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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에서 전하는 수행의 향기 통권 184호 불기 이천오백육십년_2016 7

조계산에서 전하는 수행의 향기 송광사 72016년 7월 1일 발행 등록일자 2001년 9월 19일 등록번호 전남 라 00054 contents 2 주장자 나의 그릇 4 송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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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산에서 전하는 수행의 향기

    통권 184호 불기 이천오백육십년_20167송광사

  • 승보종찰조계총림 송광사통권 제 184호 2016년 7월호

    발행처

    승보종찰조계총림 송광사

    57913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 안길 100

    편집실 전화

    061-755-5328

    팩스

    061-755-0408

    발행인 겸 편집인 진화

    편집고문 각안 고경 일화 인석 정응

    편집장 중현 · 편집위원 이정범 이준엽

    사진·홍보 유동영

    편집디자인 호남문화원 062-383-3538

    인쇄소 한일원색

    홈페이지 www.songgwangsa.org

    2016년 7월 1일 발행

    등록일자 2001년 9월 19일

    등록번호 전남 라 00054

    contents 2 주장자 나의그릇

    4 송광사산책

    육감정징검다리

    6 법성료

    쌀한톨의공덕

    8 책소개

    9 명상카툰

    10 산문밖정토세상

    그섬에가고싶다

    12 아함경여행

    광대의웃음과삿된소견

    14 동화가있는서재

    성실

    19 16국사소개

    제7세자정국사일인

    20 조계총림들여다보기

    사자루

    24 세상속으로

    가수의기본,스님의기본

    26 이달의사찰음식

    월과채

    29 템플스테이

    송광사찾아온프랑스사람들

    32 송광사에서만난사람들

    정연지화순만연사사무장

    34 고향수

    노란꽃혹은금계국

    37 송광사의문

    정혜문

    38 불교상담

    모자를벗고싶어요

    40 특별기고

    조계산보조암터발굴조사

    42 송광사소식

    47 감로암소식

    48 소설효봉

    범일묵적 梵日墨跡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이신 범일 보성 큰스님의 글씨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을 함께하고자 한다.

    恒順衆生願 항순중생원

    늘 중생이 바라는 데로 따르라.

  • 송광사보 54

    주장자

    범일 보성 梵日 菩成 l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부처님의 자비심은 따뜻한 봄기운처럼 온 세상에 가득하고,

    부처님의 태양은 늘 나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기운을 ‘나’는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결국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그릇’ 만큼입니다.

    내 그릇만큼 그 빛과 자비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릇이 작으면 적게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릇 속이 허욕으로 가득 차 있으면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염불을 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바로 그릇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것은 ‘나를 비우고 아미타불의 무량한

    빛과 무량한 수명을 가득 담겠다’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는 것은 ‘나를 비우고 관세음보살의 대자비

    심과 복덕을 받들고 따르고 담겠다’는 것입니다.

    ‘지장보살’을 염불하는 것은 ‘나의 그릇에 지장보살 같은 큰 원과

    위신력을 담아보리라’하는 것입니다.

    ‘나’를 비우면 나의 그릇은 커지고, 불보살님을 따르면서 그 공덕

    을 담게 되면 내 그릇 속은 좋은 것으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비울수록 커지고, 비울수록 채워지는 것이 부처님 공부입니다.

    나의 그릇

    방장스님 법어집 『내 갈 길을 가는 불자』 中에서

  • 6 송광사보 7

    유동영 사진작가의 송광사 산책_육감정 징검다리

  • 8 송광사보 9

    법성료_자경문 강의

    쌀 한 톨의

    공덕

    其一은 軟衣美食을 切莫受用이어다

    첫 번째,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절대로 받아 입거나 먹지 말라.

    열 가지 지켜나갈 덕목 중에서 첫 번째는 옷과 음식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

    수적인 것이니, 인간의 업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수행자도 마찬가지로, 옷과 음식은 없어서

    는 안 되는 것이며, 따라서 수행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수행자에

    게는 실제로 입고 먹는 문제는 그 자체가 수행의 한 부분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니, 이

    것만 잘 관리해도 수행의 깊이는 깊어진다.

    自從耕種으로 至于口身히 非徒人牛의 功力多重이라 亦乃傍生의 損害無窮이니 勞

    彼功而利我라도 尙不然也어든 况殺他命而活己를 奚可忍乎아

    밭 갈고 씨 뿌리는 일로부터 입과 몸에 이르기까지 한갓 사람이나 소의 공력이

    많고 무거울 뿐 아니라, 또한 곁에 사는 벌레들의 상해도 한량이 없으니, 남을 수고

    롭게 하여 나를 이롭게 하는 것도 오히려 그럴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다른 생명을

    죽여서 내 몸을 살아가게 하는 일을 어찌 차마 하겠는가!

    음식이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음식을 함부로 받기가 송구스

    러워진다. 농부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며, 가축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더 멀리로는 인류

    연각然覺 l 조계총림 송광사 승가대학장

    가 시작된 이후 농사짓는 법을 찾아내고 발전시켜온 많은 선조들의 공덕도

    스며있을 테니, 쌀 한 톨의 공덕을 어찌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요즘에는 소의 수고로움이 농기계들로 대체되고 있지만, 농기계를 만드는

    데 들어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니, 이 또

    한 많은 사람들의 공덕이 스며있는 것이요, 농작물을 만들어 낸 공덕에 포

    함된다.

    또 농작물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었는지, 우리는 헤

    아릴 수조차 없다. 농업도 산업화되어가는 현대에는 더욱 많은 생명들이

    죽게 된다.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농작물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살

    충제가 뿌려지게 되니, 그 만큼 많은 생명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음을 의

    미한다.

    이러한 공덕으로 이루어진 공양물을 받는 수행인의 입장에서, 다른 이(농

    부 등)를 수고롭게 한 것은 그나마 감수할 만하겠지만, 다른 많은 생명의

    희생으로 수확한 것을 내가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것은 수행자로서 감수하

    기 힘든 문제이다. 연각스님

    송광사에서 현봉스님을 은사로 출가.

    송광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선사 능엄학림 등 제방에서 정진.

    현재 송광사 승가대학 학장.

    송광사보 9

  • 10 송광사보 11

    명상카툰

    승보종찰 송광사 주지 진 화 합장

    송광사 사부대중은 그동안 사진으로 대체되었던 영산전 팔상탱화(보물 제1368호)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여 다시 영산전에 봉안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복원하는 영산전 후불탱화는 영산회상도와

    부처님의 생애를 묘사한 여덟 점의 석가후불도입니다.

    영산전 팔상탱을 새롭게 모시는 인연공덕으로 다함께 성불도생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접 수 기도접수처 : 061) 755 - 5306

    계 좌 농 협

    351 - 0482 - 9771 - 03 (예금주 : 송광사)

    우 체 국 501676 - 01 - 002456 (예금주 : 송광사)

    국민은행 783601 - 01 - 464275 (예금주 : 송광사)

    대시주 | 2,000만원

    대시주자는 시주질에 기재.

    대중질大衆秩과 시주질施主秩은 탱화 뒷면에 기록.

    일반동참 | 1구좌 30만원

    구좌 당 접수받으며, 1구좌 이상 가능.

    한 점의 팔상탱에 여러 구좌를 올릴 수 있으며

    여러 구좌를 한 점 이상의 팔상탱에 올릴 수도 있음.

    동참자 명단은 복원된 팔상탱에 복장.

    영산전 팔상탱화 봉안 불사

    영산전 팔상탱 을 새롭게 모십니다

    1. 도솔래의상 - 흰 코끼리를 타고 마야부인의 태에 드시다. 2. 비람강생상 -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시다.

  • 12 송광사보 13

    산문 밖 정토세상

    그 섬에

    가고 싶다 글·사진_연합뉴스 형민우 기자[email protected]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정현종 시인의 ‘섬’입니다. 딱 두 줄 짜리

    시인데도 많은 여운을 주는 시지요.

    섬은 언뜻 보면 육지와 동떨어진 외로운

    땅입니다. 바다나 혹은 강이 사람과 사람 사이

    의 왕래를 막고 땅과 땅의 연결을 끊어 놓은

    듯 보입니다. 시인은 섬이 사람들 사이에 있다

    고 봅니다. 시인이 노래한 ‘섬’이 우리가 늘 쉽

    게 생각하는 땅으로서의 ‘섬’이 아닐 수도 있

    지만, 외로움과 소외의 의미보다는 더 따뜻하

    게 여겨집니다.

    ‘섬’은 육지와 다른 것이 많습니다. 사방

    이 바다로 둘러싸인 유배의 땅이기도 하고, 어지

    러운 세상과 떨어진 순수를 간직한 땅이기도 합

    니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지친 몸을 부릴 수

    있는 휴식의 땅이기도 하고, 생명력 넘치는 원시

    의 땅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

    은 곳은 신안입니다. 오죽했으면 ‘천사(1004)의

    섬’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실제로 세어보

    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저 멀리 가거도부터 흑산도, 비금도, 자은

    도, 팔금도, 암태도, 홍도, 만재도, 병풍도, 당

    사도, 개도, 가란도, 고이도, 대야도, 태도, 대둔

    도, 사옥도, 도덕도, 다물도, 칠발도, 작도, 삼

    도, 항도, 소도, 옥도, 굴도, 추도, 효지도, 외길

    도, 내갈도, 평사도 등등 생전 듣지도 못한 섬

    이 많더군요. 지금은 다리가 놓여 차로도 금방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도 많지요.

    회사에서 ‘가고 싶은 섬’ 기획 취재를 하

    게 돼 신안의 자은도를 다녀왔습니다. 압해 송

    공선착장에서 배로 30여 분만에 도착해 차로

    20여 분을 더 가니 자은도가 나왔습니다. 자은

    도는 암태·안좌·팔금 등 3개의 섬과 연륙교

    로 이어져 배를 한번 타면 4개의 섬을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3개 섬도 좋지만 자은

    도는 해수욕장이 많아 여름철 휴양지로 좋아

    보였습니다.

    서해안에 있는 섬이지만 쪽빛 바다가 넘실

    거렸고, 아름드리 해송이 넉넉하게 그늘을 만들

    어주었습니다. 바람 속에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습니다. 사람과 일에 치여 미처 바라보지 못

    한 것들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섬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고독입니다.

    그런데 요즘 섬이 많이 아픕니다. 차마 입

    에 올리기조차 힘든, 있을 수 없는 일이 한 섬

    에서 벌어졌습니다. 탐욕에 빠진 나쁜 어른들

    이 저지른 일로 아이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났습니다.

    사람들만큼 섬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한

    없이 낭만스럽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노래했던

    섬이 한 순간 벌어진 일로 악의 소굴처럼 돼 버

    렸습니다. 상처를 씻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섬

    을 유폐의 땅, 소외의 땅으로 만들어서는 안됩

    니다. 섬은 사람들 사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 14 송광사보 15

    아함경 여행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나알라촌의 촌장 탈라푸타는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

    드리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내가 들으매 옛날 노래하고 춤추며 익살

    부리는 늙은 선생은 이와 같이 말하였나이다. 즉 ‘만일 광대

    아이가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익살을 부리면서 여러

    가지 재주로 대중들을 기쁘게 하고 웃기면, 그 업의 인연으

    로 몸이 헐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환희천1)에 태어난다’

    라고. 고타마법에서는 어떻게 말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중략 ……

    “나는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옛

    날 이 마을의 중생들은 탐욕을 떠나지 않아 탐욕에 묶이었

    고 성냄을 떠나지 않아 성냄에 묶이었으며, 어리석음을 떠나

    지 않아 어리석음에 묶이었다. 그런데 그 여러 어린 광대들

    은 대중 앞에서 갖가지 노래와 춤과 풍류와 익살로 그 대중

    들을 기쁘게 하고 웃기었다. 촌장이여, 그 즐겨하고 기쁘게

    웃는 사람들은 과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을 더욱

    굳게 하지 않았겠는가.”

    1) 이런 천상세계는

    없다. 그 사람들이

    믿고 있을 뿐이다.

    광대의

    웃음과

    삿된 소견

    잡아함경 907. 차라주라경遮羅周羅經

    보국스님 l 무우사

    촌장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그렇나이다, 고타마시여.”

    “촌장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밧줄에 묶이었는데, 다시 어떤 사람이 오래 전부터

    나쁜 마음을 가지고, 그 사람을 그릇된 이치로 해치고 고통을 주려고 그 묶은 밧줄에 물

    을 자주 뿌리면, 그 결박은 갈수록 더욱 조이지 않겠는가.”

    “그렇나이다. 고타마시여.”

    “촌장이여, 그 옛날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을 떠

    나지 않았는데, 그 익살을 즐겨하고 기뻐하는 웃음으로 결박을 더 조여 왔느니라.”

    “실로 그러하나이다. 고타마시여, 그 여러 어린 광대들은 그 중생들을 즐거워하고 기

    쁘게 웃겨,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을 더욱 더하게 하였나이다. 그 인연으로 말미

    암아 몸이 헐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좋은 곳에 태어난다는 것은 그럴 이치가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옛날의 어린 광대들이 대중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웃기어, 그 업의 인연으로

    환희천에 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삿된 소견이다. 만일 삿된 소견이라면 그는 반드시 지옥

    이나 축생의 두 곳에 태어날 것이니라.”

    …… 중략 ……

    그 때에 나알라촌의 촌장 탈라푸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따라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떠나갔다.

  • 성실

    16 송광사보 17

    동화가 있는 서재

    성실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교실마다 급

    훈이 쓰인 액자가 걸려있었다. 거기에는 선

    생님이 교육 목표로 내세운 가르침이 담겨있

    었다. 급훈 가운데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근면’, ‘성실’과 같은 것들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고 근면하게 생활을 하면 성

    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긴 단어들이다. 경

    제 성장을 제일의 가치로 여겼던 시대의 산

    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가치들은 그리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성실하

    고 근면하더라도 미래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 이미 금수저

    와 은수저, 흙수저로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

    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

    는데, 어떻게 성실이라는 가치가 중시될 수

    있겠는가.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러한 사회 현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이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의 동

    화인 이솝의 를 통해 그 문

    제를 고민해볼까 한다.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일야(전북불교대학 학장)

    어느 무더운 여름날 베짱이는 나무 위

    에 앉아 노래를 부르면서 놀고 있었는데, 개

    미들은 그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

    히 일을 하고 있었다. 베짱이는 놀지도 않고

    일만 하는 개미들을 향해 이렇게 놀려댔다.

    “이것 봐, 개미들아. 너희들은 일만 하

    려고 태어났니? 나처럼 놀면서 하라고.”

    그러나 개미는 놀기만 하는 베짱이에게

    말했다.

    “지금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겨울 내내

    굶게 된다고. 그러니 너도 놀지만 말고 일 좀

    하렴.”

    베짱이는 겨울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는

    데, 일만 하는 개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래서 개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면서 노

    는 데만 열중했다.

    어느덧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추운 겨

    울이 다가왔다. 찬바람이 불면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베짱이는 먹을 것을 찾

    아 눈 속을 헤맸지만 매번 허탕만 쳤다. 너무

    굶은 탓에 걸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개미의 집을 발견

    한 베짱이는 먹을 것을 좀 나눠달라고 애원

    했다. 성실한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개미는

    베짱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베짱이를 집안

    으로 들인 개미는 여름내 비축해두었던 음식

    을 나누어주었고, 베짱이는 따뜻한 난롯가

    에 앉아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베짱이는 개

    미에게 사과를 했다.

    “개미야, 일만 한다고 너를 놀려서 미안

    해. 내가 어리석었어.”

    이렇게 베짱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

    성했고, 개미는 내년부터는 열심히 함께 일하

    자고 베짱이에게 말했다.

    이솝우화

    그림 출처: 핑크퐁 (인기 동요·동화)

    www.youtube.com/user/pinkfongko

  • 18 송광사보 19

    성실, 모든 존재의 근원

    다시 읽은 이솝의 에서

    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개미의 모습이 눈

    에 들어왔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모습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

    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불가능해진 오늘날에는 그러한 모습이 사람

    들을 감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개미의 성실함 자체에 눈길이 갔다. 성실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와 관계없이 인간 존

    재의 의미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무 살 시절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

    자 알베르 까뮈Albert Camus, 1913~1960를 좋

    아해서 그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은 적이 있

    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였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

    장을 넘기고 나서 이 책의 주제가 성실의 가

    치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유는 잘 모르겠지

    만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시지프스는 신들로

    부터 무서운 형벌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위

    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인간에게 있어서 아무런 이득이 없

    고 희망도 없는 일을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

    운 일도 없다. 바위가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

    서도 바위를 짊어지고 산을 올라야 하는 영

    겁의 형벌을 신은 시지프스에게 내렸다. 잔인

    해도 너무 잔인한 형벌이다.

    그러나 신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산 정

    상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발걸음, 그리고

    어깨 위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신

    은 형벌을 내렸지만, 까뮈는 이 신화를 새롭

    게 해석하여 결과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성

    실 그 자체에서 인간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

    까뮈가 위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성실의 의미는 동양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동양의 고전인 에서

    는 성실의 가치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낸

    다.

    “성실은 모든 존재의 시작과 끝이니, 성

    실하지 않으면 존재라고 할 수 없다誠者物之

    終始 不誠無物.”

    이는 곧 성실이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

    는 뜻이다. 이처럼 옛 성현들은 존재한다는

    것은 곧 성실하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주

    어진 결과와 관계없이 성실함에서 인간의 의

    미를 발견하고자 했던 점에서 의 가르

    침은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스 해석과 서로

    통한다 할 것이다. 동화 속 개미는 단지 겨

    울을 대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존재가 아

    니라, 성실함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으

    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개미 역시 존재

    物이니 말이다.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한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이익이 될 것이라 판

    단되면 열심히 추진하고 반대로 손해가 될

    것 같으면 하지 않는다.

    즉 그 일 자체가 지니는 의미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가져온다 할지라도 자본의

    이익을 전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특히 모든 것을 자본의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사회에서 성실에 대해 이야기하

    는 것이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결과로 판단하는 시스템에서 성실의 가

    치가 점점 빛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

    실 자체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려

    했던 정신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이는 자본

    의 꼭두각시 역할에 만족하는 이들에게는 해

    당되지 않는다. 인간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

    고 성찰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진 선물이다.

    그 선물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흔히 얘기하는 ‘사람의 일을 다 하고

    천명을 기다린다盡人事待天命.’는 말 역시 가

    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진인사盡人

    事란 다름 아닌 성실을 가리킨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성실하게 다 하는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결과는 내 몫이 아

    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결과 자체는 이미 의

    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까뮈가 새롭게 해석한 시지프스처럼 말

    이다. 결과가 좋으면 만족하고,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는 정신에서 우리

    는 인간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된다. 동화 속

    개미는 바로 우리에게 그러한 인간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고 불평을 하는 이들은 어찌

    보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정말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다면, 후

    회도 미련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옛 선인들

    이 지향했던 삶의 방식이었다. 성실, 그것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다.

  • 송광사보 21

    16국사 소개

    제7세 자정국사 일인

    자정국사에 대해서는 비문이 인멸된 지 이미 오래

    여서 행장行狀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국사의 탱액幀

    額 및 탑제塔題에 의거하여 살펴보면 조정에서 내린

    시호는 자정국사慈靜國師이고 탑액은 묘광妙光이며 국

    사의 탑은 자정암慈靜庵(불일암)의 동북쪽 산등성이에

    있다.

    동참문의

    종무소 061-755-7705

    동참계좌

    우체국 501676 - 02 - 041153 (예금주 : 송광사)

    삼성각은 산신(山神)·칠성(七星)·독성(獨聖)을 함께 봉안하고 있는 전각입니다.

    예로부터 산신님은 우리의 토속신으로 호랑이와 함께 부처님 도량을 수호하고 정

    법을 옹호하는 호법신장입니다.

    칠성님은 인간의 수명과 복을 관장한다는 북두칠성을 말합니다.

    또한 독성님은 남인도 천태산에 주석하고 계시는 나반존자로 모든 이들을 이롭게

    하여 중생의 공양을 받고 계십니다.

    이번 삼성각 건립과 삼성탱화 조성 불사가 원만히 성취될 수 있도록 동참의 인연을

    맺으시어, 뜻하는 바가 모두 원만 성취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로암 감원 일화 합장

    조계산 감로암 삼성각 건립 및

    칠성·산신·독성 탱화 조성 불사

    산신탱화

    칠성탱화

    독성탱화

  • 22 송광사보 23

    조계총림 들여다보기

    승·속 구별없이

    대중들이 모여

    사자루 獅子樓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여

  • 24 송광사보 25

    와 같은 큰 법회나 각종 행사 때 대중이 모여 법회를 본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면 이곳에서 재가자를

    위한 여름수련법회를 갖는다.

    송광사 수련회는 재가자들이 번잡한 일상을 떠나 4박5일동안 출가하여 청정한 불성의 내면세계

    를 찾아 정진하는 산사수련법회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일반인들이 사찰에서 정진하는 수련법회는

    1971년 송광사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1984년 법정스님이 수련원장을 맡으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광사 여름수

    련법회는 불자뿐 아니라 가톨릭, 기독교 등 타 종교인과 무종교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올해도 송광사는 사자루에서 제46회 송광사 여름수련법회를 개최한다. ‘참 나를 찾아서’란 주

    제로 열리는 송광사 수련법회는 7월 16일부터 8월까지 4회에 걸쳐 진행한다.

    24

    조계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조계천은 송광사 경내를 감싸고 돌아 흘러 내린다.

    계곡을 베개삼아 옆으로 누은 듯 자리한 커다란 건물이 침계루枕溪樓이다. 정면 7칸 측면 3칸 2

    층 누각인 침계루는 송광사 터가 좁아 계곡쪽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다. 개천에 큰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려 누각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누각이지만 사방이 트인 구조는 아니며, 문을 달아 물

    소리, 새소리와 함께 정진하도록 배려했다. 창고로 쓰는 아래층은 벽체에 환기를 위해 암기와로 모양

    을 낸 꽃창을 넣어 단조로운 건물에 생명을 넣었다. 우화각에서 바라보는 침계루와 계곡은 송광사를

    대표하는 경관이기도 하다.

    침계루는 큰 법회가 있을 때 대웅전을 대신해 법회를 보던 곳으로 사자루獅子樓라고도 한다. 예

    전에 추운 겨울이면 사자루에서 대중법회를 보았고, 안거 때면 포살을 지냈다. 20세기 초에는 스님들

    이 중심이 되어 이곳에서 목련극이나 팔상극 같은 불교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지금도 금강산림법회

    송광사보 25

  • 26 송광사보 27

    세상 속으로

    송광사보 27

    가수의 기본,

    스님의 기본

    ‘음악대장’이 9연승의 신화를 세우고 가왕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동안 ‘복면가왕’을 찾아보다가 곧 싫증을 느껴 관뒀다.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하는 모양새도 우스꽝스럽지만, 판정단의 과도한 리액션에 묻어나는 작위적인 어색함은

    가벼운 거부감도 동반하곤 했다. 싫증을 느낀 이유는 충분히 예측되는 식상함이었다. 그리

    고 무엇보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

    복면가왕은 오로지 노래로만 자신을 알릴 수 있다.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탁월한 말재간과 끼를 마음껏 발산한다 하더라도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해야 한다

    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복면가왕의 무대다. 가수는 가수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

    기를 원한다.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온갖 재롱을 떨어야 하

    편집부

    는 현실이 결코 탐탁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복면가왕은 또다른 의미에서 가수들의 홍보무

    대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노래를 잘하는 것이 가수의 기본일까? 아니면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

    는 것일까? ‘복면가왕’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대개 가창자의 노래실력을 부각시키고, 많은

    군중들을 짧은 시간 안에 감동시키기 위해 화려하게 편곡된다.

    김광석 같은 스타일은 복면가왕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김광석은 세대

    를 뛰어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노래는 내 안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방황하

    는 나의 슬픔과 외로움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그것들이 결국은 다 지나가는 것임을 내게

    일깨워 주는 동반자이며, 삶의 더 깊은 통

    찰을 이끌어 내는 스승이다.

    어떤 사람이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

    부부의 이야기’를 프랑스 사람에게 들려주

    었다. 한국말은 고사하고 한국노래조차 들

    어본 적 없는 그 프랑스인은 몇 번이나 노

    래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노래가 너무 마

    음을 아프게 한다며, 가사가 어떤 내용이냐

    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좋은 가수는 노래에

    인간 공통의 감성을 담아 듣는 이로 하여금

    보다 깊은 삶의 통찰을 이끌어내도록 도와

    준다.

    가수가 아니더라도 노래를 잘하는 사

    람은 많다. 노래를 잘하는 것이 가수의 기본

    일 수 없다. 가수는 영혼이 풍부해야 한다.

    넓고 깊은 영혼을 노래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가수라고 할 수 있다. 가

    수만이 아니다. 화가, 시인, 소설가… 무릇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러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님의 기본은 무엇일까? 어

    떤 스님이 좋은 스님일까? 스님은 수행을 하

    기 위해 세속을 떠나 출가한 사람이다. 성직

    자의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님은 수행

    자이다. 속세에 살면서도 수행에 열심인 사

    람들은 많다. 스님들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

    는 보살들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스님은

    신도들에 의지하여 자신의 생계를 해결한

    다. 그러므로 스님들의 수행은 사회적인 차

    원의 수행이며, 따라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마땅하다. 즉 스님들의 수행은 스님

    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중생을 향하고 있다.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자식

    에게 돈을 물려주기보다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친다. 마찬가지로 수행의 공덕만 나누

    어 주는 것은 그저 중생들로 하여금 고통

    스런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줄 뿐이다. 대신

    중생들이 삶에서 잠시라도 수행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마음을 일깨울 수 있어야 진정

    한 중생을 위한 수행이다.

    수행은 반성反省이다. 반反은 마음을

    돌려 자신에게 향함이요, 성省은 있는 그대

    로의 자신을 놓치지 않고 관찰함이다. 항상

    반성하는 마음이 스님의 기본이다.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남을 반성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스님이 어떤 모습일까 고민할 필

    요는 없다. 출가한 동기야 하늘의 별처럼

    많겠지만 좋은 스님으로 여생을 살고자 한

    다면 부처님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매순간 반성하면 된다. 부처님은 ‘우리도

    부처님처럼 살겠다’는 마음을 우리 안에서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엔 좋은 스님이 드물다. 세

    상에 재색財色이 넘쳐날수록, 성불의 길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

  • 송광사보 29

    애호박 1/2개. 느타리버섯 80g. 표고버섯 2장. 홍고추 1개.

    찹쌀가루 1/2컵. 식용유. 소금 약간

    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후추

    이달의 사찰음식

    월과채

    1. 애호박은 눈썹 모양으로 썰고 소금물에 삼삼하게 절여 마른 면보로 물기를

    눌러 짠다.

    2. 팬을 달궈 식용유를 약간 두루고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볶는다.

    3. 느타리버섯을 끊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다음 잘게 찢어 물기를 꼭 짠다.

    참기름, 소금으로 양념한 다음 볶는다.

    4. 표고버섯을 불려 곱게 채썰어 양념으로 무친 다음 볶는다.

    5. 고추는 씨를 뺀 다음 어슷하게 채썰어 살짝 볶는다.

    6. 찹쌀가루는 되직하게 익반죽해서 2cm정도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누르면서 양면을 뻣뻣한 듯하면서 노릇하게 지진다.

    7. 찰전병을 볶은 재료와 섞어 그릇에 담는다.

    송광사 사찰음식팀

  • 30 송광사보 31

    송광사 찾아온

    프랑스 사람들

    송광사보 31

    산, 사찰, 스님

    모두가 평화롭고 편안해요

    템플스테이

    책 소개

    는 초기불교 교단의 논의가 담긴 아비담마 삐따까 칠론七論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마음이 일어나는 현상을 살피고 있다. 각묵 스님이 번역

    한 는 제1권에서 마음의 일어남을 다루고 있으며, 제2권에서는 물질에

    대한 분석과 간결한 설명, 주석으로 경전의 내용을 정리했다.

    는 1616개 항에 걸친 질문과 답을 이어가면서 진정한 깨달음이란 무엇

    이고, 어떻게 마음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안다는것,산다는것 이일야지음.강건기감수/불일출판사

    전북불교대학 이일야 학장이 을 출간했다.

    철학자 이일야 학장은 지난 2013년부터 2년동안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수행처를 직

    접 찾아가 스님의 수행과 사상을 에 연재했다. 불일출판사가

    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이 책은 보조사상의 최고 권위자인 강건기 박사가 감수했다.

    이일야 학장은 1부 보조국사 지눌의 답사기에서 굴산사지를 비롯해 학가산 보문사,

    지리산 상무주암, 순천 송광사 등을 직접 답사하고 보조국사의 삶을 생생하게 소개

    했다. 2부에서는 보조국사의 돈오점수 사상을 우리들의 실제적인 삶과 비교해 전하

    고 있다.

    내려놓으면더많이얻는다 쉐청스님지음/담앤북스

    동자승 셴얼 스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음 다이어트’를 위한 만화다.

    지은이도 스님이다. 동자승 셴얼 스님은 SNS 상에서 1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

    고 있는 중국 베이징 용천사 주지 쉐청 스님이 탄생시킨 캐릭터다. 중국의 ‘국민 동

    자승’으로 불리는 셴얼 스님은 매일 스승에게 묻고, 혼난다. 때론 칭찬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마음 속 걱정과 불안, 집착 비우는 법을 일깨워 준다. 시트콤처럼 펼쳐지는

    65편의 만화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짧은 휴식시간을 알차게 채워준다.

    담마상가니(1.2권) 각묵스님옮김/초기경전연구원

    안다는 것, 산다는 것

    에세이 보조지눌

    불일출판사

    이일야 지음 · 강건기 감수

    불일출판사

    산다는 것

    안다는 것,

    에세이 보조지눌

    지은이 이일야

    감수 강건기

    본명은 이창구이며, 일야一也는 법명이자 필

    명이다. 전북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

    박사과정을 마치고 전북대학교, 전주교육대

    학교, 송광사 승가대학에서 철학과 종교학,

    동양사상, 한국불교 등을 강의해왔다. 보조

    사상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저서로

    『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 『불교란 무엇인

    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불교학의 해석과

    실천』(공저)이 있고 「나옹선의 실천체계」, 「진

    심眞心과 오수悟修의 구조」, 「조선 중기 보조

    선의 영향」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논문이 있

    다. 전북불교대학에서 연구처장을 맡아 불교

    사상과 경전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불교의

    외연을 넓혀 이를 종교학이나 철학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는 데 관심을 갖고 연구 및 저

    술에 집중하고 있다.

    1966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했고,

    1968년 태국왕실 초청으로 방콕으로 건너가

    2년간 남방불교를 연수했다. 1973년 뉴욕대

    학교에서 종교학으로 석사, 1979년 같은 대

    학에서 「토마스 머튼과 보조 지눌사상의 비

    교 연구」 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

    년부터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1988년에

    전북불교대학을 설립하여 2006년까지 학장

    직을 맡았다. 2006년 정년퇴임후 전북대학

    교 철학과 명예 교수로 있다. 또 그는 보조사

    상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우리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어느날 문득, 철학자 이일야 선생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보조지눌의 삶에서 해답을 찾고자 길을 나섰다.

    보조지눌의 수행처를 찾아 전국을 헤맨 것이다.

    저자는 보조지눌의 삶에서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실천의 연속’을 보았다고 말한다.

    보조지눌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호시우행虎視牛行’이다.

    호랑이의 눈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정혜결사의 실천을 통해 올바른 삶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한 것이다.

    보조지눌의 삶에서 ‘안다는 것과 산다는 것’에 대한

    우문현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값 12,000원

  • 32 송광사보 33

    올해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13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한

    국에서는 ‘프랑스의 해’,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월 18~19일 양일간 프랑스인 7명

    이 송광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 ‘한

    국의 해’ 행사 일환으로 14일부터 열흘

    간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신혼부부에서 정년퇴직한 중·장년에 이

    르기까지 다양했다. 한국의 사찰이 처음

    인 이들은 수련복과 처음 신는 고무신이

    어색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송광사 안내를 맡은 효명 스님은 프랑

    스인들과의 첫 만남에서 “멀리 한국까지

    온 것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며 “1600

    년 역사를 간직한 한국불교를 통해 한

    국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근교에서 약사로 일하

    고 있는 오엘리(AVRELIE)양은 “처음 접

    한 사찰음식이 고기없이도 담백하고 입

    맛을 돋우었다”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저녁예불에 이어 천진당에서 열

    린 포교국장 각안 스님과의 차담에서

    프랑스 참가자들은 처음 접한 사찰과

    스님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스님들의 평균연령은.”

    “생활 경비는 어떻게……”

    “시험으로 영성을 평가할 수 있는가.”

    대상 : 내 삶의 멘토를 찾는 사람들

    인원 : 25명

    일시 : 매월 마지막주 금, 토, 일 (2박3일)

    동참금 : 성인(13만원), 학생(10만원)

    준비물 : 세면도구(수건, 칫솔포함), 여벌 옷, 양말

    (여름에도 필수), 개인물통(텀블러)

    신청방법 : 송광사 홈페이지 songgwangsa.org

    도착 시 등록처 : 산사체험관에서 15시부터 접수

    문의 : 송광사 템플스테이 사무국

    061-755-5350, 010-8830-1921

    각안 스님은 자신의 출가이야기를 통해 불교를 소개하고 종교를 떠나 “모두가 하나”임을 강조했다. 또

    한 스님은 “한국의 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에 사찰과 스님들이 있기 때문이다”며 “좋은 기운을 마음껏

    받아 좋은 일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프랑스에서 생명공학과 관련된 일을 하고있는 가브리엘(GABRIEL)씨는 “송광사는 산, 사찰, 스님이

    모두 평화롭다”며 “프랑스에 가면 송광사에서 받은 편안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 34 송광사보 35

    송광사에서 만난 사람들

    연등축제

    시민축제로 만들겠다

    화순 연등축제 공로상 받은 정연지 만연사 사무장

    “부처님 오신날에 앞서 화순에서 처음으

    로 연등축제를 펼쳤습니다. 이번 연등축제는 화

    순불교의 화합과 단합은 물론 불교가 지역민과

    함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6월 12일 조계총림 송광사는 제1회

    화순 연등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정연지 사무

    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정 사

    무장은 “화순불교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

    게 되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 사무장은 “화순은 쌍봉사, 유마사, 만

    연사, 운주사, 개천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천년

    고찰이 즐비한 불교고을이지만 아쉽게도 불자

    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없었다”며 “지난 5월

    8일 화순 광덕지구 문화광장에서 30여 개 사암

    과 시민, 불자 1천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화순

    연등축제를 펼쳤다”고 소개했다.

    이번 화순연등축제는 법회에 앞서 열린 문

    화한마당에서 초·중생 500여 명이 참가한 백

    일장을 개최했다. 또한 광덕지구 문화광장에서

    한지로 만든 각종 장엄물을 전시해 시민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화순 만연사 사무장을 맡고있는 정 사무

    장은 “처음으로 하는 불교행사여서 불교계와

    관공서가 얼마나 동참할까 걱정했지만 모두들

    격려와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연등축

    제로 지역불교의 화합은 물론 불교가 시민과 함

    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사무장은 “젊은 불자의 참여가

    저조했다”며 “남성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화순

    연등축제를 시민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는 정

    사무장은 “화순에서 탄생한 진각국사 추모재,

    불교교양대학개설 등 다양한 포교에도 힘쓰겠

    다”고 밝혔다.

  • 36 송광사보 37

    고향수

    중현 中玄 l 월간『송광사』편집장

    노란 꽃

    혹은

    금계국

    언제부터인가, 길가에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걸 자주 보곤한다. 예전에 본 기억이

    없다. 내 기억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최근에 퍼지기 시작한 건지 알 도리는 없다. 주로 한

    적한 국도변에 많이 피어 있다. 화순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이라 타 지역은 어

    떤지 모르겠다.

    처음 이 꽃들을 봤을 때, 무리지어 길가에 늘어서 있는 게 참 아름다왔다. 나도 모르

    게 눈이 가게 되고, 가다가 또 만나면 반가운 마음도 들고, 가끔은 기다려지기도 한다. 항

    상 차로 스쳐 지나가면서 보기 때문에 볼 때마다 아쉽다.

    몇번 보다 보니 자연스레 ‘저 친구들 이름이 뭐지?’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 질문

    을 좀더 풀어보자면, ‘아마도 저 꽃은 필시 이름이 있을 거야. 그 이름을 내가 부르는 순

    간, 저 꽃은 내게 길가의 여느 꽃과는 다른 특별한 꽃이 될거야. 저 꽃은 나

    에게 의미있는 그 무엇이니만큼 그에 걸맞는 이름이 있어야 해. 그런데 뭐라고 불러야 되

    지?’ 정도가 될 것이다.

    살다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평소엔 아무런 의미없는, 그래서 배경에 불과한 풍경이

    일순간 의미있는 그 무엇으로 변하여 내게 다가오는 순간, 그저 인사치레만 하고 지내는

    동료였던 사람이 갑자기 여러 사람들 속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확 들어오는 순간, 그런 순

    간이 있다.

  • 38 송광사보 39

    그 무엇이 되어 내 삶 속으로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

    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

    에는…”으로 시작하는 김춘수의 시

    ‘꽃’은,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는 구절로 끝을 맺고 있다.

    나는 노란 꽃을 사진으로 담는

    다. 사진으로 담는 행위만으로 노란

    꽃을 향한 희미한 갈증이 채워지는

    듯하다. 그러나 사진 속의 그것은 잠

    시 스쳐지나간 현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갈망이 쌓이다보면 노란 꽃

    이라고 다 같은 노란 꽃이 아니다. 서

    로 비교하고 평가하게 된다. 더 나은

    노란 꽃들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고

    기대한다. 드디어 나만의 노란 꽃이

    내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내 안에 노란 꽃이 탄생한 순간

    은 ‘나에게 의미있는 그 무엇’이 되

    어주지 못하는 현실의 숱한 노란 꽃

    들에 대한 서운함, 실망 나아가 좌절

    이 등장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모

    든 것이 ‘있는 그대로’의 노란 꽃이

    ‘내게 의미있는’ 노란 꽃이 되면서부

    터 생긴 일들이다.

    노란 꽃은 내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전에도, 알아차린 후에도

    변함없이 여전한 모습이다. 다만 달

    라진 것은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나의

    일부가 되고, 나의 상상이 된 노란 꽃

    들이다. 이름이란 내가 나의 그것들

    에게 부여하는 표식이다.

    ‘노란 꽃’의 이름이 금계국이라

    고 한다. 비록 번듯한 이름은 없지만

    내 안에 둥지를 튼 그 무엇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마치 ‘유바

    바’에게 이름을 뺏겨 ‘센’이 된 ‘치히

    로’같다고나 할까.

    이름을 가진다는 것. 그것은 세

    상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기억이

    되고, 나의 생각이 되고, 나의 감정이

    되어서 결국은 나의 세계로 들어온다

    는 의미이며, 나 아닌 모든 존재를 나

    의 일부로 삼고 싶은 우리들의 부질

    없는 몸부림이다.

    부처님은 “내가 말하는 세계는

    세계가 아니라 그 이름이 세계일 뿐

    이다”라고 에서 말씀하셨다.

    이름에 마음을 뺏기면 내 안에서 벗

    어나지 못한다. 노란 꽃들을 찍어서

    사진으로 남기고, 또 부잡하게 글로

    이런저런 속내를 드러내는 것도 마음

    이요, 그런 마음을 성찰하는 것 역시

    마음이다.

    ‘하쿠’가‘유바바’에게 뺏긴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의 마음이었다.

    중현스님

    1998년 송광사에서 범일

    보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

    송광사 강원을 졸업하고

    제방에서 정진.

    월간『송광사』편집장.

    화순 용암사 주지.

    38

    정혜문 定慧門 보조국사 스님의 정혜결사는 타락한 고려의 불교를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수행불교로 바꾼 개혁운동이다.

    법정스님이 “먼저 수행이 있고서 도량이 있었다” 하신

    것은 송광사가 품고 있는 이런 수행정신을 밝히고자 함

    이다. 수행도량 송광사의 상징인 수선사를 가려면 국사

    전을 거쳐 정혜문을 지나야 한다. 올바른 수행을 하려

    면 국사스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정혜쌍수를 해야 한다

    는 커다란 교훈이 작은 문에 담겨있다.

    송광사의 문

  • 40 송광사보 41

    현대인을 위한 불교상담, 무엇이 힘드세요?

    효록스님 l 동국대 외래교수

    효록스님 청암사에서 상덕스님을

    은사로 출가.

    동국대학교 외래교수.

    자아초월상담학 박사

    [email protected]

    모자를

    벗고 싶어요!

    그녀는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지인과 함께 상담실

    을 찾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원숭이처럼 쳐다보는 것 같

    아 모자를 벗지 못한다고 했다. 게다가 방을 벗어나면

    살해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혼자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상담실에 올 때마다 모자를 쓰고 지인과 동행하

    였다. 그녀가 상담에서 원하는 것은 모자를 벗는 것과 혼

    자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상담 초반, 깊이 있는 질문을 하기보다 그녀를 공감

    하고 그녀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녀가 꺼내놓는 이야기는

    한 여성이 겪었다고 하기에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주제들도 무거웠다. 마치 팝업 창이 뜨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난과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부모의 이혼 후 그녀는 아버지와 살았다. 고등학

    생이 되어서야 어머니와 같이 살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

    기에 어머니는 남자에게 미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

    는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의 안정적인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전신의 피부를 심하게 긁어 상처가 아물 틈

    이 없었다. 자아경계가 훼손된 경우 나타나는 행동 중의

    하나이다. 그녀는 취학 전,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의 불안과 분노, 공격성, 성적 수치심의 기원은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의지하려는 마음이

    강했지만 현실적으로 충족되기란 불가능하였다. 아버지

    는 이미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어떻게 하면 돈을 뜯어갈

    까를 궁리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머니가 집에 오

    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집에 오지 못하게 하면 주변 사람들

    을 더 괴롭히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였다.

    그녀의 경우, 유년시절에 형성된 부정적인 정서와 성폭

    행 당한 경험은 분노, 증오, 수치심 등으로 응축되고 억압되

    었다가 무의식중에 투사되었다.

    억압은 불안에 대한 1차 방어기제로 용납하기 힘든 생

    각이나 충동들을 무의식(비의식) 속으로 눌러 넣어버리는 것

    이다. 특히 죄의식, 창피, 자존심의 손상을 일으키는 경험들

    은 고통스러운 불안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억압의 주된 대

    상이 된다. 억압으로 불안을 방어하는데 실패하면 투사 등

    의 다른 방어기제가 동원된다. 투사란 자신이 무의식에 품

    고 있는 공격적 계획과 충동을 남의 것이라고 떠넘겨 버리는

    것이다. 이때, 신경증이나 정신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

    신의 공격성을 억압하고 투사하면 다른 사람이 자기를 공격

    할 것처럼 느끼게 되고, 스스로 창피하게 여기는 것을 투사

    하면 타인이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상담을 시작한 지 3개월 즈음 되었을 때, 그녀는 모자

    를 벗을 수 있게 되었고, 피부 가려움증도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어머니만 만나지 않는다면 혼자서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녀는 어머니를 죽이고 싶을 정

    도로 증오했지만, 어머니를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 또한 자

    신 속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많은 눈물을 보였다.

    상담을 진행하며 그녀는 억압되어 있던 자신의 감정들

    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

    내담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내용의 일부를 바꾸었음

    송광사보 41

  • 42 송광사보 43

    특별기고

    조계산 보조암터 발굴조사

    일제 탄압으로

    소실된 보조암터

    복원되어야민족문화연구원

    보조암은 송광사를 한국 불교의 중심 도량으로 이끈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암자다. 보조암은 1200~1210년 무렵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으로 소실

    되어 정유재란 이전의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이후의 기록은 『조계산송광사고曹溪山松廣寺史

    庫』와 『조계산송광사지曹溪山松廣寺誌』 등에 전하고 있다. 그러나 1908년 의병 탄압을 위한 일본군의

    소실로 전소된 뒤 다시 복원하지 못하고 100년이 넘도록 폐사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보조암터는 2015년 4월부터 국고지원을 받아 2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2015년(4~6월) 조사에서 폐사되어 지속적으로 훼손되어 가는 것을 방지하고 보조암의 전체적인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였다. 1차 조사결과 조선시대 건물터 6동이 확인되었다. 각 동마다 아궁이가

    확인되어 스님들의 생활공간과 불상을 함께 모신 인법당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온돌 및

    배연시설, 계단시설, 석축시설 등의 다양한 유구가 확인되었다.

    2016년(5~7월) 조사는 1차 조사의 중심권역을 제외한 그 외의 부속시설에 대한 조사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석축시설에 대한 전체적인 규모 및 범위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조계산 주변에서 다수의 숯가마가 확인되고 있다. 보조암 내에서도 숯가마 1기가 확인되

    어 조사가 진행중이다. 조계산 보조암터는 2015년 4월부터 2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중에 있다.

    보조암터 내 숯가마

    보조암터 내 석축시설

  • 44 송광사보 45

    송광사 소식

    6월 13일 송광사 하지감자 대중울력이 있었다. 선원을 비

    롯한 전 사부대중이 감자캐기를 하였다. 강주 스님은, “출

    가수행자는 신도들로부터 공양을 받는 시은을 입어 수행

    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이 직접 일하는 것도 하

    나의 수행입니다. 화두참선을 하고, 글을 보는 것만 수행

    이 아니라 이 모든 일들이 수행입니다”라고 울력의 현장에

    서 대중울력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방장스님께서는 시원

    한 콩물과 아이스크림을 대중공양으로 내 울력 중인 스님

    들을 격려하였다.

    일찍이 송광사에 조계총림을 창건한 구산 큰스님은 선농

    일치의 정신을 강조하며 모든 울력의 현장에서 그 누구보

    다 솔선수범하셨다. 오늘날의 후학들은 감자를 캐며 큰스

    님의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감자울력

    6월 15일, 16일, 18일, 불교TV의 송광사 저녁예불 촬

    영이 있었다. 이번 촬영은 승보종찰인 송광사의 예불 모

    습을 보고 싶어하는 불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BTN측에서 송광사에 촬영을 제안하고 송광사에

    서 이를 적극 수용하여 이루어졌다.

    사중의 전폭적인 협조로 진행된 이번 촬영은 송광사 대

    중스님들의 저녁 예불 모습뿐만 아니라 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안행하는 스님들의 모습, 행자들의 일상 등 다양한

    송광사 대중들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선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선사에서 정진하는 선원 수좌 스님들의 모습,

    국사전 내부 모습 등을 담은 것은 이번 촬영의 커다란 성

    과이다.

    15일부터 예정된 촬영을 위해 월요일인 13일부터 모든

    대중들이 예행 연습에 참여하는 등, 송광사의 스님들은

    BTN을 시청하는 불자들에게 보시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촬영에 임하였다. 향후 불일암, 감로암, 광원암 등 산내

    암자에 대한 추가 촬영 일정이 7월 중순경에 잡혀있다.

    송광사 저녁예불은 8월 초부터 BTN을 통해 전국으로 방

    영할 예정이다.

    BTN 송광사 저녁 예불 촬영

    제21교구 2/4분기 교구종회 개최6월 12일, 일각선사 추모법회에 이어 오후 1시부터 사자루에서 제21

    교구 2/4분기 교구종회가 있었다.

    교구종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1회 화순연등축제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정연지 보살과 김오곤 처사에 대한 공로패

    시상이 있었다. 이어 종무보고가 이어졌다. 특히, 재무국에서는 교구

    회계만 보고하던 예전의 관례와 달리 송광사의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까지 상세하게 교구종회에 보고하여, 재정의 투명한 운영은 물론 송

    광사의 살림살이를 교구의 스님들과 공유하려는 집행부의 의지를 보

    여주었다.

    기타 안건으로 ‘교구 현안사업 추진을 위한 말사 분담금 책정’이 상

    정되었다. 이 안건은 크게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 ‘대종사 효

    봉 열반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불교TV 송광사 예불 방영’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종사 효봉 열반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와 관련하여 비용 마

    련을 위한 기금을 교구차원에서 충당하기로 결의하고 구체적인 방법

    에 대해서는 본사의 종무소에 일임하기로 결의하였다. ‘불교TV 송광

    사 예불 방영’ 건과 관련하여 프로그램 제작 비용은 본사에서 충당하

    기로 뜻을 모았다.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 동참’ 건은 다음 교구

    종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3/4분기 교구종회는 효봉 스님의

    기일인 10월 2일 (음 9/2) 개최키로 하였다.

    ‘실크로드’도입으로

    종합종무행정 시스템 구축

    5월 31일 소임자 스님 및 직원을 대상으로 ‘실크로드’ 전산 교육이 신

    축 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있었다.

    종무소는 최근 종무행정프로그램을 ‘가람지기’에서 ‘실크로드’로 업그

    레이드하여 종합적인 종무행정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동안 송광사는 종무소, 원주실, 기도접수처, 성보박물관 등 각 업

    무현장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 총무국, 교무국, 재무국, 포

    교국, 박물관 등 각 부서의 행정이 전산업무 차원에서 느슨하게 통합

    되어 업무의 비효율성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가람지기’의 엔터프라이즈 버전인 ‘실크로드’를 전격 도입함

    에 따라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하면서, 그간의 문제점도 일거에 해결

    할 수 있게 되었다.

  • 46 송광사보 47

    보성 봉갑사, 영산대재 봉행

    광주 무각사, 베삭데이 법회 봉행

    광주 신광사, 호국영령 추모천도재

    송광사 소식 말사 소식

    임명장

    보성 천봉산 봉갑사(주지 각안 스님)는 6월 1일 상법당 적멸보궁

    에서 영산대재를 봉행했다. ‘인연과 바람’을 주제로 열린 이날 영

    산대재는 봉갑사 회주 도륜 스님을 비롯한 지역 사암스님들과 이

    용부 보성군수 등 지역기관장, 불자 등 300여 명이 동참했다.

    영산대재에서 도륜 스님은 법문을 통해 “부처님을 그대로 모시고

    법을 전수받는 것이 영산대재이다”며 “우리 모두 본래 부처임을

    깨달아 만 중생에게 회향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영산작법 호남범음회 소속 스님들이 전통의식으로 영산재를

    봉행하고 남북통일 국태민안과 국운융창 세계일화를 발원했다.

    동남아 불교국가의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회인 베삭데이 법회가 광

    주 무각사에서 열렸다. 광주 무각사(주지 청학 스님)는 지난 5월 29

    일 경내 불교회관에서 베삭데이(Vesakday) 봉축법회를 봉행했다.

    베삭데이는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부처님

    오신날 봉축행사로 이날 법회에는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스

    리랑카 이주민과 노동자, 학생 200여 명이 동참했다.

    특별히 이번 베삭데이 법회를 봉축하기 위해 스리랑카에서 온 마

    와르레 팟디야 스님(콜롬보 다르마 리케이다나)은 법문을 통해

    “항상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하여 힐링하는 불자가 되기 바란

    다”며 한국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스리랑카 불자들의 노

    고를 격려했다.

    광주 신광사(주지 일명 스님)는 6월 22일 대웅전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 추모천도재’를 봉행했다. 이날 천도재에는 이병구 광주지

    방보훈청장,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광주시지부 유족지부장,

    미망인 회원을 비롯해 신광사 신도 등 100여 명이 동참했다.

    천도재에 앞서 주지 일명 스님은 “호국 영령 천도재를 통해 나라

    를 위해 몸을 바친 호국영령을 위로하고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되새기자”고 말했다.

    이날 천도재는 지난 2001년 11월 신광사와 광주지방보훈청이 자

    매결연을 맺고, 매년 6월에 추모천도재를 실시하여 호국영령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현대인들에게 전하자는 의미를 담아

    16년째 이어 오고 있다.송광사 노전스님 _ 대륜 스님 하동 칠성사 주지 _ 단제 스님송광사 학예연구실장 _ 김일동 학예사

    불일불교대학,

    법주사 - 위봉사 순례

    불일불교대학은 6월 3일 성지순례 및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충북 속

    리산 법주사와 전북 완주 위봉사를 순례했다. 이번 순례는 정규 교과

    과정의 일환으로 교무국장 스님이 인솔한 가운데, 불일불교대학 학인

    과 대학 관계자 42명이 참석했다.

    성지순례는 아침 7시에 출발해 먼저 법주사를 참배했다. 각종 불교문

    화재가 산재한 법주사에서 공양을 마치고 학인들은 경내 전각들과 황

    금 미륵대불을 참배했다. 이어 근래들어 비구니 선원으로 잘 알려진

    완주 위봉사로 자리를 옮겨 천년고찰을 참배했다. 이번 순례에 참가

    한 학인들은 “사찰 현장수업으로 불교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108산사 성지순례단 방문6월 10일, 11일, 혜자 스님이 이끄는 108산사 성지순례단 약 3000여

    명이 송광사를 참배하였다. 주지스님을 비롯한 사중의 소임자 스님들

    은 일주문에서 순례단을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주지스님은 네팔 룸비니 동산에서 밝혀온 평화의 불을, 그리고 혜자

    스님은 진신사리탑을 모시고 대웅보전을 향하였다. 대웅보전 앞에서

    열린 법회에서 53선지식을 상징하는 53만원의 장학금이 지역의 학생

    2인에게 각각 전달되었다.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 장병들에

    게 초코파이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순례단에 동참한 순례객은, “9년동안 순례단에 동참했지만 이번

    처럼 친절하게 순례단을 맞이해 준 것은 송광사가 처음”이라며 송광

    사에서 보인 환대에 시종 고마움을 나타냈다.

    불일불교대학에서는 23명의 학생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려 송광사를

    찾은 이들에게 커피와 따뜻한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활발한 봉사

    활동을 벌였다.

  • 48 송광사보 49

    성보박물관 소식 감로암 소식

    감로암 기도안내

    백중기도 입재 : 8월 10일

    백중기도 회양 및 합동천도재 : 8월 17일 10시

    동참금 : 생축기도 가족당 5만원, 영가 1위당 만원

    동참계좌 : 우체국 501676-02-041153 (송광사 감로암)

    동참문의 : 061-755-7705 (감로암 종무소)

    입재일 : 8월 10일 동참금 : 10만원 회향일 : 11월 17일

    감로암 공양간 항몽당抗冡堂 상량식

    백중영가 합동 천도재 안내

    오는 8월 17일(음력 7월 15일)은 일 년에 한 번 지옥문이 열린다는

    우란분절(백중)입니다. 목련존자의 깊은 효행에서 비롯된 이 날은

    부처님의 위신력과 지장보살님의 가피력으로 삼악도에서 고통받

    는 일체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날입니다.

    백중기도와 영가 합동천도재에 두루 동참하시어 선망조상은 물

    론 인연있는 영가의 업장소멸과 극락왕생을 기원하시고, 선근공

    덕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대학수능 기도 동참 안내

    올해 대학수능합격기원 백일기도가 8월 10일부터 시작됩니다.

    백일동안 대입 수험생 자녀분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고 지

    혜의 눈을 갖추어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피로 두려움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기를 발원하고 기도합니다.

    일섭 스님 作 부용사 미륵탱 교환

    송광사 일주문 주변 금석문 보존처리

    고창 선운사 백파 율사비 탁본작업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6월 21일까지 영산전 주변정비사

    업(암각서 보존처리)을 하고 있다. 암각서 보존처리는

    하마비와 우화각 사이 바위에 새겨진 암각서에 대한 보

    존처리이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바위가 갈라지고 깨어

    져 손상이 많고, 이끼도 끼어 바위를 훼손하고 있다. 암

    각서 중 다수는 조선 후기에 새겨진 것으로, 각각 암각

    서는 송광사에 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바위에 새겨진 하나하나가 좋은 일, 궂은 일을 담고 있

    는 송광사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조계총림 염불원 감로암(감원 일화 스님)에서는 6월 18일 공양간 항몽당

    抗冡堂 상량식을 봉행하였다. 감로암은 송광사의 대표적인 수행정진 도

    량으로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때 소실된 이후 2007년부터 복원 정비사업

    을 진행 중에 있다. 현재 법당과 문간채 등 일부 건물만 복원된 상태로

    사찰에서 꼭 필요한 공양간 건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항몽당은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로, 지하 1층은 면적 108.0㎡에 공양

    간 및 종무소로, 지상 1층은 면적 84.18㎡에 한식목구조로 방사로 쓰여

    질 예정이다.6월 5일 대구 동화사 스님이 보관 중이던, 일섭 스님이

    조성한 부용사 미륵탱을 석우 보화 스님 필 액자 1점과

    교환하였다. 일섭 스님의 불화는 1951년 조성한 것으로

    중앙의 본존불과 좌우 협시로 예수, 마호멧, 공자, 장

    자, 마리아 등을 협시로 하고 있는 특별한 예이다.

    당시 스님이 주석하셨던 부용사 법당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한 불화로 종교간의 화합을 미리 실천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추측된다.

    지난 6월 13일 고창 선운사 입구에 있는 백파 율사비

    탁본 작업이 있었다. 백파 율사는 조선후기 긍선亘璇

    1767~1852 스님의 법호이다.

    조선조의 억불정책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종풍을 일으킨

    화엄종주華嚴宗主 백파 율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사

    김정희가 글을 짓고 글씨를 써서 비를 조성하여 1858년

    철종 9년에 세운 것이다. 이번 탁본은 불교중앙박물관

    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 졌다.

    수덕사 학예사 유물조사차 송광사 방문6월 9일 수덕사 근역성보관 이선용 학예사가 송광사 소

    장 고봉국사주자원불과 사천왕상 복장에 대한 조사를

    했다.

    박사논문을 위한 자료 조사를 위한 것으로 고봉국사주

    자원불에 있는 범자와 사천왕상 복장에서 발견된 범자

    다라니 등 관련 유물에 대해 상세히 조사를 하였다.

  • 50 송광사보 51

    효봉이 삼일암에 주석한 뒤였다. 금강산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대

    선사가 남쪽 송광사에서 후학들을 제접한다는 말이 전국의 수좌

    들 사이에 전해졌다. 수많은 운수납자들이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느라 삼일

    암 문턱은 하루가 다르게 닳을 정도였다. 효봉은 그들을 맞아 문답을 나누

    고 공부의 길을 일러주며 그들의 발심을 격려해주는 게 일과가 되었다.

    효봉이 송광사에 주석한 지 두 달 남짓 지났을 때였다. 어느덧 30명의

    선방 수좌들이 참선수행을 시작하게 되어 삼일암 선방은 비좁아졌다. 그래

    서 문수전文殊殿을 새 선방으로 쓰게 되었다.

    그 무렵, 효봉에게 운명적으로 찾아온 비승비속의 인물이 있었다. 그의

    속명은 소봉호蘇䭰鎬. 1910년, 남원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 갑자기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던 청년이었다. 봉호는 처음에 한학 공부에

    열심이었으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뒤로는 이발소를 열어 다른 남자들의

    머리를 깎고 다듬어주어야 했다. 그런 까닭에 그는 훗날 출가한 뒤로는 부

    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분인 우파리upāli 존자로 자주 비유되고는 했다.

    이발사로서 가족들을 부양하던 소봉호가 갑자기 몸져눕게 된 것은 스

    물다섯 살 되던 1934년이었다. 병을 고치려고 용하다는 의원을 두루 찾아

    다니던 그는 진주의 한 거사를 만나 “본래 청정한데 어디로 좇아 병이 드는

    보조국사 지눌의

    계승과 목우가풍 현창 작가 이정범

    가?”라는 유마거사의 말을 전해 듣고는 깨닫는 바가 있었다. 해서 그 길로

    지리산 영원사로 들어가 백일 동안 천수기도를 시작했다.

    그 기도를 회향할 무렵, 전국의 선방마다 송광사에 ‘절구통 수좌’란 별

    명을 가진 대선사가 주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연히 그 선지식을

    알현하고 가르침을 청하려는 눈 푸른 납자들의 발걸음이 송광사로 계속 이

    어졌다. 소봉호에게도 그 소식이 구름처럼 닿았다. 안 그래도 출가를 결심

    했던 소봉호는 효봉 선사를 스승으로 섬길 것을 발원했다. 소봉호는 효봉의

    별명이 ‘절구통 수좌’라는 이야길 듣는 순간 그의 제자가 되리라 결심했다.

    ‘얼마나 요지부동의 수행이었으면 절구통 수좌란 별명을 얻으셨을까?’

    뿐만 아니라 어느 때는 스스로 토굴을 짓고 무문관 수행을 하던 끝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루빨리 그의 상좌가 되려는 마음

    이 굴뚝같았다.

    소봉호는 백일기도가 끝나자마자 송광사로 향했다. 백일기도의 영험 덕

    분인지 그의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병세가 완치되었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상태의 야위고 파리한 낯빛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그는 삼

    일암에 도착했다. 그때가 1937년 음력 4월 초였다. 다짜고짜 삼일암으로 찾

    아간 그가 안채를 기웃거렸다. 마침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나오던 젊은 사미

    가 물었다.

    “거사님, 어찌 오셨는지요?”

    “큰스님을 뵙고자 왔습니다.”

    “조실 스님께선 잠시 자릴 비우셨습니다. 초파일이 코앞이라 이곳저곳

    돌아볼 곳이 많으십니다.”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5척 단신의 소봉호가 선 채로 송광사 여러 전각들의 지붕과 그 절을 아

    【역사소설】 _ 無無門 •19

  • 52 송광사보 53

    【역사소설】 _ 無無門

    늑하게 감싸고 있는 산들을 살펴보는 동안 효봉이 나타났다. 효봉은 아직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소봉호의 안색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왠지 여

    러 전생에 걸쳐 만난 것만 같았다. 소봉호가 정중히 합장 반배하자 효봉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들어오게.”

    효봉이 앞장서며 실내로 들어서서 좌정했다. 곧이어 소봉호가 따라 들

    어간 뒤 큰 절을 올렸다. 이미 여러 사찰을 순례했으며 불보살 전에 백일기

    도까지 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소봉호의 사찰 예법은 몸에 익은 상태였다.

    삼배 후 자리에 앉은 소봉호가 출가할 뜻을 밝혔다.

    “스님께 출가를 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소봉호가 담담하게 청하자 효봉이 물었다.

    “전생前生에 무슨 일을 했었나?”

    효봉의 그런 언어 습관을 잘 몰랐던 소봉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네에? 전생의 일은 저도 잘…….”

    “아니 금생 이전의 전생이 아니라 출가 결심 이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묻는 걸세.”

    소봉호는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깎아주던 이발사였습니다.”

    효봉은 깜짝 놀랐다.

    “이발사였어?”

    “그렇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효봉은 그 순간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자 지계제일持戒第一

    로 존중받던 우파리 존자에 관한 일화를 떠올렸다.

    “으음. 옛날 부처님 재세시에 이런 일이 있었네…….”

    효봉은 아난다 등 귀족과 우파리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소봉호에게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러고는 덧붙여 말했다.

    효봉스님이10년동안주석했던송광사삼일암옛모습

    “……우파리가 전생의 일을 부끄러워했다면 어찌 출가해 지계제일의 존

    자가 될 수 있었겠는가? 거꾸로 아난다 등 귀족들이 평등심과 하심을 갖지

    않았던들 어찌 불법이 수천 년 동안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 수 있었겠는

    가?”

    소봉호는 그 말을 듣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심이 일어났다. 백

    일기도를 회향하고도 뭔가 찌뿌듯했던 몸과 마음이 비갠 뒤의 하늘처럼 청

    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사흘 뒤가 초파일이니 그 뜻 깊은 날 자네의 머리를 깎도록 하세.”

    사흘이 지난 1937년 4월 초파일, 효봉은 손수 소봉호의 머리를 깎아주

  • 54 송광사보 55

    【역사소설】 _ 無無門

    고 수련秀蓮이란 법명을 내렸다. 오늘날 고유명사처럼 불리고 있는 구산九山

    은 그의 법호法號이다. 구산은 나중에 석사자石獅子, 타우자打牛子, ‘조계산

    돌멩이’등의 아호를 가지게 되었다.

    수련의 머리를 깎아준 뒤 효봉이 속내를 드러냈다.

    “내가 이 절은 금생에 처음 찾아온 것이네만 왠지 먼 길을 나섰다 다

    시 찾아온 고향같구먼. 자네도 전생에 여러 번 만났던 도반이 아니었나 싶

    구……. 주지 석진 화상이 보조국사 이래 면면히 계승되었던 이 절의 내력을

    많이 공부했고 정리도 잘 해놓았으니 그걸 바탕 삼아 목우자 스님의 가풍을

    잘 계승해보세.”

    “스님 말씀 명심하고 또 명심하겠습니다. 다만 소승 아직 미혹하오니

    철저히 깨닫고 난 뒤에 그 말씀을 실천하겠습니다.”

    구산의 답변에 효봉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음이란 건 무슨 경전이나 이론으로 이뤄지는 게 아닐세. 그런 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야. 그러니 손끝을 보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하

    네. 부지런히 수행하되 활줄을 너무 잡아당기면 부러지고 말지.”

    “네에, 스님.”

    이때부터 구산은 출가 이후의 효봉이 그랬던 것처럼 수행에 수행을 거

    듭하며 무명을 깨뜨려 나갔다.

    한편 효봉은 이미 송광사 조실로 추대될 때부터 발원한 바 있거니와 목

    우자 지눌 스님이 남긴 가르침과 수행 풍토를 계승해나가는 일에 전념했다.

    이미 오래 전에 열반한 경허 선사뿐만 아니라 당대 조선 제일의 선승들로부

    터 보조국사 지눌의 가르침과 그 영향력에 대해 책을 통해서나 법문을 통해

    잘 알고 있던 효봉이었다. 따라서 송광사 조실인 그가 목우가풍을 계승하려

    는 것은 조선 불교가 일제 불교의 영향권 아래에서 나날이 시들고 있었던 당

    시에는 더욱 당연한 일이었다.

    자나 깨나 지눌 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승하는 데 몰두하던 효봉

    에게 우연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그가 송광사에 주석한 지 1년

    남짓 지난 1938년 음력 4월 28일이었다. 꿈에 한 고승이 나타났다. 여말선

    초에 법을 펼쳤던 고봉高峰(1350~1421) 선사였다.

    이때 고봉은 효봉에게 게송을 내리고 법호까지 내려주었다. 잠에서 깨

    어난 효봉은 곧바로 붓과 종이를 꺼내 그 게송과 법호를 옮겨 적었다. 그때

    받은 법호가 오늘날 일반적으로 호칭되고 있는 ‘효봉曉峰’이었다.

    효봉은 그날 이후 ‘운봉雲峰’이란 기존의 법호 대신 ‘효봉’을, ‘원명元

    明’이란 법명 대신 ‘학눌學訥’을 법명으로 쓰게 되었다. 꿈속의 고봉이 보조

    국사 지눌의 가르침을 현창하고 길이 계승하라는 게송과 함께 효봉이란 호

    를 내렸으니 보조국사를 배우겠다는 다짐을 담아 학눌이란 법명을 짓게 된

    것이다.

    훗날 후학들이 밝힌 효봉의 가르침은 크게 ‘참선’, ‘지계’, ‘절약’ 등

    세 가지라 하였다. 수행자라면 참선 수행에 전념하고 계율을 철저히 지키며

    어떤 시주물이든 아껴 쓰라는 가르침이었다. 그것이 수행자로서 이 민족과

    사회에 공헌하는 길임을 효봉은 설법을 통해서나 몸소 실천을 통해 후학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그것은 곧 혼탁했던 고려의 승가를 정혜결사를 통해

    정화함으로써 사회와 국가의 기본을 튼튼히 다졌던 지눌을 이어받는 길이기

    도 했다.

    지눌의 정혜결사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대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며 이를

    통해 고려의 승가와 사회 전체를 정화하자는 운동이었다. 독립군이나 애국

    지사가 되어 일제와 직접 맞서 싸우는 항일 투쟁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수행

    으로 진리를 깨닫고 무명에 갇힌 대중에게 법을 전하고 조선 불교와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항일 운동임을 효봉은 거듭 일깨워나갔다.

  • 송광사가 전하는 수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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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문불사 동참자

    약사전(개인/가족) :

    서까래 :

    송광사에서는 대중공양 물품을 후원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물품은 사중스님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불자님들의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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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현 박성용

    김명준 1361

    김희동 1850

    한준수 2380

    이달석 1138

    김경아 1139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송광사보 59

    백중(우란분절)

    철야정진기도

    송광사 관음전은 명성황후께서 고종황제의 천수강녕과 종묘

    사직의 만세 영창을 빌었던 원당으로 예로부터 시험을 무사

    히 잘 마칠수 있는 영험가피가 두텁기로 이름난 곳입니다.

    불자님들의 많은 동참을 기원합니다.

    기 간 : 2016년 8월 10일 ~ 11월 17일 (음. 7월 8일 ~ 10월 18일)

    동 참 금 : 10만원

    기 간 : 2016년 8월 9일 (음. 7월 7일)

    동 참 금 : 3만원

    수능 100일기도 (관음전)

    칠석기도 (관음전)

    “누구라도 우란분절(음. 7월 15일)에 대중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이는

    이 세상에 살아있는 부모와 7대 선망부모, 육친 권속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가는 데마다 옷과 밥이 넉넉할 것이다” - 중에서

    송광사 지장전에서는 선망부모와 조상천도를 발원하는 철야

    용맹기도를 일주일간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