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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획 | 2019년 9월 23일 월요일 그러나 일부 전문가 집단은 ‘중국 위기설’에 회의 적 태도를 보이며 아직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 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최필수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대외적으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 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경 제의 발전 추이가 좋지 않은 것은 중국 내부의 문제 보다 전 세계 산업 침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오히려 시진핑 1인 독재 체제의 신속한 정 부 주도 전략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고용 창출량과 산업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김동수 북경지원장 역시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의 하락에 대해 “수치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것이 사 실이지만 이는 중국의 경제 총량 자체가 증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 5년간 아무 성과 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제조 업 혁신 센터 건설, 시범도시 건설 등 인프라 구축과 다섯 개의 국가급 제조업 혁신 센터 선정 등 가시적 인 정책적 성과를 거뒀고 기술 혁신적 성과도 여러 방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연구 개발 투자와 지식재산권 등록에서 세계 2위, 과학 논문 발표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중국은 기술 혁신 능력의 빠른 향상을 과시했다. 강계두 이사는 “반도 체 산업과 타 분야의 기술혁신이 결합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중 국 기술과 경제의 발전은 주목할 만하다. 강지영 연 구원은 산업정책해설: 중국 제조 2025에서 “최근 까지 단말과 기지국 사이 무선 전송 기술인 5G NR 분야에 신고된 5,124개의 특허 중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가 낸 특허가 1,481개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 한다”라며 “미중간 IT 기술 격차가 0.5년이라는 점 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기존 IT 최강국이었던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2015년 2.1 년에서 2019년 현재 1.2년까지 좁힌 상태다. 5G 기 술 분야에서 중국이 보여준 눈부신 발전은 중국의 신 산업 기술이 이미 선진국 수준의 패러다임에 진 입했음을 보여준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중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 규모가 이미 미국을 앞질 렀다”라며 “중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디지털 기 반 경제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성 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은 더 욱 크다. 안덕근 교수(국제대학원)는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의 5G 산업을 이미 앞서 나갔다”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5G 기술을 세계에 처음 배포하겠다는 한국의 큰 포부는 한층 어려워졌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적 부문에서도 한국이 여전히 품질, 제조, 인적 자원 측면에서 중국에 근소하게 앞섰으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결국 종합 경쟁력 자체는 중국에 뒤지 고 있다. 민성기 교수는 “이는 현재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를 비롯한 각종 수출 정도와 경제 지수 하 락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때 문에 현재 중국의 경제 및 기술적 발전과 시장 다변 화를 경시하고 현실에 안주할 경우 한국 경제는 매 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까지 한국이 자동차 부품 등 완성품 생산 에 필요한 부품과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한 비율은 전체 대중 수출 중 78.9%를 차지했다. 현대경제연구 원 한재진 팀장은 “중간재와 부품을 중국이 직접 생 산하게 되면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 했다. 최근 중국은 가격 담합을 이유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우리 기업 에 대한 견제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 에 중국 부품 산업 제품의 수입대체화가 가속될 가 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독일 싱크탱크인 ‘MERICS’ 는 지난 2016년 한국이 중국 제조 2025로 인해 가 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위력은 아직도 유효하며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기존 제조 국가들 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제 조 2025 전략은 기존 구세대 기술 공학뿐만 아니라 신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새로운 시장 수요 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 한국 산업경제에 기 회 요인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줄어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다시 확대하는 것이다. 한재진 팀장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10대 산업과 한국의 신 성장 산업 육성 분야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중국의 경 쟁력이 높아질수록 한중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 6월 발 표한 중국 제조 2025: 주요 제조 장비 개발 계획과 대응 전략에 따르면 로봇, 차세대 정보기술 (5G, AI, 빅데이터) 등 한국의 19개 미래성장동력 산업과 중국 제조 2025 전략 간 중복되는 업종이 12개, 유사 업종 은 6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팀장은 “미중 무역 분 쟁과 중국의 국제적 분쟁으로 중국의 기술 습득이 지 연되는 틈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정보통신기술과 소 프트웨어와 장비 등 신 성장 산업 등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R&D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핵심기술 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 유출을 방지할 대응책 또 한 필요하다. 민성기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국 핵심 산업에 대 한 기술 유출과 인력 빼내기를 강력하게 법적으로 단 속하고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미국은 1996년 ‘경제 스파이방지법(EEA)’을 제정해 국가 전략 기술을 해 외에 유출하면 간첩죄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법정 최 고형이 징역 20년형, 추징금은 최대 500만 달러에 이 르는 만큼 선진 제조국의 인재 관리 시스템은 철저히 운영되고 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기업도 있다. SK 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술력이 높은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에 관계없이 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수요와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국의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방법이다. 서봉교 교수 는 “새로운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중간재 공급에 역점 을 둬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어 서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로 미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 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 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해 4월 대북,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 기업 ZTE 의 미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처 를 내리자 ZTE의 점유율이 크게 감소한 반면, 삼성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크게 확대된 선례가 있다. 안덕근 교수는 “중국의 기술 경쟁력 상승으로 수입대체화가 가속될 경우 업종과 기술 수준에 맞춘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에 따라 중국과 미국 간의 네트워 크가 끊어지면서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 는 두 개의 큰 네트워크로 양분됐다. 최필수 교수는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이제는 옛말”이라며 “양 분된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과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 모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덧 붙여 서봉교 교수는 “21세기 디지털 혁신과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고 미중 간 글로벌 패권 전쟁 사이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현재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은 아직 중국 에 한참 뒤쳐졌다”라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단기적 정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패러다임 구축이 필요 하다”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아세안 지역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 공동 진출 전략을 활용하 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중국은 한국 기업과 산업 단위에게 단순히 중간 제조국에 불과했다. 하지 만 현재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산업 발전을 일으 킨 중국은 더 이상 소비 과정의 중간자가 아닌 엄청 난 규모의 최종 소비시장이 된다. 정부와 기업의 중국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김 동수 북경지원장은 “과감한 산업규제 완화와 초기 수 요시장 마련을 통해 기술상용화 및 산업화 촉진에 전 력투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성과: 중국 제조업,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다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한국의 대응방향: 새로운 산업 경제 패러다임의 시대 장비업체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Q2 화웨이 (중국) 15 17 18 21 25 25 28 31.2 에릭슨 (스웨덴) 37 35 34 30 27 28 27 29.8 ZTE (중국) 9 9 9 9 12 12 13 3.7 삼성전자 (한국) 4 4 6 6 4 4 4 9.0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시장 점유율 변화〉 (단위: %) 2017년까지 자료는 IHS 마킷의 데이터며, 2018년 2분기 자료는 델오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자료 출처: IHS 마킷, 델오로 지난 3월 5일을 기점으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 제조 2025 전략’이라는 명칭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총 예산의 13.4%로 증액 책정하며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안덕근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단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 아닌 중국의 세계 기술 및 경제 패권 장악의 핵심 추동력이기에 내부적으로 일부만 보 완돼 지속해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하락과 산업 성장 둔화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경제적 파트너인 중국에 대한 이해와 우호적 감정, 신뢰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이뤄야 한다”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중국 견제는 한국 산업이 중국을 다시 따돌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준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숨겨진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의 기술 및 경 제 분야의 발전을 모색하는 돌파구로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성과: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한국의 대응 ...pdf.snunews.com/1992/199209.pdf · 2019. 9. 22. · 대응 전략」에 따르면 로봇, 차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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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성과: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한국의 대응 ...pdf.snunews.com/1992/199209.pdf · 2019. 9. 22. · 대응 전략」에 따르면 로봇, 차세대

9기획 | 2019년 9월 23일 월요일

그러나 일부 전문가 집단은 ‘중국 위기설’에 회의

적 태도를 보이며 아직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

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최필수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대외적으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

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경

제의 발전 추이가 좋지 않은 것은 중국 내부의 문제

보다 전 세계 산업 침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오히려 시진핑 1인 독재 체제의 신속한 정

부 주도 전략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고용 창출량과

산업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김동수 북경지원장 역시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의

하락에 대해 “수치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것이 사

실이지만 이는 중국의 경제 총량 자체가 증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 5년간 아무 성과

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제조

업 혁신 센터 건설, 시범도시 건설 등 인프라 구축과

다섯 개의 국가급 제조업 혁신 센터 선정 등 가시적

인 정책적 성과를 거뒀고 기술 혁신적 성과도 여러

방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연구 개발

투자와 지식재산권 등록에서 세계 2위, 과학 논문

발표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중국은 기술 혁신

능력의 빠른 향상을 과시했다. 강계두 이사는 “반도

체 산업과 타 분야의 기술혁신이 결합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중

국 기술과 경제의 발전은 주목할 만하다. 강지영 연

구원은 「산업정책해설: 중국 제조 2025」에서 “최근

까지 단말과 기지국 사이 무선 전송 기술인 5G NR

분야에 신고된 5,124개의 특허 중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가 낸 특허가 1,481개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

한다”라며 “미중간 IT 기술 격차가 0.5년이라는 점

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기존

IT 최강국이었던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2015년 2.1

년에서 2019년 현재 1.2년까지 좁힌 상태다. 5G 기

술 분야에서 중국이 보여준 눈부신 발전은 중국의

신 산업 기술이 이미 선진국 수준의 패러다임에 진

입했음을 보여준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중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 규모가 이미 미국을 앞질

렀다”라며 “중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디지털 기

반 경제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성

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은 더

욱 크다. 안덕근 교수(국제대학원)는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의 5G 산업을 이미

앞서 나갔다”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5G 기술을

세계에 처음 배포하겠다는 한국의 큰 포부는 한층

어려워졌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적 부문에서도 한국이 여전히 품질, 제조, 인적 자원

측면에서 중국에 근소하게 앞섰으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결국 종합 경쟁력 자체는 중국에 뒤지

고 있다. 민성기 교수는 “이는 현재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를 비롯한 각종 수출 정도와 경제 지수 하

락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때

문에 현재 중국의 경제 및 기술적 발전과 시장 다변

화를 경시하고 현실에 안주할 경우 한국 경제는 매

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까지 한국이 자동차 부품 등 완성품 생산

에 필요한 부품과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한 비율은

전체 대중 수출 중 78.9%를 차지했다. 현대경제연구

원 한재진 팀장은 “중간재와 부품을 중국이 직접 생

산하게 되면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

했다. 최근 중국은 가격 담합을 이유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우리 기업

에 대한 견제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

에 중국 부품 산업 제품의 수입대체화가 가속될 가

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독일 싱크탱크인 ‘MERICS’

는 지난 2016년 한국이 중국 제조 2025로 인해 가

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위력은 아직도 유효하며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기존 제조 국가들

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제

조 2025 전략은 기존 구세대 기술 공학뿐만 아니라

신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새로운 시장 수요

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 한국 산업경제에 기

회 요인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줄어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다시 확대하는 것이다. 한재진 팀장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10대 산업과 한국의 신 성장

산업 육성 분야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중국의 경

쟁력이 높아질수록 한중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 6월 발

표한 「중국 제조 2025: 주요 제조 장비 개발 계획과

대응 전략」에 따르면 로봇, 차세대 정보기술 (5G, AI,

빅데이터) 등 한국의 19개 미래성장동력 산업과 중국

제조 2025 전략 간 중복되는 업종이 12개, 유사 업종

은 6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팀장은 “미중 무역 분

쟁과 중국의 국제적 분쟁으로 중국의 기술 습득이 지

연되는 틈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정보통신기술과 소

프트웨어와 장비 등 신 성장 산업 등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R&D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핵심기술

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 유출을 방지할 대응책 또

한 필요하다. 민성기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국 핵심 산업에 대

한 기술 유출과 인력 빼내기를 강력하게 법적으로 단

속하고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미국은 1996년 ‘경제

스파이방지법(EEA)’을 제정해 국가 전략 기술을 해

외에 유출하면 간첩죄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법정 최

고형이 징역 20년형, 추징금은 최대 500만 달러에 이

르는 만큼 선진 제조국의 인재 관리 시스템은 철저히

운영되고 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기업도 있다. SK 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술력이 높은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에 관계없이 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수요와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국의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방법이다. 서봉교 교수

는 “새로운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중간재 공급에 역점

을 둬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어 서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로 미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

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

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해 4월 대북,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 기업 ZTE 의 미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처

를 내리자 ZTE의 점유율이 크게 감소한 반면, 삼성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크게 확대된 선례가 있다. 안덕근

교수는 “중국의 기술 경쟁력 상승으로 수입대체화가

가속될 경우 업종과 기술 수준에 맞춘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에 따라 중국과 미국 간의 네트워

크가 끊어지면서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

는 두 개의 큰 네트워크로 양분됐다. 최필수 교수는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이제는 옛말”이라며 “양

분된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과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

모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덧

붙여 서봉교 교수는 “21세기 디지털 혁신과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고 미중 간 글로벌 패권 전쟁 사이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현재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은 아직 중국

에 한참 뒤쳐졌다”라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단기적

정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패러다임 구축이 필요

하다”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아세안

지역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 공동 진출 전략을 활용하

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중국은 한국 기업과

산업 단위에게 단순히 중간 제조국에 불과했다. 하지

만 현재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산업 발전을 일으

킨 중국은 더 이상 소비 과정의 중간자가 아닌 엄청

난 규모의 최종 소비시장이 된다. 정부와 기업의 중국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김

동수 북경지원장은 “과감한 산업규제 완화와 초기 수

요시장 마련을 통해 기술상용화 및 산업화 촉진에 전

력투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성과:중국 제조업,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다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한국의 대응방향:새로운 산업 경제 패러다임의 시대

장비업체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2018

Q2

화웨이

(중국)15 17 18 21 25 25 28 31.2

에릭슨

(스웨덴)37 35 34 30 27 28 27 29.8

ZTE

(중국)9 9 9 9 12 12 13 3.7

삼성전자

(한국)4 4 6 6 4 4 4 9.0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시장 점유율 변화〉(단위: %)

2017년까지 자료는 IHS 마킷의 데이터며, 2018년 2분기 자료는 델오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자료

출처

: IHS 마

킷, 델

오로

지난 3월 5일을 기점으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 제조 2025 전략’이라는 명칭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총 예산의 13.4%로 증액

책정하며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안덕근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단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 아닌 중국의 세계 기술 및 경제 패권 장악의 핵심 추동력이기에 내부적으로 일부만 보

완돼 지속해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하락과 산업 성장 둔화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경제적 파트너인 중국에 대한 이해와 우호적 감정, 신뢰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이뤄야

한다”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중국 견제는 한국 산업이 중국을 다시 따돌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준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숨겨진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의 기술 및 경

제 분야의 발전을 모색하는 돌파구로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