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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두 가지 문제 급격한 인구 증가, 쉽게 하는 샤워만큼 증가하는 1인당 에너지 소비 율, 이런 결과 나타난 기하학적인 에너지 소비 증가, 지금의 지구 에너 지 위기의 원인이다. 이 문제는 다른 문제, 즉 지구온난화를 촉발했다. 두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원인과 결과인 이 두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 다. 이산화탄소, 더 정확히는 지구온난화 가스(Green House Gas)를 내 지 않고 에너지를 만들면 된다. 더 좋게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에너지 를 만들면 된다. 61 2 석유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다

2 2 석유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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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두 가지 문제

급격한 인구 증가, 쉽게 하는 샤워만큼 증가하는 1인당 에너지 소비

율, 이런 결과 나타난 기하학적인 에너지 소비 증가, 지금의 지구 에너

지 위기의 원인이다.

이 문제는 다른 문제, 즉 지구온난화를 촉발했다. 두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원인과 결과인 이 두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

다. 이산화탄소, 더 정확히는 지구온난화 가스(Green House Gas)를 내

지 않고 에너지를 만들면 된다. 더 좋게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에너지

를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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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유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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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하나의 온실이다. 비닐로 덮여 있는 폐된 온실이다. 그 안

에서 이산화탄소는 순환한다. 온실 안에는 나무도 있지만 사람도 있다.

사람이 뱉어낸 이산화탄소는 온실 안에 쌓이게 되고 이것은 나무에 의

해 광합성 작용으로 산소를 만들고 나무의 양분이 된다.

온실 내에서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그리고 나무의 성분으로, 이것이

다시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이렇게 자연 순환되어 왔다. 균형이 잘 맞

아서 순조롭게 지내던 지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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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탄소순환도; 대기로, 다시나무로그리고인간의소비로다시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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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개입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늘어났다. 온실 내에서 난로를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온실 내에서 점점 농도가 높아지

고 온실 밖의 태양열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온난화의 시작이다. 물론 온

실 내의 나무 수를 늘린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지구의 나무는 늘어날 가망성이 없어 보 다.

남미의 상공을 나는 비행기 안.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삼

림은 실로 크기가 대단했다. 비록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열대림이지만

장장 두어 시간을 녹색의 카펫을 날고 있었으니 지구의 허파라는 별명

에 걸맞았다. 하지만 그런 뿌듯함도 잠시, 녹색 중간중간에 비어 있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고 거기에 연결된 도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는 끝없이 이어지고 서로 연결되어 있

었다. 그 길의 끝에는 집이 몇 채씩 모여 있었고 이들이 다시 모이는 곳

에는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매일 이런 크기의 림이 잘려나간다면

바둑판의 한 칸 한 칸이 채워지듯 림도 곧 도시로 변하리라. 나무 하

나 자라는 데 20년이니 저 구멍 난 공간을 메울 수는 있기나 한 것일까?

이제 지구라는 온실 내에 나무는 점점 줄고 이산화탄소가 높아지고 있

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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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모든 것을 만든다

이제 땅속에 있는 원유를 다 쓰고 나면 무엇이 지구를 움직이는 에너

지원이고 내가 쓰던 플라스틱은 어디에서 만들까? 이 두 질문의 해답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나무이다. 더 정확하게는 바이오매스(biomass)

라고 부르는 나무, 콩, 풀, 벼, 사탕수수, 고구마 등이다. 이런 것들로부

터 에너지를 얻는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나무를 키우는 에너지는 이미 다 아는 것처럼 태양에서 온다. 결국

태양에너지가 나무에 저장되고 여기에 축적된 에너지와 나무소재를 효

과적으로 뽑아 쓸 수 있다면 지구 내에 이산화탄소는 축적되지 않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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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지는열대우림; 2000, 2004, 2008년. 가히충격적이다.

2000년 2004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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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유의 고갈로 인한 플라스틱 원료물질을 나무에서 사용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에너지와 화학소재 고갈의 문제를 한 번에 해

결할 수 있다.

원유에서 휘발유를 만들거나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일

을 리파이너리(refinery), 즉 정유산업이라고 불 다. 이제는 나무에서

휘발유를 만들고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것을 바이오리파이너리

(biorefinery), 바이오 정유라 부르려 한다. 하지만 좀 생소한 이름이니

바이오화학이라고 부르자. 화학적으로 원유를 변화시켜 플라스틱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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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의 순환

바이오연료

바이오매스

바이오소재폐기물재활용

바이오소재 제품의 최종 단계

열전기

CO2 CO2

CO2 CO2

바이오화학; 에너지와화학소재를한번에얻을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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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던 것을 이제는 생물학적으로 나무 등에서 플라스틱을 만들자는 것

이다. 한번 연구해 보면 좋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다. 발등

에 떨어진 불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여기에 목숨을 건다. 이것 말고

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연료를 뽑아낸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나무의 성분인 셀룰로오스(cellulose)를 에탄올, 즉 알코올로 전환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연구되어 왔고 이미 생산하고 있다.

물론 이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곰팡이 같은 미생물 등이 한다.

뭐 대단한 과학인가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쌀에서, 고구마에서 누룩*을

이용해서 술을 빚어 왔다.

술, 이것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사람을 기분 좋게도 하지만 좋은 연료

이기도 하다. 쉽게 생각해 보자. 만 평의 밭이 있다. 나는 여기에다 고구

마와 나무를 심는다. 1년 내내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모

든 건 다 자연이 해주는 일이다. 고구마는 태양빛을 받아서 광합성을 한

다. 공기 중의 탄소, 즉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여 고구마의 녹말로 변환시

킨다. 이산화탄소가 고구마로 변한 것이다. 이 고구마를 잘게 부셔서 녹

말가루로 만들고 여기에 누룩을 첨가한다. 누룩 속의 미생물은 고구마

를 알코올로 변환시킨다. 소위 미생물을 이용해 고구마를 연료로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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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전환기술이다. 이 연료로 차를 움직인다면 우리는 석탄, 석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구마를 잘 심고, 또 고구마

에서 연료를 만들어 내는 일만 잘 해내면 된다.

나무도 고구마와 마찬가지다. 나무를 분해해서 당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생물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든다면 고구마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과 똑같다.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 즉 바이오화학은 이렇게 고구마, 나

무 같은 식물, 즉 바이오매스를 생물이나 다른 방법으로 알코올이나 플

라스틱 원료로 전환시키는 기술이다. 만약 알코올을 바이오에너지라고

부른다면 바이오에너지 공정은 바이오화학의 중요한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나무에서 알코올이나 플라스틱 말고 다른 것을 만들 수가 있을

까? 그 종류를 보면 놀랍기도 하고 안심도 된다. 아, 그래 원유가 다 없

어져도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고, 아파트에서 반신욕도 즐

길 수 있고 또 자동차 타이어도 나무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제 나무, 풀, 옥수수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은 대

단히 종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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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스는 나무처럼 광합성을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모든 식물자

원을 이야기한다. 옥수수, 콩, 나무, 풀, 선인장, 미역 모든 것에서 뽑아

낼 수 있다. 뽑아내는 물질로는 크게 포도당 같은 당 성분, 그리고 나무

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와 나무의 갈색 성분인 리그닌*, 콩 등에 많이

있는 단백질 등 모든 물질이 가능하다. 이런 원료물질을 가지고 여러 가

지 기술, 주로 생물체를 이용한 기술을 통해 중요한 물질을 얻는다. 알

코올, 구연산, 숙신산 등의 기본물질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물질이

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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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화학의상품및물질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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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로부터의 해방

이렇게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화학을 통해 만든 물건 중에서 가

장 진척이 많이 되어 있는 것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농촌을 지나다 보면 수많은 비닐하우스

를 보게 된다. 그리고 밭에 널려 있는 비닐과 산속 골짜기에 파묻혀 있

는 비닐 쓰레기봉투를 본다. 썩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플라스틱은 모두

원유에서 만들어졌다. 분해되지 않아서 골치이기도 하고 환경적으로도

큰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원유가 없어진다면 이마저 만들 수가 없

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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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폐비닐, 분해되지않는석유유래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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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에서 만들고 있다. 옥수수를 잘 갈

아서 포도당으로 만들고 이를 먹고 자란 미생물이 자기 몸 안에 생분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기도 한다. 또는 미생물이 고구마를 먹고 만들

어 내는 젖산을 기본원료로 만든 PLA(폴리락타이드; Polylactide)*라는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이 있는데 이것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이런 방법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면 비용도 무려 50%나 감

소하고 더불어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67%나 줄어든다. 돌 하나로 두 마

리 새를 떨어뜨리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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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스를원료로미생물을키우면바이오플라스틱원료가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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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이외에도 바이오화학을 이용해 만든 제품은 섬유, 세제 같

은 다량의 화학제품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

틱 물질인 PLA(폴리락타이드)를 이용해 카펫이나 차량용 내장재를 만

들기도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처럼 옥수수에서 직접 만들거나 중간 원료물질에

서 만들 수도 있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간 고급 바이오화학 물질도 있다.

예를 들면 세제효소다. 보통의 세제는 찬물에서는 빨래가 잘 안 된다.

따라서 집에서 사용하는 세탁기에는 온수를 사용해 세탁 시 물의 온도

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 온수를 사용해야 한다면 이건 돈이고 에너

지 소비다. 따라서 찬물에서도 세탁이 될 수 있는 세제를 만든다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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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되는물병; 이제는환경걱정안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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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양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방식이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차가운 강물에서 빨래를 하면서 빨래방망이를 사용

했다.

두들기면 빨래가 잘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섬유에 붙어 있는 먼지성

분을 비누성분과 잘 섞이도록 기계적인 힘을 가해서 섞어 주는 것이다.

세탁기는 이런 원리로 빙빙 돌면서 덜컹덜컹 섞어 주면서 세탁을 한다.

이런 기계적인 힘 대신 빨래를 좀 더 잘되게 하려면 섬유에 붙어 있

는 성분, 예를 들면 엎지른 우유의 단백질 성분이 강하게 붙어 있다. 이

성분을 미리 잘라 주면 쉽게 세탁이 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물질을 효

소*라고 부른다. 미생물에서 주로 생산되는 단백질로서 잘라 주는 역할

을 하는 일종의 촉매*이다.

이 효소는 바이오화학으로 쉽게 만들고 있다. 고구마에서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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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세탁하는사진 지방, 단백질분해효소(Lipase, Protease)가포함된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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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대단한 이유는 이로 인해 에너지를 절

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수를 사용하지 않고 찬물로도 세탁을 할 수

있게 하는 이 효소세제는 공업용수 사용을 30∼50%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제 바이오화학에서 만드는 물질로 지구는 바뀔 것이다. 지금껏

만들어지고 사용되던 물건은 그대로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다만 원유

를 원료로 하는 대신 나무가 그 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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