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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망령 Writtne by. Rz For. XXO 하비 덴트 X 브루스 웨인 (AU) 모두들 고담은 회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간혹 가다 그 중 에서도 이 썩어빠진 도시를 위해 힘쓰는 사람은 있었다. 지금은 청장이 된 제임스 고든이 경사이던 시절부터 그랬고, 그의 딸 바 버라 고든 역시 그랬다. 또한 지금 그 누구보다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브루스 웨인이 그랬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웨 인 엔터프라이즈의 최상층에서 어둠이 스며든 창 아래의 거리를 내려 보던 브루스의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 위로 아픔이 아로새겨 졌다. 처음에 그는 부당한 일을 바꾸기 위해 열의와 열성을 다할 줄 아 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그것은 비단 고담에 왔을 때뿐만이 아니 고 브루스가 그를 처음 만났던 대학시절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그의 성품이었다. 그래서 브루스는 그가 고담으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 누구보다도 반겼다. 이제 고담 은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작은 희망과 또 다른 하나의 마 음. 치기 어린 시절 그에게 품었던 작은 마음의 조각이 그 누구보 다도 그의 고담 입성을 반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브루스 는 그와 재회하던 날에 바로 이곳에서….

어둠속의 망령(하비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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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어둠속의 망령(하비뱃)

어둠속의 망령

Writtne by. Rz

For. XXO

하비 덴트 X 브루스 웨인 (AU)

모두들 고담은 회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간혹 가다 그 중

에서도 이 썩어빠진 도시를 위해 힘쓰는 사람은 있었다. 지금은

청장이 된 제임스 고든이 경사이던 시절부터 그랬고, 그의 딸 바

버라 고든 역시 그랬다. 또한 지금 그 누구보다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브루스 웨인이 그랬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웨

인 엔터프라이즈의 최상층에서 어둠이 스며든 창 아래의 거리를

내려 보던 브루스의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 위로 아픔이 아로새겨

졌다.

처음에 그는 부당한 일을 바꾸기 위해 열의와 열성을 다할 줄 아

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그것은 비단 고담에 왔을 때뿐만이 아니

고 브루스가 그를 처음 만났던 대학시절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그의 성품이었다. 그래서 브루스는 그가

고담으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 누구보다도 반겼다. 이제 고담

은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작은 희망과 또 다른 하나의 마

음. 치기 어린 시절 그에게 품었던 작은 마음의 조각이 그 누구보

다도 그의 고담 입성을 반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브루스

는 그와 재회하던 날에 바로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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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역린이 자극

되어 저며지는 고통이 심장을 난도질한다. 그와 함께라면 이 고담

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소망이었으며 덧없는 꿈이었다. 점점 침잠해 가는 마음을 애써 추

스르며 브루스는 차가운 유리 위에 이마를 대며 기다란 숨을 몰아

쉬었다. 이 지독하리만치 어두운 자신의 도시는 자신이 평생 곁을

지키고자 했던 또 한 사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정신 차리자 브루스 웨인.”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부모님과, 또 그 이

전에 선조들이 대대로 지키고 발전시켜온 이 새카만 도시에 밝은

빛이 드리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의무였다. 부모님

이 돌아가시던 그 순간 알프레드와 함께 이 지독한 도시를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웨인 엔터프라이즈는 고담에 있되 자신은

고담의 바깥에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브루스에게 있어서 고담이란 마치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 자

식 같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제 뜻대로 되지 않고 엇나

가는 말썽쟁이라도 이 어리고 약한 고담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 브루스 역시 많이 지치긴 했다. 그는 고담

에 있어 필요한 인재이기도 했었지만 브루스가 평생을 곁에 두어

도 좋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상대였다. 브루스는 쓰디쓴 고

소를 목구멍으로 억지로 삼켜내고 감았던 눈을 떴다. 새파란 눈동

자엔 여전히 괴로운 기색이 어려 있었지만 그에 대응하는 선연한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카운터를 제대로 맞았다고 하더라도 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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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흰 수건을 흔들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사람 덕분에 고담 역시

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거리가 깨끗해지

고, 밤거리의 치안 역시도 좋아졌다. 비록 그것이 오래 가지는 못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고담 역시도 갱생의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줬다는 작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브루스는 굳은 눈빛을 하

고 마음을 단호하게 다 잡았다.

“변할 수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아니. 변하지 않아 브루스.”

다정한 음성이 귓가에 스친다. 그 익숙한 음색에 브루스는 놀란

얼굴을 감추지 않고 뒤를 돌아보았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에 몸을

기댄 그는, 지금껏 브루스의 마음을 어지럽힌 그가 맞았다. 브루스

의 미간이 일그러지고 날 선 푸른 눈동자가 그를 노려본다. 멀쩡

한 반쪽 얼굴. 천천히 돌아서는 그의 또 다른 반쪽은 시커멓게 그

을리다 못해 일그러져서 흉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뭉그러진 반쪽

얼굴의 안구가 희번뜩한 빛을 그려내며 브루스를 바라보았다. 수

려하던 용모의 남자가 망가지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브루스

는 입술을 깨물고 침묵했다.

“무슨 생각으로 내 출입허가를 그대로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덕

분에 올라오는 데 약간의 충돌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문제도 없더

라?”

멀쩡한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브루스는 생전 없던 자신의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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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혀를 깨문 심정이 되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브루스

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총의 총구에선 아직 희끄무레한

화약 연기가 흐르고, 그의 회색 바짓단엔 불그스레한 얼룩이 스며

들어있다. 그의 걸음걸음을 뒤따르듯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점점

이 붉은 자국이 따라붙고 그가 나온 엘리베이터는 그 사이로 삐져

나온 피투성이가 된 팔뚝 때문에 닫혔다 열리길 반복하고 있었다.

브루스는 침중해진 얼굴을 하고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고담은 변하지 않아 나의 브루스.”

“그렇지 않아.”

웃음이 그려진 얼굴을 한 주제에 더없이 냉정하고 차가운, 또 단

호한 어조로 말을 뱉어내는 그에게 브루스는 마찬가지로 단호한

대답을 돌려줬다. 그런 브루스의 모습에 커다란 웃음을 터트린 그

는 브루스의 턱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그 선명하고 푸른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아니. 그건 네 이상일 뿐이야. 고담은 돌이킬 수 없어. 네가 아

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에는 도로 원상태야. 봐, 결국 또 이렇게

돌아왔잖아?”

“고담은, 다시 살아날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고집은 그만 부려. 사실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단호한 그의 말들 속에서도 브루스는 굳건한 이성을 유지했다.

그는 이제 이전에 브루스가 알던, 평생을 함께하고자 했던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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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지금 이렇게 말을 쏟아내는 것은 더 이상 하비 덴트가 아

닌, 하비 덴트의 죽음 속에서 태어난 투페이스라는 어둠에 깃들어

사는 망령일 뿐이다. 고담에 둥지를 틀고 고담의 빛을 갉아먹은

어둠 속에 깃든 망령. 검사 하비 덴트의 죽어버린 신념 속에서 태

어난 악령.

“고집이 아냐.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을 할 거고, 언젠가는 고

담을 빛으로 가득 찬 도시로 만들 거야. 그러니까 너도 이만 꺼

져.”

브루스는 언제 총구가 머리를 겨누고 방아쇠가 당겨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신념을 말로써 표출했다. 자신

이 사랑하고 아끼는 고담이 사실은 그렇게 악하고 우중충하기 만

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브루스 그 자신이 가장

믿고 있었다. 이 어둑한 도시를 공포와 더욱더 까만 어둠으로 지

배하는 것이 아닌 밝은 빛으로 뒤덮어버리겠다는 선택을 한 순간

부터 변하지 않을 결심이었고 믿음이었다. 그 단호한 신념으로 가

득 찬 브루스의 푸른 눈동자에 투페이스는 얼굴을 한껏 일그러트

렸다. 그 자신은 이렇게나 엉망으로 망가지고 일그러졌는데 브루

스는 여전히 고고하고 아름다웠다.

자신도 브루스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때가 있다. 사실 그렇게 먼

오래 전도 아니다. 고작 한 달 전만 해도 이 자리에서 브루스와

함께 고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까.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브루스는 여전히 신념으로 빛나고

있는데 자신은 망가지고 부셔진 채 브루스에게 일그러진 어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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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시할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의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함께

걷던 두 사람이 각자의 길로 갈라져 버렸다. 선과 악, 그 둘의 갈

림길은 너무도 멀어서 투페이스도, 브루스도, 문득 상대가 너무 멀

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네가 틀렸어 브루스. 고담은 미쳤어.”

“아니. 미친 건 너야. 하비 덴트.”

브루스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뱉어내고 그의 흉물스러운 얼굴에

도 아무런 내색 없이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 브루스를 놓아주며

투페이스는 비틀거리고 두어 걸음 물러섰다. 흔들림 없는 브루스

의 눈동자와 확신에 찬 신념. 브루스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하

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제 나는 어쩌지?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브루스만이 그에게 마음을 줬던 것이 아니

다. 어쩌면 브루스보다도 더 이전부터 하비는 브루스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냐. 그렇지 않아.”

신념이 꺾인 남자는 힘이 없다. 투페이스는 꺾여버린 하비 덴트

의 신념과,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투페이스의 신념 사이에

서 방황하고 있었다. 자신을 망가트린 상대와 변할 듯 변하지 않

고 원상태가 되어가는 도시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투페이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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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가치관은 완전히 확립되지 못했고,

그런 그에겐 아직 하비 덴트로써 가졌던 생각들과 신념들이 남아

있었다. 브루스는 그런 투페이스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괴

로운 마음을 목구멍 뒤로 삼켰다.

“브루스. 내 브루스. 나는 미친 게 아냐.”

하비는 지친 음성으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

던 새카만 총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담이. 네가 사랑하는 너의 고담이 날 이렇게 망가트렸어.”

하비 덴트도, 투페이스도 되지 못한 가련한 남자가 짐승처럼 그

릉거림을 토해내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브루스의 또렷하고 선명

한 의지가 투페이스란 이름 아래에 눌려있던 하비 덴트를 끄집어

올렸다.

브루스는 그런 그를 둔 채 돌아서서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창밖

은 여전히 시커먼 어둠으로 뒤덮인 채 온갖 망령들을 품고 있었

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이미 고담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

까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고담은 이제 저를 품은 이 어둠을 지키

고자 어둠을 밝히려하는 사람을 어둠으로 미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마저 이 고담을 포기해버리면 누가 이 고담

을 빛으로써 밝혀줄 수 있을까? 브루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서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이 깊은 어둠 속에 잠겨버린 작은 빛.

그 빛을 더욱 환하게 밝히는 것이야말로 브루스가 해야 할 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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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또한 일생의 목표였다. 비록 사랑하던 사람이 흉하게 망가지고

일그러지더라도 그 자신은 이 도시를 위해 꿋꿋이 걸음을 옮긴다.

그것만이 갈 길이라는 듯.

“적어도, 난 이 도시가 더는 어린 아이가 부모님을 잃고 울지 않

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것뿐이야.”

그의 말이 상대에게 전해졌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브루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고 창 아래를 내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