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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시론 ‘ 절대반지  ’ 로서   원자력의 유혹 강상규 * 지은이│강상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 박사 수료 후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재는 방송대 일본학과에 재직하면서,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소통’과 아울러 동아시아 정치사를 현재에 이 해할 수 있는 형태로 새롭게 ‘번역’하고 ‘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제국 일본』(논형, 2007),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한반도』(논형, 2008)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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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시론 ‘ 절대반지 ’ 로서  

    원자력의 유혹

    강상규

    * 지은이│강상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 박사 수료 후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재는 방송대 일본학과에 재직하면서,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소통’과 아울러 동아시아 정치사를 현재에 이

    해할 수 있는 형태로 새롭게 ‘번역’하고 ‘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제국 일본』(논형, 2007),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한반도』(논형, 2008)등이 있다.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29

    3・11이 제기한 문제들

    2011년3월11일일본을뒤흔든대지진과쓰나미,그리고이어연쇄적으로발

    생한후쿠시마원전폭발사고는거대한대참사였다.연이은대재앙의순간들은

    TV로중계되면서세계인의이목을집중시켰으며,일본의정치적리더십이위기

    상황에적절하게대응할능력을갖추지못하고있음을가감없이드러내주었다.

    2011년3・11의대재앙은21세기벽두를강타한2001년의9.11테러사건과함

    께그동안인류가어렵게구축해온문명의바벨탑이하루아침에사라질수있음

    을뚜렷한영상과함께예고하는듯했다.이후일본에서는3・11을다루는관련서

    적이쏟아져나오고있고,그중일부는한국에도번역,소개되고있다.너무나도

    많은논의들이쏟아져한꺼번에거론되다보니,한편으로는다양한정보를어떻

    게수용해야할지난감하기까지하다.따라서3・11과관련된논의의방향을명료

    하게하려면이번대참사로제기되는혹은제기되어야할핵심적인질문에는어

    떤것들이있는지를먼저정리해둘필요가있을것으로생각된다.

    우선지적할수있는것으로서이번사건과직접관련된문제들을들수있을

    것이다.이른바3・11에대한처리및대응과정상의문제점들에대한의문이라고

    해야할것이다.예컨대방사성물질이누출되는매우긴박한상황에서사태의전

    모가공개되지않고,정부든전력회사든책임지려는이는아무도보이지않고신

    뢰하기어려운대응들이이어졌다.원자력발전소를둘러싼정보공개등은적절

    하게이루어지지않았고사고의원인에관해서는‘상정하지않은’[想定外]사태

    라는말만되풀이되었다.방사능피폭의안전기준에관한언급도계속오락가락

    하여,사람들의불안감을증폭시켰다.일본사회의매뉴얼화된대응과함께핵심

    정보가은폐되고통제되는폐쇄적측면이부각되었으며,리더십의부재라는문

    제가집중적으로비판의도마위에올랐다.3・11과관련하여매스컴에서보도된

  • 일본비평 7호230

    특집시론

    내용은주로이문제에집중되었다고할수있을것이다.

    다음으로제기되어야할중요한질문이3・11원전사고의누출로인한피해

    정도는어느정도인가,방사능피폭피해의규모와정도를어떻게추산할것인가

    하는문제이다.이점은매우중요한문제이지만방사능으로일어난피해는직접

    적인인과관계를증명하는것이어려운만큼,객관적인데이터를통한수치화가

    사실상불가능하다는난점을안고있다.

    여기서질문의방향은자연스럽게과거로이어지게된다.핵심이되는사항

    은지진이빈번하게발생하는일본의지질학적특성이라는구조적요인을충분

    히고려하지않은채원자력발전소가들어섰다는점,그리고일본은원자폭탄을

    통해피폭을당한지구상의유일한국가라고하는뼈아픈역사적경험을가지고

    있다는점이다.그런데어떻게일본에서원자력발전소가수용될수있었던것인

    가.정책결정자들은무슨생각,무슨의도에서이런결정을내렸던것이며어떤

    자기암시들이존재했던것인가.일본시민들은이런결정을왜수용했으며,원자

    력발전소가입지한현지주민들은어떻게이런결정을받아들였던것인가.

    과거를향한질문이이어지다보면원자력발전에잠복되어있는구조적인

    문제점으로논의의초점이옮아가게된다.3・11은20세기후반내내지속적으로

    견지되어오던원자력안전신화의붕괴이자일본도예외가아니라는사실을백

    일하에드러냄으로써일본에서원자력에얽힌다양한신화가깨져나가는극적

    인전환점이되었기때문이다.이에따라서원자력발전에근원적으로내재되어

    있는차별및착취구조,지배종속관계의형태도그외연을상당부분드러내게되

    었다.

    이제질문의칼끝은보다근원적인문제로향할수밖에없다.원전을도대체

    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것인가.정말안전한것인가.모순적인세계를움직이는

    다양한변수들을고려할때파국적인사고의가능성은항상존재하는것이아닐

    까.원전비용이상대적으로정말특별히저렴한가.비용산출방식에문제는없는

    가.그리고이산화탄소를방출하지않으면과연청정에너지인가.그리고원전을

    대체할다른대안은현실적으로존재하는것인가.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31

    이렇게논의가진행되다보면,질문의시선은미래의방향으로향하게될수

    밖에없다.앞으로일본과미래사회에3・11은어떤의미를갖게될까.하나의거

    대한비극적이고드라마틱한기억으로머물다가잊혀질것인가.3・11이일본혹

    은인류에게던지는간곡한메시지는무엇인가.

    결국이처럼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지는의문점을따라가다보니질문은

    부메랑이되어우리자신의발밑으로돌아오게됨을직감하게된다.한국에게3・

    11은무엇인가.강건너불인가.무한경쟁의시대인만큼경쟁대상의불행은나에

    게기회인가.21세기는여전히원자력르네상스의시대일수있는가.일국적인관

    점을존중하면서도중국,일본,남북한을아우르는동아시아의에너지상황을전

    체적으로조망하면서미래희망을열어가는방안은무엇인가.

    이글에서는이러한연쇄적인질문중에서도일본이라는지형에서‘안전신

    화’의논리구조가무엇이며,어떻게확고하게형성되다가동요및붕괴의과정을

    겪게되는지를중심으로논의들을따라가보았다.

    지진과 피폭국의 체험, 그리고 원전의 등장

    일본은세계적으로지진의위험성이가장높은곳이다.일본열도는태평양플레

    이트,유라시아플레이트,필리핀플레이트,북아메리카플레이트라는4개의거

    대한플레이트의경계위에자리잡고있기때문에지각이매우불안정하다.따라

    서“일본열도가지각변동에서생겨난만큼,일본의어디에서산다고해도지진에

    서안전한곳은없다”1)는산가와아키라(寒川旭)의언급은일본사회에서는일상

    속의상식이되어있다.필자도유학시절,“일본에서살아가는한지진은온다”는

    말을수없이들어왔다.산가와는3・11이후일본의역사속에서지진이언제어

    디에서어떻게발생했으며,일본열도에사는사람들이일상속에서크고작은지

    진및쓰나미와더불어어떻게‘지혜롭게’살아왔는지를다시새삼스레상기할필

    1) 寒川旭,『日本人はどんな大地震を経験してきたのか』, 平凡社新書, 2011, 12쪽.

  • 일본비평 7호232

    특집시론

    요가있다고생각하여책을내놓게되었다고말한다.

    대지진이일본의언제어디에서건일어날수있다는사실은일본정치와사

    회를이해하는데매우특별한의미를갖는다.왜냐하면이러한자연조건은일본

    인들에게‘위기의식’을일상화시켜놓음으로써,더욱안전한일본의구축이라는

    소명의식과꼼꼼한대비태세,아울러암묵적으로단결과조화의일본문화를형

    성하게만드는토대이자배경이되기때문이다.

    그런데이번에발생한대재앙을보면서이해할수없는점은이러한일본열

    도의자연조건,즉언제든지강력한지진이발생할수있다는일본열도의‘구조’

    적특성을무시한채일본에54기에이르는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가건설되

    어있다는것이었다.더욱이일본의원자력발전량은놀랍게도미국,프랑스에이

    어세번째로높다.

    이러한원자력발전수치를곰곰이보면서더욱당혹스러움을느끼게되는

    것은일본이지구상에서히로시마와나가사키에원자폭탄을맞은아픈상처와

    경험을가진유일한국가라는‘역사’적사실때문이다.히로시마에서14만명,나

    가사키에서7만명으로추정되는사망자가단기간에나왔으며,살아남은이들은

    피폭자라는멍에를짊어지고평생을살아야했다.그렇다면이러한지질학적구

    조와역사적특수성을갖고있는일본에는핵에대한상대적으로강한거부감이

    존재했을터인데,그동안어떻게‘원자력발전에대한맹목적인안전신화’가자리

    잡을수있었으며,원자력발전국가로서의입지를다져갈수있었던것인가.

    핵에 대한 공포와 선망 사이

    이러한의문에대해몇권의책들이해답의단서를제공해주었다.2)우선야마모

    2)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隆), 임경택 옮김,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동아시아, 2011 ; 다카기 진자부로(高木仁

    三郎), 김원식 옮김,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녹색평론사, 2011 개정판 ;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녹색평론사, 2011 ; 小出裕章, 『原発のウソ(원전의 거짓말)』, 扶桑社新書, 2011 ; 高橋哲哉, 『犠牲のシステム 福島ㆍ沖縄』, 集英社新書, 2012.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33

    토요시타카는일본이원전을개발하게된전후상황을다음과같이명료하게지

    적한다.

    20세기후반에시작된‘원자력의평화적이용’은미합중국이제2차세계대전중

    에세운원자폭탄제조계획인‘맨해튼계획’의연장선상에있다.전후미국과영

    국은‘맨해튼계획’에서개발하고입수한핵기술을은닉하고,그것을통해핵무

    기의독점적소유를유지하려고획책하였다.하지만소비에트연방이예상보다

    빨리핵무기개발에성공하자,이에당황한미국은미국,영국,소련3개국으로

    핵독점을한정하면서그이후의핵개발경쟁에대처하려했다.그러려면오히려

    기술일부는공개하고원자력발전을민생용으로개방함으로써,전문적인핵기

    술유지와부단한갱신그리고핵기술자양성을민간회사와전력회사에게부담

    지우는것이상책이라고판단한것이다.그와함께원자력발전플랜트와그연

    료용농축우라늄을외국에팔아서새롭게형성된미국핵산업의글로벌시장을

    개척한다는미국정부와미국금융자본의노림수도있었다.이것이1953년말에

    미합중국대통령아이젠하워가UN총회에서제안한‘AtomsforPeace’즉‘원

    자력의평화적이용’의숨은의도였다.3)

    이러한배경하에서나카소네야스히로(中曾根康弘)를비롯한일본의정치

    가들이1954년에일본에원자력예산을제출하여‘원자력기본법’을성립시키게

    되는데,이는산업정책의관점에서는원자력을미래에너지정책의일환으로자

    리매김하기위해서였을지도모르지만보다중요한이유는권력정치의관점에서

    핵을둘러싼전후국제정치의정황을민감하게느끼고있었던때문이었을것이

    다.즉전후일본정치가들의의식을사로잡은것은한편으로는‘원자력의평화

    적이용’이라는명목으로핵기술을산업차원에서수용하면서,다른한편으로는

    핵무장이라는미래의선택지도가능하게해두겠다는고민이있었다는이야기이

    3) 야마모토 요시타카,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15쪽.

  • 일본비평 7호234

    특집시론

    다.요컨대잠재적핵무기의보유야말로원전추진의숨겨진진실이었다는것이

    다.

    이처럼전후일본의원자력발전이유력정치가와엘리트관료들의주도하에

    추진될때,다카기진자부로에의하면여러모로갈등이존재하기는했으나,많은

    일본의과학자들은일본이미국에패배한것이일본의과학이충분히발전하지

    못했기때문이며,과학적사고가결여되어있기때문이라는‘자각’과‘반성’에젖

    어있었다.이러한의식속에서발아한과학적합리성과과학만능적지향의지가

    미래의에너지로서원자력을수용하게만들고원자력에너지를실용화하는것이

    야말로인류의위업이자과학기술의위대한성과라고여기고이것이야말로역사

    의필연적인‘발전’방향이라는믿음을갖게되었다는지적이다.

    그래서“원폭을얻어맞고채10년도되지않은1954년,그것도마침비키니

    의(핵실험)사고가나서그방사능피폭으로많은일본인이히로시마이상의피

    해를깨닫게된바로그러한‘비키니의해’에,이른바원자력의도입은강행되었

    던것”이다.4)이는환언하면결국핵분열에너지에대한경악할만한‘공포’의경

    험과동시에가공할만한힘에대한‘선망’이역설적으로전후일본인들의의식

    속에서원자력의도입을받아들이게했다는것을의미한다.

    한편이러한원자력추진의지에순풍을달아준것이자원고갈에대한위기

    의식이었다.즉‘원자력은석유위기를극복한다’는신화가만들어졌다는것이다.5)

    고이데히로아키의견해에따르면,“화석연료는언젠가고갈되기때문에원자력

    이야말로미래의에너지원이된다”라는전망이일본사회에회자되면서,‘자원고

    갈의공포’가원자력발전을추진하게했다는것이다.6)

    지금까지의내용을종합하면,일본의원전도입은지진이나재해가빈발하고

    피폭의역사를지니고있음에도불구하고,안보의측면에서는핵무기제조능력

    을잠재적으로확보하려는정치가들의숨겨진의지가강력히존재하고있었고,

    4) 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제2장.

    5) 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제3장.

    6) 小出裕章, 『原発のウソ』, 124~126쪽 ; 고이데 히로아키,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제3장.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35

    발전과성장,경제대국에의욕망,진보의신념등으로집약되는세계관과가치관,

    그리고이윤추구를지향하는강고한원자력카르텔이존재했기때문이라고할

    수있을것이다.그러나이러한근대따라잡기노력이핵알레르기를갖고있었던

    일본인,특히실제로원전이들어서게되는지방자치체주민들에게수용되기위

    해서는무엇보다원전이‘절대안전’하다는신화가필요했다.

    일본 원자력의 안전신화

    제2차세계대전중에추진된원자력개발은애초에군사적목적에서비롯된것이

    었다.따라서사람들은‘원자력’하면원자탄이나핵무기와결부시켜서생각하지

    않을수없다.따라서원자력의파괴적인이미지를완전히뒤집지않으면이를수

    용하는것은사실상불가능했다.그런점에서앞서언급한1953년12월아이젠

    하워미국대통령이UN연설에서“인류의기적적산물이인류의죽음에이용되

    는일이없고인류의삶에봉사하는길을발견할수있도록정성을다해서노력할

    것을맹세한다”7)고하면서원자력의평화적이용을선언한것은중요한의미를

    갖는다.전후냉전의상황에서미국대통령의‘평화를위한원자력’선언은,그내

    용의사실여부와는상관없이,원자력의이미지가‘전쟁과죽음’이라는어두움을

    탈피하고‘평화와건설’이라는새로운장밋빛미래로비쳐지게했기때문이다.이

    처럼‘원자력의평화적이용’이라는신화는원자력의안전신화와동전의양면관

    계라고할수있다.

    더욱이일본정부나전력회사,매스컴은기회가있을때마다,원전이‘다중방

    호시스템’이며‘완벽에가까운기술’로통제가능하기때문에재해에의한사고는

    절대일어날수없다고강조했으며,이러한‘절대안전’의선전에원자력분야의

    전문가,학자,기술자들이동참했다.8)이후원자력에대한안전신화는원자로에

    서거대사고가일어날확률이예컨대“양키스타디움에운석이떨어질확률보다

    7) 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53쪽.

    8) 高橋哲哉,『犠牲のシステム 福島ㆍ沖縄』, 33쪽.

  • 일본비평 7호236

    특집시론

    도낮다”와같은원자력관련기구의각종보고서를통해국제적으로도퍼져나가

    는듯했다.이러한상황에서영국에서는1957년윈즈케일에서,미국에서는1979

    년쓰리마일섬에서사고가나더니,1986년에는급기야소련의체르노빌에서최

    악의방사능누출사고가발생하게되면서,신화화되던원자력의안전성은점차

    동요하게된다.하지만,일본에서는대형사고가일어나지않았고,일본의기술은

    소련의미숙한기술력과는달리대단히우수하다는논리로원자력안전신화를

    유지하려하게된다.안전신화가동요할만한상황에서는원전을추진함으로써

    이익을얻게되는정치가와기업,매스컴,전문가집단이하나가되어—이른바

    원자력무라(原子力村),원자력카르텔혹은원자력마피아—사실을은폐축소

    하거나왜곡하는등의작업과대대적인장밋빛홍보와선전이이루어졌다.그런

    데1999년9월30일도카이무라(東海村)의JCO우라늄가공공장에서핵분열이

    지속적으로일어나는임계상태가발생하면서현장의작업자들이피폭되어사망

    하게되면서일본의원자력안전신화는동요되기시작하였다는것이다.9)그후발

    생한3・11의후쿠시마사태는‘원자력안전신화’의와해인동시에‘일본의안전

    신화’가붕괴되었음을전세계에요란하게발신하는사건이었다.10)

    원전 안전신화에 은폐된 구조화된 차별과 희생

    고이데히로아키등은원자력발전의안전신화가철저히차별의구조위에서구

    축된것이라는점을오래전부터지적해왔다.원전의안전신화는요컨대다음

    의세가지종류의차별위에성립한것이라는것이다.그첫번째로지적하는것

    이평상시의정상가동을위해고농도의방사능을무릅쓰고원자로에서작업하는

    ‘현장노동자의희생’이다.두번째는원전이건설되는땅은예외없이가난한변

    두리소외지역이라는것이다.그런점에서원전은‘지역차별’이라는근본적인차

    별위에서유지된다는것이다.세번째는방사성폐기물이라는죽음의재를구조

    9) 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제5장.

    10) 小出裕章, 『原発のウソ』, 제1장.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37

    적으로양산하는시스템이라는점에서현세대의단기적인이익을위해‘미래세

    대의생존조건을근원적으로파괴’하는비윤리적차별구조라는것이다.그럼에

    도불구하고원자력안전신화가지탱되어온것은현대인의자기중심적욕망과

    아울러원자력발전의비밀주의와은폐,축소,왜곡에힘입은바크다는주장이다.

    일본의대표적인비판적지식인으로알려진다카하시데쓰야역시최근그

    의저작을통해원전은구조적으로‘희생의시스템’이며,이번사고는‘상정하지

    않은’[想定外]일이발생한것이아니라오히려상정하고있었기때문에도쿄가

    아닌후쿠시마현연안부에원전이만들어졌던것이라는점을갈파하고있다.11)

    다카하시에따르면,결국원전은입지한곳의지방주민의다양한형태의희생없

    이는성립할수없는구조적차별에입각한것이라는점에서첫번째희생물이되

    는존재는바로후쿠시마로상징되는주변지역과거기에서살아가는사람들이

    다.두번째희생은원자로에서작업하는현장피폭노동자의몫이다.세번째희생

    은핵연료의원료가되는국내외의우라늄채굴현장에서발생하는방사능에피

    폭당한희생자들이다.네번째희생은방사성폐기물이라는원전시스템의구조

    적부산물에의한엄청난규모의잠재적위험을말한다.다카하시가말하는네번

    째희생이란위에언급한방사성폐기물로인한‘미래세대생존조건의근원적인

    파괴’라는지점과겹치는부분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12)

    최근한국에서저서를내놓은강은주의시선역시기본적으로원전의이면

    에가려진차별,인권의문제에초점이맞춰져있다.13)체르노빌과후쿠시마의대

    참사현장을비롯한원전지역을살피던그녀의시선에공통적으로포착된것은

    힘없고약한사람들에게방사능오염으로인한고통이전가되고있다는사실이

    었다.

    비상사고를종식시키기위한결사노동에대한찬미가시작되고있었다.수천만

    11) 高橋哲哉, 『犠牲のシステム 福島ㆍ沖縄』, 57쪽.12) 高橋哲哉, 『犠牲のシステム 福島ㆍ沖縄』, 제2장.13) 강은주,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Archive, 2012).

  • 일본비평 7호238

    특집시론

    의피해를회피하기위한죽음의노동.어둠속에서손을더듬어배선을연결하

    고계기를점검하는‘협력기업’의사원들,또는쓰레기를정리하여길을확보하

    고물을퍼내고닦아내며방사성물질에오염되는협력기업의계약노동자로고

    용된비정규직노동자들.그사람들을‘안전한장소’에있는수천만의인간이영

    웅으로서찬미하고,그들을사지로내몬사람들의책임을애매하게만드는무시

    무시한광경이전개되고있었다.(중략)불안정한생을상품으로터무니없이깎

    아서판사람들에게야말로방사능은강제되었기때문이다.지금그구조를따져

    묻지않으면안된다.14)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인류가원자핵의알갱이를불안정하게하거나쪼갤수있다는것을알게된것

    은20세기초의일이었다.원자핵을깨게되면아주강력한힘으로결합되어있

    는핵자를결합시키는힘,곧핵력이엄청나게거대한에너지로방출된다는것

    이차츰알려지게된것이다.특히우라늄이라는대단히큰원자핵에다가중성자

    를부딪쳐서원자핵을흔들어주면원자핵이불안정하게되고마침내두개의파

    편으로나누어진다는우라늄핵분열반응이발견된것은제2차세계대전전야인

    1938년말독일의학자들에의해서였다.우라늄핵분열반응에서는일반적인화

    학반응과비교해서‘완전히자릿수가다른’양의에너지가방출된다는사실을알

    게되었고,그것이폭탄에이용된다면기존의폭발물과는‘비교가불가능한’극히

    고성능의폭탄이된다는것을직감하게된다.15)

    이제중요한것은시간과의싸움이었다.‘나치독일이먼저원자탄을제조하

    게되면세계는멸망한다.나치가개발하기전에미국이먼저핵무기를개발해야

    14) 야마구치 모토아키, 「아무도 죽이지 마라. 핵발전소 노동자는 누구인가」, 『현대사상』 제7호, 2011. 5. 강은주,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138~139쪽에서 재인용.

    15) 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제1장 ; 고이데 히로아키,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제2장 ; 『Newton :

    원자력발전과 방사능』, 뉴턴 코리아, 2012.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39

    한다’는사명감에불타는과학자들이극비리에추진된미국의‘맨해튼프로젝트’

    에투입되었다.세계대전의와중에서사람들은원자력의안전성이나거기서생

    기는갖가지방사성물질이인간이나지구환경에어떠한영향을미치게될것인

    지를생각하기보다는우선그압도적인힘을손에넣는것에매진해들어갔다.

    원자핵분열에서발생하는힘이‘비교가불가능한압도적인힘’이라는사실

    에생각이미쳤을때,이제원자력은잠재된인간의욕망을꿈틀거리게하고요

    동치게만드는‘치명적인유혹’일수밖에없었을것이다.그힘을장악한자가세

    상을손에쥐는것은누가봐도불을보듯명료한사실로비쳐졌을것이기때문

    이다.비교불가능한압도적인힘!그힘이설령온세상을재앙으로내몰아간다

    고하더라도,아니어쩌면재앙으로몰고갈수있기때문에더더욱다른존재가

    그힘을갖기전에자신이그것을장악하고싶은욕망은정당화될수있는것처럼

    보였을것이다.원자력을장악하려는인간들의모습은마치톨킨(J.R.R.Tolkien,

    1892~1973)의『반지의제왕』(TheLordoftheRings)에서묘사한‘절대반지’(The

    OneRing)의마력에홀리는존재들과그대로겹쳐진다.

    핵무기로제2차세계대전의종지부를찍은이후에도,원자력이라는‘비교가

    불가능한압도적힘’을경험한인류는‘절대반지’의유혹을떨쳐버릴수없었다.

    그것은과거에경험해보지못한공포의존재였지만,죽음과파멸을불사할만큼

    매력적인모습을갖추고있기도했다.앞서언급한바와같이‘원자력의평화적

    이용’이라는이름으로원전이추진된것은이러한맥락에서였다.‘원자력의평화

    적이용’은원자력의이미지를‘전쟁과죽음’에서‘평화와건설’로완전히뒤집는

    ‘발상의전환’이자그자체가‘역사의진보’처럼보였다.이제‘절대반지’로서거대

    한원자력이인간의손안으로,저마다의일상속으로파고들어오게된것이다.

    그런데역설적으로여기에인류대재앙의불씨가숨어있었다.왜냐하면다

    카기진자부로등의표현을빌리자면,“원자력이라고하는것이일상적인세계의

    에너지와는완전히이질적인것”이었기때문이다.“지구상의모든생물이발딛

    고사는세계,즉원자핵의안정을토대로이루어진세계에거대한파괴력을갖는

    이물질을투입하게된것”이며,이로부터인간의생명,지구환경과는끝내공생하

  • 일본비평 7호240

    특집시론

    기어려운“근본적인문제가발생하게”된다는것이다.그것은요컨대거대한“불

    을켜는기술”로원자력이발전했지만,거기서나오는엄청난방사성물질이나원

    자력폐기물의방사능을제어할수있는기술을인류가가지고있지못한데서비

    롯되는것이었다.16)‘절대반지’로서원자력의유혹에의존하면할수록인간의영

    혼과지구환경은골룸의형상처럼병들어갔다.그것은현대인의단기적인이익

    과자기중심적욕망을채우기위해미래세대의생존조건을근원적으로파멸시키

    는행위에다름아니었다.

    인류의20세기는에릭홉스봄(EricJohnErnestHobsbawm,1917~)의표현

    을빌리면‘극단의시대’였다.한편으로는인류가과학기술혁명등에힘입어대중

    들까지포함하여전에없는풍요로움을구가하였으며,다른한편으로는역사에

    서전례를찾아볼수없을정도의대규모의전쟁과핵무기의등장,군비경쟁의악

    순환,내란,이념대결,집단적광기와학살,혁명과파괴와같은상처로얼룩진시

    대였기때문이다.어쩌면‘극단의시대’인20세기,인류는브레이크없이달리는

    고속열차위에올라타고말았는지모른다.과연누가어떻게‘절대반지’를파기시

    킬수있을것인가.인류는‘절대반지’의유혹을떨쳐내고세계를구할수있을까.

    근대 이후 일본시스템에 대한 성찰

    19세기이후제국일본과21세기경제대국일본의행보에제동을걸었던것은아

    이러니하게도둘다원자력이었다.전자가극도로부국강병을추진해가다외부

    로부터날아온원자폭탄에멈춰선것이었다면,후자는경제대국으로도약하려고

    스스로가지진대에들여놓은원전의폭발사고에의한것이었다.

    앞서언급한다카기진자부로의저서가일본에서출간된것이2000년이다.

    아울러3・11직전인2011년일본의대표적잡지중하나인『세카이』(世界)의신

    년특집은‘원자력부흥의위험한꿈’이라는주제를다루고있었다.평자는책을

    16) 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30, 34~42쪽.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41

    읽어내려가는동안마치후쿠시마사고를그대로예고하고있다는느낌을받았

    다.하지만그들의자성을촉구하는소리는‘절대반지’의유혹을막아내지못했

    다.그러기에는역부족이었다고해야할것이다.

    사상가쓰루미 스케는3・11이후일본사회를보고있노라면,수많은정보

    가시시각각으로쌓여가지만사람들의사고가‘조각난것’들이라고지적한다.일

    본인위로떨어진원자폭탄에관해우리는응답하지않은채살아왔으며,그러는

    중에지진,해일,원자로파괴로이어지는3・11을마주하게되었다고비판한다.

    그런데일본의언론은전후자민당의책임문제는거론하지않은채,현재민주당

    정권의비판에만열중하는오류에빠져있다는것이다.17)

    거의모든일본인에게자민당이든민주당이든정부는시해를베푸는‘주인’이

    며,조금이라도실패하면매도해야할상대다.죄송하다고땅에엎드려조아리

    면그런식으로는아무것도해결되지않지만왠지체증이가라앉는다.거기서

    민주주의적선택따위는허황된이야기며그런일이형식적으로이뤄지더라도

    누구하나‘책임’을느끼지않는다.그런허황된민주주의가기능하는사회에서

    는진정한의미의‘주인’도자기책임이나위엄따위도없다.18)

    이와관련하여사카모토류이치역시3・11사태를보면서일본이라는시스

    템에배어있는자립적사고의부족,일본민주주의의미숙함이야말로일본사회

    가풀어야할문제의핵심이라고지적하고있다.결국원전의문제를풀려면일본

    이라는사회를전체적으로보다성숙하게바꿔야한다는요지이다.19)

    다카하시데쓰야는전후일본의희생시스템은전전의일본이그랬던것처럼

    17) 쓰루미 스케, 「일본인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지금 마음속에 떠오른 것」, 쓰루미 스케 외, 윤여일 옮김, 『사상으로

    서의 3・11 : 대지진과 원전 사태 이후의 일본과 세계를 사유한다』, 그린비, 2012, 82~85쪽.

    18) 히가키 다쓰야(檜垣立哉), 「자연은 당연히 난폭하다」, 쓰루미 스케 외, 윤여일 옮김, 『사상으로서의 3・11 : 대지진과

    원전 사태 이후의 일본과 세계를 사유한다』,191쪽.

    19) 坂本竜一, 「原発問題を抱える今の日本を, 世界はどう見ているのか」, 飯田哲也 外, 『私たちは、原発を止めるには日本を変えなければならないと思っています』, ロッキングオン, 2011, 9~29쪽.

  • 일본비평 7호242

    특집시론

    ‘무책임의체계’위에서존립하고있다고지적한다.그는일본에서발생하는핵발

    전소사고나문제은폐의양상이전전‘대본영발표’에의한진실은폐와닮아있

    으며,아울러원전을운영하는과정이나사고를처리하는과정에서원자력카르

    텔의태만과욕망의실패,파산의결과를온몸으로수습하도록강요받는희생자

    를이름없는영웅으로숭고하게둔갑시킨다는점에서전쟁중의가미가제나옥

    쇄,독고다이(特攻隊)를연상하게된다고말한다.

    그는이시바시가쓰히코(石橋克彦)의『세카이』(世界,2011년5월호)에실린

    글을그대로인용하면서전전일본이‘군국주의’국가이고전후일본이‘원전주

    의’국가라고한다면,전전의군국주의나전후의원전주의모두막대한국비를투

    입하여추진되었던국책사업이었으며,각각‘불패(不敗)신화’와‘안전신화’를만

    들어놓고일체의이론(異論)을배제하고‘대본영발표’에의해국민을계속하여

    기만한끝에파탄에이르렀다는점에서닮아있다고강조한다.요컨대‘불패신화’

    에기댄군국주의의파탄이8.15이고,‘안전신화’에기댄일본원전주의의파탄이

    3・11이라면,일본역사에서이제3・11의의미는일본사회시스템이새롭게전환

    하는계기가되어야한다는것이다.20)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어야 한다

    2012년8월현재일본의원전54기는가동재개를둘러싸고논란을거듭하고있

    는상태이다.이후일본의선택이어떻게이루어질지는아직가변적이라고해야

    할것이다.그러면3・11이후한국과중국은일본의상황을어떻게보고있을까.

    후쿠시마사태는‘안보’라고하는측면에서원전의또다른위험성을노출시켰다.

    이번후쿠시마에서일어난사태가자연재해가아니라테러와같은계획된도발

    로인해동일하게재현될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

    동아시아는주지하는바와같이전통적인국가간분쟁가능성이여전히매

    20) 高橋哲哉,『犠牲のシステム 福島ㆍ沖縄』, 72쪽.

  •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

    243

    우높은지역이다.더욱이2001년9.11테러사건이후인류가두려워하는가장

    무서운시나리오가‘대량살상무기와테러조직의결합’이라는점을고려한다면,

    3・11은안보문제라고하는또다른가시적위험의발생가능성을선명히드러낸

    셈이다.따라서당장은지진과같은자연재해로부터상대적으로안전하기에원

    전사고의위험으로부터자유롭다고간주하는것은매우위험한모험주의적발

    상이라고하지않을수없다.그런데원자력발전에박차를가하는현재의양상을

    보면‘절대반지’에대한집착으로인해,도래하게될미래의재앙을애써외면하

    려는것은아닌지,시세의절박함이위태롭기그지없는데,혹시자신에게불벼락

    이다가오는것도모른채,아무근심없이즐겁게지저귀고있는[燕雀處堂]형국

    은아닌지우려가되기도한다.21세기동아시아는기로에서있다.미래로부터의

    시선이지금우리의선택을주목하고있다.

    [특집시론] '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3·11이 제기한 문제들지진과 피폭국의 체험, 그리고 원전의핵에 대한 공포와 선망 사이일본 원자력의 안전신화원전 안전신화에 은폐된 구조화된 차별과 희생'절대반지'로서 원자력의 유혹근대 이후 일본시스템에 대한 성찰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