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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성 ** 1) Ⅰ 서론. Ⅱ 제화. Ⅲ 제식 대상. Ⅳ 매개자. Ⅴ 결론. 요약문 * 이 글은 2018학년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비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연구 작성된 논문임.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동양철학 교수. [email protected]. 고대 인도유럽어 계통의 문화와 종교에서 불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은 다른 유례 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고대 인도의 아그니는 일상의 불에서 시작하여 제식의 중심인 제화 개념 을 거쳐서 불의 신으로 신격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그니는 제화단에서 타 오르는 제화이면서 동시에 제화에 바쳐진 공물을 받는 예배 대상이라는 이 중적 성격을 지닌다. 더 나아가 인간과 신을 연결해 주는 매개자 역할이 강 조되면서 아그니는 5화2도설의 중심 개념이 되었다. 그리고 ‘내적인 불’로 서 내면화되는 과정에서 아그니는 인간의 숨, 자아, 타파스 등과 동일시되 면서 다양한 종교철학적 사상을 낳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아그니는 일상적인 불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출발하여, 베다 제 식에서 필수 불가결한 제화로서 자리를 잡고,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불의 신으로서 5화2도설, 그리고 에너지의 순환 이론을 통한 윤회 이론의 기초 가 되었다. 본 논문은 아그니와 관련된 선행 연구와 고대 인도 제식 문헌에 대한 고 찰을 통해, 제식에서 아그니 역할의 세분화 과정과 상징적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인도철학회(KSIP) | 『인도철학』(ISSN: 1226-3230), KCI 등재지krindology.com/db/docs/ip54_01_PMS.pdf · 더 나아가 후기 베다 ... 식을 마친 다음,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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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doi.org/[10.32761/kjip.2018..54.001] 인도철학 제54집(2018.12), 5~34쪽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1)

    박문성**1)

    Ⅰ 서론. Ⅱ 제화. Ⅲ 제식 대상. Ⅳ 매개자. Ⅴ 결론.

    요약문[주요어: 아그니, 제화, 제식, 매개자, 에너지 순환]

    * 이 글은 2018학년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비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연구‧작성된 논문임.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동양철학 교수. [email protected].

    고대 인도‧유럽어 계통의 문화와 종교에서 불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은 다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고대 인도의 아그니는 일상의 불에서 시작하여 제식의 중심인 제화 개념을 거쳐서 불의 신으로 신격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그니는 제화단에서 타오르는 제화이면서 동시에 제화에 바쳐진 공물을 받는 예배 대상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더 나아가 인간과 신을 연결해 주는 매개자 역할이 강조되면서 아그니는 5화2도설의 중심 개념이 되었다. 그리고 ‘내적인 불’로서 내면화되는 과정에서 아그니는 인간의 숨, 자아, 타파스 등과 동일시되면서 다양한 종교철학적 사상을 낳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아그니는 일상적인 불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출발하여, 베다 제식에서 필수 불가결한 제화로서 자리를 잡고,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불의 신으로서 5화2도설, 그리고 에너지의 순환 이론을 통한 윤회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본 논문은 아그니와 관련된 선행 연구와 고대 인도 제식 문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제식에서 아그니 역할의 세분화 과정과 상징적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 6 ∙ 印度哲學 제54집

    I. 서론

    인도‧유럽어 계통의 고대 문화와 종교에서 불(火)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agni)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은 다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인도 아대륙에 진출하기 전에도 아리아인들은 이란 고원에서 소마

    (soma), 향(香), 지방(脂肪), 땔감 나무 등을 제화에 바치는 제식을 행했지만, 인도에 정착하면서 불을 사용한 제식을 더욱 발전시켰고 아그니의 역할도 세분화시켰다.1)이 과정에서 아그니는 신격화되고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신격

    (神格) 중 하나가 되었다. 고대 인도의 다른 신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천상에 머무는 반면, 구체적으로 지상에서 접촉할 수 있었던 아그니 신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신격(神格)이었다. 그런 친근함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 가장(家長)을 지시할 때도 사용되는 ‘그리하파티(gṛhápati, 가정의 수호자)’라는 아그니 신의 별칭이다. 그것은 아그니 신이 제사를 통해 가정을 수호하고 번영을 주는 역할(saumanasásya dātṛ́), 즉 재액(災厄)을 멀리하고 복락(福樂)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2)한편 제화단(祭火檀)에서 타오르는 제화(祭火)이면서, 동시에 불

    의 신(神)인 아그니는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공물을 바치는 제화단의 타오르는 실제적 불이면서, 동시에 공물이 바쳐지는 예배 대

    1) 井狩 彌介(2003) p. 304.2) “밤마다 아그니는 우리 가정을 수호하는 분이다. 매일 아침 [아그니는] 호의를

    보여주는 분이다. (sāyáṃsāyaṃ gr̥hápatir no agníḥ prātáḥprātaḥ saumanasásya dātā́//AV 19.55.3//).” 土山 泰弘(2004) p. 83.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7

    상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그니의 이중적 역할은 자연스럽게 인간과 신, 지상세계와 천상세계(天界, svarga)의 매개자라는 이미지로 발전된다.3) 그리고 매개자 이미지는 사상적 심화 과정을 통해, 물(āpas, 供

    物)이 우주를 순환하며 생명을 발생시킨다는 5화설(五火說)로 체계화된다.4) 이때 아그니는 지상의 제화와 천상의 태양을 축으로 하는 ‘에너지 순환이론’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후기 베다 시기에 제식의 사상적 체계화 과정에서, 아그니는 ‘내적인 불’로서 내면화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숨(asu), 자아(ātman), 타파스(tapas) 등과 동일시되면서 다양한 종교철학적 사상을 낳는 계기가 된다.5)본 논문은 인도의 제식, 특히 아그니와 관련된 선행연구와 리

    그베다 상히타(Ṛgveda Saṃhitā, 이하 ṚV, 기원전 12세기 경, 찬가)를 비롯한 브라마나(brāhmaṇa, 기원전 8세기 경, 제의서), 슈라우타수트라(śrautasūtra, 기원전 3세기 경, 공동체 제식 강요서), 그리히야수트라(gṛhyasūtra, 기원전 3세기 경, 가정 제식강요서) 등의 제식 문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도 제식에서 아그니 역할의 세분화 과정과 그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이런 작업은 인도 제식의 중심에 있는 제화(agni)에 대한 개괄적 이해와 아그니와 관련된 용어들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Kolamkuzhyyil(2016) pp. 51ff; Vesci(1992) pp. 14f.4) 阪本(後藤) 純子(2018) p. 169.5) 井狩 彌介(2004) pp. 305f.

  • 8 ∙ 印度哲學 제54집

    II. 제화

    일반적으로 고대 인도의 제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그리히야수트라가 규정하는 가족이 거행하는 그리히야(gṛhya, 가정) 제식이다. 여기에는 ① 탄생의례, 베다학습의례, 결혼의례, 장송의례 등으로 구성된 인생의례(saṃskāra)6), ② 아침 저녁의 헌공(sāyaṃprātarhoma)7), ③ 조리한 음식을 신들에게 바치는 바이슈바데바(vaiśvadeva)8) 등이 있다. 둘째는 슈라우타수트라에 규정된 것으로, 제식장소(祭場)가 크고 제식절차도 복잡하여 여러 명의

    6) 그리히야수트라는 크게 3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제1부는 인생을 하나의 순환 고리로 취급하여 각각의 삶의 단계에 배치된 인생의례이다. 제2부는 1년을 순환 고리로 하여 정해진 때(時節)에 배치된 의례이다. 제3부는 그 밖의 의례 규정이다. 이중에서 인생의례는 ‘결혼(부모)→임신→성장→입학→졸업→결혼’이라는 순환이 기본 형태이다. 그것은 어느 것으로부터 시작하든지 대부분 바로 앞에서 행한 의례로 끝나는 고리를 형성한다. 즉, ① 결혼의례에서 시작하면 졸업의례로 끝나고, ② 임신의례에서 시작하면 결혼의례로 끝나고, ③ 학생의 생활규범에서 시작하면 입문의례로 끝나고, ④ 출생의례에서 시작하면 임신의례로 끝나고, ⑤ 입문의례에서 시작하면 직전에 행하는 ‘첫 삭발 후 정수리에 상투를 트는(cūḍa) 것’으로 끝난다. 이와 같은 순환 고리에서 본래 죽음과 조상의 영혼에 대한 의례는 완전히 배제된다. 그러나 일부 그리히야수트라에서는 인생의 순환 고리가 무너지고 탄생으로부터 죽음, 또는 죽은 다음의 조상의 영혼에 대한 공양이라는 형태를 갖게 되기도 한다. 박문성(2016) p. 165 각주 5.

    7) 해질녘 해뜰녘에 매일 거행하는 것으로, 가정제화(gṛhyāgni)가 설치된 날로부터 가장의 의무이다. 공물은 그날 식사로 준비된 것을 사용한다. 이것에 태만할 경우 속죄(贖罪, prāyaścitta)를 해야만 한다. 高橋 明(1990) pp. 975f; 永ノ尾 信悟(1993) pp. 286f.

    8)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음식공양 의례이다. 아침 저녁에 조리한 음식의 일부를 제화에 바치고, 집 안의 각 장소에서 각각의 신들, 부타(bhūta), 조상의 령 등을 위한 제식을 행한다. 그리고 손님과 함께 가족 전원이 식사를 한다. 高橋 明(1993) p. 50 각주 5; 永ノ尾 信悟(1993) pp. 287ff.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9

    제관이 함께 거행해야만 하는 슈라우타(śrauta, 공동체) 제식이다. 여기에는 ① 아그니호트라(agnihotra)9), ② 신월제와 만월제(dar-śapūrṇamāsau)10), ③ 계절제(cāturmāsya)11) 등이 있다.전자는 결혼한 후 가정제화(gṛhyāgni)를 소유한 가장(gṛhapati)

    이라면 누구나 거행할 수 있다. 한편, 후자는 가장 중에서도 제화설치식(agnyādheya)12)을 통해 슈라우타 제식용 제화 세 개(gārhapatya, akṣiṇāgni, āhavanīya)를 설치한 경험이 있는 아히타그니(āhitāgni, [3개의 슈라우타] 제화를 설치한 자)만이 거행할 자격이 있다.13)

    9) 에이노우 신고(永ノ尾 信悟)는 제화에 헌공(獻供)하는 제식, 즉 아그니호트라에 대한 히란야케시 슈라우타수트라(Hiraṇyakeśi Śrautasūtra)의 규정을 소개하면서, 이것을 행하는 목적을 셋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즉 첫째, 제화(=태양)로 따뜻해진 우유를 태양(=제화)에 뿌림으로써 실현되는 태양 활성화의례로서의 의도이다. 여기서 광휘(光輝)라는 개념을 매개로 지상의 불인 제화와 하늘의 불인 태양이 연결된다. 일몰 때 공물인 우유는 연소됨으로써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제화에 활기를 주고, 일출 때 제화에 봉헌된 우유는 태양에 원기를 주는 태양의 활성화가 아그니호트라의 제1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불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상적 행위의 의례화이다. 셋째, 조석(朝夕)이라는 날이 구분되는 시간에 행해지는 모든 존재에 대한 예배이다. 永ノ尾 信悟(1993) pp. 274~285, 313f; Bodewitz(2003) pp. 145f.

    10) 곡물제(iṣṭi)의 기본형으로 초승달과 보름달이 뜨는 날을 중심으로 준비일과 본 제사를 거행하는 이틀간에 걸쳐서 행해진다. 일반적으로 신월제, 만월제의 공물은 두 장의 쌀 케이크(puroḍāśa)로 되어 있지만, 신월제에서는 한 장의 쌀 케이크를 대신하여 삼나이야(sāṃnāyya)가 인드라에게 헌공되는 경우도 있다. 삼나이야라는 것은 본제(本祭) 전날 밤에 짜서 가열해서 발효한 요구르트(酸乳)와 본제 당일 아침에 짜서 가열한 우유를 헌공 직전에 혼합한 것이다. 西村 直子(2007) pp. 239f.

    11) 계절마다 다른 제식(vaiśvadeva, varuṇapraghāsa, sākamedha, śunāsīrīya)을 행하는 차투르마시야(cāturmāsya)는 통상 ‘계절제(季節祭)’로 번역되지만, 원어의 의미는 ‘4개월간[계속하는 의궤]의 제식’이고, 제주(祭主, yajamāna)는 한 제식이 끝나면, 4개월 간 두발과 수염을 계속 기르며 의궤를 실천하고, 두발을 짧게 자르고(nivartana), 수염을 깎고(vapana) 이어지는 제식을 행한다. 阪本(後藤) 純子(2014) p. 335.

    12) agni(제화)와 ādheya(놓다. 자리를 잡다)의 복합어로서 아그니 제화를 놓는 것, 혹은 자리 잡는 것을 의미한다.

  • 10 ∙ 印度哲學 제54집

    이처럼 고대 인도의 제식은 사제와 제화의 수, 제식의 규모, 거행되는 시기 등에 따라 세분되지만, 제화에 공물을 바치는 제식행위는 거의 모든 제식의 공통점이다. 따라서 신들에게 바쳐진 공물을 제단에서 태우는 것(kravyād, eater of corpses)14)이 제화(祭火) 아그니의 가장 기본적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제식 문헌들은 제식의 부류와 등급에 따른 제화의 수(數), 상징성, 취득방법, 사용방법을 상세하게 규정한다.

    2.1. 그리히야 제식의 제화

    바라문(brāhmaṇá, 婆羅門) 소년은 베다학생(brahmacārín)15)으로서 졸업식(samāvartana)을 마치고 귀가한 후, 결혼하여 가정제화(gṛhyāgni)를 획득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바라문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그리히야수트라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정제화는 장인으로부터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결혼식을 거행할 때, 신부는 아버지의 가정제화를 분화(分火)받아 가져온다. 그리고 결혼예식을 마친 다음, 그것을 신혼집으로 옮겨와서 새로운 가정제화로

    13) 土山 泰弘(2004) pp. 81f.14) Vesci(1992) pp. 42f.15) 브라마차린(brahmacārín, 원의는 ‘브라만을 지닌 자’), 즉 베다학생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장은 ṚV 10.109.5와 AV 5.17.5에서 “브라마차린은 [고유의 직무를] 행하면서 [그 직무자로] 나아간다.(brahmacārī́ carati véviṣad víṣaḥ//ṚV 10.109.5 = AV 5.15.5//)”라고 언급된 것이다. 이 문장을 제외하면 AV의 브라마차린 찬가가 가장 오래된 자료이다. 그것에 따르면 베다학생은 ① [자신의 직무를] 행하는(√viṣ) 자로서, ② 브라만(brahman), 고행(tapas), 정진(śrama), 허리띠(mekhalā)와 관련되고, ③ 스승에게 봉사하고, ④ 지적능력(medhā)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또한 그는 스승에 의한 탄생, 불, 장작, 검은 영양 가죽, 정화, 긴 수염, 탁발 등의 요소와 관련된 자이다. 박문성(2016) p. 164 각주 2; 梶原 三恵子(1995) p. 1052 각주 1, p. 1050.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11

    사용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부계사회(父系社會)인 고대 인도 사회에서, 가장(家長)이 첫 제화를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타자(他者, 일반원칙에 따르면 부인의 아버지)의 불’로부터 얻는다는 것이다.16) 바라문 가장은 타자의 불로부터 분화(分火)된 가정제화를 사용

    하여 매일 아침 저녁으로 그리히야 제식과 각종 인생통과의례를

    거행할 뿐 아니라, 죽을 때까지 그 불을 잘 보존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가장이 장기간 집을 비울 때 실제 불은 부인이 관리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가장은 제화의 관리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은 장기간 집을 비울 때 자신의 신체, 부시나무, 장작나무에 불을 옮겨서 함께 이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17)이때 가장 혹은 제주는 제화를 지니고 이동하기 위해, 불을 자

    신 내부에 품는 상징적 행위, 즉 제화를 거머쥐는(agnigrahaṇam) 제식행위를 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① [불을] 오르게 하는 것’, 즉 신체 등에 제화를 담는 사마로파나(samāropaṇa) 제식과 ‘② [불을] 내리는 것’, 즉 신체 등에서 제화를 끄집어내는 우파바로하나(upāvarohaṇa) 제식으로 구분된다.18) 이러한 제식행위를 통해

    16) 그리히야수트라는 가정제화를 분화(分火)받는 것과 관련하여, 장인(丈人)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즉, ① 베다학습을 한 스승 가정제화, ② 베다 제식을 이미 다수 거행한 바라문 가정제화, ③ 부유한 바이샤 가정제화 등이다. 앞의 두 개는 풍요로운 베다전승을 보유한 사람, 즉 종교적 정신적 의미에서 풍요함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실례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은 지닌 사람이다. 일부 문헌은 불을 지피는 도구(araṇī)를 사용한 방법도 제시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것을 통해서도, 가정의 최초의 불의 분화(分火)는 ‘타자의 불’에 관심의 초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井狩 彌介(2004) pp. 306f.

    17) “그리고 [집을 비우고] 여행을 하려는 자(家長)는 [자신의] 신체, 또는 [위 아래] 두 개의 부시나무, 또는 장작나무에 불을 옮겨 담는다. (atha pravatsyan ātman araṇyoḥ samidhi vāgniṃ samārohayati//Śāṅkhāyana Gṛhyasūtra 5.1.1//)”

    18) 샹카야나 슈라우타수트라(Śāṅkhāyana Śrautasūtra)에 따르면,

  • 12 ∙ 印度哲學 제54집

    그는 언제나 제화를 신체 등에 지니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끄집어내서 제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그리고 베다 후기에 제식과 관련된 이론이 체계화되면서, 여행

    을 떠나는 가장이 제화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것은 제화가 제식

    을 거행하는 자의 숨을 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해

    석되었다. 이것이 제화가 가장 또는 제주의 ‘내적인 불’로 내면화되었고, 제화 장소(祭場)에서 타오르는 제화 아그니와 인간의 몸 안(體內)에 있는 불을 동일시하는 관념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이것은 제화와 인간 영혼(아트만)의 일체화라는 사상을 성립시키고, 베다 후기 및 우파니샤드 문헌 이후에 다양한 종교철학사상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19)한편, 가장이 그렇게 소중하게 보존해온 제화는 그가 죽으면 시

    신을 화장할 때 사용되는데, 가장의 시신을 때우던 화장장의 불길이 완전히 꺼지면서 지상에서의 그 역할도 끝난다.20) 그리고 가정제화의 마지막 임무는 화장장에서 주인(家長)의 시신을 완전히 태

    사마로파나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즉, “불을 [신체로] 옮길 때, 가르하파티야 불로서 양손을 따뜻하게 하고(gārhapatye pāṇī pratitapya), [눈, 귀, 코, 입이라는] 제 감관을 만지면서(prāṇān saṃmṛśati), ‘오라! 나의 감관으로 들어가라(ehi me prāṇān āroha)’라고 읊고서. […] 언제나 파지(把持)하는 것인 [다크쉬나그니(dakṣiṇāgni) 제화]로부터, [신체 또는 부시나무인] 다른 것에 [불을 옮긴다](nityabhṛtā anyasmin; ŚāṅkhŚS 2.17.1~6).” 한편 우파바로하나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즉, “‘내려와라. 자타베다스(jātavedas, 불, 모든 것의 소유자, 모든 존재를 아는 자)여. 그대는 분별하여, 다시 신들을 위해 우리들의 공물을 옮겨라(upāvaroha jātavedaḥ punas tvaṃ devebhyaḥ havyaṃ vaha naḥ prajānam).’[…]라고 읊고서, 신체로부터 부시나무에 [불을] 옮겨서 불을 지핀다(ātmano 'raṇyor upāvarohya manthanam; ŚāṅkhŚS 2.17.8).” 土山 泰弘(2004) p. 86.

    19) 井狩 彌介(2004) p. 305.20) 고대 인도의 제식 문헌에는 여행지에서 죽은 가장의 장례에 관련된 언급도

    있다. 즉, 제화를 신체 등에 지닌 채로 여행지에서 죽은 가장의 장례와 관련된 것이다. 츠지 나오지로(辻 直四郎 1977:353f.)는 고대 인도의 장례의식과 관련하여 슈라우타코샤(Śrautakośa) 1.10의 번역을 제시한다.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13

    운 후에, 그를 천상으로 옮김으로써 완수된다. 이때 현생(現生)에서 타오르던 가정제화로서 아그니는 사라지게 되고, 신으로서 아그니가 내생(來生)을 향해 나아가는 가장을 태우고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여겨졌다. 이와 같은 개념이 사후의 윤회과정을 설명하는 5화2도설(五火二道說)의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2.2. 슈라우타 제식의 제화

    가정과 관련된 그리히야 제식이 한 개의 제화(gṛhyāgni)를 사용하는 반면, 공동체와 관련된 슈라우타 제식은 기본적으로 세 개의 제화를 사용한다. 즉, 서쪽부터 순서대로 원형 제화단의 가르하파티야(gārhapatya, 가장의 불, 공물을 조리하는 불), 반원형 제화단의 다크쉬나그니(dakṣiṇāgni, 요리의 불, 사제들을 위한 음식을 조리하는 불), 정방형 제화단의 아하바니야(āhavanīya, 헌공의 불, 조리된 공물을 바치는 불)이다.21) 슈라우타 제화는 가정제화로부터 분화(分火)하는 것과 제사 장

    소(祭場)에서 불을 지피는 도구(araṇī)를 사용하여 직접 제화를 만드는 방법이 병용된다. 불을 지피는 도구는 한 쌍의 나무로 만들어진 도구로서, 한 쪽 봉을 다른 쪽 받침판 위에서 회전시키는 마찰력을 통해 불을 지피는 것이다. 초기에는 세 가지 제화 중, 가르하파티야와 아하바니야는 점화

    도구를 사용하여 지핀 불을 사용하고, 다크쉬나그니는 가정제화(gṛhyāgni)에서 분화(分火)해서 사용하였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제사 장소(祭場)에서 직접 지핀 불을 제화로 사용하는 비중이

    21) Tachikawa(2001) pp. 39, 59.

  • 14 ∙ 印度哲學 제54집

    커졌다. 그 결과 초기에는 점화도구를 사용해 지펴진 불을 가르하파티야와 아하바니야 제화단에만 사용하였지만, 후대에는 다크쉬나그니 제화단에도 사용하였다. 그렇게 불을 붙이는 방식뿐만 아니라 계통이 달랐던 두 종류의 제화가 제식체계가 정비되면서 동

    질(同質)의 제화로 통합되었다.22)

    III. 예배 대상

    이미 살펴보았듯이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는 현실적으로

    는 제화단에서 타오르는 제화이면서, 상징적으로는 불의 신으로서 예배의 대상이다. 그와 같은 양면성을 반영하듯이, 아그니에 대한 예배도 제화 자체에 대한 것과 불의 신에 대한 것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아그니우파스타나(agnyupasthāna, 제화에 대한 예배)로서 거행되고, 후자는 주로 아그니호트라 제식 중에 행해진다.

    3.1. 제화에 대한 예배

    고대 인도의 제화에 대한 예배는 크게 아그니호트라(agnihotra) 직후에 매일 거행하는 예배(agnyupasthāna)와 1년에 한 번씩 예

    22) 다크쉬나그니는 기능적 차원에서 ‘가르하파티야와 아하바니야’와 구분되는데, 전자가 신들에게 헌공하는 것과 관련된 것에 반해, 후자는 가정의 일상적 불의 연장선상에 있는 성격을 지닌다. 井狩 彌介(2004) pp. 306f, 312.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15

    배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전자와 관련하여 고대 인도의 제식학파들은 그것을 의무로 규정하는 학파와 임의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학파로 나뉜다.23) 그것을 의무로 규정하는 ‘흑 야주르베다(Kṛṣṇa Yajurveda)’ 계열의 타잇티리야 상히타(Taittirīya Saṁhitā, 이하 TS) 1.5.9.6에 따르면, 이런 제화에 대한 예배는 제주가 원하는 것(āśis)을 성취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행해야만 한다고 규정한다.24)한편, 예배하는 시간과 관련하여 TS는 ‘제화에 대한 예배

    (agnyupasthāna)’는 “밤에 예배한다. 이른 아침에 하지 않는다.”25)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KS는 그것을 손님접대의무와 관련하여 “밤에 예배한다. 이른 아침에는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밤에 손님에 대하여 [사람들은] 책무(責務)를 지고 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는 그렇지 않다.”26)라고 규정한다. 즉, 가장의 손님접대의무가 밤에만 있고 이른 아침에는 없는 것처럼, 제화에 대한 예배도 밤에 거행해야 한다는 것이다.27)또한 브라마나 문헌은 ‘제화에 대한 예배(agnyupasthāna)’를 거

    행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제화가 가장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따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또한 그렇게 [제

    23) Gonda(1980) p. 8과 각주 10. 24) “‘제화는 예배되어야만 하는가? 예배되지 않아도 되는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 그러므로 실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인가 [얻기를] 청하는 제주가 [자신을 위해] 제식을 행한다.’ 바로 그렇게 그것이 [헌공된다면], 제화단에 제화를 설치한 자(祭主)가 제화에 헌공된 것을 향수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제화를] 예배해야만 한다. (upasthéyo 'gnī́3r nópasthéyā́3 ity āhur … atho khálv āhur. āśiṣe vái káṃ. yájamāno yajata íty. eṣā́ khálu vái. ā́hitāgner āśī́r yád agním upatíṣṭhate. tásmād upasthéyaḥ//TS 1.5.9.6//)” 笠松 直(2007) pp. 244f.

    25) náktam úpa tiṣṭhate. ná prātáḥ//TS 1.5.9.5//26) sāyam upatiṣṭhate. na prātas. tasmāt sāyam atithaye pratyenaso. nota

    tathā prātaḥ//KS 7.5.66.20//27) 笠松 直(2007) p. 244.

  • 16 ∙ 印度哲學 제54집

    화에 경의를 드러내는 것에 의해서], 각각의 제화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제화들은 그를 따르는 것이 된다.”28) 그런 까닭에 가장은 집을 비우고 여행을 떠날 때, ‘제화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예배(pravatsyad-upasthāna)’를 반드시 거행해야 한다.29) 이것은 가장과 제화가 한 몸(一体)이라는 사고를 잘 나타내주는 제식행위이다.한편 마이트라야니 상히타(Maitrāyaṇī Saṃhitā, 이하 MS)

    1.5.6은 매일 밤 의무적으로 거행되는 아그니우파스타나와 다른 제화에 대한 예배를 언급한다. 그것은 제화설치제(abhyādheya)를 통해 설치된 제화를 설치일로부터 1년이 지날 때마다 예배하는 것이다. MS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30)

    또한 그 [제화]는 [제화단에] 설치되면 늙어간다. 제화(agni)는 가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로 이 아그니야데야(agnyādhéya)의 공물들을 일 년이 지날 때마다 헌공해야만 한다. 그것을 통해 그 [제화]는 늙지 않는다. 그것을 통해 그 [제화가] 다시 새로운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제화]는 염려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그니야데야는 아그니파바마나(Agnipavamāna)에게 예배되는 야지야(yājyā)31)와 아누바키야

    28) atho agnibhya evaitad ātmānam paridadāti/ [agnihotra] ye cainam anvañcobhavanti//Kauṣītaki brāhmaṇa 2.5//

    29) ŚāṅkhŚS에 따르면, ‘가장이 집을 비울 때에 제화에 경의를 표하는 규정(pravatsyad-upasthāna)’은 다음과 같다. 집을 비울 때, 가장은 가르하파티야, 다크쉬나그니, 아하바니야 순으로 각각의 제화를 쳐다보면서 만트라를 읊고 집을 나서지만, 집 가까이에 있을 때에는 아직 말을 자제한다(ŚāṅkhŚS 2.14.1~5).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아침 저녁 또는 신월제와 만월제의 날에는 해당하는 만트라 구절을 읊조린다. 또는 새벽과 일몰 때에는 입을 닦고서 마하비야흐리티(mahāvyāhṛti)를 읊는다(ŚāṅkhŚS 2.14.6~9).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자신의 제화가 보이면 다시 말을 삼가고, 집을 떠날 때와 반대로 아하바니야, 다크쉬나그니, 가르하파티야 순으로 각각의 제화를 쳐다보면서, 만트라를 읊고서 장작을 넣는다(ŚāṅkhŚS 2.14.10~2.15.5). 土山 泰弘(2004) p. 86.

    30) 笠松 直(2007) p. 246.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17

    (anuvākyā)32) [만트라]로써 예배해야만 한다. 그것을 통해 그 [제화]는 늙지 않는다. 그것을 통해 그 [제화가] 다시 새로운 것이 된다. 12개의 [만트라를] 사용해서 예배한다. 1년은 12달이다. 바로 그렇게 1년을 거머쥐고서 성취하게 된다. 13번째는 아그니와 소마에게 바쳐지는 만트라로써 예배해야 한다. [그렇게] 13번째 달이 있다.33) 바로 그 [13번째 달을] 거머쥐고서 성취하게 된다.34)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제화를 가축(paśú)에 비유하고, 그것이 설치된 순간부터 나이가 들어가는(√jṝ)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즉, 제화는 단순히 타오르는 무생물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것으로 상정된다. 따라서 제화가 설치된 이후에도 보살핌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1년마다 바쳐지는 공물을 통해 젊음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예배해야만 한다. 그러면 제화는 바쳐진 공물을 통해 늙지 않게 되고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것이 된다.

    31) ‘야지야(yājyā)’는 글자 그대로는 ‘헌공되어야만 할 것’이라는 의미인데, 제식에서 정화(淨化) 혹은 성화(聖化)를 위한 만트라를 지시한다. 야지야는 호트리(hotṛ) 제관이 읊는 만트라로 구성된다. 그것은 아드바리유(adhvaryu) 제관이 아지야(ājyā, 정제된 버터) 액을 바칠 때 읊는 것이다. Chitrabhanu(1978) p. 101.

    32) 호트리(hotṛ) 제관 또는 마이트라바루나(maitrāvaruṇa) 제관이 읊는 만트라로, 신이 자신에게 바쳐진 공물의 몫을 취할 것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3) 윤달(閏月)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34) jī́ryati vā́ eṣá ā́hitaḥ. paśúr hy àgnis. tád etā́ny evā́gnyādhéyasya havī́ṃṣi

    saṃvatsarésaṃvatfsare nírvapet. téna vā́ eṣá ná jīryati. ténainaṃ punarṇaváṃ karoti. tán ná sū́rkṣyam. etā́bhir evā́gneyapāvamānī́bhir agnyādhéyasya yājyānuvākyā̀bhir upasthéyas. téna vā́ eṣá ná jīryati. ténainaṃ punarṇaváṃ karoti. dvādaśabhir úpatiṣṭhate. dvā́daśa mā́sāḥ saṃvatsaráḥ. saṃvatsarám evā́ptvā́varunddhe. agnīṣomī́yayā trayodaśyópasthéyas. ásti mā́sas trayodaśás tám evaítáyāptvā́varunddhe//MS 1.5.6//

  • 18 ∙ 印度哲學 제54집

    3.2. 불의 신 아그니에 대한 예배

    고대 인도에서 불의 신 아그니는 다른 어떤 신보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중요한 신이었다. 그것은 ṚV가 아그니 신에 대한 찬가로 시작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아그니를 불러 찬양한다. 선두에 선 자(제관), 신(神)으로서 제사의 집행자, 매우 많은 재보(財寶)를 지닌 호트리(hótṛ) 제관으로서.35)

    이처럼 아그니는 제식의 선두에 서 있으면서 제사의 집행자 역

    할을 한다.36) 그리고 베다 경전들은 프라자파티(Prajāpati)가 아그니에게 제사에서 공물을 바치는 행위, 즉 아그니호트라를 통해 세계를 창출(創出)했다고 묘사한다. 프라자파티는 아그니에게 공물을 바침으로써 얻은 것을 반복해서 다시 제화에 헌공하는 과정을

    통해 이 세계를 순차적으로 창출한다. 이처럼 아그니호트라를 통한 세계창출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베다 시대부터 있었다. 그것과 관련된 실례가 MS 1.8.1 이하와 KS 6.1 이하에서 발견되

    는데,37)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프라자파티는 자신의 머리에서 처음으로 아그니를 창출하고 나서, 아그니에 반복적으로 헌공함으로써 순차적으로 ‘① 인간, ② 말, ③ 소, ④ 양, ⑤ 숫양, ⑥ 보리, ⑦ 쌀 등’ 마을에 속하는 7가지38)를 창출한다. 그35) agním īḷe puróhitaṃ yajñásya devám r̥tvíjam/ yajñásya devám r̥tvíjam/

    hótāraṃ ratnadhā́tamam//ṚV 1.1.1//36) 아그니는 ṚV 1.1.8에서는 ‘희생제의 통치자(rā́jantam adhvarā́ṇāṃ)’라고 불

    린다. Aguilar(1976) p. 75.37) Bodewitz(2003) pp. 14~16; 30~33.38) 여기서 인간(puruṣa)이나 곡물인 보리와 벼를 마을에 속하는 가축으로 셈하

    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베다에서 7이라는 숫자는 자주 사용되는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19

    리고 “그와 같이 알고 아그니호트라를 헌공하는 사람은 여기에 열거한 7가지를 자신의 것으로 얻게 된다.”39)라고 끝맺는다.이처럼 아그니호트라와 관련된 MS 1.8.1 이하는 프라자파티가

    제사를 통해 세계를 창출했다는 신화적 이야기에 아그니호트라에

    서 공물을 바친 제주(祭主)가 성취하게 될 7가지 성과도 덧붙여 제시한다. 이런 아그니호트라를 통해 받게 될 축복에 대한 신뢰가 제주들로 하여금 더 많은 제사를 바치도록 부추겼을 것이다.이 밖에도 고대 인도의 제식 문헌에는 아그니 신에 대한 다양한

    예배가 묘사되는데, 한 실례가 ŚB 3.1.3.1이다. ŚB는 곡물의례(dīkṣaṇīyesti)를 규정하면서 비슈누 신과 아그니 신을 제식의 양쪽 끝이라고 칭송하고, 두 신들에 대한 구체적 헌공 방식을 규정한다.40)

    그는 물을 들고 나와서 아그니와 비슈누에게 11접시의 쌀 케이크를 [준비해서] 바친다. 왜냐하면 아그니(신으로서 아그니)가 바로 모든 신격들이고 모든 신격들에게 바쳐진 것이 아그니(불로서 아그니)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그니는 바로 제식의 이쪽 끝이고 비슈누는 [제식의] 저쪽 끝이다. 따라서 “그 모든 신격들을 붙잡고서, 그리고 모든 제식을 붙잡고서, [나는] 성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곳에 아그니와 비슈

    숫자이고, 곡물을 가축으로 집어넣는 것은 7이라는 숫자를 맞추려는 목적과 함께 재산의 일부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은 tat-puruṣa(그의 사람, 즉 소유하고 있는 사람)를 지칭하는 것으로 재산의 일부로 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병행구에 속하는 MS 1.5.10에서는 “7개의 마을에 속하는 [희생제 제단에 사용되는] 벽돌을 여기에 덧붙이면 소, 말, 노새, 당나귀, 들 암양, 양, 인간이다. (saptá grāmyā́ íṣṭakās tā́ átropadhéyā/ gáus cā́śvaś cāśvataraś ca gardabho ’jā́ cā́viś ca puruṣo//)”라고 언급한다. 이 밖에 아타르바베다(Athravaveda) 19.53.7 등에서도 인간이 재산 목록에 속한다. 이처럼 인간을 재산 목록으로 셈 한 것은 후기 베다 시대에는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원 전후의 시대에 이르면, 이것을 구체적으로 하인, 하녀, 여인 등으로 지칭하기 시작한다.

    39) tā́nevā́varunddhe yá evaṃ vidvā́n agnihotráṃ juhóti//MS 1.8.1//40) 박문성(2016) p. 143.

  • 20 ∙ 印度哲學 제54집

    누를 위한 11접시의 쌀 케이크가 있다.41)

    이때 곡물로 만든 케이크(puroḍāśa)42)는 젖소의 젖으로 만든 죽과 한 쌍으로써 헌공한다. 이 공물을 아그니 신에게 헌공하는 것을 통해 제주는 정화 혹은 성화되어 희생제사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또한 그것은 제주의 의례적(儀禮的) 죽음과 재생을 상징하기도 한다.앞에서 언급했듯이(각주 9), 아그니에 대한 헌공의 목적은 제화

    (祭火)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것, 태양의 불을 보존하기 위한 것, 신으로서 아그니를 찬양하기 위한 것 등이다. 이 세 목적의 성취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연동되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제화 ≒ 태양 ≒ 불의 신 아그니’라는 등식을 가능케 한다.

    IV. 매개자

    베다제식은 제화(祭火)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때 제식의 틀은

    41) apáḥ praṇī́ya āgnāvaiṣṇavam ékādaśa-kapālam puroḍā́śaṃ nírvapaty agnir vai sárvā devátā agnau hi sárvābhyo devátābhyo júhvaty agnir vaí yajñásyāvarārdhyò víṣṇuḥ parārdhyás tat-sárvāś caivaìtád-devátāḥ parigŕ̥hya sárvaṃ ca yajñám parigṛ̥hya dīkṣā íti tásmād āgnāvaiṣṇava ékādaśa-kapālaḥ puroḍā́śo bhavati//ŚB 3.1.3.1// 이것과 관련해서 아그니와 비슈누 신에게 11접시 분의 쌀케이크를 만들어 바치는 것과 관련된 병행구는 MS 3.6.1에서도 발견된다.

    42) 프로다샤는 탈곡한 현미(玄米) 혹은 현맥(玄麥)을 돌절구에 넣고 빻고, 그 분말에 물을 부어 반죽한 후, 그것을 카팔라(kapāla)라는 초벌구이 접시 위에 펼쳐 놓고, 밑에서 숯불과 위에서 띠(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등을 태움으로써, 위(숯불)와 아래(띠)의 불로 가열해서 만든다. 永ノ尾 信悟(1984) pp. 526f.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21

    손님환대의례의 형식을 기본으로 한다. 즉, 제주에게 재보(財寶)을 주는 신들이 제식에서 중요한 손님으로서 초대되고, 만트라와 공물(供物)을 제화에 바치는 헌공을 통해 환대를 받는다. 베다제식의 아그니는 제화단(祭火檀)에서 타오르는 제화에 헌공

    된 공물을 천상의 신들 앞으로 운반해 간다. 지상의 불(祭火)인 동시에 천상의 신이라는 양면성을 통해, 아그니는 그렇게 지상세계와 천상세계, 인간과 신들이 공물과 재보(財寶)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매개자 역할을 한다.43) 이처럼 제주가 살아있을 때, 신에게 속한 공물과 제주에게 속한 재보를 전달하던 아그니는 그가 죽으면

    생전에 바쳤던 제식과 보시의 효력과 함께 제주를 천상으로 옮겨

    가는 역할을 한다.

    4.1. 공물 전달자로서 아그니

    아그니의 기본적 역할은 지상에서 제주가 바친 공물을 천상의

    신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공물 전달자로서의 아그니의 모습은 ṚV에서도 묘사된다.

    우리(바루나를 비롯한 신)는 그대를 위해 늙지 않는 나이를 만든다. 아그니여. 그 직책을 수행하는 그대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타베다스(아그니의 별명)여. 그러므로 그대가 호의를 갖고 신들에게 공물의

    43) 고대 인도에서 제식 초기는 신이 활동하는 천상세계(天界, svarga)와 제사가 거행되는 제사장소(祭場)라는 두 차원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천상세계-제식-인간’이라는 세 차원의 존재의 상호 대응관계라는 형태로 고착된다. 이런 사상은 제식을 매개로, 구체적으로는 제화를 매개자로 해서 천상세계와 인간의 유기적 대응관계를 인정하는 사고로 발전하였다. 또한 우파니샤드 문헌에서 발견되는 신비주의 사상을 낳기도 하였다. 井狩 彌介(2004) pp. 304f; Kolamkuzhyyil(2016) pp. 26ff.

  • 22 ∙ 印度哲學 제54집

    몫을 나르기를.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자여.44)

    공물 전달자로서 활동을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슈라우

    타 제식을 시작하면서 거행하는 제화단설치제(agnyādheya)이다. 이 제식은 세 제화 각각에 제화단을 설치하고 순차적으로 불을 옮

    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 첫째, 하나의 아그니로부터 다수의 아그니로 분화(分火, vibhakti)되는 제식행위가 우주생성론과 관련하여 일자(一者)로부터 세 개의 세계로 분화된다는 신화적 구도에 대응한다. 둘째, 구체적으로 제식에서 불을 서쪽에서 동쪽으로(prāñcam) 이동시킴으로써, 제화에 바쳐진 공물이 아그니를 매개로 지상에서 천상으로 옮겨가는 것을 상

    징한다.45) 브라마나 문헌은 이 제식에서 사용되는 세 제화, 즉 가르하파티

    야 제화, 다크쉬나그니, 아하바니야 제화의 상징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다. 즉, 가르하파티야는 대지(pṛthivī), 다크쉬나그니는 허공(中空), 즉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antarikṣam), 그리고 가장 동쪽의 아하바니야는 천상(dyaus), 즉 신들이 사는 빛나는 천상세계(svargo lokas)를 상징한다. 제화단설치제에서 제화 아그니(火)는 대지, 허공, 천상으로 상징

    되는 각각의 제화단에 순차적으로 옮겨간다. 이것은 공물 전달자로서의 아그니의 역할을 제식행위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44) kurmás ta ā́yur ajáraṃ yád agne yáthā yuktó jātavedo ná ríṣyāḥ/ áthā vahāsi sumanasyámāno bhāgáṃ devébhyo havíṣaḥ sujāta// ṚV 10.51.7//

    45) 제화단설치제에서 제화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시키는 동작은 아리안의 이주(移住)와 관련되어 동진(東進)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제화단들이 설치되는 제사 장소(祭場)에 큰 벽돌 2,000개를 사용해서 큰 독수리가 비상하는 모습을 본뜬 제단을 쌓는 아그니차야나(agnicayana, 아그니신제단구축제)는 제식을 거행하는 제주가 독수리의 등에 타거나, 혹은 스스로 독수리로 변신해서 지상으로부터 천상의 세계로 여행해 나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井狩 彌介(2004) pp. 313f; 坂本 恭子(1996) p. 32; Vesci(1992) pp. 167~173.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23

    이 세 곳을 오고가는 제화의 이미지는 허공을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에 비유된다.46)그렇게 제주가 ‘제사지낸 것(iṣṭá)’은 새의 이미지를 갖는 아그니

    제화(祭火)를 통해 하늘로 옮겨지고 ‘제식의 효과(功德)’로서 축적되며, 사후에 천상세계(天界)에 올라간 제주와 합체(合体)하여 천상세계의 생활기반이 된다. 더불어 제주가 제관에게 ‘[보수로서] 바친 것, 즉 보시의 효력(pūrtá)’도 천계의 자산이 된다. 그리고 그의 ‘제식과 보시(iṣṭā, pūrtá)’의 효력이 끝나면 천계에서 다시 죽고(再死) 지상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를 위해 슈라우타 제식을 규칙적으로 많이 거행하고, 제관에게 많은 보수를 건네는 것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써 제주는 슈라우타 제식의 첫째 목적인 천상세계(天界)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47)

    46) 우주를 대지(iyam pṛthivī), 허공(antarikṣam), 하늘(asu lokaḥ, dyaus, svargo lokaḥ)이라는 세 개로 구분하는 것은 베다의 우주관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이것을 포함한 총체를 ‘여기에 있는 모든(idaṃ sarvam)’이라고 표현한다. 각 세계를 대표하는 신으로는 아그니(Agni, 대지), 바유(Vāyu, 허공), 수리야(Sūrya, 하늘)가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지는 인간에게, 허공은 선조의 영혼(祖靈)에게, 하늘은 신들에게 할당된다. 井狩 彌介(2004) pp. 312f; Knipe(1973) p. 94.

    47) 베다제식은 제사 장소에 제주(祭主), 제관(祭官), 신(神)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발설된 내용이 성취되는 힘을 지는 말(bráhman)과 제식행위(kárman)로 구성된다. 이때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믿음(śraddhā́)이다. 그것은 ① 제식 참가자인 제주, 제관, 신들 사이의 상호신뢰, 즉 신과 인간 사이에, 전자(神)는 초월적 힘을 행사하고 후자(人間)는 찬사와 헌공을 바친다는 믿음, 그리고 제관과 제주 사이에서는 제관은 올바르게 제식을 집행하고 후자는 합당한 보시

    (布施)를 제공한다는 믿음이다. ② 제식의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 즉 올바로 발설된 말과 제식행위는 제주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킨다는 믿음이다. ③ 제식과 보시의 효력은 사후(死後)에도 유효하다는 신뢰, 즉 제식과 보시(iṣṭā, pūrtá)의 효력이 사후에도 유효하다는 믿음이다. 阪本(後藤) 純子(2018) pp. 159~160; pp. 164f; MS 1.8.6:123.18ff.

  • 24 ∙ 印度哲學 제54집

    4.2. 사후에 제주를 천상으로 옮기는 제화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정제화의 마지막 역할은 죽은 가장의 시신을 완전히 태우는 것과 그를 천상세계로 옮기는 것이다. 제화의 도움을 받아 천상세계로 올라간 가장은 자신이 생전에 바쳤던 제

    식과 보시(iṣṭā, pūrtá)의 효력과 결합하게 된다. 이 사상은 고대 인도의 업설(業說)과 윤회설(輪迴說)의 초기형태라고 할 수 있는 5화2도설(五火二道說) 및 재생(再生)이론으로 발전된다. 고대 인도에서 5화설의 기본적 형태는 ŚB 11.6.2.1 이하에서 발

    견된다. 여기서 자나카(Janaka) 왕은 바라문들에게 아그니호트라(Agnihotra)의 거행 방법을 묻고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상, 즉 다섯 제화에 순차적으로 헌공함으로써 공물이 남자로 태어나는 과

    정을 설명한다. 즉, ① 허공(antarikṣa), ② 하늘(deva), ③ 대지(pṛthivī), ④ 남자(puruṣa), ⑤ 여자(striya)라는 제화를 경유해서 공물은 남자로 태어난다. 그것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그리고 그 두 공물이 [제화에] 헌공되었을 때, 위로 올라간 그들이 허공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허공을 그렇게 아하바니야 제화로 만들었다. 바람이 [그것의] 연료이다. 바로 태양 [빛이] 그것들의 참된 공물이다. 그것이 허공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나와서] 위로 올라갔다.48)

    ② 그것들은 하늘로 들어갔다. 그것들이 바로 하늘을 아하바니야 제화로 만들었다. 태양이 그들의 연료이다. 달이 바로 그것들의 참된 공물이다. 그것들이 하늘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나와서 위로 올랐다.49)

    48) te vā́ eté ā́hutī hute útkrāmataḥ té antárikṣam ā́viśatasté antárikṣam evā̀havanī́yaṃ kurvā́te vāyúṃ samídham márīcīr evá śukrām ā́hutiṃ té antárikṣaṃ tarpayataste táta útkrāmataḥ//ŚB 11.6.2.6//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25

    ③ 그것들이 이 [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땅을] 아하바니야 제화로 만들었다. 불(agni)이 그들의 연료이다. 식물들이 바로 그것들의 참된 공물이다. 그것들이 이 [땅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나와서] 위로 올라갔다.50)

    ④ 그것들이 남자에게 들어갔다. 그의 입을 바로 그들의 아하바니야 제화로 만들었다. [그들의] 혀가 연료이다. 음식이 바로 [그들의] 참된 공물이다. 그들은 남자를 만족시켰다. 바로 이렇게 알고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그니호트라를 [바르게] 헌공한 자가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것으로부터 나와서 위로 올랐다.51)

    ⑤ 그것들이 여자에게 들어갔다. 그녀의 무릎을 그들의 아하바니야 제화로 만들었다. 그녀의 자궁이 [그것들의] 원료이다. 왜냐하면 그 [자궁은] 저장소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서 프라자파티가 창조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자가 바로 [그것의] 참된 공물이다. 그것이 여인을 만족시켰다. 그래서 바로 그렇게 알고서 배우자에게 다가가는 [남자는] 자신의 아그니호트라를 [바르게] 헌공하는 자가 된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은 새롭게 태어난 세계이다. 이것이 아그니호트라이다. 야즈냐발키야여 이것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52)

    이러한 자나카의 사상은 자이미니야 브라마나(Jaiminīya 49) te dívam ā́viśataḥ te dívam evā̀havanī́yaṃ kurvā́te ādityáṃ samídhaṃ

    candrámasam evá śukrāmā́hutiṃ te dívaṃ tarpayataste táta ā́vartete//ŚB 11.6.2.7//

    50) té imām ā́viśataḥ té imā́m evā̀havanī́yaṃ kurvā́te agníṃ samídham óṣadhīr evá śukrāmā́hutiṃ té imā́ṃ tarpayataste táta útkrāmataḥ//ŚB 11.6.2.8//

    51) te púruṣam ā́viśataḥ tásya múkham evā̀havanī́yaṃ kurvā́te jihvā́ṃ samídham ánnam evá śukrāmā́hutiṃ te púruṣaṃ tarpayataḥ sa yá eváṃ vidvā́n aśnā́ty agnihotrám evā̀sya hutám bhavati te táta útkrāmataḥ//ŚB 11.6.2.9//

    52) te stríyam ā́viśataḥ tásyā upástham evā̀havanī́yaṃ kurvā́te dhā́rakāṃ samídhaṃ dhā́rakā ha vai nā́maiṣaìtáyā ha vaí prajā́patiḥ prajā́ dhārayā́ṃ cakāra réta evá śukrāmā́hutiṃ te stríyaṃ tarpayataḥ sa yá eváṃ vidvā́n mithunám upaíty agnihotrám evā̀sya hutám bhavati yas tátaḥ putro jā́yate sá lokáḥ pratyutthāyy ètád agnihotráṃ yājñavalkya nā́taḥ páram astī́ti//ŚB 11.6.2.10//

  • 26 ∙ 印度哲學 제54집

    brāhmaṇa, 이하 JB)의 1.45(아그니호트라)에서 타오르는 태양이면서 보편적인 불에 신들이 불사의 음료인 물을 헌공함으로써 인간

    이 태어난다는 이론으로 발전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로 이 타오르는 것(太陽), 이것이 모든 인간들에게 속하는 불(普遍火, agni-vaíśvānara)이다. […] 이 보편적 불(普遍火)에 매일 신들이 불사의 음료(amṛtam; 중성 단수 목적격)인 물(apas; 여성 복수 목적격)을 헌공한다. 그 공물을 헌공하면, 그것으로부터 [식물의] 왕 소마가 발생한다. […] 여자(女)가 보편적 불(普遍火)이다. […] 그러한 이 보편적 불에 매일 신들이 정액을 헌공한다. 그렇게 공물을 헌공하면, 그곳으로부터 인간이 발생한다.53)

    이것은 후에 브리하드아란야카 우파니샤드(Bṛhadāraṇyaka upaniṣad)의 6.2.1~16과 찬도기야 우파니샤드(Chāndogya up-aniṣad)의 5.3.1~10.10에 제시된 2도설(二道說, 인간이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과 5화설(五火說, 인간은 어떻게 태어나는가?)을 통한 재생이론으로 체계화되었다.54) 여기서 5화설은 ① 세계인 제화에 믿음(śraddhā)을 헌공함으로

    써 소마가 발생하고, ② 소마를 비의 신 파르잔야(parjanya)에게 53) eṣa vā agnir vaiśvānaro ya eṣa tapati/ […] tasminn etasminn agnau

    vaíśvānare 'harahar devā amṛtam apo juhvati/ tasyā āhuter hutāyai somo rājā saṃbhavati// […] striyo vā agnir vaíśvānaraḥ/ […] tasminn etasminn agnau vaiśvānare 'harahar devā reto juhvati/ tasyā āhuter hutāyai puruṣas saṃbhavati//JB 1.45//

    54) 사카모토(준코) 준코는 5화2도설(五火二道說) 및 에너지순환이론과 관련해서 阪本(後藤) 純子(2018) pp. 166~169과 阪本(後藤) 純子(2012) pp. 27~43에서 베다로부터 우파니샤드에 이르는 원전 연구와 순환이론의 체계화 과정을 심

    도 있게 다루고 있다. 한편 니시무라 나오코는 西村 直子(2009)와 西村 直子(2007)에서 ŚB의 소마 순환이론 변천과정을 언급하면서, 실제로 순환하는 것은 신들의 음식인 소마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신월제(新月祭)에서 소마를 포함한 우유를 공물로서 바친 결과, 우유에 포함된 소마가 천계에 도달하고, 헌공을 바친 그 날(정확하게는 월삭의 다음날)의 해가 질 때 서쪽의 창공에서,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27

    바침으로써 비가 발생하고, ③ 비를 대지라는 제화에 헌공함으로써 음식이 발생하고, ④ 음식을 남자라는 제화에 헌공함으로써 정액이 발생하고, ⑤ 정액을 젊은 여인이라는 제화에 헌공함으로써 인간의 말을 가진 자, 즉 인간이 태어난다는 것이다.한편, 죽은 자들이 가는 두 길, 즉 2도설(二道說)은 ‘신들이 가는

    길(panthā devayāna, 神道)’과 ‘조상의 영이 가는 길(panthā pitṛyāna, 祖道)로 구분한다. 그런데 ṚV에서는 전자는 ‘신들이 제식에 왔다 돌아가는 길’ 또는 ‘아그니(Agni)가 공물(供物)을 신들에게 옮기는 길’을 의미할 때 사용된다. 그리고 후자는 ‘조상의 영이 매일 조령제(祖靈祭)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을 지시한다.55)이와 같이 아그니는 제주(祭主)가 살아있을 때는 공물을 천상의

    신들에게 운반하고 신들의 재보를 그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제주가 죽고 나면, 그의 시신을 완전히 태우고 나서 죽은 자(死者)를 천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V. 결론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베다제식의 중심에는 제화가 자리 잡고 있다. 베다제식에서 아그니는 제화단에서 타오르는 실질적인 불로

    55) 이미 ṚV에서 사람이 사후(死後)에 가는 길이 2종류라는 것이 언급된다. “조상(父祖)들이 [가는] 두 길에 대해 나는 들었다. [즉], 신들의 [길]과 죽을 수밖에 없는 자들의 길을. 그 두 길을 통해 아버지(天)와 어머니(地) 사이에 있는, 이 모든 움직이는 것이 함께 나아간다. (dvé srutī́ aśṛṇavam pitṝṇā́m/ aháṃ devā́nām utá mártyiyānām/ tā́bhyām idáṃ víśvam éjat sám eti/ yád antarā́ pitáram mātáraṃ ca//ṚV 10.88.15//)” 阪本(後藤) 純子(2018) p. 167와 각주 20.

  • 28 ∙ 印度哲學 제54집

    서의 제화와 아그니 신이라는 이중적 개념을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아그니는 제관과 제주가 공물을 바치는 제화이고, 자신에게 바쳐진 공물을 천상에 신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이며, 제화에 바쳐진 공물을 받는 신이기도 한다. 이처럼 아그니는 제화이면서 동시에 제식의 대상이다. 아그니에

    게 공물을 바치는 것을 통해서 세상이 창출된다는 사상은 베다 시

    기부터 시작하였고, 그것이 발전되어 에너지의 순환이론 혹은 윤회 사상, 즉 죽어서 어떻게 새롭게 태어나는가를 설명하는 5화설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한편, 제화에 바쳐진 공물을 지상에서 허공을 거쳐 천상세계로

    옮겨가는 매개자 아그니로서의 역할은 제주와 신들이 주고받는

    거래의 중개자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제주가 죽은 다음 화장되는 과정을 통해 제주를 천상으로 옮겨간다는 이미지로 발전되었

    다. 그리고 사상적 체계화를 통해 죽은 자들이 가는 두 길, 즉 ‘조상들의 길’과 ‘신들의 길’이라는 2도설로 발전되어 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가장이 제화를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사고

    와 더불어 아그니를 가장의 신체 내의 불과 동일시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의 ‘내적인 불’로서 내면화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상적 발전과정에서 아그니가 인간의 숨(asu), 자아(ātman), 타파스(tapas) 등과 동일시되면서 다양한 종교철학적 사상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이처럼 일상적인 불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출발하여, 베다 제

    식에서 필수 불가결한 제화로서 자리를 잡고,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불의 신으로서 아그니의 이미지 전개는 5화2도설과 에너지의 순환이론을 통한 윤회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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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 인도의 제식에서 아그니의 다양한 역할 ∙ 33

    Abstract

    On the Various Ritual Roles of Agni in Ancient India

    Park, Moonseong(Catholic University)

    Although fire had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an-cient cultures and religions of the Indo-European systems, the various roles given to Agni or fire in sacrifices during the ancient India are so unique like no other origin can be found.

    In ancient India, the concept of Agni had been changed from the fire for daily life of human to the sacrificial fire which was central to a sacrificial ritual. Because Agni (the sacrificial fire) transformed the sacrificial offering into a form accessible to the gods. And it was this offering to the gods which brought about the reciprocal divine gifts to the sacrificer.

    In relation to this matter, Agni was regarded not only as the sacrificial fire in the alter but also as the god of fire in heaven who accepts the sacrificial offering to himself. It means that Agni was acted as the mediator (or the mes-senger) between gods and human in ritual, since it is Agni who carried the oblations to the deities.

    From the role of the mediator, Agni not only a central concept of a sacrificial ritual but also as the most important concept of the cosmic cycle of transformations of a living

  • 34 ∙ 印度哲學 제54집

    Being(五火二道說) and Saṃskāra. Furthermore Agni was even identified with the fire in the body of the householder or the sacrificer during a ritual action. From this identity of Agni and inner fire of the sacrificer, it is also closely associated with Tapas or heat referring to extensive ascetic practices.

    This study aims to reveal he subdivided process and the symbolic meanings of the various roles of Agni in the sacri-ficial ritual, through the research into the previous works which are related to the role of Agni and the ritual liter-atures in ancient India.

    Keywords: Agni, sacrificial fire, ritual, mediator, energy cycle

    투고 일자: 2018년 11월 3일심사 기간: 2018년 12월 7일~26일게재 확정일: 2018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