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 인터뷰 | 공정 여행사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 변형석 대표를 만나다 문화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 여행의 몫을 모두에게 공정하게 여태까지의 여행 산업은 여행자의 즐거움에 초점 을 뒀다. 그러나 최근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 로 폐쇄된 보라카이, 그리고 여러 개의 가방을 메고 맨발로 히말라야를 오르는 포터와 같은 관광 산업 의 이면은 여행자가 윤리적 여행을 고민하는 계기 가 된다. 이에 현지에도 여행의 수익을 나눠주는 동 시에 여행자에게는 일상적인 현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정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2일(수), 10년 넘게 공정 여행에 대해 고민하는 사 회적 기업인 공정 여행사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의 변형석 대표를 만났다. 트래블러스맵은 ‘Travelers Make an Amazing Planet’의 약자다. ‘여행자의 지도’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트래블러스맵은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여행 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 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정 여행의 ‘공정’이라는 단어는 국제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던 ‘공정 무역’에 서 비롯됐다. 2000년대 초반에도 제3세계 국가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대기업 위 주의 기성 패키지여행은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공정 여행을 통해 관광객은 마을을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현지 주민 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2008년 한국에서 공정 여행이라는 개념은 기존 여행에 대한 반성적 목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더해져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상당했다. 변형석 대표는 “한국 에도 공정 여행 사업이 시장성 있는 때가 올 것이라 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래블러스맵을 만들기 전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여행의 교 육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공정 여행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여행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트래블러스맵을 만든 계기”라고 덧붙였다. 트래블러스맵의 시작은 특별했다. 현재 트래블러 스맵은 여행사 경험을 가진 직원이 대다수다. 그러 나 창업 초기에는 영화 제작자나 잡지 편집장과 같 이 제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변 대표는 “트래블러스맵은 여행과 무관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만든 기업”이라며 “모두 여행사 경험이 없다 보니 항공권 예매가 제때 되지 않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 기도 했다”고 미소지었다. 트래블러스맵은 관광객과 사회적 경제 기업을 연 결하는 가교 구실을 한다. 이에 공정 여행자는 환경 친화적인 숙소나 지역 특산물을 식자재로 사용하 는 식당 같은 사회적 기업을 이용하게 된다. 변형 석 대표는 “여행사의 역할은 잠을 자는 공간을 직 접 만들지 못하더라도 방문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 는 장소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 들이 직접 여행의 모든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아니 다. 공정 여행의 취지에 공감하는 현지 여행사가 마 을 주민의 의사가 반영된 상품을 제작하고, 트래블 러스맵은 이를 채택해 여행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변 대표는 “현지 여행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최 대한 그대로 수용하되 언어적 문제는 조율하고 한 국인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선정한다”며 여행 상 품을 기획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트래블러스맵은 관광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 력하는 동시에 여행자가 현지를 있는 그대로 경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인 가이드가 아니라 현지 인 가이드가 관광객과 동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 서다. 변 대표는 “지역 청년을 훈련시켜 현지인 가 이드로 고용하면 해당 지역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며 “동시에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관광객은 그 나라의 역사나 정체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현지인의 집에서 머무르는 홈스테이 프 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저소득 청소년의 직업 훈련 이 이뤄지는 음식점에 방문하는 것도 그 노력의 일 환이다. 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관광객은 마을에 서 환대받는 경험을 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를 체험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공정 여행은 환경에 대한 고려도 빼놓지 않는다. 여행 중 이동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 다. 이에 공정 여행은 한 국가에서 오래 머무르거 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트래블러스맵은 관광객이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해 별도로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시내 중심에 있는 숙 소나 에너지 자립률이 높은 숙소를 선정한다. 변 대 표는 “현지를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남기는 것과 같 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정 여행은 국내에서도 이뤄진다. 부산의 감천 문 화 마을이나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 대표적인 국내 공 정 여행지다. 이곳에서는 지역 주민이 직접 게스트하 우스를 만들거나 식당을 차리는 등의 도시 재생 사업 이 이뤄지고 있다. 변형석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 은 공정 여행지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해외를 떠 올리지만 국내에도 이에 못지않게 잘 개발된 공정 여 행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여행에 익숙한 관광객은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낯설어하기도 한다. 공정 여행 과정에서 관광 객은 전용 차량이 아닌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 다. 이에 변 대표는 “이동 수단에 불편함을 토로하던 이들도 결국 공정 여행에 매력을 느껴 이동 과정까지 즐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여행 상품의 가 격에 익숙한 이들은 공정 여행 상품의 가격이 일반 패키지여행보다 훨씬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변 대 표는 “공정 여행사는 옵션과 쇼핑, 팁을 여행 상품에 포함하지 않는 3무(無) 원칙을 따른다”며 “이 원칙을 지키다 보면 가격 차이는 발생하지만, 공정 여행을 경험한 소비자는 대부분 이 가격이 공정 여행에 걸맞 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래블러스맵은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 환경에는 최소의 영향,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목표로 한다. 변 대표는 “셋 중에서도 여행자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 여행의 모범이 되는 교본을 만들고 소 비자들의 윤리적 판단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 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트래블러스맵은 여행 산업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빈곤, 실업,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 능성을 보여준다. 공정 여행은 관광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동시에 관광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앞으로도 트래블러스맵이 여행 여정의 곳곳에서 발 생하는 소비자의 윤리적 판단을 도와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민주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여행’과 ‘공정’이 만나 공정 여행이 만드는 사회적 경제 트래블러스맵 윤리적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트래블러스맵변형석 대표는 “어느 나라든 현지 주민은 그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발굴하는 것이 공정 여행사가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리뷰 | 인권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를 둘러보다 사람이 들어온다, 우리를 바라본다 지난 13일(월)부터 23일까지 서울시민청 시민플라 자A에서 임종진 작가의 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 가 열렸다. 서울시 인권사진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전시에는 네팔·르완다·이라크·인도·인도네시아·캄 보디아·티베트·필리핀 8개국 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제시하고 인간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사진이 전시됐 다. 「한겨레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임종진 작 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치유적 행위로서의 사진을 추구한다. 그는 국제구호기관에서 활동하는 한편 5·18 고문 피해자, 7~80년대 조작간첩 고문 피 해자 등 국가 폭력에 의해 상처를 입은 이들을 대상 으로 하는 사진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임종진 작가는 스스로를 ‘곁지기 사진가’라 지칭 하며 이 사진전을 ‘곁지기 시선전’이라 소개했다. 그 의 말에 따르면 곁지기 시선전은 ‘사진전’이 아니다. 사진을 찍은 자신은 ‘작가’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주 민들의 곁에 가까이 들어가 ‘친구’로서 있는 사람이 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많은 기관에 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고통스럽고 가난하다 는 이미지를 통해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이는 사진을 폭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사진을 통해서 사 람들이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차별 적이거나 고정적인 관념을 내려놓고 ‘우리는 같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에도 잘 녹아있다. “어느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내 그 사람 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자가 된 나를 바라 봅니다...(중략)...이제 그 한 사람을 다시 바라봅니다. 처 음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나라는 이등 분은 없어지고 경계와 구분도 무너집니다. 이제 ‘유일 한 나’는 사라지고 ‘무한한 나’가 생성됩니다.” 이번 전시는 마음을 품은 시선, 세월을 품은 시선, 미 래를 품은 시선, 풍경을 품은 시선, 웃음을 품은 시선, 삶을 품은 시선이라는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시민청 복도에 들어서면 정면에서 맞아주는 사진 속 소녀의 환한 미소는 사진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 오른편에는 가장 먼저 ‘미래를 품은 시선’에 대한 사 진이 보인다. 사진 속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가꾸기도 하고, 낯선 이방 인의 방문에 호기심 어린 미소로 관심을 보이기도 한 다. 이들도 우리처럼 미래를 꿈꾸고 세월을 맞이하고 삶을 살아간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 야기로 이어진다. 신발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젊은 노동자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좌절 하지 않고 일과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채워간다. 그들 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맞은편 에는 ‘세월’이 있다.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흔적은 여운 을 남긴다. 세월을 품은 시선은 사진이기에 순간의 기 록이지만 그 속에는 억겁의 시간이 담겨있다. 세월의 이면에는 풍경이 고요하게 존재한다. ‘풍경을 품은 시 선’에는 사진이 어느 지역인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임 작가는 “관객들이 개발도상국의 땅에 대해 척박하 다는 생각을 버리고 토양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충분히 상상하며 즐겼으면 좋겠다”고 작품 의 의도를 설명했다. ‘마음을 품은 시선’과 ‘웃음을 품 은 시선’에서도 임 작가는 그들의 고통을 부각하기보 다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 게 한다. 차창 유리 밖으로 마주한,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으로 범벅이 돼 숨을 헐떡이는 이를 생각하는 작가 의 마음은 프레임을 넘어 관객에게로 다가온다. 작가는 관람객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연민의 시 선으로 내려다보기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수평적으로 보길 바랐다. 관람객 박성 훈 씨(50)는 “개발도상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월감 이나 동정심 둘 중 하나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 작가 는 여기서 벗어나 확실히 다른 시선을 가진 것 같다” 며 “사진만큼이나 작가의 마음도 밝은 것 같다”고 말 했다. 임종진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흔하게 듣지만, 사실은 사진 에 담기는 사람들이 따뜻한 것”이라며 본인의 역할 은 사진작가가 아닌 ‘사연 전달자’임을 강조한다. 그 의 사진은 단편적인 미(美)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담 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동정을 받아야 하는 고통 도, 시혜를 바라는 가난도 없다. 그저 우리와 같은 삶 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담 겨있을 뿐이다. 최해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손유빈 기자 [email protected]

인터뷰 | 공정 여행사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 변형석 대표를 …pdf.snunews.com/1988/198808.pdf · 대한 정부의 관심도 상당했다. 변형석

  • Upload
    others

  • View
    1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8

인터뷰 | 공정 여행사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 변형석 대표를 만나다

문화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

여행의 몫을 모두에게 공정하게여태까지의 여행 산업은 여행자의 즐거움에 초점

을 뒀다. 그러나 최근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

로 폐쇄된 보라카이, 그리고 여러 개의 가방을 메고

맨발로 히말라야를 오르는 포터와 같은 관광 산업

의 이면은 여행자가 윤리적 여행을 고민하는 계기

가 된다. 이에 현지에도 여행의 수익을 나눠주는 동

시에 여행자에게는 일상적인 현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정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2일(수), 10년 넘게 공정 여행에 대해 고민하는 사

회적 기업인 공정 여행사 ‘트래블러스맵’(Traveler’s

MAP)의 변형석 대표를 만났다.

트래블러스맵은 ‘Travelers Make an Amazing

Planet’의 약자다. ‘여행자의 지도’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트래블러스맵은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여행

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

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정 여행의 ‘공정’이라는

단어는 국제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던 ‘공정 무역’에

서 비롯됐다. 2000년대 초반에도 제3세계 국가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대기업 위

주의 기성 패키지여행은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공정 여행을 통해

관광객은 마을을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현지 주민

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2008년 한국에서 공정 여행이라는 개념은 기존

여행에 대한 반성적 목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더해져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상당했다. 변형석 대표는 “한국

에도 공정 여행 사업이 시장성 있는 때가 올 것이라

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래블러스맵을

만들기 전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여행의 교

육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공정 여행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여행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트래블러스맵을 만든 계기”라고 덧붙였다.

트래블러스맵의 시작은 특별했다. 현재 트래블러

스맵은 여행사 경험을 가진 직원이 대다수다. 그러

나 창업 초기에는 영화 제작자나 잡지 편집장과 같

이 제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변 대표는 “트래블러스맵은 여행과 무관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만든 기업”이라며 “모두 여행사 경험이 없다 보니

항공권 예매가 제때 되지 않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

기도 했다”고 미소지었다.

트래블러스맵은 관광객과 사회적 경제 기업을 연

결하는 가교 구실을 한다. 이에 공정 여행자는 환경

친화적인 숙소나 지역 특산물을 식자재로 사용하

는 식당 같은 사회적 기업을 이용하게 된다. 변형

석 대표는 “여행사의 역할은 잠을 자는 공간을 직

접 만들지 못하더라도 방문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

는 장소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

들이 직접 여행의 모든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아니

다. 공정 여행의 취지에 공감하는 현지 여행사가 마

을 주민의 의사가 반영된 상품을 제작하고, 트래블

러스맵은 이를 채택해 여행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변 대표는 “현지 여행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최

대한 그대로 수용하되 언어적 문제는 조율하고 한

국인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선정한다”며 여행 상

품을 기획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트래블러스맵은 관광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

력하는 동시에 여행자가 현지를 있는 그대로 경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인 가이드가 아니라 현지

인 가이드가 관광객과 동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

서다. 변 대표는 “지역 청년을 훈련시켜 현지인 가

이드로 고용하면 해당 지역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며 “동시에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관광객은

그 나라의 역사나 정체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현지인의 집에서 머무르는 홈스테이 프

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저소득 청소년의 직업 훈련

이 이뤄지는 음식점에 방문하는 것도 그 노력의 일

환이다. 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관광객은 마을에

서 환대받는 경험을 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를 체험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공정 여행은 환경에 대한 고려도 빼놓지 않는다.

여행 중 이동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

다. 이에 공정 여행은 한 국가에서 오래 머무르거

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트래블러스맵은 관광객이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해

별도로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시내 중심에 있는 숙

소나 에너지 자립률이 높은 숙소를 선정한다. 변 대

표는 “현지를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남기는 것과 같

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정 여행은 국내에서도 이뤄진다. 부산의 감천 문

화 마을이나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 대표적인 국내 공

정 여행지다. 이곳에서는 지역 주민이 직접 게스트하

우스를 만들거나 식당을 차리는 등의 도시 재생 사업

이 이뤄지고 있다. 변형석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

은 공정 여행지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해외를 떠

올리지만 국내에도 이에 못지않게 잘 개발된 공정 여

행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여행에 익숙한 관광객은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낯설어하기도 한다. 공정 여행 과정에서 관광

객은 전용 차량이 아닌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

다. 이에 변 대표는 “이동 수단에 불편함을 토로하던

이들도 결국 공정 여행에 매력을 느껴 이동 과정까지

즐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여행 상품의 가

격에 익숙한 이들은 공정 여행 상품의 가격이 일반

패키지여행보다 훨씬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변 대

표는 “공정 여행사는 옵션과 쇼핑, 팁을 여행 상품에

포함하지 않는 3무(無) 원칙을 따른다”며 “이 원칙을

지키다 보면 가격 차이는 발생하지만, 공정 여행을

경험한 소비자는 대부분 이 가격이 공정 여행에 걸맞

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래블러스맵은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 환경에는

최소의 영향,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목표로

한다. 변 대표는 “셋 중에서도 여행자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 여행의 모범이 되는 교본을 만들고 소

비자들의 윤리적 판단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

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트래블러스맵은 여행 산업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빈곤, 실업,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

능성을 보여준다. 공정 여행은 관광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동시에 관광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앞으로도 트래블러스맵이 여행 여정의 곳곳에서 발

생하는 소비자의 윤리적 판단을 도와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민주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여행’과 ‘공정’이 만나

공정 여행이 만드는 사회적 경제

트래블러스맵

윤리적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트래블러스맵’ 변형석 대표는 “어느 나라든 현지 주민은 그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발굴하는 것이 공정

여행사가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리뷰 | 인권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를 둘러보다

사람이 들어온다, 우리를 바라본다지난 13일(월)부터 23일까지 서울시민청 시민플라

자A에서 임종진 작가의 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

가 열렸다. 서울시 인권사진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전시에는 네팔·르완다·이라크·인도·인도네시아·캄

보디아·티베트·필리핀 8개국 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제시하고 인간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사진이 전시됐

다. 「한겨레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임종진 작

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치유적 행위로서의

사진을 추구한다. 그는 국제구호기관에서 활동하는

한편 5·18 고문 피해자, 7~80년대 조작간첩 고문 피

해자 등 국가 폭력에 의해 상처를 입은 이들을 대상

으로 하는 사진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임종진 작가는 스스로를 ‘곁지기 사진가’라 지칭

하며 이 사진전을 ‘곁지기 시선전’이라 소개했다. 그

의 말에 따르면 곁지기 시선전은 ‘사진전’이 아니다.

사진을 찍은 자신은 ‘작가’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주

민들의 곁에 가까이 들어가 ‘친구’로서 있는 사람이

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많은 기관에

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고통스럽고 가난하다

는 이미지를 통해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이는 사진을

폭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사진을 통해서 사

람들이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차별

적이거나 고정적인 관념을 내려놓고 ‘우리는 같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에도 잘 녹아있다.

“어느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내

그 사람 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자가 된 나를 바라

봅니다...(중략)...이제 그 한 사람을 다시 바라봅니다. 처

음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나라는 이등

분은 없어지고 경계와 구분도 무너집니다. 이제 ‘유일

한 나’는 사라지고 ‘무한한 나’가 생성됩니다.”

이번 전시는 마음을 품은 시선, 세월을 품은 시선, 미

래를 품은 시선, 풍경을 품은 시선, 웃음을 품은 시선,

삶을 품은 시선이라는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시민청

복도에 들어서면 정면에서 맞아주는 사진 속 소녀의

환한 미소는 사진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 오른편에는 가장 먼저 ‘미래를 품은 시선’에 대한 사

진이 보인다. 사진 속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가꾸기도 하고, 낯선 이방

인의 방문에 호기심 어린 미소로 관심을 보이기도 한

다. 이들도 우리처럼 미래를 꿈꾸고 세월을 맞이하고

삶을 살아간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

야기로 이어진다. 신발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젊은 노동자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좌절

하지 않고 일과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채워간다. 그들

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맞은편

에는 ‘세월’이 있다.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흔적은 여운

을 남긴다. 세월을 품은 시선은 사진이기에 순간의 기

록이지만 그 속에는 억겁의 시간이 담겨있다. 세월의

이면에는 풍경이 고요하게 존재한다. ‘풍경을 품은 시

선’에는 사진이 어느 지역인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임 작가는 “관객들이 개발도상국의 땅에 대해 척박하

다는 생각을 버리고 토양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충분히 상상하며 즐겼으면 좋겠다”고 작품

의 의도를 설명했다. ‘마음을 품은 시선’과 ‘웃음을 품

은 시선’에서도 임 작가는 그들의 고통을 부각하기보

다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

게 한다. 차창 유리 밖으로 마주한,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으로 범벅이 돼 숨을 헐떡이는 이를 생각하는 작가

의 마음은 프레임을 넘어 관객에게로 다가온다.

작가는 관람객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연민의 시

선으로 내려다보기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수평적으로 보길 바랐다. 관람객 박성

훈 씨(50)는 “개발도상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월감

이나 동정심 둘 중 하나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 작가

는 여기서 벗어나 확실히 다른 시선을 가진 것 같다”

며 “사진만큼이나 작가의 마음도 밝은 것 같다”고 말

했다. 임종진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흔하게 듣지만, 사실은 사진

에 담기는 사람들이 따뜻한 것”이라며 본인의 역할

은 사진작가가 아닌 ‘사연 전달자’임을 강조한다. 그

의 사진은 단편적인 미(美)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담

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동정을 받아야 하는 고통

도, 시혜를 바라는 가난도 없다. 그저 우리와 같은 삶

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담

겨있을 뿐이다.

최해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손유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