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2013년 가을 8호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Embed Size (px)

DESCRIPTION

 

Citation preview

Page 1: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013년 가을8호

Page 2: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139-743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TEL 02 970 6635 FAX 02 971 6641

© 2013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Dept. of Fine Arts, Seoultech232, Gongneung-ro. Nowon-gu, Seoul, Korea. 139-743TEL +82 2 970 6635FAX +82 2 971 6641

© Dept. of Fine Arts, Seoultech. 2013

가변크기2013 가을8호

발행일 2013년 9월

편집 이경민디자인 박혜선뒤표지 윤세영도움 김정활, 신정미

인쇄 쓰리피인쇄기획

http://dimensionvariable.tumblr.com

DIMENSION VARIABLEAUTUMN 20138th Issue

Published In September 2013

Editing KyungMin YiDesign HyeSeon ParkBack Cover Yoon Se-YoungAssistant JungHwal Kim, JungMi Shin

Printing 3P

http://dimensionvariable.tumblr.com

Page 3: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박혜선 04 Daily ( )

윤유선 07 裕目[유-메]

김하림 10 너의 시간 나의 시간

변상환 14 Can't stop, and Don't want it

이경민 16 For rest

유한숙 20 그래 넌 성공하겠다

21 난 이렇게 웃고 있어

22 치킨집 차릴 거야

23 시집이나 갈까

김희라 24 무엇이 현대미술입니까?

윤세영 30 자갈치 시장에서 먹은 거

31 마실

32 사건사고

33 무지개퐁퐁

나미나 34 쑥과 할머니

36 보자.

37 강정

Page 4: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4

박혜선

Daily ( )

Page 5: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5

박혜선

Page 6: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6

박혜선

Page 7: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7

6. 밤의 니스

니스에 도착하면 밤길을 걸어봐. 밤에 달빛을 따라 걷다 보면

회전목마가 보일 거야. 타고 싶니. 달밤에 회전목마는 몽롱해.

다들 졸리거든. 달빛이 강할수록 깊은 잠에 들지 못하니까.

입장료는 얼마든지 내도 돼. 당근 하나만 있다면. 흙 묻은

당근이라면 더더욱 환영이야. 달빛에 비치는 말들의 뒷모습은

근사해. 근육도 꼬리도 말굽도. 만지지는 말아줘. 쓰다듬지도

말아줘. 곤란해지니까 말이야. 히이잉 소리도 내지 말아줘. 말들은

성대를 진동시키지 못해. 말들을 질투 나게 하면 큰일 날 테니까.

올라탔으면 채찍질을 해봐. 생채기 안 나게. 얼굴 쪽은 피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채찍을 서서히 멈춰. 너무 빨라지면 감당이

안 될 테니. 말이 숨을 쉴 때마다 몸이 들썩들썩할 거야. 고삐는

적당한 힘으로 잡아. 느슨하게 잡으면 해변으로 뛰어갈 테니.

비키니를 입지 않았다면 옷이 다 젖어버리고 말 거야. 운동화와

양말이 젖으면 찝찝해.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니. 더 타고 싶을

때쯤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다음 보름 뒤에 올 땐 당근 세

개 더 가져와. 그리고 비키니 꼭 입고 오고. 다들 해변으로 뛰어갈

것 같으니까.

윤유선

裕目[유-메]

Page 8: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8

윤유선

7. 그녀의 화장법

달리는 지하철에서 아이라인을 잘 그리는 여자가 있어. 멈춰 있을

때는 항상 원하지 않는 곳에 선이 삐쳐나가고, 덜컹대며 움직이기

시작하면 선이 원하는 것마냥 그려지지. 멈춰 있을 때는 손이

떨려. 달릴 때에도 물론 손이 떨리지. 근데 손이 떨리는 힘과

지하철이 덜컹대는 힘의 크기는 같지만, 방향이 정확하게 반대인

거야. +5와 -5가 합해지면 0이 되는 것처럼 말야. 그녀는 본인이

전생에 지하철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어. 그 움직임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있는 거지. 그 여운을 완화하려고 그와 정반대 방향의

힘으로 손이 움직이는 거야. +5와 -5가 합해지면 0이니까. 0을

만들기 위해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거지. 그녀는 10분 걸어가면

될 직장을 지하철을 타고 가. 완벽한 아이라인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지하철에서 아이라인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정이 있음을 알아줘.

Page 9: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9

윤유선

8. 잠의 기술

잠을 잡아먹는 괴물은 뜬금없이 나타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대응할 방도가 없으니까. 예측할 수 없게 등장하지.

스멀스멀 그러다 갑자기 빠르게 덮치지.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가로채 가. 머릿속에 끈적하게 붙으려 하던 잠이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메마른 머릿속에 잠을 바르려면 시간이 흘러야

해. 눈을 감고 시간의 흐름을 놓아야 해. 시간이 흐름을 잡게

되면 잠은 시간의 뒤를 따라가 버리거든. 의식을 놓아. 베개 위

두개골까지 내려. 숨쉬기는 계속해. 공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숨을 쉬어야 해. 숨쉬기를 의식하면 잠은 두 콧구멍 밖으로

날아가니까. 힘들다는 거 알아. 하지만 곧 편안해질 거야. 잠이

머릿속을 끈끈히 감싸는 시간이 올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잠이 들러붙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그건 잠을 잡아먹는 괴물을 한 번 더 불러들이는 거지.

분신사바처럼 말이야. 두 눈을 감아볼까. 마음 편히 먹어. 곧 끝날

거야. 머릿속이 잠의 점액질로 축축해지면 곧 아침이 될 테니까

말야. 날 믿어. 널 믿고.

Page 10: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0

김하림

너의 시간 나의 시간

Page 11: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1

김하림

Page 12: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2

김하림

Page 13: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3

김하림

Page 14: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4

뉴욕에는 1,500명가량의 자전거 메신저들이 있다. 이메일을

보낼 수 없거나 페덱스 팩스, 스캐너가 갑자기 말을 안 들을 때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장소로 무언가 배달해야 할 경우 이들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교통체증이 심한 뉴욕 브로드웨이를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누비고 적당히 신호도 위반하며 길이 막히면

인도로의 역주행도 서슴지 않는 도시의 무법자들. 도로 위의 택시

기사건 건널목을 건너는 행인이건 대다수의 뉴욕시민은 이들을

싫어한다. 내가 최근 알게 된 ‘와일리’라는 녀석도 이 생소한

업종에 종사하는 한 명이다. 유별난 점은 다른 동료들의 자전거가

신소재로 제작된 가벼운 프레임과 고성능 기어로 편하게 주행하고

멈출 수 있지만 와일리의 자전거는 고정기어(Fixed-gear)에 철

프레임(Steel frame), 심지어 브레이크도 없는(No breaks)-앞으로

페달을 밟으면 전진하고 뒤로 밟으면 후진하는, 가속도가 붙었을

땐 바퀴의 호흡대로 돌아가는 페달을 묵묵히 따라야 하는-픽시

자전거(Fixie Bike)라는 점이다.

“자전거는 빨리 달리고 싶어 해. 그 편이 안전하니까. 빨리

달려서 다친 적은 없어, 주저하면 그때 목숨을 잃는 거야.

브레이크는 필요 없어. 브레이크는 죽음이야.”

연애를 막 시작할 무렵 시끌벅적한 펍(Pub)에서 같은 자전거

메신저 일을 하는 ‘바네사’라는 예쁜 여자친구가 “그렇게

(자전거를) 타다가 죽을까 봐 겁나지 않아?”라 물었을 때 와일리의

답변이다. 픽시 자전거에 대한 와일리의 열정은 단순한 자전거

덕질이 아니라 생의 철학이다. 이만하면 확신범의 수준 아닌가?

수직의 에비뉴(Ave.)와 동·서의 스트리트(St.)를 대략 시속

80km으로 달리며 와일리가 하루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강 80달러

정도. 명문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안정적으로 법조계에 진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일리는 회색 양복과 넥타이가 아닌 픽시

자전거를 택한다.

“우린 돈을 받고 자전거를 타.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어?”

어느 날, 와일리는 대학 동기인 ‘니마’의 의뢰를 받는다. 작은

봉투를 차이나타운으로 배달하는 일인데 봉투 속에는 중국에

있는 니마의 어린 아들을 밀항시킬 티켓이 들어있었다. 2년 동안

매일 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니마가 모은 5만 달러 티켓을

비밀리에 약속장소까지 배달하는 일, 니마의 간절한 희망을 지키는

일이었다. 한편 차이나타운에서 도박을 일삼던 부패한 경찰

‘먼데이’는 도박 빚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던 중 빚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니마의 티켓을 훔쳐오라는 갱단의 협박을 받는다.

티켓을 안전하게 배달해줘야 하는 자전거 메신저와 그것을

뺏으려는 경찰,

픽시 자전거를 탄 도주자와 그를 쫓는 마쓰다 승용차,

도시 인프라를 교란하는 야인과 도시 질서의 수호자.

목적도 성격도 너무 다른 둘 사이의 레이스가 이렇게 시작된다.

맨해튼의 수직 수평 교차로와 고가도로, 교각 그리고 교통 체증은

와일리와 먼데이의 레이스에서 와일리에게 더 많은 미소를 보낸다.

현대기술의 집약체 자동차를 탄 먼데이는 픽시 자전거보다 빠르긴

하지만 교차로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고, 중형세단의 덩치는

도로 사이사이를 비집고 달리기엔 너무 비대했다. 반면 최소한의

매체(픽시 자전거)와 능동적인 기동력의 와일리는 착착 굴러가는

맨해튼의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가속질주하며 도로가 아닌 건물

안의 통로를 통해 다음 스트리트(St.)로 이동하고 인도의 보행자를

가르며 주행한다. 또한, 센트럴파크 보행자전용 산책로를 달려

동·서를 가로지르고 심지어 중앙차선을 넘어 6차선 도로를

변상환

Can't stop, and Don't want it

Page 15: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5

역주행한다.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를 마구 교란하는 원초적

페달질. 부패한 경찰 먼데이가 적정선에서 위법하며 추격을 하지만

저 원초적인 자전거를 잡지 못함은 자명하다. 와일리를 쫓는 또

다른 경찰(도심을 불법 종횡무진 하는 자전거족을 단속하는 MTB1

경찰)이 비슷한 자전거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와일리는 간단하게

넘는 울타리와 계단 길에서 매번 꼬꾸라지는 모습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심지어 먼데이는 뉴욕경찰이라는 공권력을 이용해

와일리를 잡으려 하지만 BMX2 경험까지 갖춘 와일리의 기동력을

멈추게 하기는 역부족이다. 유능한 자전거 메신저에겐 별거 아닌

장애물이 추격자들에겐 대책 없이 꼬라박아야 하는 돌발상황인

것이다.

몇 번의 죽을 고비와 교통사고로 애마 픽시 자전거까지 망가지고

갈비뼈 골절이라는 상처를 입었지만 와일리는 약속된 장소 약속된

시간에 니마의 작은 봉투를 무사히 전달하려 애쓴다. 차이나타운

최종목적지 앞에서 끝까지 자신을 쫓아온 집념의 형사 먼데이가

권총을 보이며 티켓을 돌려줄 걸 협박하는 위기의 순간, 때마침

여자친구 바네사의 플래시몹 지원군 요청을 받은 뉴욕 자전거

메신저 동료들이 도착하고 빙글빙글 돌며 부패한 경찰을 떼어내

그들의 방식대로 처벌한다. 뉴욕의 거리가 그들을 달가워하지

않기에 1,500명의 소수들은 뭉칠(연대 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와일리가 망가진 픽시 자전거를

대신해 훔쳐 탄 마지막 자전거가 그를 쫓던 뉴욕경찰관의

NYPD3가 선명하게 박힌 MTB라는 거.

우연히도 내가 와일리를 알게 된 건 난생처음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러니까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마도 태평양

어딘가를 지날 즘이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지쳐 갈 때쯤

하고많은 영화 중에 『프리미엄 러쉬』(Premium Rush)를 선택한

건 어떤 인연이었을까? 영화는 와일리의 특별했던 어느 하루를

다이내믹하게 쫓아간다. 덕분에 비행기가 뉴욕 JFK공항에

착륙하기 전 기내에서 맨해튼의 에비뉴와 스트리트가 익숙해지고

그 바둑판 같은 도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의 활기,

노란 택시, 빽빽이 들어찬 마천루를 마치 레고 심시티를 보듯

예습할 수 있었다.

지구 반대편의 도시 뉴욕에서 회색 양복에 넥타이 목줄 잡힌

인생을 거부하고 북적거리는 맨해튼 6번가 어딘가를 시속

80km로 질주하며 일급 80달러 정도를 벌고 있을 ‘88달러

세대’의 와일리, 예의 그 픽시 자전거를 타고서 거대한 섬-뉴욕

맨해튼의 인프라를 교란시키며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Fixed-gear. Steel frame. No breaks. Can’t stop, and

Don’t want it.”

“고정기어, 철 프레임, 노 브레이크. 멈출 수 없고, 멈추고 싶지도

않다.”

변상환

1. MTB-산악용 자전거

2. BMX-오토바이형 자전거, 핸들을 360도 회전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점프, 점프회전

등의 묘기용 자전거

3. NYPD-New York Police Department 뉴욕 시경

Page 16: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6

이경민

For rest

Page 17: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7

이경민

Page 18: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8

이경민

Page 19: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19

이경민

Page 20: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0

유한숙

그래 넌 성공하겠다

Page 21: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1

유한숙

난 이렇게 웃고있어

Page 22: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2

유한숙

치킨집 차릴거야

Page 23: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3

유한숙

시집이나 갈까

Page 24: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4

김희라

무엇이 현대미술입니까?

도대체 현대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나는 이런 의문에 해답을 얻기 위해, 2013년 한국에서 발간된 대표적인 미술

잡지를 들고 미술 전문가들을 찾아가 여기서 현대미술인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현대미술이 아닌 부분을 모조리 사포로 갈아냈다.

Page 25: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5

김희라

Page 26: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6

김희라

Page 27: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7

김희라

Page 28: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8

김희라

Page 29: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29

김희라

Page 30: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0

윤세영

자갈치 시장에서 먹은 거

Page 31: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1

윤세영

마실

Page 32: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2

윤세영

사건사고

Page 33: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3

윤세영

무지개퐁퐁

Page 34: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4

나미나

쑥과 할머니

Page 35: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5

지하 깊숙이 땅속을 누비는 차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왔다. 밤

11시. 반짝반짝 네온사인 앞 차가운 바닥에 앉아 쑥을 늘어놓고

파시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앞을 지나치다 다시

돌아와 쑥 한 봉지를 샀다. 인심 좋게 봉지 가득 담아주셨다.

얇은 신문지조차 쑥에 내어주시곤 바닥에 앉아계셨다. 빨리 집에

들어가 할머니가 해주시는 쑥 된장국이 먹고 싶었다. 나는 집 앞에

다다라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무도 없는 벤치에 몸을 뉘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서는 데미안

라이스 노래가 흘러나온다. 한쪽 이어폰을 빼고 노랫소리와 내

주위를 맴도는 고양이 소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말소리, 차 소리,

공기 소리를 섞어본다. 쑥 냄새가 코로, 귀로, 입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다. 외할머니께서는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가시는데

나미나

내가 모셔다 드릴 때가 많다. 차에서 내려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는 꼭 뒤를 돌아보신다. 몇 번이고. 우리 손녀딸이 잘

들어가는지 걱정이 되는 거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쑥을 파시는

할머니에게도 손자, 손녀가 있겠지. 오늘따라 머리가, 마음이,

그리고 눈이 쉽게 젖어버린다. 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 더운 여름을

갓 벗어난 가을에도 이 벤치에 누워 페북에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때와 난 무엇이 다른가. 난 어디를 향해 있는가. 오늘 하루 일

미팅 두 개, 작업 미팅 하나를 끝내고 들어온다. 모두 즐겁고 좋다.

그러나 마음 한편 무언가가 걸린다. 난 이대로 괜찮은가. 그런

나에게 코로 마신 쑥 냄새가 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한 바퀴

훑고-입으로 뱉어지면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한다. 쑥과 할머니가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자.

Page 36: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6

나미나

보자.

커다란 텐트 안 모래 위에 끓고 있는 주전자와 촛불.

지율스님이 살고 있는 곳이다.

영주 내성천 상류, 하류와 영주댐 건설현장을 돌아보니 이

아름다운 천을 왜 없애는지 이해가 할 수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건설현장을 보면, 산의 맨 위에 나무가 있는 부분만 빼고 다 물에

잠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잠기는 511개의 가구. 그리고

중앙선 문수~마산 간 구간도 수몰될 예정이라 철도이설작업도

진행 중이다. 직접 가서 보니 산을 깎아내고 뚫어서 길을 만들고,

아름다운 천과 강을 삭막하게 바꾸어 버리고, 정화작용을 하는

천의 모래를 끊임없이 퍼다 날라 재료로 팔아버리고, 멀쩡하게

살고 있는 마을을 통째로 잠겨버리게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공사가 너무 끔찍해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무식한 방법을 쓸 수가

있는 거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매스컴으로 접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과정과 결과였다. 박용훈 사진가님의 안내로

아직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과 공사로 인해 변해버린 곳을 볼 수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돌아다니던 중 지율스님과

동행하면서 모르던 이야기를 듣고 또, 볼 수 있었다. 허허벌판 어느

한 지점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내성천의 보존을 부르짖으며

계신 지율스님의 뜻에 동참하고 싶었다. 인간이란 매우 이기적인

존재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도 인간이란 본성에 가까운 사람이라 온전히

내 삶을 투자하지는 못할 테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본다. 보다. 보자. 보자. 관심을 가져 보자.

Page 37: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37

나미나

강정

강정

강정 강정 강정 땅콩강정 쌀강정

지금은 속 빈 강정

속은 어디로

속을 다시 채워 넣자

노을 속 강정

그립다

Page 38: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이 간행물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대학원의후원으로 출판되었습니다

Page 39: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
Page 40: 가변크기(Dieension Variable)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