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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7 3층 [email protected] 02-6401-0514 45 기획기사 -병역거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Livin’ in Exile 에비군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 병역기피자 신상공개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쟁없는세상 45호 병역거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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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7 3층 [email protected] 02-6401-0514

45

기획기사 -병역거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Livin’ in Exile

에비군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

병역기피자 신상공개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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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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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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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를 내며 Editorial 1

평화주의자 노트 Essay

군사비 그대로 두고는 전쟁 끝낼 수 없다 2

‘나’라는 존재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느낌 8

참가후기

병역거부와 병역기피 사이의 남성성 12

저항을 ‘삶’의 일부로 사유하기 19

기획기사 Special

Intro - 병역거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24

Livin’ in Exile 25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 30

병역기피자 신상공개제도 시행을 앞두고 35

리뷰-책&영화 Review-Book&Movie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나아가 더 강한 민주주의로 40

기획연재

이예다의 프랑스 생활기- 난민 신청자를 돕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44

게임과 평화 -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시드 마이어의 문명 48

샤샤의 꾸잉꾸잉 54

재정보고 Report

후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58

전쟁없는세상 45호 소식지

차례

Page 3: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1소식지를 내며

용석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달력에서 5월 15일을 보았을 때, 스승의 날보다 병역거부자의 날을 먼저 떠올

렸다면, 당신은 전쟁없는세상의 아주 가까운 친구입니다. 2003년 5월 15일 이스

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했을 때만 해도 우리 모두는 병역거

부자의 날이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5월에 나오는 소식지인 만큼 이번 호는 아무래

도 다시 병역거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물론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

복하면 재미없겠죠. 병역거부 이슈 가운데서 최근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

는 것들을 다뤄봤습니다.

계간지와 관련 없는 이야기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전쟁없는세상에서 다달이

보내는 뉴스레터로 이미 확인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전쟁없는세상의 올해 목

표 가운데 하나가 상근활동가 활동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위해 회비 증액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여러 분들의 성원으로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혹시 타이밍을 놓치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회비 증액 혹은 신규 회원 가입을 하셔도 됩니다.

참, 마지막 장을 보면 후원인 명단 밑에 재정 보고가 빠져있을 겁니다. 전쟁없는

세상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섣부르게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재

정 정리를 담당하던 여옥이 유럽으로 병역거부 스피킹투어를 떠나서 이번 소식지

에만 재정보고를 싣지 못했습니다. 여옥이 귀국하는 대로 홈페이지에 재정보고를

올릴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소식지를 내며

Page 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2

군사비 그대로 두고는 전쟁 끝낼 수 없다

김태환 | 남북평화재단 활동가

이 글은 제5회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아 세계군축행동의 날 준비위원회에서 준

비한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기고의 첫번째 글입니다. 원 저자의 허락을 얻어 여기

에 중복게재합니다.

매년 4월 둘째 주 월요일이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사용된 군사비 지출 통계와 트렌드 분석을 담은 ‘세계 군사비 연례보

고서’를 발간한다. 올해 발간일은 4월 13일이다. 각 국가들이 얼마나 많은 군사비

를 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무기를 사고파는지 전 세계의 언론과 여론이 이를 주

목한다.

이날을 맞아 세계의 평화단체들은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을 진행한

다. 군사비로 사용되는 돈을 줄이고, 대신 가장 시급하고 당면한 우리 삶의 위협을

해소하는 데에 쓰자는 것이다.

2011년 시작된 GDAMS가 어느덧 5회째를 맞았다. 1회부터 캠페인에 참여해 온

평화주의자 노트

Page 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3평화주의자 노트

한국의 평화단체들이 세월호 참사 1년을 맞는 지금 ‘사드THAAD’ 논란이 한창인

우리 사회에 GDAMS 캠페인이 던지는 메시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군축이란?

군축의 사전적인 의미는 ‘군사비 감축’을 뜻한다. 군축을 주제로 지난 5년 동안

‘군축’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다. 분단과 군사

적 대치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에서 군축이란 이슈에 전적인 지지와 공감을 이끌

어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북한발 무인기라도 발견되면, 그 기능과 효과성

은 차치하고 우선 레이더를 사야 한다느니 개발을 하는 게 낫다느니 군사비를 늘

리자는 이야기로 금방 옮아간다.

이 상황에 오히려 군사비를 줄이자는 주장은 경을 칠 이야기다. 이처럼 한국 사

회에서는 군비를 줄이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 못하지만, 국제사회 특히 유엔

에서는 군축 이슈야말로 오래 전부터 매우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 왔다. 유엔 안전

보장이사회의 출범 목적이 ‘군축’이라고 언급한 유엔 헌장 26조는 이를 잘 보여준

다.

넓은 의미의 군축은 단순히 군사비를 줄이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단어가

담고 있는 주요한 의미는 전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더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하

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군사력으로 실제로 전쟁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 따라서 군축은 무기가 아닌 ‘평화로운 방법에 의한 평화’를 추구한다.

세계 각국은 군사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투입된 재원만큼 더 평화롭고

안전해졌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 땅에 매일매일 보다 정교하고 더 강

력한 무기가 개발되고 배치되는 것을 보지만, 전쟁과 분쟁이 줄어든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한다.

Page 6: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4

‘안보’라는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군비증강이 오히려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남과 북은 해마다 많은 군사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최근 몇 년간 전례 없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까지 고조된 바 있다.

강한 군사력이 전쟁을 막는다?

지구촌 전체를 놓고 볼 때, 해마다 군사비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데 반

해 절대빈곤, 식량 부족과 같은 시급한 문제에는 비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턱없

이 적은 금액이 배정되고 있다. 인류는 아직 식량부족, 절대빈곤, 사회정의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사람들은 또한 어떤가? 만약 세계가 군사비

의 단 5%만이라도 무기가 아닌 빈곤퇴치와 환경문제를 위해 사용한다면, 세상은

2015년 4월 13일 개최된 제5회 세계군축행동의 날 국회·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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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화주의자 노트

완전히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선뜻 군축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실정

이다. 강한 군사력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착각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군비증강을 하지 않으면 공격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두 차례

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류는 전쟁의 위험성과 잔혹함을 깨닫고 국가 간 무력

충돌을 막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냉전기간 동안 벌인 무모하고 소모적인 군비경

쟁은 상호신뢰를 통한 군비통제, ‘군축’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

들은 ‘현실주의’란 이름의 군비 증강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살상력, 파괴력을 갖춘 무기를 갖겠다는 욕망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과연 강한 군사력을 지닌다면 우리는 전쟁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까? 미국

은 세계에서 가장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전

쟁을 일으키는 나라다. 21세기 들어 이라크 침공,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2번의 전

쟁을 주도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군사 강국으로 꼽히

는 대부분의 나라들 역시 아프리카 내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강한 군사력으

로 전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우리가 목격하는 오늘날

의 현실이다.

지금 동북아에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독도를 둘러싼 영토분쟁, 미국의 ‘아

시아 회귀’ 정책으로 인한 미중 갈등,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과 재무장 정책으로 군

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느 한 나라가 전쟁을 막겠다고 군사력을 강화하

면, 나머지 나라들도 덩달아 방위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무기를 늘리는데 힘을 쏟

게 된다. 강해지는 군사력만큼 상호불신과 무력시위로 인한 우발적 충돌의 가능

성은 커지고 전쟁위험도 상승하게 된다. 지금의 동북아가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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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깡패국’ 북한을 상대해야 하니까?

지난 4년간 진행된 GDAMS 캠페인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반론은 북한과 관련

된 말들이다. ‘깡패국’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지속적으로 군사력에

투자를 해야 하며, 북핵을 막기 위해서 사드를 구매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시스

템을 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언뜻 맞는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되새겨 보

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군비 증강을 통해 북핵을 막는 것은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조 원이 드

는 도박에 가까울 뿐이다. 핵군축, 핵개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어느 나라도 주변

국 또는 적대국들의 위협에 굴복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최근 핵 협상이

타결된 이란만 봐도 그렇다. 미국이 무력으로 이란을 굴복시킨 것인가? 북핵을 막

는다는 이유로 더 많은 무기를 사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계가 써온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을 끝내고 비핵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단절된 남

북대화를 재개하여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어야 한다. 6자회담(미국, 중국, 일본, 러

시아, 남한, 북한)이 멈춘 이후 한반도의 핵 위협과 전쟁 위험도는 지속적으로 증

가했다. 대화를 단절한 상태로 지금처럼 군사적 긴장감이 계속된다면, 팽팽히 당

겨진 실이 언젠가 끊어지듯 사소한 사건이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북한과의 문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모두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다. 따

라서 우선 6자회담을 재개하여 외교와 대화로 엉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서 핵 문제와 군축을 논의할 때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

다.

먼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잃어버린 신뢰부터 쌓아가야 한다. 신뢰감 형성

은 경제적·군사적 우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만이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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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평화주의자 노트

다줄 수 있다. 70년이란 분단과 갈등의 상황을 하루아침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

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군축이란 첫 발을 딛는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

질 것이다.

물론 군축만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군축 없이

는 우리는 전쟁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남북이 모두 총을 내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간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가장 큰 유산을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웹사이트 바로가기: www.gd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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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평화주의자 노트

‘나’라는 존재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느낌교실 안 민방위 훈련 풍경

진냥 | 초등학교에서 선생으로 먹고 살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학교에는 각종 안전대책들이 쏟아졌다. 서류작업뿐인 안전대

책이라는 건 예상된 일이었고 학교폭력 때도 씨월드 참사 때도 늘 반복되었던 일

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기대도 없었다. 2천명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다 나가 소화기

딱 한 개를 한 시간동안 쳐다보고 있는 재해예방교육같이 쓸데 없는 것도 많았지

만 전문가를 외부에서 불러 학급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필수로 실시하고 유효기

간이 지난 소화기를 새로 다 구입하는 등 쓸모있는 것들이 있기도 했다. 소잃고 외

양간 고치냐는 속담을 떠올리기에도 너무 송구스러운 참사들 끝에 나온 대책임에

도 너무 협소했지만.

그리고 2015년이 되었다. 아직은 학생들이 반을 말할 때 작년 반과 올해 반을

종종 헛갈려하는 3월 중순 나와 학생들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들었다. 민. 방.

공. 이제 민방위 훈련이 아니라 민방공 훈련이라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학

교는 바쁘고 다 챙길 수 없으니 귀에 잘 안들어왔다. 그러다 3월 16일. ‘민방공’ 훈

련일이 되었다.

Page 1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9평화주의자 노트

시작은 평소 민방위 훈련과 비슷했다. 싸이렌이 울리자 학생들을 인솔해 미리

안내된 대피로를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방송에서는 뭔가 계속 설명해댔지만

운동장에서는 들리지 않았고 1~20분 후에 교실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 학교 내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면 아까 이동했던 길로 이동하면 되고 한꺼번에 인원이 몰

려 2차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원을 나누어 빨리 대피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라는 것과 운동장에 있는 게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각 반의 인원점검이 어디서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혹시 사고에서 나-교사가 피해를 당해 건물 밖

으로 나오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이 자리에서 인원점검을 할테니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는 설명을 했다. 그 때쯤 학교 전체에 방송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하

지만 그 방송을 들으며 나는 아연해졌다. 내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삐~ 여러분 이 소리는 적들이 총격을 가하거나 폭격을 곧 할 거라는 공습경보

입니다. ”

“삐~ 삐~ 여러분 이 소리와 앞의 경보를 구분할 수 있나요? 이 경보는 야간에 적

들이 다가왔을 때 울리는 경보입니다. 이 경보가 나면 적들이 위치를 알 수 없도록

불을 모두 끄고 창문을 닫아야 합니다.”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당황해서 당장 민방공이 대체 뭔지 찾아봤다.

아니다 다를까. 민방공 훈련은 ‘북의 장사정포나 미사일 도발과 같은 적의 공습상

황에 대비하는 실제 주민대피 훈련으로 민방공사태 시 즉각적인 대피로 주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피행동요령을 숙달하고 생활 속 안전 및 안보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실시’하는 훈련이란다. 교실 TV에서는 문장 단위로 ‘적’이라는 말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들이, 적들이 공격을, 적들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여긴

Page 1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10

어디고 나는 여기에 왜 있는거지?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해졌다. 방송이 끝나고 나

서 학생들은 김일성은 죽었다느니 어쨌느니, 김정은은 살아있나 죽었나 빨리 죽

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아무리 그래도 누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그렇게 밝게 웃으며 하냐고 물으니 그래야 전쟁이 끝나지 않냐고 되묻는다.

대화와 타협, 생명 존중, 용서 그런 건 이 공간에서 모두 사라져 있었다. 차츰차츰

발끝부터 물거품으로 변해 사라지는 기분. 이제껏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이 사

회가 내게 요구한 것과 교사로서 내가 학생들과 이야기했던 것들은 모두 증발되

어버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천안함 사건 5주기 계기교육이 쏟아졌다. 교육청은 천안

함과 관련하여 계기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꼼꼼하게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교문

앞에 현수막을 달았는지 안 달았는지도 실적에 포함되었다. 천안함 관련 교육영

상도 전 학교에 방송되었다. 방송 내용을 학생들과 보다 차마 더 보지 못하겠어서

TV를 껐다.

천안함 영상에는 계속 유가족들의 모습이 나왔다. 그들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

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영상 도중에 국가로부터 1억원의 위로금

을 받은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아들 목숨값을 받아 쓸 수 없다며 그 1억원을 다시

국가에 헌납했고 정부는 그 1억원으로 미사일을 샀다는 내용이 나오는 대목에서

더 이상 학생들에게 그 영상을 보여줄 수 없었다. TV에서는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그 1억원으로 산 미사일에 희생자들의 부대 번호를 새겼다며 미사일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었다.

죽은 이가 왜 부대의 번호로 기억되어야 하고 심지어 그를 기리는 방법이 살상

무기여야 하는지 그야말로 끔찍했다. 그 무기로 더 많은 적들을 위협하고 죽여 나

라를 지키겠다는 말은 똑같은 희생자를 더 만들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화면 가득 무기와 전함이 나오는 영상, 공습경보를 들려주며 ‘너에겐 너를 노리

Page 13: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11평화주의자 노트

고 있는 적들이 있다’고 교육하는 학교라니.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나라니.

늘 이런 식이었다. 안전이든 안보든 학생들을 그리고 나를 위협하고 겁에 질리

게 하는 방식. 위기감을 조성하고 저 앞에 적을 보라고 요구하는 방식. 평화를 고

민하고 수많은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교육보다 다양한 무기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먼저 알려주는 방식. 두렵고 불안한 사람에게 격려와 연대로 평온함을 선

사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칼을 쥐여주는 방식 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세월호 사건 이후 후속대책으로 설립된 국민안전처라는 정부

부처가 있었고 이 국민안전처라는 곳이 세워진 후 처음으로 하는 민방위 훈련을

공습경보 대피 훈련으로 강조하며 시행한 것이었다. 안전이 국가안보 그리고 국

가위기로 둔갑해 있는 것이다.

대피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적들의 화생방 공격에 대비하여 방독면을 쓰는

훈련을 하는 것과 화재나 공기로 인한 사고가 있을 때 대처하기 위한 방독면 훈련

은 다르다. 어쩌면 말장난 같지만 안전하기 위해 하는 하는 대처훈련과 ‘적’을 인

식하고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훈련은 다르다. 훈련 목표와 지향은 곧 정당성이자

우리가 보는 방향이 여기니 당신들도 여기를 바라보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8월 또 민방공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시가지에 총을

들고 들어와 하는 을지연습과 연계하여서 말이다. 나는 내가 학생들에게 해온 말

들을 수포로 돌리지 않기 위해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다.

나는 사람들을 꿈꾸게 돕고 싶고 학생들과 총이 없는 세상을 꿈꾸고 싶다. 무엇보

다 칼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한 공간-교실에 있고 싶지 않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

들을 보고 싶지 않다. 이 나라는 안전이라면서 대체 왜 자꾸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가.

Page 1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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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와 병역기피사이의남성성『저항하는 평화』 출간 기념 강연 후기

유채 | 그래픽 디자이너, SNS 잉여, 6년째 페미니즘에 대한 공부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사람[email protected]

이 글은 『저항하는 평화』 출간 기념 강의 가운데 1강 ‘병역기피를 다시생각하다-

남성들 간의 차이와 잉여 시대의 남성성’을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 진행방식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매우 많은 이

야기와 질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강의의 출처와 기반이 되는 책들과도

그 내용이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 요약이

나 개인적 소회를 늘어놓기보다는 제 나름의 프레임을 가지고 의미있는 할 말을

구성하는 편이 더 흥미로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강의와 책의 텍스트

를 동시에 재료 삼기로 했고, 집으로 돌아와 <저항하는 평화>의 두 챕터를 참고해

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정희진, 샤샤, 이길준의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와 김종대, 임제성의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를 의도적으로 포개고 맞대어

본 것이지요. 거울의 배면과 전면을 동시에 응시하듯이, 대담자들이 상이한 모습

참가후기

Page 1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13참가후기

으로 주목하고 있는 듯한 남성성의 궤적을 좇는 저의 실험이 이 글의 목적이었다

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분화된 남성성 - 청년의 잉여담론이 군대를 마주하는 방식

먼저 정희진 선생님께서 강의해서 언급하신 ‘한국 군대와 한국 사회의 관계 변

화 흐름’의 3가지 단계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흐름은 한국 군대의 급

격한 팽창 후 도래한 탈력화 과정, 그에 따르는 군비와 군대가 생산하는 사회적 지

위와 위신의 축소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첫 머리에 올 지점은 한국전쟁 직후로, 이 시기의 군대는 가난한 남성들에

게 계층이동의 기회를 주고 국민으로서의 자격증을 찍어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사회화 기관으로써 기능했습니다. 이러한 군대의 근대성과 엘리트성은 독재정권

이 들어선 이후로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고 주한 미군의 병력감소 이슈가 미국에

의해 처음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자, 그 권력을 위협받는 시기를 맞게 되는데 이것

이 두 번째 흐름입니다. ‘한국군은 미군이 용산에서 나가고 작전통제권 가져오면

나라 망하는 것으로 생각’*이란 식의 두려움이, 정작 미국은 현대전에서 더 이상

활용하지 않는 재래식 미군의 전투전략을 오로지 우리의 군대만이 미신적으로 고

수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지요.

이것이 국제정치와 구시대적 냉전이데올로기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면 세 번

째 흐름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간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입

니다. 개인의 우수한 생산성을 그럴듯한 부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 권우성(kws21) 외 2명, "박 대통령, 국가 주권 포기했다 '쏴도 되냐'고 미군에 계속 물

을 처지; [인터뷰]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24일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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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특성 때문에 전통적 가족관계의 존속, 유교적 가부장제의 규범과 더불어 군대

라는 공간도 더 이상 남성에게 든든한 경제·정치적 자산의 격납고가 되어주지 못

합니다. 군필자가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희박해지고 군대를 기점으로 진짜

사나이/가짜사나이와 국민/비국민을 가르던 이분법이 흔들리게 되면서, 군대에

못/안 가는 비군인 신분의 남성들도 다면적인 층위들로 분화하게 되었습니다. 과

거에는 간첩, 무적자, 은둔자 같은 사람구실 못하는 비정상적인 남자로 퉁쳐지던

집단들이, 종교/정치적 신념/성적지향 등의 명분으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남자,

자발적 루저/단순 포기와 부적응/입대후 귀가조치된 후 돌아가지 못하거나 병무

청의 방치로 혼란상태에 놓여있는 경우 등의 병역기피의 이유가 불분명한 남자로

현재까지 분화되어왔습니다.

특히 마지막 남자들의 잉여적 남성성은 국가를 비롯한 그 어떤 주체들에 의해

서도 기획된 젠더는 아니지만, 80년대 후반부터 튀어나왔던 양심선언이란 호명

이 현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운동과 평화운동으로 변화하면서 병역의무를 거부하

는 남자들과 그 범주의 경계가 상당부분 겹쳐진 듯 보입니다. 비장한 매니페스토

와 대의명분 없이도 평화를 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인데, 그렇다면 흐릿

한 야망과 낮은 연비로 운영되는 삶의 한가운데 있는 유사/실제 히키코모리(은둔

형 외톨이) 집단에게 무언가 평화의 윤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요?

분열과 탈주가 곧 해방이고 평화라는 식의 논리는 지나치게 방만한 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남겨두고, 작년 10월 24일 서울의 한 사진관에서 열렸던 <전국애

매한병역의무자 입대실패 기념 병역과 무관한 음악공연>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여기에는 군입대후 귀가조치되어 기약없이 방치된 음악가들, 군필자 아저씨, 미

필자인 고3 악플러, 외국인, 좋아하는 밴드를 좇아온 그루피 여자들, 기타 등등의

힙스터들이 스무 명 남짓 모여 있었습니다. 공연되는 음악들은 무언가 중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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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소리지르며 공간을 목적성 옅은 에너지로 비스듬하게 채워 넣었고, 라인업

중에 한 밴드였던 ‘쾅프로그램’의 ‘나 아니면 너’ 라는 노래가 그곳에 연주되자 뚜

렷한 형체가 드러나는 ‘우리’라는 건 없는데 각자의 불편함을 끌고 와서 일단 모여

는 있는, 공적인 등록에서 제외된 사생아들의 잉여 상태를 목격한 것도 같더군요.

그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게 너무 싫어서 / 앞으로 차고 / 뒤로 차고 / 그게 너무 달라서 / 좌우로 밀고 /

위로 밀고 / 아직은 나 아니면 너 / 아직은 너 아니면 나

재정립된 남성성 - 안전한 군대가 견인할 폭력 뒤에서 보장되

는 실재적 평화

김종대 님과 임재성 님은 책에 실린 대담에서 남성성이라는 지칭을 사용하진

않았습니다만, 두 분이 지적하는 한국 군대의 고질적 병폐와 그로 인해 발생된 문

제적 결과들의 문제적 원인에는 젠더이슈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밀

히 말하자면 이미 재정립된 게 아니라 앞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는 남성성에 대해

서 김종대 님은 전제하고 있고, 임재성 님은 그로 인해 정말로 군대가 바뀐다면 군

안팎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평화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그 특성상 민주화될 수는 없지만 제도와 규범, 그리고 기술을 합리화해서

전쟁에 대한 위기관리를 수행할 남성성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다- 그것이 군대가

존재해야 할 정당성에 가깝다- 라는 가정하에서는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즉, 이

러한 관점들에서라면 앞서 거론한 분화된 남성성과 잉여화된 청년들은 교정되어

야 한다기보다 관리되거나 군의 경계 밖으로 배제되어야 할 관념과 대상들로 규

정되기 쉽습니다. 조금 더 두 종류의 남성성을 포개어 보기 위해, 앞서 정희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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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님이 지적한 3가지 흐름을 여기서도 따라가며 두 대담자들의 문제의식과 제안

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1980년대 말에 리영희 선생과 국방부의 논쟁은 남과 북 중에 누가 더 세냐

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그 논쟁이 의미가 없어요.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전이라면 국가 전체의 국방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거든요. 국지

전에서 군사력 비교는 의미가 없어졌고, 또 군사력이 비대칭적인 양상이 되

었죠. 똑같은 무기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기로 싸운다는 겁니다. 아

프가니스탄은 휴대폰으로 폭탄을 폭파시키죠.*

20대 때 해군장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리영희 씨는 정희진 선생님이 한국

군대로부터 엘리트성을 수혜받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은 분입니다. 저는 저 논쟁

과 김종대 님의 지적이 군축이슈뿐만 아니라, 미신화된 남성성이 주도하는 국방

정책의 앙상한 원칙주의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은 마땅히 적을 보

면 물러서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전체 육군 병력의 54만명 중 35만명을 휴전선 인

근에 배치해 전쟁 발발시 병력의 40퍼센트를 초기 방어과정에서 잃는 위험을 내

포한 재래식 전투계획의 당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국가의 안전은 언제라도

무너지고 실패할 수 있다는 계산 대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하에 군대를

향하는 모든 문제제기의 정당성을 차단하고 그 원칙의 앙상함을 보완하고 숨기기

위해 종북몰이에 몰두해 온 것이 한국의 군이고 그것을 논하는 극우주의자들이었

습니다. 그로부터 지속된 만능 반공주의와 함께, 한국 군대의 미군에 대한 의존성

과 시대착오적 동일시, 모방행동은 국가 안보를 정치화/이데올로기화시켜 선거

* 『저항하는 평화』, 전쟁없는세상엮음, 오월의 봄, 2015,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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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에만 들먹이다가 ‘그냥 하던 대로 하면서 나쁜 서사를 반복하는’ 유명무실한 명

분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제대로 된 주권과 평화를 위해서는 망령의 호통이 아니

라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이 앙상함이 진보

진영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고, 군사주의와 군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데 비해 대책과 계획이 부실했던 한국의 구 운동권들의 태도는 현행 헌법의 정상

작동을 통한 국가 안전의 보장권을 말하는 데 소극적이었으며, 분화되고 잉여화

된 세대의 남성성과 한국 군대 간의 불화가 초래한 수많은 희비극적 사건사고들

앞에서 보수진영만큼이나 속수무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대화되어야 할 한국 군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점들과 함께 김종대

님이 예로 든 모병제/공동 어로구역/개성 공단 유지/6자 회담의 조치를 통해 ‘골

든아치’ 이론의 지경학적 사고를 군사 정치에도 적용한 후 민주적 국가/작지만 강

하고 효율적인 군대들간의 상호의존과 협력관계를 기반해서 전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힘의 평형상태’를 만드는 방법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 임재성 님은 ‘민주주의 국가들 간에는 전쟁이 없다’식의 논리는 미국의 CIA

등을 통해서 개입된 제3세계의 수많은 전쟁들을 은폐하고, 전쟁의 양상 자체가 국

가 간 전쟁이 아닌 내전과 테러의 형태로 전화했음을 간과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저는 여기서 평화운동이 향하고 있는 지평선의 길이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대 님이 예시로 든 1차세계 대전 와중의 Live

and Let Live(나도 살고 너도 살자)와 유사한 현상, 각자의 참호에 들어가 정해진

때에만 허공에 총알을 버리거나 병사가 자신의 적군 앞에서 총구를 내려놓는 결

정을 유도/격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공허한 논의로 끝나

지 않는 ‘실재적 평화’와 전쟁가능성의 소거라는 목적을 잊지 않는 ‘평화 안보’가

협력해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국군 안에서 병역의무를 수행중인 다수의 남자들

의 저항권과 인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풍부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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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잠재적 해방의 주체이고 후자에게 그들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일지라도 말

입니다.

쓰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았던 글이 끝났습니다. 이제 저는 일단 책을 마저 읽어

야겠고 잉여답게 ‘전쟁없는 세상’의 페이지부터 좋아요를 누른뒤, 평회원으로 활

동중인 민우회 독서 소모임 ‘여백’안에서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 도서 ‘동맹 속의

섹스’를 함께 읽으며 기지촌 이슈에서 드러나는 한국 남성성은 무엇이고, 이것은

동시대 병역기피/거부 흐름과 어떻게 맞닿으며, 우리는 우리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썰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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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참가후기

저항을 ‘삶’의 일부로 사유하기『저항하는 평화』 출간 기념 강연 후기

미선 | ‘저항하는’ 출판노동자

이 글은 『저항하는 평화』 출간 기념 강의 가 운데 2강 ‘우리 역사 속의 비폭력 직접

행동’을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평화’를 얘기할 때 곧바로 ‘저항’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저항 없는 평

화란 불가능하고, 수많은 직접행동들에 의해 가능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

가게 된다. 전쟁없는세상이 펴낸 『저항하는 평화』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이다.

1.

『저항하는 평화』 출간 기념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하승우 선생님은 『대학거부

그후』라는 책의 이야기로 첫 운을 떼었다. ‘거부’의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

과 지지를 보내지만, 실제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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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다. 대학거부자, 병역거부자와 같은 거부자들은 구직

과정 등 일상에서 많은 제약을 경험하고, 또 많이들 좌절을 경험하는데, 그러한 좌

절은 거부자 개개인이 안고 가야 할 문제로서 생각된다는 것이었다. 하 선생님은

‘거부’가 순간의 저항이 되지 않고 의미 있는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

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사람의 곁에 있어 주고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

다고 말했다. 저항을 일상에서의 일탈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적극 들

여와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왔다(그러고 보니 하승우 선생님과 오리님의 대담

제목은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이다).

2.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일까? 사업장에서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어 매일같이 투쟁했던 2013년, 전없세에서 주최한 2박3일

일정의 평화캠프에 다녀온 적이 있다. 평화와 안식을 기대하고 갔으나, 먹고 싸고

자는 시간 빼고 비폭력직접행동의 노하우들을 전수받고 강력하게(!) 의식화되었

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폭력/비폭력의 스펙트럼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는데, 화염병을 던지는 행위, 침입에 맞서 스크럼을 짜는 행위, 탱크

같은 전투기를 부수는 행위 등 예시가 제시되면, 사람들은 이것이 폭력이라고 생

각하는지 비폭력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스펙트럼’ 안에 자신의 위치를 잡는

것이었다. 각자 의견을 나누고 나서, 자신의 위치를 정정할 수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건, 폭력과 비폭력을 뚜렷한 기준에 따라 구분할 수

없다는 것, 직접행동을 할 때에 법적 구분이나 선입견에 기대어 판단하기보다는,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 간에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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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참가후기

이었다. 『저항하는 평화』에 수록된 대담 중에도 그러한 폭력/비폭력에 대한 사유

가 곳곳에 보인다.

제 대학 시절 경험인데, 교문 앞에서 시위를 하면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등

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하루는 부총학생회장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다 놓고 나가자” 이렇게

말했어요. 분위기가 썰렁해졌죠. 이미 학교 정문 앞에 전투경찰이 진을 치

고 있는데 오늘 맨몸으로 우리의 결의를 보이자고 하니 사람들이 당황하고

한편 비장미도 흐르고, 교문에서 10미터 정도 가다가 연좌를 했더니 바로

백골단이 달려와서 연행을 하려고 해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고,

선배들이 “빨리 가져와라”, 항상 그전까지 싸우던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다

른 방법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이 없었던 것이

죠. 짐작하건대 일반 시민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

지만 정작 시민들이 참여할 통로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니 결국 쇠파

이프 들고 싸움을 했죠. 폭력인가, 비폭력인가보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

인지 고민이 없으면 계속 익숙한 방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사실 화

염병을 쓰고 쇠파이프를 드는 것이 때론 필요할 수도 있지만, 문제도 그것

이 아니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죠.

― 대담 중에서, 하승우

“폭력인가, 비폭력인가보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없으면 계속 익

숙한 방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와서 박혔다. 중요한 것은 선택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과 ‘합의’일 것이고, 그렇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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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에 대해 후회하거나 탓하는 일은 적을 것이다. 저항은 ‘결과’보다도 ‘과정’의

영역으로 사유되는 것 같다.

3.

하 선생님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교로 들

어오는 경찰들을 막기 위해 강의실에 있는 의자들을 죄다 모아 불을 질러도 학생

들 개인에게 물어내라고 하거나 처벌하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요즘 같았으면 ‘손

해배상’ 청구되기 십상인 일이다. 이처럼 저항의 결과는 점차 개인이 감내해야 하

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저항이 가능한 조건을 함께 만드는 것, 저항하는 사람들

의 삶에 주목하고 함께 버텨 주는 것. 그것 또한 저항의 일부일 것이라고 하 선생

님은 말했다.

3.1 운동 당시 지역 곳곳에서 일어났던 투쟁 사례도 감동적이었지만, 노조파괴

용역 컨택터스에 맞서 싸운 금속노조 SJM지회의 사례는 당시 나의 상황과 오버

랩되며 코끝이 찡하기까지 했다. 직장폐쇄로 인한 농성이 지속되는 동안, (조합원

들이 활동하던) 조기축구회 등 지역단위들에서 돈을 모아 노조를 지원하기도 하

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했는데, 그것이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었다는 이

야기였다. 그 어떤 연대 단위보다 삶을 나누고 고락을 함께해 온 단위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는 걸, 저항을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한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4.

다시 강연 도입부의 이야기로 돌아와 거부자들의 일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

은 의미에서의) 일탈의 순간을 지나, 다시 삶으로 돌아왔을 때의 좌절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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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저항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그러한 저항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섞여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조건들에도 관심을 가져야겠

다고 생각해 본다. 노동조합, 협동조합, 당과 같은 형식일 수도 있겠고, 작은 지역

모임, 동아리의 형식일 수도 있겠다. 작은 균열들을 내는 주체들이 파편 하나로 나

가떨어지지 않게 하는, 균열들을 내면서도 또 ‘함께’ 견딜 수 있는 무언가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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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은 오랜만에 병역거부에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전쟁없는

세상이 그간 무기제로, 비폭력프로그램 등 새로운 캠페인들을 차례로 출범

하면서 바쁘기도 했었고 병역거부에 관해 이제 별달리 새로 할 얘기가 없었

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군대를 거부하면서 감옥 말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난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인데요 이 사람들 중

아주 극소수가 다른 나라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아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전쟁없는세상에도 부쩍 난민과 관련한 문의가 늘었고

아니나 다를까 또 난민을 무슨 이민이나 유학 정도로 생각하는(매도하는)

카더라 통신 덕분에 병역거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

니다.

그래서 일까요? 정부에서는 느닷없이 병역기피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를 하

겠다며 관련법을 개정해버렸습니다. 말로는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기피에

초점을 맞춘 듯 호도하지만 글쎄요…. 이 모든 내용이 2015년 봄 [전쟁없는

세상]의 중심 기사입니다. 더불어 처벌의 반복성과 가혹성으로 유명한 예비

군거부 사례도 함께 다루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들이 유럽에서 한국의 징병제, 분단과 병역거부 운

동에 관한 스피킹투어를 진행하고 있고 때맞춰 앰네스티에서는 한국의 병

역거부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이번 호

를 병역거부에 초점을 맞추게 된 이유입니다.

병역거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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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기획기사

안악희 | Her Collection 베이시스트, 젖은잡지 편집위원, 징병제 반대운동 활동가[email protected]

한국의 망명자들

한국인들은 근현대사를 공부하다 보면 망명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하게 된다.

과거 역사가 요동치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중반까지, 해외 망명을 결행하는 한국

인들이 많았다. 전제 군주의 위협으로 인해,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인해, 군사독재

의 만행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국땅으로 떠났다. 멀리 찾을 것 없이, 최근

일부 세력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대하려는 독재자 이승만도 오랜 기간 망명자 신

세로 지냈으며,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도 망명자 출신이다. 지금은 작고한 김대

중 전 대통령도 두 차례나 망명을 떠나 일본과 미국으로 향한 바 있다.

망명은 이렇듯 한국인들에게 “친숙하지만, 비교적 과거의 이야기"였다. 1987년

이후,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이제 변화의 싹이 움트고 자유와 인권의식이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있기에, 한국인들의 해외 망명은 불가능한 것 처럼 보였다. 이제 더

Livin’ in Exile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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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정치적 문제로 고문을 받고 투옥될 위험이 없기 때문에 해외 어느 나라에서

도 한국인의 망명을 받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은 망명자를 받아들이는 나라

가 되었다. TV를 통해 유명해진 콩고 출신의 욤비 가족이 가장 유명한 예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망명자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인들이 또다시 망명길에 나서기 시작했다. 도

저히 현대 사회에 존재 할 수 없는 수준의 참담한 병역제도 때문이다.

2011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난민 지위를 획득한 김 모 씨를 필두로, 현재 수 명

의 한국인들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망명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최초로 망

명에 성공한 김 모 씨는 성 소수자로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한국 군대의 분위기

상 군복무시 학대와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지금 캐나다에 살고 있

다고 한다.

필자는 오로지 병역 거부만을 이유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이예다씨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병역제도의

불합리함을 해외에 알리고, 한국 사회의 군사주의적 시스템을 폭로하며, 멀지 않

은 미래에 징병제를 철폐하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

로 하고 있다.

우리는 2014년 9월, 일본의 외신기자 클럽에서 각국의 언론인들을 모아 놓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기자회견은 당시 한국 군대에서 벌어지던 구타 및 총기

난사 사건과 시기적으로 맞물려서 현행 병역제도의 인권침해 및 국가에 의한 군

사주의를 비판하는 자리가 되었다. 물론, 신기하게도 한국인 기자들은 한명도 오

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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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기획기사

여튼, 이예다씨의 기자회견이 알려지고 나서, 우리는 폭풍같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메일로, 메신저로 의견을 보내 왔다(물론, 대부분은 살해협

박 내지는 욕설이었다). 그 와중에 간혹 망명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망명 방법에 대해 문의해왔다. 놀라운

일이었다. 군 문제로 고통을 겪는 몇몇 사람들에게 망명자의 기자회견은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 되었다.

새로운 망명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까닭

평화에 대한 신념이나 반군사주의적 입장으로 인해 입대를 거부하고자 하는 사

람도 있었고, 성 소수자이기 때문에 군 복무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망명을 생각하

는 경우도 있었다. 개중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군대에 가야 할 이유를 못 찾겠

다, 나는 군대에 맞지도 않고 적응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라는 이유로 연락을 해

온 경우도 있었다(이들 중 몇 명은 실제로 우리와 만나서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타당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영문도 모르

고 일단 가야 하니까 군대에 끌려간다. 그리고 일단 갇힌 몸이 되어서야 나름대로

그 안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 일부는 투철한 국가주의를 주입받고 자신이 북한 공

산군의 침략에 맞서 경계근무를 했다며 자부심을 갖게 되고, 일부는 그래도 그 곳

에서 한국 사회와 인간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술회한다. 또 일부는 결국 그 곳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다사다난한 사건을 겪고 전역하거나, 또는 탈영을 하거나, 자

살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이전에 그 누구도 징병 대상자에

게 군 복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지 않았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시작부터 개인

의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알 것이다(참고로 필자는 24개월 만기 전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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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많은 사람들은 어찌 적응을 해서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재미도 찾고

망중한을 즐기다 전역하지만, 정말로 군대에 안 맞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더군다

나 청년 자원 감소로 병력 자원이 모자라게 되자, 병역 신체검사 등급을 대폭 낮추

는 본말전도의 정책으로 군 복무에 부적합한 인원들이 많이 입대하면서 과연 군

복무가 가능한지 의심스러운 인원들이 입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는 대

개 군 생활의 대부분을 의무대 입실과 자대복귀를 반복하면서 허송세월 하게된

다. 복무 부적합 심의라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고

판정을 받을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재수 없으면 판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UN인권위가 제시한 대체복무 제도도 마련하지 않고, 그렇다고 현역병에 대한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고, 병역을 거부했을때 1년 6개월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

하는 이런 이상한 나라에서 망명은 정말 이상한 선택일까? 오히려 군대에 반대하

여 자신의 실존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도저히 군대에 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출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병역거부를 이유로 망명을 하고 싶다면

망명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군 복무를 도저히 못하

겠다는 판단이 서서 망명을 결심했다면, 편도 비행기 티켓과 약간의 외국어 실력

만 있다면 어디에 가서든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목표한 해당 국가

가 난민을 얼마나 인정해 주는지, 해당 국가의 NGO들이나 기관들이 망명자를 어

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망명지의 문화는 어떠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생각보다 자비롭기 때문에, 망명을 신청한 후 난민 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해당 국

가에 체류할 수 있다. 당신이 한국에 돌아갈 경우, 감옥에 수감되며 사회적 차별을

Page 31: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29기획기사

받게 된다는 보도자료와 사례들을 수집하여 제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당신

이 성 소수자라면 정체성을 밝히는 쪽이 좋고, 젠더퀴어라면 병원에서 성 주체성

장애나 성 동일성 장애 판정을 받아서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는 것도 좋다.

나는 개인의 행복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없다면 이 세계의 행복

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 세계는 개인의 인식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움직인다. 요컨대 내가 불행하면 세상 천지의 행복도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것이

다. 고통받는 개인을 최소화 하고 인간의 참된 삶과 도리를 위해 제반 시스템을 갖

추는 것을 우리는 “정의"나 “복지"라고 부른다. 만약 이 사회가 정의를 구현해내지

못하고, 개인에게 사람다운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면, 이는 이미 사회계약설에

의거하여 사회와 개인간의 계약이 깨진것으로 보아도 좋지 않은가? 이런 경우에

개인의 이탈을 탓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 사회

의 오류를 따져봐야 할 것이 아닌가. 오히려 사회와 정부는 한국의 현행 징병제가

망명 사유로 인정 될 수 있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야 한다.

나는 망명도 이 황당한 병역제도를 반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군사문화로 똘똘 뭉친 한국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개인의 행복을 찾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다가오는 불행을

마주치기 보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도 괜찮은 방법 아닌가. 행복해

야 살 맛이 나지 않겠는가?

P.S. : 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망명을 떠날 의향이 있다면, 필자

와 이예다씨는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다. 우리는 돈은 없지만, 망명을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과정은 대략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드리고 힘 닿는데까지 상담을 해 드리고자 한다. 의

향이 있으신 분들은 메일 주시라.

Page 3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30

기획기사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

용석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출판노동자

‘병역거부자’ 하면 사람들은 대개 한 가지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병역거부

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미지의 모습은 다를 테지만, 어쨌든 보통

의 경우 사람들은 병역거부자에 대해 고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

만 병역거부자들은 병역거부를 하는 이유도 다 다를뿐더러, 병역거부를 하는 방

식도 굉장히 다르다. 입영 전에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군대에 들어갔다

가 여러 이유로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군대에 다녀온 뒤에 병역거

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예비군훈련 거부다. 아직까지 일반적인 병역거부자

에 비해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 처벌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예

비군 제도의 등장과 더불어 예비군훈련 거부자의 등장을 살펴보고, 현재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그 처벌이 왜 부당한지 살펴보고, 끝으로 예

비군 제도 자체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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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획기사

예비군 제도의 탄생과 예비군훈련 거부의 시작

한국에서 예비군 제도는 1968년 4월 1일에 향토예비군대를 창설하면서 시작되

었다. 당시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었고, 한국군은 베트남에 5만 명이 넘는 거대한

규모의 군대를 파병했다. 북한은 북베트남을 위해 직접 군대를 파병하지는 않았

지만, 미군을 교란시키기 위해 한반도에서 여러 가지 도발을 시도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한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었다. 김신조 일당에 놀란 대한민국 정부는 군인들의 제대를 보류하고 군

복무 기간을 6개월 늘리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병영국가화가 아주 급속하게 진행

되던 시기였다. 그해 11월에는 주민등록 제도가 시행되었고, 다음 해인 1969년부

터는 각급 학교에서 교련수업이 시작되었다.

예비군 제도에 대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비군 제도가 시작된 1968년

부터 당시 야당 신민당 국회의원인 김영삼을 비롯한 41명의 국회의원이 향토예비

군 폐지법안을 내놓았다. 예비군 훈련 폐지를 주장한 까닭은 다음과 같아. “△향군

조직과 무장이 아니라도 기존군경의 강화 및 장비개선,정신무장의 쇄신강화 등으

로 적의 침략도발을 방어할 수 있고 △만40세까지의 남자는 사실상으로 항상 정

부에 대하여 소위 특별권력관계를 형성하는 까닭에…국민의 의무를 지나치게 확

대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

대한으로 보장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전국민을 비민주적 전체주의로 몰아

넣는 결과가 되므로 위헌이라 할 수 있고 △향군조직과 무장등은 국가안일의 위

압분위기를 조장하여 전국민을 전체주의체제 속으로 몰아 넣어 비상사태를 이유

로 위기의식과 전쟁의 공포감을 조성시켜 국민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초래케 한

다.” 또한 1971년 당시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김대중은 “현 향토예비군

은 이중병역의 의무를 강요한 위헌적인 것이며, 경찰의 보조기관으로 전락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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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계통이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에 이중으로 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

가 있고 생업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민폐를 조성, 부정부패를 가져올 뿐”이라

며 향토예비군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그리고 당연하게도 예비군훈련

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들도 있었다. 병역거부와 마찬가지로 예비군훈련 거부자

들도 주로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보통 여호와의 증인들은 애시당초 군대 자체를

거부하고 실형을 살기 때문에 예비군훈련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온 뒤에 여호와의 증인이 된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인 예비군훈련

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꼭 여호와의 증인만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1976년 6월 5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예비군훈련 도중에 머리카락을 깎으라는 명

령을 거부하고 구속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기록으로 남

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는 사람이

든, 여호와의 증인이든, 예비군훈련 거부는 가시화 되지 않았고, 어쩌다가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유별난 행동 정도로 치부될 뿐이었

다.

예비군훈련 거부자의 상황

2000년대 이후로 병역거부 운동이 일어나면서 예비군훈련도 당연한 것이 아니

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쟁없는세상에 예비군

훈련 거부를 상당하러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선

뜻 예비군훈련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현역병 징병 거부자가 한 해에 대여섯 명이

라도 나타나는 것에 비해 예비군훈련 거부자는 여호와의증인을 제외하면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까닭은 예비군훈련 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현역병 징병 거부

자에 대한 처벌보다 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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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기획기사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면 향토예비군 설치법에 따라 훈련소집 불응자로 처벌을

받는데, 처음에는 벌금형이 나오다, 나중에는 집행유예와 실형까지 나온다. 문제

는 벌금을 내거나 실형을 살더라도 예비군훈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역병 입영을 거부하면 1년 6개월 수감생활을 하고 나오면 군대와 관련된 훈련은

이제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되는데,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면 벌금이나 실형은 그대

로 적용되면서, 해당 훈련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월된다.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김정식 씨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김정식 씨는 2002년 6월 현역병으로 입소해 군 복무를 마쳤다. 2004년 첫 예비군

훈련을 받은 뒤 그는 일체의 군사훈련을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양심에 따라 예

비군훈련을 거부했다. 처음에는 평균 50만원 정도 벌금을 선고 받았고, 4~5년에

접어들었을 때는 사회봉사 200시간, 벌금 200만원, 집행유예 1년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8년 동안 재판이 반복되는데, 김정식 씨의 경우에는 7년째까지

재판을 34회 받았고, 누적 벌금은 40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거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기 때문에 전쟁없는세상에서는 그동안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려고

찾아온 분들을 더욱더 간곡하게 말렸던 게 사실이다.

없어져야할 예비군 제도

예비군훈련 거부자들에 대한 이러한 반복 처벌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07년 울산지방법원에서는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

였고, 국가인권위는 ‘예비군훈련거부 역시 병역거부와 동일한 사유이고 반복해서

훈련을 위한 영장을 발부하여도 그에 응할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형벌을 통

한 특별예방효과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고, 반복적인처벌과 과중한 벌금으로 예

비군 편성 기간 동안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

Page 36: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34

하기도 했다.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금형과 반복처벌을

금지하고 있는데, ICCPR 14조에 관한 일반논평 32호에서 “군복무에 대한 거듭된

소집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거부자를 반복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후

속적인 거부가 양심에 근거한 동일한 항구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면 동일한 범

죄에 대한 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며 반복 처벌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질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국회에서는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대한 개정법률

안이 18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폐기되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예비군 제도 자체가 문제다. 1968년,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

도입되었던 제도가 40년이 넘도록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당시에

도 야당으로부터 심하게 비판 받았던 제도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평화주의자

의 시선으로 보면 말할 것도 없고,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나 자주국방론자의 시각

으로 보더라도 예비군 제도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소수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반복

처벌로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이 잘못된 제도의 역

사적 짐을 그들만이 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참고한 글

‘예비군, 이제 폐지하자’, 강성준, 「인권오름 61호」

『168년 2월 12일-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 고경태, 한겨레출판, 2015년

「병역거부 가이드북」, 전쟁없는세상,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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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기획기사

박승호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병역기피자 신상공개제도 시행을 앞두고

2014년 12월 어느 날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들에게 병역기피자들의 신상공개를

강제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통 이런 제도의 도

입은 사전에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고 법 개정 전에 사전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가 많다는 점에서 다소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뒤늦게 자료를 찾아보니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병역기피자 신상공개 관련 규정이 신설

된 것이었다. 애초에 이 신상공개 규정은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

역법 개정안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최초 발의된 법안은 '해외불법체류 병역기피

자'의 신상 공개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었다. 이 개정법률안이 나중에 국방위윈회

법률심사소위의 심사를 거치면서 해외 기피자와 국내 기피자 간의 형평성(!)을 맞

춘다는 이유로 공개대상에 국내 기피자를 추가하고 예외 규정을 신설하도록 수정

된 국방위원회 대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되게 된 것이다.

기획기사

Page 38: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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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병역법은 지난 해 12월 30일 공포되어 올해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

다. 병역기피자 신상공개와 관련한 사항은 개정된 병역법 제81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데 그 골자는 각 지방병무청에 병역의무기피공개심의위를 구성해 병역기피

를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 정당한 사유없이 신체검사나 입영에 응하지

않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9일자로

입법예고된 병역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제도운영에 관한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질병, 수감, 천재지변으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나 위원회가 공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공개대상에서 제외

된다. 통상 병무청에 병역거부 의사를 전달하고 재판을 거쳐 수감되는 병역거부

자들의 경우 공개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차피 군대 대신 감옥

에 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신상공개를 통해 압박해봤자 군대를 갈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공개실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물론 그 판단을 내

리는 것은 각 지방병무청 병역의무기피공개심의위가 되겠지만 말이다.) 때문에

이 제도가 실제 타겟으로 삼는 것은 협소한 의미에서의 '기피자' 될 것으로 보인

다.

병역기피자 신상공개 절차

지방병무청에서 병역기피자 명단 작성 ▶ 1차 위원회 심의, 잠정 공개대상자 선

정▶ 잠정 공개대상자 통지, 소명기회 부여(6개월간) ▶ 2차 위원회 심의, 공개대

상자 결정 및 명단 공개

병무청은 시행령 조문별 개정이유서에서 이 제도 시행의 기대효과를 "병역의

무 기피 예방 및 성실한 병역이행 풍토 확산"이라 제시하고 있다. 병역이행을 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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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획기사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종의 망신을 주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인데, 이미 현형 병역

법에 병역기피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신상공개는 이중

처벌이 아닐까? 법 개정에 관여한 의원들이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을리 없

다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군 관계자들과 국방위 의원들

은 오히려 신상공개 제도가 이중처벌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도 제도도입을 결정

했다.

"신상이 공개되면 자기뿐만 아니라 자식과 가족이 망신을 당해서 들어와서

병역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경각심을 주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그런 이유

<…> 이게 하나의 병역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조치는 계속하고 있지만 이것

도 하나의 조치가 되지요. 징벌이 되지요. 하나의 또 다른 형태의 징벌이 되

겠습니다. 좀 망신 주는 징벌이지요."

-백승주 국방부차관, 2014.11.25.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

이중처벌 문제로 위헌성 논란이 일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논하는 자리였지만

그 과정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할만한 근거 자료는 단 하나도 제시되지 않

았다.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서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도 없었다.

인권 차원의 고려나 제도 도입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졸속적인 처리 과정이

었다.

이번 신상공개 제도가 의원입법의 형식을 가장한 정부 입법인지, 송영근 의원

의 뜬금없는 제안을 정부가 옳다구나하고 받은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제

도 도입을 둘러싼 풍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병역기피는

용서받지 못할 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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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가 하나의 징벌, 정말 국방부 관계자의 말처럼 '망신징벌'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병역기피라는 행위가 비난받아 마땅한 치욕스러운 행위라는 인식이 사

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행위에 대해 '신상공개'라는 '징

벌'을 내림으로써 그 행위를 수치스러운 일로 낙인찍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

겠지만 적어도 여전한 병영국가 대한민국에서 병역문제라면 딱히 그런 효과가 필

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병역기피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병무청의 순진한 기

대는 많은 부분 '신의 아들들'을 향한 수 많은 '어둠의 자식들'의 분노에 그 밑바탕

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특권

층의 자녀들은 그 같은 신성한 의무에서 손쉽게 비껴날 수 있다는 점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박탈감을 느낀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파문, 두 번 군대를 가야했던

싸이의 사례, 병역거부자를 향한 사회의 비난의 가장 밑바닥에는 늘 '나는 군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너는 왜'라는 원초적 질문이 깔려있지 않았던가? 신상공개제도

는 그 같은 사회적 분노와 박탈감을 표출해야 하는 대상으로 '병역기피자'를 지목

한다. 정작 비난받아야 할 문제는 불공평한 빈민개병제와 불합리한 군의 시스템

그 자체에 있음에도 말이다. 지난 해 인구에 회자되던 "참으면 윤일병, 못참으면

임병장"이란 한탄과 끊임없이 불거저나온 군 성폭력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한국

군대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았던가? 상황이 이럼에도 군은 문제의 원

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진단하지 못하고 표리적인 해법만을 내놨다. 지난 해 11월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병영문화 혁신안이라며 사병 계급을 '용사'로 일원화하겠

다고 발표했던 일은 아마 군의 셀프개혁 노력이 가지는 한계를 가장 극적으로 보

여주었던 사례였을 것이다.

누구도 가기 싫은 군대를 만들어 놓고, 군은 내부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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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기획기사

그로부터 탈주하는 이들을 어떻게 잡아들일 것인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치

마술사들이 무대에서 미스디렉션(misdirection - 관객들의 시선이나 정신을 특정

한 것에 집중시키고 몰래 다른 행동을 취하는 기법)으로 관객을 속이듯, 신상공개

제도는 군 내부를 향한 비난의 시선을 기피자들에게 전가하는 미스디렉션에 불과

하다.

사회는 끊임없이 '진짜사나이'를 호출하며 군을 미화하고 병역을 신성화하며

체제 밖으로 탈주하는 '가짜사나이'들을 비웃도록 부추긴다. 하지만 정작 도전 받

아야 할 것은 '진짜사나이'라는 허상이다. '진짜사나이'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자리에서 병역의 의무는 더 이상 신성을 유지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사나이라는 허상을 고발해줄 더 많은 가짜사나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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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독재에서 민주주의로,나아가 더 강한 민주주의로―진 샤프,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를 읽고

“똑똑하게 싸워라.”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이 정도

가 될 것이다. 이것은 비폭력 투쟁 이론가 진 샤프

(Gene Sharp)가 전 세계의 혁명가와 활동가들에게

하는 당부이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무분별한 행동

주의도 이론에 함몰된 탁상공론도 아닌 비폭력 행

동을 통한 전략적인 싸움이다.

비폭력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그것이 폭력보다 도덕적으로 더 옳기 때문이 아

니라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무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은 민주화세력이 아니라 독재정권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바 폭력 투쟁

은 비폭력 투쟁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적고, 성공하더라도 그로 인해 수립된 민주

리뷰-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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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리뷰

적 체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비폭력은 상대방이나 제삼자를 제거하는

대신에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 사람들이 동의와 인정을 철회할 때, 독재정권의

힘은 약화된다.

비폭력은 폭력과 마찬가지로 ‘싸움’의 수단이다. 그것은 전략과 전술, 용기와 규

율, 그리고 희생을 요한다. 통념과 달리 비폭력 행동은 수동적으로 적에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것(비록 경우에 따라 이것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과는 거

리가 멀다. 비폭력 행동은 어디까지나 행동이다. 민주화세력은 독재정권의 탄압

을 막는 데만 급급해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상대방을 선제공격해야 한다. 진 샤프

는 책의 끝부분에 비폭력 행동의 방법 198가지를 소개한다.

비폭력 행동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성공적인 비폭력 행동은 우연히, 즉흥적으

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으로 실행된 많은 비폭력 행동의 배경에는 지

난한 준비와 치밀한 계획, 실전과 같은 훈련과 엄정한 사후 평가가 있었다. 그리

하여 전 세계의 활동가들은 독재정권을 떠받드는 동의와 묵인의 기둥을 무너뜨리

고, 그 자리에 민주주의의 새로운 토대를 세울 수 있었다.

혁명가들을 위한 이 작은 안내서가 45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은

책의 내용이 그만큼 설득력 있고 실용적임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미 군부독재가

무너지고 얼마간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그것이 여전히 유효

할까?

독재와 민주주의는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듯 이분법적으로 경계를 가

르고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어

귀처럼 애매모호한 연속체의 양끝이다. 절대악으로서의 순수한 독재 내지 절대선

으로서의 순수한 민주주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법치국가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나

는 미시적 국가폭력을 보라.

Page 4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42

애초에 민주적 체제의 정의가 무엇인가? 명목상의 선거가 있는 국가인가, 만인

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정치체인가, 아니면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참세상인가?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뜻이 변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유동적 개념이다. 따라서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현재의 민주주의에 현재의 기준에서 독재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무너뜨리고

더 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

진 샤프는 독재정권과 유혈분쟁, 인종학살 등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하지

만 그가 정치적 저항과 비폭력 투쟁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듯, 해방과 민주주의는

비단 정치적 영역에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영

역에서의 민주주의도 가능하고 또한 필요하다. 자본에 대한 노동의 종속, 섹슈얼

리티와 젠더에 따른 차별,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 내의 부조리한 권력관계, 거대자

본의 잠식에 따른 문화의 획일화 등등. 이렇게 산적한 문제들에 민주주의의 관점

에서 접근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사회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경제적 영역

으로의 확장이며, 성평등주의는 가부장제의 민주적 대안이다. 어쩌면 생태주의도

기존 체제의 인간 중심성에 대한 반성에서 민주적 기본권의 향유 주체를 인간에

서 자연으로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일 인간과 자연이 더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 지구의 동식물이나 외계생명체도 시민권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너무 나간 상상인가?

그러나 샤프의 이론에 대한 반론도 있다. 특히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이분법적

으로 구분하고, 지배자가 휘두르는 권력의 원천이 피지배자의 동의에 있다는 그

의 권력이론은 자본주의나 가부장제, 관료제 등의 다면적 권력관계나 개인 차원

의 미시적 권력관계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따라서 위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Page 45: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43리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특정한 국가의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상황(정치적 영역을 넘어서는)에 적용될 수 있도록 쓰인 일반론이다.

이러한 범용성은 앞서 언급한 이론적 결함을 일정 부분 상쇄한다. 샤프의 이론은

그 자체로 기존의 폭력적 체제와 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활동가들에게는 운동의

중요한 근거이자 동력이다. 전략적인 비폭력 투쟁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집요한

강조는 우리 모두에게 더 강한 민주주의와 더 큰 평화를 향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

이다.

하기야 세상의 모든 불의와 억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말이 어느 시대

에 어느 장소에선들 통하지 않겠는가?

“똑똑하게 싸워라.”

Page 46: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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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이예다의 프랑스 생활기

이예다 | 병역거부자

엠마뉴엘 선생님

파리에 도착 한 지 얼마 안 되어 도움을 받을 만 한 사회복지소를 이곳저곳 찾

아다니며 돌아다닐 때, 지금도 서로 친구로서 또 선생님과 제자로서 잘 지내고

있는 엠마뉴엘(Emmanuelle) 선생님을 우연하게 만났다. 선생님은 사회 단체

Kolone (Kolone은 이민자나 그들의 자녀들, 난민 신청자 등에게 프랑스어 수업을

주거나 프랑스 문화를 접하게 해주는 등 프랑스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단체

이다.)을 운영중이신 분인데 나도 이 단체에서 주는 수업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하

거나 박물관 같은 곳을 무료로 다니며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엠마뉴엘 선

생님은 외국 여행을 하신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국 정세를 골고루 잘 알고 계

신데 그녀의 사연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들도 항상 귀 기울여 듣기 때문이다. 나와

의 첫 만남에서도 내 사연이 궁금하셨다고 한다. 북한도 아니고 남한에서 온 난민

난민 신청자를 돕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Page 47: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45기획연재

신청자라니 의아해 하셨지만 첫만남 때는 깊이 묻지 않으셨다고 한다. 내 사정에

대해 자세히 대화를 한 것은 시간이 좀 지난 후였다. 한국 군대와 병역거부와 관련

한 밑바닥 인권 얘기를 듣고 놀라워하셨고 언어도 안 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나라

로 와서 병역관련 인권을 개선시키고 싶다며 난민 신청하고 있는 날 보고 미쳤다

고도 하셨다. 당시 내 사연과 내가 난민 신청 중인 것을 알던 친구들이 하던 말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나보고 미쳤다고들 많이 해요” 하며 서로 실실 웃었었다.

Kolone

최근에 엠마뉴엘 선생님이 Kolone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셨다. 프랑

스에서 공식적으로 경력이 쌓이는 일이기도 하고 그녀와는 신뢰가 있어서 받아들

이기로 했다. 엠마뉴엘 선생님도 오래전부터 나에게 일을 제의하려고 생각 중이

셨다고 한다. 작년에 베이글 가게에서 일하며 모인 돈만으로 수입 없이 몇개월째

생활하는 요즘,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

다면 사회 단체나 NGO 같은 복지 일을 하고 싶어 했었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 자신이 난민 신청자였기에 지금 난민 신청 중인 사람들의 상황을 비교적 잘 이

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엠마뉴엘 선생님이나 선생님의 주변 사람들도 입

을 모아 동의했다고 한다. 흠은 사무처리를 하기에 프랑스어가 아직 부족하다는

거지만, 이 기회에 프랑스의 복지 단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며 프랑스어를

좀 더 다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반드시 해야할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난민 신청 당시 처리해야 했던 서류들을 뒤져서 난민 신청자들의 서류 처리를 좀

더 수월하게 도울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Page 48: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46

한국사람들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최대한 안내할 예정이다. 내가 처음에 프랑

스로 올 때는 난민 신청 절차에 관해 갖고 있는 정보가 없어서 막연했고 하나하나

알아봐야 했을 때를 기억하니… 프랑스로 난민 신청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정

보를 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병역 관련 이유로 난민 신청 중인 분도 세

분이나 만났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들 생계는 어찌어찌 친구나 가

족들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중인 듯. 그 중 한 분은 최근에 난민 신청의 거의

최종단계인 난민사무국(OFPRA)과 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 나에게 조언

을 구하고 싶다며 만났고 그가 준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난 난민이라는 단어

를 들어본적은 있지만 이 단어의 정의도 모릅니다. 하지만 군대는 저에게 있어 불

량배 형님과 다름이 없어요. 형님이 지나가는 아이를 때리고 사탕을 뺏으라는 명

령을 하는 것과 군대가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하는 게 뭐가 다른거죠?” 정도의 이야

기다. 구체적으로 군대의 말도 안 되는 명령이 뭐가 있냐는 간단한 인터뷰 대비 질

문에 제대로 대답을 할 정도로 군역사를 아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외에

만난 난민 신청을 고민중인 유학생분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나도 군대에 약간

의 이의를 제기한 평범한 청년일뿐이다. 내 경우에도 난민 사유에 적고 인터뷰 때

한 말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같다

1. 한국에는 군입대가 의무이며 대체복무제조차 병역거부자에게 주어

지지 않는다.

2. 군대가 나라를 지키기위한 집단이라는 말과 달리 이라크 베트남 파

병. 제주도4.3 광주 5.18 오늘날에도 전의경제도로 군인소속 경찰이 반

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데 투입된다.

Page 49: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47기획연재

3. 이런 이유에 의해 군대가 잘못된 집단이라고 병역을 거부하면 군대

내 문제의 개선 의지 없이 무조건적인 안보만을 외치며 국가안보 위협

을 용납할 수 없다는 판결의 재판을 받으며 감옥을 가게 된다.

4. 병역을 거부한 후 직업을 갖는데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거창할 것 없어 보이는 이유만으로 내가 난민인정이 된 것 자체가 다른 나라에

서도 병역거부권을 지켜져야 할 인권으로 보고 있고 무조건 복종해야하는 한국의

징병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물론 각 나라나 신청 당시 상

황에 따라 난민인정 여부가 달라지겠지만 병역관련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이 난민

인정을 위한 요점을 정확히 짚고 증명만 했다면 충분히 인정률이 높을거라고 생

각하기에 최근에 인터뷰를 본 분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또한 난민인정이 한 번

에 안 되더라도 프랑스에서는 2차 심사기구도 있고, 다른 나라로 가는 방법도 불

가능하진 않을테고… 무엇보다 그런 ‘여행’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한다면 결국은

자기발전이 되고 자기 이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고인 건 한국에 남아서도

징병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 없이 사는거지만… 징병 문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

는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군대를 가든 가지 않든, 나라에 남든 떠나든 불평을 하려

면 그 부당한 일들을 고치려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age 50: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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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게임과 평화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시드 마이어의 문명

어니스트 볼크먼의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는 지난 수천 년의 인류 역사

가 결정적 무기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경쟁과 욕망의 역사였으며 거기서 전쟁과

과학이 어떤 상호관계를 맺었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의 목차를 보고 바로 ‘시

드 마이어의 문명(Sid Meier's Civilization)’을 떠올렸다. 이 글에서는 비디오게임

‘문명’을 통해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게임에 관한 구체

적인 정보는 2005년에 나온 ‘문명 4’를 기준으로 삼았다.

1991년 출시되어 여러 편의 속편을 낳은 ‘문명’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계에 큰

획을 그은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기원전 4000년부터 중세와 근현대를 거쳐 가까

운 미래까지 한 문명의 지도자가 되어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문명’에는 정

치체제와 종교, 문화, 도시계획, 외교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핵심

적인 것은 군사유닛의 운용과 테크트리, 즉 전쟁과 과학이다. 중요한 테크를 빨리

* Ernest Volkman, Science Goes to War, 2002. (석기용 옮김, 전쟁과 과학, 그 야합

의 역사, 2003)

지우 |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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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기획연재

탈수록 다른 문명보다 이른 시기에 더 강

력한 군사유닛을 뽑을 수 있기에 과학기

술의 경쟁은 곧 군비경쟁이다.

역사상 최초의 군비경쟁은 금속을 무

기 제조에 유용한 소재로 만들고자 하는

경쟁이었다. 청동기술을 연구하면 만들

수 있는 창병(공격력 4)과 도끼병(공격력

5)은 기본 유닛인 전사(공격력 2)의 두 배

이상 되는 공격력으로 보병들의 백병전

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기도 말이 끄는 전차 앞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특히 이집트 문명의 고유 유닛인 전투전차(공격력 5, 이동력 2)는 기존

유닛들의 두 배나 되는 기동력을 바탕으로 고대의 전쟁터를 지배했다.

그러나 이집트를 비롯한 전차 부대를 거느린 문명들은 어느 시대의 어느 곳에

서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좀 더 우월한 신무기를 개발하게 되어 있다는 역사의 진

실을 간과하는 자만에 빠졌다. 그 신무기는 철이라 불리는 금속이었다. 철제기술

을 연구한 다른 문명들이 검사(공격력 6)를 이끌고 쳐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전차

를 앞세운 문명들은 자신들의 결정적 무기가 더 이상 결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전차가 개발되었으며, 어떻게 전차가 고대의 전쟁터를 지배했으며,

그리고 훗날 보다 우월한 과학기술에 의해 그 전차가 패배하게 되었는지 그

전 과정은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전쟁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전형적으로 드

러내 보여준다. … 그 순환의 과정은 이런 식이다. ‘결정적인 무기’의 개발,

1991년작 시드 마이어의 문명

Page 52: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50

그 무기가 전쟁터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시기, 맞수의 등장, 그리고 다시

더 크고 더 좋은 무기의 개발, 또 그에 맞서는 무기의 개발이 끝없이 반복되

는 것이다.

철의 발견 이후에도 그러한 순환은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공성유닛인 캐터펄트

(턴당 8%씩 도시 방어력을 깎음, 최대 50%까지 스플래시 대미지)의 등장이 난공

불락으로 보였던 두꺼운 성벽(도시 방어력 +50%) 안에 위치한 적을 손쉽게 공격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중세에는 장궁병(공격력 6, 도시방어 +25%)과 석궁병(공격

력 6, 밀리유닛 상대 +50%)이 전쟁의 흐름을 바꾸어놓았고, 철갑으로 중무장한 기

사(공격력 10, 이동력 2)가 전쟁터의 맹주로 위용을 떨쳤다.

새로운 기술의 발견은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유형의 경이로운 무기를

탄생시켰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화약의 개발로 공성전뿐만 아니라 야전에서도 강

력한 힘을 보여준 공성유닛 대포(공격력 12)와 소총병(공격력 14, 기병유닛 상대

+25%)이 중세 기사를 전쟁터에서 완전히 내쫓았다. 현대에는 기갑유닛인 탱크(공

전차 - 말을 확보하고 바퀴를 연구하면 생산 가능한 최초의 기병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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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기혁연재

격력 28)와 현대전차(공격력 40)가 최강의 지상병기로 군림했고, 공중유닛인 전투

기와 폭격기 그리고 헬리콥터가 등장해 전장의 개념을 한 차원 확장시켰다.

이처럼 ‘위대한’ 정복자의 뒤에는 항상 제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뛰

어난 과학기술이 있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왕의 가장 큰 업적도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집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무세이온이라는 왕실과학연구

기관을 건립한 것이었다. 그는 과학을 제도화했으며 국가가 운영하는 연구소나

조병창, 조선소에 과학자들을 끌어들여 전쟁병기를 개발하도록 했다. 덕분에 무

세이온은 1800년 후에야 찾아올 르네상스 때까지 세계 과학의 중심지로 남을 수

있었다.

군사기술의 혁신이라는 동기는 고금을 막론하고 과학의 발전에 주요한 추진력

으로 작용했다. 설사 과학자들이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연의 신비를 밝히

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재정을 지원하는 국

가의 심산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날 미국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20%가 국방 연구

개발 예산이고, 정부 연구개발 예산에 한정할 경우 그 비율은 50%를 초과한다. 더

문명 테크트리의 일부분 - 이를테면 화약을 연구하면 머스킷총병을, 강선을 연

구하면 소총병을 만들 수 있다.

Page 54: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5호(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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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이 모든 과학자가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연구에 임한 것도 아니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열렬한 애국자로서 순수과학을 버리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군

사기술의 발전에 바쳤고,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는 과학의 실용성을 ‘불명예스럽

고 저속한’ 것으로 여겼던 과학자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로마의 침략으로부터

시라쿠사를 지키고자 했던 아르키메데스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의 개

발을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국의 과학자들까지 그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문명’에서도 위대한 과학자와 기술자를 비롯하여 많은 위인들이 조국

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희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진실은 과학의 비법은 아무리 단단

히 감추어도 언젠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문명’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한 플레이어가 맨해튼 프로젝

트를 완성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핵무기 개발은 통치자의 의지만 있다면 기술적 구현이 어렵지 않기 때문

조국을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바치는 위대한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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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획연재

에 미국 이후로 여러 나라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이 현실에서

핵확산을 막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끝없는 군비경쟁과 전쟁과 과학의 쌍방간 야합의 역사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필연적인 것일까?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지금 상황에서 상

대 문명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군사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

지만 이러한 현재 상태가 언젠가 모종의 합의를 통해 다 같이 총을 내려놓을 수 있

는 가능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명’에서도 군사적 정복과 지배가 게임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

밖에 문화적 승리와 외교적 승리, 그리고 가장 먼저 우주식민지 개척에 성공하면

성취되는 과학적 승리가 있다. 과학적 승리는 한 문명이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과

학기술의 힘만으로 인류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이것이 ‘문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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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샤샤의 뀨잉뀨잉

샤샤 | 병역거부자

일베와 니체: 권력과 책임, 죄와 주체

하세요 안녕을!! 오늘의 주제는 일베와 니체라는 겁나 어색하고 거창하고 오글

거리는 주제입니다. 진지하니깐 궁서체로 낄낄낄 ㅋ_ㅋ 우리는 혐오발언의 배후

로 일베를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수치와 모멸감의 범인으로 일베를 지목합

니다. 흔히 ‘만물일베설’이라는게 있습니다. 모든게 일베에서 비롯되었다고 일베

를 까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특히 연예인이 일베투와 비슷한 말투만 쓰면 일베

로 몰아가는 것이 만물일베설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본인도 가끔 ‘호옹이’나 ‘̂ 오

’̂ 이런 이모티콘이나 어투를 쓰면 일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계

십니다. 이러한 만물일베설은 사회적 억압과 갈등의 근원이 일베라는 집단 및 일

베 회원 개인에게 있다고 원인을 귀속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니체는 『도덕

의 계보학』에서 우리의 사고를 뒤집어 놓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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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기획연재

거기에서 니체는 어떤 형태의 도덕은 어떤 주체를 필요로 하며 주체를 그 필요

성의 결과로 도입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체는 어떤 행동의 고통스러운 결과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떠맡기 위해 그 행위에 앞서는 것으로 설치됩니다. 즉 주체를

상처가 되는 행위의 의도적인 기원자로 고립시키는 것이지요. 주체는 상처로 재

연되는 고통스러운 결과에 선행하는 인과적인 기원이 되고 “개별적인 행위”로 환

원됩니다. 누군가는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지기 위해 역사적인 사건들을 마치 자기

혼자 다 저지른 것 처럼 억울하게 떠맡는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동성애는 인류

역사상 아마 선사시대 이전부터도 있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동성애 행위

는 “너만 저지른거야. 그전엔 이런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영영 없을꺼야”라는 식

으로 그 개인의 일탈적인 행위로만 처벌되었죠. 여튼 주어진 상처에 대해 누가 책

임을 지는가에 대한 문제로 인해 주체가 책임에 대한 죗값을 치루기 위해 형성됩

니다. 역설적으로 인간이 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죄 때문에 인간이 탄생한 것이

지요! 따라서 니체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행위자’는 그 행위에 부가된 단순한 허구일 뿐이다.―행위가 모든 것이다.

― 『도덕의 계보학』

음? 우리는 니체에게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럼 일베가 저

지르는 짓거리들 뒤에 ‘일베’라는 행위자가 있다는 것 또한 허구라는 건가요? 일

베는 아무데도 없는 건가요?” 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니체는 아니라고 할거 같습

니다. 역사적으로 계속 있어온 소수자 혐오, 인종차별, 여성 혐오 같은 문제들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일베’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입

니다. 헐!!! 그렇다면 충격적인 인과관계의 역전이 발생합니다. “일베가 혐오의 원

인이다”가 아니라, “혐오가 일베의 원인이다”가 되는 것이지요. 일베가 먼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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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 일베충들이 혐오 발언을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니라, 혐오가 횡행해졌고, 이

혐오에 대한 책임을 떠맡기 위해 일베가 사후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 것

이지요. 물론 혹자는 “일베가 많은 혐오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건 맞지 않

은가? 일베가 혐오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근의 혐오엔 일베가 강력

한 배후라고 말할 수 있지는 않은가?”라고 말입니다. 네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군

가산점제를 둘러싸고 ‘배운 여성’에 대한 혐오,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편견, 유승준

과 엠씨몽 사태에서 봤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증오, 동성애자들에 대한 위협 등

등 소수자 혐오는 한국 사회에서 일베 이전에도 있어왔기 때문에, 또한 여성 혐오

는 반도에서 원체 뿌리깊었기 때문에 일베는 단지 최근 현상일 뿐, 일베가 이 모

든 배후의 단 하나의 원인은 결코 아닌거 같애요. 이는 병역거부 운동, 여성 운동,

퀴어 운동을 해온 활동가들도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베 이전에도 그런 혐오들

과 편견들이 얼마나 심했는지를요. 그리고 일베 이전에도 그런 것들로 인해 얼마

나 고통받고 투쟁해왔는지를요. 일베는 단지 최근에 등장한 듣보잡일 뿐, 단지 주

인공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한국사회에서 이런 억압들이 얼마나 그 이전에도 극심

했었는지를요.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역설적이게도 일베는 사후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역사적인 혐오의 원인인 것 처럼 다시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혐오

발언의 기원이자 원인으로 설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지요. 인과관계가 뒤

바뀐 것이지요.

또한 니체의 통찰을 고려해본다면 사회적인 혐오와 편견은 어떤 특정한 개인이

나 집단만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그들 조차도 그런 담론과 구조에 의해 형성되고

학습된 구성물들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 생각에 TV조선과

일베, 한기총과 전경련은 별 차이점이 없는거 같은데도, 우리는 일베가 이들과 똑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철학자 이샤니 마이트라는 「침묵시키는 말Sile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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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기획연재

speech」이라는 논문에서 ‘원초적 권위’와 ‘파생적 권위’를 구분합니다. 교사가 반

장에게 권위를 일임하고 이에 방관할 경우, 학생들은 반장의 말에 복종하게 됩니

다. 반장은 ‘원초적 권위’는 없지만, 적어도 교사에게 부여받은 ‘파생적 권위’를 가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베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저지르는 권력은 그들 개인의

권력이라기보단 보수세력들에 의해 위임받고 방관되는 파생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혐오 발언이 표현의 자유로 뻔뻔하게 변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일베는 원래의 혐오의 구조 (이게 오야붕)속에 기생하고 있

는 단지 잔챙이 내지는 꼬붕들에 불과한거 같습니다. 우리는 “사장 나오라그래!”

라고 따져야지 그 밑에 을들을 조져서는 안되는거 같습니다. 졸려 죽겠어서 글의

결론을 못내리겠네요. 므ㅏ....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

이다. ㄱ-... 결론은 권력과 책임에 대한 더 디테일한 분석이 필요한데 그건 샤샤가

덤탱이 써서 해야될 일인거 같다는거랑, 일베는 단지 파생적인 권력의 지위를 한

시적으로 가지고 있을 뿐, 일베가 혐오의 원인으로 사유해서는 혐오에 대한 분석

과 해결에 그닥 도움이 안될거 같다는 정도로 내릴까 합니다. 더 나아간 분석은 졸

려 죽겠어요 다음에 할게요 ;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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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김소현 김송이 김수용 김수정 김영준 김영진 김영환 김영효 김용엽 김은주 김일애

김정은 김조이스 김주현 김중미 김지영 김지호 김태환 김태훈 김한보람 김한상 김현정

김형수 김효진 김훈태 김환희 김희석 김희순 꽁치 나동혁 나인희 날맹 류동훈 류진희 명숙

문성호 박남식 박새별 박승호 박아름 박용희 박재현 박재형 박정경수 박정숙 박지선

박진석 박창희 박채원 박현민 법무법인지향 배보람 배사은 배선영 백가윤 백승덕 상우

설순일 성혜란 송명관 송병채 송준 수연 수하 숲이아 시우 시와 신경미 신기현 신유아

신은재 신희권 아하 아침 아키오 안지환 양선화 양똘 양은혜 양지혜 에리카 여문정 여옥

여은 여지우 염창근 오리 오성민 오소영 오수환 오정록 오학준 우경환 우공 우성섭 우완

우지연 위양자 유건 유인해 유현미 윤민순 윤정하 윤정화 윤혜정 은국 은종복 은혜와평화교회

이갑수 이길준 이덕현 이비함 이상길 이선아 이선영 이선옥 이세현 이연지 이연희 이영롱

이용석 이자호 이재환 이종우 이종혁 이준규 이현우 이훈 이희진 임두리 임성엽 임재성

임재화 장미희 장정혜 장하나 장현진 전기화 전길수 전범준 전영욱 정명수 정우진 정인철

정주열 정창영 정현채 정혜윤 조은 조정의민 조한밀 주관수 지은 진진 진현호 진흙 참새

채승우 최경송 최민아 최성진 최익진 최인영 최정자 최하늬 최현정 타랑 탁윤희끌레마

편설란 하동기 하승우 한광주 한광희 한욱현 한주훈 햄 허용만 허윤정 허은 허인애 홍수봉

홍수영 홍원석 홍이 홍창욱 황명규 황수영 황예랑

(2015.4.30. 현재 총 221명)

※재정보고는 담당자가 스피킹투어로 해외에 나가 있어서 차후에 홈페이지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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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전쟁없는세상발행일: 2015년 5월 1일제호: 전쟁없는세상 소식지 42호연락처: 02-6401-0514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121-230)http://www.withoutwar.org [email protected]

인쇄기획 한반도연락처 02-889-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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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5월말 출소 예정)경기도 의정부시 송산로 1111-76 (고산동) 1988번 (480-700) - 의정부교도소

조익진강원도 원주시 원주우체국 사서함 87호 837번 (220-600) - 원주교도소

박정훈경기도 군포우체국 사서함 20호 115번 (435-600) - 서울구치소

이상민서울시 구로구 금오로 865 (천왕동) 2139번 (152-130) - 서울남부구치소

하형환전남 장흥군 장흥우체국 사서함 1호 542번 (529-800) - 장흥교도소

김성민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143 (포일동) 3723번 (437-702) - 서울구치소

강길모경기도 여주우체국 사서함 30호 509번 (469-600) - 여주교도소

김경묵 경남 통영우체국 사서함 17호 283번 (650-600) - 통영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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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없는

세상

45

역거

부는

여전

히 현

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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