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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그러나 4월 28일은 ‘추모의 날’에만 머물 수가 없습니다. 정부 통계에 잡히는 경우만 해도 여전히 한 해 2천 명이 산재로 사망합니 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사망자의 3.8배입니다. 그래서 4월 일터 제목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입니 다. 죽음의 공장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을 만나고, 현장의 힘을 모아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투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문화읽기에서는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조 탄압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소식도 있 고,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가지고 주변을 돌보고 투쟁을 가꾸는 방문간 호사를 ‘A-Z 다양한 노동 이야기’에서 만나고, ‘여러 동지의 힘과 사랑으로’ 3년 째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한남 운수 해고자 이야기를 ‘현장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살아있는 자를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투쟁합시다. 일터 독자에게…

2014 4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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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그러나

4월 28일은 ‘추모의 날’에만 머물 수가 없습니다. 정부 통계에

잡히는 경우만 해도 여전히 한 해 2천 명이 산재로 사망합니

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사망자의 3.8배입니다. 그래서 4월

일터 제목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입니

다. 죽음의 공장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을

만나고, 현장의 힘을 모아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투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문화읽기에서는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조 탄압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소식도 있

고,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가지고 주변을 돌보고 투쟁을 가꾸는 방문간

호사를 ‘A-Z 다양한 노동 이야기’에서 만나고, ‘여러 동지의

힘과 사랑으로’ 3년 째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한남

운수 해고자 이야기를 ‘현장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살아있는 자를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투쟁합시다. 일터

독 자 에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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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통권 123 2014.4

20 특집

1. 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2.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 3. 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의 산재사망 현황을 짚어 본다. 죽음의 공장, 현대

제철에서 살만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나누고, 생명을 지킬 권리, 현

장을 바꿀 권리를 되찾아 올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을 제안한다.

03 뉴스 해고, 징계... 노동탄압에 자살 소식 이어져 코레일 순환전보 대상자,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자택서 자살 外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노조 파괴 사업장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 질환 산재인정” 받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l 정하나

14 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l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렬, 이고은

18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l Dr.아이유

33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당신에게 일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l 김세은

34 현장의 목소리 버스준공영제가 말하지 않는 비밀 l 재현

38 문화읽기 걸그룹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날 깨우네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사용자의 재량에 내맡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우리 사업장 위험성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l 안재범

44 이러쿵저러킁 바쁜 한국을 떠나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l 김정

47 성명서삼성전자(주)는 수원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라!

48 후원 3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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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3

사진 출처 : 민중의 소리

해고, 징계... 노동탄압에 자살 소식 이어져

코레일 순환전보 대상자,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자택서 자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순환전보 대상자였던 철

도노조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4월 3일 부산전기지부 조합

원 조아무개(49)씨가 전날 자택에서 자살했다. 조

씨는 지난해 파업 당시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병원 치료를 받고 복귀했다.

조 씨는 최근 코레일의 순환전보 대상명단에

이름이 올랐고, 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

료들에게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

자는 “정확한 상황은 현재 파악 중”이라며 “걱정

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역

시 자택에서 자살했다.

발레오공조코리아 천안공장에서는 해고자 양아

무개씨가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

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에 따르면 자동차 에어컨에 들어가는 냉

매 압축기를 제작하는 발레오공조코리아에서 일

하다 2011년 해고된 양 씨가 자택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숨져 있는 것을 전날 오후 9시께 동료

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양 씨의 사

망 시점을 지난달 31일로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계 다국적 자동차부품업체인 발레오는

2009년 발레오공조코리아 천안공장 직원 180여

명을 해고했다. 천안공장 인수 뒤 정부와 지방자

치단체로부터 각종 세제혜택을 받았던 발레오가

하루아침에 공장철수 결정을 내리자 노동계는 ‘먹

튀’ 논란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는 2년가량 복

직투쟁을 벌이다 2011년 사측과 위로금 지급 등

에 합의했다. 양씨는 회사 퇴직 후 생활고를 겪

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이란 이유로” 보라매병원

계약직 간호사 부당해고 논란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임신부라는 이유로 계약이 만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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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miyoungbiz.com

서울시가 서울대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보라

매병원 수술실에서 계약직 간호사로 일하던 강아

무개(32)씨는 지난해 11월 말 병원에서 해고 통

보를 받았다. 강 씨가 병원에서 일한 기간은 1년

9개월로, 3개월 후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더구나 해고 통보를 받던 당시 임신

14주째였다. 강 씨는 현재 서울시청과 여성가족

부를 오가며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연맹 여

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서울지역

본부는 4월 2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여성가족부

앞에서 ‘임신 간호사 해고 철회와 복직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강 씨의 복직을 위해 여성

가족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해고가 임신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

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 씨와 다른 계약직 간호

사 1명이 함께 해고됐는데, 보라매병원은 이들의

빈자리를 다른 계약직 간호사로 채운 것으로 전

해졌다. 보라매병원 측은 “강 씨 등의 근무평점

이 기준점수 85점에 미달해 계약을 해지한 것”이

라고 해명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병원이 임신으로 인한

입덧 등을 고려해 가벼운 업무를 줘야 함에도 기

존 업무를 그대로 시켰고 평가점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해고했다”라며 “여성가족부가 차별받는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당장

해고된 여성노동자 복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 요구했다.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쉬고 싶다”크롤러 크레인 노동자, ‘주 1회 휴무’ 요구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크레인지회(지회장

강동구)가 주 1회 휴무 보장을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지회는 20일 “크롤러 크레인을

모는 조합원들이 한 달에 하루도 쉬기 어려운 고

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크롤러 크레인은 트럭 크레인과 달리 무한궤도

(크롤러)를 통해 가동되는 것을 말한다. 전국적으

로 2천500여 대가 보급돼 있다. 지회 조합원 230

여 명 중 크롤러 크레인을 모는 조합원은 200여

명이다.

지회에 따르면 건설사와 임대업체가 크롤러 크

레인 노동자들의 주말노동을 포함한 하도급 계약

을 체결하는 까닭에 최소한의 휴식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4년 전 노조가 결성되면서

격주 일요일 휴무가 시행되고 있지만, 장거리 이

동이 잦은 업무의 특성상 이조차 제대로 쉬지 못

한다. 대다수의 크롤러 크레인은 항만 하역작업

이 잦은 부산·울산·여수·인천 서부·서울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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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5

부 등 전국 5개 지역에 몰려 있다.

평일 장시간 노동도 문제다. 지회는 조합원들

의 월평균 노동시간을 한 달 280시간으로 추산하

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건설기계 표

준임대차계약서에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한 달

적정 근무시간이 200시간으로 명시돼 있다. 지회

는 지난해 말부터 ㅇ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장림~

진해 주배관공사 등 크롤러 크레인이 투입된 지

역 건설현장을 순회하며 매주 일요일 휴무를 요

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와 임대업체는 “임대

차 계약이 격주 일요일 휴무를 기반으로 짜여 있

다”며 지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졌다.

“산재병원 운영비용, 정부 지원 추진”심상정 의원 산재보험법 개정안 발의

… “산재병원 적자 해소해야”

산재병원의 운영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

이 추진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정의

당 의원은 3월 17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

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의원은 이날 “산재병원은 산재보험기금 지

원 외에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면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

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해 산재병원 운

영비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운영비의 70% 수준인 50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산재환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낮은 진료단가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상황을 병원

스스로 타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산재 환자 감소와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의료환경 변화 등으로 산재

병원 진료실적이 2004년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감

소하면서 수입 둔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재정관리 방안을 포함해 공공병원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는 국립암센터·보훈병원·국립중앙

의료원의 운영비용을 예산과 국민건강증진기금으

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산재병원은 빠져 있

다. 이날 발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산재노동

자를 위한 진료와 처치, 의료·직업재활에 관한

시설의 설치·운영에 따른 재정지원을 정부가 할

수 있도록 했다. 심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재병원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이바

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터

정리 : 연아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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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미디어 충청

노조 파괴 사업장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 질환 산재인정” 받아

재현 선전위원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의한 노동자 탄압으로 중증 우울증에 걸린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

지회 신 모 씨에 대해 서울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가 업무상 재해 판정을 내렸다.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발생한 노동자의 정신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이다.

3월 26일 근로복지공단 서울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금속

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소속 신

모 씨가 지난해 11월 29일 낸

요양 신청에 대해 승인을 결정했

다. 신 씨는 2011년 5월 18일

사측의 직장폐쇄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데 이후 투쟁과정에서 용역 깡패

의 폭력으로 동료 조합원들이 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고,

직장폐쇄로 인한 장기간 비닐하

우스 농성 투쟁 등으로 심한 스

트레스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후 신 씨는 병원에서 ‘스트레

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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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 씨는 계속되는 노사 갈등이 회사의 치밀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에 심리적 충격과 배신감·증오심으로 힘들어 했다. 업무 복귀 이후에도 이

전에 하던 공정이 아닌 다른 업무에 배치되고, 사측의 차별적인 중징계와 임금 처분 등으로

좌절감을 겪었으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따른 경제적 압박도 심하게 받았다. 근로복

지공단 천안지사도 “신 씨가 파업 이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력이 없고,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있다 하더라도 회사의 상황이 중증우울증 등을 유발했거나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충남지역 노동자 마음 건강프로젝트 두리공감과 충남노동인권센터 등이 영동·

아산 지회 226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유성기업 영동·아산 지회 조합원들은 장기간 투쟁 이후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조사에서 조합원 67명(약 30%)이 회사의 노조탄압과 차별 등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

스, 우울증 증세로 인한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또한, 고위험군 40명과 희망자 65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심리검사에서는 64명(약 61%)이 응급 상담 또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분석할 만큼 조합원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유성기업은 지난 3년간 노조파괴, 손배 가압류, 부당해고 등 각종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

최근 이정훈 영동 지회장은 17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

는 △ 손배 가압류, 노동탄압 없는 세상 △ 심야노동 철폐 · 주간 2교대제 실시 △ 민주노

조파괴 행위에 대한 특검 실시를 위해 지난 3월 15일 1차 유성 희망버스가 시동을 걸었고,

이후 강력한 사회적 항의 행동을 담아낸다는 취지로 5월 10일 2차 유성 희망버스가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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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째 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나고

정하나 선전위원

돌봄. 어쩐지 글자 생김부터 뜻까지 봄과 닮았다. 따뜻하고 외롭지 않은 느낌, 겨우내 침

체되어 있던 대지를 살살 달래 일으키는 봄과 닮아있다. 국어사전에서 [돌봄]과 기본형 [돌보

다]의 뜻을 찾아봤는데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는 뜻을 같고 있었다. 내친김에 [보살피다]도

찾아봤다. 뜻은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4월 어느 봄 돌봄과 뜻이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났다.

방문간호사, 사회적 돌봄서비스

대부분에게 개념도 생소한 방문간호사는 2007년부터 도입된 일자리로, 보건복지부 정책인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내 배치된 인력으로 빈곤·질병·장애·고령 등 건강위험요인이 큰

취약계층 가구에 대해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직접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국민들

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적인 돌봄 서비스1)’이다.

“이 제도는 전 국민 건강관리사업인데, 있는 제도를 지침대로만 잘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한편 취약계층 대상에는 노인들뿐 아니라 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족, 새터민들도 포함

되어 있어요.”

전미옥 씨는 보통 아침 9시 지역 보건소로 출근해서, 전산 작업을 마치고 10시 반부터 방

문 업무를 시작으로 6시 퇴근까지 약 여덟 가구를 돈다고 했다. 방문한 가구들에서는 주로

주기적인 건강문제 스크리닝을 하는데, 건강행태 및 건강위험요인을 측정하고 영양·운동·

1) 공공부문의 직간접 개입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로서 대개 노인, 장애인, 아동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제

공되는 대인돌봄 서비스(사회적 돌봄서비스 공급체계 현황과 특징. 김은정.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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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주·금연 등 생활 지도도 했다고 한다.

“그냥 간이로 혈당 체크 하는 그런 걸로는 정확하게 진단이 안 나오거든. 난 그래서 이~~

따만한 거, 큰 기계 그런 거 맨날 들고 왔다 갔다 그랬죠. 무겁지만 난 꼭 그걸 들고 갔어

요. 제대로 해야지. 그러려고 하는 사업인데.”

꼼꼼하게 측정해주고 잔소리해가며 건강을 챙겨주는 전미옥 씨 덕에 건강 인식도와 스스

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 어느 할아버지는,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면 담배를 끊지는 못

했어도 많이 줄였다 자랑하시려고 방에 배인 담배냄새 빼기에 열중하셨던 분도 계셨다고 한

다.

그런 분들 애정에 대한 예의일까? 아니면 전미옥 씨의 책임감에서 나온 행동일까? 전미옥

씨는 남다르게 명함에 일부러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를 남겨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에, 주말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도 무조건 받았다고 한다.

“혼자 사는 어른들은 갑자기 아프시기도 하고 다치시면 또 큰일 나니까요. 그리고 저 말

고 다른 데에 할 데가 없는 거 같더라고”

최말단이지만 돌봄의 최전선

“우리는 추우나 더우나 집집이 방문하는 게 원칙이잖아요. 일반 병원에도 방문간호사가 있

기는 한데 근데 그분들은 환자가 집에서 콜 하면 그제야 가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와 달라’

하기 전에 먼저 명단 받아서 사례를 발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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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방문간호사 <사진 출처 : 음성신문>

전미옥 씨와 같은 시(혹은 군/구)와 계약된 방문간호사들은 현재 시 직영 소속이 아니다.

위탁업체의 소속으로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을(乙)도 아닌 병(丙)이다. 그래

서 집집이 방문했을 때 공무원 인줄 알고 요청할 경우에 충분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이 감동적이었다.

“저희는 솔직히 최말단에 공무원 신분이 아니니까 행정상으로 무언가를 해드릴 수는 없어

요. 하지만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잖아요. 이 집에 장판이 얼마나 뜯겼는지, 문이

내려앉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가 다 눈에 보여요. 방문하는 집에 어르신, 그 가정의 건강문

제뿐만 아니라 복지문제 전반을 발굴하는 거죠. 근데 저는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 적어서 실제로 사회복지사나, 반찬 지원이나 벽지기부 해줄 수 있는 가게 등 타 기관이

랑 연계하고 그렇게 했어요. 월급은 적어도 그게 너무 보람 있었어요. 내가 정말 일을 많이

물어다 줬는데 상대들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웃음)”

인터뷰 내내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느껴졌다. 방문간호 일을 하기 전에는 미처 몰

랐던 사람들의 삶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서일까? 전미옥 씨는 몇 주 혹은 몇 달에 한 번 와

서 측정하고 말 한 번 나누고 가는 의료 전문인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키지 않았다.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돌봄 주체의 역할을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창

일하던 시절에 만났었더라면 서비스 수혜자분들의 건강보다 전미옥 씨의 과로를 도리어 더

걱정했을 것 같다.

위탁운영, 저질 방문간호의 지름길

현재 전미옥 씨는 해고 상태이다.

2012년 12월 31일 자로 계약이 만료

됐다. 그리고 어느새 복직 투쟁을 시

작한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2007

년 사업 초기에 입사해서 해고될 때

까지 휴직 없이 쭉 5년을 일했는데

그중 단 6개월도 그녀는 시(화성) 소

속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다. 처음에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매년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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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뉴스셀

약하는 형식이었다가, 업무대행으로 체계를 바꿨다가, 급기야 2011년 민간위탁으로 바뀌면서

그녀는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를 거쳐 지금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위탁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바꿨죠. 저희는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해서 일부러 ‘방문’

간호사라는 직함을 준거잖아요. 근데 방문간호사가 아니라 연구요원, 교수님으로 바뀌었어요.

(웃음)”(학교법인에 위탁을 해서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이 됨)

위탁운영 체제로 바뀐 이유는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 정부가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노동

시장 진출 등 사회 환경이 바뀌고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06년부터 <사회서비스 확충전

략>을 발표한 이후 실제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에

서 비용의 임계치를 넘어선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민영화하면서 팔아넘기고 있다.

“1년에 한 번 행안부 평가가 있는데, 평가기준이 이상해졌어요. 민간위탁으로 바뀐 후로부

터는, 양적인 향상만 중요시 여기는 거예요. 건강증진이 목적인데 말이죠. 참나, 예전에는 조

절률 같은 부분을 많이 보았거든요. 당뇨나 혈당이 얼마나 많이 조정되었는지, 그게 제일 중

요했는데 이런 게 다 없어졌어요. 무조건 양적 기준 중심이에요”

또한 평가를 통해 지역마다 경쟁을 부추기는 가운데, 1등한 지역에는 상장을 준다고 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위탁운영 체제다 보니, 1등 한 지역 법인은 다음 연도 계약에 유리

하다고 한다. 또한, 하루 방문건수가 중요하지, 그 외에 방문해서 서비스 수혜자와 어떤 대

화를 했고 시급한 필요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쌓을 것이며 건강관리 도움을 줄

것인지 등의 과정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 결과 방문간호사 파견이 목적

대로 집집이 방문을 통해 각 가구의

필요도나 긴급함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해 연계를 맺게 해주거나 보고

하는 등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를 맺어왔던 기존의 방식은 번거로

운 사업, 미련한 돌봄 노동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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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통권 123 2014.4

“사례 발표회 같은 걸 하거든요. 요즘엔 보면 경로당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 그

것도 못하면 당신이 정말 수완이 없는 거다, 뭐 이런 발제들을 해요. 하지만 제가 있는 봉담

읍은 도농복합 지역이라 외진 데는 정말 외지거든요. 서울 경로당 분위기랑 다를뿐더러, 정

작 이 서비스가 필요할 거라 예상하는 분들은 경로당에 절대 나오지 않으셔요. 돈도 없고.

자식도 없고 자랑할 게 없는 분들은 그렇거든요. 그러니 애초 사업 취지상 그분들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원칙대로 집으로 다시 방문하는 게 맞는 거죠. 평가에서 말하는

실적은 못 채워도요”

원칙의 열정을 응원하며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와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나왔던 말은 지침·원칙이었다.

“원칙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사실 원칙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도 원칙을 얘기했다. 방문간호사의

직업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돌봄의 마음으로 원칙의 노동을 하는 전미옥 씨의

건투를 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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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13

방문간호사제도란?

2007년부터 국민건강증진을 위하여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시작되었다. 방문건강관리

사업은 건강문제가 있는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자로 하고 있기에 그야말로 건강 취

약계층에게는 단비 같은 복지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사업에 있어 집집이 방문

하는 방문간호사는 필수적인 성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나 질은 열악하다. 방문간호사의 고용형

태는 보건소에서 직접 고용하는 무기계약직, 기간제와 외주위탁 업체에 고용된 기

간제 노동자로 분류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보건소에 기간제로 방문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대부

분의 지자체는 기간제로 유지하거나, 외주위탁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 취약계층에게는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자의 신분이 불안정한 이

유는 첫째, 공무원조직의 확대를 정책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보건복지 관련 일선 종사자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둘째 이유는 예산절감과 배정의 문제이다. 방문간호사의 직

접고용 또는 적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방문

간호사 서비스를 받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요구와 영향력이 적은 관계로 이들에 대

한 서비스 질 향상에 예산을 배정하기보다는 지역유지의 관심인 개발과 전시 행정

이 앞으로 지자체장의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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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통권 123 2014.4

<편집자 주> 노동시간센터(준)에서는 노동시간 관련한 연구들을 작년부터 <일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2013년 10월호와 11월호에는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수행한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와 건강영향 실태 연구’를, 2013년 8월호에는 가톨릭의

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수행한 ‘장시간노동과 비만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연

구에서 ‘육체적 노동을 하는 남성에서 장시간 노동은 비만의 위험성을 뚜렷이 높인

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이번호에는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

가능성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김형렬 소장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고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데...

여러 연구를 통해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정신건강, 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등과 관

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당뇨, 고혈압, 비만 등과의 관련성도 밝혀졌다. 특히 비만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주목을 받아왔는데, 일을 오래하면 힘든데 왜 비만이 생기는지 잘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을 오래할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들고, 수면시간

의 부족은 당대사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비만이 생기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장시간 노동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생활에 영향을 주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부족을 일으켜 비만에 이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비만은 심혈관계질

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등과의 관련성도 잘 알려져 있다. 장시간 노동

이 비만을 통해서 이렇게 다양한 건강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시간 노동과 건강의 문제가 노동자 자신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의 건

강과 관련이 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이 연구는 엄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의 관계를 밝힌 연구로, 아이의 성별에 따른 영향의 차이도 보고자 하였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연구가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적이 있는데, 이들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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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들의 TV 시청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들의 적절한 신체활동이

줄고, 칼로리가 높은 정크푸드의 섭취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국내에서 매년 수행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2008~2010년 자료를 이용하여 29,235

명 중 6세에서 18세 자녀 2,016명과 직업을 가진 어머니 1,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

다. 아이의 비만은 2007년 한국 청소년 성장 기준에 따라 95% 이상이거나 체질량 지수

가 25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어머니의 노동시간은 한 주에 40시간 미만, 40~48시

간, 49~60시간 미만, 60시간 이상으로 구분하였다. 자녀의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엄

마의 체질량지수, 교육수준, 가정의 소득 수준 등을 보정하였고, 자녀의 성별에 따라 별

도로 분석하였다. 이런 층화와 보정을 통해 어머니의 노동시간에 따라 자녀 비만의 위험

도를 분석하였다. 이때 40~48시간 노동하는 것을 ‘기준집단’으로 하였고, 다른 시간 노동

하는 경우, 그들의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을 제시하였다.

연구 결과는?

<표>에서 제시한 비차비는 기준집단에 비해 해당 집단에서 결과에 대한 위험 확률의

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2” 라는 값이면, 기준집단에 비해 해당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2배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자 아이에서는 어머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 아이의 경우, 어머니가 주 49-60시간 일하

는 경우, 40-48시간 일하는 어머니의 자녀에 비해 비만일 가능성이 1.89배 높았고, 60시

간 초과해서 일하는 엄마의 자녀는 비만일 가능성이 1.94배 높았다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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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성별 엄마의 주당 노동시간비만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남자

< 40 1.26 (0.87~1.81)

40 ~ 48 1 (기준집단)

49 ~ 60 0.91 (0.56~1.48)

> 60 1.11 (0.65~1.89)

여자

< 40 1.20 (0.78~1.84)

40 ~ 48 1 (기준집단)

49 ~ 60 1.89 (1.13~3.15)

> 60 1.94 (1.08~3.48)

<표> 엄마의 주당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과의 관계

* 자녀의 나이, 가정의 수입, 엄마의 체질량 지수, 교육 수준을 보정한 결과임.

연구결과에 대한 고찰

1) 어머니의 노동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비만 확률이 높아졌다.

이는 몇몇 연구 결과와 유사한 결과로서, 국내에서도 어머니의 장시간 노동이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6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의 여아는 2배에 가까운 비만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관련성의 정도가 상당

히 높았다.

2) 남아보다 여아에서 어머니의 노동시간과 자녀 비만의 관련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아에서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남아의

경우 신체활동의 정도가 여아에 비해 일반적으로 높아 어머니의 노동시간 영향이 상대적

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3)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40시간 미만 노동하는 어머니의 자녀들이

40-48시간 노동하는 어머니의 자녀들보다 남녀 모두에서 비만의 위험이 높았다.

이는 40시간 미만 노동하는 어머니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아, 사회경제적

위치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된다. 최근 부모의 교육수준, 학력, 직업에 따라 자녀

의 비만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

좋은 영양섭취에 의해 비만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부유한 집안일수록 영양섭취

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비만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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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의미

1) 본 연구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

고 있음을 밝혔다.

2) 여성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실제 필요한 생활임금을 얻기 위해 강제되는 유형이

많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여

성노동자에게 자녀를 돌보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장시간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자녀에 대한 죄책감을 갖는 방향으로 해석되지 않

도록 주의해야 한다.

3) 또한, 주 40~48시간 노동을 표준 노동이자 기준 집단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준 집단이라고 말하는 이 노동시간은

여러 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규정된다. 본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주 60시

간 초과 노동은 많은 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매우 이례적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노동

시간이다.

* 이 연구는 2013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도 실렸음.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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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통권 123 2014.4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Dr. 아이유

우리가 자주 보는 조그마한 어선이나 낚싯배는 보통 FRP1) 선박이라고 하는데 이런 어선이

나 낚싯배를 만드는 공정은 매우 간단하다. 나무로 형틀을 제작해서 왁스를 바르면 그 위에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바른 유리섬유를 겹겹이 붙이고 건조하여 탈형 한다. 탈형된 FRP 선체에

는 수지를 머금은 딱딱한 유리섬유밖에 없다. 여기에 온갖 세간들을 집어넣고, 장비를 붙이고

엔진을 넣는다. 선박의 겉은 그라인더로 연마하여 롤러로 도장을 하고 이름을 새기면 작은 항

구에서 많이 보는 흔하디흔한 고깃배가 된다.

FRP 선박 제조작업장은 폴리에스테르 수지 때문에 냄새가 매우 많이 난다. 필자도 FRP 선

박제조회사에 가서 유리섬유에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발라서 여러 겹으로 붙이는 현장 바로 옆

에서 작업을 지켜보는데 지독한 냄새 때문에 오래 관찰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공장에서 52

세 때부터 15년간 유리섬유를 재단하는 작업만 수행한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하였는데 아

들이 산재신청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그 노동자는 과거 약 18년간 4명 정도 승선하는 조그만 고깃배의 선원으로 일하다가 이후

4년간 냉동창고에서 냉동꽃게를 운반하는 작업을 한 후, 52세 때부터 약 15년간 FRP 선박 제

조공장에서 유리섬유 재단만 하는 작업을 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잘 안 들려 말도 못하

였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한 복잡한 일은 하지 못하다 보니 월급도 매우 적었고, 심지어 임금

체불도 있어 소송 중이라고 했다.

1)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iberglass reinforced pla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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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일했던 공장은 냄새가 아주 많이 나고 각종 유해물질이 많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은 아버지의 폐암은 이런 공장에서 유리섬유 재단을 하면서 (유리섬유) 먼지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FRP선박회사에서 15년간 유리섬유를 재단하는 작업만 수행한 노동자의 폐암이라 산재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유리섬유나 지독한 냄새의 원인인 폴리에스테르 수지, 그리고 형틀

에 바르는 왁스까지 아직은 폐암과 관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도장작업에 대해

서도 물어봤으나 도장작업은 하지 않았고, 바닷가에 있는 야외 공장의 도장작업장은 유리재단

작업장과는 반대쪽 끝에 있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판단되었다. 아들에게는 이러한

이유로 현재로서는 산재 승인 가능성이 낮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 괴롭다. 해마다 많은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불승인 처분을 받아야 하는 이 현실 자

체가 직업환경의학 의사로서는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노동자가 아프면 그것이 직업적 원인이

든 비직업적 원인이든지 간에 우선 치료해주면 안 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

는 기간만큼 보상(상병보상)해주면 안 되는가?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재보험이든 건강

보험이든 상병보상을 하는 것은 산재신청 자체가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는2) 지금의 현실에서

바로 적용하기 힘든 방법일 수도 있으나, 산재 불승인 노동자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솔깃한 방법이기도 하다. 과연 산재도 예방할 수 있으면서 이 괴로운 상황

에서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든 사람이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일터

2) 산재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장 재해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장은 해당 질병을

예방하려고 노력하게 되리라 판단한다. 만약 산재 승인이 되면 당연히 사업장은 해당 질병에 대해 예

방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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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통권 123 2014.4

[특집1] 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림으로 본 산재사망

선전위원회

매년 삼풍백화점 3.8개가 붕괴된다

빙산의 일각 - 매일 5.3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간다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일 5.3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간다. 하지만

1,929명에는 사업장 외 교통사고, 출퇴근 재해, 체육행사, 폭력행위,

사고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사고 사망자는 제외되어 있다.

더욱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거나 사업

주의 압박 등으로 노동자 본인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은폐

된 사망 사고들은 모두 통계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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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자 수 2013 2012사고 1,090 (56.5%) 1,134 (60.8%)질병 839 (43.5%) 730 (39.2%)

산재왕국 대한민국 - 사고성 사망 만인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 독일보다 3배, 미국보다도 2배 가까이 사망률이

높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사망 규모’를 추정하면서 사

고로 인한 사망은 업무와 관련된 전체 사망의 14% 규모에 불과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순환기계 질환, 전염성질환, 발암물질 노출로

암에 의한 사망이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

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산재로 승인된 사망 중 질병으

로 인한 사망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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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통권 123 2014.4

3

단 47명!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직업 관련 유해요인에

의한 사망이 전 세계적으로 85만 명(1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노동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

되어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11만 8천 명 규모일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2013년, 한국에서 산재로 인정된 직업성

암 사망은 모두 47건이었다.

위험의 이동

배 -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위험에 내몰 뿐 아니라 위험을 영세한

자본, 가난한 나라로 전가시킨다. 대표적으로 산재가 많은 조선산업에서 원청의 재해

자수는 감소하지만 하청 재해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고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사내 하청노동자가 원청 노동자보다 3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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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 - 전체 산재 사망의 58%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 사업체에서 발생하며 5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00인 이상의 대기업 노동자보다 산재로 사망

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하늘을 언제까지 가릴 수 있을까한국에서는 매년 삼풍백화점이 3.8번씩 무너지고 있으며, 하루에 5명씩 일하다 산업재해로 죽어

간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정부에서 인정할 통계일 뿐이며 반올림 사례와 같은, 산업재해가 분명

하나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수

없이 시도되고 실제 발생하고 있는 은폐된 산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산재사망 만인율에 있

어서도 독일의 사망만인율에는 출퇴근 재해가 포함되어 있으나 한국은 그렇지 않으므로 실제

규모는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단 47명만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처참한 한국의 직업성 암 문

제와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산재사망의 문제.

산업재해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읽는 동안에도 발생하고 있다. 하늘을 가리는 손바닥을 치워

버릴 수 있는 힘, 새로운 하늘을 만드는 힘, 그 힘의 조직을 다시금 마음먹는 ‘노동자 건강권 쟁

취의 달 - 4월’이기를 바래본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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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통권 123 2014.4

[특집2]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다

최민 선전위원장

2013년 한 해 동안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9명이 사망했다. ‘죽음의 공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 중 대부분이 하청, 외주업체 직원이다. 고로(용광로) 3기 공사 기한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작업하면서 사망 사고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망사고가 잦아진 2012

년 9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5명이 사망했다. 추락사고, 질식사고, 협착사고. 다양한 사고로

15개의 우주가 닫혀버렸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 2012년 9월 - 2014년 사망 사고 일지>

▲ 2012년 9월 5일 : 철 구조물 해체 작업 도중 철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사망

▲ 10월 9일 : 크레인 전원 공급 변경 작업하던 도중 감전, 추락 사망

▲ 11월 2일 : 작업발판 설치 중 발판 붕괴로 해상으로 추락 사망

▲ 11월 8일 : 풍세 설비 설치 작업 중 추락 사망

▲ 11월 9일 : 기계 설치 작업 중 기계에 끼어 협착 사고 사망

▲ 2013년 5월 10일 : 전로에서 노동자 5명, 아르곤 가스 누출로 질식 사망

▲ 10월 29일 : 제강3기 건설 현장 8층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 사망

▲ 11월 26일 : 전기로 가스 유출돼 작업하던 중 사망

▲ 12월 2일 : 철강공장 지붕에서 안전진단 중 추락해 사망

▲ 12월 6일 : 제철소 고로 보수 작업 이후 쓰러진 뒤 사망(심근경색)

▲ 2014년 1월 27일 : 슬래그 처리 작업 중 고온 냉각수에 빠져 화상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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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의 원인은 단순한 사고 뿐 아니라 장시간노동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12월 6일에는

고로의 바람구멍 근처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일하던 중 탈진하여 쓰러져 병원으

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만 37세의 젊은 나이였다. 죽은 노동자는 11월 한 달 동안 단 3

일 쉬었다. 고로 바람구멍 앞은 방열복을 입지 않으면 다가가기도 어려울 만큼 뜨거운 곳

이다. 고열 작업은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일반 작업보다 여유율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

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 젊은 노동자는 죽기 직전 일주일 동안 62시간을 근무했고, 한 달

내내 주 평균 54시간씩 근무했다.

절단 사고는 한 달에 한 건은 계속 생겨요

사망 사고가 이 정도니, 중대재해가 아닌 사고는 일상다반사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활동가들은 ‘절단 사고는 한 달에 한 건씩은 꾸준히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한다. 게다가 비

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고는 산재 처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당진 공장에서 천장크레인을 운전하는 김○○ 씨는 2013년, 일하기 위해 크레인에 탑승

하던 도중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지만, 발가락이 골

절됐다. 그렇지만 현대제철도, 하청업체인 크레인회사도 김 씨의 골절을 책임지지 않았다.

탑승 도중 충분히 주의하지 않은 김 씨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 씨는 발가락을 본

인 부담으로 치료했다. 나중에 잇따른 사망사고로 인해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된 후에야 이

사건도 산재로 처리되었다.

원청의 예방 노력이라는 것도 생색내기 수준이다. 20m 가까운 높이의 스카이웨이는 크

레인 상부를 점검하는 노동자들이 다니는 길인데 위험천만하게도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

았다. 결국, 추락 사고가 발생한 다음에야 사고가 난 구간에만 난간이 만들어졌다. ‘정말

사고를 예방하려면 비슷한 위험이 있는 곳을 찾아내 예방조치를 해야 하고, 단번에 하기가

어렵다면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분 섞인 항변이다. 원

청의 미흡한 조치들은 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 ‘죽음의 공장’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려

는 임시조치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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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 통권 123 2014.4

사고는 현상일 뿐이다

비정규직 지회 활동가들은 사고는 현상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정규직, 하청·외주·

도급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안전사고 위험이

예견돼도 비정규직 노동자나 노조는 원청에 개선요청을 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다. 산업안

전보건위원회에 하청은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년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이후 현대

제철은 안전관리 인력을 200명으로 확대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2,500억 원에서 5천억 원

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위험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구조는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공정과 개선이 시급한 곳에 이 돈이 제대

로 쓰일지는 미지수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차별적인 저임금은 안전을 무시한 장시간 노동을 낳고, 이

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작년 12월 사망한 젊은 노동자가 1주일 평균 54시간씩 근

무하고 받은 기본금은 110만 원. 잔업수당, 휴일수당, 공휴수당을 합쳐 한 달 200만 원을

받으며 일했다. 현재 당진공장 하청 노동자들은 3조 3교대로 자유로운 휴일 사용이 매우

어려우며, 작년부터 주휴일이 보장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하여 동료들이 대근을 해야만 쉴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의 현안은 2013년 노사합의를 이룬 운송노

동자들의 주 1회 유급휴일 보장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임금삭감 없는 주 1회 휴

일 보장이 되지 않으면, 생활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할 수밖에 없는데,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인 것이다.

10년 정도 근무하는 동안 4번 이상 소속 회사가 바뀌는 현재의 불안한 고용 상태가 해

결돼야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나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 안전 문

제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 전 사회적인 노동자 연대 운동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이곳

활동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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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투쟁

사망 사고 발생 후, 현장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그 작업에 다시 노동자가 투입된다. 하

지만 산재 처리나 사고 예방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 보니 어떤 조치가 새로 취해졌고, 비

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주

지 않았다. 당연히 현장에는 분노와 불안이 쌓였다. 2013년 5월, 전기로 보수 공사 도중

아르곤 가스 누출로 인해 5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질식사했던 협력업체 한국내화에 노동

조합이 생겼다. 여기에는 이런 분노와 불안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사

측에 건의하고 요청하였지만, 무엇 하나 개선되지 않았고, 조직적으로 요구하고 싸우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이 모이게 되었다.

비정규직 지회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중순부터 원청인 현대제철 노동조합과 원하청 연대회의를 격주로 진행하기 시작

했다. 이를 통해 하청 노동자들이 느끼는 안전 문제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간접적인 통로라는 한계는 뚜렷하다. 그러나 지금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력이나 현

재 노동자 연대 운동의 수준에서 비정규직 지회가 곧바로 산보위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

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은 사고라는 ‘현상’에 대해서 같이 대응을 모색하도록 노

력할 계획이다.

2014년 금속노조 철강업종분과위원회에서는 철강분과 공동요구안을 포함한 임단협 요구

안으로 투쟁하기로 하였다. 철강분과 공동요구안에는 △교대제 개선과 월급제 실현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권 확보 대책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과 동등처우가 포함된

다. 원칙적인 수준이지만,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 하청 노동자들

의 처우 문제를 공동의 투쟁 과제로 설정하고 임단협에 명시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매달 한 명씩 죽어 나가는 현장에서 살아남아 일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과 공포, 불

안일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계속 일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죽음의 공장을 살만한 일터로 바꾸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전 사회적인 연대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존을 걸고 싸우는 이들에게 이제

는 우리가 응답할 때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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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통권 123 2014.4

죽음의 공장을 살만한 일터로 바꾸기 위해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조민구 지회장>

▶ 지회를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는 2012년 10월 15일

설립되었습니다. 노조인정과 고용 보장, 처우

개선을 주요 과제로 투쟁해 왔으나 아직 조직

률은 10%가 안 되는 실정입니다. 올 해 첫 임

단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현재 당진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27개 협력사가 있고,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만 7천 5백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회사에서는 외주협력사, 관계사 등으로 이름을 달리 부르면서 비정규직 노

동자를 다시 1차, 2차로 나누어 차별적으로 대우하려고 합니다. 이런 2차 하청 차별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죠.

▶ 유독 당진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만들면서 그 어디보다 이곳이 생산 제일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게다가 공장을 계속해서 새로 지으면서, 아직까지도 생산력을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회

사에서는 최대로 생산성을 밀어붙이면서 최대생산량, 최고 생산속도 등을 확인하고 있

구요. 실제로 그런 과정에서 택타임이 줄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노동자들을 압박

하니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죠.

▶ 안전사고에 대한 회사 대응은 어떤가요?

1월에 사망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노동부나 회사 모두 당황하긴 했죠. 2013년의 근로

감독관 상주, 2차례의 특별근로감독 등이 효과가 없었던 셈이기 때문입니다. 노동부에

서는 한 명만 더 사망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하고, 회사에서는 안전 관리자를

늘리고 투자를 늘린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안전 관리자 자체가 6개월 임시직입니다.

1주일 교육받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저 안전 관리자가 사고 나게 생

겼다’고 걱정하죠.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 조치로는 사고를 줄일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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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선전위원회

대한민국은 여전히 중대재해, 산재사망 왕국이다. 노동부의 2013년 산재 통계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1929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매일 5.3명이 사망하는 것이고, 이는 산업재해

보상보험으로 보상된 사망 건수만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된다.

현재 중대재해에 대한 투쟁은 주로, 현대제철을 비롯한 삼성, 대림, SK 등 대기업의 하청 비

정규 노동자 사망에 대해 원청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업살인법 제정 투쟁은 사망 재해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법

제정이 실현된다면 사망 재해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살인법’이 입법화되더라도 실제 사망 재해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동시 병행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작업중지권’

의 실현이다. 이른바 ‘사회적 여론

과 관심’을 모아내고, 입법 과정을

통해 기업살인법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현장의 주체 즉 노동자들

이 스스로 행동을 통해 노동재해를

근절하는 노력과 시도가 맞물려야

만이 건강한 일터의 실현할 수 있

다. 나아가 현장에서의 노동자 관

점에서의 안녕한 질서를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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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입법운동은 홀로 성립할 수 없으며 현장 주체의 실천 의지가 결합하여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생명과 안전에 관한 현장의 저항권, 노동자 현장질서를 구현하는 ‘작업중지권’은

현실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활동은 그 자체로 노동자 입장에서 현장질서를 구현

하는 집단적 일상 활동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2013년 추석 연휴, 이화여대 식당에서는 환풍기가 고장이 난 상태에서 식당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했다가 결국 한 명이 근무 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 어지러움과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느낀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돌아가면서 바람을 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길 반복하며 일을 하는 동안, 식당과 학교 측은 환풍기 고장을 방치했다. 결국, 3일 동안 이렇게 일하던 노동자 한 명이 쓰러져 응급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관련 기사 : 일터 118호, 작업중지권이 꼭 필요한 이유)

이 사례는 작업 중지권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인지를 보여준다. 작업중지권은 무엇보다 먼저, 노동자 자신의 생명과 건강에 어떠한 위험을

초래하는 작업을 거부하여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하해성 조직차장은 위 사건을 겪으면서 신규 조합원뿐 아니라 조합 활동

경험이 많은 분회 간부들도 이런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

적한다. 작업 중지권을 행사해야 할 상황 판단과 이어질 구체적인 행동을 단위 활동가, 조합원들

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거부하고,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위험을 예측하고 인지하는 힘, 위험의 시정을 요구하는 힘,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작업을

거부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업 중지권에는 현장 통제권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3월 27일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 엔진 고마력 써브 공정에서 작업자가 4바늘 꿰매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의원들은 “작업재개 표준서”에 기초하여 조합원 설명회 시간을 요구하였으나, 회사 측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전체 대의원들이 엔진공장에 집결하고, 해당 엔진공장 조합원들이 고마력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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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을 세우면서 생산이 이틀간 중단되었다. 현대차 전주 공장에서는 올해 들어, 집회, 텐트 농성, 구사대 폭력, 노사 양측 고소·고발 등 노사 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한 조합원은 “안전이나 노동시간 문제 등 별개의 사건으로 갈등하고 있지만, 핵심은 회사 측이 노조활동을 옥죄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은 생산 손실뿐 아니라 현장 통제권 측면에서 작업중지권 행사를 극도로 꺼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장 장악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작업중지권의 행사 범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했을 때 재

해를 예방하기 위한 작업중지권은 지금 당장, 모든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작업 중지권이 행사되기 위해, △ 위험을 어떻게 인지할 것이며 △ 필요한 조치를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 △ 상급 단체 및 시민사회·법률 단체의 지원은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 어떤 후속 조치가 취해졌을 때 작업을 재개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이 제시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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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조]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

1.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2.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3.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 작업중지[산업안전보건법 제 26조]

①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

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여 중

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장에서 쉽게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투쟁 사례를 만드는 활동이 필요하

다.

이화여대 식당에서 노동자들이 환풍기가 수리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 작

업을 거부할 수 있기 위해, 현대자동차에서 회사 측의 작업 중지 거부가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사회적 연대가 형성되기 위해, 폭설이 내리고 한파가 오면 택배 노동자나 우

편집배원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할 수 있기 위해 사문화되어 가는 ‘작업중지권’을 복원하고 실

현하는 현장의 기획과 실행을 준비하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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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준공영제가 말하지 않는 비밀“진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저는 한남 운수 정비직 해고자 이병삼입니다”

재현 선전위원

서울시는 공공성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보장하는 한편 민간 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2004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도입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버스 정비 노동자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 지금 2010년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는 버스 정비 노동자 이병삼

씨를 만났다.

버스 정비직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제 고향이 전라남도 무안군인데 아버지가 배를 타셨어요. 당시 고기잡이가 영 시원치 않았는지 중학

교 졸업할 때쯤 너는 뱃놈은 하지 말고 뭍으로 가서 기술을 배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중학교 졸

업하자마자 경기도에 자동차 배터리 회사에서 차 정비를 배웠어요. 그리고 6개월 정도 일했나 단골손님

중 한 분이 화영 운수라고 돈 많이 주니까 거기 정비직으로 가보지 않겠느냐고 소개해줘서 입사했어요.

그때부터 여러 번 회사를 옮기다 2002년 10월 1일에 한남 운수에 왔어요.”

한남 운수는 서울대학교와 관악산 주변 노선을 운행하는 회사다. 이 노선이 이른바 서울시에서 5번째

안에 드는 황금 노선이다. 서울대학교 안에 운행하는 버스의 90% 정도가 한남 운수이고, 관악산이 있어

서 주말에는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황금 노선으로 엄청난 부를 모으던 회사가 부도를

냈다.

“그해 사장이 뉴타운 투자로 망하고, 한남 에너지라고 기름 회사에 손을 댔다가 시내버스가 CNG (청

정연료인 압축천연가스) 버스로 바뀌면서 망했어요. 또 한 번은 몽골에다 버스회사를 차렸는데 거기는

사회주의 국가 체제가 남아있어서 70% 정도 되는 사람들이 요금을 안 내고 탔다고 해요. 그렇게 계속

사업을 망치다 보니 어느새 회사 다 말아먹고 부도가 난 거죠. 그리고 당시 채권자였던 사람이 회사를

인수했어요. 근데 취임하자마자 회사가 어렵다고 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정비직을 1년 계약직 비정규직으

로 전환하고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현 박복규 사장은 택시회사 세 개와 가스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친인척 관계로

써 전 육영재단이사였다고도 한다. 또한, 전국교통단체총연합회 회장,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등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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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 취임하자마자 정비직을 해고하려고 했

을까? 서울시에서 2004년 도입한 버스준공영제가

화근이 되었다. 버스준공영제는 2004년 7월 시민

의 세금으로 회사 운영비, 버스 가동비 등을 지

원하는 제도다. 즉, 사업주에게 운송 수입과 관계

없이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버스준공영제는 운전 인원에 대한 경비

는 운전사당 1:1로 지원하는데, 정비인원과 관리

직 인원에 대해서는 인원비례가 아닌 일괄 지급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버스 1대당 0.1428명이 정비직 비율인데 이 기준

의 구체적인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고용과 고용관리에 대해서는 어떤 권한도 행사하

지 않는다. 그러니 회사 차원에서는 서울시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어차피 같으니 버스 1대당 정비인원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현재 한남 운수는 158대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총 22명의 정비직을 고용할 수 있는 지원금이 있는데

현재 12명을 고용하고 있다. 나머지 분은 고스란히 회사의 것이다. 적정인원보다 정비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고장에 대비해서 미리 예방에 필요한 정비는 엄두도 못 내고, 고장 난 차량을 수리하는 것조차 제

대로 못 하고 있다.

“버스 천장에 에어컨 필터가 있어요. 그 안에 스펀지도 바꿔야 하고, 세척도 해야 하는데 보통 5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한 명이 하고 있어요. 또 최근에 시내버스들이 CNG 버스로 바꿨는데 차량이 신식이고

좋기는 하지만 부착된 것도 많아 일은 늘어났는데 전혀 관리를 못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버스가 길 한

복판에 서버리는 일도 있고.”

회사는 대형면허가 있는 6명을 정비직이 아닌 운전직으로 강제 전직을 시키려고 했다. 이에 6명은 노

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이들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결국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합의를 하고 운전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후 회사는 또 한 번 대형면허를 가진 5명에게 강제 전직을

시도했다. 정비직들은 대형 면허로 계속 문제가 생기자 단체로 면허를 반납했다. 사측은 이를 핑계로 업

무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3명을 정직, 2명을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이병삼 씨는 회사로부터 주동자로 찍혀 괴롭힘을 당했다. 그리고 결국 2010년 10월 정직

을 받고 이후 해고되었다. 이병삼 씨는 현재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합의를 한 동료들이 현재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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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이병삼 씨를 왜 주동자라고 지목해서 괴롭혔나요?

“회사에서 처음 강제 전직을 시켰을 때, 6인 중 한 명이었던 형님과 제가 내용증명 보낼 때 ‘이병삼

외 몇 명’이라고 보냈어요. 당시에 나서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내가 주

동자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 핑계로 엄청나게 괴롭혔죠. 근데 사실 이건 근거가 안 돼요. 왜냐면 회사에

서 직원평가를 할 때마다 저는 최상 등급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주동자가 된 거죠. 회사에 찍히고 나서는

매일 같이 시달렸어요.”

“회사 건물 2층이 사무직원들 일하는 곳인데 저를 불러다 놓고 직원들은 다 내보내는 거예요. 그리고

이른바 취조실이라고 불리는 사무실 안쪽에 있는 문을 열어서 면담을 핑계로 저를 가둬요. 거기에서 기

본 4명, 5명 정도가 저를 둘러싸고 막 욕을 하고 괴롭혀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사장 형은 깡패 출신이

고, 키가 2m 가까이 되는 전무는 사장 친구래요. 그 전무라는 놈은 생전 처음 보는 저한테 “너 조심해

라”, “그렇게 살지 마라”, “밤길 조심해라”, 그러고, 시간만 나면 “넌 내가 돈 주는 거고 근무시간이니까

나랑 면담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럼 저는 일도 많이 밀려있고 제 일하러 가겠다, 하면 면담 거부하느냐

고 욕하고. 한번은 ‘취조실’에 가두면서 몸을 수색하겠다고 막 만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 살려” 소리 지

르면서 도망치려고 발버둥거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그랬었죠. 또 회사에서 정비차장을 데려왔는데 “회사에

서 불순분자들이 있다고 때려잡으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1년 있다가 갑자기 갔어요. 1년 지내보

니까 뭔가 이상하더래요. 매일 땡볕에서 땀 흘리고 일만 하는데 무슨 불순분자냐고. 회사에서는 1년 더

있으라고 했다는데 그냥 가더라고요. 갈 때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요.”

복직투쟁으로도 힘드셨을 텐데 정비지회조직은 어떻게 하셨어요?

“투쟁하고 연대하면서 나도 다른 동지들처럼 내 회사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시내버스 정비 노동자들

의 노동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세 개 회사 정비사들

과 모임을 했죠. 그러다 2012년 7월 19일에 40여 명 동지들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버스지부 정비사지

회를 만들게 되었어요. 작년에 노동절에 민주노조 깃발 들고 나갔을 때는 정말 울컥했어요. 지금껏 투쟁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에요.”

힘든 시간도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 싸울 수 있었던 힘은 뭐였을까요?

“처음에는 정말 두려웠어요. 회사와 싸울 생각은 꿈에도 못 꿨죠. 다만 친형보다 더 친하고 매일 같이

밥 먹고 술 먹던 형님이 강제 전직이 죽기보다 싫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억지로 운전대를 잡게 하니까 그

게 너무 부당했어요. 그러다 서울남부노동센터에서 상담하면서 부당한 것에 대해 알게 되고, 또 결정적으

로 지역에 하이텍, 기륭전자, 쌍차 투쟁 등 연대하면서 제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작년 6월에는 지역

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서울대 학생들이 공대위가 꾸려져서 함께 싸우고 있고. 여러 동

지의 힘과 사랑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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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는 관악 노동자 한마당이 있었어요. 오랜 해고 생활로 인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드

니까 저 힘내라고 지역에서 후원 자리를 만들어 준거죠. 많은 사랑을 받아서 정말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드니까 두려운 게 없더라고요. 정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좋아요. 그리고

하루빨리 복직해서 제가 받은 사랑만큼 다른 동지들에게도 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정비지회

조직도 더 열심히 하고요.”

가족들은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애가 중3 때부터 싸움 시작했는데 그땐 밥도 못 해주니까 매일 혼자서 라면 먹고 제가 가끔 용돈이나

주고 그랬죠.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해요. 그런데 이제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니까 말 한 마디 한 마

디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참 아들하고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도 같이 타고, 지난번엔 집회가 있었는데

제가 몸살에 심하게 걸려서 아들이 대신 나가서 발언도 하고 그랬어요. 참 고맙죠.”

앞으로 어떻게 투쟁할 계획인가요?

“일단 대법 판결이 있으니까요. 판결 결과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죠. 사실 뚜렷하게 뭘 어떻게 싸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돼요. 어쨌든 제가 지면 또 다른 해고자들이 나오지 않겠어요. 이미 한남 운수 사례

를 따라서 정비직을 운전사로 강제전직 시키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던데. 그러니 꼭 이겨야죠. 한남운

수 버스를 못 다니도록 다 막아 세우든 뭘 하든 감옥에 갈 각오로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투쟁하면서 느낀 건데 사회구조가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현장이든 노동자들이 탄압받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악법을 깨고 사회구조를 정상적으로 돌리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들

어요. 그걸 위해서 저처럼 버스 정비 노동자들도 하나가 돼서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마침 매주 1회 있는 한남 운수 원직복직 쟁취를 위한 41차 화요집회가 있었다. 연대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 동료로 보이는 분이 집회 대오에 앉아있는 이병삼 씨 손을 꽉 맞잡고 갔

다. 그것 말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루빨리 이병삼 씨가 동료들과 현장에서 손을 맞잡는 그 날

이 오기를 기대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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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통권 123 2014.4

사진출처 : 오렌지 캬라멜 뮤직비디오 캡쳐

걸그룹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날 깨우네

김재광 선전위원

대중들에게 선병맛 후중독(처음 접했을 때는 난해했지만 결국 중독된다는 신조어)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프터스쿨의 유닛 그룹 ‘오렌지 캬라멜’이 최근 신곡을 발표했다. 앞서 언급했듯 선

병맛 후중독답게 이번 노래도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운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반복되는 그

야말로 ‘오렌지 캬라멜’다운 곡이다. 그런데 최근, 신곡 뮤직비디오가 KBS 심의에 걸려 방송 불가 판

정을 받은 일이 있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땐, 요즘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걸그룹들의 노출

문제였나 싶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인명을 경시하는 내용으로 인해 심의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다. 완벽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잠깐이었지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인명경시’가 1위를

차지했다. 방송·연예 평론가들은 논란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현 문화에 대한 일종의 풍자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라고 평가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번 뮤직비디오가 ‘인명경시’라는 참 어마무시한 단어와

특별히 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논란은 항상 오버하는 경향이 있는 KBS 심의 잣대가 만든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그

런데 어쩐지 입맛이 쓰다. 방송 심의 잣대 중 하나인 ‘인명경시’를 정말로 방송매체가 경계하고 있는지

생각에 이르면 더욱 그러하다. ‘인명경시’란 사람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뜻이다. 역으로 말해 사람의 생

명을 중시하는 것이 방송의 가치라는 것인데 정말로 KBS를 비롯한 메이저 방송사들이 사람의 생명을

중하게 여기기는 한 것일까?

예컨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엠티나 신

입생 환영회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하면 몇 날

며칠을 생중계로 방송하면서 ‘원인은 뭐고 대

책은 이래야 한다’ 떠들면서 온갖 난리가 나

는 반면, 현장 실습을 하던 실업계 고등학생

이 사고를 당해 사망한 소식은 짤막한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원인과 배경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또 다

른 예로 여객기 사고라도 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의 경각심과 온정을 요

구하고 부추기지만,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면 주위 주민들의 구체적인 피해가 드러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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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 한 단신 보도로 지나가고 만다. 심지어 대형 유조선의 기름 유출 사고가 나도 사건이 화젯거리

이상으로 다뤄지지 않고, 사고의 본질과 실질적인 책임자가 누구인지 접근해 갈 때쯤이면 방송은 막을

내린다.

왜 이렇게 언론 보도의 기업사고, 산업재해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와 사회적 용인이 자꾸 커지는 것

일까? 방송은 걸그룹 뮤직비디오에는 온갖 까탈을 부리면서, 정작 어마무시한 인명 경시는 왜 외면하

는 걸까? 방송이 이 사회 인식의 창이거나, 위정자의 의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아프지만, 다

음과 같은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된다. 한국사회에서는 사람 생명의 가치가 경제적 위치에 비례하고 있

으며, 기업의 이윤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이 사회를 쥐고 흔드는 자들에게 실상 인명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인명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줄 것이며, 자신들의 이윤에 얼마나 복무하는가이다. 그

렇기에 용산의 참사가, 제주 강정의 무력이, 유성기업의 사적 폭력이, 밀양의 처절함이 용납되는 것이

다. 이뿐만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오늘도 하루 5명의 노동자가 죽는데, 사회적 비용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생명에 대한 연민과 애절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생명을 위계화 시키고 선별하여 중시하는 위정

자와 방송매체의 의도와 힘이 대중을 마취시킨 결과다.

서울 올림픽대교 중간에 있는 첨탑 위에는 올림픽 성화를 상징하는 구조물이 있다.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 구조물을 첨탑에 올리려다 3명이 죽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

는 사무실 앞 거대한 주상복합 건물을 볼 때도 역시 마음이 불편하다. 그 건물을 짓다 노동자가 죽었

다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곳 말고도 내가 모르는 그 어떤 곳에서, 모두가 잊고 있는 그곳에서

한 생명이 사그라져 같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니 서울의 빌딩 숲과 거리에서 주체할 수 없는 현기증이

인다.

위정자와 방송에서 떠드는 생산현장의 불가피한 죽음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명제를 우리가 손쉽게 받

아들인다면 이것이야말로 인명을 경시하는 것이고, 우리 모두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생산현장에서

불가피한 죽음은 없다. 모든 죽음은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있다.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는 죽은

자가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일을 시키고 최종적으로 그 단물을 빠는 자들이 죽어간

그들의 생명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마취에서 깨면 진실이 보인다.

아무튼 ‘인명 경시’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고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한 ‘오렌지 캬라멜’ 걸그

룹에 감사해야 할 지 아니면 KBS에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KBS는 역시 수신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방송임에 틀림없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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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재량에 내맡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email protected]

정부는 지난 3월 24일 임산부에 대하여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마련했다고 발표

하였다. 개정 근로기준법1)은 올해 9월 25일부터 상시 30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

되며,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16년 3월 25일부터 적용된다. 정부가 밝힌 개정 이

유는 “임신 12주 이내에 유산의 위험이 가장 크고, 임신 36주 이후는 조산의 위험

이 크기 때문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신 ․ 출

산 친화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겠단다. 갑자기 영화 어벤져스2 국내 촬영으로 인

한 경제효과가 2조 원대에 달한다는 보도 내용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나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는 건가?

개정법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단서 조항이다.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

만인 경우’에는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부여한

것이다. 법 조항 자체에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합리적 차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일 8시간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에게는 당연히 부여해야 할 의무적

조항이지만 1일 7시간 50분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에게는 임의적 조항이다. 물론

1일 8시간 일하는 여성 노동자도 신청을 해야만 한다. 아무튼, 1일 8시간 미만 일

하는 여성 노동자에게 개정법을 적용할지 말지는 오로지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예외에 대해서는 노동부는 보도자료에 일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마치 기간제법2) 개정 당시 “비정규직 보호법이 드디어 제정되었다”고 대

대적으로 홍보하였던 것과 흡사하다. 사실상 사용자가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제도

를 회피하는 방법까지 그대로 담고 있다. 아마 사용자단체에서는 과거 기간제법을

1)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

⑦ 사용자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

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인 근로

자에 대하여는 1일 근로시간이 6기간이 되도록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다.

⑧ 사용자는 제7항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여서는 아

니 된다.

⑨ 제7항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의 신청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다.

2)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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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듯이 위와 같은 내용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임산부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제도라기 보다는 생색내기에 치우쳤다는 의구

심을 버릴 수 없다.

또 하나는 실효성 문제이다. 처음 개정안이 논의될 때에는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 1일 근로시간을 2시간 단축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제출되었다. 즉, 여성 노동자의 당연한 권

리를 보장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위와 같이 수정되어 의결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성

노동자의 임신 사실에 대하여 통보받지 못하면 모르기 때문에 신청 절차가 필요

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사용자의 의무를 부여하고, 요식적인 신청절차

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시행

령으로 신청방법,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유 ․ 사산휴가 신청과 비

슷하게 규정할 것이다. 이런 제도를 마련한 것이 진정으로 임산부에 대한 보호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하게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즉,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 대하여 근로시간

단축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신청방법과 절차는

구비 서류를 갖춰 요식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충분히 규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법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에 수많은 임신한 노동자들이 있더라도 단 1

명도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임신, 출산의

문제는 노동법뿐만 아니라 수많은 복합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

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해서 보호에 관한 특별한 내용을 규율하면서 허울뿐인 내

용이 전부라면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닌가! 따라서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간호사가 임신을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투쟁

을 전개하고 있다. 임신, 출산이 여전히 부당해고의 이유가 되는 상황에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엿보인다. 권리를 행사하

는 노동자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법률로서 당연히 보장된 권리와 표면적으로 권

리를 보장한 법률은 다르다. 차라리 이 제도를 활용하기보다는 노동조합은 제도의

취지를 살려 임신 초기 휴가를 도입하거나 산전후휴가 기간을 확대하는 등 교섭

을 요구하는 게 보다 나을 것 같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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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통권 123 2014.4

우리 사업장 위험성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안재범 회원

위험성 평가

매월 현장 안전점검, 반기별 작업환경측정, 발암 및 고독성 물질 조사사업, 근골격계 유해요

인조사와 지속적인 현장개선사업, 재해조사와 산재처리 그리고 2014년 3월 법 시행으로 제도화

된 ‘위험성 평가’. 이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떠한 방식으로 현장을 개선해 나갈 것인가?

각각의 안전보건사업을 관성적이지 않고 현장조합원 동지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

가? 노동조합이나 노안 담당자로서는 참 고민되는 일이다.

얼마 전 희망버스가 있던 날이었다. 현장에서 긴급하게 전화가 왔다. “노안 부장! 2층 공장

에서 뭔가 터진 것 같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심한 냄새도 나는데 우리는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되냐?”는 물음이었다. 그 질문은 현장에서 대피해야 하는지, 언제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묻

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갈 테니 우선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 동지들 모두 공장 밖으로

내보내시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작업장 안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하고 급히

공장으로 들어와서 사태를 수습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 스스로 위험성을 판단하고, 피해야 하는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작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왜 일어나는 걸까? 물론, 회사나 노동조합도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에 의한 취급물질의 위험과

유해성을 알리는 교육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형식적이고 관성적으로 진행

되기 일쑤다.

한편, 산업위생 전문가 박두용 교수는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 스스로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위험성 평가의 철

학과 정신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나 현실적인 조건과 상황,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그 역할과 정보

가 소수에게 편중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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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성 물질 추방 발대식 생산과장 및 현장 실행위원 토론회

역할을 나누고 위험성 평가의 주체 세우기

현재 회사는 위험성 평가를 노동조합과 현장조합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완성차의 요구로

‘OHSAS 18001’(국제기준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획득을 위한 경영상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는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법으로 도입한 입법 취지와 목적에도 역행한다. 위험성 평가를 제대

로 하기 위해서는 현장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요즘 우리 사업장에서는 발암 및 고독성 물질에 대한 조사사업이 진행 중이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총 책임자에게 사업의 의미,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관리의 필요성과 이후 관리체계구

축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회사와 노동조합의 역할을 나누고 전문영역은 기관 선정을 통해 조언

을 구하기로 하였다. 우선 노사 대표와 부서별 팀장, 생산과장, 안전보건 관리자, 직 반장, 노동

조합 확대 간부, 공정별 실행위원을 구성하여 발대식을 통해 내용을 공유하였다. 이후 부서별

생산과장들과 공정별 현장 실행위원들은 현장조사 및 노출평가 등과 관련해서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을 이어가며 구체적인 대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도 조사·분석·개선 등 전반적인 사업에 현장조합원들의 직접 참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현장의 위험요인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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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 통권 123 2014.4

바쁜 한국을 떠나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김정 회원

한국을 떠나 낯선 미국에서 일 년 반을 보냈습니다. 좋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건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것입니

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말을 제외하면 아이들과 제대로 시간을 보낸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같이 있는 주말에도 피곤을 핑계로 아이들과 질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

안 잘 모르던 내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손톱을

많이 뜯어서 손톱이 없어질 정도로 심하게 손상이 된 손이라든지, 나이에 비

해 양치도 제대로 못 하고 신발 끈도 묶지 못하는 모습들을 말이죠. 이런 건

사실 그동안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서 가

슴이 뜨끔했더랍니다. 만약에 저에게 한국을 떠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계속 앞만 보고 달리는 바쁜 삶 속에서 제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잘 못 보

았을지도 모릅니다.

아이 학교 행사에도 난생처음 참석했습니다. 말도 잘 안통하고 뜻도 잘 모

르는 데를 가면서 ‘말 잘 통하는 한국에선 왜 이런 데를 한 번도 못 갔을까?’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주말에는 근교에 짧은 여행도 가고, 아이들 축구시합

에 가서 응원도 하고, 각종 박물관·전시관을 돌아다니고, 함께 도서관에 가

서 죽치고 책을 읽다 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동네 애들이

랑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게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나와 아

이들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전보다 저 많이 알고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

다. 이게 제가 미국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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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떠나 마이너리티로 살기

사실 전 처음부터 미국 생활에 대한 동경이나 이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만,

역시나 외국 살이가 그리 녹록한 건 아니더군요. 가장 큰 건 ‘언어의 장벽’이

었지만, 더 들어가 보면 ‘마이너리티’로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거기에서 오는

낯섦이기도 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다 백인이고 내가 그중에서 ‘튀는’ 존재라는 걸 깨

달을 때 문득 내 영어 악센트가 너무 촌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매일 학교에서

오는 수많은 전자 우편의 영어를 모두 이해한다더라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

지 않은 부모가 그 내용을 다 이해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

니다. 한국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도 혹시나 의사소통의 오해가 생

길 수 있으니 반드시 찾아가 만나서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 돈을 번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우리는 ‘이주노동자’ 가족으로

살았습니다. 영어가 쉽게 익숙해진 아이들은 내 영어를 초등 2학년 수준이라

고 놀려댔는데 그게 사실 맞는 말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내 가방끈이 어떠

했든 나는 이곳에서 초등 2학년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이주노동자인 셈이

었습니다.

새삼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기득권’을 가졌는지 깨달았습니다. 길가

는 사람 중에 내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비교적 ‘고급의’ 한국어를 구사하

며, 누가 아프거나 어려운 일 생겨도 돈 걱정을 그리하지 않아도 되고 부탁

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엄청난 기득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떠나봄으로써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달까

요? 과거에 이주노동자 주말 진료를 잠깐 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별 감흥

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에 앞으로 이주노동자 관련한 일을 할 기회

가 주어진다면 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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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통권 123 2014.4

아무것도 안 하는 즐거움

가기 전에 누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일독’이 빠지려면 한참 걸릴 거라고.

그 말이 무슨 뜻인가 했는데 과연 평생 이런 여유를 누린 적이 없어 뭔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한 증상이 초기에 지속하였습니다. 항상 정해진 시

간에 시험에 보고서에 당장 처리해야 하는 집안일에 쫓기듯 살아왔기 때문에

무엇에 쫓기지 않는 삶이 어색했습니다.(그렇지만 가끔은 바쁠 때로 있었음

^^;)

한참이 지나서야 여유를 즐기게 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 거 같습니다. 그제야 아름다운 하늘이 들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이구

동지가 그랬듯이 저는 ‘모든 이들이 누렸으면 싶은 안식년’을 보낸 셈입니다.

일요일이 만들어 진 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노예들에게 하루의 휴식

을 주고자 한 사람들의 의지였다고 합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안식년을 제도

화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식년이라는 제도를 소수의 복 받

은 직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

적인 제도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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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주)는 수원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라!

-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7일 수원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하

여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밝혀라.

- 경찰과 노동부는 사망사건의 원인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하라.

지난 27일 새벽 5시9분경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공조실 부속의 변전실에서 소방설비의

오작동으로 이산화탄소 2,350리터가 분출되었고, 공조실에서 야간에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질식 사망하였다.

사고 당일 삼성전자는 신속히 언론에 입장을 발표하고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큰

슬픔을 겪게 된 유족들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고인의 발인 예

정일이던 29일 오전까지도 책임 있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급기야 장례를 연기하고 현장

CCTV기록과 사업장 내의 자체 소방대(3119) 출동기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며, 3박 4일 동안이나 사고현장에서

농성을 하며 싸워야 했다. 사망 5일째인 3월 31일에서야 합의에 이르러 유족들은 고인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

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삼성전자가 유족들과의 합의와는 무관하게 사고경위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같은 사고

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최소한의 조치이다. 그런데 삼성은 사망 경위가 무엇인지 투명

하게 공개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 모든 것을 숨기려 들었다. 언론을 대하는 것과 실제 유족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랐고, 이러한 삼성의 태도는 과거 불산 사망사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고인의 죽음에는 아래와 같은 여러 의혹과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산화탄소(CO2) 소화설비는 소방시설의 설치의무자인 삼성전자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유지·관리할

책임이 있다(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9조 및 소방기본법 제2조 참고). 삼성전자

의 주장 및 노동부의 1차 브리핑 자료처럼 실제 이산화탄소 소방설비의 오작동이 원인이었다면 이 죽음의 일차

적인 책임은 삼성전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관할

소방서도 책임이 있다. 그리고 두 개의 감지센서가 모두 작동해야 이산화탄소 방출이 된다고 하는데 오동작이

일어났다는 것 또한 매우 의문이다. 따라서 실제 오동작이 있었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서 철저

한 규명이 필요하다. 경찰과 노동부는 삼성에 대한 눈치보기를 중단하고 사고 원인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라.

둘째,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고 노동자를 대피시키지도 않았다. 이산화탄소 방출 이전에는 음향경보장치가 화

재감지기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경보를 발하도록 해 작업자가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소방방재청고

시 제2009-31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화재안전기준안). 그러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산화탄소 방출시 매우 심한 소음이 발생하므로 유선 연락을 통해 긴급히 비상대피를 시켰어야 한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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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노동자를 대피시키려는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고인은 이산

화탄소가 분출된 뒤 1시간 뒤에서야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는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과 소방법 위반의 의심이

있으며 사실이라면 삼성전자의 책임이다.

셋째, 삼성전자는 사고현장 안에 CCTV가 없다며 CCTV 공개요구를 전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CCTV가 없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전혀 납득하기가 어렵다. 삼성전자는 CCTV의 존재와 그 내용물에 대해 투명

하게 공개해야 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거부한다면 감독기관과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사건 발생 후 1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해명해야 한다. 새벽 5시 9분 이산화탄소의 분출을 확인

하고 2분 뒤인 5시 11분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조대(3119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알

려져 있는데 사망자를 발견한 시간은 그로부터 1시간 뒤인 6시 15분경이다. 도대체 1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

슨 일이 있었는지 CCTV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한다. 구호 작업이 있기나 한 것이었나?

다섯째, 변전실 옆 공조실 공간에서 상주하며 일하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안전교육을 시켰는지도 매우 의문

이다. 변전실 옆 공조실에 사무공간을 두고 있는 것도 너무 위험한데 그곳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안전

교육을 실시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공조·전기시설의 운영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즉 “이산화탄소가 분출되는 사전 경보음이 울리면 노동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

으로 대피하라”는 교육을 받았어야 하고 사업주는 제일 먼저 노동자에게 연락해 긴급대피 명령을 내렸어야 한

다. 안전교육이 있었는지, 보안조치가 평소에 제대로 되어 있었는지, 사고 당시 대피명령이 있었는지, 구호조치

는 무엇이었는지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만일 사건 당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위와 같은 의혹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사실을 은폐한다면 그

책임은 소방 시설물을 보유하고 총괄 관리하는 삼성전자에게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삼성전자는 의혹과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공개하라. 노동부와 경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현장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낱낱이 확보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법위반 사실이 발견되는 즉시 삼성전자에 대해 사법 조

치하라. 그렇게 해야 죽음의 원인을 밝혀 향후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건처리 경과와 결과에

대해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유족과의 합의를 이유로 모든 진상을 덮고 법적 책임과 장래의 재발방

지책을 면제받으려고 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음을 밝혀둔다.

2014. 3. 31.

공정사회파괴・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경기비정규직지원단체연합회, 다산인권센터,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장하나, 국회의원 은수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