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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1. 서울디자인재단 http://www.seouldesign.or.kr/bbs2/view.jsp?seq=1896&code=001012 1/5 디자이너의 무한도전, 디자이너 브랜드 2012.06.28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 디자이너의 무한도전, 디자이너 브랜드 1999년 ‘디자인 문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문구 디자인도 아니고 왜 ‘디자인 문구’일 까? 팬시와 캐릭터 일색이던 전통 문구와 차별화하며 디자이너가 제조부터 디자인, 홍 보까지 모두 관여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브랜드라는 뜻이다. 문구에서 촉발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에이랜드, 매그앤매그 같은 패션 편집 매 장을 기반으로 패션으로 넘어갔다. 이런 흐름이 최근에는 쿠션, 가구 등 우리 생활 전 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을 만나 그들 의 속내를 들어봤다. 마냥 즐겁고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디자이너 브 랜드. 그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로 간 까닭은? 디자이너는 왜 디자이너 브랜드에 도전할까? 우리가 먹는 과자 봉지, 매일 만지작거리는 휴대전화, 하물며 매달 날아오는 카드 명 세서조차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다. 우리 주변의 물건은 대다수가 디자이너가 디자 인한 것들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디자이너의 실명을 알기 쉽지 않다. 백화점에서 케이스가 독특한 립스틱 하나를 사도 일반 소비자는 ‘예뻐서 들고 다니기 좋겠네’라고 생각하고 말지, 이걸 누가 디자인했을까 궁금해하지 않는다. 하루 8시간씩 앉아 있는 사무실 의자에 시디즈로고가 박혀 있으니 시디즈 의자인 건 알지 만, 시디즈 디자인팀의 아무개 디자이너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와 달리 디자 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를 강조한다. 재야에서 묵묵히 일해온 디자이너가 드디어 수 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디자이너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욕심보다 디 자이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은 내면적 갈망이 더 강하다. 디자이너가 ‘주도한’ 디자인과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결정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도전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 디자이너의 무한도전, 디자이너 브랜드 · 문구에서 촉발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에이랜드, 매그앤매그 같은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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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 디자이너의 무한도전, 디자이너 브랜드 · 문구에서 촉발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에이랜드, 매그앤매그 같은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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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무한도전, 디자이너 브랜드

2012.06.28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 

디자이너의 무한도전, 디자이너 브랜드

 

 1999년 ‘디자인 문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문구 디자인도 아니고 왜 ‘디자인 문구’일까? 팬시와 캐릭터 일색이던 전통 문구와 차별화하며 디자이너가 제조부터 디자인, 홍보까지 모두 관여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브랜드라는뜻이다. 문구에서 촉발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에이랜드, 매그앤매그 같은 패션 편집 매장을 기반으로 패션으로 넘어갔다. 이런 흐름이 최근에는 쿠션, 가구 등 우리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마냥 즐겁고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디자이너 브랜드. 그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로 간 까닭은?  디자이너는 왜 디자이너 브랜드에 도전할까?

우리가 먹는 과자 봉지, 매일 만지작거리는 휴대전화, 하물며 매달 날아오는 카드 명세서조차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다. 우리 주변의 물건은 대다수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들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디자이너의 실명을 알기 쉽지않다. 백화점에서 케이스가 독특한 립스틱 하나를 사도 일반 소비자는 ‘예뻐서 들고다니기 좋겠네’라고 생각하고 말지, 이걸 누가 디자인했을까 궁금해하지 않는다. 하루8시간씩 앉아 있는 사무실 의자에 시디즈로고가 박혀 있으니 시디즈 의자인 건 알지만, 시디즈 디자인팀의 아무개 디자이너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와 달리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를 강조한다. 재야에서 묵묵히 일해온 디자이너가 드디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디자이너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욕심보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은 내면적 갈망이 더 강하다.디자이너가 ‘주도한’ 디자인과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결정에좌지우지되고 싶지 않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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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터앤매터의 레그체어  디자이너 브랜드, 왜 이리 많아졌을까?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거 등장한 건 1990년대 말 ‘디자인 문구’부터다.칠성노트처럼 옛날부터 쭉 있던 전통 문구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팬시 문구로 양분화된 문구 시장에 기존에 없던 문구 브랜드가 등장했다. 바로 CF 감독 백종열이 만든‘문구(moon9)’, 작은 가치를 소중히 여긴 배수열의 mmmg, 감성적인 디자인을 내세운 공책등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노트로 중·고등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전 문구와 달리 이들 브랜드의 문구는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 디자인 감각이 녹아 있는 어른을 위한 문구였다. 이런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으니 기존 문구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한 마케터가 디자이너가 참여한 브랜드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문구 디자인’이라는 일반 명사를 살짝 비틀어 ‘디자인 문구’라는 신조어를 고안했다. 다시 말해 디자인 문구는 일반 대중에게 ‘디자이너’가 주도한 제품이란 걸 암암리에 강조한 용어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고 구매한 건 아니지만 무의식중에 ‘디자인 문구’라는 단어에서 ‘문구를 만들었구나’가 아니라 ‘문구를 디자인했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다. 당시 디자인 문구를 막 시작한 브랜드들은 이 시장이 1000억원대 규모로 커지리라 예상하지못했다. 이 틈새시장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자 수많은 디자이너가 디자인 문구에 뛰어들었다. 무엇보다 종이는 디자이너에게 너무나 친숙한 재료일 뿐만 아니라 문구는전자 제품이나 가구에 비해 초기 자본이 적게 들었다. 제대로 성공하기 힘들지언정 디자이너가 진입하기 쉬운 시장이었다.

이후 디자이너 브랜드가 또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2000년대 중·후반 취직 대신당당히 독립하길 원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 때문이다. SPA 브랜드가 시장을 휩쓸며국내 의류업체가 몰락하자 중저가 패션 시장의 공백을 채운 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옷을 직접 만들자’고 결심한 용감한 디자이너들이었다. 문구와 패션으로부터 촉발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사회 전반적으로 붐을 일으킬 수 있었던건 노트나 스케줄러 하나를사더라도 자신의 감성에 부합하는 제품을 소유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티셔츠를 사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저항적인 메시지로 가득한 브라운브레스 티셔츠를 사는 소비자도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 패스트 패션 등 획일화된 소비를 강매하는 유통 구조에 반기를 드는 소비자들이다. 물론 소비자와 디자이너가 있다고 이들이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놀이터이자 장터가 돼준 디자인 전문 쇼핑몰, 편집 매장등이 인기를 끌며 디자이너 브랜드는 바야흐로 전성시대를맞았다.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는 문구, 패션 외에도 가구, 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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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너앤매터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인만 잘하면 될까?

외부 디자인 컨설팅 작업과 자체 가구 브랜드인 매터앤매터를 동시에 운영하는 swbk의 이석우, 송봉규 두 대표에게 디자이너 브랜드를 하면서 느낀 점을 물었다. 모두 매터앤매터를 운영한 지난 1년 동안 배운 게 너무 많다며 입을 모았다. “디자인 외의 것에 대해 많이 알았다. 마케팅, 재고 관리, 경영, 제품 안정화 방법, 고객 응대 등등 그전까지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실에 대해 배웠다.” 괴롭히는  클라이언트가 없으니 디자이너 마음대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

디자인만 잘하면 성공할까? 홍정미 아이헤이트먼데이 대표는 양말을 제작해줄 업체를찾기 위해 6개월 동안 남양주에 있는 한 공장에서‘공순이’ 생활을 했다. 단발머리에 추리닝 차림으로 버틴 이 기간 동안 그녀는 전반적인 양말 제조 과정에 대해 파악했다.제조 과정에 대한 디자이너의 이해가 높을수록 제품 품질이 향상된다. 제조업체에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디자인제일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내세우며 고집부릴 게 아니라 영업사원이나 마케터처럼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눈으로 자체 제품에 가차 없이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이번에 취재한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디자인 논리와 시장 논리는 다르다고. 디자이너가 자신 있게 내놓은 상품보다 잘 안팔릴 것 같은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는 경영자, 마케터입장에서 제품을 바라봐야 한다. 또한 디자이너 브랜드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당장의 이익을 위해 그때그때 유행에 편승한 상품을 내놓기보다 일관된 브랜드이미지 안에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역시 기업이나 명품처럼 축적된 브랜드의 힘을 길러야 장수 브랜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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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가구의 홍보책자  디자이너끼리 왜 베낄까?

 지난 2월 매터앤매터는 황당하다 못해 분통 터지는 일을 겪었다. 매터앤매터의 레그체어(Leg Chair)와 거의 유사한 제품이 어느 박람회에 버젓이 나온 것이다. 바로 J 가구의 아카시 체어였다. 게다가 이 제품은 매터앤매터가 납품했던 한 체인점 식당의 여의도점에도 들어갔다. 레그 체어는 인도네시아 폐목재로 만들었다면 아카시 체어는베트남산 아카시아 나무로 만든 게 달랐다. 레그 체어가 29만 원이라면 유사 제품은 9만 원대였다. 의자뿐만 아니라 짙은 초록색의 브랜드 홍보 제작물까지 비슷했다. 현재매터앤매터는 변리사를 통해 가구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모든 디자이너 브랜드가 디자인표절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키티버니포니 역시 수십번의 샘플링 작업을하면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다른 업체에서 완성품만 구입해 똑같이 만들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권재혁 공책 대표 또한 “후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선행 업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선행 업체가 고생해서 내놓은 결과물을 날로 먹는 건 죄악이다”라고 말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사이에서 표절은 고질적인 문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은 국내 디자인업계에 디자인 표절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숙하기때문이다.

또한 디자이너 스스로 디자인법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김종수 상표디자인 전문변리사는 “무형적인 창작에 대해 존중해주고 보호해주는 개념이 우리나라엔 없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베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디자인이 완성되면 디자이너는 디자인 출원부터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물품마다 등록하는게 원칙인데다 똑같은 형태여야만 표절로 인정되는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제품 모양을아주 조금만 바꿔도 표절 혐의에서 벗어난다. 디자이너 사이에 디자인 저작권에 대한성숙한 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한국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정을 강조하는 풍토 때문에 막상 시비가 일면 조용히 수그러드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고 과감하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비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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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디자인, 브랜드, 소품, 가구

        - J가구의 아카시 체어 

디자이너 브랜드, 어떻게 성공할까?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느 일간지에서 ‘한국적 환경에서 기업성공 3대 비결’을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우선 좋은 사람을 내세운다. 혼자 창업하지 말고 성격과 기술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모아 2~4명이 함께 하라. 둘째, 좋은 제품을 만들어라.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을만들지 말고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라. 셋째, 점진적으로 실행하라.처음부터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한 번에 승부를 보려 하지 말라. 최소 자금과 최소 인력으로 시작하라.’ 이를 ‘한국적 환경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성공 3대 비결’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속사정을 들을 수있어 즐거웠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건 연 매출액은 얼마나 되는지, 현재 제품이 얼마나잘 팔리는지 같은 속물적인 것이었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디자이너의 무모한 도전이아니라 무한 도전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인정이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 제공: 월간디자인>

밀라노박람회_I Saloni 20I2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한국인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