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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야구가 뭐길래?’ 1 / 4 2 편 야구는 경영이다 화수분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 진시황. 그는 북쪽 흉노쪽 침입을 막기 위해 길이 2,700km 의 만리장성을 증축하는데, 당시 동원된 군사 십만 명은 황하 강의 물을 구리로 만든 큰 물동이인 '하수분(河水盆)‘으로 길러서 사용한다. 그런데 그 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 번 채우면 몇 번을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 하여 '재물을 계속 써도 끝없이 나오는 보배로운 단지'. 즉, '화수분(貨水盆)'의 어원이 됐다. 그렇다면 사회나 조직 속에서 뛰어난 인재가 계속해서 배출되고, 혁신의 씨앗을 찾을 수 있는 화수분식 경영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150 년 동안 끊임없이 시대에 변화하고 적응하며 성장해온 ‘화수분 야구’를 통해 기업 생존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1984 년 한국 시리즈 전기 리그 우승팀인 삼성과 후기 리그 우승팀 롯데의 맞대결. 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롯데 강병철 감독이 당대 최고의 투수 최동원에게 하는 말, 강병철 감독 목소리 : “동원아, 1,3,5,7 차전 준비해라” 시즌이 끝난 후, 이미 체력에 한계가 온 최동원 선수의 대답은 명쾌했다. 최동원 목소리 : “마, 함 해보입시더” 투수들의 투수 간격이 잘 지켜지는 지금의 야구로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 국내 유일한 기록, 5 경기 등판 중 홀로 4 승을 거두며 롯데를 극적인 우승으로 이끌었던 최동원, 우린 그를 <에이스>라 부른다. “최동원 선수는 고교시절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투수입니다. 그야말로 전국구 스타이죠.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팀을 위해서 자기 몸을 불살랐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영원히 나오지 않을 한국시리즈 4 승, 이게

2편 야구는 경영이다 - bmceo.co.kr넥센히어로즈의 화수분 야구 두산 베어스의 뒤를 이어 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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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힘 ‘야구가 뭐길래?’

1 / 4

2 편 야구는 경영이다

화수분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 진시황.

그는 북쪽 흉노쪽 침입을 막기 위해 길이 2,700km 의 만리장성을 증축하는데, 당시 동원된 군사 십만 명은

황하 강의 물을 구리로 만든 큰 물동이인 '하수분(河水盆)‘으로 길러서 사용한다.

그런데 그 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 번 채우면 몇 번을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 하여 '재물을 계속 써도

끝없이 나오는 보배로운 단지'. 즉, '화수분(貨水盆)'의 어원이 됐다.

그렇다면 사회나 조직 속에서 뛰어난 인재가 계속해서 배출되고, 혁신의 씨앗을 찾을 수 있는 화수분식

경영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150 년 동안 끊임없이 시대에 변화하고 적응하며 성장해온 ‘화수분 야구’를 통해 기업 생존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1984 년 한국 시리즈

전기 리그 우승팀인 삼성과 후기 리그 우승팀 롯데의 맞대결. 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롯데 강병철 감독이

당대 최고의 투수 최동원에게 하는 말,

강병철 감독 목소리 : “동원아, 1,3,5,7 차전 준비해라”

시즌이 끝난 후, 이미 체력에 한계가 온 최동원 선수의 대답은 명쾌했다.

최동원 목소리 : “마, 함 해보입시더”

투수들의 투수 간격이 잘 지켜지는 지금의 야구로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 국내 유일한 기록, 5 경기 등판 중

홀로 4 승을 거두며 롯데를 극적인 우승으로 이끌었던 최동원, 우린 그를 <에이스>라 부른다.

“최동원 선수는 고교시절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투수입니다. 그야말로 전국구 스타이죠.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팀을 위해서 자기 몸을 불살랐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영원히 나오지 않을 한국시리즈 4 승,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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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힘 ‘야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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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투수들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할 선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승부욕도 강했고 팀을 위해서 희생을 한

한국 야구사에서 선동렬과 함께 큰 획을 그은 투수지요” – MBC 야구해설위원 허구연

그렇다면 이러한 에이스들이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배출되기 위해선 조직은 어떻게 경영되어야 할까?

넥센히어로즈의 화수분 야구

두산 베어스의 뒤를 이어 <화수분 야구>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 박병호, 손승락 등 투타 핵심 전력이 FA 이적과 메이저리그 진출로 대거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전적엔 아무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2013 년 염경엽 감독은 부임 후, 신인급 선수 1 명을 골라 1 군에서 함께하는 <1 군 동행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2013 년 투수 조상우, 2014 년 내야수 김하성, 2015 년 외야수 임병욱이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고,

이들은 현재 1 군에서 맹활약하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로 성장 중이다.

사실 ‘1 군 동행 프로젝트’ 주인공들이 당장 경기에 나서는 일은 없다. 그러나 1 군 분위기를 익히며, 열심히

하면 주전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얻는다. 결국 2∼3 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신인 선수 중

옥석을 골라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를 한 것이 ‘넥센표 화수분 야구’로 실현된 것이다.

조직 문화 안에서 선후배간 강한 소속감과 유대감으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것이 인재양성에 핵심이라면,

기업 측면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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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힘 ‘야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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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입장에서 선수는 일종의 자원이고 리소스이기 때문에 그 자원이 부족할 시점에 꼭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선택하고, 훈련시킴으로써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운영한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최근 10 여 년간 입단 첫해 바로 주전급 활약을 펼친 선수는 류현진, 안치홍 이외는

거의 없었다. 결국 기업도 당장의 성과보단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인재 고용과 조직 내 효율적 배치를 통해

뚜렷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 가능성 외에 기업 생존을 위해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일까? 사실 선수들은 부상,

팀워크, 컨디션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매 순간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에, 적절한 위기관리 능력이야말로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한 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승엽

2003 년 한 시즌 최다 홈런인 56 호 홈런.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터진 역전 홈런.

절체절명의 순간, 경기의 판도를 바꾼 홈런의 주인공은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이다.

그는 오히려 위기에 몰렸을 때 더욱 과감한 스윙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기업경영으로 치자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이승엽은 위기에 빠졌을 때 공을 지켜보거나 골라내거나 하지 않습니다.

볼넷으로 골라 나가기보다는 오히려 스윙을 더 많이 해서 공을 때리는데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제 타격감이 돌아오고,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습니다.”

–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인생, 야구에서 배우다> 저자

뿐만 아니라 그는 1999 년 이후, 56 홈런의 기적을 만들어낸 ‘외다리 타격폼’을 꾸준히 바꿔나갔다.

이미 검증된 타격 폼 외에도 꾸준히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했으며, 2006 년에는 일본

프로야구를 선택,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결과 한.일 통산 500 홈런을 달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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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힘 ‘야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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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수들이 위기 앞에 무너질 때, 그 두려움을 발판삼아 스타플레이어가 된 이승엽. 이것이 그가

야구계를 넘어 수많은 기업인에게까지 영감을 주는 이유이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 염경엽. 그는 축구가 시라면 야구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축구에선 가장 단호한 원칙인

오프사이드 룰이 있지만, 야구는 무수히 많은 룰들이 서로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를 즐기기 위해 모든 룰을 알 필요는 없듯, 성공한 조직을 위해 복잡한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소설의 맥락을 파악하는 시각으로, 야구의 흐름을 이해하는 혜안으로,

기업의 세세한 움직임을 캐치한다면 기업 생존의 비밀은 아마 저절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BM

허구연 | 해설위원

과학적이고 친근한 해설로 프로야구 원년부터 MBC 야구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1985년에는 청보 핀토스 감독을 맡아 최연

소 프로야구 감독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전 아시아야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KBO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국 야구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허구연장학회를 통한 아마야구 지원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에 야구를 전파하는 등 야

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주최하며 여자 야구 발전에 힘을 기울이고 있

다. MBC, MBC Sports+ 야구해설위원으로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있으며, 저서로는《허구연의 프로야구》《허

구연의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허구연의 야구》《홈런과 삼진 사이》등이 있다.

[참고도서]

<인생, 야구에서 배우다>, 이용균, 알렙, 2016

<허구연의 여성을 위한 야구 설명서>, 허구연, 북오션,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