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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일~3월 10일 13 이 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Feminism)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최근 나는 두 여류 예술작 가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그 여성 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천지창조’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에서 ‘이브’의 원죄로 넓게 해석을 해보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 그녀 들에게 태생부터 숱한 명목의 죄명을 갖다 붙이는 느낌이 랄까? 왜! 그녀들은 죄인같 은 삶을 살아갔는가. 죄의 본질은 무엇이며 왜 하필 남자 때문에 그런 모욕적인 삶을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시작 됐다. 아담과 이브는 창세기에 나오는 성경 구 절의 장면이다.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 는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뱀의 꼬임에 넘어가 이브가 먼저 선악과를 먹게 되고 이브의 유혹으로 아담까지 먹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수치라는 부끄러움을 알게 되며, 죽음이라는 죄의 결과를 받고 낙원에서 추방을 당하면서 이브에게 잉태 하는 고통을 주고, 남편이 여자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선악 과는 누가 먼저 먹었는가? 성경구절대로 라면 이브가 먼저 먹었고, 그것을 너도 먹 어보라며 아담에게 유혹을 한다. 즉, 이브가 죄를 먼저 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명 ‘당하면서 산다’ 라는 원죄의식은 태초의 인간 이브의 원죄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게되는 장면 을 묘사한 여러 화가들의 그림들을 보자. 당신들의 눈에서 무엇이 먼저 보이는가. 적극적으로 선악과를 먹으려는 이브. 그 리고 아담을 유혹하는 이브. 아니면 그런 이 브를 말리려는 아담. 보수적이 시대를 살고 있던 그 시대 화가들은 마치 남성을 대변이 라도 하듯, 여성을 비하하고 탓하는 듯이 보 였다. 아무리 사실이라는 성경 말씀대로 그 렸다지만 너무하지 않는가? 성경 속 말씀의 진리는 그게 다가 아님을 몰랐나보다. 반면 동시대 예술작가인 미켈란젤로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아담과 이브를 그려 냈다. 그가 그린 그림에서는 이브의 원죄 보다는 “아담 너도 똑같아!”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게으른 로마인들의 모습을 나무에 기대 어 있는 이브를 통해서 그리고 선악과를 탐욕하는 아담의 모습을 통해서 보편적 인 간에 대한 죄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비하, 여성탄압이 난무했던 시대적 상 황에 비춰보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가히 놀랄만하다. 그는 이브의 원죄만 본다는 것 은 여성 차별적이라고 생각했던듯하다. ‘그가 만약 지금의 시대에 살아 있었으면 페미니스트라도 되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페미니즘의 사전 적 의미 중 ‘남성 특유의 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 인 것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 는 것’ 이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그림에서 실천한 것이 곧 페미니즘이 아닐까. 아담과 이브 가 그려져 있는 ‘천지창조’의 그림을 보면 서 많은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미켈 란젤로라는 한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 다”고. 그의 천지창조에서 보여주는 성경의 말 씀들은 곧 보편적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 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떤 삶을 살 았기에 전혀 다른 시각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사실 그는 화가가 아니다. 그는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조각가였다. 그를 시기 질투했던 동시대 건축가 ‘브라만 테’가 그를 농락하기 위한 수작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미켈란젤로가 그 거대한 큰 공간에 천장화를 그리게끔 교황에게 편 지를 보내면서 일은 시작 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브라만테의 예상에서 크 게 빗겨나갔다. 천지창조 덕에 미켈란젤로 의 천재성이 더 부각 되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삶의 미학적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명작을 그려낸 예술가로 평가받게 됐다.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높 은 사다리에 올라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에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 그려나갈 때 마다 그 큰 사다리를 이동해가며 그 많은 그림재료들 을 옮겼을 것이다. 그것도 무려 4년 동안이 나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는 오랜 천장화작업으로 인해 목과 눈 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얻었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삶의 궁극적 본질을 찾았으리라. 이브의 원죄를 우리는 어떻게 보는가? 내 삶 속 그림 읽기 조성미 원장 △덕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졸업 △무대의상디자이너 겸 △입시미술 지도경력 다수 △달리미술원 원장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이브의 원죄를 우리는 어떻게 보는가?iptnews.kr/news_pdf/pdf/2537_13.pdf · 2020. 3. 2. · 나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는 오랜 천장화작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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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이브의 원죄를 우리는 어떻게 보는가?iptnews.kr/news_pdf/pdf/2537_13.pdf · 2020. 3. 2. · 나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는 오랜 천장화작업으로

2020년 3월 2일~3월 10일 13특 집

이 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Feminism)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최근 나는 두 여류 예술작

가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그 여성

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천지창조’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에서 ‘이브’의 원죄로

넓게 해석을 해보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 그녀

들에게 태생부터 숱한 명목의 죄명을 갖다

붙이는 느낌이 랄까? 왜! 그녀들은 죄인같

은 삶을 살아갔는가. 죄의 본질은 무엇이며

왜 하필 남자 때문에 그런 모욕적인 삶을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시작 됐다.

아담과 이브는 창세기에 나오는 성경 구

절의 장면이다.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

는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뱀의 꼬임에

넘어가 이브가 먼저 선악과를 먹게 되고

이브의 유혹으로 아담까지 먹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수치라는 부끄러움을

알게 되며, 죽음이라는 죄의 결과를 받고

낙원에서 추방을 당하면서 이브에게 잉태

하는 고통을 주고, 남편이 여자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선악

과는 누가 먼저 먹었는가? 성경구절대로

라면 이브가 먼저 먹었고, 그것을 너도 먹

어보라며 아담에게 유혹을 한다.

즉, 이브가 죄를 먼저 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명 ‘당하면서

산다’ 라는 원죄의식은 태초의 인간 이브의

원죄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게되는 장면

을 묘사한 여러 화가들의 그림들을 보자.

당신들의 눈에서 무엇이 먼저 보이는가.

적극적으로 선악과를 먹으려는 이브. 그

리고 아담을 유혹하는 이브. 아니면 그런 이

브를 말리려는 아담. 보수적이 시대를 살고

있던 그 시대 화가들은 마치 남성을 대변이

라도 하듯, 여성을 비하하고 탓하는 듯이 보

였다. 아무리 사실이라는 성경 말씀대로 그

렸다지만 너무하지 않는가? 성경 속 말씀의

진리는 그게 다가 아님을 몰랐나보다.

반면 동시대 예술작가인 미켈란젤로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아담과 이브를 그려

냈다. 그가 그린 그림에서는 이브의 원죄

보다는 “아담 너도 똑같아!”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게으른 로마인들의 모습을 나무에 기대

어 있는 이브를 통해서 그리고 선악과를

탐욕하는 아담의 모습을 통해서 보편적 인

간에 대한 죄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비하, 여성탄압이 난무했던 시대적 상

황에 비춰보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가히

놀랄만하다. 그는 이브의 원죄만 본다는 것

은 여성 차별적이라고 생각했던듯하다.

‘그가 만약 지금의 시대에 살아 있었으면

페미니스트라도 되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페미니즘의 사전 적 의미 중 ‘남성

특유의 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

인 것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

는 것’ 이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그림에서 실천한

것이 곧 페미니즘이 아닐까. 아담과 이브

가 그려져 있는 ‘천지창조’의 그림을 보면

서 많은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미켈

란젤로라는 한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

다”고.

그의 천지창조에서 보여주는 성경의 말

씀들은 곧 보편적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

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떤 삶을 살

았기에 전혀 다른 시각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사실 그는 화가가 아니다.

그는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조각가였다.

그를 시기 질투했던 동시대 건축가 ‘브라만

테’가 그를 농락하기 위한 수작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미켈란젤로가 그 거대한

큰 공간에 천장화를 그리게끔 교황에게 편

지를 보내면서 일은 시작 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브라만테의 예상에서 크

게 빗겨나갔다. 천지창조 덕에 미켈란젤로

의 천재성이 더 부각 되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삶의 미학적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명작을 그려낸 예술가로 평가받게

됐다.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높

은 사다리에 올라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에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 그려나갈 때 마다 그 큰

사다리를 이동해가며 그 많은 그림재료들

을 옮겼을 것이다. 그것도 무려 4년 동안이

나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는 오랜 천장화작업으로 인해 목과 눈

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얻었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삶의 궁극적 본질을 찾았으리라.

이브의 원죄를 우리는 어떻게 보는가? 내 삶 속 그림 읽기

조성미 원장△덕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졸업△무대의상디자이너 겸△입시미술 지도경력 다수△달리미술원 원장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