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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의 시 ( ) 에 나타난 다수 ( 茶水 ) 김 미 숙 * ()중정다례교육원 원장 A Study of Tea Water in Maewoldang Kim Si-seup’s Poetry Kim, Mi-Suk * Director of Traditional tea education institute of JungJong, Gangwon 24360, Korea . 머리말 . 매월당(梅月堂)의 차생활과 다시(茶詩) . 매월당 다시의 다수(茶水) 인식 . 맺음국문초록 본고는 매월당 김시습(梅月堂金時習, 1435-1493)의 다시(茶詩)에 나타난 다수(茶水)에 관해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조선 전기를 산 그는 세조의 왕위찬탈이라는 정치적 어려움을 겪으며 사대부의 길을 접고 출가하여 승려가 된 인물이다. 승속을 자유롭게 넘나든 그는 유교도교에 박통하며, 문학 각 장르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남겼다. 조선전기는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차를 마시는 풍속이 잘 전 해지고 있었는데, 그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다인이었다. 매월당시집에 수록된 그의 다시는 6773수에 이르는데, 이들 가운데 찻물을 논한 바를 정리하였다. 첫째, 매월당은 차를 기르는 일에서부터 차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섭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차에 대한 글은 특 히 시가 중심이 되는데, 이에는 제다(製茶)다구(茶具)다석(茶席)다우(茶友), 그리고 다수(茶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둘째, 매월당의 다시는 특히 사유록(四遊錄)에 두드러지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그의 찻물에 대한 인식은 산수(山水)강수 (江水)정수(井水)설수(雪水)로 구별된다는 점이다. 이는 육우 다경과 같은 흐름이므로, 찻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수는 매월당이 임기응변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매월당 김시습, 매월당시집, 다경, 작설차, 찻물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Tea Water shown repeatedly in Maewoldang Kim Si-seup's Tea Poems. In his poems, Kim articulates the characteristics of suffering from preserving his nobility, while facing the usurpation of King Sejo's throne and so as its consequences entering the Buddhist priesthood during the early Joseon dynasty. Kim was erudite on Confucianism, Buddhism and Taoism and also achieved literary eminence, regardless of its genres. Drinking tea was very popular during the Koryo dynasty and dasu was common among the public. In Maewoldang poetry, consisting of sixty-seven volumes and seventy-three numbers, Kim describes Tea Water as follows: Firstly, Maewoldang emphasizes the fostering tea along with the related entire processes of tea farming. Most of his poetry writings are focused on tea and explicates metaphors such as Tea Places, Tea Utensils, Tea Water, Tea Friend and the Processing of Tea. Secondly, Maewoldang's Tea Poems are particularly compiled in the Sayurok and were conspicuous. These poems were compiled in his early twenties when he started his monastic life and travelled in the four regions - Gwnaseo, Gwandong, Honam and Youngnam. However, it reflected a very strong narrative since he experienced indigenous tea culture. Thirdly, his understanding about tea water and tea preparation is based on differentiations of mountain water, river water, well water, and snow water. He appeared to have perceived snow water through the use of vernacular objects because it appropriately perceived the similar views of Lyuu’s Chajing. key words: Maewoldang Kim Si-seup, Maewoldang poetry(梅月堂詩集), Chajing(茶經), Jakseolcha(雀舌茶), Tea Water * Corresponding Author: Kim, Mi-Suk, E-mail: [email protected], Tel: 82-33-241-7233 한국예다학 창간호 pp.63-70

매월당 김시습의 시 詩에 나타난 다수cmsorgan.wku.ac.kr/kottri/wp-content/uploads/sites/31... · 2016. 10. 13. · 梅月堂詩集수록 茶詩에 서술하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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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월당 김시습의 시(詩)에 나타난 다수(茶水)

    김 미 숙*72)

    (사)중정다례교육원 원장

    A Study of Tea Water in Maewoldang Kim Si-seup’s Poetry

    Kim, Mi-Suk*

    Director of Traditional tea education institute of JungJong, Gangwon 24360, Korea

    목 차

    Ⅰ. 머리말Ⅱ. 매월당(梅月堂)의 차생활과 다시(茶詩)Ⅲ. 매월당 다시의 다수(茶水) 인식Ⅵ. 맺음말

    국문초록

    본고는 매월당 김시습(梅月堂金時習, 1435-1493)의 다시(茶詩)에 나타난 다수(茶水)에 관해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조선 전기를 산 그는 세조의 왕위찬탈이라는 정치적 어려움을 겪으며 사대부의 길을 접고 출가하여 승려가 된 인물이다. 승속을 자유롭게 넘나든 그는 유교⋅불교⋅도교에 박통하며, 문학 각 장르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남겼다. 조선전기는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차를 마시는 풍속이 잘 전해지고 있었는데, 그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다인이었다. 매월당시집에 수록된 그의 다시는 67편 73수에 이르는데, 이들 가운데 찻물을 논한 바를 정리하였다. 첫째, 매월당은 차를 기르는 일에서부터 차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섭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차에 대한 글은 특히 시가 중심이 되는데, 이에는 제다(製茶)⋅다구(茶具)⋅다석(茶席)⋅다우(茶友), 그리고 다수(茶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둘째, 매월당의 다시는 특히 사유록(四遊錄)에 두드러지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그의 찻물에 대한 인식은 산수(山水)⋅강수(江水)⋅정수(井水)⋅설수(雪水)로 구별된다는 점이다. 이는 육우 다경과 같은 흐름이므로, 찻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설수는 매월당이 임기응변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매월당 김시습, 매월당시집, 다경, 작설차, 찻물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Tea Water shown repeatedly in Maewoldang Kim Si-seup's Tea Poems. In his poems, Kim articulates the characteristics of suffering from preserving his nobility, while facing the usurpation of King Sejo's throne and so as its consequences entering the Buddhist priesthood during the early Joseon dynasty. Kim was erudite on Confucianism, Buddhism and Taoism and also achieved literary eminence, regardless of its genres. Drinking tea was very popular during the Koryo dynasty and dasu was common among the public. In Maewoldang poetry, consisting of sixty-seven volumes and seventy-three numbers, Kim describes Tea Water as follows: Firstly, Maewoldang emphasizes the fostering tea along with the related entire processes of tea farming. Most of his poetry writings are focused on tea and explicates metaphors such as Tea Places, Tea Utensils, Tea Water, Tea Friend and the Processing of Tea. Secondly, Maewoldang's Tea Poems are particularly compiled in the Sayurok and were conspicuous. These poems were compiled in his early twenties when he started his monastic life and travelled in the four regions - Gwnaseo, Gwandong, Honam and Youngnam. However, it reflected a very strong narrative since he experienced indigenous tea culture. Thirdly, his understanding about tea water and tea preparation is based on differentiations of mountain water, river water, well water, and snow water. He appeared to have perceived snow water through the use of vernacular objects because it appropriately perceived the similar views of Lyuu’s Chajing. key words: Maewoldang Kim Si-seup, Maewoldang poetry(梅月堂詩集), Chajing(茶經), Jakseolcha(雀舌茶), Tea Water

    * Corresponding Author: Kim, Mi-Suk, E-mail: [email protected], Tel: 82-33-241-7233

    한국예다학 창간호 pp.63-70

  • 64 ▪ 한국예다학 창간호(2015. 10)

    Ⅰ. 머리말

    매월당 김시습(梅月堂金時習, 1435-1493)은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다인(茶人)의 한 사람이다. 그는 유시에 세종(재위 1418-1450)의 총애를 받은 것을 비롯해 사대부의 학문을 닦다가 수양대군(세조, 재위 1455-1468)의 왕위찬탈이라는 정란(政亂)을 계기로 출가위승(出家爲僧)의 길을 들어섬으로부터 널리 이목을 끌게 되었다. 이 정란과 관련하여 형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육신(死六臣)의 시신을 수습한 일이나, 명망을 얻은 후 조정의 부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똥통에 빠진 일 등 그의 일생은 기행이적(奇行異蹟)으로 가득 차 있다.

    매월당은 유⋅불⋅도 삼교(儒佛道三敎)에 두루 정통(精通)하고, 시와 소설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매월당집(梅月堂集)1)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는 차와 관련하여 읊은 다시(茶詩)가 67편 73수에 이른다.2) 이들의 다시 가운데는 제다(製茶)에서부터 다기(茶器)⋅다우(茶友)⋅다석(茶席), 그리고 행다(行茶)와 다선일미(茶禪一味)사상에 이르기까지 그의 차생활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같은 시대의 서거정(四佳亭 徐居正, 1420-1488)과 더불어 많은 다시를 남기고 있는데,3) 이들의 차생활을 통해 고려시대의 왕성했던 음다문화가 조선 전기까지 면면히 전해졌음이 드러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조선 전기의 음다문화의 흐름에 유의

    하면서 매월당의 다시에 나타나는 다수(茶水) 곧 찻물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매월당의 다시에 있어서는 특히 이른바 기행시집인 사유록(四遊錄), 곧 매월당의 젊은 시절(24-29세) 관서⋅관동⋅호남⋅영남(금오)지방을 유람하면서 남긴 유관서록(遊關西錄)⋅유관동록(遊關東綠)⋅유호남록(遊湖南錄)⋅유금오록(遊金鰲錄)에 주목하게 된다. 이에는 여러 편의 다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현장상황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음수(飮水)는 인간생활에 있어서 필수이고, 차를 마시는 것은 물을 매개로 하여 섭취한다. 따라서 다인들은 예로부터 물의 격(格)을 논해왔고, 다성(茶聖) 초의의순(草衣意恂, 1786-1899)은 다신전(茶神傳)에서, “차(茶)는 물의

    신(神)이고, 물은 차의 몸(體)이다. 진수(眞水)가 아니면 그 신을 드러내지 아니하는데, 정제된 차가 아니고서 어찌 그 몸을 볼 수 있겠는가.”4)라고 하여, 차와 물의 관계를 신(神)과 체(體)의 관계로 보고 있다. 신이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신체를 필요로 하며 그만큼 찻물을 중

    시한 것이다.그러므로 학계에 제출된 연구 성과에서는 직접 간접으로

    찻물에 대해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으며,5)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6) 다만 본고에서는 이들의 과학적 분석보다는 다시에 나타나는 용례를 중심으로 매월당의 찻물

    에 대한 인식성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매월당(梅月堂)의 차생활과 다시(茶詩)

    매월당이 활약하던 조선 전기는 고려시대에 행해지던 여

    러 전통이 비교적 잘 계승되던 시기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조선은 성리학(性理學)을 경국치세(經國治世)이념으로 내세워 억도불숭유(抑道佛崇儒)정책을 펴왔다. 오랜 전통이 되어온 삼교 정립(鼎立)체계가 성리학으로 체계화된 신유학(新儒學)에 의해 도전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성리학이 심화된 것은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을 거쳐 이황(退溪 李滉, 1501-1570)과 이이(栗谷 李珥, 1536- 584)에 이르러서이다. 불교는 고려시대와 같은 왕실과 조정의 비호를 받지 못했지만 넓고 깊은 신앙층을 이루어 많은

    인물이 배출되었고, 도교는 국립 도관(道觀)인 소격서(昭格署)가 임진왜란(1592) 당시까지 온존하며 천제(天祭)인 초례(醮禮)를 행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여말선초의 신진문사(新進文士)들과 승려들의 음다풍속이 매월당에까지 잘 계승되고 있었다.

    매월당은 승속을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불가의 계율에 얽

    매임이 없었다. 삼교를 넘나들며 다도를 행한 것도 그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많은 이름과 호가 전하는데, 불가의 법명은 설잠(雪岑)이고, 도가의 호는 청한자(淸寒子)인데, 승려생활 중에 도교 양생술(養生術)을 익히고 연단수련을 계속하며, 관련 저술을 펴내고 있다.7)

    1) 梅月堂集은 선조의 명으로 1583년 詩集15권, 文集6권, 附錄2권으로 구성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편, 梅月堂全集, 대동문화연구원, 서울, 1973은 이를 속집, 별집, 외집 등으로 확장하고 妙法蓮華經別讚 등 불교전적까지 수록하였다.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편, 국역 매월당집,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서울, 1978; 강원향토문화연구회 편, 국역 매월당전집, 강원도, 2000 등이 유행하고 있다.

    2) 김미숙, 「梅月堂 金時習의 茶道觀 硏究: 茶詩를 中心으로」, 원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8, p3. 연구자는 梅月堂集본집23卷, 外集2卷, 別集2卷 등 그의 문집 전부를 열람하여 「金時習 茶詩 目錄」과 金鰲新話 속의 차 항목을 정리하여 목록으로 정리하였다. 이 목록은 본 논문 본론 「표1」 梅月堂詩集 수록 茶詩에 서술하였다.

    3) 조인숙, 「조선 전기 茶詩 연구: 徐居正과 金時習을 중심으로」, 원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8 참조.4) “茶者水之神 水者茶之體 非眞水寞顯其神 非精茶曷窺其體.”, 草衣, 茶神傳.5) 전민영, 「물이 찻물 품질에 미치는 향에 한 연구」, 한서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1, p.29. “당 육우(陸羽)의 다경 茶經에 오지자(五之煮), 당 장우신

    (張又新)의 자다수기 煮茶水記, 송 구양수(歐陽脩)의 대명수기 大明水記, 엽청신(葉淸臣)의 술자차소품 述煮茶品, 명 서헌충(徐献忠)의 수품(水品), 청 탕두산(汤蠧山)의 천보, 육연가산(陸延家山) 속다경 續茶經의 오지자 등에 찻물의 조건들이 기술되어 있다.”

    6) 전민영, 위의 논문, p.30.

  • 김 미 숙 / 매월당 김시습의 시(詩)에 나타난 다수(茶水) ▪ 65

    그러므로 그의 저술은 폭넓게 여러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

    며 각각의 분야에 있어서 심오하다. 이는 현장의 상황을 전하고 있는 그의 시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그런 격조에 의해

    일세를 풍미하였다.그의 다시는 현존하는 문헌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67편

    73수에 이르는데, 그의 폭넓은 교유를 통해보면 다른 자료의 발굴과 함께 그 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정리하면 8)과 같다.

    이렇게 보면 매월당의 다시는 방대한 분량을 이루고 있

    음이 드러난다. 제목만으로도 차를 기르는 일에서부터 차를 주고받으며 교유하기까지 그의 차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

    다. 그에게는 차 관련 작품이 시에 그치지 않고 산문으로도 남아 있다. 유관서록의 후기인 「탕유관서록후지(宕游關西錄後志)」9) 등이 그러하다. 이는 그가 관서지방 여행을 마친 후 평양 인근의 초막에서 차를 달이면서 묵상에 젖어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대의 수행 승려로 관서지방의

    험준한 산악과 금수초목의 기이한 형상과 이에 따라 다른

    인심을 대하면서 스스로 끓이는 차향에 심취했을 것이다.그러면 매월당의 차생활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그는 18

    세 되던 1452년 여름에 어머니의 상기를 마치고, 조계산 송광사에 머물면서 상사대에 주석하던 다인 준상인(峻上人)을 만나 그의 도력(道力)을 받들게 된다. 김지견의 설에 따라 준상인을 설준(雪峻)으로 본다면,10) 본래 사족의 자제로 안평대군 이용(1418-1453) 문하에서 공부한 사람으로, 성종 초에 정인사의 주지로 있으면서 남효온(秋江 南孝溫, 1454-1492)과 같은 재야 지식인과 조정의 고관들과 교유했던 인물이다.11) 아무튼 매월당은 준상인을 만나 불법(佛法)의 오의(奧義)에 계합하는데, 「준상인에게 드리다(「贈峻上人」)」라는 시 가운데는 차에 관해 3수가 수록되어 있다. 그는 이렇게 그리고 있다.

    7) 양은용, 「淸寒子 金時習의 丹學修練과 도교사상」, 한국도교사상연구회 편, 도교와 한국문화, 아세아문화사, 서울, 1988. 梅月堂集에 수록된 雜著는 도교수련의 원리를 밝히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도교를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辟穀⋅調息⋅導引⋅服餌 등의 양생술을 전개하고 있다.

    8) 김미숙, 앞의 논문, p.30.

    9) 梅月堂詩集卷9, 宕游關西錄後志.10) 김지견, 「沙門 雪岑의 華嚴과 禪의 세계」, 梅月堂學術論叢,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1988; 이문구, 매월당 김시습, 문이당, 서울, 1992,

    pp.251-252에서 이 설에 따르고 있다.

    11) 成宗實錄卷24, 成宗 3年 11月 3日 기사.

    권수 茶詩題目

    卷 一 「古風」, 「放言」, 「獨坐逢人啜茶賦詩」, 「謾成」, 「燈下」卷 二 「耽睡」, 「喜晴」, 「喜晴」, 「曉薏」, 「薄暮」(2수 중의 2), 「曉色」卷 三

    「贈峻上人」(20수 중의 4, 15, 17), 「贈敏上人」(3수 중의 3), 「題昇曦道人詩卷」(3수 중의 3), 「送尋隱上人」, 「送尋隱上人歸故山詩卷」(5수 중의 2), 「醉次四佳韻贈山上人」, 「洛山寺贈禪上人」, 「習之山居」, 「龍泉寺」

    卷四「雨夜」, 「風雨交作俄而開霽」(2수 중의 1), 「雪霽口占數聯」, 「夜雪」, 「春雪戲題」, 「五臺山」(6수 중의 5), 「竹筧」, 「憩絶澗中盤石」, 「松亭」, 「園中瓜五詠」, 「地爐」

    卷五 「盤餐」(3수 중의 2), 「雀舌」, 「煮茶」, 「落葉二十韻」 卷六 「南山訪七休」, 「送友人之枕江亭」(3수 중의 2)卷七 「病劇不能赴程還山」, 「山居集句」(19, 28, 62, 66, 77, 98), 「山中看月」, 「燈下」 卷八 「和淵明飮酒詩」 20수, 「和怨詩楚調」卷九

    「遊關西錄」: 「雷劒泉」, 「洞仙驛」, 「出長慶門外煮茗」, 「與根師話」, 「詠山中草木」(7수 중의 3), 「寓普賢寺書懷贈人」

    卷十 「遊關東錄」: 「閑意」, 「長安寺」, 「眞佛菴」, 「客中望中秋月」 卷十一 「佳城寺羅漢堂與僧話」, 「來蘇寺」, 「川原驛樓」, 「元監司遣醫問病」 卷十二 「遊金鰲錄」: 「養茶」, 「看雪」, 「與日東僧俊長老話」 卷十三 「關東日錄」: 「與僧夜坐」, 「和鍾陵山居詩」(20수 중의 5, 18) 卷十四

    「溟州日錄」: 「冬至」(2수 중의 1), 「與善行鬪摴蒱 戲題」, 「戲爲五絶」(5수 중의 4), 「俳悶十三韻」, 「謝人送胡椒茶具」

    梅月堂外集

    卷 二(千字儷句)

    梅月堂詩集 수록 茶詩

  • 66 ▪ 한국예다학 창간호(2015. 10)

    반평생을 강해로 도니 벗이 구름 같았는데

    半生江海友如雲

    오늘 서로 만나니 도의 맛이 참인 듯하여라

    今日相逢道味眞

    지팡이 휘저으며 홀로 가는데 못속에 그림자 비치니

    飛錫獨行潭底影

    평상에 앉아 숨 고르며 나무에 기대서네

    敷床數息樹邊身

    팔만사천 불경 게송 가슴속에 남았는데

    四千經偈留胸臆

    백이 산하가 한 티끌로 변하니

    百二山河轉一塵

    기미가 쓸쓸한 듯 함께 얘기할 벗 없는데

    氣味蕭然無與話

    차 끓이는 솥의 물 가늘게 소리내네

    煮茶鐺水細粼粼12)

    수행승이 홀로 차를 달이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시속의 친구들이야 구름처럼 많지만 팔만사천의 불경 가르침을 품

    은 들 수행은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니, 그 숙연한 맛이 차 끓는 물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과 잘 대비되고 있는 것

    이다.매월당의 이러한 이른 시기의 차 생활은 20대의 사유록

    에도 자연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음다생활을 계속한 그는 「작설(雀舌)」이라는 시를 읊고 있다.

    남국의 봄바람 부드럽게 이니

    南國春風軟欲起

    차숲 잎새 밑에 뾰족한 부리 머금었네

    茶林葉底含尖觜연한 싹을 가려내면 아주 신령스레 통하는 것

    揀出嫩芽極通靈

    그 맛과 품류는 옛 육우(홍점)의 다경에 수록되었네味品曾收鴻漸經

    붉은 싹은 잎과 줄기사이에서 뽑아낸 것

    紫筍抽出旗槍間

    봉병 용단 차 이름은 그냥 모양으로 본뜬 걸세

    鳳餠龍團徒範形

    푸른 옥병 속에 넣어 활화로 달여낼 제

    碧玉甌中活火烹게눈 같은 거품 생기며 솔바람 울리네

    蟹眼初生松風鳴

    산당 고요한 밤에 손들 빙 둘러앉아

    山堂夜靜客圍坐

    운유차 한번 마시면 두 눈이 밝아지네

    一啜雲腴雙眼明당의 집서 조금 맛보니 저이는 촌사람인가

    黨家淺斟彼粗人

    어찌 알리 설차가 그처럼 맑은 것을

    那識雪茶如許淸13)

    이에서 그는 차를 가꾸어 제다하고 스스로 달이고 있다. 육우(鴻漸 陸羽, 733-804)의 다경(茶經)을 언급하고 있으므로, 차에 관한 역사와 철학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설은 기(旗)와 창(槍)으로 표현되는 어린잎을 따서 만들었으니, 한국차를 흔히 부르는 상징적인 이름이다.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차를 마신다는 것은 우선 선방(禪房)이나 승당(僧堂)으로 볼 수 있을 터인데, 조선 전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다인 서거정이 그가 보내준 차를 받

    고 읊은 시, 「설잠상인이 보내준 작설차를 받고 감사드림(謝岑上人惠雀舌茶)」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인은 길이 산중에서 살고 있으니

    上人長向山中居

    산중의 즐거운 일이 그 무엇이던고

    山中樂事知何如

    봄 천둥 아직 치지 않고 벌레도 깨기 전에

    春雷未動蟄未驚

    산차가 처음 나와서 새싹이 이뤄지거든

    山茶茁茁新芽成

    주옥을 벌여놓은 듯 황금 덩이가 모인 듯

    排珠散玉黃金團

    잎잎이 참으로 흡사 구전단과 같은지라

    粒粒眞似九還丹

    상인이 흥겨워서 지팡이 끌고 올라가

    上人乘興去携筇따고 따서 푸른 대바구니에 가득 채워

    採採已滿蒼竹籠

    돌아와서는 혜산의 샘물을 좋이 길어다

    歸來好汲惠山泉

    문무화로 불을 때서 손수 달여 놓으면

    文武活火聊手煎

    향과 빛과 내음과 맛이 정말 논할 만해라

    香色臭味眞可論

    가슴을 상쾌히 하매 큰 공훈이 많고 말고

    開襟爽懷多奇勳

    상인이 멀리 홍진 속에 분주한 이 사람이

    上人遠念紅塵客

    십 년을 길이 소갈증 앓는 걸 염려하여

    十年臥病長抱渴

    계림의 눈빛 같은 하얀 종이로 싸고는

    裹以鷄林雪色紙용사 같은 두세 글자를 써서 봉하였네

    題封二三龍蛇字

    12) 梅月堂詩集卷之三, 「贈峻上人」其十五.13) 梅月堂詩集卷之五, 「雀舌」.

  • 김 미 숙 / 매월당 김시습의 시(詩)에 나타난 다수(茶水) ▪ 67

    봉함 뜯으니 낱낱이 봉황의 혓바닥 같아

    開緘一一鳳凰舌

    살짝 볶아 곱게 가니 옥가루가 날리어라

    輕焙細碾飛玉屑아이 불러 이내 다리 꺾인 냄비를 씻고

    呼兒旋洗折脚鐺맑은 눈물에다 생강 곁들여 달이노라니

    雪水淡煮兼生薑

    게의 눈을 지나자 고기 눈이 또 생기고

    蟹眼已過魚眼生

    때론 지렁이 구멍에서 파리가 울기도하네

    時聞蚓竅蒼蠅鳴14)

    이 시는 장편으로 차를 달여 마시는 정경을 이어서 그리

    고 있다. 당시의 음다풍속을 전편에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산사(山寺) 특히 선원(禪院)에서는 차 기르는 것을 소임으로 둔 경우가 많은데, 매월당이 직접 길러 정성스럽게 만든 작설차를 보내왔고, 소갈증을 앓아오던 서거정은 그 고마움을 전다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서거정에 있어서 차는 우선 약(藥)으로 인식하며, 차를 마시면서 그 감상을 노동(盧仝, 795-835)의 칠완가(七椀歌)에 빗대어 읊어나가고 있다. 단차(團茶)를 간 가루차를 우려낸 모양이 「게눈, 고기눈」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두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봉래산을 나는 걸(兩腋生翰飛蓬萊)」이라는 노동이 읊은 “칠완끽부득야 유각양액습 습청풍생(七碗喫不得也 唯覺兩腋習習淸風生)노래15)를 넘어서 신선의 경지에 머무는 모습이다.

    서거정의 이 다시는 당시 정치적 사상적으로 대립되던

    유⋅불 이교의 간극을 음다교유를 통해 넘어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물론 이는 삼교를 각각 정통한 매월당이라는 인물이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승속과 조야에 널리 유행하던 음다풍속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

    문에 더 원활했을 것으로 보인다.

    Ⅲ. 매월당 다시의 다수(茶水) 인식

    그렇다면 매월당은 찻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우선 그의 젊은 시절에 경험한 사유록에 있어서 찻물에 대해 관심 가졌던 바는 주목을 끈다. 차를 음미하는 것은 다석이나 다우(茶友) 등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본질은 차를 고르는 일과 물을 선택하는 일, 그리고 차를 달이는 과정이 본질이다. 여행지가 남쪽인 호남이나 영남에서는 재배중인

    산지에서 차를 고를 수도 있었겠지만, 북쪽인 관동이나 관서에서는 제다된 것을 즐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휴대하거나 갖추어진 차를 골라 이를 달일 물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래서 사유록에 수록된 다시에 찻물과 관련된 작품이 많은지도 모른다.

    매월당이 선호했던 찻물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의 다시에 나타나는 찻물은 크게 네 가지를 헤아린다. 산수(山水)⋅강수(江水)⋅정수(井水)⋅설수(雪水)가 그것이다. 그런데 일찍이 육우는 다경에서 찻물을 논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차를 달이는 물은 산수(山水)를 쓰는 것이 상등품이요, 강수(江水)를 쓰는 것이 중등품이고 우물물(井水)을 쓰는 것이 하등품이다. 산의 젖샘(乳泉)이나 돌 연못에서 유유히 흐르는 것이 으뜸이다.16)

    그런데 매월당의 다시 속에는 이들 전부와 함께 설수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찻물의 맛과 격을 꿰뚫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가 언급한 찻물을 육우의 관점에 맞추어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수(山水)이다. 이는 산간이나 돌 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石間水)를 말한다. 매월당은 산수의 수격을 알았던 모양으로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다. 찻물로 쓰기에 가장 좋은 물이라는 말이다. 그는 산수에 관해 다양하게 그리고, 이 밖의 찻물에 관해서는 그다지 많은 사례를 남기지 않고 있다. 그는 다시 「내소사(來蘇寺)」라는 작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님은 샘 줄기를 찾아 가는데 僧尋泉脈去

    학은 차 싹의 김이 남을 회피 하누나 鶴避茗煙廻17)

    내소사는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邊山)에 위치하는데, 이를 봉래산(蓬萊山)⋅능가산(楞伽山)으로 불린다. 매월당은 호남을 유력하면서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데, 내소사의 스님이 차를 달여 드리고자 변산의 샘물을 찾아가는 정황

    을 그리고 있다.매월당은 관서를 유람한 1458년 송도에 머물며 29편에

    이르는 시를 남겨 고려 500년 도읍지에 대한 애틋함을 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뇌검천(雷劒泉)」이라는 다시는 이렇게 전한다.

    14) 四佳詩集卷之十三, 「謝岑上人惠雀舌茶」.15) “一碗喉吻潤 二碗破孤悶 三碗搜枯腸 維有文字五千卷 四碗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碗肌骨淸 六碗通仙靈 七碗喫不得也 唯覺兩

    腋習習淸風生.蓬萊山在何處 玉天子乘此淸風欲歸去.”, 盧同, .

    16) “其水, 用山水上, 江水中, 井水下, 其山水, 揀乳泉, 石池慢流者上.”, 茶經, 「五之煮」.17) ‘來蘇寺’, 梅月堂詩集卷11, 「遊關湖南錄」.

  • 68 ▪ 한국예다학 창간호(2015. 10)

    밤에 듣는 소리는 패옥 같은데 夜聞聲似佩

    새벽에 물 길으면 빛이 옥 같네 晨汲色如琨

    시험 삼아 용단병을 끓여 보노니 試煮龍團餠

    맛을 보고 번뇌 풀 만하네 嘗來可解煩18)

    뇌검천이 지금의 어떤 샘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송악산 혹은 성거산의 산록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 샘으로부터 찻물을 길어 용단병을 달여서 그 맛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새벽에 찻물을 긷고 있는 것은 육우가 말한 돌연못에

    서 유유히 흐르는 물이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그가 산수를 언급한 사례는 다양하다. 이들을 채

    록하면 다음과 같다.

    샘물 새로 길어다가 작은 남비에 차 달이노라

    自酌新泉煮小鐺19)다천(茶泉)에는 한가로이 푸른 못의 교룡 흔드네茶泉閑擾碧潭螭20)돌 틈의 샘 소리는 절로 졸졸 흐르네

    石罅泉響自冷冷21) 솔바람 솔솔 불어 차 끓이는 연기 몰아

    松風輕拂煮烟

    병들고 돌아가서 찬 샘에 물긷네

    挈甁歸去汲寒泉22)어린 행자가 산차를 달여 주는

    行童煮山茗

    달을 담아 찬 샘물 길어 오누나

    貯月汲寒泉23)

    냇물은 흘러도 울지는 않네

    磵水流不鳴

    차 끓이는 냄비도 넉넉히 놓을 수 있네

    亦可安茶鐺24)

    이렇게 보면 매월당은 찻물 중의 으뜸이라는 산수를 의

    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달을 머금은 샘물, 돌 틈에 졸졸 흐르는 샘물, 달이 찬 생물 등은 분명 다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다천을 말해주는 바라 할 것이다.

    매월당의 차 달이는데 사용한 산수 중 「죽견(竹筧)」이라는 다시가 찻물을 읊은 작품으로는 가장 백미이다.

    대 쪼개어 찬 샘물 끌어 놓았더니 刳竹引寒泉졸졸졸 밤새도록 울어대누나. 琅琅終夜鳴돌아서오니 깊은 시냇물 말랐는데 轉來深澗涸끌어온 물 작은 수조에 넘치네 分出小槽平

    가는 소리 꿈과 섞여 목이 메이고 細聲和夢咽

    맑은 운치 차 끓이는데 들어간다네 淸韻入茶烹

    찬 두레박 내리는 힘 허비하지 않고 不費重寒綆은상을 백 척이나 끌 수 있다네 銀床百尺牽25)

    산에 있는 샘물을 끌어오기 위해 죽견, 즉 홈통을 마련하고 있다. 다른 곳은 물이 말랐지만 홈통을 타고 흘러온 물이 밤새도록 졸졸 흘러 수조에 가득 차있는 모습이다. 이를 떠다 차를 달이니 맑은 운치가 가득하다.

    그는 또 오대산의 산사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고 있다.

    우통의 물은 기운이 맑고 차네 于筒水潭氣淸冽

    상인은 병 가지고 손수 차 달이네 上人携甁自煎茶26)

    이에 나오는 우통수는 신라의 보천(寶川)⋅효명(孝明) 두 태자가 오대산 다섯 봉우리의 5만 진신보살(五萬眞身菩薩)에게 차공양을 올렸다는 찻물이니, 우리나라 최고의 산수라 할 수 있다.27) 매월당이 오대산 산사를 찾았을 때 주석하던 한 스님이 이 우통수를 길러 손수 차를 달여 준

    것이다. 이를 통해 보면 매월당은 찻물(茶水)을 가리는 관심이 높았음이 드러난다.

    둘째 강수(江水)이다. 매월당이 냇물을 길어 찻물로 사용한 다시는 1편이 전한다.

    달이 잠긴 푸른 시냇물을 떠다가 挹之碧澗月이것을 푸른 돌솥에 끓이리 煎此靑石鼎28)

    이에 나오는 벽간수는 달이 잠길 정도로 큰 시냇물이다. 푸른 시냇물이라 표현했으므로 산간에서 흘러내리는 냇물

    인 듯 맑은 느낌을 준다. 셋째 정수(井水), 곧 우물물이다. 매월당의 다시에는 2

    편이 정수를 다루고 있다.

    18) ‘雷劒泉’, 梅月堂詩集卷9, 「遊關西錄」.19) 梅月堂詩集卷2, 「喜晴」.20) 梅月堂詩集卷3, 「落山寺 贈禪上人」.21) 梅月堂詩集卷3, 「習之山居」.22) 梅月堂詩集卷5, 「煮茶」.23) ‘佛菴’, 梅月堂詩集卷10, 「遊關東錄」.24) 梅月堂詩集卷4, 「偈絶澗中盤石」.25) 梅月堂詩集卷4, 「竹筧」.26) ‘五臺山’, 梅月堂詩集卷4, 「遊關東錄」.27) 김대성, 차문화유적답사기하, 불교춘추사, 서울, 1994, p.250.28) ‘詠山中草木’ 七首中 三首, 梅月堂詩集卷9, 「遊關西錄」.

  • 김 미 숙 / 매월당 김시습의 시(詩)에 나타난 다수(茶水) ▪ 69

    형편 따라 먹는 산중 밥, 차도 달이네山飯隨宜旋煮茶

    우물엔 찬 샘물 맑고 동이에 먹을 양식 있는데

    井冽寒泉盎有糧29)줄 짧은 두레박으로 찬 우물 물 길어놓고

    沈短綆汲寒井화롯불에 시험 삼아 용봉병 달여 보네

    爐火試翦龍鳳餠30)

    우리나라의 정수는 냉수를 식수로 쓸 정도로 상품이다. 돌 틈에서 솟아나는 경우도 많고 정자(井字) 형태로 시설을 마련하고 두레박을 설치하는 등 사용이 편리하다. 동네의 안이나 어귀에 있기 때문에 생활에 가깝다는 것도 이점

    이다. 다만 여러 사람이 사용하므로, 찻물로 쓰기 위해서는 정화수처럼 새벽에 뜨는 것이 요체이다. 우물엔 찬 샘물(井冽寒泉)이란 이런 의미일 것이다. 왕종인은 찻물에 대하여 청, 활, 경, 감, 렬이라는 품수오자법을 말하고 있는데,31) 찻물로 하등수인 우물물을 쓸 경우 찬(寒, 冽)이 적당하다고 본다. 매월당에 있어서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설수(雪水)이다. 눈(雪)녹인 물을 찻물로 쓴 것으로 매월당의 시에는 이와 관련한 3편이 전한다.

    눈 녹인 맑은 물에 茶달여 작은 단지에 붓네

    煮雪淸瀾注小樽32)

    눈을 한 그릇 녹여서 차에 섞으면

    一椀融和茗

    달이는데 지경이 적요해지네

    煎來境寂寥33)

    손님 대해 단 얼음과 차에 눈(雪)을 섞고對客甜氷雜茗雪34)

    이들은 찻물로 설수를 쓴 경우, 빙설 곧 얼음과 눈을 같이 쓴 경우로 나누이는데, 이들은 육우의 다경에는 나타나지 않는 찻물이다. 아마도 추위 속에서 찻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아래서 임시방편으로 대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도륭(屠隆, 1542-1605)은 고반여사(考槃餘事) 「다전(茶箋)」에서 “눈(雪)은 다섯 가지 곡식의 정이다. 이것을 받아서 차를 달인다는 것은 세상을 피하여 숨어사는 사람

    에게는 하늘이 내리는 음료가 되는 것이다.”35)라고 하였다. 그리고 양수(養水)의 방법을 자세히 논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매월당은 이러한 찻물에 대해 그 품질을 충분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추어 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눈이 내리는 등의 특수한 경우는 설수까지 대용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양수, 곧 물의 양생(養生)에까지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Ⅵ. 맺음말

    이상으로 매월당 김시습의 다시를 살펴, 그의 다수(茶水) 곧 찻물에 대한 인식에 대해 고찰하였다. 그가 살았던 조선 전기는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음차풍속이 면면히 전해

    지던 시기였다. 그는 세조의 왕위찬탈이라는 정치적인 변고를 계기로 지향했던 선비의 길을 버리고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지만, 승속을 넘나들면서 유⋅불⋅도 삼교를 각각 정통하였다. 그는 서거정과 더불어 가장 많은 다시를 남기며, 차를 매개로 교유하고 있다.

    매월당이 남긴 다시는 67편 73수에 이르는데, 이들 가운데 찻물을 논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매월당은 차를 기르는 일에서부터 차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섭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차에 대한 글은 특히 시가 중심이 되는데, 이에는 제다(製茶)⋅다구(茶具)⋅다석(茶席)⋅다우(茶友), 그리고 다수(茶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둘째, 매월당의 다시는 특히 사유록에 두드러지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20대의 승려생활을 시작한 젊은 시절의 관서⋅관동⋅호남⋅영남(금오)의 4개 지역 기행시집인데, 이 가운데 다시가 나타나므로 젊은 시절부터 차생활을 해왔으며, 현장성이 매우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셋째, 그의 찻물에 대한 인식은 산수(山水)⋅강수(江水)⋅정수(井水)⋅설수(雪水)로 구별된다는 점이다. 이는 육우 다경과 같은 흐름이므로, 찻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설수는 매월당이 임기응변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매월당의 차에 대해 고찰할 경우는 그의 찻물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음다생활과 다선일미사상 등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찻물은 과학적인 분석을 전제로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본론과는 다른 주제이므로 별도의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29) 梅月堂詩集卷5, 「盤飧」.30) 梅月堂詩集卷7, 「燈下」.31) 王從仁 저, 김하림⋅이상호 역, 중국의 차문화, 에디터, 서울, 2004, pp.257-263.32) 梅月堂詩集卷3, 「習之山居」.33) 梅月堂詩集卷4, 「夜雪」.34) 梅月堂詩集卷4, 「園中瓜五詠」.35) “雪爲五穀之精 取以煎茶 幽人淸貺.”, 김명배 역저, 중국의 茶道, 명문당, 서울, 1985, p.210.

  • 70 ▪ 한국예다학 창간호(201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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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고 일 2015. 09. 05

    수 정 일 2015. 09. 21

    게 재 일 2015. 0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