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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은 홍콩 영화 속의 그곳 ‘홍콩 간다’. 이제는 좀처럼 듣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좋은 곳에 간다’고 표현할 때 이 말을 사용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기에 홍콩은 동양의 유토피아였다. 홍콩은 여행지로서는 한물갔다는 평가도 받는다. 쇼핑 천국이라는 지위는 싱가포르, 태국 등 인근 국가에 넘겨준 지 오래다. 동서양 문화가 섞여 있던 옛 모습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청춘 시절 보았던 홍콩 영화의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영화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촬영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사진 이진욱 기자 Hong Kong Film Road in Cov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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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은 홍콩 영화 속의 그곳‘홍콩 간다’. 이제는 좀처럼 듣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좋은 곳에 간다’고 표현할 때 이 말을 사용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기에 홍콩은 동양의 유토피아였다. 홍콩은 여행지로서는 한물갔다는

평가도 받는다. 쇼핑 천국이라는 지위는 싱가포르, 태국 등 인근 국가에 넘겨준 지 오래다. 동서양 문화가

섞여 있던 옛 모습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청춘 시절 보았던 홍콩 영화의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영화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촬영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글 · 사진 이진욱 기자

Hong KongFilm Road in

Cov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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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의 추억

3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홍콩 영화의 인기는 할리우드 영화를 웃돌았다. 서울의 단성사, 피카디

리, 국도극장 같은 대형 극장들은 방학과 명절 같은 대목에 홍콩 영화를 상영했다. 특히 리 샤오

룽(李小龍), 청룽(成龍) 등이 나오는 영화는 정가의 2〜3배를 넘는 웃돈이 붙은 암표가 성행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홍콩 영화가 번성하던 1980년대는 청춘들에게 암울한 시기였다. 거리에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지독했고, 경찰이 대학까지 들어와 학생들을 감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나 레저 활동은 사치

에 가까웠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공산권 국가나 일본의 영화는 수입

이 금지돼 홍콩과 할리우드 영화가 주로 상영됐다.

1980년대 초에는 코믹 쿵후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청룽, 훙진바오(洪金寶), 위안바오(元彪) 등

이 출연한 ‘오복성’, ‘쾌찬차’, ‘프로젝트A’ 같은 영화는 개봉될 때마다 흥행몰이를 했다. 1980년

대 중반은 홍콩 누아르 영화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긴 코트를 걸치고 성냥개비를 씹으며 나타난

저우룬파(周潤發)에 열광했다. 누아르 영화는 ‘사나이’, ‘의리’, ‘복수’ 등 마초 본성을 자극하는 내

용이 많아 남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당시 ‘영웅본색’을 본 고교생들이 주인공처럼 코트를 입은

채 성냥개비를 씹고 돌아다녀 학생부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저우룬파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 음료수 광고에도 출연했다.

저우룬파 이후는 춘추전국시대였다. 장궈룽(張國榮), 량차오웨이(梁朝偉), 저우싱츠(周星馳)는

중완, 추억의 영화 여행 출발점홍콩은 홍콩 섬, 란타우 섬, 라마 섬, 신제(新界), 주룽(九龍)반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홍콩 섬에

있는 센트럴(Central)은 금융, 문화, 역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홍콩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린다.

교통이 편리해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다.

홍콩 영화의 주인공들은 시내 곳곳에서 마주치게 된다. 홍콩

섬 스타페리 선착장 부근에 위치한 ‘스타의 거리’에는 리

샤오룽, 청룽, 저우룬파 등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핸드

프린팅이 있다. 또 빅토리아 피크의 마담 투소 박물관에도

배우들의 밀랍 인형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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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쉐여우(張學友), 류더화(劉德華), 리밍(黎明), 궈푸청(郭富城) 등 4대 천왕까지 등장, 2000년

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를 이끌어 나갔다.

홍콩 섬의 센트럴은 중완(中環)이라고도 불리는 금융 중심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금융도시답게 은

행, 보험 회사들이 초고층 빌딩에 입주해 있다. 홍콩에서 비싸다는 호텔들도 대부분 센트럴 부근에 있

다. 센트럴은 홍콩 섬 중앙에 있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좋다. 공항철도가 센트럴 역에서 출

발하며 홍콩 섬과 주룽반도를 오가는 페리의 선착장도 가깝다. 그렇다고 고층 건물만 있는 것은 아니

다. 홍콩의 과거도 볼 수 있다. 큰 도로 주변에는 현대식 빌딩이 들어서 있지만 도로 뒤편에는 허름한

주택, 시장, 상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거리에서는 전차가 덜컹거리며 느리게 운행한다.

센트럴에서 영화 촬영지로 가장 유명한 곳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지난 1993년 운행을 시

작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길이가 800m로 센트럴 중심부와 홍콩에서 제일 높은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의 중턱을 연결한다. 높은 곳에 사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됐지만 이제

는 관광객이 더 많이 이용한다.

홍콩은 기후가 덥고 습해 에스컬레이터는 관광객이 편안하게 홍콩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수

단이다. 일정 구간마다 타고 내릴 수도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주변 건물과 사

람들이 휙휙 지나간다. 건물 창문 너머로 현지 주민의 생활상이 엿보이기도 한다. 우리 같으면 커

튼이라도 설치했겠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일상이 된 듯 이방인의 시선에 심드렁하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고 유동인구가

증가하며 주변에 바,

레스토랑, 미용실,

액세서리 판매점 등이

들어섰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란콰이퐁, 소호 거리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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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달궜던 태양이 바다 너머로 사라지고 땅거미가 지면

홍콩의 건물들은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건물마다 빛

깔도 다르다. 전체를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옥상에서 레이

저만 비추는 등 모습도 제각각이다. 어떤 장르든 홍콩 영화

에서는 야경이 빠지지 않는다. ‘영웅본색’에서 저우룬파는

야경을 보면서 복수심을 키웠고, ‘천장지구’에서 류더화와

우첸롄(吳 蓮)은 건물 불빛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웠다.

저녁마다 야경이 잘 보이는 명당자리는 관광객으로 붐빈

다. 야경 감상 장소로 가장 유명한 빅토리아 피크에서는 해

가 지기 전에 미리 자리를 맡아야 할 정도다. 주룽반도와

홍콩 섬을 모두 볼 수 있지만 너무 혼잡해 조용한 감상은

힘든 것이 단점이다.

주룽반도에서 보는 홍콩 섬의 야경은 화려하다. 밤이 되면

크고 작은 건물들이 빛을 내뿜는다. 이 불빛은 앞바다에 반

사돼 더 화사해진다. 이곳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지만 스타

페리 선착장이나 시계탑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게 야경

을 즐길 수 있다. 매일 밤 8시부터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Sympony of Lights)가 시작된다. 선착장 스피커에서 흘

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주룽반도와 홍콩 섬 건물들이 약

20분간 빛으로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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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카이탁 공항’을 검색하면 항공기가 아찔하게 착륙

하는 동영상이 수없이 나온다. 지난 1998년까지 이용된 홍콩

도심의 카이탁 국제공항은 주변에 산과 고층 건물이 있어 조

종사들 사이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어려운 공항으로 꼽혔다. 또 활주로가 한 개밖에 없

어서 무척 혼잡했다. 당시 조종사들이야 항공기를 몰면서 마음을 졸였겠지만 카이탁

공항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운 추억이다.

카이탁 공항이 폐쇄되기 직전에 홍콩을 처음 방문했었다. 기장의 착륙 안내 방송이 나

오고 항공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몇 번 기체가 흔들리더니 창밖으로 화려한 야

경이 펼쳐졌다. 서울에서 보던 야경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람들이 왜 홍콩 야경이 좋다

고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항공기가 낮아지면서 건물도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왠

지 착륙 풍경이 낯설었다. 대부분의 공항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반면 이곳은 창밖

으로 고층 건물이 매우 잘 보였다. 그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건물에 부

딪히는 것 아닌가’. 안전벨트를 잡은 손에 힘이 꾹 들어가기 시작했다. 앞좌석 주머니에

꽂힌 사고 발생 시 대피 매뉴얼을 읽지 않은 것을 후회도 해 봤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

는 순간 항공기는 건물 사이를 아슬하게 비행하더니 미끄러지듯이 착륙했다. 카이탁

공항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1998년 7월 첵랍콕 공항이 개항된 뒤 카이탁 공항은 곧 폐쇄됐다. 아쉽게도 첵랍콕 공

항에서의 이착륙은 카이탁 공항처럼 스릴이 없다. 1990년대 홍콩을 기억하는 사람들

은 도심 속에 있던 카이탁 공항을 그리워한다. 카이탁 공항 부지는 현재 크루즈 터미널

로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복합 상업시설, 주택, 지하철이 건설될 예정이다.

카이탁 공항을 기억하시나요?예전에는 홍콩 야경을 감상하는 최고의 장소가 빅토리아 피크도, 주룽반도 선착장도 아니었다.

지금은 없어진 카이탁(Kai Tak) 공항에 착륙하기 전 항공기에서 보는 야경이 가장 좋았다.

안타깝지만 카이탁 공항은 이제 없어져 도심의 상공에서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없다.

카이탁 공항 가는 법

카이탁 공항 전경은 MTR 카오룽베이(Kowloon Bay) 역

부근에 있는 복합 쇼핑센터인 메가박스(Mega Box) 옥상

전망대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카오룽베이 역에서

메가박스까지는 무료 순환버스도 운행된다. 메가박스는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주로 찾으며 이케아(Ikea),

의류와 전자제품 상점, 식당가가 입점해 있다. 옥상으로

나가려면 18층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센터를 통과해야 한다.

폐쇄 전 카이탁 공항의 활주로.

1998년 7월 홍콩 시민들이 카이탁 공항에서 마지막 비행을 아쉬워하고 있다.

Tip

(AF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크루즈 터미널로 사용되는 카이탁 공항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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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홍콩 시민과 학생들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 점거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홍콩대학 게시판에는 향후 학생운동 방향에 대해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홍콩영화의 숨겨진 촬영지, 홍콩대학

매년 아시아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홍콩대학은

1912년 개교했다. 대학 부지가 좁아 단과 대학

별로 산 언덕에 흩어져 있다. MTR 홍콩대학 역

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대학 본

관으로 연결된다. 방문객은 강의실, 도서관 등

에는 들어갈 수 없고 건물 주변만 돌아볼 수 있

다.

홍콩대학은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증개

축이 이뤄져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

나마 본관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건

물 내부로 들어가면 1900년대 유행했던 붉은

색 벽돌과 아치가 눈에 띈다. 낡은 소화전, 삐걱

거리는 강의실 출입문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홍콩대학에는 유난히 자녀를 데리고 온 방문객

이 많다. 이들은 자녀를 도서관, 본관 앞에 세워

놓고 연신 사진을 찍는다. 홍콩대학의 기(氣)를

받아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눈빛이

다. 국적은 달라도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김태용 감독의 부인이 된 탕웨이(湯唯)가 출연한 영화 ‘색계’에도 홍콩대학이 나온다. 영화에서 탕

웨이가 연기한 왕치아즈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온다. 이후

홍콩대학 연극반에서 친구들과 항일 연극을 하면서 친일파 암살 계획을 세운다. 왕치아즈가 강의

실을 오가던 대학 본관, 친구와 고민을 이야기하던 연못 등이 영화의 배경지로 나왔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유리의 성’은 우리나라 ‘건축학개론’같이 서로 사랑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

고 끝나는 이야기다. 홍콩대학 재학생인 리밍과 린리후이(舒淇)는 기숙사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연인이 된다. 홍콩대학 재학생의 사랑 이야기로 대학 곳곳에서 촬영됐다.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

는 곳은 본관 복도 아치형 문 앞으로 리밍과 린리후이가 이곳에서 첫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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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웨이베이에서 전차나 버스를 타고 센트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완차이(灣仔)를 지난다.

완차이에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블루하우스와 옛날 우체국이 있다. 완차이 역 부

근 헤네시 로드(Henessy Road)에는 ‘호놀룰루 차찬텡(茶餐庭)’이 있다. 차찬텡은 홍콩 분

식점으로 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크티를 비롯해 번, 에그 타르트 등 간식을

판매한다. 단품 가격도 20〜40홍콩달러로 저렴하다.

센트럴 두델 스트리트(Duddell Street)에는 가스등이 있는 계단이 있다. 홍콩 최초로 거리를

밝혔던 가스등으로 유일하게 보존돼 있다. 분위기가 낭만적이어서 영화나 결혼 사진 단골 촬

영지로 이용된다. 계단 옆에는 홍콩의 오래된 다방인 빙셧(Bing Sutt)을 재현한 스타벅스 커

피점이 있다. 내부의 벽에는 과거 빙셧 사진이 걸려 있고 벽과 바닥은 타일로 뒤덮여 있다. 차

를 한 잔 하면서 노란 가스등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영화 ‘천장지구’에서 류더화는 두델 스트리트의 가스등

계단 앞에서 결투를 벌이다 최후를 맞는다.

장만위는 청룽, 리밍,

류더화, 량차오웨이 등

웬만한 홍콩 남자

배우들의 상대역으로

나왔다. 화양연화에서는

레스토랑을 무대로

량차오웨이와

아슬아슬한 만남을

가진다.

영화 ‘크로싱 헤네시’에서 장쉐여우와 탕웨이는 호놀룰루 차찬텡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좀 더 알게 된다. 관광객이 별로 없는 차찬텡에서 밀크티와 에그

타르트를 시켜 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다.

‘화양연화’의 골드핀치 레스토랑

홍콩 거리에는 한 집 걸러 음식점이 있다. 그러나 영어 메뉴판이 없는 곳도 있어 메뉴를 모르면 주

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식도락의 천국답게 홍콩 영화에서도 음식점이 많이 나온다. 등장인

물들이 허름한 식당의 원탁에 앉아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것은 영화 속 단골

장면이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는 ‘골드핀치 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화양연화’에서 량차오

웨이와 장만위(張曼玉)는 서로 가정이 있지만 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서 은밀한 만남을 갖는

다. 지난 1962년 개업한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홍콩 섬 동쪽 코즈웨이베이 란퐁 로드(Lan Pong

Road)에 있다. 내부는 옛날 경양식집 모습이다. 조명은 어두침침하고 의자는 등받이가 높아서 앞

뒤 테이블이 보이지 않는다. 음식을 나르는 웨이터들도 50대 남성이다. 영화를 촬영했던 테이블

위에는 량차오웨이와 장만위의 스틸 사진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블랙페퍼 스테이크다. 가격은 200홍콩달러 내외로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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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의 ‘구룡성채’

‘아편굴 투성이에 쥐가 득실거리고, 치외법권입

니다. 말 그대로 홍콩의 신시티(Sin City)예요’

량차오웨이는 영화 ‘아비정전’을 ‘구룡성채’(九

龍寨城)에서 촬영한 뒤 이렇게 이야기했다.

홍콩 역사상 불가사의한 건축물이었던 구룡성채는 지난 1993년 강제 철거돼 공원으로 조성됐다.

구룡성채의 역사는 송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송나라는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구룡성채

부근에 포대를 세웠다. 1898년 영국이 홍콩을 99년 동안 조차하면서 청나라 주둔지였던 구룡성채

지역은 제외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중국이 공산화되자 난민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국과 중국

의 방관 속에 이 지역은 빠르게 슬럼화됐다. 초기에는 2, 3층 건물만 있었지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15층까지 높아졌다. 무허가로 증축돼 붕괴 위험도 커졌다. 창문이 없어서 낮에도 동굴같이 어두웠

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건물 사이로 미로가 이어졌다.

영국과 중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했던 이곳은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다. 마약, 매춘, 폭력이 일상화됐

고 무면허 의사들이 주민을 치료했다. 귀금속점에는 주민들이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판매한 금니

가 가득했다. 한때 3천500㎡에 무려 5만 명이 거주해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MTR 록푸(Lok Fu)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구룡성채 공원이 있다. 관광객보다는 마

구룡성채는 영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불운을 겪었던 홍콩의 과거다. 공원 전시관을 찾은

방문객은 당시 사진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을 주민들이 운동 삼아 찾는 한적한 공원이다. 과거 ‘마굴’이라고 불렸던 곳이라

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공원 구석에 있는 전시관에는 철거 직전의

구룡성채 축소 모형, 과거 사진, 내부 설계도 등이 있다.

‘아비정전’은 주룽반도 끝에 있는 침사추이(尖沙咀)에서 주로 촬영됐다. 홍콩을

아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침사추이는 강북, 홍콩 섬은 강남이라고 이야기

한다. 침사추이는 홍콩 섬보다 먼저 개발되어서 낡은 건물이 많다. 현지인들도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침사추이보다는 현대적이고 깨끗한 홍콩 섬을 선호한다

고 한다. 그동안 보았던 홍콩 영화 때문일까. 침사추이를 돌아다녀야 홍콩을 제

대로 본 느낌이다. 복잡한 도로를 걸으면서 영화 속 장면을 되새김질해 본다.

저우룬파가 복수극을 벌인 거리도 있고, ‘중경삼림’에 나온 청킹맨션도 있다.

침사추이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 많다. 고급 상점부터 노천음식점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스타페리 선착장 부근에 있는 하

버시티다. 5층 쇼핑몰로 안내 지도가 없으면 길이 헷갈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3층에는 슈퍼마켓과 푸드코트, 지하에는 장난감으로 유명한 ‘토이저러스’가 입

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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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란타우 섬에 오르다란타우 섬은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이다. 인근 첵랍콕

섬에 국제공항이 건설되기 전에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현재는 세계 최대의 불상과 홍콩을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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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첵랍콕 섬까지 간 뒤 다시 방향을 틀어 란타우 섬 꼭대기로 올라

간다. 케이블카가 바다를 두 번 건너기 때문에 탑승객은 제법 짜릿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바닥이 보이는 크리스털 케이블카에 탑승한 일부 사람들은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케이

블카가 란타우 섬에 이르면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도 보인다. 란타우 섬은 드래곤스 백, 라마 섬과

함께 홍콩을 대표하는 트레킹 명소다. 약 25분 후 케이블카는 정상인 옹핑 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 부근에 있는 음식점, 기념품점을 가로질러 올라가면 포린쓰에 닿는다. 청동좌불상을 보기

위해서는 다시 계단 270개를 올라가야 한다. 청동좌불상의 높이는 20m, 무게는 200t으로 세계

최대의 옥외 불상이다. 불상 앞에는 관광객과 불교 신자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부처님 오

신 날 포린쓰에서는 부처를 목욕시키는 의식, 부처 말씀 듣기, 쿵후 시연 등의 행사가 열린다. 현

지 주민의 종교 생활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세계 최장 케이블카와 세계 최대의 불상

첵랍콕 국제공항 인근의 란타우 섬은 홍콩 섬의 두 배 크기로 홍콩의 섬들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과거에는 주룽반도나 홍콩 섬으로 가는 교통수단이 여객선밖에 없었지만 첵랍콕 공항이 건설되면서

고속도로가 연결됐다. 섬은 넓지만 산이 많아서 주민들은 주로 바닷가에 산다. 란타우 섬의 대표 볼거

리는 1903년에 건립된 포린쓰(寶蓮寺)와 세계 최고 높이의 청동불상이다. 포린쓰로 가는 방법은 케

이블카와 버스가 있으며, 관광객은 주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란타우 섬 퉁충(東涌)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옹핑 케이블카는 길이가 5.7㎞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주

말이면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인터넷(www.np360.com.hk)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일반 케이블

카의 왕복 요금은 165홍콩달러, 바닥이 유리로 제작된 크리스털 케이블카의 왕복 요금은 255홍콩

달러다. 올라갈 때는 크리스털, 내려올 때는 일반을 선택할 수 있으며 요금은 230홍콩달러다.

홍콩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끝나가던 2003년에

량차오웨이, 류더화, 리밍이 출연한 ‘무간도3’가 상영됐다.

경찰과 폭력배 조직원이 상대 조직에 잡입하는 이야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무간도3’에서 폭력배

우두머리로 나온 쩡즈웨이(曾志偉)는 포린쓰 청동좌불상

앞에서 중국 폭력배와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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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개봉한 영화 ‘도성타왕’에서는 타이오 마을이

나온다. 타이오 마을에서 살고 있던 저우싱츠는 당구

대회 출전을 위해 홍콩으로 떠난다.

영화 ‘열혈남아’에서 무이워

마을은 관광객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이후

첵랍콕 국제공항 개항, 옹핑

케이블카 개통으로

유동인구가 부쩍 증가했다.

홍콩 섬에서 페리를 타고

와서 사이클링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열혈남아’의 무대인 무이워 마을

홍콩 누아르 영화가 지루해질 무렵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미를 앞세운 또 다른 홍콩 영화가 등

장한다. 국내에서는 1989년 개봉한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열혈남아’다. 왕자웨이 감독은 영화

에서 당시에는 보기 드문 영상을 넣어 화제가 됐다. 관객들은 류더화와 장만위가 공중전화 부

스로 뛰어들어 키스하는 장면에 열광했다.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느리게 촬영한 장면이나 음악

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왕자웨이는 ‘열혈남아’ 성공 이후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 ‘화

양연화’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홍콩 영화 전성시대를 이어나갔다.

‘열혈남아’의 명장면은 란타우 섬 남쪽에 있는 무이워 마을에서 촬영됐다. 옹핑 빌리지 부근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2번 버스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무이워 마을에 도착한다. ‘열혈남아’가 촬

영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영화 속 장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장만위가 류더화를 기다렸던 버스

터미널도 옛날 그 모습이다. 둘이 키스했던 공중전화 부스는 다른 것으로 바뀌었지만 위치는 그

때 그 자리다. 무이워 마을에서 센트럴까지는 페리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50분이 걸린다.

홍콩의 마지막 수상 가옥 마을

옹핑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20분을 가면 타이오 마을이다. 이곳은 홍

콩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수상 가옥 마을로 유명하다. 바닷가에 기둥을 박은

뒤 주거 공간을 올렸다. 옹핑 터미널에서 가깝기 때문에 포린쓰와 함께 둘러

보는 관광객이 많다.

마을 입구의 노점에서는 주민들이 먹음직스러운 어묵과 오징어를 판매한다.

시장 안에는 건어물 상점과 음식점이 섞여 있다. 일부 음식점에는 저우룬파

같은 유명 연예인이 다녀갔다고 사진까지 붙여놓았다. 타이오를 찾는 관광

객은 대부분 돌고래 투어를 신청한다. 25홍콩달러를 지불하면 스피드보트

로 약 20분간 섬 주변을 돌면서 돌고래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시기와 기상

에 따라 돌고래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타이오 마을 가운데에는 조그

만 광장도 있다. 동네 노인들이 마작을 하거나 어린이들이 뛰노는 곳이다.

타이오 마을은 1시간 내외면 둘러볼 수 있다. 타이오 마을에서 무이워 마을

까지는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으므로 미리 운행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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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재화는 품질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지

만 물건이 좋거나, 비싸면서도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후자는 얼마 가지 않

아 시장에서 사라진다. 호텔은 회전율이 높아야 이익이 극대화된다. 호텔로서는 고객 확보

를 위해 시설, 서비스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적당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가격이 합리적이

지 못하다면 고객이 다른 호텔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호텔별 숙박료나 평

가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어 ‘좋은 호텔’과 ‘나쁜 호텔’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은 호텔 요금도 비싼 편이다. 방콕에서는 하룻밤에 10만원대인 4성

급 호텔도 홍콩에서는 20만원대 중반이다. 그렇다고 시설이 방콕보다 좋지도 않다. 객실은

일본 비즈니스호텔같이 비좁다. 호텔 직원의 서비스도 친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5성급

홍콩 호텔의 1박 숙박료는 40만〜50만원대다. 우리나라 5성급 호텔의 1박 숙박료가 30

만〜4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홍콩 섬에 있는 5성급 호텔인 ‘아일랜드 샹그릴라 홍콩’은 호텔 예약 사이트마다 ‘아주 좋은

호텔’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꼭 머물고 싶

침대에 누워 100만 불 야경을 볼 수 있는 곳

영화 속 장소를 둘러보고 식도락 여행을 한 뒤 밤이 되면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편안한 휴식을 원한다면 숙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아일랜드 샹그릴라 홍콩은

호텔 밖으로 나서고 싶지 않을 만큼 시설과 서비스가 다채롭고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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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호텔’로 꼽고 있다. 5성급 홍콩 호텔 중 가장 선호도가 높다.

아일랜드 샹그릴라 홍콩은 고급 호텔로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우선 객실에서 바

라보는 전망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른바 ‘100만 불 홍콩 야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고도가 높은 곳에 있어서 침대에 누워도 홍콩 섬과 주룽반도가 잘 보인다.

밤이 되면 객실은 특급 전망대로 변신한다. 야경 관람 장소로 유명한 빅토리아 피크나 주

룽반도 선착장에도 뒤지지 않는다. 객실의 조명을 어둡게 한 뒤 와인을 마시며 창 너머로

홍콩의 야경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아주 좋은 호텔’로 평가받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객실은 531개로 스탠더드, 호라이즌 클럽,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홍콩 스위트, 샹그릴라

스위트, 프레지덴셜 스위트 등으로 나뉜다. 55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홍콩을 방

문하는 외국 국가수반이 자주 이용한다.

객실의 전망은 주룽반도 방향의 하버뷰, 빅토리아 피크 방향의 피크뷰로 구분된다. 대부

분의 투숙객은 바다를 볼 수 있는 하버뷰를 선호하지만 차분히 산을 볼 수 있는 피크뷰

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객실 곳곳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 있고, 첨단 디지털의 편리함이 숨어 있다.

우선 객실 키는 카드가 아니라 열쇠다. 많은 호텔이 일찌감치 카드키를 도입했지만 이 호텔은 열쇠를 고집하고 있다. 카드

키보다 오작동 확률이 적다는 것이 이유다. 객실은 동서양 분위기가 섞여 있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객실을 은은하게 비추

고, 그 아래서 중국 다기 세트로 차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커튼은 버튼으로 열고 닫는다. 와이파이, 멀티 소켓, LCD TV 등

이 갖춰져 있다.

56층의 호라이즌 클럽은 아일랜드 샹글리라 홍콩이 가장 자랑하는 편의시설이다.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

라 사무기기, TV 등이 있어 업무 공간이나 사교 장소로도 이용된다. 날이 어두워지면 파노라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텔에는 중국, 태국, 일본, 프랑스의 요리와 해산물을 주메뉴로 하는 8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레스토랑은 음식 수

준이 높아 투숙객이 아닌 외부 고객도 많이 이용한다. 56층에 있는 레스토랑 ‘페트러스’(Petrus)에서는 2천 종류의 와인

을 즐길 수 있으며 1층의 로비 라운지는 애프터눈 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뷔페 레스토랑인 ‘카페

투’(Cafe TOO)가 유명하다. 홍콩에서 음식이 가장 다양하고 맛있는 뷔페 레스토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텔은 고지대에

있지만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하기 편리하다. 호텔 지하에서 쇼핑센터인 ‘퍼시픽 플레이스’와 MTR ‘애드미랄티’

(Admiralty) 역이 연결된다.

http://www.shangri-la.com/hongkong/islandshangrila/ Tel (852) 2877 3838

호텔 7층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카페 투’는 오전 6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만석일 경우도 있어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격은 1인당

약 10만원으로 비싼 편이나

음식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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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피크 & 피크트램

홍콩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 피크(552m)는 홍콩 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19세기 초 홍콩을 드나드는 화물선의 항도 지표로도 활용됐다. 1888년

5월 아시아 최초로 푸니쿨라(철강 로프가 객차를 끌어올리는 방식)식 열차인

피크트램이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는 석탄을 연료로 했으며 목재로 제작됐다.

이후 100여 년 동안 증기, 전기, 전자

구동 방식으로 개선됐다. 피크트램은

해발 28m에서 396m까지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간다. 경사도는 4~27도지만

체감 경사도는 45도 이상이다.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운행하며 운행 간격은

10〜15분이다.

스카이 100 전망대

지난 2011년 4월 완공된, 홍콩에서 가장

높은 118층의 국제무역센터 빌딩에 있다.

주룽 역 부근에 있으며 100층에 자리한다.

가장 높은 빌딩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모습은 웅장하다. 주변의 웬만한 빌딩은

모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는 모든 방향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이며 입장

요금은 성인 168홍콩달러, 어린이 105홍콩달러다. 온라인에서 예매를 하면 성인

125홍콩달러, 어린이 90홍콩달러로 할인된다. www.sky100.com.hk

캔톤 로드

주룽반도 침사추이에 있는 도로로 주변에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 상점이

밀집해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상점마다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붐빈다. 1997년 상영된 ‘첨밀밀’(甛蜜蜜)은 1980년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간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주인공이었던 리밍과

장만위는 캔톤 로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팅라쥔(鄧麗君)의 노래를 불렀다.

공항철도

에어포트 익스프레스(Airport

Express)라고 부르는 공항철도는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홍콩 도심까지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오전 5시 50분부터

새벽 1시 15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첵랍콕 공항을 출발한

열차는 25분 만에 칭이, 주룽

역을 지나 홍콩 역에 도착한다.

요금은 공항-홍콩 역 구간이 성인

100홍콩달러, 어린이 50홍콩달러다. 성인은 왕복 승차권을 구입하면 20홍콩달러가 할인된다.

공항철도 이용자를 위해 도심 호텔과 홍콩 역, 주룽 역 구간에 무료 순환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셩완,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주룽, 야마테이, 침사추이 등 모두 7개 노선이 있다. 공항철도

승차권을 구입하면 주룽 역, 홍콩 역에 있는 도심 공항터미널에서 체크인도 할 수 있다. 미리 항공

수속을 마치고 여행을 한 뒤 항공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스타페리

홍콩 섬과 주룽반도, 외곽 섬을 연결하는 여객선으로 1880년부터 운항했다.

초기에는 증기선이 다녔으나 현재는 디젤 엔진 선박이 이용된다. 침사추이-

센트럴, 침사추이-완차이, 훙홈-센트럴, 훙홈-완차이 등 4개 노선이 있다. 홍콩

여행 중에 한 번은 스타페리를 타보는 것이 좋다. 관광객은 침사추이의 센트럴

노선을 많이 이용한다. 운행 시간은 9분으로 짧지만 바다에서 홍콩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다. 낮보다는 야경이 보이는 밤에 타는 것이 좋다.

운행 간격은 6〜12분이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센트럴 페리

선착장 부근에 대관람차가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고층 빌딩의 야경에 대관람차의

조명이 더해져 더욱 화려해졌다.

스타페리를 탈 때 같이 보면 시간

절약이 된다. 승선 요금은 성인

기준 2.5홍콩달러이며 옥토퍼스

카드도 사용이 가능하다.

주중에는 출퇴근하는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지만 주말에는

관광객이 많다.

시계탑

1910년 주룽 역에 있던 것으로, 기관사들은 이

시계탑을 보고 열차 출발 시각을 확인했다. 당시

주룽 역에는 유라시아 횡단 열차까지 정차했다.

1978년 주룽 기차역이 훙홈으로 이전했지만

시계탑은 그대로 남았다. 높이는 44m이며,

사면에 시계가 붙어 있다. 현지인의 약속 장소,

관광객의 야경 관람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역이

있던 자리에는 홍콩 우주박물관, 홍콩 문화 센터가

세워졌다. 명절에 시계탑 부근에서는 대규모

불꽃쇼도 열린다.

홍콩역사박물관

홍콩에 있는 박물관 가운데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으로 홍콩의 과거를 모두 볼 수

있다. 홍콩 여행 시작에 앞서 이

박물관부터 돌아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1층에는 시대별 유물과

사진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100년 전 홍콩의 거리가 재현돼

있다. 모두 8개의 전시실이 있으며 관람료는 10홍콩달러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1시간 연장 운영한다. 화요일과 춘절은

휴관한다. 침사추이 중심가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www.hk.history.museum

둘러볼 만한 곳

홍콩 내 이동 방법

컨벤션센터

1985년 청룽이 출연한 ‘폴리스 스토리’는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어 1996년까지

4편이 제작됐다. 8년 후인 2004년에는 ‘뉴폴리스 스토리’가 상영됐다. 중년이 된

청룽은 이 영화에서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홍콩컨벤션센터 지붕에서의 액션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홍콩컨벤션센터는 1997년 6월 홍콩의 중국

회귀 기념 행사가 열린 곳으로 9번이나 아시아 최고의 컨벤션센터로 선정됐다.

컨벤션센터 앞에 있는 골든 보히니아 광장은 중국 정부가 홍콩의 회귀를 기념해

조성한 곳으로 매일 중국 국기 게양식이 열린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옥토퍼스 카드(Octopus Card)

옥토퍼스 카드는 홍콩의 교통카드로 홍콩 여행에 이용하면 좋다. 공항이나 도심 지하철역에서

구입하면 된다. 초기 구입 비용은 150홍콩달러며 50홍콩달러는 카드 보증금이다. 사용하다

잔액이 부족하면 편의점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옥토퍼스 카드로 전차, 지하철, 버스를 탈 수

있으며 택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홍콩에서는 대중교통을 다양하게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홍콩 섬에서는 전차, 주룽반도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이동은

교통 정체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철이 가장 편리하다. 열차 내부와 역이 쾌적해 여성, 어린이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센트럴 역, 침사추이 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출퇴근 시 매우

혼잡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INFORMATION

기본 정보

홍콩의 각 지역을 이틀이나 사흘씩 여행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짧은 여행에서 성공하려면 그 지역의 여행

포인트를 잘 파악해야 한다. 과거에는 쇼핑

위주였지만 요즘 홍콩 여행은 음식, 트레킹, 역사,

문화, 유적 등 주제가 다양하다.

가는 법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 항공사가 인천-홍콩 구간을 오가고 있다. 외국 항공사는

홍콩 국적기인 캐세이패시픽, 저비용항공사인 홍콩익스프레스,

드래곤에어 등이 취항하고 있다. 항공 요금은 20만〜40만원

대이며 저비용항공사 프로모션을 잘 이용하면 10만 원대

항공권도 구입이 가능하다. 소요 시간은 3시간 내외다.

기후

아열대기후로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5월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홍콩의

여름은 덥고 습하기로 유명하다.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소나기도 잦다. 실내외 기온 차가 크기 때문에 항상 긴소매

점퍼나 셔츠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통화

화폐 단위는 홍콩달러이며 미국달러, 호주달러 등과 구분하기

위해 HK$로 표기한다. 환전은 50, 100HK$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최근 홍콩에서 1천HK$짜리 위조지폐가 발견돼 일부

상점에서는 고액권을 받지 않는다. 3월 23일 기준으로 1HK$는

143원이다.

통신

여행 일정이 3일 이상이면 홍콩에 도착해 현지 통신사 선불

유심을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유심은 두 가지다. 5일 동안

1.5GB의 데이터, 무제한 현지 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유심이

69홍콩달러, 8일간 5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유심은

118홍콩달러다. 선불 유심은 첵랍콕 국제공항 통신사 카운터,

홍콩 시내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유심의 크기가 다양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타이오

옹핑

침사추이

란타우 섬

라마 섬

홍콩 섬센트럴

빅토리아 피크

코즈웨이베이

스탠리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주룽반도

신제

무이워

첵랍콕 국제공항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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