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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평범한 여자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한내지영”

han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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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hannae

서른살 평범한 여자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한내지영”

Page 2: hannae

Part 1.

l 여고생아

l 사랑에 취한 밤

l 만나러 가는길

l 엄마와 재봉틀

l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

l 잘내지고 있습니다.

l 뒷모습

l 짠내

l 당신에게 보내는 마법

l 처음여자

l 지구아이

l 밤에 쓴 편지

l 라면찬가

l 꼬꼬야

l 에이미에게

l 유리의성

l 표정

l 심술 냈습니다.

l 콩밭에 있습니다.

l 아해야

Part 2.

l 그 언니

l 마음의 대화

l 빨간 립스틱의 비밀

l 진주햄집 아들

l 그의 결혼식

l 여자

l 일상탈출

l 마지막 잎새

l 초코릿

l 비오는 날 아침

l 만재

l 눈이 멈추지 않으면

Page 3: hannae

여고생아

여고생아

교복이 참 예쁘구나

언니도..

유니폼 입는단다

여고생아

밤새 공부하느라

피곤하지

언니도

밤새 술마셔 피곤하다

여고생아

참 어리구나

언니는

이제 나이 먹어 무릎까지

쑤시는데 심지어

언니는 힐신었잖니?

그러니깐 쿨하게

자리 좀 양보해주지

않겠니?

여고생아

Page 4: hannae

사랑에 취한 밤

소주도 아닙니다

와인도 아닙니다

맥주도 아닙니다

양주도 아닙니다

그런데 취했습니다

헤롱..헤롱..

얼굴이 빨개지고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저는 지금 사랑에 취했습니다

사랑에 깨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겠지만

지금은 사랑에 취해

그냥 실실실 웃기만 합니다

사랑에 취한 밤

이 밤이 동지 마냥

조금 더 길기만 바랄뿐입니다

Page 5: hannae

만나러 가는길

몇정거장 남았는지

또 세워보고

또 세워보는길

매번 같은 시간

알면서도

얼마 후면 도착인지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길

책을 펴서

읽고는 있는듯 한데

계속 계속

같은 줄만 보고

있는길

두정거장 전에

벌써 일어나

예쁘게 보이고 싶어

옷매움새

단정하는길

그를 만나러 가는길

Page 6: hannae

엄마와 재봉틀

드르륵 드르륵

낡은 재봉틀과

엄마가

이별을 준비합니다

이봐..친구

우리 함께 한 지 오래되었군...

우리 꽤 괜찮은 파트너였지?

너에 아들..딸

참 시끄러운 내소리에도 잘잤지!!

요람에 누워..

자던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고마웠어요...

처음 당신을 만났을때

한눈에 알아보았어요

나와 좋은 친구가

될것이라고....

그러게나 말이게..

자네의 그 고왔던 손도

많이 늙었군....

자네도 이제 좀 쉬게나

네..저도

소소히 들어오는

수선이나 하면서

쉬어야겠어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그...래!!

잘있게나...친구

Page 7: hannae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

환상이였다

손으로 잡을수 없었던

인어공주는

슬피울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꿈이였다

깨고 싶지 않았던

인어공주는

결국 깨어버리고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놓쳐버렸다

놓치 않으려

있는 힘껏 잡고 있었던

인어공주는

그 손을 놓아버리고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Page 8: hannae

잘지내고 있습니다.

잘지내고 계신가요?

어제 아침 넋놓고

지하철을 놓쳐 지각할 뻔 한것

말고는

저는 무탈합니다

잘지내고 계신가요?

어제 점심에 먹은

김밥 한줄에 소화제 2알을

먹은것 말고는

저는 무탈합니다

잘지내고 계신가요?

어제밤 시끄러이 우는

매미땜에 잠 못든것 말고는

저는 무탈합니다

잘지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별일없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Page 9: hannae

뒷모습

웃으며 걸어가는

그 뒷모습

나는 보아야 한다

눈을 감아보아도

그 뒷모습

나는 보아야 한다

세상 가장 행복하라고

축복하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나 혼자 쓸쓸한

미소 보내야 한다

나를 보고 웃는건지

우는건지

알 수 없는 그 뒷모습

나는 보아야 한다

Page 10: hannae

짠내

짠내로

내코의

더러운 냄새

지워 낸다.

바람으로

내머리

복잡한 생각

날려 낸다.

사랑으로

내가슴

텅빈 마음

가득 찬다

Page 11: hannae

당신에게 보내는 마법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있을수록

하면 할수록

나에 대한

갈증만 더 할테니

노력하지마세요

그냥

대충 적당히 하세요

어차피

그것이

당신이 말한

숙명입니다.

Page 12: hannae

처음여자

당신이 나의

처음 여자입니다.

아직도 당신의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한번도 나의 곁을

쉬이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는

쉬이 내주었습다

아직도 나의 온기가

당신안에 가득하신가요??

Page 13: hannae

지구아이

지구아이야

웃거라

너의 웃음으로

내가 바라보니

너의 지구가

더 재미있어 보이니

지구아이야

웃거라

지구아이야

이야기 하거라

너의 재잘거림으로

내가 바라보는

너의 지구가

더 생기있어 보이니

지구아이야

이야기 하거라

지구아이야

슬퍼 말거라

너의 슬픔으로

내가 바라보는

너의 지구가

시들어가니

지구아이야

이제 더이상

슬퍼 말거라

Page 14: hannae

밤에 쓴 편지

밤에 쓴 편지

당신에게

보내지 못해요

눈물 한숨도

없는 편지

밤에 쓴 편지

원망도 미움도 없는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인데도

당신에게 보내지 못해요.

Page 15: hannae

라면찬가

찬밥은 있는데

반찬과 국이 없을때

라면 하나면 됩니다

과음으로 속이 쓰리고

해장은 필요한데

만사가 귀찮을때

라면 하나면 됩니다

소주에 국물안주가

필요할때

라면 하나면 됩니다

티비보면 입이

심심할때

라면 하나면 됩니다

자기전 살짝

야식이 필요할때

라면 하나면 됩니다

Page 16: hannae

꼬꼬야

꼬꼬야

꼬꼬야

꽁지에

불 붙었다..

파르르

파르르

꼬꼬야

꼬꼬야

부리에

물 묻었다

주루룩

주루룩

꼬꼬야

꼬꼬야

가슴에

바람 들었다

휘리릭

휘리릭

Page 17: hannae

에이미에게

너두 못자고 있지??

오늘 하루종일 잠만 자서

잠이 깬게 아니라...

니가 나를 깨웠어

그가 지금 잠을 못자고 있다면서...

뭐해??

...

어...하면서

한참을 들뜬 마음으로

설명하더라

니가 알려준거지...

그가 지금 잠을 안자고 있다고...

Page 18: hannae

유리의 성

유리의 성이

가지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예쁜

유리의 성을 가졌습니다.

유리의 성안에서는

거짓도 미움도 없습니다

...

오로지

둘만의 투명히 비치는

마음뿐입니다

너무나 투명하여

서로에게 때론 상처도

되는 우리만

유리의 성

깨질까????

깨질까??

Page 19: hannae

표정

아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신의 한마디에

나의 심장이 아팠거든요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신의 한마디에

나의 심장이 슬퍼했거든요

듣기 싫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의 심장이

당신의 한마디도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했거든요

참 대단한 당신입니다.

당신의 한마디는

계속 되고 있으니깐요?

Page 20: hannae

심술냈습니다

심술냈습니다

혹뿌리 영감의 혹에서

심술이 나왔습니다.

성냈습니다

내가 꿔 놓고 니가 꼈지

하며 도려 큰소리

쳤습니다.

화내지 않습니다.

그래도

화내지 않는 그에게

또 화가 났습니다.

살살 건드렸습니다

고양이 수염으로

간질 간질

겨우 그에게

큰소리로 혼나고서야

마음이 편했졌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Page 21: hannae

콩밭에 있습니다

콩밭에 있습니다.

때양볕보다 더 뜨거운

네모난 사무실에서

콩밭 메고 있습니다

콩밭에 있습니다.

하루종일 콩밭 메느라

책상 옆 산처럼 싸여있는

서류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콩밭에 있습니다.

콩밭 끝자락 앉자

시계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콩밭에 있습니다

하루종일 딴 콩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렇게 콩밭 메고 있습니다

Page 22: hannae

아해야

아해야

넓은 잔디밭 앉자

너의신발 벗고

등 바닥되어,

잠시 쉬어가거라

아해야

파란 하늘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에게

인사 전하면서

그렇게

잠시 쉬어가거라

아해야

서서히 다가 오는

가을을 기다리며

오늘은

잠시 쉬어가거라

Page 23: hannae

그 언니

' 어머..너 되게 이쁘게 생겼다. 너 누구니??'

어린 지영은..말없이 큰 눈으로 신기한 듯 여자의 빨간색 입술을 쳐다 보고만 있었다.

'봄비언니 딸이래~~'

'어머나..되게 이쁘네..엄마 안닮았네..봄비언니! 딸내미 미스코리아 시켜라..요구르트 줄까??'

그녀는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영은 의상실을 하는 엄마를 따라 가봉을 하려 다는 것을 좋아했다..시간이 없어 엄마의

가게까지 오지 못한 다방언니들의 가게에 가서 사이즈를 제고..옷을 입히며 입에 핀을 물

고 있는 옆모습을 보며 는 다방언니들이 주는 요구르트와 미숫가루... 냉차를 마셨다..

그리고 어린 지영의 눈에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며 쇼파에 앉자 웃고 있는 그 언니들이

세상에서 가장 예뻐보였다.

'수진씨 차례...'

지영에게 요쿠리트를 준 그 언니가 일어섰다..이름이 수진인듯 했다..유난히 빨간색 입술이

반짝였다

'봄비언니. .여기는 줄여주고..나 노란색 치마하나 더 할까봐..'

지영의 어린눈에는 그 언니가 백설공주같이 보였다. 동화책에서 읽은 까만머리에 하얀피부

빨간입술...

'엄마..엄마..그 빨간입술 언니..꼭 백설공주같아..담번에 여기올때 또 데려와...'

'안돼..오늘만 데려온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좋지 않은 환경에 지영을 데리고 가고 싶지는 않았던것같다. 하지

만 지영에게 다방언니들의 방과 신기한 노래가 나오고..요쿠르트도 커피잔에 주는 그곳은

보석상자 같은곳이였다.

며칠 후..가봉을 다 끝낸 옷을 가져다 주기 위해 엄마가 준비하는것을 알게 된 지영은 엄마

에게 자신도 데리고 가라고 때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 지영의 때를 이기지못한 지영의 엄마는 지영을 데리고 또 그곳으로 갔다. 백설공주같

은 수진언니가 또 반갑게 지영을 반겨 주었다.

'언니 나도 립스틱 발라주세요'

'어머..ㅋㅋ 일루와..' 그 언니는 지영을 무릎에 앉치곤 파우더에 립스틱을 발라주며 머리를

풀러 지영의 머리를 예쁘게 묵어 주었다..

거울에 비친 지영의 모습에 지영은 자신도 공주가 된기분을 느꼈다..

Page 24: hannae

'엄마 엄마..커서 다방언니 할래!'

순간 지영의 엄마는 지영의 잡고 있는 손을 놓고 길가 한가운데에서 지영을 마구 때리기 시

작했다.

'너 한번만 더 그런소리 하면 더 혼날줄 알아..'

그리곤 빨간입술의 언니가 만져준 머리를 풀어버리고 한참을 지영을 길가에서..혼을 냈다.

한참 실갱을 한 지영과 지영의 엄마가 화를 멈춘 후

지영의 엄마는 지영에게 단팥빵과 빨대를 꽂은 바나나 우유를 사주었다

'지영아..엄마는 우리 지영이가 예쁘고 좋은곳..에만 갔으면 좋겠어..엄마가 미안해.."

그 일 이후 지영의 엄마는 두번다시 다방언니들의 옷을 맞추지 않았다.

"엄마.. 예전에 인덕원 그 다방 기억나? 내가 다방언니 된다고 했더니...나 길거리에서 막 때

렸던거? "

"왜 안나...겠냐?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내가 다방언니 된다고 해서 그렇게 속상했어?"

"아니..아...단골이였거든.....가게 매상이 반으로 줄었지..그리고 그 때 생각했지..아..지영이는

공부로 성공은 못할 수도 있겠구나..뭐..예상은 적중했지~~..그 이후에 어찌나 외모에만..신

경을 쓰던지.."

" 근데 엄마 그 언니 이름이 잊쳐지지 않아..수진이.. 근데 아마 가짜 이름이였을꺼야? 그

치...

진짜 백설공주같았어.. 그 다방언니..가 부르던 양수경 노래들..다 내 십팔번이잖아...ㅋㅋ"

"철없는것아.. 그래서 좋냐?"

"응~~"

지영과 지영의 엄마는 낡은 재봉틀 앞에서 흰머리를 뽑으면 한참을 웃었다.

Page 25: hannae

마음의 대화

'와타네베...내가 그렇게 일본인처럼 생겼어?? '

'글쎄..그냥 뭐..한국인나 우리나 같은 동양인인데 그런게 있나?? 근데 ㅋㅋ뭐..살짝..내가

자주 보던 만화책..에 여주인공 같이 생기긴 했어??'

'그 야한만화책?? 눈크고 가슴큰..ㅋㅋ '

'근데 너 확실히 한국인이 맞아..어쩜 일본어가 이렇게 안느니?? 심지어 일본인 애인을

둔..애가..'

'내가 말했잖아...난 한글만드신 세종대왕의 후손이라 내 언어구조에 다른 나라의 언어는 스

킵하는 기능이 있다고??'

그녀는 확실히 특이하다. 가끔 작은 입술로 상상치도 못할 말들을 하곤했다.

'지영..내가 만약 그때 너의 집에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 말도 안되는 일본어 주소를

들고 내가 얼마나 해맸는지 알아'

'어떻게든 올 줄 알았어요..내 새끼 손가락에 묶여있는 빨간색줄이 팽팽해지면서 당신이 잘

찾아오고 있다는 느낌이였거든요'

항상 교실 맨뒤에 창가자리에 앉자 엎드려 잠을자는 여자아이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 건

학기가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난 후였다..

'저여자는 누구냐? '

'유학생..이래. .한국애인데 말을 잘안하더라..생긴건 이쁜데 좀 이상해..저번에 자판기를 발

로차면서 뭐라 중얼거리더라.. 이상한 여자야..말을 걸어도 그닥 답이 시원찮더라~~'

'그래...' 와타나베는 그녀에게 왠지 관심이 갔다

고개를 돌려..그녀를 바라봤다

'도대체 매일 엎드려 잠 만자요?? 밤새 무슨일을 그리 하는거예요??' 마음으로 그녀에게 물

었다. 순간 잠에서 깬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피곤해요..요즘 밤에 통 잠을 못자요..'

그녀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듯 했다.

잠깐 와타나베와 눈이 마주쳤던 그녀는 다시 엎드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던듯 잠이 드는듯 했

다. 분명 와타나베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사슴보다 더 깊었다.그리고 맑

았다

와나타네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그저 머릿속에는 그녀의 눈동자로 가득차 있었다.

복도를 지나 사물함앞에 섰을때..

노란색 포스트잇이 보였다. 말도 안되는 삐뚤한 일본어 였다.

와타나베는 그 포스트잇을 때어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 덤덤히 짐을 싸고 주인아주머니께 인사를 들리고는 주소가 적힌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걷고 있었다.

Page 26: hannae

딩동딩동

문이 열렸다. 그녀였다..

'왔어요~짐도 별로없네..들어와요..

지금 쯤 도착할까봐 저녁준비 해뒀어요.김치찌개 좋아해요??'

그녀는 한국말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와타나베는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알아 들었다...신기할따름이였

'네..나도 배가 고파요..반갑습니다..와타나베입니다'

'지영이예요...이지영'

'그래서 저 일본사람 아니거든요.. 한국인이라구요..했더니 그 외국인이 또 영어로..막 이야기

를 하는거야...나 영어도 ㅠㅠ'

지영이 또 한국말로 하루의 일과를 와타나베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지영..이제 그만 이야기해..좀 쉬라고..입안아파~도대체..3개월동안 이야기 하고 싶어서 어떻

게 참았어??'

'ㅋㅋ 하이~~'

'대답 하나는 정말 일본어로 잘한다'

와타나베와 지영은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눈빛으로 마음으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Page 27: hannae

빨간 립스틱의 비밀

'언니는 빨간색을 좋아하나봐요?? '

그녀에게 묻는 그 아이의 눈빛이 천진 남만하다

'응..섹시해보이잖아..왠지 강해보이고~~'

그녀가 답했다..

'근데...언니~오늘은 유독 빨간데요??'

그녀의 입술이 오늘 유독 빨간건. .사실이였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특유의 장난끼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쉿..이거 너만알고 있어...사실 어제밤에 언니가 심한고열로...사람의 피가 필요했어..그래서

혈액은행에 전화를 걸어..급하게 aaaaaaaaaa형 혈액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 언니는 우량고객

이라서 빨리 배달이 왔어...aaaaaaaaaaa형 피는 좀 진해서 마시고 나면..입술에 남아..왜 불

량식품 마냥....'

그녀의 이야기에...그 아이는 정말 고개를 갸우둥 하며

'언니 생긴건 안그렇게 생겼는데...참 이상해요'

'ㅋㅋ 정말 진실을 알려줄까?? 언니가 심장병 환자인데 가끔 자다가 발작을 일으켜..숨을 못

쉬는거지..판막이상이거든...ㅋㅋㅋㄱㄱ그렇게 발작이 한번씩 나면 숨을 못쉬고 고열에 시달

려..그럼 그 담날 어김없이 입술이 파래져..그게 청색증인데..그걸 가릴려고 빨간색 립스틱을

발라...푸하하하 어느게 진실일까?'

그아이 눈빛이 흔들린다..ㅋㅋ

그녀는 오늘두 순진한 아이 한명을 골탕먹였다

그녀는 그냥 빨간색을 좋아할뿐이다...

Page 28: hannae

진주햄집 아들

"어머...지영엄마~"

"성원엄마 오랜만이네.."

엄마가 왠 아줌마에게 인사를 한다

"지영아..모르겠어..진주햄 성원이엄마"

엄마가 아줌마가 누구인지 이야기를 해주고서야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최성원..진주햄..ㅎㅎㅎㅎ"

"지영이구나..꼬마같던게..이렇게 컸니?"

나를 무슨 어린내 마냥 본다

"어머..지영이 시집간지..4년이나 됐어~"

"벌써 결혼했니..어머..어머..성원이는 아직인데..."

엄마와 성원아줌마는..한참 근황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치..최성원..ㅎㅎㅎㅎ"

잊혀지지 어린날의 기억...진주햄..집 아들 최성원..

“줄서.. 내 앞으로 줄서서 하나만 주세요..하면 이 소세지 줄께?"

그아이는 항상 그랬다

분홍색 긴 소세지를 부모님의 가게에서 가지고 나와 동네 또래 아이들을 자기 앞에 세우고

는 두 손 공손히 모으고 소세지를 달라고 말하게 시켰다.

그러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쪼로로 달려가 앞 다투어..진주햄 대리점을 하는 그 아이앞에 줄

을 섰다.

뉘엇뉘엇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놀이터에서 뛰어다녔던 동네 아이들은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마침 진주햄집 아들이 주머니 한가득 분홍색소세지를 들고 나왔다.

다들 의례 그러듯 진주햄집 아들의 앞에 줄을 섰다. 그리고는 두손을 모아 구걸 아닌 구걸

을 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한참 그 광경을 바라보던 지영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리고 줄을

서있는 동네 친구들에게 말했다

' 그거 받아 먹으면 나는 니들이랑 이제 안놀꺼야?'

하지만 아이들은 지영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진짜라고..니들이랑 안놀아'

그리고는 뒤 돌아 걸어가는 지영을 아무도 잡지 않았다. 잡을 턱이 없었다.. 지영이도 알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나누어 주는 소세지는 굉장히 맛있었고. 한참 뛰어 놀아 허기가 진 우리

들에게는 평소에는 맛보지는 못하는 귀한 소세지였기 때문이다.

Page 29: hannae

화가났다. 순간 지영은 뒤돌아 저벅저벅 다시 걸어가..

진주햄집 아들이 나눠주는 소세지를 뺏어 놀이터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 아이의 손을 물어버렸다..

"아~~ 야..놔...엄마~~"

물고 있는 손을 놓지 않는 지영이였다.

지영이의 머리를 잡고 아무리 난리를 쳐도 지영은 그아이의 물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아이의 손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진주햄집 아들의 손을 물고 있는 지영과 지영의 머리를 점점 쎄게 잡

고 있는 성원이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소세지를 손으로 입으로 털면서 먹고

있었다. 일부러 지영이 놀이터 바닥으로 소세지를 던질때 나뭇잎이 있는 풀밭으로 던졌기때

문에 다른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편히 소세지를 주워 털어 먹을수 있었다.

분명 동네무리중 "땅거지"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그것을 주어 먹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

문이다.

힐끔 아이들을 보니 거의 다 그 소세지 먹은듯했다. 그때서야 지영이는 진주햄집 아이의 손

을 놓았다. 그리고 진주햄집 그 아이도 지영의 머리를 놓았다.

지영이의 머리카락이 한줌, 성원의 손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있었다

그 둘은 더이상 싸우지 않고, 울지도 않았다 그냥 묵묵히 돌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성원아줌마는 지영의 집에 와 성원이와 지영이가 싸웠다면서 몇마디를 지영엄마

와 나눴다. 하지만 지영이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도 많이 뽑혔

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나름 자신이 영웅이 된기분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영엄마는 또 도끼눈을 뜨고 지영에게 물었다

"왜그랬어?"

"애들은 소세지가 먹고 싶었고,, 성원이는 구걸하라고 했고..그게 싫었어..어차피 구걸해 가

면서 먹을꺼면..차라리 바닥에 떨어진거 먹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 던졌어... 그럼 우영이가

분명 털어서 먹을꺼라고 생각했어...힘으로는 안되니깐... 그래서 물고 있었어..근데 개가 내

머리 더 많이 세게 잡았어"

"너는? 그러서 너는 그 소세지 먹었어?"

"아니 안먹었어..난 그 소세지 먹고 싶었는데 자존심 상해서 안먹었어..그래도 다른애들은

다 먹었고..나땜에 먹은거니까 내가 대장이야..."

"알았어..다신 친구들 물지마..."

예상외로 금방 끝난 혼남에 어리둥절한 지영이였다.

다음날 아침이였다

"지영아 오늘 엄마 일찍 들어올꺼니깐...저녁에 어제 놀았던 친구들 다 데리고와..엄마가 저

녁에 소세지 파티해줄께"

"응?"

Page 30: hannae

그날 저녁 지영과 동네아이들은 소세지와 햄버거 떡볶이가 가득 한 저녁파티를 했다

지영과 지영의 친구들은 소세지와 햄버거 떡복이를 실컷 먹고 늦은 저녁시간이 되서야 각자

의 집으로 돌아갔다.

지영이의 어깨는 더 힘이 들어갔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내일부터 아이들은 더 자신을 따를

것이라는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영웅이 되고 싶었어? 지영아 힘으로 무력으로 싸움으로 되는 영웅은 진정한게 아니야..사람

은 지혜를 써야해..두번다시는 그런식으로 싸우지 않겠다고 엄마랑 약속~그리고 오늘 파티

했줬다고 내일부터 그거가지고 동네친구들 앞에서 또 대장질 하지 말것.."

"응..응...내가 대장질 안해도 알아서 다 날 대장으로 알꺼야..ㅋㅋㅋㅋ"

"그래...나중에 한번 더 봐요..지영이도 잘가고~"

"네.." 정중히 인사를 하는 지영이다.

돌아서서 가는 성원아줌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영이 말했다

"엄마...일부러 소세지 파티해준거지? 그때..."

"어..너 대장하라고..엄마는 우리강국이...니가 어디가서 지고오는 꼴은 못봤어..ㅎㅎㅎ"

"응..근데 그때 분명히 엄마가 나한테 그랬다...대장질 하지 말라고.."

"그랬지..근데 뭐 니가 내 말 듣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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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결혼식

기차안...그녀의 휴대폰이 울린다.

"어디야?"

"오늘 친구 결혼식이 있어..거기 가는 길이야..엄마"

그녀는 엄마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계를 보니 결혼식까지는 2시간정도

여유가 있었다. 편의점에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산 책을 다시 폈다. 그러나 책의 글씨들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역 도착 5분전~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디야?"

똑같은 질문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역도착 5분전 쯤이예요"

"빨리왔네?"

"어디예요?"

"....예식장"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게 느껴졌다.

"떨리나 보네...좀있다 봐요...햇살이 좋아서 난 그날 처럼 걸어갈꺼예요..나 오늘은 그날보다

더 많이 예뻐요..많은 인파속에서도 나만 보일꺼예요..."

"그래......."

그녀가 또 그에게 또 마법을 걸었다. 턱시도를 입는 그는 호텔 입구에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듯 했다. 그때 멀리서 그녀가 걸어오는것을 보았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그

를 향해 미소를 띄우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상상은 하고 있었다. 아주 예쁘고 사랑스럽게 한것 멋을 부리고 당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

해 걸어올것이라는것을.... 그리고 그의 예상은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상상보다 그녀는 더

아름다웠다.새하얀 미니 원피스를 입고 온 그녀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나예뻐요?? "

그는 그냥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

한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그와 그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 할것 없이 부드러운 키스

를 시작했다.

또 장난스럽게 그녀가 말했다.

"시간잴까여? 5분? 10분? " 웃으며 말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어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이미 한가득 눈물이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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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열차가 멈췄다. 잠에서 살짝 깼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들어왔다

털썩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이내 눈을 감는다. 잠이 들었다.

피곤했는지 여자의 고개가 가우뚱 가우뚱 하다가 갑자기 내 어깨로 툭 하니 떨어졌다. 순간

당황한 나는 여자의 고개가 흔들릴까 조심히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내 어깨에 잘 기대주었

다.

그리고는 무심코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하얀피부,,,까만 눈썹..반쯤 가려진 검은 앞머리 사

이로 살짝 살짝 보여지는 긴 속눈썹 오똑한 콧날에 정말 작은 빨간색 입술.. 화장을 하고

있어도 어린 아이같이 생긴 여자의 얼굴을 계속 바라만 봤다. 속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이 여자의 눈동자를 보고 싶다

나는 여자의 속눈썹에 손을 대어 보았다. 잡힌다.. 우와 신기하다..

순간 여자가 눈을 떴다

"붙인거 아니예요..진짜 내 눈썹이예요"

"아...죄송합니다..."

"다들 한번씩 만져보고 싶어하고..그래요..며칠 잠을 못잤어요..내 속눈썹 만져보셨으니

어깨좀 더 빌려도 되져?"

"네~"

이내 다시 눈을 감더니 잠이 드는듯 했다.

쌔근쌔근..

작은 입술이 오물오물 거릴정도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나는 그런 이 여자를 계속 바라보

고만 있었다. 여자의 전화벨이 울렸다. 눈을 번쩍 뜨고는 전화를 받는다

"잤어요...다 끝났어요? 응..잘 다녀와요..로밍해가요? 선물사와요..눈치껏..ㅋㅋ

밥잘먹고 잘자고 있을께요..걱정 말아요...도망안가요..근데 당신 오늘 너무 안멋있었어요..

중간에..연락....아니..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할께요...끊어요..더 자야겠어"

전화를 끊자마자..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순간 나도 모르게 손으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괜찮아요..ㅋㅋ"

웃는다..근데 울고 있다

"어이없으시져..ㅋㅋ 진짜 괜찮아요.."

"더 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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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바보같은 말을 했다.

"아니요..잠깼어요...처음 뵌분인데..실례가 많았습니다."

여자는 얼굴을 정리하고 자세를 가다듬고서는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낼려고 한다.

순간 대화를 더 이어야 한다

"저는 친구결혼식이 있어서...다녀오는 길입니다."

"저는 애인 결혼식이 있어서..다녀오는 길입니다."

"네?"

"네!"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여자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나는 그 감은 눈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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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

주인이 맞춰놓은 알림용 라디오가 켜졌습니다.

'신도림역안에서 스트립쇼를'

이상한 노래였지만 갑자기 지하철을 타고 싶어졌습니다 .눈치를 살짝보니 밤새 술을 마신

나의 주인은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때마침 조심성없는 나의 주인이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었더군요....

'이봐 주인..나 잠깐 나갔다올께...'

구로역에 도착하고선 한참 고민에 빠졌습니다. 역무원아저씨에게 차비대신 꼬리라도 살짝

흔들어줄까했는데..요즘은 역에 표파는 언니 아저씨들이 없나봅니다..

그들은 다 어디로갔나요??? 뭐그래서 그냥 무임승차했습니다...ㅋㅋ

전철문이 열리고 저는 당당히 걸어들어갔습니다

다들 저를 쳐다보더군요

'

전철 탄 강아지 처음 보시나??'

심지어 나보다 더 강아지 같이 생긴 검은색의 단발머리 여자애는 카메라로 나를 찍더군요

'야..나 초상권있다...'좀더 멀리가고 싶었지만

인간들이 눈빛이 너무 따가웠습니다.

꼭 나를 집잃은 처량한 강아지로 보는것같았습니다.

'이보셔들. .나 우리집 어디인지 알거든..잠깐 산책나온거야~~'

그냥 영등포역에서 내려 하행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죠

집에 돌아오니 우리주인이라는 한심한 인간은 아직도 꿈나라더군요!!

암튼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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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이집에 처음 왔을때 이 가로수길에 반했어~

거실 바닥에 누워 나무를 바라보는데 오헨리의

'마지막잎새'가 생각났다...신기하게도 나뭇잎이 한개 달랑거리면서 붙어있었거든

그래서 오헨리에게 말했어

'이봐..헨리선생...나한테 기적같은 일하나만 만들어줘봐..저 잎이 떨어지기 전까지....내가 이

자리에 누워있을때 내옆에 내팔을 베고 검은눈을 한 피부가 하얀 검은생머리의 여자가 새근

새근 자고 있는거야!! 어때??

해줄수 있겠어...'

그리고 정말 기적적으로 검은 생머리에 검은눈동자가 예쁜 니가 나타났고...헨리에게 부탁한

것처럼..너는 내팔을 베고 거실에 누워 있는걸 좋아했어~~

근데 확실한건 내가 헨리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지..

너의 머리색은 원래는 갈색이고..검은머리를 좋아해서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었던거고...동양

인이면서 갈색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니가 검은색 써클 렌즈를 빼고서야알았지??

근데..그냥 궁금해서 묻는건데??

세상이 갈색으로 보이는건 아니지??

올 가을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여기서 함께 보는 가을도 이제 마지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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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릿

'야..시청각실에 누가 들어가 있는거야??'

독서실 총무오빠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지영이요...'

'문잠그고 뭐하는짓이야??'

'몰라요....'

지영은 독서실 시청각실에서 울면서 엄청난 초코릿바구니의 초코릿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시청각실 이라고 해봤자 2~3평정도 되는 조금마한방에 티비와 비디오 테이블이 있는 독서

실안에서의 휴게실같은 곳이다.

지영이 먹고있는 엄청난 초코릿의 정체가 궁금할 따름이다.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첫사랑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지영에 또 사랑이 찾아왔다. 옆학교 선도부장이자 지영의

친오빠의 절친한 친구였다.

'지영아 왜 여기서 울고있어??'

놀이터 그네에 앉자 울고 있는 지영에게 민수가 다가왔다

'차였어..ㅠㅠ 오빠네 학교 후배데..어제 소개팅 바람 맞췄어..ㅠㅠ 근데 소문 다났어...지영이

안열이한테 차였다고....창피해...어떻게해 ㅠㅠ'

훌쩍훌쩍 울고 있는 지영을 웃으면 보던 민수의 한마디에 지영은 또 사랑에 빠졌다. 물색없

는것

'나중에 그것땜에 시집 못가면 오빠가 데리고 살께'

그 후 지긋지긋 하게 끓여받쳤던 라면과 김치볶음밥에 정성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짧은 반바지에 나시티만 대충입고 있었던 지영은 어느순간부터 집에서도 예쁘고 단정히 옷

을 입고 수시로 거울을 봤다.

그 날을 위해 초코릿을 직접 만들었다.

독서실 가는길이 너무나 길고 떨린다. 뒤에서 민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영아..'

민수다.

웃으면서 뒤를 돌아본 순간 절망에 빠져버렸다

'인기쟁이 같은이라고'

양손가득 들려있는 초코릿 바구니를 지영에게 건내면서

'독서실 오빠 책상에 가져다 놔...오빠 잠깐 들릴곳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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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가방에 있는 초라한 초코릿은 도저히 꺼낼수도 없는 어마어마한것들이다. 지영은 속

이 상한다..그리고 안그래도 못된 천사가 가득가득 지영의 심술보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다먹어버릴꺼야...'

그렇게 지영은 독서실 시청각실에 들어가..

초코릿을 하나씩 먹기시작한다

쿵쿵쿵

'야..문열어..너땜에 다들 교육방송도 못보고..뭐하는짓이야...'

'싫어요..김민수 올때까지 문 안열어..'

'지영아'

민수다...그제야 눈물을 멈추고 문을 연 지영이다

'ㅠㅠ오빠 ㅠㅠ'

시청각실 안 풍경은 과히 가관이다.

세상에나.. 그많은 초코릿을 정말 불과 한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다 먹어버린것이다.

'저거 다 먹은거야?? 뭘 잘했다고 울어..'

'입천장 다 까졌어..엉엉엉...그리고 초코릿 되게 맛없어..'

'하하하 담번에는 니가 좋아하는 초코릿으로 사오라고 할께..이 철부지를 어쩜 좋아...'

'아몬드..과자 들은거...그런거..이런거 말고...'

'응...뚝..그만울어..이 수도꼭지야..'

민수와 지영은 손을 잡고 롯데리아로 들어간다.

'오빠 보통 데이트는 친구들 보니깐 커피숍도 가고 하는데 롯데리아..왠말이야 ㅠㅠ '

'너 수학문제 다풀었어?? 얼른 책펴'

'남자친구 아니고..과외선생님 ㅠㅠ 생긴거지~~ 근데 오빠 안열이 혼내줬어??'

'응..넥타이 삐뚤게 매서 운동장 열바퀴'

'^----------------^'

'이모...나 이거 다 먹는다. 순덕이가 준거래??'

'너 자꾸 우리 며느리보고 순덕이라고 할래??'

사촌오빠의 여자친구가 미리 준 빼빼로를 먹으면서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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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아침

상쾌히 보슬비가 내렸다.

'아가..엄마랑 요 앞 공원에 산책갈까??'

'응..'

여자와 아이는 똑같은 장화와 우비를 입고 집앞 공원으로 나갔다..공원에 도착하니 보슬보

슬 내리던 비가 멈췄다.

'엄마..나 우유마시고 싶어!'

'그래? 그럼 여기 있어..엄마가 사다줄께..대신 딴데로 절대가면 안돼..낯선아저씨가 말걸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대답하지 않는다..무시한다...'

'응..내딸 똑똑해..뭐 다른거 먹구 싶은거 없어??'

'짱구'

엄마가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아이가 말을했다

'아저씨..뒤에서 쫒아오는거 ..보고 있는거 다 아니깐 나오실래요??'

쭈삣쭈삣 왠 남자가 아이의 앞에 나타났다

'알고있었니??'

끄덕끄덕

'똑똑하네...몇살이니?'

'6살이요.엄마가 낯선사람이 말걸면 답하지말라고 했는데 내가 말건거니깐...답해주는거예요'

'그래...엄마랑 닮았구나...말하는거 까지!! 이름이 뭐니??'

'이지영이요...엄마도 지영..나도 지영..그래서 할아버지는 나를 작은지영이라고 해요...우리엄

마 알아요?? 닮지는 않았는데...엄마는 나를 가슴으로 낳았거든요~'

'응..닮았어..아주 똑같아..아주 예쁘구나...'

'난 세상에서 예쁘다는 소리가 제일 좋아요...'

'큭..그것도 똑같구나...'

'근데 아저씨는 잘생겼다고 할수는 없겠는데요...못생겼어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이것저것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작은지영은 쉬지않고 남자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 남자애가 나한테 넌 공주랑은 안어울려..마귀할멈 같다고 해서...물어버렸어요. 근

데 할머니가 니네 엄마도 불리하면...어... .엄마??'

여자가 뒤에서 한참을 남자와 자신을 딸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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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돌아왔을때 집안이 이상했다..여자의 물건은 한개도 남아있지 않았다..그렇게 여

자가 남자를 원망하듯 떠나버린지 3년이 지났다.

'내가 더 잘한다 했잖아.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했잖아'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버틴 3년이였다.

얼마전 여자의 절친한 친구에게서 여자의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결국 이렇게 찾아오고 말았다. 따져물으려고 했다..왜 그렇게 가버렸냐고?? 화를

내려했었다

'왔어요?'

순간 남자의 심장이 멈췄다. 생각치도 못한일 생기고 말았다.

목소리만으로 3년의 증오가 사라졌다.. 뒤를 돌아볼수가 없었다.

'기다렸는데...당신 독해요..3년이나~헤헤헤..아들은 잘자라고 있어요?? 이제 3살인가?? ㅋㅋ

어쩜 결혼하자마자 그래요!! 사람 배신감 느끼게~~'

'너는 어쩜 이런순간에도 그런 농담이 나오니??'

돌아보지도 못하는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계속 그렇게 등만 보여줄꺼예요?? 나 안보고 싶어요?? 얼굴좀 보여줘요!!'

남자가 용기내어 뒤를 돌아본순간...여자가 웃는다

'나 많이 늙었져??그래도 봐줄만 한가?'

'어..여전히 그대로야!'

'피...지영아...아저씨랑 인사했어??'

'응..근데 엄마 친구하기엔 너무 못생겼어!'

'그치??'

여자와 아이가 웃었다..그리고 남자도 웃는다

'배고프져?? 얼른가요..김치찌개 해줄까요?'

'아니 된장찌개..아니 고기..아니..다해줘..니가 해주는거 다먹고싶어...'

'나 또 밥하는 여자 된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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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

"야.. 너 교회다니는 이유가 뭐야? 도대체??"

"다양한 종교체험"

지영은 불교신자다. 하지만 교회를 다닌다. 이유는 교회오빠 "한만재" 때문이다.

만재를 처음 본것은 편의점에서였다. 깔끔히 교복에 검은색 목도리를 한 만재는 따뜻한 코

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편의점 밖에서 바라보는 그 고등학생의 모습이 지영에게 슬로우 모

션처럼 하나씩 하나씩 느리게 움직였다.

바람이 불지도 않는 편의점 안에서 그의 머리카락이 손눈썹이 바람에 날리는듯했다. 지영은

자신도 모르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그의 옆에 섰다. 곁눈질로 힐끔 그의 교복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보았다

"한만재"

이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떤 한문을 쓰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들어 읽고 있는 "만해

한용운"의 "님의침묵"이 떠올랐다. 우직하게 다문 그의 입술이 더 강인한 무언가를 지영에

게 느끼게 하였다. 코코아를 다 마시고 나가려는 만재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안양구세군영문"

"아..이래서 다들 교회를 다니는구나............"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교회를 다니고 싶습니다"

용기내어 교회 안으로 들어간 지영에게 만재가 웃으며 말한다

"몇학년 이예요?"

"중학교 3학년이요...."

"네...환영합니다...예배는 일요일 오전 9시 청년예배실에서 하고요...성경책과 찬송집은 그날

오면 챙겨줄께요"

목소리가 나근나근 하다..이 목소리에는 정말 "님의 침묵"이 잘 어울릴것 같았다

그날 이후

지영은 만재를 생각하며 "님의침묵" 계속 외우고, 읽고 또 읽었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

"님의 침묵...만재오빠..말이지...가만히 앉자서 입을 다물고 성경책 보는 모습이..꼭 "님의침

묵" 같아"

"뭔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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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교회친구는 지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처음으로 수련회를 가게되는 지영은 들뜬 마음을 다 잡을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조 편성이

만재와 함께였다. 설레이는 마음을 가득 가지고 함께 교회버스에 탔다

모든것이 순조로웠다. 함꼐하는 운동회도, 예배도 아주 즐거웠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것이

남아있었다.

"금식 기도회"

지영에게 교회는 그저 만재가 있는 곳이였기 때문에 금식,,,,까지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잠이 오지 않는 지영이였다

운동회에 예배에 거기에 금식까지 도저히 배고픔을 참을수가 없었다. 조용히 눈을 뜨고 지

영은 수련회 장소 밖으로 나갔다. 칠흑같은 어둠이 가득했다

만재가 앉자있었다

"오빠..."

"어...지영아...왜 안자고?"

"사실...배가 고파서 잠이 안와요 ㅜㅜ"

"그래.."

꼬르륵~~ 지영의 배가 아니였다... 만재의 배였다

"사실 오빠도..."

"오빠 우리 라면 끊여 먹을까요? 예수님도 용서해주실꺼요...우리 둘이 비밀로 하구요.아까

여기 들어오는 길앞에 슈퍼 봤어요..

거기까지 가서 라면 사다가 끊어먹어요,,,"

지영은 가만히 앉자있는 만재를 끓고 수련회 들어오는 입구에 있었던 슈퍼로 함께 내려갔다

둘이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이 행복하기만했다

"노래 부를까?" 만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귀가에 맴도는 목소리에 또 지영은 "님의침묵" 이 생각났다

"오빠는 님의 침묵 같아요..목소리도 입술도...히히히히"

그렇게 둘은 라면을 사들고 돌아오는 길도 즐거웠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이 라면을 어떻게 끊여 먹을지.. 주방에서 끊여 먹기에는 다들 잠에 깨거나 증거가 남을 것

같았다.. 순간 지영의 발 밑에 냄비하나가 보였다.

"오..주여..오빠 여기 남는 냄비가 하나 있어요,,,여기에다 끓여 먹으면 되겠어요..."

운동장 한컨에 앉자 만재와 지영은 나뭇가지를 주어다..불을 피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오빠가..보이스카웃이잖아..ㅎㅎㅎㅎ 오빠에게 좋은 시를 선물해 줘서 고마워..이제부터 님

의침묵을 생각하면 지영이가 생각나겠다...잘은 모르지만..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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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어머 누가 우리 누렁이 밥그릇을 이렇게 깨끗이 씻어 놨을꼬?"

만재와 지영은 서로를 바라 보며 그냥 멍하니 서있었다

누렁이..

누렁이....

밥그릇

"하하핳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빠..지영아...왜 그래? 실성했어?"

만재와 지영은 그렇게 서서 어제의 맛있었던 라면을 생각하면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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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멈추지 않으면

멍하니 창문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였다. 눈이 내린다.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갈색눈을 한 그녀의 눈에 어느샌가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띠띠띠..전화가 울렸다.

“네...”

“지금 메신저로 자료 보내드렸는데..수락을 안하셔서요..수락 좀 부탁드립니다.”

“네..죄송합니다..바로 수락해 드릴께요....”

모니터에는 이미 한참 전에 그로부터 회사 자료가 들어오고 있었다.

-수락-

-죄송해요..제가 잠시 콩밭에 있었어요..콩이 아주 맛있더라구여..

이대로 출력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콩밭이요?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구요..농담이였는데..ㅋㅋ

-아...

그녀의 농담을 이해 하지 못한 그는 모니터를 보면서 살짝 창피함과 함께 귀엽게 상황을 넘

기는 그녀의 위트로 입가의 웃음이 피었다.

-항상 즐겁고 밝은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나사가 풀려서 그래요..요즘 제가 살짝 나사가 풀렸거든여.....항상 즐겁고 유쾌하지만은 않

아요....일하세요..저도 일해야겠습니다.

5초도 안되는 짧은 대화였지만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대화였다고 생각이 드는 그였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렸던 그에게 더없이 즐거웠다. 왠지 또 말을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

나, 더 이상 그녀에게 걸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그녀에게 대화요청이 들어왔다.

-저기 근데요...눈때문인데요...퇴근할때까지 눈이 멈추지 않는다면... 오늘 저랑 데이트 하실

래요?

-네

그의 손은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도 없이 네라는 답을 쓰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

라서 그도 당황을 했다.

-네? 가 아니라..네! 인거져?

-네!

퇴근시간이 다가 올수록 불안한 그였다. 눈이 멈출까봐...계속 창문밖을 바라만 보고 있다

제발 눈이 멈추지 않기를.. 기도 하고 기도하는 그였다.

딩동.. 그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 아쉽게 눈이 멈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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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였다.

" 오늘은 야근을 할까합니다...요앞 레스토랑에서 눈이 올때까지..분명 눈이 다시 내릴것 같

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과연..........

그는 그날 그녀를 기다렸을까?

그녀는 그곳에 갔었을까?

눈이 다시 내렸을까?

그들은 지금 함께 있을까?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