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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구소 탐방 2018년 9월 17일 월요일 1565호 아파트 단지, 과자 포장지, 텔레비전 속 광 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색채를 연구하는 이화 속 연구소가 있다. 국제교육관 13층에 자리한 ‘색채디자인 연구소’다. 1997년 설립된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국 내 최초의 대학 소속 색채 전문 연구기관이 다. 설립 당시 제품 제작 후 색채 관련 마감 공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기술지원 을 위한 산업자원부의 정책지원으로 본교 에 전문 연구소가 세워졌다. 연구소를 토대 로 지난 2007년에는 일반대학원에 색채디 자인 전공이 개설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현 재 연구소장과 운영위원, 연구위원, 특별위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의 단단한 설립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한 이화 색채디자인 연구소를 14일 찾았다. 연구소 앞에는 ‘EWHA COLORDESIGN RESEARCH INSTITUTE’라고 쓰인 진분 홍색 아크릴 벽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틀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색채 및 조명 실 험실, 색채관리 및 측색실, 색채디자인 연구 소 회의실 등의 여러 연구실 및 공간이 있었 다. 이곳의 연구는 크게 색채과학 분야와 색 채디자인 분야로 나뉜다. 영상색채 및 조명 실험실 앞에는 색채과학 관련 서적이, 색채디 자인 연구소 회의실 내부에는 색채디자인 관 련 서적이 다수 꽂혀 있었다. 이 책들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이곳 색채디자인 연구소에서는 환경색채 계획, 제품색채계획, 영상색채계획, 그리고 기타 색채 표준화 작업이나 트렌드 분석과 같은 연구를 진행한다. 환경색채계획은 연 구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 다. 아파트 단지 색채계획, 고속도로 색채계 획, 원자력 발전소 색채계획과 같이 환경 속 사물들의 색채를 보다 자연 친화적으로 간 결하고 아름답게 조성하는 일이다. 제품색채계획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마주 하는 제품들의 색을 정하는 작업이다. 작게 는 과자 포장지부터 캠핑용품, LPG 가스통 까지 제품에 어울리는 색을 연구하고 때에 따라서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색채 계획을 세운다. 제품색채계획은 환경색채계획과 함 께 색채디자인 분야에 속한다. 더욱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색채 과학 분야의 영상색채계획은 영상 의료기 기의 진단용 화면, 방송 화면, 내비게이션 화 면 등의 영상 색채를 연구한다. 똑같은 화면 이어도 촬영한 그대로의 영상을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는 색 선정과 보정 과 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영상색채 계획에 서는 드라마, 광고 영상, 뉴스 보도 등 장르 별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어울리는 색을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듯 크게 보면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색채과학과 색채 디자인으로 나뉘지만, 이 들이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은 “연구개발 과정에 서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 디자인적인 결 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색채과학과 색채디자인의 상호작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역사도 규모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색채 연구소인 만큼 그간의 실적도 다양하다. 환 경 색채 분야에서는 여러 건설사의 아파트 색채 5개년 매뉴얼을 개발해 왔고, 2012년에 는 여수 세계엑스포의 색채 자문을 맡았다. 2013년에는 전국 9개 혁신도시의 색채디자 인계획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국립어린 이 과학관 색채 가이드라인 제공, 상암 방송 사 색채 계획 등에도 참여했다. 최 소장에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 업 중 하나를 소개해달라고 하니 망설임 없 이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을 꼽았 다. 이는 국내 초등학교, 중학교 중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을 색채 전문가의 손길 을 거쳐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육 청 주도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 는 이 사업에서 최 소장은 총괄 자문을 맡고 있다. 최 소장은 “고운 색 입히기 사업 후 어 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학교가 너무 예뻐서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 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본교 색채디자인 연구소 자체로 진행하 는 교육 사업도 있다. ‘색채디자인전문가 인 증 교육’은 15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교육 과 정이다. 수강생 신분에 제한은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 디자인이나 기술 분야의 색채 교 육을 원하는 실무진들이 주를 이룬다. 또 다 른 교육과정인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은 대 기명단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궁중회 화나 민화와 같은 우리 전통 채색화에 대한 관심으로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이 교육 과정은 주로 일반인 참여자들이 많다.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에 대해 최 소장은 “이 교육은 어떻게 보면 연구소를 통해 나 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며 “현대는 기술경쟁력으로 승부하던 것을 지나 문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다. 전 통 색은 좀 더 한국적인, 문화적 독특함을 덧입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므로 전통 색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 조했다. 인터뷰 말미 최 소장은 “색채가 쓰이지 않 는 곳은 없기 때문에 색채와 무관한 영역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실제로 색채디자인 대학원에는 문 이과를 넘나드는 전공생이 있고, 학부 지식에 색채 전문성을 덧입히면 새로운 분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해야 할 일과 하 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하는 연구소라는 게 저 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샘플로 제작된 학위복이 마네킹에 걸려있 고 색색의 천 조각과 착의 사진이 곳곳에 놓 여있다. 내부 연구원들은 갖가지 옷들을 정리하 고, 디자인에 대해 회의하며 다음 시즌에 내 놓을 의상을 검토한다. 패션 전문연구인력 이 날마다 치열하게 옷감, 색채, 패턴을 고민 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내보내는 곳, 바로 조 예대 A동 117호에 위치한 패션디자인 연구 소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설립된 본교 패션 디자인 연구소는 미술 기반의 패션디자인 전공 교육을 모태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디 자인연구기관이다. 2001년 설립 이래 활발 한 패션디자인 연구를 해왔으며 이 외에도 디자인 용역, 교육 과정 운영 등 다양한 활 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연구소가 작죠? 그래도 이곳 에서 다른 연구소 그 이상의 일들이 진행 됩니다.”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은 웃으며 연 구소 내부를 소개했다. 현재 연구소는 연구 소장 1명, 본교 석박사 출신 연구원 5명, 총 6명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수업 과 연구를 병행하며 연구소 일정을 소화하 고 있다. 비록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연구 소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 특화된 전 문 인력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선임 연구원들이 현재 디자이너로서 본인 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아 가고 있다. 패션 브랜드 ‘랭앤루’의 변혜정 대표, ‘프 로젝트 307’의 권서린박혜수 공동대표, ‘Jcompany’의 허진영 대표 등 유수의 디자 이너들이 이곳 연구소를 거쳤다. “패션디자인 연구소 활동을 통해 실력 을 쌓고 개인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들이 참 많아요. 연구소에서 교내 브랜드 이필 (E;FEEL)을 같이 운영하며 얻게 된 실무 경험이 다른 학교 출신 디자이너들과 차별 되는 강점이 되곤 하죠.” 실제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내 패션 브랜드 이필의 상품을 개발하고 매장 을 운영하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인 이필은 ‘이화의 감성’이라는 뜻으로, 2005년 개시된 후 13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필의 브랜드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필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패션 브랜드 니까, 이화여자대학교라는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죠. 박 소장은 이필의 정체성이 ‘이화’이며, 이 필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이화라고 답했다. 2005년 이필이 런칭된 이 래로 13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본교 소속의 디자이너와 구매자의 애교심 덕이라는 것이다. 브랜드 운영 외에도 패션디자인 연구소 에서는 패션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이 바로 패션스타일리스트 리더쉽 인증교육 과정이다. 대한민국 1호 스타일리스트이자 본교 졸업생인 조인실(장식미술87년졸)씨 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과정은 전문패 션스타일리스트에게 필요한 기능과 소양개 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하 게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여러 연 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신규 학위복 개발 프로젝트 연구에 가장 많은 신 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1886년 이화학당 창립 이후 제 1회 졸업 식에서 처음 착용했던 학위복을 현재까지도 차용하고 있었어요. 지난 130년 동안 이화 에서 졸업했던 학생들은 모두 같은 학위복 을 입은 거죠. 때문에 총무처에서 신규 학위 복 개발을 기획했는데 기왕 디자인할 거 외 주를 맡기기보다 본교 학생들이 참여해있는 교내 연구소에 맡기면 어떨까하고 결정하게 된 겁니다. 이후 진행된 신규 학위복 개발에는 실제 본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재학생 이 참여해 최종 샘플까지 제작하게 됐다. 이 들이 학위복 디자인개발을 하면서 가장 중 요시하게 여겼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학생 들의 의견’과 ‘이화 정체성’이다. 연구소는 다른 학교처럼 이미 결정된 디 자인의 학위복이 아닌, 졸업식의 주인공이 될 학생이 직접 원하는 학위복을 결정해 입 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렇기에 지난 5월에는 신규 학위복 개발을 위한 선호도 리서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학위복에는 이화의 상징인 짙은 녹색과 교표를 사용함으로써 상징성을 부 각했다. 연구소를 나서기 전, 박 소장는 패션디자 인 연구소에서 구상 및 판매해 큰 호응을 얻 고 있다는 디자인 샘플 몇 개를 보여줬다. 양 면의 색이 다른 조끼, 카라 부분만 남아있는 와이셔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디자인들 은 매장 구매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환경 을 생각해 불필요한 원단을 줄이기 위해 구 상됐다. 이처럼 패션디자인 연구소는 앞으 로 사회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집 중할 예정이다. “패션이라고 하면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게 먼저 떠오르잖아요. 저희 연구소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말 필요한 소비,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한채영기자 [email protected]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색채디자인 연구소, 일상에 색을 입히다 연구소 탐방 ①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 패션디자인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제작한 의류와 사용한 바느질실들 선모은 기자 monsikk@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설립된 1997년부터 연구위원으로 함께한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 제품의 색을 선정하거나 보정할 때 사용하는 LED 조명기구 우아현 기자 [email protected]

연구소 탐방 ①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 Ewhapdfi.ewha.ac.kr/1565/156505.pdf · 2018-09-18 · 브랜드 운영 외에도 패션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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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연구소 탐방 ①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 Ewhapdfi.ewha.ac.kr/1565/156505.pdf · 2018-09-18 · 브랜드 운영 외에도 패션디자인 연구소

5연구소 탐방2018년 9월 17일 월요일 1565호

아파트 단지, 과자 포장지, 텔레비전 속 광

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색채를 연구하는

이화 속 연구소가 있다. 국제교육관 13층에

자리한 ‘색채디자인 연구소’다.

1997년 설립된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국

내 최초의 대학 소속 색채 전문 연구기관이

다. 설립 당시 제품 제작 후 색채 관련 마감

공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기술지원

을 위한 산업자원부의 정책지원으로 본교

에 전문 연구소가 세워졌다. 연구소를 토대

로 지난 2007년에는 일반대학원에 색채디

자인 전공이 개설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현

재 연구소장과 운영위원, 연구위원, 특별위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의 단단한 설립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한

이화 색채디자인 연구소를 14일 찾았다.

연구소 앞에는 ‘EWHA COLORDESIGN

RESEARCH INSTITUTE’라고 쓰인 진분

홍색 아크릴 벽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틀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색채 및 조명 실

험실, 색채관리 및 측색실, 색채디자인 연구

소 회의실 등의 여러 연구실 및 공간이 있었

다. 이곳의 연구는 크게 색채과학 분야와 색

채디자인 분야로 나뉜다. 영상색채 및 조명

실험실 앞에는 색채과학 관련 서적이, 색채디

자인 연구소 회의실 내부에는 색채디자인 관

련 서적이 다수 꽂혀 있었다. 이 책들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이곳 색채디자인 연구소에서는 환경색채

계획, 제품색채계획, 영상색채계획, 그리고

기타 색채 표준화 작업이나 트렌드 분석과

같은 연구를 진행한다. 환경색채계획은 연

구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

다. 아파트 단지 색채계획, 고속도로 색채계

획, 원자력 발전소 색채계획과 같이 환경 속

사물들의 색채를 보다 자연 친화적으로 간

결하고 아름답게 조성하는 일이다.

제품색채계획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마주

하는 제품들의 색을 정하는 작업이다. 작게

는 과자 포장지부터 캠핑용품, LPG 가스통

까지 제품에 어울리는 색을 연구하고 때에

따라서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색채 계획을

세운다. 제품색채계획은 환경색채계획과 함

께 색채디자인 분야에 속한다.

더욱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색채

과학 분야의 영상색채계획은 영상 의료기

기의 진단용 화면, 방송 화면, 내비게이션 화

면 등의 영상 색채를 연구한다. 똑같은 화면

이어도 촬영한 그대로의 영상을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는 색 선정과 보정 과

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영상색채 계획에

서는 드라마, 광고 영상, 뉴스 보도 등 장르

별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어울리는 색을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듯 크게 보면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색채과학과 색채 디자인으로 나뉘지만, 이

들이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은 “연구개발 과정에

서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 디자인적인 결

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색채과학과

색채디자인의 상호작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역사도 규모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색채

연구소인 만큼 그간의 실적도 다양하다. 환

경 색채 분야에서는 여러 건설사의 아파트

색채 5개년 매뉴얼을 개발해 왔고, 2012년에

는 여수 세계엑스포의 색채 자문을 맡았다.

2013년에는 전국 9개 혁신도시의 색채디자

인계획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국립어린

이 과학관 색채 가이드라인 제공, 상암 방송

사 색채 계획 등에도 참여했다.

최 소장에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

업 중 하나를 소개해달라고 하니 망설임 없

이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을 꼽았

다. 이는 국내 초등학교, 중학교 중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을 색채 전문가의 손길

을 거쳐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육

청 주도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

는 이 사업에서 최 소장은 총괄 자문을 맡고

있다. 최 소장은 “고운 색 입히기 사업 후 어

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학교가 너무

예뻐서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

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본교 색채디자인 연구소 자체로 진행하

는 교육 사업도 있다. ‘색채디자인전문가 인

증 교육’은 15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교육 과

정이다. 수강생 신분에 제한은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 디자인이나 기술 분야의 색채 교

육을 원하는 실무진들이 주를 이룬다. 또 다

른 교육과정인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은 대

기명단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궁중회

화나 민화와 같은 우리 전통 채색화에 대한

관심으로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이 교육

과정은 주로 일반인 참여자들이 많다.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에 대해 최 소장은

“이 교육은 어떻게 보면 연구소를 통해 나

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며 “현대는 기술경쟁력으로 승부하던 것을

지나 문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다. 전

통 색은 좀 더 한국적인, 문화적 독특함을

덧입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므로 전통 색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

조했다.

인터뷰 말미 최 소장은 “색채가 쓰이지 않

는 곳은 없기 때문에 색채와 무관한 영역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실제로 색채디자인

대학원에는 문 이과를 넘나드는 전공생이

있고, 학부 지식에 색채 전문성을 덧입히면

새로운 분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해야 할 일과 하

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하는 연구소라는 게 저

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샘플로 제작된 학위복이 마네킹에 걸려있

고 색색의 천 조각과 착의 사진이 곳곳에 놓

여있다.

내부 연구원들은 갖가지 옷들을 정리하

고, 디자인에 대해 회의하며 다음 시즌에 내

놓을 의상을 검토한다. 패션 전문연구인력

이 날마다 치열하게 옷감, 색채, 패턴을 고민

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내보내는 곳, 바로 조

예대 A동 117호에 위치한 패션디자인 연구

소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설립된 본교 패션

디자인 연구소는 미술 기반의 패션디자인

전공 교육을 모태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디

자인연구기관이다. 2001년 설립 이래 활발

한 패션디자인 연구를 해왔으며 이 외에도

디자인 용역, 교육 과정 운영 등 다양한 활

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연구소가 작죠? 그래도 이곳

에서 다른 연구소 그 이상의 일들이 진행

됩니다.”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은 웃으며 연

구소 내부를 소개했다. 현재 연구소는 연구

소장 1명, 본교 석박사 출신 연구원 5명, 총

6명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수업

과 연구를 병행하며 연구소 일정을 소화하

고 있다. 비록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연구

소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 특화된 전

문 인력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선임 연구원들이 현재 디자이너로서 본인

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아

가고 있다.

패션 브랜드 ‘랭앤루’의 변혜정 대표, ‘프

로젝트 307’의 권서린박혜수 공동대표,

‘Jcompany’의 허진영 대표 등 유수의 디자

이너들이 이곳 연구소를 거쳤다.

“패션디자인 연구소 활동을 통해 실력

을 쌓고 개인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들이

참 많아요. 연구소에서 교내 브랜드 이필

(E;FEEL)을 같이 운영하며 얻게 된 실무

경험이 다른 학교 출신 디자이너들과 차별

되는 강점이 되곤 하죠.”

실제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내

패션 브랜드 이필의 상품을 개발하고 매장

을 운영하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인 이필은

‘이화의 감성’이라는 뜻으로, 2005년 개시된

후 13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필의 브랜드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필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패션 브랜드

니까, 이화여자대학교라는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죠.

박 소장은 이필의 정체성이 ‘이화’이며, 이

필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이화라고 답했다. 2005년 이필이 런칭된 이

래로 13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본교 소속의 디자이너와 구매자의 애교심

덕이라는 것이다.

브랜드 운영 외에도 패션디자인 연구소

에서는 패션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이 바로 패션스타일리스트 리더쉽 인증교육

과정이다. 대한민국 1호 스타일리스트이자

본교 졸업생인 조인실(장식미술87년졸)씨

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과정은 전문패

션스타일리스트에게 필요한 기능과 소양개

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하

게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여러 연

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신규

학위복 개발 프로젝트 연구에 가장 많은 신

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1886년 이화학당 창립 이후 제 1회 졸업

식에서 처음 착용했던 학위복을 현재까지도

차용하고 있었어요. 지난 130년 동안 이화

에서 졸업했던 학생들은 모두 같은 학위복

을 입은 거죠. 때문에 총무처에서 신규 학위

복 개발을 기획했는데 기왕 디자인할 거 외

주를 맡기기보다 본교 학생들이 참여해있는

교내 연구소에 맡기면 어떨까하고 결정하게

된 겁니다.

이후 진행된 신규 학위복 개발에는 실제

본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재학생

이 참여해 최종 샘플까지 제작하게 됐다. 이

들이 학위복 디자인개발을 하면서 가장 중

요시하게 여겼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학생

들의 의견’과 ‘이화 정체성’이다.

연구소는 다른 학교처럼 이미 결정된 디

자인의 학위복이 아닌, 졸업식의 주인공이

될 학생이 직접 원하는 학위복을 결정해 입

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렇기에 지난 5월에는 신규 학위복 개발을

위한 선호도 리서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학위복에는 이화의 상징인 짙은

녹색과 교표를 사용함으로써 상징성을 부

각했다.

연구소를 나서기 전, 박 소장는 패션디자

인 연구소에서 구상 및 판매해 큰 호응을 얻

고 있다는 디자인 샘플 몇 개를 보여줬다. 양

면의 색이 다른 조끼, 카라 부분만 남아있는

와이셔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디자인들

은 매장 구매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환경

을 생각해 불필요한 원단을 줄이기 위해 구

상됐다. 이처럼 패션디자인 연구소는 앞으

로 사회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집

중할 예정이다.

“패션이라고 하면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게 먼저 떠오르잖아요. 저희 연구소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말 필요한 소비,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한채영기자 [email protected]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색채디자인 연구소, 일상에 색을 입히다

연구소 탐방 ①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

패션디자인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제작한 의류와 사용한 바느질실들 선모은 기자 monsikk@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설립된 1997년부터 연구위원으로 함께한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

제품의 색을 선정하거나 보정할 때 사용하는 LED 조명기구 우아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