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친구네 집은 봄, 여름, 가 을, 겨울, 사계절 내내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다. 내 친구네 집은 우리 집 바로 앞집이다. 매일 시끄러운 소음으로 어수 선하지만, 그 녀는 그 소리를 즐기며 행복하게 산다. 이른 새벽이면 부지런한 농 부들의 발자국 소리에 앞집 누렁이는 컹컹 짖는다. 누렁이가 짖어대면 먼동도 금세 튼다. 누렁이네 집 창문에 불이 켜지고 잠을 떨치지 못한 친구도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논밭 을 둘러보러 나간다.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이어지 는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와 통통 경운기 소리는 아침을 재촉하는 친숙한 소음이자 농촌의 풍경이 다. 비가 오는 날에도 소리는 잠들지 않는다. ‘뚝딱 뚝딱’ 농기계 고치는 망치소리가 빗소리와 박자를 맞춘다. 내 친구네 집에는 농기계라면 없는 것이 없다. 농사를 많이 짓는 시골집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가 지런히 정돈되지는 않았다. 미쳐 흙을 털어내지 못 한 농기계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당 한 편에 내동댕이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 을 다루는 농기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사일 이 한창인 까닭도 있을 게다. 또한 농기계의 수가 많다보니 어수선하게 보일 뿐이다. 내 친구네 집 마당에는 동네 구멍가게와 논밭에 갈 때 타고 다니는 자전거, 좁은 농로를 순발력 있 게 다닐 수 있는 오토바이, 밭을 가는 관리기와 경 운기,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용달차, 외출할 때 타 는 승용차, 모를 심는 이앙기, 넓은 논을 가는 트랙 터, 벼를 베는 콤바인, 무거운 농산물을 운반하는 지게차와 농사에 쓰이는 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하물며 벼를 말리는 대형건조기까지 농기계 란 기계는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대형건조기가 있 어서 가을이면 우리 마을 농가들은 물론 인근의 많은 농가들이 추수한 물벼를 내 친구네 집에 맡 겨 건조시켜 수매를 하거나 보관을 한다. 예전에는 추수한 벼를 아스팔트 도로 갓길에 널 어 말리곤 했지만, 요즘은 농촌의 노령화로 일손을 돕는 농기계의 발달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모두 대형건조기에 맡겨 건조시키기 때문이다. 그 러기에 친구네 집은 무척 바쁘다. 눈코 뜰 새 없지 14 2020년 6월 19일 금요일 이종근 기자 [email protected] 내 친구네 집 정성려 /제자 이승연 /제자 이승연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 (지은이 신정일, 출판 쌤앤파커스)' < 경상도> 와 <강원도>편이 발간됐다. <서울> <경기> <전라도> <북한> < 제주도>에 이어 여섯 번째 <경상도> 일곱 번째 <강원도>가 출판됐다. 땅이 넓고 아름다운 경상도는 신 라 천년의 고도 경주와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 지었다. 《택리지》에 “경상좌도는 벼슬한 집 이 많고 경상우도는 부유한 집이 많 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와 문 화의 보고 경상도는 현재까지도 우 리나라 정치와 경제의 한 축이다. 낙동강 발원지부터, 안동, 의성, 동 해의 끝 울릉도와 독도, 지리산과 섬 진강을 지나 부산 마산, 진해까지 경 상도 곳곳에 숨은 재미있는 지리, 역 사, 사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찍이 이중환은 강원도에 대해 “이름난 호수와 기이한 바위가 많아 서 높은 데 오르면 푸른 바다가 넓 고 멀리 아득하게 보이고, 산골짜기 에 들어가면 물과 돌이 아늑하여 경 치가 나라 안에서 참으로 제일이다” 고 평했다.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부 터 기름진 문막평야, 온 지방 사람들 이 모여 한바탕 굿판을 벌이는 강릉 단오제, 원주, 횡성, 관동팔경, 화진 포, 정동진까지 강원도 곳곳의 숨은 짧조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 24시간 달달거리며 가동되는 건조기 소리가 그 녀에게는 흥겨운 노래 소리로 들릴 것이다. 우리 집과 가장 가까운 앞집이지만 나도 오랜 세월 익숙해져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리 가 나지 않는다면 적막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내 친구는 내가 신혼이었을 때, 우리 집 바로 옆 집에서 셋방에 들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 세 월 친구로 지낸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였는데, 그 당시 세 살 먹은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 뒤 아들 하나를 더 낳아 2남 1녀를 두 었다. 남편은 늘 술에 젖어 살았다, 농촌에서는 농 번기가 되면 남에 일이나, 내 일 할 것 없이 일손이 필요했는데, 내 친구 남편은 전혀 손 하나 움직여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반거충이라고 수근 대기도 했다. 아마 친구가 안쓰러워서 하는 말이었을 것이 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 보면 용하기 도 했다. 내 친구의 친정은 김제라고 했다. 농사일은 김제 의 넓은 들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걸 보아왔기에 익 숙하겠지만 자기 소유의 논이 없으니 하늘만 쳐다 보며 사는 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들을 주인집 할머니에게 맡기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농사일을 도와주는 품팔이를 시작했다. 점심때가 되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려고 바삐 집으로 달려오 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그래도 친구남편은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늘 술 과 함께 살았다. 하루를 빠뜨리지 않고 마시는 술 에 몸이 온전할까? 자식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쯤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식구들은 사 는 것이 옹색하여, 이 집 저 집으로 셋방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내 친구는 강했다. 연약한 몸으로 남의 논을 조 금씩 임대로 짓기 시작했다. 임대농사는 해마다 조 금씩 늘어갔고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대농으로 소 문나게 되었다. 억세게 일한 보람으로 남편 없이 혼자서 셋이나 되는 자식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 열심히 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도 착하게 크고 좋은 직장에 취업 하였다. 꽤나 넓은 집터를 장만하여 반듯하게 새집도 지었다. 그 집이 바로 우리 앞집이다. 그녀가 임대한 논이 많아져 막내아들이 어머니의 일손을 돕다보니, 직장 생활 보다는 농사일이 났겠다고 느껴졌는지, 팔을 걷어 부치고 농사일에 뛰어 들었다. 이제는 살림이 넉넉 해 보여 뒷집에서 보는 내기분도 흐뭇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어려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억척스럽게 살더니, 기어이 가 난을 극복하고 성공했다. 세상은 열심히 사는 자 의 몫인 것 같다. 요즘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예쁜 손자의 ‘까르르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담을 넘 어 들려온다. 환하게 웃는 내 친구의 행복한 모습 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생태-문학,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 담다 ■ 신정일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 27만 명의 군산시민과 함께한 경제정책 실험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 자리를 창출했을까?(저자 황경수, 출판 안과밖)'는 저자가 1년간 군산에서 기획 하고 실행했던 정책들이 이룬 성과와 의 미를 기록했다. 지역 주력 산업의 붕괴! 실직자 1만 명! 위기의 도시 군산에서 골목상권이 '세상을 담고 싶었던 컵 이야기(지음 박성우, 그림 김소라, 발간 오티움)'은 독 자들이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도록 담백한 플롯에 특유의 선한 감 수성을 녹여냈다. 거기에『고슴도치의 소원』으로 서툰 어른들의 마음을 다독 인 김소라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마치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산성 산사 찾아-백제의 발자취를 찾다(지은 이 이방주, 발간 밥북)'는 백제의 정신과 매력을 만나는 수필가의 백제부흥과 산 양영아 수필가가 제2수필집 ‘불춤(신 아출판사)’을 펴냈다. 2014년 《슴베》를 선보인 후 6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수 필집이다. 이번 발간한 《불춤》은 인생의 생로병사를 통한 희로애락이 그대로 표 현된 진솔한 수필집이다. 불춤을 비롯한 40여 편의 수필은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익산교육백년-이리역의 까마귀 떼(엮 음 신귀백, 발간 중원문화)'를 돌아보면 근대 한국 100년이 보인다. 삼촌과 고모 들도 가마귀떼였다. 도서출판 중원문화 가 근대를 통해 지역을 들여다보는 첫 번째 시리즈 『이리역의 까마귀떼』처럼 용산, 부산, 대전, 광주 역도 겨울은 까 마귀떼였을 터이다. 조개탄 난로와 소풍, 학생복과 교련복을 보면 한국의 근대가 살아나고 일자리 4,500개가 창출된 이유 가 무엇일까? 로컬소비는 어떻게 군산을 위기에서 구했을까? 지금까지 지역소멸 이나 지방붕괴의 담론이 추상적인 세계 에 머물렀다면 저자는 실증적 사례를 통 해 위기의 본질을 설명하고 로컬소비를 통해 지역의 위기 극복 가능성을 보여주 아이의 시선처럼 투 명하게 컵이 바라보 는 세상을 담아낸 다. “나한테도 발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 어.”선 자리에 붙박인 채 움직일 수 없는 성, 산사 답사기다. 작가는 10년에 걸쳐 충청, 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부흥백제의 현장을 찾아 산성 167곳과 그 산성 아래 산사 경험을 엮어냈다. 작 품 곳곳에서 작가의 자연보호와 고향 사 랑을 엿볼 수가 있 다. 이웃의 이야기 를 읽어나가면 옆에 서 이야기해주는 듯 정겨우며, 때론 짧은 소설을 읽는 듯 빠져들기도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겪은 보인다. 태평양전쟁 말기 칠보발전소 건 설에 동원된 이리공 고생 사진 최초 공 개. 이리농림학생들 의 생활상과 중앙대 이리분교 사진도 함 께 소개된다. 작가는 나주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아 버지 손을 잡고 호남선을 타고 이리역에 고 있다. 지방은 붕 괴의 시대에서 지역 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인구절벽, 초연결 사회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나는 언택트현상과 소득의 역외유출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까지 감당하기 어려 운 문제들이 쌓여있다. /이종근 기자 컵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버 려지고 잊힌다 해도, 다시는 누군가의 입 술에 닿을 수 없다 해도, 컵은 자신의 생 김새처럼 둥글고 둥글게 세상을 비춘다. 귀처럼 생긴 손잡이로 주위를 둘러싼 생 명체들에게 귀 기울여주고, 자기의 텅 빈 안쪽을 온전히 다 내준다. 비가 오면 빗 물을 받아 출렁이고, 갈 곳 잃은 덩굴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종근 기자 45곳을 찾았다. 책 은 그중 역사적, 문 화사적 의미가 큰 곳을 선별하여 싣 고, 작가가 직접 쓰 고 찍은 글과 사진 을 통해 생생한 역 사의 현장으로 안 내한다. /이종근 기자 에피소드를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까지 살짝 곁들인 기행수필은 지루하지 않아 간접 여행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특이한 제목의 선정도 상큼하고 생활 속 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써 내려가 독자들 을 웃게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의 생로병사는 왕 도가 없는 법, 병을 얻은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길 바라면서 쓴 병상 일기 같은 수필은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낼 때까 지의 이야기를 곁에서 보는 듯 써 내려가 독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종근 기자 내린다. 이리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검은 교복을 입는다. 뺑뺑이 1세대로 원광중 학교를 무시험으로 입학하고 시험을 봐 서 남성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장발로 이 리에서 원광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다 니면서 3년 동안 야학교사를 한다. 졸업 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분필밥을 먹었 다. 학교 바깥일로 영화감독이 되어 장 편 다큐 〈미안해 전해줘〉를 연출해 극장 에 걸었다. 전북비평포럼대표, 전북독립 영화제 조직위원, 무주산골영화제 심사 위원을 역임하였다. /이종근 기자 ■ 황경수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조개탄 난로와 소풍, 학생복과 교련복을 보면 익산이 보인다 ■ 신귀백 `익산교육백년-이리역의 까마귀 떼' 희로애락이 그대로 표현된 진솔한 수필 ■ 양영아 `불춤'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세상을 느슨하고 둥글게 비추는 이야기 백제의 발자취를 찾다 ■ 박성우 `세상을 담고 싶었던 컵 이야기' ■ 이방주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산성 산사 찾아' '아날로그를 그리다(저자 유림, 출판 행복우물)'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 려나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 름다운 재현이 도드라진다. 아름다운 사진들과 펼쳐 지는 추억에 대한 소고. 공중전화, 필름카메라, 라디 오, 음악감 상실, LP판, 손편지, 첫사랑, 그리고 종이 위로 번지는 빛과 시간들.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려나 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재현은 2020년 <여 '냠냠 한식이야기2(저자 문은주, 출판 스튜디오돌곶 이)'는 20가지 한식의 유래를 알려주는 만화로 담겨진 책이다. 한식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 왠지 맛없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햄버거, 피자, 돈까 '모여라 원소 시티로!(저자 미야무라 가즈오, 출판 담 푸스)'는 즐겁게 학습하며 공부의 재미를 더해주는 ‘담 '한국 근대수필의 행방(저자 오양호, 출판 소명출판)' 은 한국수필의 크고 두터운 맥을 찾아 나선다. 이은상, 김진섭, 이양하, 김동석, 양주동부터 김기림, 정지용, 이 태준과 이광수까지 한국 근대수필을 형성해 온 문인들 성조선>에 인기리에 연재된 글과 사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 라진 것들을 추억하는 일은 누군 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어딘지 닮아있다. 이미 쓸모없어진 것들 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 을 소환시켜주는 사물들은 왠지 모를 위로를 전해준다. /이종근 기자 스… 외국 음식엔 맛있는 게 더 많으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치킨 이 우리나라 음식이었지 뭐인가? 그리고 짜장면도! 떡볶이, 쫄면, 씨앗호떡! 한식에도 맛있는 게 이 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종근 기자 푸스 지식이 담뿍담뿍’ 시리즈 의 두 번째 책이다. 복잡한 계 산을 해야 하는 물리, 눈에 보 이지 않는 입자를 이해하고 외 워야 하는 화학. 과학은 어렵다 고 생각하나. /이종근 기자 을 폭넓게 다루었다. 정전 탐색은 예외적인 동시에 선구적이고, 반시 대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성을 개척 하려는 노력이다. 대중성을 지니면 서도 그와 대결하는, 그래서 영원 한 현재성을 추구한다. /이종근 기자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려 나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재현 20가지 한식의 유래를 알려주는 만화 ■ 유림 `아날로그를 그리다' ■ 문은주 `냠냠 한식이야기2' 원소 시티로 떠나는 모험 한국 근대수필의 역사를 반추하다 ■ 미야무라 가즈오 `모여라 원소 시티로!' ■ 오양호 `한국 근대수필의 행방'

생태-문학,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 담다씨앗호떡! 한식에도 맛있는 게 이 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종근 기자 푸스 지식이 담뿍담뿍’ 시리즈

  • Upload
    others

  • View
    0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Page 1: 생태-문학,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 담다씨앗호떡! 한식에도 맛있는 게 이 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종근 기자 푸스 지식이 담뿍담뿍’ 시리즈

내 친구네 집은 봄, 여름, 가

을, 겨울, 사계절 내내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다. 내 친구네

집은 우리 집 바로 앞집이다.

매일 시끄러운 소음으로 어수

선하지만, 그 녀는 그 소리를

즐기며 행복하게 산다.

이른 새벽이면 부지런한 농

부들의 발자국 소리에 앞집

누렁이는 컹컹 짖는다. 누렁이가 짖어대면 먼동도

금세 튼다. 누렁이네 집 창문에 불이 켜지고 잠을

떨치지 못한 친구도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논밭

을 둘러보러 나간다.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이어지

는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와 통통 경운기 소리는

아침을 재촉하는 친숙한 소음이자 농촌의 풍경이

다. 비가 오는 날에도 소리는 잠들지 않는다. ‘뚝딱

뚝딱’ 농기계 고치는 망치소리가 빗소리와 박자를

맞춘다.

내 친구네 집에는 농기계라면 없는 것이 없다.

농사를 많이 짓는 시골집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가

지런히 정돈되지는 않았다. 미쳐 흙을 털어내지 못

한 농기계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당 한

편에 내동댕이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

을 다루는 농기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사일

이 한창인 까닭도 있을 게다. 또한 농기계의 수가

많다보니 어수선하게 보일 뿐이다.

내 친구네 집 마당에는 동네 구멍가게와 논밭에

갈 때 타고 다니는 자전거, 좁은 농로를 순발력 있

게 다닐 수 있는 오토바이, 밭을 가는 관리기와 경

운기,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용달차, 외출할 때 타

는 승용차, 모를 심는 이앙기, 넓은 논을 가는 트랙

터, 벼를 베는 콤바인, 무거운 농산물을 운반하는

지게차와 농사에 쓰이는 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하물며 벼를 말리는 대형건조기까지 농기계

란 기계는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대형건조기가 있

어서 가을이면 우리 마을 농가들은 물론 인근의

많은 농가들이 추수한 물벼를 내 친구네 집에 맡

겨 건조시켜 수매를 하거나 보관을 한다.

예전에는 추수한 벼를 아스팔트 도로 갓길에 널

어 말리곤 했지만, 요즘은 농촌의 노령화로 일손을

돕는 농기계의 발달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모두 대형건조기에 맡겨 건조시키기 때문이다. 그

러기에 친구네 집은 무척 바쁘다. 눈코 뜰 새 없지

14� 2020년�6월�19일�금요일

이종근 기자 [email protected]

내 친구네 집정성려

/제자 이승연/제자 이승연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

(지은이 신정일, 출판 쌤앤파커스)' <

경상도> 와 <강원도>편이 발간됐다.

<서울> <경기> <전라도> <북한> <

제주도>에 이어 여섯 번째 <경상도>

일곱 번째 <강원도>가 출판됐다.

땅이 넓고 아름다운 경상도는 신

라 천년의 고도 경주와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 지었다.

《택리지》에 “경상좌도는 벼슬한 집

이 많고 경상우도는 부유한 집이 많

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와 문

화의 보고 경상도는 현재까지도 우

리나라 정치와 경제의 한 축이다.

낙동강 발원지부터, 안동, 의성, 동

해의 끝 울릉도와 독도, 지리산과 섬

진강을 지나 부산 마산, 진해까지 경

상도 곳곳에 숨은 재미있는 지리, 역

사, 사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찍이 이중환은 강원도에 대해

“이름난 호수와 기이한 바위가 많아

서 높은 데 오르면 푸른 바다가 넓

고 멀리 아득하게 보이고, 산골짜기

에 들어가면 물과 돌이 아늑하여 경

치가 나라 안에서 참으로 제일이다”

고 평했다.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부

터 기름진 문막평야, 온 지방 사람들

이 모여 한바탕 굿판을 벌이는 강릉

단오제, 원주, 횡성, 관동팔경, 화진

포, 정동진까지 강원도 곳곳의 숨은

짧조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 24시간 달달거리며 가동되는 건조기 소리가 그

녀에게는 흥겨운 노래 소리로 들릴 것이다.

우리 집과 가장 가까운 앞집이지만 나도 오랜

세월 익숙해져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리

가 나지 않는다면 적막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내 친구는 내가 신혼이었을 때, 우리 집 바로 옆

집에서 셋방에 들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 세

월 친구로 지낸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였는데,

그 당시 세 살 먹은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 뒤 아들 하나를 더 낳아 2남 1녀를 두

었다. 남편은 늘 술에 젖어 살았다, 농촌에서는 농

번기가 되면 남에 일이나, 내 일 할 것 없이 일손이

필요했는데, 내 친구 남편은 전혀 손 하나 움직여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반거충이라고 수근 대기도

했다. 아마 친구가 안쓰러워서 하는 말이었을 것이

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 보면 용하기

도 했다.

내 친구의 친정은 김제라고 했다. 농사일은 김제

의 넓은 들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걸 보아왔기에 익

숙하겠지만 자기 소유의 논이 없으니 하늘만 쳐다

보며 사는 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들을

주인집 할머니에게 맡기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농사일을 도와주는 품팔이를 시작했다. 점심때가

되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려고 바삐 집으로 달려오

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그래도 친구남편은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늘 술

과 함께 살았다. 하루를 빠뜨리지 않고 마시는 술

에 몸이 온전할까? 자식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쯤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식구들은 사

는 것이 옹색하여, 이 집 저 집으로 셋방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내 친구는 강했다. 연약한 몸으로 남의 논을 조

금씩 임대로 짓기 시작했다. 임대농사는 해마다 조

금씩 늘어갔고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대농으로 소

문나게 되었다. 억세게 일한 보람으로 남편 없이

혼자서 셋이나 되는 자식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

열심히 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도

착하게 크고 좋은 직장에 취업 하였다. 꽤나 넓은

집터를 장만하여 반듯하게 새집도 지었다. 그 집이

바로 우리 앞집이다. 그녀가 임대한 논이 많아져

막내아들이 어머니의 일손을 돕다보니, 직장 생활

보다는 농사일이 났겠다고 느껴졌는지, 팔을 걷어

부치고 농사일에 뛰어 들었다. 이제는 살림이 넉넉

해 보여 뒷집에서 보는 내기분도 흐뭇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어려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억척스럽게 살더니, 기어이 가

난을 극복하고 성공했다. 세상은 열심히 사는 자

의 몫인 것 같다. 요즘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예쁜

손자의 ‘까르르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담을 넘

어 들려온다. 환하게 웃는 내 친구의 행복한 모습

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생태-문학, 그리고 우리나라 미래 담다■ 신정일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

27만 명의 군산시민과 함께한 경제정책 실험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

자리를 창출했을까?(저자 황경수, 출판

안과밖)'는 저자가 1년간 군산에서 기획

하고 실행했던 정책들이 이룬 성과와 의

미를 기록했다.

지역 주력 산업의 붕괴! 실직자 1만

명! 위기의 도시 군산에서 골목상권이

'세상을 담고 싶었던 컵 이야기(지음

박성우, 그림 김소라, 발간 오티움)'은 독

자들이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도록 담백한 플롯에 특유의 선한 감

수성을 녹여냈다. 거기에 『고슴도치의

소원』으로 서툰 어른들의 마음을 다독

인 김소라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마치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산성

산사 찾아-백제의 발자취를 찾다(지은

이 이방주, 발간 밥북)'는 백제의 정신과

매력을 만나는 수필가의 백제부흥과 산

양영아 수필가가 제2수필집 ‘불춤(신

아출판사)’을 펴냈다. 2014년 《슴베》를

선보인 후 6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수

필집이다. 이번 발간한 《불춤》은 인생의

생로병사를 통한 희로애락이 그대로 표

현된 진솔한 수필집이다. 불춤을 비롯한

40여 편의 수필은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익산교육백년-이리역의 까마귀 떼(엮

음 신귀백, 발간 중원문화)'를 돌아보면

근대 한국 100년이 보인다. 삼촌과 고모

들도 가마귀떼였다. 도서출판 중원문화

가 근대를 통해 지역을 들여다보는 첫

번째 시리즈 『이리역의 까마귀떼』처럼

용산, 부산, 대전, 광주 역도 겨울은 까

마귀떼였을 터이다. 조개탄 난로와 소풍,

학생복과 교련복을 보면 한국의 근대가

살아나고 일자리 4,500개가 창출된 이유

가 무엇일까? 로컬소비는 어떻게 군산을

위기에서 구했을까? 지금까지 지역소멸

이나 지방붕괴의 담론이 추상적인 세계

에 머물렀다면 저자는 실증적 사례를 통

해 위기의 본질을 설명하고 로컬소비를

통해 지역의 위기 극복 가능성을 보여주

아이의 시선처럼 투

명하게 컵이 바라보

는 세상을 담아낸

다.

“나한테도 발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

어.”선 자리에 붙박인 채 움직일 수 없는

성, 산사 답사기다. 작가는 10년에 걸쳐

충청, 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부흥백제의 현장을

찾아 산성 167곳과 그 산성 아래 산사

경험을 엮어냈다. 작

품 곳곳에서 작가의

자연보호와 고향 사

랑을 엿볼 수가 있

다. 이웃의 이야기

를 읽어나가면 옆에

서 이야기해주는 듯

정겨우며, 때론 짧은

소설을 읽는 듯 빠져들기도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겪은

보인다. 태평양전쟁

말기 칠보발전소 건

설에 동원된 이리공

고생 사진 최초 공

개. 이리농림학생들

의 생활상과 중앙대 이리분교 사진도 함

께 소개된다.

작가는 나주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아

버지 손을 잡고 호남선을 타고 이리역에

고 있다. 지방은 붕

괴의 시대에서 지역

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인구절벽,

초연결 사회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나는

언택트현상과 소득의 역외유출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까지 감당하기 어려

운 문제들이 쌓여있다.

/이종근 기자

컵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버

려지고 잊힌다 해도, 다시는 누군가의 입

술에 닿을 수 없다 해도, 컵은 자신의 생

김새처럼 둥글고 둥글게 세상을 비춘다.

귀처럼 생긴 손잡이로 주위를 둘러싼 생

명체들에게 귀 기울여주고, 자기의 텅 빈

안쪽을 온전히 다 내준다. 비가 오면 빗

물을 받아 출렁이고, 갈 곳 잃은 덩굴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종근 기자

45곳을 찾았다. 책

은 그중 역사적, 문

화사적 의미가 큰

곳을 선별하여 싣

고, 작가가 직접 쓰

고 찍은 글과 사진

을 통해 생생한 역

사의 현장으로 안

내한다.

/이종근 기자

에피소드를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까지 살짝 곁들인 기행수필은 지루하지

않아 간접 여행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특이한 제목의 선정도 상큼하고 생활 속

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써 내려가 독자들

을 웃게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의 생로병사는 왕

도가 없는 법, 병을 얻은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길 바라면서 쓴 병상 일기 같은

수필은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낼 때까

지의 이야기를 곁에서 보는 듯 써 내려가

독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종근 기자

내린다. 이리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검은

교복을 입는다. 뺑뺑이 1세대로 원광중

학교를 무시험으로 입학하고 시험을 봐

서 남성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장발로 이

리에서 원광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다

니면서 3년 동안 야학교사를 한다. 졸업

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분필밥을 먹었

다. 학교 바깥일로 영화감독이 되어 장

편 다큐 〈미안해 전해줘〉를 연출해 극장

에 걸었다. 전북비평포럼대표, 전북독립

영화제 조직위원, 무주산골영화제 심사

위원을 역임하였다. /이종근 기자

■ 황경수 ̀로컬소비는 어떻게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조개탄 난로와 소풍, 학생복과 교련복을 보면 익산이 보인다

■ 신귀백 ̀익산교육백년-이리역의 까마귀 떼'

희로애락이 그대로 표현된 진솔한 수필

■ 양영아 ̀불춤'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세상을 느슨하고 둥글게 비추는 이야기

백제의 발자취를 찾다

■ 박성우 ̀세상을 담고 싶었던 컵 이야기'

■ 이방주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산성 산사 찾아'

'아날로그를 그리다(저자 유림, 출판 행복우물)'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 려나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

름다운 재현이 도드라진다. 아름다운 사진들과 펼쳐

지는 추억에 대한 소고. 공중전화, 필름카메라, 라디

오, 음악감 상실, LP판, 손편지, 첫사랑, 그리고 종이

위로 번지는 빛과 시간들.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려나

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재현은 2020년 <여

'냠냠 한식이야기2(저자 문은주, 출판 스튜디오돌곶

이)'는 20가지 한식의 유래를 알려주는 만화로 담겨진

책이다. 한식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 왠지

맛없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햄버거, 피자, 돈까

'모여라 원소 시티로!(저자 미야무라 가즈오, 출판 담

푸스)'는 즐겁게 학습하며 공부의 재미를 더해주는 ‘담

'한국 근대수필의 행방(저자 오양호, 출판 소명출판)'

은 한국수필의 크고 두터운 맥을 찾아 나선다. 이은상,

김진섭, 이양하, 김동석, 양주동부터 김기림, 정지용, 이

태준과 이광수까지 한국 근대수필을 형성해 온 문인들

성조선>에 인기리에 연재된 글과

사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사

라진 것들을 추억하는 일은 누군

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어딘지

닮아있다. 이미 쓸모없어진 것들

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

을 소환시켜주는 사물들은 왠지

모를 위로를 전해준다.

/이종근 기자

스… 외국 음식엔 맛있는 게 더

많으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치킨

이 우리나라 음식이었지 뭐인가?

그리고 짜장면도! 떡볶이, 쫄면,

씨앗호떡! 한식에도 맛있는 게 이

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종근 기자

푸스 지식이 담뿍담뿍’ 시리즈

의 두 번째 책이다. 복잡한 계

산을 해야 하는 물리, 눈에 보

이지 않는 입자를 이해하고 외

워야 하는 화학. 과학은 어렵다

고 생각하나.

/이종근 기자

을 폭넓게 다루었다. 정전 탐색은

예외적인 동시에 선구적이고, 반시

대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성을 개척

하려는 노력이다. 대중성을 지니면

서도 그와 대결하는, 그래서 영원

한 현재성을 추구한다. /이종근 기자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려 나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재현

20가지 한식의 유래를 알려주는 만화

■ 유림 ̀아날로그를 그리다'

■ 문은주 ̀냠냠 한식이야기2'

원소 시티로 떠나는 모험

한국 근대수필의 역사를 반추하다

■ 미야무라 가즈오 ̀모여라 원소 시티로!'

■ 오양호 ̀한국 근대수필의 행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