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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소식지 26호(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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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쟁없는세상소식지 26호(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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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에디토리얼보이지 않는 변화 1

CO note 병역거부자 활동수기백승덕 병역거부 소견서 2이정식 병역거부 소견서 5현민 병역거부 소견서 7그에게 두려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11화성에서 온 편지 13정치적 병역거부자와 정치활동 15

Focus 시선집중

행복한 책읽기 한국평화활동가대회+ 17

Experience 참가후기 연대토론회 너 왜 군대가니 후기< > 21

Special 기획기사인트로 24신자유주의로 인한 대학의 전반적 변화 25복학생은 어디로... 29꼭 가고 싶습니다 카투사를! ? 32내몰린 루저의 귀환 37

Review 영화평서평․멈출 수 없는 폭력의 연쇄작용 39장애운동가이자 연구자의 고민과 모색 42

Series 기획연재가람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7 45채식 속으로 고고! ! 46난영의 그림이야기 48

Essay 평화에세이평화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49춥지 않은 월이 올거야11 52어떤 아침 56내 안의 벽 느끼기 58

Report 재정보고후원해주셔서 감사해요~ 63

매체편집팀

여옥기획기사 시선집중 기획연재, , .재정정리 섭외 편집, , 형쥬기획기사 섭외, 현민기획기사 서평 섭외 편집, , , 조은기획기사 섭외, 성민표지디자인

인쇄기획 한울타리| 서울동대문구 제기동 130-062 2 137-69

TEL : 924-9641,2 FAX : 927-5104

발행처 전쟁없는세상: 발행일 년 월 일: 2009 11 25제 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호 : 26연락처 : 02-6401-0514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 475-51

호 우 301 ( ) 121-230http://withoutwar.org | [email protected]

World WITHOUTWARNewsletter No.26 CONTENTS

▶▶ Special얼어붙은 대학문화, 수면아래의 군사주의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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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6 1

활동가가 줄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요즘 들어 병역거부를 고민하며 연락을 하거나 찾아오는 .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 중에 병역거부를 선언한 사람도 올해에만 명이다 작년말 정부가 뒤집어. 7 . 버린 대체복무제도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지 아니면 병역거부가 많이 , 알려져 이제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런저, 런 모임에 가서 병역거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군대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

그렇다면 입영을 앞두고 군대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대학의 분위기는 어떨까 많? 은 사람들이 군대에 가서 군대문화를 경험한 이후에 복학을 하게되는 대학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군, 사주의 문화가 심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문제의식은 시작되었다 실제로 병. 역거부자 백승덕 후원회와 하동기 후원회에서 공동 주최한 연세대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는 대학 내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소식지에서는 대학 내 군사주의 문화. 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 대학 내 군사주의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구체적인 행동. 을 함께 만들어나갈 대학생들과의 만남과 교류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매체편집팀이 모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당황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있는 군사주의 문화와 지금의 대학문화는 너무 많이 달라져버린 바람에 우리, 가 마치 과거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복학생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문화라고 할 만한 것. 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은 대학의 모습에서 신자유주의의 거대함을 새삼 느꼈다 예전의 모습이 보이. 지 않아서 겉으로는 사라진 듯 하지만 그렇다고 군사문화가 해체된 것은 아니다 냉각된 대학문화 . 내부에 교묘하게 변형되어 존재하는 군사주의의 징후들을 발견하며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마, 저 들었다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변화한건지도 모른다 이러한 군사주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우리. . 의 시각도 변화해야 하겠지.

사실 이번 소식지에는 새로운 코너를 신설해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결국 결과물이 나오지는 , 못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좀더 다양하고 수준높은 이야기를 . . 담아낼 수 있도록 소식지의 변화를 추구하는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Editorial

보이지 않는 변화여옥 | 전쟁없는세상 책임활동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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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신성시되는 병역을 거부한다는 것은 조사받고 감옥에 갇히고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 , 의미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출소 후에도 병역거부자라는 낙인은 따가운 시선과 함께 줄곧 따라다닐 . ‘ ’것입니다 이 사실은 한동안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병역을 거부한다고 무엇이 바뀔까 스스로에게 이. . ‘ ?’ 런 질문을 하며 어떻게든 회피할 변명을 찾고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저는 병역을 거부합니다. .

중학교 학년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난 후 아버지는 두 번의 구치소 생활을 해야 했습2니다 어머니가 나와 내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책임졌지만 우리는 월세 방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연. . 대 보증으로 묶인 친척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우린 모두 가난해져야만 했습니다. . 모 대기업이 부도유예의 혜택을 받는 동안 그 회사의 하청을 받던 아버지 회사는 지급받기로 한 어음, 이 휴지조각이 되는 참담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것은 저와 저의 친척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 습니다.

이런 가족사가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위기라며 국가가 나서 고통분담을 외치던 우리 . ‘ ’사회에서 이러한 예는 너무나 흔했습니다 언론 등에서 대기업들의 판매실적이 사상최고라는 보도가 .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축제에 불과했습니다 위기라던 시기에 해고된 노동. 자나 부도난 영세자영업자들의 희생은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감내해야할 당연한 것처럼 요구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인식하던 사회는 냉혹한 생존경쟁의 전쟁터였습니다 개인적인 성공. . 만이 이 진창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연히 친구의 손에 이끌려 가입했던 가톨릭학생회는 그런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점차 그곳에 . 스며들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대학생활 전부를 가톨릭학생회에서 보내게 되었고 그 안에서 관계의 소. 중함을 배웠습니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톨. ‘ ’,‘ ’ , 릭학생회는 제게 가르쳐줬습니다 혼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조급증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습. 니다 가톨릭학생회는 제게 예수라는 이가 누구인지 그를 따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주. , 었습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가르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톨릭학생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보낸 시간. .

우리는 쓰고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백승덕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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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그 자체가 복음 즉 예수가 선포한 기쁜 소식을 이해하는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 ’ .

기쁜 소식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루카‘ ’ . “ , ! .(기쁜 소식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로 하여금 잔치의 주인이 되도록 요청합니다 또한 예수는 6.20)” ‘ ’ .

불의한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저항함으로써 그의 사랑이 값싼 동정이 아님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사회. 에서 당연하게 배제되었던 이들은 예수의 기쁜 소식으로 관계의 연대를 통해 그들 삶의 주인이 되도‘ ’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그를 알며 이렇게 주님의 정의가 바로선 그 사회에 평화가 입을 맞추듯 함께할 . , 것시편 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기쁜 소식과는 머나먼 다른 세( 85.11) . ‘ ’계입니다.

우리 사회는 정반대의 암담한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권력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일수록 의무만을 강제하면서 정작 더 많이 가진 이들의 이익에만 봉사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 쌍용차 . , 문제 등이 그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어 보인 예입니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고통분. 담은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되고 폭력은 약자에게 분풀이처럼 행해집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 문제에서 . 드러난 것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살고 싶다라는 목소리는 침묵을 요구하는 탄압에 묵살되기 , “ ”십상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은 단지 유리 알갱이처럼 개인으로 흩어져 이 상황을 감내하고 순응. 하는 일만을 요구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의 국가권력은 탄압하며 늘 이렇게 변명합니다 우리는 전시상황이다 실상 우리 사회는 마치 . “ .” 두 개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남북 간의 대치 다른 하나는 경제 전쟁입니다. , . 두 가지 형태의 전시상황은 늘 국가권력의 탄압을 정당화하는 명분처럼 자리잡아 버렸습니다 분단과 . 산업화를 거치며 늘 풀릴 기미가 없는 오래되고 단단한 명분입니다.

저는 이것을 완전히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실의 대치와 경쟁을 눈감아버린다고 평화와 연대의 .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믿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 대치와 경쟁의 현실 위에서 살아가고 . 있습니다 그러나 모순된 현실에 대해 눈감을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왜 항상 억눌리는 이들은 . . 정해져 있습니까 전시상황이라면 위기라면 응당 대치와 경쟁을 완화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 “ ” , , 않겠습니까 그러나 현 국가권력은 대치와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만 있다는 것이 통탄할 일입니다 저? . 항 없는 순응만이 있다면 딱히 이 상황이 나쁠 것도 없는 그들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예수를 따르겠다. 고 고백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저는 이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군대는 이러한 국가권력의 편협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년 국방부에서 도. 2007입하겠다고 발표한 대체복무제를 년 월 국방부 스스로 백지화한 것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개인2008 12 . 의 신념과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감옥에 보내겠다는 국방부의 국‘방의 의무는 너무나도 편협할 뿐입니다 게다가 최근 물의를 일으켰던 불온도서 선정을 통해서 국방’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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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스스로의 정치적 편향성을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노라고 입영한 젊은이들에. 게 주변에서 집회에 참가하는 이들이 있으면 이름을 써라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 ?

저는 국가권력이 항상 위기라는 것을 변명으로만 이용할 뿐 기본적인 자유와 사회 안전망을 보장‘ ’할 자신의 역할은 기피하는 현실이 모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이 모순에 군대를 운영하는 이들의 정치. 적 편향성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일방적으로 부과된 의무에 단순히 동원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위기를 변명삼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데에. 만 열심인 국가권력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병역거부를 선택했습니다 이 저항을 통해 의무와 순응 그리. , 고 동원을 당연시하는 국가의 성찰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전시상황이다라며 모든 것을 덮어 . “ .”버리려는 시도 앞에 우리는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라고 외치고자 합니다 비록 기대할 수 있는 “ !” . 것이 크지 않은 저항일지라도 포기해야할 만큼 작은 저항은 아닐 것이기에 병역을 거부하고자 합니다, .

년 월 일2009 9 7백승덕

백승덕

입영일에 병역거부의사 밝힘2009.09.07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2009.09.09

경찰조사2009.10.12 심리공판남부지법2009.11.04 ( )

선고공판 예정2009.12.07 현재 재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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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견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진술이라는 사전적 의미 법률적인 민사소송에서 사실에 대한 지식을 보-고하고 알리는 일 가 가지는 법 이 드러낼 수 있는 국가적 권력의 강제적이고 통치적 사람이 사람- -法 을 통치하는 현실 인 무겁고 엄격함 따위는 엄두에 두고 글을 쓰지 않았어 자기 진실의 가장 성실한 - . 진술이 문학적 행위라면 칼리오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뮤즈의 우두머리 서사시 혹은 서사시*( , 를 관장 를 위하여 고백적인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지) .

폭력의 반대는 무엇인가 차원적인 어휘력을 가진 이들은 평화라고 대답하겠지 나는 폭력의 반대? 1 . 는 침묵이라고 생각했어 폭력과 평화란 종속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서 단어적인 차이를 두려는 건 . 말장난에 불과해 폭력적이든 평화적이든 사회의 외부에 떠다니는 건 암묵적인 일시적 합의 언제 폭발. , 해도 자연스러운 거대한 핵에너지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던데 날개 밑에 수많은 박테리아를 거. . 느리고 도시에 오물을 투척하는 고깃덩어리 말이야 비둘기 시체를 본적 있나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 ? 멍청하게 부리질만 하다가 지나가던 차 타이어에 휘말려 들어가서 괴상하게 비틀려진 날개 하며 심장, 에서 숨이 가냘프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평화의 고상한 모습이고 그것을 목격하고 당황하고 혐오감을 , 느끼며 방치해 두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평화의 우아한 취미지 위 문장에서 평화를 폭력이라는 단어로 . 바꿔 읽어봐 어색함이 없어 역사에서 반복되는 두 단어 사이엔 여백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의 반증이. . 지 그런데 왜 폭력의 반대는 침묵이냐고 그건 병역 거부 사실에 대한 기록과는 관계 없으니까 내 입 . ? 만 아파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고. .

군대라는 집단의 존속 필요성은 무엇인가 나에게 남북 분단 현실의 문제를 거들먹거리는 답을 들? 으리란 기대는 버리라고 그건 최대한으로 저급할 수 있는 표현보다 더 밑바닥이니까 그건 군대라는 . . 집단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표면적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하나의 현실적인 단면에 불과하거든 매년 소비되는 국방비를 비교해 봐 국가의 경제력과 비례할 수치라면 그래프로 그려서 확. . 인할 필요까진 없을 거야 상식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 더구나 이미 북한의 정치 체제는 내부에서 은. . 밀하게 붕괴되어 지고 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지 다만 국가 권력의 필요성은 국민을 위해서 최소. 한으로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편재하는 모든 권력은 정당성도 없고 불합리하거든 그래서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그에 따라 조성되는 불안감 공포 두려움 따위는 정치인들. , , 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지 권력을 합리화 시키고 민중을 납득시켜야 마음 놓고 비리를 저지를 테니까. . 아주 효과적인 연극 무대지 그렇게 생각하면 북한의 무력 도발이 얼마나 정치적일지 납득이 가 전쟁. ?

이정식 병역거부 소견서이정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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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어난다면 그건 핵무기가 국가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쓰이지 못하는 전시용일 뿐이란 걸 생각? , 해 보지 못한 아둔한 자의 불안감이야.

병역의 의무 인간적인 평등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그 안에 숨? 어버렸지 개인의 양심 신념에 따른 선택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태도야 자본주의에서 법이 . , . 개인의 자유를 철저하게 말살해야 하는 파시스트로 변모하는 순간이거든 집단이라는 부피에서 소수의 . 권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품 그것이 대체가능한 부품일지라도 시장경제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용납, 하기 어려운 거니까.

이제 법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법아 너의 승리는 어디에 있느냐 죽음아 너의 승리는 어디에 ? , ?*( , 있느냐 고린전도서 내가 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그것이 매우 훌륭한 교육자라는 거? 15:15) 야 비유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역설과 모순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납득시켜 주거든 가증스러운 건 그 . . 놈이 때로는 지나치게 악랄함을 보인다는 거지 신사적이고 차분한 어조의 위선자를 생각해 봐. .

그런데 내가 애국심이 없다고 말하는 놈들을 보게 나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구보다 먼저 총을 들. 고 적장에 뛰어 든다 고백할거야 전쟁을 일으킨 이들이 체스게임을 즐기듯 여유롭게 감상자적인 태도. 를 취하고 있을 때 힘이 없는 아이와 여성 노인들이 죽음 앞에 유린되어 진다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 비겁함을 보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게임에선 인간의 죽음이 중요한 게 아니야 경제적으로 이익. . 을 보느냐 손해를 보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런데 너무나도 단호한 내 병역거부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역사적으로 자연이 인간에게 ? 내린 죽음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내린 죽음이 압도한 이래로 내가 정신병리학에 해당 되는 상태라면 이성이 , 마비되고 파괴에 대한 광기만이 남아 있는 잔인하게 분열된 정신적 세계를 구축했다면 군대라는 집단에 소속된다는 건 내게 큰 영광일거야 그건 내가 미쳤다는 소리거든. .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아서 단테를 인용해서 글을 끝내려고 해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 “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난 도저히 이렇게 날카롭고 소름 돋는 표현을 .” 못하겠어 그래서 내 글이 무언가 아니꼽다고 어린애 같이 불만을 가득 나열한 주제 없는 혼란스러운 . , 글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형사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기 전에 이미 법적 처분이 결정지어진 . 형식의 순리에 혼란스러움보다 더 적절한 표현 방식이 뭐가 있겠어.

이정식

입영일날 병무청에 병역거부 의사 밝힘2009.10.13 경찰조사예정2009.11.26

현재 경찰조사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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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묵은 고민을 끄집어내며1.

병역거부를 고민하게 된 시기가 언제부터였는지 그 시작점을 집어내기란 쉽지 않다말랑말랑한 대학 초. 년생 시절남성성의 결핍을 고민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병역거부운동에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다, .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나눠주는 자료집을 읽고 눈물을 울컥 쏟았던 기억이 막연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 돌이켜보면 모두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 ...나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대 내내 고민해왔던 군대문제와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과정을 나20

누고 싶다 나는 오늘을 계기로 이들 모두가 병역거부 운동에 대해서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 ...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사적인 개인에 불과했던 한 사람이 괴로워하던 끝에 그 괴로움이 어떤 . , 권력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인식했으며그 권력과의 접촉면이 최대치에 이르러 병역거부를 선언하게 된 과정, 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고생이라고는 기껏해야 스스로 학비를 벌었다는 정도였던그저 그런 젊은. , 이가 권력을 인식하고 대면하면서 겪었던 혼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단계 고통의 의미를 해석하고 권력이라고 명명하기2. :

먼저 병역거부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의논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싶다 고백하자. 면 나는 대학 남자동기들이 하나둘씩 군대에 가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군대 때문에 우울했고 힘들었다 식, , . 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깬 적도 적지 않다옆에서 자던 친구가 나의 잠꼬대에 놀라서 깨운 적도 있. 다 남들은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그런 꿈을 꾼다고 하던데 나는 군대에 가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 . ...

주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군대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는 법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내. . 게 군대에 대해 묻지 않는다 일종의 금기다 따로 정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주변 사람들과 나 사이에. . , 는 그런 암묵적 룰이 있어왔다 군대문제는 연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는 군대 이후의 삶을 계획. .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단 한 번도 미래에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그려보지 못했, 다. ...

1) 이 글은 년 월 일에 발표한 글의 요약본입니다 원래 소견서는 페이지 분량인데 웹상에 올리기도 2009 11 10 . A4 10 , 소식지에 싣기도 지나치게 많은 분량이라서 어설픈 요약본을 만듭니다 소식지 전문은 년 초 그린비출판사에서 . 2010출간예정인 책에 다른 이들의 글과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현민의 병역거부 소견서 1)

현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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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 내 일상을 구성하는 주변 사람들 군대문제를 포함한. , ( ) 나의 미래와 인생계획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성심과 선의에도 불구하. 고 나는 그런 일상적인 대화와 충고 속에서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내 고민을 나누고 설명할 수 , 없겠구나라는 확신만 남몰래 키워갔다 내겐 가장 절절한 현실이 평범한 일상 속에는 전혀 들어설 수 여. ... 지가 없는 비현실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때마다 관계에 대한 체념은 커져만 갔다 난 좋은 사람들에. 게 미안할 일들을 마음 속으로 참 많이도 저질렀다.

그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의 고통과 슬픔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고통이니 슬픔이니 권. ‘ ’ ‘ ’ ‘력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어색하고 낯설다나는 군대문제와 관련하여 정말로 권력관계에 취약한 ’ . 상태에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나는 학습을 통해 국가폭력이니 국민만들기니 하는 용어. ‘ ’ ‘ ’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곤란의 원인은 권력 때문이기보다는 왠지 관계 맺기가 . , 서툴고 미래가 불확실하게 요동치는 시시하기 짝이 없는 대를 보내기 때문인 것은 아닌가 자꾸 묻게 된, 20다.

두 번째 단계 선택 바깥의 선택이 지니는 무게를 가늠하기3. :

아무리 머릿속에서 갖가지 복잡한 수식을 동원해서 계산을 해봐도 결과는 항상 마이너스다손해가 막심. 하다 병역거부를 통해서 활력이 증가되고 기쁨이 발생하고 그런 일은 없다 그로 인해 겪을 손실을 최소화. . 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면 나는 내가 마치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온갖 잡스런 . 상상을 해보곤 했다. ...

그러나 이런 경험을 통해서 거꾸로 나는 시시하다고 생각해왔던 내 일상이 얼마나 적잖은 자원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많았다 뒤집어 보면 난 단 한 번도 권. . , 력관계에 있어서 취약한 상황에 놓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란 걱정은 다 하고 있는 꼴이었다.

또한 내게 있어서 병역거부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선택 바깥의 선택이란 점에서 가장 자유로운 선택이고 가장 주체적인 선택일지 모르지만그것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의미한다는 ,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내가 실제로 그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 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이와 같은 감정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과 이동에 대한 예감에서 발생하는 두려움이다 탈주니 . ‘ ’횡단이니 하는 용어를 애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자신이 한 번도 그런 위치이‘ ’ , 동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절절이 깨달았다 이 두려움은 현재의 위치와 병역 거부 사이에 놓인 심연. 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두려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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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권력과 결부시켜서 사고한다는 것 이것은 겁을 극복하거나 제거해야할 부정적 감정 일시적 감정. , 으로 치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오히려 그와 같은 고민을 권력의 문제로 제기하기 위해서는 그런 감. 정을 섣불리 지우지 않고 온전히 집중하고 끝까지 사유할 것이 요청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간직한 채로 그 . 감정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동학을 끝까지 감당하면서 관찰하겠다는 다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토록 오랜 . 시간이 걸렸나 보다 어떤 우울증은 의학적 치유의 대상일 수 있지만어떤 우울증은 묵혀두면 정치학의 자. , 원이 되기도 한다 아니 내가 선택한 우울증의 치유제는 정치학이다. , .

세 번째 단계 운동 주체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검열하기4. :

내겐 병역거부를 한다고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 좋은 키워드는 없는 것 같다천주교식 세례명이 있지. 만 사실상 냉담자다 단체에 속해 있지도 않다좋아하는 사상가가 있지만 그래도 무슨주의자라고 이름을 , . . , 가져다 쓰기엔 영 어색하다 대 내내 페미니즘은 내 고민을 지속시켜주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페. 20 . 미니스트라고 하기엔 성별이 남성인데다가페미니스트와 연애를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는 치명적인 과거, 가 있다 평화를 사랑하기보다 그냥 싸움을 못하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내겐 팔레스타인 주민의 아픔을 헤. . , 아릴 능력이 없다 후원모임카페에다 한 대학동기녀석은 평화의 꽃이 되라고 적어놓았던데 나는 . ‘ ’ , 꽃보다는 꽃미남이 되고 싶은 바람과 욕망이 훨씬 크다 이러다 보면 정말 그릇도 안 되는 놈이 분‘ ’ ‘ ’ . 단국가에 태어나서 주제넘게 욕을 보는구나 싶었다. ...나는 병역거부를 하기 위해서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주체로 자신을 포장하고픈 유혹에 저항하고 싶다.

내겐 진정성과 속물성 소심함과 뻔뻔함귀여움 과 섹시함 이 모순적으로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 , (?) (?) .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병역거부운동의 주체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계에서 . 피어나는 요상한 방식의 주체 아닌 주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또한 완결된 자기서사나 고도의 성찰성을 . 추구하지 않더라도 좀처럼 정치화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사연 가장 내밀한 일상을 구성하는 파편적인 이야, , 기들을 통해서도 정치적 영역이 무엇인지를 사고할 수 있지 않을까. ...찌질함에 기반하면서도 궁상맞음을 경계하는 병역거부운동을 하고 싶다 내 몸에 얽혀있는 감정을 제거.

하거나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것 또한 정치적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운동을 하고 싶다, .

비약이 아닌 몰락의 정치학을 선택하며5.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나는 대개의 대학생과 지식인이 그러하듯이 소위 민중 내지 사회적 약자의 삶, , 과 자신의 삶을 쉽게 동일시하거나 투사하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히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권력과 힘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의 진정성과 공감의 순간이 아주 없진 않았다 하지만 병역거부는 내게 위와 같은 . . 행위와는 별개로 실제 그러한 삶으로 진입하는 일이 어떤 체험인지를 생생히 알게끔 했다. ...

아마도 병역거부는 지금껏 내가 지닌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와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그 밖의 , 자원을 상당 부분 박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때 생긴 상처와 흔적은 많은 병역거부자들이 그런 것처럼. , , 오랜 세월을 감당해야 하고 쉽게 지우거나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역거부라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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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순간삶의 궤도는 기우뚱 하면서 흔들리고 가치들의 좌표는 천체운동을 시작한다 나는 그런 몰락을 기, . 꺼이 선택함으로써내 생애 최대의 권력과의 접촉면을 선명히 드러내고 이를 통해 개별적인 삶에서 벗어나, 고픈 소망이 있다 그리고 나의 삶 또한 다른 어떤 이들의 삶과 포갤 수밖에 없는 그런 위치에 이르고 싶다. 는 바람이 있다 그것이 결코 유쾌한 경험은 될 수 없겠지만 그때의 삶은 적어도 하나의 운명일 수 있다. , .

현민

입영일날 병역거부선언 파티 개최2009.11.10 현재 경찰조사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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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일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미군 군의관이 총기를 난사해 명이 죽고 명이 11 6 , . 13 30다치는 최악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어떤 말로도 옹호될 수 없는 비극이다 그러나 우리는 . . 이 비극의 책임을 이 사건의 용의자에게만 지울 수 없다 월 일자 한겨레 신문을 보면서 이 사건의 . 11 7용의자인 군의관이 담당하던 업무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귀환한 장병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 ․ 하는 것 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가 이라크에 타의에 의해 가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 . ‘ ’ 있었다 그는 전쟁에 참여한 장병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며 반전사상을 키워왔다고도 한다 이. . 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기는 지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라크와 아프가‘ ’ . 니스탄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그들의 육체적인 호흡을 멈추게 되었고 그 전쟁에 참여하여 비극을 경험, 한 군인들은 정신적 질식에 빠지게 되었다 그 질식 상태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인 군의관은 자신이 . 치료하던 군인들이 목격한 상황 속으로 자신이 끌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 끔찍한 사건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최근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를 두고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외교통. 상부 장관이 희생을 감내하겠다 라고 말하는 이번 파병은 파병될 장병들에게도 아프가니스탄의 주민들“ .” , 에게도 결코 이로운 선택이 될 수 없다만일 실제로 파병된 장병에게 위험한 상황과 결과가 닥친다면 혹은 . , 귀환한다 하더라도 전쟁을 경험하며 갖게 될 정신적인 쇼크는 누가 담당해줄 것인가 또한 한국군의 폭력에 ? 희생될 민간인의 피해는 누가 구제해줄 것인가 한국의 과거에도 파병된 장병들이 있었고 그들은 많은 전시 ? 상황들을 겪으며 현재까지도 그로인한 상처에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장병들이 겪었던 전쟁의 . 참상을 치료의 목적으로 듣기만 했던 한 의사가 총기를 난사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이것은 그저 . 개인차에서 비롯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개인차를 무시한 파병으로 누군가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 는 상처를 낸다면 현재 미국에서 일어난 끔직한 사고는 한국에서도 다른 형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

정부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외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면 한국 .

그에게 두려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하동기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서울구치소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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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의 안위나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안위는 뒤로하고 파병할 수 있다고 말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국민들이 그 생각을 바꿔주어야만 한다 내 친구. . , 내 가족이 지금 파병된 미군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상처를 입게 할 수 없다고 소리쳐야만 한다 물론 . 귀머거리인 정부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눈에 거슬린다며 쫓아버리려고만 하겠지만 그럴수록 더 집요하고 끈덕지게 괴롭혀줘야 한다 그것이 생명을 위하는 길 평화로 향하는 길일 것이다. , .

2009. 11. 7.서울구치소에서 하동기

하동기

입영일 병무청에 병역거부의사 밝힘2009.07.07 ,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2009.07.13

경찰조사2009.07.17 검찰조사2009.08.21

심리공판중앙지법2009.09.25 ( )선고공판에서 징역 년 월 선고 법정구속2009.10.21 1 6 ,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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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성 교도소에 살고 있다 화성은 서울 아래에 있다 수원 아래에 있다 수원역에서 제부도가. . . 는 버스를 타고 분쯤가면 화성 교도소가 나온다40 .

여기가 내 집이다.이곳에 온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이 교도소 내부를 모른다 이 복도가 어디고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알.

지 못한다 도망가기 어렵게 미로같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교도소를 하늘에서 바라본다면 닭발 같은 형. . 태일 것이다 가운데가 모여 있고 각각의 사동이 닭 발가락처럼 길게 뻗어 있는 기하학적인 구조로 보인다, .

교도소 중앙부도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한참을 걸어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 듯한 착각이 든다 모든 복도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복도를 걸을 때는 정해진 길로 한줄로만 걸어야 . 한다.떠들면 안되고 팔소매를 올려도 안된다 옷단추가 열려 있어도 안되고 목의 칼라는 반듯하게 정돈.

되어 있어야 한다. 스피커에서는 언제나 똑같은 노래가 흘러 나온다.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 않아요 법은 우리를 도와 주어요 법은 우리를 지켜 주어요" . "나도 모르게 노래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앞 사람의 뒷통수를 쳐다보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

정숙하게 걸어간다- - .

여기는 마치 거대한 축사와 같다 건물은 위생적이고 깨끗해야 한다 전염병이 없어야 하며 동물들. . 은 반드시 건강해야 한다 밥을 먹지 않으면 처벌한다 자지 않으면 처벌한다 일어나지 않으면 처벌한. . . 다 탈출을 시도하다가는 총에 맞을 수도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축사에는 사형수들만 살지만 교도소에 . .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살아서 출소한다는 점이다 물론 영원히 교도소를 나가지 못하거나 사형을 기다. 리는 몇몇은 예외다.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축사의 동물들은 모두 무죄이지만 혹자는 전생의 업이라는 죄가 있다고도 - ' '

한다 교도소의 동물들은 모두 유죄라는 점이다 물론 자기의 죄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 . 대부분이긴 하다.나는 이제 그들이 죄명이 궁금하지 않다 왜나하면 결국 다음 중에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기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성매매 알선 본드 흡입 히로뽕 투약 폭력 폭행 살인 강간 방화' , , , , , , , , , , ,

화성에서 온 편지은국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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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치사 자해 공갈 무고죄 건달 반달 양아치 여호와의 증인 혼인 빙자 절도 특수 절도 절도 누, , , , , , , , , , 범 장물 알선 사행성 오락실 탈세 횡령 뇌물 공문서 위조 병역법 위반 등 등 등, , , , , , , '

나는 꿈을 꾸는 중일까?여기는 도대체 어디지?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얼마 전 나는 법정에 서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 라길래 나는 세 마디 말을 했다.싫어 안할거야 날 내버려 둬" , .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그 작은 입을 벌려 순식간에 나를 집어 삼.

켰다. 꾸울꺽" !" 이리하여 결국 놈들의 좁고 어두침침한 뱃속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이 꿈이 아니라고 , .

할 수 있겠는가 비몽 사몽으로 외쳐댄다. . 야 이 못생긴 괴물 놈아 나를 놓아 달란 말이야 너의 그 구린내 때문에 질식할 것 같단 말야" . . "그러나 인간의 생명력은 놀라운 것이다 이 숨막히는 답답한 놈의 창자 속에서도 곧 적응하고 대응.

한다 비루한 목숨이여 배고픈 돼지가 되어도 좋다 건강하게 살아 있어만 다오 그렇다 죽지 않는다. , . ! . 면 더 강해지리라. 언젠가는 네 놈의 똥구멍으로 빠져나갈 날이 올테다 그때는 더 이상 네 놈의 뱃속 따위는 두렵지 않을 .

거야 너는 나를 소화시키지 못하니까 다시 한번 나를 집어 삼킨다면 혼쭐이 날 걸 나는 네 놈의 창자를 똘. . 똘 말아 버릴테니까 넌 결국 아픈 배를 붙잡고 이렇게 소리 지르게 될거야. .

아야 제발 그만해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내 몸에서 다시 나가줘" ! ! ! "

은국

입영일에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2009.02.19. 경찰조사2009.03.30. 검찰조사2009.04.08

심리공판북부지법2009.06.12. ( )년 월형 선고받고 법정구속 성동구치소 수감2009.07.03. 1 6 .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2009.08.26 현재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수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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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운찬 국무총리 인준안으로 국회가 떠들썩했습니다 세종시 수정 발언이 시초였고 이어 서. , 울대 총장 시절 다른 영리법인의 이사로 재직하여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여, . 기에 그런 적 없다는 청문회 당시의 발언을 하여 위증죄까지 더해져 야당에서는 국정조사와 해임권고결의안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병역기피 의혹입니다 그는 독자라는 이유로 입영, . 을 연기하다가 해외 유학길에 올랐고 그대로 세가 넘어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합니다 예전 , 31 . 고건 총리도 그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들의 그런 행위에 대한 평가보다는 뭐가 되었든 일, 단 병역기록부터 떠들어보는 장면을 볼 때마다 체한 듯 가슴이 막힙니다‘ ’ .

대학교 졸업 년을 앞두고 미국에서 테러가 있었고 곧 이어 아프간에서 미국의 소위 반테러 1 , 911 , 전쟁이라는 것이 벌어졌습니다 테러와 반테러 사이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아프간 전쟁은 년. , 8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병역거부를 결심했던 것은 그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저와 같이 . . 생각했던 많은 학생들이 예비병역거부라는 것을 했습니다 대개 학교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던 소위 . 운동권 학생들이었습니다‘ ’ .

저는 학교 부총학생회장의 임기를 마치고 졸업을 준비하고 있었고많은 학생들은 각기 자신의 학교에서 , 총학생회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가을예비 병역거부 선언을 했던 모든 이들이 선. , 거에서 낙선을 했습니다 대신에 병역거부를 고민했지만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이들은 다수 당선되었습. 니다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대학에서조차 병역을 거부했다는 것은 마치 신성모독처럼 여겨졌고 친한 . ' ‘ , 선후배 동기들도 등을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선거에서 그 문제를 꼬집은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묻지도따, . , , 지지도 않고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의 투표에서 예비 병역거부자들을 제외시켜 버렸습니다, .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졸업을 하고 사회당이라는 진보정당에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지, . 금은 작년에 창당한 진보신당에서 역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이고 가난한 이들에게 무자. 비한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활동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은 대학 때부터의 생각입니다. 대학시절부터 사회당의 전신인 청년진보당의 당원이었고 진보가 거세된 한국의 정치현실이 지금의 한, 국사회를 만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진보정당운동을 해오고 있

정치적 병역거부자와 정치활동이원표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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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총학생회 선거에서 예비 병역거부자들이 우후죽순 낙선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대. . 학의 선거에서 아직 병역거부를 한 것도 아닌 이들이 그러했는데실제 병역을 거부하고 옥살이를 하고 나, , , 온 이가 선거에 나가면 시민들은 어떻게 나올까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아프간 전쟁에 이어 미국은 이라크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여 침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영원할 것 . 같은 우방인 한국도 미국의 요청에 의해 파병을 했습니다 자이툰부대라는 이름을 가진 파병군이 출발. 하던 년 월 저에게는 징집영장이 나왔습니다 저는 자이툰부대의 파병을 규탄하면서 입영을 거2004 8 , . 부하는 기자회견를 국회 앞에서 가졌습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저는 한겨레신문 사회면을 대문짝만하. 게 장식하는 행운 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뉴스에 이름이 올라 나중에는 누가 너 뭐하냐 라고 (?) . ‘ ?’물으면 농담 삼아 네이버로 검색해봐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병역거부자 중에‘ ’ . 서 제가 열 몇 번째로 기억되는데 그 중에서도 종교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혹은 평화적 신념과 양심, 에 의해 병역거부를 선언한 이들을 특별히 정치적 병역거부자라고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부류에 하. 나이고 또 많은 이들이 아직도 정치적인 신념과 양심에 의해 병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꿈은 , . 군대가 없는 국경이 없는 차별이 없는 그리고 평화라는 보편적인 사상이 실제로 이 사회의 행동원리, , , 가 되기를 바라는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그 불가능한 것을 조금이라도 이뤄보기 위해 소수자와 연대하. 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며 다른 나라의 분쟁지역의 전쟁난민을 지원하고 또 평화를 위한 , , , 국제연대를 모색하며 평화적인 군축과 징병제 폐지 캠페인을 하는 등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자신의 , , 힘을 다해 정치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비슷한 벽을 경험합니다 군대도 안 갔다온 것이 라( ) . . ‘ ..’는.

병역거부 선언을 하고 한 선배와 징병제 폐지 캠페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캠페인에서 많은 남성들, . 의 대개의 첫 번째 반응은 너 군대 어디 나왔어입니다 신기하게도 저보다는 해병대를 나온 그 선배가 ‘ , ’ . 훨씬 많은 서명을 받아왔습니다 사실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자는 자격 없. . ‘는 것들이니 말입니다 특히 국방과 안보 문제에서는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 .

선거공보가 집에 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페이지에 있는 병역 재산 납세 사항을 순서대로 보고 2 , , 팽개치기 일쑤입니다 그 면에 병역사항 면제 전과 병역법 위반이라고 적혀있는 후보자가 있다면 . “ - , - ”지금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사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제일 처음. . 이 병역이고 그 다음이 재산인 뉴스들이 대신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정치활동에 전면에 나설 수도 , . 없으면서 진보정치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는 모순된 삶이 조금씩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다른 길을 찾아야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그러나 아직은 포기하기도 싫습. . 니다 그래도 진보정당에서는 병역거부가 과가 아닌 공으로 대접을 받으니 할 일이 많기도 하고. ‘ ’ ‘ ’ , 또 병역거부자 정치인 자체가 병역거부 운동의 진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 .

그런데 병역거부자 정치인이라 그런 날이 있을지 제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납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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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들의 행복한 책읽기< >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에 홍기빈 선생님과 함, 께한 평화주의자들의 행복한 책읽기 오프모임이 열렸다 년 월 일 저녁 시반 홍대근처 . 2009 10 26 7 , 공간 민들레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먼저 칼 폴라니의 전 세계적 자본주의. <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와 거대한 전환 장 > < > 1백년평화를 어떻게 읽었는지 간단한 소감을 나누었는데 책이 어려워인지 경제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

잘 안읽혔다는 사람도 있었고 내용이 신선하고 유익해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홍기. 빈 선생님은 우리 책읽기 모임의 특성을 살려서 '백년평화에 나오는 세력균형체제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백년평화 내부적으로 전쟁의 규모가 더 커지던 , 시기

세기 유럽의 국가간 체제와 세력균형 시19-20스템의 변화를 살펴보며 당시의 전쟁양상이 변화됨을 알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세기 말까지 전. 19쟁이 거의 없었던 상태를 백년전쟁에 빗대어 폴라니는 백년평화라고 이름붙였지만 사실상 본질적 ' ' , 변화는 세기 초부터 일어나고 있었다는 분석이19다.

세기 전쟁이 거의 없었던 세력균형체제를 보19고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무역을 하면 평화가 온다고 말하지만 폴라니는 전쟁을 수단으로 해서 평화를 , 보장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자본주의가 생. 겨나면서 전쟁을 꺼리는 경향이 생긴 것은 맞지만 이것은 상업적 투자 관계에서 불안정성을 꺼리기 때문이고만약 불안정성이 아니라 아주 큰 투자의 , 기회라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더 큰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인데 전쟁에 돈을 대던 부르주, 아들이 이익이 있다고 판단을 할 경우 이익을 얻기

평화주의자들의 행복한 책읽기 한국평화활동가대회+ 2009

여옥 | 전쟁없는세상 책임활동가 + [email protected]

홍기빈 선생님의 열띤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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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모든 돈을 쏟아부어서 적극적으로 전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허울좋은 백년평화 동안 사실. 상 전쟁의 규모는 훨씬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평민은 세금을 내는 것 외에

는 전쟁과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이후 벌어진 , 1차 세계대전은 이전의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군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결국 백년평화 기간. 동안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변화하여 더 거대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 은 차대전의 원인을 음모론자들 때문이라고 생1각했고 다시 세기 체제로 돌아가서 자유무역, 19을 하면 평화가 온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반. 면 폴라니는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각국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카는위기의 년, E.H. ( 20 ) 자유무역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자유무역 때문에 전쟁이 생긴거라고 하고 기든스도국민국가와 , (폭력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전쟁의 규모를 키웠) 다고 주장했다.

골룸 스미골 이중운동- ,

인간은 호모 이코노믹스가 아니라 총체적인 존재이고 노동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자꾸 상품이 되기를 강요당하다 보니 생기는 정신분열과 같은 현상에 대해 홍기빈 선생님은 반<

지의 제왕 에 나오는 골룸과 스미골에 비유하여 설>명을 하셨다 각 국가내부에서는 시장경제를 유지. 하려는 움직임과 이를 제어하려는 보호움직임 즉 , 이중운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국가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식민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보면서 지난 년간의 시장30경제는 끝났다고 한다 더이상 보이지않는 손을 믿. 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최근 에서는 지구적 , G20불균형을 해소해야한다면서 자국화폐가치를 낮추는걸 보면 보이지 않기는커녕 보이는 손에 심지어 , 나라이름까지 써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의 이 경제위기를 해소하는 방법은 전쟁 뿐이라는 예측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다들 . 상당히 심각해지기도 했다.

전쟁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의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데 맑스주의자들은 그 원인, 을 지배계급으로 돌렸지만 폴라니는 소수의 지배, 계급이 아니라 전쟁을 원했던 사회 전체를 보았다고 한다 홍기빈 선생님은 전쟁 앞에서 평화주의자. 가 아닌 사람은 없지만 소수의 지배계급만이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전쟁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지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혁명 이념 도덕 이런 것들도 . , ,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사회경제적 불만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시행하는 것이 전쟁을 막는 길이라고 하셨다.

멍청해지는 보수 하지만 더 무능한 진보,

이런저런 질문들이 오고가는 와중에 진보의 무능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최근 경. 제위기의 원인을 자유주의자들이 모든걸 국가책 임으로 돌리면서 최근의 경제위기마저도 국가책

공간 민들레에서 열린 책읽기 오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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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라고 하는 국가가 과도하게 규제를 풀었기 , 때문이라는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있음에도 진보는 제대로된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셨다 경제에 대한 관. 심도 없고 제도화를 위해 일부 타협을 하면 개량이라고 비난하고 그러면서 현실적인 정치능.. 력을 상실해버린 진보가 무능해지는 사회학적 과정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보. 수는 아이큐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진보는 원, 래 낮아서 아직도 한참 아래라고 하신 얘기가 남얘기같지 않아서 남몰래 움찔하기도 했다.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뒷풀이를 하러 갔는데 뒷풀이자리에서도 못다한 이, 야기들이 계속되었다 칼 폴라니의 책이 생각보다 . 어려워서 강연 때 하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는게 어떨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기, 본소득제를 시행하려면 국가가 더 크고 강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모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라고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모두가 거대한 전환 책을 갖고. < >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앙탈을 부려서 할인혜택을 받아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책에 대한 서평은 행복한 책읽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다.

http://www.withoutwar.org/happybook

한국평화활동가대회<2009 >

년 월 일 일 강원도 인제 평2009 11 5 - 7 DMZ 화생명동산에서 한국평화활동가대회가 열렸2009 다 평화활동가대회는 국내 평화운동의 소통과 연. 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유하는 평화단체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매년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고 전쟁, 없는세상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준비위원회로 참여했다.

올해는 평화운동통 하였느냐통 하였느“ , ( ) , ( )痛 通냐 국가폭력과 비폭력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우: ”리사회 비통 한 현실을 꿰뚫고 평화운동의 소통( )痛

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한국사회의 현실과 평( ) . 通화운동의 과제를 돌아보기 위해 국가폭력과 인권‘문제 검토회의와 한반도 비핵화를 ’, ‘2010 NPT ’주제로 한 쟁점강연과 토론이 있었고 비폭력대화 , 워크샵과 참가자들이 직접 개설하는 다양한 주제별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주제별 워크샵에서는 무기제. 로팀의 활동을 소개하는 워크샵도 열렸는데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고 진지한 토론과 제언이 이루어졌다새로운 활동에 대한 . 한 아이디어도 나왔는데 무기박람회에 대항하기 , 위해 평화단체들이 모여 무기군축박람회를 개최해보는 것과 공대와 사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 개설에 대한 의견이 나와서 무기제로팀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근차근 준비해보기로 했다.

평화활동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평화운동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피스까페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었다. 당장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늘 여유가 없어 지쳐있는 많은 활동가들이 새로

거의 시간 동안 흥미진진한 대화가 이어졌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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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활동의 에너지를 채워갈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피스까페팀의 활약은 지난‘ ’해보다 더 돋보였다 참가자들이 직접 쓴 자기소. 개 카드 전시와 행사사진 슬라이드 상영 각 단, 체에서 가져온 이런저런 자료들과 이전의 평화활동가대회 사진전시 등을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다과 혹은 약간의 주류를 즐기며 둘러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평화콘서트에서 들었던 평화생명. DMZ 동산 정성헌 이사장님과의 대화 각 조별로 다양, 한 형식에 맞춰 준비한 불만 발표 영화상영‘ ’ , , 달밤의 체조 제기차기와 윷놀이 등 다들 나이와 ( ) 신분을 망각한 채 신나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대회장소인 평화생명동DMZ 산 근처 제땅굴과 을지전망대를 둘러보면서 분4단의 아픔과 평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다시보니 그렇게 코메디가 . 따로 없던 분짜리 안보영화와 지나치게 열악10하던 안보관광지 시설들을 보면서 그렇게 중요, 하다던 국가 안보인데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 입, 장료를 받아다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정보공개청구하고 국감 때 질의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날이 흐려서 북한이 잘 .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쪽은 먹을 것도 없어서 군,

인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게 보인다는 안내원의 이야기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최근 월북한 사람 . 때문인지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군인이 계속 인원점검을 하던 것도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평화활동가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아프간 재파병에 반대하는 평화활동가 성명을 발표했다 아프간. 의 고통을 빌미로 점령군의 편에서 부도덕한 이익을 기대하는 파병결정은 결코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더 적은 숫자가 참가하. 긴 했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평화이슈들을 고민하, 는 각각의 활동가들의 생각을 나누고 공통의 관심분야와 구체적인 실천들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평화활동가대회 참가자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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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구나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우린 어떤 누구와도 함께 더불어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을 살아야만 해한반도 사람으로 살기 위해- , -

지난 월 일 늦은 시 평소에는 찾는 이가 적었던 연세대의 한 건물로 명 가량의 많은 사람들이 모9 29 7 , 70여들었다 군 제대자와 입대 예정자 병역의무가 없는 사람과 병역거부자가 모여 군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 , 론회 자리였다 사실 연대 신학대생 병역거부 선언이라는 기사가 포털에서 이목을 끌었던 터라 감. “ ” ‘히 군대에 의문을 제기한 장본인을 보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

군대에 대해 나름의 물음표와 답을 하나씩 갖고 가자는 정종훈 교목의 인사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군대. 에 다녀 온 사람은 군대가 한국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통제방식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군대가 모. 든 관계정립의 도구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군대에 갈 의무가 없는 사람여성은 국가가 군대를 통해 . ( )근거 없는 성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여남 모두를 주체적인 삶에서 배제시킨다고 생각했다 또한 정작 군대가 / .

작동하는 방식에도 남성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대에 가기로 마음먹은 사. 람은 군복무와 처벌 외에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는 상황 자체가 폭력이며 억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 우리가 군대에 대한 다양한 의문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대안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다.

다행히 토론회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좋았고 병역거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왔던 사람들도 최소한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는 인식은 갖고 돌아‘ ’

자유 이 눈물겨운 자유여 , 연세대 토론회 군대에 관한 대의 솔직한 대화- < 20

너 왜 군대가니 후기 - , ?>

서원용 |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연세대 학생 + [email protected]

토론회 군대에 관한 대의 솔직한 대화 너 왜 군대< 20 - , 가니 가 열렸던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 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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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던것 같다 청중들이 던진 질문과 자유토론 . 의 수준이 높았고 후속토론회 요구도 상당했기에 성공적인 토론회였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는 왜 사람이 소통이 아닌 명령과 복종

을 통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걸까 인간이 타인의 . 사고와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에서 부여되는 걸까법이 그렇다고는 하나 법이 곧 정. , 의이며 진리인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이 무조건 옳다는 일상적인 믿음을 의심하‘ ’지 않고 살아간다.

병역거부자 하동기는 왜라는 질문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부르짖는다 군대에 가는 사람이 군대에 가‘ ’ . 야 하는 확고한 이유를 가지고 갈 때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같은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고 말한다 백승덕 또한 한국의 군대가 수호한다는 자유민주주의가 그 기본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 ‘ ’ ‘ ’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음을 꼬집는다.

그러나 그들이 갈구한 자유의 대가는 여전히 가혹하다 하동기가 구속되어 수감된 것은 물론이고 백승덕 . 또한 징역 년을 구형받았다 병역거부 선언과 학내 토론회로 작게나마 술렁였던 학교와 세상은 어느새 조2 . 용해졌고비난의 말보다 더 시린 무관심이 그네들을 힘들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관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 . 전에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곧 언젠가 다시 만납시다 동기형이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와 환하게 웃는 사진이 그를 너무나도 “ , .” 그립게 한다 말로는 양심의 자유와 인간의 평등을 외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 무뎌지고 느슨해지기 쉽다 그러나 온몸으로 자유를 외치며 기꺼이 세상과의 단절을 감수한 우리의 소. 중한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좋은 노랫말을 덧붙입니다.

길 그 끝에 서서

글 박현욱 곡 지민주 편곡 마구리밴드 , ,

우리 앞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걸어온 거야, .언제나 길의 끝에 섰던 사람들이 우리가 온 길을 만들어 온 것처럼.

경청하는 사람들 토론회에 참석했던 여명의 사람들. 70은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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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먼저 간 사람들의 빛을 따라 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스스로 빛이 될 차례야.

이제 끝이라고 희망은 없다고, . 길을 찾을 수 없어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 쉬고 절망하지 마. 그건 우리가 옳은 길을 걸어온 걸 확인하는 거야.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 차례야.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그렇게 왔잖아 우리 당당하게, .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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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전쟁없는세상은 그동안 소식지를 통해 일상 속의 군사주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일상에서 지나치면서 알게 모르게 군사주의 재생산에 기여했던 문화를 드러. 내고 비판하고 성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때론 이런 기사가 비판지점을 드러내는. 데 급급해 소위 문화영역에 갇히거나 다소 도덕적으로 흘렀던 측면도 있었다 군사주의를 발견하고 드. 러내는 것 이상의 작업 즉 우리에겐 군사주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했다, .

이번 기획기사는 일상 속의 군사주의라는 유사한 주제를 다루면서 조금은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대학 내 군사주의 문화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감히 미시와 거시 경제와 문화 역사. , , , 를 아우르는 야심찬 시도를 시도하고자 했다 이런 접근법이 본문에 얼마나 잘 드러났는지는 미지수이. (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하게 된 까닭은 전쟁없는세상에게 익숙한 기존의 군사주의라는 키워드^̂ ;;) , 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새로운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당연하게도 . 그 새로운 현상의 배후에는 신자유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매체편집팀이 회의를 통해 공통적으로 동의한 바는 대학 내에서 군사주의 문화를 견인하던 첨병이었던 , 예비역 집단이 더 이상 가해자라고 하기엔 참으로 안타까운 몰골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회의 도중 어느 .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예비역은 카리스마적인 폭군이라기보다 안타까운 과거의 유물에 가까웠다 대학 내 , . 지배적 문화는 군사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대개의 사회학적 인류학적 연구에서 지적하는 군사주의 문. 화는 년보다는 년대의 풍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우리는 군사주의 문화의 소멸을 선언하고 만세를 부2009 90 . 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포스트 군사주의라는 용어도 제시되었다. - .

이런 년도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군사주의에 대한 사고를 놓지 않으면서 새로운 혹은 세련2009 , ‘ ’ ‘된 군사주의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기획기사를 통해 담고자 했다 매번 소식지 작업이 그렇듯이 이번 기’ . , 획기사에 담긴 글도 숙성된 고민을 담고 있기보다는 고민의 시작을 알리며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내용에 가깝다 또한 글쓴이에 따라서 색다른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용어사용에 있어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 , 거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학 내에서 새로이 출현하는 대. 안을 살펴보고 소개하고자 했었는데 이 부분 역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무책임한 , . . 변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안은 역시 함께 모색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얼어붙은 대학문화 수면아래의 군사주의,

매체편집팀 | 여옥 조은 현민 형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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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어 아무도 없네1. “ !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과방이란 곳이 , , , ‘ ’있었다 호랑이도 담배 끊는 그 시절에 과방에. , 서 우리 과 형님들은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비. 흡연자든 흡연자든 상관없이 같은 과에 속한다, 면 누구나 형님들 덕분에 과방 안에서 담배향을 맡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법적으로 건물 내 흡. 연은 전면 금지되었지만 자치 공간인 우리들의 , 과방에서만은 형님들의 끽연권을 그 누구도 억압할 수 없었다.

과방에서 과 형님들은 마치 내무반 말년병장처럼 우리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셨다 여름 . 오기 전에 에어컨을 청소해라 테이블을 좀 닦아, 라 바닥을 매일 쓸어라 쓰레기통을 비워라 분, , , 리수거를 해라 이번에 새로 들어온 그 신입생 , 여자애 핸드폰 번호를 대라 등등 그러다가 무료.

해지면 형님들은 재밌고 웃기는 얘기를 해보라고 후배들에게 명령하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과방 . 안에서 형님들보다 재치만점일 순 없었기 때문에 형님들은 우리를 갈구시면서 과방에서 절대로 재미있는 개그를 선보이곤 하셨다 학번은 깡패지. 만 복학생은 법이었다 학번은 대학 내 계급이, . 지만 계급서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시 군대를 , 다녀온 형님들의 권력이었다 아무도 형님들에게 . 대항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옛날처럼 어느 날에. 도 과방에 형님들이 앉아서 담배를 태우고 계셨. 다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 소리 때문에 요즘 형님들의 심기가 좀 불편하시다 아무래도 조만간 신고식을 해야겠다 그런데 . . 몇몇 신입생 남자애들이 슬쩍 과방 문을 열고 과방 안을 빼꼼히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뒤에 있는 . 자기 친구에게 머리를 돌려 이렇게 말한다.

야 과방에 아무도 없다“ , .”

조은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형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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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뜨악한다 머. 리에 피도 안 마른 신입생들이 분명히 눈 시퍼렇게 뜨고 앉아 있는 자신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는커녕 아예 본체만체 해버렸기 때문이다. 형님 한 분이 개념 없는 후배에게 화를 내려고 ‘ ’천천히 일어서시기도 전에 이미 그 신입생은 문, 을 쾅 닫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형님들은 도무지 상황파악이 되질 않았다. 정말이지 자신들이 군대를 다녀오기 전만해도, , 자신들이 저 나이 또래 신입생이었을 때만 해도, 이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과방에 앉아 계신 선. 배를 본체만체 하다니 이건 당장 옥상 줄빠따 깜이다 아무래도 이번 개강파티 때 과모임에 갔을 . 때 단단히 한 마디 해야겠다고 형님들은 굳게 다짐한다.

그렇게 벼르고 별러 개강파티에 참석하신 형님들은 더욱 어이없는 광경을 곧이어 접하게 된다 과모임에서 그들은 과학생회 회장과 부회장 . 그리고 자신들까지 모두 합해 총원 명만 앉아 7있는 초라한 명 단체예약석을 체험한다 아무50 . 도 없는 것이다 이제 이곳엔 옥상 줄빠따를 맞, . 기는커녕 개강파티에 들를 겨를조차 없이 대학생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고학번 복학생보다도 . 먼저 취직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신입생들까지 생겨나는 판이다.

과거 대학문화 군사주의-

장면 에서 살펴봤듯이 과거 대학문화에서 끽1연권을 비롯한 여타 권력들을 누릴 수 있는 자들은 고 학번 선배 더 정확히는 군대를 현역으로 제, ‘대한 남성 선배들이었다 군대를 나왔다 하더라도 ’ . 현역으로 제대하지 못하거나 군대의 남성성을 획득하지 못한 남성들은 예비역의 권력을 누리지 못한다방위로 제대한 사람은 자신이 현역을 나오지 못.

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목소리나 행동거지가 , 여성스러운 남성은 남자취급인간취급을 받지 못했( )다 술을 마시지 못하고 후배들을 통솔할 수 있는 . , 남성적 카리스마가 없는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군필 선배들의 명령을 수행하고 종종 줄빠‘ ’ ,

따를 맞던 이들은 군대를 가지 않은 학생이다 군미. 필 남성들은 선배의 재미없는 개그에도 개그코너 분장실의 강 선생님에 나오는 후배개그맨마냥 ‘ ’폭소해야하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는 년대에 . 90지배적 대학문화로서 작용한 군사주의 때문이다당. 시 대학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군대를 갔다 온 예비역 남성들이었고 그들이 군대에서 내면화한 상, 명하복을 기본으로 하는 군사주의 문화가 곧 대학문화의 기반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군사주의 같. 은 남성성을 획득하지 못한 자는 배제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르면 여성은 선천적으로 배제의 대상이었다 과거 운동권 여성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 맨얼굴 청바지를 고수했던 것은 어떻게든 군사주의 문화에서 배제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운동권 여성들이 형이라는 단어나 욕과 같은 ‘ ’남성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담배를 피우는 등의 행위는 후천적으로나마 남성성을 획득하고 더 나아가 , 남성성을 기반으로 한 군사주의 문화에 적응하려는 전략이 내면화되어 있다 결국 과거 대학문화의 적. 응은 군사주의 문화에의 적응여부에 따라 갈린다.

대학문화의 변화 경쟁문화-

하지만 현재 대학문화는 과거 대학문화와 양상을 달리한다 군사주의 문화가 대학문화 적응여부의 . 기준이 아니다 더 이상 군대를 다녀왔다고 해서 고 . 학번 남성으로서 위세를 부릴 수도 권력을 주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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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없다프롤레타리아의 자식들은 현역으로 입대. 하고공익으로 빠지는 부르주아의 자식들을 부러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현 상황은 군사주의의 전성기가 지났음을 보여준다 대학문화에서 군사. 주의의 위상이 약화된 것이다. 약화된 기준을 대체할 기준을 파악하기는 어렵

다 현재의 대학문화는 무엇이 대학문화라고 부르기 . 힘들만큼 개인화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학, . 하자마자 도서관에서 고시 준비하는 신입생들의 모습에서 어떤 문화를 기대할 수 있고 사회적 이슈들, 에 대한 공론장에서 사라진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무엇을 보여주는 것일까.

결국 대학문화는 경쟁만이 남았다 학점관리와 . 취직준비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파편화된 와중에 그나마 주도적인 현재의 대학문화다새로운 대학문. 화에서 승자는 안정적인 직장 연봉 높은 직장 취직, 을 획득한 부류이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은 취직. (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취직에 경쟁력 있는 ) , ( )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만년고시생과 미래의 비정규직들이 계속 양산된다.

신자유주의의 대학문화 침입

이러한 대학문화의 급격한 변화는 신자유주의의 본격적인 유입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 사회에 신자. 유주의가 퍼져가는 것과 동시에 대학사회는 그 흐름에 편입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사회는 경쟁문화로 . 바뀌고 대학 그 자체가 신자유주의화 되어갔다, .

대학에서 신자유주의가 급속히 퍼져갈 수 있었던 여건 중 하나는 대학에 대한 대외적 투자여건의 변화이다 이후 교육일반에 대한 정부의 투자. IMF 여력이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에 몰릴 수. 도 있다고 생각한 대학들은 본격적인 대학 간 생존경쟁에 돌입한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 복종하며 정부지원기금의 콩고물에 목을 맨다.

년 이후 대학생 인구가 감소하며 수입여건이 2003줄어든 것도 대학의 정책 변화가 본격화 된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이에 대학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별 . 비판 없이 억지로 과들을 통합해 학부제로 만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부제의 문제점이 드러. 남에 따라 지금에야 학부제를 다시 폐지하는 등의 촌극은 대학의 생존경쟁의 일면을 보여준다.단순히 투자여력의 약화만으로 대학에 신자유주

의적 교육방식이 도입된 것은 아니다 정부의 대학. 교육기조 또한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년대 말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는 지. 1990 ‘식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능동적으로 창출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신지식인 개념을 유행시켰다’ .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당시 대학은 산업이다 라“ .”는 발언을 했다물론 전직 대통령들의 말은 대학이 .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할 바가 크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은 분명 대, 통령 나아가 당시 정부의 대학관을 드러낸다 대학, . 이 추구해야 할 지식이 경제적 실용성을 지녀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정책은 .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 대학교 매점에 붙어있다는 어떤 취업포털사이트의 광고문구. 사진출처 :http://seekerjh.egloos.com/96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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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사회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주로 . 산학협동이라는 이름으로 침투했다 삼성전자 같. 은 경우는 서강대와 반도체 트랙 협약을 체결했‘ ’ 다 반도체 전문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다는 취지. 로 학교에 기금을 투자하고 기업에 맞는 인재 양성을 요구한 것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 , , 등도 삼성과 비슷한 협약을 체결했다 장학금 학. , 교발전기금과 해당기업을 위한 맞춤형 인재양성을 교환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갔다 현재 많은 . 기업이 삼성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대학사회에 개입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져가. 는 것이다.

신자유주의화 된 대학의 모습

이로 인해 대학은 점차 기업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변화한 대학에서 교수는 그 기업에 취직한 직장. 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학문자본주의의 시대. 가 도래 한 것이다 대학은 기업의 인력 교육을 대. 신했고 더 나아가 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하기 시, 작했다 교수 승급 심사 시 일정 비율의 탈락을 의. 무화하는 승급 심사제를 도입하고 발전 기금 모금, 이라는 형식으로 외부투자자를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대학도 일반 기업처럼 조직으로서 합리. 성 효율성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 .

교육의 기업화는 곧 자본이 되지 않는 인문학적 교육의 고사를 의미했다경쟁시스템에서 살아남을 . 수 있는 효율적이고경제성을 획득할 수 있는 학문, 을 추구하다보니 결국 비판적 교양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은 소멸된다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다 근 . .

년 동안 수많은 인문학 학과들이 통폐합됐다경10 .

제력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철학과가 없는 지방 대. 학들의 수는 지금도 늘고 있다.

학생들의 조직도 붕괴됐다 기존 운동권에 대. 한 반감도 작용했겠지만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 게 된 학생들은 사회참여로서의 대학생의 의미를 잃어갔다 해서 년대 후반부터 운동권이 아. 1990닌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 ’ , 윽고 총학선거는 운동권 대 비운동권의 대결 구도양상을 띄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비운동권에서 . 반운동권으로까지 운동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던 과거 대. 학생의 사회정치참여 의미는 점차 퇴색되어 갔다. 오히려 대학 내에 뉴라이트 성향의 조직이 시나브로 등장하면서 진보적 대학문화는 무색무취 혹은 보수화된다 총학생회는 그 자체로 거의 애물. 단지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학생들의 시각 또한 많이 변화한다 기존 운동권 세대에는 운동의 가치를 공유. 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공간인 사회과학 동아리들이 잘 나갔다면 현재에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 아리가 대세이다 취직의 필수인 영어를 공부하는 . 동아리나프리젠테이션을 연습하는 스터디가 학생, 들에게 인기다 대학 내의 사회과학 동아리들은 신. 입생 유치가 어려워짐에 따라 대가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만원 세대는 짱돌을 들 수 있는 방법을 . 88배우기는커녕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사회과학을 스터디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 사. 회과학뿐만이 아니라 문학이나 예술 계통의 동아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 없다 그야말로 대학은 . 사회적 문화적 빙하기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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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이런 싸가지 없는 것들2. “ !”

내가 속해 있는 과에서 작년에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게시판 악플 수준에 . 머물러 있던 이 사건은 나중에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 이나 맥락까지 구체적으로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사건의 피, 해자가 후배가 아니라 선배였다는 사실이다 후. 배가 선배를 때렸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극상은 군대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선배들의 폭력도 결코 가시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기존 대학사회에서 선배가 . 후배를 때리기는 했지만 그건 폭력이 아니라 일상적 스킨쉽 정도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 군사주의는 우리에게 친숙한 대학문화였고 그, 렇기에 이 사건은 과방형님들을 비롯한 전체 학

생들에게 주목을 끄는 특이한 사건이었다 물론 .(바쁜 신입생들은 빼고)

상황을 전해들은 옛날선배들은 하나 같이 “ ”격분했다 어떻게 감히 후배가 선배를 때릴 수 . 있느냐는 것이다 어떤 선배들은 후배가 선배. “를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어떤 선배들은 때렸” , “다에 주목했다 그러나 미묘한 강조점 차이와는 ” . 관계없이 모든 선배들은 결론적으로 동일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번 사건을 공동체 안에서 . 잘 해결하고 매듭짓기 위해서는 역시 옛날처럼 과방 형님들 같은 카리스마적 존재가 필요하다“ ”

고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이러니는 정작 그렇게 격

분하며 조언하는 선배들조차 이제는 과방에서 형님 노릇을 할 수조차 없다는 점이다 년대 . 80선배들이 투쟁해서 확보한 과방이 너무 낡아서 가구와 실내를 리모델링 하듯 일종의 문화적 , 리모델링처럼 대학 분위기 자체가 완전 바뀌고 있다 선배 말 안 듣는 싸가지 없는 신입생을 .

형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여옥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조은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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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뒤에서 몰래 욕할 수는 있어도 이제 , 아무도 신입생을 통제하거나 지배할 수 없다. 이것은 군사주의에 대한 꾸준한 학내 비판담론이 빚어낸 성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자유주, 의가 한 몫 톡톡히 한 셈이다.싸가지 즉 싹수는 이제 새내기 뿐만 아니라 ,

선배에게도 없다 선배가 신입생을 돌봐주거나 . 키우는 그런 따뜻한 온실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입생을 굳이 자신의 후배라고 . 부를 필요도 없어졌고 같은 과라고 모두 선배, 가 될 수도 없어졌다 나이권력 학번권력이 무. , 너지고 선후배가 동등해지고 있다 대학에 이제 . 계급이 사라지고 완전평등한 자유시장 경쟁이 도래하고 있다 철저한 시장경쟁의 원리에 따라 . 학점노동자들이 생산해내는 학점상품의 가격은 급상승하는 반면 전반적인 학점자본의 이윤율취업율은 저하되기 시작했다 싸가지는 없지만 ( ) .

학점은 높은 존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대학에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군사주의적 조직이 대학에서 완전히 소멸한 것 같지는 않다 체대를 비롯. 한 일부 대학특히 예체능계열 학과에서는 여전히 , ( )얼차려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여전히 언론에서는 . 종종 후배 대학생들에 대한 선배들의 끔찍한 구타사건이 고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얼차려와 구타가 .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일부 대학 일부 학과에, 만 잔존하는 특수문제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에서 군사주의가 갖고 있던 지배력에 변화가 생겼음을 말해준다 대학의 변화는 군사주. 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오늘날 군사주. 의는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일까?

잔존한 군사주의 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변형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

현상은 학내 조직에서 복학생들이 갖고 있던 권력이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내 조직에서 물. 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대놓고 위계성을 드러내는 복학생은 줄어들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보. 자 그리 멀지않은 과거에는 군대 가서 사람 된 . , 예비역 선배를 후배들이 진심으로 반기던 때가 있었다 대학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느라 바쁜 후. 배들에 비해 그동안 못했던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으로 그들은 솔선수범을 보이기도 했고 꼭 해, 야 하지만 다들 하기 싫고 귀찮아하는 일들을 후배에게 시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 ) 했다.

간혹 집단 내부의 통일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며 패거리 문화를 강요하기도 했지만 모임 내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에 , 대해 무소불위의 권위를 이용해 쉽사리 평정시켜 평화를 유지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년대 . 2000초중반까지만 해도 예비역 선배는 군대를 다녀왔다는 점 하나만으로 대학사회에서 복학하자마자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예비역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신입생 때부터 학과공부는 기본 어학공부뿐만 , 아니라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습득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얼차려 시키는 대학문화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진출처 새전북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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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한 발 빠른 후배들 사이에서 그들은 기한 맞춰 과제 제출하기도 벅차다 선배로 대접받기 전. 에 그들은 이제 후배들에게 먼저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모두가 자기 자신 하나만을 위해 살아도 되는 오늘날의 대학 안에서 정작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헌신한 복학생들은 적응을 못 하고 있다 충성을 다 바칠 국가도선배도형님도 모두 . , , 사라졌다 북한군에게 총을 쏴 본 적은 없지만 적. , 어도 자기 국민에게는 총을 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년대 이후 복학생들은 남한 민간인들끼리 벌90이고 있는 이 경제적 전쟁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이 잔인한 사회 속에서는 얼마 전까, 지 장전된 총을 쥐고 있었던 군인조차 숨이 가빠온다.

하지만 시간은 적응을 낳고 적응은 새로운 습, 관을 낳는다예비역 복학생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 학회든 동아리든심지어 운동권 정파조직이든 그 , , 어디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예비역 대학생들은 이제 점차 다른 .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상당히 엉뚱한 예비역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총

여학생회나 학내 페미니스트에게 괜히 짜증스러운 어투로 비난을 해대면서 그녀들과 드잡이를 시도해 학내 페미니즘 이론 수준을 몇 십 년 전으로 퇴행시키려고 안간힘을 써본다 또 어떤 복학생들은 총. 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의 도움을 얻어서 예비역 복학생들만의 조직을 만들거나 예비역 전용 인, 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다 아직 정신 못 차린 찌질한 예비역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럴 시간에 도서관. 에서 한 문제라도 더 풀고 한 회사라도 더 알아보, 는 것이 상책이다 시대는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변. 해 버렸고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을 인생선배로 대, 우해주는 신입생이나 후배들은 없다.

한때 유명했던 개그콘서트의 복학생 캐릭터KBS .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 을 외치던 복학생 이미‘ !’지는 이제 웃음거리로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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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조에 따라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39를 져야하고 병역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 모든 남자는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는 이곳은 바로 대한민국 신체건강한 남성이라. 면 누구나 군대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54%), 면제받을 수만 있으면 받고 싶다는 사람이 상당수인 현실(37.5%) 1)에서 군대와 관련한 문, 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남성들은 하나로 뭉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군대에 가야하는 남성은 병역 문제에 있어서 단일한 집단으로 상정되고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병역이 , 배제되고 면제되는 범주를 살펴보면 남성들 사이의 위계가 정당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 어떤 방식으로 군대에 가느냐에 따라서 남성 내부의 위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

방식으로든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카, 투사로 다녀오는 사람 장교나 로 다녀오, ROTC는 사람 일반 사병으로 다녀오는 사람 공익근, , 무 등 대체복무를 하는 사람 가고 싶어도 가지 , 못하는 사람 그렇게 세분화되는 과정 속에서 ..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한정적이고, 현재 자신의 신분과 능력이 그대로 반영된다. 결국 가진게 많은 사람은 군대문제도 쉽게 해결하고 특별한 기능하나 가진게 없는 대다수의 , 사람들은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되는 일반 사병으로 가야한다 누구나 다 군대에 가는 거니까 . 억울해하지 말라고 법은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 차별화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능력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억울하다.

병역 이행 내부의 계급화된 모습은 실제 그

1) 김주찬 한국 청년세대의 군 인식과 이미지에 관한 연구 현역 입영대상자를 중심으로 건국대 . : . . 2003. 2) 문승숙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또하나의문화 , , , 2007. 『 』

여옥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현민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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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대한 이미지와 그에 대한 반응양상으로도 파악이 된다. ROTC3)나 카투사4) 산업기능요, 원 등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일반 군인 육군 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그 이미지의 호불호 척도에 가. 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그 경험이 경력이 되는지의 여부가 아닐까 싶다 대학입학과 동시. 에 학점관리와 취직준비를 위한 경쟁에 돌입한 대학사회에서 병역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마저도 자신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준비해야 한다 이제 군대 역시 하나의 . 스펙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대학 내의 수많. 은 입영대상자들이 카투사나 국제협력KOICA 봉사요원을 꿈꾸는 이유는 영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기준도 꽤 까다롭고 높은 기준. 의 시험을 통과해야하며 경쟁률도 세다 어학이나 . 기술 등의 능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이 관문을 통과하고 경력을 쌓게 된다 이들의 군대경험. 과 일반 사병의 군대경험이 같을 리 없으며 이들, 의 이미지가 군인의 이미지와 같을 리 없다.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학 내에서 공부와 군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기간이 길긴 하지만 그 대가. 로 등록금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대학교. 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를 살펴보자 단ROTC . 정한 머리와 깔끔한 복장 정복을 입고 줄을 맞, 춰 걷는 모습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남성성. 과 건강함 학업과 군사훈련 모두를 성실하게 . 해내기 위해 노력할거라는 기대 일반적인 군인.

의 이미지가 단순하고 비합리적이며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이라면 는 합리적이고 도덕, ROTC적이며 자기관리와 자기계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 면 예비역들이 만취해서 시비걸고 싸움을 한다면 ,

는 말리고 중재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ROTC . 들 역시 자기관리의 도구로서 군대를 활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군대마저 스펙으로 접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학사회에서 군사주의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대학문화를 이끌어가는 헤게모니적 주체. 였던 예비역 복학생들은 지금의 대학사회에서 더 이상 권력을 획득하지 못한다 군대에서 축구한 . 얘기건 유격훈련 얘기건 관심도 없고 들어줄 마음도 시간도 없다 오로지 군대를 잘 다녀온 선. ‘ ’ 배들의 노하우만이 관심대상일 뿐이다 복학생 선. 배의 군대경험을 경청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버릇

3) 는 대학 재학생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하여 년간의 군사훈련을 실시함으 ROTC(Reserve Officers’ Tranining Corps) 2로써 대학의 전공학문 완성과 더불어 소정의 군사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문무겸전의 우수한 장교를 양성하여 활용할 수 있는 효율성이 매우 높은 제도로서 미국의 제도를 모델로 하여 시행되었다 출처 학생중앙군사학교 ROTC .( : 홈페이지 http://www.armyofficer.mil.kr/)

4) 카투사 는 주한 미육군에 파견 근무하는 대한 (Korean Augmentation Troops to the United States Army, KATUSA)민국 육군 군인을 말한다 출처 위키백과.( : )

멋진 군인의 이미지를 가진 의 모습 이들ROTC . 이 멋있어보이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일반 군대에 가는 사람보다 더 경쟁령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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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혼낼 수 있는 간 큰 선배도 이젠 없고 혹 , 있다 하더라도 왕따당한다 그렇다면 대학사회의 . 군사주의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군사주의에 대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중 하나는 폭력이다 군사주의는 폭력을 사. 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사주의 문화의 중심에 있던 가시. 적이고 직접적인 폭력과 그로인한 피해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심각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러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문화에 대해서 . 이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대학생이 아니라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도 혹은 정치사회,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성찰. 의 결과라기보다는 폭력이 주는 피해와 개인주의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지금 대학사회 내에서 군사주. 의는 그런 모습을 더 이상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해체된 것이 아니라 신자.

유주의와 결합하여 세련되어진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진게 많은 사람은 굳이 물리적인 . 폭력을 쓰지 않고도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자원들을 동원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계급간 위계질서는 더욱 강. 화되지만 폭력은 가시적이지 않다 게다가 영어. 를 배울 수 있다면 갈만한 군대라고 생각하고, 멋진 이미지를 가진 군인이라면 학교 안에 군대가 들어와있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전쟁을 준비하고 전투훈련. 을 하는 조직인 군대 자체의 정체성은 더 큰 목적을 위해 즉 국가의 군사안보를 위해 개인, 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집단적 윤리를 낳는다. 이러한 군대의 속성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 군. 대에서 습득하고 체득하는 내용은 변화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변화한 것이다 결. 국 군사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맞게 좀더 세련되게 변형될 뿐 그 본질은 그대로이다 가시적인 폭력. 이 사라진 군사주의 문화는 오히려 더 성찰하고 경계하기 어려워졌다.

씨의 학군단 탐방기H

지난 월 일 용산동 거주 씨는 졸업한 학교를 방문했다 전쟁없는세상 이 사주한 학군단 사무실 10 28 , H . < >염탐이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씨는 난관에 부딪혔다 학군단 사무실에 어디에 있는지. , H . ,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참고로 씨가 다녔던 학교에는 내부에 순환버스가 다닌다 그래서 전산실. H . 을 찾아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지도를 검색한 다음 위치를 파악했다 씨는 학교를 대학원까지 , , . H도합 년간 다니면서 학군단 사무실의 존재를 한 번도 의식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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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도착한 학군단 사무실은 층짜리 건물 두 개동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두 건물은 구름다리로 3 ,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학군단원들이 훈련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운동장이 있었다 주. . 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핸드폰을 보니 시가 넘었다 서둘러야 했다입구로 몸을 옮기니 마침 등. 5 . . , 산복 입은 머리가 희끄무레한 아저씨가 나오고 있었다뒤따라 군복을 입은 아저씨 여러 명이 따라 나오. 고 있었다 씨는 저기요 라고 군복아저씨들에게 말을 걸었으나 이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등. H “ ~” , 산복아저씨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냥 입구로 들어가기로 했다 유리문을 밀며학군단건물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오른쪽 벽면엔 붙어있는 . , 조직도가 눈에 들어왔다위쪽엔 늙은 아저씨들의 피라미드형 조직도가 아래쪽엔 젊은이들의 피라미드. , 형 조직도가 성명 계급 직위와 함께 부착되어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군은 학군단 직원이 교직원이 , , . H아니라 군인임을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피라미드 맨 꼭대기 늠름한 표정을 한 아저씨는 아까 그 등. , 산복 아저씨였다등산복 아저씨는 일찍 퇴근하던 참이었고뒤따른 무리는 땡땡이치는 상관을 배웅하던 . , 참이었던 것이다 보아하니 아래쪽은 현재 학군단원들의 조직체계를 나타내는 듯 했다 다들 외모가 훤. , . 칠하여 이름이라고 알아둘까 싶어 몸을 기울여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다.

그때였다 군복아저씨들이 돌아온 것은 군복아저씨는 씨의 위아래를 눈길로 샅샅이 탐색하며 정체를 . . H물었다 씨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순수 학문적 목적으로 학군단의 조직체계를 탐. H . “구하러 온 대학원생이에요 학군단에 관한 자료를 얻고 싶어서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순진한 표정과 . .” 늙스구레한 얼굴의 부조화탓이었을까군복아저씨는 어떠한 자료도 제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미남. . 계가 실패하고 말았다.

이어서 그는 말했다 학군단은 학교에서 상주하고 있는 군사조직이기 때문에 신분 연구목적 연구. ‘ ’ , , , 범위사용용도 등을 상세하게 언급하고 그것을 증빙하는 도장 학과장의 도장이라고 말했다 없이는 자, ( ) 료제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또한 학군단은 특수조직이기 때문에 학교 내 전자행정시스템을 통해서는 . , 공문을 받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군사조직 특수조직학교와 구별되는 조직이라는 거듭되는 강조. , , 를 통해 씨는 이곳의 정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H .

하지만 씨는 다시 한 번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자료의 목록이라도 제공H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과도한 억지설정의 연기 탓이었을까군복아저씨는 의혹 짙은 눈빛을 보내. . 며 자료목록조차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자료목록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공문을 보내면 학군. . 단측에서 적합한 자료를 알아서 선별해서 보내준다고 했다 그때 군복아저씨의 양쪽 가슴에 달린 뺏지가 . 흔들리며 반짝거렸다 눈이 부셨다. .

씨는 삼고초려를 떠올리면서 그럼 학군단홍보자료라도 얻을 수 없을까요라고 애걸복걸했다 군복H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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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그건 인터넷의 학군단 홈페이지에 있으니 따로 받아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출렁이는 뺏지에 . 반사되는 빛 때문에 씨의 머리에는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그는 성큼성큼 사무실로 발을 옮겼다쾅하H . . 며 사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쾅 닫힌 문은 한 개인데 묘하게 메아리 효과가 났. . . . . , 다결국 씨는 학군단 사무실의 로비에서 망연자실한 채 전쟁없는세상 에 제출할 변명을 고민해야 . H , < >했다.

이 한편의 카프카적인 이야기가 발생하게 된 근본원인은 씨가 학군단에 지원할 대학 초년생의 탱탱한 , H얼굴과는 거리가 먼 노안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랬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일 수 없었다고 씨는 애써 믿, , H으면서 이 부조리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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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게’ TV스트로 나온 대학생의 발언이 인터넷을 달궜다. 서울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외모가 중요“해진 시대에 키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며 키 .”작은 남성을 루저라 언급했다 이에 격분한 누리. 꾼들은 루저의 난이라는 패러디를 만들며 루저 ‘ ’발언의 대학생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개인 신상. 정보를 파헤치고 공개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익명화된 네티즌들의 폭력적 행태는 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 리더 재범이 . 2PM어린 시절에 친구와 나눴던 이야기까지 들춰내서 결국 네티즌들은 그를 미국으로 쫓아 보냈고, 유승준의 전 생애를 네티즌이 파헤쳐서 평생 동안 한국땅에 그가 발도 디딜 수조차 없게끔 만들었다 남성적 락을 표방하는 아이돌 출신 가수 . 문희준에 대해 쏟아진 악플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운동은 뚜렷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호명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 것은 이 모든 폭력적 집단 움직임에서 성별 혹‘ ’ 은 젠더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루저 재범 승‘ ’ . , , 준 희준 이 모든 기표들을 향한 끔찍한 광기를 , . 엮어 내는 집단 무의식은 전혀 보편적이지 않‘ ’은 특수한 것이며 그 공격적 성향으로 미루어 ‘ ’ ,

형쥬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조은 | 전쟁없는세상 매체편집팀 + [email protected]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루저의 난 패러디 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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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 망상적 피해의식에 휩싸여있는 한국 남성의 트라우마를 진단할 수밖에 없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군사

주의를 컴퓨터에 침투하여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일종의 온라인 바이러스 신종 플루와도 유사한 , 바이러스 로 비유해보자 물리적 공간에‘ (Virus)’ . 서는 확실히 번식력이 떨어진 군사주의라는 기생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느닷없이 과장된 형태로 그 위세를 뽐낸다 유승준을 추방하고 어린 . , 재범을 공격했던 비실체적 운동은 아마도 군사주의라고 명명해야만 비로소 그 폭력의 조직적 성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형이상학적 용어. 인 애국주의나 정치학적 개념인 파시즘으로써가 아니라 일련의 모든 집단 사이버 테러는 온라인, 에 다시 나타난 신종 군사주의 바이러스로 명‘ ’명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돼지 군사주의 개 군. ( , 사주의 소 군사주의가 아니다, .)

게다가 온 라인이라는 단어는 원래 사이버 ‘ - ’공간뿐만 아니라 어원상으로 직접 연결된 소통 , ‘ ’양식 자체를 넓게 아우른다는 점까지 감안해보자 그러면 군사주의가 어떻게 유승준과 재범 그. 리고 루저녀의 프라이버스로 헤집고 들어가서 그녀들의 생활세계와 직접 연결된 폭력을 저/ “ ”지를 수 있는지도 이해가능하다.

년 대학과 군사주의 간의 관계는 확실 2009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바이러스로서 . ‘ ’사이버 공간을 활개치는 군사주의의 폭력성은 흡사 탈영병과도 같다 조직에서 벗어나 통제가 . 절대 불가능한 군인 대학을 지배하던 군사주의.

는 신자유주의가 분쇄해 놓은 오프라인에서 쫓겨나 온라인으로 탈주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적도 아군도 없어진 그러나 확실히 총과 수. , 류탄을 쥐고 있는 네티즌들의 남성적 이미지는 분명히 과거의 군사주의적 대학에서의 남성들과 오버랩 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그런데 누리꾼들의 마녀사냥이 지나치다거나 ,

인터넷상에서의 조롱 희화화는 자유로울 수 있, 다는 등의 신문방송학과 학년 수준의 논의를 4떠나 정작 그들이 논의를 하고 화내야 할 대상, 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점에 주목하자 현실의 . 루저는 따로 있다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경쟁에 . 내몰린 만원 세대 대학생들이 바로 그 루저다88 .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로 인한 승자독식체제는 경쟁에서 낙오된 대학생들을 루저로 낙인찍는다. 토플 만점 여대생의 반대편엔 루저가 바글대고, 바늘구멍을 통과해 대기업에 취직한 대학생들 이면에는 루저가 넘친다 오늘도 수많은 루저들. 은 수 십 수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다, 시 한 번 고시경쟁에 뛰어든다 혹은 그들은 오. 늘도 다시 한 번 타인의 삶에 군사주의라는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줄도 모르고 사이버 스페이스에 뛰어든다 이 바이러스가 작동하기 시작. 하면 즉각 명령문이 발동되고 삶에는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의식이 점차 흐려지고 단선적. , 인 사고패턴만 반복된다 죽여라 서로를 죽여. “ . . 라 서로를 따라서 군사주의는 사라지지 않았. .” 다 오히려 더 가까이 더 깊숙이 대 대학생의 . , 20삶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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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더 마인 호프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영화 제목부터가 난해했다 제목이 과연 무슨 “ ”. .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을까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이 영화는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독일의 ? . 급진적인 혁명단체인 적군파 의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독일 청년 안드레(RAF:Red Army Faction)아스 바더와 좌파 여성 언론인 울리케 마인 호프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었다.

적군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적군파는 지난 년 월 일본 적군파공산주의자동맹 적군파에 의한 . 1970 3 , ( )일본항공기 요도호 납치 사건으로 연상되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사건이었지만 여러가지 경로. 를 통해 당시 요도호 사건에 대한 영상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받은 인상은 무고한 . 인간들을 볼모로 무자비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테러리스트였다 그 이유는 전두환 노태우 등으로 이. , 어지는 군사정권의 프로파간다에 너무도 착하게 순응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러한 프로파간다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당시 일본적군파의 항공기 납치에는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혁명을 꿈꾸고 있지만 혁명 완수를 위한 폭력은 있을 수 없다는 이상적인 비폭력 혁명론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로 머리 속에 남아 있었던 적군파를 적군파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이라는 공간에서 출발, 하여 세계적인 문맥에서 그리고 폭력이라는 문맥에서 이해할 수 있, 게 한 영화였다는 느낌이다.

영화 바더 마인 호프는 독일의 나치청산과 반자본주의를 내걸고 혁명을 이루어 내겠다는 순수한 이상으로 시작한 적군파가 결국 폭탄테러와 방화 비행기 납치 등의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게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멈출 수 없는 폭력의 연쇄작용 영화 바더 마인호프 를 보고- < >

진진 | 전쟁없는세상 회원 일본유학 중 + + [email protected]

영화 바더 마인 호프 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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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적군파가 형성되기 시작한 년부터 비극1967적인 종말로 적군파가 해체되는 년 월까지의 1998 4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시간순서대로 당시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다 년 월 . 1968 6이란 전제군주의 서독방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 이 집회에서 대학생 한명이 경찰의 총격에 숨지. 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서독 정부의 정책. 과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리게 된다 한 대학생의 죽음 그리고 커져가는 민중들의 . , 목소리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

목숨을 던졌던 우리의 선배들의 모습이 기억났다 마치 광주 민주화 항쟁을 그린 영화 화려한 휴가의 . “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열혈 청년 혁명가 바더는 백화점 폭탄테러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 사건을 좌파. 언론인 마인호프가 옹호하고 나서면서 바더와 마인호프는 만나 같은 혁명의 길을 나서게 된다, .

혁명의 길을 가면 갈수록 그들이 느낀 것은 강한 정부의 존재였다 작은 민중의 힘으로는 비열하고 더러운 . 정부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이 바로 독일 적군파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 된다 이러한 생각은 독일 적군파만이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라는 조직이 가진 장치들은 민중들을 무. . 시하고 깔아뭉개는 것조차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 맞서 싸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폭력 저항이. 다 뭐다 하는 것이 이상에 불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서의 . 갈등 민중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 과연 이 폭력이 잘못된 것일까 물론 잘못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 . ? .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국가와 민중과의 힘의 불균형 이를 당연시 하는 국가권력 그리고 반성 없는 국. , , , 가권력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권력에 있는 것이다. .

폭력은 폭력을 낳았다 급진적인 테러를 선택한 . 독일 적군파의 폭력은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끝도 없이 일어난다 이러한 폭력에 세상도 등을 . 돌리기 시작한다 독일 적군파 세대라고 할 수 . 1있는 바더의 동료들은 결국 독일 경찰에 붙잡힌다 이때부터 적군파의 의도는 변질되어 버린다. .

동료이자 혁명의 상징적인 존재인 바더와 그의 동료의 석방을 위해 후배 적군파들은 테러를 자행하기 시작한다 혁명 초기 자본가 등을 대상으로 .

영화 바더 마인호프 의 한 장면 혁명을 위한 폭력< > . 이었지만 결국 폭력은 폭력을 불러오게 되었다, .

영화 바더 마인호프 의 한 장면 시위대를 폭력< > . 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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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테러가 일반 민중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테러로 변질된 것이다 바더와 마인호프가 만들어낸 혁명정신은 . 세대를 거슬러 가면서 변질되어 동료를 위한 테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혁명은 통제 불가능한 폭력. 이 되어 버린다.

영화 바더 바인 호프 적군파에 대한 영화라서인지 영화자체보다는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 것 같다좋은 현상이다 이 영화는 현대 한국사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 . 싶다.

촛불시위 용산 사태 언제부터인가 민중은 폭력집단 테러리스트로 변질되어 버렸다 국가 권력은 숭고, . , . 하고 정당한 권리가 되어 버렸다 아니 정당한 권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정당한 폭력이기 때문. . 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 있다 독일 적군파에 의한 테러 그리고 통제 할 수 없이 자행 되는 폭력 혁명이 폭력으로 변해 버리. , . 는 것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폭력 역시 그것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때만이 정당. 한 폭력이 되는 것이지 국가권력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민중들이 느끼기 시작할 때 그것은 이미 폭, 력인 것이다 적군파의 혁명이 통제 불가능한 폭력이 되어 버린 것처럼 국가권력이 정당하게 집행되고 . ,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통제 불가능한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변질되어 버릴 가능성은 너무나 , 크다 영화 바더 마인 호프는 폭력이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의 . , 무서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폭력의 연쇄작용 영화 바더 마인 오프는 우리에게 우리 안에 무엇이 폭력의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 는지 살펴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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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다보면 돌부리에 발이 걸려 멈칫할 때가 있다 돌멩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 발로 차면 그만이. . 다 재수 없이 넘어졌다면 옷에 묻은 먼지나 툭툭 털면 된다 상처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 . . 르면 금방 아물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때론 인생의 관문에서 돌덩이와 맞닥뜨릴 때도 있다 내 주변 또래를 자빠뜨리는 돌덩이에는 실연이나 . 낙방 실업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런 돌덩이에 넘어지면 상처를 수습하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 . 우리는 상처가 야기하는 고통과 슬픔을 없애기 위해 하루 빨리 돌덩이를 치워버리고 다시 고르고 판판한 길로 들어서려고 한다.

그런데 돌멩이에 스쳐도 돌덩어리마냥 상처가 나는 사람이 있다 한국사회의 장애인이 이에 해당한다. . 밥을 먹는 것 집밖으로 나오는 것 버스를 타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돌덩어, , , , 리다 똑같은 모양새의 길이라도 비장애인에게는 오돌토돌한 평지가 장애인에게는 울퉁불퉁한 산지가 . 된다 이들은 살고자 발을 디디면 고꾸라지고 하나의 상처가 아물기 전에 다른 상처를 입는다 사방이 . , , . 바위투성이기 때문이다.

정답의 선언 대신 경로를 드러내기

연구자 김도현이 해온 작업은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장애인이 겪는 현실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년 출간된 두 권의 저작 차별에 저항하라 박종철출판사 와 당신은 장애를 아. 2007 , ( )『 』 『는가 메이데이 에서 우리는 그와 같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책 차별에 저항하라 는 한( ) . 』 『 』국의 장애인 운동사를 정리하면서 한국사회의 장애인이 동시대에 얼마만큼 다른 현실을 살았는지를 ,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평지가 어떤 이들에게는 돌무더기였음을 알게 한다. .

두 번째 책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는 장애 문제를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의 공격대상은 . 『 』장애를 극복이나 동정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장애인을 가로막는 돌덩이가 장‘ ’ ‘ ’ . 애인의 몸에 주렁주렁 달려있다고 본다 문제의 원인은 장애인의 몸이다 하지만 당신은 장애를 아는. . 『가 는 장애인이 돌멩이를 돌덩이로 경험하는 까닭이 장애인의 몸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 즉 권, , 』

장애운동가이자 연구자의 고민과 모색장애학 함께 읽기 김도현 그린비- ( , , 2009)『 』

현민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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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손상 은 반드시 장애 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를 . impairment disability , 통해 장애화 됐을 때 장애가 된다는 것 이것이 사회적 모델에서 장애를 설명하는 방식이다disablement . .

두 저작을 통해 김도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장애를 의료나 복지가 아니라 정치와 운동의 . 영역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기존 권력관계의 변화를 꾀한다 장애인 스스로 . . 장애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의 측정 평가판단의 대상에서 벗어나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 주객의 전도 이 주장은 너무나 정당하다 왜냐하면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장애 문제를 전문가 교사 부. . , , 모의 손에 맡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인의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태를 완전히 다른 관점. 에서 볼 수 있다 이 시차 가 낳는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 ) .視差

하지만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자리 나아가 고통 받는 장애인과 억압 하는 사회라는 이분법은 조, 금 섬세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이 겪는 고통과 억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장. . 애인이 겪는 문제는 다른 이들이 겪는 문제와 포개져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 권력을 갖는 식으로는 해. 결될 수 없다 저자 또한 이 점에 대해 몰랐던 건 아니다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점을 매번 빠뜨리지 . (않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다만 저자는 연구자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보다 운동가로서 장애인 ). 대중에 다가가는 일이 시급했다.

이런 점에 비춰 봤을 때 김도현의 세 번째 책 장애학 함께 읽기 그린비는 장애인 대중을 위한, ( ) ‘ ’ 『 』맞춤형 서적과는 거리가 있다 입문서나 개론서보다 이론서 폼이 난다 내용면에서 당신은 장애를 아. . 『는가 의 확장판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운동가 김도현보다 연구자 김도현의 면모가 부각되는 책처럼 .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전의 책에서 다소 도식적으로 다뤄졌던 서술방식이 훨씬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전의 책이 독자에게 오답을 기각하고 정답을 선고하는 식이라면 이 책은 문제를 풀기 위. , 해 살펴야 할 경로를 단순화하지 않고 속속들이 드러내는 편이다 또한 이전의 책이 줄다리기의 줄을 . 장애인 쪽으로 당기려는 시도라면 우리는 장애학 함께 읽기 에서 한 개의 줄 대신 상하좌우로 교, 『 』차하는 여러 다발의 줄을 목격한다.

그런고로 이제 장애인을 둘러싼 권력관계는 줄다리기가 아니라 그물망 모델을 통해 파악된다 권력은 . 비장애인 사회와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입체로 나타난다 예컨대 당신은 장. , 『애를 아는가 는 생물학적 손상과 사회적 장애를 구분하는 데 골몰했다 반면 장애학 함께 읽기 는 . 』 『 』몸의 사회학의 틀을 빌어 손상과 장애 생물학과 사회학의 경계를 해체하고 뒤섞는 식이다 게다가 젠, . 더라는 변수가 덧붙여져 혼란은 가중된다 물론 김도현이 내리는 결론은 한결 같다 하지만 이처럼 분. . 석의 구체성과 입체성의 수준이 달라졌다 이 점이 저자가 세 번째 책에서 이룬 가장 두드러진 성과다. .

책의 부는 장애인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두루 살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몸 손상 장애 문화 젠1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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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와 같은 개념을 검토하면서 장애인 정체성을 역사화하고 상대화한다 예컨대 서아프리카 사막에서 . , 생활하는 투아레그족 의 장애 개념에는 추함 과도한 주근깨 툭 튀어나온 배꼽 축 처지거나 Tuareg ‘ ’, ‘ ’, ‘ ’, ‘작은 엉덩이가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에 대한 억압 정도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장에 그’ . 치지 않고 장애인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설명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부는 오늘날 장애인 , . 2운동이 처해있는 조건을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지구화 복지국가 시민권 노동과 같은 주제를 . , , , 따져보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을 전면으로 드러낸다.

장애인 운동이 마주해야 할 과제

이 책이 장애인 대중에게 난해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서구 이론가의 이름이 잔뜩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장애인 운동 진영의 담론은 장애인의 삶을 긍정하는 데 집중해왔다 공식적인 정답은 장. . 애인을 겨눈 화살을 사회 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운동에 있어 이런 인식의 전환은 . ,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하지만 장애인 정체성 또한 역사적 산물이고 관계망 속의 특정한 자리에 붙여진 이름이라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이런 인식에 도달했을 때 장애인 운동은 자신의 처지와 지위 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그에 대한 답변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난해함이 발생. 한다 이런 고민의 반영일까 접속 이란 용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이 독자와 마. . connection . 주쳤을 때 발생하는 정서는 앞선 두 책과 다를 수밖에 없다 깨달음 대신 당혹감과 난감함이 솟아오른. 다 또한 잠깐 한눈을 팔면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참고로 현재 장애해방학교에서는 이 책을 교. , . (재 삼아 매주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수강생들의 분노와 원망을 꿋꿋이 감내하는 중이다, ^̂ ;)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다시금 운동가 김도현과 연구자 김도현의 모습을 포갤 수 있게 되었다 장애. 인 대중을 저버린 저자의 새로운 시도는 결코 이론가로서 야심을 표출한 게 아니었다 저자의 관심(?) . 사는 장애인의 현재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장애인의 미래를 긍정하는 길을 찾는 데 있다 왜냐하면 신. 자유주의 시대에 현재의 장애인에 대한 반쪽짜리 긍정만으로는 장애인 운동은 물론이고 한국사회의 미래 또한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절박함이 부 곳곳에 나타난다 이것이 저자가 뜻밖의 변. 2 . 신을 감행한 중요한 배경이다.

장애인의 미래를 긍정하기 위해서 장애인 대중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변화의 과정은 모호하며 위험을 . 감수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순 없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리고 저자. . 는 이 책과 함께 수많은 길목 중 한 곳을 향해 발을 딛는 모험을 시작했다 어쩌면 혹자는 이론적 정. 합성을 따지면서 저자의 모험에 시비를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쉽게 조화될 수 없는 개념이나 용어. 의 동시적 사용에서도 이론적 엄밀함의 결여보다는 고군분투의 흔적이 도드라진다 왜냐하면 머지않아 . 다양한 길목 곳곳에 우리가 서있다면 그것은 이 한 걸음 덕분일 테니 말이다.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월호에도 실린 글입니다* < >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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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월 초 평화활동가대회를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준비팀으로 결합해서 이런저런 준비11 . 도 함께하고 그랬는데 바쁜 일정 탓에 출발 전날까지도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막상 가서는 반가운 사, 람들도 많이 만나고 서울을 떠나 좋은 공기도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쟁점 톺아보기 시간에 서보혁 , . 선생님의 와 한반도 비핵화 강의와 한홍구 선생님의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강의를 듣고 조별로 나NPT누어 토론을 진행했는데 나는 트라우마 쪽을 선택했다 조별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눈 각자의 경. 험도 경험이지만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 을 보며 느끼는 차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2 . 다른 운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폭력에 민감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평화감수성과 공감능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고통에 공감하려는 마음가짐은 평화운동이 가져야할 기. 본이자 자산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마음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달라. , 지지 않는다 그저 아파하고만 있으면 힘들기만 하고 그러다보면 그 . ,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어서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마. 음이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그 아픔이 슬픔이 비통한 현실을 . , 바꾸어보려는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운동이 된다.

나는 대학시절 반전운동에 뛰어들었을 때가 그랬다 떨어지는 폭탄 . 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벌벌 떨고있을 이라크

부상당한 이라크의 어린이 사진을 볼 때면 여전히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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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생각에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거리에서 외치는 것만으로는 . 전쟁을 막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무력감에 빠져들 즈음에 자신이 겨누고 있는 총이 가리키고 있는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 그래서 총을 들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 고통을 끝내기 위, . 해 나부터 총을 내리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 난 이 사람들이 . , 반가웠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 대가로 감옥에 가야만 했다 난 이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도대체 이 . . .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감옥에 보내나 병역거부를 준비하면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에 출소 이후에. , , 도 힘들어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내겐 고통이었다 그래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두명도 아니고 이젠 . . 좀 익숙해졌으면 좋겠는데 여전한 내 자신을 보면서 내가 좀 무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랬다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세상에 죽기위해 태어나는 생명도 있을까살다보면 언젠가는 죽겠지만그렇다고 죽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 , 다 게다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남이 그렇게 정해주는대로만 살아야하는 운명이라니태어날 때. . 부터 평생 좁은 공간에 갇혀서 주는 것만 먹고 살다가 적정 무게가 되면 죽임을 당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 은 양을 얻기 위해 빨리 크라고 성장촉진제를 놓고 병에 걸릴까봐 항생제를 놓는다 고통을 느끼고 죽는 것. 을 두려워하는 동물이지만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공장 안의 상품처럼 되어버렸다 덕분에 사람들은 고기를 . 전보다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유 때문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 동물이 어떻게 키워, , 졌고 어떻게 도살당했는지는 모른다 알더라도 불편하기 때문에 외면해버리고 만다나의 욕망 때문에 평생 . . 고통받다가 죽은 존재에 대한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문득 작년 이맘때 보았던 영화 렛미인 이 생각난다 난 살기 위해 죽여라고 얘기하는 이엘리의 눈빛, < > . ‘ ’이 너무 외로워보였는데 뱀파이어도 그렇지만 사실 .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살기 위해 다른 . 존재를 먹어야 인간도 결국 남의 목숨을 먹고 사는 것이다 희생은 불가피하다고들 하지만 무엇을 위한 . 희생인지 정말 불가피한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으면 한다 채식을 하는 친구로부터 해감 중이던 조개들의 . 비명소리를 듣고나서는 해산물도 안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 니더라도 그런 감수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다른 존재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그 마음이 평화운동과 맞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렛미인 의 한 장면 오스칼을 바라보는 이엘< > . 리의 표정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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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想 像․ ․ 난영 | 개척자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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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없 는 세 상 소 식 지 호2 6 49

생각 하나.아마 년도였다고 생각한다 여름방학에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때 교장 선생2000 . , 님이 내게 건넨 말은 이랬다.최선생 일본에 가서 역사 교과서 제대로 쓰지 않으면 원폭 몇 개 던져버린다고 말해 " , ."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무척 쓸쓸했다 일본이 역사 교과서에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기술해야 하는 것은 . 맞는 일이지만 말이다.수업을 하면서 원폭 이야기를 하면 남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 원자 폭탄과 수소 폭탄의 위력' ' . 을 서로 자랑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 , 보았다 혹시 너희들 말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 원폭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 지 상상해보았. " , 니 하고 말이다?" .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모른다 엄청난 피해가 우리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히로시마 . . 의 원폭 피해를 그림으로 그린 책을 보여준 다음 우리 학교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가면서 킬로미터부터 , 1 4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을 보여주었다 원폭 하나가 떨어졌을 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받. 아야 하는 피해가 어떤 모습인지를 아이들은 놀랬다. . 전쟁이 만들어내는 폭력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잘 모른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가 아닐. . 까 하는 생각이 든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무차별 공격을 가할 때도. 9.11 , , 그곳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가끔 회의스럽게 생각될 때가 있다? .

생각 둘. 아이들과 학교에서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평화라고 말은 많이 하고 있지만 . 막상 평화라는 것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쉽게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다고 하는 ' '아이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현장에서 평화 교육을 논하고 평화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이 적지 않는 것은 사. 실이다 그러나 그 평화 교육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참 막막한 것도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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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최종순 | 서울 도봉초등학교 선생님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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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평화 교육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 받았다 일본에서 평화 교육은 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를 시작으로 한다고 한다 한국에. 1945 . 서도 원폭을 통한 평화 교육을 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의 타, 인의 고통에 대한 무심함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여기서 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평화 교육과 . , 우리의 평화 교육은 본질적으로는 같은 지점을 향해야 하겠지만 현상적으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교육과 평화 교육을 관련지어 설명을 해준 적이 있다,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교육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받아들인 것은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억압을 글쓰기를 통해 풀어놓으며 동시에 아이들이 사는 시대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 라보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바로 이것이 글쓰기 교육을 통해 얻을 수 ,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 셋.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무척 많다 아이들이 폭력을 아주 당연한 것으. 로 생각하고 있으면 폭력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마 우. 리 사회의 현상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무. 엇부터 해야 할까 아이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을 때 싸움을 한 당사자들 이외에 학급 아이들 전부와 같? , 이 그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감성 교육을 해본 적이 있었다 감성 교육이라고 해봐야 거창한 것도 아니다 일어난 일을 순서대로 되풀이해가면서 그때그때 일어났. . 던 감정을 다시 표현해보게 하는 것이다 속상한 일열받은 일 맞았을 때 생각난 일 맞고 나서 상대방에 . , , , 대한 감정이 어떠했는지 그 속상함을 어떻게 풀고 싶었는 지 등등을 말하게 하면서 다른 아이들의 경험도 , 들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 . 은 스스로 그 안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아내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 웃고 해결을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어떨 때는 더 보수적이다 북한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소수자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가끔은 외부 인사를 초청해서 이. 야기를 듣게 해준다.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다든가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든가 원폭 피해자의 , , 이야기를 듣는다든가 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든가 하는 것들을 통해 지구 상에 나 이, 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런 세상에 자신이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 . 문제를 푸는 것은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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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넷.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의라는 이름을 붙여가면서 불가피한 전쟁이라고 말. ' '한다 사람들은 그 정의라는 말에 현혹되어 정의의 이름으로 이 지구의 모든 폭력을 제거해줄 것을 기대. ' ' '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어떨 때는 전쟁에 환호하기. . , 도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일본에서 생활할 때 내가 살고 있던 동네 아줌마들이 고이즈미 전 일본 수상을 무척 좋아했다 북한에 대, . 한 악선전과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 맞대응해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단다 그 아줌마들에게 . 물어보았다.혹시 전쟁이 벌어지면 고이즈미 수상 또는 일본 정치가들이 전쟁에 나갈까요 아니면 아줌마 가족 중 " ?

의 누군가가 전쟁에 나갈까요 또 전쟁에 나가게 되면 반드시 이겨서 살아올 수 있다고 믿나요 지금까지 ? ? 벌어진 전쟁에서 희생을 당한 사람은 지배자였나요 아니면 정말 아무런 죄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었나요? ? 한걸음 더 나아가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가족은 어떤 심정이 될까요 혹시 자신들의 가족이 죽어 돌? 아온다고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실지 궁금하네요 이 세상에 정의의 전쟁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 '요? "가끔은 아이들에게도 묻는다. 너의 가족이 전쟁에서 죽는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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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 잘 지내, ?며칠 전의 답장은 잘 받았어 내가 보낸 박민규의 소설책과 편지가 같은 날 잘 도착했다니 역시 내. . 가 계획한 절묘한 타이밍이야 음 그러나 처음 읽어보는 그의 소설은 나의 너무 큰 기대 탓인지 다, . , 소 실망스러웠어 그렇지만 그는 그 어느 소설가도 쉽게 시도해 낼 수 없었던 주인공을 그려냈더군. . 우공에게 그 책이 어땠는지 감상평을 기대하고 있을게 지금쯤이면 그 책으로 빠져들었을까, . , ?

년 중 교도소에서 가장 추운 시기는 월과 월이라고 썼지 월은 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1 10 11 . 10고 월은 불이 약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그다지 춥지 않은 요 며칠은 가을다운 가을을 즐길 수 , 11 .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어 이제 주말에 또 다시 가을비가 오고 월이 되면 가을이랄 순 없. , 11는 늦가을이 오게 된다는 거야 그러면 신영복 선생님들의 옛 벗님들처럼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로. , , 의 온기로써 그 냉기를 덥히게 되겠지?

이 장문의 편지를 쓰기 전 방금 몇 달 전에 내가 썼던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에 대한 서평을 찾, < >아 읽어보았어 정말 눈물을 흘리며 이 책은 좋은 책이야 하고 혼자말로 했던 그건 다만 그 책이 . , , . 나를 감동시켜서 눈물을 흘리게 해서 슬프게 만들어서만은 아니야 그랬다면 그런 건 조금 간지럽, , . 게 쓰여진 연애 소설로도 충분했을 테지 무엇보다 이 책은 다시금 나를 팽팽한 고민 그 위에 서게 . , 했기 때문이야 그게 나는 그 주위로 수면 위의 물결처럼 점점 제 공간을 넓혀갈 가능성을 지닌 파. , 문이라고 생각했지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 존재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나 그 사이에서만 비로소 존. ' ' , 재할 수 있는 나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평화이리라 생각했어 우공도 아마 이 . , ' ' . 책을 읽었을테지 그리고 아마도 내가 그 글을 쓴 날은 우공의 공판이 있기 며칠 전 그리고 나에게 마. , , 지막 전화를 준 그 다음 날이었나봐 우린 얼굴을 못 본 그간의 안부와 일들에 대해 묻고 화요일에 법정. , 에서 보자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었어 내가 얘기했던가 그 글을 쓰던 날 나는 내가 먼저 우공에게 . ? , 전화하거나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보자는 살가운 제안을 하지 못했던 것을 혼자 후회했고 미, 안해했어. 그리고 최후 진술문에 당신이 민주주의에 대해 썼던 내용을 다시 읽어봤어 우공이 쓰는 글들.

춥지 않은 월이 올거야11

영롱 | 전쟁없는세상 회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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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다소 건조하고 재미가 없다고 우리에게 타박을 받곤 했지 하지만 진술서에서의 그 부분은 내가 가장 , . , 멋있다고 생각하는 구절이야.

항구적 전쟁의 시대에 전쟁을 강화하고 준비하는 기구인 군대에 들어가 수인 이 될 것인“ ( )囚人가 아니면 전쟁 준비를 거부하는 행위를 통해 자유인이 될 것인가 저는 이 질문에 병역거부로 , . 대답하며 자유인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현실의 전쟁은 민주주의의 적이며 우리가 더. , 욱더 갱신하고 지켜야 할 민주주의는 우리의 존엄한 삶과 사회와 법을 만들었고 앞으로 새롭게 갱신해나갈 원천적 힘인 제헌권력이라고 생각합니다.”1)

그리고 진술물의 말미에 대 청년들이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20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지 그 기회는 예상했듯 그리고 늘 그래왔듯 이렇게 ” . “ ” , , 수감 생활로 대체됐지만 뭐 더더구나 우리가 이 시대에 뭘 바라겠는가 병역 거부를 선언한 . ( , MB !!) 우공을 두고 많은 익명의 이들은 한차례 글로 혀로 할퀴고 지나갔어 아마도 우공은 스스로 예감한 , . 것처럼 평생 그것들과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몰라 꼭 이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 누군가 묻겠지만, . “ ”, , 우공은 그것을 알고도 유유히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지 우공의 뒷모습은 내 눈엔 그렇게 기억돼 미. . 리 연락을 챙겨 하지 못한 나의 미안함 같은 건 괜찮다는 표정으로 뒤로 하고 우공은 당당히 법정을 , 들어섰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우공의 모습을 후에 구치소에서 보게 되었고 말이야. , .

우공이 구치소로 떠난 후 묵직한 질문이 내 앞에 턱 하고 소리 나게 던져졌어 길지 않은 시간을 돌, . 고 돌아 다시금 내 앞으로 당도한 질문이야 이제 밖에 남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걸 고민할 , . ? 때가 나에게 다시 피할 수 없이 닥쳐온 거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단 한 번 밖에 없는 삶 내가 선, . . , 택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 또한 이 일생에서만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몸과 정신으로만 기억될 수 . 있을 단 한 번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택하고 허락하며 행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갈 방식에 대한 , , , .. 고민이 점점 커져갔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무엇을 지키며 . , ' ', ' ', 혹은 저항하며 살아가야 하나 이건 한편의 동경이나 욕망이기도 두려움이나 걱정이기도 해 그리고 . , . 나와 이어져있는 사람들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존재할 수 있을지/ , 에 대한 골똘한 물음이기도 하고 여러 고민들이 내 속에서 밖으로 이어져가 나를 조금이라도 더 . , . 완전하게 하고 또 함께 하기 위한, .

우공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했지 그것과 함께 놓을 수 있을 만일 평화에 관해 얘기하자면 나는 아‘ ’ . , ' '마도 끝도 없이 작아져 버릴거야 나는 답할 수 없어 고백하건대 나를 평화주의자로 칭한다면 나. . ' ' ,

1) 우공이 월 일 구형공판에서 읽은 최후진술문 촛불의 거부와 병역거부 년 월 일 오정민 5 19 “ : ”, 200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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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만적인 자야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언니와 자주 싸우기도 하고 그럴 때면 언니를 진심으로 . , , 미워하기도 하고 난 싫어하는 것도 많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아프게 말하기도 해 상처받는 , . .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하면서도, 상처주기도 했을거야 그러고도 난 아프지도 않았겠지 그리하여 부. . , 끄러운 난 다르게 물었어 평화는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 거냐고 년 전 대추리에서 아마도 나는 그 . . 3 , 질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에게 던져보았던 것 같아 헬기가 공중에 떠다니고 언제 침탈당할지 모. 른다는 그야말로 전운이 감도는 비상식적인 농촌의 풍경 속에서 난 참담한 심정으로 대체 평화, ' ' ‘ ’ . '가 무엇인지에 대해 절절히 물어야 했지 아마도 그건 나의 이 고민에 대한 최초의 경험이자 시발' . , , 점이었을 거야 대체 그 평화롭던 곳에 평화라는 것이 정착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곳으로부터 그 . ' ' , 평화가 박탈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 평화란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무' ' . , 엇을 해야 얻을 수 있는지 어찌해야 찾을 수 있는지 그러나 나는 나약했고 무력했으며 그 대추리 , . , 항쟁에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던 난 비겁했어 여전히 나는 여전히 나약하고 계속 도망치고 있는 , . , 걸까.

이런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내가 사는 게 맞는 걸까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 ? ? 어떻게 나를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본격적으로 학문을 하는 삶을 마음먹긴 했지? ? ? 만 아직도 모르겠어 그걸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나는 대체 뭘 할 수 있는 사람일지 나의 한계를 , . , . 난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나 그걸 모르기에 한계라는 놈이 내가 생각치도 못할 만큼 가까이에 닿아있, 는 건 아닐까 두려워서 발을 거침없이 내딛지 못하기도 하나봐 공부를 더 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 . 내 삶을 우공이 믿는 그것만큼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내가 믿는 그것을 토대로 , , 나를 세울 수 있을지 나는 자주 낙관하면서도 별안간 나락을 상상해버리곤 해 무서운 일이지만, . ,

년의 중심에 함부로 내던져진 한 대의 대학 졸업반 입장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닌걸2009 20 .

항상 유난히 궁금증이 많았던 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렇게 수많은 물음표로 고민을 구성해내곤 해, . 다른 말로 하자면 그만큼 답이 없는 애라는 뜻이기도 하겠지 그 질문들에 일일이 답변을 하기에, . , 나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고 여유도 없으며 능력도 없어 모조리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로만 고민. , , 은 골똘히 이어지고 물음표 대신 느낌표나 종지부를 찍기란 내겐 도통 어려운 일이야 난 왜 이토록 , . 답이 없는 인간인가 이런 저런 고민에 우울해져서 엊그제 밤엔 영화 싱글즈 를 다시 봤는데 동! , < > , 미가 늘 내세우는 액션 플랜이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 싶더군 적어도 동미는 그걸로 남자를 꼬시기“ ” . 도 했을테고 못된 남자 상사를 잘 골탕 먹이기도 했거든 그녀에 비하면 나의 액션 플랜은 액션 , . “ ” , ‘플랜이라 이름 붙이기엔 너무 변변찮은데’ ..

난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 심지어 내가 이렇게 지금 사는 게 괜찮은 건지 계속 이런 식으로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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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괜찮을지도 알지 못해 무엇이 민주주의이며 평화인지 궁색하고 어줍짢은 변명은 늘어놓을 수 있을지. , 는 모르지 하지만 그것을 내 안에서 좋은 향기를 내가며 잘 삭히게 하기에 아직은 부족해 앞으로 내가 . . 꿈꾸는 삭히는 과정은 결코 고요할 수는 없을 거야 내 속에서도 끝없이 치고 박고좀 폭력적인‘ ’ . (가 쿵쾅쿵쾅 발을 구르며 이건가 아니야 그게 아니야 등의 요란함 속에서 이루어지게 될거야..-.-) , ? , , . 우공이 병역 거부를 선언하며 가까운 이들의 눈물과 아픈 가슴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내가 , , 이야기할 수 있는 평화와 내가 납득하게 될 세상도 결코 가만히 고요하게 이루어질 순 없겠지 우공의 , . 선택과 내가 만난 몇 권의 좋은 책들 그 책보다 더 강렬하고 더 아름다울 사람들 그 속에 숨 쉬고 있, , , . 다는 데 감사해 그렇게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을 나답게 살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흡수하며 배우는 중이. , 라고 그렇게 감히 믿어도 되겠지 더 이상은 도망치지 않게 될 거라고, ? , .

힘든 고민이 생길 때면 우공을 찾는 못된 버릇 은 맘대로 연락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선 참고 있‘ (!)’ , 거나 혹 편지에 몇 장이고 한탄을 늘어놓는 걸로 대신하기도 했어 늘 내게 마음을 써주며 당신이 , . 해줄 수 있는 그 섬세함으로 이야기 해주곤 했기 때문이지 어김없이 이 편지도 그런 나의 신세한탄, . 과 답이 없는 고민의 수많은 파편들로 채워버리곤 말았어 나의 이 옹졸함과 미성숙함을 용서해주길. . 그러나 언젠가는 내가 우공의 고민을 들어줄 날도 있을게야 나도 사실 대책 없이 그렇게 옹색하지. , 만은 않거든 하하 왜지 이 스스로 어색한 웃음소리는 사실 이 글을 처음 시작하며 이런 궁색. . ( ? ..) , 한 자기 변명과 넋두리로만 채울 생각은 없었는데 결국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은 이들이라 이.. , 것들을 꺼내지 않고서는 안되었나봐 하지만 우공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그걸 삶으로 보여주는 . , , 모습에 나의 자기 고민도 커져간다는 것은 알아줘 그렇게 그걸 내게 줬다고. , .

월을 일 남겨둔 오늘 바람이 불고 그 위로 지상의 햇살이 내리쬐고 또 그 위엔 몇 점 구름이 10 3 , , 바람에 밀려가 그 만큼 아름다운 계절이야 우공이 잠시간 머무는 그 안에서도 바람이 불고 햇살이 . . , 따뜻하고 하늘을 눈 속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아름다움이 추위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길 같은 공기 , . 속에서 우리도 만나 곧 춥지 않은 월이 올거야 자주 찾아 가지 못함을 용서해 편지로 대신하는 . , 11 . , 이 마음을.

- 2009. 10. 28 월의 끝을 잡고 차갑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영롱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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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 눈을 뜬 아침 햇빛이 눈부시다 벌써 주 째 맑은 날이 계속된다 하늘도 높다 가을이란 이. . 2 . . 런 것이구나 기지개를 켜고 물 한 잔 마시고 노트북을 켰다 습관적인 행동이다 오늘은 무슨 소식이 있. . . 나 뉴스부터 살핀다 어머나 이주노동자 씨가 불법체류라고 강제 추방을 당했구나 며칠 전 받은 메일. , OO . 의 링크를 따라가 그의 강제 추방을 반대하는 서명도 했었는데 안타깝다 뉴스에 달린 댓글을 무심코 ... . 클릭해 본다 강제 추방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이주노동자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 .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제도의 모순이 무엇인지도 지적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생각, , , 하고 좋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불법 체류자가 무슨 흉악범인 마냥 미. . 리 단정 짓고 무시하는 이는 하나도 없구나 오예 관리국과 정부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듣고 있겠지. . ?

다음 뉴스 용산 참사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 폭행 가혹행위 및 살인 상해 혐의로 기소된 , . , ,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천성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강제진압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대통령 등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네 앞서 열렸던 용산국, . 민법정의 결과와 일치한다 이렇게 속 시원할 수가 긴 시간 끌지 말고 좀 더 빨리 이렇게 공정한 결론을 . ! 냈으면 좋았을 걸 지난 아홉 달 간 정말 많은 사람의 가슴을 졸여왔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식으로 강, . ‘제 진압하고 진행하면 다 된다는 망상은 버리라구 혼잣말을 해 본다 이참에 쌓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 . , 역사가 되는 건물들을 허물고 더 크고 높고 넓게 새로 짓는 게 최고라는 생각들이 사라지면 좋겠다 더불. 어 그 최고 경쟁 등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그만 두기를 제발‘ ’, ‘ ’, ‘1 ’ . .

인터넷에 올라 온 뉴스로 시작해서 이리저리 링크를 타고 여러 사이트를 넘나들다가 어떤 케이블 방송의 새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쉐프주방장 의 꿈을 가진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여러 단계의 오디션에 임하게 . ( )하고 그것을 통해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쇼구나 재미있겠는 걸 요리사 경력. . 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미 몇 년씩 레스토랑에서 일 해왔던 사람도 모두 같은 조건에서 제시된 과제에 , 따라 음식을 만들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 먹음직스런 음식을 만들어 낸다 그 중, . 에 제일 눈에 띄는 건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쉐프이다 오디션에 응모한 사람들의 선배를 자처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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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침 시와 | 전쟁없는세상 회원 싱어송라이터 +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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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해외에서 유수한 경력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고 있었다 음식을 만들기 . 위해서 재료를 어떻게 골라야하는지 그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건 어떤 의미인지 요리를 완성한 후 정리, , , 까지 깔끔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요리를 앞둔 마음가짐은 어때야하는 지 자신의 실수담을 곁들, 여가며 매 상황 상황마다 참가자들에게 조곤조곤 알려주고 있었다 모멸감을 주는 말로 잘못을 지적하며 . 비난하거나 현실의 냉혹함을 대변한다며 엄격한 공포분위기로 억지 권위를 세우는 모습이란 전혀 없었다, .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사람들에게 식사의 즐거움과 감동을 함께 준다는 그의 요리가 무척이나 먹고 싶, 어졌다.

그러고 보니 다행이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의 삶과 목숨을 함부로 하지 않는 세상 돈으로 재지 . . ,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모래 위에 세운 집과 같은 질서를 위해 조장되는 공포도 없어지고 있다 바뀌어야, . 할 것들은 아직 남아있지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주째 맑은 날이다 인터넷 창을 닫기 . 2 . 전에 날씨를 검색해보니 내일도 맑음이라 한다‘ ’ .

최근 저에게 각별한 관심을 일으킨 일들을 소재로 매무새는 거칠지만 재구성해보았습니다허구가 아니* . 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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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란 갖고 있어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어느 계기로 그 편견의 벽의 존재를 느끼게 되면 벽. 에 부딪히는 순간 순간마다 그 편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그 보이지 않던 벽이 사라지게 된다 나에게 병역거부자들과의 첫 만남은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을 발견할 . 수 있던 기회였다.

나는 요새 망원동에 있는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 조금씩 나가고 있다 아주 조금씩 나감에도 불구하고 . 감사하게도 나의 자리가 배정됐다 물론 나만의 자리는 아니지만 우선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내 자. ‘리가 생겼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자리 구하기 힘든 세상 아닌가 이 내자리 위쪽 벽에는 이런저런 ’ . . ‘ ’ 사진들이 빼곡이 붙어있다 전쟁없는세상의 활동들을 담은 사진이다종종 자리에 앉아서 이 사진들을 한. . 참 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다 저 사진은 무슨 사진이냐고 저 사람은 누구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 . 그 속에는 오태양씨를 비롯해서 초창기의 병역거부자들의 사진들부터 최근의 하동기씨의 기자회견사진까지 많은 병역거부자들과 활동가들의 사진이 담겨있다 기자회견 때와 같은 결연한 모습의 사진도 있고, . , 엠티나 캠페인 퍼포먼스때와 같은 재미있는 사진들도 있다 마치 방 안에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사진을 , . 잔뜩 붙여놓고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키우는 사춘기 소녀처럼 나는 이 사진들을 보며 병역거부자들을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으로만 보던 책에서만 읽던 기사로만 접하던 병역거부자들을 한자리에서 . , , , 볼 기회가 생겼다.

년 월 일 양심수 후원회 후원주점이 시청역 근처 한 술집에서 열렸다 평소 병역거부자들에 2009 10 24 , . 게 많은 도움을 주셨기에 감사드리며 후원하는 차원에서 전쟁없는세상 식구들이 모였다 출소 후 서로의 . , 삶으로 바빠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병역거부자들과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또 후원하는 사람들이 한자리, 에 모였다 한 시간쯤 늦게 도착해서인지 주점은 북새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들을 메우고 있었지. . 만 그 와중에서도 남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유난히 더 시끌벅적한 자리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이미 . 모여서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던 전쟁없는세상 사람들이었다 슬쩍 끼어 앉으려 했지만 큰 덩치로 . 인해 주목을 받았고 덕분에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활동가 여옥님이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시다 . "쓰러지시거나 불시에 사고를 당할까 봐 걱정돼서 조금씩이나마 사무실에 출근하는 성민이라고 합니

내 안의 벽 느끼기양심수 후원회 후원주점을 다녀와서-

성민 | 전쟁없는세상 자원활동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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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박수소리로 환영을 받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옥님의 인기에 묻어간 것이다." . .

두 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쪽 저쪽 자리를 바꿔가며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 들과 통성명을 하고 조금씩은 대화를 나눴다 장동건 김태희를 실제로 보면 얼굴에서 빛이 난다던가 나. , ? 에게는 이들이 그랬다 오태양 유호근 김훈태 말로만 듣던 책에서만 보던 신문에서만 보던 유명한 . , , .... , , 초창기의 들을 직접 만나고 얘기를 듣는 것은 병역거부에 대한 고민을 한지 얼마 되지 않던 이제 막 CO , 전쟁없는세상의 회원이 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나. . 는 이날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연예인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나에게는 연예인처럼 느껴지던 병역 . . 거부자들은 그러나 나와 같은 세계에서 같이 숨 쉬며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두 시간여 동, . 안 얘기하면서도 계속해서 먹지도 않은 술에 취한 듯 연예인 만난 기분에 붕붕 떠서 어쩔 줄 모르며 정신 없는 것은 여전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며 이들을 연예인이 아닌 보통사람들로 보게 됐고 그 . , 과정에서 그들과 나 사이에 아니 내 스스로의 마음속에 편견의 벽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병역거부, . 라는 것을 책으로만 신문으로만 또 사진으로만 접했기에 또 직접 대화해보지 않고 나 스스로를 병역거, , 부자의 위치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생기는 편견의 벽이었다 나는 이 자리를 통해서 그 편견의 존재. 를 느꼈고 서서히 그 후 병역거부자들을 대할 때마다 그 편견을 자각하며 녹여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 . 느낀 편견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갖는 편견 중에 하나는 일반화다 나는 병역거부자를 일반화해서 생각했다 인권 . . 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양심의 자유의 침해로 병역거부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나는 소수자 운동, 으로서 이 문제를 대했었고 그 안의 다양성을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피해자로서의 당사자인 병역거부. 자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농담으로 말했었나 병역거부자들은 생긴 건 전혀 평화적이지 않다고특정인. , (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누가 먼저 병역거부자라고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병역거). . . 부는 양심의 문제 즉 내면의 문제이기에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병역거부자라는 것 외에는 그저 다양한 , 사람들이었다 머리로는 항상 안다 집단을 한 가지 특성으로 규정하는 것이 위험할 뿐더러 본질적이지 . . 않다고 하지만 그러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살아왔었고 병역거부자들을 여러 . 명 만나고 나서야 그것이 비로소 벽으로 다가왔다.

병역거부자들을 직접 보기 전에는 그들이 정말로 특별한 사람일 것만 같고 뭔가 다른 사람일 것만 같아, 야 한다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런 기대감은 아마도 편견 혹은 벽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병역거부자는 . ? 특별한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 병역거부를 고민해본 . 적이 있는 사람들 혹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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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정말 다양한 개성. 의 사람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그들을 직접 만나고서야 깨달았다 병역거부라는 사실 외에는 그들. 을 묶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 편견을 느끼고 나서도 병역거부자들과 대화하며 그 벽을 계속해서 . 순간순간 느낀다 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이 강한 그들과 얘기를 나눠가면서 문턱이 닳듯이 그 벽이 서서히 . 녹아갔고 여전히 녹여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처음 만나는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막연한 기대를 느, . 끼는 것을 보면 아직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볼 수 만은 없는 것 같다 모든 병역거부자들을 만나면 가능할. 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거부자들이 대거 포함된 술자리에서 다른 곳과 비견되는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 권위적인 냄새를 맡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의 사회생활이 적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본 술자리 학교. , 나 직장이나 모임 등에서는 어디에서나 조금씩은 권위적인 냄새를 알게 모르게 풍긴다는 느낌이 있었다. 어쩌면아니 확실하게 나에게까지 물들어 있는 이 권위주의는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 하지만 이날 양, . 심수 후원회에서만큼은 그런 권위의 무게에서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비단 이날 술자리에서뿐 . 아니라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약간의 시간 동안 계속해서 느끼고 있는 점이다.

이왕 좋았던 점을 얘기한 김에 한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나는 이날 가슴 한 켠에 큰 든든함을 안고 돌아 왔다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출소 이후에 대한 걱정은 큰 고민거리이다취업 연애같은 일상적인 . . , 고민도 고민이지만 과연 그 과정을 겪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말이다 아직까지 산 날보다는 앞으로 살 날이 많기에 또 하룻밤 사이에도 생각과 관심. , 이 급변하는 젊은 나이기에 하는 고민들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모인 병역거부자들은 저마다 자신. 의 자리에서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대안학교 교사로 책을 펴내는 일로 영화를 찍고 계속해서 시민운. , , , 동이나 봉사활동을 하며 또한 공부를 하며 자신들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지켜가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었, 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젊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중일 것이다 삶에 대해서 가치에 대해서 하지만 적어. . . 도 솔직히 표현하자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이상한 악의 ... , ,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지금의 나에게는 새삼 큰 힘이 되, 었다 함께 이야기 나눈 시간은 잠시였지만 가슴속에는 큰 안도감으로 남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이날 양심수 후원회에 참여해서 또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 해서 감옥에 다녀왔거나 선언을 하고 감옥 행을 앞두고 있거나 또 고민하고 있는 그리고 이들과 함께 , , , 활동하고 돕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게 되었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는 큰 도움과 , 도전이 되고 있다 혹여 이 글을 보고 있는 병역거부에 관심이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 , 나와서 어울리라고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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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무기수출을 금지하기 위한 국민제안호 이 달의 행동 - War Profiteers' News 20 ,

국민제안 은 스위스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만약 투표권이 (pupular initiative) . 있는 사람 만 명이 어떤 정치적 요구에 서명을 한다면 당국은 국민투표에 부칠 의무가 있으며 그 10 , , 결과는 정부에 대해 구속력을 지닌다.

년 군대 없는 스위스를 추구하는 집단는 스위스에서 나오는 전쟁물자의 수출이나 운송2007 GSoA( )의 금지를 요구하는 시민 만명 이상의 서명을 제출했다 년 월 일에 국민투표를 하기로 10 . 2009 11 29날짜가 잡혔다 스위스 국민은 이 사안에 관해 투표를 하는 것이 세 번째다 년에 가 . . - 1972 49.7%무기수출 금지에 찬성했다 하지만 년에는 로 떨어졌다 만약 다수가 무기수출 금지에 찬. 1997 22.5% . 성한다면 그것은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는 년 설립되었는데 군대를 폐지해서 스위스 사, . GSoA 1982 , 회를 문명화하는 것이 이 단체의 주요한 목표이다 년에는 스위스 인구의 이상이 국가가 “ ” . 1989 1/3 지닌 군사적 확신의 근간을 심각하게 뒤흔들면서 연방정부의 국민투표에서 이 제안을 지지했다 그, . 때 이래로 는 군대와 관련된 예산을 축소하거나 시민적인 대안을 제안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GSoA , 국가적인 국민투표를 유도하는 몇 가지 국민제안에 착수했다 오늘날 에는 만명 가량의 회“ ” . , GSoA 2원과 지지자가 있다.

정부는 무기수출이 스위스 무기 산업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무기수출 금지에 반대한다 또한 무기수출은 국가방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국제적 무기시장에 . . 접근하지 못한다면 스위스 내 무기생산은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분, . 야에서 이뤄지는 통합과 합병 경향은 이미 많은 스위스 기업의 생산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 또한 . 스위스 최대의 무기생산자는 이미 외국 기업체에 인수되었다 이러한 점이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 전. . 쟁시기와 같은 과거에 이미 드러났듯이 무기산업이 국가방위를 옹호한다는 주장은 전혀 현실적이지 , 않다 무기산업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누구에게나 물건을 판다. .

무기거래에 반대하는 주장

이번 소식지부터 무기반대운동과 관련한 외국의 정보와 자료들을 활동가들이 함께 번역하여 싣습니다 이번에 번역한 글은 에서 발행하는 전쟁수혜자 뉴스 호 년 월호 의 . WRI 20 (2009 9 ) Campaign of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번역은 현민이 수고해주었고 아래 번역글의 원문은 the Month . , http://www.wri-irg.org/node/8836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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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무기는 전세계의 전쟁물자에서 작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기는 민간인을 포함. 한 사람들을 죽이는데 사용된다 예컨대 스위스는 소형무기의 탄약에 있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 , 수출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제작자는 자신의 물건이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 아무런 직접적인 .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위험한 물건을 팔면서도 동시에 그것들이 오용되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정. 말로 위선적이다.

스위스 외교정책은 공식적으로 무장폭력의 예방 갈등해소 평화강화를 추구한다 스위스 외교정책은 , , . 스위스 안팎에서 평화를 육성하기 위해 발전과 협력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무기거. 래가 지니는 부정적 영향은 그와 같은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무기거래는 인간과 자연환경을 파. (괴하고 시민들의 욕구 특히 남반구 국가들 사람들의 욕구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무기수출은 , ) 인간의 안전과 안정적인 글로벌 공동체를 촉진하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

전쟁물자는 스위스 수출 전체에서 단지 를 차지한다 만약 무기수출 금지가 받아들여진다면 정0.4% . , 부는 군비산업의 민간으로의 전환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환은 이미 시장의 . 진화와 더불어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기. 술이나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 투자를 하는 편이 보다 현명할 것이다.

끝으로 국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무기수출은 수익성이 높지 않다 무기수출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 . 받고 있다 정부는 가난한 국가들에게 무기를 팔면서 수출에 따르는 위험을 보상한다 가난한 국가. ( . [에서 외국으로부터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일은 경제적 생존이 국방부에 의한 과도한 지출에 지나치] , 게 의존한다는 점을 의미하며 종종 국내산업을 위한 계약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

우리가 투표에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이 투표에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 행동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무. 기산업은 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돈. 보다 훌륭한 주장이 있다 물론 우리는 우리에게 ! , 향하는 모든 도움을 환영하는 바이다특히우리는 . , 세계 모든 곳에서 판매되고 사용되는 스위스 무기에 관한 것이라면 어떠한 종류의 정보라도 감사한다.

http://www.gsoa.chhttp://www.kriegsmaterial.ch

스위스의 무기거래반대 캠페인 모습 사진 출처. : http://www.wri-irg.org/node/8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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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선화 이세현 이승규 이영롱 이용석 이은주 이정은 인정환 임성환 임재성 임태훈 장기정 장성희 장정혜 조은 조정의민 정재우 정주열 정현진 정현채 정혜윤 조명래 조선주 조원영 주창언 지은 진진 진흙

참새 채승우 책으로여는세상 최영균 최지선 편설란 하승우 한주훈 햄 허미리내 홍성훈 홍수봉 홍창욱 황명규 황순영 황예랑

전쟁없는세상 재정보고 년 월 일 년 월 일>> (2009 8 1 ~ 2009 11 20 )자세한 수입과 지출 내역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운영실 재정보고 게시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후원인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총 수입 총 지출 이월금 총계 수입 지출 이월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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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 :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영익은 월 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을 갔습니다8 4 .

은국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 :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은국은 월 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로 이감을 갔습니다8 26 .

하동기 법정구속 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 : 월 일 선고공판에서 년 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10 21 1 6 .

백승덕 재판 중:: : 월 일이 입영일이었던 백승덕은 월 일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을 했고 월 일 경찰조사를 받은 이후 9 7 9 9 10 12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월 일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2 7 .

이정식 경찰조사 대기 중:: : 월 일이 입영일이었던 이정식은 당일날 병무청에 병역거부의사를 밝혔고 월 일 경찰조사를 기다리10 13 , 11 26

고 있습니다.

현민 경찰조사 대기 중:: : 월 일이 입영일이었던 현민은 입영일날 지인들과 함께 병역거부선언 파티를 열었고 현재 경찰조사를 기11 10 ,

다리고 있습니다.

박상원 경찰조사 대기 중:: : 월 일이 입영일이었던 박상원은 입영당일날 병부청에 병역거부의사를 밝혔고 현재 경찰조사를 기다리고 11 10 , 있습니다.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의 주소::

이길준 경기도 여주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30 425 (469-800)

김영익 경기도 화성시 남양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3 542 (445-010)

권순욱 인천시 남인천우체국사서함 호 번 _ 343 1304 (405-600)

오정민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20 2572 (435-050)

박은국 경기도 화성시 남양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3 617 (445-010)

하동기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호 번 _ 20 1905 (43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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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