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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총서 03-17 동북아 안보 · 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통 일 연 구 원

연구총서 03-17 동북아 안보 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repo.kinu.or.kr/bitstream/2015.oak/716/1/0000598249.pdf · 연구총서 03-17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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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총서 03-17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김 영 윤

    박 종 철

    오 승 렬

    이 호 근

    전 성 훈

    홍 관 희

    홍 용 표

    황 병 덕

    통 일 연 구 원

  • 1

    제1부 이론적 틀과 사례연구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

    목 차

    Ⅰ.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홍용표/1

    1. 머리말 ―― 1

    2. 경제와 안보의 관계 ―― 3

    가. 국가 차원 ∙ 3

    나. 국제관계 차원 ∙ 7

    3. 동북아시아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이론적 논쟁 ―― 10

    가. 자유주의적 낙관론 ∙ 11

    나. 현실주의적 회의론 ∙ 19

    다. 이론적 논의의 평가 ∙ 26

    4. 정책적 함의: 안보-경제의 상승적 연계 모색 ―― 29

    가. 외부 균형자의 필요성 ∙ 30

    나. 내부 균형자로서 다자기구의 역할 활성화 ∙ 31

    다. 국지적 경제협력지대 육성 ∙ 34

    5. 결론 ―― 38

    Ⅱ. 유럽의 안보·경제 협력의 사례······································ 이호근/44

    1. 서론 ―― 44

    가. 유럽통합과 협력의 역사 ∙ 46

    나. 2차 대전 후의 유럽통합의 발전 ∙ 48

  • 2

    2. 유럽 안보·경제협력 레짐의 발전 ―― 60

    가. 유럽 경제협력의 역사적 발전: ECSC-EEC-EC-EU ∙ 60

    나. 유럽 안보협력의 역사적 발전: EDC-EPC-WEU ∙ 64

    3. 유럽지역 안보체제의 구조와 변화 ―― 67

    가. 유럽 집단안보체제의 발전과 변화: NATO-WEU성립과 발전 ∙ 67

    나. 유럽정치협력(EPC)으로부터 공동외교안보정책(CFSP)의 발전으로 ∙ 70

    다. 유럽 다자(multilateral) 안보협력체제 발전의 의의: 유럽안보협력회의

    (CSCE)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발전과 과제 ∙ 87

    4. 유럽연합의 동유럽으로의 확대와 유럽헌법(European Constitution)제정 논의

    ―― 93

    가. 유럽연합의 확대와 도전들 ∙ 93

    나. 유럽회의(European Convention)의 구성과 유럽연합 헌법제정 논의과정

    ∙ 96

    다. 유럽연합 헌법(European Constitution)제정 안의 구조 ∙ 99

    라. 유럽연합 헌법제정 논의와 한반도에의 시사점 ∙ 104

    5. 결론: 유럽 협력사례의 동북아지역 안보·경제 협력에의 시사점 ―― 109

    Ⅲ. 동북아 지역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 미·중관계를 중심으로

    ················································································ 황병덕/115

    1. 서론 ―― 115

    2. 동북아 국제환경의 변화와 한반도 ―― 117

    가. 미국의 일방주의적 세계전략 ∙ 118

    나. 중국의 경제대국화와 중·미 갈등 ∙ 128

    다. 북한 핵위기로 인한 동북아 세력분포 변화 ∙ 140

    라. 북한 핵 위기의 국제정치적 영향 ∙ 144

    3. 미·중의 동북아정책 ―― 148

    가. 미국의 동북아정책 ∙ 148

  • 3

    제2부 동북아 안보 협력

    나. 중국의 동북아정책 ∙ 164

    4. 동북아 질서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응전략 ―― 180

    가. 동북아 질서 변화 전망 ∙ 180

    나. 우리의 대응전략 ∙ 188

    Ⅳ.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동북아 안보······ 홍관희/196

    1. 서론 ―― 196

    2.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본질 ―― 198

    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의도와 목적 ∙ 198

    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북한의 대남·대미전략 ∙ 202

    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한국의 안보 ∙ 205

    3.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동북아 안보 ―― 207

    가.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미국 ∙ 207

    나.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중국 ∙ 211

    다.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일본 ∙ 215

    라.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러시아 ∙ 217

    마. 종합평가 ∙ 219

    4. 다자협상의 모색 ―― 221

    가. 미·북 양자협상의 문제점 ∙ 221

    나. 다자협상의 성격 ∙ 224

    다. 북한의 6자회담 대응 ∙ 227

    라. 미국의 6자회담 전략 ∙ 230

    마. 향후 6자회담 전망 ∙ 233

  • 4

    5. 한국의 정책과제 ―― 236

    가.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억지 원칙 ∙ 236

    나. 한·미 동맹 강화 ∙ 237

    다. 다자협상과 한국의 역할 모색 ∙ 239

    Ⅴ. 재래식 군비통제와 동북아 협력·································· 전성훈/242

    1. 동북아 국가별 국력과 재래식 군사태세 ―― 244

    가. 국가별 국력 ∙ 247

    나. 국가별 재래식 군사력 ∙ 249

    다. 9·11 테러 이후 안보인식의 변화 ∙ 256

    라. 국가별 국방정책 ∙ 264

    2. 재래식 군비통제의 국제적 사례 ―― 281

    가. 유럽의 신뢰구축 경험 ∙ 281

    나. 유럽의 군축 경험 ∙ 286

    다. 해상 군비통제 사례 ∙ 292

    라. 군사적 투명성 제고 사례 ∙ 293

    마. 군사교리 세미나 개최 사례 ∙ 297

    바. 영공개방 ∙ 298

    사. 동북아의 군사협력 경험: Shanghai Five ∙ 300

    3. 동북아 군비통제방안 ―― 300

    가. 고려사항 ∙ 301

    나. 군비통제방안 ∙ 305

    Ⅵ.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방안·········································· 박종철/315

    1. 머리말 ―― 315

    2.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추진 현황 ―― 317

    가. 동북아차원의 다자안보 대화 ∙ 317

  • 5

    제3부 동북아 경제협력과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

    나.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 ∙ 321

    3. 동북아다자안보협력에 대한 관련국 입장 ―― 334

    가. 미국 ∙ 334

    나. 중국 ∙ 340

    다. 일본 ∙ 344

    라. 러시아 ∙ 346

    마. 북한 ∙ 347

    바. 한국 ∙ 349

    4. 동북아다자안보협력 추진환경 ―― 354

    가. 촉진요인 ∙ 354

    나. 장애요인 ∙ 356

    5. 추진전략 ―― 358

    가. 기본방향 ∙ 358

    나. 단계별 추진전략 ∙ 360

    Ⅶ. 동북아 경제협력························································· 오승렬/376

    1. 서론 ―― 376

    2. 동북아 경제협력의 추진 방향 ―― 379

    3. 동북아 경제협력을 위한 실천과제 ―― 382

    가. 제조업 부문 ∙ 382

    나. 물류·금융 부문 ∙ 386

    다 동북아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구축 ∙ 389

    라. 동북아 천연자원 개발 및 활용 ∙ 391

  • 6

    마. 해외동포 네트워크의 강화 및 활용 ∙ 392

    바. 동북아 경제협력의 단계별 추진 방안 ∙ 393

    사. 단계별 동북아 경제협력 추진방안 ∙ 395

    4. 결론: 남북경협에 대한 함의 ―― 400

    Ⅷ.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과 남북경협······························· 김영윤/405

    1. 서론: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과 남북경협 문제 ―― 405

    2.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의 의미와 요건 ―― 406

    가.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의 의미와 문제점 ∙ 406

    나. 경제중심 추진 국가로서의 요건 ∙ 407

    3.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의 비전과 현실 ―― 410

    가. 동북아의 지리적 범주와 경제현황 ∙ 410

    나.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 정책의 구상과 내용 ∙ 412

    다. 동북아 지역 경제중심 정책 실현여건과 과제 ∙ 417

    4.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을 위한 남북경협의 방향과 과제 ―― 427

    가. 기본방향 ∙ 427

    나.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의 과제 ∙ 428

    다. 남북경협이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에 미치는 효과 ∙ 434

    라. 문제점 및 현 단계 제약요인 ∙ 435

    5. 결론 및 정책사항 ―― 440

    가. 역내국가간 경제협력 증진 ∙ 440

    나. 남북관계개선과 경협의 제도적 장치 구축 ∙ 442

    다. 부한 핵문제의 해결 ∙ 443

    라. 남북경제협력과 안보문제 ∙ 444

  • 7

    제4부 종합추진방안

    Ⅸ. 포괄적 추진전략 ························································· 박종철/448

    1. 분야별 추진전략 ―― 449

    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 449

    나. 동북아군비통제와 안보협력 ∙ 450

    다.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동북아 경제협력 ∙ 453

    2. 단계별 추진과제 ―― 454

    가. 1단계: 북한 핵문제 해결과 동북아협력 여건 조성 ∙ 455

    나. 2단계: 동북아안보·경제협력의 증대 ∙ 462

    다. 3단계: 동북아 안보경제협력체 형성 ∙ 466

    참고문헌 ······················································································ 471

  • 8

    - 표 목 차 -

    동북아 주요 국가의 무역량 변화, 1985-2000 ―― 14

    공동안보개념의 변화과정 ―― 86

    국가별 국력 비교 ―― 249

    각국별 재래식 군사력 보유현황 ―― 255

    시나이정전협정 I, II의 군사적 투명성 제고 체계 비교 ―― 296

    세계 3대경제권의 주요지표 ―― 377

    동북아 5국의 경제 및 교역 규모 ―― 411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국정과제 ―― 416

    주요국 물류비 부담 수준 비교 ―― 422

    동북아 주요국가의 항만시설 규모 비교 ―― 422

    동북아 주요국가 공항시설 규모 비교 ―― 422

    남북한간 단절된 철도 및 도로 현황 ―― 430

    남북교역액 및 거래성·비거래성교역 비중 추이 ―― 437

    대북 투자 추이 ―― 438

    단계별 추진과제 ―― 470

  • 제1부 이론적 틀과 사례연구

    Ⅰ.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 홍용표

    Ⅱ. 유럽의 안보·경제 협력의 사례 ······················ 이호근

    Ⅲ. 동북아 지역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 미·중관

    계를 중심으로 ·········································· 황병덕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1

    Ⅰ.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홍 용 표

    1. 머리말

    전통적으로 경제와 안보는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기

    본적으로 경제력은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밑받침이라고 할 수 있다. 지

    난 IMF 시기 외환위기가 한국의 무기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좋은 예이다. 다른 한편, 한 국가의 안보가 흔들린다면, 그 국가의 경제에

    도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핵 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초래

    하자 한국의 경제가 같이 흔들린 것에서 이와 같은 관계를 잘 나타내 준다

    고 할 수 있다.

    경제와 안보문제의 연계는 한 국가의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

    니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그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한·중, 한·

    러관계 개선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협력의 심화는 양국간의 정치·군

    사적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양국 사이에 첨예한 안보문제가 걸

    려 있을 경우, 경제협력이 원활해 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경제와 안보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간 협력을 증진

    시키거나 혹은 감소시킬 수 있다. 만일 협력의 문제가 2개국 이상의 행위

    자가 존재하는 지역협력일 경우에는 경제와 안보의 상호작용이 더욱 복잡

    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역내 국가간 상호

  • 2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경제와 안보를 어떻게 상승적으로 연계시킬 것인

    가 하는 문제이다.

    동북아시아의 지역협력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동북아에는 상호 모순되

    는 두 가지 기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은 지난 50여 년

    간 놀라운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와 같은 발전은 냉전의

    종식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이 지역의 경제성장은 21세기를 주도

    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역동적이다.

    그러나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성장 및 상호협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는 적지 않은 갈등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부

    시 행정부의 패권주의적 외교정책과 이에 대항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갈

    등,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문제와 이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동북아에서 위기감이 오히려 증가되었다. 또한 중국과 대만사

    이의 양안문제도 아직 풀리지 않고 있으며, 이 밖에도 지역국가들 사이의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가와 국민들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룩해

    온 경제발전에 버금갈 만큼 지역 평화를 지속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

    써 상호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정치안보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동북아시아가 앞으로도 ‘분쟁지역’으로 남아 위기와 갈등으로 점철

    되는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할 것인가?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지역 질서가 20세기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

    상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21세기

    동북아 국제질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적 역동성 및 상호의존성의 증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3

    가와 안보협력의 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세계질서의 미래와 관련하여 자유주의자들과 현실주의자

    들이 각기 상이한 견해를 제시하였듯이, 동북아 국제질서의 향방에 대한

    논의에서도 두 학파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자

    들은 동북아에서 증가하고 있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안보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역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

    다. 반면 현실주의자들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반드시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동북아 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정치적 변화로 인한 불

    확실성은 역내 갈등과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우선 경제와 안보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국가 차원과 국제관계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중에서도 동북아시아

    에서의 경제협력과 안보와의 연계 문제에 대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

    는 자유주의적 낙관론과 현실주의적 회의론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이론적 논의에 기반하여 향후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와 경제의 상승적

    상호작용을 꾀하기 위한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다.

    2. 경제와 안보의 관계

    가. 국가 차원

    경제와 안보 문제의 연계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전통적으로 인식되어 왔듯이 경제는

    국력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금융, 시장의 접근과 관련이

  • 4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군사력은 물론 전반적인 국가의

    힘과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제와 안보는 밀접히 연계되어 있

    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경제와 안보는 다음의 몇 가지 차원에

    서 설명될 수 있다.1

    첫째, 경제발전의 차원으로, 한 국가의 군사역량은 궁극적으로 그 나

    라의 경제적 힘(경제성장, 완전고용, 낮은 인플레이션, 지속적인 투자, 생

    산력의 발전 등)에 달려 있다. 국가의 국가적 힘에 의한 안보는 국제정치

    체제의 기본적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국가 외교정책의 최고 목표로 존재

    할 것이다. 그러나 구 소련의 예를 보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강대국은 경제

    적 발전을 기반으로 한 군사적 힘의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냉전시기

    소련은 GNP의 1/4 이상을 국방비에 투입하였고 그 결과 지나친 군비지

    출이 경제력을 쇠퇴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개별국가의 군사적 힘은 경제적

    기반이 무너질 때 바로 와해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국가 존립의 위기를

    가져온다. 경제가 쇠퇴하면 국력의 쇠퇴는 불가피할 것이다. 경제쇠퇴는

    국가의 전반적인 힘과의 연계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폴 케네디

    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wealth)가 필요하며, 부를 획득·보호

    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2

    둘째, 경쟁력의 차원으로 한 국가의 안보는 고도의 군비 확보에 달려

    있는데 이는 국내의 국방산업의 발전 또는 외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 및 전

    략적 무기수입에 의존한다. 즉, 안보 유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군비산업의

    1 임혜란, “신경제안보: 동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경제안보 개념의 재정립”, 「

    안보학술논총」 제10집 2호 (1999. 12), pp. 250-55.

    2 Paul Kennedy,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Economic Change

    and Military Conflict from 1950 to 2000 (New York: Random House, 1987).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5

    기반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하여 군비생산에 대한 국가

    의 자율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자국 안보를 위해서는 군비산업을 육

    성·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개별국가의 산업, 기술발전은 안보

    의 차원에 있어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군사적인 힘

    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그 잠재적 힘이 상황에 따라 구

    체적인 힘으로 변화될 수 있는 국가로 간주된다. 이는 국가 역량을 하드웨

    어와 소프트웨어의 측면으로 나누어 볼 때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하드웨

    어는 영향력 행사를 위한 가용척도로서 경제력, 기술발전 및 무기체계 등

    모든 자원을 포함하며, 소프트웨어란 개별국가의 인식, 의도, 전략 및 의

    지를 내포한다. 하드웨어 중에서도 최근에는 경제력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

    되고 있다. 일본의 강력한 경제적 기반은 언제라도 군사적 힘의 우위로 나

    갈 의지 및 국제여건의 성숙이라는 상황 변화에 따라 실질적인 군사적 힘

    으로 변화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개별국가의 기술발전의 경

    쟁력은 국가의 안보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안정의 차원에서 개별국가의 경제위기는 그 나라의 정치, 사회

    적 혼란을 낳거나 또는 그 지역의 불안정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무역, 금융의 영역에서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상호의존의 관

    계로 발전되어 있듯이 어느 개별 국가의 경제적 위기는 곧 무역 및 금융관

    계에 있는 다른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그 전이의 속도와 파

    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국가도 외부적인 경제적 혼란

    및 위기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또한 개별국가의 경제력의 변화는 곧 국가

    간 권력 및 힘의 배분을 변화시킨다. 즉, 국가 간 힘의 배분에 어떤 급격

    한 변화가 올 때 국가 간 갈등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세력전이 이론의 입장

  • 6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에서 볼 때, 경제영역의 불균등한 발전이 전통적인 안보의 영역에 직접 영

    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석유위기, 경제적 상호의존 등의 영향으로 국제관계에

    서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안보 아젠다에 경제문제를 포함시

    키는 포괄적 안보(comprehensive security) 개념이 나타났다. 국력의

    대부분을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을 중심으로 발전되기 시작한 이 개

    념은 한 국가의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군사적

    문제와 함께 경제적 생존력, 정치적 안정성 등을 국가안보를 유지하기 위

    해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로 상정하였다.3. 또한 탈냉전 이후 군사적인 위

    협이 상대적으로 감소되고 경제적 위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경제안

    보(economic security)가 중요한 안보영역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논의에 따르면, 수출에 대한 제재, 통화가치에 대한 원치 않는 압박, 외환

    위기, 부채의 지불불능 등과 같은 경제적 위협은 국가의 경제적 기반을 약

    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군사적·정치적 분야로 쉽게 확대되어 안보

    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4

    3 포괄적 안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Yoshinobu Yamamoto, “A Framework for

    a Comprehensive-Cooperative Security System for the Asia-Pacific”, Jim Rolf

    ed., Unresolved Future: Comprehensive Security in the Asia-Pacific

    (Wellington: Centre for Strategic Studies, 1995) 참조.

    4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Barry Buzan, People, States & Fear: An Agenda

    for International Studies in the Post-Cold War Era, 2nd ed. (London:

    Harvester Wheatsheaf, 1991), pp. 123-31 참조.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7

    나. 국제관계 차원

    국제관계 차원에서 볼 때, 경제·안보 연계 논의는 국가간 협력 또는

    지역 통합을 도모함에 있어서 경제와 안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이는 경제와 같은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협력이 정

    치·안보 분야의 협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능주의의 주장을 둘러싼 논란

    과, 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의존성 심화가 지역 내 갈등을 감소시킴으

    로써 지역평화에 기여한다는 자유주의의 주장을 둘러싼 논쟁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통합이론의 하나로 제시된 기능주의 이론은 국가들이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증진시키기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와 경제 등 기술적 분야

    (technical areas)에서 초국가적인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5 전

    쟁은 가난, 불행, 절망으로부터 기원한다고 주장하는 기능주의에 의하면

    전쟁을 피하는 방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경제사업 등의 공동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들이 상호접촉을 하다 보면 우호관계를 가질

    수 있고 협력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둘째, 경제, 기술, 복지분야 등

    에서의 국가 간 상호의존의 확대는 정부간의 망을 형성하며, 이런 경우 각

    정부는 전쟁에 의하여 적대적이 되는 비용이 망을 형성하는 비용 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전쟁을 회피하게 된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제사회에는 광범위한 정부간 또는 비정

    5 기능주의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A.J.R. Groom and Paul Taylor,

    Functionalism: Theory and Practice in International Relations (London:

    University of London Press, 1975) 참조.

  • 8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부간 기구가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이 기구들은 경제·교역·통화에 있어

    서의 상호의존, 다국적 기업의 성장, 아이디어와 인적 교류 등의 국가간

    상호교류를 주도했다. 기능주의 이론은 이점을 중시하고 평화의 잠재력이

    여기서 나온다고 믿는다. 따라서 기능주의자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와 정부

    간 망의 형성을 국제통합의 핵심적 요소로 간주한다.

    기능주의 이론에 따르면 통합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경제·과학 등

    비정치 분야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하고, 비정치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정치·군사부문의 통합에 이룰 수 있다.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상호거래, 교류, 커뮤니케이션의 증대는 상호의존과 협력으로 발전되면서

    각 부문의 기능적 통합을 유발하고, 한 부문에서의 기능적 통합이 다른 부

    문으로 파급(spill-over)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경제·기술 같은

    분야에서의 기능적인 협력이 발전·확산되면, 그것이 정치·군사분야까지를

    포함하는 타 분야의 협력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주의에 반해 신기능주의는 통합에 있어서 정치적 요소를

    중요시한다. 신기능주의 이론에 따르면, 기능주의에 의한 비정치적인 분야

    에서의 점진적 교류·협력은 자동적으로 정치적 통합으로 확산되지 않기 때

    문에 기능적 교류·협력과 정치적 통합을 연결시키는 “파급효과의 정치화”가

    있어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국가 간의 협력 과정에 내재하고 있는 정치·

    군사적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향후 상호 협력을 모색할 국가에게 공동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능주의 학자들은 기

    능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파급효과(spill-over)는 정치적 타결이

    따르지 않을 경우 역류효과(spill-back) 또는 지체효과(spill-around)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신기능주의는 파급효과의 보편성을 부인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9

    하고 정치·군사적 문제의 의식적인 해결을 통한 파급효과의 확산을 주장한

    다.6

    신기능주의 접근방법은 정치분야를 축으로 하여 통합을 이루는 방식이

    며 정치, 특히 군사문제는 갈등이 가장 쉽게 조장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

    문에 정치·군사문제가 신기능주의 통합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신기능

    주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잠재적인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협력이 추진

    되기 위해서는 단위체들간의 균형, 특히 경제적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선

    진산업국가들 보다 저개발국들의 협력의 경우, 이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GNP 규모는 협력을 추진하는데 이어서 중요 사항으로 등장한다.

    국가간 협력에 있어서 경제와 안보의 연계 문제와 관련한 또 하나의

    중요한 논쟁은 자유주의와 현실주의 학자들 간에 일어났다. 국제정치에 있

    어서 협력과 제도를 중요시하는 자유주의 이론은 국가간 무역 및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국제정치에

    서 ‘힘’을 중요시하는 현실주의 이론은 자유주의자들의 신념이 타당하지 않

    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평화는 국가 간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나

    혹은 어느 일방이 다른 나라를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자유주의와 현실주의간의 논쟁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문제를 둘러싸고 심화되었으며, 특히 주요 강대국들이 몰

    려 있고, 역내 상호의존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갈등요인이 존속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장래를 예측함에 있어서 서로 첨예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6 Philippe Schmitter, “Three Neo-Functional Hypotheses about International

    Integration”,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23, No. 1 (1969); 김계동, “남

    북한 체제통합: 이론과 실제”, 「국제정치논총」, 제36집 2호, pp. 476-479에

    서 재인용.

  • 10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 경제와 안보의 연계 문제를 자

    유주의와 현실주의의 이론적 논쟁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3. 동북아시아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이론적 논쟁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동북아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미·소 냉전체

    제의 붕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일·중·소간의 대결구조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으며, 한·소 수교, 한·중 수교 등 탈냉전적 양자관계의 재조정과 다

    자간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안보개념인

    군사안보 외에도 경제·환경 등 비군사적 안보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둘러싼 지역국가들의 갈등과 협력은 새로운 동아

    시아 질서의 형성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학자와 전문가들은 자신의 성향

    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는 크게 ‘낙관적 시

    각’과 ‘회의적 시각’으로 나뉘어 진다. 낙관론자들은 ‘자유주의적’ 모델에 기

    반하여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역동성과 이 지역에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다자 조직 및 국제기구들의 활동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현실주의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 회의론자들은 탈냉전기 동북아

    지역에서 야기되고 있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정치변화는 국력의 변화와 세

    력관계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갈등과 분쟁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11

    가. 자유주의적 낙관론

    국제정치에서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협력과 이해를 통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발달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 간의 제도적 협력의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신자유주의 이론은 국제제도의 역할에 의해 국가 간

    의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는 현실주의와 마찬가

    지로 국가를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보며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정부 상태가 국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

    나 신자유주의는 신현실주의와는 달리 국제기구나 국제레짐과 같은 국제제

    도들이 국가의 행동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국제관

    계에 있어서 국가 간 군사력의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신현실주의에

    비해 신자유주의자들은 의도나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제

    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한 갈래인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자

    들은 국가 간의 협력이 가져다주는 상호이익으로 인해 국가 간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국제제도는 국가 간 협력을 저해하는 상대

    적 이익의 문제와 배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제도들은

    국가들의 협력을 촉진하는데, 그것은 국제제도가 협상, 감시비용과 같은

    거래비용의 감소, 배반에 대한 제재의 수단 제공, 정보 제공을 통한 불확

    실성의 감소, 협력적 국가행위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을 통해 각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여지기 때문이다.7

    또한 국제제도는 국가간의 협력의 영역을 넓히고 보다 많은 국가들을

    7 유현석, 「국제정세의 이해」 (서울: 한울아카데미, 2003), pp. 16-18.

  • 12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포괄하게 됨으로써 다자주의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다자주의란 “일반화된”

    원칙에 기반하여 셋 혹은 그 이상의 국가들이 정책조정을 시행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즉, 일련의 행위에 대한 적절한 원칙을 구체화하여, 특정 상황

    에 고유한 특별한 이해관계와 전략관계에 관계 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는 “광범위한 상호성(diffuse reciprocity)“에 기반한 국가간의 단기적 이

    해일치에 의한 정책조정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협력을 의미한다.8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경제와 안보의 상호작용 문제에 대해 자유주의에

    기반한 낙관론은9 경제성장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가져오는 ‘평화적 효과’를

    강조한다. 국가간 무역확장과 상호의존성의 확대는 서로 협력할 경우 누릴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을 증진시키는 한편, 전쟁의 비용은 더욱 증폭시킨다.

    또한 확대되는 상호의존을 관리하고 안정적 국제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제

    도형성이 촉진됨으로써 국가들 간의 평화적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낙관론자들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성장

    하고 상호의존성이 증가하였음은 물론, 느리지만 착실하게 민주주의로 발

    전하고 있음을 중시하며, 이 지역에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다자 조직 및

    국제기구들의 활동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8 John Ruggie, “Multilateralism: the Anatomy of an Institution”,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46, No. 3 (1992), pp. 561-598.

    9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Ming Wan, “Wealth and Power:

    Economic Transformation of Security”, Harvard International Review, Vol.

    18, No. 2 (Spring 1996), pp. 20-21 & 69; James Richardson,

    “Asia-Pacific: The Case for Geo-political Optimism”, The National Interest,

    No. 38 (Winter 1994/95), pp. 28-39; 정진영,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지역안

    보: 동아시아 불안정론에 대한 비판”, 김태현 편, 「신동아시아 안보질서」 (성

    남: 세종연구소, 1997), pp. 153-186.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13

    자유주의적 낙관론자들은 무엇보다도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역동성에

    주목한다. 동북아시아의 경제는 에서 볼 수 있듯이 1980년대 이

    후 경제위기를 겪은 1997~8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체

    규모 면에서 아시아의 수출 및 수입 비중은 1980년 세계전체의 15.9%

    및 16.9%에서 2000년 28.7% 및 24.9%로 증가하였다. 아울러 역내 국

    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역내 수출비

    율은 1990년대 초반부터 급증하여 1985년의 34%에서 1996년에는

    51.9%로 증가하였다. 아시아가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인 99년에는 역내

    수출비중이 46.6%로 감소하였으나, 2000년에는 다시 48.9%로 증가하였

    다. 이는 유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미지역과는 동일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투자 부문에 있어서도 역내 투자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10

    따라서 낙관론자들은 이와 같은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무역과 투자활

    동 증대는 역내 국가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줄뿐만 아니라 보다 지속적인

    협력을 촉진시키는 대신 적대감과 마찰의 위험성을 줄일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안보 연계의 좋은 예이다. 중국은 역내 안보질서의 가

    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무력통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대만과의 관계, 남중국해에서의 영토분쟁, 군사력 증강 등의 요

    인들에 근거한다.

    10 강명세, “동아시아 지역주의는 가능할 것인가?”, 진창수 편, 「동북아시아에서

    의 경제협력의 정치경제」 (성남: 세종연구소, 2002), pp. 18-20; 박번순,

    “동아시아의 경제통합”, 삼성경제연구소 연구보고서, 2001. 11.

    .

  • 14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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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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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

    1998

    1999

    2000

    Bill

    ion U

    S$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동북아 주요 국가의 무역량 변화, 1985-2000

    출처: 이호철, “탈냉전 동북아 세력균형과 상호의존”, 2001년도 한국정치학회 연례

    학술회의 발표 논문, 2001. 12. 5, p. 5.

    그러나 중국의 지도부가 이들 중 어느 하나의 안보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그 동안 중국이 역내 경제적 상호의존에 깊이 참여함으로써

    얻고 있는 경제적 이득을 포기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중국 경제는 한

    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에서 중국의 남부해안지방, 대만, 홍콩, 그리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이르는 역내 지역경제 속에 긴밀하게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11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증대에 따른 안보협력의 가능성과 관련하여 동북

    아 지역에서 주목을 끄는 또 하나의 예는 일본이다. 일본은 제국주의적 침

    략의 역사와 이러한 과거에 대한 청산의 미흡, 그리고 중상주의적 경제개

    11 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안보와 경제의 상호관계”, 「국제정치경

    제연구」 제1집 (1997.12), p. 55.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15

    발 전략 등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적 국제관계에 대한 중대 위협 요

    인 중 하나로 인식되곤 한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인해 양

    국 사이에 통상마찰이 잦고, 세계 제2의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욕구로 인하여 국제질서의 불안정 요인으로 간주되

    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

    라 국제화, 세계화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고 일

    본의 대외경제관계가 무역위주에서 투자위주로 바뀜에 따라 일본의 대내외

    정치·경제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

    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일본경제의 역내경제에의 깊은 통합은 결국 이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12

    지역의 경제적 역동성에 힘입어 심화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관리하기 위한 경제협력 제도화 시도 또한 고무적인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상호의존이 증대하게 되면 이를 관리하

    기 위한 규범과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규범과 규칙에 따른 경제적 상호의

    존의 성공적인 관리 경험이 축적되어 가면 지역내 경제관계는 더욱 제도화

    되어 갈 것이고, 국가는 이러한 제도들을 준수함으로써 더 많은 이득을 보

    게되는 반면, 이러한 제도들을 우회하는 비용은 증대하게 된다. 그 결과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자국의 안보이익을 추진하려는 행동은 상당한 제약

    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규칙과 규범의 협상과 제도의 형성을 통해서 국

    가간 상호의존의 성공적인 관리가 진전되면 될수록 그 국가가 자국의 안보

    12 유현석·전재성, “동아시아 다자주의 안보제도에 대한 이론적 분석: 아세안지

    역포럼(ARF)과 주요국의 정책분석”, 「안보학술논집」 제9집 1호(1998), pp.

    81-82.

  • 16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대하게 된

    다.

    이런 측면에서 APEC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간의 경제협력을 위한

    대표적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아·태 국가 사이의 느슨한 경제협

    의체로 시작된 APEC은 상당한 수준의 제도화의 효과를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13 APEC의 일차적 목적은 역내에 증대하는 경제적 상호의존을

    관리하고 제도화함으로써 경제협력을 촉진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APEC은

    보다 근본적으로 정치적 동기에 의해서 강화·유지되는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시장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접근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의

    일방적이고 양자적인 압력을 제어하고, 미국의 적극적 참여를 지속시켜 일

    본의 경제적 지배와 군사대국화를 견제하며, 중국을 역내 경제적 상호의존

    의 망으로 적극 참여시켜 잠재적 안보위협을 감소시킨다는 정치적, 안보적

    고려가 APEC의 근저에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14

    자유주의자들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로 동북아

    시아의 경제발전이 역내 국가들의 민주화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확산은 역내 국가들간의 갈등과 전쟁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

    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15

    13 APEC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Woo Sik Kee et al., APEC and a New Pacific

    Community: Issues and Prospects (Seoul: the Sejong Institute, 1995), 특히

    Part I 참조.

    14 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p. 54-55.

    15 이와 같은 입장은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소위 ‘민주평화론’

    에 바탕을 두고 있다. Michael Doyle, “Liberalism and World Politic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0, No. 4 (December 1986) 참조.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17

    자유주의 모델에 따르면 경제발전의 성공은 민주주의의 장래를 더욱

    밝게 만든다. 이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정치적 다원주의를 가능케 하며, 개

    인의 자유를 신장하고 정치 민주화를 촉진하며 인권보장을 가능케 한다.

    또한 중산층, 지식인, 사업가 및 전문직 종사자 등 각종 사회그룹의 성장

    및 활성화를 가져온다. 이들 집단은 수입이 늘어나고 사회적 위치가 증진

    될수록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고 자유를 달라는 요구와 압력을 행사한다.

    또한 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하거나 성공하는 것을 보게되면 다른 나

    라 사람들도 그들의 국가를 향해 더 많은 민주화와 인권을 요구하게 될 것

    이다.

    아시아에서도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의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

    대만과 같은 나라에서는 여당 세력의 권력 독점화 전통이 이미 무너졌으

    며, 필리핀에서도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아직 적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이 비민주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민주화 투

    쟁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침체기에 처해 있고, 미얀마와 베트남에서

    도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북한에서도 경직된

    공산주의 독재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

    시아,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서 보다 많은 자유

    와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압력이 증가되고 있다. 자유주의 낙관론자들

    은 이러한 민주화의 과정이 곧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전파될 것이며,

    따라서 이 지역에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다.16

    16 동아시아에서 민주평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현인택, “민주평

    화와 동아시아의 미래”, 이상우, 「21세기 동아시아와 한국 I」 (서울: 오름,

  • 18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물론 자유주의적 낙관론도 동북아시아 지역에 불안정과 갈등의 요인들

    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또한 동북아시아지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

    적으로나 지극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국가들의 집합이다. 경제적으로 각국

    은 부존자원, 산업구조, 무역구조, 경제발전도, 소득수준 등 모든 지표에

    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과 약소국들이 혼재되어

    있고, 문화적·종교적으로도 배경이 상이한 이질적인 국가들이 어울려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생성되는 지역협력레짐은 정치·경제·문화적으로도 동질적

    이며 오랜 역사를 통해 협력과 갈등의 경험을 갖고 있는 유럽의 모델과는

    상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유럽과 다르다고 해서 동북아시

    아에 불신과 갈등이 지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불안정에 대한 예측이 대개 유럽의 역사에 기초하여

    형성된 인식을 동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평화에 기여하는 요소들이 동아시아에는 결여돼 있고 유럽의 불안

    정에 기여했던 요소들이 동아시아에 나타나고 있는 점을 부각시키는 방법

    으로 논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시대적·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이런한 이론

    의 적용은 현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릇된 행동

    처방을 내리게 할 위험성이 크다.17

    한편 일부 낙관론자들은 동아시아의 장래가 밝은데도 불구하고 ‘불안

    정론’이 제기되는 것은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불안정과 갈등이 미국과 유럽

    1998), pp. 235-271 참조.

    17 Nicola Baker and Leonard Sebastian, “The Problem with Parachuting:

    Strategic Studies and Security in the Asia/Pacific Region”,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Vol. 18, No. 3 (September 1995), 정진영, “동아시아의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pp. 155-156에서 재인용.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19

    에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동아시아 지역질

    서가 불안정하게 되면 동아시아로부터의 경제적 도전이 약화되고 막대한

    군수산업의 시장이 등장함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증대의 기회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주로 서구 학자들이 동아시아

    의 불안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논리이다.18

    나. 현실주의적 회의론

    동북아시아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19 현실주의적 입장에 기반하

    고 있다. 현실주의에 따르면 국가들은 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국은 무

    정부상태에서 자신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소위 자력구제의 원칙

    이다. 모든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과 끊임없는 경쟁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스스로의 힘 이외에 다른 제도나 기구에 안보를 맡기는 것

    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현실주의자들은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므로 국가 간

    18 예를 들어 정진영, “동아시아의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p. 185 참조.

    19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Aaron Friedberg, “Ripe for

    Rivalry: Prospects for Peace in a Multipolar Asia”, International Security,

    Vol. 18, No. 3 (Winter 1993/94), pp. 5-24; Barry Buzan and Gerald.

    Segal, “Rethinking East Asian Security”, Survival, Vol. 36, No. 2 (Summer

    1994); 김태현, “신세계질서와 동아시아: 한국의 선택”, 김태현 편 「신동아시

    아 안보질서」 (성남: 세종연구소, 1997), pp. 7-42; 안청시, “21세기 동북아

    안보질서”, 이상우 편저. 「21세기 동아시아와 한국 I」, pp. 273-292; 한태준,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경제낙관론에 대한 비판”, 김태현 편, 「신동

    아시아 안보질서」, pp. 131-152.

  • 20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의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실주의에서 협력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경

    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상대적 이익의 문제이고, 두 번

    째는 배신의 문제이다. 상대적 이익의 문제는, 국가들은 국가간의 협력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알지만 상대방의 이익이 자기의 이익보다 더

    크지 않을까를 염려하게 된다.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면 그 이득

    은 두 국가가 적대적인 관계로 변했을 때 자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두려워해 협력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간의 관계에서 한 국가

    가 배신을 할 경우, 이를 제재할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배신을

    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며 이런한 배신의 위험

    성 때문에 국가들은 협력을 꺼려한다는 것이다.20

    따라서 현실주의자들은 국제체제의 안정과 평화는 힘의 균형과 전력적

    평형의 움직임에 좌우된다고 본다. 즉, 국제관계의 특성은 국제체제를 구

    성하는 개별 국가들의 성격에 의해서 결정된다기보다 주요 국가들의 힘과

    세력이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실주의자들은 자유주의들이 주장하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평화효과 및 민

    주평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대신 국제체제의 구성원들간에 권력이

    배분되는 양상에 따라서 국가간의 관계도 결정된다고 본다. 즉 국력의 불

    평등이 심화되거나 주요 국가 간에 힘의 균형이 급속하게 파괴되면 이들

    간의 관계가 불확실해지고 국제체제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같

    은 이론적 관점에 기반하여 현실주의자들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경

    제적 상호의존과 안보협력의 관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비관적 시각을 제시

    하고 있다.

    20 유현석, 「국제정세의 이해」, p. 20.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21

    첫째, 현실주의자들은 탈냉전기 동북아에 나타나는 힘의 다극화 양상

    을 국가들 간에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불안정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정치변화는

    국력의 변화와 세력관계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확실성

    은 상대적 이익과 배신의 문제 때문에 상호 오인(misperception)과 오산

    (miscalculation), 그리고 갈등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은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들로 하여금 군사

    력 팽창에 더 매달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제력과 군

    사력의 팽창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장차 아시아에서 현상변경을 요

    구하고 나설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어 위험부담이 된다고 지적한다.21 중

    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군비현대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군비지

    출을 2배 이상 증대시켰다. 또한 중국은 해군력을 급속히 증강했으며 핵실

    험을 지속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군비증강에 대해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하

    였다. 일본은 ‘정상국가’ 논의, 신방위대강, 미·일 신방위지침 등 제도적으

    로 군비를 증강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군

    사대국화 가능성은 다시 중국의 우려를 낳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

    등에도 잠재적 위협의 가능성을 높였다.

    둘째, 현실주의자들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상호의존적이고 자유로운

    세계경제질서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는 국가들간에 큰 차이가 있고, 설사

    일본과 같이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마저도 높은 수준의 비관세 장벽

    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특히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역동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내 국가들간의 상호의존 수준은 유럽에 비하여

    21 안청시, “21세기 동북아 안보질서”, p. 286.

  • 22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크게 낮다. 물론 경제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역내 국가들간의 상호의존 수

    준이 높아지겠지만, 이 경우에는 지역경제기구의 부재로 인하여 상호의존

    에 따른 갈등을 관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회의론자들은 주장한다. 아울러

    최근 야기된 일부 동아시아 국가의 금융·경제위기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적 혼란을 유도, 지역 전체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

    로 지목되고 있다.

    셋째, 경제적 상호의존이 반드시 긴장과 갈등에 대한 방어책은 아니

    다. 즉, 설사 상호의존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자유주의

    자들의 주장처럼 평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주의 이론에 따

    르면 무역·투자·원조란 결국 권력정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취급

    한다. 또한 불평등한 교역 상대국간에 상호의존이 증대되면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특히 미·일, 한·일 관계처럼 한쪽이 다른 쪽을 차별하거나 불

    공정하게 다룬다고 보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경제적 이해관계의

    증대는 곧 갈등을 초래하고 간섭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예

    컨대, 전략적 자원과 해로의 확보 필요성은 힘의 사용을 종종 정당화시킨

    다. 아울러 어느 일방이 핵심적 안보이익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에는 상대국과의 경제관계가 아무리 긴밀하고 중요하다 할지라도 이를 지

    키려 할 것이며, 때로는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만과 중국은

    긴밀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독립

    이나 중국통일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나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을 위협하

    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22

    22 이 문제와 관련, 코사는 경제적 상호의존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오히려 주변

    위협에 대해 잘못된 대비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990년

    이라크가 군대를 쿠웨이트와의 국경에 전진 배치시켜 전운이 높아졌을 때, 쿠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23

    넷째, 현실주의자들은 다자간 국제기구가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힘

    을 가진다는 견해에 대하여도 회의적이다. 회의론자들은 특히 동아시아의

    다자주의와 경제협력의 제도화가 유럽 등과는 달리 최근에야 시작되었으

    며, 그 진전 상태도 느리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현재 활

    동하고 있는 기구들이나 태동중인 협력방안들도 상호신뢰와 자신감에 바탕

    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상태에서 만들

    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23 동아시아의 다자협력체들이 지금까지 이

    루어낸 기록을 보더라도 많은 대화, 선언문, 실무적 제안 등이 나온데 비

    해서 눈에 띠는 실질적 성화는 별로 크지 않다. 유럽이나 대서양 연안 지

    역들과 비교해 볼 때 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협력기구와 그 절차들은 아직

    도 후진적 수준에 머물로 있는 상태이다. 특히 동북아 지역은 지금까지 새

    로운 다자간 협력체를 설립하는 데 가장 소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이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ASEAN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이 성취해

    온 신뢰와 협력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요원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언제 다자주의 협력기운이 동북아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만큼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

    이다.

    다섯째, 현실주의자들은 안보문제가 경제관계를 결정적으로 조건 지운

    웨이트 정부관리들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경제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

    문에 감히 쿠웨이트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Ralph A. Cossa & Jane Khanna, “East Asia: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Regional Security”, Internatinal Affairs, Vol. 73, No. 2 (April 1997), p. 224.

    23 이와 관련 부잔과 시갈은 동아시아는 다자주의의 씨를 뿌리고 성장시키기 힘

    든 곳이라고 강조한다. Buzan & Segal, “Rethinking East Asian Security”, p.

    16.

  • 24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다고 본다. 안보관계의 호전은 경제교류를 증대시킨다. 한국과 중국과의

    수교 이후 양국간 경제교류가 크게 증가한 것이 좋은 예이다. 반면 안보관

    계의 악화는 경제적 교류를 급속하게 중단시킨다. 예를 들어 1996년 핵실

    험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사이의 경제교류가 급속하게 냉각되었다.

    또한 냉전 종식 이후 증가한 미국과 한국 및 일본 간의 통상마찰은 근본적

    으로 변화된 안보환경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냉전기간 미국은 한국, 일

    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자국의 시장을 열어주는 한편

    동맹국들의 보호주의 정책을 묵인해 왔다. 이는 미국이 추진했던 봉쇄전략

    이라는 세계 안보전략 때문이었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으로 미국은 정치적

    지지를 위해 경제적 양보를 제공하던 ‘포괄적 상호주의’를 철회하기 시작했

    고, 동맹국들에 대해서 보다 엄격하고 실질적인 상호주의를 요구하면서 일

    련의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킨 것이다.24

    여섯째, 회의론자들은 동아시아의 민주화 추세에 대해서도, 비록 이

    지역의 민주화가 크게 진척되기는 했지만 지역 전체로 볼 때, ‘민주평화론’

    의 가설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아시아의 정치문화는 권

    위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고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갈등과 오해가 발생

    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주의적 회의론자들은 동북아시아 지역 내의 고유한 분

    쟁가능요인들 또한 지역안보의 위협요인으로 지적한다. 동북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상호 적대감과 의구심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은 모두 과거에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한

    24 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안보와 경제의 상호관계”, 「국제정치경

    제연구」 제1집(1997), p. 5.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25

    국전쟁 등의 쓰라린 전쟁을 치른 당사국들이다. 또한 국가간 미해결 문제

    도 산재해 있다. 한반도 분단과 대만 문제는 이 지역 최대의 잠재적 불안

    정 요인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북방열도에 대한 일본과 러시아간의 영토분

    쟁, 남사군도에 대한 주변국들간의 긴장과 분쟁가능성도 동북아시아 평화

    의 위협요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북한 등의 국내정치의 급격한 변화 가능

    성 또한 지역안보질서에 충격과 파장을 미칠 수 있다.25 최근 북한이 핵개

    발을 시인한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간의 대립과 이로 인한 한

    반도의 위기 조성은 회의론자들의 시각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회의론자들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과거에

    서로 협력해 본 경험이 부족하며, 이미 있는 것들도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

    는 데는 별 쓸모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힘의 사용에 대한 제한체계나 책

    임감 또는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이 지역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26 이러한 관점에서 대표적인 회의론자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

    드버그(Aaron Friedberg)는 유럽과 달리 탈냉전 시대 동아시아는 군사

    적 경쟁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며, “유럽의 과거가 동아시아의 미래”라

    고 주장한다.27

    25 동아시아에서의 갈등 요인과 지역분쟁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할 것. 권호연, “동아시아의 갈등요인: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김태현

    편, 「신동아시아 안보질서」, pp. 43-58; 홍규덕, “동아시아의 지역분쟁”, 김

    태현 편, 「신동아시아 안보질서」, pp. 91-130.

    26 Jonathan Pollack, “Sources of Instability and Conflict in Northeast Asia”,

    Arms Control Today (November 1994), p. 3.

    27 Firedberg, “Ripe for Rivalry”, p. 7.

  • 26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다. 이론적 논의의 평가

    동북아시아에서 경제협력과 안보의 관계를 조망함에 있어서 현실주의

    와 자유주의에 기반한 논쟁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예측하거

    나 혹은 낙관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너무

    한쪽 측면만을 강조하는 입장에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동북아시아에

    는 안정적 요인과 불안정적 요인이 혼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앞

    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지역적 협력을 효과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회

    의론과 낙관론 어느 한쪽에 빠져들기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쪽의 장·

    단점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바람직한 안보질서가 수립될 수 있

    도록 하는 데 필요한 행동전략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즉, 동북

    아시아 국제질서에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부정적인 측면을 억제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함으로써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주의적 회의론과 자유주의적 낙관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

    고 있다.28 첫째, 회의론과 낙관론은 모두 일방적이고 결정론적인 예측을

    28 이러한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Gerald Segal, “How Insecure is

    Pacific Asia?” International Affairs, Vol. 73, No. 2 (April 1997), pp.

    235-249; Dennis Patterson, “Security in Post-Cold War Northeast Asia: The

    Problem of Theory”, Kwang Il Baek ed., Comprehensive Security and

    Multilateralism in Post-Cold War East Asia (Seoul: KAIS, 1998), pp. 3-24;

    김국진, “동아시아의 평화질서”, 이상우 편저, 「21세기 동아시아와 한국 I」,

    pp. 197-218; 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안보와 경제의 상호관계”,

    「국제정치경제연구」 1 (1997.12), pp. 49-60.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27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즉, 경제

    와 안보의 관계는 시간적·공간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둘째, 현실주의적 회의론이건 자유주의적 낙관론이건 동북아시아 국제

    질서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데는 불완전하다. 현실주의적 비

    관론은 탈냉전의 구조적 조건에만 분석의 초점을 두고 ‘다극화의 역동성’이

    야기할 불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였다. 물론 이를 부인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구조적 결과들은 현실 국제정치과정에 의해서 완화되기도 하고 약

    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주의적 회의론은 현실 국제정치과정에 의해서

    제어되거나 통제되지 않은 최악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과 제도의

    형성 등 국제정치 ‘과정’의 역할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한편, 자유주의적 낙관론은 이와는 반대로 구조적 제약성과 역내 안보 위

    협적 요인들은 지나치게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유주의적 낙관론은

    힘의 분포라는 국제정치의 구조적 현실을 등한시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 대

    해 가능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완전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경제와 안보와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회의론과 낙관론의

    논쟁은 안보를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종속변수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코사(Ralph Cossa)가 지적한 바와 같이 다른 지역은 물론이거니

    와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경제, 정치, 안보 문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적 고려가 안보문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 정치 혹은 안보문제는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친다.”29 따라서 동북아시

    29 Cossa & Khanna, “East Asia: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Regional

    Security”, p. 223.

  • 28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아의 지역안정성은 지역 안보증진을 위한 안보논리와 역동적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논리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

    와 안보는 상호작용하면서 지역안정성을 강화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즉, 그 결과는 악순환(vicious cycle)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호순환

    (virtuous cycle)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30

    따라서 동북아에서 경제와 안보의 연계 문제는 ‘현실에서 어떻게 경제

    와 안보간의 상호작용이 호순환 하도록 관리하여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

    화를 증진시킬 것인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와 관련 문정인은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안보 사이에는 인간과 그들의 의향, 의지 그리고 계

    획이 놓여 있으며, 인간은 양자간의 연계를 목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31

    동북아시아에서의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지역내 갈등에 대한 경험적 연

    구도 ‘관리’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간의 무역

    량 증가와 갈등의 관계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무역을 통한 국가간 경

    제적 연계가 그들간의 협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

    실이지만, 지역내 상호의존성 증가가 반드시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

    다. 따라서 경제적 상호의존이 안보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는 구성원간의 지속적인 조정과 관리가 필요하다.32

    30 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p. 56.

    31 Chung-in Moon,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the Implications for

    Security in Northeast Asia”, Asian Perspective, Vol. 19, No. 2 (Fall-Winter

    1995), pp. 29-52.

    32 Tae-hoi Huh,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International Conflicts in the

    Asia-Pacific”, Asian Perspective, Vol. 21, No. 1 (Spring-Summer 1997),

    pp. 233-258.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29

    4. 정책적 함의: 안보-경제의 상승적 연계 모색

    동북아시아에는 역내 질서에 대한 안정적 요인과 불안정적 요인이 동

    시에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북

    아시아 국가들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점차 증대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

    것은 변함 없는 추세가 될 것이며,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경제적 역

    동성은 이 지역의 안정적인 안보환경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

    북아시아에는 다양한 지역내 갈등 및 분쟁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현

    실주의자들이 강조하듯이 이로 인한 안보환경의 변화 또는 위협은 역내 경

    제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현실은 어느 일방으로의 결정론

    적 관계가 아니라 양자간의 상호작용과 상호구성이며, 문제는 이러한 상호

    관계를 악순환이 아니라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을 동시에 촉진시키는 호순환

    으로 작동시키는데 있다. 그렇다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증대하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유동적인 안보관계를 긍정적 상승 작용으로 가동시키기 위해서

    추진되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동북아시아의 장래에 대한 현실주의적 분석이나

    자유주의적 분석은 모두 불완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론적 틀에 기

    초한 그들의 분석이 이 지역에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국제질서를 수립하

    는데 필요한 행동전략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데 유익한 준거기준을 마련

    해주는 것도 분명하다. 즉, 양쪽 주장은 각각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예측하

    고 해결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충분조건은 될 수 없어도 필요조건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양쪽의 주장 중 긍정적인 측면을 확대시키고 부정적인 측

    면을 축소시키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30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가. 외부 균형자의 필요성

    동북아의 안정과 역내 국가들의 상호협력을 위해선 우선 역내 세력균

    형의 유지를 위한 균형자가 필요하다. 19세기 서구세력이 동북아시아에

    침투한 이래 이 지역의 세력균형은 주로 외부세력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

    다.33 따라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소련의 세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미국도

    필리핀 기지를 폐지하는 등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움

    직임을 보이자 이 지역에서의 힘의 공백과 이에 따른 불안정에 대한 우려

    가 높아졌다. 특히 현실주의자들은 군사적·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

    는 중국의 등장으로 인한 역내 권력투쟁과 이에 따른 지역 불안정성을 우

    려하였다.34

    1995년 2월 미 국방성이 발표한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전략보고

    서(EASR)’ 에서 미국이 계속 동아시아에 10만 명 정도의 군대를 상주시

    키는 등, 아시아에서 “개입 및 확대(engagement and enlargement)“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힘의 공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 보고서에서 아시아에서 미국이

    추구할 이익으로서 ① 평화와 안보, ② 지역에 대한 상업적 접근, ③ 항해

    의 자유, ④ 패권국가의 등장 방지 등을 제시하였다.35 현재 미국의 이러

    33 Michael Yahuda, The International Politics of Asia-Pacific (London:

    Routledge, 1996), pp. 1-17.

    34 중국 위협론에 대해서는 David Shambaugh, “Growing Strong: China’s

    Challenge to Asian Security”, Survival, Vol. 36, No. 2 (Summer 1994);

    Gerald Segal, “East Asia and the ‘Constrainment’ of China”, International

    Security, Vol. 20, No. 4 (Spring 1996), pp. 107-135.

    35 U.S. Department of Defense, “United States Security Strategy for the East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31

    한 세력 균형자로서의 역할은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 내부 균형자로서 다자기구의 역할 활성화

    비록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미국이

    적절한 균형자의 역할을 넘어서 패권을 추구할 경우 이는 오히려 동아시아

    에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부시 행정부의 힘을 앞세운 외교는 그

    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대외정책의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긴다는 원칙이 포함된 ‘원 플러스

    (One-Plus)’ 전략을 미국의 새로운 전략 틀로 마련하였다. 미국은 이에

    입각하여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한국, 호주와 보다 긴밀한 안보유대를 형

    성해야 하며, 일본의 군사력은 아시아 지역의 미군사력을 지원하기 위해

    보다 긴밀하게 통합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을 ‘전략적 동

    반자(strategic partner)’로 인식한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동맹을 유지·

    강화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36 이와 같은 미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에 대해서

    Asia-Pacific Region”, February 1995. 이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한 나이

    (Joseph S. Nye)는 “The Case for Deep Engagement”, Foreign Affairs, Vol.

    74, No. 4 (July/August 1995), pp. 90-101에서 상기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

    며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 32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의 불안 요인으

    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9·11 테러사태 이후 세계 국가들에 대해 테러

    를 지원하는가 여부에 따라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대외정책 기준을 세운

    것도 동아시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나아가 이라크전의 조기종결 이

    후 더욱 강화된 미국의 일방주의도 동아시아의 지역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

    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동아시아의 안정적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외

    부 균형자’ 뿐만 아니라 ‘내부 균형자‘가 필요하다. 현재 아시아에서 중국의

    힘을 단독으로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중국과의 세력다툼 및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역사적 유산으로 인한 주변국들의 반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

    서 동아시아에서는 한 국가가 아닌 다자 기구가 내부 균형자의 역할을 담

    당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자유주의적 낙관론자들이 선호하는

    아시아에서의 다자주의의 활성화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구로

    ASEAN 지역포럼(ARF)을 들 수 있다. 1994년 설립된 이 기구는 신뢰구

    축조치의 증진, 예방외교 개발, 분쟁에 대한 접근법의 정교화 등을 목적으

    로 하고 있다. ARF는 동아시아 지역내의 유일한 안보 및 협력을 위한 대

    화협의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미·일·중·러 등 역내 주요 국가들에게

    역내 안보문제에 대한 대화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36 Robert Zoellick, “A Republican Foreign Policy”, Foreign Affairs, Vol. 79,

    No. 1 (January/February 2000), p. 74; 오일환,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미

    국의 대북정책 현황과 전망”, 2002년도 한국국제정치학회 춘계학술회의 발표

    논문, 2001. 4. 26, pp. 2-4.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33

    으로 평가되고 있다.37 특히 ARF는 1995년 브루나이 회의에서 남사군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확보하는 등 지역분쟁의 해결은

    물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균형자의 역할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38

    아울러 2000년에는 북한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동아시아 평화 유지를 위한 역할을 넓혀

    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 북한 등이 왜 ARF에 가입하고, 또 자신들이 껄

    끄럽게 생각하는 문제들을 역내 다른 회원국들과 논의하는가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주요 이유는 역내 국가들과의 친선관계를 유지

    하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측면은 자유주의자들이 중요시하는 경제적 상

    호의존성과 다자주의의 확대가 현실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세력균형의 유지

    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동아

    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방법으로만

    은 불충분하며, 세력균형의 유지와 경제적 상호의존 및 다자주의의 제도화

    가 모두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역내 경제협력을 제도화함에 있어서도 위에서 언급한 안보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반드시 그 안보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다자간 경제협력을 제도화하고자 할 때 미국과 중국의 참여

    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은 역내 안보관계를 안정화시키는데 결정적으로 중

    37 Michael Leifer, “The ASEAN Regional Forum: Extending ASEAN’s Model of

    Regional Security”, Adelphi Paper 302 (London: IISS, 1996) 참조.

    38 균형자로서의 ARF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Segal, “How Insecure is Pacific

    Asia?”, p. 247 참조.

  • 34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체제 형성방안

    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EASR에도 나타났듯이 이 지역과

    경제관계도 중요시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아직 경제적으로

    미국에게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그 잠재적 안보위협을 고려할 때,

    중국의 참여도 중요하다. 역내 증대하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이로 인한 중

    국의 경제성장은--남사군도 문제 해결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중국이 그

    안보목적을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역내 불안정성을 크

    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39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열린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표방

    하고 있는 APEC 체제의 발전은 다자간 경제협력체의 구축을 바람직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APEC은 앞으로 동아시아의 번영에 대한 위

    협을 저지하고, 탈냉전시대에 예상되는 동북아의 정치·경제적 변화와 안보

    상의 긴장요인들을 감소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40

    다. 국지적 경제협력지대 육성

    동아시아에서 비록 APEC, ARF 등과 같은 지역내 다자 협의체가 꾸

    39 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pp. 57-58. 김국진, “동아시아의 평화

    질서”, pp. 207-208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지역 협력체

    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40 이와 관련, 문정인은 향후 동아시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지역질서를 미국의

    리더십에 의한 현상유지, 미국-일본의 양자패권, 일본의 군사화 혹은 중국의

    지역패권화에 따른 닫힌 지역주의,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하는 열린

    지역주의, 그리고 유엔 주도하의 다자주의 등으로 예상하고, 열린 지역주의

    가 지역 협력과 안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현실적이며 바람직한 체제라

    고 강조한다. Moon, “Economic Interdependence”, pp. 41-49.

  •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의 이론적 틀 35

    준히 발전하고 있으나 그 속도가 매우 느린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유럽과는 다른 아시아의 특징 때문이다.41 첫째,

    동아시아 국가들은 공통된 안보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제

    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유럽과 같이 철저하게 양극적인 구조를 형성한

    경험이 없다. 물론 미국을 중심으로 구소련과 적대적 관계를 어느 정도 형

    성했던 것은 사실이나 동맹국 간의 수평적인 연계가 유럽만큼 강력하지 못

    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냉전시대에도 이 지역에는 미·소를 중심으

    로 동맹그룹이 대치한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그룹

    내에서 간극이 존재했던 것만큼 공산주의 그룹 내에서도 상호 알력과 불신

    이 존재했다. 또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동맹그룹에 대한 충성심 또는 연계

    의식이 유럽의 그것만큼 확고하지 못했으며 동맹그룹 간에는 의혹과 불신

    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간에는 불행한 역사적 사실로 인해 두

    나라가 모두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안보연계 고리가 존

    재하지 않고 있다.

    둘째, 동아시아 지역의 또 다른 안보환경 특성은 정치·경제·문화·역사

    적 구조의 다양성이다. 역내 안보협력을 가능케 하는 촉매제는 공통된 안

    보 위협 인식뿐만 아니다. 유럽의 경험에서 나타나듯이 역내 국가들이 지

    니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역사적 구조의 동질성도 안보협력을

    41 Rosemary Foot, “Pacific Asia: The Development of Regional Dialogue”,

    Louise Fawcett and Andrew Hurrel eds., Regionalism in World Politics:

    Regional Organization and International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