조되

고 그들은 서로를 ‘형제자매’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동․서 문화가 상이하고 낯선 문

화임을 알게 되었고 ‘문화적 차이로 인한 충격’으로 당황스럽고 불안한 상태에 이르렀

다. 생각했던 것보다 서로를 훨씬 더 적게 이해하게 되었다. 오해는 서로의 접근을 더

어렵게 했다. 서독인의 관점에서 이쪽의 우월한 서독인과 저쪽의 비탄에 빠진 동독인, 동독인의 관점에서 이쪽의 ‘겸손한 동독인과 저쪽의 거만한 서독인’, 이처럼 첨예한

대립이 그 결과였다.32)

통일 10년의 상황에서도 동․서독인사이의 이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또한 통일초기에 낙관적이었던 동독인들의 미래적 전망이 더욱 비관적으로 나

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33)

동․서독인 사이의 이질감은 서로를 외국인보다 더 낯설게 느낀다는 데서 그

심각성을 나타내는데, 동․서독인의 1/4정도가 서로를 외국인보다 더 낯설게 느

낀다고 한다.34) 동․서독인의 서로에 대한 거리와 이질감, 이러한 심리적 분단

의 지속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서독인들은 50년대와 60년대

이후로 무엇인가 자신들의 것을 건설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경제

적인 재도약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독인들은 공

산주의 동독사회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통일과정

에서 동독인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몫을 가질 수 없었다. 통일과정에서 서

독인은 그들 사회의 성공과 자신들을 동일시하여 서독인의 우월성, 성공인으로

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동독인은 구동독의 실패로 통일과정

에서 성공사회의 주민인 서독인들에 의한 지배로부터 패자 내지 동정받는 사람

의 입장을 강요받게 되었다. 오늘날도 여전히 서독인들은 동독인들이 서독스타

일의 성공과 업적위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독인들은 동독

31) Zit. nach Aike Hessel/Michael Geyer/Julia Würz/Elmar Brähler: Psychische Befindlichkeiten in Ost- und Westdeutschland im siebten Jahr nach der Wende. Ergebnisse einer empirischen Untersuchung. Apuz. B13/1997, S. 15 (Tobias Dürr: Abschied von der inneren Einheit. in: Frankfurter Rundschau vom 3. Dezember 1990).

32) Ebd. S. 15. 33) Elmar Brähler/Horst-Eberhard Richter:1999, S. 26-28.34) Wolf Wagner: a.a.O., S.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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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43

인들을 평가절하함으로써 개인주의적인 성공인 35)으로서의 서독인의 정체

성 즉 자신의 긍정적인 자아상을 견고히 하고 있고, 그에 맞서 동독인들은 ‘인간

적인 것’을 강조하면서 방어하고 있다.

2. 이등국민 신드롬

동독인들이 이등국민으로 느끼는가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통일 직후인 90

년에는 92%에 달했으나 95년에는 69%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96년에는 74%에서

97년에는 82%로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많은 동독인들은 독일

연방공화국에서 여전히 한동안 “이등국민”으로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았다.

표) 통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독인들은 독일연방공화국에서 한동안 여

전히 이등국민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출처 : Brunner und Walz(Textann. 13), N-TV EMNID ; 동독지역만 조사. Zit.

nach Thomas Gensicke : Auf dem Weg der Integration. Deutschland

Archiv 3/2001, S. 403.

오늘날 동독인의 2/3가 여전히 통일독일 사회에서 이등국민으로 느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로는 동독인들이 경제적 불균형을 느끼는데서36)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동독인들은 임금과 수입에 있어서 서독인과 차이가 나

고, 동․서독지역의 일반적인 경제 상황이 크게 차이(예로 동독지역의 높은 실

업률을 들 수 있다)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동독인은 개인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그들은

35) Thomas Gensicke: 1995, S. 77.36) Dieter Walz/Wolfram Brunner: Das Sein bestimmt das Bewußtsein. Oder Warum sich die

Ostdeutschen als Bürger 2. Klasse fühlen. Apuz. B51/1997, S. 13-19.

1990 1993 1995 1997 1999 2001

동의 92% 83% 69% 82% 75%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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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동유럽 이웃국가들보다 경제적인 상황이 더 나아졌지만, 자신의 나라에서의 긍

정적인 변화가 대체로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선물처럼 얻은 것이

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독과 똑같은 생활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

을 인식하게 되었다. 동독인 개인적인 경제 상황의 향상은 서독의 경제력 즉, 동

독지역에 대한 서독의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 관련이 있다. 서독의 막대한 지원

금은 사회복지보조금에 대부분 충당되었으며 따라서 대부분 소비에 사용되었다.

실제로 투자된 것은 1998년의 경우 17.5%였다.37) 따라서 동독지역의 경제상황

은 자체적인 발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동독지역의 일반적인 경제상황

에 대하여 그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서독지역의 경제상황에 대해

동․서독인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반면 동독지역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는 동․서독인 모두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였으며 동독인들의 경우는 그 평가치

가 더 낮았다.)38)

아직도 여전히 많은 동독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하고 그들의 서독동료보다 더 적게 번

다. 동독지역에서 여전히 실업의 위험이 더 크고, 새 일자리를 찾을 기회는 더 적다.39)

따라서 개인적, 일반적 경제상황에 대한 동독인들의 인식과 평가에서 이등국

민 감정은 노동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을 갖는

이유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대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차별대우는 서독인

들이 동독인들에 대해 갖는 선입견에서 기인한다.40) 따라서 동독인들의 물질적

인 상황이 현저히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등국민의 느낌이 그것과 비례

하여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서독인들의 동독인

37) Detlef Pollack: a.a.O., S. 14.38) 일반적인 경제 상황과 개인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동․서독의 입장

서독 동독

서독지역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26.6 +44.1

동독지역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24.1 -47,5

개인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58.8 +39.5

출처: SokuWa 1998. Zit. nach Detlef Pollack: a.a.O., S. 20.39) Thomas Bulmahn: a.a.O., S. 38.40) Thomas Gensicke: 2001, S. 40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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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45

들에 대한 차별, 인정과 존중의 결여에 있다고 하겠다.

3. 통일독일 사회제도에 대한 냉소적 태도

동독인들은 통일독일 사회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아직 집에 있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통일독일 사회제도에 대한 수용이 높지

않다. 그것은 통일독일 사회의 핵심요소인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동독인

들의 태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구동독 붕괴 직후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동독인들의 호응이 가장 높았다. 동독인들은 1990년 연방공화국의 경제체

제에 대해 77%가 좋게 생각하였지만41) 2000년에는 23%로 하락하였다. 통일독

일의 민주주의 현실에 대해서 1990년 동독인의 거의 60%가 민주주의 현실에 만

족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그 사이에 현저하게 감소하여 1998년에

는 약 40%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동독인들의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서독인들

보다 20% 정도 낮게 나타남42)을 알 수 있다.) 동독인들의 이러한 반응은 그들이

민주주의를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독재를 원하지 않고

구동독의 정치체제로 돌아가길 원치 않지만, 그러나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보다

많은 불만을 표시한다. 동독인들은 민주주의 원칙은 긍정하지만43) 독일연방공

화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민주주의 정치의 현실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동독인들의 불만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1998년의 Wohlfahrtsurvey의 조사(11쪽 표 참조)에 따르면 동독인들의 68%가

직업선택의 자유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동독인의 절반은 “자기 의지

대로 살아갈 자유” 즉 인생설계의 자유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안전

에 대한 평가에서, 사회적 안전에 있어서 (서독인의 63%가 실현되었다고 생각한

반면) 동독인의 67%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공적인 안전에 있어서도

동독인 71%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동독인

41) Detlef Pollack: a.a.O., S. 16.42) Ebd.43) Rita Süssmuth: a.a.O., 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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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77%가 기회균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하였다. 복지의 공정한 분배에 있어

서 동독인 92%가 복지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통일독일의 사회현실에 대한 동독인들의 불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동․서독인에게 동등한 권리가 주어졌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동독인들 즉

78%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동독인들은 이러한 통일독일 사회가 공

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늘날 민주주의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비판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그들 대다수는 법치국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에게서 정치에 대한 불만과 정치

적인 무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이 동독인들이 통일독일 사회와 사회제도

들에 대해 불만과 불신을 더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같은 태도가 증가하는 것은 그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그들에게 존중을 거부한 그 질서에 대한 반발로 대치하는 것이라 하겠

다. 이러한 제도체제가 효율적이고 능률적이지 않다고 느끼는데서 보이는 그들

의 반응인 것이다.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이 그들을 인정, 존중하지 않고 차별하

는 것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개인주의와 자유시장,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개인주의적인 제도들에 낮은 신뢰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44) 따

라서 무엇보다도 독일통일과정에서 동독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과 존중의

문제가 통일독일의 사회제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한 동독인들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그리고 그들이 동독지역의 일반적인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할수록 통일독일의 사회제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증가하게 될 것이

다.

4. 동독정체성 - 서독인의 배제에 대한 동독인의 거리두기

동독인들은 개인적으로 통일로 인해 경제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새로운

44) Thomas Gensicke: 1995, S.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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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47

삶의 기회와 많은 가능성, 즉 여행과 소비, 교육의 기회 등 다양한 가능성이 주

어진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이에 반해 사회적으로는 일자리의 상실과,

공동체 문화(그것이 비록 사회주의체제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속에

서 형성되어왔던 인간상호적인 삶과 배려, 도움 등과 같은 인간애의 상실로 경

제적,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다. 그들의 일상적 삶에서의 부적응과 불만은 통일

독일 사회에 대한 그들의 냉소적인 반응과 수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들

은 통일독일 사회에서 동서독의 일반적인 경제 상황과 생활수준의 불균형, 서독

인들의 동독인들에 대한 차별로부터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자의식, 즉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이것은 불공평하

게 진행된 통일과정에서 생겨난 서독인들의 배제와 차별로부터 그들의 입지를

세우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90년 동독인들은 사회생활의 모든 면에 있어서 동독보다 서독이 우월하다

고 했다면, 오늘날 그들은 동독이 많은 면에서 서독보다 더 우월했다고 얘기한

다. 즉 학교교육, 실습교육, 직업교육, 주거와 같은 복지, 건강보험, 사회적 안정

등. 동독인들은 이제 자신들이 더 나음을 보이기 위해 서독인과 서독을 평가절

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통일로 인해 동독인들은 자기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었고 흡수방식의 통일과정

에서 서독인들의 승자적 우월감과 동독인들의 패자적 열등감이 생겨나게 되었

다. 동독인들의 열등감과 모멸감은 통일과정에서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

속되고 있다. 서독인들은 동독인들이 구동독체제를 그리워하고 모든 구조적 조

건들까지도 미화하려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구동독은 독재국가이자 불법국가이

며, 동독인들은 그 체제에 순종하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서독인들이 구동독체제

비판과 더불어 자신들의 삶, 과거, 경험까지 무시해 버리는 것에 그들은 모멸감

을 느낀다.45) 따라서 그들은 이제 이러한 서독인들로부터 거리두기 즉 그들과

자신들을 구분짓는 것이다.

동등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경험들을 무시당하고, 이등국민으로 취급

45) 로타 프롭스트: 동서독의 이질감에 대한 성찰, 실린 곳: 김누리․노영돈(엮음) : 통일과 문화. 통일독일의 현실과 한반도 . 역사비평사 2003,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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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되는 경험으로 인해 그들은 자신을 배제하는 서독인들과 자신을 구분짓는다.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서독인을 똑같이 평가절하한다. 스스로 우월하다고 느끼는 서독사람들

을 ‘거만한 서독인’으로 평가절하한다. 이는 균형이 맞지않는 의사소통 상황을 균형있

게 하려는 시도인 것이며, 그것이 동독인들에게 중요하다.46)

동독인들은 사회적 불평등의 경험과 구동독에서의 삶에 대한 서독인의 비난

에 대항하기 위해 서독인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동독정체성 즉 ‘반항적인 정체

성’47)을 형성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독인의 “구분짓기 정체성

Abgrenzungsidentität”48)은 통일과정에서의 동독의 삶과 이력에 대한 평가절하와

사회집단으로서의 동독인에 대한 평가절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구동독에 대한 회고와 서독인들의 평가절하에 대한 자기주장, 자의식으

로서 형성된 동독 정체성은 동독인 고유의 존재와 자긍심에 입힌 상처의 반증인

것이다.

IV. 결론 : 차별적 상황이 갈등을 만든다서로에 대한 정형화된 편견과 존중결여가 융합의 근본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

는 것이 오늘날 통일독일의 모습이다. 동독이 식민화되고 따라서 패자로서의 역

할수행을 강요받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동독인들은 여전히 통일독일 사회에서

이등국민으로 느끼고 있으며, 통일독일 사회의 반대상으로 구동독을 긍정적으로

회고하며, 선입견을 가지고 동독인들을 무시하는 서독인들에 대한 반발로 그들

의 새로운 자의식을 형성하고 표출한다. 이와 같은 ‘심리적 분단’의 지속은 무엇

보다도 동독인들의 차별적 상황으로 설명될 수 있다.

동독인이 겪는 차별적 상황은 사회․경제적 관점과 인간적 관점, 그리고 문화

적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동독인들은 개인적인 상황에서의 불평등(임금과 봉급의 차별)과 사회적

46) Detlef Pollack: Das Bedürfnis nach sozialer Anerkennung. Der Wandel der Akzeptanz von Demokratie und Marktwirtschaft in Ostdeutschland. Apuz. B13/1997, S. 13.

47) 로타 프롭스트: 같은 책, 96쪽.48) Detlef Pollack/Gert Pickel: a.a.O., S.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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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49

인 상황의 불평등(공정한 분배와 공정한 기회제공에 있어서의 불평등)을 인식하

게 되었다. 통일 당시의 목표인 동서독간의 동등한 생활수준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동독인들은 개인적 경제적 생활수준이 현저히 향상되었다고 평

가하지만, 그러나 서독수준과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상대적 빈곤

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동독의 일반적인 경제상황에서 보면 동독지역의

높은 실업률(오늘날 동독의 공식적인 실업률은 서독의 2배이며, 은폐된 실업까

지 하면 취업능력을 지닌 동독주민의 30%가 실업자이다)49)과 더불어 자체적인

경제발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부진한 동독지역의 경제상황, 즉 동․서독 경제

상황의 불균형을 인식하고 있다.50) 그들은 동독지역의 이러한 낮은 경제성장이

쉽게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미래에 대한 전망 역시 비관적

이다.

더욱이 동독인들은 통일독일 사회의 생활에 무능력하고 부적합하다는 서독인

들의 선입견에 따른 인간적 차별대우를 경험하게 되었다. ‘받아들여지길’ 원했

던 것이 아니라 ‘존중받길’ 원했던51)동독인들은 “잘난, 오만한” 베씨들로 부터

“못난, 형편없는” 오씨로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였다. 동독인들이 주

체가 되어 발발한 평화혁명이 통일의 촉발제가 되었고 따라서 통일과정의 주체

로서 동독인들의 공헌이 인정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은 무시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과거 동독문화에 대한 서독인들의 평가절하

와 개개인의 과거의 삶, 경험에 대한 무시 즉 문화적인 무시를 경험하면서 모멸

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동독인들은 통일과정에서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면서

자신들을 서독인들과 구분짓는 동독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이것은 통일과정과

그 이후의 부정적인 경험들과 그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통일로 인한 후

유증이라 볼 수 있다. ‘서독인들의 배제와 차별’, ‘동독인들의 구분짓기’, 이것이

독일통일의 현주소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통일로 인해 동독이 서독에 의

해 식민화되었고, 따라서 서독인들이 동독인들을 식민지인으로 취급한다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막대한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동독

49) Detlef Pollack: 2000, S. 13.50) Ebd., S. 20.51) Rita Süssmuth: a.a.O., 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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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인들, 독재체제에 순응하고 복종하며 국가에 요구만 하는 동독인들, 이제 스스

로 경쟁력을 키워 독립하는 것을 배워라 하는 식의 서독인들의 동독인들에 대한

태도들이 지적될 수 있다). 또한 동독인들은 서독이 동독경제를 파산케 하였고,

동독이 서독에 의해 식민화되었다고 생각한다.52) 따라서 그들은 서독인을 “거만

한 서독인”, “식민지정복자”라고 칭한다.53)

이러한 동․서독인들 사이의 심각한 갈등은 무엇보다도 통일이 진정한 “인

간” 차원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독일통일은 일상적 차원에서 ‘심리적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참된 의미의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삶과 문화 속에 살아온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

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차별이 아닌 다름을 수용함으로써 융합의 장애

가 되는 선입견을 해체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

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통일 후 동독인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일상의 갈등들은 한반도 통일 논의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동독인들의 유사한 갈등의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탈북

자들의 남한 적응과정에서 목격하고 있다.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수십년 만에 재

회하여 혈육의 정을 나눔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서 느끼게 되는 이질감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들이 겪게 될 사회문화적 갈등의 깊이와 폭을 예시하고 있다. 또

한 이미 우리사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외국인 차별과 탈북자들에 대한 차

별과 냉대가 만연해 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약자에 대한 배려

와 다양성을 존중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통일

에 앞서서 우리사회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자정작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하

겠다.

52) Thomas Gensicke: Die neuen Bundesbürger. Eine Transformation ohne Integration. Opladen/Wiesbaden 1998, S. 12.

53) Wolf Wagner: a.a.O., S.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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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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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sammenfassung

Der Umbruch in der Alltagswelt der Ostdeutschen und

soziokulturelle Konflikte nach der Wiedervereinigung

Na, Kwang-Eun (Chungang Uni)

Durch die Wiedervereinigung wurde das bewährte politische, soziale und kulturelle

System Westdeutschlands unverändert auf Ostdeutschland übertragen. Auch aufgrund

der Dominanz der Westdeutschen bildete das neue vereinigte Deutschland e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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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일상의 변화와 사회․문화 갈등․나광은 453

bruchlose Fortsetzung der alten Bundesrepublik lediglich erweitert um die

ostdeutschen Länder. Die Ostdeutschen wurden damit zwangsläufig in die Position

nachholbedürftiger "Lehrlinge" Westdeutschlands gedrängt.

Die vorliegende Studie beschäftigt sich mit den Umbrüchen im Alltag der

Ostdeutschen, wie sie durch die Wiedervereinigung ausgelöst wurden, sowie den

dadurch verursachten soziokulturellen Konflikten zwischen Ost- und Westdeutschen.

Der Zusammenbruch der DDR-Wirtschaft, vor allem der Industrie, und die

weitgehende Entwertung aller aus der DDR-Zeit überkommenen Einrichtungen,

mussten zu erheblicher Verunsicherung auf Seiten der Ostdeutschen führen. Die

überfordernd schnelle Ersetzung des Alten durch neue Strukturen und Standards für

einen Großteil der Ostdeutschen führte zu einer tiefgehenden Entfremdung der

Ostdeutschen gegenüber dem ihnen übergestülpten neuen Staat. Besonders diejenigen,

die im Zuge der Wiedervereinigung ihre Arbeit verloren, wurden angesichts des

Verlusts an sozialer Sicherheit und menschlicher Gemeinschaftlichkeit - ob diese nun

tatsächlich bestanden hatte oder lediglich in nostalgisch verklärender Rückschau

konstruiert wurde, vom Bewusstsein einer tiefgreifenden Krise erfasst.

Indem alles, was früher nicht hinterfragt worden war, nach der Wiedervereinigung

in Frage gestellt wurde, vollzog sich ein dramatischer Wertewandel. Von nun an

beanspruchten Beruf und Arbeit, Einkommen und finanzielle Lage weit höhere

Geltung als zuvor. Aufgrund der fundamentalen Unsicherheit aufgrund von

Arbeitsplatzrisiken, aber auch von steigender Kriminalität und aufgrund der neuen

sozialen Ungleichheit erfuhren vor allem soziale Werte eine besondere

Hochschätzung. Zustimmende Haltungen zur Idee des Sozialismus waren nicht nur

unmittelbar nach dem sozialen Umbruch in Ostdeutschland relativ verbreitet, sie sind

es vielmehr bis heute geblieben.

Vierzehn Jahre nach der Wiederherstellung der Einheit Deutschlands fühlen sich

die Ostdeutschen immer noch als Jammer-Ossis , als Gruppe von Außenseitern,

als Bürger zweiter Klasse im wiedervereinigten Deutschland: unterschätzt,

deprivilegiert und mißach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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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뷔히너와 현대문학 23

Bei all dem spielt eine große Rolle, daß durch diese Entwicklung sich auch die

Vorurteile des Westens gegenüber dem Osten zunehmend verfestigten, ja

zementierten, wodurch das Verhältnis zwischen Ost und West noch stärker belastet

wird, als zuvor angenommen. Das eigentliche Problem besteht nämlich in der

Diskriminierung des Ostens durch den Westen.

주제어: 일상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독일통일, 사회․문화 갈등

Schlüsselbegriffe: Umbruch in der Alltagswelt, Wertewandel, deutsche Wiedervereinigung,

soziokulturelle Konflikte

e-mail: [email protected]

투고일: 2004. 09. 30. / 심사일: 2004. 10. 26. / 심사완료일: 2004.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