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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주간교수 편집인 주소 창간 전자메일 홈페이지 김봉렬 양승무 선승범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관 2층 1996년 11월 28일 [email protected] news.karts.ac.kr 2014.09.29 238 2면: 내년도 학교 예산안 332억원 편성 3면: 우리 학교에도 풋살 동아리가? 4-5면: 예술제, 어느 가을날의 기록 6면: 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한축구협회 7면: 저는요, 술이 정말 좋아요 8면: 서태지, 컴백 홈 9면: ‘초자연’ 전시에서 무엇을 보았나 10면: 심광현 영상이론과 교수 신저 11면:한국영화사 기획서평 12면: 새로운 재난/영화의 도래 13면: 플레이어를 조롱하는 어떤 게임 14면: 비디오게임 수용에서 젠더의 문제 15면: 블랙잭이라는 도박과 우리들 16면: ‘메신저 망명’이 보여주는 것

2014.09.29 제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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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4.09.29 제238호

발행인

주간교수

편집인

주소

창간

전자메일

홈페이지

김봉렬

양승무

선승범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관 2층

1996년 11월 28일

[email protected]

news.karts.ac.kr

2014.09.29제238호

2면: 내년도 학교 예산안 332억원 편성

3면: 우리 학교에도 풋살 동아리가?

4-5면: 예술제, 어느 가을날의 기록

6면: 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한축구협회

7면: 저는요, 술이 정말 좋아요

8면: 서태지, 컴백 홈

9면: ‘초자연’ 전시에서 무엇을 보았나

10면: 심광현 영상이론과 교수 신저

11면:한국영화사 기획서평

12면: 새로운 재난/영화의 도래

13면: 플레이어를 조롱하는 어떤 게임

14면: 비디오게임 수용에서 젠더의 문제

15면: 블랙잭이라는 도박과 우리들

16면: ‘메신저 망명’이 보여주는 것

Page 2: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5년도 우리 학교 예산안에 332억9

천만원(이하 백만 자리에서 반올림)이

편성됐다. 이는 2014년도 예산 267억9

천만원에 비해 65억원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9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22일 국

회에 제출했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소

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등을 거쳐 연

말에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확정된다.

우리 학교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

일반회계의 적용을 받는다. 세부 내용

을 살펴보면, 먼저 서초동 캠퍼스 증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 100억4천만원이

편성됐다. 2016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

업은 총 공사비 237억원, 설계비 8억원

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예술영

재교육 예산은 2014년과 비슷한 19억

7천만원이 책정됐다. 이 밖에 △학습장

시설 유지관리 36억원 △교육지원 및

운영 142억원 △공연 전시프로그램 운

영 4억3천만원 △예술교류 활성화 16

억7천만원 △예술학교 수입 대체경비

7억1천만원 △학교종합정보 시스템 구

축 6억7천만원이 책정됐다. 서초동 캠

퍼스 리모델링 사업을 제외하면 전년

도에 비해 순수 운영 예산은 약 10억원

정도 증가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공무원 봉급

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총장

은 715만원, 교수는 460만원의 기본급

을 받는다. 올해보다 약 30만원이 올랐

지만, 국립대학 교수 기본급 599만원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한편 정부는 2015년도 문화체육관

광부 예산으로 4조8752억원을 편성했

다. 이는 2014년에 비해 10.2% 늘어난

수치다. 정부 재정 대비 비율은 1.24%

에서 1.30%로 늘어났다. 정부는 국가재

정 운용계획에 따라 2018년까지 이 비

율을 2%까지 늘릴 예정이다.

기금별 편성을 살펴보면, △문예기

금 1천639억원 △영화기금 888억원

△지역발전기금 101억원 △언론기금

237억원 △관광기금 9천256억원 △

체육기금 1만1천865억원이 편성됐다.

부문별로 보면 △문화예술 부문 1조3

천280억원(27.2%) △콘텐츠 부문 6천

122억원(12.6%) △관광 부문 1조3천

413억원(27.5%) △체육 부문 1조2천

947억원(26.6%) △문화행정 일반 2천

990(6.1%)이 편성됐다.

문체부는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와

정착을 위해 문화 프로그램이 부족한

지역에서 야외 공연과 전시를 개최하

는 데 1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문화

향유시설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생활

문화센터도 30여 개소를 추가로 설치

하기로 했다. 미술계 생태환경 조성을

위한 미술진흥기반 구축 사업엔 75억

원이 투입된다. 콘텐츠 기업 지원을 위

한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를 200

억원에서 600억원으로 크게 늘리고, 콘

텐츠코리아랩 2개소도 추가로 조성된

다. 국립극단이 사용 중인 서계동 부지

는 문체부가 190억원을 들여 매입하여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 미술산업 육

성 거점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시행되

는 남한강 예술특구 조성 사업에는 65

억원이 편성됐다. 2014년에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던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

축 사업에는 창작준비금(긴급복지지원

금) 110억원 등 총 205억원이 투입된

다. 한국영상자료원 제2 보존센터 운영

에는 34억원이 편성됐다.

또 문체부는 10억원을 들여 대학

의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나 작가 레지

던시 시설이 있는 기관에 웹툰 창작장

비 250여 개를 지원한다. 연예인의 권

익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연예기획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

기 위한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에 7

억원이 투입된다. 전자출판 산업 육성

에는 올해보다 6억원 늘어난 20억원을

편성했다. 2015년 전라남도 광주에 개

관하는 아시문화전당 콘텐츠 개발을

위한 예산은 2014년 650억원에 이어

2015년 794억원으로 늘어났다. 아시아

문화전당은 △민주평화교류원 △아시

아예술극장 △문화창조원 △아시아문

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으로 구성되

며, 다양한 아시아 동시대 예술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리랑 핵심 콘텐츠

개발 및 세계화’ 사업에는 25억원이 편

성됐는데, 아리랑 음원 개발 등을 통해

아리랑 대표 브랜드를 개발 및 보급하

고 방송, 공연 등의 시그널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선승범 기자)

내년도 학교 예산안 332억원 편성서초캠 리모델링에 100억원 투입… 서초캠 예산 제외하면 약 10억원 증가

교수 기본급은 30만원 오른 460만원 책정

문체부 예산은 정부 재정 대비 1.30%… ‘문화가 있는 날’ 확대에 100억원 편성

제51회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2명 입상

지난 9월 21일에 막을 내린 제51회 전

국신인무용경연대회에서 한대교(무용

원 실기과 13) 씨가 컨템포러리 시니어

남자부문 금상을, 김천웅(무용원 실기

과 13) 씨가 같은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한국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신

인무용경연대회는 다음 세대 무용계

의 주역이 될 신인무용가를 발굴을 위

해 1963년 신인예술상 무용부문 행사

를 시작으로 실시되어 왔으며, 이제까

지 신인무용가들의 등용문으로 성장

및 발전해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안신

희 국민대학교 교수, 황미숙 파사무용

단대표, 홍승엽 댄스씨어트온 대표 등

이 심사했다.

한국영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모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영화 애니메

이션 시나리오를 공모한다. 공모대상

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소설 및 기타 출판된 저

작물의 영화화를 위해 각색한 시나리오

는 제외된다. 신청대상은 기성과 신인

의 구별이 없다. 선정편수는 최우수상 1

편이며 우수상은 2편이다. 시상금은 최

우수상일 경우 1,000만원이고, 우수상

은 각 500만원이다.

접수기간은 11월 1일부터 10월 31일

24시까지며,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 온

라인 등록만으로 제출해야 한다. 문의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051-720-

4772).

극단 양손프로젝트 연극 <죽음과 소녀>

한예종 연극원 출신이 모여 결성된 극

단 ‘양손프로젝트’의 공연이 열린다. <죽

음과 소녀>는 남미 작가 아리엘 도르프

만의 희곡을 각색한 작품이다. 군사독

재 시절 고문당한 기억을 가진 주인공

빠울리나는 15년 뒤 남편이 집에 데려

온 한 의사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고

문한 사람으로 지목하는데, 여기서 갈

등이 시작된다. 박지혜가 연출, 번역을

맡았고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이 출연

한다. 제목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

의 현악 4중주에서 가져온 것이다. 두산

아트센터에서 10월 24일부터 11월 15

일까지 60분의 러닝타임으로 상연된다.

문의 두산아트센터(02-708-5001).

극작과 박상현 교수 연출 <공포>

극작과 박상현 교수가 연출하고 연극원

출신 고재귀가 쓴 <공포>가 9월 25일부

터 10월 5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

극장에서 상연된다. <공포>는 안톤 체

호프의 단편 <공포>를 각색한 작품으

로, 주인공이 친구의 아내와 관계를 맺

고 사할린으로 떠나 죄책감을 쏟아내지

만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는 이야기다. ‘불온한 상상력’이라는 슬

로건으로 활동 중인 극단 ‘그린피그’가

제작을 맡았다. 티켓가격은 25,000원이

며 대학생 할인이 가능하다. 문의는 02-

922-0826.

2013년도 문화예술계 주요 현황과 통

계를 수록한 <2014 문예연감>(한국문

화예술위원회)이 발간됐다. 문예연감

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연감 사이

트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먼저 2013년도 신간 도서의 발행 종

수는 총 43,146종(만화 포함)으로 집계

됐다. 권당 평균 정가는 14,678원, 평균

면수는 276쪽이었다. 출판계는 지난해

와 비교해 발행 종수는 증가하는 데 반

해 발행 부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

는데, 이민호 문학평론가는 “발행 부수

의 늘림보다는 부수를 줄이고 면수와

정가를 올리려는 흐름이 여전히 지속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출판문화

협회 통계에 따르면 출판 전체 분야에

서 문학이 21.6%, 아동 17.2%, 사회과

학 16.5%, 기술과학 9%를 각각 차지했

다.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현황에 따르

면 2013년 한 해 동안 시집이 1,877종,

소설은 2397종이 발간됐다. 수필/산문

은 1,730종, 희곡 22종, 평론 888종이

발간됐다. 교보문고는 조정래의 <정글

만리>를 비롯해 신경숙, 정유정, 김영

하, 김진명, 공지영 등의 신간이 2013

년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시각예술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개인전 6,203건, 단

체전 6,082건, 외국 작가 국내전은 950

건이 열렸다. 국내 작가가 외국 전시나

국제전에 참여한 건수는 총 332건이었

다. 개인전의 경우 회화 63.3%, 사진

8.1%, 공예 8.1%, 조각 7.4%, 설치/영

상 6.7%, 서예 4.2%를 차지했다. 지난

해 새로 개관한 전시공간은 총 170개였

다. 이 가운데 39%가 서울에 분포해 있

으며 특히 종로구에 27개, 강남구에 13

개가 새로 개관했다.

국악 공연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

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2년 2,100건

이던 공연 건수는 2013년 1,660건으로

감소했다. 창작 대 레퍼토리 비율은 창

작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전지영 국

악평론가는 이런 현상을 “공연수치는

감소하는데도 공연 1건당 공연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국공립단체와 대형기획

사 중심으로 국악 공연이 재편되고 있

으며 국악계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국 대학, 특

히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국악과(한

국음악과)의 통폐합이 이뤄지는 경향

이 나타났다. 전 평론가는 “취업률 중심

의 대학평가에 따른 부담감에 따른 것

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여기에 서울 공

연 횟수 비율이 46.8%를 기록해 공연의

지역 편차 현상이 뚜렷했다.

황성호 음악원 교수는 양악 분야 총

론에서 “창작 레퍼토리를 통한 차별화,

전문성 추구”를 중요한 현상의 하나로

꼽았다. 황 교수는 또 “서양 명곡의 탄

생 배경처럼 우리 종교기관, 기업, 개

인도 오리지널의 배경 주체가 되어야

하며, 공연장들도 더 이상 유명 연주자

의 재연을 자랑하는 공간이 아니라 초

연을 자랑하는, 창작 오리지널의 원산

지임을 자랑하는 곳으로 격을 올려야

할 때”라고 짚었다. 양악 공연은 2013

년 총 7529건이 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기악이 57.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합창 9.7%, 성악 8.2%, 혼

합 6.2%, 오페라 6.0%순이었다.

연극 분야는 침체기였다. 이은경 연

극평론가는 총론에서 “눈에 띄는 변화

가 거의 없었고, 주목받은 작품들의 수

준도 작년과 비교해 크게 나아가지 못

했다”고 짚었다. 3,288건의 공연 가운

데 레퍼토리가 52.7%, 창작극 초연이

44.6%, 번역극이 2.6%를 차지했다. 장

르별로 살펴보면 연극과 뮤지컬이 각

각 48.1%와 47.0%로 대부분ㅇ르 차지

했다.

무용 공연은 2013년 한 해 동

안 1,490건이 행해졌다. 한국무용이

32.5%, 현대무용 18.3%, 복합 18.2%,

발레 17.9%를 차지했다. 전체 공연의

73.7%가 1회만 공연하는 현상도 두드

러졌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양적으

로 충분히 팽창한 무용공연 시장이 이

제는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2013년의 무용

계는 질적 향상 과정에 있었고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

였다. (선승범 기자)

2014 문예연감 발간2013년 한 해 시집 1877종, 소설 2397종 발간

국악 공연은 감소 추세 지속

Page 3: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9월 15일 월요일 18대 총학생회 ‘늘품’

의 주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2014 아

람 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이번 운동

회는 학교 쪽의 휴강 협조로 순조롭게

개최되었다. 종목은 △족구 △농구 △

탁구 △농구 △배드민턴 △풋살 △자

취생왕대박달리기 △108m달리기 △

장애물달리기 △줄다리기 등으로 다

양했으며, 부대행사도 있었다.

운동회는 무용원 학생들이 손수 시

범을 보인 ‘새천년 건강체조’를 통해

운동회의 막이 열렸다. 안민영(전통예

술원 음악과 11) 전통예술원 학생회장

은 “이번 운동회는 총학생회와 6개원

학생회가 열심히 준비한 것이다. 학생

들이 운동회와 축제 기간 동안이라도

학업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체조 이후 오전 내내 각 종목의 예

선 경기가 진행되었다. 캠퍼스 부지가

좁아 경기장 확보가 어려웠던 점을 제

외하면, 학생들의 반응은 전체적으로

호평이었다. 장해솔(전통예술원 연희

과 14) 씨는 “덥고 힘들지만 재미있었

다”고, 이해빈(연극원 극작과 14) 씨

는 “입학한 뒤로 학교가 이렇게 떠들

썩한 모습을 처음 본다. 굉장히 신선

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배상희 (전통

예술원 한국예술학과 11) 총학생회장

은 “체육대회와 축제 슬로건인 ‘아람’은

‘아름답다’는 뜻이다. 안기부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건물이지만 더 신선하고

아름다운 축제를 하고 싶었다. 앞으로

3일 간의 축제가 더 남았으니 큰 탈 없

이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몇몇 운동 경기의 경우 좁은

캠퍼스 면적 때문에 경기 진행에 어려

움을 겪기도 했다. 풋살 예선에 참가한

서지영(영상원 영상이론과 13) 씨는

“워낙 학내 경기장 조성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환경이 다소 아쉬웠

다”면서도 “그러나 (총학생회가) 어떻

게든 공간을 만들어 풋살을 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재미있었고 다음 체육

대회에도 (이러한 행사를) 계속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원(미

술원 디자인과 13) 씨는 “재미있었는

데 바닥이 시멘트라 다친 사람이 있었

다. 공간을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확

보했으면 좋겠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상희(전통예술원 한국예

술학과 11) 총학생회장은 “학내에 운

동 경기를 진행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

여 처음에는 풋살을 종목에 넣지 않았

다. 그런데 체육대회 공지가 나간 순

간부터 축구나 풋살 경기에 대한 청원

이 많이 들어왔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

렴하여 미니 풋살 형태로 경기를 개최

하였는데 문제가 생겨 안타깝다. 공간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라고 말했다.

12시 20분 경 점심시간을 앞두고

박 터트리기가 시작되었다. ‘기성회비’

라는 글자가 칠해진 대형 박을 향해 학

생들은 콩주머니를 던졌다. 그러나 박

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이 박은 작년

에 무대미술과에서 제작한 박으로, 워

낙 튼튼하게 제작하여 작년에도 쉽게

터지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결국 박태

일(미술원 건축과 12) 총학생회 부회

장이 테라스 위로 올라가 박을 갈랐다.

물총놀이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총

학생회가 제공한 물총을 가지고 학교

전역에서 물총놀이를 했다. 좁은 캠

퍼스였지만 학생들은 신나게 물총놀

이를 즐기며 돌아다녔다. 물총놀이는

2012년 16대 연극원 학생회와 2013년

17대 총학생회 쪽에서도 주최한 바 있

는데, 대대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축

제 때마다 이어지는 이벤트다. 지예은

(연극원 연기과 14) 씨는 “축제의 꽃

은 물총놀이”라며 물총놀이에 대한 소

감을 전했다. 부대행사도 있었다. 학

교 구석구석에는 로데오와 방방, 풀장

이 설치되었고 학생들의 이용이 잦았

다. 로데오 진행자 정의진(연극원 극

작과 서사창작 14) 씨는 “오전에 사람

이 없었는데 오후에 사람이 많아져 즐

겁다. 다음에도 (이러한 축제를)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 시간이 지난 다음 각 종목별

본선 경기가 치뤄졌다. 피구 경기의 경

우 남자와 여자가 한 번호를 뽑아 짝으

로 활동하는 ‘이색 짝피구 경기’였다.

각 팀마다 여왕벌(여학생 참가자)이 1

명 선정되고, 짝이 된 남자가 해당 여

왕벌을 수호하는 형식이었다. 연극원

팀으로 피구 경기에 참가한 옥경민(연

극원 연기과 14) 씨는 경기 직전 “풀장

에서 물놀이를 즐긴 탓에 너무 힘들어

서 다소 지친 상태지만, 원 대표로 나

가는 만큼 열심히 해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칙에 대한 아쉬

움도 제기되었다. 조유진(영상원 방송

영상과 11) 씨는 “즐거웠지만, 남녀를

합치지 말고 따로 갈라서 일반적인 형

식으로 게임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8m 달리기나 자취생 왕대박 달

리기의 경우 전년도 운동회 참가자들

의 연속 참가로 화제를 모았다. 전년도

108m 달리기 여자 우승자 김가빈(연

극원 연기과 12) 씨는 “작년에 스타트

가 늦었는데 결승에서 역전을 했던 꿈

같은 기억이 있다. 다만 올해는 후배에

게 108m 여자 부문 참가 기회를 양보

했고, 나는 자취생 왕대박 달리기에 출

전했다. 잘할 수 있다”며 경기 전 인터

뷰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권

지혜 수습기자)

우리 학교에서는 공을 차는 학생들을

쉽사리 만나기 어렵다. 공을 찰 수 있

는 마땅한 공간도 없지만 학생들 대부

분이 많은 양의 과제와 수업으로 공을

찰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

중에 지난 8월 22일 학생 커뮤니티 ‘크

누아넷’에 풋살(소수의 인원으로 진행

되는 축구 경기)을 함께할 학생을 모

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풋살 동아리

‘FC 650D’였다.

현재 학교에 있는 정식 스포츠 동아

리는 맥거핀스(야구 동아리), 벽산(등

산 동아리)로 두 곳뿐이다. 그만큼 스

포츠를 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모이기

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체육대회가 열

린 것을 계기로 한승엽(영상원 영화과

14) 단장을 만나 보았다.

먼저 동아리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

려요.

“우리 동아리는 얼마 전 만들어진 신생

축구 소모임이고요. 그냥 풋살 소모임

이라고 해도 돼요. 학생들끼리 꾸준히

모여서 풋살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인원이 총 13명인데 그중에서 제

영화과 동기가 6명이에요. 다른 원 분

들도 몇 명 속해 있기는 하지만 아직 ‘

학교’ 동아리라고 말하기엔 어색해요.

다른 원에 있는 분들도 많이 참석했으

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을 모집하는 데 어려

움이 많을 거 같아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학교 학생 수

도 적고, 운동을 많이 하는 남자들 수

는 더 적고…. 제가 일반 종합대학을

다니다 왔는데 그때도 축구 동아리를

했었어요. 그때는 회원 인원수가 많아

서 제가 후보로 거의 앉아 있었거든요.

여기선 제가 단장을 하고 있네요. 그리

고 다들 너무 바쁜 것도 문제죠.”

여자 회원도 있나요?

“아직 한 명도 없어요. 그런데 정말 있

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게 아니라 저

희 단체 카톡방이 있는데 저 말고는

아무도 말을 안 해요. 읽기는 하는데

답장이 없어요. 제 생각엔 남자 13명

이 있어서 그런 거 같은데, 원활한 소

통을 위해서 단체 카톡방에 여자 회원

도 있으면 좋겠어요. 여자 동기들한테

부탁을 해보려고 하기도 했지만… 왠

지 이용하는 거 같아서 미안해서 못했

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여학생분들도

자유롭게 같이 참가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650D(유명 카메라 모델명)

는 너무 ‘영상원스러운’ 이름이 아닌

가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는데 나름대로 의

미가 있어요. 영화과 신입생들이 처음

으로 영상을 찍을 때 쓰는 카메라가

650D거든요. 보급형 카메라이기는 하

지만, 그 영상을 가지고 저희는 온갖

장면들을 다 찍어요. 그러다 학년 올라

가면 배워서 더 좋은 카메라로 찍게 되

겠죠. 저희도 아직은 신생 모임이니깐

650D 같을 거예요. 물론 나중에는 발

전해야 되니깐, ‘아직’은 650d(웃음).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정도의 의미입니다.”

앞으로 연습 계획이나 운영 계획은?

“일단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연습할 공

간을 찾아봐야 할 거 같아요. 회비 같

은 건 일단 그때그때 나눠서 필요한 돈

을 내고 있어요. 나중에 정식 동아리

가 되면 지원금이 생기니깐 거기에 회

비를 걷는 게 더 좋을 거 같기는 해

요. 다음 게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

어요. 제가 체육대회 때 발톱이 나가

서 발톱이 자랄 때까지는(웃음). 연기

과 안에서도 축구 소모임이 있다고 들

었는데 다음에는 그분들과 게임을 해

보고 싶어요.”

얼마 전 체육대회 게임은 어땠나요?

“영상원 친구들 6명이 겨우 모여서 참

가했어요. 1차전에서 연극원 친구들

한테 2:1로 패했는데 그 친구들이 결

승전까지 가셔서 2:1로 이겼더라고요.

그러니깐 그렇게 굴욕은 아니라고 생

각해요(웃음). 내년에는 꼭 우승하려

고요. 사실 이번 체육대회 풋살 경기

가 좀 아쉬운 게 있었어요. 일단 경기

장소 문제인데, 학생회관 공터에서 경

기가 진행되다 보니깐 5:5로 하기에는

너무 작았고 심판이 룰도 잘 모르고 있

어서 경기 진행도 원할하지 않았거든

요. 다음 해에는 이런 점들을 좀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홍보 겸 한마디 해주세요.

“축구는 외롭고 힘든 이에게 힘을 줘요.

외로운 학우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이 남아도는 학우분

들도 오시면 좋고요. 다같이 튼튼해 져

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

겠어요.” (한지윤 수습기자)

2014 아람 가을 운동회

우리 학교에 풋살 동아리가?

Page 4: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가을에는 드러내본다지난 9월 16일(화)부터 18일(목)

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

퍼스에서는 ‘가을 아람 예술제’가

개최됐다. 재학생, 졸업생 등의 작

업을 포함해 각 장르와 예술분야에

서 개인별 혹은 팀별 공연, 영상 및

전시가 열렸다. 총학생회에서는 서

초동 캠퍼스 학생들의 참석을 위해

3일간 오후 4시에 석관동행 셔틀버

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

축제를 시작하며 티셔츠도 배부되었다.

3일내내 오후 2시에 배부할 예정이었

던 티셔츠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시 50분에 이미 품절됐다. 일찍 왔다

고 생각했던 최슬기(영상원 방송영상과

10) 씨는 티셔츠 품절 소식에 울상을 지

었다. 이번 축제의 드레스 코드는 교복

이 포함된 프레피룩이었다. 축제 마지막

날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총학생회

부스에서 드레스 코드에 맞춰 옷을 입

고 온 학우 중 선착순 50명에 한해 영화

<슬로우 비디오> 예매권을 나누어 주는

행사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상영회?

‘별 의미 없는 상영회’는 학생 공모작과

외부에서 섭외한 작가들의 작품을 합해

14개의 영상을 연극원 L506호에서 상영

하는 행사였다. 첫째 날은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한 영화를 상영했고, 둘째 날

은 드라마 요소가 있는 영상을 상영했

다. 마지막 날엔 실험적인 영상이 상영

됐다. 폐막작은 폴하지부트로스의 ‘It’s

Confusing These Days’였다.

‘별 의미 없는 상영회’를 진행한 ‘무명

씨 클럽’은 “7080세대가 추구하던 어떤

심오한 주제나 무거운 관념이 우리세대

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서 특정한 주제에 한정하지 않고 상영

작품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무명씨 클

럽’은 상영되는 작품 또한 한가지 방식

으로만 읽혀질 수 없는, 여러 의미들을

내포한 작품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상

영회 기획자는 “진짜 아무거나 하고 싶

은 것을 해도 좋다는 18대 총학의 공지

글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요즘 학생들

은 학부 때에는 성적에, 자격증에, 영어

까지 사회가 갖추어진 시스템 안에 끼

기 위해 스펙쌓기에 열중하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매우 부담스러워 하

는데 그 와중에 ‘별 의미 없이’ 일단 지

금 여기서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작은 마민지(영상원 방송영상과

전문사 14) 씨의 ‘성북동 일기’가 상영

됐다. ‘무명씨클럽’은 “지금 여기, 석관

동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

각이었다”며 ‘성북동 일기’를 개막작으

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상영 첫째날

엔 오현진(영상원 방송영상과 07) 씨의 ‘텃

밭’, 이영지(영상원 방송영상과 09) 씨

의 ‘내가 살았던 집’ 등 다큐멘터리 영상

이 상영됐다. 둘째 날엔 알렉스 위태커의

‘Summer Evening Inversion’, 임정서(영

상원 멀티미디어영상과 13) 씨의 ‘남근

선망’ 등 드라마 성격이 강한 영상을 선

보였다. 마지막 날엔 엄귀현 씨의 ‘You

Can Run Away Screaming’ 등의 실험적

인 영상이 보여졌다.

‘무명씨클럽’은 상영이 끝난 뒤, “상

영회에 오셨던 분들은 놀랄 정도로 모두

집중해서 영상을 보고 가셨다. 작은 상

영회였지만 좋은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

어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상영회를 찾

아온 관객 남원정(미술원 미술이론과

14) 씨는 “알렉스 위태커(Alex Whittak-

er) 씨가 연출한 ‘What Are You Waiting

For(The First Time I Met You)’이란 작

품이 인상 깊었다. 보통 영상이라고 하

면 동적인 이미지와 소리를 많이 생각

하는데, 이 작품은 스틸 이미지를 슬라

이드처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공

간은 변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에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자주, 더 가까이! 진짜 사장 나와라!

지역-예술-운동 비평·창작 동아리 ‘

돌곶이포럼’은 ‘빗자루 투어’를 기획했

다. 한예종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일상

을 함께해보는 행사였다. ‘빗자루 투어’

는 부스에 와서 미션지를 받아 ‘빗자루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미션을

수행해 스티커를 모으면 플라스틱 물병

과 에코백 등의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빗자루 미션’은 1)부스에서 한예종

청소노동조합 출퇴근 시간, 노조가 생

기기 전 임금, 식대에 관한 질문지 두 개

를 뽑아 답 알아오기 2)페이스북 ‘빗자

루 네트워크’ 페이지를 태그해 지지 발

언 올리기 3)학교 건물 내 청소 노동자

휴게실 두 곳 찾아 사진 찍어오기 4)청

소노동자 김정자 씨를 찾아 함께 사진

찍기 5)학교 경비실 중 365일 24시간 불

이 켜져 있는 곳 찾아가서 미션(노래 부

르기, “진짜 사장 나와라” 구호 외치기

등) 수행하기 등이었다.

돌곶이 포럼은 페이스북 페이지 ‘빗

자루 네트워크’를 통해 매 시각 진행상

황을 알렸다. 덕분에 행사에 직접 참여

하지 못했던 학생들도 이 행사가 어떻

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었다. 행사 후엔

청소 노동자들과 미션을 수행한 학생들

이 함께 다과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돌

곶이포럼’의 배한솔(미술원 조형예술과

12) 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과 참가자들의 진솔한 소감에 감동

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현재 상황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기에 가능했던 기획

이었다. 타 대학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알렸다.

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다

음 기획을 위한 좋은 원동력을 얻었다

는 말도 덧붙였다.

부스에서 판매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드레스코드에 맞춰 교복을 입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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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You Know What I’m Saying?

유남생 밴드

요즘 들어 학생회관 대공분실이 시끄러

웠다. 학교 곳곳에는 ‘밴드 할 사람’이라

고 사납게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유

남생 밴드는 학교 대공분실을 연습 공

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신생 밴드다.

베이스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머드(남기륭, 연극원 연극학과 예술경

영전공 13), 건반과 보컬을 맡은 기말

콜(김혜원, 무용원 이론과 예술경영전

공 13), 기타를 치는 씨쿤(박병훈, 무용

원 이론과 예술경영전공 14), 그리고 드

럼을 치는 지민(이지민, 영상원 영화과

08)까지 비전공자 네 명이 모여 노래를

하고 연주도 직접했다.

“이번 역은 대공분실이며 내리실 분은

없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공연은 오

십 분 동안 이어졌다. 유남생 밴드는 자

작곡 ‘아무 것도 아닌 나’, ‘파란 레스토

랑’, ‘가정식 백반’, ‘유남생 찬가’를 비

롯해 카피곡인 ‘Midnight Radio’, ‘나무

가 되는 꿈’, ‘Gee’, 등을 불렀다. 유남생

밴드의 보컬리스트 머드는 “‘즉흥과 날

것’이 밴드의 컨셉트”라며 “앞으로 대

공분실에서 더 많은 사건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축제에서 만난 사람들

‘아람 가을운동회’로 시작해서 ‘한예종

클럽’으로 끝을 맺은 축제를 즐기던 학

생들을 만나보았다.

강민주 (미술원 조형예술과 10)

어떻게 예술제를 즐기고 있나요?

“인도 전통차인 짜이티를 팔고 있어요.

헤나도 그리고 있습니다.”

짜이티는 생소한데 잘 팔리나요?

“예술제 때 부스 신청을 못해서 학교식

당 뒤편 계단에서 팔고 있어요. 학내 커

뮤니티 크누아넷에 홍보하긴 했었는데

찾아오기도 어렵고, 짜이가 생소한지

손님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팔립니다.”

어쩌다 짜이를 팔 생각을 했나요?

“인도에 여행을 갔었는데, 거기서 짜이

를 먹어봤어요. 정말 싸고 맛있어서 예

술제 때 팔아보려고 엄청 많이 사 왔어

요. 헤나도 그때 같이 사왔고요.”

신재솔 (영상원 영상이론과 12)

돌곶이 포럼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대로 자

리 잡지 못했을 때는 할 일이 많았어요.

저희는 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이 출범

할 때부터 같이 활동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도울 일이 없을 정도로 조합이

잘 정착된 것 같습니다.”

‘빗자루 투어’가 정확히 뭔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전까진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을 도와드리며 학생들과 노

동자 분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

는데, 이제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학생

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이 일상적으

로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었어요.”

남지선 (음악원 전문사 14)

세월호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열린 세월호 위로 예술제

<기억하는 손짓>에는 왜 참가하지 않

았나요?

“거기에 참가 신청을 했었는데, 제가 출

산을 하게 돼서 저 혼자 못 했어요. 그

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또 꼭 하고 싶

었기에 예술제에 나왔습니다. 퍼포먼스

를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2천여명의 서

명도 받았어요.”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점이 가장 힘

들었나요?

“제가 연출을 해고 영상을 만들었어요.

발포 비타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미량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같

은 사람이 되자는 취지로요. 아기자기

한 영상으로, 아이들도 볼 수 있게 만들

었어요. 제가 세 아이의 엄마이다보니

아이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줘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혼자 준

비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사비도 많

이 지출했고요. 하지만 십시일반 도와주

시는 분들이 많아서 겨우 완성했네요.”

축제인데,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마주

하니 이질감도 느껴집니다.

“노린 부분이 없진 않죠. 그리고 저는 이

런 참사에 대한 사유가 일상과 공존해

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연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10회의 공연은 10분 단위로 10명의 관

객만 모셔서 진행합니다. 10은 지금 찾

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의 수예요. 관객

분들은 방석을 받아 가장 편한 자리에

아무렇게 앉으시면 됩니다. 공연 마지막

날에는 가장 어린 실종자인 일곱 살 민

규의 이모도 오세요. 민규의 외가는 베

트남 쪽인데, 친가 쪽에서 계속 언론 노

출을 막고 있어요. 민규의 외가가 미국

이나 프랑스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언론

쪽에서 무관심 했을까요? 저희는 민규

의 이모를 돕기 위해서 공연 외에 따로

민규의 이모가 만든 초를 판매해서 수

익을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김채운 권라임 오온유 기자)

디자인과 앞 마당에서 벌어진 클럽의 열기

신축교사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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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10월. 문화대통령으로 한 시대를 휘어잡

았던 서태지가 9집 앨범으로 컴백한다.

2009년 발매했던 8집 에잇스 아토모스

(Seotaiji 8th Atomos) 활동을 마지막으

로 긴 공백기였던 지난 5년간의 긴 잠에

서 깨어난 그는, 화려한 부활을 위해 앨

범 발표와 더불어 대형 콘서트를 준비하

고 있다. 아직 9집 앨범 발매일은 확정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지난 8월 CJ

E&M과의 음반 및 음원 유통계약이 차

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

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서태지를 잡기

위해 경쟁에 뛰어든 몇몇 음반 유통사들

이 아직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서태

지 컴퍼니 측이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

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9집 앨범에 대

한 호기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렇게 9

집 앨범의 확정된 컨셉도, 음악도 들어

보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번 컴백 콘서트

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10월 18일 18시 잠실 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

은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이다.

크리스말로윈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Christmas+Halloween)의 합성어로, 새

로운 음악축제라는 의미를 지녔다. 공

식 포스터에는 커다랗게 떠 있는 달의

입 부분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있

는 산타로 되어있으며 , ‘긴장하라’는 글

자의 커다란 이응 받침이 검은 눈동자를

이루고 있어 기괴함을 더했다. 특히 지

난 9월 10일 발표한 콘서트 티저영상은

음산한 오르골 멜로디와 함께 핏빛 색

감의 배경이 어우러져 앨범 컨셉에 대

한 힌트를 주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티

저 중반부에 나오는 해골 초침이 가리키

는 10시 10분이 앨범 발매일과 큰 관련

이 있지 않겠냐는 예측을 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태지는 매 컴백 시즌

마다 특유의 수수께끼와 함께 노이즈 마

케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왔

기 때문에, 그가 던지는 일종의 ‘떡밥’들

을 해석해보려는 팬들의 추측이 여기저

기 난무하고 있다.

7집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명 ‘서

태지 프로모션’은 서태지의 신비주의를

부각함과 동시에 굉장한 파급력으로 세

간에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첫 번째로

7집 앨범 MSN 메신저 탭 프로모션을 회

상해보자. 사이트 음악채널 내에 ‘서태

지 특집 코너’를 편성하여 7집 음악 감

상과 함께 서태지의 뮤직비디오들을 한

데 모아 제공하는 한편, ‘100자 평’코너

를 마련해 네티즌들이 서태지의 음악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수 있도록

했었다. 특히 기억나는 ‘태지 라면 다 되

지~’라는 카피 문구는 지금 들었다면

약간 유치하게 느꼈을 언어유희가, 당시

팬들에게 굉장한 유행어로써 자리매김

하였었다. 충격적이었던 8집 프로모션.

2008년 6월 9일 서태지 강원도 흉가에

서 발견했다는 도촬 동영상, 2008년 6

월 9일 올라온 코엑스 인근에서 발견된

UFO 동영상, 충남 보령시 미스터리 서

클 답사 동영상. 자작 동영상과 크롭서

클, UFO, 현장에서의 게릴라 콘서트. 흥

미거리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던 젊

은 층들은 갑작스럽게 떠도는 이상한 소

문들을 덥석 물었고, 심지어는 몇몇 외

계인 추종 무리 사이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 9월 말부터 시작된 9집 프로모

션은 서태지치고는 약간 평범하게 느껴

지는 지하철 광고판을 이용한 마케팅

으로 시작되었다.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총 7개 역사 스크린 도어에 부착된 티

징 광고물이 바로 그것인데, 카피 문구는 ‘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

에’이다. 이 문구는 사실 1995년 발매되

었던 4집 앨범 수록곡인 ‘COME BACK

HOME’의 가사 일부이다. 서태지컴퍼

니는 “나이를 초월해 마음속에 젊음을

품고 있는 전 세대가 희망을 노래하기

를 바라는 마음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

다. 또한, 이번 앨범의 키워드로 ‘희망’

을 내걸며 “서태지의 원래 팬들은 청소

년기에 컴백홈을 들었다. 이들이 지금

30~40대가 됐고 사회의 중추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아직 우린 젊기에’란

메시지를 보면서 다시 힘을 냈으면 좋

겠다”고 설명했다. 사실 9집 앨범에 관

련된 ‘떡밥’은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

은 바로 지난 크리스마스에 서태지가 직

접 올린 두 장의 사진. 사진 속에는 그의

취미생활인 R/C와 호박, 감자가 담겨있

었는데, 호박과 관련된 정보를 찾던 한

익명에 팬이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지적을 했다. 실제로 지난 8월 14일에

열렸던 스매싱 펌킨스의 내한 공연 포스

터 후원란에 ‘서태지컴퍼니’라고 선명

하게 적혀져 있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

은 스매싱 펌킨스와 서태지의 협연이 아

닐까 싶다는 의견이 떠돌고 있다.

서태지 콘서트의 또 하나의 큰 특징

은 매번 팬들을 놀라게 하는 게스트 라

인업이다. 요번에 있을 공연에는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래퍼 스윙스와

바스코가 게스트로 함께 무대에 오르

게 되었다. 스윙스와 바스코는 지난해

방송된 ‘쇼미더머니 시즌 2’에서 서태

지와 아이들 히트곡 ‘교실 이데아’를 편

곡한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서태지컴

퍼니 측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무대

를 지켜보던 서태지가 스윙스와 바스코

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번 컴백 콘서트를 준비하며 직접 스윙

스와 바스코에 출연 의향을 물었고, 스

윙스와 바스코는 스케줄이 있음에도 이

를 미루고 서태지 컴백 콘서트에 합류

했다. 스윙스와 바스코는 서태지 측의

제안에 “매우 영광”이라며 고마움을 표

했다. 바스코는 “어릴 적 서태지의 음악

을 들으며 많은 영향을 받고 자라왔는

데 음악적으로 성장하여 함께 한 무대

에 서게 된다는 것이 내 음악 커리어 상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고 전했으며 스윙스는 “서태지 님과 같

이 무대에 서다니! 뿌잉뿌잉”이라는 애

교 넘치는 발언으로 서태지와 함께하게

될 무대에 대한 큰 기대와 관심을 표현

했다. 이에 서태지 쪽은 “서태지 역시 두

실력파 후배들과 함께하는 무대에 기대

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태지 콘서트의

역대 게스트로는 2004년 ‘라이브 와이

어’ 콘서트에 korn, Static-X, 2008년 ‘더

그레이트 서태지 심포니 위드 톨가 카

쉬프 앤 로열 필하모닉’에 성남시립교

향악단, 2009년 서태지 싱글Ⅱ 발매 기

념 공연 ‘WORMHOLE’에 요조, 검엑스

(GUMX), 장기하와 얼굴들, 피아, 그리

고 2000년 ‘하드코어 록 페스티벌’에서

디아블로, 코어매거진, 닥터코어911, 크

로우, C.B. Mass 등 다채로운 게스트들

로 다양한 사람들의 흥미를 돋웠다. 또

한, 서태지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최

상의 음향 설치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 일환 중의 하나로 JBL최상위기종인

VTX스피커를 국내공연 사상 최대 규모

로 주경기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스

피커는 록밴드 메탈리카가 월드투어 시

에 사용한 것이며, 그뿐만 아니라 이날

공연을 위해 세계적인 스피커 디자이너

인 폴 바흐만이 방한해 직접 공연 음향

디자인을 총 점검할 예정이다.

데뷔 22년 차의 연륜이 쌓인 뮤지션

답게 철저한 마케팅과 공연 게스트 준

비, 무대 셋업과 더불어 완벽한 공연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는 많은 팬층의 관

심으로, 지난 3일 오후 8시 온라인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오픈된 1차 티

켓 물량 6,000장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

됐다. 사실 ‘왕의 귀환’이라는 수식어는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될만큼, 그렇게까

지 높은 예매율은 아니다. 그간에 있었

던 서태지의 사적인 행보에서의 부정적

인 시선과 언론이나 여타 연예인들과

같은 앨범 홍보 목적의 방송출연을 꺼

리는 서태지 자체의 특징과 관련이 있

다고 본다. 하지만 여타의 뮤지션들과

는 비교될 만큼의 화려한 역사를 가지

고 있는 서태지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노래로, 어떤 매력으로 다가오게 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말로윈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업데이트 상황은 서태지 공식 홈페이지

서태지닷컴과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수빈 기자)

주관/주최 : 웰메이드쇼21

제작/연출 : (주)서태지컴퍼니

후원 : MBC / 투자 : (주)밸류인베스트

코리아, CJ E&M

문의 : 1588-1407

관람등급 : 만 7세 이상

관람시간 : 150분

스탠딩 R석 143,000원(VAT포함)

스탠딩 S석 121,000원(VAT포함)

지정석 121,000원(VAT포함)

서태지 1집~8집 앨범

컴-백-홈서태지

Page 7: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곳곳에 신기한 것투성이다. 붉은 레이

저 광선이 가득한 방. 계단에선 로봇들

이 핸드벨을 연주하고, 거대한 기계 장

치가 있는 통로를 지나면, 시험관과 슬

라이드 안을 유영하는 용액들이 만들

어낸 모노크롬 추상화가 눈앞에 펼쳐진

다. 분명 미술관에 왔는데, SF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거대한 실험실에 온 것 같

은 착각이 든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초자연»의 풍경이다. 장소 특정적 뉴

미디어 아트 작업으로 구성된 이번 전

시는 첨단기술이 빚어낸 작품들을 통

해 관객들에게 기존의 전시에서는 경

험할 수 없었던 지각적 경험을 선사한

다. 초이성적 혹은 초현실적 세계의 실

재를 상정한 뒤, 기계적 장치들의 개입

을 통해 지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

을 시도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것의 이면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전시에는 김윤

철, 리경, 박재영, 백정기, 조이수 등 5명

의 뉴미디어 아트 작가 5명이 참여했다.

«초자연»은 시각을 통한 감상이 중

심이 되는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청

각이나, 후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

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센서링기술을 이용하여 관람객

과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이 작동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작업

들은 감각적 경험을 확장했다는 것과

관객을 능동적 참여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다수의 작업

이 첨단 기술을 유희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한 한계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작품이 조이수의 ‹바람의 정령›이다. 조

이수의 작품은 관람객이 계단을 오르

내릴 때마다, 센서링 기술을 통해 벽면

에 설치된 아두이노 봇(bot)들이 관람

객을 인지하고 핸드밸을 연주하는 작

품이다. 작가의 의도는 관람객이 스스

로 바람이 된 경험을 자각하게 되는 것

이었으나, 이 작품이 정밀기술이 신기

함 이상의 감상을 이끌어 냈는지는 의

문이다. 작가가 의도한 서정적인 경험

을 하기에는 작품의 외관이 지나칠 정

도로 투박했고, 아두이노 봇들이 연주

하는 핸드벨 소리도 서정적인 인상을

주기에는 기괴했다. 박재영 작품 ‹아일

랜드 프로젝트: 불안한 숨결›도 비슷한

맥락에 속한다. 작가는 공감각적 경험

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유

령과 같은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작

품의 의도라고 밝혔으나, 기척을 만들

어내는 장치가 너무 눈에 띄는 곳에 있

어 작가가 의도했던 심상에 온전히 집

중하기 어려웠다.

김윤철의 작품 ‹캐스케이드(쏟아지는

폭포)›, ‹이펄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

다. 김윤철은 각각의 작품들을 통해 지

각 가능한 질료를 통해 보이지 않는 힘

을 드러내는 것을 의도했다. 고무 튜브

를 통해 주입되는 힘을 통해 수용액이

모노크롬 회화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반복해서 생산해 내는 점이 시각적인

흥미를 제공했지만, 이 또한 기계장치

를 통해 발생하는 물리적 역학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을 넘어선 의미

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작품들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리경의 작품 ‹더 많은 빛을›이다. 작품은 입구와 출구 모두 두꺼운

암막이 드리워진 공간에 설치되어 있

다. 암막을 열고 작품이 설치된 공간에

들어서면 관객은 SF영화의 한 장면처

럼 레이져 광선들이 긴 회랑을 마주하

게 된다. 공간에 설치된 오디오 장치에

서 들리는 바람소리는 청각을 자극하

고, 공간에 자욱이 피어나는 안개의 축

축한 느낌은 촉각적 감각을 자극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마다 방향을 바꿔가

며 벽과 통로, 문 등을 만드는 레이져 광

선은 관객들의 방향감각과 이동동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렇듯 온 몸의 감

각이 동시다발적으로 자극되기 때문에,

관람객은 리경의 작품을 감상하며 일종

의 공황 상태 내지는 기이하고 영적인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작가는 그러한

체험을 통해 관람객이 인간의 이성, 혹

은 지각으로 규정할 수 없는 초자연정

현상의 본질과 마주하게 한다. 리경의

작품은 단순히 기술적 실험에만 메달리

지 않고 어둠, 그리고 소리, 빛과 같은

장치로 인간의 감각을 원초적으로 자극

하는 요소들을 통해 관람객의 감정적인

조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백정기의 작품 ‹웨이브 클라우드›도 의

미 있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웨이

브 클라우드›는 촛불의 열 에너지를 일

종의 발전기관을 통해 운동에너지와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킨다. 그 에너지를

이용해 전시 공간에 설치된 라디오 방

송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는데, 이것

을 통해 빗소리나 천둥소리 같은 음향

실험을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한다. 전

시 공간에는 송신파트가 설치되어 있고

지하 1층의 열린 공간인 전시마당에는

라디오 수신장치 세트가 설치되어 있

다. 전시 공간은 전시 마당의 라디오 전

파가 겨우 다다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러한 관계는 미술계를 포함한 현대 사

회의 권력구조에서 나타나는 소통의 부

재를 상징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관객

이 직접 작품에 촛불을 설치하는 행위

를 통해 전시 공간에 어렵게 닿은 전파

는 소통에 대한 의지와 염원을 나타낸

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

이 발생하는 지금, 백정기의 작업은 미

학적 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 논리적인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첨단기술을 통해 초이성적이

고 초감각적인 차원을 탐구하려고 했

던 점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주제의식

이나 미학적 논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

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 첨단기술이 제

공하는 기술적 감동 이상의 경험을 선

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

겼다. 이것은 앞으로도 첨단기술을 기

반으로 한 뉴미디어 작품과 전시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초자연»은 2015년 1월 18일까지 국

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문의

02-3701-9500. (강진수 기자)

낯설고 기묘한 경험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초자연»

지금. 여기, 디자이너들의 목소리삼원페이퍼갤러리 «d-voice»

10월 11일까지 삼원페이퍼갤러리

에서 그래픽 디자인전 «d-vocie»가 열

린다. 이번 전시는 국내 작가만을 초대

하여 진행하는 전시로 강구룡, 김동환,

김유정, 선우현승, 유명상, 이원창 등

6명의 그래픽디자이너와, studio고민,

studio그린그림, studio 김가든, studio

myke 등 4개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

여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래픽

아티스트인 차인철, 황지수 275c의 작

품과 김대연, 김연수, 강대연, 신동욱, 조

남우, 김은정 등 6인의 켈리그라피 작가

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주제인 «d-vocie»는 디자인

(design)과 목소리(voice)를 의미한다.

전시의 주제는 디자인의 통해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소리로 드러내지 않고

시각화를 통해 피력한다는 점에서 ‘무

성음화하다(devoice)’라는 의미와도 맞

닿는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의 상당수는 포스

터와 브로슈어 등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한 시각작업물이 주를 이루었다. 그 외

에도 박물관 도록이나, 잡지 등 실제로

사용되었던 실용적인 작품들 또한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대부분 기능적 목

적에 충실한 무난한 작업들이 주를 이

루어서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또한,

주류 디자인 스튜디오의 조형적 실험이

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작품도

눈에 들어왔다. 스튜디오 그린그림이나,

고민이 그러한 경우에 속했다.

그러나 김유정의 실험적인 타이포그

래피 작업이나, 스튜디오 김가든의 작

업처럼 주류 디자인 스튜디오의 유산

위에 본인의 색을 덧입혀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작업도 있었다. 실의

촉각적 심상과 편물의 구조적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형태의 레터

링 서체를 선보인 김유정의 작업은 시

각적 차원에서 머물러 있던 레터링 서

체를 촉각적 심상을 포함할 수 있는 이

미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

다. 스튜디오 김가든의 포스터 작업은

치밀하게 조판된 세로쓰기 방식과 레터

링 서체를 사용하여 복고풍 포스터를 선

보였다. 스튜디오 워크룸이나 디자이너

이용제의 작업을 연상시키는 편집 방식

과 서체 사용은 진부하다고 느껴질 정

도로 평이했지만, 클리핑 마스크를 이

용해 이미지 일부만을 드러내는 방식을

더해 특징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김가

든의 작품은 기존의 포스터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다.

캘리그라피 작업 또한 앞에서 시각

작업물들과 마찬가지로 캘리그라피 또

한, 앞선 작가들을 답습하는 경향이 눈

에 들어왔다. 최근 들어 자기복제를 양

산하는 캘리그라피에 대한 지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캘리그라피 작가들에게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듯했다. 6

명의 캘리그라피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

지만, 작품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서체

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는 조남우 정도

밖에 없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왔지

만 «d-voive»전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와 캘리그

라피 작가들의 작업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만약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방

문해 볼만하다. (강진수 기자)

리경 <더 많은 빛을>

김윤철<이펄지>

조이수<바람의 정령>

박재영<아일랜드 프로젝트:불안한 숨결>

김유정의 실험적인 레터링작업

스튜디오 김가든

Page 8: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잠시 일정을

중단했던 2014 프로야구가 10월 1일부

터 재개된다. 각 팀 간의 순위 싸움이

흥미진진하다. 삼성-넥센-NC로 이어

지는 상위 세 팀의 순위는 거의 확정된

분위기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

선인 4위 자리를 놓고는 LG, SK, 두산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

인 팀은 현재 4위인 LG다. 56승 2무 60

패를 기록 중인 LG는 5위에 1.5게임차

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잔여 경기일정

을 살펴보면 LG의 4강 안착을 장담할

수만은 없다. 118게임을 치르고 시즌 종

료까지 10경기를 남겨둔 LG는, 상위 세

팀인 삼성, 넥센, NC와 무려 6경기를 치

러야 한다. 반면 5위 SK는 남은 10경기

중 4경기만 상위 팀(넥센, NC)과 맞붙

는 데다 최하위 한화와도 3경기를 남겨

두고 있어 LG보다 일정이 유리한 상황

이다. 다만 0.5게임차로 근소하게 앞서

있는 두산과의 경기가 3차례 남아 있는

점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6위

두산도 만만치 않다. LG를 2경기차로

쫓고 있는 두산은 잔여 경기가 무려 15

경기로, 상위 팀과는 4경기(삼성, NC)

만을 남겨둔 반면 하위 팀과의 경기는

11차례나 남아 있어 세 팀 중 일정이 가

장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삼성에 강했

던 면모까지 감안하면 4위 다툼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반기

막판까지 4위 자리를 유지했던 롯데는

10경기를 남겨둔 현재 4위와 3.5게임차

로 크게 벌어져 사실상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꼴찌 다툼도 치열하다. 현재 한화가

47승 2무 67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

지만, 8위 KIA와의 게임차가 1.5게임밖

에 되지 않아 막판 뒤집기 가능성이 충

분하다. 한화가 12경기, KIA가 13경기

를 남겨둔 현재, 한화는 삼성과의 1경기

를 제외하면 모두 중하위권 팀과의 경

기만 치르는 반면 KIA는 상위팀들과 무

려 7경기가 예정돼 있어, 한화의 꼴찌

탈출 시나리오가 불가능 하지만은 않

아 보인다.

프로야구 순위 경쟁은 10월 중순을

전후로 마무리 되지만, 페넌트레이스

가 종료된 직후부터 중하위권 팀들은

또 하나의 경쟁을 치르게 된다. 바로 차

기 감독 선임 경쟁이다. SK 이만수 감

독, KIA 선동열 감독, 한화 김응룡 감독

이 올해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데

다, 임기가 1년 남았으나 시즌 중 이미

해임 파동을 겪었던 롯데 김시진 감독

도 경질이 유력해 사실상 네 개 팀의 감

독직이 비게 된다. 차기 감독 후보군에

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팬들이 뽑은 차

기 감독 설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

록한 김 감독은 한 차례 불화를 겪은 SK

를 제외한 나머지 세 팀 중 한 팀을 맡

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밖에 만년 하위 팀이었던 LG를 2위에

올려놓은 뒤 올초 자진 사퇴한 김기태

전 감독, 2009년 ‘노 피어(No Fear) 야

구’로 돌풍을 일으켰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도 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

고 있다. 한화의 경우 현재 육성군 감

독을 맡고 있는 이정훈 감독이 차기 감

독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아마추어 선

수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되었

다 지난 해 출소한 양승호 전 롯데 감독

도 가능성은 낮으나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수요가 공

급보다 많은 올해 감독 시장의 상황에

따라, 뛰어난 감독을 먼저 낚아채기 위

한 각 구단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것

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경쟁이 남아 있다.

FA 영입 경쟁이다. 선발 투수 자원으로

는 삼성 윤성환(11승 6패, 방어율 4.28)

과 롯데 장원준(9승 9패, 방어율 4.44),

중간 계투는 삼성 권혁(33경기 등판, 방

어율 2.08)과 안지만(50경기 등판 방어

율 3.83), 야수 중에는 SK의 최정(0.304,

14홈런)과 김강민(0.301, 14홈런, 32도

루), LG의 박용택(0.340, 8홈런, 9도루),

넥센의 이성열(0.268, 13홈런) 등이 눈

에 띈다. 대표적인 ‘타고투저’의 해로 9

개팀이 투수력에서 동반 부진을 겪은

데다 내년에 1군에 합류하는 KT까지 가

세하는 점을 고려하면, 타자보다는 투수

자원의 가치가 더 높이 평가 받을 것으

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미국 프로야구

트리플A에서 부진을 겪은 윤석민이 국

내로 돌아올 경우 FA 영입 경쟁은 절정

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순위 싸

움과 더불어, 시즌이 끝난 뒤에 문을 여

는 또 하나의 리그인 ‘스토브 리그’까지

기다리고 있어 야구팬들은 즐겁다. (성민

규 수습기자)

2014년 중반, 대한민국을 달군 두 개

의 집단이 있다. 브라질 월드컵 직후의

대한축구협회와 7·30 재보궐선거 이

후의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두 ‘대회’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여론의 화살은 홍

명보 감독과 안철수 대표에게로 향했

다. 이들은 각각 의리 엔트리 논란과 선

거 전략 부재 등으로 거센 비난에 직면

해야 했다. 그러나 여론과 언론의 공세

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손가

락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가리키기 시

작했다.

우선 축구대표팀을 들여다보자. 홍

명보 감독을 향하던 여론의 비난은 대

한축구협회를 겨냥한다. 축구협회가 월

드컵 준비를 주먹구구식으로 일관했다

는 것이다. 특히 감독 선임 방식이 도

마 위에 올랐다. 월드컵을 2년 남짓 앞

두고 대안도 없이 조광래 전 감독을 돌

연 경질한 뒤, 감독직을 한사코 거부하

던 최강희 전 감독에게 ‘본선 진출까지

만 맡아달라’며 억지로 대표팀을 맡기

고는,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역시

나 감독직을 고사한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떠넘기는 등, 애초에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을 정상적으로 준비하기

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여론은 “말 잘

듣는 국내 감독만 뽑아 선수 명단까지

간섭하는 축구협회가 문제”라며, 허정

무 부회장과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사퇴

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상황이 비슷했다.

야당의 참패로 끝난 재보궐 선거 직후,

<조선일보>에서부터 <한겨레>에 이르

기까지 모든 언론의 이목은 ‘야당의 진

짜 문제’로 집중되었다. 그들이 들여다

본 것은 일명 ‘계파 갈등’이었다. <한국

일보>는 선거 다음 날 야당 내 ‘카톡 문

화’를 언급하며 “강경파들이 카톡을 통

해 당내 의견을 쥐고 흔들었다”는 모 의

원의 말을 인용하여 당내 계파 갈등을

조명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온건파로

알려진 조경태 의원은 일간지와 지상파

뉴스를 가리지 않고 “민생에는 관심이

없고 계파들이 서로 밥그릇 싸움만 한

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와 새정치민주연

합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

하려 한다. 축구협회는 수뇌부 사퇴는

커녕 홍명보 감독을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언론은 홍명보 감독의

거취 문제만 집중할 뿐 ‘진짜 문제’를

쉽게 거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협회

와 언론에 모두 뿔이 난 축구 팬들은 강

도 높은 어조로 감독과 수뇌부의 총사

퇴를 요구하게 된다. 집요할 정도였다.

이에 홍명보 감독이 자진 사퇴하고, 뒤

이어 허정무 부회장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성난 여론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축구 팬들이 보기에

홍 감독과 허 부회장은 몸통이 아니라

꼬리였다. 그들의 눈에 진정한 문제는

기술위원장이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

은 ‘인맥 축구’ 등 부정적 이미지로 알려

진 조중연 전 축구협회장 재직 당시부

터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데다, 선수 명

단 간섭, 대표팀 감독 인선 논란 등으로

월드컵 전부터 여러 차례 논란이 된 인

물이었다. 이에 주요 포털 사이트의 뉴

스란은 황보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

는 댓글로 도배되었으며, 언론도 서서

히 축구계의 목소리를 빌려 황보관 위

원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안

철수 공동대표가 자진 사퇴하자 비교적

계파 논리로부터 자유롭다고 알려진 박

영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앉

힌다. 그러나 바깥에서부터 개선 요구

가 빗발쳤던 대한축구협회와 달리, 야

당을 흔드는 목소리는 내부에서부터 울

려오기 시작한다. 박 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당내 여론 수렴 없

이 독단적으로 여당과 합의를 보았다며,

강경파를 중심으로 박 위원장의 사퇴

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박영

선 비대위원장도 ‘몸통’을 향한 카드를

준비한다. 자신을 이을 비대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의 이상

돈 교수를 지목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두 집단의 ‘몸통’은 운명

을 달리하게 된다. 축구협회는 사실상

여론에 항복을 선언 한다. 브라질 월드

컵 분석 작업이 끝날 때까지 미루기로

했던 기술위원회 개편을 조기에 시작한

것이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자진 사

퇴하고, 협회는 비주류로 알려진 김학

범 전 성남 감독과 이용수 전 기술위원

장을 놓고 저울질 한 끝에 이용수 교수

를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낙점한다. 이

용수 기술위원장은 체육교사, 의사 등

으로 이루어져 있던 비상식적인 기술

위원 구성을 축구인 중심으로 물갈이

한 뒤, 비상근직이었던 기술위원 일부

를 상근직으로 전환시켜 기술위 업무에

만 집중하도록 했다. 전문성이 떨어지

는 비상근직 위원들이 평가전 등이 끝

날 때마다 선수를 비롯해 감독 역량까

지 평가하여 상부로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문제가 있던 차에 근본적인 부위

에 손질을 가한 것이었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보수 인사,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상돈 교수를 비

대위원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내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박지

원 의원은 ‘야당 정통성’을 거론하며 이

상돈 교수 영입을 거부했고, 세월호 특

별법 합의를 놓고 단식 투쟁을 선언했

던 정청래 의원은 “박영선 의원이 비대

위원장 및 원내대표에서 사퇴할 때까

지 단식하겠다”며 단식을 다양한 용도

로 활용했다. 이에 이상돈 교수는 직을

맡기도 전에 자진해서 비대위원장 자리

를 포기했고, 일부 언론을 통해 이 교

수 영입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던

문재인 의원마저 “그런 적 없다”고 발

을 빼면서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사면초

가에 놓였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장기 계약 및

전폭적인 지원을 조건으로 슈틸리케 감

독을 선임해 여론의 지지를 받은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야당의 비상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문희상 의원에게

다시 한번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원장을 맡

게 된 문희상 의원은 여야 가릴 것 없

이 새 지도부만 등장하면 언급하는 ‘혁

신’을 운운하지는 않았으나, 당내 계파

갈등의 해결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시

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뜸 “국민 여

러분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발언해, 앞

으로도 야당 특유의 ‘호소 정치’가 계속

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성민규 수

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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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저는요, 술이 정말 좋아요.”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中

자주 혼자서 술을 마신다

보통 취하려고 마신다야외에서 마시는 걸 좋아한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마신다

작은 잔으로 마시는게 좋다닭이나 돼지고기 안주가 좋다

술을 선배에게 배웠다 술을 마시면 자주 울곤 한다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는 게 좋다

치즈 안주가 좋다 경기를 보며 마시는 걸 즐긴다 이왕이면 예쁜 술을 선호한다

이성과 함께 마시는 걸 즐긴다

“저는요, 술이 정말 좋아요.”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中

소주를 부르는 영화 <똥파리>

“집안이 너무 평온하고 재미가 없어서

어떤 쌩양아치하고 술 쳐마시고 있다! 왜?”

소주는 쓰다. 근데 그런 소주가 당길

때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양익준 같은

동네 아저씨 한 명 구해서 지금 당장

‘돌곶이포차’로 달려가보자.

맥주를 부르는 영화 <쇼생크 탈출>

“동료들에게 맥주 3병씩만 주세요.”

고된 작업을 끝내고 옥상에 앉아 차가운

맥주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힘든 작업에

지친 당신, 지금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냉장고를 문을 열어보시길. 차가운

맥주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막걸리를 부르는 영화 <하하하>

“자 마시자~”

사실 홍상수 영화는 어떤 영화를 봐도

모든 술이 당긴다. 제목만큼이나 유쾌한

이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는 두 친구가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 뽀얀 막걸리가

그들의 목으로 넘어갈 때쯤이면 이미

당신은 ‘울랄라’로 함께 달려갈 친구를

구하고 있을 것.

칵테일를 부르는 영화 <007 시리즈>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칵테일 하면 마티니, 마티니 하면

007. 유년시절 본드처럼 살아보기를

꿈꾸었는가. 지금 당장 양복을 입고 바에

달려가보자. 물론 혼자서.

와인를 부르는 영화 <사이드 웨이>

“저는 와인의 삶을 찬양해요.”

와인이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라. 와인 입문 교과서로도

좋지만 와인에 대한 어떤 철학을

배울 수도 있다. 물론, 이 영화를 보면

와인보다는 연애를 하고 싶어질지도….

그건 당신이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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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지난 9월 15일 신간 『맑스와 마음의

정치학』을 내셨다. 소개해달라.

“책의 부제가 ‘주체양식과 생산양식의

변증법’인데, 이 부제가 많은 걸 말해준

다. 맑스에 따르면 인간은 역사에 의해

서 만들어지는 동시에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 역사적 과정에 의해 인간이 만

들어지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곧 생산

양식 분석이고, 맑스는 이 연구를 『자본

론』에 집대성했으나 어떻게 인간이 자

기 자신과 역사를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 필요성만 제

기했을 뿐 크게 진척시키지 못했다. 이

번 책 『맑스와 마음의 정치학』은 맑스

적 관점에서 주체양식에 관한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한 것이다. <독일 이데

올로기>와 여러 저서에 흩어져있는 맑

스의 단편적인 생각들을 찾아내고, 칸

트베냐민을 매개로 연결보완하면서 현

대의 인지과학을 통해 주체양식의 기

본 지도를 구성해 나가는 작업이다. 크

게 보면 자본주의 노동사회의 주체양식

을 넘어서는 ‘코뮌주의 문화사회’의 주

체양식이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려 했

다.”

평소 논문에서 도표나 그래프로 시각

화를 많이 하신다. 나는 선생이 과학

자의 보고서 집필 양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추측하는데, 한편 선생의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와도 관련있는

듯하다. 그런데 도식에는 도식화라는

위험이 따르지 않나?

“일종의 실험이다. 인문학의 발전을 가

로막는 중요한 장애의 하나는 공시적

사고를 못한다는 점이다. 인문학은 글

의 순서를 따라 통시적이며 선형적인

사고를 하는 데 너무 안주해 있다. 문학

이 이를 넘어서려고 시도하지만 근본적

인 한계가 있다. 인문학에 공시적이고

비선형적인 사고 양식을 도입하는 것이

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80년대 말부

터 알튀세르에 매혹되었던 것도 이때문

이었고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칸트와 베냐민을 파고들었다.

칸트는 감성과 지성이 상상력을 매

개로, 감각과 욕망이 감정을 매개로, 오

성와 이성이 판단력을 매개로 어떻게

공시적으로 연결되어 마음의 능력을 확

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런

데 기성의 독해는 감성에 대한 지성의

우위라는 환원주의적이고 선형적인 해

석에 고착되어 있다. 베냐민도 헤겔식

의 통시적이고 선형적인 변증법에 반

대해서 ‘정지상태의 변증법’이라는 공

시적이고 계열적인 사고 양식을 제시했

지만, 아직도 그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

지 못하고 있다. 이 차이를 확연히 구별

할 수 있을 때 맑스의 추상과 구체의 변

증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공시적 사고의 복잡성을 드러

내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글 속에 도입

했다. 선택과 배제와 반복과 차이의 회

로들을 읽지 못하면 공시적 관계 구조

가 시간의 경과 속에서 어떻게 누적된

복잡성을 만들어 내는지를 읽지 못한

다. 내가 보이려는 것은 도식이 아니라

공시적 관계의 다이어그램이다. 들뢰즈

는 다이어그램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다

이어그램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보여준

바 있다. 현대의 복잡계 과학에서는 이

런 공시적 관계의 역동적 복잡성이 핵

심적인 문제인데, 내가 보기엔 맑스의

『자본론』이 서술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

의 생산양식의 공시적 구조의 역동적

전개과정이다. 이걸 한 장의 다이어그

램으로 시각화한 것이 이번 책의 ‘자본

순환 도식의 시스템 과학적 해석’이다.

물론 시각화가 무조건 좋다는 게 아

니다. 하지만 복잡한 길들의 공시적 관

계를 드러내는 데에는 일례로 지도만큼

좋은 게 없다. 지도는 부분과 전체의 관

계를 한 눈에 조망하게 해주기 때문이

다. 이게 그림의 힘이다. 플루서가 설명

했듯 우리는 공시적 그림의 시대와 통

시적 문자의 시대를 거쳐 이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그림은 과

거의 그림과는 다르게 ‘문자 위에 선

그림’이다. 즉, 추상 위에 구체가 선다

는 거다. 이게 맑스가 말한 추상적 탐

구(Forschung)와 구체적 제시(Darstel-

lung)의 변증법의 실제적인 사례다. 이

렇게 개념적 추상 위에 선 구체적 이미

지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서

맑스적 사고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

게 되었다고 본다.”

문화연구는 비교적 학계에 자리 잡은

듯 하다. 중앙대에서 문화연구 전공

이 대학원 과정에 개설되기도 했다.

어떤 연구 분과의 제도화에는 세 가

지 모델이 있을 텐데 이를테면 이같

은 독립 학과 모델, 여러 과 사이의 협

동과정 모델, 기존 학과 내 연구 주제

로 가져오는 모델이다. ‘제도화’에 대

한 선생의 평가는? 선생께서는 제도

바깥에서 지식순환 협동조합 같은 모

델을 실험하고 있기도 한데.

“문화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

즈는 1986년 <문화연구의 미래>라는 글

에서 문화연구가 원래 대학 밖에서 생

겨나서 대학 안으로 들어갔는데, 제도

가 경직되었을 때에는 다시 밖으로 나

와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관점을

확대하자면 제도의 안과 밖, 전문가들

이 만든 명시지와 대중들의 암묵지 사

이를 순환하는 것이 본래 문화연구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에서는 이런 순환이 여전히 막혀 있다.”

다양한 예술 장르 중 특히 영화에 주

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자체가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인

사유를 촉진하는 데 가장 적합하기 때

문이다. 질 들뢰즈의 『시네마』는 영화를

통해 기존의 인식론과 존재론을 재구성

하려는 최초의 철학적 시도다. 제럴드

에델만의 신경과학에 준하면 영화는 언

어 없는 일차의식과 언어로 매개된 고

차의식을 동시에 사용하여 과거현재미

래를 역동적으로 사유하는 인간 뇌의 4

차원적인 작용을 물질적으로 가시화한

예술이다. 이미 베냐민은 영화가 의식적

경험만이 아니라 무의식적 지각까지도

함께 보여준다고 얘기한 바 있고.

한편 영화는 두 문화의 결합, 즉 통상

분리되어 있는 일상과 학문, 인문사회

과학과 과학기술의 결합과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진화해나가고 있

는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SF 영화

가 그렇다. 오늘날에는 첨단 과학기술

이 문화 전반을 통째로 삼켜버릴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

서 영화를 통해서 일상문화의 암묵지와

과학기술의 명시지 간의 비대칭적 관계

를 재편하여 주체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본다.”

선생의 지적 궤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

년을 앞둔 나이에도 늘 공부 중이시라

는 인상을 받는다. 유행에 민감하다

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최신 학문

의 경향을 계속 흡수하는 이유는 무

엇인가?

“1992년 <문화/과학>을 창립할 때부터

문화를 어떻게 과학과 대면시킬 것인

가라는 고민이 내 공부의 화두였다. 윌

리엄즈에 따르면 문화에는 <기호화된

의미 체계 전체>이자 <삶의 다양한 무

늬의 복합체>이자 <자연적 성장의 육

성>이라는 다양한 층위가 포함되어 있

다. 이때문에 문화연구는 생활문화에서

부터 예술과 학술 문화에 이르는 문화

의 여러 층위들 간의 상호관계를 연구

할 수 밖에 없다. 한편 학술문화의 지형

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계속 변화

하고 있고, 그 변화는 전체 문화 지형만

이 아니라 정치경제 시스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런 흐름들을 추적하면

서 생산양식과 주체양식의 변증법을 탐

구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연구

동향을 공부해서 과거의 공부 결과들과

대조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할 수밖

에 없는 형편이다.”

다음 작업 계획을 소개해달라.

“첫째로는, 맑스의 철학을 존재론적으로

재해석하고, 복잡계적 인지과학의 관점

에서 철학적 인간학을 재구성하여 이번

책에서 그 기초 그림을 그린 복잡계 네

트워크적 주체양식의 지도를 체계적으

로 세부화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둘째로, 베냐민과 들뢰즈, 인지과학

등을 연결하여 영화적 인식론과 존재론

을 구성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두

가지 작업 모두 내년 중에는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작업을 마친 후에 『판단력 비

판』을 생태학적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의

미학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는

미학 연구 계획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본론』을 적녹보라적,

역사지리적 생태과학으로 확장하려는

정치경제학 비판 연구 계획이 있다. “

목표로 드신 네 과업 모두 필생의 과

업이라 할 만큼 방대하다.

“맞다. 하지만 정년까지 이 작업들 모

두를 마무리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웃

음).”

심광현의 작업은 어렵다. 읽기 어렵다

는 말이 아니고 작업을 해내기에 어렵

다는 말이다. 작업의 방대함 탓도 있고,

이질적인 분과학문의 연구를 쫓아가야

하는 탓도 있으며, 이를 면도칼처럼 날

카롭게 잘라내어 한데 조형해내기 어려

운 탓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오히려

명쾌하다. 아마 곱절의 노력이 필요했으

리. 이론 연구가 현실 운동에 보다 직접

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서일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연구

실 책장 한가운데에 꽂힌, 한예종 감

사사태 파동으로 해체된 에이티랩

(Art&Technology Lab)의 연구서가 눈

에 밟혔다. 문득 선생이 인터뷰 말미에

든 네 이론적 기획이 다가 아닐지 모른

단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에이티

랩의 소장이 아니지만, <문화과학>의 편

집인이 아니지만, 한국문화연구학회의

회장이 아니지만 그가 언제고 생생한

이론을 품에 안고 산 아래로 내려와 발

로 뛸 것만 같다. 이론과 현실 운동을 선

순환시키기. 이는 그의 삶이 다할 때까

지, 아니 그 뒤로도 누군가 이어 받을 필

생의 과업이다. (박이현 기자)

필생의 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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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영화연구자 이영재의 『제국 일본의 조

선영화』은 식민시기 제작된 영화를 면

밀하게 분석한 저작이다. 해방 이후 반

세기가 지난 지금, 이 시기에 대한 연구

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식민

시기의 문제들이 현재 우리가 마주하

는 문제와 접속하기 때문이다. 식민지

는 어떤 점에서 보편적인 근대의 경험

이며, 프랑스 혁명 이후에 근대 국민국

가가 추동해내는 요소들이 가장 쟁점적

으로 부각되는 장소로 여기서 근대 국

가의 맹점을 들춰볼 수 있다.

먼저 책은 일본 유학시절 저자 자신

의 경험과 마주하며 시작한다. 이는 묘

하게 프롤로그에 등장한 경성에 살던 A

의 경험과 겹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

는 A의 일기를 엿보며 거기서 세 가지

키워드를 추출한다. ‘고백’, ‘기계’, ‘영

화 그 자체’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

다. 저자는 셋에 관한 사유를 경유하며

“1937년에서 1945년에 이르는 시간, 더

나아가 식민지 이후까지의 조선(한국)

영화를 구성한 힘과 법, 의식은 무엇이

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제1장 한국영화사의 곤경

이 책의 1장은 2장에서 5장에 이르는 개

별 영화 텍스트를 경유한 본문의 실질

적인 서론 역할을 한다. 저자는 2004년

부터 2008년 사이에 발견된 해방 전 식

민지 조선에서 제작된 극영화들은 그간

한국영화계가 애써 외면해왔던 문제들

과 직면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이 영화

들은 이른바 ‘친일 영화’였는데 이로 인

해 영화인과 영화사가들에게 당혹스러

운 감정을 일으켰다.

이들 영화는 주로 ‘한국영화’와의 연

속성을 발견해내기 위해 산업적/미학적

인 고찰 대상이 되곤 했다. 저자는 하지

만 이런 일련의 연구들은 영화 그 자체

와 영화 언설을 동동하게 취급하는 한

계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다 영

화 연구는 “눈으로 본 영화를 통해” 이

뤄져야한다고 주장하며, 저자는 자신의

연구방법론의 목표가 식민지 말기에 만

들어진 협력영화(친일영화)를 대상으

로 전쟁기의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

의 엘리트 사이에 오갔던 연대와 경합

그리고 결렬의 과정을 드러내는 것이라

고 밝힌다.

제국 일본은 전쟁 때문에 물적 자원

과 인적 자원이 필요했으며, 이에 따라

유포된 담론이 ‘내선일체’(내지 즉 일본

과 조선은 한 나라)다. 이를 통해 조선

은 일본의 외부로부터 내부로 이동된다.

즉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일본의

한 지방local으로 바뀐다. 저자는 이 순

간에 식민지 엘리트의 호응, 말하자면

협력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협력 영

화’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을 인

용하며 문학을 통해 국가론을 강조한

친일문학의 방법론이 한국 국민문학에

서도 그대로 수립될 수 있다는 점을 지

적한다. 이는 문학 뿐만 아니라 영화에

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저자는 문제의 시대적 배경을 확장

시킨다. 식민지 조선과 해방된 대한민

국의 연속성, 협력영화와 대한민국의

국가영화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

자는 ‘Post-Colonial State’를 의도적으

로 탈-식민 국가가 아닌 후기-식민 국

가로 번역한다. 탈(脫)식민은 식민을 탈

피한다는 뜻인데 여기에는 식민 이전과

이후를 단절하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

다. 책이 나온 뒤 2013년의 한 강연에서

는 후기-식민이란 번역도 아쉽기는 매

한가지라 그냥 포스트-콜로니얼이라고

부르자고 하기도 했다만.

아무튼 두 시대는 연속적이다. 조선

의 협력영화의 주체와 해방된 후기-식

민지 국가 대한민국의 국가영화의 문화

주체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하다. 즉 그

놈이 그 놈이다. 게다가 식민시기와 식

민시기 이후의 영화 역시나 연속적이다.

저자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영화 <시집 가는 날>을 분석하며 이

연속성을 입증하려한다.

제2장 협력의 심정

이 장에서는 <지원병>(1941, 안석영)을

‘멜랑콜리’를 키워드로 분석한다. 먼저

당시 시대의 조류를 살펴보자. 1938년

2월 26일에 조선육군 특별지원병령이

공포된데 이어 3월 4일에는 조선교육령

개정이 공포되었다. 지원병 제도, 황국

신민, 내선일체, 국어상용, 동일법규와

같은 어휘들은 식민정책이 잔혹하게 변

화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피식

민지 남성들이 기꺼이 혹은 불가항력적

으로 ‘지원병’이 된 심리적 메커니즘과

시대의 공기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독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 <지원병>은 “병

참기지화와 총동원을 둘러싼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경합과 협력 그리고 미묘

한 결렬”이란 전형을 보여주는 텍스트

다. 이 영화는 피식민지인이 처음으로

병사라는 자격 즉 국민의 자격을 갖추

는 시점에 등장했는데, 처음 일본에 공

개되었을 때 “내러티브상의 허점이 가

득한 낡은 신파 비극”이라는 비난을 받

았다. 무감정한 따분함, 찡그린 무표정

으로 가득한데다 컷 당 길이가 너무 길

다는 이유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떤 모순이 있다.

신파는 과장된 감정의 노출을 특징으로

하는데 무감정한 따분함이라니. 하지만

이러한 모순이야말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

편 현실과 담론의 괴리도 있다. 국민이

될 수 있다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조선

인들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지 모른

다는 위험을 각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공연한 차별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

다. 이를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 한국

에서는 지원병이 일제의 착취 사례로만

제시되고 있지만 당시 엘리트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너무 많은 질문을 던졌나? 이로써 질

문 하나를 더 던져버린 셈이 되지만 아

무튼 저자의 대답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저자는 따분함의 이유를 <지원병>

제작자의 내면풍경에서 찾는다.이 영화

는 사회주의자로서 조선문화의 최전선

을 담당했으나 1930년대 말 전향한 중

견들의 합작품이다. 영화가 따분한 이

유는 이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이

드러난 탓이다. 영화에서 춘호는 늘상

우울증에 걸린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울의 원인을 영화에서 찾

아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원병>에

서 내러티브상의 갈등은 인과관계적으

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정작 갈등의 해

결은 춘호가 지원병이 되는 순간 허무

하게 해소된다. 저자는 바꿔 질문한다.

병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춘호를 왜

우울하게 만드는가?

저자는 여기서 프로이트의 멜랑콜리

개념을 차용해온다. 프로이트에게 멜랑

콜리란 완료되지 못한 슬픔이다. 비애

와 달리 슬픔을 소비하고 새로운 애착

의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상태이며 애도

와 달리 상실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상

태이다.

이어 저자는 점령으로부터 식민으로,

애도로부터의 멜랑콜리로의 변화를 살

펴본다. 3.1운동 이후 일본은 조선에 대

해 문화통치로 전환했다. 이후에 있었

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발포와

조선총독부의 문화정치의 이념은 경쟁

적으로 정통성을 선언하는 행위수행적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총독부는 식민지

로 거듭난 조선에 대한 애도의 작업을

무력으로 진압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

주체는 멜랑콜리에 대한 고착을 통해

대상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신을 거

둬들였다.

이 멜랑콜리가 바로 <지원병>의 기반

이다. 탈남성화된 피식민지인 남성 춘호

는 여성 분옥에게 병사가 될 수 있는 순

간을 알린다. 병사가 된다는 것은 제국

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국민(

재남성화-아버지, 가장)으로서의 자격

획득을 의미하는데, 이 때 여성은 조선

을 나타내는 로컬리티, 민족의 표상, ‘멜

랑콜리의 잔여’로 기능한다. 저자는 이

를 통해 비로소 남성 주체의 재남성화

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너와 나>(1941, 허영)과 <조

선해협>(1943, 박기채)도 비슷한 구성

을 지닌다는 점을 지적한다. <너와 나

>는 전반부에는 지원병 훈련소를 다루

고 후반부에서 일본인 여성과 만나 약

혼에 이른 주인공이 그녀의 호송을 받

으며 떠나는 스토리로, 내선일체라는 표

어가 창출해낸 가장 조화로운 세계의 구

현한다. 여기서 내선 연애의 성공은 병

사로서의 식민지 남성이라는 표상을 완

성시킨다.

그렇다면 식민지의 우울은 정말로

완전히 사라졌나? 저자는 <조선해협>

이 사라진 듯했던 식민지의 멜랑콜리

가 여성의 몸이라는 장소를 빌려 어떻

게 응축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

한다. 이때 남성들이 병사가 되어 슬퍼

하지 않을 때 슬픔과 눈물과 한숨은 기

다리는 자, 여성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남성들은 남겨진 여성을 위해서 제국의

부름에 답하며, 그럼으로써 죽을 수 있

게 된다. 제국의 신민이 되기 위해 치르

는 이 통과의례는 후기 식민국가-분단

국가의 민족국가 만들기라는 프로젝트

속에서 극적으로 부활하기도 하고.

한편 1930년대 말의 ‘내선연애’ 소설,

예를 들어 <그림자>, <준동>은 일본 여

성을 매개로 한 식민지 남성 주체의 도

약과 좌절을 보여준다. 여기서 내지 여

성은 불가능한 대상이며 조선 남성은

이를 욕망하는 자다. 저자는 이들 소설

에서 임의 자리가 내지 여인들의 몫이

되며 멜랑콜리의 주체들은 순수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는데 주목한다.

슬라보예 지젝에 의하면 멜랑콜리는

한 번도 소유해본 적이 없는 것을 잃어

버렸다고 가정하는 이중부정의 상실의

감각이다. 역설적으로 멜랑콜리는 상실

이라는 상태에 있는 잃어버린 대상을

소유하는 가장 확실한(상징적인) 방법

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젝의 이러한 정

의를 따르자면 우리가 결여를 상실로

번역하는 속임수에 의해 대상의 소유

를 주장할 수 있다는 패러독스는 식민

지가 상상하는 기원으로서의 ‘민족’이

라는 패러독스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으로부터 내지의 여인으로 대상

을 옮겨 간 내선연애의 내러티브는 이

중적이다. 한편 제국의 정치적 위계를

넘어서는 계기로 사용되며 다른 한편

근본적인 탈피 불가능성을 제시하는 서

사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서사

는 외적이고 갑작스런 예외적 상태 예

를 들어 재앙이나 지원병 제도를 통해

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영재를 따라 지원병제 실

시를 통해 식민지 남성들에 잠재한 식

민주의의 내면화 혹은 위계화를 살피는

근거들을 살펴보았다. 조금 더 따라가

보자. 다음 장에서는 먼저 협력의 제도

에 대해 살펴보겠다. (다음호에 계속)

한국영화사 기획서평『제국 일본의 조선영화』가 던지는 질문 (1)

Page 12: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김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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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스탠리 패러블> 플레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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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추문 혹은 사건

사건은 조이 퀸(Zoe Quinn)이라는 여

성 인디게임 개발자을 둘러싼 성 추문

으로부터 시작한다. Eron Gjoni라는 남

성은 지난 8월 1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명 비디오게임 저널리스트들을

포함하여최소 5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

졌다고 주장한다. 이 폭로는 곧 ‘저널

리즘 비리’라는 형식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다. 조이 퀸은 2013년에 ‘디프레

션 퀘스트(Depression Quest)’라는 게

임을 공개해 일부 언론으로부터 호의

적인 평가를 받은 바가 있는데, 이러한

호의적 평가가 그녀가 저널리스트들을

상대로 벌인 일종의 ‘몸 로비’의 결과

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일 직후 조이 퀸은 본인과 가족에 대한

강간, 살해 협박,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공격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은 트위터와 같은 SNS나 미

국의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중심으

로 점점 논란이 되면서 온라인 전쟁의

형태를 띄게 된다. 사건의 본질을 ‘저널

리즘 비리’로 보는 관점과 ‘여성혐오’로

보는 서로 다른 두 관점이 대립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저널리즘의 비리로

보는 사람들은 조이 퀸의 사례에서 드

러났듯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비디오게

임 저널리스트들이 개인적인 유착 관계

를 맺고 있으며, 중립적이지 못한 리뷰

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사건

이 단순히 여성혐오일 뿐이라고 주장하

는 사람들은 단순히 가부장적 가치에

서 벗어나는 ‘조신하지 못한 여성’에 대

한 여성혐오적 비난에 지나지 않는 것

을 저널리즘의 비리에 맞서는 정의로운

일마냥 포장하고 있을 뿐이라 말한다.

처음에는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게

임 커뮤니티 사이의 찻잔 속 폭풍 정도

였던 이 사건은 배우 아담 볼드윈, 영화

감독 조스 웨던과 같은 헐리우드의 유

명 인사들이 논쟁에 가세하면서 언론

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아담 볼드윈

은 트위터에서 이 사건에 관해 언급하

며 #GamerGate라는 해시태그를 사용

했는데, 곧 이 논쟁은 ‘#GamerGate’라

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게임 저널리즘의 위상

단순히 게임 개발자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추문이 저널리즘 비리로 비화

된 것은 과대망상적일 수 있다. 저널리

스트가 자신이 다루는 분야의 인사들

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는 것이 곧바

로 저널리즘 윤리의 위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 커뮤니티들

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

는 아니다. 이미 이들은 몇 차례의 사건

을 겪으며 게임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

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07

년에 일어났다. 유명 비디오게임 웹진

인 ‘게임스팟(Gamespot)’이 광고주의

압력을 무시하고 해당 회사의 게임에

부정적인 리뷰를 작성한 기자를 해고

한 사건이다. 그간비디오게임 저널 분

야에선 이처럼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

고 긍정적 평가가 담긴 리뷰를 요구하

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메타크리틱 같

은 리뷰 통계 사이트를 통해 수치화된

리뷰 점수가 마케팅에 중요하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순수하게 저널

리즘 윤리를 촉구하는 캠페인이라는 주

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무리가 따른

다. 이때까지의 저널리즘 비리는 대형

자본을 소유한 퍼블리셔들에 의해 이

뤄져 왔지만 이번 사건에서 비난의 대

상이 된 조이 퀸은 그와는 무관한 1인

개발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설령 조

이 퀸과 저널리스트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형 자본

과 미디어의 결탁보다는 한여성 개인

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저

널리즘 윤리’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단순히

여성혐오에서 기반한 반-페미니즘 캠

페인이라는 평가가 더 적절하다. 이번

사건에서 공격의 대상이 된 인물은 조

이 퀸뿐만이 아니었는데, 그 중에는 페

미니스트 미디어 비평가인 아니타 사

키시안(Anita Sarkeesian)도 있었다.

뿌리 깊은 여성혐오

아니타 사키시안은 지난 2013년부

터 유투브에서 ‘Tropes vs Women in

Video Games’라는 동영상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그녀는 이 동영상을 통

해 비디오게임에 등장하는 여성이 수

동적 존재로 묘사되며 대상화 되는 방

식을 검토하고 비판해왔다. 이 비디오

는 공개된 후 많은 반발에 부딪혔다. 그

중에는 물론 아니타 사키시안의 논리

를 지적하는 수용할만한 비판도 있었

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여성혐오와 반-

페미니즘에 기반한 조롱과 폭언, 욕설

이었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

고 게임 개발자들은 아니타 사키시안

의 작업을 높게 평가하여 지난 3월 열

린 게임 개발자 회의(Game Develop-

ers Conference)에서 아니타 사키시안

에게 공로상(Ambassador Award)을 수

여하기로 결정한다. 최초의 여성 수여

자였다. 이마저도 수상을 취소하지 않

으면 회장에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협박

메일을 받고 폭탄 수색을 벌이는 우여

곡절을 끝에 이뤄진 것이다. 아니타 사

키시안의 ‘Tropes vs Women in Video

Games’의 가장 최신 편은 지난 8월 25

일에 공개되었는데, 조이 퀸 사건으로

인해 여성혐오와 반-페미니즘이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녀

는 동영상을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살해

협박을 받고 대피했다.

비디오게임 문화 내에서의 여성들

에 대한 성차별은 아주 유서 깊은 병

폐이다. 2007년 발매된 유비소프트의

유명 게임 어쌔신즈 크리드(Assassin’s

Creed)의 프로듀서는 제이드 레이몬드

(Jade Raymond)라는 여성이었는데, 그

녀는 단순히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라

는 이유만으로 ‘판매량을 위해 내세

운 얼굴마담’이라는 근거없는 악담에

시달려왔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조

이 퀸 또한 이미 지난 해 12월 ‘디프레

션 퀘스트’를 처음 공개한 직후부터 인

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성차별적 폭언

에 시달려왔다고 밝혀왔다. 때문에 이

번 사건은 8월 16일에 갑작스레 터진

일이라기 보다는 이전부터 이어져왔던

비디오게임 문화 내의 여성혐오가 저

널리즘 정의라는 대의명분으로 위장하

여 폭발한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디오게임 문화 내에 성

차별적 정서가 팽배한 이유는 무엇일

까? 이에 대해 많은 비평가들은 그간

의 비디오게임 문화가 근본적으로 ‘이

성애자 남성’ 중심의 문화였음을 지적

한다. 이번 사건에서 공격의 대상이 된

아니타 사키시안 역시 대부분의 비디

오게임들이 ‘곤경에 처한 처녀(Damsel

in Distress)’같은, 무기력한 여성을 남

성 영웅이 구하는 고전적 테마에 기대

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가장 유명

한 비디오게임이라 할 수 있는 ‘슈퍼마

리오’부터가 그렇다. 피치 공주는 항상

납치당하고 슈퍼마리오는 항상 구한다.

사키시안의 지적은 비디오게임을 플레

이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가부장적

남성의 젠더 역할 수행이었음을 시사

한다.

진짜 게임, 진짜 게이머?

아니타 사키시안이 ‘진짜’ 게이머도 아

니면서 게임에 대해 왈가불가한다는 비

아냥을 듣곤 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이는 스스로를 ‘게이머’로 규정하

는 집단이 그 정체성을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 훨씬 더 특정화된

집단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그 특정

화된 집단은 ‘이성애자 남성’이다. 가부

장적 가치에 기대어 온 비디오게임 문

화 속에서 배양된 ‘게이머’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이성애자 남성’이다. 어렸

을 때부터 ‘젤다의 전설’을 즐기며 자라

온 아니타 사키시안이 ‘진짜’ 게이머일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이성애자 남성’

이 아니라는 사실 외엔 없다.

이러한 구분 짓기는 ‘게이머’뿐만 아

니라 ‘게임’ 매체 그 자체에 있어서도

이뤄져 왔다. 2013년 공개된 풀 브라이

트 사(Full Bright Company)의 인디게

임 ‘곤 홈Gone Home’은 동성애를 주

제로 다루고 있는 게임인데, 이 게임은

언론으로부터는 찬사를 받았음에도 불

구하고 ‘게이머’ 집단으로부터는 ‘이런

건 게임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이 게임에 대한 비판에는 호모포

비아적 반응도 더러 있었다.

‘게임이 아니다’라는 평가는 이번 사

건의 중심에 놓인 ‘디프레션 퀘스트’에

대한 ‘게이머’들의 비난과도 일치한다.

이러한 평가들에 따르면 ‘디프레션 퀘

스트’는 단지 텍스트와 이미지 몇 장이

전부인 단순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

문에 게임이라기 보다는 ‘인터랙티브

소설’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텍스

트와 이미지가 전부인 단순한 구조’는

‘에로게(エロゲー, 에로 게임)’라고 불

리는 일본의 포르노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포르노 게임을 ‘게임’으

로 분류하는 데에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는 집단이 ‘디프레션 퀘스트’나 ‘곤

홈’에 대해서는 ‘게임이 아니’라고 말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전자는 이성애

자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종사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그들 기준에서 ‘게

임도 아닌’ ‘디프레션 퀘스트’나 ‘곤 홈’

이 비디오게임 저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상황은 음모론적 상상력을 동원

하지 않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게이머의 죽음

인디게임 페스티발 ‘프리플레이(Free-

Play)’의 디렉터이자 저널리스트인 댄

골딩(Dan Golding)은 이번 사건을 ‘게

이머의 종말(The End of Gamers)’이라

고 설명한다.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

ation)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인

의 59%가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있으

며, 그 중 48%가 여성이라고 한다. 여전

히 남성은 비디오게임의 가장 큰 수용

자이지만 그 지분은 점점 줄어들고 있

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범람한 모바

일 게임과 디지털 유통의 대중화로 인

해 부흥한 인디게임은 비디오게임이라

는 매체와 그 수용층의 경계를 확장시

키고 있다. ‘둠’과 같은 게임을 즐기던 ‘

게이머’와 스마트폰으로 ‘애니팡’을 즐

기는 사람은 다르다. 비디오게임은 더

이상 ‘이성애자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

게 된 것이다.

이처럼 비디오게임이라는 매체와 그

수용층의 경계는 확장되었지만, 기존의

비디오게임의 향유집단이라 할 수 있

는 ‘게이머’는 거기에 저항하며 자신들

과 자신들이 즐겨온 비디오게임에 ‘정

통성’을 부여한다. 전통적 의미의 ‘게이

머’들이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자신

들의 영향력을 폭력적으로 과시함으로

써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번 사건을 포함하여, 그간 이뤄졌던 여

성혐오들은 자신들만의 놀이터를 침범

당한 아이들의 투정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투정들에도 불구하고, 한때 이성

애자 남성들의 장난감이었던 비디오게

임은 이제 모두를 위한 ‘무언가’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권데레)

비디오게임은 너희들만의 장난감이 아니야

“우리는 젠더, 성적 지향, 인종, 종교,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누구라도 괴롭힘이나 위협받는 일 없이 게임을 즐기고,

비판하고, 만들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9월 1일 ‘게임 커뮤니티에 보내는 공개 서한(Open

letter to the gaming community)’이라는 제목으

로 발표된 성명의 첫 구절이다. 2000명이 넘는 게임 개발

자들이 서명한 이 성명은 지난 달 인터넷 상에서 격렬하게

일어난 여성혐오와 반-페미니즘의 움직임을 진정시키기 위

해 발표되었다.

Page 15: 2014.09.29 제238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2014년 9월 29일 제238호(격주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블랙잭: 우리가 없으면우리를 만들고, 일이 없을 땐 누군가를 슬프게 만들면 되지

Ich

habe z

um

Leid

wesen m

ein

er M

ut-

ter m

it mein

em

Bruder P

oker g

espie

lt

어머니가 슬

퍼할 정

도로

동생과 포

커만 쳤

나는 중국의 팝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

가 “(중국에 있을 때는) 어머니가 슬

퍼할 정도로 동생과 포커만 쳤다(Ich

habe zum Leidwesen meiner Mutter

mit meinem Bruder Poker gespielt)”고

밝혔던 <Artnet>의 07년도 기사를 잊지

못한다.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은 2005

년까지는 전혀 팔리지 않았고, 그는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카드게임을

했다.

카드게임은 일이 없는 사람에게 뭔가

일을 만들어준다. 좋은 패를 고르면 좋

은 일이 생긴 것이고, 나쁜 패를 고르면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셈이다. 나

는 그중에서도 블랙잭을 좋아한다. 블

랙잭은 일 뿐만이 아니라 한시적인 ‘우

리’까지 제시해준다. 블랙잭은 내가 딱

히 이길만한 패를 쥐고 있지 않아도(이

를테면 카드의 숫자를 다 합친 값이 12

라든가) 딜러가 나쁜 패를 고르게 되면

(다 합쳐 14인 상태에서 10을 뽑아 도합

24가 됐다든가) 가만히 있어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블랙잭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

에서도 딜러가 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는 것을 그 누구도 숨기지 않는다. 한편,

친동생을 죽일 계획을 다 짠 상태라든

가, 조만간 방화라도 저지를 심산이라

든가 하는 상대의 사연 같은 건 몰라도

카드는 충실히 돌아가고 판돈은 거침

없이 쌓인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테이

블 아래에서 일어나는(under the table)

일들이며, 테이블 위에서는 알 수 없고

또 몰라도 되는 일들이다. 그 친동생이

바로 그 테이블의 딜러이고, 노리는 방

화 대상이 해당 카지노가 아닌 이상에

야. 동료를 만드는 하나의 철칙은 모두

가 하나의 대의를 따르면서도, 각자의

사적 욕망이 상대의 세력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

았던 아서왕의 원탁(round table)도 부

인 기네비어 왕비와 기사 랜슬롯이 벌

인 불륜으로 깨지고 말았다. 따라서 블

랙잭은 오히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임으로써 일종의 의사적 동료애를 향

유하게 된다.

아서왕의 전설과 그 원탁의 유명한 함

의가 전하는 대로, 한 테이블에 앉는다

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구체적인 정

치성을 띤다. 우리는 서로가 한 테이블

에 함께 앉기까지 각자가 무수한 것들

을 쓰러뜨리면서 온 것을 안다. 저녁 식

탁에서 아들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라고 묻는 아버지는 실은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짓을 저질렀기에

네가 살아남아 집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니?”라고 추궁하고 있는 셈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생존 비결이 궁금하다.

아들은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았고,

체육시험에서 50점 만점에 28점을 맞

았어요”라고 답하면서 자신이 아직까

지는 살아있을 만한 존재이며, 어느 정

도는 승점을 올리고 있음을 피력한다.

물론 블랙잭을 할 때 이런 식의 대화

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판돈을 올릴

때, 카드를 받고 안 받고를 선택할 때 우

린 미리 정해진 대로 테이블 위에 손가

락을 내비치는 것만으로 할 말을 대신

한다. 어쩌면 블랙잭을 하는 우리들의

입 안에 죽은 고기가 너무 가득하고 갸

륵해서 입을 벌릴 수 없는지도 모른다.

엘리아스 카네티가 사람들이 식탁에 모

여 함께 식사를 하는 순간을 정복의 키

워드에 맞춰 해석한대로, 한 자리에 모

여 블랙잭을 한다는 것 역시 그 순간까

지 함께 살아남아 카드를 뽑을 수 있는

상대의 생명력을 인정하고, 동등한 권

력을 인가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카지노에 들러 하나의

테이블을 떠나고 싶을 때까지 앉아 있

을 수 있다. 의자 하나를 차지한다는, 철

저하게 동등한 생의 의지를 갖고.

그러나 블랙잭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카드 게임이 역으로 어느 황량한 미래

를 복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 미래란 대량 실연이다.

블랙잭은 한 판이 돌아가는 데 채 1분

도 걸리지 않는다. 이건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유행 중인 100대 100 소개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주할 수 있는 카

드/소개팅 상대가 셔플로 돌아가고 고

작 몇 가지 힌트를 통해 자신이 가진 승

리패의 가용 범위를 역산하는 것. 그리

고 잘해야 100명 중의 한 명과만 인연

이, 나머지 99명과는 완전한 실연이 이

뤄지듯이, 블랙잭의 테이블이 조성하는

가상의 친밀감은 테이블을 떠나는 순

간 소멸된다는 것. 말하자면 블랙잭은

모두가 실연하기 5분 전 기억의 환영을

상연하는 공연장에 가깝다. 함께 블랙

잭을 하기 위해 모인 그 순간 우리는 서

로가 찢어지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게임답게 블랙잭에

는 플레이어가 머리를 제대로 쓰면 딜

러/카지노를 이기는 확률을 높일 수 있

다는 계몽주의가 횡행한다. 지금까지

나온 패를 전부 기억하고, 남아있을 패

를 추적하면, 승률을 예측하고 올바르

게 배팅을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를

설파하는 책만 수십 권, 수백 권이 나와

있고, 나는 실제로 이런 책들을 전부 독

파했다는 아마추어를 만난 적이 있다.

자신만큼은 카지노의 계략을 꿰뚫고 진

정한 소실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

에 찬 그의 어조와 표정에는 자부심과

몰입이 깃들어 있었고, 거기에서 내가

느낀 건 징그러움이었다. 카드 게임이

야말로 내 생애 최후의 오락이며 영구

적인 즐거움을 나포했다고 웃는 얼굴로

선언하고 다니던 내가 말이다.

그건 내가 지나친 성실을 극렬하게 멀

리하며 시간을 빼돌린 결과가 이런 카

드게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

한민국의 모든 부조리는 안 되는 걸 되

게 하려는 황당한 노력 때문에 발생한

다고 결론을 내린지 오래다. 못하는 공

부를 억지로 잘하게 만들려고 사교육비

가 증대하면서, 부동산 문제도 덩달아

난무하고 있으며, 기준에 미달하는 물

자를 납품하거나 영업에서 초과 이익을

발생시키려는 과열된 욕심에서 정재계

비리가 생긴다. 그러니까 되는 것만 되

게 만드는 정도로 모든 일을 적당히 해

치우자며, 이를 나 자신의 삶에서 실천

해온 셈이었다. 게다가 블랙잭은 과유

불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게임이다.

손에 쥔 카드에 적힌 숫자를 모두 합했

을 때 21이 나오거나 혹은 그에 더 근

접한 사람이 딜러를 이기는 게임. 그렇

다고 아예 21을 넘어버리면 지는 게임.

그러니 나는 정당한 도피처마저도 내부

우위를 셈하려는 욕망들에 휘말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음

을 깨닫고 공포를 느꼈던 셈이다.

나는 블랙잭을 하는 사람들은 딱히 할

일도 없고, ‘우리’도 없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루 종일 술을 마시거

나 카드게임만 하던 사람을 설득해 겨

우 한낮을 쉬게 했을 때 자기 앞에 놓인

무수한 시간을 어찌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던 그 순진한 얼굴을 난 잊지 못

한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

다. 왜냐하면 그에게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

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

이었고, 남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카드

에 기대 살던 사람에게 그것은 과한 몰

염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순간 그

와 내가 ‘우리’라고 묶일 수 없는, 무한

연기된 가능성에 불과함을 알았다. 나

역시 다른 누구에게나 그런 상대로 영

영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산

하게 가슴 한 구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밤이 되자 이 정도면 됐지? 라는

식으로 홀가분한 표정이 되어 다시 밤

길을 떠났다.

블랙잭의 테이블에는 특유의 집중력 탓

에 심각도가 쌓여있고, 이를 공유하는

무리는 얼핏 진정한 하나의 무리라고

오인 받을 수 있다. 이런 착각을 밖에

서 지적하면 정작 그들의 ‘우리’는 흩어

져버린다. 블랙잭의 테이블이 형성하는

풍경을 어색하게 들여다보는 사이 우리

는 ‘우리’가 그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점조직으로 뭉쳤다가 흩어지는 사이라

는 걸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

게 된다. 피차 남이지만 가끔 우연히 반

경이 겹치기도 하는 “친밀한 타인”이라

고. 그러나 진부한 얘기지만, 같은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기

꺼이 동료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계기

가 블랙잭이어도 나쁠 것이 없다. 우리

는 우리 안에 갇힐 수가 없기 때문에 일

안에 갇히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 갇히는 일은 밖에서 보는 것만큼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 (전문영)

Page 16: 2014.09.29 제238호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일

부 네티즌들이 “정부가 카카오톡까지

감시하려고 한다”고 반발하면서 트위

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

비스(SNS)에서 논란이 일었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9월 16일 국

무회의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

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

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은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월

12일 국회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7시

간 동안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연애했

다는 얘기”를 언급한 일을 겨냥한 것

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이틀 만인 9월 18일

대검찰청 형사부는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발표

했다. 대검찰청은 “정보의 빠른 확산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에

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 우리 사

회에서 꾸준히 증가해 그 적폐가 심각

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

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포털사

등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효

율적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논의

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

전담수사팀도 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검찰청의 유관기관 대책

회의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인터

넷진흥원과 함께 민간업체인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 네이트 간부들까치 참석

했다는 사실이 특히 문제가 됐다. 여기

에 대검이 “상시 모니터링 강화”를 언

급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에 일부 네

티즌들은 보안에 특화된 스마트폰 메신

저 ‘텔레그램’을 이용하자고 주장하기

도 했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스마트폰에서 메시지를 삭제하면 서버

에 기록이 남지 않으며 서버도 해외에

있는 메신저다.

물론 검찰이 언급한 “상시 모니터링

강화”가 곧바로 ‘카카오톡 감시’로 이어

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논란

이 불거지자 25일 기자들과 만나 “일각

에서는 마치 카카오톡의 모든 대화를

들여다볼 것처럼 말하는데 오해의 소

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SNS 등 사적

공간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없을 뿐더러 그럴 계획도 갖고 있지 않

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담팀의 수사

대상은 포털 사이트의 공개된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라

고 밝혀, ‘공개된 공간’의 기준이 무엇인

지 명확히 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수사

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포털 사이트 쪽

은 “영장이 있어야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고, 카카오톡 쪽은 “실시간 검열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디어

스>는 보안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카오톡 중계서버에 특정 키워드를 설

정한 뒤 패킷 전송 기록을 모니터링하

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미디어스> 9월 24일 치 ‘아니라

고는 하지만… 열면 열리는 카카오톡 서버’

참조) 지금 당장 카카오톡을 실시간으

로 모니터링하지는 않지만 검찰이 특정

사안을 명예훼손 루머라고 판단할 경우

최초 유포자를 잡아내기 위해 카카오톡

서버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우려다.

사실 인터넷 공간에 대한 수사기관

의 모니터링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

다. 검찰도 모니터링을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명예훼손 사안에 대한 모니

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예

컨대 지금도 경찰은 인터넷상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는 방법으로 국가보안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게시글을 찾아내

수사해 왔다. 그럼에도 카카오톡 관계

자가 검찰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시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건

드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카

카오톡 메시지는 겉으로 보기엔 수신자

와 송신자 사이에만 공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계서버를 거친 뒤

상대방에게 도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

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대한 감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3년 6월 전

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

드 스노우든이 국가안보국(NSA)의 대

규모 감시를 언론에 고발한 것이다.

NSA는 2007년부터 자체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을 통해 광범위한 정보

를 수집해 왔는데, 이 프로그램에는 마

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페이스북, 유

튜브, 스카이프, 애플 등의 업체가 참여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즘을 이용하면

특별한 절차 없이도 이들 계정에서 오

가는 이메일이나 인터넷전화 내용을 손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지

자 미국 정부는 “미국 국민을 테러로부

터 지키기 위한 정당한 정보수집이었다”

고 주장했지만, 뒤이어 NSA가 국가정상

들의 휴대전화 통화까지 도청했다는 사

실까지 알려지며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이번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는 ‘이제 안전한 곳은 아

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메일

이나 메시지는 완벽하게 안전한 당사자

간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 당장 ‘카카오

톡 감시’는 엄밀히 말해 루머에 가깝지

만, 수사기관은 언제든 영장만 있으면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장 없이

는 협조하지 않는다”는 말은, “영장이

발부되면 협조할 수 있다”는 말의 다른

판본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수사기관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재빠르게 움직이

는 풍경이다. 법무부가 정부 방침을 따

르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법무부가 재빨리 대

책을 내놓고 수사기관이 손발을 맞추는

모양새는, 검찰이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정부 또는 대통령

개인을 ‘괴담’으로부터 지켜내는 기구

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선승범 편집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메신저 망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편집국장 칼럼

나는 지금 청소를 하고 있다. 유투브에

서 아무 노래나 틀고, 분홍 고무장갑 끼

고 청소를 하고 있자니 온갖 번뇌가 사

라진다. 먼지처럼, 바람처럼. 나는야 청

소대장. 당신에게 알려주겠다, 청소의

요령을. 청소의 재미를.

우선 청소의 기본. 청소는 위에서부

터 아래로, 안에서부터 밖으로, 구석에

서 중앙으로 해야 한다. 쉽지만 많이들

놓치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바닥을 먼

저 닦고 책상을 닦아봐야, 책상의 먼지

가 떨어져 바닥은 다시 더러워진다. 그

러니 기억하라.

화장실 청소는 사람들이 많이 꺼려

한다만, 가장 시원한 청소다. 과정 자체

도 재미있고 결과물도 눈에 확 들어온

다. 빨간 고무장갑과 락스, 수세미를 준

비하라. 락스는 큰 걸 고를 필요가 없

다. 1L 짜리면 자취방 화장실 청소에 충

분하다. 왜냐면 락스는 희석시켜 쓰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원액 그대로 쓰면

자원 낭비일 뿐더러 청소 효과가 더 있

지도 않다. 성분도 독하니 좋을 거 하

나 없다. 사측에선 물 20대 락스 1로 섞

어 쓰길 추천하는데, 세면대 꼭지를 잠

그고 물을 반 쯤 받은 후 락스 뚜껑 뒤

집어 거기 찰 만큼만 락스를 붇고 섞어

쓰면 딱 맞다.

변기는 솔보다 수세미로 닦는 게 좋

다. 막대형으로는 구석구석 묶은 때를

지우기 힘들다. 힘이 잘 전달되지도 않

는다. 당신도 한 번은 써봤을 납닥한 초

록색 수세미가 좋다. 다목적 수세미라

는 이름에 걸맞게 화장실 청소에도 좋

고 설거지에도 좋다. 이 수세미는 내구

성이 좋은 편이지만 오래 쓰면 수지섬

유가 해어진다. 적기에 꼭 바꿔주라. 세

균이 번식하고 냄새가 날지 모른다.

몇 가지 팁을 더 주겠다. 첫째, 더 큰

크기의 수세미를 사두고 필요한 만큼

잘라 써도 된다만, 큰 수세미가 면적대

비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으

니 잘 계산해보라. 내가 방금 다녀온 마

트에서 그랬걸랑.

둘째, 좌변기 덮개 틈 사이로 때가 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잘 들어서 문질

러주시라. 탈착이 된다면 아예 떼어버

리고 닦은 후 다시 조립하라. 돌다리는

두드려보고 건너지만 좌변기는 분리해

버리고 닦아라.

셋째, 화장실 벽면은 아까 세면대에

받아둔 락스물로 한 번 닦아주되, 곰팡

이가 낀 데는 꼼꼼하게 문질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샤워기로 물을 뿌리는

게 화장실 청소의 백미다. 묵은 떼와 함

께 당신의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바람

처럼, 비처럼. (아무개 기자)

나는야 청소대장

발행인 김봉렬

주간교수 양승무

편집국장 선승범

편집 부국장 안가람

취재부장 오온유

취재부 권라임

취재부 김채운

취재부 권지혜

취재부 한지윤

문화부장 김수빈

문화부 강진수

사회부 성민규

사회부 권라임

학술・오피니언부장 박이현

사진부장 이주현

사진부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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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장 김형도

편집부 윤정빈

편집부 한지형

수습기자 성민규

수습기자 권지혜

수습기자 한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