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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완 * 1) Ⅰ 서론. Ⅱ 인도철학의 극미론 연구. Ⅲ 자이나교의 극미론. Ⅳ 극미(paramāṇu)공간점(pradeśa). Ⅴ 결론. 요약문 * 경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email protected] 자이니즘에서 일체의 존재범주는 순수영혼인 지바(jīva)와 그 외의 존재 들 아지바(ajīva)로 양분된다. 아지바는 우주의 모든 물리적 존재들, 즉 물 질, 공간, 운동, 정지,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인지작용까지를 포함한다. 모 든 물리적 존재들은 극소의 구성요소인 극미(paramāṇu)가 극소의 기본공 간인 공간점(pradeśa)을 점유 혹은 이동하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모든 존 재들은 일정한 숫자의 공간점을 점유하며, 극미가 한 공간점에서 다른 공간 점으로 이동하는 상태변화를 시간점(samaya)으로 하는 시간의 흐름이 발 생한다. 본질에 있어 자유로운 지바는 물질과의 결합에 의해 우주적 공간에 속박 된다. 따라서 물질이 공간에 속박되어 있는 것에 상응하여 공간점에 속박되 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바의 해탈은 이 모든 속박을 끊고, 자유로운 상태 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물질, 따라서 지바가 속박되어 있는 현 상세계를 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공간점의 숫자이다. 자이나 경론에서는 업물질의 유입으로 인한 지바의 속박과, 그 속박된 세계에 대한 묘사, 그리 고 속박의 제거를 통한 해탈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기술된다. 이 논문에서는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개념이 자이니즘의 존재론 혹은 우주론적 차원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공간에 속박된 지바의 해탈을 위한 수행론적 계량화의 목적에서 발전된 개념이라고 제안 한다. 자이나의 경론에서 공간점에 대한 서술이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그 개념의 내용과 목적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 서 이 논문에서는 자이니즘의 극미개념과 공간점 개념을 검토하고, 두 개념 이 우주의 모든 시공간을 계량화함으로써 업물질에 속박된 영혼의 해탈을 위한 엄밀한 수행의 목적으로 발전되었을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krindology.comkrindology.com/db/docs/ip54_07_LGW.pdf · 2019-01-02 · 르만 야코비(Hermann Jocobi)는 Encyclopedia of Religion and Ethics의 "Atomic Theory (Indian)"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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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doi.org/[10.32761/kjip.2018..54.007] 인도철학 제54집(2018.12), 201~239쪽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이규완*

    1)

    Ⅰ 서론. Ⅱ 인도철학의 극미론 연구. Ⅲ 자이나교의 극미론. Ⅳ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 Ⅴ 결론.

    요약문[주요어: 극미, 공간점, 자이니즘, 지바, 물질, 계량화, 시간점,속박]

    * 경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email protected]

    자이니즘에서 일체의 존재범주는 순수영혼인 지바(jīva)와 그 외의 존재들 아지바(ajīva)로 양분된다. 아지바는 우주의 모든 물리적 존재들, 즉 물질, 공간, 운동, 정지,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인지작용까지를 포함한다. 모든 물리적 존재들은 극소의 구성요소인 극미(paramāṇu)가 극소의 기본공간인 공간점(pradeśa)을 점유 혹은 이동하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모든 존재들은 일정한 숫자의 공간점을 점유하며, 극미가 한 공간점에서 다른 공간점으로 이동하는 상태변화를 시간점(samaya)으로 하는 시간의 흐름이 발생한다.

    본질에 있어 자유로운 지바는 물질과의 결합에 의해 우주적 공간에 속박된다. 따라서 물질이 공간에 속박되어 있는 것에 상응하여 공간점에 속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바의 해탈은 이 모든 속박을 끊고,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물질, 따라서 지바가 속박되어 있는 현상세계를 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공간점의 숫자이다. 자이나 경론에서는 업물질의 유입으로 인한 지바의 속박과, 그 속박된 세계에 대한 묘사, 그리고 속박의 제거를 통한 해탈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기술된다.

    이 논문에서는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개념이 자이니즘의 존재론 혹은 우주론적 차원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공간에 속박된 지바의 해탈을 위한 수행론적 계량화의 목적에서 발전된 개념이라고 제안한다. 자이나의 경론에서 공간점에 대한 서술이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의 내용과 목적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자이니즘의 극미개념과 공간점 개념을 검토하고, 두 개념이 우주의 모든 시공간을 계량화함으로써 업물질에 속박된 영혼의 해탈을 위한 엄밀한 수행의 목적으로 발전되었을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 202 ∙ 印度哲學 제54집

    Ⅰ. 서론1)

    자이니즘은 인도에서의 실질적인 전승이 단절된 불교와는 달리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비정통철학사상이다. 그들은 극단적인 전통의 고수와 고행의 상징인 디감바라

    (Digambara)의 측면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인도의 과학과 경제, 산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의 철학과 수행 체계는 초기부터 불교와 여러 측면에서 비교되었고, 상호 영향과 경쟁의 대상이 되어왔다.2) 극미(paramāṇu)에 관한 이론 역시 그런 역사적 전개에서 하나

    의 사례에 해당한다. 자이니즘은 불교와 비슷한 시기에 극미론을 받아들여 물질적 세계의 기원과 구성방식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며, 그 영향관계 하에서 자신들의 철학적 체계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외계대상을 부정하는 유식사상 등의 등장으로 불교에서 극미론은

    망각되거나 부수적인 주제로 전락해간 반면, 자이니즘의 이론 체계에서 극미론은 지속적인 중요성을 유지하였으며, 현대에는 극미론에 내재한 사유방식을 현대물리학의 원자구조와 비교하는 유사

    -과학적인 연구들도 출간되고 있다.3)

    1) 논문의 초고를 세심하게 읽고, 오류를 지적하고 상세한 논평을 해 준 익명의 심사자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세부적인 오류와 명백한 문제들은 최대한 수정하였으며, 추후의 학술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원문을 유지하였다. 생산적인 비판을 통해 논문의 완결성이 높아지긴 하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은 저자의 몫임을 밝혀둔다.

    2) 두 사상 체계의 상호관련성과 역사적 변용에 관해서는 카리더스(Carrithers)의 연구를, 양자의 철학적 영향관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로는 브롱코스트의 논문을 참고할 수 있다. Carrithers(1990) ; Bronkhorst(1993, 2000).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03

    자이나의 극미론이 니야야-바이셰시카나 불교 등과의 사상적 교류 가운데 발전한 반면, 공간적 기본 단위를 의미하는 쁘라데샤(pradeśa)는 자이니즘만의 매우 독특한 개념이다. 우주의 모든 물리적 정신적 공간은 극소의 기본 공간인 쁘라데샤로 분할되어 있

    으며, 모든 존재는 일정한 숫자의 쁘라데샤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근대 인도철학에서 극미론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진 사실과 비교하면, 자이나 고전에서 쁘라데샤에 관한 서술이 빈번히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4) 이 논문에서는 자이니즘의 사상 체계에서 극미(paramāṇu)와 쁘

    라데샤(pradeśa) 개념이 지니는 의미에 주목하여, 우주의 기본공간(pradeśa)과 그것을 채우는 물질(pudgala)과 지바(jīva)의 관계를 통해 자이니즘 세계관의 일단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이니즘에 관한 논의가 매우 한정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인도철학에서 극미론과 극미론에 대한 연구, 자이니즘의 극미론을 개괄하고 나서 자이니즘의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5)의 상관성을 탐구하는 순으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3) Kachhara(2018) Living Systems in Jainism: A Scientific Study. Indore: Kundakunda Jñānapīṭha.

    4) 과문한 탓이겠지만, 인도와 그 외 한국을 포함한 세계 학계를 통틀어 pradeśa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최지연의 것이 유일한 것이며, 따라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최지연(2013). 「자이나의 Pradeśa 개념」, 인도철학 제39집, 105-133.

    5) 쁘라데샤(pradeśa)에 대한 번역어로는 ‘극미점(極微点)’ ‘극점(極點)’, 영어로 space-point 등 다양한 번역어가 존재한다. 쁘라데샤는 기학학적 점(點)과는 차원을 지닌 극소의 공간이다 (Cf. Jaini:1977, 98-100). 따라서 쁘라데샤 개념의 공간성과 극소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번역어로는 아무래도 ‘공간점’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영어번역어도 이 관점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논자는 학계의 공식적인 용어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쁘라데샤의 번역어로 ‘공간점’을 사용하기로 한다.

  • 204 ∙ 印度哲學 제54집

    Ⅱ. 인도철학의 극미론 연구

    인도철학의 극미론에 관해서는 비교적 일찍부터 연구가 이루어

    져 왔다. 아서 케이스(Arthur Keith)의 Indian Logic and Atomism은 이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사례이다.6) 그는 같은 책 7장과 8장에서 존재론과 극미론을 중심으로 비교적 자세히 바이셰시카의 원

    자설을 다룬다. 대체적으로 사상사적 관점에서의 논의나 특정한 철학적 층위에서의 분석보다는 후기의 통합적 체계로 완결된 극

    미론의 관점에서 바이셰시카 원자설의 해명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설의 성립과 발전과정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논란과 이

    론의 변화 혹은 영향관계 등은 다루고 있지는 않다. 같은 시기 헤르만 야코비(Hermann Jocobi)는 Encyclopedia of Religion and Ethics의 "Atomic Theory (Indian)"이라는 항목을 저술하였는데, 이곳에서 그는 자이나교의 극미론을 언급하고, 그들이 아마도 인도 최초의 원자론자이며, 니야야-바이셰시카와 함께 가장 오랜 원자론자들임을 강조하였다.7) 우메사 미슈라(Umesha Mishra)는 1936년 니야야 바이셰시카의

    6) Arthur Keith(1921) Indian logic and Atomism.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esp. 7-8장: Ontology n Nature (atomic theory), pp. 208-237).

    7) Harmann Jocobi의 “Atomic Theory (Indian)"은 ERE (Encyclopedia of Religion and Ethics) Vol.II. 199-202에 수록되었다. ERE는 1908-26에 걸쳐 출간되었으며, Vol.II는 1911년에 출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은 이후, Chattopadhyaya, Debiprasad. Ed. (1978) Studies in the History of Indian Philosophy: An Anthology of Articles by Scholars Eastern and Western. Vol.I, II, III (1979). Calcutta: K P Bagchi & Company.에 재수록되었다. 야코비의 짧은 논문은 다시 이후 Gangopadhyaya(1980)의 Indian Atomism 서문에 기본 골격을 제공한다.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05

    물질개념에만 주제를 한정하여 방대한 연구서를 출간하였다.8) 미슈라는 먼저 인식주체, 인식대상, 인식의 관계를 통해 인도철학에서 관념론, 실재론, 유물론 등의 개념을 정의하고, 바이셰시카의 실재론에서 물질 개념을 분석하였다. 그는 모든 실체를 물질(matter)과 정신(spirit)으로 구분하고, 물질의 범주에 아트만(Ātman)을 제외한 모든 실체를 포함시킨다. 이 물질은 다시 원소(元素)로서의 물질(bhūta)과 형태적 물질(mūrta), 즉 원소적인 물질과 비원소적인 물질로 구분하여 분석된다.9) 이 연구는 방대한 니야야-바이셰시카의 문헌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인용하면서 학파의 극미론에 대한 조망과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미슈라 역시 모든 문헌을 병렬적인 관점에 놓고 니야야-바이셰시카의 원자설을 설명하기 때문에, 문헌상의 시대적 선후나 문헌 자체

    8) Umesha Mishra(1936) Conception of Matter According to NyayaVaisesika. Delhi: Gian Publishing House.

    9) 여기서 ‘원소적 물질’과 ‘비원소적 물질’은 bhūta와 mūrta를 구분하기 위한 임시적 조어이다. bhūta는 mahābhūta에 대응하여 대종(大種)으로 번역되고, 지(地), 수(水), 화(火), 풍(風)과 같은 질료적 구성요소로서 공간적 점유와 저항력을 지닌다. 반면 mūrta는 물리적 세계의 구성성분이기는 하지만, 질료적 속성보다는 형태적 특성에 주목하는 개념이다. PvS에서 양자를 구분하여 설명한 용례를 찾을 수 있다.PvS 1-54: yatprekṣamāṇasyāmūtaṃ mūrteṣvatīndriyaṃ ca pracchannam|sakalaṃ svakaṃ ca itarat tadjñānaṃ bhavati pratyakṣam || 1-54 ||The knowledge of the 'seeing' soul that knows objects without form(amūrta), objects with form(mūrta), objects beyond the senses (atīndriya), objects hidden in terms of substance(dravya), place(kṣetra, time(kāla), and being(bhāva), the self, and the others, is the direct (pra-kyakṣa) knowledge, dependent only on the soul. (PvS, 66-67), 이하 대부분은 게송이 아니라 해설부분에서 mūrta와 amūrta를 ‘형태를 가진 것’과 ‘형태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p. 113, 150, 177, 217, 특히 p. 220에서 amūrta는 형태를 지니지 않는 지바의 속성으로도 설명된다. (PvS는 Prakrit로 기록되었고, 산스크리트와 힌디로 일차 번역되었으며, 편자(Vijay K. Jain)에 의해 영역과 해설이 추가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편자의 번역에 의존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 206 ∙ 印度哲學 제54집

    의 시대적 변화, 그리고 타학파와의 교류와 같은 사상사적인 입체성을 상실하고 장황한 평면적 고찰에 머무르는 한계를 드러낸다. 한편 강고파댜야(Gangopadhyaya)의 Indian Atomism: History

    and Source는 앞의 두 저술을 계승하여 간결하게 요약 소개하는 동시에, 인도철학에서 각 학파의 극미론 연구를 위한 일차자료와 부분번역을 제공하였다.10) 강고파야야는 원자개념과 극미론의 철학적 의미, 역사적 기원의 문제, 그리고 자이니즘을 필두로 학파들의 극미론에 대해 개괄하고 나서, 학파별로 대표적인 문헌의 해당 본문을 발췌하여 번역하고, 원문을 제공한다. 특히 각 문헌의 저자와 저술시기에 대한 해제를 달아서 학파별 혹은 학파 내부에

    서 사상의 선후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식다르(J. C. Sikdar)의 Concept of Matter in Jaina Philosophy

    는 자이나철학의 물질개념에만 집중하여 이 분야의 연구를 망라

    하고 그 내용을 상세히 기술한 저술이다. 그는 이 책에서 물질의 개념(1장)과 구성성분(2장)을 비롯하여, 원자론(4장), 물질의 속성, 분류,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니야야-바이셰시카는 물론, 불교, 상키야, 미망사 등의 해석과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 저술은 단연 압도적인 문헌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지침서가 될 만하지만, 타학파들의 극미론에 대한 너무 상세한 설명과 비교분석이 자이나철학 자체의 극미개념을 찾아가는데 긴 시간을 요

    하는 단점이 있다.11)

    10) Gangopadhyaya, Mrinalkanti(1980) Indian Atomism: History and Sources. Calcutta: K P Bagchi & Company.

    11) Sikdar, J.C.(1987) Concept of Matter in Jaina Philosophy. Varanasi: P.V. Research Institute.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07

    Ⅲ. 자이나교의 극미론

    자이나교의 원자설도 대부분의 학설과 마찬가지로 다른 학파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립되었다. 따라서 후기의 학설로 갈수록 그 학파의 특수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특징이 약화되고 혼합적인

    성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때문에 여기에서는 불교철학에서 극미론이 정립되었던 비바사론에서 구사론의 시기, 즉 서기 1세기전후에서 5세기전후와 멀지 않은 자이나문헌을 중심으로 고찰해볼 것이다.12) 이는 자이나교의 논서들, 쿤다쿤다챠리야(Kundakund-ācārya)의 빤챠스티까야사라(Pañcāstikāyasāra)13)에서 물질의 존재를 다루는 뿌드갈라스티까야(Pudgalāstikāya)장과 따뜨바르타수뜨라(Tattvārthasūtra)14)의 아지바까야(Ajīvakāya)장,15) Pra-

    12)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자이나 저술로는 역시 우마스바띠(Umāsvāti, ca. 400 CE)의 Tattvārthasūtra, 쿤다쿤다(Kindakunda, ca. 400)의 Pañcāstikāyasāra와 Pravacanasāra, 그리고 자이나의 12아가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는 Bhagavatī sūtra (또는 Vyākhyāprajñapti, 이하 BS)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앞의 두 논서는 서기 5세기경, BS는 6세기(Skandila 전승) 혹은 자이나 제4차 결집이 있었던 5세기 경으로 추정된다 (cf. BS, vii.). 자이나 경론에 대한 개괄을 위해서는 Encyclopedia of Indian Philosophies: Jain Philosophy편을 참고 바란다. Malvania & Soni, ed. (2007) Encyclopedia of Indian Philosophies. Vol.X. Jain Philosophy (Part I). Delhi: Motilal Banarsidass.

    13) Svami Sri Kundakundacharya(1920) The Building of the Cosmos : or, Pañcāstikāyasāra (The five cosmic constituents). (edited with philosoph-ical and historical introduction, translation, notes and an original com-mentary in English by A. Chakravartinayanar) Kumar Devendra prasada, The Central Jaina Publishing House. 이 저서는 원래 Prakrit로 쓰였으며, 편자 Chakravartinayanar에 의해 산스크리트(게송)와 영어(게송과 해설)로 번역되었다. 이 논문에서 인용은 편자의 번역을 따른다. 이하 PkS로 약칭한다.

  • 208 ∙ 印度哲學 제54집

    vacanasāra,16) 그리고 Bhagavatī sūtra17)를 포함한다.

    1. 지바(jīva)와 물질(pudgala)

    자이나철학은 일체의 존재범주(astikāya)를 지바(jīva)18), 물질(pudgala),19) 운동(dharma), 정지(adharma), 공간(ākāśa)의 다섯

    14) Umāsvāti(2011). Tattvārtha Sūtra. That Which Is. Translated by Nathmal Tatia. San Francisco, London: Harper Collins Publishers. 이하 TaS로 약칭한다.

    15) PkS와 TaS의 성립시기는 선후가 명확하지 않지만, 문헌의 구성 체계나 논의의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PkS가 철학적으로 보다 완성된 후기단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16) Jain, Vijay K.(2018) Ācārya Kundakunda's Pravacanasāra- Essence of the Doctrine. Dehradun: Vikalp Printers.

    17) 자이나 전승에 의하면, Bhagavatīsūtra(혹은 Vkyāhapannatti)는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첫째 단계는 마하비라(Mahāvīra)의 가르침과 제자들의 전수, 다음으로 서기전 3세기경의 Pātaliputra 결집에서 경전의 확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기 6세기초의 Vallabhī 결집에서 경전의 문자화 과정을 거친것으로 본다. BS의 저자와 시기에 관해서는, Sikdar(1964) pp. 31-61을 참고하기 바란다.

    18) 지바(jīva)는 일반적으로 ‘영혼’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이 영적/정신적 존재가 모든 물질적 존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따라서 일상언어에서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모든 사물들에도 관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이나사상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지바’라는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19) 자이나교는 성립초기부터 불교와 다방면에서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자신의 철학 체계를 확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양자는 직간접적으로 철학적 영감을 주고 받으면서 자신의 사상 체계 안에 상대방의 흔적을 남기지 않

    을 수 없었다. 물질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서 자이나의 물질범주인 뿌드갈라(pudgala)에 주목하는 것은, 이 용어가 당시 불교에서는 개아(個我)라는 의미를 함축하였으며, 이것은 초기불교부터 부정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설일체유부의 아비다르마철학에서 물질rūpa의 실재성은 인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뿌드갈라는 당연히 부정되어야 할 존재이었다. 당시의 지성계에서 자이나의 뿌드갈라가 물질을 의미한다는 정도는 충분히 인식하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09

    가지로 분류한다. 지바를 제외한 나머지 네 범주는 모두 물리적 범주(ajīva)에 포함되고, 이 물리적 존재는 물질과 공간의 상관관계, 즉 공간 안에서 물질의 점유, 운동, 정지로 설명된다. 여기서 물질의 기본 단위인 극미(paramāṇu)와 공간의 기본 단위인 공간점(pradeśa)은 기하학적 측면에서 크기와 상태로 계량화된다는 점에서 특수한 관계를 형성한다. 물질의 구성방식은 가장 미세한 구성 단위와 그것들의 집적체로 설명된다.

    물질은 네 가지 범주, 즉 온(蘊, skandha), 반온(半蘊, skand-hadeśa), 사분온(四分蘊, skandha-pradeśa), 그리고 극미(paramāṇu)를 포함한다.20)

    물질은 가장 미세한 극미(paramāṇu)와 그것들이 모여서 이룬 더미(skandha)21)로 이루어져 있다. 물질 덩어리인 온(蘊, skand-ha)은 아비다르마에서 물질의 적집(rāśi)과 유사한 존재범주의 영역을 가진다. 이 물질의 집적에서 기본 단위를 이루는 것이 극미(paramāṇu)이다. 니야야-바시셰시카 고대 문헌들과는 달리 PkS의 게송에 직접 '극미(paramāṇu)'가 언급되고 있어서, 문헌의 저술 연대로 추정되는 서력 기원전후에는 극미개념이 등장하였다는

    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뿌드갈라를 부정한다는 불교의 사유는 자이나의 개념적 틀에서 ‘물질을 부정한다’고 해석될 여지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이런 언어적 게임은 실제로 불교에서 물질의 실재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중

    관이나 유식학파들이 등장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끈다. Cf. Bronkhorst(1993, 2000).

    20) PkS 80: skandhāśca skandhadeśāḥ skandhapradeśāśca bhavanti paramāṇavaḥ || iti te caturvikalpāḥ pudgalakāyā jñātavyāḥ || 80 ||

    21) skandha의 한글 번역어로 ‘더미’를 채택한 것은 아마도 이종철이 처음일 것이다. 이 역어는 일반적으로 다수의 불교학자들이 사용하는 ‘무더기’라는 의미와 함께 영어의 dummy, 즉 ‘가짜 모형’ 혹은 ‘멍청이’라는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이는 실재성을 부정하고, 무아의 해명으로 ‘pañcaskandha를 제시하는 불교적 의미 범주와 교묘하게 중첩되는 경향을 지닌다.

  • 210 ∙ 印度哲學 제54집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kS에서 정의하는 극미는 일차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것(avibhāgin)’으로, 더 이상 분리가 불가능한 가장 미세한 크기의 기본 단위를 의미한다.22) 이와 같은 극미들이 모여서 미세하거나 조대(粗大)한 물질(pudgala)을 형성하며, 나아가 삼계(三界)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극미를 구성요소로 하여 만들어진다.23)

    Tattvārthasūtra는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서 이 PkS와 동일한 관점이나 해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문헌에서 극미들이 결합하여 물질을 구성하는 단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추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TaS 5장은 초두에 실체(dravya)와 속성의 관계에 대한 해명이 10절까지 이어진다. 실체는 기체를 가지지 않는 존재이며 스스로 자성을 지니는 것이다. 반면 속성은 어떤 기체를 가지는 것이다. 실체와 속성은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것

    들이 서로 분리된다면, 실체는 다른 실체로 변화하여도 무방할 것이며, 만약 속성이 실체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면, 실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24) 지바(jīva)는 실체이고 영원하며, 숫자가 한정되어 있고, 비물질적이다.25) 마찬가지로 존재의 다섯 범주는 모두 실체로 인정된다.26) 뿌드갈라는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22) PkS 84: sarveṣāṃ skandhānāṃ yo’antyastam vijānīhi paramāṇu ||sa śāśvato ’śabdaḥ eko’vibhāgi mūrtibhavaḥ || 84 ||극미는 모든 덩어리들 가운데 가장 미세한 단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영원하고 소리가 없으며, 하나이고, 분리되지 않으며, 물질적mūrti존재이다.

    23) PkS 82: bādarasaikṣmyagatānāṃ skandhānāṃ pudgalaḥ iti vyavahārah ||te bhavanti ṣaḍprakārāstrailokaṃ yaiḥ niṣpannaṃ || 82 ||뿌드갈라는 표현은 조대한 것과 미세한 것들의 덩어리들이다. 그것들은 여섯 종류가 있으며, 그것들로 만들어진 것이 삼계(三界)이다.

    24) TaS 5.40, cf. PkS 50. 25) TaS 5.4-5.26) 자이나철학에서 실체, 속성, 양태에 관한 보다 상세한 논의를 위해서는 다음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11

    없는 것이 있다. 물질 덩어리인 사물들은 셀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무수히 많은 것들을 모두 셀 수 없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물질은 신체와 감각기관을 구성하며, 생명체들의 생사와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27) 뿌드갈라는 공간의 한 기본 단위에서부터 시작해서 무수히 많

    은 공간적 지점들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aṇu)는 그렇지 않다.28) 원자는 하나의 기본공간만을 차지한다. 극미와 마찬가지로 영혼도 오직 하나의 기본 단위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원자적이

    다. 그러나 이 영혼이 차지하는 하나의 기본 단위는 밝기의 범위가 넓어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램프의 빛처럼 크기가 증감할 수 있

    다.29) 이것은 명백히 하나의 기본 단위가 크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우주의 모든 공간은 지바와 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것들은 미세하거나 거친 물질로 되어 있으며, 지바를 결박할 업으로 변화될 업력을 가진 것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30) 그런데 지바는 염오한 인식(aśuddhopayoga)으로 인해 물질과 결박하게 되고, 결박의 결과 지바는 탐, 진, 치에 떨어지게 된다.31) 지바는 뿌드갈라를 통해 이 세계 속에서 존재의 형식을 획득하지만, 바로 그에 기인하는 업의 결과인 업물질, 즉 업의 뿌드갈라로 인해 세계에 속박된다. 업(karma)의 영향에 의해 지바(jīva)는 어리석음(moha)이나 탐욕(rāga)과 같은 염오한 전변을 일으키며, 이런 염오한 전변으로 인해, 업물질이 공간점에 결박된다.32) 지바는 불가

    을 참고하기 바란다. Soni(1991) 19:75-81.27) TaS 5.19-20. 28) TaS 5.11.29) TaS 5.13.30) PvS 2.76, p. 214.31) PvS 2.87.32) PvS 2.29.

  • 212 ∙ 印度哲學 제54집

    산수(asaṃkhyā)33)의 공간점을 지닌다. 마찬가지로 이 우주공간(lokākāśa)도 불가산수의 공간점을 가진다. 물질(pudgala)은 극미로 이루어져 있고, 개별적인 극미들은 각

    하나의 공간점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극미들은 결합을 통해 조대한 물질을 형성하므로, 다수의 공간점, 불가산수(asaṃkhyāta)의 공간점, 혹은 무한수(ananta)의 공간점을 차지할 수 있다. 지바는 팽창과 수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공간 전체로 확장할수도 있지만, 그것이 차지하는 공간점의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34) 무한한 공간은 무한한 공간점을 가지지만, 뿌드갈라와 결합한 지바는 헤아릴 수 없는 특정한 숫자의 공간점을 가지며, 그 외연은 물질의 크기가 변함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한다. 예를 들어, 뚱뚱한 사람이 날씬해진 경우라거나,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경우에, 그 사람의 지바를 구성하는 공간점은 동일하지만, 그것이 점유하는 물질적 외연은 팽창한다.35) 여기서 극미의 결합을 통해 형성되는 조대한 물질의 외연은 공간점의 그물코 숫자와

    일치하지만, 지바의 공간점은 물질적 공간점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린 아이가 성장하면서 신체가 차지하는 공간점의 숫자 x가 5x로 증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아이의 지바의 공간점은 특정한 숫자 y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물리적 신체의 연장에 상응하여 수축과 팽창을 하게 된다.여기서 지바와 물질은 업력에 의해 서로 결박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외연이 연동하게 된다. ‘지바는 불가산수의 공간점을 가지며, 몸과 말과 마음의 활동에 의해 지바의 공간점에 진동이 있을

    33) 여기서 불가산수는 셀 수 있는 수, 즉 가산수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수, 즉 무한수와는 구분된다. 그 숫자가 무한하지는 않지만, 그 크기를 알 수 없어 전부 헤아릴 수 없는 숫자를 불가산수(asaṃkhyā)라고 한다.

    34) PvS 2.43-44, pp. 173-175. 35) PvS, 176-177.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13

    경우에 업물질이 지바의 공간점으로 뚫고 들어와 결박한다.36) 또한 물질은 결합에 의해 점점 더 조대한 물질을 만들어 갈 수 있고, 지바는 팽창을 통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양자는 하나의 공간점에서부터 전 우주공간(lokākāśa)의 공간점으로 확장되거나 결박될 수 있다. 이 때 지바를 결박하는 까르마의 양은 공간점의 갯수로 계량화되며, 그것은 행위를 수행한 의지의 크기에 비례한다.37) 여기서 지바를 물리적 영역에 속박하는 결박(bandha)의 종류는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업의 종류 혹은 성질에 따라(prakṛtiband-ha), 업의 지속시간에 따라(sthitibandha), 업의 결과에 따라(anu-bhavabandha), 그리고 업의 공간점 숫자에 따라(pradeśabandha) 분류한다. 이 가운데 업의 성질과 결과 둘은 질적 분류이고, 시간과 공간점은 양적 분류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이니즘에서 시간이란 공간의 이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양자는 모두 공간점의 숫자로 계량화할 수 있다.38)

    2. 자이나의 극미해석

    자이나의 존재범주를 크게 지바(jīva)와 아지바(ajīva)로 분류할 때, 여기서 아지바(ajīva)는 공간(ākāśa)과 공간을 채우는 물질(pudgala), 그리고 물질의 운동(dharma, adharma)의 관계로 설명된다. 운동과 정지는 물질이 특정한 공간을 바꾸어 가면서 점유하는 것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으로는 물질의 기본 단위

    36) PvS 2.86, pp. 225-226.37) Cf. Jaini(1977) p. 113. 38) 이 부분은 이하 ‘4.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에서 재론하기로 하

    겠다.

  • 214 ∙ 印度哲學 제54집

    (paramāṇu)와 공간의 기본 단위(pradeśa)의 관계로 압축될 수 있다. 이 양자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하기 위하여, 먼저 물질을 구성하는 극미의 성격에 관해 살펴보고, 극미개념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모순, 혹은 이론적 요청의 문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빤챠스티까야사라(Pañcāstikāyasāra)에서 전하는 극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극미는] 영원하며, 공간을 가지는 동시에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그것(te)을 분할하여 구분하는 것이 공간적 기본 단위(pradeśa)이고, [조대한 물질] 더미가 변화하는 원인이다. [그것은 또한] 시간과 숫자를 결정하는 [기본 단위]이다.39)

    39) PkS 87: nityo nānavakāśo na sāvakāśaḥ pradeśate(?) bhettā |skandhānāmapi ca karttā pravibhakta kālasamkhyāyāḥ || 87 ||게송의 의미는 판본과 원문의 해석에 관련된 몇 가지 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pradeśate(?)는 pradeśa te(?) 혹은 마지막 (?)부분을 na의 오식(誤植)으로 보고 pradeśa tena로 읽을 수 있다. 먼저 주어진 문장에서 이 te는 양수(dual)나 복수(plural)로 읽을 여지가 없으므로, 그것(te)은 paramāṇu 혹은 avakāśa를 받는 m, sg. genitive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극미는 분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te)의 분할은 ‘공간(avakāśa)의 분할(bhettā)’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것에 의하여(tena) 분할된 것(bhettā)’으로 읽을 경우, 게송은 ‘극미에 의해 분할된 것이 공간의 기본 단위(pradeśa)이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해석은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띤다. 앞의 것은 공간의 분할에 의한 공간적 기본 단위를 pradeśa라고 하는 반면, 후자는 바로 그 pradeśa가 극미 단위에 의해 분할되는 공간의 의미를 가진다는 해석을 주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의미는, 그것이 가능하다면, 판본의 확정이 이루어진 후에나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ālasaṃkhyāyāḥ에 대한 해석도 ‘시간을 셀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게송의 성격상 이 구절은 매우 다양하게 읽힐 수 있겠지만, 일차적인 문제는 kāla와 saṃkhyā를 dvandva 혹은 tat puruṣa 가운데 무엇으로 분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각 각의 경우 게송은 ‘시간과 숫자’ 혹은 ‘시간의 숫자’에 대한 설명으로 해석될 것이다. 이 또한 상이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PkS 주석가의 해석을 소개하는 것으로 가름하고자 한다. “공간점 사이의 이동은 시간의 연장에 상응하기 때문에, 그것은 동시에 시간의 양적 차이의 기본이 된다. … 자이나에 따르면, 극미는 사물의 직접적인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15

    PkS에서 정의하는 극미개념은 비교적 간단하고 명료하다. 극미는 영원한 것이다. 그것은 물질의 덩어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써 물질을 분할해 가면 마지막에 도달하는 지점이다. 극미는 물질의 분할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으며, 극미 자체는 분할 불가능한 것(avibhāgin)이다.40) 그리고 극미는 또한 시간과 숫자의 기본 단위이기도 하다. 극미는 수학적으로 숫자 1에 해당하고, 시간의 기본 단위이면서, 물질의 공간적 기본 단위이기도 하다. 이로써 PkS단계에서는 이미 물질의 ‘가장 미세한 기본 단위’라는 형이상학적인 원자 개념이 완성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PkS 87절에는 극미가 공간을 가지는 것도 가지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극미의 공간성을 해명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개별적인 극미는 감각지각을 초월해 있으므로(atīndriya) 감각지

    각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단지 추론에 의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관찰자가 극미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은 감각작용을 통해 감각대상을 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41) 극미들은 각각이 감각대상이 될 수 있는 속성을 지니며, 그 속성은 변화한다. 극미는 각기 하나씩의 색, 향, 미를 가지며, 소리를 내거나 내지 않는 두 가지 종류의 접촉을 가진다.42) 이 극미들은 더미(skandha)와 구별되는 다른 존재이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이다.43) 극미들이 감

    기본 단위일 뿐만 아니라 공간, 시간, 변화의 간접적인 기본 단위이다. 사물들 사이에 양적 차이뿐만 아니라 물리적 대상들의 질적 차이도 궁극적으로

    는 극미의 구성문제로 소급될 수 있을 것이다.”Pañcāstikāyasāra: Kundakundacharya(1920) pp. 85-86.

    40) PkS 80-81, Gangopadhyaya(1980) p. 57.41) Gangopadhyaya(1980) pp. 65-66. 42) 인도철학에서 ‘접촉’ ‘소리’ 그리고 ‘접촉과 소리의 관계’는 별도의 논의를 필

    요로 하는 핵심적인 주제들이며, 이 논문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논의를 다듬어 보기로 하겠다.

    43) PkS 88: ekarasavarṇagandhaṃ dvisparśam śabdakāraṇamaśbdaṃ |

  • 216 ∙ 印度哲學 제54집

    각기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색, 향, 미, 촉을 속성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4가지 감각적 속성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극미라는 물질에 대한 지각경험을 통해 드러나는 개별적 속성들이다. 감각지각이나 의식은 지바(jīva)와 독립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현상으로 드러난 사태들도 그것의 자성(svabhāva)과 분리되지 않는다.44) 그와 같이 색, 향, 미, 촉 등의 속성은 그것들의 물질적 기체인 극미와 분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체의 관점에서 이것들은 극미와 불가분리한 것이지만, 현상적이 차원에서는 각각의 개별적인 특수성을 지닌다.45) 실체로서의 극미는 변화하지 않고 영원하지만, 극미의 속성이 변화하기 때문에 극미는 어떤 점에서는 영원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영원하지 않다. 예를 들어, 흰색 진흙 항아리를 구성하는 극미의 색깔은 불에 구워졌을 때 검은색으로 변화할 수 있다.46)지수화풍의 4대종이 극소의 질료적 기본 단위 혹은 속성으로 설

    명되는 니야야-바이셰시카나 설일체유부의 관점과는 달리, 자이

    skandhāntaritaṃ dr(avam?) paramāṇuṃ taṃ vijānīhi || 88 || 44) PkS 58: darśanajñāne tathā jīvanividdhe ananyabhūte |

    vyapadeśataḥ pṛthak tvaṃ kurute hi no svabhāvāt || 58 ||감각지각과 인식에 있어서 지바jīva가 침투하고 구분된 상태로 있지 않은 것처럼

    표상은 각각 자기 자성으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58|45) PkS 57: varṇarasagandhasparśāḥ paramāṇuprarūpitā viśeṣā hi |

    dravyataśca ananyāḥ anyatvaprakāśakā bhavanti || 57 ||색, 미, 향, 촉은 극미가 물질화하기 이전의 개별성이다. 그것은 실체의 관점에서 다른 것이 아니고, 드러난 것들[에 의해] 차별성을 지닌다. |57|

    46) 색향미촉은 각각 하위의 속성들을 지닌다. 색: 푸름(nīla), 노랑(pīta), 하양(śukla), 검정(kṛṣṇa), 빨강(lohita); 향: 유쾌한 냄새(surabhi), 불쾌한 냄새(asurabhi); 미: 쓴만(tikta), 신맛(kaṭuka), 시큼한 맛(amla), 단맛(madhura), 떫은 맛(kaṣāya); 촉: 연함(mṛdu), 딱딱함(kaṭhina), 무거움(guru), 가벼움(laghu), 차가움(śīta), 뜨거움(uṣṇa), 부드러움(snigdha), 거침(rukṣa). Cf. Gangopadhyaya(1980) p. 64.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17

    니즘에서 지수화풍과 색향미촉의 관계는 역전되어 설명된다. 자이니즘에서 조대한 물질의 하나인 흙(pṛthivī) 등은 모두 색향미촉의 감각적 속성을 지닌다.47) 반면 지수화풍과 같은 4대종은 물질의 양태(paryāya)로 설명된다.48) 극미는 정신적인 영역에 속하지 않지만, 원소적 물질(bhūta)과는 다른 비원소적 물질(mūrta)로 설명된다. 이 비원소적 물질은 4계(界, dhatu), 즉 지수화풍의 원인이다. 4원소라는 요소적 물질에 대한 원인이자, 4원소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극미인 것이다. 극미의 속성에 색향미촉이 포함되지만, 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49) 소리는 극미들이 접촉할 때 발생하는 사태이며, 실재의 속성이 아니라 하나의 양태(paryāya)로 설명된다.50) 더미(蘊, skandha)를 비롯한 모든 조대한 물질이 만들어지기 위

    해서는 극미(paramāṇu, 혹은 aṇu in TaS)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등의 작용을 하여야 한다.51)

    원자들과 온(蘊)들은분할과 취집에 의해 발생한다. (TaS 5.25-26)52)

    모든 물질적 존재는, 미세한 단위의 극미에서 조대한 사물의 방

    47) PvS 2-40: varṇarasagandhasparśā vidyante pudgalasya sūksmāt |pṛthivīparyantasya ca śabdaḥ sa paudgalaścatraḥ || 2-40 ||

    48) PvS, 168-171. 49) PkS 85: ādeśamātramūrttaḥ dhātucatuskasya kāraṇaṃ yastu ||

    sa jñeyaḥ paramāṇuḥ pariṇāmaguṇaḥ svayamaśabdaḥ || 85 ||사유하지 않는 물질적 존재이며, 4계에 속하는 것들의 원인인 극미는 전변하는 속성을 가지며, 자체에 소리의 성질이 없다고 알려진다.

    50) PvS 2-40, PkS 86, Gagopadhyaya, 59. 51) 여기서는 Tattvārthasūtra와 해당본문에 대한 강고파댜야의 주석적 번역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TaS 5.25-37, Cf. Gangopadhyaya(1980) pp. 66-70. 52) TaS 5.25-26: aṇavaḥ skandhāśca | bhedasaṇghātebhya utpadyante ||

    25-26 ||

  • 218 ∙ 印度哲學 제54집

    향으로는 취집에 의해 만들어지며, 반대로 그 조대한 물질의 분할에 의해 도달하는 극소의 기본 단위가 극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분할(bheda)과 취집(saṃghāta)라는 용어는 니야야-바이셰시카는 물론 불교의 구사론 등의 논서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학파적 특수성을 떠나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개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53) 다시 말해, 극미들의 집적에 의해 어떤 하나의 실체(ekadravya)를 형성하는 니야야-바이셰시카의 전체(avayavi)와 같은 대상을 만들어내는 특수한 결합의 내용을 갖지 않고, 개별극미 단위의 물질이 양적누적에 의해 조대한 물질을 형성한다

    는 기본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54) 극미의 취집은 물질의 점성(snigdhatva)에 의존하고, 물질의 분

    할은 건성(乾性, rukṣatva)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55) 현대적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 극미들은 종류에 따라 일정한 인력(引力, at-tractive force)과 척력(斥力, repulsive force)을 가지고 있다. 두 종류의 힘에 의해 극미들이 결합하거나 분할할 때에 일정한 규칙

    이 적용된다. 가장 낮은 단계의 점성과 건성을 가진 존재들은 실질적으로 물질간에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떠한 다른 존재들과의 결합도 불가능하다. 또한 같은 단

    53) 따라서 여기서 ‘취집(saṃghāta)’은, 게송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물질의 양적 집적에 의한 조대한 물질의 발생이라는 의미영역을 염두에 두고 사용

    하도록 하겠다.54) 극미의 결합방식과 내용에 관련해서는 다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규완

    (2018).55) TaS 5.33-37: snigdharūkṣavādbandhaḥ | na jaghanyaguṇānām |

    guṇasāmye sadṛśānām | dvyadhikādiguṇānāṃ tu | bandhe'dhikau pāriṇāmikau ca ||33-37||원자의 결합(bandha)은 점성과 건성에 의하여 [일어난다]. 두 가지 속성의 가장 낮은 단계에서는 [결합이 발생하지] 않으며, 같은 단계에 속하는 것들이 같은 속성에서 [결합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두 가지 다른 단계의 속성을 가진 것들은 [결합한다]. 결합할 때, 높은 단계에 속하는 것이 낮은 단계에 속하는 것을 변화시킨다.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19

    계에 있는 동일한 성질의 극미들도 결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점성을 가진 삼중체가 있다면, 삼중체를 만드는 점성은 이미 이루어졌고 그 작용력을 이미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 삼중체들이 다시 결합하는 일은 없다. 따라서 결합은 점성과 건성의 단계에 차이가 있는 극미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물질 사이의 점성과 건성의 차이기 2이상일 때, 실제로 물질에서 결합이 발생하며, 그 결합에 따라 결합한 집적체의 성질이 결정된다.56) 극미들은 다양한 숫적 조합에 따라 결합하고 분할할 수 있다.

    이를테면, 5개의 극미가 결합한 더미(skandha)는 ‘2극미 + 3극미,’ ‘2극미 + 2극미 + 1극미,’ 혹은 ‘1극미 + 4극미’ 등 다양한 조합으로 분할될 수 있다. 이 개별적인 극미들이 결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 사이를 수계(水界)가 붙잡아 주기 때문이다.57) 물질이 분할되어 미세한 물질이 되었을 때에는 그 물질의 속성 ‘미세함’은 유지되지만, 그것이 다수의 다른 물질과 결합하게 되면, 미세함이 사라지고 물질은 가시성을 획득하게 된다.58) 극미의 형태는 구형(parimandala)으로 설명되며, 하나의 극미는 우주의 공간전체를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분할한 공간점(pradeśa) 하

    56) TaS 5.35-36: dvyadhikādigunāṇām tu | bandhe samādhikau pārināmikau || 본문에 대해 Manu Doshi는 ‘결합이 2단계 이상에서 발생한다’고 해석하였다. “Binding occurs when one object has two more degrees of viscosity or dryness than the other. At the time of binding, paramāṇu with the same or higher degree of viscosity or dryness turns the property of the opposite matter to its own property." TaS, 96. 그러나 강고파댜야(Gangopadhyaya)는 두 물질 사이의 결합은 ‘단지 두 단계’에서만 발생한다고 이해하였다. Gagopadhyaya, 69-70: "5.35: But [there is combination] between degrees of differing by two units [only]. 강고파댜야는 ‘단 2단계’를 강조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의 문헌적 근거나 논리적 해명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여기서는 본문의 dvyadhikādi를 ‘2단계 이상 등’으로 이해한다.

    57) BS 318-320. 58) TaS 5.28.

  • 220 ∙ 印度哲學 제54집

    나에 자리한다. 공간점은 극미가 없는 빈 공간일 수는 있지만, 모든 극미는 각각 하나씩의 공간점을 점유한다.

    Ⅳ.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이나철학의 공간점에 대한 연구는 최지연의 논문이 유일하며, 공간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59) 최지연은 이 글에서 공간점이 1) 공간적인 크기의 개념, 2) 공간의 개념을 운동, 정지, 허공이라는 기능적인 관점으로 구별, 3) 현상세계의 현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요약하였다. 이 글은 최지연의 논지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극미와 공간점의 관계와 관련된 몇 가지 문제들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1. 실재와 현상

    공간점은 실재들이 세계내의 존재로 현상하도록 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만일 어떤 실재가 하나 혹은 다수의 공간점을 점유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존재의 관점에서 공(空)이라고 할 수 있다.

    59) 오히라 스즈코(大平鈴子)의 단편은 공간점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지만, 매우 짧은 단편에 불과하여 충분한 정보와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Cf. 大平鈴子(1993) pp. 255-257.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21

    실재(dravya)는 하나 혹은 다수의 공간점(pradeśa)을 가질 때, 그것의 본성을 드러내며 현상(artha)이 된다. 공간점을 차지하지 않은 실재는 현상적 존재와는 다른 어떤 것(arthāntarabhūtam)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록 실재이지만, [존재의 측면에서] 공(śūnyam)한 [상태에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60)

    공간과 공간점은 이 우주의 무대와 같은 것이다. 모든 배우들과 배우들의 연기는 이 무대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개별적인 배우들이나 연극의 실재성은 무대에 올려지기 전에는 존재론적으로

    공(空)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배우들은 언젠가 무대를 떠나겠지만, 그들은 오직 무대 위에서 그들의 배역을 통해 관객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바는 무대라는 공간과 연극일체의 물질성에 속박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인으로서 배우가 배역을 벗어나듯이, 지바 자체는

    비록 공간점의 크기를 갖지만 공간점에 속박되어 있지는 않다. 지바가 물질과 결합할 때에, 지바는 물질적 대상이 차지하는 공간점에 더불어 속박되게 된다. 바로 그것이 현상세계를 차지하는 모든 존재들의 배역인 셈이다. 이는 다른 물질적 존재들도 마찬가지이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극미는 언제나 공간의 기본 단위인 공간점을 점유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한다. 양자는 분리될 수 없으며, 그것이 분리된다면 존재의 현상을 마치는 것으로 보아야한다. 물질적 존재와 물질적 존재에 속박된 지바의 운동도 공간점의 좌표

    이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공간점의 포로상태를 벗어나는 길은, 공간점들에 걸쳐 속박되어 있는 극미의 마지막 하나까지 속박(bandha)을 끊는 것이다.

    60) PvS 2-52: yasya na santi pradeśāḥ pradeśamātraṃ vā tattvato jñātum |śūnyaṃ jānīhi tamarthamarthānatarabhūtamastitvāt || 2-52 ||

  • 222 ∙ 印度哲學 제54집

    2. 극미는 단 하나의 공간점만을 차지한다.

    물질적 극소 단위인 극미는 공간적 극소 단위인 하나의 공간점

    을 차지한다. 그러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축적인 게송과 이에 대한 후대 주석의 혼란으로 인해, 극미와 공간점의 관계는 모순적인 설명이 양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PvS 2-45와 TaS 5.11의 해석에서 제기된 전혀 상반되는 주장을 검토해 보겠다. 먼저 PvS 2-45의 산스크리트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yathā te nabhaḥpradeśāstathā pradeśā bhavanti śeṣāṇam |apradeśaḥ paramāṇustena pradeśodbhavo bhaṇitaḥ || 2-45 ||61)[앞에서 설명한] 허공의 공간점들이 그런 것처럼 나머지들의 공간점

    도 그러하다. [개별적인] 극미는 공간점이 없다. 그것(극미)에 의해서 공간점의 존

    재가 드러난다.

    다소 느슨하게 번역하여도 그 의미를 정확히 간취하기 어렵다. 특히 ‘극미는 공간점이 없다(apradeśaḥ paramāṇu)’는 구절은 해석상의 논란을 야기한다. PvS의 편자는 해당문장은 “물질의 극미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공간점을 점유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 하나만의 공간점을 점유한다. 극미는 공간점의 근원이다.”고 해석하였다. 이 해석에서는 apradeśaḥ에서 pradeśaḥ를 의미상의 복수로 취급하고, 부정 a를 다수의 공간점들에 대한 부정으로 풀이한다. 이러한 번역은 PvS 게송에 대한 주석에서 견지하고 있는 해석적 관점을 따른 것이다. TaS 5.10-11에서도 비슷한 해석상의 문제가 드러난다.

    61) PvS 2-45, 176-177.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23

    TaS 5.10-11: saṃkhyeyāsaṃkhyeyāśca pudgalānām | nāṇoḥ |62)[다양한] 물질의 종류들의 [공간점]은 셀 수 있는 것과 헤아릴 수 없

    는 것들이 있다. 원자의 [공간점의 갯수]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도 극미(원자)와 공간점의 갯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때문에 주석가들의 해석에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TaS (2011)의 편자인 자인(Jain)은 “[물질의] 공간점은 셀 수 있는 것도 셀 수 없는 것도 있다. 극미의 공간점은 없다.”63) 반면 같은 본문에 대해 강고파댜야는 “물질적 존재의 [공간점]은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 모두 존재한다. 극미는 더 이상의 [공간점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석한다.64) 전자는 극미가 공간점을 가지지 않는다고 보는 관점이라면, 후자는 극미는 단 하나의 공간점을 가지며, 개별적인 극미는 하나 이상의 공간점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주장인 셈이다.65)그런데 Tatia와 최지연의 경우, 극미는 “pradeśa보다도 훨씬 미

    세한 것으로서 그 만큼 그 수가 무한하고 허공 속에서 떠다닌다. 즉 극미는 ‘공간 없이 존재하지 않지만 pradeśa를 점유할 만큼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66)거나, 더 나아가 “1개의 pradeśa에 무수히 많은 극미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개

    별적인 상태로는 인식이 불가능하다”67)는 주장을 하였다. 이는 분

    62) TaS 5.10-11, p. 85-87. 63) TaS (2011) p. 67. "(The space-points) of forms of matter are numerable

    and innumerable also. (There are) no space-points for the atom (indivisible unit of matter)."

    64) Gangopadhyaya(1980) pp. 62-63. 65) 식다르(Sikdar)는 '극미의 특성을 관통하거나 분리할 수 없고, 소멸하지 않으

    며 다른 것에 저항하고(agājjha), 반(半)이나 부분을 가지지 않으며(anradha, amadhya), 공간점들을 가지지 않고 오직 하나의 공간점만을 차지하는(apradeśa) 것'으로 해명한다. Sikdar(1964) pp. 567-568. 여기서도 극미와 공간의 관계에서 apradeśa해석의 문제가 명쾌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66) 최지연(2013) p. 115.

  • 224 ∙ 印度哲學 제54집

    명 게송 본문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이기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게송의 본문이 이 해석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PkS 87절에는 극미가 공간을 가지는 것도 가지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극미의 공간성 해명에 있어서 직면하게 되는 모순적 상황을 반영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하나의 공간점에 다수 혹은 무한한 수의 극미가 들어갈 수 있다는

    어떤 암시도 발견되지 않는다. 더 이상 분할되지 않는 가장 미세한 기본입자라는 의미에서 극

    미는 극미론의 모든 단계에서 심각한 논란의 주제가 되었다. 극미가 어떤 부분을 갖는다면, 그것은 더 작은 단위로 분할될 수 있으며, 이것은 무한소급에 의해 극미의 크기가 0으로 수렴하게 만든다. 이 경우 아무리 많은 수의 극미를 집적하더라도 부피가 늘어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설일체유부는, 극미가 부분을 갖지 않지만, 서로 접촉하지 않으면서 함께 하여, 부피를 가진 조대한 물질을 형성한다고 하였다. 경량부는 일정한 부피를 갖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를 상정하여, 더 이상 분할되지는 않지만 부분을 갖는 극미개념을 도입하였다. 반면 유식학파는 설일체유부의 극미개념이 결국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공간적 점유와 제한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식(vijñapti)과 다를바가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였다.68)

    자이나의 극미개념도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건 해명해야만 한다. TaS 5.11에 대한 아칼랑카(Akalaṅka)의 주석은, 극미는 단 하나의 공간점을 점유하고, 극미보다 더 작은 존재는 없다고 확인하고, 앞의 apradeśa의 해석에 상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비판에 대답한다. 질문: 만일 극미가 공간점을 가지지 않는다면(apradeśa), 그것은 비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이에 대해 아칼랑카는 극미는 공

    67) 최지연(2013) p. 117. 68) Cf. 이규완(2018).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25

    간점을 가지며, 이 때 단 하나의 공간점만을 점유한다고 대응한다. 이같이 ‘더 이상 분할이 불가능한 극소의 기본 단위’라는 모순적 개념에 공간의 구성과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안정성을 제공하

    는 개념이 공간점이다. 공간점에는 극미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점은 극미보다는 크다. 그러나 두 개의 극미는 두 개의 공간점을 차지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점은 두 개의 극미보다는 작다. 이같은 장치로 인해 내적모순으로 인한 극미 개념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때문에 극미는 앞과 뒤와 같은 부분을 가지지 않지만, 그것은 토끼의 뿔처럼 비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이 될 수 있다.69)극미와 공간점을 1대1 대응관계로 해석해야 한다는 사실은 최

    지연의 논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Bhagavatīsūtra를 통해서 반증할 수 있다.70)

    문: 존자여, 물질극미들은 반으로 나눌 수 있고, 중간이 있고, pradeśa를 갖습니까?

    답: 고타마여, 나눌 수도 없고, 중간도 없고, pradeśa를 갖지 않는다.

    문: 두 개의 pradeśa를 [점유하는] skandha는 반으로 나눌 수 있고, 중간이 있고, pradeśa를 갖습니까?

    답: 그것은 반으로 나눌 수 있고, 중간이 없으며, pradeśa를 갖는다. ...문: 세 개의 pradeśa를 [점유하는] skandha는 어떻습니까? 답: 그들은 반으로 나눌 수 없지만, 중간은 있고, pradeśa를 갖는다.

    첫번째 문답은 앞서 언급한 apradeśa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할 수 있다. 2-3번째 문답에서는 두 개의 공간점을 점유한 더미

    69) Gangopadhyaya(1980) pp. 63-64. 70) 최지연(2013) p. 112. 필자가 사용한 Bhagavatīsūtra는 Lalwani의 1973년 판

    으로, 2007년 개정판을 입수하지 못해 최지연의 인용본문을 재인용한다.

  • 226 ∙ 印度哲學 제54집

    (skandha)의 분할에 대한 문제이다. 이 때 공간점에 들어가는 극미의 숫자가 일대일 대응이 아니라면, 앞서 극미들의 더미가 다양하게 분할될 수 있다고 하였던 것처럼 자유롭게 분할될 수 있어야

    한다.71) 그러나 세 개의 pradeśa를 점유하는 skandha의 경우, 이것을 반으로 분할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각각 하나씩 나누고 나서 나머지 하나의 극미를 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극미의 크기와 공간점의 크기가 정확히 일치하느냐는

    문제는 아마도 깊이 탐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하나의 공간점을 하나의 극미가 점유함으로써 공간의 물질적 구성이

    채워지는 구도는 확립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공간점이 극미를 극소의 큐브와 같은 공간점에 담는다는 사유방식은 극

    미의 방분문제가 야기하는 모순성과 논란을 회피하고, 문제를 공간점으로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지금 하나의 공간점에 다수의 극미를 포함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해석상의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게송을 검토해 볼 필요

    가 있다.

    ākāśamaṇuniviṣṭamākāśapradeśasaṃjñayā bhaṇitam |sarveṣāṃ cāṇūnāṃ śaknoti taddātumavakāśam || 2.48 ||72)허공에 극미[와 같은 최소 단위]를 채워 [넣을 수 있을 경우, 그것을]

    허공의 공간점이라 한다. 그 [공간점]은 모든 [종류의] 극미들에게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서 ‘모든 극미들에게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송을 모든 극미들이 하나의 공간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의미확장으로 보인다. PvS의 편자는 “공간(ākāśa)의

    71) 예를 들어, 하나의 pradeśa에 2개씩의 극미가 3개의 pradeśa에 들어가 있다면, 이것을 둘로 나누면, 극미 3개씩의 두 공간점으로 쉽게 분할할 수 있다.

    72) PvS 2.49,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27

    공간점(pradeśa)은 무한수의 원자와 물질의 구성요소를 포함하는 나머지 실재들의 원자들을 담을 수 있다”고 번역하고 있는데73), 이 또한 오독을 가능하게 하는 번역이라고 생각된다. 해당본문은 대신, 마치 “X대학의 기숙사는 대학의 모든 대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숙소를 제공할 수 있다.”와 같은 의미에서, 그들 모두가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들의 자격조건에 관한 언급으로 이해하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극미와 공간점은 양자의 크기가 정확히 일치한다고는 말할 수 없

    지만, 적어도 양자는 일대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서로 점유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3. 극미와 시간

    PvS 2.46-47은 극미와 시간의 관계, 그리고 실체로서의 시간, 칼라(kāla)와 양태로서의 시간, 사마야(samaya)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제공한다.74) 실체로서의 시간(kāla dravya)은 개별적인 극소시간(kālāṇu)으로, 독립적이며 다른 칼라(kāla)와 결합하지

    73) PvS, 181. 74) samayastvapradeśaḥ pradesamātrasya dravyajātasya |

    vyatipatataḥ sa vartate pradeśamākāśadravyasya || 2-46 ||시간점(samaya)은 공간점을 점유하지 않으며, 시간의 실체인 칼라(kāla)는 단 하나의 공간점을 차지한다. 실체인 공간(ākāśa)이 공간점을 이동할 때, 시간점이[라는 양태가] 발생한다. vyatipatatastaṃ deśaṃ tatsamaḥ samayastataḥ paraḥ pūrvaḥ |yo'rthaḥ sa kālaḥ samaya utpannapradhvaṃsī || 2-47 ||[극미가] 공간을 이동할 때, 그것과 함께 드러나는 것이 시간점이고, 이 시간점의 앞과 뒤에도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시간실체인 칼라(kāla)이다. 시간점은 생성하고 소멸한다.

  • 228 ∙ 印度哲學 제54집

    않는다. 우주공간의 모든 공간점들은 각각 단 하나의 시간을 가진다. 따라서 우주의 모든 점들은 시간적인 측면에서 단 하나의 칼라에만 존재한다. 동시에 시간 칼라는 단 하나의 공간점만을 차지한다. 우주 역사의 모든 시간은 이미 무한한 공간의 좌표에 특정한 시간을 가지고 존재한다. 이러한 시간좌표들이 ‘연장으로서의 시간’ 혹은 ‘시간의 흐름’으로 파악되는 것은 물질극미가 하나의 공간점에서 다른 공간점으로 이동할 때이다. 이 때 하나의 공간점에 있는 시간에서 다른 공간점에 있는 시간으로 이동하는 그 경과

    의 지속, 혹은 상태의 변화가 사마야(samaya)라는 양태(paryāya)로 발현하게 된다. 따라서 각각의 공간점 자체에는 시간점(samaya)이 없다. 시간점은 공간점에 걸친 극미의 이동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 양태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상적 시간에 해당한다. 이 시간의 흐름은 물질극미가 공간점을 이동하는 운동에 상대적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시공간을 불가분리하게 연결시키고, 양자의 관계에서 현상적인 시간개념을 상정하는 사유방식은 서구과학에서는 극히 현대에 등장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

    다. 요컨데 이 우주의 모든 공간은 실체로서의 시간과 함께 있으며,

    공간의 모든 공간점들은 일종의 시공간의 좌표를 가지고, 이 좌표를 따라 극미가 이동할 때, 그 시공간의 좌표변화를 시간점이라는 양태로 기술한다. 따라서 시간점(samaya)는 실체가 아니며, 시공간의 좌표를 이동하면서 생성 소멸하는 양태이다. 현상적 시간의 측면에서 시간점은 공간의 극소인 공간점을 따라 물질의 극소인

    극미가 이동하는 변화의 의미하기 때문에, 현상적 시간에서 더 이상 분할불가능한 최소 단위가 된다.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29

    4. 공간점 개념의 기능과 목적

    자이니즘에서는 왜 극미(paramāṇu)와 공간점(pradeśa)에 대해 특별히 깊은 관심과 상세한 분석을 하였을까? 양자의 관계는 인도 여타의 철학사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수한 것으로, 이는 필시 자이나 철학의 특수성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최지연은 공간점의 개념과 기능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서술한 반

    면, 이 개념의 도입이 자이나철학에서 어떤 의미와 목적을 지니는지에 대한 해명은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라 스즈코(大平鈴子)는 소략한 논문에서 업신(業身)이 다음 윤회의 창(窓)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1공간점 이하의 크기로 작아져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75) 그러나 궁극적으로 극복되어야 할 윤회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특수한 개념적 장치들을 동원하였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바와

    극미, 그리고 공간점을 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지바(jīva)는 업력에 의해 물질에 결박되어 있으

    며, 따라서 생멸, 기쁨, 슬픔과 같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지바의 속박을 강제하는 업력의 크기는 행위와 욕탐의 강도

    에 비례한다. 이 결합의 세기를 수적인 개념으로 계량화한 것이 공간점 결합(pradeśa bandha)이다. 각각의 업력은 세기에 비례하는 숫자의 공간점과 결합한다.76) 지바는 물질적인 신체와 불가분리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결박업의 힘은 물질과 함께 속박되어 있는 지바를 그것이 차지한 공간점의 숫자만큼 결박하게 된다. 자이나의 많은 경론들은 물리적 존재들의 계량화, 즉 수학적 혹은 기하학적인 양으로 기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자이나철학

    75) 오히라 스즈코(大平鈴子) pp. 255-257.76) Kachhara(2018) p. 331.

  • 230 ∙ 印度哲學 제54집

    에서 모든 물리적 공간은 물질이 공간에 결박되어 있는 것이며, 동시에 지바가 공간에 속박되어 있는 정도를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의 업의 크기만큼 물리적 공간에 속박되어 있다.77) 고행주의적 자이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떨쳐버려야 할 업(karma)의 분석은 지바가 속박되어 있는 물리적 공간의 분석과 같은 개념이 된다. 지바가 업물질에 속박되어 있는 바로 그 결박을 공간점속박

    (pradeśabandha)이라고 한다. 지바가 이 속박을 가지고 있는 한, 순수하고 자유로운 지바가 될 수는 없다.78)

    PvS 2장은 ‘지식대상의 실재성(Reality of the Object of Knowl-edge)’를 다루는데, 먼저 5종의 존재범주를 정의하고 나서, 업물질의 입자들이 어떻게 지바의 공간점을 속박하는지를 문제삼고,79) 물질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물리적 존재들이 얼마만큼 혹은

    어떤 숫자의 공간점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반복적으로 등

    장한다. PvS 2.86에서는 지바는 불가산수의 공간점을 가지며, 몸과 말과 마음의 활동에 의해 공간점에 진동이 있을 경우, 물질이 지바의 이 공간점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결합한다고 설명한다. 이 업물질은 그 과보가 성취될 때까지 일정한 기간동안 속박을 유지

    한다.80) 그러나 궁극적으로 지바는 업력의 결박을 벗어나게 될 것이며, 그러한 상태를 빠라마뜨마(paramātma) 혹은 싯다(siddha)라고 한다.

    PvS 2.86-108까지는 지바가 어떻게 외계대상이나 자아에 대한 무지를 극복하고, 속박(bandha)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상

    77) 구나(guṇa)의 단계에 따른 결박의 숫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위해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Glasenapp(1942) pp. 75-92.

    78) PvS 2.79-80. 79) PvS 2.29.80) PvS 2.86, 225-226.

    sapradeśaḥ sa ātmā teṣu pradeśoṣu pudgalāḥ kāyāḥ |praviśanti yathāyogyaṃ tisṭhanti ca yānti badhyante || 2-86 ||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31

    술이 이어진다. 따라서 물질적 존재에 대한 계량적 기술은, 수행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업력의 계량화가 아니라면, 적어도 자신이 어느 정도의 업력을 해소함으로써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량적 예측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이같은 추론을 강화시켜주는 논의전개를 BS 4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BS의 서술구조는 업의 소멸과 해탈을 향한 자이나교도들의 관심과 사유방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BS는 첫 장에서 업의 결박(bandha)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다양한 존재들의 업과 원인을 분석한 후, 제4장에서 업의 소멸과 해탈의 가능성을 묘사한다. 질문자는 “일체지자는 고행을 통해 모든 번뇌를 제거할 수 있는가?”고 묻고,81) 이하에 매우 상세하고 장황한 계량적 분석이 이루어진다. 문답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게송 154에서 응답은 ‘인간과 지옥

    유정과 천상의 존재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은 자신이 지은 업에

    대한 과보를 다하지 않으면 해탈을 성취할 수 없다.’고 확인한다. 이어지는 게송 155에서는 지바와 결박되어 있는 업(karma)을 ‘공간점의 업’(pradeśa karma)이라고 부르며, 그것은 반드시 작용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게송 158에서 물질극미와 지바가 모두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들에 관련되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게송 159에서 163에서 수행자는 업의 유입을 제어하고, 독신의 금욕을 행하며, 영적 가르침에 충실한 고행의 실천을 통해서 모든 업들을 소멸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는 고행의 수행을 통한 업의 소멸과 해탈을 가능성을 강조하는 PvS 2.86이하의 언급과 평행을 이룬다. 이후 BS 5장에서 10장까지는 각각의 존재와 업을 신체의 크기,

    공간적 거리, 유정의 수명, 무게 등에 따라 장황하게 분석하고 있

    81) BS, 161ff.

  • 232 ∙ 印度哲學 제54집

    다.82) 이같은 BS의 구도는 업을 방지하고 소멸시키려는 자이나교의 금욕적 자세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10장에서는 다시 극미의 결합과 분리에 대한 해명이 따라온다. 지바와 물질은 서로 결합되어 있으며, 서로 접촉하고 있으며, 서로 깊게 결속되어 있으며, 서로 부착되어 있으며, 서로 혼합되어 있다.83) 마치 큰 호수에 구멍이 뚫린 배가 떠 있다가 결국 가라앉아서 물로

    가득차는 것과 같이, 지바는 물질로 가득 채워진 상태 혹은 물질이 지바로 가득 채워진 상태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지바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점의 영역은 업물질이 결박되어 있는 공간점과 동

    일하게 된다.지바를 이 허망한 세계와 결박하는 속박(bandha)에는 열 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로부터 총 14단계의 상태(guṇasthana)를 거쳐 점진적으로 자아는 해탈에 도달한다.84) 긴 결합의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하여,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하면, 수행자는 그곳에서 욕망의 불씨를 제거하여 미세한 조각으로 분해한다. 탐욕의 마지막 조각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모든 애욕이 파괴되고, 단계의 정상에 도달한다. 이제 지바(jīva)는 번뇌가 지멸한 상태(kṣīṇa-kaṣāya)가 된다. 최종 직전의 바로 이 상태(guṇasthāna)의 순간(samaya)에 그는 2종의 가장 가벼운 수면(nidrā와 pracalā)를 소멸시킨다. 다음 순간에 최종적으로 희열(sāta-vedanīya) 하나의 원질(prakṛti)만이 결합상태에 남고 일체지를 획득하며, 마지막 순간 모든 결합이 끊어지면서, 지바(jīva)는 모든 업(karman)으로부터 해방되고 업물질을 전혀 지니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일체지를

    82) 이를테면, 7종의 지옥의 크기, 수명, 구성요소와 물리적 구조, 행태와 색깔 등이 상세하게 하나하나 나열되어 있으며(vv.167-189), 지옥유정의 태어남과 떠남(vv.231-236), 태아의 업의 상태에 대한 분석(vv.245-258) 등 현대인들의 감각과는 판이한 주제에 대한 긴 논의가 이루어진다.

    83) BS, 226. 84) Glasenapp(1942) pp. 29-30, 68ff.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33

    획득한 성자(sayogi-kevalin)가 된다. 그는 지상에서 몸을 가지고 있는 동안 머물다가 이후에 해탈을 성취한다.85)인도철학사상의 일반적인 경향이 그러한 바와 같이, 세계의 존

    재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탐구는 궁극적으로 수행론적인 목적을

    전제한다. 극미와 공간점에 대한 분석도 궁극적으로 지바의 해탈을 위한 수행적 과제를 산정하고, 그것을 계량적으로 설명하는 장치와 무관하지 않다. 모든 유정의 존재들은 물질적 격자의 망(그물)에 갇힌 포로들이다. 순수한 지바는 궁극적으로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물질적 존재에 속박된 지바(samsāriṇa jivā)는 자신과 결합한 물질의 공간점 만큼 공간적 연장에 구속되어 있다. 따라서 지옥유정들과 같은 존재의 현존은 압도적인 숫자의 해결해야 할 업물질이 채워진 공간점으로 가득 차

    있다. 그와 같이 우리는 자신이 이 격자의 그물에 얼마나 강하게 속박되어 있는지를 공간점의 점유갯수로 계량화할 수 있다. 속박의 강도는 그만큼 강한 수행의 강도를 요구할 것이다. 마지막 하나의 속박까지 제거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지바는 다시 시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해탈한다.

    Ⅴ. 결론

    자이나의 형이상학은 지바(jīva)와 아지바(ajīva)를 엄격히 구분한다는 점에서 이원론적이다. 현상세계에 내재하는 지바는 복합적 실체로써, 까르마가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물질에 속박

    85) Glasenapp(1942) pp. 8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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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어 있지만, 벗어날 수도 있으며, 변화가능하고, 인식가능하다.86) 자이나의 형이상학에서는 물질적 존재인 감각기관을 통해 획득되

    는 인식은 불완전하고 완전한 지식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물질에 속하는 감각기관에 제약된 모든 인식은 그 자체로 제한적이고, 때문에 영혼의 해탈에 장애물이다. 까르마의 굴레를 벗어나 획득하는 직접지는 감각기관에 의존하지 않은 ‘초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인식’(kevala-jñāna)이다. 이같은 업의 속박은 업물질이 공간점을 점유하는 크기로 계량

    할 수 있다. 우주는 물질의 기본 단위인 극미들의 집적에 의해 이루어져 있으며, 극미들은 우주공간의 기본 단위인 공간점을 하나씩 점유한다. 물질에 귀속된 지바의 속박의 크기는 지바에 상응하는 물질이 얼마나 많은 공간점을 점유하고 있느냐는 문제로 환원

    될 수 있다. 지아니즘의 존재분석에서 극미와 시공간의 기본 단위의 분석에 열중하였던 동기는 아마도 수행론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존재의 분석은 해결해야할 업의 양에 대한 분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86) 뿔리간들라(1991) pp. 38-44.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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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On paramāṇu and pradeśa in Jaina Philosophy

    Yi, Kyoowan(Humanities Laboratory,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All existence in Jainism is categorized in the pure soul, jīva, and the others, ajīva, which includes matter(pudgala), space(ākāśa), motion(dharma), rest(adharma) as well as cog-nitive activities of sentient beings. Every physical existents are constituted by the basic building block of material, par-amāṇu, and occupy a proper number of basic spatial unit, pradeśa. Movements of atoms from one pradeśa to adjacent one explains the changes and motions of existents in the Universe.

    Jaina canonical literatures repeatedly underline the sig-nificance of the influx of karma-matter, resulting in the re-striction of jīva and the realities of sentient beings in the fettered Universe, and the possibility of liberation after the dissolution of karma. The jīvas, which is fundamentally free and eternal, are fettered to the Universe by being tied up with material existence. Therefore, jīva is bound to the Universe as the number of matter, or atoms, are attached to the space-point (pradeśa). The liberation of jīva assumes that it breaks up the bondages to the material units, which can be enumerated by the number of corresponding space-points.

    In this paper, I suggest that the development of such

  • 자이니즘의 paramāṇu와 pradeśa에 관하여 ∙ 239

    critical concepts in Jainism as paramāṇu and pradeśa has something, if not everything, to do with the purpose of enu-meration of the bondages in terms of the practice for lib-eration, in addition to the elaboration of their ontology or cosmology. The Jain ascetics probably wanted to make a good educated guess for the amount of hardships they should undergo by investigating the very existence of the Universe.

    Keywords: paramāṇu, pradeśa, Jainism, jīva, pudgala,enumeration, samaya, bandha

    투고 일자: 2018년 11월 27일심사 기간: 2018년 12월 8일~26일게재 확정일: 2018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