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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차등의결권 주식의 도입7F 능성에 대한 소고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글을 시작하며 구글( Google)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창업지원 보육센터인 ‘구글 캠퍼스’가 세계 세번째,아시아 에서는 최초로 지난 5월 8일 서울에 문을 열었다. 작년말 세계적인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 ( IKEA )가 광명시에 우리나라 1호점을 열었다. 최근 일어난 두 회사의 움직임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 구글과 이케아는 둘다 세계적 성공을 거둔 것 외에도 둘다 기업의 색채가 매우 특이하다. 이 색깔은 두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색깔이 곧 기업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이케아만의 DNA를 유지하기 위하여 회사설립도 하 지 않았고 심지어 자손들이 회사경영에 뛰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 현재 이 세계적인 가구공 룡은 네덜란드의 어느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이케아 만의 독특한 매장분위기,진열 식,가구디자인 등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 인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 역시 잉바르 캄프라드 못지 않게 기업의 색채를 유지하기 위 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구글의 홈페이지는 초기화면이 단순한 ‘표제어 입력형’이다. 이 러한 소박한 초기화면 역시 창 업 들 의 깊은 생각을 담고 있다. 나아가 구글은 독특한 기업문 화를 자랑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 인근 마운틴뷰 (Mountain View)에 위치한 구 글본사는 당구대와 장난감이 뒤섞인 자유분 한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현재 시가총액 세계 2위인 나스닥기업 구글( GoogleInc .; NASDAQ GOOG)의 주식은 Class A Class B 종류로 되어 있으며 창업자들은 이중 Class B의 복수의결권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구글은 기 12 「상장」 20156월호

차등의결권 주식의 도입7F · 2016. 1. 22. · 도입7F능성에 대한 소고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글을 시작하며 구글(Google)이 투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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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차등의결권 주식의

도입7F능성에 대한 소고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글을 시작하며

구글(Google)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창업지원 보육센터인 ‘구글 캠퍼스’가 세계 세번째,아시아

에서는 최초로 지난 5월 8일 서울에 문을 열었다. 작년말 세계적인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

(IKEA)가 광명시에 우리나라 1호점을 열었다. 최근 일어난 두 회사의 움직임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 구글과 이케아는 둘다 세계적 성공을 거둔 것 외에도 둘다 기업의 색채가 매우

특이하다. 이 색깔은 두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색깔이 곧 기업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이케아만의 DNA를 유지하기 위하여 회사설립도 하

지 않았고 심지어 자손들이 회사경영에 뛰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 현재 이 세계적인 가구공

룡은 네덜란드의 어느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이케아

만의 독특한 매장분위기,진열방식,가구디자인 등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

인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 역시 잉바르 캄프라드 못지 않게 기업의 색채를 유지하기 위

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구글의 홈페이지는 초기화면이 단순한 ‘표제어 입력형’이다. 이

러한 소박한 초기화면 역시 창 업 들 의 깊은 생각을 담고 있다. 나아가 구글은 독특한 기업문

화를 자랑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 인근 마운틴뷰 (Mountain View)에 위치한 구

글본사는 당구대와 장난감이 뒤섞인 자유분방한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현재 시가총액

세계 2위인 나스닥기업 구글(Google,Inc.; NASDAQ GOOG)의 주식은 Class A와 Class B 두

종류로 되어 있으며 창업자들은 이중 Class B의 복수의결권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구글은 기

12 「상장」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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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공개시 투자자돌에게 처음부터 차등의결권제가 시행될 것

임을 공표하였고 이로써 기업공개시점부터 창업자의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였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주회사법이라 할 델라웨어주 일반회사

법은 차등의결권주식의 발행을 금지하지 않는다. 미국의 모범

회사법 역시 차등의결권제를 허용한다. 영국의 회사법은 종

류주식에 대하여는 매우 느슨한 편이다. ‘그 내용이 모든 면에

서 동일한 경우 한 종류의 주식이다’라는 규정만 두고 있을 뿐

이다(동법 제629조 제1항). 의결권에 있어서 차등을 두는 복

수의결권 주식 등도 금지되지 않는다고 풀이된다. 독일의 주

식법은 비록 비상장사(非上場社)에 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한부 의결권(capped voting) 내지 체감부 의결권제(scaled

voting)를 회사의 정관 규정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동법 제134조 제1항 2문 ).1) 2 일본의 회사법은 단원주(單元株)

제도를 인정하고 있고(동법 제188조 이하),다양한 종류주식을

허용한다(동법 제108조 제1항).

반면 우리 상법 제369조 제1항은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

다”고 규정하면서 1주1의결권원칙을 천명하고 있고,판례는

이 조항의 강행성을 확인하고 있다.2〕

현재 우리 상법상으로는 1주1의결권의 원칙은 주주평등의 원

칙이라는 큰 틀 속에서 확고부동한 것처럼 보인다. 본고에서

는 이러한 1주1의결권 원칙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없는지 살

펴 보기로 한다. 각국에서 1주1의결권 원칙을 어떻게 상대화

하고 있는지,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회사법상 어떤 문제가 제

기될 수 있는지,우리 법질서 속에서 본 제도를 시행할 경우

각 기업들이 정관속에 이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등을 살

펴 봄으로써 상법 제369조 제1항의 상대화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로 한다.

1) 1998년의 ‘기업지배 및 투명성에 관한 법률(KotraG)’에 의하여 상장회사에 대해 복수 및 상한의결권주식의 발행이 금지되었다.

2) 대법원 2009.11. 26, 2009 다 518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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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현상

미국의 경우를 먼저 보기로 한다. 2012년 5월 기업공개에 성

공한 페이스북(Facebook, Inc. ; NASDAG FB)의 저커버그는

기 업공개전 투자자들에게 차등의 결권제를 공표하였고,자신

은 18%의 주식을 보유하나 의결권은 57%에 이르도록 설계하

였다. 제조업부분에서 대표적인 차등의 결권기업인 포드자동

차 (Ford M otor Company ; NYSE F)의 경우 포드가문의 지

분율은 4%에 불과하지만 의결권비율은 40%에 달한다. 워렌

버핏이 창업한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 .;

NYSE BRKA (voting), NYSE BRKB (non- voting) ) 역시

차등의결권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통주를 A형과 B

형의 두종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모형주식은 A형주식이 보유하

는 권리의 30분의 1을 갖는다. 그러나 의결권은 A형의 30분의

1이 아니라 200분의 1을 보유하는데 그친다. 세계인이 즐기는

Hershey Bars 및 Hershey Kisses를 생산하는 쵸콜릿제조업

체 허쉬社(Hershey Company ; NYSE HSY)는 허쉬 신탁회

사 (Hershey Trust)가 80%의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다. Class

A주식은 1주1의결권이지만 Class 모주식은 1주 10의결권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Company; NYSE

NYT) 역시 차등의결권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Class A주식을

가진 일반 주주들은 이사의 30%까지 선출할 수 있으나, Class

B 주주들은 나머지 70%의 이사들과 여타의 사항에 대해 의

결권을 갖는다. Class B 주식은 주로 창업자인 아>돌프 옥스

(Adolph S. Ochs)의 후손만이 가질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에서는 UPS社 (United Parcel Service o f N orth Am erica,

Inc.,; NYSE UPS), Nike 社 (Nike, Inc.; NYSE NKE) 등 식

품,통신,미디어,인쇄 및 출판,비즈니스 서비스 등에서 차등

의결권제가 자주 등장한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차등의결권주

식이 이용되고 있다. 현재 토론토 증권거래소(TSX)에 상장된

회사중 77개사가 차등의결권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에도 역시 다양한 차등의결권제의 사례가 있다.

브리티쉬 에어웨이(B ritish Airway), 에릭슨(Ericsson), 사브

(SAAB), 푸조(Peugeot), 피아트(Fiat) 등 다수의 기업들이 차

등의결권제를 시행하고 있다. 2005년에 발표된 연구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상위 300대 기업 중 35%가 차등의결권제를 도

입하고 있었다. 특히 그 선두 주자는 스웨덴인데 스웨덴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은

절대적인 법원칙이 아니기에

차등의결권 제도와 공존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14 「상장」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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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전체 기업중 55%, 상장회사중에서는 66%가 이를 도입하

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역시 차등의결권제도에 대해서는 매

우 적극적이다. 유럽의 300대 기업 중 29개의 프랑스 기업이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하고 있다. 보험회사 악사(Axa)를 비

롯하여 루이뷔통(LVMH), 미쉐린(Michelin), 푸조(Peugeot),

르노(Renault), 소시에떼 제네랄(Societe Generate) 등 주요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네델란드 역시 차등의결권제를 적

극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다. ABN , ING그룹,유니레버가 대

표적이다. 한편 영국에서도 최근 축구구단으로 유명한 맨체

스터 유나티드 (Manchester U nited p lc; NYSE MANU)가

NYSE에 상장을 준비하면서 차등의결권계획을 발표하여 관

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2005년 Glazer Fam ily가 7억9천만

파운드에 사들인 이 축구클럽은 뉴욕증시 상장전에 주당 16

내지 20달러로 Class A주식을 공모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이

러한 기업공개가 성공할 경우 일반투자자들은 Class A 주식의

42 %를 갖게 되지만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비율은 전

체의결권의 1.3 %에 불과하다고 한다.3〕 현재 동 클럽은 성공

적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되었다.

일본에서는 단원주 이외에도 회사법상 규정된 다양한 종류주

식들이 차등의결권주식의 역할을 한다. 일본 회사법은 제108

조 제1항에서 잉여금배당에 관한 종류주식, 잔여재산분배에

관한 종류주식, 의결권제한주식, 취득청구권부 주식, 취득조

항부주식 , 전부취득조항부주식 , 거부권부주식 , 임원선해임권

부주식 등 총 9가지 종류주식을 허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의 국내 도입과 관련된 문제점

1. 주주평등의 원칙과 차등의결권제도

차등의결권제도가 적지 않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음을 살펴

보았다. 이러한 현상을 목도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차등의결

권제를 도입하려면 넘어야 할 준봉이 있다. 바로 주주평등의 1 2 3

원칙이다. 이 원칙을 법이론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이 제

도의 도입은 불가하다.

⑴ 복수의결권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사전 동의 : 그런데 주주

평등의 원칙이란 절대적인 법원칙이 아니라 여러 가지 예외

가 허용되는 상황이므로 차등의결권제도가 이 원칙과 공존불

가인 것은 아니다. 즉 주주들이 주식을 인수하기 전에 창업자

가 제시하는 차등의결권조건을 수락한 후 주식을 인수할 경

우 얼마든지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주주평등의 원

칙에 반하지 않는 제도시행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제도가 그

렇게 주주평등원칙의 예외로서 시행된다 하여도 의결권수의

차등정도(1대10, 1대100 등), 복수의결권의 부여기간, 부여대

상, 부여조건 등 제도시행의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는 신의칙

적 한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제도시행의

외연을 구축하면 될 것이다. 먼저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처

럼 일반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하기 전에 창업자 그룹이 차

등의결권제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고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는

다면 제도시행에 따른 법이론적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설립단계에서 부터 차등의 결권조건을 제시하

거나 창업후 일정기간이 지난후 신규투자자 모집시 차등의결

1) 1998년의 ‘기업지배 및 투명성에 관한 법률(KotraG)’에 의하여 상장회사에 대해 복수 및 상한의결권주식의 발행이 금지되었다.

2) 대판 2009.11. 26, 2009 다 51820.

3) Financial Times, "Man Utd Dual Class Shares IPO Criticized", August 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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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일반투

자자들은 해당 주식회사의 조직계약(細織契約; contract of

organization)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이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차등의결권조건을 수락하고 주식(신주)을 인수하는 한 주주

평등의 원칙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주주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른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한 차후 회

사가 이를 어겼다고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상

장된 회사가 새로이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할 경우에는 약간

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상장이전에 주식을 인수한 투

자 들 이 이를 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

는 주식매수청구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차등의결권주

식을 원치 않는 주주들에게는 매수청구의 기회를 부여하고 회

사는 이에 응해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4)

물론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가능한 한 계속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더 좋은 대처방안이 될 것이다.

경영환경의 특성에 따라서는 의사결정권이

일정한 주주에게 집중될 필요가 있다.

1주1표제하에서는 주주구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6 「상장」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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⑵ 주주의 충실의무와복수의결권제 : 주주평등의 원칙을 극

복할 수 있는 두번째 이론적 돌파구는 주주의 충실의무이다.

복수의결권이란 결국 일부 주주에게만 특권적으로 많은 의결

권을 몰아주는 제도이다. 일반 주주들은 그만큼 의결권 수에

서 희생된다. 이러한 희생을 정당화할 만한 논거를 찾아야 하

는데 앞서 우리는 이것을 투자자들의 사전 동의로 설명하였

다. 이번에는 그러한 정당화논거를 주주의 충실의무에서 찾을

수 있는지 살펴 보자. 주주의 충실의무란 주주가 사원권을 행

사함에 있어 회사 및 여타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기

업가치의 극대화에 협력하여야 하고 나아가 회사 및 여타 주

주에게 해가 되지 않게 행동하여야 할 의무이다. 매우 추상적

이긴 하나 복수의결권의 정당화 논거가 될 가능성은 크다. 경

영환경의 특성에 따라서는 의사결정권이 일정한 주주에게 집

중될 필요가 있다. 1주1표제하에서는 주주구성이 어떻게 변하

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주1표

제하에서 기존의 경영권자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적대적 인수

시도에 노출된다. 한편 1주1표제는 주로 대자본의 유치를 촉

진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그 자체가 주식회사의 본질도 아니

요,더더군다나 주식회사법의 공리(公理)도 아니었다. 때로는

안정된 경영권만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오히려 적대적 M&A 에

의해 무능한 경영자를 쉽게 교체할 수 있어야 기업가치가 유

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특정 기술중심의 회사나 일관된

보도자세가 요구되는 미디어의 경우 경영권 안정은 기업공개

의 필요조건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대체불가의 우수한 경영

자가 단지 고자금조달을 목적으로 기업공개를 서두르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구글,루이뷔통 또는 버크셔 해서웨이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저커버그,례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베르나르 아르노,워렌 버핏 이들이 해당 기업의 핵심자산이

었다. 모두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대체불가의 탁월한 경영자

였고,이들의 숨결없이 이들 기업의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 내

지 기업가치의 유지는 불가하였다. 4 5

2. 상장규정의 정비필요성

이렇게 주주평등의 원칙을 극복한다 하여도 차등의결권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각국의 상장규정들이다. 각국은 자

본시장의 건전한 발전 및 그 유지를 위하여 각종 규제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원칙적으로 일반투

자자들의 주주권에 제한을 가하는 상장을 금지하고 있고,도

쿄증권거래소 역시 ‘주주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제한’을 상장

폐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상장폐지

에 대한 거래소의 폭넓은 재량이 허용되므로 이러한 상장규정

들이 복수의결권제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

다. 알리바바,페이스북 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IPO사

례에서 보았듯이 신규 기업공개시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하

는 것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규정상 금지된 것이 아니다. 차

등의결권제를 시행하려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예에서 보

듯 상장규정의 정비가 후속될 필요가 있다. 이미 상장된 회사

가 자본재편 형식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침해될 여지가 있으므로 이는 원칙적

으로 금지하되 다만 예외적으로 거래소가 상장 또는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탄력적인 잣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신

규공모방식의 기업공개시에는 사전에 모든 투자자들에게 복

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공지하고 이로써 공모가가 적정히 책

정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미국과

일본 증권거래소의 상장규정들은 참고가 될 것이다.

3. 구체적인 도입논의

지금까지 학계에서 논의된 차등의결권제의 도입방안은 다음

과 같다. 첫째는 상법 제369조의 임의규정설이다. 즉 상법 제

369조 제1항을 임의법규화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법

제369조 제1항에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는’이라는 단서를 추가하자고 한다.5〕

이에 따르면 동조항은 ‘의결권은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

우를 제외하고는 1주마다 1의결권으로 한다’로 바뀌게 될 것이

4) 박양균, “차등의결권 제도의 경제학적 분석”, 규제연구, 제18권 1호, pp. 143ff., p. 161.

5) 김화진, “글로벌 M&A시장 동향과 경영권 방어”, 상장협연구, 제 53 호, 2006년 4월, pp. 118 - 153, p. 140 참조 ; 유영일, 차등의결권주에 관한 연구 - 도입필요성을

중심으로 -, 상사판례연구. 제 21 집 제 4 권 (2008. 12.), pp. 93 - 135, p. 1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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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둘째는 복수의결권 관련 성문규정추가설이다. 도입하고

자 하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상법에 직접 성문화하자고 한다.

한편으로는 1주1의결권 원칙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차등의결

권 주식을 상법에 추가하자고 한다. 예를 들어 상법 제344조

의 4(의결권의 복수에 관한 종류주식)를 신설하여 복수의결권

주식을 정면으로 조문화하자고 한다.6〕

셋째는 비공개회사 한정도입설이다. 이 설은 공개회사와 비공

개회사를 망라하는 전면적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

하면서 현 단계에서는 비공개회사에 대해서만 허용하자고 한

다. 제한적 도입설이라 부를 만하다.7)

넷째는 벤쳐기업이나 중소기업 한정도입설이다. 이에 따르면

“재벌기업의 소유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둘러싼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법상 ‘1주1의결권’원

칙을 일률적으로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생각

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그러나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벤쳐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대

하여 예외적으로 차등의결권주식의 발행을 허용해 줄 필요성

은 매우 크다”고 한다.8〕

다섯째 특별법 도입설이 있다. 상법상 1주1의결권원칙은 합

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그 예외를 추가로 인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무조건적인 복수의결권은 금지하되 일정 조

건하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한

다. 예외의 허용범위는 자본시장법에 근거규정을 두어야 하

고,상법상 기본원칙,기업인수의 공정한 규칙 및 국제적인 자

본거래의 원칙 등을 감안하여 매우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공공

내지 국가이익을 위해 필요한분야로 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

한다.4 * * * * 9ᅮ

4. 차등의결권제 관련 기타 문제들

⑴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문제 : 일반적인 1주 1의결권 보

통주식과 1주 10의결권 보통주식을 동시에 발행할 경우 양자

를 모두 상장할 것인가? 아니면 전자만 상장할 것인가? 미국

의 예를 보면 dual-class firm 중 85%에서 복수의결권 주식

을 상장하지 않고 있었다. 즉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해서는 1주

1의결권 주식만 상장하는 것이 통례이다. 후자는 유통물량이

모자라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복수

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상장을 원한다면 이러한 점

다수의 해외사례가 복수의결권제에 대해

부정적이 아님을 고려하여 적어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그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18 「상장」 2015년 6월호

Page 8: 차등의결권 주식의 도입7F · 2016. 1. 22. · 도입7F능성에 대한 소고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글을 시작하며 구글(Google)이 투자하고

을 미리 고려하여 복수의결권 주식은 비상장 상태로 남겨두는

방책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법이 가능한지는 향

후 싱-장규정의 정비에서 함께 다루어야 할 것이다.

⑵ 적합 업종 내지 적합한 회사 :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업종이 처음부터 제한된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나타난 미국 기업의 예를 보면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쳐기

업,가족기업에서 출발한 경우 나아가 언론사와 같이 일정한

논설기조나 보도자세가 요구되는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나

아가 차등의결권제를 취하면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강력한 카리스마의 창업자 또는 경영자를 갖고 있

다. 대부분 다른 경영자로 대체할 경우 유사한 경영실적이 기

대되지 않는다. 알리바바의 마윈,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

노,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구글의 세르게이 브린,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등이 그 예이다. 따라서 벤쳐기업이나

언론사 등의 예를 제외하고는 차등의결권제에 유리한 별도의

업종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경영권이 특정인이

나 특정 소수자에게 안정적으로 집중되는 것이 기업실적에 바

람직한 경우,회사내외부의 경영환경이 이러한 경영권 집중을

정당화시키는 경우,그런 경우에는 어떤 업종에서건 차등의결

권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3) 차등의결권의 구체적 설계방식 : 일반의결권주식과 복수

의결권주식을 동시에 발행할 경우 의결권수의 차이를 어느 정

도로 할 것인가가 문제시 될 수 있다. 실제의 예를 보면 가장

빈도가 많은 것은 1 대 10인 경우였다. 종종 1 대 100이나 1 대

1000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1 대 2인 경우도 있다.

프랑스의 루이뷔통의 경우 3년이상 장기투자자에 한하여 1주

2의결권을 인정한다. 스웨덴의 경우 1 대 10을 넘는 복수의결

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권거래소의 지침이 있었다. 특히

복수의 결권제를 시 행할 경 우 복수의 결권주식과 일반의 결권 6 7 8 9

주식을 이익배당의 측면에서 차등대접을 할 것인지도 문제이

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인수합병의 광풍이 불었을 때 복수의

결권제를 채택한 회사들은 대개 복수의결권주식에 대하여 일

반의결권주식보다 10% 적게 배당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러한

관행 덕에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일반 의결권주식을 선택하였

고 이로써 경영권 방어를 위한 只자본재편(recapitalization)이

가능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차등의 결권제를 시행하는 경우에

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프랑스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

리 기간부 의결권제를 시행하고 있다. 장기 주주들에게 더 많

은 의결권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순환출자 등에 대해 비판적 기류가 강한 나라에서는 프

랑스식의 차등의결권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을 맺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 없이 차

등의결권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장사에1

대해서는 다소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순환

출자가 이루어진 그룹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제민주화의 물결속에서 순환출자 그 자체 마

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에 추가하여 복수의결권

제를 시도할 경우 적지 않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

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다수의 해외사례가 복

수의결권제에 대해 부정적이 아님을 고려하여 적어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그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

다. 알리바바(NYSE ; BABA)가 홍콩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된 것은 미국 증시가 차등의결권 방식을 허용하였기 때문이

다. 차등의결권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더불어 이에 대한 논

의가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상!

6) 문준우, “차등의결권주식을 상법에 도입하여야 하는 이유 및 도입 방법”, 상사법연구, 제 31 권 제 2 호 (2012), pp. 243-269, p. 253.

7) 윤영신, “1주1의결권원칙과 차등의결권원칙에 대한 검토”, 상사법연구, 제 28 권 제 1 호 (2009), pp. 203 - 241, p. 236 참조 ; 송종준, 방어적 주식제도의

국제적 입법동향과 도입과제 - 2006년 회사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 경영법률 제 17 집, 제 2 호 (2007), pp. 91 - 128, p. 119.

8) 김두식, “M&A법제의 개선방안 연구”, 상장협, 제 50 호(2004년 추계히 pp. 16 - 58, p. 52 참조.

9) 최준선·김순석, 회사법 개정방향에 관한 연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2004년, pp. 123-124.

KLCA Monthly Journal Vol.48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