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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52 Chindia plus 중국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로드쇼.”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 장(장관)은 지난 9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4개국 순방을 이렇게 평가했다. 타지키스 탄 방문은 중국에서 일대(一帶)로 불리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몰디브·스리랑카·인도 방문 은 일로(一路)로 일컬어지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일대일 로(一帶一路) 구축은 시 주석이 지난해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방문 때 제창한 이후 작년 18기 3중전회(공산당 18기 3차 전당대회)에서 공식 추진을 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일대 일로를 신비로운 대붕(大鵬)의 두 날개로 비유하며 11월 베이징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 상회의에서 힘찬 날갯짓으로 중국과 실크로드 연계국들이 함께 날아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숨 기지 않았다. 실제 시 주석의 9월 순방은 600여 년 전 명나라 정화(鄭和)가 7차례 남해 대원정으로 개척 한 해상 실크로드를 21세기 판으로 재건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남중국해에서 인도양 아프 리카에 이르는 바닷길이 그것이다. 시 주석은 그 바닷길에 있는 몰디브에서 해상 실크로드 의 꿈을 강조했다. 1972년 수교 이후 40여 년 만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몰디브를 찾은 시 주석은 대형 다리 건설자금 제공과 관광객을 위한 공항 건설 약속 등 인프라·관광·해양업 무·민생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 강화라는 선물을 들고 갔다. 스리랑카에서는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중국 자금으로 지어진 발전소의 가동식과 13억 달러를 들여 수 도 콜롬보 인근에 상업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사업은 스리랑카 역 사상 최대 외자유치 프로젝트다. 6억 달러가 투입되는 함반토타항 부두 추가 건설에도 합의하 는 등 스리랑카에서만 20여 건의 협약이 체결됐다. 인도에서는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도로 건설을 적극 모색하기로 합의하고 인 도의 철도 개조와 고속철도 공동 건설 및 공단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도는 향후 5년간 200억 달러의 중국 자본이 인도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진핑 정부는 이미 파 키스탄·방글라데시·탄자니아·예멘·그리스 등 해상 실크로 드 연계국과의 해양협력을 강화해 왔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6월 그리스 방문에서 피레에프스항의 운영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후진타오 해양경제 육성책의 2.0판 중국 학계에서도 해상 실크로드의 의미와 전략을 탐구하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학술망인 CNKI가 주요 학술지 에 해상 실크로드를 주제로 실린 논문을 검색한 결과, 올해 들 어 9월 말까지 466건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실적(154건)의 3배 를 웃돈다. 10년 전인 2003년만 해도 68건에 불과했다. 해상 실크로드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주로 문화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 연구는 경제학적 시각에서 접근한 경우가 많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시 주석의 전임자 후진타오가 내 세운 해양경제 육성의 업그레이드판이라 할 수 있다. 후진타 오 전 국가주석은 취임 두 달 만인 2003년 5월 국무원(중앙정 부)을 통해 ‘전국해양경제발전계획요강’을 발표했다. 이후 해양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2006년 1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해양산업 성장세가 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양경제 비중이 오히려 떨어 졌다. 2013년 중국 해양산업 규모는 5조4313억 위안에 달해 GDP 대비 9.5%를 차지했다. 2003년 1조 위안을 처음 돌파한 해양산업 규모가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지만 해양산업을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세계 질서 다극화가 최종 목표 8 10 9 200102 12 13 03 04 05 06 07 09 08 10 11 9.5 10.0 8.7 자료: 중국해양경제통계공보 중국 해양산업 비중 단위 %, GDP 대비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세계 질서 다극화가 최종 목표210.101.116.28/W_files/ftp43/0u403182_pv.pdf · 탄 방문은 중국에서 일대(一帶)로 불리는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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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52 Chindia plus

Issues & Analysis

November 2014 53

중국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오광진 한국경제신문에서 과학, IT, 경제, 중소기업, 유통, 증권, 국제부 등을 거쳐 국제

부장을 역임했고, 3년 반 동안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베이징 런민대에서 중국 금

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중국 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로드쇼.”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

장(장관)은 지난 9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4개국 순방을 이렇게 평가했다. 타지키스

탄 방문은 중국에서 일대(一帶)로 불리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몰디브·스리랑카·인도 방문

은 일로(一路)로 일컬어지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일대일

로(一帶一路) 구축은 시 주석이 지난해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방문 때 제창한 이후

작년 18기 3중전회(공산당 18기 3차 전당대회)에서 공식 추진을 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일대

일로를 신비로운 대붕(大鵬)의 두 날개로 비유하며 11월 베이징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

상회의에서 힘찬 날갯짓으로 중국과 실크로드 연계국들이 함께 날아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숨

기지 않았다.

실제 시 주석의 9월 순방은 600여 년 전 명나라 정화(鄭和)가 7차례 남해 대원정으로 개척

한 해상 실크로드를 21세기 판으로 재건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남중국해에서 인도양 아프

리카에 이르는 바닷길이 그것이다. 시 주석은 그 바닷길에 있는 몰디브에서 해상 실크로드

의 꿈을 강조했다. 1972년 수교 이후 40여 년 만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몰디브를 찾은

시 주석은 대형 다리 건설자금 제공과 관광객을 위한 공항 건설 약속 등 인프라·관광·해양업

무·민생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 강화라는 선물을 들고 갔다. 스리랑카에서는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중국 자금으로 지어진 발전소의 가동식과 13억 달러를 들여 수

도 콜롬보 인근에 상업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사업은 스리랑카 역

사상 최대 외자유치 프로젝트다. 6억 달러가 투입되는 함반토타항 부두 추가 건설에도 합의하

는 등 스리랑카에서만 20여 건의 협약이 체결됐다.

인도에서는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도로 건설을 적극 모색하기로 합의하고 인

도의 철도 개조와 고속철도 공동 건설 및 공단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도는

향후 5년간 200억 달러의 중국 자본이 인도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진핑 정부는 이미 파

키스탄·방글라데시·탄자니아·예멘·그리스 등 해상 실크로

드 연계국과의 해양협력을 강화해 왔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6월 그리스 방문에서 피레에프스항의 운영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후진타오 해양경제 육성책의 2.0판

중국 학계에서도 해상 실크로드의 의미와 전략을 탐구하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학술망인 CNKI가 주요 학술지

에 해상 실크로드를 주제로 실린 논문을 검색한 결과, 올해 들

어 9월 말까지 466건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실적(154건)의 3배

를 웃돈다. 10년 전인 2003년만 해도 68건에 불과했다. 해상

실크로드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주로 문화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 연구는 경제학적 시각에서 접근한 경우가 많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시 주석의 전임자 후진타오가 내

세운 해양경제 육성의 업그레이드판이라 할 수 있다. 후진타

오 전 국가주석은 취임 두 달 만인 2003년 5월 국무원(중앙정

부)을 통해 ‘전국해양경제발전계획요강’을 발표했다. 이후

해양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2006년 1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해양산업 성장세가 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양경제 비중이 오히려 떨어

졌다. 2013년 중국 해양산업 규모는 5조4313억 위안에 달해

GDP 대비 9.5%를 차지했다. 2003년 1조 위안을 처음 돌파한

해양산업 규모가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지만 해양산업을

중국 경제의 지주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지도부의 야심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해양산업의 국제화를 가속화해 추가 성장동력을 얻겠다는 것

이 중국 지도부의 구상이다. 낙후된 중국의 변경지역 개발과 중국 수입 원유의 80%가 지나는

말라카 해협에서의 안전 수송로 확보 역시 해상 실크로드 구축의 배경이다. 대외 무역의 불균

형 시정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다. 중국 수입은 선진국과 개도국산이 각각 절반 수준인 반면 중

국 수출과 중국 유치 외자는 선진국 위주인 불균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해상 실크로드는 대부분 개도국을 지난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는 중국을 포함해 32개

국이 걸쳐 있다. 연계국의 인구는 40억 명으로 세계의 63.5%를 차지하지만 GDP 규모는 16조

달러로 22.3%에 그친다. GDP 규모는 작지만 32개국의 2007~2012년 연평균 성장률을 분석

한 결과, 수단이 5.27%로 가장 낮고 가장 높은 곳은 22.83%를 기록한 미얀마로 상대적으로 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성장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불균형도 시정하고 성장동력도

얻겠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31개국과의 무역 비중은 중국 무역의 17.07%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발전 잠재력이 크다.

中, 세계질서 재편 위해 지역공동체 전방위로 구축

중국이 구축 중인 남아시아 지역 해외 항구 거점을 연결하면 진주목걸이와 같다고 해서 서방

에서는 이를 진주목걸이 전략이라 부르며 정치적·군사적 패권 확대를 위한 행보로 보기도 한

다. 중국 언론과 학계는 진주목걸이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21세기 해상 실크

로드 건설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대응 성격

이 짙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중앙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면서 신(新)실크로드 건설을 제창했다. 중앙아시아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속내

가 강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은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을 통해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해상 실크로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극화하려는 중국 전략 중 하나다. 육로 실크

로드 경제벨트를 비롯해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본격 논의를 제의할 아태자유무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세계 질서 다극화가 최종 목표

시진핑, 인도·스리랑카 등 4개국 순방으로 일대일로 구축 본격화

미국 중심 세계 질서의 다극화 노리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전략

중국·인도 간 국경 분쟁, 남중국해 영해권 분쟁 등 선결 과제 산적

역지대(FTAAP),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동반자협정

(RCEP), 중국-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방글라데시-중국-인

도-미얀마 경제도로, 중국-파키스탄 경제도로, 중국-몽골-러

시아 경제도로 등 중국이 종(縱)과 횡(橫)으로 전방위적인 지

역 일체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부상

을 위협으로 보는 중국위협론을 중국 부상으로 이익을 공유

할 수 있는 공동운명체론으로 바꾸는 것이 해상 실크로드 구

축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위안화 국제화 가속 … 영해권 분쟁이 암초

해상 실크로드의 부흥은 3개 항로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중

국 남해에서 아세안이 주축인 동남아에 이르는 항로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도·이란·쿠웨이트 등 12개국을 지나는 남아시아

및 페르시아만 항로, 예멘·수단·케냐 등 9개국을 잇는 홍해와

인도양 서안 항로가 그것이다. 시 주석은 5통(通) 원칙을 제시

했다. 정책·도로·무역·화폐·민심을 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화폐의 유통은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높여줄 전망이다.

하지만 21세기 실크로드가 장밋빛 탄탄대로는 아니다. 중

국-인도 간 국경지역 분쟁 문제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서도

답안을 찾지 못했다. 올해 초 퓨 리서치센터가 인도에서 실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중국을 파키스탄 다음의

주요 위협국으로 지목했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

과의 영해권 분쟁은 눈에 보이는 암초다. 중국의 자본·기업·

노동자가 해외에 함께 몰려가면서 위협을 키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 해상 실크로드 건

설에 한국도 동반 진출하는 것이다.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한국의 해양경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8

10

9

2001년 02 12 1303 04 05 06 07 0908 10 11

9.5

10.0

8.7

자료: 중국해양경제통계공보

중국 해양산업 비중 단위 %, GDP 대비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노선도

자료: 인민망

터키

이집트

소말리아

케냐

오만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인도네시아

태국

허푸방글라데시

취안저우

시안

광저우

호르무즈 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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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52 Chindia plus

Issues & Analysis

November 2014 53

중국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오광진 한국경제신문에서 과학, IT, 경제, 중소기업, 유통, 증권, 국제부 등을 거쳐 국제

부장을 역임했고, 3년 반 동안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베이징 런민대에서 중국 금

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중국 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로드쇼.”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

장(장관)은 지난 9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4개국 순방을 이렇게 평가했다. 타지키스

탄 방문은 중국에서 일대(一帶)로 불리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몰디브·스리랑카·인도 방문

은 일로(一路)로 일컬어지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위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일대일

로(一帶一路) 구축은 시 주석이 지난해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방문 때 제창한 이후

작년 18기 3중전회(공산당 18기 3차 전당대회)에서 공식 추진을 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일대

일로를 신비로운 대붕(大鵬)의 두 날개로 비유하며 11월 베이징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

상회의에서 힘찬 날갯짓으로 중국과 실크로드 연계국들이 함께 날아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숨

기지 않았다.

실제 시 주석의 9월 순방은 600여 년 전 명나라 정화(鄭和)가 7차례 남해 대원정으로 개척

한 해상 실크로드를 21세기 판으로 재건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남중국해에서 인도양 아프

리카에 이르는 바닷길이 그것이다. 시 주석은 그 바닷길에 있는 몰디브에서 해상 실크로드

의 꿈을 강조했다. 1972년 수교 이후 40여 년 만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몰디브를 찾은

시 주석은 대형 다리 건설자금 제공과 관광객을 위한 공항 건설 약속 등 인프라·관광·해양업

무·민생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 강화라는 선물을 들고 갔다. 스리랑카에서는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중국 자금으로 지어진 발전소의 가동식과 13억 달러를 들여 수

도 콜롬보 인근에 상업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사업은 스리랑카 역

사상 최대 외자유치 프로젝트다. 6억 달러가 투입되는 함반토타항 부두 추가 건설에도 합의하

는 등 스리랑카에서만 20여 건의 협약이 체결됐다.

인도에서는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도로 건설을 적극 모색하기로 합의하고 인

도의 철도 개조와 고속철도 공동 건설 및 공단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도는

향후 5년간 200억 달러의 중국 자본이 인도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진핑 정부는 이미 파

키스탄·방글라데시·탄자니아·예멘·그리스 등 해상 실크로

드 연계국과의 해양협력을 강화해 왔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6월 그리스 방문에서 피레에프스항의 운영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후진타오 해양경제 육성책의 2.0판

중국 학계에서도 해상 실크로드의 의미와 전략을 탐구하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학술망인 CNKI가 주요 학술지

에 해상 실크로드를 주제로 실린 논문을 검색한 결과, 올해 들

어 9월 말까지 466건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실적(154건)의 3배

를 웃돈다. 10년 전인 2003년만 해도 68건에 불과했다. 해상

실크로드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주로 문화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 연구는 경제학적 시각에서 접근한 경우가 많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시 주석의 전임자 후진타오가 내

세운 해양경제 육성의 업그레이드판이라 할 수 있다. 후진타

오 전 국가주석은 취임 두 달 만인 2003년 5월 국무원(중앙정

부)을 통해 ‘전국해양경제발전계획요강’을 발표했다. 이후

해양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2006년 1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해양산업 성장세가 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양경제 비중이 오히려 떨어

졌다. 2013년 중국 해양산업 규모는 5조4313억 위안에 달해

GDP 대비 9.5%를 차지했다. 2003년 1조 위안을 처음 돌파한

해양산업 규모가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지만 해양산업을

중국 경제의 지주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지도부의 야심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해양산업의 국제화를 가속화해 추가 성장동력을 얻겠다는 것

이 중국 지도부의 구상이다. 낙후된 중국의 변경지역 개발과 중국 수입 원유의 80%가 지나는

말라카 해협에서의 안전 수송로 확보 역시 해상 실크로드 구축의 배경이다. 대외 무역의 불균

형 시정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다. 중국 수입은 선진국과 개도국산이 각각 절반 수준인 반면 중

국 수출과 중국 유치 외자는 선진국 위주인 불균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해상 실크로드는 대부분 개도국을 지난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는 중국을 포함해 32개

국이 걸쳐 있다. 연계국의 인구는 40억 명으로 세계의 63.5%를 차지하지만 GDP 규모는 16조

달러로 22.3%에 그친다. GDP 규모는 작지만 32개국의 2007~2012년 연평균 성장률을 분석

한 결과, 수단이 5.27%로 가장 낮고 가장 높은 곳은 22.83%를 기록한 미얀마로 상대적으로 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성장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불균형도 시정하고 성장동력도

얻겠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31개국과의 무역 비중은 중국 무역의 17.07%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발전 잠재력이 크다.

中, 세계질서 재편 위해 지역공동체 전방위로 구축

중국이 구축 중인 남아시아 지역 해외 항구 거점을 연결하면 진주목걸이와 같다고 해서 서방

에서는 이를 진주목걸이 전략이라 부르며 정치적·군사적 패권 확대를 위한 행보로 보기도 한

다. 중국 언론과 학계는 진주목걸이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21세기 해상 실크

로드 건설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대응 성격

이 짙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중앙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면서 신(新)실크로드 건설을 제창했다. 중앙아시아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속내

가 강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은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을 통해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해상 실크로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극화하려는 중국 전략 중 하나다. 육로 실크

로드 경제벨트를 비롯해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본격 논의를 제의할 아태자유무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세계 질서 다극화가 최종 목표

시진핑, 인도·스리랑카 등 4개국 순방으로 일대일로 구축 본격화

미국 중심 세계 질서의 다극화 노리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전략

중국·인도 간 국경 분쟁, 남중국해 영해권 분쟁 등 선결 과제 산적

역지대(FTAAP),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동반자협정

(RCEP), 중국-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방글라데시-중국-인

도-미얀마 경제도로, 중국-파키스탄 경제도로, 중국-몽골-러

시아 경제도로 등 중국이 종(縱)과 횡(橫)으로 전방위적인 지

역 일체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부상

을 위협으로 보는 중국위협론을 중국 부상으로 이익을 공유

할 수 있는 공동운명체론으로 바꾸는 것이 해상 실크로드 구

축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위안화 국제화 가속 … 영해권 분쟁이 암초

해상 실크로드의 부흥은 3개 항로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중

국 남해에서 아세안이 주축인 동남아에 이르는 항로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도·이란·쿠웨이트 등 12개국을 지나는 남아시아

및 페르시아만 항로, 예멘·수단·케냐 등 9개국을 잇는 홍해와

인도양 서안 항로가 그것이다. 시 주석은 5통(通) 원칙을 제시

했다. 정책·도로·무역·화폐·민심을 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화폐의 유통은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높여줄 전망이다.

하지만 21세기 실크로드가 장밋빛 탄탄대로는 아니다. 중

국-인도 간 국경지역 분쟁 문제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서도

답안을 찾지 못했다. 올해 초 퓨 리서치센터가 인도에서 실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중국을 파키스탄 다음의

주요 위협국으로 지목했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

과의 영해권 분쟁은 눈에 보이는 암초다. 중국의 자본·기업·

노동자가 해외에 함께 몰려가면서 위협을 키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 해상 실크로드 건

설에 한국도 동반 진출하는 것이다.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한국의 해양경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8

10

9

2001년 02 12 1303 04 05 06 07 0908 10 11

9.5

10.0

8.7

자료: 중국해양경제통계공보

중국 해양산업 비중 단위 %, GDP 대비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노선도

자료: 인민망

터키

이집트

소말리아

케냐

오만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인도네시아

태국

허푸방글라데시

취안저우

시안

광저우

호르무즈 해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