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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국제협력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여론왜곡 지금 정부는 기재부 <ODA 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놓치고 있는 맹점은 FOCUS 개발현장을 통해 살펴보는 애드보커시의 의미, Mekong Watch 현지조사 KSP이제 평가가 필요하다! 국제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영향평가(IE)캄보디아 프놈펜 도시 개발의 가운데서 공여국의 과거에 대한 투영을 엿보다 잇는 만남 : 도란도란 부산으로 찾아가다! 이주민과 함께 정귀순 대표가 전하는 이야기 해외특파원 우즈베키스탄 손정배 특파원이 전하는 현장 보건사업 이야기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파울로 프레이리를 통해 보는 개발과 교육철학 3굿소스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제개발협력 ODA Watch 이모저모 3감사합니다 & 2살림살이 지구촌의 작은 정의꿈꾸는 OWL 762013.04.05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76호(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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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시민들이 만드는 비판적 관점의 국제개발협력 월간지 OW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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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76호(2013.04.05)

제 74호 2013.02.05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OWL’s View

국제협력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여론왜곡

지금 정부는

기재부 <ODA 및 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가 놓치고 있는 맹점은

FOCUS 개발현장을 통해 살펴보는 애드보커시의 참 의미, Mekong Watch 현지조사

KSP도 이제 평가가 필요하다! 국제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영향평가(IE)는

캄보디아 프놈펜 도시 개발의 한 가운데서 공여국의 과거에 대한 투영을 엿보다

책 잇는 만남 : 도란도란

부산으로 찾아가다! 이주민과 함께 정귀순 대표가 전하는 책 이야기

해외특파원 우즈베키스탄 손정배 특파원이 전하는 현장 보건사업 이야기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파울로 프레이리를 통해 보는 개발과 교육철학 제 3탄

굿소스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제개발협력

ODA Watch 이모저모

3월 감사합니다 & 2월 살림살이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제 76호 2013.04.05

Page 2: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76호(2013.04.05)

발행처

ODA Watch

발행인

이태주

편집장

한재광

편집기획

윤지영 조이슬

이번 호에 함께해 주신 분들

글쓴이

권혁문 김혜림 한승우 최고나

(ODA Watch 청년활동가 DAC팀)

손정배(해외특파원) 노태훈

박선하 유성상 이선재 이재원

이태주 조이슬 최은정 한재광

도움을 주신 분들

정귀순 황원규

감수 및 승인

실행위원회 및 사무국

편집위원회

한재광 김성수 윤지영 조이슬

최은정 한규환 홍문숙

주소

(121-8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6-2번지 누보빌딩 4층

Tel

02-518-0705

Fax

02-6442-0518

E-mail

[email protected]

발행일

2013.04.05

Copyright ⓒ 2013 ODA Watch

All rights reserved

치열한 현장 이야기

“부처별 칸막이를 걷어치우라!” “우리는 전기가 아닌 물고기를

원한다.” “모두를 위한 개발이어야 한다.” “한국 개발업자들의 야

심찬(?) 노력은 한국의 개발주의적 역사의 답습이자, 재현이자,

재생산과도 같다.” ”각 부처는 왜곡 대신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2013년 4월, OWL 76호가 전하는 치열한 국제개발 현장의 소리

들이다. 이번 OWL은 태국, 캄보디아 그리고 한국의 생생한 소식

을 전한다. 거대한 댐 건설로 고통 받는 메콩 지역 주민들의 목

소리를 소개한다. 한국 개발업자들이 프놈펜에서 벌인 야심찬 코

리안 드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기재부의 설문 왜곡도 보

여준다. 꿈 많은 청년들이 생각한 맑고, 밝고, 깨끗한 국제개발

현장과는 다른 모습을 전하는 마음이 무겁다.

“원조를 할 때 돕는다는 개념보다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개발을 둘러싼 모든 것은 사랑의

실천으로서 대화적(dialogic)이어야 한다.”

부산과 서울에서 전해온 글들이 읽는 이들을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번 OWL은 개발현장에서 전해온 슬픈 현실에 낙담하

는 이들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글들을 담았다. 새로운

도전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번 OWL은 4명의 청년들이 4명의 어린이들을 만난 소

식을 전한다. 예상보다 성숙한 어린이들의 생각에 20대 청년 4명

은 많이 놀란 눈치이다. 세상을 바라본 어린이들의 생각이 우리

를 숙연하게 만든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곳이 바로 개발과 발전의 현장이다. 태국과

캄보디아에만 현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이주민, 설

문보고서, 학자의 사상, 국제회의 그리고 어린이들의 생각에서

만난 개발과 발전의 현장을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OWL편집장 한 재 광 [email protected]

서 교 동 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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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3

제 76 호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여론을 왜곡하지 마라!

서교동에서

02 편집장의 편지

OWL’s View

04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여론을 왜곡하지 마라!

지금 정부는

06 기재부 설문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FOCUS

10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메콩 지역의 개발과 소외된 주민

14 KSP 평가체제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8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책 잇는 만남 : 도란도란

21 우리 모두 낯선 사람들 [이주민과 함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정귀순 대표 인터뷰]

해외특파원

27 우즈베키스탄의 일차보건사업 들여다보기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31 국제개발협력을 의식화하라! (세 번째 이야기) - ‘좀 더 나은’ 개발을 위한 공론의 장을 위하여

굿소스

35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39 ODA Watch 이모저모 40 3월 감사합니다 42 2월 재정보고

ODA Watch는 한국의 ODA가 지구촌에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발을 넘어 발전대안을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지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우리의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단체의 재정이 튼튼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동참을 부탁 드립니다.

★ 후원관련문의: 02-518-07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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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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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여론을 왜곡하지 마라!

국제개발은 국민들의 지지기반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

막대한 세금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사용되는 것이기

에 예산은 투명해야 하고, 성과는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 유럽의 전통적인 공여국들도 시민사회의 튼튼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

하여 왔다. 아프리카와 빈곤국들에 대한 ‘백인의 책무’

와 구 식민지에 대한 지속적 관리 의지가 작동하기도

하지만 유럽의 시민사회는 인권과 양성평등, 평화구축

을 위해 빈곤국과 분쟁국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데

에 별 이의가 없다. 유럽 공여국들의 ODA에 대한 국

민적 공감대와 지지기반이 확실한 것은 세계시민 교육

이 체계적으로 실시되고 있을 뿐 아니라 ODA에 대한

예산과 정보, 성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이기

도 하다. 정부와 의회, 시민사회와 민간기업들이 함께

모여 중요한 원조정책을 수시로 논의하고 시민들의 참

여를 확대하며, 정책과 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

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협력체계를 갖추었기 때문

에 국민들이 신뢰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ODA 여론조사 결

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면 우리나

라 국민들은 아주 이기적이다. 더 이상 국제개발협력을

확대할 수도 없고 확대해서도 안 된다. 기재부의 발표

대로라면 국민들은 무상으로 주는 원조 보다는 원리금

을 상환 받는 유상원조를 더 선호하고, ODA 예산을

확대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

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너무나 달라서 ODA

Watch가 설문지와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하여

확인한 결과 다행히도(!) 많은 의도적 왜곡과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재부는 무상원조 예산을 줄이고 유상원조인 대외경

제협력기금(EDCF)을 늘리기 위해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왜곡한 것이었다.

기재부의 여론조사는 납득할 수 없는 여론조작의 전형

적 사례이다.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은 개발도

상국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해주고

곧 이어서 바람직한 ODA를 물으면 답은 뻔하지 않은

가? 또 중요한 무상원조사업은 다 빼고 기재부가 시행

하는 경제 인프라 건설과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KSP), 장기 저리차관 제공 사업을 모두 나열하고 두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국민들은 당연히 기재부의 사

업에 더 많은 선호 표시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무

상원조만 해야 한다는 응답이 유상원조만 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두 배나 많았는데도 기재부는 이것을 고의적

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더구나 보도자료에서 유상원조가 개발도상국의 주인의

식(ownership)을 강조하는 원조라고 설명하면서 국민

들은 유상원조를 선호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기업이 수

주해서 사업을 시행하는 구속성(tied)차관원조가 개발

도상국의 주인의식을 오히려 강화한다고 주장하는 것

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국민의 43.1%가 ODA가 세금

인지 모른다고 답했고, 기재부의 대표적인 역점사업인

KSP는 84.2%가 잘 모른다 혹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옳은가? 국민들이 무지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ODA 예산과 정보를 투명

하게 공개하지 않고 책임 있고 효과 높은 원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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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국

민의 높은 시민의식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고 세계와 더불어 지내

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의 열린 생각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이기

적이고 자기 실리만 추구하는 후진적인 국민으로 만든

셈이다.

사회조사분석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러한 여론왜곡

이 왜 초래되었을까? 그것은 지나친 부처 이기주의와

ODA 경쟁 때문이다. 유상 따로, 무상 따로 하는 분절

화가 심하고, 부처 간 칸막이가 높아서 30여개의 부처

와 기관들이 제각각 국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잘못된 원조 시스템 때문이다. 국내협력도 제대로 못하

면서 국제협력을 한다는 것이 창피하다.

원조 예산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고, 사업평

가 결과도 알리지 않으며, 국민에게 보고도 제대로 안

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국제개발은 지구촌의 공공

재를 확대하는 일이고 국민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가

급적 많은 기업과 시민사회와 대학과 연구소들이 참여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고위 관료들과 퇴직 공무원들

이 많은 예산을 차지하고 독단적이고 관료적으로 수행

해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고 과감한 예산과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세계와 더불어 살고자 하는 국제

개발에 대한 뜨거운 국민의 열망과 세계시민 의식이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ODA Watch 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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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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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기재부 설문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2013 기재부의 한국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결과보고서 분석

1. 들어가며

작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문재인, 안철수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여론조사 설문문항 구성’에

대한 큰 논란이 있었다. 양측이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

를 이끌어낼 설문문항을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이와 같이 대중의 뜻을 알기 위해 실시하는

설문조사 작업 이면에는 의뢰자가 자신의 뜻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3월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국 경제발전경

험 공유사업(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결과’에도 숨겨

진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자신의 뜻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문조사 작업을 수행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에 대해 ODA Watch와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

(KoFId) 등 시민사회에서 이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

표하기도 했다. 중앙일간지에도 기재부 설문조사 왜곡

에 항의하는 기고가 실려 주목을 끌었다. 이에, ODA

Watch는 기재부의 ‘한국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결과 보고서’(이하 조사결과보고서)

와 보도자료를 입수 분석해 그 내용을 지면을 통해 구

체적으로 밝힌다.

2. 기재부 설문조사의 개요와 내용

이 조사는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협조하여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이하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됐

다. ODA Watch가 기재부 대외경제국 국제개발정책팀

을 통해 입수한 ‘조사결과보고서’는 “본 조사는 공적개

발원조(ODA) 및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의 인지

도 및 국민여론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대외원조 관련

활동에 대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함”

이라고 조사목적을 밝히고 있다.

<표 1> ⓒ 기획재정부, 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결과 보고서

‘조사결과보고서’에서 밝히는 설문조사를 위한 표본설

계는 위 <표1>과 같다. 이를 보면 일반적으로 행해지

는 설문조사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조사결과보고서’는 주요 조사내용을 아래 <표2>와 같

이 밝히고 있다. 이를 보면 이번 조사는 ODA와 KSP

에 대한 15개 측면의 내용 및 인지도에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표 2> ⓒ 기획재정부, KSP 대국민 인식도 조사결과 보고서

3. 기재부 설문조사의 문제점

기재부의 설문조사는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큰 문

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크게 기본적인

실수와 의도적인 질문구성 두 측면으로 분석될 수 있

다.

한재광 작성, ODA Watch 사무총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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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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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적인 실수

①질문 4번 : 수혜지역에서 남아시아 지역 누락

질문 4번은 ‘다음 지역 중 한국이 ODA를 가장 중점적

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역을 1곳만 골라 주

십시오’라고 물으며 다음과 같은 다섯 개의 선택사항을

제공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서남아

시아는 어디에도 없다. 수출입은행이 2013년 1월에 발

표한 ‘2011 우리나라 ODA 확정통계 주요내용’을 보면

방글라데시는 양자간 ODA 중 8.1% 를 지원받는 우리

나라 제2위의 중점협력대상국이다. 스리랑카는 4.4%로

4위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내용의 누락은 기재부 설문

조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의심케 한다.

②질문 11번 : 지원분야의 제시의 비일관성 및 사회부

문 배제

질문 11번은 ‘다음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 중

한국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가지

만 골라주십시오’라고 묻는다. 선택사항으로는 다음과

같은 총 다섯 개가 제시된다.

결과로는 1번이 60.4%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이를 선

택했다. 그런데 선택사항으로 제시된 다섯 개 항목에서

이상한 점 두 개가 발견된다.

첫째, 5개의 항목이 층위가 다르며 일관성이 없다. 1번

은 ODA의 사업분야이고, 2,3,5번은 현재 우리 정부가

집행하는 ODA의 형태이다. 그리고 4번 ‘장기저금리의

차관제공’은 유상원조인데, 이는 상환조건에 따른

ODA의 지원방식 분류에 의한 것이다. 이와 같이, 보

기에는 ODA의 분야, 형태 및 지원방식이 뒤죽박죽 혼

재되어 있다. 답안의 층위가 다르게 제시된 것은 명백

한 실수이다.

둘째, 5개 항목 중 한국 ODA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의료보건 등 사회개발 분야가 누락되어있다. 정

부의 공식적인 ODA 홈페이지인 ‘ODA KOREA’는

ODA의 분류를 다음과 같이 한다.

“ODA의 분야별 지원은 교육⋅보건⋅식수⋅공공정책 등

사회 인프라 및 서비스 (이하 사회부문), 운송⋅통신⋅에

너지⋅금융 등 경제 인프라 및 서비스(이하 경제부문),

농림수산⋅산업⋅무역 등 생산부문⋅환경보호 및 기타 다

부문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ODA KOREA에서 제시하는 2010년 ODA통계

를 보면 사회부문의 비중은 전체의 50%로 경제부분이

차지하는 33.7%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질문 11번은 한

국 ODA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부문을 선

택사항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기재부의 설문조

사 질문 11번은 두 측면에서 ODA와 관련한 매우 기

본적인 내용을 무시한 명백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참고로, 2012년에 국무총리실과 문화관광부의 주관 하

에 한국갤럽이 조사를 하고, 설문지 설계와 조사결과분

석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맡아 시행한 ‘ODA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연구’는 아래와 같은 10개의 항목을 제

시한다. 이는 현재 한국 ODA의 전 지원분야에 해당하

며, 기재부 조사와는 매우 다르다.

ⓒ 국무총리실,

ODA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연구

(KI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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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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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도적인 질문구성

①질문 7-5 : 무상원조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 사용

기재부의 질문 7-5는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 묻는

다. 그리고 선택사항으로 ‘전혀 동의하지 않음’, ‘동의하

지 않는 편’, ‘보통’. ’동의하는 편’, ‘매우 동의’와 같이

5점 척도의 내용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서도 두

개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첫째, 질문 이전에 무상원조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없

이 질문에서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이라고 부

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는 응답자로

하여금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게 하고 답안 선택에 영

향을 미친다.

둘째, 질문 7-5이후에 무상원조에 대해 했던 것과 같

은 성격의 질문을 유상원조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다.

질문 7번은 총 5개의 하부 질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런데 위 질문 7-5이 마지막이다. 이와 같이 무,유상원

조 양측에 대해 균형 있게 질문하지 않고, 무상원조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표현을 써서 질문을 한 것이다. 이

는 다분히 의도성이 보인다. 그 의도성은 다음 질문 8

번에서 확인된다.

② 질문 8 : 유상원조에 유리한 질문 배열과 보기제시

질문 8번은 ‘귀하는 바람직한 ODA 형태로 다음 중 어

떤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

문은 답변을 제시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박스형태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다.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7%는 유상원조만, 17.2%는

무상원조만 해야 한다는 답을 선택했다. 그리고 46.5%

는 유상과 무상을 적절히 하되 유상원조가 좀 더 많아

야 하는 것으로, 27.6%는 유상과 무상을 적절히 하되,

무상원조가 좀 더 많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두 개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첫째, 앞선 질문 7-5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를 통해

이미 응답자들이 무상원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바람직한 ODA형태를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상원조에 대한

유사한 성격의 질문을 했어야 했다.

둘째, 무상원조에 대한 예시가 부적절하다. 질문 8은

무상원조의 예로 ‘식량원조, 재난구호, 초청연수’을 제

시하고 있다. 이 내용들이 무상원조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상원조는 질문에서 유상원조의 예시로 제시

한 도로, 병원, 학교 등 인프라 건설사업도 수행한다.

자칫하면 응답자들은 무상원조는 ‘인프라 건설’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덜 중요한’것을 하는 것같이 선입견을

줄 수 있다. 이는 사소한 것 같지만, 응답자의 63.3%

가 ODA를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가운데, 답변을

선택할 때 제시된 예시가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명백하

다.

4. 기재부 보도자료의 문제점

기재부는 이상의 설문조사 내용을 요약하여 3월 15일

보도자료의 형태로 배포했다. 많은 언론이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기사를 읽은 국민

들은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

런데 이 보도자료에서도 두 개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1)설문조사에 없는 ‘주인의식’의 오용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들은 바람직한 ODA

형태로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ownership)을 강조하는

유상원조를 더 선호하고 있음”, “국민들은 개발도상국

의 경제•사회 인프라 구축에 유리한 유상원조가 주인

의식 제고 등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라

밝혔다. 그런데 설문 문항에는 유상원조가 개발도상국

의 주인의식을 제고한다는 내용은 물론, 주인의식에 대

한 표현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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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결과 기재부의 설문조사 작업 과정에서 설문조사

의 객관성과 전문성 담보를 위한 외부전문가가 참여한

자문회의는 없었다. 이는 201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 시행한 ‘ODA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연구’와 비교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조사연구 과정에서 설문문

항의 객관성과 전문성 담보를 위해 시민사회전문가가

참석한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사를 맡은

한국갤럽의 담당자들도 참여했다. 자문회의에서 설문항

목에 대한 상당수의 수정, 보완필요 지적이 있었다. 실

제 설문조사는 그 내용들이 반영되어 실시됐다.

기개부의 설문조사과정에 이와 같이 외부 전문가의 자

문회의가 있었다면, 현재 지적된 상당수의 기초적인 문

제들은 개선됐을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6. 맺으며

기재부는 왜 이와 같은 기본적인 실수를 했을까? 또

왜 의도적으로 유상원조 및 KSP에 유리하게 설문문항

을 구성했을까? 기본적인 실수는 빼고라도 의도적인

설문구성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1월 31일 발표된 한국에 대한 OECD DAC의 동

료검토(Peer Review)보고서는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유

상원조를 지양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유상원조

비율이 40%나 되며, 고채무빈국에 대한 유상원조 비율

이 18%에 이르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 설문의 이면

에는 유상원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호적이지 않은 시

선 및 새 정부 들어 힘이 실린 자 부처의 위상에 대한

기재부의 고려가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맥락에

서 유상원조와 KSP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도록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지속되어온 무상과 유상원조 담당 부처간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최근 더욱 첨예 해지고 있다. 그 과정에

서 정부 부처 및 관련기관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다양

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억측

도 발견된다. 과열된 분위기 가운데 이번 조사결과보고

서 및 보도자료와 같은 왜곡이 더 나올까 우려된다. 이

러한 활동이 활발할수록 정부에 대한 불신은 쌓여져

갈 것이다. ODA를 담당하는 각 부처는 이 같은 모습

을 보여주는 대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

다. 한국정부가 ODA를 제공하는 사실을 ‘잘 혹은 전

혀 모르는 63.3%’와 ODA가 국민의 ‘세금이라는 사실

을 모르는 43.1%’ 그리고 KSP를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84.2%’의 국민들에게 다가

가서 ODA를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보도자료는 마치 답변한 국민들이 유상원조가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을 제고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

이 설명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2)국민들이 유상원조를 선호한다는 설명은 기재부

에게 유리한 점만 선택한 결과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국민들이

“유상원조를 더 선호하고 있음” 이라 밝혔다. 그 근거

로 “유상과 무상을 적절히 조화해서 시행하되, 유상원

조가 좀 더 많아야 한다(46.5%)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상원조가 좀 더 많아야 한다는 의견은 27.6%에 불

과”라는 질문 8번의 결과를 그 활용한다. 이 설명자체

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재부 보도자료는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제시된 다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질문 8번의 결과 중 ‘유상원조만 해야한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8.7%이다. 반면 ‘무상원조만 해야한다’를 선

택한 응답자는 17.2%이다. 이는 유상원조만을 선택한

응답자의 약 두 배다. 이를 기반으로 보도자료를 쓴다

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올 수 있다.

‘유상원조(8.7%)보다 무상원조(17.2%)를 선호하는

국민이 두 배 가량임. ’

3)대다수의 국민들이 KSP에 대해 모르는 사실은

기재하지 않음

기재부의 보도자료는 “대표적 한국형 ODA 프로그램

인 KSP에 대해서도 개발도상국의 발전(76.6%)과 우리

나라와의 경제협력 활성화(74.7%)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질문 12는 이와는 다른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결과를 제시한다. 이 질문은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에 대해 알고 계십

니까?’ 라 묻는다. 응답자의 50.9%는 ‘전혀 모른다’,

33.3%는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라는 답을 선

택했다. 반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14.2%이며, ‘매

우 잘 알고 있다’라는 답안을 택한 응답자는 불과

1.6%이다. 정리해보면, KSP에 대해 ‘전혀 혹은 잘 모

르는’ 국민들이 84.2%에 이른다. 그러나 기재부 보도

자료는 이러한 현실은 전혀 배제한 채 KSP에 유리한

내용만을 홍보하였다.

5. 기재부 설문 수행과정의 객관성 담보 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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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10

FOCUS ●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메콩 지역의 개발과 소외된 주민

ODA Watch가 메콩 지역에 다녀왔다. 일본 단체인 메

콩 워치(Mekong Watch)가 주최한 현장 조사를 일본,

중국, 한국,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의 NGO와 언론이

함께 참가했다. 메콩 지역은 인도-차이나반도를 부르

는 다른 이름으로, 메콩강이 흐르는 중국 남부,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6개국을 말한다. 이번

조사는 특히 동북아 3개국이 메콩 지역의 개발에 어떻

게 참여하고 있는가를, 동북아 3개국의 시민사회와 언

론이 살펴보고 연대 방안을 만들기 위해 꾸며졌다. 동

북아 3개국 중에서,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은

아주 거칠게, 한국은 이제 조금씩 발을 딛고 있다.

메콩 지역은 한마디로 ‘개발’의 중심에 있다. 댐 건설,

대량 조림, 광산 개발이 개발의 주요 분야이고, 이를

위한 도로, 다리 등의 인프라 공사는 기본이다. 각국이

잘 살아보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기 저기 산하를

파헤치고 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이를 뒷받침하

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발의 결과가 스스로 내건 슬로

건처럼 모두가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발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개발의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발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더욱 소외되는 결

과를 가져온다.

개발의 결과는 지역 주민의 고통으로 남아

메콩 지역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개발에 앞섰던

태국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태국 사람들을 만나면 앞

으로 이 지역의 개발은 태국 방식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그만큼 개발의 문제가 많았다

는 이야기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급속한 전력 수요

를 감당하기 위해 태국은 풍부한 강의 수량을 이용해

댐을 지었다. 그러나 많은 실패를 했는데, 그 중 1994

년 태국 동북 지역의 문(Mun) 강에 건설한 빡문(Pak

Mun) 댐은 메콩 지역의 막무가내 식의 개발과 그것이

가져오는 환경파괴의 상징이 되었다. 빡문 댐 건설 계

획이 발표되자, 지역 주민들은 댐을 지으면 여러 문제

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을 했지만, 정부는 세계은행

(WB)의 지원을 받아 결국 댐을 지었다. 댐 건설로 인

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댐에 가로 막혀 물고기가 회유를 하지 못하게

되어 265종이던 물고기가 45종으로 줄었고, 물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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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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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바리케이트와 같은 Pak Mun 댐 ▲ 댐에 적힌 건설 반대 글귀 모습 ▲흘러갈 길 없는 Mun 강의 모습

▲ 댐 건설로 아픔을 겪은 주민들과의 대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이선재

의존해 살던 강변 주민의 생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 것

이다. 당연히 주민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태국 정부는

할 수 없이 댐의 수문을 1년간 열고 무엇이 문제인지

조사를 시작했다. 댐을 다시 연지 1년 만에 45종으로

줄었던 물고기는 다시 137종으로 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와 함께 정부와 민간에서 실시한 모든 조사는 댐

을 연중 내내 열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렇지만 태

국 정부는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1년 중 4

개월만 수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태국 정부는 댐을 건설할 때나, 문제가 발생해서 대책

을 논의할 때나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모두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댐을 건설할 당시에는 이 댐

을 지어야만 메콩 유역에 여러 댐 건설을 강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지금은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 없

고 다른 지역에 유사한 영향을 주기 싫어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빡문 댐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

람들은 다시 댐의 수문을 열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고,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모두 사라져 버렸

다. 태국 정부는 정권이 바꿨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기업은 이미 이익을 챙겨 떠나버렸고, 정치인은 다른

사람 탓만 하거나 핑계를 대고 있고, 오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주민들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는 전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원한다.

이런 슬픈 이야기는 캄보디아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단은 캄보디아 가장 동북부에 위치한 라따나끼리

(Ratanakiri) 지역을 방문했다. 세콩(Sekong), 세산

(Sesan), 스레뽁(Srepok), 즉 영문자 S로 시작하는 3개

의 강이 흐르는 지역으로, 20여개의 대형댐이 이미 지

어졌거나 건설 중에 있고, 앞으로도 최소 26개의 댐이

지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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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12

라따나끼리는 댐 건설, 광산 개발, 대량 조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당연히 중국과 한국도 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로우어세산 2(Lower Sesan 2)라는 이름의 댐이 지어지

면 수몰에 처하게 될 쓰레꼬(Sre Ko) 마을에 갔다. 이

틀 동안 이루어진 마을 주민들과의 대화의 결론은 주

민 모두 “이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에

서 이주하면 학교, 사원을 지어준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미 있는 것을 다시 짓는 게 무슨 보상이냐? 농토도

준다고 하는데 어떤 땅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대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는데, 이제 어떻게 하라는 것이

냐?” 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형 댐을 짓는 과정에서 밀어붙이기는 당연히 발생한

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만이 소외 되는 것이 아니

다. 심지어는 해당 지역의 지방 정부도 개발 사실을 제

대로 모른다. 그저 중앙정부에서, 아니 ‘국가’가 하는

일이니까 그냥 따라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국가발전

을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고 정부가 주장하면 당신

은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자 주민은 대답을 주저했

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메콩 워치의 사무총장인 도이

토시유키(DOI Toshiyuki)는 “국가는 없다. 당신이 바로

국가의 일원이니까,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다고 대답해라.”라고 말하자, 주민들은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전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원한다.”

이 지역에서 산림과 강의 보존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현지 시민단체인 3SPN(3S Rivers Protection Network)

은 주장한다. “개발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발은 ‘모

두를 위한 개발(Development is for All)’이어야 한다.

소수만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그 결과가 모두에게 공

평히 돌아가야 한다.”

국경을 넘어 갈등을 만드는 개발

라따나끼리를 흐르는 3개의 강은 캄보디아만의 강의

아니라 국제하천(International Rivers)이다. 국경을 가

로지르는 여러 하천들은 이미 국가간의 갈등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세산강과

스레뽁강은 베트남에서 발원하는데, 이미 베트남에 건

설된 수많은 댐들은 하류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 주민

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Srepok 강 댐 건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모습

▲ Sesan 강을 지켜달라는 염원을 담아 방류될 물고기들의 사진 ⓒ 이선재

강의 수량이 줄어들고, 예고없이 수문을 개방해서 홍수

를 일으키기도 한다.

3개 중 또 하나의 강인 세콩은 라오스에서 시작해 국

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흐른다. 한국이 이 세콩강의 라

오스 지역에 세남노이(Xe Namnoy)댐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서부발전에서 배포한 “한국서부발

전-SK건설, 태국에 전기 판매한다.”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에는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2005년 이

번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태국발

전회사 라차부리와 라오스 국영기업 LHSE를 합류시켜

사업을 추진해왔다.”라는 내용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이 라오스에 댐을 지어 전기를

생산해 태국에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댐 건설 자금은 이 지역에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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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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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출자하는 라오스 LHSE의 자금은 한국의 경제

개발협력기금(EDCF)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이 기금뿐

만 아니라 아예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라오스로 융자도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돈을 대고, 공사는 당연히

한국이 맡는다. 그래 놓고는 마치 한국에서 공사를 따

낸 것처럼 홍보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이 사업은 민간-공공부문협력(PPP)이라는 포장으로 쌓

여있다. 개발을 위한 자금을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분에서도 조달한다는 이 포장은 대단한 것처럼 보이

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이 포장의 이면에는 공공 부문

이 기업을 앞세워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

다. 예전에는 공공 부문이 개발을 하면 정보의 일부라

도 제공을 했지만, 이제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아예 상대도 하지 않는다. 정보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것이다.

이 댐에서 얻는 전력의 90%를 태국에서 가져간다. 왜

태국은 자기 나라에 댐을 짓지 않고 남의 나라에서 전

기를 사갈까?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보도자료에 나

와 있다. “태국은 최근 경제성장으로 전력수요가 매년

4.6%씩 증가하고 있으나, 자국 내 환경규제가 심하

고... (이하 생략).” 즉, 태국에서는 환경규제가 심하니

까 환경 규제가 없는 라오스에 댐을 짓고 전기를 산다

는 것이다. 앞의 빡문 댐 사례에서 보았듯이 태국은 지

역의 목소리가 커지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태국은 이미 라오스에 여러 개의 댐 건설을

직접 투자하고 있다.

누가 개발에 책임을 지는가?

메콩 지역의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일본, 중국,

한국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인식이 될까? 지역

의 개발을 도와주는 나라일까? 아니면 개발의 나쁜 영

향을 주고 가는 나라일까? 개발이 만드는 부정적 결과

에 대한 책임을 느낄까?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공

공부문은 그 나라 정부의 뒤에 숨어있다. 지역 주민들

에게 개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마구 밀어붙

이는 무지막지한 정부 뒤에 숨어서 이익만을 채우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 한국이 와서, 중

국이 와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나쁜 국가

의 이미지를 남긴다. 정치, 경제나 안보의 논리로 남을

따라갔다가 두고두고 한국이 욕을 먹는 부끄러운 일이

있다. 오래 전, 바로 메콩지역에 있는 베트남에 총을

들고 갔던 일이 그 것이다.

댐을 건설하겠다는 ‘개발론자’들은 어디에나 널려있고,

그 개발을 막으려는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은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서는 댐건설을 두고 힘들고

거친 싸움을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이미 지은

엄청난 규모의 댐을 철거한다는 뉴스가 넘치고 있다.

이선재 작성, ODA Watch 실행위원장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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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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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

KSP 평가체제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KSP 평가시스템 개발을 위한 국제회의’ 참관기

한국의 개발경험을 모듈화 하여 개도국에 전수함으로

써 우리만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공유하고, 학습을 유도

하여 성장을 이루어낸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경제

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이하

KSP). 2013년 KSP에는 257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

다. 작년 대비 65억 원이 증가한 규모이다. 이처럼

KSP 예산은 매년 상당한 규모로 증대되고 있다. 현재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

소가 된 KSP 사업의 성과 평가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논하는 국제회의가 지난달 말 개최되었다.

3월 21~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획재정부

주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 하에 열린 KSP 평가

시스템 개발을 위한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Developing Evaluation System for the Knowledge

Sharing Program)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국제회의에서

는 세계 각지의 선진 개발협력기구의 전문가들이 참석

해 평가시스템 구축에 관한 경험과 조언을 나누는 자

리가 마련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한 많은 국

제개발협력 전문가 및 일반인들이 자리에 함께하고 적

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청중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조연설 1 : 하워드 화이트

- 개발효과 증대를 위한 영향평가 활용방안

기획재정부와 KDI 측 인사의 간단한 개회사 및 환영

사가 끝난 뒤 곧바로 영향평가이니셔티브(3ie) 소장인

하워드 화이트(Haward White)의 기조연설이 시작되었

다. 하워드 소장은 세계은행(World Bank)이 방글라데

시에서 수행했던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사례를

들며, 표면적 요소를 근거로 하는 단순 성과 측정으로

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에

영향평가(Impact Evaluation)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함

을 역설했다. 또한 평가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 시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

는 점도 강조했다.

<세션 1 : 지식공유사업 평가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다음으로 ‘KSP 평가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라는 주제

를 가지고 두 연사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주제 1 : 존 오웬

- 실용 원칙을 활용한 영향평가 구조화 방안

멜버른 대학교(The University of Melbourne) 프로그램

평가센터 선임연구위원인 존 오웬(John Owen)은 공여

국의 헌신적 접근과 노력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래야만 대상국의 요구를 정확

히 파악하며, 이를 기반으로 설계된 계획이 실행되는

것이며,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영향평가(Impact Evaluation)이다.

오웬 연구위원은 영향평가가 프로그램에 가치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요소임이 분명하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평가의 필수구성요소인‘계획, 목적, 구체적 프로그램 묘

사, 핵심질문 도출, 보고’ 등의 전 과정에서 비용과 시

간 소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반

드시 필요함을 강조했다. KSP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에

적합한 평가방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련한 평가 이

론과 연구 방법론에 대한 세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덧붙였다.

주제 2: 나즈멀 챠우드허리

- 성공과 실패의 교훈: 정책반영을 위한 영향평가의

역할

다음으로는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경제학 박사 나즈멀 챠

우드허리(Nazmul Chaudnury)의 발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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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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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국의 과감한 토지개혁 및 국유화 시스템에 대

해 언급하며, 한국 사례처럼 원조가 실제 개발로 이어

지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영향평가를 유용하게 진행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투입되는 자금의 결정, 전체적 프로그램

디자인, 프로그램이 영향을 주는 의미를 꼽았다.

모잠비크 저비용 미취학 학교 프로그램을 사례로 든

그는 프로젝트가 위의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현재

는 농촌 600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KDI에도 프로젝트 대상의 충분한 전후 사정을 고려하

여 영향평가를 진행하되 좀 더 실용적인 방안을 택해

야 한다고 조언하며, 지속적인 영향평가를 통해 프로그

램의 피드백이 가능해야 이후의 대안,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프리 삭스(Jeffrey David

Sachs)가 추진하는 밀레니엄 빌리지 사업(Millennium

Village Project)이 성공적이지 않은 이유는 지속 가능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것은 성공 사례(Best

Practice)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

는 점도 덧붙였다.

기조연설 2: 젠다 오피르

- KSP 평가시스템의 7대 의무(개도국 관점)

다음으로 스텔렌보쉬 대학(University of Stellenbosch)

연구위원이며 아프리카 평가 위원 등 다수 기관에서

활동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젠다 오피르(Zenda

Ofir)는 자신은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개도

국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젠다 연구위원

은 ODA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발도상국이 원조 에 대

한 의존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먼저 밝

혔다. 뒤이어 KSP의 목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서 개도국 관점에서 본 평가시스템의 7가지 과제를 나

열했다.

1) 첫째 과제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평

가를 위해서는 신뢰성, 견고성, 투명성을 가짐과 동시에

엄격해야 하며, 국가기반의 규범, 도덕적, 제도적인 문

제를 고려해야 한다.

2) 둘째는 ‘목적 지향적인 전반적 프로그램 평가시스템

구축’이다. 단지 변화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왜, 누굴

위해서,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전체적인 파악

이 필요하다.

3) 셋째는 ‘일관성 있는 포트폴리오 접근’이다. 프로젝

트를 계층화시키고 카테고리 별로 맵핑하면 추후에 어

떤 프로젝트, 결과가 어떤 요소에 기인했는가를 쉽게

계량화할 수 있어 프로젝트 관리를 용이하게 할 수 있

다.

4) 넷째는 ‘우리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이슈를 고려’

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간과하는, 혹은 민감한 이슈

들도 끌어안는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KSP를 진행할

때 그 나라의 배경, 문화, 환경,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

여 주체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개발 주도권을 쥘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5) 다섯째는 이론상의 규범보다는 그 상황 자체를 더

고려한 참여가 필요하며, 그렇게 발생한 영향 모니터링,

개입의 질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

6) 여섯째는 ‘의도치 않은, 예기치 않은 결과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연구자료 등을 통해 위의 과제

에 맞는 도움을 얻을 수 있다.

7) 마지막으로, ‘KSP에서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 하다. 대상국의 이데올로기와 맞지 않는 제안은

오히려 피해만 줄 뿐이며, 실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세션 2: 영향평가의 이론과 실제>

이어서 ‘영향평가의 이론과 실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 연사자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주제 1: 앤 듀셋

- 영향에 대한 시사점: 평가가치의 극대화 방안

조지워싱턴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앤 듀셋 교수

(Ann M. Doucette)는 영향평가의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작위화를 꼽았다. 무작위화의 장점으

로는 동등한 비교집단을 설정한 뒤 대상이 프로그램에

노출되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무작위화는 모든 프로그램

에 실현 가능한 방법은 아님을 명시하며 매칭법, 회기

불연속 설계 법, 이중차분 법을 예로 들었다. 프로젝트

마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위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앤 듀셋 교수는 요르단에서 시행한

접근 사례를 예로 들었다. 요르단 남, 북부 6개 마을에

서 시도된 지역사회 강화 연구 프로그램에서는 지리적,

부족 간 차이 등을 미리 인식하여 유연한 방법론적 접

근을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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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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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가를 통해 마을 간 어떠한 방식을 채택했는가, 원

래 도입방식과 실제 시행한 방식의 차이, 참여도의 차

이, 가설의 결과, 예측하지 못한 결과 등을 평가로 매

겨 환경, 정치적 차이에 따른 프로젝트 효과를 쉽게 파

악할 수 있었는지 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듀셋은KSP

사업의 혁신과 확산을 위한 5가지 방식도 제시했다. 이

는 기존의 접근법보다 현 접근법이 더 이점이 있는가

를 찾는 △상대적 이점, 기존의 지식을 버리지 않는 상

태에서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

찾는 △적합성, 새로운 프로그램이 실현가능한지 인식

하는 정도를 찾는 △복잡성, 시스템이 타당하고 현실적

인지 확인하는 △실현가능성, 새로운 프로그램에 의한

결과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찰성이다.

주제 2:필리페 라뤼

- OECD 위원회와 역할 평가:

지식공유기구 OECD가 보여주는 방법론적 시사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가위원인 필리페 라뤼

(Philippe Larrue)는 OECD의 사례를 들며 발표를 시

작했다. 그는 OECD는 회원국의 데이터를 먼저 수집하

여 이를 기반으로 분석, 벤치마킹, 연구도출 과정을 거

치며, 이후 회원국 간의 논의, 교류를 통해 최종적으로

회원국의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이 때

OECD는 진행된 모든 단계를 평가하여 성과, 효율성,

결과, 정책상의 영향을 체크한다는 것이다. 필리페 라

뤼는OECD는 권고를 제기하고 1년 후 이행현황에 대

한 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회원국이 권고를 지켜야

하는 부담이 높고, 따라서 상당히 포괄적인 형태의 권

고를 제공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평가를 내리기 위한 3가지 기준으로 회원국 간의

관련성, 효과성, 효율성을 꼽았는데, 그는 정책의 영향

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가짐

과 동시에 정확한 지표를 기반으로 평가에 임해야 한

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가는 애매모호하지 않아야 하

며,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OECD는 수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많은

데이터들을 종합하여 평가등급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젝트 그룹들의 개발지표를 평가하

여 기준을 정해 세부 하위등급을 설정하고, 이후 전체

적인 프로젝트 영향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주제 3: 미하엘 가조

- GIZ 개입에 대한 영향평가가 주는 시사점

독일개발협력공사(GIZ)의 평가시스템 팀장인 미하엘

가조(Michael Gajo)는 지식공유사업인 KSP에서는 영향

평가에 제약요소가 많기 때문에 자금 기반 사업과의

연계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KSP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시행한 한 사업을 소개했다. 이 사업은 GIZ가 필리핀

국가기관인 TESDA(Technical Education and Skills

Development Authority)와 독일의 GIOs(German

Implementing Organizations)와 파트너쉽을 맺어 전반

적인 교육시스템 개혁, 직업교육, 전문기관 설립을 목

표로 한 사업이었다. 이 가운데 CEval(Center for

Evaluation)이 영향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준실험설계법

(Quasi-experimental research design)[1]을 이용하여

프로젝트의 적합성을 연구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영향

평가를 진행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성공적

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세션 3: 개발협력사업의 영향평가 사례연구>

마지막으로 세 연사자가 개발협력사업의 사례연구를

토대로 발표를 시작하였다.

주제 1: 에이지 코주카

- 영향평가의 실질과제:

일본국제협력기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국제협력기구(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평가전문가 에이지 코주카(Eiji Kozuka)는

무작위 통제 시험법(Randomized Controlled Trial) [2],

이중차분법(Difference In Difference)[3]와 같은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영향평가를 시행한 사업인 서아프

리카의 “School for All”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그 중

니제르에서의 예를 보자면 지역과 학교간의 커뮤니케

이션을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의 참여를 활발히 이끌어내면서 여성교육 참여율,

학생 졸업률 상승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후 프로젝

트는 서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로 확산되는 성공적인 결

과를 낳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프로젝트 실사용자의 관점으로 본 영향평가

의 도전과제도 제시했다.

[1] 준실험설계법(Quasi-experimental research design): 비교집단간의 동질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2] 무작위 통제 시험법(Randomized Controlled Trial): 실험 대상을 통제 그룹과 비 통제 그룹으로 나누어 배정해서 실험의 효과

를 비교하는 임상적 방법.

[3] 이중차분법(Difference in Difference): 정책상의 변화 시점 전후에 걸쳐 동일한 주체의 자료를 비교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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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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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평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를 증대해야 하며, 영향평가가 개입되어야 하

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한 실무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투자해야 할 필요도 언급했다. 마지막으

로 현지 이해당사자들과의 조율은 서로 간 데이터 수

집에 원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제 2 : 이계우

-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의 영향평가:

KSP를 위한 교훈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이계우 교수는 KDI가 과거 30

여 년 동안 한국에서 시행되었던 기생충 퇴치 운동을

토대로 탄자니아 등 개도국에서 새로운 기생충퇴치 프

로젝트를 KSP를 통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수십 년간의 한국 학생 기생충 감염률 통계기록을 연

구하고 이렇게 도출된 연구결과를 해외에 전달하고 있

다는 것이다.

KDI는 실용주의 노선을 지켜 가능하면 무작위 통제

시험법과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경

험한 과거의 사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공적인 KSP 사업을 위해서는 한국

경험 내에서 적합한 사례를 찾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모듈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엄격한

영향평가가 필요하며 결과 중심적 포커스와 평가지향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점, 이행되지 못한 사례도 연구

하며 유사 현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

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제 3: 타니아탬 - 미국 국제개발처에서의 평가

미국 국제개발처 (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 평가 연구위원인

타니아 탬(Tania Tam)은 USAID가 2001년부터 영향평

가의 필요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이래

로 어떠한 시간적 흐름과 과정에 따라 평가제도와 정

책을 마련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타니아 연구

위원은 USAID가 엄격하고 수준 높으며 투명성 있는

평가기준을 통해 프로젝트의 효과성과 책임성을 강화

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임을 밝혔다. 위 요소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스태프 교육, 전문가의 기술자

문,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젝트 설계 당시부터 평가

계획 수립, 투명성강화, 평가자원 확보, 마지막으로 이

러한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타니아 연구원은 성공사례만을 평가하지

말아야 하며,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

져야 함을 매우 강조했다. 성공의 기준은 원조효과성에

부합했을 경우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변

화를 위해서는 수시로 현재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틀간 펼쳐진 회의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국

제사회의 다양한 기구와 단체에서 온 평가 전문가들의

연구와 경험을 배울 수 있어 필자에게 매우 유익했다.

그리고 KSP에 던지는 여러 가지 제언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KDI를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KSP를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

하여 좋은 사례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한 부분은 한국 ODA의 발전을 위해 외부의

조언을 아낌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과 같은

자세라고 생각되었다. 필자는 외부에서 제안하는 방식,

마인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KSP에

알맞은 평가시스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

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OECD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종합하기 위해 쓰이는 등급시스템이 자칫

하다간 복잡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너무 단순화시키

는 경우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젠다 오피르의

주장을 생각해 보면, 성공적인 사례, 잘 갖추어진 시스

템처럼 보이는 여러 선진기구들의 방식이 100% 옳다

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선진시스템, 우리보다 분명

한 단계 높아 보이고 이미 그 선진시스템을 가지고 성

공한 사례가 많다 하더라도 우리는 무조건 수용자의

입장이 아닌 좀 더 능동적인 검증을 통한 보완이 필요

하다고 생각된다.

KSP사업의 성과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외치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회의

는 국제사회의 풍부하고 유용한 사례를 공유할 수 있

었던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

만 이것이 성과 공유와 우수사례 학습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가체제 마련을 위한 교두보가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의

장에 시민사회와 학계를 비롯한 민간의 폭넓은 참여의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노태훈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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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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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동남아 연구의 불모지와 다름없다. 특히 기업진

출, 문화적 한류 등이 국경 밖을 바라보는 단단한 틀이

문화, 산업 분야뿐 아니라 학계까지도 움켜쥐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대다수의 한국인에게 동경이나

선망의 대상이 아닌 동남아 연구는 그 외의 관점을 접

목시킨 연구를 찾기도, 진행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

렇기 때문에 식민/제국주의의 영향으로 국경과 인종이

나누어지고, 그 상흔이 아직까지도 남아 다양한 종족분

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개발과 관련한 문제까지 겪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문제를 국경, 또는 한국의 진출이라

는 국익 차원을 넘어서 바라보는 국내의 연구는 대단

히 흔치 않다.

예를 들어 국내 유명 대학에서 나온 태국에 관련된 개

괄서도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카렌족

등 소수민족에 대해 ‘근대적인 국경 개념이 없어 마구

국경을 넘어다니며, 화전이나 마약을 주 수입원으로 삼

기 때문에 국가에 혼란과 불안을 야기한다.’는 단순한

설명만을 제시한다. 왜 일군의 무리의 사람들이 정주하

지 않거나 혹은 못 하는지, 왜 국경 지역을 맴돌 수 밖

에 없는지에 대하여 주류 프레임을 넘어 역사와 사회

를 바라보는 비판적 고찰이 부족하다. 이러한 주류적

동남아 연구에 대한 환멸이 동남아시아 주민과 그 삶

의 역동성을 주류 패러다임 한계를 극복한 방식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마음에 필자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

다.

필자는 메콩 지역 개발과 이것이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연구적 관심을 집중해왔다. 따라서 이번 3월 8

일(금) 서강대학교 동남아시아 연구소에서 주최한 이번

강연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번 강연은「미래의

유통, 과거의 망령: 의심스러운 프놈펜의 도시화

(Circulations of the Future, Specters of the Past: The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미래의 유통, 과거의 망령: 의심스러운 프놈펜의 도시화’ 참관기

Speculative Urbanism of Phnom Pehn)」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으며 캘리포니아 대학 실비아 남 박사를 초청

하여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실비아 남 박

사는 도시 개발 및 관련 정책을 인류학적 관점을 통해

연구해오고 있다.

이번 강연은 제국주의의 상흔이 아직 완벽히 극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크메르 루즈[1]에 의해 제국주의에 오

염된 장소라고 지목되어 ‘완벽히 비워진’ 경험을 한 도

시가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특히 그 중에서도 두드

러진 한국 자본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내용이었

다. 즉, 캄보디아를 사회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

려는 미국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원조가 도시를 움직

이던 시대가 끝난 뒤 수많은 아시아의 외부 자본들에

의해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른 도시

프놈펜을 살펴보고, 현재 도시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

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남 박사는 “크메르 루

즈에 의해 도시가 완전히 비워진독특한 역사적 자취를

가진 지역에서 도시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

는가?” 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연구가 시작

되었음을 밝혔다. 이에 트랜스내셔널 자본주의와 이에

기반한 투자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과거의 투영’으로 공고히 묶인 서울과 프놈펜의 관

계, 그리고 개발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제국주의, 크메르 루즈 등의 아픈 과거의 상흔이

아직 치유되지 않아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

라는 평가를 받는 최빈국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특히 토지의 인플레이션이

FOCUS ●

[1] 크메르 루즈(Khmer Rouge)는 1975~1979년 캄보디아에서 집권했던 공산 정당이었다. 이들은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형태의

공산화를 통한 사회개혁을 꿈꾸었으며, 농촌의 집단 노동으로 이뤄지는 사회를 목표로 했다. 특히 강제 노동과 서구세계에 오염된

지식인층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실시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집권 시기에 인구의 1/3 또는 150만 명 가량이 목숨을 잃은 것

으로 추정된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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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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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동시에 동남아

시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시장을 가진 도시 중 하나

가 되었다. 남 박사는

1) 포괄적, 거시적, 효과적인 거버넌스나 마스터플랜이

존재하지 않는 정치적 상황

2) 국내 화폐인 리엘 대신 대부분의 경우 달러가 그대

로 통용되어 세금이나 환차손 없이 그대로 이익을 챙

길 수 있기에 외부 투자자본에 유리

3) 외부 투자자본의 난립을 통제할 역량이 없는 정부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말 그대로 투자자본이 ‘무엇이

든 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2]

그 결과 경기 불황과 생활, 비즈니스의 악조건에도 불

구하고 2004~2008년 사이 프놈펜의 부동산 가격은 10

배 이상 뛰었으며[3] 2013년 현재는 더욱 수치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시아 투자자 중에서도 한국의 활약상(?)이 가장 두드

러지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로 꼽혔다.

먼저, 남 박사는 부동산 투자가 이미 상당 수준 도시화

가 진행되거나 개발된 방콕, 뭄바이, 싱가폴, 홍콩, 서

울 등의 아시아의 도시의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는 UN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녀는 아시

아의 많은 도시에서 투자가 도시화를 이끄는 촉매재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개발의 단맛을 본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프놈펜에 투

영하며 부동산 투자를 선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국제사회의 다양한 평가지표들이 프놈펜의 매우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부동산 투자가 이루어지는지는

이유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투자의 의도를 갖지 않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통용되는 ‘과거에 대한 투

영’이 투자의 촉매제로 작용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프놈펜이 25년 전의 방콕, 40년 전의 서울의 모습

으로 묘사되어 다양한 투자자들이 낮은 발전가능성과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프놈펜에 토지를 사고,

인플레이션을 주도함으로써 캄코시티[4] 등의 거대 도

시를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투자로 인한 개발 방식은 대부분 거

시적 측면에서 도시의 발전 양상을 내다보며 체계적으

로 진행되지 않는다.

남 박사는 한국 투자가들이 프놈펜의 투자에 열성을

올리는 이유는 ‘융통성 있는 제도’, 즉 약간의 돈과 권

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교섭 가능하며, 융통성 있게 변

화 가능한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코시티

의 실패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경우 토지 가격의 인

플레이션만 이루어 질 뿐 현재까지 마천루와 화려한

프놈펜의 미래, ‘강남’이 된 프놈펜에서 일확천금의 꿈

을 이룬 한국의 투자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대한 개발의 모습은 외부보다는 내부를 보

여주는 창

필자는 남 박사의 발표를 통해 공여국이 경험하거나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발의 형태’에 대한 가치관이 이

들이 제공하는 원조에 담겨있기에 오히려 개도국 현장

의 개발모습을 보면 그 속에서 공여국의 사회특징과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땅을 사

서 비싼 값에 되팔고, 혹은 그곳에 건물을 올려 불로소

득을 올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부의 성취인 것처럼 생

각되는 한국 사회가 정부가 외부의 난입을 확실하게

막아줄 수 없는 저개발 국에서 그대로 개발이라는 이

름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것이 남 박사의 발표에서

언급된 포스코와 같은 거대 기업이든 퇴직금을 가지고

노후준비를 하는 개인 투자자든 땅을 사고, 그 가격을

올리고, 그래서 되팔거나 거기에 건물을 지어 이익을

보겠다는 코리안 드림의 재현자임은 같다고 보여진다.

커다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에 거대한 돈을

투자하여, 동방의 파리를 만들겠다는 한국 개발업자들

의 야심찬(?) 노력은 한국의 개발주의적 역사의 답습이

자, 재현이자, 재생산과도 같다. 특히 남 박사가 지적하

듯 한국의 개발업자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 수

직적이며 거대한 스케일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

러하다. 남 박사는 이를 ‘건설주의 문화(Culture of

Construction)’와 ‘땅을 통해 얻는 이익의 가능성 추구

(Chance to get profit from the land in Cambodia)’

로 묘사한다.

또한 발표 내용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캄코시티의

문제가 단순히 캄보디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내부와 긴밀히 연관된 문제라는 것은 명확하다. 캄코시

티의 개발 실패는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부산저축

은행 사태와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2] 발표에서 인용된 펀드매니저와의 인터뷰를 재인용. 왜 캄보디아에 예상 투자 효과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가를 묻는 질

문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한다. “There is no legacy to contend with.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here.” (남 박사의 발표 내용

중 인용의 재인용)

[3] 평방미터당 $500달러였던 시세가 2008년에는 $5,000달러로 급증했다. (실비아 남 박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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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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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저축은행은 1단계도 완성하지 못하고 좌초된 캄

보디아의 캄코시티 개발사업 에 2984억원, 공항 개발

사업에 1200억원, 고속도로 개발 사업에 542억원, 부

지개발사업에 172억원, 깜뽕섬 개발사업에 64억원 등

총 4962억을 캄보디아에 투자했으며, 이러한 과도한

투자와 사업의 좌초가 부산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졌다

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불법적

인 자금세탁과 정권실세 밀어주기가 있었다는 비리 의

혹 역시 제기되었다. 이는 2011년 국감에서도 민주당

우제창 의원, 새누리당 이두아, 고승덕 의원에 의해서

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비리와 개발주의를

외부의 개발문제와 긴밀히 연결된 문제로 고찰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발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새로운 과거의 투영과 극복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 박사는 미국과 일본은 프놈펜을 부패하

고 투자의 위험성이 크며 정부의 통제 가 불가능한 상

황이라고 파악하는 데 반해, 한국은 아직도 수익성이

있고 유동성이 높은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발표를 끝냈다. 과거의 투영이 불확실

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발표에서 언급되지

는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한국의 과거로 바

라보는 것이 완전히 근거가 없다고 할 수 는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던 과거, 공산주

의와의 관련이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큰 역할

을 했다는 점과 극빈한 경제를 경험했거나 하고 있다

는 점이 그러하다. 그러나 한국이 캄보디아에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여 바라보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 하면

서도 필자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비아

남 박사의 발표에서 알 수 있었던 것처럼 과거의 투영

투영을 통한 무분별한 투자, 혹은 투기가 아니라 제국

주의의 상흔을 근본적으로 극복해가는 동반자로의 역

할이 그것이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사회를 분

노케 하는 일본 식민지의 기억과 그를 가능하게 했던

기본 논리는 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룩해야 할 보

편적인 이성과 산업화를 달성하지 못한 무지몽매한 인

종을 계몽하고, 그들을 우리 ‘유럽인’ 처럼 만들고자 했

던 유럽중심주의였다. 일본은 이 논리를 그대로 학습하

여, 먼저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룬 선구자로 자신을 위

치 지으며 그를 이룩하지 못하고 전통에 머물러있는

조선 사회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수탈, 착취, 지배하

는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렇다면 2013년을 사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과거

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에는 분노하면서도 동남

아시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근본적인 제국주의

적 시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성장 가능성이 저토록 널려있는데도 게을러서,

능력이 부족해서 스스로를 개발하지 못하고 산업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동남아시아로 진출해서

그 잠재성을 깨우고, 우리도 이익을 찾는다는 제국주의

적 방식의 과거 투영에서 한국사회는 얼마나 자유로운

지 돌아볼 일이다.

실비아 남 박사 역시 발표 내용 중 끊임없이 40년 전

의 서울, 25년 전의 방콕 등으로 프놈펜을 투영하는 방

식이 무분별한 투자와 투기의 동력이 된다는 점을 명

확히 했다. 일상적인 서사가 힘을 가지고, 폭력이 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남 박사의 발표가 끝난 후에도 많은 질문이 오고 갔다.

역사와 사회를 보는 주류적 패러다임으로는 동남아시

아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그것과 우리 사회와의 연결

성을 다 포착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토론은 매우 신선했다. 과거의 투

영을 통해 이루어지는 투자와 그로 인한 도시의 변화

를 포착하고자 했던 실비아 남 박사의 발표는 무분별

한 한류의 수출, 국익 패러다임과 그에 대한 자랑스러

움을 바탕으로 산업계, 학계, 심지어 원조에 대한 담론

들과 정책 마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

을 던지는 강연이었다.

박선하 작성, 한양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협동과정 석사과정 3기

[email protected]

[4] 캄코시티는 캄보디아와 코리아의 합성어로 한국형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추진된 복합 종합도시 건축사업이다. 부산 저축은행은 캄코뱅

크를 설립하였으나 당초 기대했던 분양률, 투자율을 달성하지 못하여 현재 좌초된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 저축은행의 정계 유착형 비리,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캄보디아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발생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 서강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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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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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길이었다. 노동 운동가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인권운동가로 지금은 ‘이주민과 함께’ 아시아평화인권

연대를 만들어가면서 국제개발의 장에서 마주치게 된

오랜 경험의 선배 세대와의 대화는 마음을 즐겁게 했

다.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는 정귀순 대표는(52세, 사단

법인 이주민과 함께 대표,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

표) ODA Watch를 한 번 만나보고 싶었노라며, 개인을

드러내는 이야기보다는 단체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

구어온 일들을 나눈다는 약속과 함께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셨다.

2시간 반.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

다. 바다가 보이자 부산역이었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20분쯤 걸렸다. 역에서 내려 걸을 수 있는 거리였다.

‘이주민과 함께’는 삼겹살집과 당구장 위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운동과 활동가들은 사람들과 일상 속에

아주 당연하게도 어울려있었다.

낯선 차이에 대한 긍정

정귀순 대표는 세 권의 책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원래 추천했던 책은 ‘세계화의

하인들’이었다. 그런데 어제 도착한 새로 나온 책이 있

다면서 한권이라도 이 책이 더 팔려야 한다고 읽혀졌

으면 한다며 새로운 책을 내밀었다.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이주여성인권포럼 지음, 2013). 더 궁금

해졌다. 왜지?

이 책은 이주인권 현장 활동가, 학자, 변호사들이 이론

과 현장, 법과 제도를 횡단하며 엮은 공존을 위한 다문

화 지침서라고 한다. 뒷면이 꽉 차게 정 대표의 서평이

실려 있다. 그 내용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물론

한 권이라도 더 팔릴까 해서(웃음)라는 이유와 함께.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인가?”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

민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어(이주민의 수가 늘어나서) 걱정이다.”

“아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한국 문화를 일방

적으로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는 ‘다문화’는 이주민이 속

한 특정 그룹을 지칭하기도 하고(다문화 가족, 다문화

가족 2세), 이주민을 한국 사회에 통합하기 위한 정책

을 말하기도 하고(다문화 정책), 이주민의 출신국 문화

를 소개하는 것(다문화 교육)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같

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말하고 있

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는 아직 개념을 획득하

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문화는 문화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그 문화를 담지

한 사람에 관한 얘기이다. 이 책에 소개된 한국인 박명

수를 비롯하여 네팔 출신 이주민 미누드 목탄, 필리핀

출신의 이주노동운동가 미셸, 몽골 출신의 청소년 발공

의 삶이 바로 한국 사회 다문화의 현주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안의 타자’인 이주민들의 삶에 대해, 그리

고 그들을 통해 과연 다문화사회가 담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 표지뒷면 서평)

책 안에 정 대표가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바라는 대목이 있었다.

우리 모두

낯선 사람들

이주민과 함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정귀순 대표와의 인터뷰

ⓒ 최은정

Page 22: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76호(2013.04.05)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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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사회

의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 필수적이다. 문화적 차이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나라와 나라 사이에 존재한

다고 생각되는 모든 차이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차이’

가 편견이나 차별로 변질되지 않도록 각 문화에 대해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 다른 정체성에 대한 상호

존중에 도달하는 것이 문화이해의 목표다. 철학적으로

타자에 대한 인정은 자신의 경험적, 인식론적 편협성을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내가 보지 못하고 또

볼 수 없는 풍경의 한 지점에 대해서 인정할 때 타인

의 다양한 관점을 수긍하게 되고” “내가 보지 못하는

한 지점에 대한 긍정”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2

쪽 발췌)

국제개발의 현장에서 타문화, 타국가, 타종교이기 쉬운

어쩔 수 없는 타자로서의 우리에게도 이주민의 문제

다문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의 이슈는 분명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아니 결코 다르지 않았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었다는 정 대표가 그렇게

1996년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을 시작하고

17년이 되었다. 지난 2009년 “이주민과 함께”로 명칭

을 바꾼 단체는 부설기관을 6개두고 경남지역을 중심

으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역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어떤 분야보다도 활

동단체, 관련 기관, 행사, 정보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

으로 집중되어 있는 국제개발업계에서 부산이라는 지

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미도 물

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서울이 마치 한국의 중

심인 것처럼 사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이

라고 하는 것이 중심인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중심적

인 역할을 하느냐라는 것에 따라서 그것이 중심이 되

는 것이지, 그냥 서울에 있다고 해서 중심은 아니거든

요. 그런데 서울에 있기 때문에 중심인 것처럼 착각하

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런데 실제로는 활동이 전혀 전

국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면 그건 서울

지역 활동인거죠. 그건 우선 구분을 하는 게 필요하다

고 봐요.”라며 운을 떼었다.

“ 그런 의미에서 전국적 활동은 서울에 있으면 좀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을 수는 있어요. 관련 기관들이 서

울에 많이 모여 있는 경우인데 그것을 제외하고는 활

동의 효과성에 크게 영향은 없다고 봐요. 그것보다는

얼마나 튼튼하게 그 지역의 주민들 시민들과 연관을

가지고 있느냐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것이 서울이어도 좋고, 부산이어도 좋고, 다른 곳이

어도 좋은 거죠. 그 지점에서는 단체들이 고민해 볼 부

분인 거죠.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을 떠나서 살

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여기서 일할 때

그것이 굉장히 장점이죠. 많은 관계들을 고스란히 가지

고 있으니까요. 그런 배경도 있긴 하지만 이주민과 관

련하는 활동을 하는데도 지역에 있어서 제약이 되는

부분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전국 네트워크 활동을 하

는데 있어서 지역이 반드시 해야 하는 활동을 하고 있

고, 다른 지역들에서도 각 지역의 역할을 하면 그것이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되는 거죠. 해외와의 관계에서는

부산이냐 서울이냐 하는 것은 더욱 별로 의미가 없고

요. 지역에 있으면서도 전국적인 사고, 세계적인 사고

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이 정 대표와 ‘이주민과

함께’의 뿌리와 문제인식의 출발을 엿 볼 수 있게 해준

다면, 두 번째 책은 이주인권활동가가 어떻게 국제개발

의 현장에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었다. 두 번

째 책 『의술은 국경을 넘어』(나카무라 테츠 저, 아시

아평화인권연대 역, 2006)다.

주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

서로 연대한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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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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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다. 7~8년 전 쯤 이었을 거다. 캄

보디아에 출장을 갔다가 간호사 한 분을 만났다. 당시

내가 일하던 기관과 협력하던 현지 시설에서 만난 그

분은 장애인들을 위한 자원활동 겸 휴식 겸 자주 들르

신다고 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라는 부산에 있는 단

체에서 일하신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어떤 일을 하시

느냐고 했더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지금

도 계속되고 있지만 당시 프놈펜은 급격한 도시개발로

인한 강제철거와 이주가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 활동

가는 강제철거를 겪고 있는 주민들과 빈민촌에서 그냥

이웃으로 같이 살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 언제 쫓겨날

지 함께 걱정하면서 끼니때가 되면 같이 밥을 짓기도

하고 밥해먹고 그렇게 산다고 하셨다. 그 인상은 강렬

했다. 전통적인 원조업계에서 낯설기조차 한 이 방식은

주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 서

로 연대한다는 것의 의미를 던져준다.

정 대표는 2003년 4월 아시아평화인권연대를 만들었

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사회,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

표로, 한국 내에서의 활동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많은

이들이 함께 노력하고자 설립한 NGO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늘 뒤를 쫓아가는 일입니다. 문제가

발생하고 그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식이죠. 이 일도 분

명 필요하지만 이 일만 할 수는 없어요. 문제의 근원에

다가가는 일을 해나가지 않으면 결국은 해결될 수 없

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이주민들의 문제, 전 세계의

이주의 문제는 이주민들이 오는 본국이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민주화되지 않으면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겠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이주민들

이 각자 그 사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것이 문제인식

의 출발이었어요.”

이주와 국제개발의 접점에서의 출발

아시아평화인권연대를 만들게 된 생각의 출발이었다.

사업의 시작의 시점은 또 달랐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가 시작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아프간을 지켜보며 아시아

에서 인권과 평화 이주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도 보다 근본적인 일 이주민들의 본국에서 무엇인

가를 한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쟁의 폭

음 속에서 난민촌이 생겨나기 시작할 즈음,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중 한 명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함

께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촌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아프간 난민들의 캠프가 파키스탄에 많이 만들

어졌기 때문에 파키스탄도 방문했어요. 귀국한 파키스

탄 이주노동자와 함께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난민촌에서의 경험은 오랜 운동의 경험과는 또 매우

다른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로 만

날 때와 본국에서 가족들 속에 있는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달랐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잘한다

고 한다고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곳에서 보니 참으로

귀한 아들이고 귀한 형제이고 우리가 정말 대접을 참

형편없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우리는 넘

쳐나게 살고 있는데 난민촌의 사람들의 형편은 정말

형편없었죠.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는 매우 깍듯하고 따

뜻했어요. 그 때 한국의 시선이 너무 안으로만 집중되

어 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었으니 우리사회가 더 그랬다고 생각해요.

죄책감도 너무 크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렇게 부산에서 물건도 모아 보내

고 돈도 만들어 보내고 관련된 평화교육도 하고 그랬

습니다. 처음에는 UNHCR을 통해 아프간 난민촌 안에

있는 텐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NGO를 소개받아 협

력사업을 시작해서 5년 정도를 지원했는데 난민촌도

철거하고 이후 사업모니터링과 평가를 할 수 있는 시

스템이 구축되지 못해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영

역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그렇게 분쟁지역의 난민을 지원하고 평화인권 교육을

하고 아시아지역의 평화인권운동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책이 “의술은 국경을

넘어”다. 2006년 발간된 이 책은 아시아평화인권연대가

직접 번역을 했다. 이 책은 2003년 막사이사이상을 수

상한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테츠 박사가 1984년부터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에 있는 페샤와르에서 평화로운

마을이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병

원을 세우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함께한

17년간의 활동기록이다. 아프간 난민을 지원하면서 직

접 일본 NGO인 페사와르회의 병원을 방문하여 그들

이 활동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고 나카무라 테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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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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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책을 한국에도 번역하여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원조가 아닌 동행으로

테츠 박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육프로젝트를 위한

조사차 방문했던 UN직원으로부터 “그건 매우 극단적

인 말씀이신데, 귀중한 의견으로서 들어 두겠다.”는 답

을 들었다는 한 이야기토막 안에 정 대표님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와 함께 공감하고 싶은 메시지가 들어있

다.

물론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이나, 인간과 세계를

널리 알 수 있는 지혜를 준다는 것은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기술문명이 우월하다고 믿는 그 사람

들은 학교에는 없는 그 지역 전체의 전통 속에서, 일상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교육이 훨씬 더 가치

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령 이 깊은 산골 아이들이 일본이나 서구 아이들과

똑같이 된다면 어떨까? 아마 산촌은 황폐화될 것이고,

현금수입을 좇느라 도시에는 실업자가 넘쳐날 것이고,

공동체 질서와 전통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나는 이런 식의 국제협력에 모종의 불신감을 안고 있

다. 그 때문인지 조금은 가시가 돋친 대답이 튀어 나왔

다.

“ 문맹률이나 공업화가 사회와 문화의 우열을 측정하

는 잣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돈과 폭력이 지배하는 미

국사회가 우수합니까? 무기를 생산해서 무절제하게 돈

을 버는 프랑스나 러시아가 선진국입니까? 구미 기술

문명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일본 교육시스템이 2차

대전 이후에 무엇을 가져왔습니까? 먼저 백악관에 가

서 대통령을 가르쳐 무기 수출과 대외간섭을 끊고, 아

프간 전쟁의 사망자 200만 명에 대해 러시아와 함께

사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도의적으로 부

패한 나라가 이 평화로운 산촌에서 교육을 논한다는

것은 웃지 못 할 넌센스입니다.” (202~203쪽 발췌)

“ 초창기 아프가니스탄을 찾아가고 지원을 시작할 때

우리 단체에게 적합했던, ‘참으로 훌륭하다!’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의미가 있던 책입니다. 우리같이 왔다 갔

다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현지에서 함께 살면서 활동

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문제인식이 담겨있습니다. 그

곳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현지인들과 눈높이

를 맞추고 변화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그러한

방식이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됩니다.”

섬세한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가 소위 원조를 할 때 돕는다는 개념보다는 어떻

게 연대할 것인가 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 필리핀에서 큰 홍수가 났죠. 이 때 한국 내

필리핀 이주민 커뮤니티에서 모국을 돕기로 하고 자발

적으로 물품도 모으고 돈도 모아서 현지의 한 기관을

통해 필리핀으로 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그 해 연말에

평가회를 하면서 이 지원을 일회로 그치지 말고 한 마

을이나 한 학교 정도를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해보자고

결정을 했습니다. 이후에 연회비도 걷고 저금통도 나누

어주고 모금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어촌마을의 학교

를 연결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발해서 학용

품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국내 필리핀 이주민 2명과 본

국에 귀국한 이주노동자 분들과 함께 학교를 방문해서

전달식을 했어요. 필리핀 은행인 메트로 뱅크에서도 도

움을 좀 받고, 세부항공에서 방문인원 항공권도 일부

지원을 받고, 우리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일부 지원

을 했어요. 함께 힘을 보태는 정도였습니다. 이런 것이

우리와 같은 단체의 취지에 맞는 형태라고 봐요. 이 과

정에서 이주민들도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본국에

있는 사람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고, 자신의

삶에서도 좀 더 보람이 있는 일을 하고, 우리와도 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협력자가 되고, 스스로의 새로운

자긍심이나 정체성이 발견됩니다. 우리가 이주민들의

본국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화 되는 것을 바란

다고 할 때 이런 형태가 우리와 같은 단체가 할 수 있

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나라는 해외원조에 있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나라인데 받는 쪽 보다는 주

는 쪽 입장에서 주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돼서 마음

이 많이 불편합니다. 현재는 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봐요.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고유의 문화와 전

통, 강점을 무시하고 우리의 문화, 생활방식, 교육을 이

식하려 한다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겠지요. 이런 측면

의 비판적인 문제제기, 문제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봐

요.”

“필리핀 커뮤니티 사람들이 지원하는 과정을 보면 그

과정이 매우 섬세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원하는 물품

을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지에서 전달하는

방식까지도 하나하나 세심히 고려하고, 자신들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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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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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위 가난하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

는 곳에 갈 때도 그런 마

음이 있어요. 우리가 지금

현재 누리고 있는 이런 물

질적인 부나 문명의 수준

에 비추어 봤을 때, 저 쪽

에 문제가 있다고, 이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의 그 삶 사이에는 차

이가 좀 있다고 봐요. 내

가 볼 때 부족하다고 해도

실제로 지금까지 그 안에

서는 불편하지 않게 살아

왔을 수도 있는데 어느 날

제가 가서 보고 ‘어머 이

렇게 살면 안 되지, 물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그래

서 막 가져다 주게 되는

이런 것을 우리가 개발이

라고 부른다면 이게 옳은

로 매우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외국인이 가서 하는 것

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필리핀 커뮤니티가 주체가 되고

우리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그 분들을 돕는 위치에 있

었는데 지켜보면서 역시 섬세한 마음이 많이 필요하다

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개발’에 대한 불편함

정 대표는 개발이라는 말 자체에도 좀 불편함이 있다

고 했다.

“ 우리가 환경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지구의

최대의 재난은 인간이라고 사람의 발만 닿기 시작해도

망가진다고 하잖아요. 가만히 두면 잘 유지되고 운영되

고 어울려서 잘 살아가는 자연이 인간이 닿기만 하면

그 때부터 질서가 무너지고 황폐해진다고요.

것인가라는 것이 사실은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이에요.

가만히 둬도 잘 살 텐데, 불편함 없이 혹은 내부에서

천천히 새로운 것을 찾아가면서 살 수도 있을 텐데, 그

걸 계속 우리가 ‘이게 필요할거야, 이렇게 살아야 해’

라면서 가져다 줘서 굉장히 혼란스럽게 하는 게, 우리

가 볼 때는 변화고 개발이고 발전이지만 ‘과연 그런

가?’ 뭐 이런 질문인 거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

이 들 때가 사실 훨씬 많아요.

이미 너무 빠른 속도로 서로 만나지게 되고, 교류가 이

뤄지기 때문에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 생각은 되죠. 정말 이제 고립 되어서 산다고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으니까요. 아마

이것은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데 근데

그렇게 해서 개방되고 소통되고 또 그렇게 교류하게

되는 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냐는 질문인 거죠. 그런데

대다수가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끝으로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 특별

히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청했다.

어떤 가치를 향해서인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신을 펼쳐보라

“ 한국사회가 도달해 있는

물질적인 수준에서 보면

한국 밖의 보다 폭넓은 의

미의 사회에 대한 우리 이

해수준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

가 한국을 훨씬 뛰어넘어

서 시야가 넓으면 넓을수

록 한국사회를 더 잘 볼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도

폭넓어 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좀 더

나이든 세대들도 예전에

비해서 무언가 좀 더 도움

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고 의미 있다고 봅

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으

니 꼭 여기서 살라는 법도

없고요. 우리 사회가 물질

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지

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좀 부족하다.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좀 더 가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가난한 이들

을 돕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어 하는,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들

고 가치 있게 만드는 좋은 마음이다, 좋게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있어요. 앞서 말 한대로 주는 입장에서만 너무

서있으면 곤란하다는 건데요.

▲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귀순 대표의 모습 ⓒ 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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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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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선생님(재일 조선인 저술가이자 작가. 동경경제

대학 현대법학부 교수)이 부산에 강연 차 오셨을 때 이

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밖에 나가면 일본

NGO가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일본사회는

왜 그렇게 더 보수화 되어가고 있나?”이렇게 답하시더

군요. “밖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내용을 보면 일본사

회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정치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민주화되어야 하는데 격차가 너무 크다. 오히려 더 딜

레마이다. 일본 사회 내에서 정치를 좀 더 가꾸고 사회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훨씬 더 민주적으로 혹은 인간적

으로 바꾸어가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갈등이 많

다. 경우에 따라서는 싸워야 하고, 적극적으로 문제제

기를 해야 되는데 그건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서 돕는 일을 하면 사람들이 다 ‘훌륭하다, 좋은

일이다’ 그렇게 칭찬만 받게 된다. 여기에는 갈등이 없

다. 내가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면 주는 나는 칭찬받

고, 기쁘고, 보람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갈등도 너무 많고 힘이 드니까 이건 외면

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 국내의 여러 가지 활동은 외면

하게 되고 밖에서의 활동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도 있

다.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것 아니냐”라고

요.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도 그러한가?’ 라는 질

문을 해볼 수 있겠죠. 저는 우리가 하는 활동이 ‘돕는

다’는 개념을 갖게 되면 똑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고 봐요. 그래서 이것이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우리가 이를 연대의 의미나 함께 간다고 인식해야 하

고, 한국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만약 무엇인가 정의롭지 못하면 그리고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에 저항하고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야죠. 또 그 모든 일에서 그

범위가 한국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둘을 똑같은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제가 보기엔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갈등을 피해

서 좀 더 편안하고 칭찬받을 수 있는 곳으로만 문제를

돌리면 일본사회에 대해서 평가한 그것과 똑같은 문제

에 도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젊은 청년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정말 어

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고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 자신을 펼쳐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최은정 작성, ODA Watch NP, 개발컨설턴트/

[email protected]

정귀순 대표 약력

● 1960년 부산 출생

● 현 이주민과 함께 대표

● 현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 전 부산노동자교육협회 대표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6회 민주시민상 수여 (1997년)

● 중국 <길림신문사> 감사패 수여

(2001년)

ⓒ 최은정

Page 27: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76호(2013.04.05)

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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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일차보건사업

들여다보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손정배 지부장 인터뷰

해외특파원 ●

이번 호의 해외특파원으로 기고해주신 손정배씨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우즈베키스탄 지부장으로 근무하고 있

습니다. 이번 코너에서는 “기초보건 (Primary Health Care) 지원 사업 들여다보기” 라는 제목으로 현장에서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보건지원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깊이 있게 다

루고 있습니다. 덧붙여 원조기관 현장 활동가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으니 많은 분들의 애

독을 바랍니다.

Achieving better health for All

세계보건기구 (WHO) 가 말하는 기초보건 지원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사람이 더 나은 보건의료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히 보건종사자의 질적 능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 (Integrated Management of

Childhood Illness, IMCI) 교육은 1992년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가 질병 예방/조기진단/치료강화를 목적으

로 개발한 것이다. 필자 역시 현장 활동가로 중앙아시

아 우즈베키스탄에서 보건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 사

람으로서 기초보건사업의 실행과 성과를 OWL 독자들

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기초보건지원사업의 목적은 새천년개발목

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MDG) 4번

(아동사망률 감소/5세 미만 유아 및 영아 사망률 감소)

과 5번 (모성보건 증진/임산부 사망률 감소) 달성이다.

우리나라 원조지원단체들은 여러 형태로 다양한 국가

에서 적극적으로 기초보건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의 형태는 수혜 국가의 보건시스템과 지역환경, 수

원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 예

로 방글라데시의 경우 상습적인 우기에 대비하여, 긴급

환자 운송 시스템 제공 및 긴급 연락망 구축 등이 기

초 보건사업 아이템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오지에서는 여러 NGO들에 의해 공중보건 인식증진

및 전염병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교육이 라디오/TV를

통해 현지어로 제공되고, 특정 마을에 간이 보건소와

화장실을 건축하거나, 기초진단의료기기 제공 및 영유

아 영양 공급 및 백신 지원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그

리고 KOICA, JICA, GIZ(편집주: 독일정부원조기구)와

같은 각국 공여기관의 경우 △의료보험 시스템 구축

△전염병 관리시스템 지원 △의료기자재 지원 △병원

건축 등 수원국의 국가적 보건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

을 위해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여 노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보건환경

WHO 공식자료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의 5세 미만

아동사망률은 1,000명 당 52명이며, 영아 사망률은

1,000명 당 22명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원부족

으로 인해, 보건지원사업은 충분한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그리고 정부는 2015년까지 1차 진료소가 구

비해야 하는 보건장비를 구비하도록 권고 받고 있으나,

진행이 더딘 실정이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독립 이래 보건시스템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열악한 지역보건 시스템으

로 인하여, 지역거주민들이 타슈켄트 내 병원의료시설

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재정이 어려운 가정

은, 적시에 적절한 혜택을 볼 수 없다. 또한 의료진들

을 위한 연수교육의 미비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이 도

시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즈베키

스탄의 보건인력은 인구 대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나 질적으로는 많이 낙

후되어 있는 편이다. 대부분 보건소들은 난방, 수도, 지

붕 등 보수공사가 필요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으며, 주

민들 역시 보건소에 제때 방문하여 진료받기를 꺼려하

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질병의 조기진단과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 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IMCI)을 지원함으로써 의료진이

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

고 있다. 그리고 지역 보건소에 긴급히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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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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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IMCI)은 총 3단계로 이루어진

다. 1) 먼저 Community 단계 교육에서는 가임 여성과

부모들에게 가정에서 어떻게 아이들의 질병을 예방하

고 진단할 수 있는지 교육한다. 2) 그리고 PHC

(primary health care) 단계와 3) Hospital 단계에서는

의료진이 어떻게 적절하게 신속히 아동질병에 예방, 대

처할 수 있는지 실습을 포함한 교육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서 의료진의 질적인 기술력 향상과 5세 이하 아동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가족과 지역주민들의 아

동질병 대응과 예방 능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보건교육의 사업 수행 방식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먼저, 대상지역, 교육인원, 교육 일정은 중앙 보

건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되며, 보건부는 해당지역에

교육훈련센터가 존재하는지, 사용 가능한지에 대한 확

인작업을 한다. 동시에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지원단

체에서는 교재제본 작업과 교육생들을 위한 간식, 점심

제공 식당, 학용품, 강사진, 교육생들을 위한 차량지원,

교육장 기자재 및 평가 설문지를 제때 공급하기 위해

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와 같은 교육 실행을 위한 지

원은 현지 보건종사자들로 하여금 질 높은 교육을 적

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2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 후, 처음으로 이런 실무교육

을 받게 되어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환자의 증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적절한 진단/ 치료로 인하여, 입원 환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교육이수 지역 보건관계자)

2012년 12월 교육을 이수한 지역 보건관계자들을 대상

으로 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에서 대상자들은 이

구동성으로 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IMCI)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극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즈베키스탄에

서 유일하게 이 교육을 지원하는 국제 NGO 이며, 유

니세프의 경우 국가 단위 (national level)로 아동질병통

합관리교육(IMCI)을 지원하고 있고, 이는 각 사업 지

역 (District)에서, 1~3명 정도의 교육 수료생이 타슈켄

트에서 교육을 받는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보건부와 협의하여 선정된 사업 대

상지역내에서 보건인력 전원 (아동 질병진단, 치료와

관련이 있는)을 대상으로 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IMCI)

을 각 단계별로 지원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수혜자들

에 대한 의료서비스 개선/질병예방에 목적을 두고 있

으며, 나아가 기초질병 조기 진단효과를 높이며, 질병

치료효과 또한 향상시키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IMCI)의 효과는 단기간에 측정

하기 쉽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교육 수료생들의 pro-

test, post-test를 통한 성과(output) 측정과 매년 정부

가 발표하는 지역별 질병 발생 추이를 통해 사업성과

(outcome)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전문적이며 현장감

있는 실무 교육을 위하여 보건부 소속의 전문 강사진

이 교육을 진행하며 (강사진은 정기적으로 EU펀드를

통해 강습법, 전문적인 IMCI 교수법을 배우게 됨), 교

육교재와 기술적 자문은 유니세프에서 협력하고 있다.

▲ 현지 간호사들의 IMCI 교육 모습 ⓒ 손정배

보수공사 및 의료기기 지원을

통해 기본적인 1차 진료가 커

뮤니티 단계에서 현실적이면

서 적극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세이브더칠드

런의 IMCI 교육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3년 전부

터 수행하고 있는 아동질병통

합관리교육(IMCI)은 아이들

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

는 방법부터 예방을 위한 면

역과 영양까지 통합적인 교육

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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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교육을 통해 결과적으로, 의료종사자들의 아동,

여성 환자의 진단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12년

의 경우 사업지역 내 급성 호흡기 질환 관련 아동 사

망자 수가 30% 가량 감소하였다. 물론 보건의료사업의

특성 상, 정확한 평가지표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착수

후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간 시행 후 측정

하게 되면 일시적인 외부환경에 의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건 사업의 특성 상 최소 5~10년

충족하기 위해서 지원된다. 기초보건의료는 질병의 치

료 치료뿐만 아니라 조기 진단과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사업지역의 기본적인 보건의료 인프라를 향상

시키기 위해서도 기초보건의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지

원이 시급하다.

우즈베키스탄과 한국

정도의 사업성과가 있어야 비로소 직접 수혜자들의 질

병 추이 및 사업의 지속성,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세

이브더칠드런은 이와 같은 보건 사업을 통해 2015년까

지, 사업지역 내 질병지표를 20-30% 낮출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동질병통합관리교육(IMCI)의 시행과 함께 이에 대한

평가도 점차적으로 중시되고 있다. 현재 평가방법으로

는 WHO Health Facility Guidelines Survey 방식이 이

용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아동질병통합관리교

육(IMCI) 교육을 마친 의료인력이 담당하는 36 개 아

동치료 사례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012년

산출한 평가지표에 의하면, 사업 지역별로 성취도의 차

이가 분명이 존재하였으며, 78% 이수자가 아동질병 진

단을 조기에 정확하게 인지하였고, 어린이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치료 비율이 교육 전 77% 에서 교육

후 95%로 향상되었다. 그리고, 사전기술측정 설문 조

사와 교육 이수 후 기술측정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각종 질병진단, 증상 체크 인지도가 50%에서 90%로

높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동질병통합관

리교육(IMCI) 교육을 비롯한 기초 보건의료지원 사업

은 지속적이고, 안전정인 경제활동과 수혜자들이 일상

생활을 해 나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중앙아시아지역의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간 불

평등의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보건의료부문에서도

의료의 도시 집중화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우즈

베키스탄 역시 지역 주민들은 도시주민들보다 상대적

으로 보건의료시설의 이용과 보건의료기회의 측면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업지역에서의 훈련된 보건종

사자들에 의한 기초보건의료가 필요하며, 보건종사자들

의 지속적인 역량강화와 보건시설지원이 절실히 요구

된다. 1991년에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즈베키스탄

의 경우 다른 수원국 보다 형편이 나아 보일 수도 있

다. 그러나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제약과 국가

의 산업화로 인한 보건권의 불평등이 지역사회에 만연

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왜 이 곳에서

KOICA를 비롯한 공여기관과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NGO가 보건의료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현장에서 보면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의 관계성은 아주

우호적이다. 지금은 국유화되었지만, 우즈베키스탄 국

민의 95% 이상이 대우-쉐보레 자동차를 사용하고,

1937년 강제 이주 고려인 25만 명 가운데 17만 여명

이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였으며,

ⓒ 손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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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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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은 고려인들이 그들의 문화를 소중히 간직한

채 이곳에서 생활해 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우즈베키

스탄인들이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감

안하면, 양국의 관계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이곳에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으며, 그 사업의

영역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한국의 대외원조

기관인 KOICA 및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으로 인하여

현지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기업을 설립하며, 그들만의 이익을 만든다

는 단순한 논리를 넘어 한국 원조 단체가 이곳에서 사

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그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원조

제공하고 관련 개발사업을 수행 함으로써 그들에게 한

국의 기여를 것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한국의 Social Partnership 사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 마련을 준비 중에 있다.

우즈베키스탄 현장 활동가가 느끼는 생명

NGO에 대한 간섭이 타 국가보다 심한 이곳에서 사업

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활동가들에게 많은 인내심

이 요구된다. 제도적인 간섭과 관료주의 및 엄청난 양

의 보고서를 정해진 기일에 보고하는 일이 또한 쉽지

않다. 보건 사업의 경우 사업지 방문을 위해 최소 2주

일 전 관련 정부에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정기적으로 정

부로부터 감사를 받기도 한다.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

급도 엄격하다. 그러나 신뢰라는 단어는 이곳에서도 통

용이 되는 것 같다. 사업을 수행한지 3년이 지나니, 정

부 관계자도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을 이해하고, 협력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생명은 동일하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기근에 힘

들어하는 아이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제때에 진료를 못

받아 힘들어 하는 아이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아

이 모두 동일한 한 생명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제안

서를 작성할 때 보여지는 숫자, 즉 수혜자의 규모에 민

감할 때가 많다. 물론 정해진 예산 대비하여 큰 성과를

내기 위함이지만, 한 생명을 사랑하고, 한 마을을 가슴

으로 아끼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

즈베키스탄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총소득(GNI)도 높

고, 현지 정부가 원조단체의 사업 수행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 활동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픈 말은 현장에 대한 관심을 단

지 지표상에 노출된 데이터에 연연해 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그

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곳은 20년 전에 공산주의를 경험했던 나

라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자존감도 높을뿐더러 보건 실

무자를 만나도 내가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눈으로 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처음으로 대면

할 때는 도움이 별로 필요 없다는 뉘앙스로 답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수년이 지나 서로간의 신뢰가 쌓인 후

그들도 마음을 열고 필요한 사업을 요청하고 보여주며

사업의 수행에 적극 협력하게 되었다. 이는 그들의 마

음에 깊이 자리잡은 공산주의식의 자존감에 의해서이

다. 그래서 수혜자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지 역사

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NGO의 현장활동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사업 성

과도 중요하고, 예산점검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 자체이다. 사업을 지원하는 사람,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 사업에 협력하는 사람, 사업을

통해 수혜 받는 사람. 이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나

를 포함한 많은 국제개발 전공자들이 공부를 하며 사

례를 통해 많은 원조철학/실행/성과를 배웠을지라도,

이러한 모든 것들이 본인의 바램처럼 현장에서 녹아

흐르진 않는다. 우리가 배운 사업 프레임 워크가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없는 논리와 비슷하다. 보건, 교육을

포함한 그들의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넘어, 우리가 그들을 왜 도와줘야 하는지, 왜

그들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

가 있다. 단순한 한국형 원조의 세계 진출이라는 슬로

건 보다는 스스로가 마음에 품고 있는 개발철학이 무

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손정배 작성,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우즈베키스탄 지부장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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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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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을

의식화하라!! ③ 좀 더 나은 개발을 위한 공론의 장을

위하여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는 2013년 OWL의 매거진화

에 힘입어 새롭게 마련한 코너입니다. 이는 국제개발

협력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발전(development)의

기저에 내제되어있는 근본 철학에 관한 견해를 듣고

이를 통해 개발협력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코너에 첫 기고의

문을 여는 유성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교육철학

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를 통해 보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연재하며, 이번 호는 그 마지막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의식화’, 사랑과 대화의 교육학

프레이리는 자신의 주 저서인 「페다고지」에서 인간

공동체의 구성원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억압자’

와 ‘피억압자’로. 헤겔과 맑스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유

물론에서 계급을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구분하는

방식과 같다. 사회변혁의 주체가 무산자계급이어야 한

다는 결론처럼, 프레이리도 사회변혁의 힘은 피억압자

에게 있다고 본다. 즉, 억압의 속성을 알고 있는 피억

압자만이 기존 질서를 유지시키고 있는 ‘억압’의 관계

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제에 온존하고 있

는 억압자와 피억압자간의 억압적 관계는 절대 자연적

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체제내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억압의 성격을 드러내고, 억압이 갖는 비인간적

속성을 간파하고, 인간이 인간을 대면하면서 갖는 본질

적 인간성을 실현하도록 꾸준히 투쟁해야 한다. 투쟁의

과정은 절대 폭력적이어서는 안 되며,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도록 자신과 공동체를 둘러싼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함

께 지도하며, 과학적인 설명과 연구에 의존하는 학습공

동체를 구성, 참여하는 일이다. 프레이리는 길지만 반

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이러한 변혁

과정을 곧 ‘의식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프레이리의 ‘의식화’는 종종 사랑과 대화의 교육학이라

소개되고 있다. ‘피억압’ ‘변혁’ ‘변증법’ 등 알듯 모를듯

한 사회과학적 용어들 속에서 프레이리의 ‘사랑’과 ‘대

화’의 교육학은 뭔가 낯설어 보인다. 더욱이 추상성 높

고 해석에 따라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갖는 단어들의

조합이 과연 구체적인 사회의 변혁과 어떻게 연관되는

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일을 통해 정치 사상범 딱지가 붙게

되고, 조국으로부터 추방당했던 프레이리의 초기 저작

들은 상당히 사회과학적으로 엄밀하고 딱딱한 표현들

로 구성되어 있었던 데 반해, 후기 저서에서는 유사한

표현의 반복을 통하여 교육이 갖는 근본적 속성, 항구

적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의 힘을 역설하고 싶

어 했다. 사랑과 대화는 그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

다.

프레이리는 사랑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다.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사랑, 학습자가 지식을 대하는 방식으로서

의 사랑, 교육을 에워싸고 있는 사회 진보로서의 사랑.

프레이리에게 있어 사랑은 곧 나 아닌 타인에 대한 이

해, 존중, 수용, 헌신, 관용을 의미한다.

결국 사랑의 교육학은 배움을 둘러싼 주체들의 이해와

존중의 토대에서 발생하게 된다. 대화는 배움을 진전시

키는 중요한 수단이자 곧 목적이다. 어느 것도 대화 없

이 온전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없다. 대화라고 하면,

둘 이상의 사람들이 주고 받는 말 정도로 이해하고 ‘뭐

그까짓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짧

게 이야기하자면, 프레이리에게 있어 대화는 사랑의 실

천이고, 학습주체들간의 열린 소통을 의미한다. 누구든

가르칠 수 있고, 누구든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

못된 생각과 판단은 서로의 이해와 관용으로 인하여

충분히 바꾸어지고, 또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한다. 텔레

비전에서 방영하는 ‘100분 토론‘이나 선거를 앞두고 후

보자들간에 주고받는 정책을 쏟아내는 말의 잔치를 의

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만을 내뱉는 것을 배설이

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러한 언어적 실천에는 일방

적 전달만이 존재한다. 배움이 없는 대화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는 곧 사랑의 실천이 된다.

2015년, 우리는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가?

2015년이 되면 10년 동안 전세계가 동참했던 국제사회

의 개발협력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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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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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빈곤 인구가 감소하고, 학령기 아동들이 초등교육

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성 차별이 줄어들고, 보건

환경의 개선으로 주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년을 남겨놓고 있는 이 시점

에서 돌아보건데, 국제개발협력은 꽤 많은 일을 해왔다

고 평가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의 목표

들은 제대로 달성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 상황에

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목표를 적절하게

세운 것일까?’ 만약 제시된 목표가 절대 달성할 수 없

는 것이었거나, 목표의 내용이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것이었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지난 시간의 효과를 탓

하기 어렵다.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목표는 적절했

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전략이 잘못된 것인

가?’ 수단과 전략의 문제라면, 새로운 수단과 전략을

고민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전에 해보지 않은,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주된 논의거리가 된다. ‘목

표도 적절했고, 수단과 전략도 적절했는데 재원이 부족

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돈을 더 쏟아 부으면 된

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개발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모두

의 열망이라면, 돈 줄을 찾고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여기서 국제개발협력의 목표를 잘 달성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평가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앞서 던진 질

문보다 본질적인 하나의 질문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공여국과 수원국을 포함하여, 과연 각 국가는 개

발협력 목표를 달성하기 원하는가?’ 왜 이런 질문을 던

지는가? 국가간 재원, 자원(물적, 인적), 그리고 기술의

흐름을 확대시켜 온 과정을 돌아볼 때, 국제개발협력의

본격적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흐름의 과정이 크게 바

뀌지 않았다. 공여국과 수원국의 관계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공여국간의 개발협력 기여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원조 수혜국(이제는 개발협력국이라고 고쳐서

부르기도 하지만)에서 나름 발전을 이룬 국가의 수도

많지 않고, 오히려 상대적 저개발에 발목 잡혀 있는 국

가들이 늘어났다. 또한 공여국이든 원조 수혜국이든 외

교적인 차원에서 국제개발협력을 이야기하고 있지, 보

다 근본적인 개발의 필요성 및 사회 개발의 수준을 구

체화하지 않고 있다. 즉, 공여국 내의 사회적 불평등문

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와 국제사회의 개발

문제가 별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원조 수혜

국의 경우,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면 할수록 사회적 불

평등이 심화되고, 공여국과 수혜국간의 의존도, 혹은

종속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대체 국제개발협력을 지속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개

발과 진보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과연 국제개발협력

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와 국가의 인적자원은 국제사회

의 개발과 동등한 수준의 개발 목표 달성을 희망하고

있는가?

국제개발협력, 이데올로기의 전장!!!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맞닿아 국제개발협력을 두고

벌어지는 이데올로기의 싸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데올로기의 종언(벨, 1960)과 역사의 종말(후쿠야마,

1992)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자유주의적 자본주

의가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의 개념을 들

먹이는 것조차 불편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과학연구에서 사회의 유지와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전

통적 분석틀은 ‘무엇이 사실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

엇이 가치로운 것인가’를 따지는 일이었고(퍼트넘,

2010), 이는 곧 이데올로기 간의 싸움으로 인식, 이해

되어 왔다. 국제개발협력과 이데올로기,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의

국제개발협력이 전세계의 경제적 발전과 인적자원개발,

국가의 자율적 문제를 놓고 벌여온 이전투구의 모습은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설명할 수 없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념, 그러나 국제개발협

력과 이데올로기의 상관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문헌들

은 많이 존재한다(D'Anieri, 2011; Williams, 2011,

Kingsbury et. al. 2008). 이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요

근래의 단어들이 중세 이후 근대사회로의 진행과정에

서 식민-피식민의 관계로 얽혀있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문화적 예속과 정치·경제적 종속이라는

틀을 벗어버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19-20세기 거대제국을 꿈꾸었던

국가들의 이데올로기였던 제국주의의 또 다른 이름으

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지 질문을 받고 있다.

이렇게 국제개발협력을 둘러싼 가치와 이념을 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국가발전’에

관한 합의된 어떤 지향점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국

제사회가 합의한 개발목표가 존재한다고 한다. 절대빈

곤의 타파, 초등학교교육, 양성평등, 질병퇴치 등. 글

쎄, 하루 1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을

없애는 것을 합의된 국제개발의 가치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단지 달성해야 할 하나의 목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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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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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협력 전과들이 지나친 국익에 치중해 천박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모습

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금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되물어야 할 때이다. 그들은 누구이고, 왜 협

력이 필요한지, 우리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협력은 무엇인지

묻고 대답해야 한다. 협력대상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

고, 그들이 존중 받지 못하는 개발협력사업에서 남는

것은 ‘돈 거래’일 뿐이다. ‘주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

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관계 설

정이 국제개발협력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둘째, 협력대상국의 개발을 둘러싼 모든 것은 사랑의

실천으로서 대화적(dialogic)이어야 한다.

대화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대화가 갖는 ‘열림’ ‘상호이

해와 배움’ ‘구체적 실천’을 포함한다. 국제개발협력 사

업은 국가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수준에서 기획, 실행,

평가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굳이 들지 말자.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협력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상호이해와 배움‘의 실천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

업의 기획단계에서 수요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원래

수요조사는 필요한 요구를 조사하는 것이지만, 가장 필

요한 국가를 대상으로 가장 필요한 지원 내용을 조사

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늘 일방적으로 설정된

기준과 보고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외교부에서 대외비

로 유지하고 있는 중점협력대상국의 선정기준도 그렇

고, 선정된 대상국가의 지원대상 지역이나 그곳의 지원

내용도 그렇고, 이를 실현하려는 국내의 사업주체도 그

렇고, 사업진행과정에서 사업자와 지역주민과의 관계도

그렇다. 최근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는 이

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우리

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여전히 그곳에서 우리는

뭔가 ‘주고’ 있고, ‘준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러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토록 우리의 국제개발협력에서 ‘대

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의 전 과

정이 ‘대화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우리

나라의 제반 환경과 관계가 상호 배움을 전제로 한 경

험이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고

민을 해봐야 하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개발

협력을 대하는 시각이 좀 더 개방적이고, 상호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지향점‘ 혹 그런 것이 있다

손 치더라도, 이를 달성하는데 누가 누구를 어떻게 해

야 하는가에 관한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

라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개발’은 곧 ‘절대

적 선으로서의 발전(a good development)’이 아니라

‘좀 더 나은 개발(a better development)’을 지칭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다양한 가치들의 충돌,

그리고 특정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및

전략들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데올로기 논쟁은 반

세기 이전 제 1 세계와 제 2 세계간의 피 튀기는 집단

간 우월 경쟁의 배경의 전장을 떠나, 국제개발협력에서

‘개발’과 ‘자본’을 둘러싼 또 다른 충돌로 이어지고 있

다.

‘좀 더 나은 개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제개발협력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조금 더 나은 ‘개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

떻게 성취할 수 있는가?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했던 프

레이리의 교육사상을 빗대어 표현해 보자. 국제개발협

력은 사랑과 대화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전략이고

목적이어야 한다.

첫째, 국제개발협력은 ‘개발’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

자들 간의 이해, 존중, 수용, 헌신, 관용을 요구한다.

OECD DAC에서 정한 국제개발협력은 유상보다는 무

상지원을, 비구속적 사업을, 협력대상국의 구체적인 수

요에 기반하여 다양한 공여국 간의 조화를 꾀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원의 규모로서 ODA를 둘러싼 싸움은 ‘진흙탕 레슬

링’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원조를 담

당하는 외교부와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간

의 힘겨루기가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고, 개발협력 사

업을 둘러싼 영리기업들의 로비는 커지고 있으며, 분야

전문성을 내세운 부처들의 개발협력사업 추진으로 원

조분절화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도 개

발협력대상국에 대한 이해,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고‘ ‘나 자신이 잘되

는 것이 곧 네가 잘 되는 길’이라고 외치고, 또 그렇게

사람들을 설득하는 듯하다. 안타깝게 국제사회는 이러

한 우리의 원조실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혀를 차고

있다. 우리만 모르고 있을 뿐. 그토록 일본과 중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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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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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개발’을 위한 대화와 공론의 장을 제안하며

‘똑똑한 바보들(The Republican Brain)’(무니, 2012)이

라는 책이 있다. 아무리 맞는 실험결과와 연구내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신념을 위하여 ‘맞는 것’

을 맞는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한 책이

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분석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

지만,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국제개발협력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담고 있다. 우리의 국제개발협력은 ‘당

연히 옳고 추구되어야 할 가치’를 잘 담아내고 있는가?

자신이 서 있는 입장에 따라 그렇다고 이야기할 터이

지만, 그 실천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투명한 개발협력

을 이야기하지만, ‘이것만큼’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익보다 협력대

상국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천연자원이 필요한

국가로 우리의 자원외교는 예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속 가능한 지역민의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우리 사람’을 만들기 위한 투

자 정도로 개발협력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원과

협력에 관하여 약속은 했지만, 우리의 사정이 어쩔 수

없어 언제든 다시 원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국제개발협력에 ‘나’를 위하여 언제든

스스로를 ‘바보’로 불리도록 상황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 있다. 결국 우리 속에 있는 ‘똑똑한 바보들’이다.

사실 서로 다른 생각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

의 장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껏 그런

공론의 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쉽

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앞서는 이유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쟁점을 정리하고, 어느 의견이

‘더 나은 것’인지 따지고,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지리한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긴장과 갈등은 외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해결하기 위한 대화 속에서 무엇

이 ‘좀 더 나은 방법’이고 ‘좀 더 나은 개발’이고 ‘좀

더 인간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과정’인가를 따져 물을 수

있다.

2015년,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정해진 목표를 잘 달

성했는가?‘라는 질문에 복잡한 수식을 동원하여 대답하

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개발은 어느 누군

가의 일방적 의견과 재원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 존중, 헌

신, 그리고 이를 위한 대화를 통하여 달성될 수 있다.

프레이리의 사랑과 대화의 교육실천을 통하여 ‘좀 더

나은 국제사회의 개발’을 위한 공론의 장이 활성화되기

를 바란다. 이에 모두가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성상 작성,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ODA Watch 실행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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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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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ODA Watch 청년활동가 DAC팀은 해외원조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생각과 인식을 알아보고자 ‘어린이가 어

린이를 돕는다’ 라는 아동도서를 선택하여 직접 어린이

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기

회를 가졌다. 어른들과는 다른 아이들만의 순수한 시각

에서 해외원조를 읽고 싶었고, 또 한국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사는 또래의 아이들이 경험하는 고민과 어

려움에 대해 알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

금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 책은 아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계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이

가난과 불평등,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와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다소 어려운 소재일 수 있지만,

쉽고 친근하게 사연을 풀어나가는 책을 바탕으로 더욱

쉽게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

다.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 무슨 책이지?

이 책의 작가는 ODA Watch 청년활동가이기도 한 김

이경씨의 작품이다. 김이경 작가는 몇 년 전 방글라데

시, 네팔, 인도로 여행을 떠나며 수많은 질문들을 가지

고 갔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풍족한 먹을거리와 편한

보금자리가 있는데 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러지 못

할까?’, ‘무엇 때문에 나와 그들의 삶은 다른 걸까?’,

‘나의 풍족함과 편안함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서 나오

는 건 아닐까?’ 라는 질문들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질

문에 바로 답을 제시하기 보다 권리를 찾아나가는 투

쟁의 과정에 초점을 두고 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소

년병, 아동 노동, 난민, 성폭력, 장애 등 아이들과 세상

을 힘들게 하는 문제와 아픔을 보여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꿋꿋하게 활동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말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의 사연을 담은 이 책은 해

당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을 생활과 관련하여

어린이들의 입장을 대면하는 듯 하다. 어렸을 때부터

파키스탄의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혹사당하다가 탈출해

어린이 노동 반대 운동을 한 이크발 마시흐, 남아프리

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에 반기를 든 헥터 피터슨, 에이

즈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고군분투

한 은코시 존슨 등 여러 친구들과 단체들이 나온다. 무

엇보다 이 책은 세계 어린이상의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세계 어린이상은 어린이들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고 수여하는 상이다. 스웨덴 적십자 등 8개 단체

가 모여 만든 상으로, 2008년부터 아이들의 더 나은 미

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찾아 상과 상금을 주고 있

다.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는 이 수상자들이 들려

주는 인권 활동이야기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직접 한국의 어린이를 만나다

우리 활동가들은 지난 2월 24일(일)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책을 들고 발길을 향했다. 이에 성북구

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3명가

6학년 1명을 만나서 인터뷰할 수 있었다. 4명의 아이들

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책 에 실린 여러 이야기

중 한 편씩 이야기를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또

한 어린이들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그림

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세계 어린이상 수상자들

이 들려주는 인권 활동

이야기

김이경 글, 조승연 그림

출판사: 길벗스쿨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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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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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그리는 어린이의 모습 ⓒ 김혜림

첫 번째 그룹에서는 어린이노동에 시달리다가 탈출한

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노동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파키스탄의 아시발 마시흐의 이야기를

두 번째 그룹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헥터피터슨의 이

야기를 같이 읽었다.

먼저 아시발 마시흐는 1982년 파키스탄의 작은 도시인

무리드케에서 태어나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대

신해 어린 나이에 카펫공장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새벽부터 밤까지 먼지를 마시며 아픈 눈과

손으로 카펫을 만들지만 돌아오는 건 하루에 1루피(약

21원)가 전부였다. 어느덧 열살이 되고 마시흐는 ‘노예

노동 해방 전선(Bonded Labor Liberation Front,

BLLF)’라는 아동구호단체의 도움을 통해 강제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얻게 된다. 결국 마시흐는 어린이 노

동자를 위한 운동을 하다가 총격에 의해 13살의 어린

나이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야기이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로도 익히 알려진

백인 우월주의로 인해 흑인에게 각종 차별이 가해지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저항 운동이 일어났지만, 무차별

적인 공권력의 진압으로 인해 수많은 흑인들이 사망하

고 부상당했다. 그 중에 한 명이 만 12세의 어린이 헥

터 피터슨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활동가들은 다시 모여서 아이들과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서로가 느꼈던 바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어 보았다.

혜림: 우선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느꼈던 생각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

승우: 생각보다 아이들이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난 처음에 이 책

을 읽고 단순히 ‘불쌍하다’, ‘슬프다’ 정도를 느끼겠구나

생각했었거든. 근데 예상치 못한 답변들이 나와서 크게

놀랐지. 어떤 아이는 이 책을 학교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하더라고. 책을 읽으며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거나 뚱뚱하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

는 아이들이 생각났대. 인종차별로 고통 받는 남아프리

카 어린이의 이야기를 읽고 책에서처럼 피부색의 차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차별 받고 따돌

림 받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니 매우

놀라웠어.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차별을 찾아

내서 그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느끼고 옳지 못하다

라고 이야기하다니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불합

리함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나 자신이 부끄

러워 지더라고.

고나: 맞아.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라는 아이들의 대답은 참 인상적이었어. 사실 우리 주

위에서도 쉽게 발견하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문제

들인데도 아이들은 이미 차별에 대해 인지하고 있더라

고. 그렇지만 이렇게 순수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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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편견을 발견했을 때에는 왠지

조금 씁쓸해지더라. 흑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검은 피부는 싫다. 조금 더러워 보인다’고 답했

어. 아이들이 이러한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어른

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와 선입견 때문인 것 같아서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해지더라고. 아이들과 그림을 그

릴 때 나도 모르게 손에 살구색 크레파스를 쥐어주며

색칠 하라고 말을 했어. ‘살색 이라고 하면 흰색일 수도

살구색일 수도 갈색일 수도 검은색 일수도 있고, 어쩌

면 녹색이나 노랑색일 수도 있는데 우리 생각 속에 이

러한 편견과 차별이 무의식적으로 남아있구나’라는 점

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지. 이러한 생각이 모여 현

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만들어 가는 건 아닐까.

혁문: 우리 그룹은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노동에 시달리

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어. 아이들이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파키스탄 친구들은 가지고 있지 못

하니까 미안하다고 말하더라구.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

한 집에서 잠을 자고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불쌍하고 그러한 상황 자체에 화가 난다는 것

이었어.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살 권리가 있다’ 라는

화자의 말에 이 아이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구나를 느꼈

지.

그렇지만 아이들은 자기들도 빡빡한 학교수업과 방과후

에는 영어학원, 수학학원에 다니며 너무나 바쁘게 살아

가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어. 아이들도 스스로 ‘어린 이’

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구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구나 라는 점을 느꼈

지.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살 권리’가 과연 무엇을 의미

하는지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승우: 우리 사회가 어른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내가 해보니 이게 맞더라’. ‘이렇게

하면 되더라’ 라는 생각들을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강요

해왔던 건 아닐까? 파키스탄에서도 아이들에게 ‘열심히

일할 것’만을 강요하고 어른들은 자기 이익과 목적만

생각한 채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어쩌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것들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문화가 사

실 우리 어른들의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몰라.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판단 할 기회

조차 무시해버리는 우리사회 역시 아이들의 권리를 충

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혜림: 우리 조는 남아프리카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행해

지는 차별과 권리의 무시 등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

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았어. 놀

랍게도 아이들 역시 국제개발협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미 조금씩 알고 있더라구. 우리기 어릴 때만 하더라

도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동남아

시아의 미얀마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몰랐던 것 같은

데, 아이들은 책을 읽기 전에도 먼 나라에 배가 불룩

나오고 팔다리가 마른 아이들에 대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어. 또한 이미 굿네이버스와 같은 단체를 통해 편

지도 쓰고 사랑의 저금통도 보냈다고 하더라고. 우리가

어렸을 때와는 새삼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

고나: 아무래도 요즘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어

느 마을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영상도 많이 방영이

되고, 무엇보다도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부모들의 영향이 큰 거 같아. 개발협력을 향한

높아지는 관심과 참여가 대중매체를 통해 표출이 되기

시작하는 거지.

혁문: 그만큼 어린이들이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아와 빈곤에 대한 자극적인

영상을 보여주며 단순히 먼 나라에 가난하고 불쌍한 아

이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 알리는 것을 넘어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와 같은 책이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이,

파키스탄, 남아공의 아이들 역시 나와 같은 친구들이고

자기가 누리는 것들을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게 말이야.

승우: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 와 같

은 책이 단순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커다

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어

른들도 인식해야 하니까 말이야. 어려운 환경에서도 문

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아이들,

그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더욱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

는 모습을 통해 어린이들이 단순히 도움을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자기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

을 줄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

혁문: 어린이들도 빈곤의 당사자이고 스스로가 목소리

를 낼 수 있음에도 그저 받아야만 하는 수동적인 대상

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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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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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어린이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비록 많은 어린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의 시선과 생각을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어느 먼 나라에 사는, 나와 상관없는 가난

한 아이들이 아니라 그들 또한 자신과 같은 어린이이

며, 어린이로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아이들의 말

을 통해 어린이들이 지니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공감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아프리카로 대변되는 가난한 나라에서 빈곤에 시

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

려서부터 부모의 강요로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매진해

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 역시 어린이로서의 권리를 충

분하게 향유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

다. 어쩌면 가난이라는 것은 단순히 먹을 것이 부족하

고, 살 집을 잃은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도 어린이가 어린

이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

도록, 그래서 자신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ODA Watch 청년활동가 DAC팀 작성,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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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no. 76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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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의 사이에서

포근한 봄의 기운과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공존하는

요즈음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만큼은 참으로 파

랗습니다. 봄이 왜이리 늦장을 부리며 이리도 애를 태

우는지요. ^^

이번 3월은 아주 조용했지만 이상하게도 폭풍이 휘몰

아치듯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답니다. 어려울 때

도, 힘에 부치는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항상 같은 곳에

서 따스하게 내려 쬐는 햇살 덕분에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네요. 봄은 더디지만 언젠가는 오고야

말듯이,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그간이 노력이 찬란하게

꽃피워지는 한 달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메콩강 줄기를 따라 흐르는 주민의 삶을 만나는 여정

지난 3월 15일(금)~29일(금)까지 약 2주간 ODA

Watch 이선재 실행위원장과 윤지영 정책기획팀장이

태국과 캄보디아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YP의, YP에 의한, YP를 위한(Of the YP, By the YP,

For the YP 전체모임이 열렸습니다. 지난 3월 16일(토)

망원동에 위치한 ‘민중의 집’에서 1기부터 가장 최근에

들어온 11기까지 ODA Watch 청년활동가(YP)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요. 쑥떡쑥떡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미

에서 모임의 이름도 쑥떡쑥떡으로 정했습니다.

우선 NA(Networking & Advocacy)팀이 준비한 맛있

는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에 친목도모 프로그램이 열

렸는데요. 먼저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서 각 팀을 소개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엄지는 좋았던 것, 검지는 손

에 꼽을 수 있는 것, 중지는 안 좋았던 것, 약지는 힘

들었던 것 마지막으로 새끼는 앞으로의 약속이라는 테

마였고요.

참고로 각 팀을 소개하자면, ODA Watch에는 국제 개

개발담론을 학습하고 공유하는 DAC(Development

Architecture Critics)팀, 올바른 기부문화를 고민하는

NA팀,

것이랍니다. 2주 동안 엄청난 무더위에, 하드 트레이닝

(!)과도 같은 빡빡한 일정으로 치열하게 조사했다는 후

문이 들려오는군요~ 그 치열한 현장의 이야기는 이선

재 실행위원장이 기고한 OWL 76호 ‘누구를 위한 개발

인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18 기념재단 2013 국내시민사회단체 협력지원 단체

로 선정

지난 3월 11일(월) ODA Watch가 2012년에 이어 올해

도 기념재단의 국내시민사회단체 협력지원 대상

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2011년 부산, 2012년

광주에 이어 올해 있을 대구 지역워크숍 개최를 위한

사업비로 300만원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

를 주신 518기념재단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ODA Watch 청년활동가 모여라~~ 쑥떡쑥떡

NA팀, 국내 개발협력 정책대응을 주로 하는 정책감시

팀, 아프리카의 문화를 체험하고 대중 인식을 제고하는

아프리카팀, 그리고 개발대안을 고민하는 걸멈사(걸음

을 멈춘 사람들)팀이 있는데요.

NA팀은 '이날 모임의 주최 팀이자

최다인원 참석팀으로 1기인 박정화YP 중심의 탄탄한

팀워크를 유지하는 팀'

아프리카팀은 '특이하고 재미있는 활동과 계획으로

재도약을 꿈꾸는 팀'

정감팀은 'K간사님의 공백, 새로운 피로 채워나갈 팀

DAC팀은 '우리끼리도 재밌어요 팀'

(걸멈사는 멤버들의 불참으로 다음 기회에~~)

서로 모여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워 어느새 한 목소리로

다음 모임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쑥떡쑥

떡에 이어 다음 모임은 '꿀떡꿀떡'이라는 이름으로 실시

될 예정이랍니다. 다음 번 꿀떡꿀떡 모임의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BY 김성수 청년활동가(아프리카팀)

바로 일본의 현장 애드보

커시 시민단체인 Mekong

Watch에서 주최한 메콩

강 유역 현지조사에 참여

하기 위해서인데요. 일본,

중국, 한국, 라오스, 캄보

디아, 태국 NGO가 함께

하는 조사에 한국 시민사

회를 대표하여 참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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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재정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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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Watch는 2006년 설립 이래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 및 정책이 인권 · 평등 · 연대에

기반하여 보다 책임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

여할 수 있도록 한국 대외원조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 · 제언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참여형 시

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