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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책과 생각 함께하는 교육 나는 농부다 esc 문화‘랑’ 한겨레2 느린 뉴스가 요일별로 찾아갑니다 ‘한겨레2’는 ‘느린 뉴스’를 전합니다. 2014년 8월26일 화요일 20 공연기획업체 ㈜세일링드림의 김인남 대표 는 지난 겨울방학 서울외고 오현숙(2학년)양 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진로와 직 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였 다. 오양은 학교 자퇴를 선택할 만큼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은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다. ‘좋은 대 학을 나오면 행복할까?’,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다던 친구들은 어떻 게 살고 있나?’ 평소 이런 궁금증이 많았다. 오양은 ‘나도 기자다’라는 이름의 프로젝 트를 수행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패션학 교에 입학한 신입생, 명문대를 졸업한 학생 들, 오양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까지 총 10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 양이 완성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청소년 관 련 공연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에게도 귀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오양은 “적성검사 를 볼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와서 진로를 설계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사람들을 만 나 진로·진학에 관한 내밀한 속내를 들어보 고 반대로 ‘나’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진로교육 넘어 인생교육으로, ‘아웃턴십’ 오양이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건 대안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더시안 교육연구소(이하 ‘더시안’, www.thesian.org) 의 ‘10대 아웃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덕분이 다. 아웃턴십(Outernship)이란, 십대들이 학교 와 학원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회 현장에서 직업을 비롯해 사회를 배우게 하는 프로그램 이다. 인턴십(Internship)이 ‘취업’에 초점을 두 고 있다면 아웃턴십은 취업을 넘어 특정 분야 의 일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을 두루 접할 수 있게 하는 직업·진로체험 프로그램이다. 더시안에서는 아웃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하며 진로·직업교육을 받으려는 청소년과 일 터를 공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준 다. 아웃턴십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본인의 흥 미와 재능을 잘 살릴 수 있는 기업에서 ‘아웃 터니’(Outernee)라는 이름으로 방학 동안 최 대 6주간 실습을 한다. 청소년들은 기업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잘하는 것, 학교·사 회에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등 이 적힌 ‘프리워크북’(Pre-workbook)을 작성 한다. 더시안은 청소년이 작성한 프리워크북 을 기초로 아웃턴십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기 업을 추천한다. 더시안과 협력해 청소년 아웃 터니들을 만나는 기업들은 교육·경영·환경·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의 필요를 채우 는 스타트업·외국계·사회적 기업 등 중소기 업 20여곳이다. 김데보라 더시안 대표는 “십대 들은 학생의 신분에서 사회에 기여해 보며 구 성원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또 어 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은 사전조사를 통해 일하게 될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업은 청소년이 작성한 프리워크북을 받아 아웃터니에 대해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직업체험 오는 것 을 기업들이 귀찮아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청소년 대상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두고 ‘기 업의 일방적인 교육기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청소년들이 직업체험 교육서비스를 수 동적으로 받는 ‘수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다. 아웃턴십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아웃터 니들은 기업 대표와 의논해 청소년, 기업 양 쪽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적극적 으로 고민한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일을 못하 는 것이 아니다. 아웃턴십 프로그램에 참여 한 기업의 대표들은 아웃터니들의 업무 성과 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에너지 관련 기업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는 “함께 일했던 아웃터니는 인턴십 등을 해본 대학생 들보다 우수했다”며 “외부 비즈니스 미팅, 회 의록 작성, 기획안 만들기 등 다른 사원들 하 는 일을 똑같이 시켰는데 결과는 훨씬 좋았 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아웃터니로 활동하면서 사회 의 다양한 면면을 관찰한다. 기업이나 사회인 들이 각자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실 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외고 최하림(3년)군은 치 유예술 분야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 이윰액츠 에서 지난겨울 아웃턴십을 했다. 청소년을 대 상으로 하는 이윰액츠의 자기발견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만드는 게 최군의 업무 였다. 최군은 “기업이라고 하면 이윤추구를 진로교육이 주목받으면서 ‘일일 직업체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하루 몇 시간 특정 직업을 체험했다고 진로교육이 된 걸까? 단순 직업체 험을 넘어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공부하게 해주는 대안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1 지난겨울 세일링드림에서 ‘나는 기자다’ 프로젝트를 수행한 서울외고 2학년 오현숙양이 하주연 홍보팀장 에게 인터뷰 요령, 기사 작성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 지난해 여름 세일링드림에서 ‘나도 PD다’ 프로 젝트를 수행한 이준화군이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한 촬영을 하고 있다. 세일링드림 제공 3 지난여름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플랫폼을 제공하 는 루트에너지에서 아웃턴십을 수행한 홍건의군이 태 양광에너지로 빙수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루트에너지 제공 취업교육 초점 맞춘 방식 벗어나 다양한 사회현장 직접 경험케 해 여러 직업 있는 일터 방문하거나 다양한 직업군 만나 인터뷰 진행 학생들 “사회 폭넓게 보게 됐다” 사람&디지털 종교와 소셜미디어 22면 사설 속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23면 사진마을 사진 찍는 경찰관 24면 다양해진 직업체험 프로그램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만 떠올렸는데 아웃턴 십을 통해 그런 기업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사회적 기업은 형태는 기업이지 만 이윤추구 이상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한 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더시안은 서울외고를 비롯해 일반고·특목 고·특성화고·대안학교 등 다양한 학교들과 협력해 아웃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외고 이수영 교사는 아웃턴십 프로그램 을 학교에 소개해 직접 학생들을 모집했다. 진로교육만큼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각 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 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 인의 성향에 맞춰 자기탐색·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란 어렵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스 스로 기업 현장에 들어가 관계자들의 이야기 를 듣고 직업체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며 “청소년 시절 에 사회의 여러 면에 대해 배워야 하는데 입 시 준비 때문에 이런 경험을 못하는 아이들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직업 아닌 일터에 주목하는 ‘청진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청소년 진로직업 체 험의 기적’이라는 뜻을 담은 ‘청진기’ 프로그 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2~5명의 중학 생들이 일터를 방문해 6시간 이상 간단한 직 업체험은 물론 직업인 인터뷰를 자유롭게 하 는 식으로 꾸려진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 1기 박 소연씨는 지역사회 등의 협조를 얻어 학생들 과 함께 직업체험을 갈 수 있는 곳을 섭외했 다. 서울시교육청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터를 연 기업들도 있지만, 학부모들이 아이 들을 위해 본인의 일터를 개방한 경우도 많았 다. 박씨는 아이들을 인솔해 동물병원·자전 거판매점·소방서·동물조련장 등 다양한 곳 을 방문했다. 박씨는 “진로교육은 단순히 직 업현장을 찾아가 보고 자신의 꿈을 구체화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반드시 자신의 장래희망과 관련된 직업 이 아니더라도 특정 직업인이 일하는 일터를 찾아가 그 직업과 연관된 다른 요소들을 살 펴보며 일과 사회에 대해 살펴보게 해야 한 다는 뜻이다. “동물병원을 방문하면 수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병원 사무직, 그리고 동물들의 배변 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직 업인을 한 공간에서 만난다. 일터를 방문한 아이들은 일터의 직업인들에게 질문하고, 그 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면서 이전에 가봤던 다른 장소에서는 관심 갖지 않았던 ‘다양한 직업’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이런 경험은 단순 직업체험을 넘어 사회를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박씨는 “아이 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면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간다”며 “각자의 위 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직업인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배운 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일일 직업체험 형태로 진행 하는 진로교육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에게 주 체적인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이 평소 만나기 힘든 직 업인을 만나 사진 몇 장 찍고 오는 식에 그친 다. 그런 점에서 한 개 직업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직업이 속해 있는 ‘일터’에 집중해 직업 체험을 진행하는 ‘청진기’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때론 직업체험이 간 접적인 경제교육을 유도하기도 한다. 박씨는 “학생들과 ‘총각네 야채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야채장사’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건은 어떻게 떼어 오는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 요한지 등 마케팅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대상의 직업·진로교육도 이루어져야 청소년들이 이렇게 다양한 일터를 경험하 기 위해서는 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 도 변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진 로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학부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교생 자녀 둘을 키우는 진로코치 박소연씨 는 “학부모들은 자전거 분야 일터를 개방한 다고 하면 ‘장사’나 배우는 거 아니냐고 걱정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전거 분야는 ‘인 기 폭발 직종’”이라며 “어른들이 자동차에 열 광하듯 아이들은 자전거 부품은 물론 자전 거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등 다양한 요소에 관심을 보인다. 모두 사회를 배우는 공부다” 라고 했다. 청소년 대상의 직업체험에서 학부모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박씨는 학부모 대 상의 일일 직업체험에도 코치로 나섰다. 직업 체험이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 준다는 것을 학부모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다. ‘학부모부터 진로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시안 김데보라 대표도 비슷한 생 각이다. 더시안은 아웃턴십 프로그램이 끝나 면 학생들이 활동한 일지를 포트폴리오로 작 성해 집으로 보낸다. 김 대표는 “학업에 영향 을 미칠까 아웃턴십을 반대했다가 마지못해 참여를 허락했던 학부모들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직업체험활동의 의미를 깨닫기 때문”이 라고 설명했다. 정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인턴 대신 아웃턴…“일 아닌 사회를 체험해요” 1 2 3

아웃턴십 한겨레 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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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아웃턴십 한겨레 140826

함께하는 교육

책과 생각월 함께하는 교육화 나는 농부다수 esc목 문화‘랑’금한겨레2 느린 뉴스가 요일별로 찾아갑니다

‘한겨레2’는 ‘느린 뉴스’를 전합니다. 2014년 8월26일 화요일20

공연기획업체 ㈜세일링드림의 김인남 대표

는 지난 겨울방학 서울외고 오현숙(2학년)양

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진로와 직

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였

다. 오양은 학교 자퇴를 선택할 만큼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은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다. ‘좋은 대

학을 나오면 행복할까?’,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다던 친구들은 어떻

게 살고 있나?’ 평소 이런 궁금증이 많았다.

 오양은 ‘나도 기자다’라는 이름의 프로젝

트를 수행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패션학

교에 입학한 신입생, 명문대를 졸업한 학생

들, 오양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까지 총 10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

양이 완성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청소년 관

련 공연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에게도

귀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오양은 “적성검사

를 볼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와서 진로를

설계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사람들을 만

나 진로·진학에 관한 내밀한 속내를 들어보

고 반대로 ‘나’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진로교육 넘어 인생교육으로, ‘아웃턴십’

 오양이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건

대안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더시안

교육연구소(이하 ‘더시안’, www.thesian.org)

의 ‘10대 아웃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덕분이

다. 아웃턴십(Outernship)이란, 십대들이 학교

와 학원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회 현장에서

직업을 비롯해 사회를 배우게 하는 프로그램

이다. 인턴십(Internship)이 ‘취업’에 초점을 두

고 있다면 아웃턴십은 취업을 넘어 특정 분야

의 일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을 두루 접할 수

있게 하는 직업·진로체험 프로그램이다.

 더시안에서는 아웃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하며 진로·직업교육을 받으려는 청소년과 일

터를 공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준

다. 아웃턴십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본인의 흥

미와 재능을 잘 살릴 수 있는 기업에서 ‘아웃

터니’(Outernee)라는 이름으로 방학 동안 최

대 6주간 실습을 한다.

 청소년들은 기업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잘하는 것, 학교·사

회에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등

이 적힌 ‘프리워크북’(Pre-workbook)을 작성

한다. 더시안은 청소년이 작성한 프리워크북

을 기초로 아웃턴십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기

업을 추천한다. 더시안과 협력해 청소년 아웃

터니들을 만나는 기업들은 교육·경영·환경·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의 필요를 채우

는 스타트업·외국계·사회적 기업 등 중소기

업 20여곳이다. 김데보라 더시안 대표는 “십대

들은 학생의 신분에서 사회에 기여해 보며 구

성원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또 어

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은 사전조사를 통해 일하게 될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업은 청소년이

작성한 프리워크북을 받아 아웃터니에 대해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직업체험 오는 것

을 기업들이 귀찮아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청소년 대상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두고 ‘기

업의 일방적인 교육기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청소년들이 직업체험 교육서비스를 수

동적으로 받는 ‘수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다. 아웃턴십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아웃터

니들은 기업 대표와 의논해 청소년, 기업 양

쪽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적극적

으로 고민한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일을 못하

는 것이 아니다. 아웃턴십 프로그램에 참여

한 기업의 대표들은 아웃터니들의 업무 성과

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에너지 관련

기업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는 “함께

일했던 아웃터니는 인턴십 등을 해본 대학생

들보다 우수했다”며 “외부 비즈니스 미팅, 회

의록 작성, 기획안 만들기 등 다른 사원들 하

는 일을 똑같이 시켰는데 결과는 훨씬 좋았

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아웃터니로 활동하면서 사회

의 다양한 면면을 관찰한다. 기업이나 사회인

들이 각자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실

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외고 최하림(3년)군은 치

유예술 분야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 이윰액츠

에서 지난겨울 아웃턴십을 했다. 청소년을 대

상으로 하는 이윰액츠의 자기발견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만드는 게 최군의 업무

였다. 최군은 “기업이라고 하면 이윤추구를

진로교육이 주목받으면서 ‘일일 직업체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하루 몇 시간 특정 직업을 체험했다고 진로교육이 된 걸까? 단순 직업체

험을 넘어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공부하게 해주는 대안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1 지난겨울 세일링드림에서 ‘나는 기자다’ 프로젝트를

수행한 서울외고 2학년 오현숙양이 하주연 홍보팀장

에게 인터뷰 요령, 기사 작성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 지난해 여름 세일링드림에서 ‘나도 PD다’ 프로

젝트를 수행한 이준화군이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한

촬영을 하고 있다. ㈜세일링드림 제공

3 지난여름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플랫폼을 제공하

는 루트에너지에서 아웃턴십을 수행한 홍건의군이 태

양광에너지로 빙수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루트에너지 제공

취업교육 초점 맞춘 방식 벗어나

다양한 사회현장 직접 경험케 해

여러 직업 있는 일터 방문하거나

다양한 직업군 만나 인터뷰 진행

학생들 “사회 폭넓게 보게 됐다”

● 사람&디지털 종교와 소셜미디어 22면

● 사설 속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23면

● 사진마을 사진 찍는 경찰관 24면다양해진 직업체험 프로그램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만 떠올렸는데 아웃턴

십을 통해 그런 기업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사회적 기업은 형태는 기업이지

만 이윤추구 이상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한

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더시안은 서울외고를 비롯해 일반고·특목

고·특성화고·대안학교 등 다양한 학교들과

협력해 아웃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외고 이수영 교사는 아웃턴십 프로그램

을 학교에 소개해 직접 학생들을 모집했다.

진로교육만큼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각

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

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

인의 성향에 맞춰 자기탐색·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란 어렵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스

스로 기업 현장에 들어가 관계자들의 이야기

를 듣고 직업체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며 “청소년 시절

에 사회의 여러 면에 대해 배워야 하는데 입

시 준비 때문에 이런 경험을 못하는 아이들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직업 아닌 일터에 주목하는 ‘청진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청소년 진로직업 체

험의 기적’이라는 뜻을 담은 ‘청진기’ 프로그

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2~5명의 중학

생들이 일터를 방문해 6시간 이상 간단한 직

업체험은 물론 직업인 인터뷰를 자유롭게 하

는 식으로 꾸려진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 1기 박

소연씨는 지역사회 등의 협조를 얻어 학생들

과 함께 직업체험을 갈 수 있는 곳을 섭외했

다. 서울시교육청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터를 연 기업들도 있지만, 학부모들이 아이

들을 위해 본인의 일터를 개방한 경우도 많았

다. 박씨는 아이들을 인솔해 동물병원·자전

거판매점·소방서·동물조련장 등 다양한 곳

을 방문했다. 박씨는 “진로교육은 단순히 직

업현장을 찾아가 보고 자신의 꿈을 구체화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반드시 자신의 장래희망과 관련된 직업

이 아니더라도 특정 직업인이 일하는 일터를

찾아가 그 직업과 연관된 다른 요소들을 살

펴보며 일과 사회에 대해 살펴보게 해야 한

다는 뜻이다.

 “동물병원을 방문하면 수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병원 사무직, 그리고 동물들의 배변

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직

업인을 한 공간에서 만난다. 일터를 방문한

아이들은 일터의 직업인들에게 질문하고, 그

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면서 이전에 가봤던

다른 장소에서는 관심 갖지 않았던 ‘다양한

직업’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이런 경험은 단순 직업체험을 넘어 사회를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박씨는 “아이

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면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간다”며 “각자의 위

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직업인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배운

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일일 직업체험 형태로 진행

하는 진로교육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에게 주

체적인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이 평소 만나기 힘든 직

업인을 만나 사진 몇 장 찍고 오는 식에 그친

다. 그런 점에서 한 개 직업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직업이 속해 있는 ‘일터’에 집중해 직업

체험을 진행하는 ‘청진기’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때론 직업체험이 간

접적인 경제교육을 유도하기도 한다. 박씨는

“학생들과 ‘총각네 야채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야채장사’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건은 어떻게 떼어

오는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

요한지 등 마케팅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대상의 직업·진로교육도 이루어져야

 청소년들이 이렇게 다양한 일터를 경험하

기 위해서는 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

도 변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진

로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학부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교생 자녀 둘을 키우는 진로코치 박소연씨

는 “학부모들은 자전거 분야 일터를 개방한

다고 하면 ‘장사’나 배우는 거 아니냐고 걱정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전거 분야는 ‘인

기 폭발 직종’”이라며 “어른들이 자동차에 열

광하듯 아이들은 자전거 부품은 물론 자전

거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등 다양한 요소에

관심을 보인다. 모두 사회를 배우는 공부다”

라고 했다.

 청소년 대상의 직업체험에서 학부모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박씨는 학부모 대

상의 일일 직업체험에도 코치로 나섰다. 직업

체험이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 준다는 것을

학부모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다.

 ‘학부모부터 진로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시안 김데보라 대표도 비슷한 생

각이다. 더시안은 아웃턴십 프로그램이 끝나

면 학생들이 활동한 일지를 포트폴리오로 작

성해 집으로 보낸다. 김 대표는 “학업에 영향

을 미칠까 아웃턴십을 반대했다가 마지못해

참여를 허락했던 학부모들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직업체험활동의 의미를 깨닫기 때문”이

라고 설명했다.  정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인턴 대신 아웃턴…“일 아닌 사회를 체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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