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미래의 도서관은 책을 함께 읽고, 글을 써보고, 쓴 글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많은 이들이 종이책의 종말을 떠들어댔지만 새로 거듭난 책들을 찾는 독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도서관 또한 그런 책들을 잘 선택해서 보유하면서 이용자들이 맘껏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그게 도서관이 아마존의 ‘한 권의 책’이나 ‘구글 프린트’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미래 도서관의 의미와 역할에 관한 7가지 질문 도서관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에서 ‘기록공동체’를 만들기 바란다. 그 순간마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위대한 아카이브로 꽃피지 않을까. 도서관과 책의 궁합에는 필적할 수 없더라도 도서관과 아카이브는 동무되어 함께 가는 운명 찾아 잘 살 것 같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상상력과 자유, 끝 없이 묻는 주체적 자아,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계와 소통하는 인식의 전환, 그것이 우리의 살 길이다. 인문학 우리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리고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민주적인 공 동체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 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대한 목적의 수행이 바로 ‘도서관-책-인문학강좌’를 관통하는 가치와 정신이어야 할 것이다. 큐레이션과 도서관 출판과 도서관 등 지식 생태계에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명심해야할 점이 있다. 독자(이용자)들의 정보 소비 방식이 ‘많은 정보’에서 ‘원하는 정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도서관총서 20 독서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독서공동체는 독서습관을 길들여 창조적 개인을 일으키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찰로 시민사회를 유지해 주는 기초 조직이기도 하다. 독서공동체는 책 읽는 개인, 함께 읽는 친구, 좋은 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거멀못이다. 독서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은, 독서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견고한 진지를 마련하는 것인 동시에 독서를 확산하기 위한 사회적 향낭을 비치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서관이라는 건물과 사서라는 사람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더욱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O2O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서는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진짜 사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서의 주임무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도서관 이용자들의 수준과 성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토론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지식을 향유하고 생산하도록 조직하는 일을 사서가 맡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만드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 도서관의 예산은 사람, 즉 사서를 고용하는 데 쓰여야 하고, 사서는 단순히 책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혁신의 촉진자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메이커운동의 사회 통합적 효과도 크다. 더 나은 기술과 제품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면서, 시민들은 다양한 인간관계와 공감능력, 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다른 메이커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집단지성의 힘을 체험하기도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문턱 없이 누리도록 협력하고 참여하는 모임이 만들어진다. 메이커운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역량을 키우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김경집·김은하·류영호·이영남·이정모·장은수·한기호 AR CH IVE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memory.library.kr · 디지털 정보자원과 전자책 31 디지털 도서관, 이용 환경의 변화 33 큐레이션의 개념과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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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미래의 도서관은 책을 함께 읽고, 글을 써보고, 쓴 글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많은 이들이 종이책의 종말을 떠들어댔지만새로 거듭난 책들을 찾는 독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도서관 또한 그런 책들을 잘 선택해서 보유하면서 이용자들이 맘껏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그게 도서관이 아마존의 ‘한 권의 책’이나 ‘구글 프린트’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미래 도서관의 의미와 역할에 관한7가지 질문

도서관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에서 ‘기록공동체’를 만들기 바란다. 그 순간마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위대한 아카이브로 꽃피지 않을까. 도서관과 책의 궁합에는 필적할 수 없더라도 도서관과 아카이브는 동무되어 함께 가는 운명 찾아 잘 살 것 같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상상력과 자유, 끝없이 묻는 주체적 자아,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계와 소통하는 인식의 전환,

그것이 우리의 살 길이다. 인문학 우리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리고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민주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대한 목적의 수행이 바로 ‘도서관-책-인문학강좌’를 관통하는 가치와 정신이어야 할 것이다.

큐레이션과 도서관│출판과 도서관 등 지식 생태계에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명심해야할 점이 있다. 독자(이용자)들의 정보 소비 방식이 ‘많은 정보’에서 ‘원하는 정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도서관총서 20

독서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독서공동체는 독서습관을 길들여 창조적 개인을 일으키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찰로시민사회를 유지해 주는 기초 조직이기도 하다. 독서공동체는 책 읽는 개인, 함께 읽는 친구, 좋은 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거멀못이다. 독서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은, 독서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견고한 진지를 마련하는 것인 동시에 독서를 확산하기 위한 사회적 향낭을 비치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서관이라는 건물과 사서라는 사람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더욱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O2O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서는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진짜 사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서의 주임무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도서관 이용자들의 수준과

성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토론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지식을 향유하고 생산하도록 조직하는 일을 사서가 맡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만드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 도서관의 예산은 사람, 즉 사서를 고용하는 데 쓰여야 하고,

사서는 단순히 책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혁신의 촉진자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메이커운동의 사회 통합적 효과도 크다. 더 나은 기술과 제품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면서, 시민들은 다양한 인간관계와 공감능력, 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다른 메이커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집단지성의 힘을 체험하기도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문턱 없이 누리도록 협력하고 참여하는 모임이 만들어진다. 메이커운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역량을 키우고, 사회적 통합을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김경집·김은하·류영호·이영남·이정모·장은수·한기호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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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도서관총서 20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김경집 김은하 류영호 이영남 이정모 장은수 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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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4 ――――

2008년 처음으로 경기도 도서관총서 제1권 “모든 도서관은 특별하다”를 세상에

선보인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는 도서관현장의 균형 있는 발

전을 도모하고 체계적인 운영 지원을 위해 매년 두 권씩 도서관총서를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 10년 전 총서 발간 사업을 처음 기획하면서 정한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서관 현장을 위한 총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문헌정보학 분

야에서 출간된 도서가 대부분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측면에 중심을 두다 보니 도서

관 현장 업무에 그대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새로운 업무

를 맡더라도 해당 주제를 다른 총서에 있는 내용을 참고하여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

록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자

하였습니다. 다소 거칠더라도 도서관 현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지면

을 통해 동료, 선·후배 사서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총서

가 업무상 시행착오를 줄이고 도서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도움

이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간 도서관계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다행히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총서를 발간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기도 도서관총서 제20권은 총서 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 기획으로 이

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도서관을 둘러싸고 최근 이슈가 되는

여는 글

우리가 꿈꾸는 도서관, 그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는 작은 기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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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5

주제, 고민해 봐야할 주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도서관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

가, 앞으로 사서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를 모색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보다 객

관적인 시각으로 도서관을 바라보기 위해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의

견을 듣고, 함께 논의한 결과를 정리하여 총서에 담았습니다.

1부에서는 도서관을 둘러싼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집필한

원고를 수록 하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 큐레이션, 메이커운동, 아카이브, 인문학, 독

서행태, 출판생태계 등 도서관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살펴보아야 할 일곱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인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온 인공지

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최신 기술들이 앞으로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 시킬 것인가를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특징,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

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사서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사회 혁신의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 속에서 도서관의 정보 자원을 이용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큐레이션”을 두 번째 주제로 정하였습

니다. 집필을 맡은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류영호 차장님은 도서관이 큐레이션을

활용하여 발전적인 지식문화 정보의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해 큐레이션 데이터 수

집과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의 변화, 차별화된 물리적 공간 구성의 변화와 새로운

방식의 큐레이션 시도, 책의 발견성을 높일 수 있는 북테크 활용을 제안하였습니다.

세 번째 주제는 “아카이브”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도서관과 아카이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한신대학교 이영남 교수님이 공공기관 아카이브와 또 다

른 차원에서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기록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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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6 ――――

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록공간인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의 가능성을 말씀해 주고 계십

니다.

네 번째 주제인 “메이커운동”에 대해서는 책과교육연구소 대표로 계시면서 독서교

육 확산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김은하 선생님이 집필을 맡아주셨습니다. 여

러 나라를 돌며 직접 보고 느낀 바를 바탕으로 ‘도서관과 선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기계와 도구들’로 가득한 공간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도서관’에 만들어지는 이유

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자 김경집 선생님은 지난 몇 년 사이에 도서관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

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한 ‘인문학 열풍’에 대해 출현 배경을 설명하고 도서관에서

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물음과 고민을 바탕

으로 단순히 ‘길 위의’ 인문학이 아니라 ‘길로 나서는’, ‘길에서 외치는’ 인문학이 되

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단체장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구

체적인 실천 방법도 본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님은 여섯 번째 주제인 ‘독서행태의 변화’가 도

서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집필해 주셨습니다. 전 세계 책을 한 장소에 모은 거

대한 도서관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글 프린트’ 프로젝트와 인류가 생산한 모든 책을

연결해 하나의 책을 만들고자 하는 아마존의 ‘한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

안으로 도서관을 뽑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써보

고, 쓴 글을 읽고 토론하는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주제는 ‘출판 생태계의 위기’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모바

일 혁명의 가속화’ 속에서 사회 전반의 독서율은 하락하고 있고 출판 시장 또한 꾸준

히 위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님는 출판사와 도서관은 같

은 독자를 공유하는 공동운명체로서 독자의 지속적 창출을 위한 독서 습관 확산 노력

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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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7

2부는 집필에 참여한 각 분야별 외부 전문가들과 도서관 분야 전문가, 경기도사이

버도서관 직원들이 모여 나눈 대담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대담은 앞서 1부에서 다룬

일곱 개의 주제를 “사회 변화와 도서관”과 “기술 변화와 도서관”으로 나누어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대담에는 도서관 분야 전문가로 한국도서관협회 이용

훈 총장님과 파주중앙도서관 윤명희 관장님, 고양시 아람누리도서관 사서 이선화 선

생님이, 두 번째 대담에는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님과 평택시립도서관 유현미

팀장님, 한성대학교 박지영 교수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두 번의 대담 모두 참가자들

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열띤 토론이 이

어졌으나 지면의 특성상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데 대해 매우 안

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번 총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깨달은 점은 세상이 변하더라도 도서

관이 여전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장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곳도 도서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외

부의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당장

눈앞에 마주한 일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한 도서관 환경 속에서 도서관 미래 담론이 과

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가능

성을 믿고 함께 한걸음씩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우리가 꿈꾸는 도서관이 눈앞에 다가

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번 총서가 그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는 작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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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차례

여는 글 04

4차라고? 13

배달 로봇 드론 15

1인 1드론 시대 16

전자인간과 로봇세 19

로봇에게 세금을 매긴다 20

딥블루에서 왓슨으로 22

쉬지 않고 학습하는 기계 24

4차 산업혁명의 핵심 : O2O 26

디지털 정보자원과 전자책 31

디지털 도서관, 이용 환경의 변화 33

큐레이션의 개념과 필요성 35

큐레이션, 도서관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제언 40

좋은 아카이브 49

삼위일체형 아카이브 60

진화하는 아카이브 63

아카이브 패러다임 65

기록활동가 67

기록공간 73

위대한 아카이브 78

메이커운동은 어떤 운동인가? 83

메이커운동의 영향과 효과는 무엇일까? 85

왜 도서관에 메이커공간이 들어서나? 86

현재 우리의 도서관에 있는 메이커공간은? 90

우리의 도서관과 사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93

c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이정모

1부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c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류영호

c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이영남

c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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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도서관의 의미와 역할에 관한 7가지 질문

ARCHIVE

capter 7

독서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장은수

c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김경집

c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한기호

시간, 공간, 사람: 도대체 인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 99

도서관 인문학 열풍의 시작, ‘길 위의 인문학’ 102

섹시하게 연대를 이끌어내는 도서관 106

미래의제를 인도하는 도서관과 인문학 111

구글과 아마존의 거대한 전자 도서관 118

디지털 시대에 다시 주목 받는 읽기와 쓰기 121

독서형태의 변화는 책의 변화를 가져온다 123

호모스마트쿠스를 유혹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127

변화하는 세상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도서관 129

출판과 도서관 135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150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177

닫는 글 201

찾아보기 204

2부 주제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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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는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진짜 사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책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혁신의

촉진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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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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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연세대학교 생화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 화학과에서 수학하였으나 박사는 아니다.

유학 중 『달력과 권력』(부키)를 썼으며 이후 『해리포터 사이언스』 등을 쓰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생 멸종 진화』(나무나무),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비룡소) 등의 책을 썼으며

『인간이력서』(을유문화사), 『매드사이언스북』(뿌리와이파리) 등의 독일어와 영어로 된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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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13

‘4차 산업혁명’이란 어마어마한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과학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아니 2차, 3차 산업혁명이 언제 있었다고 갑자기 4차 산업

혁명이야?”라는 배배 꼬인 힐난과 “아! 드디어 인공지능, 드론, 3D 프린팅, 자

율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하는구나. 이런 시대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감탄 섞인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도서관을 책임지고 있는 사서의 입장은 조

금 다를 것 같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두려움을 표하는 사람이 있

는가 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도 지식의 보고는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

는 자신만만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힐난이나 두려움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

감으로 새 세상을 맞이할 수는 없는 법.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을 따져보자.

4차라고?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18세

기, 영국, 증기기관이 바로 그것이다.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반에 이르는 100년 동안 소비재와 경공업 분야에서 생산력을 크게 증가시켰

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현대인이

누리는 거의 모든 사회 제도가 산업혁명 시기에 생겨났다. 다윈의 진화론도 이

때 생겼다. 노동자가 등장했고 예외 없이 권위적인 독재정권을 탄생시켰다.

증기기관이 생산하는 막대한 에너지는 노동의 강도를 더욱 증가시켰지만 1

차 산업혁명을 통해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그 전 시대에 비해 풍족하

게 공급받았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설파한 위협과는 달리 인구가 증가하

힐난이나 두려움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새 세상을 맞이할 수는

없는 법.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을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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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14 ――――

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자의 생산이 증가하였다. 이것이 제1차 산업혁명

의 결과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혁명이다. 토머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 조지 웨스팅

하우스 같은 기술자들은 발전소와 전기를 이용하는 장치들을 발명했다. 영화,

라디오, 축음기가 발명되었고 전기 조명 장치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라디오, 축음기, 세탁기는 우리가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그 어떤

것보다 삶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1차 산업혁명이 생존에 필요한 물질의

공급을 늘렸다면 2차 산업혁명은 삶의 질을 바꾸었다.

세탁기가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여성 직업인의 50퍼센트가 가정부였다. 세

탁기가 대중화되면서 가정부라는 직업이 사라졌으며 가사노동에서 벗어난 여

성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남아선호 사상이 점차 줄어들었다. 1차 산업혁명

기에는 뉴스가 증기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데는 2~3주가 걸렸지만 2차 산

업혁명의 결과로 뉴스가 전선을 타고 이동하게 되자 그 시간은 20~30분으로

단축되었다. 1차 산업혁명이 생존물질을 공급했다면 2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

의 질을 높였다.

3차 산업혁명은 한 마디로 말하면 인터넷 혁명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나 읽고 있는 독자는 모두 성장기에 이 혁명을 몸으로 겪으면서 자랐다. 그것

이 미처 혁명인지도 모르고 지냈는데 지나고 보니 혁명이었다. 3차 혁명은 유

통에서 물성을 배제했다. 음악은 LP나 카세트테이프 또는 CD 같은 고체 대신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 정보로 유통된다.

지난 40년간 디지털 혁명은 금융자본주의, 탈산업화, 지구화와 결합되어 진

행되었다. 개인의 욕구는 가족, 직장과 노동조합, 지역 공동체 같은 사회적 관

계에 의존하지 않고 어디로든 실시간으로 전달되어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에 영향을 끼쳤다. 디지털 정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욕구와 가치를 창출했

지난 40년간 디지털 혁

명은 금융자본주의, 탈

산업화, 지구화와 결합

되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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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15

다. 이 와중에도 종이책은 살아 남았고 도서관은 더욱더 번창하고 있다.

1차 혁명에 증기기관, 2차 혁명에 세탁기, 3차 혁명에 인터넷이라는 대표 기

술이 있다면 4차 혁명에도 대표 기술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 없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자동차와 드론 같은 새로운 기술을 나열한

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체제를 우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배달 로봇

드론

나는 독일에서 공부했다. 독일 도서관은 내가 갔을 때 이미 대출

된 책이 있으면 나중에 집으로 배달해 준다. 약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나는

예약을 하고 나중에 책을 받으러 가지만 노인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서비스다.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것 같다. 이것

을 기계가 대신 해준다면 어떨까?

여름마다 고비사막에 공룡 화석 탐사를 간다. 사막과 공룡이라는 단어만 들

어도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3~4일만 지나면 다들 지쳐버린다. 공룡 탐사라고

하면 뭔가 근사한 일을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땅바닥을 보면서 걷는 거다.

땅에 박혀 있는 공룡 화석 조각이 자기 눈에 들어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햇

빛을 가릴 손바닥만 한 그늘도 없는 곳을 하염없이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아르헨티나 발굴팀은 땡볕 아래를 걸으며 땅바닥을 쳐다

보는 대신 막사에 앉아서 모니터를 주시했다. 탐사는 드론이 대신했다. 드론은

사막의 일정 구역을 바둑판처럼 나눈 후 지그재그로 날아다니면서 샅샅이 훑

었다. 모니터에는 무수히 많은 뼈들이 보였다. 그게 현생동물의 뼈인지 공룡

화석인지 구분하는 일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대신했다. 드론이 한번 훑고 지

1차 혁명에 증기기관, 2

차 혁명에 세탁기, 3차

혁명에 인터넷이라는

대표 기술이 있다면 4차

혁명에도 대표 기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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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16 ――――

나가면 화석 지도가 만들어진다. 탐사대는 이제 좌고우면 하지 않고 GPS를 이

용해서 공룡화석이 박혀 있는 현장으로 이동해서 화석을 캐내면 되었다.

드론은 비행 로봇이며 그의 주임무는 탐색과 배달이다. 드론이 단순한 장난

감이 아니라 인력과 시간을 절약하는 획기적인 장치가 되자 각국의 산업계와

정치계는 드론의 사용을 장려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

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공공 공사의 측량과 설계에 드론을 의무적

으로 활용하게 하는 법령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단 8년 후인 2025년까지 건설 현장의 생산성을 20퍼센

트 향상하는 것. 여기에 동원되는 핵심 수단이 드론이다. 최대 1개월 걸리는 현

장 측량을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특히 드론으로 수집한 모든 데이터는 가

공 과정 없이 즉시 컴퓨터를 통해 설계와 공사 계획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

점이다. 사물인터넷 개념이 장착된 건설장비가 있다면 인력의 개입을 최소화

한 자율 작업도 가능하다.

일본이 하필 건설 현장에 드론 활용을 강제하는 이유는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 공사 노동자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건설 현장 노동은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2025년이 되면 130만 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1인 1드론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가운데 유독 드론은 산업화 이전에

대중화되었다. 대중화의 결과는 새로운 쓸모의 발견이다. 처음에는 책과 의약

품 배달이나 농약 살포처럼 물리적인 이동 수단으로만 여겼던 드론의 쓸모가

드론이 한번 훑고 지나

가면 화석 지도가 만

들어진다. 탐사대는 이

제 좌고우면 하지 않고

GPS를 이용해서 공룡화

석이 박혀 있는 현장으

로 이동해서 화석을 캐

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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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17

이제는 정보 수집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수교의 강철선과 다리 밑면 상태를 점

검하는 일은 1년에 한 번 겨우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드론을 사용하면 매일 간

단히 처리할 수 있다. 숲에 있는 나무의 종류와 굵기 그리고 병충해 유무, 논과

밭 그리고 과수원의 농작물 생육 상태를 확인하는 일 역시 해가 떠 있는 시간

에는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

었던 일이다. 으슥한 골목을 밤에 홀로 걷는 여자는 머리 위에 드론을 띄워서

자기 주변을 확인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가족과 경찰에 연락할 수

있다.

드론 규제 법규 장벽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5킬로그램 이하의

드론은 허가 없이 비행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공항과 항공로만 아니면 자유롭

게 비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상업용 드론의 비행공간이 매우 협소하

다. 그 많은 법과 규정이 아니라 스마트 표준 기술을 개발하여 각각의 드론이

스스로 안전 문제를 책임지게 해야 한다.

드론에 관해서만큼은 중국이 최고 선진국이다. 중국은 가장 높은 수준의 드

론 기술을 자랑한다. DJI라는 중국 회사 하나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드론은 지표면이라는 평면에 갇혀 있던 우리의 사고를 3차원 공간으로 확장

시키는 역할을 한다. 드론은 도서관을 위협하지 않는다. 반대로 도서관에 직접

나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 봉사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종이책이 여전히 존재

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제 드론과 함께 살아야 한다. 지금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소유하듯이 조만간에 1인 1드론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도서

관은 꽤 많은 드론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고 사용자의 드론이 반납하는 책을 받

을 장치와 드론에게 책을 실어주는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있

어서 드론의 역할은 일시적일 뿐이다.

드론은 지표면이라는

평면에 갇혀 있던 우리

의 사고를 3차원 공간으

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드론은 도서관을

위협하지 않는다. 반대

로 도서관에 직접 나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 봉

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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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18 ――――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전자인간’

노동자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감독자 또는 관리자로 바뀔 것이다.

로봇에게 일할 양을 정해주고 재료를 건네며 로봇의 작업결과를 평가하고

로봇의 상태를 검사하고 전원을 켜고 끄는 역할만 하면 된다.

마치 자동차 운전자가 차를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리적인 이동 수단으로만 여겼던 드론

드론은 비행 로봇이며 그의 주임무는 탐색과 배달이었다.

그러나 드론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인력과 시간을 절약하는

획기적인 장치가 되자 각국의 산업계와 정치계는 드론의 사용을 장려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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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19

전자인간과

로봇세

“AI를 탑재한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한다. AI로봇은 인류에

기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 AI로봇의 일탈에 대비

해 시스템 작동을 강제 종료할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도 반드시 달아야

한다. 동시에 인간 역시 AI로봇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철

저히 대비해야 한다.”

1월 12일 유럽의회(EU)는 이렇게 결의했다. 진화라는 생물학적 과정 없이 결

의안만으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 것이다. 이 결의안으로 로봇은 적어도 EU

권역 안에서는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미 선진국에

서는 로봇 수백만 대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로봇만도

150만 대가 넘는다. AI도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EU는 왜 이런 별난 결

의를 했을까?

레고로 만든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띄우고, 제트 추진식 자전거를 만들고,

공기로 움직이는 실물 크기의 레고 자동차를 제작한 스티브 사마티노는 자신

의 책 『위대한 해체』(인사이트앤뷰, 2015)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인 기술을 건네고

기계의 일부가 되는 조건으로 풍요한 삶을 얻게 되었다.” 풍요를 얻게 된 주체

는 누구일까?

물론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사람은 자본가들이다. 요즘처럼 일할 사람을 구

하기 힘든 시절에 표준화된 능력을 갖춘 일꾼, 게다가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파

업으로 공장을 멈추지 않을 일꾼, 1년 365일 24시간 일을 시킬 수 있는 일꾼을

확보한다는 것은 풍요의 약속 그 자체다.

노동자에게도 큰 이득이다. 로봇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의 삶도 풍요로워진

다. 노동의 강도가 줄어들어 안락해진다. 위험한 일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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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20 ――――

훨씬 안전하다. 또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억지로 일하는 것에서 헤어나 노동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차갑고 감정도 없는 기계와 일하는 게 과연 좋을까? 합리적인 의문이다. 지

금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은 엄청나게 힘이 센 무시무시한 로봇이다. 한 팔로

자동차 차체를 번쩍 들어서 옆 테이블로 옮겨 놓는다. 노동자가 그 옆에 있다

가 로봇과 부딪히면 큰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로봇은 다르다. 덩치가 크게 줄어든다. 힘도

덩달아서 줄어든다. 대신 팔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며 관절이 많다. 힘쓰는

작업에서 섬세한 작업으로 역할이 바뀐다. 그리고 눈과 귀가 달린다. 주변을

듣고 보는 것이다. 사람이 다가오면 일을 멈춘다. 로봇에는 얼굴을 대신 하는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의 표정을 통해 사람은 로봇의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

다. 로봇과 직관적인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노동자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감독자 또는 관리자로 바뀔 것이다. 로봇에게

일할 양을 정해주고 재료를 건네며 로봇의 작업결과를 평가하고 로봇의 상태

를 검사하고 전원을 켜고 끄는 역할만 하면 된다. 마치 자동차 운전자가 차를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로봇에게

세금을 매긴다

그런데 가만, EU는 왜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하는 소

란을 피우는가? EU의 목적은 조세 시스템 개편이다. AI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로봇 때문에 없

어지는 일자리보다 로봇을 만드느라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

노동자의 역할은 자연

스럽게 감독자 또는 관

리자로 바뀔 것이다. 로

봇에게 일할 양을 정해

주고 재료를 건네며 로

봇의 작업결과를 평가

하고 로봇의 상태를 검

사하고 전원을 켜고 끄

는 역할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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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21

로봇세로 마련된 재원

으로 공공영역에서 사

람들을 고용하면 사람

들은 노인을 보살피고

자연을 보호하는 의미

있는 일에 종사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

4차 산업혁명은 의미가

있다.

는 상투적인 주장도 있다. 상관없다. 어차피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

은 분명히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EU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활용하는 자

본가에게 일명 ‘로봇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U가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인정한 지 불과 한 달여 후인 지난 2월 17일 마

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와 인터뷰 하면

서 로봇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기술을 통해 노동이 사라진다고 해

서 (자본가가) 돈을 벌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소득세 수준의 세

금을 로봇 사용자에게 부과해야 한다.”

빌 게이츠는 로봇의 노동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또 로봇으로 인해 실업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그 속도를 줄이자는 것이다. 아

직 우리 사회는 대량으로 발생하는 실업자를 감당할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로봇세로 거둬들인 돈은 실직자의 재교육과 복지를 위한 재

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로봇세는 자본가들에게도 이득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2013년의 옥스퍼드

대학 연구나 2015년의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33년에는 현재 일자

리의 45~50퍼센트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직자를 위한 사

회안전망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예비 실직자들의 심리적인 압박을 줄이기 위

해서라도 로봇세가 필요한 것이다.

로봇세로 마련된 재원으로 공공영역에서 사람들을 고용하면 사람들은 노인

을 보살피고 자연을 보호하는 의미 있는 일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면 제4차 산업혁명은 의미가 있다.

존경하는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KBS 책 프로그램 『서가식당』에 출연해서

로봇세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봇에게 세금을 걷으면 로봇에

게 권리를 주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해다. 로봇세는 로봇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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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

걷는 게 아니라 로봇을 소유하고 로봇에게 노동을 시켜 이득을 얻는 사람에게

걷는 것이다.

그런데 로봇이 사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사서의 역할 가운데 일부

는 이미 로봇은 아니지만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로봇이 상당 부

분의 역할을 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고 또

입고된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은 굳이 로봇을 시킬 필요도 없는 단순 업무

일 수 있다. 사서의 역할은 그게 아니다.

딥블루에서

왓슨으로

“선생님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어떻게 보셨습니

까?” 2016년 5월 영국 케임브리지의 어느 느티나무 아래에서 초로의 영국

경제학자에게 물었다. “나는 바둑이라는 수학적인 두뇌 게임에 대해 압니다.

하지만 알파고라고요? 이세돌이요? 나는 그들을 모릅니다.” 불과 몇 달 전 『네

이처』(2016. 1. 28)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3월에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알파고를 영국 지식인이 모른다는 대답은 충격이

었다.

“이것 봐라! 기계가 사람을 이길 수는 없어. 컴퓨터가 아무리 똑똑해 봤자

사람에게는 어림도 없지.” 1996년 2월 18일 전세계 언론은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그 해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당대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

파로프(Garry Kasparov)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의 여섯 차례 체스

대국에서 3승 2무 1패로 인간이 승리했을 때의 일이다. 만약 이때 유럽인이 한

국의 경제학자에게 딥블루와 카스파로프의 체스 경기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면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

고 또 입고된 책을 분류

하고 정리하는 일은 굳

이 로봇을 시킬 필요도

없는 단순 업무일 수 있

다. 사서의 역할은 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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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23

Bach or Computer?

2016년 12월 일군의 작곡가와 지휘자들은 새로운 곡을 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바흐의 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곡의 작곡자는

딥바흐(DeepBach)였다. 인공 작곡 프로그램인 것이다.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의 창의성을 보았다”

1997년 5월 IBM의 디퍼블루(Deeper Blue)는 지난 100년 동안의

주요 체스 대국 기보를 기억했으며 열두 수를 내다보았다.

결과는 1승 3무 2패로 인간의 패배. 경기가 끝난 후 카스파로프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의 창의성을 보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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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

“나는 체스라는 서양장기 게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딥블루라고요?

카스파로프라고요? 나는 그들을 모릅니다.”라고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는 당연히 조류독감

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게 조류독감인지 인공지능인지 맥락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1996년 가리 카스파로프의 승리는 짜릿했지만 그게 다였

다. 이듬해인 1997년 5월 IBM은 딥블루를 개선한 디퍼블루(Deeper Blue)를 새로

운 도전자로 내세웠다. 디퍼블루는 당시 세계 259위의 슈퍼컴퓨터였는데 512

개의 칩으로 초당 2조 개의 위치를 계산해냈다. 디퍼블루는 지난 100년 동안

의 주요 체스 대국 기보를 기억했으며 열두 수를 내다보았다. 결과는 1승 3무

2패로 인간의 패배. 경기가 끝난 후 카스파로프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

의 창의성을 보았다”라고 말했다.

2011년에는 켄과 브래드라고 하는 두 명의 미국 퀴즈 챔피언이 IBM의 컴퓨

터 왓슨(Watson)과 함께 미국의 퀴즈쇼 ‘재퍼디’에 출연하여 게임을 벌였다. 퀴

즈는 구문을 분석해서 논리적으로 추론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지식뿐만

아니라 논리와 유머를 이해해야 하는 문제였다. 결과는 왓슨의 승리. 그래도

인간들은 자기가 잘났다고 우겼다. 당시 왓슨에게는 100만 권의 책이 입력되

어 있었으므로 왓슨의 기억력을 당하지 못했을 뿐이지 인간의 사고 능력은 더

뛰어나다고 우겼다.

정말 하찮은 자존심이었다. 왓슨은 이미 한국에서 암 진단에 도입되었다. 왓

슨과 인간 의사가 각각 다른 처방을 내릴 경우 한국 환자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왓슨의 말을 듣고 있다.

왓슨은 이미 한국에서

암 진단에 도입되었다.

왓슨과 인간 의사가 각

각 다른 처방을 내릴 경

우 한국 환자들은 압도

적인 비율로 왓슨의 말

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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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25

사람이나 인공지능이

나 스스로 생각하고 학

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알

파고가 사람보다 바둑

을 잘 두게 된 것처럼 다

른 인공지능도 곧 인간

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대략

2045년이 임계점일 것

이라고 추측하는 사람

이 많다.

쉬지 않고

학습하는 기계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 로봇이 빈 캔버스를

아름다운 걸작으로 바꿀 수 있냐고?”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에 발표한 원

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아이 로봇>(2004)에서 인간 형사가 살인 혐의를 받

고 있는 로봇에게 윽박지르면서 묻는 장면이다. 이때 로봇이 되묻는다. “Can

you?” ‘그래 나는 교향곡을 작곡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못 그린다. 그러

면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따지는 것이다. 이때 형사는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우리는 인간과 인공지능 또는 인간과 로봇을 비교할 때 평범한 인간이 아니

라 최고의 인간과 비교하려는 경향이 있다. 거의 모든 인간은 교향곡을 작곡

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최고의 인류인

이세돌을 능가한 인공지능은 2016년에야 등장했지만 나처럼 바둑을 두지 못

하는 평범한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바둑 프로그램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아이작 아시모프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인공지능이 장

착된 로봇은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화풍도 다양하다. 같은 사진을 주고

서 렘브란트, 고흐, 뭉크처럼 그리라고 하면 그려준다. 이 그림은 대략 90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렘브란트는 고흐처럼 못 그리고 고흐는 뭉크처럼 못 그리

지만 인공지능은 자기가 학습한 모든 화가처럼 그릴 수 있다.

2016년 12월 일군의 작곡가와 지휘자들은 새로운 곡을 들었다. 그들은 하

나같이 바흐의 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곡의 작곡자는 딥바흐

(DeepBach)였다. 인공 작곡 프로그램인 것이다.

사람이나 인공지능이나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알파고가 사람보다 바둑을 잘 두게 된 것처럼 다른 인공지능도 곧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략 2045년이 임계점일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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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26 ――――

고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 나는 모르겠다.) 분명히 그 시기가 올 것

이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부

지런함이다. 인공지능에게 피곤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쉬지 않고 반

복해서 연습하면서 배운다. 부지런함을 이길 그 어떤 재능도 없다. 우리가 인

공지능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우리의 보조수단이 될 테니까 말이다.

도서관에는 부지런한 조수들이 고용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서는 무엇

을 할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 O2O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나 드론 같은 기술이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것은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범주로 봐야 한다. 본질은 따

로 있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이 오프라인 혁명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온라

인 혁명이다.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 이미 오프라인 혁명과 온라인 혁명이

이뤄졌는데 또 다른 새로운 것이 생겨날 여지가 무엇이기에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가를 생각하면 그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

라 융합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현실(Off-Line)

이 가상(On-Line)의 세계와 융합되는 것이다. 이것을 한 단어로 O2O라고 표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서관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종이책? 아마도 도서

관이 아니라 박물관에 보관될 가능성이 크다. 그게 환경에도 좋다. 종이책을

생산할 자원과 에너지도 우리에게 곧 남아있지 않게 될 테니까 말이다. 도서관

4차 산업혁명의 본질

은 기술이 아니라 융합

이다. 오프라인과 온라

인의 융합이다. 4차 산

업혁명이란 현실(Off-

Line)이 가상(On-Line)

의 세계와 융합되는 것

이다. 이것을 한 단어로

O2O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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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4차 산업혁명과 사서의 역할

―――― 027

에는 전자책만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이라는 건물과 사서라는 사람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더욱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O2O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

이다.

사서는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진짜 사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서의 주

임무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도서관 이용자들의 수준과 성향을 파악하고 사람

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온라인으

로 연결된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토론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지식을 향유하고 생산하도록 조직하는 일을 사서가 맡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만드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

도서관의 예산은 사람, 즉 사서를 고용하는 데 쓰여야 하고, 사서는 단순히 책

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혁신의 촉진자(facilitator)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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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미래형 도서관 구축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해답은

바로 큐레이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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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호(주)교보문고 콘텐츠 사업단 차장

c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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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호 현재 (주)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으로 있다.

온라인과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신사업개발, 전략기획,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평소 커머스와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여러 매체에 공유하고 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KT경제경영연구소, LG엔시스, 「기획회의」, 「출판저널」 등에

글로벌 출판 콘텐츠 산업을 주제로 다수의 강의와 글을 썼다.

저서로는 『아마존닷컴 경제학』(에이콘출판사), 『출판혁신전략』(민음사),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있고, 2015년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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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31

디지털 정보자원과

전자책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01의 발전은

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식 정보의 유형과 범위, 전달 방식 및

이용 행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인류가 생산한 지

식정보를 축적하고 계승하는 도서관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서관

의 중요한 기능은 이용자에게 유용한 지식 정보자원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

이다. 인쇄 매체가 아닌 전자 매체를 통해 구축된 각종 디지털 정보자원은 도

서관의 장서 유형 변화를 대표한다. 디지털 정보자원은 인쇄 매체 중심의 정보

자원과는 다르게 제작·소장·접근·전송·이용 등의 과정을 통해 구축된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디지털 정보자원에는 전자책, 전자잡지, 웹사이트, 디지털 사운

드, 디지털 동영상, 디지털 문서, 모바일 콘텐츠 등이 있다.

최근 도서관은 디지털 정보자원의 장기 보존과 접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와 문제 해결 등 현안 과제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은 디지털 정

보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매체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기본적인 메타데이터

(metadata)02 생성과 관리 및 확장된 미디어 콘텐츠의 수용에도 적극적이다. 도서

관에서 다루는 디지털 정보자원의 대표적인 형태는 전자책(ebook)이다. 모바일

네트워크와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전자책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스

크린의 크기가 작은 편으로 이용자들이 읽기 쉬운 방식으로 전자책 제작과 뷰

어 등의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01

정보기기의 하드웨어 및

이들 기기의 운영 및 정

보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

웨어 기술과 이들 기술

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

용하는 모든 방법을 의미

한다.

02

데이터에 관한 구조화된

데이터로,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 주는 데이터이다.

대량의 정보 가운데에서

찾고 있는 정보를 효율적

으로 찾아내서 이용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콘텐츠에 대하여 부여되

는 데이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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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32 ――――

국내 전자책 도서관 모델은 1990년대 후반부터 활성화되었고, 2010년 이후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적용된 방식으로 발전했다. 전자책은 단순한 텍스트

기반 정보의 디지털화된 콘텐츠이거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스템으로만

인식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제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현 기술과 쌍방향

성이 확대된 콘텐츠가 전자책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라는 확장된

인식이 필요하다.

세계 전자책 시장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출판 시장의 10~20% 정도 점유하

고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등 메이저 플랫폼 사업자,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와 사이먼앤슈스터(Simon and Schuster) 등 대

형 출판사, 개인 독립 저자들이 전자책과 웹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

본적으로 전자책은 도서의 디지털화(digitize)03에서 시작되었다. 종이책과 다른

방식으로 도서의 데이터 생성과 관리, 이용 측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도서의 분류와 외형적 데이터에 충실했던 기존의 정보자원 관점에서 도서 본

문 데이터로 확장되었다. 디지털화된 본문 데이터는 웹 검색 기능을 통해 책과

책의 네트워크를 확산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자원의 보존과 디

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04을 위해 도서의 디지털화와 전자책 제작·보존·

이용은 매우 중요한 기반이다.

종이책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는 콘텐츠의 복제 및 공중송신 문제가 도출

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내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저작재산권

리를 침해하는 위험성에 대한 사항이다. 관련 학계와 업계 모두 이 부분에 대

해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한 해결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도서 산

업에 있어 전자책과 도서의 디지털화 확대는 도서관의 디지털 정보자원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명확한 법과 제도의 정비와 개선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03

기존 인쇄서적 내지 저작

물의 내용에 대하여 디지

털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

털 데이터 형태로 전자적

기록매체에 수록되거나,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경

유하여 컴퓨터 또는 휴대

단말기 등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총망라한다.

04

일반적으로 다양한 유형

의 디지털 정보를 체계적

이며 효율적으로 보존·활

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

하여 디지털 정보 자원의

평가 및 선택, 관리 및 기

술, 보존, 접근, 네트워크

기반의 시스템 운영, 시스

템을 통한 생산자와 이용

자의 연결을 지원하는 전

반적인 시스템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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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33

권리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 구조 정착이 필요하다.

디지털 도서관,

이용 환경의

변화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 이용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필요한 지식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이제 이용자들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유롭게 참여하고 제작한 콘텐츠

를 공유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서관을 원하고 있다. 스마트 미

디어 환경에서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과정은 역동적 형태로 커뮤니티와 연결

되어 있다. 과거의 도서관 운영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관리중심적인 측면이

강했다. 관리자에서 이용자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정보유통 속에서 자유로운

피드백(feedback) 구조는 부족했다.

하지만, 디지털 도서관으로 공간과 운영 방식이 확장되면서 콘텐츠 자원

의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도서관은 문자·음

악·그림·영상 등 사람이 이룩한 모든 문화적 자산을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재

가공한 자료를 담아 가상공간에 만든 플랫폼(platform)이자 조직이다. 도서관

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양해지고 이용자 중심의 운영 구조로 이동하고 있

다. 도서관의 기능도 지식정보 자료의 소장 중심에서 이용자 서비스가 강조

되는 접근 중심으로 변했다. 즉, 정보자원의 디지털화와 인터넷을 비롯한 정

보기술의 활용으로 도서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인쇄 매체 중심 정보자료의 디지털화, 전자책의 출판, 인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

서 콘텐츠의 생산과 소

비 과정은 역동적 형태

로 커뮤니티와 연결되

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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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34 ――――

터넷의 보편화에 따라 도서관의 공간 구성의 우선순위도 조정되었다. 물리적

인 서가와 서고 중심의 공간 구성에서 디지털 자료실, 소규모 갤러리와 전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

도서관은 수많은 지식정보 자원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디

지털 도서관에서 처리 대상이 되는 디지털 객체는 텍스트를 비롯해서 이미지·

소리·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도서관의 장서는 서지정보 데이터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인쇄물

형식으로는 표현과 배포가 어려운 디지털 객체까지도 포함한다. 디지털 도서

관은 영역별로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정보의 형태에 따

른 이용상의 제약을 해결한다. 디지털 접근과 활용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만족

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주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는 사람들의 모바일 네트워크와 디바이스 이용을 일상

화시켰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

한 정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들의 정보 요구 해결이 즉각

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각종 모바일 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책을 가지고 다

니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과 모바일이 콘텐츠 생태계를 좌우하면서 도서관계에도 빅데이

터(big data)05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이

용자 생성 데이터의 급증은 문헌정보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상했다. 최근

도서관은 보유하거나 생산하는 데이터를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및 공공 데이

터와 연계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초연결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사서의 경험과 이용자 신청에 의존하던 장서 구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용자의 도서 대출 패턴과 각종 트렌드 분석 등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면 보다

05

단순히 광대한 데이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조직

의 내외부에 존재하는 다

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수

집, 처리, 저장하여 목적

에 맞게 분석함으로써 해

당 분야의 요구 지식을

추출하고 이를 조직의 전

략적 의사결정에 활용하

거나, 비즈니스/서비스

모델의 개발 및 개선에

활용하는 제반 행위를 포

괄적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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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35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 나아가 지속적인 빅데이터 분석은 도서관의

정책 수립과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연계, 정보자원 개발 및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된다. 무엇보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플랫폼 구축은 미

래형 도서관의 필수적인 과제로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 운영의 기반이 될 것

이다.

큐레이션의 개념과

필요성

각종 지식정보 콘텐츠의 유형과 생산 주체가 다양해졌다. 정보의

양적 질적 팽창도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보가 풍부한 시대임에

도 불구하고, 스스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쉬운 편이 아니다. 정보 과

잉의 시대에 의미있고 가치있는 정보의 획득과 공유가 중요해지면서 큐레이션

이 주목받고 있다. 큐레이션(curation)은 단순히 자동으로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찾아 분석하고 배포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큐레이션은 ‘작품에 생기를 부여하는 활동’이란 뜻이다. ‘돌보다’, ‘보살

피다’(take care)라는 뜻의 라틴어 ‘큐레어(curare)’가 어원이다.

『큐레이션의 시대』(민음사, 2012)의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는 ‘이미 존재하는 막

대한 정보를 분류하고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어 수집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포

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큐레이션이란 필터링 되지 않은 많은 양의 정보들을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유용한 정보로 재가공하여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큐레이션』(예문아카이브, 2016)의 저자 마이클 바스

카는 큐레이션을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자, 선별과 배치를 통

해 시장이 원하는 것만 가려내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큐레이션은 이제 미

원래 큐레이션은 ‘작

품에 생기를 부여하는

활동’이란 뜻이다. ‘돌

보다’, ‘보살피다’(take

care)라는 뜻의 라틴어

‘큐레어(curare)’가 어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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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36 ――――

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사용되는 의미를 넘어서 패션과 인터넷을 비롯해 금융·

유통·여행·음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트렌드로 확장되고

있다.

서비스 관점에서의 큐레이션은 생산된 정보를 수집하여 유용한 정보를 골

라내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적절한 정보를 추천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있는 콘

텐츠를 발굴하고 가공해서 공유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큐레

이터(curator)는 수많은 콘텐츠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중요도에 따라 재

배열한다. 이를 통해 산출된 결과 정보를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

람이다.

큐레이션은 큐레이터의 주체에 따라 크게 ‘사람’과 ‘알고리즘’(algorithm)06으

로 구분된다. 전통적으로 사람은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에디터와 데스크가 했

던 일처럼 콘텐츠를 선별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으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다루게 되면서 기술 기반의 알

고리즘을 통한 큐레이션이 일반화되고 있다.

최근 큐레이션은 웹·모바일 플랫폼 환경과 디지털 콘텐츠를 전제로 하는 경

우가 많아서 디지털 큐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큐레이션은 가치있는

디지털 자원을 제공·보존·유지·수집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현재와 미래에

이용할 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를 유지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이다. 디지털 큐레이션은 연구자, 과학자, 역사학자 등이 참고할 수 있도록 디

지털 자원의 장기 보존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하는 과정이다.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 환경이 연계되면서 디지털 큐레이션은 각종 비즈니

스, 미디어, IT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기업 마케팅에서도 소비자가 원하

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맞춤형 구매를

06

어떠한 주어진 문제를 풀

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말하는데 컴퓨터 프로그

램을 기술함에 있어 실행

명령어들의 순서를 의미

한다.

큐레이션은 이제 미술

관이나 박물관에서 사

용되는 의미를 넘어서

패션과 인터넷을 비롯

해 금융·유통·여행·음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트렌드

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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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37

커머스 사업자와 이용자를 연결시키는 소셜 큐레이션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이용자가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공

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가 많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지

인들에 의해 걸러진 정보들에 대한 검색과 분류를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소셜 큐레이션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개인별 취향에 맞

춘 상품을 추천하고, 단시간에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커머스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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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38 ――――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디지털화된 다양한 정

보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특정한 주제나 관심사에 따라 수집하고 분류하여 이

용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하는 콘텐츠 큐레이션도 플랫폼

사업에서 필수 요건이 되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큐레이션은 정보를 필터링하는 주체에 따라 ‘콘텐츠 큐

레이션’과 ‘소셜 큐레이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에

따르면, 콘텐츠는 다양한 미디어 통해서 텍스트, 그래픽, 동영상, 사운드 등의

멀티미디어적 요소들의 복합적인 형태로 변화되면서 가치와 효익을 제공하는

핵심 지식과 정보를 의미한다. 콘텐츠 큐레이션(contents curation)은 온라인상의

수많은 콘텐츠들 중 개인의 주관이나 관점에 따라 관련 콘텐츠들을 수집·정

리·편집하여 이용자와 관련이 있거나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하이퍼 커넥티드(hyper-connected)07 환경에 적합하고, 사람

을 통한 가치있는 정보 발견과 인터넷의 진화 방향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진화

하고 있다. 뉴스 큐레이션은 폭발적인 인터넷 뉴스의 유통에 따른 피로도가 높

아지면서 등장했다. 특정 뉴스 섹션을 선택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

아지면서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 섬리(summly), 와비(wavii) 등 뉴스 큐레이

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도 콘

텐츠 큐레이션은 각광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강력한 가치를 달성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용자 개인 필터링 기반의 신뢰

성 높은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소비자의 신뢰와 공감 확보에 강점이 있다. 최근

콘텐츠 큐레이션에 인공지능 추천 엔진과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애플리

케이션이 출시되는 등 서비스 품질이 고도화되고 있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디지털 데이터의 선별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효율적으

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소셜 큐레이션(social curation)은 웹 2.0과 소

07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

너가 기업들의 새 트렌드

를 강조하기 위해 2008

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람

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

물과 사물이 연결된 상황

을 일컫는다.

디지털화된 다양한 정

보로 이루어진 콘텐츠

를 특정한 주제나 관심

사에 따라 수집하고 분

류하여 이용자에게 양

질의 정보를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하는 콘텐츠

큐레이션도 플랫폼 사

업에서 필수 요건이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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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39

셜 미디어의 특징인 참여와 개방, 공유의 방식이 적용된 모형이다. 소셜 큐레

이션은 온라인 콘텐츠를 주제에 맞게 효율적으로 필터링하고, 사용자가 원하

는 콘텐츠를 신속히 제공한다. 인터넷에 있는 유용한 정보를 개인화된 서비스

공간에 게시하고, 자신과 SNS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콘텐츠

이용자들은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이들의 행위는 서비스 개선을 위한 데이터

로 활용된다.08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공하는 과정

이 선순환을 그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사례에는 핀터레스트(pinterest), 플립보드

(flipboard), 텀블러(tumblr) 등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이용자가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가 많

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지인들에 의해 걸러진 정보들에 대한 검색과 분류

를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소셜 큐레이션이 차별화된 상

품으로 개인별 취향에 맞춘 상품을 추천하고, 단시간에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

는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C2C(curating contents

to commerce) 전략이 커머스 사업자와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C2C는

전문가에 의해 선별된 정보나 콘텐츠에 특정 가치를 담은 큐레이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안하고 이를 상품 또는 서비스 구매까지 연결시키는 방식을 뜻

한다.

큐레이션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는 의미있게 재구성되어야 할 다양한 정보

와 데이터에 있다. 큐레이션은 정보를 가공하여 새롭게 의미가 부여된 개념이

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생

산과 소비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보다 가치있는 큐레이션이 자리

잡기 위해서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큐레이터

로 불리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알고리즘의 기술 혁신이 큐레이션의 발전에 중

08

최홍규(2015), 『콘텐츠

큐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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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40 ――――

심에 있어야 한다. 출판과 도서관 등 지식 생태계에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명심해야할 점이 있다. 독자(이용자)들의 정보 소비 방식이 ‘많은 정보’에서 ‘원

하는 정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큐레이션,

도서관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제언

도서관의 기본적인 사명은 기억 유산을 창조하고 후대에 전수되

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모바일이 주도하는 시대에 도서관은 어떤 방

향과 속도로 발전할 것인가? 도서관에서는 최적의 정보와 전문가, 공간 활용

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학습·보존·공유·촉진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

의 급격한 발전과 확산, 이용자의 교육 수준 상향화에 맞춰 도서관의 고민은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를 중심에 둔 콘텐츠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접

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출판과 도서관이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큐레이션은 책(book)을 중심으로

하는 컨셉이다. 큐레이션은 기존의 일방적인 도서 추천과는 차이가 있다. 우

선, 책의 메타데이터를 활용하여 주제와 분류 등의 관계를 분석해서 장서의 이

용률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지역·관종·이용자별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를 제공할 수 있다. 도서관이 큐레이션을 활용해서 발전적인 지식문화 정보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제언코자 한다.

첫째, 큐레이션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

다. 도서관은 장서로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공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체계

도서관의 기본적인 사

명은 기억 유산을 창조

하고 후대에 전수되도

록 지원하는 것이다. 디

지털과 모바일이 주도

하는 시대에 도서관은

어떤 방향과 속도로 발

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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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41

책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

출판과 도서관이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큐레이션은 책을 중심으로 하는 컨셉이다.

큐레이션은 기존의 일방적인 도서 추천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책의 메타데이터를 활용하여 주제와 분류 등의

관계를 분석해서 장서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지역·관종·이용자별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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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42 ――――

적인 분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디지털 데이터 수집 방식은 웹 아카이브, 디지

털 문서 수집과 도서관 데이터로 구분해서 실행해야 한다. 이용자들에게도 쉽

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게 오픈 데이터(open data) 형식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협조 체계를 구성하고, 데이터

활용과 큐레이션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더불어, 역량있는 전문 큐레이터

의 양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큐레이터는 단순히 자동으로 정보를 걸러내는 것

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찾아 분석하고 배포하는 사람이다.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관리하고 판단하는 것도 결국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정

보의 주기부터 보존 및 재사용을 위한 변환 작업 등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을 통해 도서관의 정보와 데이터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도서관은 적극적인 콘텐츠 중개자의 입장에 있어야 한다. 잠재적 이용자들

을 도서관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대중들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

화된 스낵 컬처(snack culture)09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도서관도 이용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커머스 시장의 고객의 입장으로 바라볼 필요

가 있다. 도서관이라는 상점에서 지식문화 상품(콘텐츠)을 판매한다는 관점에서

접근 방식을 바꾸면 큐레이션의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학문적 경험과 가치에

비즈니스 관점을 더하면 이용자들의 팬덤(fandom)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도서관 공간의 재배치와 새로운 큐레이션의 시도가 필요하다. 현대 사

회는 수많은 데이터와 콘텐츠가 생산되고 복잡한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지식정보 콘텐츠를 보존하고 이용을 지원하는 도서관은 대부

분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한

큐레이션이 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리적인 공간을 통한 콘텐츠 이

09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

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

낵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

기는 라이프 스타일 또는

문화 트렌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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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43

용과 추천은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대표한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더욱 친근해지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공간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도서관 분류법에 한정하지

않고, 특정 공간은 서점의 복합 진열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큐레이션의 일환이

다. 예를 들면, 여행 관련 도서 진열 공간에는 기본 안내서, 에세이와 관련 잡

지 등을 같이 진열하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외 출판계에도 각종 이벤트와 광

고보다 주변에서 좋은 책을 추천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10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책과 정보를 접하고, 공동의 관

심사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도서관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

도서관과 사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식과 정보를 모아 그것을 필요로 하

는 이용자에게 연결해 주는 것이다. 도서관의 자원을 새롭게 배치하고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보면 접근성과 이용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와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도서관은

독서를 즐기고 콘텐츠 추천 영향력이 높은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

다. 새로운 큐레이션의 시도는 여기에서 확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로 연결해야 한다. 비교적 연결 속도가 빠

른 온라인을 통해 큐레이션의 만족도를 확인해보면 좋다. 이를 통해 검증된 콘

텐츠를 오프라인 공간 구성과 진열, 이용자별 큐레이션으로 연결하면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이다.

셋째, 도서관의 큐레이션 플랫폼화를 위해 북테크(book tech)의 연결이 필요하

다. 큐레이션은 디지털 경제와 산업의 주요한 흐름이다. 전통적인 도서관의 운

영 구조에서 보면 큐레이션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

생성·확보하고 있는 정보와 데이터, 콘텐츠는 큐레이션 방향에 따라 가치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도서관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과욕을 버리

10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추천 영향

력이 높고, 트랜드를 선도

하는 이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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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44 ――――

고, 정보 기술을 수월하게 다루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에 초점을 두어야 한

다. 큐레이션을 위한 도구 개발과 운영 관리의 경우, 메이저 플랫폼 외에도 북

테크(book tech)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안정성과 만족도가 높다.

이용자의 도서 대출 빈도, 완독율, 추천 목록 등을 종합 분석해서 개인화된

책장과 각종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외부와의 적극적인 제휴와 협

력을 통해 큐레이션의 정확도를 높이고, 정책적 수립과 의사결정의 고민, 제반

적인 투자와 비용 부담을 덜어낼 수도 있다. 출판업계와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프라인 서점은 서가 구성을 담당 직원들의 추천

역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매장에 방문한 고객에게 일대일로 추천하는 경우도

많다. 암묵지로 만들어진 추천 역량을 기술 시스템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하면 양질의 큐레이션 데이터가 된다. 온라인 서점은 독자의 관심사와 구매 패

턴을 분석해서 좋아할만한 책을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는 온라인 서점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다. 이렇게 북테크는 책의 발견성(discoverability)을 높일 수

있는 편리한 도구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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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큐레이션과 도서관

―――― 045

정보기술로 인해 자동화와 연결이 극대화된 초연결과 초지능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화두로 등장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 인공

지능 등의 본격적인 활용을 통해 모든 산업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고도로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이용자를 보다 의미있는 주체로 만들고 도서관의

공공적인 사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큐레이션은 도서관의 핵심 과제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미래형 도서관 구축과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어낼 수 있는 해답은 바로 큐레이션에서 시작된다.

김판준(2015), 「디지털 큐레이션 연구동향 분석과 과제」, 『정보관리학회지』, 32(1)

안영희 외(2009), 「대학도서관 서비스의 디지털 큐레이션 전략」,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40(4)

안창호(2016), 「공공도서관 큐레이션 서비스를 위한 사서의 역량 인식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이수경(2017), 「옴니채널 소비 환경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기능 연구」, 석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한나은 외(2014), 「외국 대학도서관의 디지털 큐레이션 프로세스 비교분석」,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45(12)

참고문헌

고도로 디지털화된 환

경에서 이용자를 보다

의미있는 주체로 만들

고 도서관의 공공적인

사명을 실현할 수 있다

는 점에서 큐레이션은

도서관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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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도서관은 장서량을 늘인다. 좋은 도서관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대한 도서관은 공동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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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남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c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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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남 정부문서를 관리하는 국가기록원에서 학예연구관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역사학과 기록학을 강의하고 있다.

요즘에는 일상아카이브와 공동체 아카이브, 그리고 기록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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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49

좋은

아카이브

바야흐로 도서관이 아카이브를 시작한다. 길의 초입에서 좋은

아카이브를 상상해본다.

한 때는 도서관을 경쟁자로 대했다. 정부문서를 관리하는 국가기록원(National

Archives of Korea)에서 일할 때였다. 직업적 이해관계에 입각해서 바라본 도서관

은 얌체 같았다. 아카이브에 비하면 기와집에서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왜 아

카이브를 넘보는 것이지 하는 마음이 팽배했던 시절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

까. 그러나 국가기록원을 나온 후 일상아카이브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황이 일

변했다. 미움 이전에 사랑이 먼저였다.

“도서관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보통 큰 고민 없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간다.”(이

용훈, 《도서관 산책자》, 추천의 글).

추천의 글을 쓴 이용훈은 당시 서울도서관장이었다. 서울도서관은 집을 나

서 큰 고민 없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서울도서관은 접근성이 좋을

뿐더러 역사가 오래된 근대건축물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앞에는 사람들로 붐

비는 광장도 있다. 내부 공간도 잘 디자인 되었다. 서울도서관 장서량이 다른

도서관보다 많아서는 아닐 것 같다. 시민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그 안에

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것 같다. 서울도서관은 좋은

서울도서관은 집을 나

서 큰 고민 없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

다. 서울도서관은 접근

성이 좋을뿐더러 역사

가 오래된 근대건축물

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앞에는 사람들로 붐비

는 광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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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50 ――――

도서관이다.

서울도서관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도서관은 많다. 나는 운

이 좋았다. 지난 몇 년, 좋은 도서관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기록작업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동무들은 쾌활했다. 무척이나 개방적이었다. 그렇게 만난 동무들은

찬찬히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주었다.

좋은 도서관 종사자들에게는 도서관은 본래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

었다. 다른 분야에 대한 편견도 없었다. 당신은 우리 쪽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

경계하지도 않았다. 공문서나 연구논문에서 만나던 그런 ‘탐욕스런 도서관’이

아니었다.

편견이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느낌이 자리를 잡았다. 그것은 서로 다른 분야

에서 일한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을 협력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차이

는 오히려 함께 할 수 있는 원리가 되었다.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난 느낌은

흡족했다.

나 혼자만의 고유한 느낌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지금도 이런 느낌이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느낌공동체에 속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도서관을 사랑한다. 이 사랑은 경쟁관계에서 협력관계로 전환된 이후의 사

랑이 아니다. 사랑에는 더 깊숙한 역사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도서관과 아카

이브를 연결한다면, 서막은 심장에 박힌 첫 사랑이다.

학교도서관도 없었고 공공도서관도 없었던 소도시에서 10대를 보낸 후 대

학에 들어가서야 처음으로 ‘도서관’을 만났다. 도서관이라는 문명세계에 처음

들어가 보았고, 도서관에 꽂힌 책도 처음 만져보았다. 소도시 작은 서점에서

책을 만질 때와는 촉감이 달랐다.

놀라움이었다.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을 거의 45도 정도 꺾어야 볼 수

있던 높다란 천장(복층구조이기 때문에 천장이 높다). 천장에서부터 기다랗게 내려와 빛

좋은 도서관 종사자들

에게는 도서관은 본래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

념이 없었다. 다른 분야

에 대한 편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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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51

을 발하던 전등. 270도 시야로 탁 트인 메인 공간, 그리고 바깥으로 향하는 벽

은 전체가 창이었다. 창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길을 주다보면 몇 분이 걸린

정도로 창 전체의 넓이는 넓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그 창을 타고 고급스런

커튼이 처져 있었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으로 낮에는 조명이 필요 없

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에서 책을 볼 수 있었다.

햇살과 바람에 어울리게 배치된 서가에는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서가

사이에는 약간의 어둠이 있었다. 책을 자세히 보려면 서가용 전등을 켜야 했지

만, 굳이 책을 찾지 않아도 저녁 무렵 어스름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산책을 할

수 있는 묘미도 있었다.

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이 가장 많은 것도 아니었다. 소파,

책상과 의자, 햇살과 바람, 사람들의 열기에 오히려 애착이 갔다. 심지어 먼지

같은 사물에도, 다양한 사이즈의 책에 증식하던 파라텍스트01에도 애착이 갔

다. 누군가의 메모가 들어 있는 책은 마치 편지 같았다.

도서관은 자유로운 곳이었다. 도서관은 이런 곳이어야 해, 당신은 ‘도서관

을 이런 곳이라 생각해야만 해’가 아니었다. 주입식 교육은 불필요했다. 잠시

만 머물러도 알 수 있는 도서관 체험이었다. 서가를 거닐면서 언제든 책을 빼

볼 수 있었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즐길 수 있었고, 책과 사람, 사물이 만

나 빚어내는 고유한 느낌이 좋았다. 자유로움은 이런 고유한 느낌에서 나왔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축복 받은 느낌이 들었다.

대학생활은 인생에서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간이역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시

간이었다. 당시 시대상황, 대학이라는 공간이 주었던 자유로운 일상문화, 그리

고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에서 아름다운 시간은 사회적 의미의 차원도 있겠지만 미학적 차원도

01

파라텍스트(para-texte)

는 제목, 저자이름, 장르

표시, 서문, 발문, 각주 등

으로 주 텍스트(본문)을

보완하는 텍스트를 가리

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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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52 ――――

있을 것 같다. 도서관은 책 관리에 필요한 기능들의 단순한 집적은 아니었다.

차원을 확실히 달리했다. 그 대학도서관은 군더더기 없이 미학적으로 아름다

웠다. 그래서 도서관은 아름답다는 좋은 관념을 심어 주었다. 관념은 공간에서

나오는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도서관은 개가식 도서관이었다. 기존 도서관에 새롭게 개가식 기능을 넣

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개가식 문화를 위해 새롭게 도서관을 지은 것 같았다. 좀

다르지 않을까? 도서관의 구조를 어떻게 하느냐는 도서관 건축양식에 곧장 영

향을 준다고 한다. 그 도서관은 그저 대학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캠퍼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축물이었다.

개가식 도서관에는 접근제한이 없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공개도 없었

다. 어떤 책이든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었다. 덕분에 도서관에 들어선 후에는

제약 없이 책을 볼 수 있었다. 물리적인 장벽도 없었고, 심리적인 장벽이 없었

다. 오히려 개가식 문화는 책을 더 읽고 탐독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

개가식 서가가 하드웨어라면 책 분류법은 소프트웨어였다. 둘은 서로 잘 어

울렸다. 책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방법을 이해한 후부터는 도서관 이용자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유로웠다. 검색시스템은 불필요했다. 경험 많고 노련한

사서가 정가운데에서 도서관에 관한 모든 것을 상담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형지물을 익히는 즐거움이 있었고, 원하는 책이 있을법한 곳을 검색시스템

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찾을 수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서 책의 제목을 훑었다. 가끔은 먼지를 손으로 쓸어내며 찬찬

히 눈길을 주었다. 관능적인 손짓이었을 수도 있겠다. 책을 몇 권 빼서는 서가

사이에 배치된 책상이나 소파에 앉아 책을 볼 수 있었다. 볕이 잘 드는 곳도 있

었고 아지트 같은 고유한 느낌을 주는 곳도 있었다. 어느 곳이든 앉아서 책을

이리저리 넘기며 책을 만지고 읽는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

개가식 도서관에는 접

근제한이 없었다. 당연

한 말이겠지만 비공개

도 없었다. 어떤 책이든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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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53

의 밑줄, 메모를 읽느라 본문을 읽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한국에서도 최고의 위용을 자랑한다는 국회도서관에 가서 참고자료

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그 곳은 폐가식 도서관이었다. 느낌이 달랐다.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은 마치 교도소 면회시간 같았다. 폐가식으로 운영되었던 중세

수도원 도서관에서는 책이 사슬에 묶여 있었다고 하는데, 이 전통이 20세기

후반 한국의 가장 웅장한 도서관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았다.

아니, 세상에 책을 직접 볼 수 없다니 말이 되요? 엄마에게 투정부리는 아주

순진한 꼬마 심정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

았다. 필요한 것은 저쪽 벽 안쪽에 감금되어 있었고 그 곳을 지키는 간수(사서)

에게 애원을 해야 했다. 제발 책을 보여 주세요! 감금된 책을 보려는 면회자에

게 허용된 것은 규격화된 면회용지에 서지사항을 적어 내미는 것이 전부였다.

폐가식 도서관은 단순했다. 신분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는 감금한 책을 교

부하며 책이란 모름지기 깨끗한 것이니 깨끗하게 봐야 한다는 훈시를 늘어놓

았다. 왜 책을 봐야 하는데 면회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인지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폐가식 도서관은 기회비용이 크다. 책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책을 자유롭게

보면서 얻을 이익을 강탈하기 때문이다. 책의 보호효과와 빼앗긴 자유를 비교

한다면,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폐가식 도서관은 책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삶의 자유를 향유할 기회를 빼앗았다.

폐가식 도서관은 오픈 시스템이 아니라 디펜스 시스템이었다. 마치 한반도

가 휴전선과 냉전체제로 상호 디펜스 시스템을 갖춘 채 으르렁 대면서 사회적

자원의 상당 부분을 괴물처럼 빨아들이고 있듯이, 그 웅장한 도서관도 책과 사

람 사이에 거대한 장벽과 감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도서관은 규모면이나 운영방식에서도 웅장한 것은 사

폐가식 도서관은 기회

비용이 크다. 책을 보호

할 수는 있지만 책을 자

유롭게 보면서 얻을 이

익을 강탈하기 때문이

다. 책의 보호효과와 빼

앗긴 자유를 비교한다

면,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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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54 ――――

거대한 ‘책보관소’, 국회도서관

한번은 한국에서도 최고의 위용을 자랑한다는 국회도서관에 가서

참고자료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그 곳은 폐가식 도서관이었다. 느낌이 달랐다.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은 마치 교도소 면회시간 같았다.

폐가식으로 운영되었던 중세 수도원 도서관에서는 책이 사슬에 묶여 있었다고 하는데,

이 전통이 20세기 후반 한국의 가장 웅장한 도서관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았다.

생애 처음으로 만났던 나의 ‘좋은 도서관’

1974년 폐가식 도서관이 당연시되던 풍토와 달리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은

“아름다운 건축물+개가식 도서관”으로 디자인 되었다.

이것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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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55

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책을 볼 자유가 없는 곳이었고, 도서관을 책이 아닌 다

른 이유로 즐길 수도 없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거대한 책 보관소”였다. 물론

책 보관소를 다시 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도서관이 그립다. 책을 보관한 곳에 가서 보관된

책을 열람하는 방문객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

다. 그 후, 국회도서관은 발길을 끊었다. 그것은 폐가식 도서관에 가지 않겠다

는 다짐이기도 했다. 책이 아무리 많아도 감금된 책을 면회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도서관은 대학본부, 사제관, 성당과 함께 운치를 더해주는 건축물이었다.

이 중에서도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었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

요한 적은 없었다. 저절로 마음으로 받아들여졌다.

개가식 도서관의 1층 정가운데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보기에도 가장

노련한 사서가 그 곳에 하루 종일 상주하면서 도서관 이용자를 맞았다. 이런

책을 찾는데 어디에 가면 볼 수 있을지, 이런 책과 함께 읽을 책을 찾는데 어떻

게 찾아야 하는지, 여기에는 책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등등.

마치 꼬마가 엄마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도서관 이용자들은 도서관의 허브 역

할을 하는 사서에게 가서 이것저것 아쉬운 이야기를 했다. 노련한 사서는 막힘

없이 문제를 풀어주었다.

대출도 자유로웠다. 당시 1인당 대출권수가 몇 권이었을까? 생각이 나지 않

지만 책을 대출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었던 것 같다. 방학 때는 대출기간도

방학기간과 같았고 대출권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해보면 심플한 시스템이었다. 가방보관소에 가방을 맡기면 언제든지 출

입할 수 있었다. 이것이 전부였다. 신뢰를 기반으로 도서관을 운영했기 때문에

시스템이 단순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폐가식

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

는 도서관이 그립다. 책

을 보관한 곳에 가서 보

관된 책을 열람하는 방

문객이 되고 싶지 않다

는 생각은 그 때나 지금

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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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56 ――――

도서관 또는 ‘책 보관소’는 불신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그 대학도서관은 개가식 시스템을 밑바탕으로 훌륭한 사서들,

막힘없는 운영시스템,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여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탄탄

히 조직된 도서관이었다.

이 대학도서관은 1974년에 이런 모습을 갖췄다. 한국의 도서관 역사에서 최

초로 전면 개가식 도서관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1955년에 대학설치령이 제

정되면서 대학의 도서관 설치가 의무화 되었다. 그 후 20년 동안 대학도서관

은 폐가식 도서관이 당연시 되었다.

이런 엄혹한 풍토에서 그 대학도서관은 “아름다운 건축물+개가식 도서관”

으로 디자인 되었다. 이것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

이다. 도서관 정책수립자, 도서관을 지은 건축가, 그리고 훌륭한 제품군을 구

현하고 집행했던 사서, 그리고 믿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향유하기만 했던 도

서관 이용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애 처음으로 만났던 그 도서관은 좋은 도서관이었다. 물론 대학도서관이니

만큼 규모면으로는 웅장한 도서관이다. 이들 선구적인 전문가들을 존경하지 않

을 수 없다. 도서관과 이웃인 아카이브 분야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카

이브가 사람들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될 수 있을까, 나름대로 고민하는 요즘에

는 더욱 그렇다.

앞서 도서관의 구조를 개가식으로 하려면 도서관 건축양식에 변화를 주어

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서

도 아니고 이용자도 아닌 건축가의 시선으로 도서관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1955년에 대학설치령이

제정되면서 대학의 도서

관 설치가 의무화 되었

다. 그 후 20년 동안 대

학도서관은 폐가식 도서

관이 당연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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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57

“개가식 도서관의 구조는 책의 관리보다는, 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더 주안

점을 두고 설계된다. 이용자들이 책 사이를 마음껏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

는 책을 발견하면, 마음에 드는 장소로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되

는 것이다. 폐가식 도서관 시스템에서, 이용자는 카드 목록으로 원하는 책의

주소를 찾아낸 뒤, 대출실로 가서 사서나 사서를 보조하는 일명 페이지 보이

(Page Boy)에게 그것을 건넨다. 그러면 사서들이 서고에 가서 책을 찾아 꺼내

주었다. 독자와 책의 거리가 이렇게 멀면 독자가 서가를 둘러보면서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자극받는 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학자들이 도서

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토론하고 연구함으로써 이루어냈던 헬레니즘의

성과는, 책과 이용자의 거리가 학문적 성과와 맺는 강한 상호작용을 보여준

다.”(강예린, 이치훈, 《도서관 산책자》).

건축양식의 변화는 도서관에 제기하는 새로운 물음이다. 도서관은 어떤 곳

이어야 하는가? 이 물음은 건축양식의 변화, 운영시스템, 제품군, 그리고 도서

관 이용자의 경험까지도 규정한다. 두 명의 건축가가 쓴 책에 추천의 글을 써

준 서울도서관장은 이런 말을 한다.

“어떤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일까? 우리 각자는 어떤 도서관을 바라고 있을

까? 도서관은 정말 유용한 사회적 장치일까? 사회구성원들이 차근차근 발을

옮기며 각자의 이해를 섞어 하나의 공통된 이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

다. 도서관은 질문하는 사람을 위해, 즉 끊임없이 현재를 회의하고 미래를 모

색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의 가장 중요

한 존립근거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어야 도서관은 존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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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58 ――――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방지하려면 회의하는 사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

과연,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책을 보관하는 곳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거주

하며 생활하는 공간인가? 개가식 도서관은 후자를 상징하는 도서관이다. 요즘

은 대부분 전면개가식 도서관이기 때문에 개가식 도서관에 대한 놀라움이 진

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기는 해도, 도서관이 본래부터 개가식 도서관

은 아니었다는 점, 폐가식 도서관에서 개가식 도서관으로 변화는 책 보관소에

서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장소로의 변화라는 점,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은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좋은 도서관의 전통과 동무되어 함께 가야 할 것

같다. 정보적 가치가 가득한 기록을 한껏 모아서 권위를 세우는 웅장한 아카이

브는 이미 공공기록관에서 하고 있다. 공공기록관에서 수행하는 아카이브는

태생적으로 웅장한 아카이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상당수 기록전문가

(아키비스트 : archivist)가 경향각지의 공공기록관에서 웅장한 아카이브를 위해 동분

서주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수행하는 아카이브는 그런 아카이브가 될 수는 없

을 것 같다. 그러나 공공기록관의 아카이브는 웅장한 아카이브일 수는 있어도

좋은 아카이브는 아닌 것 같다. 공공기록관의 아카이브는 폐가식 아카이브이

기 때문에 앞서 실망했다는 국회도서관처럼 “기록물보관소” 기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어떤 아카이브가 좋은 아카이브인가? 사람들이 좋은 삶을 살려고 할 때 어

떻게 연대하고 지원할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그 답은 아카이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내부에서 오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도서관이 어

떤 사람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말해보았다.

좋은 아카이브는 기록물 중심의 아카이브가 달성할 수 없다. 다른 접근이 필

어떤 아카이브가 좋은

아카이브인가? 사람들

이 좋은 삶을 살려고 할

때 어떻게 연대하고 지

원할 것인가? 이런 물음

을 던진다면 그 답은 아

카이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내부에

서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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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59

개가식 도서관 ‘멜버른의 빅토리아주립도서관 ’

개가식 도서관에는 접근제한이 없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공개도 없었다.

어떤 책이든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었다. 덕분에 도서관에 들어선 후에는 제약 없이

책을 볼 수 있었다. 물리적인 장벽도 없었고, 심리적인 장벽이 없었다.

오히려 개가식 문화는 책을 더 읽고 탐독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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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60 ――――

요할 것 같다. 사람과 공간을 중심으로 삼는 아카이브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좋은 도서관의 역사를 일구어온 전통을 살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가 좋

은 아카이브가 되기를 희망한다.

삼위일체형

아카이브

조선왕조실록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기록전통은 일제 식민지

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점차 아름다움을 잃은 채 흉물이 되었다. 그래도 혹독

한 추위가 몰아치는 긴 겨울동안 땅속에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씨앗처럼, 기

록전통도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가,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비로소 아카이

브로 싹트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아카이브의 역사는 1999년에 공공기록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

다. 본격적인 것은 노무현대통령이 기록대통령을 표방하면서 강력한 기록혁신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노무현대통령 집권기(2003.2~2008.2)에 기록전문가가 공공

기관에 배치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 정부의 아카이브를 책임지는 국가기록원

(National Archives of Korea)과 대통령기록관(Presidential Archives)이 설립되었으며, 이로

써 정부의 중요 기록물도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업무수행의 과정과 결과를 문서로 남겨야 하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

다. 문서창고 하나 지어놓고, 그곳을 관리하는 몇 사람 배정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수행부터 정부조직 전체의 업

무수행까지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겨두려면 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전문적인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아카이브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했다. 1987년 이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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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61

재체제가 무너지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민주화 되면서 가능성이 조금씩 싹트다

가, 마침내 1999년 공공기록법과 노무현이라는 기록대통령의 등장으로 한국

정부는 비로소 정부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아카이브 시스템을 도

입하게 되었다.

아카이브(archives)라는 낱말에는 세 가지 뜻이 함께 들어 있다. 기록자, 기록

공간, 그리고 기록물이 그것이다. 기록물로만 아카이브를 이해하는 경향이 있

다. 이런 단편적 이해는 위험하다. 자동차는 네 개의 바퀴가 있어야 달릴 수 있

다. 누구라도 아카이브와 멀리가려면 <기록자-기록보관소-기록물>의 삼위일

체형 아카이브를 씨앗으로 삼아야 한다. 법률제정이나 예산배정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회에서 법률이 제정되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예산만 낭비한

정부 프로젝트도 많다. 그러나 정부의 아카이브 시스템은 달랐다. 1999년 이

후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으며 짧은 시간에 압축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 핵

심 동력을 꼽는다면 삼위일체형 아카이브로 역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존기록물 수량이 1999년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

이다. 그러나 아카이브의 정착을 기록물의 수량만 가지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기록물의 수량보다는 아키비스트라는 새로운 사회적 존재들에 주목해서 아카

이브의 역사를 설명해야 한다. 현재 2천 여 명의 아키비스트가 현장에서 활동

하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대학, 기업 등 사회의 다양한 곳에

서 삼위일체형 아카이브를 실천하고 있다. 아키비스트가 많아질수록 이에 비

례해서 보존기록물의 수량도 늘어난다.

칼은 흉기가 될 수도 있고 요리를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기록을 담당하느냐가 중요하다. 삼위일체형 아카이브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다.

바야흐로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아카이브가 태동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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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62 ――――

아가는 말이 있다. 기록물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선순위가 기록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정말이

지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록물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어떤 곳에서 아카이브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존 도서관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기록물만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록물 중심의 아카이브는 오래가

지도 못할뿐더러 권위와 신뢰감도 주지 못할 것이다.

방향을 잃고 헤맬 때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가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 돌아갈 초심은 어

디일까? 삼위일체형 아카이브로 역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어야 한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해서 책과

기록물을 같이 서비스한다는 생각만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 기록물을 도서관

에 쌓아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한 알의 밀알이 커다란 보리밭을 이룬다. 기

왕에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아카이브를 해야 한다면,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

의 씨앗은 삼위일체형 아카이브이어야 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가 장기지속적인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되길 바란다.

의미 있는 새로운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도서관 이

용자에게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도서관을 이용하

는 이용자에게 책이 왼쪽 날개라면 아카이브는 오른쪽 날개가 될 수 있을 것이

다. 아카이브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삼위일체형 아카이브를 서두에 꺼낸 것

은 그런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삼위일체형 아카이브로

역사를 시작했다는 사

실이어야 한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큰 그

림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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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63

진화하는

아카이브

아카이브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정부에는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문서관리 시스템이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무

실 풍경이 있다. 업무 담당자가 문서를 기안하고 결재 받기, 결재문서를 문서

철 형태로 관리하기, 그리고 문서철을 문서 캐비넷에 보관해 두기. 사무실의

이런 풍경은 문서관리 시스템의 전형적인 풍경으로 1960~1970년대에 공공기

관 사무실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부터 총무처의 행정관리 조직

은 사무관리규정을 운영하면서 문서관리 시스템을 운영했다. 사회의 다른 분

야에서도 정부의 문서관리 시스템을 수용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문서풍경은

화장실의 동일한 구조처럼 사회 곳곳에 같은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진화의 역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진

화하는 생명체는 진화트리에서 갈라져 나오는 시점의 특징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인간은 침팬지와는 명백히 다른 생명체이지만 유전자를 99% 공유하면

서 같은 영장류 안에 속한다. 행동이나 습성도 매우 유사하다. 침팬지와 인간

이 동일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문서관리 시스템과 동일 조상에서 갈라져 나오며 진화

했다. 진화한 아카이브에 이름을 붙여본다면 ‘공공기관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문서관리와 외양은 비슷하다. 이름만 문서에서 기록으로 바뀐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아무리 그래도 공공기관 아카이브는 삼위일체형 아카

이브라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생명체이다. 문서관리 시절에는 없던 기록전

문가(아키비스트), 기록공간(보존서고, 전시실, 열람실, 교육장 등)이 생명의 모습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쉽게 구별이 되더라도 침팬지와 보노보를 구별하기는 쉽

지 않다. 보노보도 침팬지만큼이나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이다. 보노보와 침팬

아카이브 시스템은 문

서관리 시스템과 동일

조상에서 갈라져 나오

며 진화했다. 진화한 아

카이브에 이름을 붙여

본다면 ‘공공기관 아카

이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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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64 ――――

지는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렵다. 인간은 자기입장에서 자기와 나머지

다른 영장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세한 차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아카이브는 문서관리 시스템과 외양이 비슷하고 습성도 비슷하다.

보노보와 침팬지의 차이처럼,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

다.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아카이브와 문서가 제대로 식별되지 못한 채 그것이

그것이지 하는 식으로 오해된다. 다 같은 기록물 아닌가 정도의 인식이 사회적

인식이다. 따라서 도서관의 입장에서 보면 문서와 아카이브의 구별이 쉽지 않

을 것 같다. 책과 나머지 기록물(문서와 아카이브가 혼재된 상태)과 쉽게 구별이 되겠지

만, 괜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은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의 앞날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 아카이브가 문서관리 시스템과 외양이 비슷한 것은 행정이라는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기관 아카이브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한계를 제대로 짚어보는 것이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에는 필요하다.

현재 공공기관 아카이브가 아카이브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

다. 또한,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가 공공기관 아카이브를 닮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갈림길의 선택이 중요하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행정에서 진화하는

아카이브가 될 수 없다. 행정을 뒷받침 하는 아카이브는 법률이 있어야 하고,

그 기록물은 법적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는 공공기관 아카이브처럼 법률적 아카이브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단

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 우리

는 새로운 선택을 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행정에서 진화할 수 없다는 사실

도서관의 입장에서 보

면 문서와 아카이브의

구별이 쉽지 않을 것 같

다. 책과 나머지 기록물

과 쉽게 구별이 되겠지

만. 이 둘을 구별하는 것

은 도서관 기반의 아카

이브의 앞날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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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65

은 오히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에게는 행운일 것 같다. 아카이브의 길은 다

양하다. 행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아카이브 프로그램을 만

들 수 있다.

공동체에서 진화하는 아카이브를 지향하면 어떨까?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

는 아카이브, 공동체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고 그 활력소가 되는 아

카이브. 공동체가 중심이 되고 공동체와 협력하는 그런 아카이브. 나이가 들어

이민을 가면 영어를 배우기 어렵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2세는 영어가 모국어처

럼 자연스럽다. 도서관은 오래 전부터 공동체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경험이 있

다. 아카이브가 이런 역사성과 문화에서 자란다면, 그 아카이브는 본래 모습에

훨씬 근접할 것이다.

아카이브

패러다임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현대적 의미의 아카이브는 시작되

었다. 당시 혁명세력은 아카이브를 국왕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재산이자

권리로 선언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아카이브는

시민생활에 필요한 공공재가 되었다. 이후, 아카이브의 구체적 관행이 점차 형

성되기 시작해 19세기 중반에 이르면 하나의 전문분야로 자리매김 되었다.

탁월했던 캐나다의 아키비스트 테리 쿡(Terry Cook)은 한 연구논문에서 이때부

터 현재까지를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해서 설명한 바 있다. 1기(1850년대~1930

년대)에는 법적 증빙(사법적 기반), 2기(1930년대~1970년대)에는 문화적 기억

(학술 엘리트 기반), 3기(1970년대~현재)에는 사회적 자원(정체성과 사회정의

를 위한 사회적 기반), 4기(2010년대~현재)에는 공유기억(참여와 협력을 위한 공동체

1789년 프랑스 혁명 이

후 현대적 의미의 아카

이브는 시작되었다. 당

시 혁명세력은 아카이

브를 국왕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재산이

자 권리로 선언하고 이

를 제도적으로 정비하

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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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66 ――――

적 기반)이 각각 아카이브의 본질이었다.

아카이브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는 시기마다 달랐다. 그렇지만 일정한 방향

성은 있었으니 그것은 공공기관으로 표현되는 국가 아카이브에서 공동체 아카

이브(Community Archives)로의 전환이라는 점이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가 이런 역사적 전개과정을 순서 그대로 답습할 필

요는 없을 것 같다. 법적 증빙을 위한 아카이브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세 개의

아카이브를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

브가 지향할 가치와 사회적 역할은 3기와 4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의 삶을

기록하고 지원하는 커뮤니티 아카이브를 자기 이미지로 삼는다면, 도서관 기

반의 아카이브는 3기와 4기의 아카이브를 수용하고 실천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아카이브 패러다임이라는 큰 길을 걸으면서 아카이브의 본령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패러다임에서 특히 참여와 협력을 위한 공동체적 기반이 주목된

다. 도서관은 본래 참여와 협력을 위한 공동체적 기반이었다. 도서관만 한 사

회의 공동체적 기반이라고 말할 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도서관은 자유로운 곳

이다. 연령과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도서관만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

도 없다. 도서관은 공동체적 기반의 상징이다. 사람은 제 본성대로 살아야 한

다. 도서관은 공동체적 기반의 상징적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듯이 도서관 기반

의 아카이브에서도 그런 상징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도서관 현실이 그리 녹록

치 않다는 현실론을 먼저 말해야 할까? 역사적 변화과정의 한 지점인 현재 현

실보다 더 큰 힘이 있다. 그것은 도서관의 지향과 방향성이 참여와 협력을 위

한 공동체적 기반이라는 점일 것이다.

공동체 아카이브는 다양하다. 국가아카이브와는 달리 스펙트럼이 넓다.

공동체 아카이브 중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마을아카이브(지역기반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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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67

공동체 아카이브)이다. 마을은 초가에서 아파트로, 땅에서 시멘트로, 농촌에서 도시

로, 공동체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변했다. 이 변화를 안타까워하며 기록해

두려는 욕구는 자연스럽게 마을아카이브로 이어진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

는 도서관도 마을아카이브에 관심을 둘 것 같다. 좋은 방향이고 꼭 필요하다.

그래도 시야를 넓혀보자.

공동체 아카이브에는 소수자공동체 아카이브, 동물권 운동 아카이브, 다문

화 아카이브, 416이나 미국의 911 같은 피해자공동체 아카이브도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도 다양한 공동체 아카이브가 있다. 공동체 아카이브는 우

리 삶처럼 뚜렷한 한계를 정할 수는 없다. 416 사건이나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동물권 운동이 시작된 것도 얼마

전이었다. 급격한 인구변동으로 다문화 정책과 운동은 점점 더 절실해진다. 이

런 노력은 올바른 삶을 위한 갈망에서 나올 것이다. 우리가 한 사회에서 정당

한 시민으로 살기 위한 노력을 하면 할수록 공동체 아카이브도 확장될 것이다.

생물다양성처럼, 공동체 아카이브도 매우 다양한 형태가 출현해왔고 앞으로도

출현할 것이라 본다.

도서관은 아카이브가 아니더라도 참여와 협력을 위한 공동체적 기반이다.

공공기관 아카이브는 행정에서 진화했다. 그러나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달라야 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도서관이 살아온 대로 우리 사회의 공

동체적 기반에서 진화해야 할 것 같다.

기록

활동가

아카이브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아키비스트의 역할도 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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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68 ――――

다. 1기에는 법적 증거를 보관하는 역할에 충실했고, 2기에는 역사를 같이 쓰

는 역할에 충실했다. 3기에는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4기에는 공동체 기반의

활동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변화하는 와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키비스트의 사회적 역할은 시

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아키비스트의 심장에는 한 사회의 최후 보관자라는 의

식이 아로 새겨져 있다. 그러나 오해는 말아야 한다. 아키비스트는 단순히 기

록물만 보관하지는 않는다. 한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적 관계 또는 사회적 가치

도 보관한다. 3기의 갈등의 중재자 역할이나 4기의 공동체 기반의 활동가 역

할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키비스트는 어떤 사람들이어야 할까? 이 물음에 답하

기 위해서는 아키비스트보다는 기록활동가가 더 어울릴 것 같다. 도서관을 기

반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기록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아키비스트를 기록활동

가로 정의해본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직간접으로 참여

한 바 있다. 농촌마을의 도서관, 지방도시의 도서관, 신도시의 도서관, 서울 강

남의 도서관 등에서 도서관 활동가들과 어울렸다. 프로젝트 규모는 크지 않았

다. 그런데 소규모 프로젝트인지라 오히려 도서관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자체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는 아카이브 업무를 따로 배정

받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아카이브 업무를 하긴 했으나 상시적인 것은 아니었

다. 오히려 기존의 과중한 업무에 새로운 업무가 하나 더 추가되는 형식이었다.

사서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카이브 업무를 또

하나 맡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하면서도 아카이브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사서

이자 기록활동가로서 공동체 기반의 활동가 역할을 하고 싶어 했다.

사서의 정체성을 굳이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동체 아카이브는 두 개

변화하는 와중에서 변

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

키비스트의 사회적 역

할은 시대에 따라 달라

졌지만, 아키비스트의

심장에는 한 사회의 최

후 보관자라는 의식이

아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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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69

이상의 복합적 정체성을 갖는 존재에게 맞는 옷이기 때문이다. 사서이자 기록

활동가의 정체성을 갖는다면 오히려 유리하다. 도서관의 현실을 모른 채 그런

말을 한다는 비판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매사를 현재 현실의 울타리 안에서

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라는 시도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아카이브 분야에서 기록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 중에는 역사가-기록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역사가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아카이브

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아카이브를 이해하려는 노

력도 하고, 아카이브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해석해보려는 노력도 한다. 역

사적 관점이 주는 풍요로움이 있고, 아카이브 관점이 주는 다양성이 있다. 두

개의 관점은 서로 교차할수록 아카이브 활동의 추동력은 커진다.

사서-기록활동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사서의 관점에서 아카이브를

포용하는 것, 그리고 아카이브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새

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 같다. 한 분야의 전문성은 때로는 좁다는 점이 단점

이다. 일상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사서에게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 같다. 그러나

두 개의 전문성이 교차하게 되면 새로운 차원이 생긴다.

도서관 기반의 기록활동가 정체성은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를 수행하기에

유리할 것 같다. 도서관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한 도서관 활동가는 도서관의 공

공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공공성이란 타인, 타인과 자신의 상호관계, 타인을 고려하는 개인들을 전제

한다. 이용자 스스로가 다른 이용자들을 존중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

신뢰는 그들의 자존감에 대한 극한의 존중이다.(박영숙,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

니다》, 알마, 2014, 28쪽.)

사서의 관점에서 아카

이브를 포용하는 것, 그

리고 아카이브의 관점에

서 도서관을 새롭게 해

석하는 것은 새로운 가

능성을 열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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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70 ――――

그가 지향하는 것은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이다. 그는 이용자가 시민으로 성

장하는 과정에 속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상호작용이라

는 것이고 도서관 활동가는 곁을 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시작해서 15년이라는 길고 느리고 일정하지 않은 시간을 겪

으며 ‘자유에 대한 바람’을 공공성의 가치로 다시 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도서관 활동가의 새로운 활동기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록물 중심의 아카이브로만 좁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도서관 기반 아

카이브의 가능성은 크다. 사서-기록활동가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사서의 탄생

을 기대해본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영장류로 분류된다. 이 분류표에는 인간(호모 사피엔스),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가 있다. 이들은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각 그 독특한 존재로 진화했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가 궁금했다. 어떤

차이가 작용해서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간은 인간이 되었을까?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DNA의 차이에 주목했다. 문제는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9%가 같다고 한다. 어

떤 세포가 생겼을 때 이 사실만으로는 인간과 침팬지를 구별할 수는 없다는 것

이다. 과학자들은 1%의 차이에 어떤 진화의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

러나 결국 결론은 다른 곳에서 났다. 결정적인 것은 차이가 아니라 순서였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자 그 자체의 차이보다는 발생과정에서 나타나는 순서와 리

듬에서 답을 찾았다.

발생 초기단계에는 인간과 침팬지의 배아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성장하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 뒤로는 차이

가 점점 분명해진다. 예를 들면, 뇌와 머리뼈 중 어느 것이 먼저인가 하는 선

공공성이란 타인, 타인

과 자신의 상호관계, 타

인을 고려하는 개인들

을 전제한다. 이용자 스

스로가 다른 이용자들

을 존중할 수 있다고 믿

는 것이다. 그 신뢰는 그

들의 자존감에 대한 극

한의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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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71

택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인간에게는 뇌가 우선이고 머리뼈는 그 다음이다.

뇌의 크기를 최대한 크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갓난아기를 보면

뇌가 계속 자라고 있고 머리 상단의 머리뼈가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침팬지의 우선순위는 정반대이다. 머리뼈가 먼저고 뇌는 나

중이다. 침팬지는 다음과 같이 지시를 하는 것 같다. ‘자, 공간이 주어졌어.

알겠어. 이 공간에 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뇌를 채워라.’ 그러나 거기에 넣을

수 있는 뇌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월터 머치 지음, 문원린 옮김, 《눈 깜박할 사이》, 2010, 비즈

앤 비즈, 24~25쪽).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DNA에 저장된 정보가 활성

화되는 순서가 중요하다. 둘째, 유기체가 성장하면서 각각의 정보가 활성화될

때 그 속도를 제어하는 뭔가 다른 것(아직 논의 중)이 있어야 한다.

진화의 역사가 흥미롭다. 아카이브가 하나의 유기체로 성장하면서 자기 특

유의 모습을 갖춰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늘 있었는데, 생명의 진화

사를 접하면서 오히려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바람 중에는 ‘도서관 활동가’라는 말을 들은 적

이 있다. 사서도 전문직업인의 한 사람으로 격렬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적응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도서관 활동가의 실질적인

활동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기록물을 어떻게 모을까,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할

까 하는 물음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책이 없는 도서관을 상상할 수 없

듯이 기록물이 없는 아카이브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급할수록, 손쉬운 길

이 앞에 있을수록 순서와 리듬을 생각하게 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뇌(어떤 사람이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를 수행해야 하는가)가 먼저

자라는 아카이브이면 좋겠다. 도서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록활동가는 누구

도서관에서 새롭게 일

어나는 바람 중에는 ‘도

서관 활동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서도

전문직업인의 한 사람

으로 격렬하게 변화하

는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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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72 ――――

이어야 하는지,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사람은 또 누구인지. 기록물보다도 그 기

록물을 의미 있게 받아들일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아카이브면 좋겠

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하는 아카이브가 되어야 할 것이고,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기록활동가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카이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아카이브는 성장속도가 더딜 수는 있다. 공공도서관 같은 공공기관 업무

관행에서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을 의미한다. 속도전으로 업

무를 처리할 때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는 사업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속도가 더딘 것은 두개골을 아직 고정시키지 않았다는 것이고 뇌가 더 자랄 공

간을 마련하기 위한 생명작용이라고 하니, 이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뭔가? 이런 아카이브는 도서관 활동가들에게 어

떤 의미일까? 이 물음을 던지며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 활동가를 양성하면 좋

겠다. 기록활동가는 기록물 수집 방법론을 새로 개발할 것이고, 책과 기록물을

섞은,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공공기관 아카이브가 엄두

를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기록물 중심의 아카이브(어떤 기록물을 모으지, 어떻게 서비스 하지)는 침팬지 아카이브

이다. 기록물이 아닌, 공동체를 중심에 둔 아카이브는 침팬지 아카이브와 다른

아카이브로 진화할 것이다. 침팬지와 달리 인간은 문화를 만들고 계승했다고

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가 일상에서 ‘기록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주된

임무로 삼는다면, 분명히 아카이브는 새롭게 진화할 것이다. 도서관 기반의 아

카이브는 침팬지 아카이브가 아니라 인간 아카이브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

브가 일상에서 ‘기록공

동체’를 만드는 것을 주

된 임무로 삼는다면, 분

명히 아카이브는 새롭

게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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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73

기록

공간

1970~80년대 서울 구로공단은 규모가 상당했다. 전철이 다니긴

했지만 사람들 왕래가 많지는 않았다.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의 한없는 행렬 옆

으로 자그마한 판매장이 있었다. 싸게 사려는 사람들, 대량의 물품을 구입하는

바이어는 이곳에 들러 볼 일을 보고 얼른 사라졌다.

공공기관 아카이브는 산업단지와 닮았다.

공공기관 아카이브의 구심점은 국가기록원이다. 실상은 어떨까? 국가기록

원은 경기도 성남, 대전 정부종합청사에 소재하고 있다. 이곳은 영락없이 산업

단지를 닮았다. 주차장에는 출퇴근 차량이 많다. 특히 대형버스가 꽤 여러 대

주차해 있다. 버스는 기록물 정리인력을 실어 나른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 옆에 자그마한 전시실이 있다. 성남의 경우 그 안 쪽에는 70여 개의

보존서고가 밀집해 있다. 대전의 경우에는 지하 곳곳에 보존서고가 있다. 전시

실은 평일에만 문을 연다. 평일에는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다. 주말에는 개미도

다니지 않는다. 전시기록물만 어둠 속에서 고요히 벽에 붙어 있다.

평일 근무시간에 전시실이 열리면 학생들이 가끔 몰려온다. 유치원생, 초등

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이들은 어디든 간다. 단체로 몰려다니며 박물관도 가

고 미술관도 가고 고궁도 간다. 특별히 아카이브에 흥미가 생겨 국가기록원에

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떠나면 신나는 그 심리가 있기에 아카이브에서도 흥

분을 하는 것일 뿐, 아카이브가 주는 매력적인 느낌 때문은 아닐 것 같다. 이들

을 제외하면 특별히 아카이브에 흥미가 있는 일부 사람들이 드나들긴 하지만

고객만족도는 높지 않다.

아카이브의 전통적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감옥 이미지’이다. 기록물은 죄수

이고, 아키비스트는 간수이며, 기록공간은 감옥이다. 기록물에는 죄수 통제번

공공기관 아카이브의

구심점은 국가기록원이

다. 실상은 어떨까? 국

가기록원은 경기도 성

남, 대전 정부종합청사

에 소재하고 있다. 이곳

은 영락없이 산업단지

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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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74 ――――

호가 부여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정수점검을 한다. 감옥에서 매일 죄수 검열을

하는 것이나 군대에서 매일 점호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아카이브의 이런 일상

은 갇힌 자들의 숙명이자 가두어 통제하는 간수의 고단함이다.

국가기록원은 국가 보안시설이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원 건물 전

체는 울타리로 격리되어 있고, 사방 곳곳에 높게 솟은 경비초소에는 청경이 총

을 차고 24시간 내내 지킨다. 정문 입구에서 방문차량은 일단 멈춘다. 청경은

묻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방문자는 자신이 보안시설을 부술 위해한 인물이

아님을 말한다. 차량을 저지하는 막대기가 오른다. 방문차량은 주차장까지 얼

른 간다. 방문자는 차에서 내린다. 그러나 50미터 길이의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야 한다. 해가 뜨거운 날에는 마치 죄수가 노역장에 끌려가는 듯, 한 발 한

발 고통스럽다.

이윽고 자동문이 열린다. 기다리는 것은 폭발물 검색대이다. 가방에 폭발물

이 들어 있는지 검사한다. 폭발물 검색대를 통과하면 안내 데스크에서 직원이

부른다. 신분증을 제시하시오. 전화번호를 기재하시오. 방문목적은 왜 안 쓰는

겁니까? 정문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위압적인 분위기는 신분증 검사를 하

는 직원의 사무적인 태도에까지 지속된다.

방문증을 차고 서서히 로비를 가로질러 전시실을 향한다. 전시실은 개방된

공간이다. 그런데도 아카이브 전시실을 가는 길은 일제 식민지 36년의 터널을

지나는 것만큼이나 고단하다.

아카이브의 새로운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식당 이미지’이다. 기록물은 식재

료이고, 아키비스트는 요리사이고, 기록공간은 식당이다. 식당은 어떤 곳인가?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자기취향의 음식을 나눠먹는 그 한 때는 즐거움이다.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아카이브는 법적 증빙을 위한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한 아카이브가 아니다. 아카이브가 감옥 이미지를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전시실은 개방된 공간

이다. 그런데도 아카이

브 전시실을 가는 길은

일제 식민지 36년의 터

널을 지나는 것만큼이

나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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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75

데에 있다. 그러나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이런 아카이브에서 해방될 수 있

다. 정말이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도서관도 한 때는 폐가식 도서관이었다. 이때는 도서관도 감옥 이미지에 가

까웠다. 벽 저 편에 누군가 ‘책 관리자’에게 쪽지를 건넨다. 얼마의 시간이 흐

른 뒤에 책 관리자의 손과 함께 나온 책 한 권을 면회할 수 있었다. 다행히 도

서관은 지금은 거의 개가식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아카이브는 새로운 기록공간이어야 한다. 말하자

면, 개가식 아카이브이어야 한다. 기록물을 훼손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물론 있을 수 있다. 이런 불안함은 이제 과유불급이다. 자기 방에 침을 뱉는 사

람은 없다. 시민의식이 성숙될수록 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은 적어진다. 책도

한 때는 그런 불신을 받으며 폐가식 서고에 고립되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보다는 현재 개가식 도서관 시절이 행복하다. 책도 이용자도 심지어 사

서조차도 그렇지 않을까.

만약 공공기관 아카이브를 흉내 내어 폐가식 아카이브로 운영한다면, 왜 굳

이 도서관에서까지 아카이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그 이유를 실종당한 채 사라져 버릴 것이다. 사라져가며 아마도 새

로운 아카이브 이미지가 하나 남길 것이다. 돈 된다고 무엇에든지 달라붙는 그

런 천한 장사치 이미지 같은 것.

공공기관 아카이브 이미지가 산업단지라면, 공동체 아카이브 이미지는 백화

점이다. 백화점은 시내 한 가운데에 있다. 사람들은 시내에 나가 서점도 들르

고 미술관도 박물관도 관람하고,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밥

도 먹고,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신다. 백화점은 이런 일상의 한 공간이다. 반

면, 산업단지는 사람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그 곳에는 오직 ‘생

산’만 있다. 이곳을 나와야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백화점은 그렇지 않다. 일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

는 아카이브는 새로운

기록공간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개가식 아카

이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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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76 ――――

일상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도서관

도서관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누구라도 걸어서 15분 이내에

도서관을 만나는 것이라고 들었다. 일상의 가까운 곳에 도서관을 두겠다는 것인 것 같다.

이것은 공공기관 아카이브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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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77

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공간이다.

도서관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누구라도 걸어서 15분 이내에 도서관을 만나

는 것이라고 들었다. 일상의 가까운 곳에 도서관을 두겠다는 것인 것 같다. 이

것은 공공기관 아카이브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도서관 이

용자가 정보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에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들에게 양질

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화룡점정

처럼 추가 되어야 할 것이 있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는 무엇보다도 좋은 기록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도서

관 기반 아카이브에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기록문화를 향

유할 수 있는 기록공간이 있어야 한다.

홍동밝맑도서관(충남 홍성군 홍동면) 회랑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보았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영화관에 가는가? 보통은 잃어버린 시간, 놓쳐버린

시간, 또는 아직 성취하지 못한 시간 때문에 간다. 살아가는 삶의 경험을 얻

으려고 사람들은 영화관에 가는 것이다.”(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로코프스키).

세상에는 이 말고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도, 당시 나는 강렬

한 느낌에 압도당한 채 한 동안 서 있었다.

저녁 무렵,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서관 마당에서는 흙먼지를 일으켰

고, 데크에서는 낙엽이 마당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오후 늦게까지 회랑을 비추

던 햇살은 서산으로 지는 해와 더불어 사라지고 있었다.

더 이상은 그 포스터가 어떤 영화를 보자고 했던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장만은 특유의 느낌이 그대로 심장에 박혀 있다. 여러 해 밝맑도

서관을 드나들면서 의미 있는 일이야 셀 수 없이 많이 경험했다. 그러나 이렇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

는 무엇보다도 좋은 기

록공간을 제공해야 한

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

브에는 도서관 이용자

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면서 기록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기록공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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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78 ――――

게 강렬한 느낌을 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영화는 집에서 TV로 볼 수 있다. 스마트 폰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

관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은 다르다. 영화관에 가서야 우리는 시간을 생각하고,

삶의 경험을 얻으러 여기에 있구나 하는 자각을 갖는다.

콘텐츠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콘텐츠를 빛나게 하는 것은 공

간이다. 어떤 분위기의 공간에서 누구와 그 콘텐츠를 향유하느냐가 중요하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에는 좋은 기록공간이 있어야 한다. 좋은 기록공간이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의 상징적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

브는 차분하게 문화가 있는 기록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부터 할 일이다.

위대한

아카이브

얼마 전 한국도서관협회에 들렸다가 미국의 한 사서가 했다는

말을 들었다.

“평범한 도서관은 장서량을 늘인다. 좋은 도서관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대한 도서관은 공동체를 만든다.”

장서량을 늘이듯이 기록의 수량을 늘리는 도서관은 평범한 아카이브를 한

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가 그저 그런 평범한 아카이브의 운명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아카이브에서 출발해서 위대한 아카이브로 진화하는 운명을 살

기를 바란다.

지난 몇 년, 도서관과 인연이 되어 아카이브 프로그램을 같이 했다. 도서관

도서관 기반 아카이브

에는 좋은 기록공간이

있어야 한다. 좋은 기록

공간이 도서관 기반 아

카이브의 상징적 구심

점이 되어야 한다. 도서

관 기반의 아카이브는

차분하게 문화가 있는

기록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부터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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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 079

에서 만난 기록사건은 심장 속 깊숙한 곳에 들어 있다. 아름다운 기억은 언제

나 그 곳에서 나온다. 평범한 아카이브였다면 심장은 개입하지 않는다. 심장은

좋은 아카이브부터 관심을 보여 위대한 아카이브를 탐식하지 않을까?

도서관과 함께 했던 그 순간은 작은 공동체였다. 기록을 매개로 만났다는 점

에서는 기록공동체였다.

돌이켜보니, 어떤 도서관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아카이브 프로젝

트이었는지도 고려사항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도서관과 아카이브는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사람들과 어울리

며 일상에서 ‘기록공동체’를 만들기 바란다. 그 순간마다 도서관 기반 아카이

브는 위대한 아카이브로 꽃피지 않을까.

도서관과 책의 궁합에는 필적할 수 없더라도 도서관과 아카이브는 동무되

어 함께 가는 운명 찾아 잘 살 것 같다.

“동무여, 그대가 원한 것이 그대의 운명이고 그대의 운명은 그대가 원한 것

이랍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라면 어디서든지 도

서관과 아카이브는 궁

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

다. 도서관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에서 ‘기

록공동체’를 만들기 바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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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운동이 실현하려는

‘창의성’과 ‘공유 정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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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c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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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독서교육과 문화에 대한 작가·강사·연구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교육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려대, 중앙대, 경희대에서 교육학을 가르쳤으며, 매년 우수 강의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교육청 및 도서관, 학교 등 독서교육 현장에서 학교 관리자, 교사, 사서,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생 북스타트 ‘책날개’, 도서관의 독서교실 프로그램 ‘책수리마수리’, 독서문화 플랫폼 ‘책씨앗’ 등

다양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연구보고서로 「해외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연구」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영국의 독서교육』,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가 있다.

현재 책과교육연구소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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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83

최근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 도서관을 방문해보면, 전에 없던 신기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메이커공간(maker space)” 혹은 “메이커 실험실(maker lab)”이라는 이

름의 공간이다. 여기에는 도서관과 선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기계와 도구들,

예를 들어, 3D 프린터와 3D 스캐너, 레이저 커터, 재봉틀, 자수 기계, 버튼 메

이커 등이 놓여 있다. 어린이실에도 레고, 종이, 미술용품, 풀과 가위 등 만들

기 재료 등이 갖춰진 자리가 있다. ‘모임방인가?’하고 들여다보면, 밴드용 악기

와 마이크, 믹싱 기계를 갖춘 음악 스튜디오란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영상을 만들고 편집할 수 있는 영상 스튜디오 명패가 붙어

있다.01

시민들은 이러한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이면 ‘도서관’에 메이커공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유

가 적절하다면, 나아가 마땅하기까지 하다면, 메이커공간을 아직 본격적으로

갖추지 못한 우리의 도서관과 사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이 글은 이

런 질문들을 다루려한다.

메이커운동은

어떤 운동인가?

도서관에 메이커공간이 생겨난 건, 메이커운동이라는

사회적 움직임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메이커운동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스

스로 새로운 물건이나 작품을 만들고 고치고 공유하는 사회운동이다. 뜨개질

01

미국 도서관의 메이커공

간을 소개한 사이트

http://library-maker-

culture.weebly.com/

what-are-the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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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84 ――――

이나 종이접기처럼 손을 움직여 만드는 전통적인 만들기 활동부터, 3D 프린터

나 코딩 프로그램과 같이 새로운 디지털 기계로 만드는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메이커운동의 만들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만들기와 다른 새로운 점

이 있다. 의자를 예로 들어보자. 공장에서 ‘기계’로 ‘동일한’ 디자인을 ‘대량’

생산하는 의자와는 달리, 메이커운동에서 만드는 의자는 ‘나의 손’으로 만든

‘유일한’ 디자인을 가진 ‘하나’의 의자다. 의자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자

의 구조, 의자의 재질을 이해하고, 도구를 다루는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한다. 이

때 메이커는 상품으로 팔리는 의자를 구입하는 ‘소비자’나 의자를 만드는 컨테

이너 벨트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분업 생산자’가 아니라, 의자를 만드는 과정

전체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창작자’가 된다.

메이커 활동은 스스로 만들기라는 측면에서 DIY(Do It Yourself )와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이케아(IKEA) 가구를 사서 설명서대로 조립하는 것도 DIY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커 활동은 이와 조금 다르다. 이미 남이 설계한 물품을 조립

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디자인하고 재료를 추가하거나 빼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의 필요와 바람에 맞게 물건을 구상하고 바꾸고 만

들어가는 ‘해커정신’이 메이커운동이 첫 번째 특징이다.

또한 DIY가 가정에서 홀로 이루어지어지는 만들기 활동이라면, 메이커활동

은 남들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만들기(Do It Together) 활동이라는 차이가 있다. 메

이커들은 메이커공간이라는 공유 공간에서, 연장과 기계를 함께 공유하고, 만

드는 과정을 상의하기도 하고, 자신의 설계를 타인에게 공개하기도 한다. 메이

커활동은 홀로 하는 DIY와는 달리 만드는 아이디어와 만드는 도구를 ‘공유’한

다는 특성을 갖는다.

메이커들은 메이커공간

이라는 공유 공간에서,

연장과 기계를 함께 공

유하고, 만드는 과정을

상의하기도 하고, 자신

의 설계를 타인에게 공

개하기도 한다. 메이커

활동은 홀로 하는 DIY와

는 달리 ‘공유’한다는 특

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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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85

메이커운동의

영향과 효과는

무엇일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무리 선택지가 많다고 하더라도 생

산자가 만들어낸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자신을 거기에 맞추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상품으로서의 아파트가 제공하는 선택지는 거실 하나에 방 2~3개를 가진 똑같

은 구조밖에 없다. 여러 개의 방 대신에 하나의 큰 서재를 갖고 싶은 사람도 있

고, 부부 각각을 위한 2개의 거실과 1개의 침실을 원하는 이도 있지만.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거나 옷을 짓거나 물건을 만들거나 프로그

램을 만들면, 우리는 생활을 상품에 맞추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물건을

생활에 맞추는 능동적인 창작자로 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메이커운동은 개성과 창의성, 자기 삶에 대한 주도성을 촉진한다. 직

업적 예술가나 공학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창작자가 되어 자신의 창작품을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메이커운동의 설계나 도구는 저작권 없이 ‘오픈

소스’로 공유되기에, 이러한 창의적 활동에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또한 물건

을 만들기 위해 비싼 장비가 필요해도 메이커공간에 구비된 장비를 쓰면 되니,

자본력이 없더라도 누구나 창의적인 물건과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음반을 내기

위해 비싼 악기와 스튜디오와 믹싱 기계가 필요하지만, 메이커공간의 뮤직 스

튜디오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저비용으로 가능해진다. 특히 자신의 직

업과 정체성을 탐색하는 청소년과 청년,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 예술품을 통해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 두 번째 세 번째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 긴 여가 시간

동안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시니어 세대에게 메

이커공간은 기회를 제공한다.

메이커운동은 개성과

창의성, 자기 삶에 대한

주도성을 촉진한다. 직

업적 예술가나 공학도

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창작자가 되어 자신의

창작품을 나누는 기쁨

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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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86 ――――

메이커운동은 개인의 차원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긍정적으

로 변화를 일으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메이커운동은 미래 산업의 부가가치

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디자인과 제품을 구상하고 실험하는 인큐베이터가 된

다. 물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실험실이나 공장을 가진 자본력 있는 회사가 아니

더라도, 개인이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완성도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

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메이커운동을 미래 미국 제조업의 잠재적 동력

으로 지목하면서, 2014년에 백악관 앞에서 메이커 페어를 여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학교 교육과정에 창의융합교

육(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을 도입하고, 이를 실시할 수 있

는 메이커공간을 학교와 도서관에 만드는 데 투자해왔다.

메이커운동의 사회 통합적 효과도 크다. 더 나은 기술과 제품을 여러 사람들

이 함께 만들어가면서, 시민들은 다양한 인간관계와 공감능력, 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다른 메이커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집단지성의 힘을 체험하기도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문턱 없이 누리도록 협력하고 참여하

는 모임이 만들어진다. 메이커운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역량을 키

우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왜 도서관에

메이커공간이

들어서나?

도서관이 아닌, 대학이나 기업 등 별도의 건물이나 장소에

메이커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왜, 다른 공간이 아닌 공공도서관에 메이커공간

이 많이 들어서게 된 걸까?

메이커운동의 사회 통

합적 효과도 크다. 더 나

은 기술과 제품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면서, 시민들은 다양

한 인간관계와 공감능

력, 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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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87

첫째, 도서관에서의 학습과 메이커운동의 학습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학습자가 주도하는’ 학습이 일어난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교사가 계획하고 운

영하는 교육기관과는 달리, 도서관과 메이커운동에서의 학습은 학습자가 스스

로 계획하고 꾸려간다. 배움의 속도도 내용도 학습자가 결정한다. 또한 학위나

졸업장, 코스 수료 등의 결과보다, 배우는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둔 배움이 일어

난다. ‘과정중심의 학습’이다. 수업료도 시험도 없다. 중도에 그만 둔다는 개념

이 없다. 1시간이든 20년이든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익

히고 배운다. 배움이 어떤 결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

에, 즐거움이 가장 큰 추동력이다. 읽기 자체가 즐거워서 읽고, 만들기 자체가

즐거워서 만든다. 배움이 여가나 휴식, 취미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유희

적인 학습’이다. 즐겁게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능력이 는다. 마지막으

로, 하면서 배우는(learning by doing) ‘행위 중심, 참여 중심의 학습’이다. 도서관에

서 읽기 능력이 늘어가는 과정은 교사의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읽기 행위를

반복하면서 이루어진다. 독서 동아리를 반복해서 참여하다 보니 읽기와 듣기,

말하기가 는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만드는 능력도 실제 만들기

활동을 통해서 늘어간다.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당연한 배움이 이루어

진다. 메이커운동의 학습방식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주된 학습방식인 구성

주의적인 학습(constructivism learning)과 가장 유사하다.

둘째, 공공도서관에 대한 시민의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은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따라서 메이커운동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메이커활동을 접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은 입장이 완벽하게 무료다. 모든 이는, 어린이부터 노인

까지, 장애인이나 외국인도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 사

실을 별도의 광고 없이도 잘 알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

지 않더라도 가까운 도서관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대체로 안다. 메이커 활동

도서관에서의 학습과

메이커운동의 학습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학습자가 주도하는’ 학

습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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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88 ――――

을 모든 시민에게 확산하기에, 도서관만큼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가 없다. 별도

의 장소에 메이커공간을 만들면, 주로 메이커활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만 알

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메이커공간이 도서관에 있으면, 테크 새비(tech savy)

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아이들도 메이커활동을 접할 수 있게 된다. 3D 프린터

나 레이저커터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도서관 1층을 지나가다가 3D 프

린터와 3D 프린터로 만든 물품, 3D 프린터로 만드는 워크숍, 3D 프린터에 관

련된 도서 목록 등을 마주칠 수 있다. 스웨덴에서 인터뷰했던 한 청년은 자신

의 카페 단장을 위해 메이커공간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가 우연히 메이커공간의 기계들을 처음 접했다. 이 기계들로 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과 프로젝트를 보며, 자기 카페의 물품들을 하나씩 만

들어봤단다.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박은 간판부터 메뉴판, 테이블보, 커튼, 냅

킨, 장식품들을 하나씩 만들어 자기 카페만의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했

다. 이처럼 도서관은 가장 최신의 콘텐츠와 기술을 이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

게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셋째, 도서관은 경제적인 약자에게 메이커운동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도서관에 최신의 정보와 도구를 가장 먼저 갖춤으로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이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도서관의 역사는 값비싼 정보

와 도구의 공유에 도서관이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보여준다. 필사본, 백과

사전, 외국도서, 학술지, 전자논문 등 도서관은 시대에 따라 개인이 갖기에 어

려운 고비용의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지식의 민주화에 공헌했다. 도구도 마찬

가지다. 타자기가 귀한 글쓰기 도구였을 때 도서관은 타자기를 갖추었고, 그

후로는 컴퓨터, 복사기, 스캐너, 프로젝터를 갖추었다. 도서관이 메이커활동에

필요한 디지털 기계들을 갖추는 것은 이제까지 계속 되어왔던 도서관의 사회

적 역할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도서관에 3D 프린터를 갖추는 것은 그것

도서관은 가장 최신의

콘텐츠와 기술을 이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

게 확산할 수 있는 최적

의 공간이다.

도서관에 최신의 정보

와 도구를 가장 먼저 갖

춤으로서 자본력을 갖

추지 못한 개인이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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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89

이 유행하기 때문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대한 시민의 평등한 접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넷째, 도서관이 제공하는 자료와 서비스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

으로 도서관은 책과 신문, 잡지 등 “인쇄물” 읽기 자료를 보관하고, 다른 사람

과 나누고,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소설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구비하

고,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동아리나 저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소

설을 쓰는 워크숍을 여는 식으로. 음악 CD, 오디오북 등의 오디오 자료와 영

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 자료가 등장하면서, 도서관은 이러한 오디

오·비디오 자료도 갖추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읽고 나누기도 활발하게 이루

어지고 있다. 도서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음악회나 영화 상영 등이 대표적

인 사례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도서관에서 전자책, 전자저

널, 인터넷 등 전자매체를 통한 읽기가 보편화되었다. 도서관이 갖춘 다중모드

의(multimodal) 텍스트를 읽기에만 한정하지 않고 나누고 쓰는 활동으로 확장하

면, 이를 쓸 수 있는 도구들을 갖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음악을 창작

하고 나누기 위한 디지털 피아노나 믹싱 기계, 독립적인 출판물을 쓰고 만들

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제본기, 자신이 디자인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

터 등은 다중모드의 텍스트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문서 작성에 컴퓨터

가 필요하듯이. 메이커활동은 텍스트의 나누고 쓰기가 인문학에서 기술공학과

예술로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도서관이 인문학 텍스트인 책만

나누고 써왔던 데서, 기술공학과 예술의 텍스트를 나누고 쓰는 활동으로 영역

을 넓혀간 것이다. 메이커 공간이 생기면서 도서관에서 3D 프린터에 대한 책

만 읽어왔던 것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한 물건 만들기가 가능해진 거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은 메이커활동을 위한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창

작 활동에서 재료와 도구는 준비물일 뿐이다. 그림에 필요한 물감, 글쓰기에

도서관이 갖춘 다중모

드의 텍스트를 읽기에

만 한정하지 않고 나누

고 쓰는 활동으로 확장

하면, 이를 쓸 수 있는

도구들을 갖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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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90 ――――

필요한 랩톱, 천과 재봉틀은 아직 창작물이 아니다. ‘무엇을’ 그려 넣고, 글로

쓰고, 천으로 박을지, 그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도서관은 그 무엇에 대한 한

개인의 머릿속 상상을 무한대로 확장시켜준다. 도서관에서는 실용 입문서(How-

To-Books)의 직접적인 노하우부터, 메이커 워크숍에서 만나는 강사가 가르쳐주

는 기술들, 메이커 동료와 나누는 아이디어, 더 나아가 전혀 다른 분야의 책과

음악, 영상을 접하며 새로운 발상을 가지기 쉽다. 메이커공간이 도서관에 생기

면, 창작의 도구가 풍부한 콘텐츠와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도서관에 있는

메이커공간은?

우리나라에도 2013년 광진정보화도서관과 목포공공

도서관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14개 공공도서관에 ‘무한상상

실’이라는 이름의 메이커공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분석한 장윤금

(2017)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메이커공간은 정부의 공모사업

비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데, 처음부터 소규모의 지원비로 만들어 졌고, 이의

지속성을 보장할 예산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메이커공간을 전

적으로 담당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 도서관의 사서들 사이에서도 메이커공

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 메이커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메이커들의

모임이나 자원봉사자 등 인적교류가 부족한 점, 메이커공간이 상시적으로 열

려있지 않고 프로그램의 운영시간에만 열려 있고, 1층에 있지 않아 접근성이 떨

어진다는 점을 운영자들이 가진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외국 도서관 메이커공간과 비교하여도, 위의 연구에서 지

메이커공간이 도서관에

생기면, 창작의 도구가

풍부한 콘텐츠와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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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91

적한 문제점은 모두 수긍할 만 하다. 핀란드 엔트레세(Entresse) 도서관의 메이커

공간에서 만난 사서는 메이커공간의 운영만을 담당하는 전담 사서였다. 메이

커공간은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일부러 놓치기도 어려운 위치에 있었

다. 별도의 방이 아니라 메이커공간이 도서관에 새로 생겼다는 것을 시민들에

게 알리는 프로모션 기간이었기에 입구 바로 앞의 빈 곳에 임시적으로 만들었

단다. 담당 사서와 기술자가 함께 이 공간을 지키고 있다. 이 기술자는 한 주에

하루만 정기적으로 근무하면서, 기계의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고, 기계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며, 이용자들의 메이커작업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메이커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월요일은 재봉틀, 화요일은 3D 프

린터, 수요일은 레이저 커터, 목요일은 뜨개질,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하루, 각

부문의 기술자가 오는 셈이다. 3D 프린터와 같은 기계는 조작이 쉽지 않고 재

료비가 많이 들기에, 기술자가 진행하는 워크숍을 수료한 사람만 자유롭게 조

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재료비는 실비로 이용자들에게 받아 운영비에 보

탠다. 담당사서는 이 기술자들과 도서관을 잇는 소통의 매개자가 된다. 메이커

기계에 대한 문의와 요구에 대해서는 기술자가 응대하고, 담당사서는 메이커

활동에 필요한 도서관의 서비스(관련 도서 전시, 작품 전시, 워크숍과 모임 안내, 홍보, 물품 조달,

기술자와의 소통)를 맡는다고 한다.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듯이,

메이커활동도 일상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의 메이커

공간은 마치 과거 학교의 과학실험실과 비슷해 보인다. 실험도구는 캐비닛 속

에 잠겨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구도 상시적으로 근무하지 않는 장소 말

이다. 메이커공간이 이런 닫힌 공간이 되면, 공공도서관의 메이커공간이 가진

장점들이 모두 상쇄된다. 누구나, 언제라도, 평등하게, 경제적으로, 동학과 만

나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학습 공동체의 장점을 전혀 갖지 못한다. 백화점 문화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

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

듯이, 메이커활동도 일

상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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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92 ――――

핀란드 엔트레세 공공도서관의 메이커공간 ⓒ김은하

메이커공간은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일부러 놓치기도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별도의 방이 아니라 메이커공간이 도서관에 새로 생겼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프로모션 기간이었기에 입구 바로 앞의 빈 곳에 임시적으로 만들었단다.

담당 사서와 기술자가 함께 이 공간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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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93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공예수업이나 컴퓨터 학원의 코딩수업과 차별점이 거의

없게 된다.

우리의

도서관과 사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의 도서관과 사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메이커공간을 구성하기 전에, 메이커운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메이

커운동이 실현하려는 ‘창의성’과 ‘공유 정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한다.

메이커활동으로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용자에게 설득할 수 있으

려면, 사서 스스로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니?”하는 한 연

예인의 유행어처럼, 메이커활동이 도서관의 이용자들의 직업과 여가, 사회관

계, 삶에 대한 태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토론해야 한다. 독서동아

리의 의미와 효과를 이용자들에게 설득하듯이.

다음으로는 메이커활동이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는 책들의 목록을 꾸리는

작업을 해볼 수 있겠다. 전통적인 만들기(자수, 바느질, 뜨개질, 종이접기, 종이오리기, 레고 등)

부터, 기계가 필요한 만들기(재봉, 버튼 만들기, 제본하기, 3D 프린팅, 3D 스캐닝, 레이저커팅 등)

그리고 소음을 통제하는 특별한 공간이 필요한 만들기(녹음 및 녹화 스튜디오, 댄스 스튜

디오 등)에 대한 목록 말이다. 모든 영역의 만들기에 대해 목록을 만드는 것은 너

무 벅찬 작업이 될 것이다. 한 달에 하나의 만들기를 주제로 목록을 꾸려보면

어떨까?

전시 서가를 만들면서 목록을 구성해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자수에 대한

메이커운동이 실현하려

는 ‘창의성’과 ‘공유 정

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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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094 ――――

전시 서가를 꾸민다고 생각해보자. 자수에 대한 실용서가 일차적으로 포함되

겠다. 동서양 자수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 자수의 도안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디

자인 서적이나 그림책도 포함될 수 있다. 기존의 십진분류법을 넘어선 큐레이

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전시 서가에 물품이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책 옆

에는 자수가 놓인 생활 작품(에코 백, 브로치, 아기 턱받이, 베갯잇 등)을 함께 전시한다. 여

기에 더 추가한다면, 자수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가게의 정보나

자수를 주제로 하는 인터넷 동호회도 안내한다.

최근 도서관의 전시서가는 책만을 진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책’과 ‘책 활

동의 결과물’, ‘책 활동의 교육기회’를 함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수에 대한 책과, 자수 작품과 더불어, 자수의 기본기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워

크숍을 마련한다. 그리고 이를 함께 하는 지역 사회의 동호회가 있다면 안내할

수 있겠다. 전시 서가에 이러한 워크숍이나 모임에 대한 안내문을 게시해둔다.

워크숍을 마친 이들이 모임을 새로 꾸릴 수도 있다. 혹은 도서관이 책과 결합

한 새로운 자수 독서 동아리 (자수를 하면서, 번갈아 가며 단편 소설 한 편 낭독하고 이야기하기)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제 물리적인 메이커공간을 만들면 된다. 자수 전시서가 옆에 테이블과 의

자를 마련한다. 한 바구니에 수틀 몇 세트와 천 조각, 다른 바구니에 자수실과

바늘 쌈지, 쪽가위를 넣어둔다. 그리고 간단한 자수 도안과 함께 이 공간을 이

용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붙여 둔다.

가능한 주제부터 하나의 주제씩, 이러한 과정을 통해 늘려나가면 된다. 장소

의 한계로 한 도서관에 모든 메이커기계를 다 갖출 수는 없다. 몇 가지 활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때 고려해야할 점은 다음과 같은 질문일 것이다. 우리

지역의 시민들이 가장 원하고, 가장 큰 혜택을 주는 메이커활동은 무엇인가?

우리 도서관의 예산으로 지원 가능한 메이커 도구와 재료는 무엇인가? 우리

최근 도서관의 전시서

가는 책만을 진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과

‘책 활동의 결과물’, ‘책

활동의 교육기회’를 함

께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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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 095

도서관이 동원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적 자원은 얼마나 되는가? 메이커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는가? 메이커공간을 구성하고, 목록과 전

시서가를 꾸리고, 전문 인력을 섭외하고, 워크숍을 주최하고, 사람들의 모임을

조직할 수 있는 담당사서를 둘 수 있는가?

메이커 도구를 많이 구비하지 못하더라도, 비록 단 하나의 기계를 놓더라도,

이를 시민과 일상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서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메이커 책

과 메이커를 연결하고,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연결하고, 메이커들 서로를 연결

하는 작업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기계를 넣어두고 무엇을 할지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고 기계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순서이다. 이 순서가 거꾸

로 되었을 때, 우리는 기계와 도구를 갖고도 ‘보관’만 하기 쉽다.

장윤금 (2017), 「공공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 구성 및 프로그램 분석 연구」, 『한국문헌정보학회지』, 51(1), 289-306.

Willingham, Theresa & DeBoer, Jeroen (2015), Makerspaces in Library, Lanham, Maryland

: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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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정신으로 성찰한 시민정신이

도시의 미래의제에 대해고민하고 논의함으로써

시민민주주의가 배양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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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인문학자, 전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c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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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서강대학교 영문과와 같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과 영성을 담당하여 가르치다

25년은 배우고 25년은 가르치며 25년은 마음껏 글 쓰고 책 읽으며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대학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있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골든타임> <생각의 융합> <엄마인문학>

<인문학은 밥이다> 등 여러 인문교양서를 썼고

<청춘의 고전> <책탐> <독서,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책에 관한 여러 책을 썼으며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등 많은 청소년 책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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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99

시간, 공간, 사람:

도대체 인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

인문학 열풍이다. 도대체 인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

가? 지금 인문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도대체

지금 왜 인문학인가 라는 물음이고, 둘째는 인문학을 하면 과연 삶이 바뀌는가

라는 물음이다. 뜻밖에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지금 우리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일반 독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인

문학에 관한 글을 쓰고 강연하는 이들조차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후자에 대한 것은 조심스럽다. 나 또한 인문학에 관한 책을 쓰고 강연하

는 입장에서 다른 이들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최소한 동업자에 대

한 예의도 없다고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래도 이 문제는 정확

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이기에 나 나름대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음을 미

리 고백한다.

1997년 대한민국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사실은 그 이전 이른바 산업화 시

대의 지속적 성장에 취해서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인데 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1991년 소련의 해체 등 이미 새로운 프레임으로 세계가 구성되고 실제

로 우리의 삶의 방식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틀 안에 머물고 있

었기 때문에 임계점을 넘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1997년을

외환위기와 IMF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파악하고 있다. 어

지금 인문학이 우리에

게 던지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도

대체 지금 왜 인문학인

가 라는 물음이고, 둘째

는 인문학을 하면 과연

삶이 바뀌는가 라는 물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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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00 ――――

쨌거나 그 시기에 구조조정이라는 일종의 경제적 숙청이 자행되어 수많은 사

람들이 해고의 아픔을 겪었다.

직장에서 내몰려 나온 사람들이나 간신히 직장에 붙어있는 사람들 모두 자

기계발의 열풍에 휩싸였다. 살아야 했고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삶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위

기는 개개인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잘못 되었기 때

문이었는데 자기계발서라는 것들은 문제의 핵심을 오직 개인의 문제로 진단하

여 자신을 계발하면 곧 좋은 미래 성공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떠들었

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창 지속된 자기계발의 열풍은 결국 아무리 해도 더 나

아지지 않는다는 체념을 확인하게 했고, 위로와 힐링으로 이어지는 변화로 넘

어갔다. 그렇게 10년쯤의 시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결국 삶을 다운사이징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꿈은 무

너지고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나는 뭐야?’

‘내 인생은 무엇인가?’ ‘도대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등의 물음이 바

로 그것이다. 이 물음은 철학, 문학, 역사와 맞닿아있다. 이른바 인문학이다. 그

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19세기 후반의 임시적 분류일 뿐이다. 그 시기

에 수많은 분야들이 독립하면서 개별 학문으로 분가해나가면서 ‘퇴락한 종가’

로 남은 것들을 인문학이라 불렀을 뿐이다. 사실 인문학의 뿌리는 로마 시대까

지 거슬러 가는데 그것은 ‘인간에 관한 모든 체계적 학문’들을 총칭하는 의미

였다. 어쨌거나 이른바 문, 사, 철의 인문학은 ‘잃어버린 삶’에 대한 헛헛함을

달래줄 대안으로 떠올랐다. ‘자기계발서-위로-힐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건져낼 게 별로 없다는 인식과 다운사이징한 삶에 대한 위안과 보완이 인문학

의 관심으로 이어진 것은 그래서 우리가 겪는 특이한 체험이었고 그런 점에서

그리 바람직한 인식의 전환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은 최소한 다행스

‘자기계발서-위로-힐링’

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

에서 건져낼 게 별로 없

다는 인식과 다운사이

징한 삶에 대한 위안과

보완이 인문학의 관심

으로 이어진 것은 그래

서 우리가 겪는 특이한

체험이었고 그런 점에

서 그리 바람직한 인식

의 전환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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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01

러운 일이고 또한 우리의 미래를 더 낫게 만들어갈 수 있는 디딤돌이라는 점에

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60~90년대에 초고속 압축 성장기를 겪으면서 오로지 속도와 효율

의 프레임에 갇혀 살았다. 교육도 오로지 거기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자

아와 삶,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미처 끼어들 틈도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내

달렸다. 거기에 따른 적당한 물질적 보상과 풍요를 맛보며 그 가치들을 잃고

살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잃고 살았다. 그리고 그 한계점 앞에서 인식과 사

회 구조의 대전환을 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낡은 프레임을 고수하며 살았다.

임계점을 이미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97년에

대재앙을 맞았다. 그것은 결코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 가치 체제, 그리고 사회의 구조 전체에서 일어난 붕괴였다. 그런데

도 그걸 깨닫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건 오직 경제적 위기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생각을 깨뜨리지 않으면 우리에게 바람직한 미래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의 인문학 열풍의 바탕에는 1997년 체제 이후의 삶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뒤늦은 자각이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문학은

자칫 적당한 교양과 뭔가 그럴싸하게 채워지는(자기계발서나 위로와 힐링을 다룬 책들과 달

리) 지적 만족감을 채우고 있는 양상이다. 학교, 도서관, 기업, 자치단체 가릴 것

없이 인문학 강좌가 수없이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프로그램 쇼

핑’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인문학을 통해 삶이 바뀌

고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하며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리고 함께 연대하여 세상

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은 바로 이 문제의 중심에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인문학이

이러한 변화와 전환의 주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인문학을

교양과 품위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인문학을 통해 삶이 바

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하며 자유로운 개인

으로서, 그리고 함께 연

대하여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공동체 구

성원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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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02 ――――

도서관 인문학 열풍의 시작,

‘길 위의 인문학’

아마도 도서관에서 인문학 열풍이 시작된 것은 ‘길

위의 인문학’이 단초였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시민

들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었지만 막상 인문학에 대해 은연중 어

렵다거나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책과 실내에서의 강연 위주 강연에서는 ‘인

문학적 지식’ 위주였다. 아직 인문적 소양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한

것들은 딱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깥으로 나가서 직접 그

대상을 관찰하고 현장에서 생동감 있는 설명을 들으니 이해와 공감을 얻기 쉬

웠다. 당연히 많은 호응이 따랐고 당시 최고의 상품으로 꼽혔다. 이러한 성공

은 인문학 강좌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여

러 도서관들에서 벤치마킹했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 사업은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어쨌건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도서관의 위상을 진화시키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의한다. 이후에 여러 도서관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벤

치마킹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사

업이 되었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고

역동적인 동아리들을 꾸려내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분명 이

사업의 결실이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 강좌들이 있었지만 인문학이라는 주제

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이후의 변화 추세의 핵심이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사회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맞물려 그 호응이 더 높아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1997년 체제 이후 겪은 여러 과정 이후 인

문학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과연 건강하고 정상적인(?) 방식의 진화인지에 대

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다양

한 강좌가 개설되고 역

동적인 동아리들을 꾸

려내는 일을 하는 곳이

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분명 ‘길 위의 인문학’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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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03

도서관 인문학 열풍의 시작, ‘길 위의 인문학’

아마도 도서관에서 인문학 열풍이 시작된 것은

‘길 위의 인문학’이 단초였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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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04 ――――

인문학은 나와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유하고 그 사이에 있는 내 삶을 정

립하는 배움의 과정이며 따라서 나와 삶,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유의 토대를 튼

실하게 구축하는 목적과 결실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땅히 시대

정신을 통찰하고 미래의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천적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이러한 단계로까지 진화하지는 않은 인문학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여전히 도서관이 지식과 정보의 교환이라는

기본적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며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구체적 소명의식이 덜 여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은 사서들

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사실 도서관과 도서관의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가장 심

각한 문제는 사서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미 거의 모든 도서관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지만 솔직히 내부에서 아무리 건

의하고 주장해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좀 더 내

실화하기 위해서는 전담 사서를 선임하고 전권을 부여하여 스스로 다양한 프

로그램을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인력 풀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그램 쇼핑 식의 인문학 강좌가 많고 참가자들도 책 내용

을 알고는 싶은데 책 읽기는 싫어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그런 강좌

가 독서 체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도서관에서의 강좌라면 그 문제에 대해 집

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도서관 스스로가 그 해 혹은 다음 해

의 의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의제에 대한 시민과의 논의를 활성화하면서

강좌를 개설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게 좋다. 강사의 캐릭터에 일임할 게 아니라

그 의제에 따라 주문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가능하면 단강보다는 몇 차례의

연강으로 짜서 인식의 확장과 의제 성찰 능력을 키우는 목적을 지향하는 게 좋

을 것이다. 같은 강사라도 도서관에 따라 다른 강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먼저 고민하고 공부하며 시민과 토론할 수 있어야

도서관의 인문학 프로

그램을 좀 더 내실화하

기 위해서는 전담 사서

를 선임하고 전권을 부

여하여 스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참여

하고 다양한 인력 풀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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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05

한다. 그런 과정 자체가 시민민주주의의 건강한 발현이며 도서관이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따라서 이제 도서관은 인문학 프로그램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물음과 고민

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한 처방을 제시할 수 있는가? 내 대답을 결론적으로 말하자

면 ‘그렇다!’이다. 왜 우리는 속도와 효율의 프레임에만 갇혀 있었는가? 그걸로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그 생각에 갇혀서 외부 변화에 무감각했기 때문이

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바로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나의 삶’이 없었기 때문

이다. 오직 돈만 추구했고 물질적 풍요만 꿈꿨다. 변화와 혁신은 없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원하는 물질적 대가가 주어질 것이라고 믿고 살았기 때문이

다. 심지어 교육조차 오히려 이른바 수월성 추구라는 방식으로 내달렸다. 그건

파멸을 자초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인문학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끝없이 묻

고 또 물으라는 것이다. 미래의 가치는 무한한 상상력에서 온다. 상상력은 자

유 속에서 자라고 틀을 벗어나는 혁신에서 온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오

로지 답만 외는 교육에만 충실했다. 텍스트 추종은 기존의 질서와 체제에 순응

하는 법을 체득하게 한다. 그것은 틀에 갇히는 것이다. 그 틀을 깨야 살아난다.

상상력은 묻는 데서 출발한다. 분야와 영역을 가르지 않고 끝없이 묻다보면 새

로운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되고 거기에서 새 길을 발견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맥락을 짚어보고 따져봐야 하고 가능한 모든 것들을 묶고 엮으며 때론 뜯어내

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운 넘나듦이 필수적이다. 그

것이 상상력과 자유로 이끌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미래의 삶을 바꿔놓는다.

인문학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또 한 가지, 아니 궁극적인 것은 “거기에 사람

이, 삶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아무리 지식이 많이 쌓여도

인문학이 지금 우리에

게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끝

없이 묻고 또 물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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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06 ――――

거기에서 삶이, 사람이 배제되면 그것은 죽은 지식이고 단지 지식의 권력일 뿐

이며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어떤 것을 다루더라도 그 대상도,

목적도, 주제도, 주체도 인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

면 그것은 또 다른 지식의 더미일 뿐이다. 인문학은 사람을, 삶을 바꾸는 핵심

적 가치를 담고 있다. 그것을 확신해야 하고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 그것

을 잃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혁신하고 개선되는 삶을 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위기의식과 더불어 희망의 신념을 갖고 인문학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문학은 내가 주인이 되어 세상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주제넘게 감히 쓴 소리를 한다면 ‘길 위의’ 인문학이 아니라 ‘길로 나서는’

‘길에서 외치는’ 인문학이 되어야 한다. 앎이 삶으로 이어지는 매듭을 마련해

야 한다. 인문학은 달달한 지식이나 품격 있는 교양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세

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며 그 성찰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밑돌이다. 밑돌 그 자

체는 아무런 건축물도 되지 못한다. 그 위에 집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길에

서 실천하는’ 인문학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지금 도서관이 안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고민’의 핵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섹시하게

연대를 이끌어내는

도서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경우(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큰 차이는

없지만) 대개 ‘평생교육’이나 ‘문화’가 붙은 부서에서 담당한다. 그래서 나는 어

느 지자체에 가던지 제일 먼저 ‘도서관과’ 혹은 ‘도서관 운영과’가 있는지를 살

인문학이 우리에게 요

구하는 또 한 가지, 아니

궁극적인 것은 “거기에

사람이, 삶이 어떻게 존

재하고 있는가?”라는 물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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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07

핀다. 군포시의 경우 ‘책 읽는 정책과’가 있고 그 책임자는 과장이 아니라 그

위에 정책관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붙은 부

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도서관에 대한 그 도시의 시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체장이 어떤 정치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도서관에 대

한 지원과 관심이 달라진다. 그러니 흔히 단체장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책과 도서관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충실한 단체장이라면 모

를까 그 반대의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당연히 지원도 빈약하다. 무엇보다

책과 도서관문화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발아되기 어렵다. 도서관에서의 인문

학 강좌가 도서관이라는 건물에 갇혀 있는(‘길 위의 인문학’도 장소성만 다를 뿐 제한적이라

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을 깨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적극

적 의지와 철학이 공유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문제에 무관심한 단체장들을 유도할 수 있는가? 그들

에게는 언제나 유권자의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각 도서관마다 여러 독

서동아리들이 있다. 많이 활성화되고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

러나 그 동아리의 범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여러 동아리들

을 통해 ‘이 달에 시장(의장)님께 권하는 책’을 추천한다. 그냥 달랑 책 한 권 선

정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가 추천하는 책을 적고 그 이유를 부연하며 자신의

ID를 적는다. 만약 20명의 동아리가 그렇게 추천목록을 작성하면 그 자체 유

권자 명단이 된다. 그러면 선출직인 시장이나 의장에게는 무시하지 못하는 목

록이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 한 권을 함께 선물한다. 아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 책 읽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 달에도 또 보낸다. 유권자 명

단이다. 시장 책상에 그 책을 치우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당장은 시장은 읽지

않아도 시장에게 결재 받으러 오는 국장이나 과장이 그걸 볼 것이고 자신들도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여러 차례 반복되면 시장도 그 책

도서관에서의 인문학

강좌가 도서관이라는

건물에 갇혀 있는 현실

을 깨뜨려야 한다. 그러

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적극적 의지와 철학이

공유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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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08 ――――

을 읽어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왜 우리 시장은 도서관과 책 문화, 그리고 인문학 강좌를 비롯한 다양한 도서

관 사업에 관심이 없느냐 비난하거나 불평만 할 게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

끌어내야 한다. 시장 한 사람만 바꿔도 도시가 변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좋은 강좌 등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때 정식으로 시장

(의장) 부인(혹은 남편)에게 초청장을 보내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여러 차례 초대에

무심하더라도 계속 반복해서 초청하면 언젠가는 오게 될 것이다. 유권자인 시

민이 모여 있는 곳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고 자기가 봐도 유익한 걸 느낀다.

그러면 집에 돌아가 남편(혹은 아내)에게 그 경험을 전달해줄 것이다. 힘겹게 계장

과장을 설득해도 국장이 거부하면 시장에게 상정조차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단체장 배우자가 직접 겪고 느낀 바를

전달하면서 거기에 관심도 갖고 지원도 아끼지 말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과 인문학 강좌가 굳이 정적일 필요는 없다. 그건 고정관념이다. 도서

관과 인문학 프로그램은 단순한 지적 토양의 배양에 그칠 게 아니다. 액티브한

다양한 방식을 도모해야 한다. ‘도서 플래시몹’도 시도할 만한 일이다. 예를 들

어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역, 부산 해운대, 여수 돌산도, 경주 대릉원, 고양 호수

공원 등에 책을 든 시민들이 모여 한두 시간 책을 읽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일

정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 반복하는 것도 좋다. 책 읽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좋

은 인상을 줄 것이다. 이런 방식을 더 확대하면 또 다른 캠페인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여행가면서 책 들고 간 시민들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휴가

에는 각자 책 한 권 들고 가자. 거기에 세 개의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반나절

을 넘기지 말 것. 우리의 휴가는 짧다. 그런데 반나절 이상 책에 시간을 할애하

는 건 휴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둘째, 반 권만 읽을 것. 아무리 재미있어도

딱 반만 읽는다. 남은 절반이 궁금할 것이다. 그걸 즐기는 거다. 그게 상상력의

도서관과 인문학 강좌

가 굳이 정적일 필요는

없다. 그건 고정관념이

다. 도서관과 인문학 프

로그램은 단순한 지적

토양의 배양에 그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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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09

못자리다. 남은 절반은 집에 가서 마저 읽는다. 저자의 생각과 의도가 내 상상

과 추론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확인하는 것도 즐겁다. 무엇보다 같은 책 같은

사람인데 일상적 공간에서 읽은 책과 비일상적 공간에서 읽은 책이 다르다는

걸 체험한다. 그건 놀라운 발견이다. 자신도 몰랐던 자기 발견도 가능하다. 셋

째, 반드시 남 보는 데서 읽어야 한다. 사람 많은 바닷가 파라솔 아래에서, 계

곡에 발 담그고 읽는다. 호텔과 팬션의 방에서 읽는 건 반칙이다. 다른 사람들

이 볼 수 있는 로비나 테라스 카페에서 읽는다.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것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연대다.

이런 운동은 방문자뿐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도 바꾼다. 예를 들어 타지인들

이 많이 찾는 휴가지를 가진 지자체는 책 들고 오는 휴가객에게 공영주차장 몇

시간 무료주차권을 주거나 앱을 통해 커피시음권을 준다. 그런 공짜 대접을 받

으려고 책 들고 가기보다는 그런 시도와 제안이 고맙고 즐거워서 책 들고 갈

것이다. 그런데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에게는 책을 읽으라면서 정작 그 도시

시민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어색하다. 자연스럽게 그 시민들도 책을 읽는다.

상상해보라. 어떤 도시를 방문했는데 여기 저기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면 그

인상이 어떨까? 저절로 존경스럽고 그 도시의 품격에 은근히 기분 좋을 것이

다.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런 게 바로 섹시한 연대다.

도서관의 인문학 강좌를 통해 사유가 넓어지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확장되

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혼자가 아니라 함

께 할 수 있는, 강제나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 실천의 방안을 찾

아내고 공유해야 한다. 강좌를 통해 머리가 깨어났다면 가슴이 움직이고 몸이

따라서 실천할 수 있는 연대의 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긴 수명의 시대에 놓였다. 그러나

여전히 다음 단계의 삶을 설계하거나 재구성하는 혹은 리모델링할 수 있는 사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

을 주는 것 그 자체가 이

미 훌륭한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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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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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ᄒᆞᆫ 책 하나되는평택 Ⓒ평택시립도서관

먼저 그 도시가 안고 있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먼저 수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카고의 사례는 그러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그 해에 주목할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고민들을 도서관에서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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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11

회적 교육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일찍이 ‘평생교육’

의 개념이 도입되어 정부, 지자체, 교육기관마다 평생교육을 전담한 기관이나

기구가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거칠게 말하면 ‘취미, 건강, 오락’이다. 당장 사

회적 교육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도서관이 맡게 될 것이다.(지자체

장들이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도서관이 알려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괜찮은

강좌를 마련하여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데에 만족하면 안 된다. 시대정신을 토

대로 미래의 의제를 고찰해보자면 현재의 도서관은 과도기적으로라도 사회적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다양하게 제

공되고 있는 인문강좌들을 보다 진화시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교두보

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래의제를

인도하는

도서관과 인문학

그렇게 된다면 도서관은 지금보다 훨씬 더 활력적

으로 변모할 것이고 인력 수급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확장의 필요성을 요구하

게 될 것이다. 도서관이 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민들에게 좋은 강좌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문정신으로 성찰한 시민정신이 도시

의 미래의제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시민민주주의가 배양

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런 실마리를 ‘한 도시 한 책’ 운동에서 찾아보기를 권한다. 현재 여

러 도시에서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미 시애틀에서 시작해서 시카

고에서 증폭되었으며 전 세계에 보급된 이 운동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벌

인문정신으로 성찰한

시민정신이 도시의 미

래의제에 대해 고민하

고 논의함으로써 구체

적으로 시민민주주의가

배양되는 곳으로 만들

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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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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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10여 년이 넘었다. 성과도 있었고 전시효과(?)도 제법 누렸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도시들이 그 진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아

니, 의문이라기보다는 아쉽다.

모든 도시들이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도서관의 역할도 클 것이

다. 시민의 참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쉽게 느끼는 건 그 과정이 단순

히 ‘책의 선정’에 그치는 듯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독서동아리

등이 열심히 참여해서 많은 책을 추천하고 토론하며 몇 권을 선정한 뒤 최종

적으로 표결을 거쳐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인문 강좌를

통해 인문정신을 배양했다면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

먼저 그 도시가 안고 있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먼저 수행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분석 비판하며 종합적 판단을 도출하는 활발한 논의 과정

이 있어야 한다. 그런 뒤에 다음 해에 어떤 의제를 수행해야 할지 깊이 논의해

야 한다. 이 과정에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

다. 그냥 책의 선정이 아니라 의제가 먼저 도출되고 그 의제에 가장 적합한 책

을 골라야 한다. 시카고의 사례는 그러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그 해에 주목할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고민들을 도서관에

서 먼저 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앞으로 전개해야 할 인문학강좌는 미래독서와 연계된다. 미래독

서는 시대의 변화를 전제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

금까지의 독서방법과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사실 시대의 변화가 새로운 독서

방법을 요청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시대가 요청하는 생존과 삶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인식하는, 그래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독

서의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는 독서방식, 그것을 미래독서라고 부를 수 있다.

미래독서는 사회가 변화한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 진리가 주는 교훈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냥 책

의 선정이 아니라 의제

가 먼저 도출되고 그 의

제에 가장 적합한 책을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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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5 도서관 인문학,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113

은 21세기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코드를 풀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의 무한경쟁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독

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대인의 눈을 열어, 다가오는 변화를 준비하고 그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이끌어주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기존의 독서

와 미래독서의 본질적 차이점은 미래독서가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생존의 논리

를 풀어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삶의 논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강조하는

것은 양쪽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창의력이

나 단순한 논리적 사고로는 부족하다. 미래사회는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 둘 다

요구하기 때문이다.

독서는 분명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생존의 문제와 함께 같은 공간에 사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실질적으로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

이 바로 독서다. 이러한 뇌 근력을 키우는 바탕이며 비료가 도서관에서 지향해

야 할 인문학 강좌다. 그런 사고의 전환이 미래 가치를 마련한다. 기존의 속도

와 효율의 틀에서 벗어나 창조와 혁신 그리고 연대와 융합의 틀로 가야 우리가

산다.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

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의무이다. 그러려면 새로운 틀로 바뀌어야 한다. 제대로

실용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때이다. 상상력과 자유, 끝없이 묻는 주체적 자아,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계와 소통하는 인식의 전환, 그것이 우리의 살 길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리고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민주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이다. 이런 원대한 목적의 수행이 바로 ‘도서관-책-인문학강좌’를 관통하는 가

치와 정신이어야 할 것이다.

상상력과 자유, 끝없이

묻는 주체적 자아, 시공간

을 넘나들며 세계와 소

통하는 인식의 전환, 그

것이 우리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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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키워진다.

도서관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최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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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c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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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출판평론가. 1982년 출판계에 편집자로 입문해 1983년 창작과비평사(현 창비)로 옮긴 뒤

만 15년 동안 영업자로 일했다. 1998년 삶의 방향을 바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설립했다.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창간해 올해로 19년째 발간해오고 있다.

2010년 한국 최초의 민간 도서관 잡지인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출판마케팅 입문』, 『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 『e-북이 아니라 e-콘텐츠다』,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새로운 책의 시대』, 『한기호의 다독다독』,

『마흔 이후, 인생길』, 『나는 어머니와 산다』, 『인공지능 시대의 삶』, 『하이콘텍스트 시대의 책과 인간』,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등과 다수의 공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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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117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인 킨들이 출현한 것은 2007년이었다. 아마존은 킨들

을 내놓고 전자책 매출이 종이책 매출을 넘어섰다는 ‘믿기 어려운’ 발표까지

했지만 충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데 애플이 2010년 4월에 전자책 리

더를 겸하는 태블릿 PC인 아이패드를 출시하자 세상은 시끄러웠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휴대형 음악 시장의 지배자가 되고 아이폰으로 휴대전화시장에 돌

풍을 일으킨 애플이 내놓은 아이패드는 킨들과 달리 동영상이나 음악, 게임 등

도 이용 가능한 다용도 전자책 리더였다.

그해 5월 28일부터 아이패드를 시판하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아이패드를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이 타고 나타나 문호 개방을 강요하던 흑선(黑船, 구로후

네)에 비견했다. 일본인들은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의 대형 IT기업이라는 ‘신대

륙’이 ‘구대륙’인 신문, TV, 출판 등 전통기업을 완전히 뒤엎을 것으로 예상했

다. 전자책이 독서 시장을 휩쓸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2010년을 실질적인 ‘전

자책 원년’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려는 플랫폼들이 자리 잡지 못하면서 전자책

매출은 여전히 답보상태였다. 심지어 2010년에 『전자책의 충격』(커뮤니케이션북

스)을 펴낸 사사키 도시나오는 아이패드가 출현하고 1년 6개월이 지난 다음에

<eBook 저널> 6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전자책도 팔리

지 않았다. 딱 잘라 말해서 전자책 업계에는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전자책도 팔리지 않았

다. 딱 잘라 말해서 전자

책 업계에는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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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18 ――――

구글과 아마존의 거대한

전자 도서관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패드를 구입한 독

자들이 구입할 만한 전자책이 별로 없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자신이 소장한 책

을 절단기로 잘라서 스캔한 다음 OCR 소프트웨어로 전자화해서 아이패드에

넣고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일이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그것을 ‘자취(自炊)’라고

불렀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10년 이후 일본에서 전자책 시장은

매우 완만히 성장하는 것에 그쳤지만, ‘자취’를 위해 꼭 필요한 절단기와 스캐

너는 불티나게 팔리면서 ‘북스캔’이란 새로운 업종이 성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도는 이미 있었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발족한 ‘구텐베르

크 프로젝트’나 1990년대 미국 의회도서관의 ‘아메리칸 메모리(American

Memory)’이 그렇다. 일본에서는 저작권이 상실된 2만여 종의 책을 전자화해

무료로 제공한 ‘아오조라분코(靑空文庫)’가 있었다. 게다가 구글은 2000년에 ‘구

글 프린트’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 각지의 대학 도서관과 공립 중앙도

서관과 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출판된 종이책을 모조리 디지털화하겠다는 계

획을 세웠다. 그야말로 구글이 방대한 자금과 기술력으로 “전 세계 책을 한 장

소에 모은 거대 도서관”을 현실화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구텐베르크 프

로젝트’나 ‘아메리칸 메모리’ ‘아오조라분코’는 무료로 계획되었지만 ‘구글 프

린트’는 무료가 아닌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을 보유한 아마존이 꿈꾼 것은 ‘한 권의 책’이다. 인

류가 생산한 모든 책을 하나로 연결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겠다는 꿈 말이다.

이 책은 본문과 주석과 비평과 댓글마저도 연결된다. 게다가 다른 모든 문화와

도 연결된다. 이 책은 이미지와 비디오와 오디오와 게임과 소셜네트워크 대화

를 모두 포함한다. 독자는 거대하고 방대한 이 책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

점을 보유한 아마존이

꿈꾼 것은 ‘한 권의 책’이

다. 인류가 생산한 모든

책을 하나로 연결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겠다

는 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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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119

아마존의 꿈꾸는 것은 ‘한 권의 책’

인류가 생산한 모든 책을 하나로 연결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겠다는 꿈 말이다.

이 책은 본문과 주석과 비평과 댓글마저도 연결된다.

게다가 다른 모든 문화와도 연결된다.

이 책은 이미지와 비디오와 오디오와 게임과 소셜네트워크 대화를 모두 포함한다.

독자는 거대하고 방대한 이 책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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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20 ――――

누구나 전기와 물과 가스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내

면 된다. 이들은 이른바 ‘유틸리티 모델’이다.

구글과 아마존이 이런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구글의 공동 창

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2000년에 “인공지능(AI)은 구글의 최종 도착지가 될 것

이다. 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가장 적합한 답을 줄 것

입니다. 물론 그 지점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우리는 점차 더 가

까워질 수 있으며, 그것이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입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는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알파

고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 구글이 보유한 AI 기술

중 하나인 ‘랭크브레인’이라는 알고리즘만 보아도 구글이 추구하는 바가 드러

난다. 구글은 ‘허밍버드’라는 검색시스템을 운용 중이었는데, 2005년부터 인

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랭크브레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허밍버드의 부분으

로 들어갔다. “랭크브레인은 사람들이 애매한 표현이나 구어체 표현으로 검색

을 했을 때 원하는 내용을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

은 언제 태어났나요’와 같은 검색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적절한 문서를 찾기

가 어렵다. 이 검색어를 ‘문재인 대통령 생년월일’로 바꾼다면 훨씬 정확한 검

색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구글에서는 초당 수백만 번의 검색 질의가 들어오는

데, 그중에서도 15%가 신규 쿼리라고 한다. 랭크브레인은 이같은 검색어를 처

리하기 위한 알고리즘이다.”(심재석, 「알파고가 전부가 아니다…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 TOP 7」,

<동아사이언스> 2017. 6. 12)

구글은 인간의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

로 모든 출판사의 경쟁자는 구글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글은 도서관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도서관에 올 필요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전 세

구글은 인간의 모든 질

문에 답변하는 시스템

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

니 앞으로 모든 출판사

의 경쟁자는 구글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

글은 도서관의 경쟁자

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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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121

계 책을 한 장소에 모은 거대 도서관”에 접속해 모든 궁금한 것을 해결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이제 이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는 없다. 따라서 인

간이 종이책을 손으로 넘기며 읽는 ‘신체적인 독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

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 주목 받는

읽기와 쓰기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형 신인류인 ‘디

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의 등장을 알렸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

로울 수 있는 인터넷, 모바일 컴퓨터, 휴대용 통신기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

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정착’을 거부하고 ‘유목’을 즐

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면서 성

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원주민)’의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주어진 자료를 일방적으로 내려받기만 하는 다운로드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스마트 기기에서 끌어온 온갖 정보들을 다양한 방식으

로 조합해 전혀 새로운 정보로 변화시켜 자신의 웹에 올리는 업로드 세대다.

그들이 생산하는 지식은 개인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것들로 필요한 무엇인가

를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브리콜라주(bricolage)적인 지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가 생산한 지식을 무조건 많이 기억해야만 했던 시대에는 지식체계를

확실하게 잡아 교과서적으로 잘 정리해주는 사람들이 지식인으로 대접받았

다. 질서정연한 뉴턴적 세계에서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고 그에 대한 지식이 체

계화된 다음 문자로 기록할 줄 아는 사람이 쓴 ‘황혼의 글쓰기’가 시대를 주도

디지털 네이티브는 스

마트 기기에서 끌어온

온갖 정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전혀

새로운 정보로 변화시

켜 자신의 웹에 올리는

업로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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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22 ――――

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 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휴대전화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에 접근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종이에 놓여있는 정보를 휴대전화로 인식

하기만 하면 바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음성화하여 듣는 일마저 가능해졌다. 게다가 정보는 빛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즉각적인 코멘트가 넘쳐나는 블로그나 트위터에는

모든 정보들이 서로 교차되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낸다. 이제 개인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즉각 글로 써낼 수 있어야 한다. 창조적

에너지와 카오스의 모태를 잘 결합해서 새로운 문화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대

낮의 글쓰기’를 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초연결 사회의 일원이 되어 상대와 ‘쓰기’로 소통한다.

그들은 메일이나 블로그, 트위터 등에 무엇이든 써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

데 읽기와 쓰기는 원래부터 따로 겉도는 것이 아니라 항상 순환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의 교양인(사대부)은 과거시험에서 글쓰기를 잘하지

못하면 합격은커녕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잘 쓰기 위해서 무조건

많이 읽었다. 이런 구조가 무너진 것은 대중 저널리즘이 등장하고서다. 기술

복제가 가능해진 다음 소수가 쓰고 다수가 읽는 구조가 일반화되었고, 쓰기와

읽기 사이에 문화적 단절이 발생했던 것이다.

‘읽기’와 ‘쓰기’의 연동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웹이 등장하고서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연속해서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휴

대전화시장을 주도하면서 모든 사람이 글을 써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개인은 쓰고, 검색하고, 엮고, 형태를 갖추고, 나눠주고, 받고, 읽는 행위를 웹

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일상화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글이 웹에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출판이라는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편집자 출신으로 미

이제 개인은 쓰고, 검색

하고, 엮고, 형태를 갖추

고, 나눠주고, 받고, 읽

는 행위를 웹이나 휴대

전화를 통해 일상화하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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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123

디어학을 전공한 학자인 하세가와 하지메(長谷川一)는 이런 형태의 출판을 기존

의 출판(Publishing)과 구별하기 위해 퍼블리킹(PUBLICing)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독서형태의 변화는

책의 변화를

가져온다

인류 5000년 역사에서 독서혁명은 크게 세 차례 벌어졌다.

음독에서 묵독으로 바뀐 1차 독서혁명, ‘집중형 독서’에서 ‘분산형 독서’로 넘

어가는 2차 독서혁명, 그리고 전자텍스트가 범람한 이후의 ‘디지털 독서혁명’

이다. 중세의 수도사들은 반추동물인 소에 비유될 정도로 텍스트를 천천히 소

리 내어 읽고는 몇 번이나 음미했다. 구텐베르크에 의해 활판 인쇄술이 발명

되어 책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된 다음에는 혼자서 묵묵히 읽는 묵독이 일

반화되었다. 『백과전서』가 출현한 18세기에는 신문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텍

스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양에서는 『성경』이나 『신학대전』, 동양에서는

『사서 오경』 등 10여 종에 불과한 극히 제한된 양의 텍스트를 반복해 숙독하

던 사람들이 날마다 갱신되는 대량의 텍스트를 접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서적 사가인 로제 샤르티에는 묵독을 ‘집중형 독서’와 ‘분산형 독

서’로 나누었다. 집중형 독서는 정독, 분산형 독서는 다독이라고 불러도 무방

하다. 그는 『읽는다는 것의 역사』(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18세기 2/4반기에 ‘정

독’이 ‘다독’에게 길을 비켜주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정독’하

는 독자들은 제한되고 배타적인 책에만 접근하여 읽고 또 읽고, 기억하고 암송

하고, 깊이 이해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대를 이어 전했다. 종교적인

텍스트(프로테스탄트 지역에선 주로 성경)는 신성성과 권위에 깊이 빨려들게 하는 독서

인류 5000년 역사에서

독서혁명은 크게 세 차

례 벌어졌다. 음독에서

묵독으로 바뀐 1차 독서

혁명, ‘집중형 독서’에서

‘분산형 독서’로 넘어가

는 2차 독서혁명, 그리

고 전자텍스트가 범람

한 이후의 ‘디지털 독서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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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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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시대 독일의 독서열풍(Lesewut)

괴테 시대에 독일을 들끓게 했던 독서열풍에 휩쓸린 독자 같은 ‘다독’하는 사람들은

많은 수의 폭넓고 다양하고 그리고 단명한 인쇄물을 탐독했다.

이들 새 유형의 독자는 어떤 방법론적인 의심도 해볼 여유가 없는

긴요한 관심거리를 읽고 있기나 한 것처럼 신속하고 게걸스럽게 읽어댔다.

존경과 순종 대상으로 생각되는 문자로 씌어진 것에 대한 공공의 정중한 연고관계는

자유롭고 더 고립되고 불경한 종류의 독서에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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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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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으로서 특전이 주어져 있었다. 괴테 시대에 독일을 들끓게 했던 독서열풍

(Lesewut)에 휩쓸린 독자 같은 ‘다독’하는 사람들은 많은 수의 폭넓고 다양하고

그리고 단명한 인쇄물을 탐독했다. 이들 새 유형의 독자는 어떤 방법론적인 의

심도 해볼 여유가 없는 긴요한 관심거리를 읽고 있기나 한 것처럼 신속하고 게

걸스럽게 읽어댔다. 존경과 순종 대상으로 생각되는 문자로 씌어진 것에 대한

공공의 정중한 연고관계는 자유롭고 더 고립되고 불경한 종류의 독서에 자리

를 내줬다.”

츠키무라 다츠오는 「디지털 독서의 행방」(<책과 컴퓨터> 2004년 겨울호)에서 세 가

지 독서 형태를 언급했다. “제한된 양의 텍스트를 반복하며 숙독·음미하는 교

양독자의 독서, 매일 갱신되는 대량의 텍스트를 그 자리에서 소비하고 다시 돌

아보지 않는 대중 저널리즘의 독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처리 능력을 훨

씬 넘어선 분량의 텍스트에, 겨우 전문 검색이라는 수단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

는 디지털 독서”다. 언급한 순서대로 등장한 이들 독서 형태는 지금 공존하고

있다. 물론 음독도 여전하다.

나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궁금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검색부터 하는 것을

생각하여 ‘디지털 독서’를 ‘검색형 독서’로 불렀다. 이제 인간은 검색으로 웬만

한 정보를 모두 해결한다. 그런 습관이 책의 자존심을 많이 건드려 놓았다. 이

미 수많은 책이 책의 형태가 되지 못하고, 유동적인 형태로 인터넷 공간에 자

리를 옮겨갔다.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과 같은 파트워크형 정보는 종이책으로

탄생하지 못하고 전자공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검색은 ‘브라우즈(browse)’에서 출발했다.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집어먹다.’

즉, 가축 등이 먹이를 쪼아 먹는다는 뜻이다. 먹이를 쪼아 먹듯이 그렇게 건너

뛰며 읽는 것이 과연 올바른 독서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

지만 이제 검색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행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

과 같은 파트워크형 정

보는 종이책으로 탄생

하지 못하고 전자공간

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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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26 ――――

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중은 이미 눈만 뜨면 인터넷으로 들어가 수많은 정보

를 검색하는 검색 중독자가 되어 있다.

20세기 초에 이런 습관이 일반화되면서 ‘책이 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

엇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책은 변

화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것은 책이 살아남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나는 2005년에 <중앙일보>에 발표한 글에서 책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정리

했다.

“먼저 인간의 검색 습관은 책의 세계에서 ‘분할’과 ‘통합’이 동시에 진행되게

만들었다. 분할이란 한 권의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가 갈수록 쪼개지고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백과사전이 ‘분책백과’로 바뀌는 것이 대표적이다. 분책백

과는 한 권의 책으로 하나의 항목을 설명하는데 한꺼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

니라 주간지의 형태로 한 권씩 제공된다. 실용서를 필두로 해서 수많은 책이

이와 같은 형태로 바뀌고 있다. 원래 ‘원론’이나 ‘개론’에 있던 차례가 모두 한

권의 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대화, 협상, 설득, 유혹, 화, 칭찬, 메모 등

원 키워드(테마)를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잘

게 쪼개진 키워드를 설명하는 것은 통합적이어야 한다.”(한기호, 「깊이 보기: 인터넷

시대…책의 운명은?, ‘검색하듯’ 읽히는 책이 미래의 베스트셀러, <중앙일보> 2005.7.29)

검색형 독서가 일반화된 지금은 종이책의 대부분 이렇게 변모하고 있다.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플랫폼에서 검색하는 것이 디지털 네이티브의

‘읽기’의 거의 전부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그들은 글만 소비하는 것

은 아니다. 그들은 영상정보와 음성정보도 함께 소비한다. 이들을 유혹하기 위

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나날이 진화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서 텍스트는

인간의 검색 습관은 책

의 세계에서 ‘분할’과 ‘통

합’이 동시에 진행되게

만들었다. 분할이란 한

권의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가 갈수록 쪼개지

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

다...그러나 잘게 쪼개진

키워드를 설명하는 것

은 통합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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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127

짧아지고 영상의 지속시간 또한 극도로 단축되었다. ‘한 줄의 어록’이 문자언

어가 아니라 영상 이미지로 작동하는 세상이 되면서 갈수록 짧은 콘텐츠가 주

목받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스낵 컬처의 시대가 되었다. 스낵 컬처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

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10분에서 15

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또는 문화 트렌드”를 말

한다. 콘텐츠로만 한정하면 ‘마이크로 콘텐츠’의 시대다. 무엇이든 짧아야 살

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15분이나 3분 영상이 인기를 끌더니 15초의 인스타그

램과 6초의 바인까지 등장했다. 짧은 문장이나 영상, 혹은 음성을 통해 압축

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중시되는 한편 디지털 네이티브는 긴 글에

“윽, 스크롤 압박!” “누가 세 줄로 요약 좀 해줘요”라는 비난성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에 진지한 글을 담은 책들이 읽히기는 어렵다. 그러니 진

정한 읽기는 끝났다는 자조마저 등장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호모스마트쿠스를

유혹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CPND, 즉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로 연결된 구조에서 일상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생산한다. 구

글이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에서 디바이스를 이용해 직접 콘텐츠(글과 영상)를 생

산해 올리기도 하고 소비하기도 한다. 네트워크의 조직원들은 즉각 자신의 생

각을 피드백한다. 이런 시대가 되다 보니 ‘본격문학’ 작품을 펴내는 출판사들

은 몇 군데만 살아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웹툰이나 웹소설을

디 지 털 네 이 티 브 는

CPND, 즉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로 연결된

구조에서 일상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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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28 ――――

다루는 플랫폼들은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들 플랫폼이 안정적인 성장

을 하기 시작한 것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등장한 2010년부터라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가벼운 대중소설이 시간이 지나면 순문학

혹은 엘리트 문학이 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이트

노벨이 벌써 주요문학상을 점령해가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팔리는 전자책의 절반은 1억 부 판매를 넘긴 『그레이의 50가

지 그림자』(시공사) 같은 ‘에로티카’다. 에로티카는 성행위에 큰 비중을 둔 로맨

스를 뜻한다. 로맨스판타지에 속하는 에로티카는 포르노소설에 가깝다. 인터

넷이 가장 먼저 등장한 미국을 이끌어가는 동력 중의 하나는 성산업이다. 성산

업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이제 모든 미디어가 성산업과 연결

돼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에로티카는 반드시 영상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일본에서 스마트폰으로 판매되는 전자책의 70%가 ‘음란만화’가 된 지는 오래

되었다. 이제 8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내에서는 전자책 매출이

지지부진한 것처럼 말하지만 웹소설과 웹툰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직접

통화하는 것보다 문자로 대화하는 것도 즐긴다. 쓰는 양도 엄청나다. 그들은

이야기성이 강한 텍스트를 즐긴다. 물론 글과 영상과 음성은 서로 연결된다.

그들의 이런 속성 때문에 동일한 디지털 텍스트로 각기 개성을 지닌 다양한 상

품을 내놓아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스마트기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호모스마트쿠스’라는 종족이 새로 등장함에 따라 많은 기업

이 이들을 설득할 만한 잘게 쪼개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

다. 모든 것이 ‘모바일’로 통하는 세상이 되면서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콘텐츠

의 양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콘텐츠 이용자들의 실시간 반응에 따라 맞춤형 정

‘호모스마트쿠스’라는

종족이 새로 등장함에

따라 많은 기업이 이들

을 설득할 만한 잘게 쪼

개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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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129

보를 제공하면서 콘텐츠의 질로 승부하려 든다. 콘텐츠 제공업자들이 로봇, 고

도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날로 진화하는 기술을 이용해 제공

하는 정보의 양과 수준은 폭증하고 있다. 아마도 곧 스마트폰을 이용한 검색만

으로도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도서관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고객의 ‘빅 데이터’에 쉽게 접

근해 즉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런 세상에서 도태되는 사

람들은 어이없게도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의사, 변호사, 기자, 교수, 교사, 회계

사 등 과거에 중산층으로 당당하게 살던 직업의 종사자들이 빠르게 몰락할 것

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근육’을 뛰어넘어 인간의 ‘뇌(머리)’를 대신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알파고’처럼

최신의 능력만을 필요로 하거나 데이터베이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직종은 끝을

모른 채 추락해갈 것이다.

앞으로 인간은 기계(인공지능)와 경쟁해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인간

은 기계를 뛰어넘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 정보를 저장하고, 보관하며, 이동

시키는 능력은 인간이 절대로 기계를 능가할 수 없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은 정보를 스스로 삭제하는 능력뿐이다. 인간이 프로그램

을 미리 설정해놓지 않는 한 컴퓨터는 스스로 삭제할 수 없다. 수많은 정보 중

에서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선택적 망각’이야말로 인간이 컴퓨

터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핵

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선택적 망

각’이야말로 인간이 컴

퓨터를 이길 수 있는 유

일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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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30 ――――

이 ‘망각’의 힘은 어떻게 키워질까? 그 힘은 종이책을 읽을 때 제대로 키워

진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여행(서핑)하다 자주 길을 잃곤 한

다. 그곳에서는 정보의 양이 도저히 가늠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정

보를 접한다 해도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종이책은 처음

과 중간과 끝이 명확한 매체다.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으로 완성되어 있으니 전체를 가늠하며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

다. 그렇게 핵심을 파악한 다음 나머지를 잊어버리는 훈련을 한 사람이어야 기

계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산에 오르는 것과 비교해보자. 우리는 헬리콥터를 타고 산의 정상에 쉽

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험한 고개를 수없이 넘으며 산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면 산이 지닌 깊고 오묘한 의미를 깨우칠 수 없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신체

성’이다. 인터넷에서의 한 번의 검색으로 쏟아져 나온 정보를 읽는 행위와 손

으로 책장을 넘기고 밑줄을 긋는 신체적인 훈련을 거치며 읽는 행위에는 엄청

난 질적인 차이가 있다.

더구나 아날로그 종이책은 디지털 기술로 말미암아 새로운 종이책으로

거듭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큐멘터리 일러스트레이션, 행간과 여

백까지 고려한 편집, 4도와 별색의 인쇄판을 활용한 디자인, 종이의 다양성 등

이 만나 새로운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책을 신체적으로 한 장 한 장 넘

기면서 찾아내는 감동과 그 감동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욱 성숙한

다. 이것은 편리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문화의 기본적 속성이다. 따

라서 우리는 이런 신체적인 훈련을 통해 기계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읽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책의 핵심을 200자

원고지 10매 정도의 글(서평)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은 이

인터넷에서의 한 번의

검색으로 쏟아져 나온

정보를 읽는 행위와 손

으로 책장을 넘기고 밑

줄을 긋는 신체적인 훈

련을 거치며 읽는 행위

에는 엄청난 질적인 차

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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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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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과정에서 ‘망각’하는 힘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언제 어디서나 살

아낼 수 있는 능력을 근원적으로 갖출 수 있다.

20세기는 학교에서 세상을 살아갈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면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 ‘방법론(how)’만 갖추면 됐다. 그러나 21세기는 ‘무엇(What)’

을 연결해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즉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가 가진 의미를 파악하면서 편

집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정보는 다른 정

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발생한다. 정보를 서로 비교하면 차이(변별)가 생긴

다. 그 차이가 바로 상상력이다. 그런 상상력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

에서 자연스럽게 키워진다. 도서관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최상의 공간이 되어

야 한다.

앞으로는 평생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일

자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 그런 역량은 잘게 쪼개진

콘텐츠로 정답만 찾아내는 일에만 익숙한 사람이 가지기는 힘들다. 새롭게 거

듭난 책을 읽은 사람만이 그런 역량을 남보다 빨리, 제대로 키울 수 있다. 그러

니 미래의 도서관은 책을 함께 읽고, 글을 써보고, 쓴 글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많은 이들이 종이책의 종

말을 떠들어댔지만 새로 거듭난 책들을 찾는 독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도서관

또한 그런 책들을 잘 선택해서 보유하면서 이용자들이 맘껏 읽고 토론할 수 있

는 공간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그게 도서관이 아마존의 ‘한 권의 책’이나 ‘구글

프린트’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서로 비교하면

차이(변별)가 생긴다. 그

차이가 바로 상상력이

다. 그런 상상력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

정에서 자연스럽게 키

워진다. 도서관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최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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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기록이 마을 기록으로 확장되고,

마을 기록이 자기 기록을 촉진하는 기록과 공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것은 바로 출판의 일이고, 또한 도서관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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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capter 7

독서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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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읽기중독자. 현재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로 있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책과 읽기와 출판에 대한 사고도구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초빙교수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끔씩 여러 매체에 글을 쓰거나 도서관이나 학교 등에서 강연을 하기도 한다.

저서로는 『출판의 미래』(오르트), 『공독공생 ― 같이 읽고 함께 살자』(느티나무책방)이 있다.

번역서로 『기억전달자』(비룡소),『고릴라』(비룡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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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35

출판과

도서관

출판을 이야기할 때, ‘위기’라는 말은 변수가 아니었다. 필자가 출

판계에 입문하던 1993년에도 출판은 위기였다. 책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는 것

을 체감하지 못하는 출판인은 별로 없다.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말이 항상 책의 충분한 판매량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이 말에는 일종의 안타까움 같은 게 깃들어 있다. 물론

실제로 책이 팔리지 않아 ‘냄비받침’이나 ‘침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을 때의

허망함도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책에 담긴 문화적 가치를 몰라준다는 데

대한 야속함, 세상의 한구석에 갇힌 채 확산되지 못하는 책의 메시지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더 크다. 언젠가 필자가 이야기한 바 있듯이, “판매와 가치 사이

의 영원한 불화는 ‘책 미디어’의 중요한 본질이다.” 출판에서 위기는 변수가 아

니라 상수인 셈이다.

그러나 출판의 위기가 전혀 실체가 없는 말은 아니다. 2009년 한국에서 아

이폰이 출시된 이후, 스마트폰의 전면적 보급에 따라 모바일 혁명이 가속화하

면서 책의 생산과 소비를 규율하는 규칙이 더 이상 과거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

다. 모바일 화면이 이 시대의 지배적 매체로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여가를 둘러

싼 미디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하루 중 사람들이 책을 접하는 시간은 지

속적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일상생활 필수 매체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에서 책의 중요도는 2011년 2.2%에서 2014년 0.6%로

크게 감소했으며, 10대와 20대의 경우에는 69.0%가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모바일 화면이 이 시대

의 지배적 매체로 등장

하면서 소비자의 여가

를 둘러싼 미디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하

루 중 사람들이 책을 접

하는 시간은 지속적으

로 줄어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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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36 ――――

인식했다.

사람들이 읽기 자체를 떠나고 있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오

히려 지나치게 많이 읽는다.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하루 종일 무언가를 읽을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각종 콘텐츠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으

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읽는 중이다. 줄어드는 것은 책을 통한 읽기

일 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이책을 통한 읽기만이 치명적으로 감소하고 있

다. 전자책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청년 계층을 중심으로 서

서히 활성화되는 중이며, 웹툰이나 웹소설의 성장은 아주 가파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100억 원, 2014년

200억 원, 2015년 400억 원으로 매년 배 이상 커져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몰 콘텐츠 웹소설의 빅 플랫폼 전략’ 보고서를 보면 웹소설 유료 소비자는

20~40대가 가장 많다. 10대는 이용률이 높지만 유료 이용률이 저조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숙 책임연구원은 “출판 시장이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으나 (웹소설의 성장을 보면) 실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는가

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웹소설의 대중화가 문학시장과 문화

산업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01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책에 중심을 두는 ‘긴 글

읽기’로부터 스마트 기기를 통하는 ‘짧은 글 읽기’로, 충분한 서사적 길이를 요

구하는 ‘의미 읽기’로부터 검색엔진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섭취

하는 ‘정보 읽기’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읽기의 중심이 비틀리고,

독자의 이동이 가시화되면서, 출판산업은 이제 ‘심리적 위기’를 넘어서 매출이

격감하는 ‘실체적 위기’를 격하게 호소 중이다. 이것이 요즈음 한층 톤이 높아

01

문수정, 「핫!한 웹소설 원

작 드라마들」, 《국민일보》

2016년 9월 15일.

http://news.kmib.co.kr/

article/view.asp?arcid=

0010927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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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37

진 출판 위기론의 실체라 할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실태조사』를 살펴보자. 2015년 출판

관련 매출액이 전년(2014년)에 비해서 줄었다고 응답한 출판사가 28.6%에 달

했다. 출판사 열 곳 중 세 곳은 매출 감소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에 비해 매출액이 증가한 출판사는 8.2%에 지나지 않았다. 출판사의 어려움을

표시하는 실질적인 지표도 있는데, 초판의 발행 부수가 2014년 1,710부에서

2015년 1,598부로 6.5% 감소했으며, 책 출간 후 서점에 배본하는 최초의 부수

역시 2014년 881부에서 2015년 814부로 7.6% 감소했다.02 초판 발행 부수의

감소는 시장의 전반적 위축을 표시하며, 최초 배본 부수의 하락은 책과 독자가

만나는 최전선인 서점의 이상 징후를 반영한다. 책을 정성껏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고, 그로 인해 판매부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우려가 크

고, 그래서 다시 초판 발행부수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이 오래 계속되면, 지식정보 시대에 오히려 지식과 정보의 근간

을 이루는 출판산업이 붕괴해 버리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발표된

자료는 이러한 위기감을 뚜렷하게 반영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말한다.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1994년 86.8%에서 2015년 65.3%로 21.5%포인트가

줄며 연평균 1% 정도씩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2010

년 10.8권에서 2015년 9.1권으로 1.7권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하루 평균 독

서 시간은 32분에서 22.8분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산업 측면에서는 학습

참고서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 기준 출판시장 규모가 2010년 1조 4,063억 원

에서 2015년 1조 2,084억 원으로 14.1% 줄었다. (중략)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02

『2016 출판산업 실태조

사』(한국출판문화산업진

흥원, 201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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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38 ――――

국인의 독서율 성별·연령별 교차분석 <출처> PIAAC 2013, 16~65세 한국 성인

한국인은 연령별 독서율 차이는 크고, 성별 독서율 차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

타났다. 한국인의 성별 독서율 차이는 평균값으로는 낮은 편에 속하지만, 이를 연령별

로 분석해보면 매우 다른 양상을 띈다. 여성과 남성 모두 연령이 높아지면서 독서율이

낮아지나, 여성 독자의 연령대별 독서율 하락이 남성보다 훨씬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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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39

것이 통계청이 집계한 가계의 도서구입비 추이다.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

비는 2003년 37,793원에서 2016년 15,234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거의 매년

축소되었다. 이러한 도서구입비 감소는 절대 액수만이 아니라 전체 가계 지

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전

체 지출 중에서 학습참고서를 포함한 책 구입에 쓴 비중은 2003년 1.3%에서

2016년 0.45%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지난 6년 사이에(2010년~2016년) 가계 지출

총액은 2.3% 증가하고 오락문화비도 12.9% 증가한 반면 서적 구입비만 유독

41.2%나 대폭 감소했다.03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독

서율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처럼 성인

의 평균 독서량이 한 달에 한 권에도 못 미치는 나라는 아주 드물다. 55세 이상

65세 이하의 중노년층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 책을 읽는 나라는 더욱더 드물

다. 기록적으로 높은 청년(16~24세) 독서율(87.4%)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처럼 극적

으로 감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의 경우는 오히려 중노년이 더 책을 많

이 읽어서 청년층에 비해서 8.2%포인트 높아진다.04 몇 해 전 독일과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그 나라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나라들의 경우, 노년층 독서율은 청년층 독서율과 비슷해서 모두 70%가 훌

쩍 넘는다.

급속한 근대화로 인해서,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사회 또는 문화 발전의 속도

가 경제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불균등 발전’의 현실을 분명히 감안해

야 할 것이다. 그러나 OECD에 속하는 다른 나라들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의 독

서율이 비교적 유지되는 것과 달리, 한국의 독서율은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아

짐에 따라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독서에서 탈락

03

백원근, 「출판문화진흥정

책, 이대로 좋은가」,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

다』(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자료집, 2017), 27~28쪽.

04

김은하, 「해외 주요국의

독서문화진흥 현황과 사

례」, 《2016 독서컨퍼런스

자료집》(한국출판문화산

업진흥원, 201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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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40 ――――

하면서 청년 독서가가 노년 독서가가 되지 못하는 현상이 분명하고 뚜렷하게

나타난다.05 모바일 혁명 이후, 디지털 정보 소비가 일반화함에 따라 청년층의

스마트 기기 이용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는 중이며 문화 소비 역시 이에 집중되

는 경향을 감안하면, 독서의 앞날이 암울하다고 하겠다.

백원근 대표의 말대로, 사회 전반의 독서율 하락은 당연히 출판시장의 꾸준

한 위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세부를 들여다보면, 더욱더 충격이 크다. 출

판시장의 고객들이 빠르게 늙어가는 중이다. 도서 구매자 중에서 10대와 20대

독자의 점유율이 급감하면서 40대가 주력 독자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50대

이상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10년간 출판시장의 주력 소비층이었던 20대 독자층이 급감한 반면,

2015년에는 40대가 가장 많이 책을 사는 연령층(29.6%)으로 올라섰으며,

30~40대 주력 시장 이외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50대 이상 시장 비중도 지속

적으로 증가하여, 독서연령층 고령화(aging)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06

물론,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

다. 그러나 인구 감소폭에 비해 젊은 세대의 도서 구매 감소폭이 훨씬 심각하

다는 것은 이미 통계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문화일보가 13일 교보문고에 요청해 입수한 ‘2006∼2015년 연령·성별 도

서 구매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0대 여성이 구입한 도서는 전체

의 24.2%에 달했다. 30대 여성(17.1%)과 40대 여성(9.3%)에 한참 앞섰다. 20대

는 여성 파워에 힘입어 가장 많이 책을 사는 연령층(36.0%)에 자리했다. 30대

와 40대는 각각 30.4%, 19.2% 수준이었다. 10년이 흘렀다. 2015년 현재(10

05

통계청의 「사회조사」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한국의 연령대별

독서인구 비율은 다음과

같다. 13~19세는 74.2%,

20~29세는 73.8%, 30~

39세는 68.5%, 40~49

세는 63.2%, 50~59세는

47.1%, 60세 이상 27.1%

다. 50세 이하에서 독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관련해서, 한국에서

독서의 세례를 많이 받았

고 조만간 은퇴를 시작하

는 이른바 ‘’86세대’의 차

후 경과를 살펴보는 작업

이 흥미로울 듯하다. 청

년기의 독서와 노년기의

독서 사이의 유관성을 살

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

사한 「국민독서실태조사」

자료에 비해서 현격히 낮

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이

조사의 독서인구가 오히

려 현실을 더 잘 반영하

는 듯도 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등 청

소년 중 4분의 1은 이미

독자가 아니다. 학교 과

제를 위해 억지로 수행해

야 하는 독서를 제외하면

얼마나 급격히 떨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사회의 현실상, 청년

기에 충분한 독서 혜택

을 누리지 못한 50세 이

후를 제외하면, 학업을 마

친 후에는 생애 10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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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41

월 30일 기준) 20대 여성의 책 구입량 비중은 전체의 17.3%까지 떨어졌다. 2008

년 24.0%, 2010년 21.9%, 2012년 20.5%, 2014년 18.0%로 꾸준히 줄었다. 20

대 남성도 궤를 같이했다. 2006년 전체의 11.8%를 차지했던 점유율은 올해

8.5%까지 낮아졌다. 둘을 합치면 25.9%로, 10년 전 20대 여성 홀로 책임졌

던 비중보다 조금 큰 수치다. 20대는 최대 책 구입 연령층 자리를 지난해 30

대에게 물려줬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순위가 바뀌었다. 40대가 29.2%로 1

위에 올라섰고, 30대(28.2%)는 2위, 20대는 25.9%로 3위까지 떨어졌다. 40대

가 최대 책 구입층으로 떠오른 것은 여성들의 힘이다. 2006년 40대 여성의

책 구입량은 전체의 10%가 채 안 됐지만 2009년 12.2%, 2012년 14.5%에 이

어 올해 17.0%까지 치솟았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40대 여성의 책 구입량이

20대 여성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0대 남성은 이미 2006년 9.9%에서 올

해 12.2%로 남성 최대 책 구입 연령층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인구

변동 추이의 영향을 넘어서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과 2015년 20

대 인구 비율은 15.5%에서 13.4%로 2.1%포인트, 40대는 17.2%에서 16.7%로

0.5%포인트 줄었다.07

이러한 경향은 전국 도서관의 대출도서 현황에서도 나란히 나타난다. 독서

율 저하와 독서인구의 고령화 추세가 비슷한 패턴으로 도서관 이용에도 영향

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전국 484군데의 공공도서관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대출된 도서(단행본) 총 42,107,998권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서 대출량은

2011년 약 2,501만 권을 기록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14

년 이래의 감소 추세는 극적이다. 2014년 22,641,859권, 2015년 20,370,360

권, 2016년 19,846,406권으로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청소년들의 도서대출

이용량은 2013년 이후 감소폭이 아주 크며, 2016년 대출량은 최근 10년 중 최

5%포인트 정도 독서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일 것

으로 예측된다.

06

한국콘텐츠산업진흥원,

「2017년 콘텐츠산업 전

망 보고서」(한국콘텐츠산

업진흥원, 2017), 18쪽.

07

유민환, 「‘5포세대’에겐

독서도 사치?… 20대

책 구매 뚝」, 《문화일보》

2015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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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42 ――――

저였다. 20대의 도서 대출량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08 이 자료를 약간 가공

한 후, 전체 이용자 대비 연령대별 도서대출 비율을 살펴보니, 출판시장의 고

객 비중 변화와 유사한 추세가 나타났다. 청소년의 도서대출 비율은 2014년

12.6%에서 2015년 10.4%, 2016년 8.5%로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

간 20대의 도서대출 비율도 9.2%, 9.1%, 8.2%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서 같

은 기간 30대의 경우에는 12.4%, 13.4%, 15.1%로, 40대의 경우에는 32.4%,

32.6%, 32.7%로 꾸준히 상승했다.09

결론적으로 말하면, 출판사와 도서관은 같은 독자를 공유하는 공동운명체

다. 현재와 같은 책의 생태계에서, 출판의 독자가 사라질 때 도서관의 독자가

늘어날 리 없으며, 도서관의 독자가 줄어들 때 출판이 홀로 호황을 맞이할 가

능성은 더욱 적다. 책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은 도서관에 다니지 않고, 도서관

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책을 구매하지도 않는다. 출판 생태계와 도서관 생

태계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다른 장(場)이지만, 독자라는 주체를 몸으로 놓고

보면 그 둘은 긴밀하게 이어져 분리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출판의 위기는 곧 도서관의 위기가 되고, 도서관의 위기는 곧 출판의 위기가

된다.

오래전부터 출판계 쪽에서는 출판산업의 위기가 가져올 지적, 문화적 재앙

을 극복하고 산업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도서관의 지속적

강화를 주장해 왔다. 특히, 한국 성인들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유럽 국가들의

절반 수준인 32%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

운 곳에서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향후 현재 978군데인 공공도서관을

향후 10년 동안 3000군데로 늘려서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고, 연간 도서구입

비를 3000억 원으로 증액해서 장서 수를 확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이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요소를 반영한 것이다.10

08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

원, 「최근 10년간(2007-

2016) 세대_성별 대출량」

(2017).

09

어쩌면 이것은 학교도서

관의 확충에 따라 청소년

들과 20대들이 그쪽 도

서관을 활용한 결과일 수

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10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

가 978개이며, 전체 인구

수로 도서관수를 나누면

공공도서관 1관당 봉사

대상 인구수가 51,124명

으로 18,536명인 미국보

다 약 3배가 많고, 15,578

명인 프랑스보다 3.3배

많고, 39,563명인 일본

보다 약 1.3배 많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공

공도서관 장서 수는 1.7

권 정도로 3.13권인 일본

의 반 정도이고 2.62권인

미국보다 훨씬 적다.” 또

한 국민들은 ‘도서관 증설

등 지역의 독서환경 조성’

(32.9%)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손꼽았다. 김한

청, 「독서 출판진흥정책

제안」,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차기정부 출

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

회 토론회 자료집, 2017),

54~55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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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43

공공도서관 이용률 변화 추이 (성인·학생) <출처> 2015년 국민독서실태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반면(20대 50.2%, 60세 이상

10.1%), 독서량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성인, 학생 모두 연간 독서량이 많을

수록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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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44 ――――

출판계에서는 전체 출간도서의 3분의 1가량을 공공도서관에서 적어도 1권

이상 구입해 비치해 줄 수 있기를 원한다. 도서관이 책으로 집약되는 지식 문

화의 정수에 대한 국민 전체의 민주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저장소 역할을 해 주

기를 바라는 것이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도서관 서고의 포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또한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사회에 필요한 책을 도

서관 사서와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함께 꾸며가는 자율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 장서량만으로 도서관을 평가하는 중앙집권적 계량적 형식주의

를 벗어나서, 책을 중심에 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 독서습

관을 확산해 가는 실천들을 높이 평가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을 편집자와 사서

와 독자 들이 자주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책의 생태계가 반드시 지금 같은 형태일 필요는 없다. 현재의 책 생태

계는, 다른 모든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열린계, 즉 역사적으로 우발적인 하나의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양에서는 13세기 송나라에서, 또 서양에서는 15

세기에 그 맹아가 나타나서 20세기 전후에 전 세계로 확산된, 지식의 민주화

와 사유화가 결합된 형태의 책의 생산, 출판, 유통, 소비를 둘러싼 시스템을 말

한다. 그러나 정보혁명이 가져온 초연결사회의 도래는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

과 정보의 네트워크를 혁신하며, 미래의 어느 날에는 책을 둘러싼 전혀 새로운

생태계가 출현할 것을 예감하도록 부추긴다. 출판과 도서관 역시 지금 그 변화

의 파도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쉽게 앞날을 예견하기 어려운

낯선 상황이 계속되는 중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현실에 대한 아주 냉철한 인식, 즉 공부가 필요하다. 무

엇보다 오늘날 책 생태계의 붕괴 위기를 직시하고, 출판과 도서관이 공동의 목

표를 구상해야 한다. 그 목표는 일차적으로 독자의 지속적 창출을 위한 독서

습관의 확산이다. 출판은 ‘좋은 책’을 만들고 산업을 성장시키는 일만이 아니

정보혁명이 가져온 초

연결사회의 도래는 기

존에 존재하는 지식과

정보의 네트워크를 혁

신하며, 미래의 어느 날

에는 책을 둘러싼 전혀

새로운 생태계가 출현

할 것을 예감하도록 부

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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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45

라, ‘책 읽는 교육’을 일으키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도 노력을 다하며,

독서 관련 실천 운동을 파종하고 이를 곳곳으로 확산하는 데에도 투자와 참여

를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도서관은 이를 위한 물리적 기초 공간을 제공하

고, 책을 매개로 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허브의 기능을 담당하며, 지역

사회의 실핏줄들 속으로 책을 운반할 수 있는 혈관을 구축해야 한다. 적극적

교류를 반복해서 거름으로 붓고, 각자의 분투를 디딤돌 삼아서 저자와 독자 사

이의, 쓰기와 읽기 사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복무하는 출판사, 서점, 학교, 도

서관 등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가자. 아마도 이러한 공동체 실천의 장에서 도

서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어떠한 네트워크도 공적 신뢰를 공급하

는 주체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데, 지금으로서는 독자들로 이루어진 읽기 공

동체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 곳은, 적어도 독서에 관한 한 도서관밖에 없기 때

문이다.

독자들이 한데 어울려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동체를 가족, 서점,

도서관, 직장 등을 확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

게 수십 명에 이른 사람들이 모이는 독서공동체는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책 읽는 행위에 정서적 안정감과 자부심을 불러일으

키는 데다, 그 반복성과 의무성으로 인해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아주 효율적

이다. 서평가 이현우는 언젠가 말한 바 있다.

“책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독서공동체다. 독서

공동체야말로 지식사회의 기초 단위다. (중략) 독서공동체 없이 사회에 대한

성찰적 토론을 벌이는 건 불가능하다.”

이처럼 독서공동체는 독서습관을 길들여 창조적 개인을 일으키는 중요한

어떠한 네트워크도 공

적 신뢰를 공급하는 주

체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데, 지금으로서는

독자들로 이루어진 읽

기 공동체의 전적인 신

뢰를 받는 곳은, 적어도

독서에 관한 한 도서관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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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46 ――――

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찰로 시민사회를 유지해 주는 기초 조직이기도

하다. 독서공동체는 책 읽는 개인, 함께 읽는 친구, 좋은 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거멀못이다. 독서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은, 독

서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견고한 진지를 마련하는 것인 동시에 독서를 확산하

기 위한 사회적 향낭을 비치하는 것이다.

일찍이 다석 유영모는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고

말했다. 한 사회의 공동체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자기 삶

의 현장들을 기록하고, 스스로 지역을 공부할 줄 알아야 한다. 출판이든, 도서

관이든, 서점이든, 모두 그 존재 이유는 여기에 달려 있다. 지역의 실천이 고유

한 앎으로 축적되고 지역에 생긴 앎이 새로운 실천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통해 창출하는 가치가 물리적 자연이나 재화가 주는 가치를 압

도하는 세계에서 인간다운 삶의 기초 인프라를 이룬다.

앞으로 모든 지역은 전기나 가스나 수도와 마찬가지로, 지식의 네트워크를

기초 인프라로 확보해야 한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안찬수 사무처장이

말하듯,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지식 접근의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사회, 돈이

없더라도 원한다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 정보 격차와 불평등을 해

소함으로써 시민 각자가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창출하고 보람을 느끼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모든 사람이 정보와 지식에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평생에 걸쳐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지식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을 보장하며, 이를 위한 민간과 공공의 협업 네트워크를 꾸준

히 구축해야 한다. 자기 기록이 마을 기록으로 확장되고, 마을 기록이 자기 기

록을 촉진하는 기록과 공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고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을 이룬다. 이것은 바로 출판의 일이고, 또한 도서관의 일

이다.

자기 기록이 마을 기록

으로 확장되고, 마을 기

록이 자기 기록을 촉진

하는 기록과 공부의 세

계를 만드는 것이야말

로, 앞으로 우리가 고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을

이룬다. 이것은 바로 출

판의 일이고, 또한 도서

관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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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7 독서 공동체로 읽기의 미래를 만들자

―――― 147

오늘날 책의 생태계가 맞은 상황은 출판과 도서관에 낡은 절망이 아니라 새

로운 분투를 불러일으킨다. 지금까지 책의 모험은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분명히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깃발을 들어 올려서 책의 미래를 새롭게 선포

하는 중이다. 이 일에 집중할 때 출판과 도서관은 자신의 창조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책의 인간들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책들이 나고 만들어지고 읽히는 지점들을 발명하는 행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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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와 도서관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기술변화와 도서관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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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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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50 ――――

첫 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o 2017.7.24.(월) 15:00~17:30, 북티크 서교점

o 참석자

김경집(인문학자), 김은하(독서연구가), 장은수(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윤명희(파주시중앙도서관), 이선화(고양시아람누리도서관),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송재술, 신정아, 정은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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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 151

본격적인 여름의 초입에 총서 저자들과 도서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미래 도서관의 역할

과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대담 시작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우리는 대담 속에서는 미

래 도서관의 역할과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의 역량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사회 (송재술) : 올 해 총서를 발간한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20호 발간을 기념하여 급속한 사

회 환경의 변화 속에서 도서관을 둘러싼 이슈들을 중심으로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모색해 보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대담은 사회 변화, 특히 독서와 출판 환경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지식에서 지혜의 단계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한기호 : 2010년 이후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검색을 통한 읽기,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읽기가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변화가 책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늘 강의의 주제이고 고민의 문제입니다. 지식에 대한 접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구글프린트나 아마존의 한권의 책은 인류가 생산하는 모든 지식

을 한 곳에 모아서 즉각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선포를 하고 비즈니스를 진

행한 지 17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더 강력한 지식의 접근 기회가 올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습득한 지식을 다음 단계인 지혜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대학현장을 보면 대학 구성원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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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52 ――――

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비정규직으로 고단하게 살게끔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서 대학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습니다. 또 회사라는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기업은 개

개인들에게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조직은

점점 구조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사회

가 되어감에 따라 삶 속에서 지식을 지혜로 만들 수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죠. 여

럿이 함께하는 사회 즉 팀제로 운영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이 부족하더라도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 한명이 기술의 도움으로 다 가능하게 되었고 개인이

전체의 역량을 갖추고 살아가야 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상상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점점 인간 개인은 고독해 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독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삶의 현장이라는 곳은 점

점 더 치열해져서 오히려 내부자들이 서로 더 강한 경쟁자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입니

다. 대학과 사회가 몰락해가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네트워크

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네트워크상에서 만나는 블로그의 이웃이나 페이스북의 친구

들은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늘 그리운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을 스마트 폰

으로 해결할 수 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 그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마을에 있는 도서관

이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21세기북스, 2017)에서 보면 ‘공감형 기술 능력

(STEMpathy)’이라고 해서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

수학(Math)기술과 인간의 공감 능력을 결합한 직업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는 과학이나 기술,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슴’이

고 그것은 ‘공감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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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 153

한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지역공동체이고, 그것을 지역의 도서관에서 해결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 :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서의 도서관을 강조해 주셨는데 출판의 변화 측면에서 장은수 선생님

도 도서관을 공동체의 중심으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도서관과 출판의 주 영역은

느리게 배울 수 밖에 없는

인간의 가치를 다루는 부분이다.

장은수 : 책이라고 하는 미디어 자체와 그 미디어를 둘러싼 생태계를 보면 현재와 같

은 생태계는 9세기 경 송나라 때 만들어 졌고, 근대적으로 서양식으로 따져보면 15세

기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이미 도서관, 서점, 인쇄업자, 출판업자가 있

었으며 책을 쓰고 읽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는 프린트 기

술을 근간으로 하는 프린트미디어 지식생태계라고 볼 수 있죠. 프린트미디어를 넘어

서는 새로운 미디어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도서관, 서점, 출판 등 기존

의 ‘책의 인간’ 들이 앞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가가 우리의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간단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출판계는 어려워졌고, 도서관도 출판계 상황

과 마찬가지로 도서 대출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데이터를 나란

히 두고 보면 스마트폰 생태계가 기존의 프린트미디어를 읽고 쓰는 사람들의 생태계

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의 구매자가 줄면 도서관을 이용하고

대출하는 이용자도 줄어든다는 거죠. 이런 점에서 보면 출판과 도서관은 공동운명체

라고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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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54 ――――

출판은 책의 생산을, 도서관은 책의 보관 또는 활용을 담당해 왔는데 무엇이 지금까

지 도서관과 출판을 지탱시켜왔을까요? 출판과 도서관을 지탱시켰던 것은 ‘독자’입

니다. 우리가 이 생태계에서 ‘독자’를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점을 되돌아봐야합니다.

그동안 출판이나 도서관의 담론이 ‘계몽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출판은 책을 잘 만들었는데 왜 안 사나하고, 도서관은 좋은 책을 이렇게 많이

구비했는데 왜 안 오고, 안 읽는가와 같은 계몽적 생태계는 이제는 붕괴되었습니다.

읽기와 관련하여 나타는 중요한 현상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의 읽기는

무조건 ‘긴 글 읽기’였습니다. ‘짧은 글 읽기’는 신문, 잡지 등의 일시적 미디어에 국

한되었습니다. 즉 그동안 읽기의 주 대상은 ‘서(서사)’가 중심이었고 소설 등을 대중

들이 대규모로 소비했습니다. 그러나 이 ‘긴 글 읽기’ 공동체가 붕괴되고 이제는 ‘짧

은 글 읽기’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짧은 글 읽기가 중심이 되었으나

‘짧은 글 읽기’는 출판의 영역도 아니고, 도서관의 영역도, 언론의 영역도 아닙니다.

새로운 읽기 공동체가 나타난 것입니다. 둘째, 지금까지의 읽기는 ‘의미읽기’였으나,

‘정보읽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주로 흥미와 재미, 자극적 읽기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런 부분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 웹 소설과 웹 툰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기존 서점이나 도서관의 구조, 즉 지식공간의 구조가 어떻게 재조직

되고 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일단 인간보다 뛰어난 버추얼 데이터베이스가 존재

하고, 전기나 수도처럼 이제는 거대한 공공 지식망이 우리의 삶으로 들어온 상태입니

다. 우리가 필요로 할 때마다 접속해서 필요한 부분, 지식을 꺼내서 빼 쓰고 있는 거

죠. 이는 도서관이나 출판사보다 훨씬 더 편리한 지식의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고 있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도서관과 같은 구형 데이터베이스, 혹은 휴먼 데이터베

이스를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하게 됩니다. 과거의 인간 지식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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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 155

베이스와 버츄얼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협업할 수 있도록 진화 시킬 것인가? 이 부

분이 고민의 시작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인간과 기계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까요? 앞으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인간이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만

이 할 수 있는 일이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림짐작, 대충하는 일, 실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실패하고 그

실패를 빠르게 공유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입니다. 다른 종은 실패가 죽음인데 인간

만이 실패가 소멸로 가지 않는 유일한 종이고 이것이 바로 문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

다. 문명의 가장 큰 힘은 실패자, 약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휴먼

데이터베이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쉽게 실패하고, 쉽게 시도하게 만드

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실히 답이 있는 것은 인공지능의 일이지만 확실한 답은 없지

만 자주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김은하 선생님이 쓰신 메이커스페

이스나 제가 생각하는 독서공동체 등에서 많은 토론을 통해 시도하고, 실패하고, 자

기생각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출판도 마찬가지입

니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에 가까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번 시도해 볼만한 것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느리게 배우는데 성공합니다. 동물보

다는 빨리 배우지만 기계보다 빨리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죠. 얼마 전에 풀을 뽑는 기

계가 개발되었는데 10분 만에 작동이 중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10분이나 했

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계는 앞으로 더 진화되기 때문에 10분이 20분이되고 1시간

이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빨리 배우는 지식 종류는 아마도 인공지능(AI)의

영역이 될 거이라는 거죠. 오래 걸리는 지식,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사람에게 필요하며, 그 부분을 인간이 담당해야 할 것입니

다. 출판의 주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굉장히 늦게 배우는 영역을 출판의 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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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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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삼아야 합니다. 도서관도 인간적 가치가 주영역이 되어야 하고, 학교교육 역

시 가치를 질문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신뢰도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도서관이 이 역할을 해야한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가속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인간이 책이라는 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

니다. 사람이 모여서 책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이 가치에 대해 고

민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공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그 네트워크를 누가

제공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에게 신뢰도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하지 않는다면 출판이나 서점이 진화해서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고,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 : 현재의 사회에서 기술변화에 따라 업무적으로 가장 많이 변화한 산업 중에 하나가 출판이

라고 합니다. 반면 도서관은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

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출판과 도서관은 운명은

다르지만 같이 가야할 부분이 있다.

김은하 : 제가 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특히 외국의 사례를 본다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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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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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공동 운명체로서 출판과 도서관은 이미 서로 분리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프랑스

의 도서관 같은 경우 미디어테크(Me diathe que) 로 이미 많이 변화했습니다. 미국에

서는 책없는 도서관 실험이 시작되고 있구요. 도서관 안의 콘텐츠들 중 책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점점 축소되고 있고, 비디오, 영화, 아카이브 자료들

로 콘텐츠 매체가 다양화 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전통적인 출판과는 조금 다른 길

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도서관은 저장된 것을 ‘읽는 공간’ 에서 ‘나

누는 공간’으로 진화했습니다. 독서모임, 공부모임, 취미모임, 육아모임 등을 통해 나

누는 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더 나아가 쓰기 등을 통해서 ‘생산하는 공간’으로 변화

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 도서관에 가보면 수많은 랩탑(Laptop)들이 있는데 이는 도

서관이 쓰기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

드는 공간 -글을 쓰는 공간 스튜디오에서 음악과 영상을 만들고, 녹음공간에서 팟캐

스트, 라디오를 만드는 공간, 메이커스페이스에서 3D 프린터로 물건을 만드는 공간

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읽는 독자 수가 줄어들면서 도서관의 이용자도 함께 줄어드는 것

은 아직 우리나라가 출판과 도서관이 밀접하게 연결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

서의 시민들의 활동이 책읽기에서 다양한 매체의 읽기-나누기-쓰기로 확장되면, 독자

의 감소가 도서관 이용자의 감소로 곧장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려

고, 뜨게질 모임을 하러, 3D 프린터로 물건을 만들러, 강의를 들으러 도서관에 오는

사람도 생기니까요.

그렇다고 도서관이 책과 완전히 이별하는 건 아닙니다. 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매체를

읽고, 쓰고, 나누면서 더 많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게 되거든요. 그 콘텐츠의 가

장 깊은 내용을 다루는 것이 책이니까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에 대한 책이

필요로 한다던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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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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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보다 새로운 콘텐츠, 더 깊이 있는 책을 찾게 됩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경험이 더

풍부해지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출판미디어를 촉진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최근에 들어서 우리나라도 프린트 문화, 책 중심의 공간에서 책을 읽고 독서동아리,

강연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도서관에서 무엇인가를 함께 나누는 활동으로 변화해 가

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쓰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은 아직 미

흡하며 앞으로 다른 매체들을 읽고 쓰는 활동들을 확장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

다. 이런 면에서 출판과 도서관의 운명은 조금 다르지만 같이 갈 부분은 여전히 존재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은영 : 우리나라는 오히려 출판과 도서관의 연계가 너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

니다. 프랑스의 경우 출판사들이 도서관을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독자의 반

응,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SNS 등이 발달하면서 출판 쪽

에서 볼 때 도서관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필요 없어지고 있는 반면 오히려 우리는 이

전부터 관계가 없었기에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조차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장은수 : 맞습니다. 도서관을 잘 몰랐고 그저 책 사주는 공간으로만 인식 했을 수 있

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도서관과의 협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판사

의 입장에서는 ‘책의 발견성’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독자가 존재하는 공공의 자산인

도서관을 활용하는 모습이 늘어났습니다. 일례로 ‘길 위의 인문학’을 들 수 있겠죠.

출판사의 강력한 요구와 아이디어에 도서관계가 화답하여 실행되는 구조로 만들어

진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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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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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기술이나 독서환경의 변화 속에서 도서관에서는 새로운 탈출구, 영역의 확장이라는 측면

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주제가 인문학과 메이커스페이스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디바이스의 문제가 아니라 디바이스의 공백을,

그 갭을 어떻게 채워낼 것인가를 고민하자

김경집 : 앞서 한기호소장님이 정보에서 지식, 지혜로 간다고 했습니다. 정보, 지식은

검색을 통해서, 지혜는 사색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사색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가 책이 해야 할 가장 큰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독서습관을 가진 생태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려서 북 스타트(book start) 등

을 해도 초등학교 가는 순간 독서는 끝이 나고, 12년 동안의 학습기에 들어가면서 독

서활동은 멈춰버립니다. 12년 동안 학교에서 죽어라 공부만 하는 것이지요. 어찌 보

면 우리나라에서 독서의 황금기는 4~7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차도 빨간

펜 선생님을 일찍 만나면 기간이 줄어버립니다. 정해진 답을 반복하는 한정된 텍스트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교과서는 책이 아니라 단순히 매뉴얼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습관이 없습니다. 책 읽기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사람의 문

장과 사고인식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구어는 짧죠. 그것에 익숙하면 구어와 마찬가

지로 짧은 문장에만 익숙해지고 구어처럼 짧은 호흡으로 읽히는 시각적 이미지 등에

만 익숙해집니다. 문어나 호흡이 긴 문장은 어렵게 되어 사고의 호흡 또한 짧아집니

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결국 책이라는 것은 가까워지기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 강좌 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글쓰기 교실을 보면 왜 글쓰기 교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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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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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보통 시장의 수요에 의해 나타나는 것인데 예전에는 없

다가 지금에서야 나타난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대입 논술을 봐야하고, 직장에 들어

가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고, 직장 안에서도 업무를 위해 문장을 써야하고, 은퇴

후에는 자기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국어를 12년 동

안 배웠는데 자기 글은 못쓴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상상력이라는 것

은 별거 아닙니다. ‘책의 첫 문장을 보고 내용 전체를 추론하라’는 제시에 추론한 결과

가 원래 내용과 맞아 떨어지면 천재입니다. 또 다른 사람의 경우 기존 내용과 정 반대

로 추론한다면 이 역시 천재입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뚝 떨어져 있는 것을 서로 잇

기 위해 어떤 포인트에 어떤 내용을 놓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

입니다. 20명이 있다고 한다면 곱하기 20가지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독서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교육과정 중에 독서습관을 길러낼 수 있는 상

황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책 이야기 열심히 해봐야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깨져버립니

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우리가 지나치게 생산과 소비, 보급 차원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디바이스의 문제가 아니라 디바이스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낼 것

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만화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자면 말풍선만 비운 후에 대사를

넣어보게 하는 방식처럼 시각정보가 기호정보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각정보에

기호정보를 어떤 식으로 첨가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을 섹

시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판에 박힌,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

에 틀에 박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이야기 하지 않고 책을 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광

고 한 번 내자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주에는 “책 읽지 맙시다.”, 두 번째 주에

“적극적으로 책 읽지 맙시다.”, 한 네 번째 주에는 “적극적으로 책 읽지 맙시다,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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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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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고 싶으면” 이라는 식으로 뭔가 좀 더 새롭고 적극적인 사고를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우리에게 주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으로

한기호 : 인간의 지식이 삶과 결합하면 지혜가 된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스토리텔링

(storytelling)이 아니라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토리텔링은

읽고 나서 ‘아 좋네’ 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주장하면 되었지만 이젠 그런 단계는

안 됩니다. 이젠 스토리에 자기 삶을 대입해서 스토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스

토리에 대입한 상상을 통해 내가 가야 하는 길로 나만의 삶을 찾아가야 합니다. 자기

의 길을 찾아가는 건 결국 남과 다른 차이, 즉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남과 다른 차이

는 타인과의 대비, 비교에서 생깁니다. 독서공동체 같은 곳에서 토론하고, 토론을 통

해 같은 것을 보고 다른 차이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훈련을 할 수 있

는 곳이 어디일까요? 학교도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길이고 그런 면

에서 마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을이 책과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진 도서관과

결합했을 때 그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책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또 우

연히 접한 책을 통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볼륨업 할 것인가?

김경집 : 스토리텔링, 스토리두잉을 이야기 했지만 최근에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 하

나가 제4차 산업혁명인데, 여기에 저는 두 가지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혁명’이라는 단어를 살펴봐야 합니다. 혁명이라고 하면 구체제가 있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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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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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우리는 이것에 대한 성찰이 없는 상태에서 앞만 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를 하면서 앞에 있었던 2,3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앞서 장은수선생님이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런 것은 없다고 봅니다. 기존에 통상적

으로 사람 만이 할 수 있었던 것이 직관, 상상, 명령인데 이제는 기계가 완벽하게 다

할 수 있습니다. 직관, 직관은 이미 끝났습니다. 작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을 두고

올해는 커제와 함께 하더니 이젠 더 이상 인간이랑 바둑을 안두겠다고 합니다. 이 직

관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직관이랑 달리 봐야 합니다. 상상, 상상은 창조가 아

니라 기본 사실 위에서 다른 위로 결합해서 가는 것입니다. 명령, 기계도 스스로 명령

하고 수정하고 다 합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 하나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기대보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갖는 것입니다. 일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와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고, 복잡하고, 어려운 걸 언제

배우나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최근 15~20년 사이에 도스에서 윈도우로, 모바일 서

비스로 기술 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 때 배웠던 프로그래밍 컴퓨터 수

업을 졸업 이후엔 한 번도 써본 적 없습니다.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생긴다고 합니다. 저는 이야기 구조가 콘텐츠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입체화하고 집단지성화해서 볼륨을 키우고, 그것을 디바이스에 탑재하면 어마어마해

질 것이라고 봅니다. 책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유통하는 쪽에서 공포만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지식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볼륨업을 할 것인가 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윤명희 : 저 또한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한 성찰과 자기를 찾아가

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도서관에 있다 보면 매번 찾아오는 사람만

옵니다. 공공도서관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서비스해야 합니다. 저는 저희 직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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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야! 우리가 도서관에 와달라고 찾아가야 할 판국인데, 알아서 도서관에 와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라는 것을 해결하는 것

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여전히 도서관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서관은 매우

문턱이 높습니다. 어느 정도 문해력이 있고, 어느 정도 학교도 다니고, 어느 정도 취

미생활로 책을 들춰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 경계

안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도서관과 나를 분리합니다. 그런데 선

생님들이 써놓은 글을 보면 이미 도서관은 생활 속에 매우 가깝고 축척된 지식정보

가 나의 삶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일상의 정보문제 해결에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장치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매개가 때로는 메이커 운동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책읽

기 활동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다양한 활동으로 엮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문

턱은 여전히 매우 높고 많은 사람들이 책과 도서관하면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공도서관 안에 있으면서 어떻게 더 많은 독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넓혀나갈 것인가가 고민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

는 책 읽는 독자뿐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문제인데 도서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대적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김경집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과

관련해서도 고민하고 공교육을 통해서 받을 수 없는 것을 도서관이 해야 하는 일을

찾는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책이나 독서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불

안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도서관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

습니다. 오히려 책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럼 춤을 춰볼까? 어떻

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텍스트 읽기는 훈련,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책읽기

가 어려울 수 있는데, 내 삶을 보다 나답게 만들기 위해서 도서관이 하나의 수단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까? 이런 상상을 해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필요한데 독자에서

소외되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포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도서관이 토론과 담론의 공간으로 긴 글 읽기의 공간, 네트워크의 공간, 물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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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64 ――――

유용한 공간이라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로부터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반면 현재 우리

의 도서관 조직이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입니다. 왜냐하면 장은수선생

님께서 매우 신뢰할만한 공공기관으로 공공도서관을 언급하셨고, 저 또한 그런 점에

서 매우 긍지를 가지고 있지만, 지난 20년의 경험을 보면 그 틀이 유연성 있고 혁신

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운영자로서 일의 주체로서의 절망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할 것은 무궁무진한데 일을 조직에 반영하기 위하여 지역사회에 여론화 시키고 실행

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 : 도서관에 오지 않는 사람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도서관에 오게 하는 것은 도서관과

출판계의 공통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있고, 대안은 무엇

이 있을까요?

계몽적인 발상은 책을 안 읽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도 호응하지 않는다.

김경집 : 독서습관에 있어서 우리가 놓치고 있어 아쉬운 게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탈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

면 실제 읽지 않아도 독서, 듣지 않아도 음악 감상, 가보지 않아도 미술 감상, 가장 흔

한 게 영화감상이었습니다. 공통적인 특징은 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취미가 뭐

냐고 물어보면 골프, 스키, 라이딩 등 동적인 취미로 이동했습니다. 산업화시대에는

몸을 써서 일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는 몸은 안 쓰고 근육을 쉬게 했다면 탈산업화

시대에서는 힘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쉴 때에는 동적인 취미를 선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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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 165

되었고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생활의 양식이 바뀌었을 때

는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근본적 원인을 파악해야합니다. 큰 변화가 있으면 피

상적인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삶의 방식이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고,

우리가 그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계몽

적인 발상은 벗어나야 합니다. 계몽적인 발상에는 책을 안 읽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호응하지 않습니다.

도서관도 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기호 : 요즘에는 카페에서 많은 연구자들과 인문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마음보고서』라는 책에서 하지은 선생님은 학교와 집에 가면 연구실과 서

재가 있는데도 책을 쓰기위해 동네 카페의 특정한 그 자리를 찾아간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삶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집중에 도움이 되는 적당한 소음인 화이트노이즈 상

황에서 글쓰기 등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왜 나와서

하는 것일까요? 오히려 불편할 수 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건 사람들의 관계성의 문제

입니다. 도서관에서도 변화에 따라 열람실을 없앴더니, 민원이 많았다고 합니다. 도

서관도 관계성의 문제입니다. 메이커운동도 그렇고 삶의 관계성에서 놀이에 대한 접

근, 놀아주는 공간, 총체적 삶의 관계성을 만드는 곳, 그 중의 하나가 도서관입니다.

관계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도서관 스스로가 변화해야합니다. 책도 생

산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도서관도 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함께 쓰기, 함께

걷기라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각자 걷기를 하다가 오프라인 상에서 가끔 만나는 것

을 선호합니다. 개별화된 삶에서 낮은 차원의 함께함을 찾아갑니다. 이러한 시대 흐

름을 읽는 다면 도서관이 변화해야하는 지점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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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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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 도서관의 고전적 역할에는 책의 보관과 이용에 대한 것 외에도 프린팅 소비

를 촉진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강연, 강좌 등의 학습

입니다. 일종의 학습인 시민학습, 평생교육을 도서관이 맡아서 해왔습니다. 도서관은

독서에 익숙한 사람, 그와 관련된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출판하는 사람들

의 입장에서 저의 관심사는 책보다는 읽기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영화

를 읽을 수도 세상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읽기라는 행위를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 그

중에서 약해지고 있는 ‘긴 글 읽기’들을 어떻게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저의 관심

사입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과연 강연은 읽기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요?

김경집 : 책을 읽기 싫어서 강연을 듣는 것이죠.

‘느리게 읽기’(slow reading)’가

필요하다

장은수 : 그렇죠. 결국 도서관이 근거로 삼는 메인 활동 중에 하나가 읽기인데 실질적

으로 읽기증진활동이나 강연이 책을 읽게 할까? 도서관의 증가된 활동 중에서 실질

적으로 읽기를 만들어내는 활동들이 무엇일까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읽기를 가장

촉진하는 것 중 하나가 독서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같이 읽자’. 김은하선생님

글처럼 독서습관은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읽게 되는 것입니다. 메이커활동도 마찬가

지죠. 책이라는 것이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구나 생각하게 되면 읽게 됩니다. 결국

“읽기를 만들어 내는가?”라는 질문에 좀 더 솔직해야 합니다.

최근 저의 개인적 관심사는 ‘느리게 읽기’(slow reading)입니다. 강연 같은 경우는

“빠르게 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 어려우니까 쉽게 접근하고 요약해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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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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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주는 빠르게 지식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느리게 읽기’는 배울 때도 느리게 배워야

합니다. 느리게 읽기를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조직해 낼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입니

다. 대학에서는 강독수업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학생들이 읽기경험 없이 졸업하고 있

습니다. 과거 독자의 의미는 이미 읽어본 경험이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읽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읽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읽는 능력

이 없는 사람에게 읽기를 이야기 하니 먹히지 않는 거죠. ‘느리게 읽기’를 어떻게 사

회적으로 창출하고 구조화 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 ‘느리게 읽기’ 가 중요

한가? 읽기의 가장 큰 효과는 경험을 초월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경

험을 자기가 경험하지 않는 것을 경험시켜주는 것입니다. 영화도 있지만 영화보다 더

강렬합니다. 인간이 왜 위대해 졌는가를 생각해 보면 스스로 체험하지 않은 것을 경

험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시간 강연을 듣는 것으로는 그 강도가

너무 약합니다. 읽기는 그 강도가 강하고 체험은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도

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체험을 통한 읽기가 가장 일순위이고 읽기자체의 즐거움을 느

낄 수 있다면 다음 순위입니다.

김경집 : 강연이 좋은 건 글 밖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읽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강연의 유익성은 의문이 듭니다.

도서관은 마을의 기록,

마을 사람의 기록을 촉진시키고,

마을의 주체성을 반영해야한다.

장은수 : 근래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돈을 많이 투자했지만 독자를 만들어내

지는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독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도서관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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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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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계속 운영하는 문제, 참여하는 사람만 참여하는 문제는 생각해 봐야합니다. 이

영남선생님이 이야기하신 부분과 맥락이 닿는 부분인데요. 도서관에서 읽기 말고, 쓰

는 인간에 대한 부분을 다뤄야 합니다. 우리 도서관을 보면 자기 마을의 기록, 마을사

람의 기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엔 도서관에 갈 이유도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도서관의 대부분의 구조는 마을의 주체성을 반영해 내지 못하고 있습니

다. 결국 굉장히 많은 도서관이 소비자인거죠. 이용자가 도서관에 갈 이유를 만들어

줘야합니다. 아카이빙과도 연결되어있지만 마을사람들이 자기기록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가 도서관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기록을 통해서 어떻

게 마을기록으로 이어지고 마을기록이 다시 자기 기록을 촉진시킬 것인가. 도서관마

다 고유의 콘텐츠 또는 마을사람들이 생산한 지식, 기록이 도서관에 모여야 합니다.

도서관은 자기기록과 마을 기록을 촉진할 수 있는 자료들을 어떻게 보급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메이커활동 중에 자기 기록과정을 도서관에서 촉진해야 할 것입

니다. 도서관에서 촉진해야할 활동으로 자기기록과정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쓰려면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읽는 사람이 바로 쓰는

사람이진 않지만, 쓰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마을기록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다가갈 필요는 없습니다. 마을카페의 역사, 어머니회의 역사라든지를

어떻게 자기 기록으로 만들고, 그 회보들을 마을에서 잘 보관하고, 정기적으로 발표

하며, 마을 내 에서 공유되는 이런 식의 마을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사서의 역

할 중에서 마을 아카이빙, 마을 아키비스트, 도서관 아키비스트라고 하는 새로운 활

동,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합니다. 요즘 독립출판이 활성화되면서

너무나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기기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어디 가

서 배워야 하는지 모릅니다. 자기기록, 마을기록을 통해서 마을잡지가 만들어져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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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 169

는데 현재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미래의 도서관이 주목해야 합니다.

마을 잡지, 마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서관과 사서들이 협업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신정아 : 장은수선생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현재 도서관 현장에서는 글쓰기과정 등을

통해 개인 기록을 남기는 데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카이빙을 통해 개인의 기록

들이 마을 기록으로 확장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활동에 관심을 보

이는 도서관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기 기록과정이 마을의 기록으로

촉진되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그 기록들을 아카이빙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구성원들

과 함께 그 중요성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사서가 지역에서 주목해야 할

일의 하나로,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발굴, 정리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전담하

는 사서 인력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집 : ‘함께 읽기’에서 있어서 생각을 넓혀보면 좋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실용

적 사고를 합니다. ‘그래서 뭐?’라는 점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종편이 생기는 지

점에서 아쉬웠던 점인데, 종편이 생기게 된 원인 중 하나가 90년대 설문조사를 해보

니, 신문구독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영상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런데 단편적인 한 시대의 설문조사 분석보다는 5년 정도 추적 조사를 해

서 신문을 읽는 집단과 안 읽은 집단을 나눠서 살펴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은 집단과 책을 읽지 않은 집단을 추적조사해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계몽적 방식이 아니라 책을 읽는 활동이 얼마나 멋지

고 섹시한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외곽활동을 통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윤명희 : 도서관 잠재적 이용자를 어떻게 할 것 인가에 대해서 저는 도서관이 보다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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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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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 가면 뭔가 있겠다는 기대를 줘야하는데 잠재적 이용

자는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도서관은 실체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말을 걸어줘

야 합니다. 기존 독자들을 읽는 독자로 성장할 수 있게끔 소비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자기

삶의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슬로우 리딩’을 하자라고 목표를 세운다면 정책을 추진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도서관을 둘러싼 담론들이 많은데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요? 도

서관은 보통 강좌로 시작합니다. 강좌는 그 주제 대해 더 깊이 들어가는 그룹을 만나기 위

한 접점입니다. 읽지 않은 사람도 많이 오지만 책을 많이 보여줘서 사람들이 지적욕구를

자극해서 읽고자 하는 욕구를 키우고 또 두꺼운 책 혼자 읽기 힘드니까 들어볼까 하며 오

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접근한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 독서공동체로 엮

어줍니다. 독서공동체를 만들어서 슬로우 리딩을 하며 깊이 읽기를 하고 있는데 참석자들

의 호응이 좋습니다. 저희 도서관의 경우, 예전에 인문학강좌를 통해서 읽기 모임이 생겼

습니다. 강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좌로부터 엮어준 그룹을 독서공동체를 묶어주고

공동체의 지속적인 읽기를 지원하기 위해서 도서관은 그 판을 열어줬습니다. 그랬더니 <

고전읽기>, <인문학읽기>, <심리학읽기> 등 읽기모임이 많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 자발

적 욕구를 바탕으로 읽기 공동체가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은 판

을 펼쳐주고 읽기모임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의미 있게 구현해 내는 주체들

의 패러다임을 바꿔주는 활동이 중요합니다. 다른 도서관의 틀만 가져오는 벤치마킹은 한

계가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진정한 확산을 위한 도서관 역할을 위해서는 운영주

체들이 매우 밀도 깊은 고민을 하고 역량을 갖춰가는 작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도서관은 독자와 비독자의 상황에 따른

설득논리와 전략을 세분화해야 한다.

김은하 : 저는 도서관과 책 생태계에서의 시민적 담론이 매우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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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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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조직 이익집단의 보호방식으로 비춰지기 쉬운데, 읽는 인간,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담론이 만들어 져야 합니다. 투 트랙 전략으로 기존 문화에 익숙한 독

자들에게는 서점, 도서관 등에 적극적이고 자발적 자원봉사자가 되어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독자에게는 그러한 활동이 사회적 의미가 높다는

걸 말해주고 내 편을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비 독자, 잠재적 도서관이용자에게는 ‘어

떤 의미가 있니?’에 대한 설득이 매우 필요합니다. 제가 지난 해외 비교연구를 통해

서 들여다보니 비 독자는 동일하지 않고 매우 이질적이었습니다. 저소득층의 저학력

자는 읽기 경험이 없거나 읽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억뿐입니다. 그러한 부정적인

접근을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쉬운 책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수월하

고 쉬운 곳으로 변해야 합니다. 너무 시간이 없고 바쁜 사람이라 책을 읽지 않는 사람

들의 경우는 또 다르죠. 이렇게 다양한 경우에 맞는 비 독자에 맞는 상황에 맞는 프로

젝트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에게 치매와 독서의 관련성은 별 의미가 없습니

다. 그러나 어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삶의 현실일 수 있고,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어떤 논리가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방식의

역할모델이 의미가 있는지, 누구같이 되고 싶은지가 다릅니다. 이렇듯 독자와 비 독

자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설득논리가 필요하고, 전략도 세분화되어야하고 쉽고 매

력적이어야 합니다.

도서관은 모든 시민들이 평등하게 우리사회의 가장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공적

공간이어야 한다는 담론이 필요해요. 외국도서관과 우리의 가장 확실한 차이는 외국

같은 경우에는 가장 비싼 것, 갖기 어려운 것을 도서관이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D프린터, 유명한 디자인 의자 같은 것을 지역의 사람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비

치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거꾸로 입니다. 모두 사람이 컴퓨터로 일

하게 되니까 컴퓨터를 놓는다거나 누구나 복사기를 이용해서 이젠 복사기가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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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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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상황이 되니까 가져다 놓습니다. 도서관이 가장 볼품없고, 저렴하고, 낡은 시

설과 물품을 갖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을 뒤집어야 합니다. 도서관이 가장 좋

은 시설, 물품, 콘텐츠를 보유함으로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그 좋음을 누려야 한다

는 상상이 당연해야지요. 비 독자에게는 이러한 상상이 어렵다면 열혈독자,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는 그런 논리를 설득할 수 있고, 이러한 도서관을 만드는데 함께

소리쳐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시민이 도서관이 우리 사회의 가장 좋은 지

적, 문화적, 기술적 유산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함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설득할 수 있는 큰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김경집 : 그것이 가능하려면 시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의제를 생산해 내는 경험, 계몽

이 아닌 함께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원래는 좋은 사례가 원시티원북(One city One

book) 같은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도서관 독서동아리가 추천을 하고 토론을 해

서 책을 선정하고 다 같이 책을 나눠보고 있습니다. 책을 읽던 안 읽던 모든 시민이

같이 참여해서 공청회를 5번 정도 해야 합니다. 도서관이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가를 고민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의제를 선

정하고, 그 의제에 적합한 책을 추천을 받아 읽어보고, 마지막으로 최종 책을 뽑아내

야 합니다. 원래 원시티원북은 책을 다 같이 읽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의 내년 의제를

같이 고민하고 시정에도 함게 반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읽는 것과 시정

이 맞물려가고 공동체를 바꾸는 것과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안 되는 이유

는 도서관의 연례행사로만 생각하고, 시청 또한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

니다. 시민이 의제를 가져가는 것을 싫어하는 지금의 정치상황이지만 도서관이 원칙

적으로 그러한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굉장히 수동적인데 이런 방식이 아니라 좀

더 능동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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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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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 근래 저희 시에서 수행한 독서연구용역 안에서 수렴한 의견 중에는 “도서

관 때문에 서점이 어렵다.”, “도서관이 책을 안 사주니 출판이 어렵다.” 등의 부정적

인 인식들이 여과 없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출

판계가 어려워짐에 따라 갑자기 도서관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

니다. 또한 현재 도서 대출 등 통계치가 낮아지고 있고, 도서관을 위탁하려는 시도들,

사서들의 역할을 부정하는 아주 기초적인 문제 속에서 사서와 도서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저희도 독서동아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독서동

아리나 북스타트 같은 것을 시작할 때 쉽지는 않았지만 진행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

신감을 가지고 시행했고 가능성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 때문에 이사할 수 없다

고 말하는 시민들로부터 힘을 느끼고 동아리간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

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현장에서는 자치단체장의 마인드와 관심에 따라

휘둘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경집 : 자치단체 소속의 경우에는 시장을 움직여야합니다. 동아리에서 추천도서를

이유를 적어서 보낸다면 단체장이 보지 않더라도 그 아래 있는 국장, 과장이 보게 됩

니다. 그러다 한번은 도서관에 오게 될 것이고 도서관이 세금을 내는 기관 중에 가장

보람 있는 곳임을 어필해야 합니다. 도서관에 유권자도 많고, 숫자가 된다는 것을 어

필해야 하죠. 강좌 같은 것이 있으면 시장과 시장부인, 의회에 초대장을 꼭 보내고 매

번 보내다보면 한번은 오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단체장이 바뀌면 조직이 바뀌는 경

우가 많습니다. 조직의 하단부에서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우니 시민을 활용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김은하 : 미국도서관의 아이러브라이브러리Ilovelibrary같은 캠페인도 좋습니다. 이

번 촛불 시기를 지나서 시민으로서의 읽고 쓰기가 본격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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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74 ――――

기가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친구들과의 액션

플랜도 필요합니다. 아이러브라이브러리 같은 경우를 보면 ‘당신에게 10초만 있다면

리트윗하세요’, ‘당신에게 1분이 있다면 도서관이 나를 어떻게 바꿨는지 말해주세요’

같은 방식의 캠페인인데 다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경집 : 저는 도서관에서 “기꺼이 고독하자”란 캠페인을 하면 좋겠습니다. 고립과

고독은 다르죠.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고독해야 나에게 충실하고, 책을 읽게 됩니다.

장은수 : 저는 출판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독자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출

판계 전체 매출 20조의 일부를 독자를 만드는 일에 써야합니다. 그런 다음 국가와 지

자체의 예산을 같이 확보해서 활동해야 합니다. 개별도서관과 출판계는 독자를 늘리

는 구체적인 활동을 해야 합니다. 출판사는 저자와 콘텐츠를 활용해서 도서관을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개별도서관은 콘텐츠를 확보해서 독자

층을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자본에서 벗어나서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이용훈 : 결국은 시대가 도서관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

다. 아직 도서관은 공동체, 시민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이 부족합니다. 공부방으로서의

도서관에서 겨우 벗어난 것이 10여년이고 어떻게 보면 너무 문화기관으로 가는 것

아닌가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시대가 갑작스럽게 확 바뀌면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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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주제대담 사회변화와 도서관 : 독서, 출판, 인문학, 메이커스페이스

―――― 175

이 중요시 했던 책의 무게가 줄어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드리기에 시간과 역량이 부

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발언권이 커졌고 말하는 시민이

많아졌습니다. 그것을 도서관은 무시할 수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조차 어려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런 이슈들을 제기해준 것

이 힘이 되고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 해주니 좋습니다.

문제는 외부의 이런 말 들 속에서 내부에서는 어떻게 깨어나가야 하는가가 문제입니

다. 도서관이 해야지 누가 해줄 수 없는 것이죠. 우리의 입장이 정확하지 않다면 밖의

시민들이 힘을 보태준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서관의 내적인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서관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야하고 그것이 사서의 역할입

니다. 사회적 경험의 차이인 것 같은데, 한국의 경우는 문제가 발생하면 위로 갑니다.

국가, 대통령, 정부에게 말하지만 미국의 도서관은 문제가 생기면 독자에게, 시민에

게 갑니다. 자기가 어렵지만 시민들과 만나고, 서비스를 늘리고, 길로 나가는 이런 식

의 활동을 합니다. 시민사회의 주인인 시민이 정확히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

하고 그것이 자기의 이득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시민적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점차 시

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경험과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시민사회의 가

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도서관계도 그러한 믿음을 갖고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 중에 하나가 ‘도서관을 해방시켜 달라.’ 즉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게 해 달라는 것 이었습니다. 20년 전부터 도서관장은 사서직이 해야 한다. 사

서가 알아서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일자리, 자리다툼으로만 보여 지고 현재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

로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실천해나가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사회안전망’이라

는 말이 뜨고 있습니다. 자본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에 포획되어 있는데, 자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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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76 ――――

서 벗어나서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입니다. 이

런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고 스스로의 자각, 주변과의 연대가 필요

합니다.

장은수 : 시민들, 독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작은도서관을 많이 만들자고 이

야기하는 것은 도서관은 관(官)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작은도서관은

시민의 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즉 작은도서관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작은 규모의 도서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

라 시민의 편인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요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 아쉽지만 약속된 시간이 다 된 관계로 오늘 대담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서

관 현장의 여건과 어려움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했는데 오히려 도서관이 가진 사회적 가

치와 기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도서관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리면서 이 자리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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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77

두 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o 2017. 9. 1.(금) 15:30~17:30, 서울 NPO지원센터

o 참석자

류영호(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 이영남(한신대 교수),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박영숙(용인느티나무도서관장), 박지영(한성대 교수), 유현미(평택도서관팀장)

송재술, 신정아, 정은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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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78 ――――

긴 여름 끝자락에 총서 저자들과 도서관사람들이 함께 만나 두 번째 주제대담을 나누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이견이 있었으나, 미래 사서의 역할을 조력자라고 할 수 있는 퍼실리테

이터로 확장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였다. 기술의 변화에 중점을 두며, 최근 많이 회자

되는 4차 산업혁명과 큐레이션,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송재술) : 1차 대담에서는 독서와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2차 대담은 4차 산업혁

명과 기술변화, 그리고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도서관의 아카이브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

누고자 합니다. 이정모관장님의 4차 산업혁명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사서의 역할은 지역사회의 사람들을 파악하고

개별적인 큐레이션을 해 주어야 한다.

이정모 : 4차 산업혁명은 뭘까요? 그렇다면 1,2,3차 산업혁명이 있어야하는데, 1차는

다 아는 거고, 2차는 전기혁명이고 세탁기 같은 기계발명으로 인한 것, 3차는 인터넷

으로 인한 온라인 서비스를 말합니다. 사실 3차 산업혁명 시기는 아직 끝났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은 아직

먼 것 같고 저는 에어비앤비, 카카오택시 같은 것이 가장 4차 산업혁명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1, 2차는 기계중심이고, 3차는 온라인으로 단순히 정보만 주고받는 것에

서 실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즉 오브제들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택시, 호텔 등

을 실생활에서 만나게 된 게 획기적인 변화인 것 같습니다. 이것을 통해 누구나 사업

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연결이 가속화된다면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사서는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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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79

것이 책이었습니다. 어떤 물성을 가진 책이 있을까? 아직은 전자책이 지지부진하게

보이는데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변곡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 종이책이 다

른 형태로, 아마도 전자책으로 변화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사

막에 가야할 때 책은 참고도서로서 기능을 하기 어렵지만 아이패드에 담아가면 검색

도 되고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전자책이 보다 현실화된다면 도서관의 모습도 바뀔 것

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도서관에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보기 위함인데, 책을 보

러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면 사서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진짜 사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선택, 구입하고, 대출 반납하는 일을 하지 않고 기계

와 시스템이 대신한다면 더 사서다운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사서의 역할은 지역사

회의 사람들을 파악해서 그 사람들에게 개별적인 큐레이션을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

습니다.

넷플릭스01가 그 사람에 맞는 다음 드라마 시리즈를 제안해 주는 것처럼

개인적인 큐레이션을 요구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도서관도 커다란 건

물을 유지하는데 돈을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산을 다른 곳으로 쓰는 일

이 생길 것입니다. 책을 사는 값으로 더 많은 사서를 고용하게 되지 않을까요? 사서

도 제대로 일자리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어느 전문단체, 혹은 개인에게 서비스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 나에게 책을 권해달라고

하면 당황스럽습니다. 내가 그 개인을 처음 만나서 모르는데 어떻게 책을 권할 수 있

나? 그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곳이 도서관과 사서입니다. 사서가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어야하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 교수님 원고에 보면 마지막 부분에 사서의 역할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고 표현하셨

는데 그것이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조력자로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해결을 위

01

넷플릭스 (Netflix) : 세계 최대의 유

료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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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80 ――――

해 노력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미래의 사서의 역할을 표현하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

합니다.

이영남 : 이관장님이 물성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책이 전자책으로 바뀌는

것과 책이 전혀 다른 형태로 책이 담당했던 역할을 수행할 다른 물성의 매체가 나온

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영화가 등장할 때는 연극을 대

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와 연극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

다. 그렇다면 책이 전자책으로 발전했다고 하면, 그렇지 않고 전혀 다른 물성의 것이

책을 대체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다면 그게 뭘까?

또 그때의 사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정모 : 책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로 만들어져도 사서의 역할은 여전히 있을 거라

고 생각합니다.

박영숙 : 이정모 관장님이 퍼실리테이터라는 멋진 단어로 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사람과 연결한다고 하셨는데, 책은 자료나, 정보, 지식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

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낯설고 편치 않습니다. 저는 제레

미 레프킨의 「3차 산업혁명」 (민음사. 2012)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몇 년 지나지도 않

아서 4차 산업이라고 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직 물음표를 남기고

있었는데 이관장님이 4차 산업혁명은 “사기다”라고 말해주니 반갑습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 권력구조가 수평적으로 만들어지고 오히려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는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그냥 IT와 3차 산

업혁명의 결과로 도서관이 할 일이 무척 많아졌다고 봅니다. 빅데이터를 통한 자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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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81

제공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이 매우 좋아졌고 도서관에서 자료의 개념이 확장되었습니

다. 예전에는 서가에 꽂힌 책들 중심이었지만 이제 우리도서관에서는 컬렉션을 제공

하면 유투브, URL까지 제공할 정도로 자료가 풍부해졌습니다. 전자파일로 변환을 하

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서비스를 하기에는 더 좋은 여건이 조

성 되었습니다. 가장 반가운 점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상호작용이 좋아진 것입

니다. 예전 참고서비스를 할 때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한 자료의 제공뿐이었는

데, 이제는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레퍼런스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질문

을 했을 때 사서들이 마중물처럼 몇 권만 추천해주면 다른 이용자들이 자료에 대해서

공유하고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개인들을 만나게 하는

접점이 되어 줄 수 있다

유현미 : 사서들은 일반적으로 책이라는 물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상현실/증강현실 분야에서 일하는 분에게 4차 산업혁명이 도서관에 어떻

게 적용될 수 있는지 질문을 했더니, 신문을 볼 때 키트를 대면 기사가 보여 지고, 로

미오와 줄리엣을 이야기하면 그 시대의 배경을 보여주는 등의 예를 들었습니다. 저

는 들으면서 이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이미 종이신문을 대체하는 방송이 있

고, 문학은 행간을 상상하면서 채우는 것인데 적용한다는 것과 가치 있게 쓰이는 것

은 다르지 않은가? 하지만 편리해지는 것은 어떻게든 도입될 것이고, 자본이나 돈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서가 없어질 것이라서 저항하는 것

이 아니라, 너무 사서가 없고, 인력이 없으니까 로봇이 와서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

을 할 때가 있습니다.

드론이 있는 시대에 저희 시는 우리도서관에 없는 책을 옆 도서관의 책을 빌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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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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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서비스가 지난해부터 겨우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인문학 강좌를 왜 도서관

에서 많이 하는가 하는 질문들이 있는데 우리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이렇습니다.

의식주에 대한 고민을 예전에는 마을에서 했으나 지금은 개인이 하니까 그 개인들의

고민을 모으는 것이 도서관라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에게 서비스하

고, 기계가 일을 다 하니까 우리의 일이 없어가 아니라 도서관이 개인들을 만나게 하

는 접점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용자를 만나야 하는가가 제일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정모 : 저는 앞으로 사서의 자격증을 딸 때 코딩하는 일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이 다르므로 사람마다, 계층에 따라 상황에 따른 다른 프로그

램이 써야 합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끔 이미 존재하는 엔진 등을 어떻게 적

용할지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영숙 : 자료를 정리하고, 연결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코딩이라든가 프로그램을 쓰

는 스킬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기계 말고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즉 기술을 잘 활용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부산이나 서울이나 어디서 물어봐도 질문에 대해 같

은 답이 나올 텐데 사람은 딱 그 답이 아닌 어찌 보면 정답에서 거리가 있는, 그걸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이 더 강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정모 : 사서가 책보다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훨씬 길어져야 합니다. 아마 그로인해

피곤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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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83

유현미 : 저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기계가 도와주고 해서 그런 걸로 피곤해

질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영 : 저의 경우에는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됐을 때 뭔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영국 옥스퍼드의 정보학 교수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보학쪽 관점

으로 풀어놓은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사람과 자연이 있고 그 중간에

에이전트-즉 촉진자도 좋은 예-가 있는데 예전에는 사람과 자연 사이에 에이전트나

기계가 하나가 있었다면, 이제는 에이전트, 기계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사람이 선풍기를 시켜 바람이 나오게 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핸드폰을

시키고 핸드폰이 선풍기 바람을 나오게 하는 것처럼 중간에 에이전트가 많이 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에이전트가 그냥 보면 기계 같지만 사실 그것

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핸드폰을 이해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선풍기가 핸드폰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래서 정보학 분야에서 4차 산업

혁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시맨틱(Semantic)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자료-사람이 있고 그 중간에 사서가 있다면 이 공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중간에만 사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 있는 사서도

필요하고, 끝에 있는 사서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서의 역할이나 기능이 좀

더 다각화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한 명의 사서에게 모든 것을 다 하라고 하

고, 대학에는 이를 다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입니

다. 그 중간 에이전트의 역할이나 하는 일이 다르므로 이에 따른 교육도 다양하게 받

아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이론적 측면의 논의도 더 있어야 하고 실제로 현

장에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 : 피상적으로 몇 가지 기술을 적용하면 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보다 고차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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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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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박지영 : 초기에 도서관정보화를 할 때 매년 도서관장비가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앞으로 드론을 이

용한다든지, 자동대출반납이라든지 자동화하는 역할 자체만 강조되고 예산이 사람이

아니라 기계나 시스템으로 집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서는 이제 무엇

을 해야 하지? 도서관에는 사서말고 다른 사람이 필요할까? 등 이런 의문이 들게 되

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서관은 사람을 만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박영숙 : 좀 나눠서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직접 도서관, 도

서관 업무와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

는 사회에서 도서관과 사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를 나눠서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 후자 쪽에서 관심이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질 것이고 수

평적이라는 말이 다원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처럼 수직적이라면 하나씩 확

장될 뿐이지만 수평적이면 다양한 통로가 생겨날 것이고 그것들이 만나면서 화학적

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자체의 역동이라고 할까요. 모든 걸 계획

해서 단선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역동으로 일어나고 확대되어 갈 것이

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사서를 퍼실리테이터라고 표현한 것이 반갑습니다. 사서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 정보자원이나 삶의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나 아젠다를 찾

고 연결해야 합니다. “소셜레퍼런스(social reference)”라고 한 것처럼, 컬렉션도 “소

셜컬렉션(social collection)”이 필요합니다. 실제 저희 도서관의 경우에 원전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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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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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이슈가 되었을 때 주변의 전문가, 시민, 지역의 자원이 연결하여 구축하였습

니다. 이정모관장님이 공간이 달라질 것이라 라고 했는데, 책을 두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정모 : 사서가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그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정

보의 통로를 연결해주면 이차원적이 아니라 방사원적 확장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래서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다른 이름이 필요한 것 같아서 퍼실리테이터라는 말을

썼습니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커뮤니티를 다루게 될 것이고

사서의 역할은 도서관 밖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 이관장님이 말씀하는 내용 안에도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이야기 속에서 들어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다룬 류영호 선생님과 같이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큐레이션 데이터 수집과 제공에

적극적 자세와 활동이 필요하다.

류영호 : 제가 도서유통, 서점에 있어서 도서관에서의 큐레이션을 도서유통 현장에

서 보는 큐레이션과 융복합해서 서점에서의 관점에서 제언을 했습니다. ICT 발전으

로 인해 전자책과 디지털콘텐츠가 발전하게 되었는데 최근 도서관에서는 디지털정보

자원에 대한 장기보존, 접근에 대한 인식의 변환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있는데요. 국내

전자책도서관 모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업이 시작되었고, 2010년 이후부터는 모

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델개발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도서관은 아직 90%정도

는 책이라는 자원이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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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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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은 첫 번째는 사람, 두 번째 알고리즘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첫 번째 사람 같

은 경우에는 신문, 잡지 등 사람에 의해 걸러지는 것을 말하고 두 번째 알고리즘은 최

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나오는 빅데이터를 서비스 사업자가 알고리즘화하여 서비

스 하는 것입니다. 요즘 주목받는 것은 빅데이타를 이용한 큐레이션으로 빅데이터 큐

레이션은 어떻게 정보의 필터링에 따라 뉴스 허핑턴포스트 같은 콘텐츠 큐레이션과

핀터레스터, 텀블러 같은 소셜큐레이션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외부자적인 관점에서 도서관에 제언을 하자면 큐레이션 데이터 수집과 제공에 적극

적 자세와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서관이 서점보다는 큐레이션이 좀 약하지 않

는가 싶습니다.

두 번째는 도서관 공간의 재배치과 새로운 큐레이션의 시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은 큐레이션하기 좋은 공간으로 도서관 그 자체가 큐레이션입니다. 존(zone)

개념으로 공간을 재배치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시도들은 지역의 크고 작은 서점과

함께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셜 활동이 다양해졌으니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자

문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시도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사실 큐레이션 플랫폼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듭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북테크(book tech)02라는 말도 나오는 것처럼. 스타트업기업 등에 시작

하고 있는데 도서관과 북테크 기업들이 함께하면 양질의 더 빠른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영남 : 저는 큐레이션을 접하면서 든 생각이 인간의 욕망은 뭘까? 책을 읽어온 인

간의 욕망은 뭐고 데이터를 막 쏟아내는 인간의 욕망은 뭘까 가 궁금했는데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데이터마이닝을 하는 분의 의견은 인간의 욕망을 읽어내는 거라고 결론

을 냈었는데 선생님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02

기존의 북테크 기업은 독서기록용

앱을 제공하거나 책을 추천하였는

데 최근에는 e-book읽기, 포스트작

성 및 스크랩, 공유 등의 활동을 하

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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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87

류영호 : 저의 생각은 인간의 욕망은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면서 작고 큰 희열을 느

껴가는 과정들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물질적일 수도, 정신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마이닝 관련 전문가가 말하는 것을 보면 인간들은 공통된

욕망들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공통된 욕

망, 또한 상황적인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처럼 날씨가 선선해지면 책을 볼

까? 여행이 갈까? 이런 이야기들이 SNS를 통해 이야기됩니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도서 유통 쪽 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시즌이 되면 전시도 하고 푸쉬 메일도

보내며 관련 정보를 홍보합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관점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추출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현미 : 질문이 있는데요. 한 때 도서관에서는 책을 넘어서 정보서비스를 한다고 해

서 유행처럼 정보검색사를 따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이 더 빠르게 진화하는 것 같

습니다. 지금 큐레이션을 이야기할 때 도서관 공간 안에서의 큐레이션은 그림이 그려

지는데, 거대 알고리즘 안에서 여기서 도서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서는 뭘 해야

하는지가 그림이 안 그려집니다. 북테크란 개념도 낯설고, 돈을 들여서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류영호 :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협력이 필요한데 개별 도서관마다 이용

자 패턴이 있을 것입니다. 대출반납의 특성, 지역적 특성도 있을 테고, 그 모든 데이

터를 확보해서, 권역별 각자 수집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최근 지난 한 달간 전국

적으로 어떤 책을 어떤 연령이 어떤 성별 등을 추출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을 가

진 하지만 도서관에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우리 도서관만이 아니라 지역의 도서관간, 뜻이 맞는 도서관이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말하자면, 하퍼콜린스(HarperCollins)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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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88 ――――

03

하퍼콜린스는 영국의 출판사이며,

뉴스 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이다

는 페이스북 페이지 메시지를 통해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로봇 챗을

통해 서비스하는데 ‘이 책을 좋아하십니까?’ 물어보고 예, 아니오를 선택

하고, 다음 단계로 질문하고, 질문의 확장을 통해 꼬리 물기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그

이용자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가기 위해 놀이를 표방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4~5

년 전부터 모바일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어렵다면 페이스 북에서 일정

시간에 상담을 하거나 하는 것도 의미 있는 큐레이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서관의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정모 : 사실 정보 큐레이션은 이미 완성되어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마존에서

온 메일을 보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보게 되면 반드시 사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는 외부DB 검색을 통해 논문을 찾아봐야 했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큐레이

션하는 사람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근하면 꼭 필요한 걸 찾을 수 있습니다. 즉 페이

스북만 하면 내가 읽고 싶은 것은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달력과 권력」(부키, 2015)이라는 책을 썼는데 독일 유학시절에 달력

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을 계속 읽으니, 제가 거기에 관심을 있다는 것을 안 도서관

사서가 다른 책을 권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도시의 있는 또 다

른 달력에 관심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줬다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되었을 것입니다. 누군

가 유럽여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와 관련한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더 큰 서

비스라고 봅니다. 이건 사람이 해주는 것이지요. 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서관의

서비스를 말한다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현재 도서관에 무수히 많은 강연이 있습니다. 오는 사람들은 다 개별적이고 하나씩 떨

어져있는데,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뭔가 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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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89

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서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구체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박영숙 : 앞선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도서관과 서점이 역할분담이 될 수 있겠다 싶

었습니다. 이정모관장님은 대면관계를 말했는데, 빅 데이터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은

서점이 하고, 도서관은 생각지 못한 것,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도록 했으

면 좋겠습니다. ICT시대에서는 정보복지, 정보소외, 파놉티콘04, 가짜뉴

스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아지고 이런 부분에서 도서관이 할 일이 매우 중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차 혁명 때부터 사람들은 정보활동을 하며 살아

가는데, 큐레이션에서도 무엇을 걸러낼 것인지, 그 안에도 여전히 존재

하는 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낯선 것, 드문 것, 권력에서 벗어나있는걸

겉으로 드러나게 해 주는 게 도서관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 : 도서관의 빅데이터는 서점을 흉내 내는 수준 아닌가 싶습니다.

박영숙 : 그렇죠. 저희 도서관은 오히려 부동산데이터를 더 잘 봅니다. 우리 동네 반

경의 넓이를 넓혀가며, 분포를 보다보면 평형대, 입주 시기, 방학 등으로 인해 도서관

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공

통적으로 찾고 있는 것들을 도서관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대부분 도서관들은 수동적으로만 서비스 해오는 경향이 있어 이용자 발굴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류영호 : 서점과 도서관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접점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서들이

추천한 책들,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소개되어

04

‘파놉티콘’은 본래 영국의 공리주

의 철학자 벤담이 제안한 원형감

옥으로 ‘모든 것을 다 본다(Pan:

all+Opticon: seeing/vison)’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다. 홍성욱의 「파

놉티곤,-정보사회 정보감옥」에서는

정보 파놉티콘의 시대를 국가, 기

업, 개인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역감시하는 사회로 이야기하

며 프라이버시 침해의 심각성과 그

보호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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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90 ――――

05

구글 엔그램뷰어(Ngram viewer;

h t tps : //books .goog le . com/

ngrams)는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통하여 1800년부터

2012년까지 출간된 책을 디지털화

에 디지털화한 3천만권의 책들 중

추려낸 800만권의 책을 대상으로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지난

500년간 사용된 출현빈도 추이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웹기반 프로그

램이다.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저도 구매해서 보게 됩니다.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MD의 관점

이 아니라 책 그 자체와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는, 책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관점을 잘 연결하다보면 책을 잘 안 읽는 독자도 책으로 끌어들

이고, 잘 읽는 사람은 더 잘 읽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판 유통계

와 도서관계 관계자들이 더 많은 협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 1차 대담에서도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도서관은 공공기관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이었는데 단지 콘텐츠뿐만아니라 공간에 대한 신뢰도 함께 다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유현미 : 도서관에 방문하는 이용자가 도서관을 보면 도서관 관리자들은 서점에 비해

이용자에 대한 관심도 적고,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보일 것 같습니다. 도서

관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책 대출반납을 제외하고 정보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은 적

습니다. 아직까지 도서관에 대한 인식도 낮고 이용해 본 경험이 많지 않고 사서와 만

날 수 있는 접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도서관에 대한 인식 이미지와 사서

배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류영호 : 북테크의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구글의 엔그램뷰어프로젝

트05로 책의 넓이와 깊이를 가장 심도 있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3,000만권의 이상의 도서를 디지털화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인 프로젝트로 책의 내용을 주제별, 시대별, 저자별로 추출할 수 있습

니다. 도서관과의 콜라보가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 2017)을 보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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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91

모르게 그 속도에 떠밀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지? 나의 욕망은

진짜 뭐지? 라고 자문하게 된다는 거죠. 그러면서 사람들은 종이책, 특정 공간에 관

심을 가지게 되고 점차 친한 사람들과 조용하게 함께 있고 싶어지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형서점, 대형도서관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 - 서점 쪽에

서 동네 책방이, 도서관 쪽에서는 작은도서관이 이슈가 되는 일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

다. 대형이 못하는 큐레이션을 고객, 그 독자에 따른 맞춤형서비스로 가능한 거죠.

4차 산업혁명 부분에서 제언을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이제 디지털, 아카이빙, 큐

레이션과 관련해서 도서관에도 CIO(Chief Information Officer)가 필요하다는 것입

니다. 도서관 정보들을 체계화시키고 관리하고 어떻게 외부, 내부를 연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책임지는 리더가 필요하지 않나? 기존의 사서 업무프로세스도 디지털로 대체

할 수 있는 것은 구조를 만들어 지원하고 배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가가 필요

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IT전문가, 미디어전문가, 서점 등 외부전문가들이 좀 더

도서관과 협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4차혁명의 시대는 네트워크도,

이용자도 연결해야하므로

사서가 더 필요하다

박지영 : 이 대담이 가치가 있는 게 다양한 관점에서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은 어떻게 보면 도서관과 사서의 관계가 도서관이 있으면 사서가 있고, 사서는 도서

관에서 일하고와 같은 형태로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협력과 촉진자(facilitator)의 역

할 모두 중요한데, 사서가 도서관에만 있을 필요가 없고 도서관에 사서만 있을 필요

는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큐레이션이라는 개념 모두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것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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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92 ――――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4

차 혁명의 시대에 에이젼트가 더 늘고 사서의 역할이 더 다양화된다는 말은 사서가

한 도서관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도, 이용자도 연결해야하므로 결국 사

서가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초창기에 나올 때 위기를 느꼈습

니다. ‘전통적인 분류법이 아니라 큐레이션이다’ 라고 표현하는 데 이것은 또 무엇인

가?

정체성의 위협을 느끼며 찾아본 자료가 1960년대의 패트릭 윌슨(Patrick Wilson)이

쓴 『Two Kinds of Power』 라는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의 큐레이션은 다양한 디

스플레이, 분류, 목록의 일부분인데, 도서관목록에는 두 개의 힘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전체 도서를 중립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지금의 목록을 말하는 것이고, 두 번

째는 중립적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에 맞춰서 추천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중 우리에게는 후자의 기능이 너무 약화되었는데 이 두 번째 기능이 더 강화되

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큐레이션과 비슷한 의미를 찾아 특징

을 살펴보면, 모든 장서를 제어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기술이 부재한 상태

에서 전부 정리를 안 할 수는 없으므로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추천을 해

주는 것 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이나 정보 네크워크를 만나면서 이종의

데이터가 가장 많은 빅 데이터로부터 원하는 것 1%만 남기는 것도 큐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은 고도의 정제되고 추천되는 것으로 20:80법칙처럼 80은

두고 20, 또는 주머니를 열 2%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도서관의 로비나 서점의 입구에

두게 됩니다. 큐레이션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할 수 있고, 포괄적인 정

리가 완료된 상태에서 더 정교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도서관은 목록이 정비되어 있

으니, 후자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 이용자부분에서 전통적으로 도서관 목록은 이용자를 소장정보 외에는 다 알

고 있다고 봅니다. 도서관이 잘 정리해 놓으면 이용자가 스스로 원하는 정보를 잘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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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93

아서 갈 수 있다고 초창기 목록전문가들은 생각했습니다. 초창기 이용자들은 시민들

로 대부분은 지식인이었고 문만 열어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환경도 바뀌고

이용자들도 달라졌습니다.

기업들의 경우에는 달라진 이용자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

스가 개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체성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하지 않을까 라고 생

각하게 되면 협력이 잘 될 수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협력을 진행해

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협력은 분담이다.

박영숙 : 저는 좋은 협력은 분담이라고 봅니다. 외부의 레퍼런스 위원들이 분야별로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자리는 내주는 것이 필요합

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4차산업이나 큐레이션을 공공도서관의 관점으로 전제하

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개념은 규모와 관종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 질 수 있는 개념

이라고 생각합니다.

큐레이션은 도서관에서 십진분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 더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

니다. 저희 도서관에서는 다 십진분류로 배가하지 않습니다. 십진분류는 평면적이고

고정적이기 때문에 지금은 ICT 힘을 빌려 큐레이션, 컬렉션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편

리해졌습니다.

박지영 : 큐레이션 내용이 바뀔 때 조금이 내용이 바뀔 때마다 구성한 색인어를 DB에

남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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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94 ――――

박영숙 : 네. 별도로 MARC 505태그나 653태그에 입력하여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료

는 위치표시만 정확히 표시해주면 됩니다.

박지영 : 예전에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서지데이터였지만 이제는 표준화

된 서지데이터 외에 도서관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

실 도서관에서 더 중요한 것은 서지데이터가 아니라 도서관에서 별도로 입력하고 있

는 추천정보나 전시, 강연, 독서클럽, 영화상영과 관련된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문제

는 이 데이터들은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서지데이터뿐 아니라 이러한 데이터가

교환이 된다면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지역 공공도서관은 훨씬 더 로컬하게

사람들간의 상호작용 서비스에 접근해야 한다.

박영숙 : 저는 4차 산업혁명이 큐레이션과 아카이브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

다. 예를 들어 한 주제를 검색하면 그 주제에 대한 책자뿐 아니라 동네에서 그 주제로

한 음악회나 행사들도 검색이 되는데, 현재는 서지데이터에 넣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실질적으로 검색할 수가 없어 편법을 활용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IT가 이런

걸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제 지역 공공도서관은 훨씬 더 로컬하게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서비스에 접근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영남 : 아카이브는 3개의 차원 - 기록물, 사람, 공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

록물이 아카이브라는 세간의 통념에 불만이 많았었는데, 도서관이 그걸 따라하면 너

무 시시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느티나무도서관을 만나면서 그렇지 않

다는 걸 느꼈습니다. 공간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원고를 연애편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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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95

썼으니 그렇게 이해해 주기기 바랍니다. 저는 도서관이 아카이브 관련해서 교육프로

그램을 많이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 저는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면서 기록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영남 : 용인느티나무도서관이나 평택도서관도 그렇고 잘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지역의 아카이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는 사서의 전문성을 확장시킬 것이다.

신정아 : 저는 현재 경기도메모리라는 경기도 지역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활

동하면서 아카이브에서 고민이 되는 지점은 도서관 외부-즉 지역사회, 시민단체, 문

화원 등 - 에서는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실상 도서관계 내부에서는 그렇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역 안에서 지역의 기록을 모으거나 지역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하

는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도서관이 매우 적합한 기관이나 도서관 내부에서는 다른 일

에 치이고, 사서 수가 많지 않고 또 아카이브에 대해 어려워함에 따라 또 하나의 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작업이 손도 많이 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지역의 아카이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

서의 전문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영숙 : 그래서 우리 도서관에서 취한 방법은 포기였습니다. 좀 더 큰 거, 좀 더 완성

된 모습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공동체를 공고히 한다는 데 있어서 심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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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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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가 도서관 아카이브를 하다 보니 자료들의 빈곳이 많았는데 그 빈 곳을 채우느라

인터뷰하고, 기록을 채워놓는 과정에서 처음에 열심히 활동하다가 휴면 상태로 돌아

갔던 관계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 저는 아카이브라는 것이 배움

이고 해석이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기대했었는데 그것

보다 관계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도서관에서는 기록을

너무 보존자체보다 기록물도 생애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루고 있습니다.

박지영 : 도서관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사실 표준화된 데이터나 외부 공급자에게서 받

은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기만 하는 것입니다. 다운로드를 하다보면 자기 것이 없어집

니다. 이제 오리지널티(orginality)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들

마다 자기 기관에서만 만들 수 있는 데이터들을 차곡차곡 만들어 쌓아놓고 있다 보면

어디선가 누군가 좋은 시스템을 들고 와 넣어달라고 할 것입니다.

신정아 : 저는 최근 정부에서 하는 도서관특성화사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각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자기 지역의 자료들만 잘 모으고 서비스한다면 그것이 바로 특성화

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 : 특성화사업에서의 문제는 지역의 향토자료는 특성화자료에는 배제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신정아 : 이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 이유는 4차 산업혁명과 함

께 도서관이 많이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 안에는 도서관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데이터, 자료조직 등이 기반이 되어 4차 산업혁명

의 정보, 데이터, 지식을 이야기하는데 기존에 정보를 조직화하고 고민했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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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97

그 논의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논의 속에서 도서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초연결사회로의

진입 등의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앞서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것처

럼 도서관 서비스가 지역 내 주민의 요구에 따라 세분화되고 특성화되어야 한다는 데

에 동의합니다. 따라서 정보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매우 고정적인 도서관의 자

료관리시스템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큐레이션 정보

를 서비스하거나 이용자의 욕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도 정보조직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리 정보조직화가 되어있어야 서비스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

리 지역사회 정보나, 이용자의 정보요구 등 정보가 미리 조직화가 되어 있다면 나중

에 그 정보를 서로 연결하고 링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도서관 시스템은 오직 서지데

이터 정보만 마크로 관리하는데 치중되어 있어서 실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놓치고 조직화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박지영 : 사실은 현재 도서관목록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시간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서가 입수될 때 작성된 서지데이터가 대출이나 제본, 제적 등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입니다. 전시도 되고, 추천도 되고, 상도 받는데, 도서관 입수 시점이후에 일어나면 반

영이 되지 않습니다. 자료가 생애주기가 있어서 사랑도 받고 소외도 받고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데 출생증명서만 있는 상황인거죠.

이정모 : 궁금한 것이 있는데 도서관에서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고 있다가 인

수인계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이 되나요?

이용남 : 허용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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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198 ――――

유현미 : 저는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데 왜 도서관은 없는가에 대한 설명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카이브 할 때도 역사학자가 이 세대가 없으면 마을이 없

어지는 것과 같다고 해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도서관 여건은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도서관의 물적 토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등

의 이슈에 민감해 하기 보다는 자신의 토대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묵묵히 일을 해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사서들이 필요로 한만큼 변해갈 것입니다.

정은영 : 저는 대담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이 대담에 참여

하시는 분들이 사서에 대한 가치를 아시고 그 기대를 가지고 계시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러이러한 사서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라는 요구나 “사서가 왜 그런 일을 해?”라

는 평가 속에서 도서관에 계신 분들은 “우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혹은 “그런 일들을 하고 싶지만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다.”라는 상황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듯 ‘사서가 뭔데’라는 이야기만 듣다가 사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니까 반대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총서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주제는 다 다르지만 결론은 사서의 가치와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

다. 이영남 선생님 원고를 보면 아카이브에서는 기록물만 본다고 했는데 제 생각에 도

서관의 경우에는 공간만 보는 것 같습니다. 이게 확장되면 다들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가치를 내부와 외부에서 인정해줬으면 하는 걸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정모 : 과학관도 똑같습니다. 과학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보지만 말고 실제 해보

는 일을 해보자 과학자와 다른 분야의 교사,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

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무

엇인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아젠다로 결정되어 있습니

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사업추진하면서 써먹어야 합니다. 내가 책을 빌렸는데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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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주제대담 기술변화와 도서관 : 4차산업혁명, 큐레이션, 아카이브

―――― 199

가 빌려봤을까? 이런 점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 도서관도 사서와 이용자가 만나서 이

야기 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관도 과학자를 만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박영숙 : 그런 면에서 도서관에서의 아카이브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도

서관계에서 자괴감을 가진다고 했는데,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자책하거나 그러지 말고 조금씩 바뀌면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완결하

려고 하기보다 그 지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용자가 찾으려고 하는 자료 등

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시작하고, 서

점과 도서관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모 : 뭐든지 일을 할 때 원칙이 있습니다. ‘절대로 불후의 명작을 쓰지 않겠다.’

잘하려고 하면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되든 못되든 뭔가가 나와야 할 수 있다는 것

이죠.

류영호 : 아카이브에 대해서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이용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야

사서도 힘이 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도 박물관이 되어야 될 것 같습니

다. 대영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아카이빙 되어 있는 신문, 역사의 역사 등을 보게 합니

다. 사람들이 방문하게 하려면 책만이 아니라 자관에서 아카이빙한 것, 빌려서 등 다

양한 아카이브가 되고, 전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카이빙 한 것을 이용자

들에 친절하게 보여주는 것 같이 신경을 쓰면 도서관이 좀 더 발전할 것입니다.

박영숙 : 아카이브는 이제 빛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하는 가치가 더 커지고 있으며 이

제 비로소 빛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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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200 ――――

공공도서관의 자체의 고유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방식을 찾아보자

박지영 : 공공도서관의 자체의 고유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

다. 획일적인 표준화를 끊어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분류체계나 목

록의 기술항목이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선구자들이 만든 표준안은 각각의 개별도

서관에서 자기 기관에 가장 알맞은 목록을 만들기 위해 참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류영호 : 제 생각에 기록 관리에서 보는 책과 서비스 관점에서 보는 책이 분리가 되면

서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더 똑똑해졌고 그러다보니 이용자들이 십

진분류로 접근하는 것이 불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 : 대담을 하다 보니 새로운 과제가 발굴되기도 하고 또 도서관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서 더

고민한 시간이 아니었다 싶습니다. 아직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입니다. 현재 도서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은 더 세

분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과 사서들이 갖춰야 할

역량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담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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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201

또 한권의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이로서 2008년 <경기도도서관총서>가 세상에 선보인 이후 매년 10년 동안

2종의 책들이 더해져 올해 총 20권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경기도도서관총서 20권은 ‘도서관 담론’입니다. 즉 도서관에 관한, 도서관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총서 19권까지는 도서관계 사람들의 시선으로 했던 일,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총서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총서 20권에

서는 도서관 외곽에 계시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계활동을 하고 있

는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미래의 도서관이 해야 할 일과 사서의 역할에 대해 이

야기 나누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가치와 활동이 매력

적이라는 것입니다. 도서관은 신뢰할만한 공공기관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네

닫는 글

도서관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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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202 ――――

트워크 연계를 통하여, 개인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리고 사서는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의 가치가 빛날 수 있도록 그 가치를 수호하

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보자원을 연결해주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어쩌다보니 저는 <경기도도서관총서> 발간 업무를 그동안 담당해왔습니다.

매해 도서관계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이슈들이 사람들에게 주목받는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세미나나 동향 뉴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총서에서 다루면 좋

을 주제를 고민하였습니다. 그간 예산상황에 따라서 지원금이 축소된 적도 있

고, 발간의 지속성을 고민하기도 하였지만 주변의 성원에 의해 지금에 이르렀

습니다. 도서관총서는 도서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와 목소리를 담아내는

실무서 개념의 책자입니다. 도서관 현장에서 일하는 사서와 관계자들이 힘들더

라도 과감히 글쓰기에 도전하여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

동료들과 함께 정보 공유를 해나가길 부탁드립니다.

10년간 총서에 참여해주신 저자는 모두 70명으로 공공·작은·학교·대학 등

관종과 상관없이 현장 사서들이 참여하였으며, 대학 교수, 연구자, 도서관 관련

기관에서도 함께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시거나 혹은 저의 사탕발림에

의해 넘어가 인고의 과정을 통해 최종 원고를 건네 주셨던 모든 저자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총서의 주제도 도서관에서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에서부터

정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다뤄졌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에도 많은 기대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총

서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주제를 발굴하여 연구자들을 선정하고 발간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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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203

첫 출간당시 가졌던 10권 발간의 목표는 현재 10년이라는 기간을 통해 20권

을 채웠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기대를 가져봅니다. 앞으로 5년만 더, 더 나아

가 10년을 채워 20주년 기념 총서가 발간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그동안 총서발간을 위해 누구보다 수고해 주신 분들을 소개합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송재술, 정은영, 김대선입니다. 주제 선정을 위해 매년 같

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원고 교정에도 같이 참여하며 출간을 위해 누구보다 힘

을 써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총서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

사드립니다. 총서는 도서관계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신정아

경기도사이버도서관 도서관총서 기획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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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204 ――――

숫자

1차 산업혁명 13, 14

2차 산업혁명 14, 26

3D 프린터 83, 84, 86, 88, 89, 91, 157

3차 산업혁명 13, 14, 26, 178, 180

4차 산업혁명 5, 8, 11, 13, 16, 19, 20, 21, 26, 45,

161, 162, 178, 179, 180, 181, 183, 184, 188, 191,

194, 196, 198

알파벳

CIO 191

CPND 127

DIY 84

facilitator 27, 179, 191

ICT 31, 185, 189, 193

O2O 8, 26

한국어

개가식 도서관 52, 54, 55, 56, 57, 58, 59, 75

검색형 독서 125, 126

경기도메모리 195

공감형 기술 능력 152

공공기관 아카이브 5, 63, 64, 67, 72, 73, 75, 76, 77

공공도서관 이용률 142, 143

공공성 69, 70

공동체 아카이브 48, 66, 67, 68, 75

공유 정신 80, 93

과정중심의 학습 87

구글 6, 9, 32, 115, 117, 118, 120, 127, 131, 151, 190

구글 엔그램뷰어 190

구글 프린트 6, 9, 115, 118, 131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118

국가기록원 48, 49, 60, 73, 74

국가아카이브 66

기록공동체 72, 79, 195

기록전문가 58, 60, 63, 69

기록활동가 8, 68, 69, 70, 71, 72

긴 글 읽기 136, 154, 163, 166

길 위의 인문학 9, 102, 103, 107, 158, 167

나누는 공간 157

넷플릭스 179

뉴스 큐레이션 38

느리게 읽기 166, 167

도서관 기반의 아카이브 47, 58, 60, 62, 64, 65,

66, 67, 68, 69, 70, 71, 72, 75, 78

도서관문화 107

도서관의 위기 142

도서관 인문학 9, 97, 102, 103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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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205

도서관 활동가 68, 69, 70, 71, 72

독서 공동체 145

독서동아리 82, 89, 93, 107, 112, 158, 172, 173

독서율 6, 137, 138, 139, 140, 141

독서인구 140, 141

드론 8, 13, 15, 16, 17, 18, 26, 181, 184

디바이스 31, 34, 127, 159, 160, 162

디지털 네이티브 121, 122, 125, 126, 127, 128

디지털 노마드 121

디지털 도서관 8, 33, 34

디지털 독서 123, 125

디지털 아카이빙 32

디지털 원주민 121

디지털 정보 소비 140

디지털 정보자원 8, 31, 32

디지털 큐레이션 36, 45

디지털화 32, 33, 34, 38, 45, 118, 190

딥블루 8, 22, 24

랭크브레인 120

로봇세 8, 19, 21

마을 기록 132, 146, 168, 169

마을아카이브 66, 67

마이크로 콘텐츠 127

맞춤형 큐레이션 44

메이커공간 8, 81, 83, 84, 85, 86, 88, 90, 91, 92,

93, 94, 95

메이커 도구 94, 95

메이커모임 91

메이커스페이스 9, 95, 148 , 150, 155, 157, 159,

메이커 실험실 83

메이커운동 5, 6, 8, 80, 83, 84, 85, 86, 87, 88,

93, 165

메이커 페어 86

메이커활동 84, 87, 88, 89, 91, 93, 94, 166, 168

메타데이터 31, 40, 41

명령 36, 162

무한상상실 90

문서관리 시스템 63, 64

미디어테크 157

미래독서 112, 113

미래의제 9, 96, 104, 111

북테크 5, 43, 44, 186, 187, 190

빅데이터 5, 34, 35, 36, 38, 39, 45, 180, 182,

186, 187, 189

빠르게 읽기 166

사물인터넷 5, 15, 16, 45, 129

삼위일체형 아카이브 8, 61, 62, 63

상상 25, 26, 49, 71, 90, 105, 108, 109, 113, 114,

131, 140, 152, 160, 161, 162, 163, 167, 172, 181

상상력 105, 108, 113, 114, 131, 152, 160, 161

선택적 망각 129

소셜레퍼런스 184

소셜미디어 36, 122, 126, 186

소셜컬렉션 184

소셜 큐레이션 37, 38, 39

스낵 컬처 42, 127

스마트 미디어 28, 33, 34, 45

스토리두잉 161

스토리텔링 161

시맨틱 183

시민적 담론 170

아마존 6, 9, 30, 32, 115, 117, 118, 119, 120, 127,

131, 151, 188

아메리칸 메모리 118

아오조라분코 118

아이러브라이브러리 173, 174

아이작 아시모프 25

아카이브 시스템 60, 61,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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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

206 ――――

아카이브 패러다임 8, 66, 67

아키비스트 58, 61, 63, 65, 67, 68, 73, 74, 168

알파고 22, 25, 120, 129, 162

에이전트 183

오픈 데이터 42

왓슨 8, 22, 24

원시티원북 172

의미 읽기 136

인공지능 5, 13, 15, 24, 25, 26, 27, 38, 45, 116,

120, 129, 155, 178

인문학 5, 6, 9, 89,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1, 112, 113,

148, 150, 158, 159, 165, 167, 170, 182

인문학 강좌 101, 102, 104, 107, 108, 109, 113,

182

인문학 열풍 6, 9, 99, 101, 102, 103

인문학 프로그램 6, 104, 105, 108, 111

읽기 공동체 145, 154, 170

자기 기록 132, 146, 168, 169

자료관리시스템 197

자율자동차 13, 15

전자인간 8, 18, 19, 20, 21

전자책 8, 26, 30, 31, 32, 33, 89, 117, 118, 128,

136, 179, 180, 185

전자책 리더 117

정보복지 189

정보소외 189

정보 읽기 136

정보통신기술 31, 40

지역공동체 152, 153

지역아카이브 195

직관 18, 20, 162, 165

짧은 글 읽기 136, 154

창의성 23, 24, 80, 85, 93

창의적 활동 85

책 미디어 135

책 생태계 144, 170

책의 발견성 5, 44, 158

촉진자 5, 10, 27, 183, 191

출판산업실태조사 137

출판의 위기 135, 142, 135, 142

캠페인 108, 172, 173, 174

컬렉션 181, 184, 193 200

콘텐츠 큐레이션 38, 39, 45, 186

큐레이션 5, 8, 9, 28, 29,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94, 148, 177, 178, 179, 185,

186, 187, 188, 189, 191, 192, 193, 194, 197

큐레이션 커머스 37, 39

큐레이터 36, 39, 42

킨들 117

파놉티콘 189

퍼블리킹 123

퍼실리테이터 178, 179, 180, 184, 185

폐가식 도서관 53, 54, 55, 56, 57, 58, 75

플랫폼 5, 32, 33, 35, 36, 38, 40, 43, 44, 82, 117,

126, 127, 128, 136, 186

하퍼콜린스 187, 188

한 권의 책 9, 115, 118, 118, 119, 126, 130, 131

한 도시 한 책 111

함께 읽기 169

해커정신 84

허밍버드 120

호모스마트쿠스 9, 127,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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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도서관이 ‘구글 프린트’와 아마존 ‘한 권의 책’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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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경집, 김은하, 류영호, 이영남, 이정모, 장은수, 한기호

주제대담 박영숙, 박지영, 송재술, 신정아, 유현미, 윤명희, 이선화, 이용훈, 정은영

기획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진행 신정아

교정교열 김대선, 송재술, 정은영, 표선미

발행일 2017년 12월 1일

발행처 경기도사이버도서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23번길 68

TEL. 031-252-5237 Fax. 031-246-4021

제작 칼라뱅크

비매품 이 책의 판권은 경기도에 있습니다.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총서의 원문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홈페이지(www.library.kr)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ISBN 978-89-93395-65-5

978-89-93395-06-8(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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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도서관총서 20

도서관담론 ;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경기도도서관총서 20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김경집 김은하 류영호 이영남 이정모 장은수 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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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788993 39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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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매품 ISBN 978-89-93395-65-5 ISBN 978-89-93395-06-8(세트)

<도서관담론-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깨

달은 점은 세상이 변하더라도 도서관이 여전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장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곳도 도서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외부의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당장 눈앞에 마주한 일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한 도

서관 환경 속에서 도서관 미래 담론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

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한걸음씩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우리

가 꿈꾸는 도서관이 눈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번 총서가

그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는 작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