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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상상력, 시민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일시 | 2011614() 오후 130~ 5장소 | 한국건강연대 주최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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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상상력, 시민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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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상상력,

시민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일시 | 2011년 6월 14일(화) 오후 1시 30분 ~ 5시

장소 | 한국건강연대

주최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Page 2: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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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13:30 사회 정현백 / 참여연대 공동대표, 성균관대

13:40 기조발제 한반도 평화체제(안) : 왜 한반도 평화체제인가

이남주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성공회대

14:10 쟁점발표 어떻게 한반도 평화체제로 이행할 것인가

: 그 시급성과 걸림돌 사이에서

발표1 북한 붕괴론에 대하여

서보혁 / 코리아연구원

발표2 서해에서의 평화협력 방안

정태욱 / 인하대

발표3 안보섹터와 위협해석에 대한 시민의 통제와 참여

이대훈 / 성공회대

15:20 휴식

15:30 패널토론

17:00 폐회

Page 3: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목차

기조발제 한반도 평화체제(안) : 왜 한반도 평화체제인가 / 이남주 05

쟁점발표1 북한 붕괴론에 대하여 / 서보혁 17

쟁점발표2 서해에서의 평화협력 방안 / 정태욱 32

쟁점발표3 안보섹터와 위협해석에 대한 시민의 통제와 참여 / 이대훈 63

토 론 북한 붕괴론에 대하여 / 이정철 72

토 론 ‘한반도 평화체제(안)’에 대하여 / 백학순 76

토 론 서해와 동해를 평화와 통일의 바다로 / 서재정 78

토 론 토론문 / 이혜정 83

토 론 토론문 / 남부원 85

토 론 토론문 / 이태호 87

Page 4: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5

기조발제

한반도 평화체제(안)1)

- 왜 한반도 평화체제인가

이남주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성공회대

전문

세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냉전체제의 해체가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지 이

미 오래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거치며 한때 한반도가

오랜 갈등과 분쟁을 넘어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싹트기도 했으나, 한

반도에서도 과거보다 더 심각한 군사적 갈등과 대결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에 이른 근본적인 원인은 한반도가 휴전협정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

1953년 7월 조인된 휴전협정은 효력이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정치회담을 통해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그렇지만 이에 따라 1954년 개최된 제네

바회담은 이와 관련한 어떤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이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시키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한반도는 전쟁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불안

한 평화를 간신히 유지해왔다.

냉전체제 하에서 휴전협정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그 확대를 막는 유일한 장치로 기능

을 해왔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휴전협정체제는 한반도의 불안한 평화조차 유지

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 이 글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공동논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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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6

냉전체제의 붕괴는 국제적 힘의 균형 상태에서 작동했던 휴전협정체제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평화체제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한반도는 점차 더 불안하

고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이 심화되고 체제안전에 대한 불안감

을 느낀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대응책으로 들고 나왔다. 이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갈등을 더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한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최근에는 힘의 우위를 앞세워 북한을 굴복시키고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는 정책이 다시 부활

하면서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목격하고 있듯이 한반도는 상대방 영

토에 대한 포격과 상대방 영토의 점령을 목표로 하는 군사훈련이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등

언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전혀 이상하다고 할 수 없는 비상한 상황에 처해있다.

휴전협정의 문제점은 단순히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것에만 있는 것

은 아니다. 휴전협정체제가 냉전체제에서 최소한의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기능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수 십 년 동안 남과 북의 민중들에게 큰 고통을 강요해왔다. 남과 북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극단적 이념이 지배하고, 민주적 절차가 정착되지 못하고, 민중복지가

희생되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전협정체제로는 한반도 민중의 삶의 질을 계속 악화시켜왔을 뿐만 아니라 이제 불안한 평

화조차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분단체제가 동요하

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3년 동안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남북간의 대화가

중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 서해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날로 심

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평화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 휴전협정체제를 평화체제

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냉전체제와 휴전협정체제에서 만들

어진 안보에 대한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평화가 위협

받게 되면 가장 많은 희생을 치룰 수밖에 없고, 평화를 보장하는 데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주체가 되고, 이들의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에 대한 구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고려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갖고 한반

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첫째, 평화주의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세계 어느

곳보다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없이는 다른 어떤 가치도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평화주의야말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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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7

인 길이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한 대결주의야말로 한반도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이념적이고 비

현실적인 접근으로 규탄되어야 한다.

둘째, 시민의 안전이 안보의 핵심목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안보가 정권안보로 전락해온

쓰라린 역사를 경험했다. 그런 방식의 안보는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

서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해가는 과정에는 안보의 근본목적인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하

고 지속가능한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국가가 전쟁을 대외정책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 평화적 생존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남북의 기존 합의를 먼저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선도적 실천을 통해 호혜주의가 실

현될 수 있도록 한다. 상호주의만으로는 안보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상대방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선제적인 평화주의적 실천이 필요하다. 사실 상대방으로부터의 위협

을 강조하지만 남한의 군사력, 한미군사동맹, 공격적 작전계획 자체가 상대방에게 심각한 위

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심각한 안보위협을 초래하지

않는 조건에서 선도적 실천을 통해 결과적으로 상호주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야 한다.

넷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국제연합헌장 등 국제규범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

며, 한반도 평화체제의 발전이 평화와 관련된 국제규범의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 아래 아래와 같이 우리의 평화체제에 대한 구상을 내놓는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I. 한반도 평화체제의 의미와 기본 원칙

1. 평화체제의 정의

- 한반도 평화체제는 정전상태의 종식, 무장충돌 가능성의 방지, 당사자간 우호관계의 수립

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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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 평화통일을 추구하고 남과 북 주민은 물론 동북아 주민들의 안전

과 복지에 이바지 한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제도화된 상태와

그 구조를 말한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국가간 물리적 충돌 및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폭력을 방지하

기 위한 국제규범의 확립을 지향한다.

2. 원칙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당사자인 남과 북, 그리고 주변국간의 기존 합의

준수하고 이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남북한은 일차적 당사자로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상호 신뢰구

축 노력을 적극 벌여나가야 하고, 그와 함께 주변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지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남북을 비롯해 관련 당사국들 사이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다. 따라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성명, 6.15 공동선언, 10.4 남

북정상선언 등 남북간 기존 합의와 북미 공동꼬뮤니케, 북일정상선언, 9.19 공동성명, 2.13

합의, 10.3 합의 등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관련국들 사이의 합의는 준수되어야 한다. 각

국의 국내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합의한 바를 준수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 상호

신뢰구축과 궁극적으로 평화체제 수립에 이바지할 것이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는 불신과 대결을 바탕으로 하는 남북 분단체제가

존속하는 한 요원하다. 분단체제는 남북 간에 불신과 대결, 남북 각각에 각양의 폭력, 한반

도에 군사적 긴장과 군사적 충돌을 재생산해왔다. 무엇보다도 분단체제는 사회적 역량을

공동체의 안전과 삶의 질, 민주적 발전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소모적인 대결과 군비에 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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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9

비하도록 강요해왔다.

-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은 동전의 양면이자 서로 동반자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남북은 한

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함께 달성하는데 민족의 지혜와 세계 평화애호세력의 지지를 모

으는데 힘써야 한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분단체제를 허물고 남북간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평

화통일을 이룩하는 제도적 기초이다. 평화정착 없는 통일 논의가 비현실적이고 비도덕적이

듯이, 한반도에서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평화체제 논의는 분단체제를 온존시켜 평화와 통

일 모두에 역행한다.

-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하에서 통일은 단순히 분열된 민족의 재통합이라는 과거회귀적 목

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분단체제 하에서 이질적인 사회체제를 발전시킨 객관적 현실

과 평화, 복지, 생태 등의 가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지향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방식

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체제를 존중하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연합을 현 단계의 목표로 추구한다.

셋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 추진하여야 한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켜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하

며, 국제연합 헌장, 세계인권선언 등에 나타난 바와 같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제반의 규

범을 존중하고 실현하려는 노력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서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고 무장 공격과 점령을 배제하는 소

극적 평화와 함께 인도주의의 원칙을 구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상호협력하며, 정

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인 개인과 집단의 권리 신장을 촉진할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적

극적 평화를 지향한다.

넷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헌법상의 평화주의 원리에 기초하여 형성되어야 한

다.

- 평화는 인류의 목표이자 그 목표를 달성해가는 수단이며 과정이다. 평화체제는 평화적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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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평화를 추구한다. 어떠한 명분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군비증강 등 힘에

의한 평화도 인정할 수 없다.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며 부정의한 길로 인도하기 때문

이다.

- 한반도 평화체제의 궁극적 의미는 남북은 물론 동북아 국가들이 군사적 억제력에 의존하

는 정책을 분쟁의 예방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어 목적과 수준의

최소 군사력 유지, 무력의 사용 배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이를 위한 관용과 상호존중 등

을 평화체제 수립의 원칙으로 삼는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시민의 참여에 기초해 만들어져야 한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전쟁 재발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다양한 폭력과 갈등의 재

생산을 막아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

과 삶의 질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구성원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

들에 대해 판단하고 그 대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그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 그러자면 안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구성원의 안전에 관한 사회적 기준과 우선순위

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국가안보에서 시민의 안전으로 관점을 이동하는

것, 이를 통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불안의 원인을 평화적으로 제거하며, 공동체 구성

원의 삶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보장하는 것에 사회적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새

롭게 정의되는 안전보장정책의 필수적인 구성요소이다.

- 한반도 평화체제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시민을 위한, 시민의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권이나 일부 정치세력이 안보정책결정이나 정보를 독점하는 것을 부인하

고, 오히려 그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와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안보정책의

민주적 통제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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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11

Ⅱ.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 과제

1. 남북관계의 제도화

◯ 남북간 기존 합의의 존중

-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와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등 세 분야에 관한 남북간 부속합의

서, 그리고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기타 남북간 맺은 합의서를 존중한다.

◯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

-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통일의 기반을 닦아나가는 데 있어서 평화협력과 경제협력을 상호보

완적으로 병행한다.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이 신뢰구축과

상생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재확인하고 남북간 협력사업을 더욱 확대하여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기한다. 나아가 남북간 경제협력을 한반도경제권의 발전을 통해 민족 전체

의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 남북국가연합의 형성

- 남북간 상호체제를 존중하며, 평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남북간 연합의 기본틀이

자 점진적인 통일로 가는 과도적 장치로서 남북국가연합을 제도화시키고 그 출발점으로

정상회담을 정례화한다.

2.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 한반도 비핵화

-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이 그리고 6자회담이 수차례 공약해온 가장 중대한 현안이며 이러한

원칙이 부정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는 이루어질 수 없다.

- 한반도 평화체제가 형성되는 않고서는 한반도 비핵화도 요원하다는 점도 고려해 한반도비

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적 과제로 추구한다.

◯ 6자회담

-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견지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와 관련 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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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이해관계를 포괄적으로 접근하기로 한 합의를 이행한다. 북미, 북일 국교정상화 협의

와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 등이 이에 포함된다.

- 6자회담 참가국들은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6자회담상의 제반 합의를 순조롭게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9.19 공동선언으로 되돌아가 6자회담을 재

개하고 기합의사항을 이행하고 향후 이행방안을 만든다.

◯ 한반도와 동북아 핵 위험의 근원적 제거

- 한반도 비핵화는 궁극적으로 한반도는 핵무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지역이 되어야 한다

는 점을 의미한다.

- 북핵폐기 뿐만 아니라,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도 함께 제거하고, 미국은 한반도에 대

한 핵무기 불사용을 확약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3+3방식의 동북아 비핵지

대화 논의와 병행한다.

◯ 평화협정의 체결

-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전

체제를 청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동시에 북한이 미국,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여 한반

도 유관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한다.

- 평화협정이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북한을 비롯하여 직접 관련된

주변 당사국이 적절한 형식으로 참여한다.

- 평화협정에는 전쟁의 종식, 불가침, 평화 회복, 군비 통제, 남북간 평화통일 지지 등의 내

용을 담는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 유엔사령부 등 정전체제 유지기구는 해체한다.

- 한반도 평화관리는 처음 평화협정 체결국과 국제사회(유엔, 6자회담 참가국)가 참여하는 기

구가 책임을 지다가 평화체제의 공고화 단계에 상응하여 남북한의 관리로 전환한다.

- 현재 남북 사이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남북

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을 실현하고 NLL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3. 남북한 긴장완화와 군비축소

◯ 한반도 위기관리 구조의 복원

-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일어난 일련의 군사적 충돌이 말해주듯이, 남북관계가 화해와

공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체제 존중을 바탕으로 일련의 신뢰안보구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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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13

(CSBMs, Confidence Security Building Measures)가 필요하다.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이행하며, NLL은 국제법적 경계선이 아니므로 남과 북이 평

화적이고 호혜적인 방법으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한다.

- 남북국방장관급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구체적인 공동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남

북군사공동위원회를 재가동하여 우발적 무력충돌과 기타 사안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추진

한다.

- 공격적 군사계획(작전계획 5029)와 급변사태 계획을 폐기하고 공격적 군사훈련(키 리졸브

와 독수리연습)을 중단한다.

- 남측은 북에 대한 군사력 우위를 고려해 군비 삭감에 선제적으로 나선다.

4. 동북아 평화체제 지향

◯ 교차승인의 완료

-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이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재확인하고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모든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외

교관계를 정상화한다.

◯ 다자안보협력의 추진과 군사동맹의 점진적 단계적 해소

- 남한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개 국가들과의 균형적인 선린외교를 추구하며

동북아 차원의 공존공영을 향한 지역적 신뢰기반을 조성한다. 특히 역내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군사동맹을 추구하지 않는다. 특히 남한, 미국, 일본의 3자군사동맹의 구축은 한반도

와 동북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 동북아 차원에서 안전보장은 다자안보협력을 통해서 실현하며 다자안보협력의 진전에 따

라 군사동맹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소한다. 다자안보협력은 6자회담에서 한반도평화

체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진전시킨다.

5. 시민참여의 제도화

◯ 안보의 궁극적 목적은 시민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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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14

- 시민의 안전과 괴리된 국가안보가 안보의 궁극적 목적인 시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

리를 위협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 이를 위해 안보논의를 국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논의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 평화안보정책의 다음과 같은 사항의 논의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사회적으로 합의

되어야 한다.

- 공동체에 가해지는 위협의 내용과 수준에 대한 판단과 위협 해소를 위한 물리적 수단과

협력적 수단의 결정

- 비공격적이고 합리적인 적정 군사력의 규모

- 안보정책결정에 대한 시민참여의 수준

◯ 안보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

- 시민사회는 안보문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감시를 확장하여 군사부문에 대한 문민통제를

촉진한다.

- 이를 위해서 △정보공개와 알권리 확대 특히 국방예산이나 국가기밀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국가기밀 관리체계의 민주적 개선, △국방 분야를 비롯한 국가안보 분야 예산지출

의 투명성과 적정성 감시를 위한 시민감시 및 상호견제 장치의 제도화, △군사훈련과 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 동의 그리고 군사시설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평가 등의 제도화

등을 실현한다.

- 안보문제와 관련된 정책 청문회의 활성화와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다.

◯ 평화를 위한 동북아시민포럼의 구성

- 동북아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국가들에서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있어 국가이익이

라는 좁은 틀을 넘어서 지역의 평화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

- 동북아 국가들의 시민사회와 동북아평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시민사회

가 동북아 평화와 시민사회교류를 논의하는 포럼을 만들고, 여기서의 논의결과를 각국 관

련 기구와 정기적으로 소통한다.

Page 14: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15

보론 : 2011-2012년 시민운동의 과제

◯ 올해 한반도에 드리워진 대결과 적대의 장막을 걷어내고 대화와 협력의 길을 닦아

평화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킨다.

- 현재의 한반도 위기상황은 미봉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 긴장이 완화되더라

도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위기가 출현하는 나선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이

동의할 수 있는 목표에 합의하고,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성실한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

반도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 2013년 이후 평화체제의 수립을 목표로 삼는 실천운동이 진

행되어야 하고 2010-2011년은 이를 위한 준비기로 삼아야 한다.

- 평화체제는 남북 간의 끊임없는 대결과 반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시민들에게 우리가

지향해야할 좌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대중적 실천에 동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6자회담 프로세스가 정상화되어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한다.

- 당면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구는 남북대화의 복원과 6자회담의 재개이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은 요원한 길일 수밖에 없다.

- 이명박 정부가 지금과 같이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천안함 사건과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

하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한다면 대화가 진전되기 어렵다. 특히 천안함 문

제의 경우 북한이 부인할 수 없는 확증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이 문제를 대화의 전제로

삼기보다는 대화과정에서 제기하고 해결할 문제로 삼고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재개에 힘

을 집중시켜야 한다.

- 민간부분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앞장서서 대화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 남북 민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해 민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야 한다.

- 시민적 지지 없이는 어떤 합의도 종잇조각에 불과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평화와

통일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야 한다.

- 특히 북도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남측의 다양한 세력과의 교류와 협력, 그리

고 이를 통해 상호신뢰의 증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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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16

◯ 동북아 혹은 동아시아 차원에서 평화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시민간 네트워크를 활성

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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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17

쟁점발표 12)

북한 붕괴론에 대하여

서보혁 / 코리아연구원

북한 붕괴 혹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1990년대 초에 이어 최근 다시 부상한 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남한정부

의 대북정책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해 북

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공개 발언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과 맞물려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객관적 인식

과 분석은 매우 부족한 가운데 주관적 기대와 정치적 선동이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것 같

다.

I. 북한붕괴론에 대한 학술적 논의

정치권과 언론의 북한붕괴 논의에 비해 학계의 논의는 (특히 최근 들어) 활발해보이지는 않

는다. 한국정치학회가 1997년 3월 학술토론회에서 ‘북한의 체제변동: 체제유지론과 조기붕괴

론’을 주제로, 그리고 동년 안보국방관계 특별학술회의에서 ‘한반도 급변사태와 남북한 관계: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여러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그리고 같은 해 고려대학교 평화연구

소가 발행하는 학술지 『평화연구』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특

집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그에 비해 2000년대 들어서는 지금까지 북한붕괴를 주제로 다루

2) 이 글은 완성되지 못한 글이어서 인용이 적절하지 않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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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18

는 학술회의는 조직된 적이 없다. 다만, 보수성향의 시사잡지 『한국논단』이 2006년 ‘북한

급변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여러 편의 글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그

외에는 개별 연구자의 연구물이 20여 편 나왔는데, 개념 검토와 비교분석을 포함한 탄탄한

학술 논문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래에서는 지금까지 북한붕괴론에 대한 학계의 논의를 개념, 요인, 유형, 단계 등 몇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소개하며 간략한 비평을 덧붙이고자 한다.

먼저, 북한 붕괴 혹은 급변사태에 관한 개념 정의가 논자의 수만큼 다양하게 제시되면서 그

의미에 대한 감(感)은 잡을 수 있으나 정확하고 합의된 정의는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

한 붕괴’는 ‘북한 급변사태’와 동일한 의미로 쓰기도 하고, 급변사태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

된 상태 혹은 체제가 소멸돼 가는 과정과 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또 급변사태를 체제 소멸

로서의 붕괴와 그 이전의 징후를 포함하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급변사태는 기존 정치 체제

(political system) 혹은 정권이 대내외적인 위협요인들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해 지탱하지 못

하고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말하고, 그 대표적인 형태가 붕괴이다. 개념적으로

두 용어는 구별할 수 있으나, 본 논의에서는 급변사태를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 혹은

정권)의 붕괴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어 두 용어는 혼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아래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북한 붕괴 혹은 급변사태에 대한 정의를 모아 놓은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함으로써 더 이상 국가가 존재하지 못하는 상황”

“남한과 북한의 안보에 급박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존재하는 상태”

“짧은 시간에 대규모 또는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상황”

“기존 북한체제가 단기간 내에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규모의 내부 불안정이 발생하는 상황

이거나, 내부 불안정이 심화 확대되어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사회의 개입에 의해 해결이 모색

되는 상황”

“북한주민의 소요 사태가 체제붕괴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북한 내부의 불안정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현 정권의 능력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

으로서 북한 정권의 붕괴뿐만 아니라 붕괴에 이를 정도의 혼란스러운 상황, 예컨대 대규모

정치적 데모나 소요사태, 민중봉기나 폭동, 무정부 상태, 민중혁명, 쿠테타, 내란 등이 포함된

다.“

“최고 권력자의 유고, 쿠데타, 권력 투쟁이나 주민 봉기 등 전쟁을 제외한 북한 내 돌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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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19

황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으로서 정권과 체제가 붕괴되는 극단적 상황을 포괄”하는 개념

이 같은 정의에서 지칭되는 ‘북한’이 단일한 차원으로 한정되지 않고 정권, 정치체제, 국가

등으로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 붕괴를 판단하는 기준이 논자에 따라 달

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 북한정권의 붕괴가 북한 붕괴의 정의에 포함되는 것은 분명

하다. 그렇지만 북한정권의 붕괴가 북한의 정치체제와 국가의 붕괴로 이어질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볼 때, 북한 붕괴라는 용어의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

다. 이때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이라는 정책 방향을 전제해놓고 북한 붕괴에 국가 소멸을 포

함시켜 정의하는 방식은 목표지향성이 논리성을 압도하는 경우로서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현재 북한을 ‘실패한 국가’ 혹은 ‘약한 국가’로 평가한다면 이론적으로 정권 붕괴가 정

치체제 및 국가 붕괴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개념은 상호 관

련성이 깊은 것으로 약한 국가가 실패한 국가가 되고, 실패한 국가가 붕괴되는 경우와 같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시나리오나, 독일 통일 사례에서 보듯이 세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거

의 동시에 발생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의 내구력이 정권 붕괴,

나아가 연쇄적인 붕괴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세 차원의 의미를 갖는 북한 붕괴는 정권, 정치체제, 국가 붕괴가 동시 발생하거나, 연속선상

에서 순차적으로 일어나거나, 비연속선상에서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모두 포괄한다고

하겠다.

체제전환의 시각에서 급변사태 혹은 붕괴는 구소련과 동구사회주의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

이 ‘체제 변화(change of the system)’를 말한다. 중국, 베트남식의 체제전환, 곧 ‘체제 내 변

화(change within the system)’는 급변사태 개념과 거리가 멀다. 물론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혹은 유지하기 위해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를 급변사태 혹은 붕괴로 볼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때 문제는 정권 교체가 급격하고 급진적 정책 변화를 동반하느냐로 판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베트남식 체제전환은 급변사태 혹은 붕괴로 간주할

수 없다. 말하자면 급변사태는 체제 유지형이 (체제 내 변화를 거치거나 아니면 곧장) 체제

변화형으로 전환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보면, 북한 붕괴는 최소정의로서 북한 정권 붕괴, 최대 정의로서 국가

로서의 북한 붕괴 등 두 가지 정의가 가능하다. 물론 관련 요인들의 상호작용 양식에 따라

붕괴의 차원과 그 형태가 달라질 것이나, 붕괴는 어느 경우에나 공통적으로 급격하고 근본적

인 변화라는 특징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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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20

국가 혹은 체제 붕괴는 대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등 다양한 요인들과 그것을 촉

진하는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 국가들의 붕괴 사례를 연구한

틸리(C. Tilly)는 불안정한 대외 환경, 경제위기 혹은 급성장으로 인한 사회혼란, 대중지지에

기반을 둔 주도그룹과 대안 정치세력의 부상, 엘리트 집단의 통제력 상실 등을 국가 붕괴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런 요인들이 어떤 충격을 받을 경우 국가 혹은 체제 붕괴 현

상이 일어난다고 보았다.3) 소련 및 동구권은 정권 붕괴와 정치체제 붕괴, 그리고 일부 국가

의 경우 국가 붕괴가 연속선상에서 순차적으로 발생한 경우이다. 국가마다 국가-시민사회의

관계 유형에 따라 붕괴의 양태를 분류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경제 위기가 통치력의 위기

를 가져오고 민중의 저항 속에 궁극적으로 정치체제의 붕괴, 일부 국가의 경우 국가 해체로

이어졌다. 요컨대 소련 및 동구권의 붕괴 요인은 경제 위기, 지배 정당성의 위기, 시민사회의

저항 등 세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소련 및 동구권의 세 붕괴 요인을 북한에 적용해본다면 어떤 분석이 가능할까? 경제위기

는 정도의 문제는 있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지배 정당성이 일부

훼손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자체가 지배 정당성을 위기에 빠뜨린

다고 보기 어렵고, 경제위기로 인해 일부 훼손된 지배 정당성은 대외 안보환경과 대중 동원

및 설득 기제를 활용한 대내 결속으로 지지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의식화, 조직

화를 통한 정치적 저항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어떤 차원에서든지 현재 북한이 붕괴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틸리의 국가붕괴 요인을 대입해도 같은 분석이 이루어질 것

이다. 여기에 붕괴를 촉발하는 매개작용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북중 동맹관계 강화와

같이 붕괴와 거리가 먼 현상이 작금의 상황이다.

국가 혹은 정치체제의 붕괴 유형은 그 요인의 결합 방식에 따라 다양할 수 있겠으나, 내부

요인에 의한 자체 붕괴(implosion)과 외부 요인에 의한 붕괴(explosion)로 대별할 수 있다.4)

내부 요인에 의한 자체 붕괴의 예로는 쿠데타로 김정일이 권력을 상실하거나 민중봉기 등으

로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경우, 내전이 발발해 집권세력과 반정부세력 간에 무장 대치가 장

기화 되는 경우, 대량 난민사태로 변경지역 관리가 와해되고 치안질서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는 경우 등을 상정해볼 수 있다. 자체 붕괴의 가능성은 엘리트의 균열 정도와 대중의 저

항 조직화 여부가 관건인데, 두 조건을 현재 북한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에 비해 외부 요인에 의한 붕괴의 예로는 북한의 대남 도발시 한미연합군으로부터 대규모

3) Charles Tilly,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AD 990-1992 (Malden, MA: Blackwell Publishers Inc,

2000).

4) 사회주의 체제 변화의 다양한 유형에 관해서는 별첨 <표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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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1

반격을 받아 괴멸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난을 제외하고는 내부적 요인보

다는 외부적 요인이 붕괴를 촉진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북한 도발시 한미연합군에 의한

붕괴 시나리오를 별도로 하더라도,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과 남한이 주도하는 광범위하고 두

터운 군사, 경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완충하는데 북중관계가 일익(?)을 담

당하고 있지만, 외부적 요인만으로 특정 국가의 붕괴를 전망하는 것은 난망하기 짝이 없다.

분류상 자체 붕괴, 외부 요인에 의한 붕괴로 나누었지만 그것은 대내외 요인들의 상대적 비

중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북한 붕괴에 관한 이론적 논의는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을 띨 수 있고,

붕괴에 집착하지 않고 체제변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박영

호는 서구 사회주의체제의 붕괴 과정과는 달리 북한체제의 특수성이 체제변화의 제반 조건

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언

급한다.5)

첫째, 북한 사회주의체제는 구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체제와는 달리 유일지배 독제체제가 장

기간 존속되어 왔으며, 이와 함께 부자세습체제 및 김일성․김정일 친인척이 권력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는 족벌중심 지배체제라는 특징이 있다.

둘째, 김일성 유일체제의 유지와 정당성 확보를 위해 주체사상이라는 통치이데올로기를 바탕

으로 철저한 사상통제 및 대중조작을 추진한 결과, 사회․문화적 획일성, 통합성, 경직성 등

이 극심한 상황이다.

셋째, 외부세계와의 철저한 차단으로 인하여 일반 주민의 외국, 특히 체제 경쟁국인 남한의

물질적, 정치적 생활상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넷째, 남북한의 분단 상황이 지속됨으로써 통일 대상이 존재한다는 점과 동구와는 달리 러시

아 및 중국의 영향력 또는 개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어 박영호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표 1 참조).

5) 박영호, “북한 붕괴론에 관한 이론적 고찰,” 한국정치학회 안보국방관계 특별학술회의 발표문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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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22

첫째, 체제변화의 객체적 조건과 관련하여 경제문제의 심각성과 그 원인, 경제성장의 추세,

산업간 불균형의 정도, 에너지 문제, 수송 등 기간산업의 현황 및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객

관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매개적 조건의 성숙과 관련하여 경제문제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식과 그것이 정치․사회적 불만으로 연결되는 정도, 일반 주민들의 물질적 및 정치․사회적 욕구 수준과 주민통제

및 이데올로기적 통제의 영향, 정치권력 및 관료들의 성향 변화와 경제 및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정도, 그 원인 및 해결책에 대한 인식, 일반 주민 및 관료들의 남한 경제 및 생활

수준에 대한 인식과 정보의 접근 가능성, 북한 내부에서의 정보유통의 가능성과 제약성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셋째, 개혁 주체의 형성 가능성과 관련하여 관료를 포함한 정치권력의 이념적 성향 및 분화

가능성, 주요 엘리트 사상, 교육적 성향, 김정일의 정치성향 및 주변 엘리트의 구성 및 그들

의 정치적 인식, 혁명 1세대와 김정일 세대 간의 인식적 성향의 차이 및 반김정일 엘리트그

룹의 형성 가능성, 경제․기술 관료의 규모 및 성향, 일반 지식인들의 규모, 성향, 조직 가능

성,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 등에 대하여 비교적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

넷째, 적실성 및 실현가능성의 조건으로서 남북관계의 변화 및 통일방식과 그 가능성이 북한

체제의 변화 요인에 미치는 영향, 대러시아 및 대중관계의 변화가 북한체제 변화에 미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 북한의 대미․일 관계 변화에서 초래되는 영향, 대외관계 개선 또

는 변화에 있어서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치이행의 관점에서 체제전환을 분석한 오도넬에 따르면, 전환은 사회제도의 붕괴→ 통치력

의 붕괴→ 체제 붕괴(collapse of system) 등 3단계를 거친다. 사회제도의 붕괴는 시장, 사회,

법 영역의 기능이 마비되는 상태를 말한다. 통치력의 붕괴는 정부 행정기능의 마비, 즉 정부

내 부처 간 수평적인 연계의 마비, 행정부 내 리더십의 분열 등 정부 기능이 붕괴되는 단계

이다. 체제의 붕괴는 정치․경제적 통치력의 붕괴와 더불어 기존 질서를 지배하는 체제 운영

원리의 소멸과 기존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규범, 원칙, 규칙, 그리고 정책과정의 출현을 동

시에 포함한다. 이 같은 3단계 붕괴론에 따를 경우 북한은 1단계 사회제도의 붕괴 중에서 초

기 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한 판단일 것이다. 계획경제 시스템과 대중통제 기제가 완전히 작

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 수준이 통치력 붕괴를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제도 붕괴의 징후를 노력동원, 외부지원, 권력과 대중의 일체감 조장 등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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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3

물론 경제난과 국가권력의 사회 통제기제가 정상화 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약화된다면, 한 촉

발 요인에 의해 붕괴의 징후가 발생할 수 있고 이어 여러 촉발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중

첩해 상호작용할 수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권력엘리트 집단이 대중 통제, 개혁개방에 대한

국제적 압력, 후계체제 등을 둘러싸고 분열하는 것이 급변사태의 발생 가능성 및 경로에 결

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오늘날 북한의 현실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런 이론과 현실의 격차를 주관적 기대가 메우고 있다. 가령, NKchosun.com은 지난

6월 3일 메인 기사 제목을 “北 숙청ㆍ세대교체…체제 혼란: 국가보위부·보안부 등 공안기관

도 인적 쇄신 가속화”로 뽑았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의 6월 2일자 기사 “北 숙청ㆍ세대

교체. 김정은 '인적기반' 구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제목에 “김정은 '인적기반' 구축”을

삭제하고 “체제 혼란”을 삽입한 것이다. 기사내용으로 볼 때 체제 혼란이란 제목보다는 체제

강화가 적합해 보인다.

아래에서는 북한 급변사태/붕괴를 전망하는 학술 논의 중 대표적인 주장을 소개한다. 이상

근은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북한붕괴론을 비교 검토한 바 있는데, 2000년대의 북한붕괴론은

오류가 명백한 1990년대 북한붕괴론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6) 그에 따르면 북한붕괴

론의 오류는 잘못된 정보 및 해석과 그에 기반을 둔 북한 붕괴 유도를 말한다. 잘못된 정보

및 해석의 예로는 절대권력자의 유고와 급변사태를 동일시하는 경향, 군부 중심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과소평가, 대북 지원 중단 및 압박을 통한 북한체제 붕괴에 대한 기대, 선군

정치의 강화로 권력엘리트 사이 갈등, 경제난과 대외무역 확대 그리고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

접근 등으로 민중봉기로 인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과 같은 주장을 말한다. 또 북한 붕괴 유

도론은 그 목적과 반대로 체제 결속과 북한의 폐쇄성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를 확산시키고 북한주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상근은 그런 분석에 따

라 정책 제안이나 정책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김근식7)은 급변사태에 관한 기존의 논의는 대부분 선정적이고 감각적인 흥미 위주의 관심에

머물렀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변사태 이후

의 통일과정을 여하히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는 급변사태 이후를 관리하여

통일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남북연합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제시하였다. 그의 말이

다.

6) 이상근, “북한붕괴론의 어제와 오늘: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북한붕괴론에 대한 평가,” 『통일연구』, 제12권

제2호 (2008), pp. 93-131.

7) 김근식, "북한 급변사태와 남북연합: 통일과정적 접근,"『북한연구학회보』, 제13권 제2호 (2009), pp. 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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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24

“북한의 급변사태 이후 통일은 단기적 통일로의 전환과정이든, 일시 공존 후 흡수통일이든

형식상 합의에 의한 대등성의 통일이 필요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남북연합이라는 제도적

단계와 장치가 필요하다. 남북연합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관리‧정돈하면서 한국 주도의 통일

과정에 진입하도록 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으며, 중국과 미국 등 외부의

부당한 개입을 막아낼 수 있는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급변사태의 경

우에도 남북연합이라는 제도가 오히려 우리가 견지해야 할 통일의 원칙으로서 역동성과 진

보성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급변사태는 가능성으로 존재하는데 그

정도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 충격을 최소화 하는 완충장치로서, 그리고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과도적 단계로서 남북연합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종철은 급변사태의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경제위기와 지배권력의 위기, 그리고 민중봉기를

북한 급변사태론에 적용하여 그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8) 그는 지배권력의 붕괴 조짐과

누적된 경제난, 그리고 시민저항세력의 단초 등을 북한 체제의 급변사태 발생 변수로 꼽는

다. 그는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 체제전환에 관한 이론, 변수, 사례를 적용해 볼 때 북한의

현 상황은 지배권력의 위기라는 정치적 변수가 새로운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징

후로 김정일의 건강이상으로 인한 유고사태 발생 가능성, 반김정일 벽보가 북한에 나붙고 남

한 민간단체들에 의한 반김정일 대북전단 발송을 꼽고 있다. 물론 북한은 과거 어느 전체주

의국가보다 강력한 통제와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루마니아 민중봉기에서 보듯이 ‘준비

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민중의 ‘폭발력’을 배제할 수 없으며, 군이 정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북한에서 민중봉기의 발생 및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제한적으로 예단할 수만은 없

을 것이다”고 말한다. 이종철은 경제난과 지배권력의 위기 징후를 강조하며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에 상대적인 무게를 두고 있다.

주용식은 틸리의 네 가지 국가 혹은 체제 붕괴 요인들이 북한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지에

관해 북한의 경제, 사회 현상을 중심으로 내부 요인을 분석해 보고, 외부 환경 요인에 대해

서는 북중관계, 미중관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질서, 남북관계로 나누어 분석한 바 있다.9)

그는 틸리의 모델은 북한의 경제, 사회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대중 불만이 누적되어

가면 지배그룹의 정통성이 약화되고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지배층 분열에 의한 국가 혹은 체

제 붕괴가 일어 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경우 틸리가 지

적하는 경제난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국가의 통제력 상실, 이상 두 가지 요인은 단시일 내

8) 이종철,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북한 급변사태: 이론, 변수, 사례의 도출 및 대비를 중심으로,” 『중소연구』, 제

34권 제2호 (2010 여름), pp. 179-211.

9) 주용식, “포스트 김정일 북한에 대한 전망: 국가급변사태 사례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통일정책연구』, 제18

권 2호 (2009), pp. 1-32.

Page 24: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5

국가나 체제 붕괴를 야기 시킬 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북한 급변 사태를 유발할 잠재적 요

인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국가나 체제의 붕괴를 이끌어갈 실질적인 선도그룹

과 대체세력은 가시적으로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은 인정한다. 그러나 외부압력이나 리

더십 부재에 의해 국가 통제력이 상실될 경우 북한 내 상당수 반체제 인사들이 선도그룹이

나 대체세력화 할 수 있는 잠재성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물론 북한의 경우 선행 사

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외부환경, 즉 북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의 경제 지원으로 북한은

상당 기간 버티기 생존전략으로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미중간에 갈등

이 심화될 경우 동북아 질서가 급랭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 역시 강해질 수 있

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현재 상황에서 외파보다는 리더십 계승으로 인한 내파에 의한 국

가, 체제 붕괴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으로 세습적 권력이양이 이루

어지든 군부의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권력을 행사하게 되던, 포스트 김정일 체제는 그 정통

성에 있어서나 통치력에 있어서 현 정권보다 유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휘락은 급변사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실성에 중점을 두어 한국이 채택해나가야 할 정

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10) 이 주장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같은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북한의 내란이나 무정부상태로 악화된다고 보기는 쉽

지 않고,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 주

변 국가들의 합의, 북한의 협조적 태도, 국내적인 지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는 신중한 판단

이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이 취할 적절한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 통

일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킴과 동시에 통일이 저절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현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고, 중국의 일방적 개입을 예방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 하며, 통일의 지원세력으로 한미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한국의 주도적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였지만 통일에 성공한 독

일 사례를 잘 학습하여 활용하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북한 지도층과 주민의 협조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상 논의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상근과 김근식은 북한붕괴론에 대한 찬반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점이 공통적이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는 구별된다. 이상근은 북한붕괴론이 경험적,

이론적 오류를 안고 있는 잘못되고, 심지어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와 달리 김

근식은 북한 붕괴가 이루어질 경우 그 부정적 영향의 최소화 및 통일 기회로의 활용이라는

견지에서 정책 대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과 달리 이종철, 주용식은 북한의 대내정치적

요인에 주목하여 붕괴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붕괴 시점에 대한 판단은 둘 사

이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주용식은 많은 가정이 현실에서 충족되어야 한다는 신중한 견해인

10) 박휘락, "북한 급변사태와 통일에 대한 현실성 분석과 과제"『국가전략』, 제16권 4호 (2010), pp. 63-91.

Page 25: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26

데 비해, 이종철은 김정일 건강과 반김정일 벽보, 그리고 북한 민중의 잠재적 반체제의식을

거론하며 급변사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종철은 주관적 기대가 객관적 글쓰기를 압도

하고 있는 것 같고, 주용식은 객관적 글쓰기 형식이 주관적 기대를 억제시키고 있는 형국이

다. 김근식은 북한 급변사태와 남북연합을 연계시켜 접근함으로써 급변사태의 일반적 정의를

모호하게 하고 있는데, 역시 급변사태의 차원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하겠

다. 박휘락은 북한 내 정치적 불안정과 급변사태, 그리고 통일이 단일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급변사태를 통일로 전환시키는 일

이 지난한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북한 붕괴시 한국의 대

응 방안과 중국의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와 있다.

Ⅱ. 북한붕괴론에 대한 정치적 논의

위 북한붕괴에 관한 학술적 논의는 이론적 논의와 정책적 함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해 정

치적 논의는 객관적 그리고/혹은 균형적 논리는 찾아보기 어렵고 붕괴를 지지하는 선정적,

주관적 주장 일색이다. 북한 붕괴를 주장하는 인사들의 표현을 소개해보면 아래와 같다.

“북한은 김정철체제로(김정일 차남) 약화→붕괴→해체된다.”11)

“김정일체제, 전면 붕괴에 직면하게 될 2009년.”12)

“북한체제 붕괴 서막이 보인다.”13)

“격돌 인터뷰 : 월간조선 조갑제의 위험한 소신- 남북대화도 좋지만 북한의 붕괴가 더 좋다

.”14)

대표적인 수구논객 조갑제는 위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그 근

거로 북한 주민들이 돈맛을 알기 시작한 것과 김정일을 욕하는 주민들이 늘었다는 점을 들

었다.

11) 김덕홍의 글 제목, 『한국논단』, 2009년.

12) 강철환의 글 제목, 『한국논단』, 2009년.

13) 도준호의 글 제목, 『한국논단』, 1994년.

14) 오동렬의 글 제목,『사회평론』, 4월호 (1994),

Page 26: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7

국내에서 북한 붕괴론은 반북보수 성향의 정치세력과 언론들이 주도하고 있다. 물론 북한 정

세를 예의주시하며 안보와 통일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서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관련

현상을 모니터링하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처방안을 준비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한·미 연합군은 2010년 11월 30일 북한에 대한 무력 해상봉쇄와 마찬가지인 ‘해상차단작전

훈련’을 실시했다. 사실상 북한의 급변사태를 가정한 ‘개념계획(또는 작전계획) 5029’ 차원에

서 실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북한을 자극하고 한반도의 긴장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 붕괴를 추구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일을 만들어가거나 공개적으로 논의

하는 것은 적절한 처사로 보기 어렵다. 북한 붕괴를 추진하거나 그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접

근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북한과 신뢰를 높여가며, 통일을 평화적이고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비하는 노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가령, 정부가

미국 측과 북한 정권의 붕괴나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 등 ‘급변사태’에 대비한 군사행동계획

인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데 합의한 것15)은 위험하기 짝이 없

는 일이다. 특히,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통일 환경을 조성해 내갈 책임이 있는 통일부 장관

이 북한 급변사태를 공개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살 수 있

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작년 6월 15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을 묻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통일부 장관으로 언급하기 민감한 용

어이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 장관은 또 한 토론회에서 “앞으

로 2-3년이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에 대해

북한은 “우리를 자극하는 수작이고 도발적인 악담”이라고 비판했다. 악화된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꼴이 되었다.16) 급기야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위기관리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위기대응과는 기존 정책기획과에서 관장해오던 남북관계 관련 국가위기관

리계획의 수립 종합 통제 조정,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계획의 수립 종합 조정 업무 외에도

유사시 대비계획과 을지연습, 유사시 대비 종합훈련계획의 수립 종합 조정 업무도 맡을 것으

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그동안 개성공단의 우리측 근로자 억류,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을

겪으면서 위기사태 발생에 대비하는 위기관리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17) 말하자면 현정

권 하의 통일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 및 신뢰 조성 노력보다는 위기사태를 계

기로 조직을 확대하는 일에 더 노력한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을 포함해 공공연하게 북한 붕괴를 언급할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을

떠나 북한 붕괴를 추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

15)『경향신문』, 2010년 12월 1일.

16)『세계일보』, 2010년 6월 23일.

17)『동아일보』, 2011년 6월 6일.

Page 27: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28

교전문을 보면,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부 2차관이던 2010년 2월 캐슬린 스티븐

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김정일 사후 2~3년 안에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인

택 통일부 장관은 2009년 7월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에게 “김정일은 2015년 이후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할 경우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식은 북한 붕괴론

과 거의 같다. ‘최고지도자 사망 → 권력투쟁 → 급변사태 → 체제붕괴 → 흡수통일’이라는

논리 구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통일비용 논의가 활성화된 것도 붕괴론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북한 붕괴론에 기반을 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고립정책은 북한 체제의 내부

결속과 폐쇄성, 그리고 적대감을 높여놓을 뿐이다. 북한은 연평도 도발을 저질러 남한 국민

등의 적대감에 불을 질렀다. 현 정부의 북한 붕괴론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북한이 무너지면

우리가 먹는다’는 안이한 인식에 있다. 급변사태가 나서 한국이 주도하려면 남북관계가 개선

되고 남한에 의존할 수 있겠다는 심리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생겨야 하는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18)

전체적으로 볼 때 현 정부의 공개적인 북한 급변사태 거론에도 불구하고, 급변사태를 어떻게

통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하는 문제를 포함해 체계적인 대비책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지 우려하는 시선이 작지 않다. 가령, ① 북한이라는 전략적 요충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국가

전략 차원의 관심, ②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의 주권 행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불확실한 태

도, ③ 북한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한국의 역량 부족 등을 꼽으며 북한 체제의

붕괴가 한반도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유보하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19)

정부여당과 달리 야당에서는 북한붕괴론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완전히 일치된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령,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8·15 기념사에서 언급한 통일세

등 현실적인 통일방안의 공론화 필요성에 대해 “통일세는 북한을 흡수통일하겠다는 극우적

발상과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한 비현실적인 전제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불순

하다”며 “북한은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아닌 통일의 동반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20) 그에

비해 북한문제에 있어서 민노당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는 “북

한의 급변사태나 붕괴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조 대표도 “현재 이명박

정부처럼, 북한 붕괴를 가속화하는 강경책을 쓰는 입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21)

18) “북한 붕괴란 오래된 오판,”『한겨레21』, 제839호 (2010년 12월 10일).

19) 박순성․김종욱, “남북관계 전환의 필요성 및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반도 구상,” IDP 정책연구 2011-02, p.

20.

20)『조선일보』, 2010년 12월 27일.

21)『경향신문』, 2010년 12월 1일.

Page 28: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9

민주당 측에서도 북한 붕괴론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 혹은 추진에는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

는 것 같다. 민주정책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북한 체제의 혼란이나 붕괴와 관련한 다양한 시

나리오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작업과 대비책 구상은 필요하지만, 붕괴 자체를 목표로 설정

하거나 붕괴 자체를 상정한 대북·통일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이러한 정책은 의도된

결과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남북관계의 악화 및 한반도 긴장 고조를 야기함으로써 분단

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남한이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 및 대북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가 “거의

유일한 정책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22)

한편, 급변사태 관련 대북 인식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 아태연구소가 한국학

프로그램 창설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미나에서 북한 정부가 어느 나라보다 시민을 감시하

고 통제하고 있다면서 당장 급변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23) 미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전망하고 대비하고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처럼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는 않다.

요컨대, 북한붕괴론은 정책결정의 기본 판단기준인 타당성과 현실성 양측면에서 문제를 갖고

있고, 다양한 대북 통일정책을 붕괴 가능성에만 초점을 두고 접근하면서 남북관계 관리 및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등 주요 과제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은 우려스러운 접근이다. 북한

이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협력 대상인 점을 고려할 때 붕괴론은 그 둘을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특히, 평화통일 원칙은 남북 합의사항이자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는 점에서 북한 붕괴론은 반평화적이고 위헌적인 시각이다. 평화통일과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한 붕괴론을 멀리하고 평화체제 논의를 가까이 할 바이다. 다만, 북한붕괴론이 적어도 한

가지 시사점을 준다면, 그것은 평화체제와 남북관계 논의는 함께 진행할 때 타당성과 현실성

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평화체제 논의는 이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22) 박순성․김종욱, 앞의 글, p. 21.

23) YTN, 2011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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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30

▣ 별첨

<표 1> 사회주의 체제 붕괴 조건 및 과정의 상관관계

<출처> 박영호 (1997),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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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31

<출처> 박영호 (1997),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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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32

쟁점발표 2

서해에서의 평화협력 방안

- 남측의 북방한계선과 북측의 군사경계수역을 함께 폐기하자

정태욱 / 인하대

Ⅰ. 머리말

서해 평화정착은 ‘작은 평화협정’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여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절대사수’라는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NLL은 한편으로는 정치적 기득권을 위해 활용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

도된 애국심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그러나 미리 얘기하자면, NLL은 국제해양법 및 정전

협정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은 선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NLL 사수의 이

데올로기는 급기야 북한의 포격까지 불러와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NLL 문제에

대한 재인식과 서해 5도 수역의 평화적 해법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오늘 발표에서는 서해 NLL을 비롯해 남과 북이 각기 서해 그리고 동해에 그은 선들이 모두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선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이어서 남과 북이 한반도 수역에서 주

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등 부당한 군사적 선들을 모두 없앨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서해 NLL의 부당성으로부터 얘기를 시작해 보기로 한다. 이에 관하여는 이미 많은 논

의가 있어 왔지만, 오늘 다시 NLL의 국제해양법 및 정전협정상의 NLL의 문제점을 지적하

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하여 지난 번 연평도 포격 사건의 원인도 검토하게 될 것이다.

관련하여 남한의 서해 NLL만이 아니라 북한이 동해와 서해에 설정한 군사경계수역, 그리고

그에 따라 사실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동해 NLL 또한 타당성도 없는 선임을 지적하고자 한

Page 32: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33

다.

개선 방안으로는 첫째 남한은 서해의 NLL을 포기하고, 북한은 동해의 NLL을 포기하는 패

키지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북이 더 이상 ‘해상군사분계선’을 그을

필요도 없고, 또 그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 남과 북이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한다면, 그것은 영해, 혹은 배타적 경제수역과 같은 해수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것이어

야지, 군사적 대치를 지속하는 ‘해상군사분계선’은 그 개념 자체를 폐기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개선방안은 만약 경계선을 새로 긋는 것이 힘들다고 할 경우, 평화수역, 공동어로구

역의 설정으로 NLL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세번째 개선방안으로는 NLL에도 불

구하고 남북 민간 선박들의 자유로운 통행, 직항로를 인정함으로써 남북 교류와 협력을 증진

시키는 방법을 제시해 본다. 이러한 둘째, 셋째 방법은 제2차 정상회담인 10.4 선언에서 ‘서

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방안으로 나온 바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의 문제상황은 당시

해법의 유용성을 증명해주고 있다. 다만, 서해평화협력지대의 방안은 서해의 경우에만 한정

된 것이었는데, 필자는 동해와 같이 연동하여 접근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서해 NLL의 의미

1. 영해와 NLL

서해 NLL은 흔히 영해1)의 경계선으로 언급된다. 이러한 발상은 곧 NLL을 육지의 휴전선과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이다. 육상의 군사분계선이 남북을 가르듯이, 해상의 NLL도 남북 해

상의 군사분계선이 되어서, 그 이북은 북한의 바다, 그 이남은 남한의 바다라고 생각하는 것

이다. 그러나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영해의 경계와 해상 군사분계선을 혼동해서는 안된

다. 영해는 육지 영토를 둘러싼 일정한 폭(현대 국제해양법에서는 12해리까지 인정됨)의 수

역을 의미하는 것이지, 너른 바다를 남북으로 갈라 각기 영해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

1) 한반도와 부속도서 전체를 우리 영토로 보는 헌법 조항에 따르면 북한과 영해의 경계를 논하는 것이 자체 모

순이다. 여기서 영해라 함은 남북의 특수관계에 따른 특수한 ‘영해’ 개념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정전협정상의

‘인접해면’도 내용적으로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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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34

러나 서해 NLL이 북한 영해의 경계선이라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 주지하듯이 NLL은

북한 황해도를 감싸듯이 그 해안선을 따라 그어져 있다.

1) 남한 영해와 NLL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NLL이 우리 영해의 경계라는 주장은 영해 개념 자체에서 성립하기

어렵다. 우리 영해및접속수역법도 영해에 대하여 12해리를 규정하고 있다(대한해협은 3해리

임). 그런데 동법에서 12해리 산정의 시점인 직선기선으로서 경기만 남쪽의 소령도까지만 규

정하고 있다(영해및접속수역법 제2조 제2항, 동시행령 제2조 별표 1)2). 즉 서해 5도 수역에

대하여 우리는 공식적으로 영해의 경계를 선포한 적은 없다3). 현재 남한의 영해 선은 아래

지도 1과 같다.

<지도 1> 한국의 영해및접속수역법에 따른 영해의 경계

<출처> 인터넷 구글 검색 http://aerofleet.tistory.com/category/?page=17, 검색일 2011. 6. 6.)

2) ‘영해 및 접속수역법 시행령’ 제2조 (직선기선의 기점)는 “영해의 폭을 측정함에 있어서 법 제2조 제2항의 규

정에 따라 직선을 기선으로 하는 각 수역과 그 기점은 별표 1과 같다.”고 규정하고 있고, 첨부된 별표 1에서

서해안의 직선기점은 소령도까지 명기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서해 5도 수역에서 우리의 영해

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관련 수역이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므로 우리 영해의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것이

라고 이해된다. 우리 영해관련법에서조차 서해 5도 수역에서의 영해 획정에서 신중함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영해 기선은 그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축적해도(1/50,000)에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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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35

이에 대하여 소위 ‘실효적 지배의 원칙’ 혹은 ‘역사적 응고의 원칙’ 등을 언급하며 NLL 수역

이 우리의 영해가 될 수 있다는 논의도 있으나, 이는 국제해양법의 대원칙인 ‘공해자유의 원

칙’에 반한다. 그러한 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 경우뿐이다. 첫째는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거나 섬들이 많은 경우 직선기선으로 영해의 기준선을 채택하는 것[이러한 직선

기선은 해안 저조선(低潮線)을 기준으로 하는 통상기선에 비하여 영해의 폭을 실질적으로 확

장시키는 의미가 있다.], 둘째는 자국의 육지로 둘러싸인 만(灣)의 경우 내수(內水)로 지정하

여 그로부터 영해의 기산점을 삼는 경우이다.4) 어느 경우이나 이는 국제적인 효과가 있는

국가 행위로 되어야 하고 또 관계 국가를 포함한 국제적인 승인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데, 우

리 NLL은 어느 경우에도 해당이 없다.

또한 섬도 원칙적으로 독자적인 영해를 가질 수 있고, 12해리 영해를 취할 경우 우리 서해 5

도와 북한 옹진반도(황해도)의 수역이 겹치게 된다. 국제해양법상 인접국가 혹은 대향국가의

경우 영해 획정의 기본 원칙은 등거리선(중간선)이다. 그에 따라 NLL이 남북의 타당한 영해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첫째, 서해 5도의 경우 소청도

와 연평도 사이는 40해리 이상 떨어져 있어, 그 섬들을 이어서 영해의 경계를 삼는 것은 12

해리 원칙에 맞지 않고, 둘째, 일국의 작은 섬들과 타국의 큰 내륙이 경합할 경우 섬들의 비

중은 작게 취급된다는 것이 현대 국제해양법의 판례이기 때문이다.5)

2) 북한의 영해와 NLL

NLL은 북한 옹진반도(황해도)를 둘러싸고 있어, 영해의 개념상 오히려 북한 영해의 경계로

서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지도 2 참조).

4) 이안 브라운리, 정영진/황순식 역, 국제법(현암사, 2004), 182-185쪽 참조

5) 국제해양법의 관점에서 NLL이 북한이 부당하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중요한 전거가 되는 글로는 Van Dyke,

Jon M./Valencia, Mark J./Garmendia, Jenny, “The North/South Korea Boundary Dispute in the Yellow

(West) Sea”, Marine Policy, 제27호(2003)를 들 수 있다. 그 논의에 기초한 보다 자세한 설명으로는 Kotch,

John Barry/Abbey, Michael, “Ending Naval Clashes on the Northern Limit Line and the Quest for a West

Sea Peace Regime”, Asian Perspective 제27권 제2호(2003), 188-19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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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36

<지도 2>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북한 주장의 서해 해상경계선

<출처> 김영구, 독도, NLL 문제의 실증적 정책 분석, 다솜출판사, 2008, 266쪽

NLL은 정전협정 체결 직후 12해리 영해가 아직 공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사가 북한 영

해를 3해리(통상기선을 기준)로 간주하면서 설정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NLL은 북한

영해를 침범하지 않도록 남측 내부의 초계활동을 위하여 만들어진 선이다.6) 즉 NLL은 그

이남이 우리 영해가 아니라 그 이북이 북한 영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해양법의 발전으로 영해의 범위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확장되었다. 북한의 경우

1955년 공식적으로 12해리 영해를 법으로 규정하였고7), 이어서 NLL 이남까지 자신들의 영

해에 대한 방어에 나선 바 있다.8) 또한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 12해리를 주장하여 미

6) 우리 군의 공식입장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은 한반도 해역에서의 남북 간

의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 및 서해에 아(我) 해군 및 공군의 초계

활동을 한정하기 위한 선으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하였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북방한계선에 대한 우리의 입

장, 국방부, 2002, 5쪽. 그러나 NLL 설정의 근거에 대하여는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에는 서해 NLL의 근거 규정으로 「유엔사/연합사 교전규칙」S항 “자”세항을 말하고 있다. 국방정보부, 군사

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 1993, 425쪽. 그러나 그 교전규칙에 관한 1953년도의 원자료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

이다. 유엔군사령부 고문을 역임하였던 이문항은 NLL의 근거를 1958년 미군/유엔사의 해군작전사령부에 의하

여 설정된 작전통제선에서 찾고 있다. 이문항, JSA-판문점(1953-1994), 소화, 2001, 92쪽.

7) 박춘호, “북한의 해양법 문제”, 북한법률행정논총 제6집,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소, 1984. 12, 84쪽 참조.

8) 1955년 이후의 발발한 주요 사건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1955. 5. 10. 해주만 부근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에 포격, 아측 선박 5척 침몰, 선원 6명 사망, 9명 부상, 15명 행방불명; 1958. 11. 7. 공해상에서 어로

작업 중인 아측 어선 2척(금구호, 신영호) 및 어부 강제 나포,; 1958. 12. 6. 북한 무장선박이 공해상에서 어로

작업 중인 아측 어선 7척 및 어부 42명 강제 나포 등(밑줄은 필자). 합동참모부,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8집,

2010, 254쪽. 여기서 우리 군이 ‘공해상’이라고 표기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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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37

국으로부터도 승인을 받은 바 있다.9) 나아가 1973년에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자신들의 12해

리 영해에 근거하여 서해의 인접해면을 경계를 새롭게 설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를 해상군사분계선으로서의 NLL에 대한 북한의 최초의 이의제기로 이해하고 있

는데, 과연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자신들의 인접해면이 3해

리가 아니라 12해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서해 수역의 새로운 경계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시점과 12해리 영해를 확정짓는 유엔해양

법 제3차 회의가 시작된 시기가 일치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3차 유엔해양법 회의

는 1973년부터 열리기 시작하여, 1982년 유엔 해양법협약 채택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다시 말하면, 당시 북한의 문제제기는, NLL이 남한의 영해로서 부당한 선이라는 차원도 아

니고(그것은 원래 국제해양법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므로 다툴 필요도 없음), NLL을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아니고(해상군사분계선은 공식 설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에서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다만, NLL

은 자신들의 영해의 경계(정전협정상 ‘인접해면’)로서 너무 좁다는(3해리) 항변일 수 있다.

2. 해상군사분계선과 NLL

주지하다시피 정전협정상 해상군사분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NLL이나 북한이 선포

한 서해 해상경계선 모두 정전협정상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휴전 후에 해상군사분계선을

새로 설정할 수 없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정전협정 규정상 원칙적으로 정전협정을 수

정하거나 보충하는 후속합의서의 형식으로 해상군사분계선을 다시 설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상군사분계선에 대한 후속합의서는 체결된 바 없다(경의선 및 동해선의

연결을 위한 육상의 비무장지대 개방에 관한 후속합의서는 두 차례 체결된 바 있음).

정전협정 후속합의서의 형태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군사분계선으로 상호 존중되는 선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정전협정은 기본적으로 육지에만 휴전선을 만들

고, 바다에는 남북을 가르는 선을 긋지 않기로 하였음에 주의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대신 단

지 ‘인접해면’10), 즉 영해를 존중할 것을 명하고 있을 따름이다11). 또한 정전협정은 인접해면

9) 박춘호, 앞의 글, 87쪽.

10) ‘영해(territorial waters)’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인접해면(the water contiguous to the land area)’이라는 용

어를 사용한 것은 아마도 당시 영해의 범위에 대하여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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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으로 모든 군사역량을 후퇴시키기로 하였으며12), 항구에 대한 일체의 봉쇄도 금지하였

다. 따라서 만약에 NLL이 북한의 인접해면을 침범하는 선이라면, 그리고 북한의 항구 이용

을 제한하는 선이 된다면, 이는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서해상의 NLL에 대하여는 남북의 승인과 합의가 없다. 서해 NLL을 설정한 유엔사

는 북한에 통보한 적이 없다(증거도 없으며, 유엔사와 미국도 인정하지 않고 있음). 이미 언

급한 대로 NLL은 애초 설정 당시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단지 내부 초계

활동(북한의 인접해면, 즉 영해를 침범하지 않도록)을 위하여 설정한 한계선이라고 할 때, 그

선은 대외적인 의미가 없고, 북한에 통보할 일도 없는 것이었다. 유엔사의 공식 입장도 NLL

은 해상군사분계선이 아니라는 것이다.13)

군사정전위원회의 정전협정 위반에 관한 기록에서도 ‘NLL 침범 그 자체’를 정전협정 위반으

로 항의한 일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14) 아니, NLL 자체에 대한 언급이 거의 전

무하다시피하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다면, 다만, ‘아측 수역’, ‘아측 인접 수역’에 대한 침범

혹은 다른 군사적 적대행위 등에 관한 것뿐이었다.

상호 존중되지 않더라도 휴전체제 하에서 일방이 실력적으로 관철하고 있다면 휴전체제의

일부로서 유효한 것이 아닌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전쟁상태를 지

속하자는 뜻에 불과하다. 정전협정의 대원칙, 즉 전쟁 종결, 적대행위 방지의 원칙을 정면으

로 무시하는 것이다. 휴전체제는 전쟁의 연장이 아니다. 우리 휴전체제는 선행적 평화협정과

같은 것으로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위한 것이다. 현재의 휴전체제를 전쟁상태의 지속이

고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정전협정에서 남한과 북한의 ‘영해’를 획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는다는 점, 나아가

순전히 군사적 목적을 위한 정전협정에서 영해획정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 등

이 고려된 것이라고 추측된다.

11) 정전협정 제2조 15항 “본 정전협정은 적대 중의 일체 해상 군사역량에 적용되며 이러한 해상군사역량은 비무

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 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항구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

쇄도 하지 못한다.”(밑줄은 필자)

12) 정전협정 제2조 13항 ㄴ목 “본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후 10일 이내에 상대방은 한국에 있어서의 후방과

연해도서 및 해면으로부터 그들의 모든 군사역량 보급물자 및 장비를 철거한다.”(밑줄은 필자)

13) 유엔사령관이 우리 국방부장관에 보낸 서한(1989. 6. 3.)에서 다음과 같은 유권해석을 주었다고 한다: “정전협

정상에는 유엔군 사령부가 북측 선박들이 단순히 북방한계선을 월선한 데 대해 항의할 권한이 없음. 그러나

북측 선박들이 서북도서 해상 3해리 이내에 들어오거나, 대한민국 선박에 대하여 발포하고 이들을 격침시키

거나 나포하려는 등 명백한 도발행위를 자행할 시에는 유엔사는 북측에 대하여 항의전문 발송 및 군정위 본

회의를 소집하여 북측의 행위를 항의/비난 할 수 있음”, 국방정보부,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 1993, 425

쪽.

14) 합동참모부,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8집, 2010, 254-269쪽의 해상 위반 사건에 대한 기록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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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39

라고 한다면, 북한의 도발행위와 무력공격에 대하여 항변할 근거도 사라진다.

3. 서해 NLL에 대한 북한의 승인 여부

우리는 앞서 소위 ‘역사적 응고’의 논리로써 NLL 이남 수역의 영해 취득을 말할 수 없음을

보았다. 해역의 시효 취득은 국제적 승인과 국제적 관행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설사 북

한의 승인이 있었다고 하여도, 영해의 국제해양법적 범위를 넘는 수역을 우리 영해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대세적(對世的)인 영해 취득이 아니라 남북 간의 상대적(相對的)인 군사분계선의 성

립에 관해서라면 북한의 승인만으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NLL이 해상군사분계선이라고 하는 북한의 승인이 있다면, 그것은 다시 북한 영해를 합법적

으로 제약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북한의 승인을 말할 수 있는 근거로

우리 당국은 1984년 북한 적십자사가 수해물자를 인수인계 지점, 비행정보구역 변경에 대한

북한의 묵인, 1959년 발간된 조선 중앙연감지도,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합의사항 등을 들

고 있다.15)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우선 그 동안 북한이 NLL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자신들의 영해, 해

상군사분계선, 서해 통항질서 등을 천명한 그들의 공식적 입장을 실효시키는 정도로 중대한

예들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비행정보구역의 설정이 반드시 영토주권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수해물자 인수인계 상황에서 그 지점이 남북의 경계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이 아

니라고 할 때, 그러한 사실만으로 금반언(禁反言)의 법리에 의하여 북한에 자기구속의 효력

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앙연감의 지도에서 NLL은 죽 이어진 실선이 아니라 우리 섬들과 북한 옹진반도의

육지 사이의 경계선을 띄엄띄엄 그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지도 7). 따라서 그 지도는 NLL을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영해를 확인하는, 혹은 앞서 언급한 대

로 정전협정에 규정된 바의 양측의 ‘인접해면’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어진 경계선이라고 보

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5) 이하의 설명은 정태욱, “서해 북방한계선 재론: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민주법학 제45호, 2011, 255-299

쪽의 내용을 다시 반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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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3> 조선중앙연감의 지도 (검은 실선이 NLL과 겹치는 부분이다)

<출처> 조선중앙연감, 1959, 253쪽, 이용중, 앞의 글, 543쪽에서 재인용.

마지막으로 1991년의 남북 기본합의서는 남북의 공식적 합의라는 점에서 그것이 정말 NLL

을 남북의 해상군사분계선으로 긍정하는 것이었다면 이는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금반

언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

전에 관한 협정에서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밑

줄은 필자)고 규정되어 있으며,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남북불가침의이행과준수를위한부속

합의서 제3장 불가침 경계선 및 구역 제9조에는 “남과 북의 지상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군

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 그

리고 제10조에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되

어 있다(밑줄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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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41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이라는 구절에서 바로 NLL을 떠

올리고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 문언의 구조는 ‘불가침경계선’과 ‘불가침

구역’을 구분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육상과 달리 해상의 불가침경계선은 아직 확

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제하고, 대신 불가침 구역만 규정하고 있다. 즉 해상에서는 ‘선(線)’을

얘기하지 않고, ‘면(面)’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

은 우리가 생각하는 NLL 혹은 NLL 이남의 수역이 아니라, NLL과 별개의 남북에 고유한

영해, 즉 정전협정 상의 ‘인접해면’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16)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에 관하여 곧바로 NLL을 떠올리는

것은 ‘영해’와 ‘해상군사분계선’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전협정상 해상 규율의 대원칙이 ‘바다

의 휴전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인접해면을 존중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망각한 데에서 오

는 오류일 따름이라고 생각한다.17)

4. 연평도 포격 사건의 원인

서해 5도 수역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너른 수역이다.

이 수역은 북한 주장의 12해리 영해 범위와 우리 NLL 수역이 겹치는 부분이다. 바로 이 부

분에서 1999년 이후 벌써 정규군 사이에서만 4차례의 충돌이 빚어졌다.

16) 보다 자세한 설명은 정태욱,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성격과 정전협정상의 해상불가침 구역”, 인권과 정의

통권375호(2007.11), 44-63쪽 참조.

17)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2009년 1월 30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지적하며 “북남 합의

의 파괴책동으로 서해 해상 군사경계선 관련조항들이 휴지장으로 되어 버린 조건에서 우리는 그 조항들을 완

전히 그리고 종국적으로 폐기한다”고 발표하였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는 곧 북한이 남북 기본합의서 등을

통하여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였던 사실을 시인한 증거로 볼 수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로서도 북한의 그와 같은 성명은 당혹스러운 것이었으나, 그러나 북측 성명의 문맥을 볼 때, 그것 역시 우리

측의 일방적 생각이라고 판단된다. 당시 성명서의 관련 부분을 자세히 인용해 보도록 한다. “우리가 당시 그

에 대해 합의한 것은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성을 미리 방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였

지, 결코 조선전쟁 교전일방인 미국이 제멋대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것이

아니였다. 그 합의의 기본 취지는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하루빨리 공정하게 확정하여 분쟁의 불씨를 없애자

는 것이였다. … 우리 측은 이미 국제법적 규범과 쌍방 군사적 대치관계의 현실에 부합되는 가장 합리적인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설정하여 세상에 선포하였으며 이번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그것만을

인정한다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하였다(밑줄은 필자). 이것은 남조선 당국의 호전적 책동에 대처하여 불가피

하게 취한 단호한 조치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블로그에서 재인용,

<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754>, 검색일 2011. 6. 6) 이렇게 볼 때, 북한의 주장은 NLL 수용의

철회가 아니라, 오히려 남측의 입장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겠다는 더욱 강경한 주장으로 파악된다. 즉 자신들

이 1999년에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을 계속 관철할 것이며, 더 이상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에 대한 협상의 여

지가 없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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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42

우리 군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서해 해상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계속 벌여

왔고, 북한은 그에 대하여 대응 타격을 경고해 왔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에서도 우

리 군은 NLL 이남, 연평도 서남방으로 한 ‘통상적인’ 사격훈련이라고 하였지만, 북한은 자신

들의 ‘영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북한군 최고사령부의 이름으로 낸 ‘보도’에서

북측은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23일 13시부터 조선 서해 연평

도 일대의 우리측 영해(밑줄 필자)에 포사격을 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면서 “즉시적

이고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하는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18)

우리는 연평도 NLL이남으로 쏘았다고 하지만, 그 지점은 여전히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의 범

위 안에 놓일 수 있다. 만약에 북한 영해에 대한 사격이었다면, 이는 북한의 영토에 대한 침

략행위(act of aggression)에 해당한다. 연평도 서남방면, 그러나 NLL 바로 아래에서의 사격

훈련, 그것은 국제법적으로 ‘정상적인’ 훈련이라고 하기 어렵다. ‘분쟁수역’에서의 군사훈련을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북한이 영해라고 말할 때의 경계선은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해상경계선’이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는 정전협정상의 ‘인접해면’ 즉 국제해양법상 12해리까지

설정할 수 있는 영해를 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북한 주장의 서해 해상경계선이 터무니없다

고 하여, 북한의 영해 침범의 주장까지 당연히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영해와 해상군사분계선은 구분하여야 한다.

서해 NLL이나 북한 주장의 해상경계선은 정전협정상 근거도 없고 국제적으로 공인되기 어

려운 선인데 비하여, 영해는 각국이 그의 주권으로 고유하게 갖는 영역인 것이며, 그것이 현

대 국제해양법상 12해리까지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영해는 NLL 이남까지 미칠 수

있다. 순전히 영해의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 군의 사격훈련은 비록 NLL 남쪽에서 수행되었

다고 하여도, 그것은 우리 영해 내에서의 훈련이 아니라 북한 영해에 대한 사격이 될 가능성

이 훨씬 높은 것이다.

18) 연합뉴스 2010.11.23자 19:29 송고. 이는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이 상호 포격훈련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고조되

는 상황에서 북한의 반복된 주장이었다. 북한은 이미 동년 8월 3일에도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 명의로

우리 군의 백령도 등 서해 5도 인근의 해상사격 훈련계획에 대해 ‘통고’를 내보내 “8월에 들어서면서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인근수역에서 지상, 해상, 수중 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벌이려는 괴뢰 군부호전광들의 해상사

격소동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신성한 우리 공화국 영해(밑줄 필자)에 대한 노골적인 군사적 침공행위이며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끝까지 고수해보려는 무모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하였다: 연합뉴스 2010.8.3자

12: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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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43

<지도 4> 서해 5도 수역의 여러 선들

<출처> 황진희 외 3인, 남북한 해양 접경지역 공동활용 방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09, 44쪽)

Ⅲ. 동해의 NLL

서해만이 아니라 동해에서도 NLL이 언급된다. 원래는 NBL(Northern Boundary Limit)였다

가 서해와 같이 NLL로 명칭을 통일되었다고 한다. 동해 NLL의 실체는 매우 모호하다. 군사

정전위원회 편람을 보면 동해 NLL은 우리가 설정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 회

담에서 ‘군사분계선 수평 연장선’이라는 언급을 몇 번 하였고, 그것을 우리 측이 그대로 인정

한 것처럼 설명되어 있다. 서해 NLL의 경우 유엔사/연합사 교전규칙 S항 “자”항이라는 근

거가 제시되고 있는데, 동해 NLL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19)

다만, 우리 군은 동해 NLL을 사실상 전제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어로한계선20)이 그 NLL

19) 합참의 국방정보부가 펴내는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동해상의 해상경

계선에 대해서는 정전협정 및 규정에 명시된 바는 없으며, 제156차 군정위 본회의(1962. 9. 27) 및 제255차 군

정위 본회의(1967. 10. 2)에서 북측은 동해상의 해상경계선은 ‘군사분계선의 연장선’임을 발언한 일이 있으며

아측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로 미루어 동해 해상경계선은 ‘지상 군사분계선의 수평 연장선’

으로 보아야 할 것임.” 국방정보부,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 1993, 426쪽.

20) 어로한계선은 어선 조업의 북방한계를 정한 선으로서 서해와 동해 모두 존재한다. 그 선의 위치는 선박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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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평행하게 그어져 있으며, 그 위에는 다시 우리 군의 작전통제선이 있다는 점에서21) 동

해 NLL의 사실상의 존재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경우 동해 NLL에 대하

여 공식 선포한 적은 없다. 다만, 후술하듯이 ‘군사경계수역’의 남단을 동해 NLL에 맞추었다

는 점에서 NLL을 일응의 군사분계선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지도 5> 동해 NLL 포함 한국 해안 전역의 경계선들

<출처> 황진희 외, 앞의 글, 39쪽, 원출처 해양경찰청, 해양경찰백서, 2008)

그러나 이는 정전협정이나 그 후속합의서에서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선도 아니고, 북한과 유

엔사, 혹은 남북이 공식적으로 승인한 선도 아니고, 나아가 유엔사의 작전 명령으로서도 존

재하지 않은 선이라고 할 때, 동해의 해상군사분계선은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

이다. 설사 남과 북이 암묵적으로 그 선을 군사적 분계선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것

이 ‘공식적’인 동해의 해상 군사분계선이 될 수는 없다. 나아가 육상군사분계선 끝을 동쪽으

로 수평 연장한 그 선은 남북의 경계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국제해양법상 인접국의 합당한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등거리선 원칙에 많이 위배된다. 서해와 달리 동해의 NLL은 남한

조업규칙 제3조 1항 및 2항에 적시되어 있다. 동해의 어로한계선은 북위 38도 33분 09.83초 수평선이다.

21)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어로 한계선 위에 우리 어민들의 보호 등을 위하여 청색-황색-적색선으로 작전통제

선을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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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45

에 불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보통 우리 선박을 ‘동해 NLL을 침범하였다’ 혹은 ‘NLL을 침범하였다는 이유로 북한이 나포

하여갔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러한 북한의 강제력 행사는 NLL침범

이 아니라 북한의 영해 혹은 군사경계수역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침범을 이유로 하

는 것으로 추단된다. 만약 북한이 동해 NLL을 주장한다면, 서해 NLL에 대한 남한의 주장에

항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Ⅳ. 북한의 군사경계수역과 배타적 경제수역

북한은 1977년 7월 1일 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를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선포하고 같은

해 8월 1일에는 군사경계수역을 선포하였다.22) 먼저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면, 동해의 경우

원산만을 내수화하여 그로부터 200해리를 지정하였고, 서해의 경우에는 중국과의 등거리선까

지 설정하였다. 그 배타적 경제수역의 남쪽 경계선은 동해의 경우는 남북의 등거리선을 취하

였고, 서해의 경우도 서해 5도를 고려에 넣지 않은 채, 남북의 등거리선을 취하였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그 개념이 유엔 해양법협약상 인정되는 것이고, 그 범위도 동협약상 인정

되는 200해리로 설정하여 국제법을 존중하는 의미가 있지만, 원산만을 내수화한 것23), 그리

고 서해의 경우 서해 5도를 무시하고 남북의 경계를 설정한 것은 국제해양법상 긍정되기 어

렵다.

22) 박춘호 앞의 글, 91쪽 및 93쪽 참조.

23) 원산만 내수화는 국제해양법상으로 지지되기 어렵다. 유엔해양법협약상 만(灣)을 내수로 하기 위해서는 만의

입구가 24해리를 넘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관습국제법상 내수로 용인되는 ‘역사적 만(灣)’으로서의

국제적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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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6> 북한의 군사경계수역 및 배타적경제수역

<출처> 이정훈, “북의 욕심, 남의 조심: NLL은 불안하다”, 신동아 통권 560호(2006년 5월), 원본은 박춘호,

“북한의 해양법 문제”, 109쪽 지도 6에서 확인할 수 있음)

다음은 군사경계수역 선포는 더욱 문제이다. 북한은 서해의 경우는 배타적 경제수역 전체를

군사경계수역으로 지정하고, 동해의 경우는 영해 기점에서 동쪽으로 수평하게 50해리를 연장

한 범위를 지정하였다. 군사수역의 남쪽 변(邊)은 동해 NLL과 같고, 북쪽 변은 북한과 소련

의 경계선의 연장선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것이다. 경제적 배타수역과 달리 군사경계수역은

국제해양법상의 관할수역의 종류에 포함되지 않는다. 1958년 영해협약과 1982년의 유엔해양

법협약은 군사수역 혹은 안보수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관행에서도 일반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33조는 영해를 넘어서는 접속수역으로서 출입국관리,

관세, 위생, 해양오염 방지의 경우에만 인정하고 안보 목적은 기각시켰음에 주의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이 전시에 정당방위의 관점에서 군사수역을 설정해 온 선례들이 있지만, 우리 휴

전체제는 단순히 전쟁의 연장이 아니라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다(완전한 평화상태의

회복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군사경계수역이 정당방위의 의미도 갖기 어렵다.

북한의 군사경계수역 선포는 서해와 동해 모두에서 해상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는 의미를 담

게 된다. 즉 서해의 경우, 군사경계수역의 남단은 1999년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서

해 해상경계선’과 일치하며, 동해의 경우는 육상 휴전선의 동쪽 연장선, 즉 동해 NLL과 일

치한다. 이러한 군사경계선 설정은 우리 정전협정을 위반하여 바다의 이용을 제약하고 한반

도 해상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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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서해상의 평화정착을 위한 제언

오늘 이 발표에서는 서론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크게 3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NLL, 즉 서해의 NLL을 동해의 NLL과 함께 폐기하고, 남북간 해수의 평화적 이용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해 보는 것이다. 둘째는 서해와 동해 접경 수역에 공동어로 구역을 설정

하되, 동해와 서해 각 수역에서는 비대칭적으로 그러나 전체적으로 대칭적으로 설정해 보는

것이다. 세째는 예전에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였듯이 서해 및 동해 NLL에서도

남북의 민간 선박의 통항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방법들은 모두 연관되어 있지만, 전체를 단번에 시행하기에 부담스럽다면

순차적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난이도를 보면 민간 항행의 직항로가 가장

쉬울 것이며, 공동어로구역 설정이 그 다음으로 어려울 것이고, 남북의 해상 경계를 설정하

는 것이 가장 난이도 높은 과제가 될 것이다.

1. 해상경계선의 재설정

일찍이 남북은 기본합의서에서 해상경계선의 재설정에 관하여 협의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NLL이 문제가 많다고 할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법일 것이다. 관련하여

특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해상경계선은 ‘해상군사분계선’이 아니라 ‘평화적

이용의 경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해상경계선 설정은 서해에서만이 아니라 동해 해

상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 해상군사분계선과 ‘평화적 이용의 경계’

먼저 원칙적으로 해상군사분계선이란 용어가 사라진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우리는 ‘해

상군사분계선’이라는 개념에서 해방될 필요가 있다. 해상군사분계선의 개념 자체가 정전협정

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전협정은 바다의 공적 이용, 항행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해상

군사분계선을 만들지 않은 것인데, 이제 다시 그 선을 설정하자고 하면 이는 정전협정의 평

화적 성격을 오히려 전쟁의 성격으로 만들어 버리는 퇴행적인 결과이다. 남한이 주장하는

NLL은 물론 북한이 1999년 선포한 해상경계선 모두 폐기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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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NLL은 현대 국제해양법상 어떤 경계선에도 값할 수 없다. 우리는 앞서 초기 NLL은

북한의 ‘인접해면’ 즉 3해리 영해에 해당하는 선으로 기능하였음을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 국제법은 12해리까지 영해를 확장할 수 있다. NLL은 이제 더 이상 국제해양법상 ‘인접

해면’의 해석에 부합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아가 현재 NLL은 북한의 영해 내지 해수에 관

한 이용권(배타적 경제수역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국제해양법의 대원칙인 바다의

평화적 이용,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는 선이다.

사람들은 해상군사분계선을 포기하는 것은 곧 육상의 휴전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혹은 해상

의 우리 ‘영해’를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오해이다. 해상군사분

계선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영해는 남는 것이며, 또 정말 중요한 것은 해상군사분계선이 아

니라 영해를 비롯한 고유한 관할권이다. 아울러 해상군사분계선의 설정으로 가면 이는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정전위원회의 문제, 즉 북미 장성급회담에서 처리되어야할 문제가

되어 버린다.

2) 남북간 해상 경계의 획정

서해상에 새롭게 경계선을 설정한다면 이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선이 아니라 남북의 합당한

해수 관할권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국제해양법상 인정되고 있는 접속수역 그리

고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경계설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전협정상 규정된 ‘인접해

면’에 대한 재해석이기도 하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사의 3해리 입장과 공산측의 12해리 입장이 맞서 그 ‘인접해면’의

폭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면 당시에는 최소 3해리 기준이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

지만, 이후 12해리 영해는 유엔해양법협약에서 규정되었으며, 그 협약은 1994년 발효되어,

2010년 현재 세계 160국이 가입하여 이른바 '바다의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미

국은 그에 가입을 하지 않고, 북한도 서명만 하고 비준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남한은 가

입절차를 마쳤고, 그 중요 내용은 이미 관습국제법으로 공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남

북한 모두 국내법적으로 12해리 영해를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인접해면’의 폭에 대한

해석도 12해리를 기준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접해면은 정전협정상 양측의 군사령관이 새롭게 창설한 것이 아니라 원래 남과 북에 고유

하게 인정되는 해양주권, 즉 영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나온 문구라고 할 때, 인접해면의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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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국제해양법의 발전에 따라 재해석하려는 시도에는 어떤 부당함이 없다고 생각된다. 아울

러 인접해면은 상호 군사역량이 후퇴하는 선이라고 할 때, 인접해면의 폭을 넓히는 것은 평

화를 확장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의미가 있다. 즉 정전협정의 대전제인 무력충돌 방지

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12해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서해 5도와 북한 해안이 마주 보는

수역은 12해리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영해의 구획에서 섬이 육지 본토와 같은 비중으

로 고려되지는 않더라도, 그의 고유한 영해는 보장되어야 한다. 예컨대 우리가 대한 해협에

서는 3해리 영해를 취하여 대마도의 일본 영해를 존중하듯이, 서해 5도의 고유한 영해는 존

중되어야 한다.

서해 5도 수역의 ‘영해의 범위’에 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알 수 없다. 이미 설명한 바

와 같이 우리 법은 영해의 기점이 되는 직선기선의 좌표에 있어서 경기만 남쪽 소령도까지

만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도 서해 5도 수역에서 영해의 범위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를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12해리를 기준으로 가상적으로 북한

영해를 그어 본 지도가 있다(지도 7). 이에 따르면 우리 서해 5도는 모두 북한 영해 안에 포

함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서해 5도의 존재를 유념치 않은 것으로 현실성은 떨어진다.

<지도 7> 미 국무부가 작성해 본 관련 지도

<출처> 출처: 박춘호, “북한의 해양법문제”, 북한법률행정논총 제6집,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소, 1984. 12,

110쪽의 지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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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2007년 제6차 장성급회담에서 북한 측이 제안하였다고 하는 ‘새로운 경계선’이 있다.

이는 12해리 영해의 관점에 서 있으되, 서해 5도를 고려에 넣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와 북한의 황해도, 그리고 연평도와 북한의 황해도 사이에는 NLL과 유사한 선

을 그리고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너른 바다는 우리 NLL 이남으로 상당히 내려온 선을 제

시하고 있다(지도 8).

<지도 8> 북한이 주장하는 경계선

<출처> 중앙일보, 입력 2006.5.18자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ctg=10&Total_ID=2296660, 검색일, 2011. 6. 6.)

서해상의 새로운 경계설정을 반드시 ‘영해’의 차원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현대 국제해양

법은 단지 영해만이 아니라 일국의 관할권을 점점 확대시켜 왔다. 접속수역이 그렇고, 배타

적 경제수역이 그렇다. 유엔해양법협약에서 접속수역은 영해 외측 12해리까지 인정되며, 배

타적 경제수역은 영해의 기점부터 200해리까지 인정된다.

남과 북은 모두 접속수역은 물론이고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선포한 바 있다. 남한의 경우

1996년에 배타적 경제수역법을 통해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언하였고, 북한의 경우는 이미 본

바와 같이 1977년 구체적인 수역을 설정하고 공포하였다. 서해 5도 수역의 경우 북한은 남북

의 등거리선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였고, 남한의 경우 서해

5도 영해의 기선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배타

적 경제수역법에 관계국과 별도의 합의가 없는 경우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권리를 “중간선

바깥 수역에서는 행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5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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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경제수역의 획정에서 인접국 사이의 경계를 획정하는 데에 있어 기본 원칙은 등거리

원리 혹은 ‘형평성의 원리’이다.24) 실제로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은 그러한 원리들에 입각

하여 ‘어업협정’을 맺었다(지도 5 참조). 남과 북 사이에서도 그와 같은 차원에서 기본적인

협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국무부에서 서해 해상 구역도를 그려본

지도가 있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지도 9). 지도를 보면 백령도를 포함하여 서해 5도 이남

의 수역은 남한의 구역으로 하였고, 대신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에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

등거리선까지 남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도 9> 미국 국무부에서 작성하였다고 하는 서해 해상의 구역 구분도(등거리선 기준)

<출처> 김영구, 『한국과 바다의 국제법』, 신판, 21세기북스, 2004, 468쪽)

서해상의 새로운 경계획정이 기존의 NLL에 비하여 우리 남측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항의에 대하여는 동해의 경우로써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동해의 경우도 NLL 대신 새로운

경계획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보았듯이 동해 NLL도 정전협정상으로도 근거가 없고, 또

국제해양법상 경계획정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와 관련하여 북한이 동해상에 설정한

군사경계수역도 재고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해에서 NLL을 양보하고 북한은 동해

에서 군사경계수역을 양보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동해상에서도 남북 간에 새로운 평화적 이용의 경계를 설정해 볼 수 있다. 동해안은

해안선이 단순하고 또 섬들도 없기 때문에 남북의 해상 경계의 획정에서 등거리선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침 북한이 선포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

24)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현수, 국제해양법, 연경문화사, 2007, 224쪽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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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그런 기준에 의하여 설정된 것이다(물론 그 원산만을 내수화하여 그 기선이 상당히 바

깥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툴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남북 간의 해상 경계선을 설정한다면, 군사적 대치선으로서의 해상군사분계선이 아

니라 국제해양법상의 평화적 이용의 구획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 먼저

서해의 NLL과 동해의 NLL을 동시에 폐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과 어업협정을

맺듯이, 남북 간에도 군사적 경계가 아니라 형평의 원칙에 맞는 해수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새로운 구획설정이 필요한 것이다.

2. 공동어로구역의 설정

남북의 해상경계선(평화적 이용을 위한)을 새로 긋는 것은 분쟁 해결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고 기술적으로는 단순한 문제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남과 북이 모두 정치적 부담을 크게 져

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남과 북이 기존의 주장들, 즉 남한은 NLL, 북한은 자신들의

경계선을 공식적으로 철회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 접경 수역을 평화 수역으로 만드는 방법

이 거론되어 왔다. 바로 공동어로구역의 해법이다.

일찍이 반 다이크 교수는 남한의 NLL과 북한 주장의 서해 해상 경계선 사이를 공동어로구

역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지도 10), 남북 간에도 공동어로구역에 대한 논의는

일찍부터 제기되어 왔다.

2005년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은 서해상의 공동어로구역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어서 수산협력 실무회담에서 공동어로에 관한 구체적 합의에 이르렀다.25) 그에 따라 2006년

25) 2005년의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 합의사상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그 전문을 옮겨 본다. “회의에서 쌍방은

6. 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따라 서해상에서의 평화정착과 남북어민들의 공동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

산협력 문제들을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평화정착과 공동이익의 원칙에서 서해상의

일정한 수역을 정하여 공동어로를 진행하기로 한다. o 공동어로 수역과 공동어로 시작 시기는 남북군사당국

회담에서 합의되는데 따라 확정하기로 한다. o 공동어로에서의 어로기간, 어선 수 및 어구이용, 입어료 등에

대해서는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다. 2. 남과 북은 서해상의 정해지는 수역에서 쌍방의 어선이 아닌 불법어선

들의 어로활동방지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는 조치를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 3. 남과 북은 수산물생산, 가공 및

유통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 나가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문제들은 남북 수산협력실무접촉에서 협의하기

로 한다. 4. 남과 북은 수산물 생산향상을 위해 우량품종의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이를 위한 수산분야

기술교류를 진행한다. 5. 남과 북은 제3구 어장진출에 서로 협력하기로 한다. 6. 남북수산협력실무접촉 날짜

와 장소는 앞으로 문서교환방식으로 협의 확정하기로 한다.”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 제1차회의 합의서,

2005. 7. 27. 통일부, http://dialogue.unikorea.go.kr/agreement/southnorth/152 검색일; 201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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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제4차 그리고 2007년 제5차/6차 장성급군사회담에서 계속하여 서해 해상 충돌방지와

아울러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논의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10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공동어로구역이 합의된 바 있다. 그러나 10.4합의 후속 회담에서

남과 북은 다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되고 말았다.

<지도 10> 존 반 다이크 교수 등이 제안한 서해 5도 수역에서의 공동어로구역

<출처> Van Dyke, Jon M./Valencia, Mark J./Garmendia, Jenny, “The North/South Korea Boundary Dispute

in the Yellow (West) Sea”, Marine Policy 제27호(2003) 155쪽

<지도 11>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출처> 김근식, “2007 남북정상회담을 결산한다”, 창작과비평, 제35권 제4호, 2007, 12, 4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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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개최된 제7차 장성급군사회담(2007. 12.

12-14,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는 공동어로 구역의 설정에 실패했다. 이 회담에서 우리측은 공

동어로 구역을 NLL 기준으로 동면적으로 설정하자는 진전된 안을 제안하였으나 북측은 우

리측 안이 NLL 고수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양측의

계선 사이 수역을 통째로 평화수역으로 만들”것을 주장했다.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문제

는 이러한 쌍방의 입장차이로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회담을 종료했다.26)

국제해양법상으로 보면 이는 북한의 양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영해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을 공동어로구역에 내놓은 것이고, 우리는 단지 NLL(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이

남을 제공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자신들의 영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군사적

대치 상황과 남한의 압박으로 인하여 북한이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는 수역을 확보하는 것에

만족한 것일 수도 있다.

<지도 12> 서해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남북한 인식의 차이

<출처> 황진희 외, 앞의 글, 74쪽

따라서 이러한 북한의 제안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럴 경우 소위 ‘NLL 무력화’

책동에 넘어간다는 남한 내의 ‘무지한’ 여론을 넘어서기 어렵다면, 동해의 경우와 연동하여

패키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즉 서해에서는 북한 쪽의 요구를 수

용하되, 동해에서는 NLL의 북쪽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일괄타결의 방법을 생각해 보

26) 백종천, 백종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주요 내용과 의미”, 세종정책연구 2009년 제5권 1호,

7쪽.

Page 54: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55

는 것이다.

실제로 동해 어장에 대하여 북한은 일찍이 남한 어선들에게 입어를 제의하여 왔다. 북한은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2000.12.16,북한)에서 북측 동해수역(은덕어장)에 남측어선 입어를 먼저

제의를 하였고, 이어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2002.10.19, 북한)에서 재차 제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어업인들간의 지역별, 업종별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그 추진이 무산되었다.27) 이

후 2007 정상회담 이행 후속조치로 남북농수산협력분과위(2007.12.14)에서 이듬해에 북한 동

해수역 입어를 추진하기로 합의하였으나28),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바 있다. 나아가 동해

상의 입어에 있어 북한의 원산만 내수화에 따른 직선기선의 문제 그리고 군사경계수역의 문

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29)

한편 남북 간에 민간차원의 수산 협력과 합작의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1999년 (주)해주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소속의 ‘광명성총회사’를 사업파트너로 삼아 남북 합작 수산회사

설립하여 조업 수역을 서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설정하고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 사업

자승인도 획득한 바도 있으며30),「안승유통」은 북한에 어선 10척과 어구, 장비, 기술자를 제

27) 신현석, “2010년도 남북간 수산협력사업 추진 방향과 계획”, 북한해양수산저널, 제2호, 108쪽.

28) 2007년도의 남북농수산협력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의 북측 동해 수역에서의 남한 입어에 대한 합의 내용

은 다음과 같다: 제4조 “남과 북은 수산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한다.

남과 북은 2008년 중에 북측 동해수역의 일정한 어장에서 남측어선이 입어 및 어로를 진행하도록 적극 협력

하기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협력대상수역선정, 입어료에 해당하는 어구자재 등의 제공 및 어장이용 조건과

방법, 기타 실무적인 문제 등을 적극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 ➁남과 북은 수산물 생산과 가공, 우량품종 개발,

양식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2008년 상반기 내에 현지조사를 진행하며 구체적인 협력대상

과 규모, 방법 등은 앞으로 협의⋅확정하기로 한다. ➂남과 북은 생산 및 가공된 수산물의 효율적 유통을 위

하여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 ➃남과 북은 수산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2008년 초에 개성에서 별도의

실무접촉을 가지기로 한다. 남북농수산협역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 합의서, 통일부,

http://dialogue.unikorea.go.kr/agreement/southnorth/191 검색일; 2011. 6. 6.

29) 북한은 일본과 어업협력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일본은 북한의 원산만 내수화에 따른 직선기선을 공식 인

정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민간협상창구를 활용한 바도 있다. 황진희 외, 앞의 글, 80쪽.

30) 1997년 12월 (주)해주는 북한 ‘조선총국청진무역상사’와 접촉, 1998년 10월 ‘광명성총회사’를 파트너로 정하고

사업의향서를 교환하였고, 1998년 10월 남북이 공동 투자하는 ‘풍어수산합작회사’를 평양에 설립하고 11월 통

일부에 남북협력사업 승인을 신청하여 1999년 2월 사업자승인을 획득하였다. 사업방식은 해주가 어로작업에

선박과 장비 제공, 판매와운송을 담당하고 풍어수산주식회사는 어업허가, 어획물 보관, 현지 선원고용, 어획물

전량을 해주에 인계하는 등 사업수행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어선(저인망 3척, 운반선 1척)과 시설장비

(냉동차량 2대 등)를 외상으로 북측에 제공하고 조기, 홍어, 가자미, 광어, 갑각류 등 어획물을 북측 60%, 해

주 40%로 배분, 남쪽으로 전량 반입하는 조건에 합의하였다. 투자액은 397만 달러로 예정, 남측이 75% 북측

이 25% 비율로 5년간 합작투자를 계획하고, 조업수역은 서해안 군사분계선 이북 연안(북위 38.5° 39.5°)으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남측 어업인들은 대상 어종이 회유성 어종으로 남측 어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반대하였고 이에 통일부는 2000년 8월 16일로 사업승인을 불허하였으며, 2000년 10월 이후 사업추진이 중단

된 상태이다. 황진희 외, 앞의 글,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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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56

회담 일자/장소 주요 내용

제4차남북장관급회담

2000.12/평양-남북은 어업부분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함

-북측에서 남측에 동해 북측 어장 제공 제의

제5차/8차남북장관급회담

2001.9/서울2002.10/평양

-동해 북측어장 이용 관련, 빠른 시일 내 실무접촉 갖기로 합의

제1차/2차 남북 장성급회담

2004.5/금강산, 2004.6/설악산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 채택

-쌍방 함정들이 서로 대치하지 않도록 통제, 쌍방 경비 함정간 상호대치 및 오해 방지를 위해 국제상선공통망을 활용, 제3국 어선들의 불법어로 활동 단속관련 정보교환

6.15 공동성명5주년 기념행사

2005.6/평양-정동영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NLL 주변

수역의 평화를 위한 수산회담 제의

제15차남북장관급회담

2005.6/서울-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산하에 수산협력실무협의회 구성,

운영 합의-공동어로 등 수산협력문제 들을 협의 해결하기로 합의

제1차 남북 수산협력

실무협의회2005.7/개성 -양측은 서해상 공동어로 등에 대하여 합의 및 합의서 채택

공하고, 원산 해역에서 홍게 어획을 위한 합작사업을 시도하기도 하였다31). 기타 전국어민총

연합회의 북측 수역 입어사업, 수협중앙회의 입어사업 등도 추진된 바 있다.32)

이처럼 남북 접경 수역에서의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그 필요성과 유용성이 지대하여 언제라

도 시행될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된다. 다만, 서해 NLL 그리고 동해상의 북한의 원산만 낸

수화 및 군사경계수역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남북이 서해와 동해에서 각각 양보함

으로써 형평에 맞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천적으로는 북한이 동해 입어에 적극적

인 입장임을 고려하여 동해 공동어로구역을 먼저 설정하고, 이후 서해로 확장시키는 것도 방

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표는 남북 정부 당국 간 공동어로와 접경수역에서의 평화협력 회담의 일지를 정리한

것이다.

31) 안승유통에서 북측에 붉은대게잡이 어선 10척(감척어선)과 어구 장비등을 제공하고, 우리 기술자를 어선에 승

선시켜 원산 장전해역에서 붉은 대게를 연간 3만톤을 어획하여 10년 동안 반입하여 수출용 원자재로 활용하

는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3차례에 걸쳐 남북협력사업으로 승인신청을 하였으나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 황진희 외, 앞의 글, 76쪽. 그 원인에 대하여는 구입목적이 감척어선의 처분절차상 관련규정에 부합

하지 않는다는 통일부의 입장이 반영된데 기인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황진희 외, 앞의 글, 77쪽), 남한 어업

인들이 홍게를 대량으로 국내 반입할 경우 가격하락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여 반대하였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신현석, 앞의 글, 106쪽

32) 황진희 외, 앞의 글,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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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57

제3차/4차남북장성급군사회

2006.3월, 5월/판문점

-남측은 서해상 충돌방지를 위한 개선조치, 공동어로수역 설정 및 바다목장 시범조성 제안

-북측의 서해 NLL 근본적인 재설정 주장으로 회담 결렬

제13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

회2007.4/평양

-남북수산협력 실무접촉 일정을 문서교환방식으로 협의, 확정하기로 합의

제5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2007.5/판문점-서해공동어로를 실현하기로 하고, 공동어로 수역 설정

등과 관련한 문제를 계속 협의하기로 함.

제6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2007.7/판문점

-공동어로수역 별다른 합의도출 없이 종료-우리측은 NLL 기준으로 등거리 등면적에서 시범 설정

-북측은 NLL 이남과 북측 주장 ‘경비계선’ 사이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고 주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결정2007.8./평양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정

제2차 남북정상회담

2007.10/평양 -10.4 공동선언

제1차 총리회담 2007.11/서울-남과 북은 쌍방의 관심 수역에서 수산술 생산, 가공 유통

등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함

제1차 남북협력공동위원

회2007.12/서울

-남과 북은 제1차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2005)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

제1차 남북농수산분과위

원회2007.12/개성

-남과 북은 2008년 중에 북측 동해수역의 일정한 어장에서 남측 어선의 입어 및 어로 진행 합의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

2007.12/판문점-남측 NLL 기준으로 동일면적 공동어로구역 제안

-북측 ‘양측의 계선 사이 수역’을 통째로 평화수역으로 만들 것을 주장

3. 남북 민간 선박 운항의 자유

해상 경계의 재설정, 그리고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앞서 일차적으로 시급한 것은 남북 선박

운항의 자유이다. 국제해양법상으로는 설사 자국의 영해라고 하여도 타국 선박의 ‘무해통항

권(innocent passage)’을 부인할 수 없다(유엔해양법협약 제17조). 바다는 육지에 비하여 평화

와 공동 이용의 원칙이 더욱 강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의 경우 NLL은 그와 같은 기본원칙을

침해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NLL로 둘러싸인 해주의 경우 실제적으로 항구로서의 기능이 상

실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에 직항로 개설이 이루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서해상의

평화와 남북협력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것이다.

기이한 것은 우리 선박은 그동안에도 해주 직항로를 이용하여 왔는데 반하여, 북한 선박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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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58

NLL을 넘어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ㄷ’ 자로 우회에서 통항하여 왔다는 점이다.33) 북한의

경우 국제해양법의 원칙에 따라 통항의 자유를 인정하였다면, 우리 경우는 그것에 제한을 가

해 왔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다만, 제주해협의 경우에 2005년 남북 간의 해운합의서 체결

이후 북한 선박의 무해통항권이 인정되었다. 이도 국제법상 당연한 것이었으나 뒤늦게 실현

된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소위 ‘5.24 조치’에 의하여 그마저도 금지되었다.34)

사람들은 남북의 특수한 상황을 얘기한다. 어떤 이들은 휴전체제는 전시 상황의 지속이며 전

시상황에서는 무해통항이 허용될 수 없고, 적국의 선박은 나포, 공격할 수도 있다고 한다.35)

그러나 우리의 휴전체제를 단지 전쟁의 지속으로 보는 것은 정전협정을 전혀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전협정도 하나의 조약이며, 그것이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상태로 나아가기 위

한 약속이라고 할 때, 휴전체제를 단순히 전시의 연장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휴

전체제는 일단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고 다만 평화가 회복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로 이해되

어야 한다. 이는 현대 ‘휴전’에 관한 국제법적 논의에서 거의 확립된 견해이기도 하고,36) 만

약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기타 여러 군사적 도발들을 비난할 근거

가 없다.

나아가 휴전 중에 상대국 선박의 무해통항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는 중요한 선례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이집트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휴전협정을 체결한 후에도 이스라

엘 선박의 수에즈 운하 통항을 계속 불허한 것에 대하여 불법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37) 또

한 유사한 사례로서 코르푸 해협(Corfu Channel) 사건에서 알바니아가 그리스와의 전시 상

태를 이유로 영국 군함에 대한 무해통항권을 제약할 수 없다고 선언한 ICJ의 판례도 있다38).

33) 북측 선박이 직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주-인천 사이를 운행 시 현재보다 운항거리 189마일, 운항시간 16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항차당 연료비와 용선료를 4,700만원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백종천, “남북관계발전과 평

화번영을 위한 선언: 주요 내용과 의미”, 세종정책연구 2009년 제5권 1호, 86쪽.

34) 통일부는 2010. 5. 24에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북한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 “제주해협을 포함

해 우리측 해역에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을 금지”. 5.24조치는 그에 더하여 “남북교역 중단”, “우리 국민

방북 금지”, “진행중인 사업의 투자확대도 금지”,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담은 대북제재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35) 이에 대하여는 김명기, “북한 상선, 영해 및 북방한계선 침범사건의 평가”, 북한, 2001년 7월호, 30-39쪽 참조.

36) 우리 휴전체제의 법적 성격이 전시 상태의 지속이 아니라 전쟁의 종결에 있다는 점에 대한 자세한 분석으로

는 이근관,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수립의 국제법적 함의”, 서울대학교 법학, 제49권 제2호, 2008,

164-192쪽 참조. 아울러 그에 대한 국제법적 논의로는 Dinstein, Yoram, War Aggression and Self-Defence(제4

판, Cambridge Universtiy Press, 2005), 42-47쪽 참조

37) 유엔 안보리 결의 제95호, 1951. 9. 1.

38) ICJ Reports, Corfu Channel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v. Albania), 1949.

http://www.icj-cij.org/docket/index.php?p1=3&p2=3&k=cd&case=1&code=cc&p3=90, 검색일, 201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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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59

무엇보다도 유엔해양법협약에서도 항행의 자유에 대하여는 광범위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먼

저 공해의 경우 연안국이나 내륙국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에 개방되며, 항해의 자유, 비행의

자유, 해저 전선 및 도관 건설의 자유, 인공도서, 기타 시설 설치의 자유, 어로의 자유, 과학

적 조사의 자유를 제약하지 못한다(동 협약 제87조 1항). 공해는 평화적 목적을 위하여 유보

되어야 하며(동 협약 제88조), 어떠한 국가도 공해의 어느 부분을 그의 주권에 복속시킬 수

없다(동 협약 89조).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우에도 연안국은 타국가의 권리 및 의무를 정당하게 고려하여야 하며

(동 협약 제56조 제2항),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모든 나라들은 항해, 비행, 해저 전선과 도

관부설 등 합법적인 국제적 해양이용의 자유를 향유한다(동 협약 제58조 1항).

나아가 한 국가의 영해에서도 무해통항은 모든 나라에게 인정된다. 동 협약 제19조 1항은

“연안국의 평화, 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위해하지 않는 한” 무해통항으로 본다고 하고 있

으며, 동조 제2항에서는 그러한 유해한 통항의 예로서 “유엔헌장에 반하는 무력의 행사 및

위협, 무기를 사용하는 훈련, 연안국의 국방 또는 안전보장을 해치는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연안국의 국방 또는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행위, 항

공기의 이륙, 착륙, 탑재, 연안국의 관세, 재정, 출입국관리, 위생법규에 위반한 물품, 통화의

양하, 적하 또는 사람의 승선, 하선,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배되는 고의적이고 중대한 위반행

위, 일체의 어로활동, 조사 또는 측량행위, 연안국의 통신체제 또는 기타설비, 시설의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 통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타 행위”만으로 한정해서 열거하고 있다.

이처럼 통항의 자유, 무해통항권은 매우 강력한 것이다. 협약의 조문상으로만 보면 군함의

경우에도 무해통항권이 인정되고,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르푸 해협 사건에서 알

바니아 영해에서 영국 군함의 무해통항권이 인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해통항권이 절

대적인 것이 아니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39) 그리고 최

종적으로 통항의 무해성을 결정하는 것은 각국의 고유한 주권적 사항이라고 인정된다. 현실

정치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법의 관행에서 ‘무해통항권’은 아주 취약한 권리라고도 얘기

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제주해협 그리고 서해와 동해의 NLL에서 북한의 선박에 대하여만 일체

통항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국제해양법상 용인되기 어려워 보인다.40) 연안국은 무해하지 않

39)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가 1995년 핵실험을 위하여 자국의 영해인 Mururoa 수역을 폐쇄한 것이 거론된다.

Kong, Stephen, The Right of Innocent Passage: A Case Study on Two Koreas, Minnesota Journal of Global

Trade, 제11호(2002년 여름) 38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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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60

은 통항을 방지하기 위하여 영해에서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유엔해양법협약 제25조

1항),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무해통항을 정지시킬 수도 있으나(동 협약

제25조 제3항), 그것은 “외국 선박들 가운데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며, 그러한 정지는 “일시

적”인 것이어야 한다(동 협약 동조 동항).

이렇게 볼 때, 우리 해안에서 12해리를 벗어나 있는 한 NLL을 우리 영해라고 하기 어렵지

만, 설사 NLL을 우리 영해의 경계라고 할지라도, 북한 선박이 평화롭게 NLL을 넘나드는 것

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 선박은 NLL을 통과하여 북한 수역으로 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41)

북한 입장에서 NLL은 그들이 1977년 선포한 50해리 군사경계수역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선언에서도 북한은 “민용선박, 민용비행기(어로 선박 제외)들은 해당한 사전 합

의 혹은 승인 밑에서만 군사경계선 구역을 항행 및 비행할 수 있다”고 밝혀42), 애초부터 민

간 선박의 운항을 막지 않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이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것도

국제해양법의 통항의 자유, 무해통항권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부당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 선박이 서해 해상의 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그 군사경계수역의 배타성을 최

소한 완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해주 직항로’ 아니 남북의 직항로, 그리고 덧붙이자면 대한해협의 무해통항권 등은

국제해양법상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남북간 별도의 합의도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NLL이 가로 놓여 있다. 그리고 북한의 경우에는 ‘군사경계

수역’이 그에 해당한다. 반복하지만, 그러한 부당한 선들을 모두 없애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

은 길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고 할 경우,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운항에 대한 합

의를 이끌어 내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성과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주지하듯이「2007 남북정상회담」에서「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구상의 일환으로 민

40) 같은 취지로 Kong, Stephen, 위의 글, 388-390쪽 참조.

41) 2007년 10.4 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한 합의가 있은 후,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도 해주 직항로에서

북한에 대한 불공평함과 국제관행상 직항로가 허용되는 것이 맞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은 "언페어하게(불

공정하게) 한국에서 올라가는 정기선 선박이나 자원을 지원하는 남쪽 선박들은 지금도 NLL을 통해 넘어가고

있지만 북쪽 선박은 이것이 안 돼, 백령도 쪽으로 돌아서 입출항 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NLL이

있더라도 민간선박과 상선의 통항이 인정되는 것이 해운 쪽 관행"이라며 "안보문제만 조금 검토, 보강한다면

국제관행을 봐서도 해주 직항로를 열어주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통일뉴스 2007. 10. 8자,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4872, 검색일; 2011. 6. 6

42) 노동신문, 1977. 8. 1자, 박춘호, 앞의 글, 94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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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61

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를 추진키로 합의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후 계속 추진되

지 못하였다. 해주직항로 설정을 위해서는 남북 군사회담에서 통항절차에 대하여 합의를 해

야 했는데, 남측은 북측 민간선박이 NLL 통과 시 남측이 제시하는 통항절차를 준수한다는

전제를 고수했다. 이는 NLL을 우리 영해의 경계로 보는 군부의 입장이 고수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은 물론 그러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해주-한강

하구 수역을 ‘자유통항지대’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43) 그러한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한반도 평화체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바뀌면서 해주직항

로는 물론이고, 제주해협의 무해통항까지 철회되는 경색국면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처럼 해주 직항로, 남북의 민간 선박 운항이라는 기본적인 평화적 교류에 있어서도 NLL은

걸림돌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선박 운항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남북의 합의 사항이 아니고 ‘바

다의 헌법’인 국제해양법상 보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남북 접

경수역의 평화를 위하여 가장 먼저 착수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바다에서의 국제적 규범의

기본원칙을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북한은 이미 그것을 수용하고 있다고 할 때 상호성

의 차원에서 우리 군부에 새로운 인식을 촉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Ⅵ. 맺음말

오늘 발표의 골자를 한 마디로 말해보면, 남한은 서해 NLL을 포기하고, 북한은 동해 군사경

계수역을 포기하라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상호성과 형평성에 맞는 평화의 방법으로 제시

된 것이지만, 여전히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자신들의 안보를 이유로 그 포기에

주저할지 모른다. 때문에 해상의 안보에 대한 상호 신뢰와 보증이 요구된다.

서두에서도 얘기하였듯이 서해 평화의 확보는 곧 한반도 평화체제의 축소판과 같은 것이다.

서해 및 동해에서의 평화에 대한 남북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곧 한반도 전체의 평화

체제를 위한 물꼬를 트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자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큰

틀에서 진전이 없다면 서해의 평화도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여 서해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문제는 일종의 악순환의 상황에 있는지도 모른

다. 서해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고, 한반도 평화는 서해의 평화를 필요로 한다. 하지

43) 백종천, 앞의 글, 86쪽.

Page 61: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62

만, 악순환은 방향만 바꾸면 선순환의 관계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은 때때로

사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작은 변화 등에 의하여 촉발되기도 한다.

서해 문제는 우리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그렇듯이 남북 사이에 오해와 불신이 뿌

리 깊게 배여 있다. 서해 NLL에 대하여는 많은 양식있는 사람들도 ‘영해’와 ‘해상군사분계

선’의 혼동으로 인하여 완고한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또한 서해의 평화는 NLL이

라는 근본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도달할 수도 있지만, 그 선을 ‘평화의 물결’이 넘나들 수 있다

면 실질적인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 수도 있다. 바다의 선이란 가공적인 것이며, 어떠한 인위

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해 NLL을 비롯한 남북간의 여러 경계선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제거되고 보다 정확한

인식이 널리 공유될 수 있기를, 또 민간 선박의 직항과 같은 ‘평화의 물결’이 서해 해상을 비

롯하여 한반도 전 수역을 넘나들어 군사적 대치의 여러 선들과 제한들을 희석시킬 수 있기

를 기대해 본다.

Page 62: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63

쟁점토론3

안보섹터와 위협해석에 대한

시민의 통제와 참여

이대훈 / 성공회대

1. 평화체제와 안보섹터

◯ 참여연대에서 제기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안)]은 그 방향과 원칙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평화주의, 안보의 핵심 목적을 시민의 안전으로, 그리고 국제

규범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평화의 주체를 시민으로,

안보의 핵심을 시민 안전으로 규정하고 평화체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파악될

수 있는가 질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국제규범을 실현하는 방향성과 어떤 관계를 갖

는지 역시 질문할 수 있다. 즉 평화체제를 중심에 두고 시민참여의 역할을 규정하고 기획

할 수도 있지만,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중심에 두고 평화체제를 규정하고 기획할 수 있

고, 양자를 동시에 필요로 하면서 상호조응 되도록 할 필요도 있겠다.

◯ [한반도 평화체제(안)]에서 시민 참여에 기초하는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원칙은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의 안전과 삶의 질의 증진이 갈등 예방적 토대가 된다’는 판단과, ‘안보에 대

한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민의 안전 중심으로 안보의 틀이 변화’해야 한다는 판

단, 그리고 ‘안보 판단과 실행의 독점을 깨고 안보 영역에서의 민주화가 중요하다’는 판

단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이는 평화체제로 가는 길에서 안보영역에 대한 시민의 통제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 안보 영역에 대한 시민의 통제에 관해서 [한반도 평화체제(안)]은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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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64

(1) 시민의 안전으로서 안보문제를 재규정하고 민주적으로 합의할 것, (2) 위협의 수준과 대

응에 대한 판단을 사회적 합의에 기초할 것, (3) 안보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것,

(4) 동북아에서 대안적인 시민적 안보인식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것.

◯ 이 발표에서는 평화체제의 수립 문제를 ‘안보섹터에 대한 시민의 통제’, ‘위협 해석에 대

한 시민의 통제’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펴보고자 하며, 이러한 접근이 기존의

문민통제론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 제한적인 검토를 시도한다.

2. 전통적 안보위협의 생산과 시민의 실제 안전 문제

◯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은 침몰 원인의 조사과정에서 군과 정부가 주요 정보를 통제하고, 선

택된 정보제공을 통한 정보조작, 그리고 정부의 조사결과와 다른 의견을 배제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다뤄졌다. 북한 공격론에 최소한의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정부

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협박을 받았으며, 국가에 대한 도전을 규정되었다.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이 사건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남북간의 교역과 교류의 전면중단과 북한의 한국 해상교통로 이용의 차단을 결정하는 것으

로, 그리고 이어서 동해와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이

에 대해 북한은 ‘특대형 도발행위’, ‘직접적인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대응했다. 자칫 전면

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러한 대립 상승 국면에서 천안함 침몰의 진실에 관한 판단은 오로

지 군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통제 아래 놓여 있었고 의회나 사회의 견제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 군의 일방성, 대북 갈등을 고조시키는 정부의 일방성을 견제하려는 정당한

시민적 통제의 노력은 그 자체가 ‘위협’으로 간주되어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11월 북한

에 대한 연평도 공격으로 시작된 군사충돌이 있었고, 민간인을 포함하는 양측의 피해가 발생

하고 남북 대립이 최악으로 내달았다.

◯ 북한 위협의 확대 해석

정권이 바뀌자 북한 위협에 대한 평가도 바뀌기 시작했다. 국방개혁기본계획의 승인을 앞둔

Page 64: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65

시기에 남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낱알 세기’하면서 한국군의 열세를 강조하는 보고서가 제출

되고, 이후 국방개혁기본계획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게 되었다. 국민적 공감과 합의의 과정은

생략되고 군의 일방적인 판단과 이해에 맞춰 30조가 투입되는 군사력 강화 계획이 승인된

것이다. 정부내의 견제, 국회의 견제, 언론의 견제, 시민사회의 견제 그 어느 것도 군사력 강

화에 관한 군의 이해관계를 견제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이는 사실 무기도입, 사병 인권 보

장 등 군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현재 거대한 군과 군사비, 군사정책은

북한 위협론과 다른 유사 위협론의 덫에 물려 합리적인 논의와 변화를 가져오기 매우 어려

운 상황이다. 이 고착의 토대는 북한 위협에 대한 판단과 여론화에 있는데, 군에서 자의적으

로 내린 위협 판단에 대한 견제가 존재하지 않을 때 군이 갖고 있는 거대한 권력이 과연 통

제되고 있는 것인지 물어야 할 것이다.

◯ 대북정책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의 안정과 평화적 문제해결을 바라는 대다수 시민들의 열망

에 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다가, 심각한 군사적 충돌과 핵문제 해법의 상실, 경제적 사회적

교류의 중단에 이르렀다. 정부는 선제타격, 정권교체 등 강경한 압박이나 공세를 시사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임기 후반이 되자 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대북정책이 정치세력에 따라 남북관계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내정치의 한 수단으로

더 가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군수산업

최근 한국 무기수입의 70% 이상이 미국산 무기였으며 한국은 세계 최상위 무기수입국이 될

만큼 미 군산복합체에 깊숙이 편입되었다. 한미 무기판매/수입 구조는 중동 등 국지전에서

신형 무기 성능 실전 실험 이후 언론매체 통한 대중 홍보를 거쳐 주한 미군에 우선 배치거

나 일정 기간 후 한국군에 판매된다. 이 구조는 비공적 루트를 통한 사전 정보파악과 군 인

맥을 통한 로비, 막대한 비자금 조성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다. 한국 군수산업의 무기수출

은 세계 15위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100대

무기산업체 중에 한국 기업에 3개 들어가 있다 (2005년 기준). 2006-2010년 한국은 무기수입

세계2위를 기록했고, 그 70%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재래식 지상전 전력증강을 중심에 둔 국

방개혁기본계획은 지상전 전력증강에만 약 30조원이 투여되는 계획을 설정하고 있다.

Page 65: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66

◯ 해군기지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은 해당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적절한 평가와 절차에 대한 합

의 없이 정부와 군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대표적인 군사활동의 하나이다. 직접적 이해당사

자인 주민들의 의견이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제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해군기지가

몰고 올 파급효과에 대해서 생태보전이나 주민 생계 등에 대한 사회적 검토나 판단이 허용

되지 않았다. 오로지 군에서 제시한 군사적 목적 하나에 충실한 기지건설로 추진되었고, 비

군사적 판단이나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들과 집단은 탄압을 받았다.

◯ 미군의 고엽제 매립

지난 5월 전 주한미군의 증언으로부터 촉발된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사건은 한국 영토에

서 한국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와 시민들이 얼마나 적

은 권한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고엽제 매립의 장소나 양, 맹독성 독극물 다이

옥신 오염의 정도와 범위 등 기본적인 사실 조차 미군의 거부로 인해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

이고 이에 대한 교정 조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리고 고엽제 매립으로 인해 건강, 경제, 주

거 등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시민들의 피해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보상과 책임 규명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정부의 책무조차 방기되고 있다. 고엽제 매립 사건은 군에 대

한 통제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정부나 의회, 사회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군사 영역

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며, 사실상 국가 위에 존재하는 권력구조의 일각을 보여주는 것이

다.

◯ 상업화된 파병, 시민의 안전과 무관한 파병

2009년 UAE 원전 수주 파동은 정부가 원전과 관련된 사업의 여러 가지 사실을 불투명하게

처리했다는 문제보다도, ‘상업적 목적의 파병’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처럼, 안보 위협과 무

관하게 핵발전소 수주의 대가로 군대를 해외에 파병했다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는 헌법

에 규정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목적과는 무관한 업무를 위해 국민의 군대가 해외

로 파병되는 일이었지만, 관련 법안은 국방위원회 심사는 물론 안건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않

은 채 국회 본회의에서 일괄적으로 날치기 통과되었다. 수주 계약과 관련된 사항은 기밀로

취급되어 시민사회의 접근이 차단되었으며, 이러한 파병에 따라 사회적으로 또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추구하기도 불가능하며, 또 향후 비슷한 정책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견제할 방법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Page 66: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67

또 이와는 별도로 2010년부터 시작된 한국형 민간군사기업(블렛케이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

의 상업화된 파병도 정부, 의회, 사회에서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블렛

케이의 경우 “비즈니스 영역”을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으로 정하고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국내 최고의 무장토탈시큐어리티 서비스 제공업체’라고 자부한다. 이 기업

의 종업원들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최신 무기로 무장한 자신의 모습을 블로그에 올려 자

랑하고 많은 이들의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블렛케이는 미군과 직접 작전을 수행한 경력을

자랑으로 여긴다.

2010년 말 아프가니스탄 북부 한 도로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2명이 무장세력에 피랍

됐다가 총격전 끝에 풀려나는 일이 발생했다. 2009년 정부가 재파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언

론에 보도된 직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건 사업을 하던 건설현장도 로켓 공격을 당해 현지

한국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상황정보를 숨기면서 파병 지역은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고, 반대 여론과 우려를 묵살한 채 파병을 강행했다. 그리고 재

건사업을 하던 한국기업과 한국인 노동자들이 왜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는지, 파병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마땅히 내려야 할 분석이나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다.

◯ 군사화된 일상, 사회화된 안보주의

“대한민국은 군대”라는 군사주의의 문제의식 속에서 군과 일상을 살펴보면, 군사화된 권력의

동의구조를 추정할 수 있다. 유아단계부터 발생하는 한국인의 형성과정에는 아주 오밀조밀하

고 체계적인 군사주의적 복합체가 작동한다: 성별화되고 군사화된 장난감, 위인전, 폭력적 학

교문화, 폭력/강함과 젠더 형성, 선도부, 단체기합, 군기-규율, 선후배 관계, 서열화된 기수-학

번 문화, 폭력적 신입 절차, 상명하복, 성과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 서열화된 일

상 언어, 병영체험/극기훈련을 통한 조직 입문, 인종주의-개발주의라는 서열, 서열화된 직업

과 학교, 서열화된 거주지역, 서열화된 나이, 서열화된 종교 조직, 등. 여기에 국가보안법, 정

보기관의 내사, 이견을 가진 시민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협박 등 국가안보 체제가 작동하면

서 일상은 끊임없는 감시와 고발, 연좌제의 현장이 되었고, 이러한 감시와 훈육을 통해 군과

군사력, 전쟁에 대한 정책과 태도가 거의 종교화된 수준으로 승화 되어 있다.

◯ 민영화된 군사훈련, 아동 군사훈련

최근 확산되고 있는 아동·청소년 군사훈련은 군사화되는 일상, 군사화된 일상 권력의 단면을

Page 67: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68

보여준다. 유치원생을 포함하는 학생들의 병영체험, 안보체험 ‘교육’의 문제다. 물론 성인들에

게도 확산되고 있다. 체험, 훈련, 견학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교육활동’은 사회적

감시도 여론의 견제도 거의 불가능한 틈을 타 최근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관하는 기관

은 군과 교육청에서부터 학교 그리고 군출신들이 운영하는 민간기관 등이다. 교육은 군부대

안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설 훈련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군에서 직접 군장비

와 살상무기를 시내에 가지고 나와 아이들에게 선보이고 체험하도록 하기도 한다. 군복을 입

고 약간의 장비를 갖추고 훈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연령층은 어린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

지 걸쳐있다.

작년 한 지방 교육청은 여름방학 기간 중에 군부대에서 이루어지는 병영체험 캠프에 초중고

학생들의 참여를 강요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교육청이나 군 예비역들이 운

영하는 이른바 ‘시민단체’에서 이런 병영훈련에 학생들을 모집하면 쉽게 거절할 수 없는 환

경이 있다. 해병대 전략캠프와 같은 경우에는 이름은 민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군교관 출신

예비역들이 운영하면서 전국 5곳에 훈련장을 거느릴 정도로 무시못할 군사훈련 체제를 갖추

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군에서 제작한 천안함 사건 홍보동영상을 경찰에서 학교에

상영을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군사훈련의 주최 측에서는 건전한 교육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애국심 고취’

와 ‘건전한 통일·안보관 확립’ 등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명분이며, ‘극기’, ‘체력단련’, ‘리

더십 형성’ 등도 교육의 취지로 내세운다. 학생들의 안보체험 훈련을 강요했던 한 지방 교육

청의 경우 “학생들의 올바른 국가관 확립을 위한 시책”이라고 주장했다. 군의 경우 지금까지

쉽게 접해 보지 못한 장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총검술, 각개전투 등 ‘재미있고 다

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을 받아 훈련을 전개한 한 군

부대장은 “이번 안보현장 견학을 통해 우리 군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확고한 안보의식 및 건

전한 국가관을 배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권의 언어로 말하면 이는 인권,

평화, 관용, 공존을 기본으로 하는 아동교육권의 침해이며 유아기 때부터 시민들에게 침투해

서 개입하는 안보권력의 실체이고 일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사 군사훈련이 교육과 체

험의 이름으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시행되고 있는데 아무도 적절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이다. 유신독재 시절의 학생 군사훈련, 그 이전에 일제시대의 군사훈련을 연상했던

사람이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제기되지 않는다. 그것은 질문의 의지가 없어서라

기보다는 질문을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천안함 논란에서처럼

군사문제와 관련된 보복의 두려움 또는 말이 통하지 않을 상대에 대한 기피가 작용하는 것

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견제되지 않는 (확대된 의미에서의) 군의 존재를 시사한다.

Page 68: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69

3. ‘안보’체제에 대한 시민의 통제와 참여

◯ 어떤 위협을 볼 것인가?

평화체제는 기존의 남북관계로 규정된 체제와 다른 체제를 지칭하는 이름인데, 새로운 안보

체제로서의 평화체제로 설정할 수도 있고, 안보체제와 질적으로 다른 체제로 설정할 수도 있

을 것이다. 기존의 ‘안보’체제에서 위협은 주로 북한주적론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

식된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보수적 안보론에서 ‘시민들의 안보의식 해이’를 중요한 위협으

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아동군사훈련의 주요 목적이

안보의식 고취에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평화체제로의 변화과정에서 어떤 것을 위협으로, 또

어떻게 달리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위협은 상호적으로 구성된다. 그런 면에서

위협의 큰 원인은 사실 내부에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은 시민의 안전, 시민의 권리를 중심

으로 볼 때 한국 내부에 또 한미동맹체제 내부에서 어떻게 위협이 일방적으로 판단되고 어

떤 위협이 생산되는가에 관한 몇가지 단편적인 시사점이다.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이러한 위

협의 생산이 거의 전혀 견제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안보의 영역에서 시민은 주체가

아니다. 시민적 국가의 존립에서 이것이 가장 큰 위협이 아닐까?

◯ 시민의 통제는 무엇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인가? 문민통제는 충분한 통제인가?

안보체제의 문제를 군과 사회의 관계, 군과 국가의 관계를 민군관계나 문민통제로 파악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호도하는 면이 크다. 군에 대한 통제는 군부독재

에 대응했던 문민화 틀보다 더 새롭고 더 깊게 접근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문민통제론은 문

민우위의 원칙, 군의 전문화와 정책 개입 제한, 군의 정치 개입 금지의 세 축에서 추진되어

왔으나, 이는 여러 현실에서 구태의연한 접근이다. 한미동맹과 블렛케이의 예에서처럼 국제

화된 안보구조와 민영화되는 군사활동은 이러한 틀이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의회의 형

식적 통제를 넘어서는 통제와 군 내부의 시민적 존재의 설정, 군사활동의 사회적 영향에 대

한 다각도의 접근과 이해 (복지, 교육, 가치, 젠더, 폭력성, 규율, 지도력, 협동 등), 군인 인권

의 확실한 보장과 탈안보화된 군사활동, 불복종의 의무, 위협 해석의 민주화 등을 포괄하는

통제와 변화기 필요하다.

‘문민정부’ 시대 이후 군에 대한 문민화 접근은 19세기 군사주의/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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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70

나온 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군사화된 권력이라는 관점의 비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다. 이러한 접근은 국가권력의 군사화, 사회문화와 동의구조의 군사화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한다. 군사화된 권력을 군산복합체와 권력 엘리트의 현상으로만 보는 것도 협소하다. 국제

핵무기 체제에서 군산복합체는 핵발전이라는 산업정책과 적극 결합하는 군산언-에너지 복합

체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UAE 원전 수주는 한국에서도 그 징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러한 현실을 포함하는 군산언-에너지 복합체의 틀은 한국에서 국가권력부터 일상 권력까

지 권력이 미국과 관계맺는 방식을 국제-국내적으로, 그리고 군의 직접적 간접적 역할의 관

점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면에서 통상적인 민군관계론, 문민통제론은 안보의 국제화,

동맹과 같은 국제적 군사구조에 대한 통제, 재건 파병과 기타 ‘국익’ 명분 해외군사활동과 같

은 민간으로 위장된 군사활동에 대한 통제를 편리하게 생략한다. 기존 문민통제론의 약점이

나 허구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한미동맹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국제화된 안보구조’에 대한 통제가 거의 전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제화된 안보구조는 안보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 시민적 통제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비밀성, 의회의 통상적 이해를 넘어서는 고도의 기술

전문성 - 의회의 한계, 행정부 주도의 독단적 의사결정, 시민사회의 완전한 배제, 국제화된

안보구조의 내재적 편향/반민주성, 국제의 신비화, 국제적 안보의 신비화 등. 이에 대한 대

안이 필요하다.

이상의 문제제기를 종합하면, 현재 평화체제로의 이행에 장애가 되는 것은 몇몇 정책이나 투

명성의 결여, 폐쇄적 집단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와 일상 수준에서 시민을 체계적으로 총체

적으로 배제하는 독점적인 권력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 체제에서 이 권력복합체는

사실 정권을 초월해 존재하고 있다고 보인다. 때문에 문민통제라는 프레임은 말할 것도 없거

니와, 시민참여를 통한 평화체제, 안보 영역에 대한 시민적 통제 또는 민주화 모두 매우 불

충분한 문제제기이며 소극적인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형 안보복합체는 군사에 대한 사

회적 동의를 동원하는 것을 포함하며 일상의 군사주의 문화와 질서를 포함하며 안보주의적

세계관으로 국가를 상상하는 것도 포함하는, 그리고 초헌법적 동맹체제를 통해 유지되는 체

제이다. 이로부터 질적으로 탈피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재해석으로부

터 출발하여 안전에 대해 주권자인 시민이 어떠한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기획되어야

한다.

Page 70: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71

이는 지금까지 시민이 행사하지 못한 ‘주권’ 예외 영역이었다. 유럽의 중세 교회 성직자들이

행세했음직한 이러한 횡포, 즉 시민배제적인 '안보화된 성역권(securitized sovereignty)'에 동

의하지 않을 준비가 되었다면, 다른 시민권과 마찬가지로 진실(위협과 안전)에 대한 판단을

시민의 권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위협해석에 대한 시민적 통제는 출발점일 뿐이다. 통제는

바깥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위협과 안전에 판관이 될 수 있

어야 한다. 지배의 성직화를 해체하는 것을 기획하는 것처럼 위협과 안전에 대한 주권을 획

득하는 과정을 기획하는 것이 핵심이다.

◯ 안보 영역에 대한 시민적 통제 또는 안전에 대한 시민주권 수립의 과제

Page 71: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72

토론

‘북한 붕괴론에 대하여’에 대한 토론문

이정철 / 숭실대

1. 붕괴론 분석

0. (사회주의) 체제 이행 과정에서 제 1차적 요인은 엘리트 균열이라는 것이 역사적 평

가임

- 북한에 이같은 자유주의 분파가 시발(initiation)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체제 이행론의

입장에서 본 붕괴론의 학술적 가치임

- 그 외 경제위기나 지배정당성 위기, 시민사회 저항 등은 부차적 요인임

0. 북한 체제는 현재 남측의 평가와는 반대로 상대적 안정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

- 북한 당국의 행태에 대해서 남측의 반감이 높아가지만 이것이 북측의 리더십을 공고히

해가는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

- 북한에서 시장의 확산을 당국의 붕괴로 동일시해 온 일천한 인식이 문제임

Page 72: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73

0. 당면한 과제는 북한의 내구력 지표에 대한 재검토와 붕괴 담론의 분석일 것임

- 북한의 내구력 지표로 설정된 한국은행 발표 국민소득 지표의 재검토가 절실

- 북한 내부 정치 정보 가치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

* 김정일 건강이상론, 장성택 섭정론 등

- 당대표자회에 대한 분석과 당국가 체제의 회귀 - 투명성의 확대

2. 붕괴 담론 분석

0. 시장과 국가 관계

- 시장과 국가의 (제로섬적) 대립적 인식

* 시장 가격과 환율의 분리 소개 - 이중 위기의 과장

* 북한 식량 위기와 배급중단론

A

D

C

B

국 가 능 력 ( S T A T E

CAPACITY)

98년

Page 73: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74

0. 북중관계

- 북중관계 특수관계의 해체 담론의 과잉 용례

* 북한에 대한 중국의 냉대

* 중국의 대북 거리두기론

- 중국의 대북 압박론에서 북한의 대중 종속론으로의 스윙적 인식

0. 남북관계

- 남북관계 경색의 근거를 북한 후계문제에만 두는 인식

- 벼랑끝 전술과 통미봉남에 대한 고정된 인식

* 남측 시민들의 대북 인식 악화론에 근거한 남북관계 회복 불가론 역시 또 다른 포

퓰리즘적 대북 인식으로 북한 붕괴론의 연장선에 있음

0. 북한 정치

- 세습과 정당성 위기의 동의어화

* 북한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세습과 안정화라는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음

- 북한 정권이 안정화될수록 탈북자 정보는 더욱 오류가 많아지게 됨을 감안해야 함

3. 제언

0. 북한 붕괴에 대한 한미의 접근법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함

Page 74: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75

- 미국은 북한 붕괴를 동맹의 역할에서 갈등관리 수준에서 접근하지만, 한국은 이를 통일

외교의 차원에서 접근

- 갈등관리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 등과) 국제레짐에 의존하지만 한국은 독자적 관할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게 됨

- 현 국제 역관계에서는 붕괴가 가시화될수록 한국의 역할은 축소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 남북문제 국제화의 귀결임

0. 현 상황은 integration과 unification간의 간극이 확장되는 시기임

- 붕괴 담론의 결과 한국 외교 통일 정책 극단화로 고립 우려

- 안정에는 기여하나 평화통일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 중

- 통일 문제에서는 cost가 매우 증대되고 있음을 감안하여 향후 상호주의 문제를 제기할 때,

비용 문제에 대한 남측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움

0. 북한을 포함한 지역 형성에서의 한국 행위자성(actorness) 강화론으로 돌아가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음

- 북한 붕괴 상황 대비라는 논리의 확대 역시 기회주의적 붕괴론의 연장선에 있음을 인정

- 역내 지역 형성 과정에서, 남북협력을 통한 한국의 주동성 회복을 목표화

Page 75: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76

토론

‘한반도 평화체제(안)’에 대한 토론문

백학순 / 세종연구소

1. 전반적으로 내용이 객관적으로 볼 때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구성이 짜임새가 있음.

2. 그러나 전체적으로 표현이 좀 더 완성도가 높아지고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됨.

문제가 되거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표현들은 따로 원고에 표기하였음.

3. 이 글의 구성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순서를 바꾸는 것이 좋을 곳들이 있음. 예

컨대, ‘평화체제의 정의’(의미) 부분과 ‘(평화체제의) 기본 원칙’ 부분이 그러함. 본 토론자

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는 원고에 표기하였음.

4. 일부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야 부분들이 있음.

(1)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과제’ 중에서 ‘2.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서 ‘6자회담’

의 서술 부분에 ‘6자회담에 개최되기 위해서는 북미양자회담이 먼저 개최되어 기본적인

합의를 보고 그것을 6자회담에서 추인하는 것이 6자회담 개최의 기본 패턴이 되어 있다’

는 점을 고려하여 이를 추가할 필요가 있음.

(2)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과제’ 중에서 ‘2.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서 ‘평화협정

체결’ 부분에서는 ‘2015년 12월까지 해서 한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기로 했

기 때문에, 이 사실에 주목하여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하여 필요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Page 76: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77

있음.

(3)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과제’ 중에서 ‘2.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부분에서 평화

협정의 내용에 대해 열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좀 더 추가될 필요가 있음. 토론자의 생

각은 원고에 따로 표기해 놓았음.

(4)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과제’ 중에서 ‘3. 남북간 군비통제’ 부분에서 ‘남북군사회담과 병

행하여 북미군사회담을 개최하도록 도와서 한반도에서 남북간 군비통제 문제에서 진전을

위한 유리한 환경기회구조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추가함.

(5)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과제’ 중에서 ‘4.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지향’ 부분에서 ‘한반도 평

화체제 수립을 위한 외교의 강화’를 추가할 필요가 있음. 거기에는 두 가지 항목을 추가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첫째, 대미, 대중외교의 강화, 둘째, 독일통일의 경험

에서 콜 수상의 미국과 소련에 대한 통일외교의 경험을 배울 것을 추가함.

(6) ‘V. 2011-2012년 시민운동의 과제’ 부분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안’(남북대화 →

북미대화 → 6자회담)의 이행 필요성이 있음.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5월 베이징 비밀접촉에 대해 국내정치용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북한은 이를 문

제 삼아 비밀접촉의 내용을 폭로함으로써 앞으로 상당기간, 아니면 MB정부 임기동안 남

북대화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을 추가할 것.

(7) ‘V. 2011-2012년 시민운동의 과제’ 부분에서 마지막 제안인 ‘동북아 차원에서 평화를 논의

할 시민간 네크워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두 개 정도의 소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음.

Page 77: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2011. 6. 1478

토론

서해와 동해를 평화와 통일의 바다로

서재정 / 존스홉킨스대

정태욱 교수의 논문은 여러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서해 NLL을 비롯해

서 남과 북이 서해나 동해에 그은 선들이 모두 정전협정이나 국제해양법에 비추어 근거가

없다는 점을 학술적으로 치밀하게 논증하고 있는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인다. 둘째, 현

재의 위태로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한이 서해의 NLL을 포기하고 북한이 동해

의 NLL을 포기하는 교환적 ‘패키지 해법’을 제시한 부분은 창의적 제안이라고 보인다. 군사

적 대치선으로서의 ‘해상군사분계선’이 아니라 국제해양법에 따른 해양의 평화적 이용을 위

한 ‘해상 경계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다소 부담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러한 ‘해상 경계선’이 어떠한 모습이 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제안을 한두 개 추가하는 것

이 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공동어로구역과 남북 민간선

박 운행의 자유를 제시한 부분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므로 이를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분은 아이디어의 문

제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문제 및 국내정치의 문제이기는 하다. 정교수가 지적하는 것과 같이

서해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문제는 ‘악순환의 상황’에 있고, “서해문제[의 해결은]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고 있고, 한반도 평화는 서해의 평화를 필요로” 한다.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경색된 남북의 정치적 관계를 돌파하는 기술적 방안이 있을지, 기술적 접근이 악순환의 고리

를 끊고 정치적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하리라고 보인다.

이 글에서는 논의의 발전을 위해 이외에 두 가지의 고민을 추가로 제기하고자 한다.

Page 78: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79

역사적 고증과 정치적 분석의 필요성

미사일과 핵무기가 횡행하는 한반도 어느 구석이라고 분단의 위협에서 자유로울까만 그중에

서도 서해는 화약고 중의 화약고라고 할 것이다. 육지에는 적어도 확실하게 그어진 군사분계

선이 있고 그 남북으로 비무장지대가 있기라도 하지만 서해는 합의된 분계선조차 없는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있기 전에도 이 수역에서 수차례의 군사충

돌이 있었고, 북방한계선을 군사력으로 지키겠다고 군사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천안함도 침몰

하고 연평도 포격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이 지역이 이렇게 특별히 위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관리들은 적어도 1973년부터 바로 이 지역에서 북방한계선을 둘러싸고 이러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1975년 2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북방한계선이 “확실히 국제법에 위배된다”며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을 우려했고, 1973

년 12월 프랜씨스 언더힐 주한 미대사도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상당한

수의 국가들의 눈에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잘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 KPA Journal이 공개한 미 중앙정보부의 비밀문서는 그 이유가 ‘사고방지 조치’라는 아

이러니를 폭로하고 있다. 1974년 1월 <서해한국도서>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비밀문서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 해군의 북진을 규제하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1953년 8월

30일 한국 해군에 전달했다는 통념과 달리 “1960년 이전에 북방한계선이 설정되었음을 시사

하는 문서는 찾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 비밀문서는 “북방한계선이 1965년 1월

14일 유엔사 해군사령관의 명령으로 설정”되었고, 이 북방한계선의 “명백한 선례”는 “같은

사령관이 1961년 다른 이름으로 설정한 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방한계선의 유일한 목

적은 특별한 허가 없이는 유엔사 해군 단위가 이 선 이북으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북방한계선이 적어도 두 군데에서 확실히 북한 영해라고

추정되는 수역을 가로 지른다”는 이유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 비밀문서의 주장은 적어도 두 가지의 연구과제를 제시한다. 우선, 북방한계선의 역사적

연원이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1953년 북

방한계선을 설정했다는 것은 이영희의 논문에서 최초로 공개적으로 주장된 것으로 그 이후

통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미 중앙정보부의 비밀문서는 북방한계선이 1965년 설정

되었고, 1960년 이전에 이러한 선이 설정되었음을 시사하는 문서는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역사적 진실은 무엇인가? 북방한계선을 둘러싸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인명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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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80

해가 발생하고 전쟁의 위기가 감도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북방한계선에 대한 기초적

인 역사적 사실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두 번째, 유엔사 해군사령관이 아군 선박의 북진을 막기 위해 설정한 북방한계선이 언제부터

북 선박이 남진해서는 안 되는 해상경계선이 되었는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북방

한계선이 왜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군사력으로 지켜야 하는 전선이 되었는가? 군사력으로 막

겠다고 하다가 사람이 죽고, 군함이 파괴되고, 포탄이 날아다니는데도 불구하고, K-9 자주포

를 늘리고 정밀미사일을 도입하고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해야 한다는 맹신의 근거는 무

엇인가? 사고방지라는 원래의 목적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이제 ‘즉각타격’ 준

비태세와 "선조치” 주문만이 횡행하고 있다. 반세기 전 사고방지를 위해 유엔사 해군 사령관

이 내린 명령이 21세기에 들어서 국지적 군사충돌의 원인이 되고, 한반도 전체를 전쟁의 참

화로 몰아넣을 수 있는 불씨가 되어버린 이유와 과정 또한 정확히 밝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태욱 교수가 정확히 지적한 대로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NLL 사수의 이데올로기”이고, 이는 NLL의 법적, 역사적 고찰과는 다른 분석을 필요로 한다.

물론 한반도 분단과 군사주의가 그 구조적인 이유이겠으나 북방한계선이 해상경계선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구체적 기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서해분쟁의 해결에 중요한 시사점

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발랄한 상상: 평화생태공원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합의되었지만 정권교체 이후 사실상

무효화되었다. 정태욱 교수가 지적하는 것과 같이 서해의 긴장상태를 평화로 전환시키기 위

해서는 이를 복원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공동어업, 경제특구,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및 민간

선박 통항 등 경제활동을 위한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서해의 생태계를 고려할 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강 하구에서 백령도까지 포괄하는 이

지역은 사람 접근이 제한되어 환경이 잘 보존된 생태의 보고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고,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물범이 살고 있다. 갯벌과 포구도

경제개발과 인간활동에 의한 파괴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육지의 비무장 지대가 이와 유사하

게 생태의 보고로 남아 있지만 도처에 지뢰가 깔린 무장지대인 반면 서해와 동해는 이러한

지뢰밭도 존재하지 않는다.

Page 80: [참여연대]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81

따라서, 분단과 전쟁이 낳은 이러한 역설을 창조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

를 위해서는 ‘개발주의’를 벗어난 발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을 서해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청도와 소청도에는 생태

체험센터를 만들고, 백령도에는 저어새와 물범 등을 연구하는 생태연구소를 만들자. 동해에

도 금강산과 해금강을 연결하는 동해생태공원을 만들자. 여름에는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래

프트나 요트, 수영경기를 바다에서 열고, 겨울에는 섬에서 겨울바다 생태체험을 하자. 섬과

섬을 연결하는 수영코스와 보트코스를 개발하여 섬에서는 뛰고 바다에서는 수영을, 육지에서

는 자전거를 타는 삼종경기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연평도에는 남북어린이 축구캠프를 열

어 축구 꿈나무들이 함께 훈련을 하고, 함께 시합을 하게 하자.

동해안에는 코리아양어양식연구소를 설치하여 남북해양생물학자들과 어민들이 공동으로 연

구를 하도록 하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남한 해양에서 양식하는 김 미역 어패류는 점차

양식이 어려워지고 있다. 양어도 마찬가지이고, 유사한 현상이 어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북

한에서는 최근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는 남한에서 소비하는 바지락조개의 대부분,

가리비의 상당량을 양식하고 있었고,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에 현재 남한에서 양식되는 해

산물의 상당수는 앞으로 북에서 양식을 해야 할 형편이다. 지구 온난화는 역설적으로 남북협

력의 구조적 조건이 되고 있다. 북한은 양어와 양식으로 돈을 벌고, 남한은 북한 청정해역에

서 생산된 해산물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 내자.

분쟁의 바다에서 통일의 바다로

서해와 동해는 분단의 선, 휴전의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지역이다. 바로 그 이유로 해상충

돌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서해와 동해는 통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 이유로 군사적 긴장이 높지만, 같은 이유로 이 지역은 천혜의 생태보고로 남아 있

다. 이러한 분단의 역설은 현재 남북 간에 진행되고 있는 불안보의 악순환을 평화의 선순환

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제공한다. 이 지역에 임의로 그어놓은 NLL의 등의 선

을 평화와 협력의 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지만 의미 있는 노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본다면 이 지역은 남북 간 평화와, 협력, 통일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

다. 남과 북이 서로가 그어 놓은 NLL을 같이 포기하는 ‘교환’을 이룰 수 있다면 평화를 향

한 분명한 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남과 북을 ‘거래의 상대’로 국한 짓는 프레임을 재

생산할 위험성이 있다. 남은 서해의 NLL을 양보할 테니 북은 동해의 NLL을 양보하라는 것

은 등가교환이라는 시장의 모델, 기능주의 모델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각각의 사회 안에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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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82

보’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상대방을 거래의 상대로만 보게 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

다.

이제 이러한 거래의 모델을 넘어 ‘상생의 모델’ 내지 ‘더 큰 통일’의 모델‘을 꿈꾸도록 하자.

이 분쟁의 바다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바꾸는 것은 ’상호 이익의 확대‘이며 ’공통의 이익

확대‘가 될 수 있도록 하자. 분쟁의 바다를 남북이 공히 가꾸는 ’생태의 보고‘로 바꾸자. 이

를 남북이 공히 향유할 수 있는 ’평화의 공원‘으로 전환하자. 분쟁의 바다를 평화와 통일의

바다로 바꾸자. 그리하여 동해와 서해에서 출발한 평화와 통일을 휴전선과 확대하자. 서해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자, 좋은 연습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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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83

토론

토론문

이혜정 /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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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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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85

토론

토론문

남부원 / 전국 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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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심포지엄 87

토론

토론문

이태호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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