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題 字 : 玄潭 曺首鉉(現 圓光大學校 敎授) 第32卷 第1號 (2016. 03.)

題 字 : 玄潭 曺首鉉(現 圓光大學校 敎授)cmsorgan.wku.ac.kr/.../sites/60/2016/12/원광법학32-1.pdf · 2016-12-07 · 로 실시하고 있으며, 2015년 실태조사

  • Upload
    others

  • View
    0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 題 字 :玄潭 曺首鉉(現 圓光大學校 敎授)

    第32卷 第1號 (2016. 03.)

  • 목 차

    - 3 -

    第32卷 第1號 2016年 03月

    목 차

    ◉ 연구논문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홍석한/ 7

    「예술인 복지법」상 사회보장 규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조형찬/ 35

    사해행위에 의한 가등기가 부기등기로 이전된 경우 원상회복의 방법

    -대법원 2015. 5.21. 선고 2012다952 전원합의체판결을 중심으로– ······· 김덕중/ 67

    기업의 구조조정과 집단경영에서 소수주주의 보호문제

    -소수주식 강제매수와 이중대표소송을 중심으로– ································ 황근수/ 91

    국가 간 인적 교류에 따른 국경초월범죄에 대한 효율적 대응방안 ·········· 도중진/ 121

    민영교도소의 한계와 대안: 영리화 비판을 중심으로 ································· 주현경/ 143

    ◉ 기고 논문 ◉

    农民职业化的法律设计及实现路径 ······························································· 赵万福/ 173

    浅谈 《侵权责任法》第11、12条中的 无意思联络的数人侵权责任 ·············· 崔 峰/ 189

    浅谈好意同乘的民事责任承担问题 ······························································· 金圣姬/ 201

    ◉ 부 록 ◉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4 -

    第32卷 第1號 2016年 03月

    Contents

    ◉ Articles ◉

    The Problems and Improvement of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 Hong, Seok-Han/ 7Critical review of social security rules of the

    「Artists’ Welfare Act」 ················································· Jo, Hyoung-Chan/ 35

    Restoration in case transferred as the Additional Registration from

    the Provisional Registration by Fraudulent Act ········ Kim, Deok-Jung/ 67

    The Protection of Minority Shareholders under the Structural

    Regulation and the Corporate Group ······················ Hwang, Geun-Su/ 91An Effective Solutions for across-the boarder crime by human

    exchange between countries ········································ Toh, Joong-Jin/ 121

    Prisons for Profit: A critical Approach ··························· Joo, Hyun-Kyong/ 143

    ◉ Special Papers ◉

    Legal Design and Realization Path of Farmer Professionalism

    ···································································································· Zhao WanFU/ 173

    On the Art.11 & 12 of China Tort Liability Law ························· Cui Feng/ 189

    The Civil Liability in the Situation of Free Ride ······················ Jin ShenGji/ 201

  • ◉ 연구논문 ◉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홍 석 한

    ◎ 「예술인 복지법」상 사회보장 규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조 형 찬

    ◎ 사해행위에 의한 가등기가 부기등기로 이전된 경우 원상회복의 방법

    - 대법원 2015. 5.21. 선고 2012다952 전원합의체판결을

    중심으로 –/ 김 덕 중

    ◎ 기업의 구조조정과 집단경영에서 소수주주의 보호문제

    - 소수주식 강제매수와 이중대표소송을 중심으로 – / 황 근 수

    ◎ 국가 간 인적 교류에 따른 국경초월범죄에 대한

    효율적 대응방안 / 도 중 진

    ◎ 민영교도소의 한계와 대안: 영리화 비판을 중심으로 / 주 현 경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7 -

    논문 제출일 : 2016. 02. 23.논문 심사일 : 2016. 03. 15.논문 확정일 : 2016. 03. 24.논문 수정일 : 2016. 03. 25.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The Problems and Improvement of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1)

    홍 석 한*

    Hong, Seok-Han

    《 목 차 》Ⅰ. 문제의 제기Ⅱ. 학교폭력예방법의 의의Ⅲ. 학교폭력예방법의 법적성격Ⅳ. 학교폭력예방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Ⅴ. 결론

    Ⅰ. 문제의 제기

    우리나라에서 학교폭력은 1990년대 중후반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지역과 학교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졌으며, 2004년에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면서 독립된 법률에 근

    * 목포대학교 법학과 부교수, 법학박사.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8 -

    거한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써 학교폭력은 사소한 ‘아이들 싸움’으로 간주되거나 의도적으로 축소・은폐되는 것 또는 사법절차에만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제도적 장치에 따른 전문적 관리체제로 편입된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해서도 가능하고, 학교폭력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형법과 사법절차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별개의 독립된 법률과 절차가 마련된 배경은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의 초점을 사전적 예방에 두는 한편, 교육적 관점이 강조된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에 대한 조치, 학교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문적 대응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1)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은 2016년 2월 현재까지 1번의 전면개정과 6번의 일부개정을 통해 상당히 많은 내용이 개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법의 내용이 위와 같은 제정배경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지속되고 있다.2) 또한 지금도 국회에 계류중인 동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이 36건에 달하고 있는바, 이는 학교폭력예방법을 보다 근본적이고도 종합적인 관점에서 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 논문은 학교폭력예방법의 헌법적 의미에 대한 이해와 그 법적성격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여 동법의 내용상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아래에서는 먼저, 학교폭력예방법의 제정배경 및 연혁, 헌법적 관점에서 동법에 부여될 수 있는 의미를 분석해본 다음, 법적성격에 관한 학계의 논의와 필자의 견해를 정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파악할 수 있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에 비추

    1)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학교폭력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담기구의 설치, 정기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시, 학교폭력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선도・교육 등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동법의 제정이유에서도 엿볼 수 있다.

    2) 권오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적용과 문제점, 법학논고, 제43집, 2013, 79면 이하; 김현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선방안 -시론적 고찰-, 법교육연구, 제5권 제1호, 2010, 69면 이하; 문영희,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가해학생 조치에 관한 비판적 검토, 법과정책연구, 제14권 제4호, 2014, 1905면 이하; 문영희・강동욱,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적용범위 및 피해자보호제도에 관한 비판적 검토와 그 개선방안, 법과정책, 제21권 제1호, 2015, 151면 이하; 이진국,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체계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입법정책, 제1권 제1호, 2007, 93면 이하; 전종익・정상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선 방안 연구 -교육과 예방 및 회복 기능을 중심으로, 교육법학연구, 제25권 제1호, 2013, 205면 이하; 정한중,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경희법학, 제44권 제1호, 2009, 73면 이하; 정현미,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법제의 개선방안, 소년보호연구, 제20호, 2012, 243면 이하; 조진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아주법학, 제6권 제2호, 2012, 365면 이하 등.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9 -

    어 볼 때, 학교폭력의 예방, 다른 법률과의 관계,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적 대응체계의 측면에서 동법이 갖는 문제점을 검토하고 그 개선방안을 제시해본다.

    Ⅱ. 학교폭력예방법의 의의

    1. 학교폭력예방법의 제정배경 및 연혁 학교폭력예방법은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의 발생빈도와 위험성이 점차 심각해지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물론 학교폭력은 “폭력”의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미 형법과 소년법을 비롯한 각종 특별형법의 적용대상이 되고, “학교”의 관점에서 보면 초・중등교육법과 같은 교육 관련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한 법적대응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법령을 일부 수정・보완함으로써도 가능하다. 그러나 입법자는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독립된 법률을 제정하였다.3) 이는 무엇보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사전적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 사후적 처리에서도 징계와 처벌위주의 대응을 경계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 등 교육적 관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학교폭력은 전 사회적인 문제이며 그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학교폭력예방법의 독자적인 존재의의도 이러한 배경에서 찾아야 한다. 한편,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1월 29일 제정된 이후 2016년 2월 현재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이 가운에 내용의 변화를 가져온 개정은 총 7차례이다. 개정의 주요 특징을 정리해보면,4) 첫째, 학교폭력의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5) 둘째,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였다는 점,6) 셋째,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선도

    3) 법제정 당시 기존 법령의 개정・보완을 통한 대응과 별도의 법률에 의한 대응의 입법론적 대립에 대해서는 김난주,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연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동의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38면~39면; 김성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의 문제점과 개정방안, 교육법학연구, 제20권 제2호, 2008, 32면 참조.

    4) 개정과정의 정리에 대해서는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09면~210면 참조.5) 학생폭력의 개념에 성폭력과 강제적인 심부름을 추가한 점(각각 2008년 3월 14일 개정, 2012년 1

    월 26일 개정), 학교폭력의 범위를 학생간에 발생한 사건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확대하고, 사이버 따돌림을 추가한 점(2012년 3월 21일 개정) 등.

    6) 학교폭력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보호대상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한편, 피해자 치료를 위한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신설한 점(2008년 3월 14일 개정), 피해자 심리상담・조언 및 일시보호에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10 -

    를 위한 관점이 강조되었다는 점,7) 넷째,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추진체계를 정비하였다는 점,8) 다섯째, 교원에 대한 징계 및 인센티브를 강화하였다는 점9)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체로 동법의 제정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며,10) 현실적으로도 여러 차례의 폭넓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11) 학교폭력예방법이 교육적 관점을 견지하는 가운데 학교폭력의 사전예방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후대응을 위한 토대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도록 성찰과 개선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이다.

    2. 학교폭력예방법의 헌법적 의미

    드는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신설하고, 가해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이후에는 피해학생 소속 학교로 다시 전학을 오지 못하도록 한 점(2012년 1월 26일 개정),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에서 ‘전학권고’를 삭제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 하여금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그 처분에 대한 피해학생의 재심청구를 허용한 점(2012년 3월 21일 개정) 등.

    7) 가해학생이 일정한 처분을 받은 경우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점(2012년 1월 26일 개정), 출석정지, 전학 등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요구의 의무화,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의 대상에 신고・고발 학생 포함, 출석정지 일수 제한의 삭제, 협박 또는 보복행위에 따른 조치의 병과와 가중 허용, 학교폭력 예방교육 대상에 학부모 추가, 가해학생의 특별교육에 학부모 동참 의무화(2012년 3월 21일 개정) 등.

    8) 학교의 장으로 하여금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구성하도록 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점(2008년 3월 14일 개정),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대표로 위촉하도록 한 점(2011년 5월 19일 개정),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위원에 학교폭력 관련 상담 또는 심리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한 점(2012년 1월 26일 개정),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위원회를 설치한 점, 학교폭력 전담기구에 교감이 포함되도록 한 점(2012년 3월 21일 개정) 등.

    9) 학교폭력을 축소 및 은폐하려는 시도에 대한 징계요구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기여에 대한 상훈수여 또는 가산점 부여를 통해 교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점(2012년 3월 21일 개정) 등.

    10) 특히, 가해학생 징계와 피해학생 보호라는 이분법적 대응을 강화하면서 엄벌정책을 반영함으로써 법률의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였다는 지적으로 강지명, 학교폭력 대응정책에서 소년사법의 역할에 관한 연구, 성균관법학, 제26권 제3호, 2014, 256면 참조. 동법이 여전히 피해학생 보호에 소홀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접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문영희・강동욱, 앞의 논문, 153면 참조.

    11) 교육부가 실시한 201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응답률과 가해응답률은 전년도 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3만 4천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였으며, 저학년 일수록 가해응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1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교육부 보도자료(2015.12.01.) 참조.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11 -

    (1) 청소년 보호의무 및 기본권 보호의무의 이행

    학교폭력은 대부분 초・중등교육법상의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학교폭력은 일반적으로 청소년 폭력에 포함시킬 수 있다. 한편, 학교폭력의 발생과 그에 대한 잘못된 대응은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바, 국가는 미성숙한 청소년이 사회공동체내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12) 이에 학교폭력예방법은 국가가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를 차단하고, 인격성장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은 제3자에 의해 기본권 주체의 기본권적 법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 즉 기본권 보호의무를 이행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은 기본적으로 폭력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법 제2조 제1호), 이를 예방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기본권 주체인 학생의 기본권적 법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전형적인 기본권 보호의무의 적용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관련하여 제3자의 폭력으로부터 기본권 주체의 법익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형법의 주요 목표이며, 19세 미만인 자에 대해서는 연령의 특수성을 감안한 특별법인 소년법이 적용된다.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권 보호의무는 이미 강력한 형법적 규율을 통해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본권 보호의무는 그 이행수단이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13) 반드시 형벌에 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14) 입법자가 이처럼 별도로 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한 취지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생각건대, 폭력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소년법이 형법에 비하여 특별히 가해자의 연령을 고려한 대응이라면, 학교폭력예방법은 폭력이 발생하는 영

    12) 김선택, 아동・청소년보호의 헌법적 기초 –미성년 아동・청소년의 헌법적 지위와 부모의 양육권-, 헌법논총, 제8집, 1997, 91면~92면.

    13)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이행은 입법자의 입법을 통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것이고, 국가가 그 보호의무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이행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제반여건과 재정사정 등을 감안하여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헌재 1997. 1. 16. 90헌마110

    14) “형벌의 일반예방효과와 범죄억제기능을 어느 정도 감안한다 하더라도 형벌을 통한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법익의 보호효과는 그다지 확실한 것이 아니며, 결국 이 경우 형벌은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많은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지, 결코 형벌까지 동원해야만 보호법익을 유효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의 최종적인 유일한 수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 등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12 -

    역의 특수성 즉 초・중등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에서의 문제라는 점, 그리고 피해자 및 대부분의 가해자의 신분이 학생이라는 점을 특별히 고려한 교육적 차원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15) 따라서 형법 및 소년법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학교폭력예방법을 해석・적용하는 경우에는 학교폭력이 갖는 범죄로서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성장기에 있으며 교육을 받는 과정에 있는 학생으로서의 미숙함 및 폭넓은 변화의 가능성, 관계의 회복 및 교육과정으로의 복귀의 중요성 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관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2) 교육제도의 형성 및 운영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국가는 의무교육을 비롯한 공교육 운영의 주체이며, 기타 교육과 관련한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16) 또한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학교폭력은 그 자체가 인격도야와 공동체적 자질의 양성이라는 교육의 목표 아래 사전에 예방되어야 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17) 학교교육의 정상적인 운영과 교육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방해하는 중요한 원인이다.18) 이에 학교폭력예방법은 국가가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교육제도의 형성 및 운영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는 수단이자, 학교폭력이 없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19) 한편, 입법자가 교육제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때는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

    15) 이와 유사한 관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형사정책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신분이 학생인지 여부에 따라 차별화되어 있다고 보고, 학교폭력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가벌체계나 피해자 보호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견해로는 강지명, 앞의 논문, 251면 참조.

    16) 한수웅, 헌법학, 법문사, 2015, 967면.17) 이와 관련하여,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

    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한 교육기본법 제2조의 교육이념 및 “교육은 어떤 분야에 대한 최신의 연구결과에 따른 식견과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도록 잠재적 능력과 소양을 계발하고 정신을 성숙하게 하는 활동을 포괄한다.”라고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헌재 2009. 9. 24. 2007헌마117 등) 참조.

    18) 학교폭력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이종근, 학교폭력의 원인과 대응방안 연구 -법제적 대응방안을 중심으로-, 동아법학, 제61호, 2013, 8면~9면.

    19) 김형섭,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법제 연구 -경찰의 대응방안과 헌법정책을 중심으로-,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181면~182면; 이상윤, 집단따돌림현상의 헌법적 개념정의와 입법론적 과제, 공법학연구, 제9권 제2호, 2008, 12면.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13 -

    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 보장의 요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은 본질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는바,20) 교육의 자주성은 교육이 외부의 간섭이 없이 그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교육 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교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한다.21) 즉, 교육과 관련해서는 가르침이 이루어지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물론 인간의 성장과 발달, 행동심리, 정신건강과 위생, 학생의 욕구 등과 관련한 교육영역 고유의 전문지식도 요구되며, 고도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성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22) 교육제도의 형성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이러한 자주성 및 전문성의 요청은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을 교육의 영역으로 포섭시킴으로써 교육적 관점에서의 접근과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만큼 학교폭력의 예방은 물론, 이에 대한 사후적 대응체계의 정립과 운영에서도 자주적이고 전문적인 해결이 우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Ⅲ. 학교폭력예방법의 법적성격

    1. 문제의 소재

    학교폭력예방법과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그 법적성격 문제이다. 이는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대부분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고, 학교폭력예방법에 정해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대체로 초・중등교육법상의 징계와 중복되는 까닭에 형법 또는 초・중등교육법과의 적용관계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에 따른 것이다.23) 특히, 학교폭력예방법에 형사특별법으로서의 성격을 부여하면 형법(및 소년법)의 적용이 배제되고 학교폭력사건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로 종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은 제5조 제1항 및 제2항에서 각각 “학교폭력의 규제,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있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적용한다.”, “제2조제1호 중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20) 김종철, 미국법상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법학연구, 제13권 제3호, 2003, 53면.21) 헌재 2002. 3. 28. 2000헌마283 등.22) 헌재 2009. 9. 24. 2007헌마117 등.23) 권오걸, 앞의 논문, 82면; 김혜경, 학교폭력에 대한 형사법적 접근의 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

    책에 관한 법률의 조정법적 성격을 중심으로-, 형사정책연구, 제96권, 2013, 260면.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14 -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해석하는 경우에도 동법의 법적성격이 관건이 된다. 이밖에 보다 본질적으로는 어떠한 관점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법의 실질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문제, 나아가 동법의 개정과 관련하여 입법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동법의 법적성격이 규명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 학설

    (1) 징계법설

    학교폭력예방법의 법적성격에 대하여 학계는 전반적으로 동법이 징계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본다.24) 징계법의 의미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중요한 조직이나 직업그룹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하기 위한 통제수단을 말한다고 하며, ①형법은 과거에 저질러진 범죄에 대한 해악부과가 본질이지만 징계법에서는 오로지 징계수단과 보호조치만이 문제된다는 점, ②징계법은 죄형법정주의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구성요건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내용도 “행위자중심적”으로 구성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 ③징계조치는 행위자에 대해서만 영향을 미치는데 비해 형법은 일반국민에 대한 영향도 고려한다는 점 등을 징계법과 형법의 구별요소로 본다.25) 이에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라는 특정 조직을 중심으로 규율하는 것으로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조직을 둘러싸고 발생한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징계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국민보다는 가해학생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징계법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된다.26) 또한 동법상 학교폭력의 개념이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징계법으로 이해하는 근거가 된다.27)

    24) 강지명, 앞의 논문, 254면; 권오걸, 앞의 논문, 85면; 김종구・박지현, 또래괴롭힘(bullying)의 개념과 법적규율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관련하여-, 일감법학, 제27권 2014, 328면~329면; 김형섭, 앞의 논문, 161면; 박찬걸, 학교폭력대책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 소년보호연구, 제15호, 2010, 97면; 이승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정내용 및 개선방안, 형사정책연구, 통권 제90호, 2012, 161면; 이진국, 앞의 논문, 104면~105면; 정한중, 앞의 논문, 76면~78면; 조진우, 앞의 논문, 368면~369면 등.

    25) 이진국, 앞의 논문, 104면~105면.26) 이승현, 앞의 논문, 161면.27) 이와 관련하여,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 개념에 대한 명확성 원칙 관점에서의 문제제기에 대해

    서는 권오걸, 앞의 논문, 91면; 김종구・박지현, 앞의 논문, 324면~326면; 김혜경, 앞의 논문, 270면~273면; 정한중, 앞의 논문, 80면 참조. 이에 비하여, 동법은 형사처벌이 아닌 징계조치를 규정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15 -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학교폭력예방법은 적어도 형법의 특별법이 아니다. 학교폭력이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징계법과 형법이라는 본질상의 차이 때문에 학교폭력예방법과 형법은 적용순서의 제약도 없이 병렬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중첩적인 조치가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폭력예방법이 교육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점,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초・중등교육법 제18조 및 동법 시행령 제31조에 따른 학생에 대한 징계를 모두 포함하면서 추가적인 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양자가 그 주체, 내용, 재심 등의 측면에서 중복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28)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이 초・중등교육법에 대한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다.29)

    (2) 조정법설

    위와 같이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해 징계법적 성격을 부여하는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이를 명시적으로 부정하면서 동법을 조정법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30) 이는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자에 대한 선도와 제재 및 그 절차를 중심으로 하는 절차법적 성격을 가지며, 가해학생의 선도 및 피해학생과의 조정이 주된 목적이고 연혁적으로도 학교폭력사건과 관련한 중재가 주된 목적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 견해는 학교폭력예방법을 조정법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학교폭력이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 하더라도 형사절차에 앞서 피해학생과의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그 조정의 결과가 형사절차에 고려되도록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즉, 동법의 법적성격을 조정법으로 파악함으로써 학교폭력사건에 대해 가능한 한 형사절차의 개시를 지양하고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와 조치가 우선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한편, 이와 유사하게 학교폭력예방법이 예방적・조정적 모델로 나아가야 함을 주

    한 것이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그 개념을 넓게 정의하고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로 문영희・강동욱, 앞의 논문, 155면~156면 참조.

    28)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의 징계조치 즉, 1. 학교내의 봉사, 2. 사회봉사, 3. 특별교육이수, 4.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5. 퇴학처분을 모두 포함하며, 여기에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심리치료, 기간제한 없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을 추가하고 있다.

    29)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박윤기,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동아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8, 81면; 정현미, 앞의 논문, 251면; 조병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정비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2006, 53면~54면 참조.

    30) 김혜경, 앞의 논문, 262면~267면.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16 -

    장하는 견해도 있다.31) 이 견해는 실질적 제재의 측면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은 형법에 비하여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점, 경미한 사건에 대한 과잉조치나 중대한 사건에 대한 실효성 상실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준사법적 절차에 의한 징계나 처벌 등 불이익처분 보다는 교육적 목적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조정과 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따라서 학교폭력 예방수단을 실질화하고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사후적 해결 모델에서 지역 사회로 확대된 예방적・조정적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3. 소결

    특정한 법률의 성격을 규명함에 있어서는 입법의 목적과 연혁, 법률의 내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32)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또한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선도에 관한 사항을 보완하고, 학교폭력 대응체계를 정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개정되어 왔으며, 법률의 내용도 학교폭력의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분쟁해결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제재만을 강조하여 학교폭력예방법을 징계법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이 견해는 형법과의 중복된 적용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음을 해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을 도출하기 위해 동법 자체의 법적성격을 징계법으로 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33) 또한 “징계”라는 표현을 분명히 한 초 · 중등교육법과 달리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학생에 대하여 “선도・교육”을 위한 “조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이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34)

    생각건대, 학교폭력예방법은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의 예방과 사후적 대책에 관한 특별법이다.35) 또한 학교폭력은 교육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

    31) 전종익, 정상우, 앞의 논문, 210면~212면.32) 권오걸, 앞의 논문, 83면~84면.33) 김혜경 앞의 논문, 263면;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2면 주13).34) 이러한 용어사용의 차이는 처분의 목적에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는 견해로 김혜경, 앞의 논문,

    265면.35) 김난주, 앞의 논문, 47면.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17 -

    로 삼아야 하며,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의 대책도 학생에 대한 교육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초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은 초 · 중등교육법에 대한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초・중등교육법은 초・중등교육을 위한 조직과 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율하면서 교육상 필요에 따른 사후적 징계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사전적 예방에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사후적 대책 역시 조정 및 교육적 조치의 측면을 강조하는 학교폭력예방법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한편, 위와 동일한 이유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을 형법의 특별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형법과 학교폭력예방법은 규율의 목적과 내용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이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양자는 별도의 절차를 통해 각각 적용될 수 있으며, 이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후술하는 바와 같이 동일한 학교폭력사건에 대해 학교폭력예방법과 형법상의 절차가 완전한 병렬적 관계에서 적용의 순서도 관계없이 각각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입법정책상 바람직한 것인지의 문제는 남아있다. 결국,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영역의 문제인 학교폭력에 대해 교육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예방과 대책의 종합적 대응을 담고 있는 만큼, 단순히 징계법 혹은 형법의 특별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초 · 중등교육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학교폭력의 사전적 예방에 우선순위를 두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반영하여 교육적 관점에서의 조정과 회복을 목표로 하는 규범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하며, 이러한 측면이 부각될 수 있는 해석과 적용,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Ⅳ. 학교폭력예방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서설

    학교폭력은 예방에서부터 조정,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청소년이 건전한 사회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교육해야 하는 국가의 포괄적인 의무를 배경으로 한다. 또한 기본권 보호의무에 따라 국가는 제3자의 폭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형벌권 행사를 통해 이행되지만, 관련 법규의 정비를 통한 예방적 환경의 조성, 지속적인 계몽과 교육, 관련 시설의 유지 및 확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사전적・사후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18 -

    적 조치들도 활용될 수 있는데,36) 학교폭력예방법은 후자에 의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은 예민하고 미성숙하며 다양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청소년, 또래집단을 형성하면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의 문제이다. 따라서 응보보다는 교육과 선도의 관점을 강조해야 하고, 배제와 분리보다는 자율적인 반성과 배려 속에 학교생활로 복귀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책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며, 단순히 일반적인 범죄의 예방과 공식적인 사법처리를 통한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야 한다. 결국,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정비와 교육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며,37) 사후적 대책의 경우에도 그 절차와 내용이 교육적 관점을 유지하도록 하고, 교육영역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이 이러한 요청에 얼마나 충실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 예방교육, 다른 법률과의 관계,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적 대응체계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본다.

    2. 예방교육 관련 문제점과 개선방안

    (1) 문제점

    학교폭력 위험요소의 사전적 차단을 위해 일차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응책은 바로 교육이다. 일반적인 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에 비하여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한 예방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교폭력예방법은 초・중등교육법은 물론 형법에 대해서도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동법에서 학교폭력 예방이 차지해야 하는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동법의 목적을 정한 제1조도 “학교폭력의 예방 ..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을 뿐 이에 관한 구체적인 수단과 목적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38) 이에 본문에서도 교육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규

    36) 헌재 2009.02.26. 2005헌마764. 37) 권오걸, 앞의 논문, 81면;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0면.38)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은 ①“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

    로써 ②“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③“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경우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19 -

    율은 매우 부족하다. 즉,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부장관, 교육감 등에 대해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계획의 수립과 같은 일반적인 의무를 규정한 것을 제외하면,39) 교육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조문은 제15조 단 한 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동법 제15조는 학교의 장에 대해 학교폭력의 개념・실태, 대처방안 등을 포함하여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생 교육과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 등을 위한 교직원 및 학부모 교육을 학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제1항, 제2항).40) 또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의 구성 및 그 운용 등을 전담기구와 협의하여 전문단체 또는 전문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3항), 그 밖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시와 관련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제5항).41) 이에 동법 시행령 제17조는 예방교육의 횟수, 시간 및 강사 등에 대해서는 학교의 장이 재량으로 정하도록 하고(제1호), 예방교육은 학급 단위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분리하여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동시에 교육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제2호, 제3호).42)

    그러나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기별 1회 이상의 교육이 과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학교의 장이 법령의 기준에 따른 교육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가 규정되어 있지 않

    ②와 ③은 학교폭력의 예방이 아닌 사후적 대책에 관한 내용이다. 39)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등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 민간의 자율

    적인 학교폭력 예방활동의 장려 기타 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관한 책무(제4조), ‘교육부장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정책목표와 방향 설정 및 기본계획 수립의무(제6조),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및 학교폭력대책지역협의회’의 학교폭력 예방대책 수립의무(제10조, 제10조의2), ‘교육감’의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설치·운영 및 학교의 장으로 하여금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실시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할 의무(제11조 제1항, 제4항), 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책임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구성 및 실시의무(제14조 제3항) 등.

    40) 2004년 법 제정 당시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이후 개정을 통하여 교직원 및 학부모를 포함하게 되었다(각각 2008년 3월 14일 및 2012년 3월 21일 개정). 이처럼 예방교육의 대상을 확대한 것은 학교폭력을 교육 관련 주체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41) 이밖에 법 제15조 제4항은 교육장에 대해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의 구성과 운용계획을 학부모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부모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42) 이밖에 영 제17조는 예방교육은 강의, 토론 및 역할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고, 다양한 자료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여야 하며(제4호), 교직원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학교폭력 관련 법령에 대한 내용, 학교폭력 발생 시 대응요령, 학생 대상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운영 방법 등을, 학부모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학교폭력 징후 판별, 학교폭력 발생 시 대응요령,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제5조, 제6호) 규정하고 있다.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20 -

    다.43) 이러한 법령의 현황에 더하여 이미 일선 학교가 각종 특별교육 및 행정업무에 여력이 없고, 전문성이나 재정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사실상 일회성 행사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 개선방안

    위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방교육의 횟수를 확대하면서 그 시간, 대상, 시기 등을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는 한편, 이행을 강제하는 등 학교장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예방교육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거나 일선 학교가 아닌 지역적 차원에서 예방교육 프로그램의 구성・운영을 위한 물적, 인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44)

    나아가 보다 실질적으로 학교폭력 예방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직접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더불어 그 핵심적인 요소를 정규교과의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실시하는 간접적인 교육도 시행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관련된 내용이 교육과정에 반영됨으로써 학생들에게 그 가치가 내면화되고 기본적인 생활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갖추어야만 내실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45) 특히, 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인식, 공동생활에서 준수해야 할 규칙의 내용, 자신의 행동에 부여되는 법적인 의미와 책임 등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인권교육 내지 법교육이 초・중등학교의 정규교과에 포함시키고 전문교사를

    43) 참고로 학교폭력예방법 제11조 제11항은 교육감으로 하여금 관할 구역에서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 마련에 기여한 바가 큰 학교 또는 소속 교원에게 상훈을 수여하거나 소속 교원의 근무성적 평정에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44) 이와 관련하여 2016년 2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학교폭력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 가운데 김상민의원 대표발의안(2013.11.22. 발의)은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학급 단위로 학기당 2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되 그 중 1회는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소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교육감으로 하여금 학교의 장 또는 소속 교원이 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할 징계위원회에 그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윤관석의원 대표발의안(2014.12.19. 발의)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횟수를 학기별 2회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학교의 장으로 하여금 예방교육 실시결과를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조원진의원 대표발의안(2015.04.21. 발의)은 학생의 학교폭력예방 자치활동을 권장 및 보호,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인증제도의 도입, 학교폭력안전강화구역 지정 및 전담경찰관제 운영, 학교폭력예방의 달 및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청소년 주간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45) 박창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교육과정 법제화 방안 탐색, 열린교육연구, 제22권 제4호, 2014, 232면~233면. 이와 관련하여, 2013년 4월 30일 서상기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폭력예방법 일부개정안은 학교가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교육과정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반영하여 교육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이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에 노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21 -

    양성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과도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교육시스템 변경, 성장기 가정환경의 개선을 위한 복지정책 강화 등 교육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병행되어야만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예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46)

    3. 다른 법률과 적용관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문제점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1항은 “학교폭력의 규제,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있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때 다른 법률에는 형법, 소년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하 “형법 등”이라 한다)과 민법, 초・중등교육법, 청소년보호법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47)

    학교폭력은 대부분 범죄에 해당하는바, 동 규정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주로 형법 등과의 적용관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첫째,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형법 등에 폭력을 규율하는 내용이 있으므로 학교폭력예방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48) 이러한 해석은 학교폭력예방법이 독립된 법률로 제정된 취지를 사실상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49) 둘째, 교육영역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학교폭력예방법을 “학교폭력” 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특별법으로 이해한다면, 형법 등 일반적인 범죄에 관한 규정들은 “학교폭력”의 규제, “학교폭력”에 의한 피해학생의 보호,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있어서 “특별한 규정”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50) 이 경우

    46)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1면~212면.47) 한편, 제5조 제2항은 “제2조제1호 중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다른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의미한다. 이 규정은 성폭력이 상당한 논란을 통해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특수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8)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에 관한 일반법으로서 학교폭력 발생 시 형법 등 다른 법에 따라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법을 준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로 오경식,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분석과 개선방안, 소년보호연구, 제12호, 2009, 194면.

    49) 김난주, 앞의 논문, 47면.50) 이러한 해석은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1항이 일반적인 학교폭력에 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22 -

    학교폭력예방법은 형법 등에 대해서도 특별법적 지위를 부여받으며 그 적용을 배제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은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만큼 강력한 대응이 가능한 사법절차를 전적으로 배제하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고, 그 내용도 학교폭력을 범죄의 관점에서 규율하는 것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한 “따돌림”, “성폭력”의 의미나 미수범 포함여부 등 학교폭력의 개념과 적용범위의 명확성 문제, 동법상 학교폭력 대응체계가 갖는 한계 등을 고려하면 사법절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상황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밖에 학교폭력이 범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예방법을 형법 등에 대한 특별법으로 이해하여 전속관할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법체계에 반한다고 하거나 나아가 그 자체가 위헌이라는 견해도 있는바,51) 중상해 등 피해가 발생한 경우와 같이 중대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위헌의 여지가 더 커지게 된다.52)

    셋째, 위와 같은 문제점 및 학교폭력예방법과 형법 등의 성격상 차이를 강조한다면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 및 조치도 이루어지고 이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사법절차가 개시되고 그에 따른 제재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학교폭력예방법의 실효성 내지 입법취지는 기대하기 어려워지고,53) 사실상의 이중처벌을 초래한다는 문제가 있다.54) 결국, 학교폭력예방법과 형법 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형법 등의 적용을 전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와 실효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 개선방안

    우선,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폭력예방법상 선도・징계조치와 분쟁조정을 통해 처

    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동조 제2항은 성폭력에 대해 단순히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양자에 차이를 두고 있다는 점, 비(非)학생도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는바 이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의해서도 뒷받침될 수 있다.

    51) 이진국, 앞의 논문, 106면~107면; 정한중, 앞의 논문, 77면~78면, 89면.52)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중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

    한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09. 2. 26. 2005헌마764 등.

    53)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2면.54) 학교폭력예방법은 징계법이므로 이중처벌이 아님은 명백하지만 가해학생과 보호자들에 의해 사실상

    의 이중처벌로 인식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로 이진국, 앞의 논문, 117면; 정한중, 앞의 논문, 78면.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23 -

    리되도록 하고, 중대한 학교폭력 또는 당사자가 합의에 실패하고 고소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형법 등에 따른 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55) 그러나 이러한 적용방식을 취하는 경우에는 경미한 사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측의 태도에 따라 사법절차를 통한 과잉대응이 이루어짐으로써 자율적인 해결과 공동생활로의 복귀가 어려워지는 등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 사실상의 이중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게 된다. 생각건대,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우선적 관할을 인정하여 이에 따른 절차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도록 하고 사법절차는 그 이후에 개시되도록 하되,56) 사법절차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와 분쟁조정을 위한 가해자측의 노력이 반드시 참작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57) 특히, 피해가 경미한 경우로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와 조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사법절차를 종료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58) 즉, 가해자의 연령, 폭력성・반복성・집단성 등 당해 학교폭력의 특성, 분쟁조정을 위한 노력의 정도 및 그 결과 등을 반영한 기준을 정하고 이러한 기준을 통해 사법절차가 특별한 조치 없이 의무적으로 종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59) 이러한 방안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가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교육영역의 자주성과 전문성 존중을 비롯한 학교폭력예방법의 헌법적 의의, 학교폭력예방법 및 회복적 사법의 근본적인 취지, 실질적인 이중처벌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과 형법의 보충성60) 등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될

    55) 이와 같은 주장으로는 김영천・김정현, 현행 학교폭력 관련법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법교육연구, 제7권 제2호, 2012, 33면~34면. 이러한 적용방식이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견해로는 이진국, 앞의 논문, 95면.

    56) 권오걸, 앞의 논문, 85면~86면.57) 김혜경, 앞의 논문, 262면~267면.58) 학교폭력예방법상 조치가 행해진 이후에는 사법절차에서 그에 따른 교육적 효과를 참작하도록 해

    야 하며, 불법성이 경미한 경우 즉, 범행의 동기와 죄질이 금고이상의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소년부의 심리불개시나 검찰의 기소유예로 절차를 종결시키도록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견해로는 이진국, 앞의 논문, 117면~120면.

    59) 지금도 학교폭력 가해자가 만 10세 미만인 경우에는 아무리 중대한 사건이라도 소년법에 따른 사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이에 가해자가 초등학생이고 사안이 경미한 경우라면, 보다 세밀한 조건과 기준을 통하여 학교폭력 사건을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와 조치만으로 종료시키는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폭력의 처리절차와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포함하여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이 초・중・고 각 학교별로 달리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6면.

    60) 학교폭력 사건의 처리와 관련하여 형법의 보충성 내지 형벌의 최후수단성을 강조하는 견해로는 강지명, 앞의 논문, 260면; 권오걸, 앞의 논문, 86면; 이진국, 앞의 논문, 118면.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24 -

    수 있다. 특히, 가해학생에 대한 조사,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의 확인 및 실태조사,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재심청구, 분쟁조정 등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의 내용이 순수하게 선도와 교육의 관점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법적인 분쟁해결 내지 준사법적 절차로서의 성격도 내포되어 있다.61) 반대로, 형법 등에 따른 사법절차에도 응보만이 아니라 특별예방과 일반예방이라는 교육적 측면의 목적이 반영되어 있으며, 소년법의 경우에는 그 절차의 진행이나 처분의 내용에 학교폭력예방법과 취지를 공유하는 요소가 더욱 많다.62) 특히, 소년법 제32조 제1항의 보호처분 가운데 수강명령(제2호), 사회봉사명령(제3호)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의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제5호), 사회봉사(제4호)와 중복된다고 할 수 있다.63) 이처럼 절차와 조치의 목적과 내용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예방법과 형법 등을 완전한 병렬적 관계로 설정하면 이중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된다. 다만, 사법절차에 앞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가 우선되도록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판청구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은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절차는 보다 신속하고 사안에 적합한 분쟁해결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로써 사법절차가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사법절차에서 참작하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한 조치 없이 종료되도록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학생인 가해자에 비하여 학생이 아닌 가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물론 가해자가 학생이 아닌 경우에 적용될 분쟁조정 절차를 마련하는 등 학교폭력예방법의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

    61) 이승현, 앞의 논문, 181면. 특히,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의 개념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의 관점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온 것이나 이에 상응하여 학교폭력의 개념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등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정되어 온 것도 준사법적 절차로서의 성격을 인정하고 이를 강화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은 분쟁의 조정을 비롯하여 학교폭력 관련 문제에 대한 핵심기구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하여 판사・검사・변호사(제4호),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제5호)을 위원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62) 소년법은 제1조에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역시 소년보호사건의 교육적・복지정책적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헌재 2015. 12. 23. 2014헌마768).

    63) 이와 관련하여, 학교폭력예방법이 소년법상의 보호처분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조치를 규정한 것은 적정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사회봉사나 특수교육이수와 같은 경우는 교육기관이 가정법원 소년부에 소년을 통고하는 형식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견해로 강지명, 앞의 논문, 257면~258면.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25 -

    필요하다. 그러나 가해자가 학생인지 여부 및 법에 따른 절차와 조치를 거쳤는지 여부에 따라 다른 규율을 하는 것이 반드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64)

    4. 학교폭력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문제점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을 위한 집행체계를 교육부장관에서부터 국무총리 소속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시・도의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시・군・구의 학교폭력대책지역협의회, 교육감, 그리고 각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와 전문상담교사, 전담기구, 학교의 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일차적인 대응은 전담기구가 실태조사를 하고(제14조 제3항 내지 제6항), 자치위원회가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에 대한 심의와 분쟁조정을 하며(법 제12조 제2항), 학교의 장이 자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함으로써(제16조 제3항, 제17조 제6항) 이루어진다. 즉,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적 대책은 기본적으로 각 학교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치위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바,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에 대해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 관련 구성원들이65)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기초하여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은 외부에서 직접적이고 고권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비하여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공동체적 차원의 대응과 민주주의적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당해 사건과 관련된 배경과 상황을 보다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있는 주체들에 의해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면서도 유연하고 현실적인 해결을 도출할 수 있다. 이에 당사자들에 의한 수용의 정도는 높이면서 국가의 부담과

    64) 이와 관련하여 평등원칙위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소년법이 학생이 아닌 가해자가 학교 외에서 분쟁을 조정한 경우 그 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로 이진국, 앞의 논문, 120면.

    65)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4조(자치위원회의 구성ㆍ운영) ① 법 제13조제1항에 따른 자치위원회의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해당 학교의 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1. 해당 학교의 교감 2. 해당 학교의 교사 중 학생생활지도 경력이 있는 교사 3. 법 제13조제1항에 따라 선출된 학부모대표 4. 판사ㆍ검사ㆍ변호사 5.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6. 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 7. 그 밖에 학교폭력 예방 및 청소년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26 -

    사회적 비용은 경감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자치적인 결정이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경우에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일차적인 학교폭력 대책기구가 일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고, 학교와 사건의 당사자들로부터 독립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됨으로써 교육적이면서도 준사법적인 권위를 갖추어야 한다.66) 그렇지 않으면 권위와 실효성은 없이 행정적 부담과 분쟁의 장기화만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 학교에 설치된 자치위원회 중심의 현행 대응체계는 이러한 조건과 거리가 멀다. 현재 자치위원회 위원은 학교의 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며, 과반수는 학부모대표로 나머지는 대부분 해당 학교의 교감과 교사로 구성된다.67) 이러한 방식에 따라 구성된 자치위원회가 당해 학교폭력 사건이 교육적・법적 측면에서 갖는 의미를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학교 당국 및 사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개별학교의 제반 여건도 충분하지 않으며, 소규모 학교의 경우에는 한계가 더욱 분명하다.68)

    (2) 개선방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치위원회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하면서 그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즉, 자치위원회 위원 가운데 법률지식 및 분쟁조정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한 학부모대표가 차지하는 비율을 축소하고 전문상담교사, 사회복지사, 청소년보호활동가 등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자치위원회 위원의 자질 함양과 직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도록 하거나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이다.69)

    66) 김현철, 앞의 논문, 75면;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6면~217면.67)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판사・검사・변호사,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경찰

    서 소속 경찰공무원, 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 그 밖에 학교폭력 예방 및 청소년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자치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지만, 일선 학교가 이러한 전문가를 여러 명 위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68) 참고로 서상기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2013.12.10. 발의)은 소규모 학교에 한하여 지역교육청에 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69) 국회에 계류중인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가운데 상당수도 이러한 방안을 담고 있다. 예컨대, 박대출의원 대표발의안(2015.12.10. 발의)은 학교폭력 관련 전문상담교사를 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배재정의원 대표발의안(2014.03.05. 발의)은 자치위원회 위원 과반수를 전문상담교사 및 사회복지사 등으로 위촉하고, 위원 연수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상기의원 대표발의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27 -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 전문성 강화를 기대할 수는 있어도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과 관련한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또한 자치위원회의 공정하고 체계적인 운영을 뒷받침할 만큼 개별 학교의 재정적, 행정적 여건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생각건대, 각 학교의 자치위원회는 일차적으로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된 활동을 주된 기능으로 삼도록 하고,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분쟁조정 등 학교폭력 사건 처리를 위한 결정 절차는 최소한 시・군・구 지역단위에 설치되는 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70) 이러한 방안은 먼저,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활성화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학교와 사건 당사자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지식과 경험을 갖춘 위원회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결정의 공정성과 전문성도 높일 수 있다. 이밖에도 지역단위에서 역량이 발휘됨으로써 심의결과의 준사법적 권위와 그에 따른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공교육의 가장 지엽적 단위인 개별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지역공동체 차원의 책임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사건처리의 단위가 확대됨으로써 화해와 합의를 통한 관계회복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 하에서도 자치위원회가 소집된다는 것은 이미 이러한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건처리의 단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오히려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지역단위 위원회가 심의과정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학교의 전담기구와 자치위원회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한다면 화해를 위한 노력을 간접적으로 독려함과 동시에 당해 사건의 실제 배경과 상황이 반영된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안(2013.12.10. 발의)은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이 학교의 분쟁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학교폭력 분쟁조정 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 김상민의원 대표발의안(2013.11.22. 발의)은 자치위원회를 학부모대표 3인, 교원 3인 및 외부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하도록 하면서 학기당 1회 이상의 연수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우택의원 대표발의안(2012.11.12. 발의)과 박인숙의원 대표발의안(2012.11.27. 발의)도 학부모 위원의 비율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70) 이와 관련하여 일선 학교가 학교폭력 처리의 책임을 지는 현행법상의 방식(“기관모델”)을 유지하되, 각 개별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종류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서 시・도 교육청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학교폭력사건처리 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지역모델”)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견해로 김현철, 앞의 논문, 75면~76면. 또한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한 기획과 집행, 교육과 조정을 통한 회복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분쟁조정은 중앙과 지역에 별도로 설치되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징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초・중등교육법상 징계절차를 활용하거나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또는 학교폭력대책지역협의회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견해로 전종익・정상우, 앞의 논문, 218면~219면.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28 -

    Ⅴ. 결 론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대응체계,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선도를 위한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은 여러 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나 취지에 비하여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바, 동법이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제도적 틀로써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 헌법적 의미와 법적성격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정리하고 입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헌법상 국가의 청소년 보호의무와 기본권 보호의무를 이행하는 수단, 교육제도의 형성 및 운영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동법은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 내지 청소년의 문제, 초・중등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와 관련된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규율할 때 비로소 그 독자적인 존재의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에서는 무엇보다 사후적으로 강력한 대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사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에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어야 하며, 사후적 대책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념이 관철되어야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아직은 교육을 받는 과정에 있는 성장기 학생이 갖고 있는 미숙함과 폭넓은 변화의 가능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잠재적 능력 및 소양을 계발하고 정신을 성숙하게 활동이 단절되지 않도록 관계의 회복과 교육공동체로의 복귀가 강조되어야 한다. 이에 학교폭력예방법도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학교폭력의 사전적 예방 및 교육적 관점에서의 조정과 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이러한 측면이 부각될 수 있는 해석과 적용, 개선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우선,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정규교과의 교육과정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핵심적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그 가치가 내면화되고 생활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인권교육 내지 법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형법 등 다른 법률과의 적용관계를 설정하는 경우에는 형법 등의 적용을 전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와 실효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29 -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에 학교폭력예방법의 우선적 관할을 인정하여 이에 따른 절차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도록 하되, 이후의 사법절차에서는 동법에 따른 조치와 분쟁조정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참작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가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학교폭력 대응체계에서는 각 학교에 설치되는 자치위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학교폭력 대책기구에 의한 사후적 처리는 공정성과 전문성, 준사법적 권위와 그에 따른 실효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집중하도록 하고,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결정 절차는 시・군・구 지역단위에 설치되는 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30 -

    참 고 문 헌

    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15.조병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정비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2006.한수웅, 헌법학, 법문사, 2015.

    강지명, 학교폭력 대응정책에서 소년사법의 역할에 관한 연구, 성균관법학, 제26권 제

    3호, 2014.권오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적용과 문제점, 법학논고, 제43집,

    2013.김난주,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연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동의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김선택, 아동・청소년보호의 헌법적 기초 –미성년 아동・청소년의 헌법적 지위와 부

    모의 양육권-, 헌법논총, 제8집, 1997.김성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의 문제점과 개정방안, 교육

    법학연구, 제20권 제2호, 2008.김영천・김정현, 현행 학교폭력 관련법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법교육연구, 제7권

    제2호, 2012.김종구・박지현, 또래괴롭힘(bullying)의 개념과 법적규율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관련하여-, 일감법학, 제27권 2014.김종철, 미국법상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법학연구, 제13권 제3호,

    2003.김현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선방안 -시론적 고찰-, 법교육연구,

    제5권 제1호, 2010.김형섭,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법제 연구 -경찰의 대응방안과 헌법정책을 중심으로-,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김혜경, 학교폭력에 대한 형사법적 접근의 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의 조정법적 성격을 중심으로-, 형사정책연구, 제96권, 2013.문영희,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가해학생 조치에 관한 비판적 검토, 법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31 -

    과정책연구, 제14권 제4호, 2014.문영희・강동욱,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적용범위 및 피해자보호제

    도에 관한 비판적 검토와 그 개선방안, 법과정책, 제21권 제1호, 2015.박윤기,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동아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8.박찬걸, 학교폭력대책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 소년보호연구, 제15호, 2010.박창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교육과정 법제화 방안 탐색, 열린교육연구, 제22권 제4

    호, 2014.오경식,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분석과 개선방안, 소년보호연구, 제12호,

    2009.이상윤, 집단따돌림현상의 헌법적 개념정의와 입법론적 과제, 공법학연구, 제9권 제2

    호, 2008.이승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개정내용 및 개선방안, 형사정책연

    구, 통권 제90호, 2012.이종근, 학교폭력의 원인과 대응방안 연구 -법제적 대응방안을 중심으로-, 동아법학,

    제61호, 2013.이진국,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체계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입법정책,

    제1권 제1호, 2007.전종익・정상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선 방안 연구 -교육과 예방

    및 회복 기능을 중심으로, 교육법학연구, 제25권 제1호, 2013.정한중,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경희법학, 제44권

    제1호, 2009.정현미,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법제의 개선방안, 소년보호연구, 제20호, 2012.조진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아주법학, 제6권 제

    2호, 2012.

    주 제 어학교폭력, 학교폭력예방,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청소년, 헌법, 교육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32 -

    The Problems and Improvement of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71)

    Hong, Seok-Han*

    To take professional and systematic measures against School Violence, IN 2004 the「ACT ON THE PREVENTION OF AND COUNTERMEASURES AGAINST VIOLENCE IN SCHOOLS」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was enacted. Although this Act has been revised many times in the last decade, it still has lots of problems that must be solved. So this study points out the problems of the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and proposes improvement measures especially in the violence prevention education, relationships with other Acts, and response system Based on the Constitutional Meaning and Legal Nature of the Act. From a Constitutional standpoint,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can be regarded as means to perform the duty of State to protect the Youth and guarantee the Fundamental Rights, and to exercise the power to institute and manage the Educational systems. Therefore, It should consider the special characteristics of adolescents and school education’s purpose. In this regard School Violence Prevention should be the first goal of the Act and place mediation and restoration above disciplinary action. In conclusion, there are three main factors to be improved in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First, more specific requirements about violence prevention education should be set down to achieve substantial results of education. Next,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first be applied to other Acts like the 「Criminal Act」, and the measures took on the former should be a factor in judicial procedures according to the latter. Lastly, it is

    * Professor of Law, Mokpo National University.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홍석한

    - 33 -

    reasonable that the 'autonomous committee for countermeasures against school violence’ established in each school(Article 12) should focus on the prevention of school violence and the 'Regional Coordination Committees for Countermeasures against School Violence' established in each Si/Gun/ Gu(Article 10-2) handles school violence cases.

    Key WordsSchool Violence, School Violence Prevention, Act on the Prevention of and Countermeasures against Violence in Schools, juvenile, Constitution, Education.

  • 「예술인 복지법」상 사회보장 규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조형찬

    - 35 -

    논문 제출일 : 2016. 02. 23.논문 심사일 : 2016. 03. 15.논문 확정일 : 2016. 03. 24.논문 수정일 : 2016. 03. 25.

    「예술인 복지법」상 사회보장 규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Critical review of social security rules of the 「Artists’

    Welfare Act」 72)

    조 형 찬*

    Jo, Hyoung-Chan

    《 목 차 》Ⅰ. 시작하며Ⅱ. 「예술인 복지법」의 개선 필요성 : 대중예술분야와의 비교Ⅲ. 「예술인 복지법」상 문제되는 쟁점과 개선 방안의 검토Ⅳ. 마무리하며

    Ⅰ. 시작하며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달라.”는 쪽지를 현관에 붙여두

    고 아사(餓死)로 세상을 떠난 어느 한 영화감독 겸 작가가 있었다.1) 이 작가의 죽음을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석사과정.

    1) 황성운, “'배고픈 영화인' 최고은 감독, 생활고 끝에 요절”, 노컷뉴스 2011년 2월 8일자, (최종검색 : 2016. 3. 25.).

  • 圓光法學 第32卷 第1號

    - 36 -

    계기로 각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의해 이른바 ‘예술인 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반향(反響)으로 2011년 11월 일명 ‘최고은 법’으로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예술인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고 관계 법령 간의 마찰 등을 이유로 제정 과정에서 해당 법률의 역할이 매우 축소되었다.2) 심지어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된 이후인 2015년 한 해에만 배우 故 판영진 씨의 자살과 연극배우 故 김운하 씨의 지병으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