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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GENESIS EVANGELION

NEON GENESIS EVANGELION · 2017. 2. 16. · (2월말집계기준으로만화책270만부, 일러 스트집300만부, 레이저디스크150만매, 비 디오80만개, 관련cd 212만매가판매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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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 E O N G E N E S I S E V A N G E L I O N

  • 에반게리온저패니메이션 오타쿠 문화의 세기말

    1997년3월15일영화판개봉으로부터44일경과보고

    에반게리온저패니메이션 오타쿠 문화의 세기말

    가이낙스그룹의「신세기에반게리온」은더이상단순한저패니메이션중의하나가아니다. 사양산업에들어선

    텔레비전아니메의추락속에서절망적몸부림으로시작한저패니메이션오타쿠세대가이낙스는정면승부를

    선택했고, 「신세기에반게리온」은기적을만들어냈다. 그러나이것은또다른오타쿠세대의진혼곡이되었다.

    TV판「신세기에반게리온」의최종회는일본포스트모던세대의집단자멸극이되어버렸다. 영화판은지난3월15일절반만이완성된채개봉되었다. 그리고나머지는7월에‘공개한다’고선언하였

    다. 어쩌면가이낙스는더이상공개할것이없을지도모른다. 또는정말7월에놀랄만한21세기적비전의 ‘완결편’이나올지도모른다. 을추적하는것은저패니메이션의미래를묻는것이다.

    73KINO May 1997

  • ▶「신세기 에반게리온」극장판 공개 방영 당시부터 열렬한

    관심을 모았던「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종

    영되고, 극장판이 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작

    년 3월 27일, 26회에 걸친 방영이 끝난

    후에「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에바」로

    표기)에 대해 일본

    아니메 팬들이 지지

    파와 반대파로 나눠

    지게 되었었는데, 그

    주된 원인은 최종회

    라고 할 수 있는 25,

    26회의 충격적인 종

    결방식 때문이었다.

    지금현재「에바」를둘러싸고일본에서는평론

    가들 사이에서「에바」가 갖는 의미에 대한 논

    쟁이 계속되고 있고, 「에바」의 상업적인 성과

    (2월말 집계 기준으로 만화책 270만부, 일러

    스트집 300만부, 레이저 디스크 150만매, 비

    디오 80만개, 관련 CD 212만매가 판매되었

    다. 이기록은지금도계속갱신되고있는중이

    다)로인해아니메팬이아닌사람들사이에서

    도화제거리가되고있다. 이런상황속에서지

    난 3월 15일 극장판 이

    공개된것이다.

    이극장판이공개되기까지에는꽤복잡한우

    여곡절이 있었다. 원래「에바」극장판은 작년

    11월의 제작발표 기자회견 때의 발표를 통해

    ‘죽음 Death’편 60분, ‘부활 rebirth’편 60분으로 총 120분이 될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2월 14일에 긴급 기

    자회견이열렸고, 그자리에서「에바」극장판이90분으로수정되어

    졌음이발표되었다. 러닝타임의변경에대해서안노히데아키감독

    은“완전 신작인‘부활’편을 스토리적으로 완결시키겠다는 의도로

    작업을 진행하던 중, 구상이 늘어남에 따

    라 당초의 예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3월15일에발표되는‘부활’을완

    결편 파트 1로 정하고 여기에다 40분 이

    상의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서‘부활 2’를

    여름(7월)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부

    활2’에서는에반게리온대에반게리온의

    전투, 주인공들의 운명 등과 인류의 미래

    를 정하는 최후의 싸움이 그려질 것이는

    계획도이자리를통해발표되

    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일

    본 열도를 뜨겁게 달아오르

    게 한「에바」의 극장판이

    3월 15일부터 상영을 시

    작했다. 그러나 이 은 TV판의 최종 2회분에 의해 불러

    일으켜졌던 의문을 일부분이나마 해결하였다기보다는

    의문을 증폭시키고 논쟁을 가열시키는 결과를 불러일

    으키고있다. 우선TV 시리즈와극장판에대한줄거

    리를소개한다.

    ▶TV 시리즈의 내용 서기 2000년의 세컨드 임팩

    트라는 거대한 파국(완전하게는 밝혀져 있지 않지

    만 남극 대륙에서의 거대한 폭발에 의한 자연계와 대륙

    들의파괴를가리킨다. 이세컨드임팩트로인해지구인

    류의 반수가 사라졌다)이 있은 뒤 15년이 지난 지구. 그

    지구위의여러나라들중일본의제3동경시를중심으로이

    야기는 전개된다. 제3동경시는 후지산의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데그이유는세컨드임팩트로인해낮은곳은물에잠

    겨버렸기때문이다. 제3동경시는사도( )라는존재의

    공격을 받는다. 사도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인류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인류가가지고있는기술을뛰

    어넘는거대한생체병기에반게리온을사용한다.

    이에반게리온을조종하는이들은14살의소년소녀들이다. 언제나

    우울하며무슨생각을하고있는지알수없는0호기조종사아야나

    미 레이(후반부에서 주인공 신지

    의 어머니인 이카리 유이의 크론

    임이 밝혀진다), 사도로부터 인

    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

    인 넬프의 사령관 이카리 켄도우

    를 아버지로 둔 1호기 조

    종사이자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아버지로부터 버림받

    았다고 생각해서 늘 아버

    지에게 적대적이고 모든

    일에 소극적이다), 자존심

    이 강하고 자기 멋대로인

    2호기 조종사 소류 아스카

    랑글레. 이세명의소년소

    녀들이 펼치는 사도와의 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들세명이외에도신지와같은반

    (이 반은 사실상 모종의 계획 아

    래 에반게리온 조종사 후보들로

    편성되었다) 급우이자 4번째 칠

    드런(3호기 조종사)인 스즈하라

    「에바」의중심인물들은모두심리적인문제, 마음속상처를가지고있다.

    전략자위대: 2003년, 남시 군도에서의 중국과

    베트남의군사충돌을계기로발족된국방성직

    속조직자위대는육해공군전군이UN군에편

    입되어있어서전략자위대는일본국직접지휘

    하에있는유일한군대라고할수있다. 편성은

    보병, 전차, 항공기등종래군대의연장선에위

    치하며, 사도의요격보다는도시공략, 토벌작

    전등대인전이중심이다.

    세휘롯의 나무:「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오프닝

    에등장하고, 이카리켄도우의집무실에나타나

    있다. 카바라의 상징적 도판. 카바라는 모세가

    신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해지는‘도라’의 신비

    적해석학을중심으로한유태교의밀교를가리

    키는것임. 이도판은10개의구체(球 )와22

    개의 경(經)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명상의 계제

    도(階 ), 인식에 이르는 지도, 인류의 예정

    된역사등여러가지측면에서독해된다. 10개

    의 구체는‘새휘라’라고 불리우며, 각각 케텔

    (지복 ), 코크마(지혜), 비나(이해), 케세드

    (자비), 게브리(엄정), 티훼레트(미 ), 넷드업

    (승리), 훗드(영광), 이엔드(기초), 마루크트(왕

    국)의 속성을 갖는다. 아마도 제레와 켄도우는

    마술적, 오컬트적인사상을배경으로갖고있는

    것같다.

    양산성 에반게리온: 넬프 본부

    이외에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던에반게리온. 5호기부터

    13호기까지의 아홉기가 완성

    되어졌고, 지휘권은 제레에 있음. 양산성 에바

    들은전부같은색같은형태이고, 더미플러그

    에 의해 움직인다. 마지막 사도였던 나기사 카

    오루의인격이이식되어있는것같다. s2 기관

    을탑재하고있기때문에인빌리카케이블은필

    요없다. 등에격납가능한날개를가지고있고,

    납작한창으로무장하고있음. 칼라는흰색.

    이름들: 서브 캐릭터인 스즈하라 토우지, 아이

    다켄스케, 카지료우지등의이름은, 무라카미

    류의 소설인『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의 등장인

    물들의 이름이다. 소설과 마찬가지로「에반게

    리온」속에서도 토우지와 켄스케는 사이가 좋

    다. 7화에 등장하는 정부 고관의 이름도 이 소

    설에서빌려온것이다. 이카리켄도우의독재자

    적 모습은 이 소설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

    른다. 남자답지못한주인공과대비시키기위해

    서남자다운조역들의이름을이소설의남성적

    인캐릭터의이름으로설정한듯하다. 카츠라기

    미사토, 아카기리츠코등의성은2차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해군의 함정 이름에서 따온 것이

    다. 소류 아스카 랑글레라는 이름은 소류라는

    일본해군함정과랑글레라는미국해군함정의

    이름을합친것이다.

    세계의중심에서사랑을외친짐승:TV판최종

    회의 서브 타이틀‘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

    친짐승’은해런앨리슨의SF소설『Beast that

    shouted love at heart of the world』의인용

    이다. 이야기의마지막에서신지가‘나는나다.

    나는 여기에 있어도 좋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서브타이틀의사랑(アイ-아이)은한자 의

    일본어발음과‘ ’를겹친것이라고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클라이막스의 서브 타이틀을 SF

    소설에서인용하는것은안노감독작품의전통

    이다. 「톱을노려라」의5화인‘제발! 사랑에시

    간을’은로버트헤이런의『사랑의시간을』에서,

    최종회인「끝없는 흐름의 끝에…」는 코마츠 우

    쿄우의『끝없는 흐름의 끝에』에서 인용한 것이

    다. 「신비한바다의나디아」의최종회‘별을이

    어나가는 자…’는 제임스 호건의『별을 이어가

    는자』에서인용했다.

    과의싱크로를 위한 키워드

  • 도지, 역시 같은 반 친구인 켄

    스케, 세컨드 임팩트 때 남극

    대륙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사

    도와의 전투를 지휘하는 카츠

    라기 미사토, 넬프의 메인 컴

    퓨터인‘마기’를 책임지는 아

    카기 리츠코(그녀의 어머니가

    마기 시스템을 만들었고, 시험

    전날에 자살했다), 사령관 켄

    도우, 사령관의 아내이자 에반

    게리온의 공동 창조자이지만

    실험도중 에반게리온 속에서

    사라져버린 이카리 유이, 켄도

    우의 유일한 동지이자 이카리

    유이의 교수였던 후유츠키, 지구방어대이며 에반게리온 관리조직

    인‘넬프’의 비밀을 캐내려고 하는 이중 스파이 카지 료우지(나중

    에후유츠키를구해주고제거당한다) 등의등장인물들이사도와의

    전투와 세컨드 임팩트의 비밀, 써드 임팩트, 인류 보완 계획이라는

    문제들을둘러싸고사건을벌인다(여기등장하는모든인물들은심

    리적인 문제, 마음속 상처를 가지고 있다). 사건에

    사건을 거듭한 후, 카지는 죽고, 아스카는 자아가

    파괴되며, 리츠코 박사는 켄도우에게 배반당하는

    등 이야기는 진전해서 최후의 사도인 카오루의 소

    멸이라는클라이막스에까지도달한다.

    ▶TV 시리즈중급격한변화를보였던마지막2화

    그리고 이 즈음부터 시리즈의 내용은 갑자기 주인

    공신지와주요캐릭터들의내면세계로빠져든다.

    반복적인 캐릭터들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마지막에는주인공신지의자문자답(왜사도와싸워야하

    는지, 자신은모두에게있어서필요한존재인지등에대한)이이야

    기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결국 신지는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되

    고, 모두에게서축복을받는다. 그러나이모든것(에반게리온이라

    는작품내용전부)은신지의꿈이라는듯이표현되며, 신지는아버

    지켄도우와어머니가있는

    행복한가정에서즐거운학

    교생활을보낸다는내용으

    로끝맺는다.

    ▶극장판 (‘부활’편)의 내용 나

    기사카오루는신지에게처

    음으로좋아한다고말한존

    재이자신지가처음으로마

    음을 연 존재였다. 그런 카

    오루를자신의손으로죽여

    버린 신지는 다시 마음을

    닫고 아스카에게 매달린다.

    언제나 신지를 바보 취급하던 소녀 아스카. 그러나 사도와의 대결

    에서패배하고기억해내기싫은과거가사도의심리공격에의해밝

    혀진 후 자존심이 산산조각난 아스카는 마치 식물인간처럼 아무런

    반응이없다. 한편최후의사도의죽음은, 제레(넬프를관리하는최

    고조직위원회)에있어서는시나리오의완성을의미하는것이었다.

    미완성의 집단인 인간을 완전한 단체( )로서의 생물로 인공 진

    화시키는것. 그것은인류보완계획의진실인동시에써드임팩트

    (2000년에일어났던세컨드임팩트라는대파국의뒤를잇는)와동

    의어였던것이다. 약속의때를맞은제레는각국에있는마기타입

    을 동원, 넬프의 오리지날 마기에 핵킹을 감행한다. 목적은 마기의

    탈환을 통해 넬프 본부를 점

    거하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

    는 넬프는 아카기 리츠코 박

    사를 현장에 복귀시킨다. 그

    러나 켄도우에게 버림당한 그

    녀가 넬프에 협력하는 모습을

    미사토는 이해하지 못한다.

    리츠코의 복귀로 마기는 점거

    의 위기를 모면하지만 제레는

    더욱 강력한 수단으로 나온

    다. 전략자위대를투입, 두대

    의 에바를 무력으로 빼앗으려

    하는 것이다. 인류의 요새라

    고 불리웠던 제3동경시는 사

    람과 사람이 싸우는 전쟁터로 바뀌어버린다. 군대(살인의 프로들)

    의 실력은 넬프의 대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넬프의 대원

    들은차례차례로쓰러져간다(침투군은항복하는직원마저가차없

    이살육한다). 방어선은차례로무너지고발령소( )에는절망

    적인보고만이들어온다. 미사토는폐인에가까운상태인아스카를

    2호기에 억지로 탑승시킨 후, 스스

    로 행방불명인 신지를 찾아나선다.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유

    일한 방법은 제레가 투입시킬 것이

    분명한 9대의 새로운 에반게리온을

    신지의손으로파괴하는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침투군에게 발견되어

    죽기일보직전이었던신지는미사토

    에의해구출되지만, 모든것을포기

    한 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침투군은 마기 오리지날이 있는 발령소에까지 들어오지만 마기의

    손상을 우려하여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켄

    도우는 후유츠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아야나미와 함께 센트럴

    도그마로 향한다. 한편 에바에 타기는 했지만 마치 폐인처럼 꿈쩍

    75KINO May 1997

    N E O N G E N E S I S E V A N G E L I O N

    「에바」는부분적으로학원만화의컨벤션을취하고있다

    「에바」는컬트적시장을확보한전위적이면서도대중적인리믹스의교전이다.

    「기동전사건담」으로부터인용된, 인간이탑승하는인간형병기

  • 도 않던 아스카는 그 공격으로 인해 에바에 내재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의존재, 즉에바속의모성을느끼게되고, 완전히부활하게

    된다. 부활한아스카는자위대의함정과전차, 그리고헬기등을마

    치 장난감 부수듯 간단히 파괴한다. (아스카의 2호기가 자위대의

    전투기들을 파괴하는 모습은 사도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

    러나바로이순간, 제레가파견한아홉에바가공중에서투하된다.

    공중에서투하된새로운에바들은아스카의2호기를포위하듯2호

    기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비행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7월에 개

    봉하는에서마무리지어질예정이다.)

    ▶아름다운페시미즘의매혹안노히데아키는60년생이다. 63년에

    시작된 TV 아니메 제1호인「철완 아톰」은 기억할지 모르지만, 거

    기에이어지는「철인28호」, 「팔의사나이」, 「정글대왕」등의여러

    작품에 의해 형성된 것이 60년대의 아니메 붐이다. 혹은 66년에

    「울트라 큐」에서 시작된「울트라 맨」, 「울트라 세븐」의 괴수 붐, 더

    나아가서71년에「가면라이다」로서융성하게된변신붐, 또74년

    에「우주전함 야마토」이래로 몇몇 물결을

    지나서오늘에이르는아니메붐을동시대적

    으로경험하면서성장한세대이다. 말하자면

    오락의 왕자였던(?) 초기에서부터 몸으로

    체험하고있다. 한편으로는쇠퇴한다고말하

    기도 하지만, 일본영화

    황금기의 잔향을 알고,

    70년대에 이르러 하나

    의 유행으로까지 된 가

    도카와(혹은 스미카와)

    의 영화를 보면서 자랐

    으며, 영화와 TV 양쪽

    미디어에 대한 몰입감

    (애착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을 갖고 있는 세대

    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영화의 무

    책임한 시리즈도, TV에

    서 방영되는「탐정이야

    기」도, 나아가서는 게임

    인「화이널 환타지」도 동일한‘소프트웨어’

    로받아들이고있다. TV와영화라는양미디

    어가 잠재적 기억으로 세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안노 감독과 같은 60년대 전반생

    들의특유한자질이라고말할수있다. 이세

    대가 안방의 선구자이고, 그 안

    방적인 문제성을 작품에 반영시

    켜온것이다.

    이러한 세대가 자신들이 만든

    「에반게리온」에 스스로의 영상

    적 기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는 하나「에반

    게리온」에는 노골적인 번안이라

    든가 베끼기 또는 안노 감독이

    전에만들었던OVA 시리즈「톱

    을노려라!」와같은패로디가그

    다지 많이 포함되어 있진 않은

    셈이다. 이것은 자신이 보고 자

    란 영상을 하나의 조각으로 사

    용하여 그것을 하나로 정리하여

    묶어서 끼워맞추기로 만들어가

    는 것 같은 재구성작품이다. 예

    를 들면 아니메 작품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정신적인 유약성을 갖고 있는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거대한 인간 형태의 병기에 올라탄다는 초기의 설정은「기동전사

    건담」에서건담과아톰의관계일것이며, 요새화한제3동경시에군

    인과 민간인이 동거하고 있는 것은「초시공요새 마크로스」와 유사

    하며, 여성이 지휘관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 작품의 영향이라

    고생각된다. 제6화의‘야시마작전’에서단한발의빔포에다전체

    일본의 에너지를 총집결하여 쏘려는 것은「우주 전함 야마토」에서

    의파동포와통하고있다. 제7화의민간기업이만들어내는에반게

    리온에 대항하는 원격조정 로보트 JA는「철인 28호」로 시작되는

    로보트물에 대한 부드러운 안티테제라고도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

    라. 에바초호기가입을열때의괴물적인풍모는안노감독이스탭

    으로 참가했던 에 나오는 거신병을 연상시

    키며, 화염 속에 서 있는 에바는 실로 이 작품의 오프닝 크레딧에

    76 KINO May 1997

    이카리 신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넬프가 개발한 범용 인간형 결전병기 에반게리온의 조종 적성자 세번째

    ‘칠드런’으로 넬프 사령관이며 증오하는 아버지 이카리 켄도우의 명령으로 에바 1호기에 태워진다. 타인과의 적극적인 접촉을 매우 싫어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나에바를 조종하며 여러 가지 투쟁을 거쳐 서서히 그 마음은흔들리기시작한다. 14살.

    아야나미레이: 에바 0호기 전속 조종자로서 넬프에 소속된 첫번째‘칠드런’소녀이다. 과거나 성장과정은 일체 알 수 없으며 감정을 노골적으로 나타내지 않는 의문의 소녀이나, 켄도우에게만 마음을 열고 있다. 또 신지는 그녀에게서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는 때가있다. 드디어 그녀도 인간적인 면을 겉으로 나타나게되는데, 그 때 비극이 시작되고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소류 아스카 랑글레: 에바 2호기를 타는 조종 적성자두번째‘칠드런’소녀이다. 열네살로 독일 대학을 졸업할 정도의 천재 소녀이나 엘리트 의식도 강하고, 마음이 약한 신지를 언제나 우습게 여기고 있다. 그녀의 언동은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서 존재의식을 확인하고 저주스러운 과거의 난폭성을 떨쳐버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그 능력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정신은상처입기시작한다.

    스즈하라 도지(왼쪽), 아이다 켄스케 (오른쪽): 신지의클라스메이트들이다. 강경파인 도지는 처음에는 신지를 싫어했으나 곧 융화되어 켄스케와 함께‘바보 트리오’로 불리워질 만큼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된다. 밀리터리 오타쿠인 켄스케는 에바를 조종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도지가 네번째‘칠드런’로 발탁된다. 그러나 그가 에바 3호기를 타고 들어갔을 때 충격적인사건이벌어진다.

    카츠라기미사토: 넬프작전부장으로사도를맞이하여싸우기 위한 작전입안과 실전지휘를 영민하게 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신지나 아스카와 함께 살고 있으며, 거칠 정도로 대범하고, 밝고 싹싹한 언니이다. 2000년의대붕괴인‘세컨드 임펙트’에서 아버지를 잃어버렸고,그 때의 유물인‘제1사도 아담‘을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듯한(?) 에바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 증오심을품고있다. 옛날에카지 료우지와연인이었다.

    사도: 행동 목적도 이유도 일체 불분명한‘인류의 적’사도는 각각 그 모양도 능력도 다르지만, 모두 광구(코아)를 몸에 붙이고 있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1사도 아담에 의해서 세컨드 임펙트가 일어난다는 설도있다.

    주인에게에바는청춘기의급격한변화에대한메타포이기도하다.

  • 등장하는거신병인것이다.

    ▶왜! EVA는 젊은이의 마음을 이다지도 사로잡는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제1화에서 주인공 소년 이카리 신

    지가발을들여놓게되는조직넬프는소년에게는성스러

    운 장소이다. 그에게 시련을 가하는 존재인 아버지 이카

    리켄도우가그장소를지배하는것은당연한일이다. ‘사

    람이 만들어낸’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 되어 속속 습격

    해오는사도를쓰러뜨려야만하는시련을부여받게된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다. 하지만 이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 이성소에는‘어머니’가가득차있는게아닌가?

    신지에게는 어머니 대신으로 카츠라기 미사토라는 존재가 있다.

    또 신지는 자기와 같은 에바의 파일럿이며 클라스메이트인아야나

    마레이속에서, 그리고최후로는자기가타야할에바속에서조차

    ‘어머니’를발견해나가게된다. 넬프기지그자체도, 에바개발책

    임자인 과학자 아카기 리츠코의 어머니의 인격을 이식해놓은 거대

    한컴퓨터의비호아래에있다. 신지를둘

    러싼 성인 남자들도 어린이인 자신과 결

    별을 하지 못한 채이다. ‘인류 보완계획’

    을 진행해나가며 음모를 꾸며나가는 켄도

    우는 냉혹스럽게 여성들

    을 이용하면서도 죽은 아

    내인 유이에 대한 그리움

    에 사로잡혀서아내의 유

    전자를기초로한레이에게집착하게되며, 유이를

    에워싼 에바의 지배권에 집착한다. 미사토에 대해

    서는아버지역을하고있는의문의사나이카지료

    우지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정의감 때문에 결

    국은몸을망치게된다.

    그리고여인들, 비참하게죽은아버지의모습을카지료우지한테

    서 찾아야만 하는 미사토,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배신한 켄도우

    에게결국은지배당하게되고야마는리츠코, 지기싫어하는성격의

    이면에 숨겨진, 양친에 대한 삐뚤어진 정서 때문에 정신이 망가져

    가는 에바의 파일럿 소류 아스카 랑글레.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

    에 지배당하는 자들이 서로 기대면서 쉴 사이 없이 밀려오는 사도

    들과의싸움하는장소, 그곳이제3동경시이며, 넬프기지이다. 지난

    날의 거대 로보트 애니메이션과 달리 아이들을 에바에 삽입해넣는

    데 쓰이는‘엔트리 플러그’(이것은 액체가 가득하므로 자궁을 쉽게

    연상할수있다). 그리고에바그자체도아이들을지켜주는갑옷이

    아니라 아이들에게가해지는 고통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처럼 보

    인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 거대하고 강력한

    그릇은그주인에게공포감마저느끼게하는청춘기의급격한변화

    의메타포이기도하다. 반드시충실하다고만할수없는자신의‘육

    체’에바를타고외부로부터습격해오는수많은부조리와대항해가

    게 되는 아이들의 이니세이션에 관한 이야기를「신세기 에반게리

    온」은확실하게말해주고있다.

    ▶EVA… 그것은 인간의 전쟁 욕망인가!?

    영화적인 기억을 생각해보자. 알기 쉬운 것

    은, 제9화에서 에바 2호기가 호수에 거꾸로

    쳐박힌모습은이치카와( 崑) 감독의에 나오는 수와호에서

    발만 돌출되어 있던 아오누마 세이마의 시

    체를 생각나게 할 것이

    다. 그뿐아니라명조체

    문자를 늘어놓은 크레

    딧도이작품과닮았다.

    제7화에서 로보트 JA

    내부로 들어간 미사토

    가 JA의 폭주를 멈추게

    하려는 씬은 에서 디스

    커버리호의 보먼 선장

    이 컴퓨터 HAL 9000

    의 기능을 멈추게 하려

    는 모습을 생각나게 한

    다. 스탠리큐브릭감독

    으로부터 받은 영향으

    로는 제22화에서 사용

    되고있는헨델의『메시

    아』라던가 제23화에서

    N E O N G E N E S I S E V A N G E L I O N

    이카리 켄도우: 국제연맹 직속의 특무기관 넬프의 최고 사령관이다. 냉정하고 침착하다기 보다는 목적을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성격이며 친자식인신지에 대해서도 결코 마음을 열지 않는다. 또한 넬프배후에 존재하는 조직인 제레 밑에서‘인류 보완계획’이라고 불리우는 의문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그것은 모든 사도가 쓰러진 후에야 실행하게끔 예정되어있다.

    나기사 카오루: 다섯번째‘칠드런’으로 돌연 제레로부터 넬프로 파견된 신출내기 에바 적성 조종자이다. 에바와의 싱크로율을 자유자재로 콘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경탄시킨다. 레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기억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었으나, 신지는 그의 불가사의한 매력의 포로가 되어 자기의 최초의 이해자로 호의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세상에!

    카지 료우지: 넬프 특수 관찰부 소속이다. 모든 일에 구애됨이 없이 유유하게 지내고 있다. 학생시절의 연인이었던 미사토를설득하여 잘지내보려고 한다. 언뜻보기에 파악하기 힘든 것 같은 사나이같지만 정신적인 갈등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신지에게 적절한 충고를 해주기도 하는 등 아량이 넓다. 실은 일본 정부가 살짝 파견한스파이로 넬프내부의실태를조사하고 있는데, 강한탐구심이드디어는그에게재난을가져온다.

    에반게리온 초호기: 개량형 테스트 타입으로 개발되어세계에서 처음으로 대 사도 실전에 투입된 에바이다.직속 조종자는 이카리 신지이다. 외내부의 전기가 모두0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문의 폭주를 하는 일이때때로 일어나서 종종 리츠코 등의 과학자들을 경악케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신지의 엄마 유이가 이 초호기의기동실험중에사망한것과관련있는듯하다.

    에반게리온 2호기: 세계에서 세번째로 만들어진 에바이다. 설계와 부품의 제조는 일본에서, 조립과 기동 실험은 독일에서 행해진 대량생산 타입이다. 직속 조종자는 소류 아스카 랑글레이나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진 그녀가 에바를 로보트처럼 보기 시작하여 드디어 2호기와그녀의싱크로율이점점저하되어간다.

    에반게리온 0호기: 넬프가 대 사도전에 대비하여 14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개발한 범용인간형 결전 병기인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은 유선에 의한 외부 전파에 의해서가동된다(내부 전원만으로는 5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조종은에바와싱크로되는조종자만이할수있다.0호기는 그 원형인 테스트 타입으로 직속 조종자는 아야나미 레이이다. 색은 오렌지, 노랑이었는데 나중에는블루로바뀐다.

  •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등 클래식 음

    악삽입도지나칠수없을것이다.

    특무기관 넬프의 사령관인 이카리

    켄도우의탁트인넓은방은의타이렐회사사장의방을연상케하는무기질느낌이있다.

    이영화의감독인리들리스코트는그이후에SF 작품에많은영향

    을끼쳤으나가장큰영향은세계관의영상적형성일것이다. 스토

    리를 말하기 위해 작품세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냄으로써 스토리는 그 세계의 한 부분이 된다. 이러한 방법

    은오시이마모루에서도찾아볼수있는데, 안노감독을비롯한가

    이낙스팀은「오네아미스의날개-왕립우주군」을만들던87년즈음

    부터「에바」에 이르기까지 리들리 스코트적인 접근의 계승자이기

    도 하다. 그 외에도 제19화에서 사도와 대치한 에바 2호기의 팔이

    한순간에잘려나가서선혈과같은액체가분출되는장면은구로사

    와아키라의의라스트에나오는두사무라이의진

    검승부를생각나게한다. 제16화에서에바의초호기와2호기가빌

    딩 숲에 몸을 숨기면서 사도에게 다가가고 있는 모습은 토호 영화

    사의 특수촬영물인 에서 2

    대 괴수가 동경에 빌딩 숲 사이를 숨어들어가는 씬을 상기하게 한

    다. 거대하긴 하나 빌딩보다 높지 않은 에바. 이와 같은 관련이 가

    이낙스의한동료이며TV판「에바」에도참가한적이있는

    의 특수촬영감독인 히구지 마츠기와도 통하는 점이다.

    거짓일지라도리얼리티를버릴수는없다. 그

    일선을사수하려는생각이어디에선가움직이

    고있는것이다.

    ▶놀라운열광. 젊은이들은에바를감지한다쉴

    새없이 주위와 영합함으로써 자아를 방어해오

    던신지는제19화‘사나이의싸움’에서강제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에바로 들어가 싸우는

    것을선택한다. 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이에피소드의

    마지막에서 에바의 내포되

    어있던힘, 유이=어머니의

    힘이‘각성과해방’을맞이

    하게 되어 신지는 에바, 어

    머니와 완전하게 융합되어

    버린다. 제20화(친절하게도

    영어 부제는 oral stage이

    다)에서는 신지가 스스로

    의 성적인 욕구와 그외의

    욕구를직시함으로써에바와분리하는것

    에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우선

    ‘구순기’를벗어난것이다.

    제22화‘다만 인간답게’에서는 아스카

    의 에바와의 싱크로율(일체화가 되는 조

    종 적합성)의 급속한 저하의 한 원인으로 아스카의 초조함이 제시

    되는 장면이 있다. 스스로의 허약성 그리고 성적인 욕망을 직시함

    으로써해방을획득하게되는신지와유년기의철부지로부터‘어린

    아이따위는절대로필요하지않은데’라며성적인욕망을거절함으

    로써 정신을 붕괴시켜나가는 아스카와의 대비가 완성된다. 이어지

    는 23화‘눈물’에서는 감정을 거의 갖지 않는 크론이었던 레이가

    신지(남성)에 대한 욕구를 깨닫고, 신지를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순간, 스스로의 원형인 유이의 기

    억으로부터 켄도우의 모습을 발견하고 눈물

    을흘린다는인상적인씬이등장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접해보지 않은 독

    자는여기까지읽으면질려버리게될지도모

    른다. ‘고급스런 아니메’에서 종종 볼 수 있

    듯이, 예를 들어 말한다면 심리학의 전문서

    적(그것도대학교과서)을억지로읽은것처

    럼, 마치 모래 씹듯 맛이 없는 것은「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한 점도 없다. 거대 로보트

    아니메에서볼수있는독자적인스펙타클을

    유감없이 발휘한 다

    이나믹함을 나타냈으며 음모사관적 세계관

    을배경으로하고완벽에가까운오락작품으

    로만들어놓았다.

    ▶사람은 전쟁을 원하는가? 안노 히데아키는

    어느 잡지에서 말하기를 이제까지 가장 많이

    보았던(100회이상이었다던가?) 영화로오카모

    토 감독의

    을 들고 있다. 태평양 전쟁 말기 전사자 10만명,

    민간인 사망자 15만명을 낸 오키나와에서의 대옥

    쇄전을 그린 두시간 반에 이르는 대작이 안노 감독

    의「에바」에 어떤 영상적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일

    까?

    영화에 그려진 것은 고바야시 게이끼, 나카시로 다

    츠야, 니와 데츠오를 중심으로 한 오키나와에 있는 제32

    군 사령부와 일본 본토 대본영과의 의견 차이와 그 때문

    에 일어나는 오키나와 전선의 비극이다. 최전선에 있는

    사령부와 이미 본토 결전을 상정하고 오키나와에

    증원부대를보내지않으려는고민. 그차이는이카

    리 켄도우를 중심으로 한 최전선에 있는 넬프의 상황들과 그 넬프

    를 움직이고 있는 조직 제레와의 맞아들

    어가지않는관계를생각나게한다. 또오

    키나와를하나의커다란최전선집합체로

    친다면거기에군인과민간인이동거하고

    있으면서미군에게도전해가는모습은제

    3동경시 상황의 확대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것같다. 또한부상병을독약으로죽

    여버리는 군부의 결정, 그‘전쟁’이라는

    이름아래전력이될수있는자이외에는

    모두 버려버릴 수밖에 없는 전개. 게다가

    그것은‘냉혹한비극’이다. 「에바」의경우

    에는정신적으로도피하는주인공신지와

    부상당한아야나미레이를냉혹하게부리

    는 이카리 켄도우의 존재가 상징하고 있

    크론이었던레이는목숨을내던지는순간원형인이유의기억에사로잡힌다.

    아버지를증오하는신지는아버지에의해에반게리온에태워진다. 그의내향적인성격은투쟁을거치면서변화를겪는다.

    78 KINO May 1997

  • 다. 특히 전력으로서의 인간을 쓰고 버리는 묘사로서 제18화에서

    에바 3호기를 타고 한쪽 다리를 잃어버리는 스즈하라 도지와 에바

    2호기와의 싱크로율이 저하되어 결국 천재 소녀로부터 침대 위의

    폐인이되어버린소류아스카랑글레가인상적이다.

    TV판「에반게리온」이 최후의 사도까지를 쓰러뜨린다는 발전적

    전개를 보여줘가면서, 사실은 이야기를 어딘지 모르게‘붕괴’와

    ‘옥쇄’의방향을향해몰아가고있는것처럼보이는것은오키나와

    결전이 갖고 있는 감각이 작품 속에 새겨넣어져 있기 때문은 아닌

    지?

    ▶긍정론의 선두주자 아즈마

    히로키의비평:가이낙스는 원

    래‘궁극(窮極)의 카피 밴드

    (copy band)’로서 출발했다.

    즉 그들은 출발부터 카피(모

    방)라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나아갔

    다. 그러나90년대에들어서서

    그들은 카피에 싫증을 느끼면

    서도 한편으로는‘오리지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자신들의

    출발점을 간단히 버릴 수가 없는 모순을 심각하게

    느끼기시작한다. 그모순은많은멤버들의탈락이

    라는사태를일으켰고, 결국은밴드의중심멤버인

    오카다 토시오도 가이낙스를 떠나게 된다. 「에바」

    는그런환경속에서무모하게시도된작품인데그

    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에바」에서는 오리지날리

    티를 지향하는 기묘한 전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처음부터자신들의목적이달성불가능하다

    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리이기 때문에 해볼 의의

    가있는것이다. 연주도중에힘이떨어진다면그모습을그대로관

    객에게보여주면되는거다.”시리즈후반에서보여지는작품세계

    의 붕괴, 안노 자신의 자기 붕괴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잘 이해할

    수있을것이다. 카피의마지막의(그러나그렇게때문에얻을수있

    는),카피의필연적좌절로서의오리지날….

    여기서, 쿠마타케가 강조하는 텔레비전판「에바」의 이런 측면,

    안노가라이브감각이라고부르는그비장감은특별히강조할만하

    다. 「에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

    히려작품의내용에관한이야기만하고있다. 예를들자면은유로

    서의 바이러스(문학, 사상), 70년대 특수촬영물로부터의 영향관계

    (서브컬처-비평) 등 무수의 테마가 발전되어져서, 여러 가지 대화

    들이「에바」의 작품세계에 대해 행해지고 있다. 나는 그 열광을 이

    해할 수 있다. 실제로「에바」는 아주 잘 만들어진 아니메였다. ‘네

    번째칠드런’3회분(17-19회)을정점으로하는

    스토리와 연출 구성의 교묘함은 평범한 소설

    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또한 고전적인

    ‘약속(이전까지의 아니메 관습을 사용하

    는)’과 동시대적 아이템(소품 하나도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등

    의)을 무수하게 채워넣은 기본 설정도 아주

    잘만들어진것이었다. 사람들이그런점에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건 그것으

    로서좋다고생각한다. 그러나이작품에관

    해서 생각할 때에는 왠지 그런 관점에

    대해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

    들이그렇게까지빠져드는「에바」의작

    품 세계는 결국 안노 자신에 의해서 버려졌다.

    이 사실의 기괴함(그것은 TV판 최종회의 공

    허함이라고할수있다)을모르는척해서는안된다. 작품내용의훌

    륭함을평가하기때문에더욱우리들은묻지않으면안된다. 왜안

    노는 그렇게 잘 만든 아니메를 붕괴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쿠

    마타케식으로 말해서 안노가 지향했던‘오리지날’이란 어떤 것이

    었는가?

    아야나미레이가어떤식으로혼을획득하는가, 「에바」를구축하

    는 축의 하나는 그 이야기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안노 자신의

    이야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는 카피(모방)였다. 안노

    또한 카피였다. 카피가 어떤 식으로 혼을 획득하는가, 결국「에바」

    는그런얘기였다고할수있다. 아야나미는혼을획득한순간카피

    로 돌아가버린다. ‘눈물’이라는 제목의 슬픈 이야기(23화)는 아마

    도안노자신의초조감의표현일것이다. 카피는혼을직접붙잡을

    수없다. 그러나혼을붙잡을수없다는사실을깨닫는순간, 즉죽

    음을 각오한 순간, 그 일순간만 혼은 아야나미-안노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카피 밴드(모방 그룹)로서 출발한 안노는 그런 식의 역설

    이외에는혼(오리지날)을꿈꿀방법이없는것이다. 「에바」에있어

    서정말로비극적인것은그우회( )인것인다.

    안노 히데아키는 전형적인 80년대형 포스트모더니스트이다. 세

    N E O N G E N E S I S E V A N G E L I O N

    79KINO March 1997

    ‘전투권력자’이카리켄도우에게있어서레이는전력이다할때까지사용되는소모품이다.

  • 대적으로만그런것이아니고방법론적으

    로도그렇다고할수있다. 면밀한시장조

    사, 그리고가치있는과거의작품들의교

    묘한콜라쥬, 다소의아이러니. 그렇기때

    문에 95년 10월부터 96년 3월에 걸친

    「에바」의TV 방영은‘80년대적포스트모

    더니스트가자기자신의집대성을실험하

    고, 결과로서 자신의 방법론을 버릴 수밖

    에 없는 지점에까지

    몰려버렸다’라는 총

    괄의 드라마로서 이

    해할수있을것이다.

    그의 초조감은 아니

    메 장르의 폐쇄라기

    보다는 오히려 다른

    일본의 문화적 상황

    과호응하고있다. 그러나그는아직그사실을

    분석할준비가되어있지않다. 그저지금의시

    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에바」가 결코

    잘 만들어진 아니메 작품, 지식인들이 그것에

    대해서떠드는새로운체제로서머물지않는다

    는 점이다. 「에바」는 문화적-동시대적 사건이

    었다. 일본형 포스트모던(그 전형이 아니메와

    게임이라는사실은의심할여지가없다)의한분기가약간늦게거

    기서종언한것이다. 그것도아주알기쉬운, 말하자면범례적인형

    태로. 우리들은오히려그사실에대해흥분하지않으면안된다. 안

    노는확실히무언가를끝나게했다. (「스튜디오보이스」지)

    ▶부정론의선두주자나가세유의비평: 「신세기에반게리온」은시

    대의 비명이다. 역사라는 이야기가 끝난 후의, 아무리 발버둥쳐봐

    도 과거의 반복이나

    이미 낡아버린 명대

    사밖에 되지 않는 시

    대가 낳은 조용한 절

    망의 소산인 것이다.

    동시대의 공감을 부

    른, 시대에 공유되는

    절망. 그러나 그 절

    망은 공감은 불렀지

    만 세대의 공동성을

    불러일으키지는 않

    는다. 세대의 공동성

    에 의한 시대의 변혁

    이라는 이야기에의

    반발이야말로 절망

    의 커다란 근거이기

    때문에.

    세계를 구한다거

    나 타인을 구한다라

    는 이야기의 허망에

    등을 돌리고, 「에바」

    는 오로지‘나’라는

    존재의 구제 가능성

    을 계속해서 묻는다.

    그러나 독백만으로

    전개되는 그 질문은

    위험한 것이다. ‘힘

    을 내지 않으면, 뭔가 하지 않으면’이라

    고 혼자서 속삭일 때마다 질문의 상대이

    면서 주체인‘나’는 찢겨 부서져간다. 비

    판당한 종막에서의 주인공의 자기 긍정

    은, 원망의표백에지나지않는다. 혼잣말

    의연속이라는제한없는자기폐쇄는또

    다른 절망과 분열, 광기를 낳을 뿐이다.

    「에바」는 우리들을 어디로도 데려가주지

    않는다. 시대의 절망을 비춰내면서, 시대

    의 새로운 전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

    에 있어서도「에바」는 시대를 표상하고

    있다. 「에바」는 우리들을 어디로도 데려

    가주지않는것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특수촬영물과 아니메

    가 있었다. 오타쿠라는 말조차 없었던 시

    대부터, 「울트라 세븐」부터「기동전사 건

    담」으로 이어지는 작품에 빠져서 자랐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프로

    가됐다…. 안노히데아키감독을시작

    으로 하는「에바」스탭은 순수한 오타

    쿠 세대 출신들이다. 선배들에게 있어

    서는 무모하게 느껴지는 모험이었던

    새로운 표현 기법과 작품 테마라는 리

    소스를 자유자재로 이어 붙여서, 그들

    은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오타쿠

    문화로서의 리믹스, 혹은 고전에 대한

    오마쥬로 구성된 장대한‘인용’의 대

    가람( 伽 )…. 그러나 그건

    상투성의 잔혹한 집적( )

    이기도 하다. 지나칠 정도로

    완성되어진오타쿠문화가막

    다른골목에빠져들었다는폐

    쇄상황의상징이기도한것이

    다. 그러나 오타쿠 마켓이라

    는 닫혀진 커뮤니티 속에서

    그러한폐쇄가약속하는바를

    추구하는 자들도 있다. 「에

    바」는 그런 오타쿠 문화의 소

    비자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상품으로서 등장했다. 있을 법하면서

    도없었던, 오타쿠문화의총정리, 에대한오마쥬인설정(매

    주 비밀 기지를 공격해오는 괴수들), 「기동전사 건담」을 연상시키

    는 내성적인 주인공, 의 거신병에 지나지

    않는에바의형태, 세계의종말과구제를둘러싼, 사해문서를시작

    으로 하는 오컬트 매니아를 흥분시키는 수많은 디테일…. 그러나

    또 한 가지, 시리즈 시작 때부터「에바」에게는 주어진 테마가 있었

    다. 일찍이 지적되어 있는 대로, 주인공의 아버지 이카리 켄도우는

    안노 감독과 스탭들의 대선배, 종말 이야기라는 상투적 설정에 의

    문을 품고, 그것과 격투하면서,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구

    도 자체는 굳게 믿

    고 있는 세대의 대

    표선수,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징 이

    외의 아무것도 아

    니다. 한편, 오타쿠

    소비자를 열광시킨

    「에바」의 세계 구

    제의 이야기에 대

    80 KINO May 1997

    제1화사도의공격Angel Attack 제2화낯선천정The Beast 제3화울리지않는전화A Transfer 제4화비, 도망친후Hedgehog’s Dilemma제5화레이, 그마음저쪽에Rei 1제6화결전. 제3동경시Rei 2제7화사람이만든것A Human Work제8화아스카. 내일Asuka Strikes!제9화순간. 마음. 거듭하여Both of You, Dance LikeYou Want to Win! 제10화마그마다이버Magmadiver제11화정지된어둠속에서The Day Tokyo-3 Stood Still 제12화기적의가치는She Said, “Don’t MakeOthers Suffer for YourPersonal Hatred.”제13화사도침입Lilliputian Hitcher제14화제레, 영혼의좌Weaving Astory제15화거짓말과침묵Those woman longed forthe touch of other’s Lips,and thus invited their kisses

    제16화죽음에이르는병. 그리고Splitting of the

    Breast제17화네번째적격자Fourth Children 제18화목숨의선택을Ambivalence제19화사나이의싸움Introjection제20화마음의형태사람의형태Weaving Astory 2: oralstage

    제21화넬프, 탄생He was aware that he wasstill a child 제22화다만인간답게Don’t be. 제23화눈물Rei 3 제24화최후의사자The Beginning and the End,or “Knockin’on Heaven’sDoor”제25화끝나는세계Do you love me?최종회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외쳐댄짐승Take care of yourself.

    에반게리온의적성조정자들은모두한학급에모아져있다.

    「에바」는고전적인‘약속’과동시대적인아이템들로채워져있다.

    TV 시리즈방영리스트

  • 해, 가장중요한주인공신지는전혀관심을보이지않는다. 신지에

    게 있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상은 아버지라는, 혹은 작품 속의

    사령관이라는 지위를 믿고 뻐기는 권력이 들이미는 오만함일 뿐일

    것이다. 이런 세대적인 측면에서 볼때, 자폐적인 주인공에게 공감

    을 품은 팬들은, 대중적작품의 약속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당연히

    아버지 죽이기의 길로 접어들 캐릭터 드라마의 전개에 주목했다.

    그들은 세대적 폐쇄감으로부터의해방과 새로운 희망의 제시를 원

    한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중반부터 이야기는 그러한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탈해갔다. 커다란 이야기의 수준

    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수수께끼들이 무질서하

    게뿌려졌고, 최후에는반드시올카타르시스에대

    한오타쿠소비자들의기

    대를부풀릴만큼부풀려

    놓았다. 거기에는 예정

    조화적인 이야기의 자기

    완결이 아닌, 종말과 구

    제에따라붙는일종의신

    비주의적인해답을기대하는컬트적인매

    니아(오타쿠 소비자와는 다른)가 탄생했

    었다. 안노 감독과 스탭들에게 있어서 이

    러한컬트적인요소는(심오한사상적기반위에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인용의 소재이거나,

    리믹스를 위한 샘플링의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

    러나오타쿠문화의원숙을통해만들어진표현기

    법의뛰어남때문에리믹스작품을교전(敎 )으로

    떠받드는팬이생겨버린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타인을 구제한다

    는기반에등을돌린필연의결과로서의제한없는

    독백으로 인해 성립되는‘자기 구제’의 드라마인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애니메이션적 표현 기법이었다. 마지

    막2화의표현기법은확실히오타쿠일반소비자를당혹하게만드

    는 것이었다. 같은 오타쿠 문화에 속해 있는 듯하면서도 크리에이

    터를 지향하는 스탭들과 소비자에 머문 오타쿠들 사이에는 사실은

    넘을수없는벽이있었던것이다. 그결과가최종2화에따라붙는

    의미없는혼란이었던것이다. 이와같은혼란은마지막부분의신

    지의‘구제’에 얽혀 설득력

    이 없다. 타인의 존재마저

    기피하며자기언급을반복

    하는 선택은‘자기 개조 세

    미나’수준의 안이함을 넘

    어서, 자아의 붕괴 이외의

    그 어떤 것과도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행인지 불행인지, 이러한

    혼란은「에바」에게 상업적

    인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에바」현상은 수

    많은 수수께끼들의 해답을 원하는 목소리

    가 높아짐에 따라서 여태까지의 오타쿠 시

    장을넘어선영역으로퍼졌고, 오타쿠가아

    닌 보통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도‘그

    결론이 맞는 것이다’, ‘제레의 정체는 이것

    이다’, ‘사해 문서( )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라는 토론들을 불러일으킨 것이

    다. 미완이라고밖에는생각되지않기때문

    에, 부서져 있기 때문에 컬트적인 시장을

    확보한 전위적이면서 대중적인 리믹스의

    교전. 「에바」는그야말로모더니즘의이상이지배하던이후시대를

    상징하는듯한사건이었다(「스튜디오보이스」지).

    ▶올7월에에바는보완될것인가? 극장판

    에 대한 평가는 본 사람들마다 다르리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공

    통된느낌은‘당했다’라는말로압축될수있을것이다. ‘죽음’편에

    서TV시리즈의총정리를기대한사람들은혼란과배신감을느꼈을

    것이고, ‘부활’편에서 TV 시리즈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수수께끼

    들의 해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것이

    다. ‘죽음’편은 TV시리즈를 뒤죽박죽으로 섞어놓은 것이었고‘부

    활’편은 아스카가 부활한다는 스토리상의 진전이 있었을 뿐이다.

    즉「에바」의수많은수수께끼는여전히수수께끼인상태이다. 어찌

    되었건TV판에서는끝난이야기가‘부활’이라는형태로새로운전

    개를보여주고있다. 그렇다면충격적이었던TV시리즈의최종회는

    결국 극장판에 의해 부정되는 것일까? 안노 히데아키는 원래 스토

    리의완결성을지향했던것일까? 그렇다면TV 시리즈의최종회는

    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가? 이도저도아니면안노는TV 시리즈와

    는 또 다른 충격적인 결말

    을꾸미고있는것일까? 이

    런 수많은 질문은 그저 질

    문으로만 남는다. 「에바」가

    보완의 길로 갈 것인지, 아

    니면 또 다른 종말의 형태

    를 보여줄 것인지는‘부활

    2’가 발표되는 7월이 되어

    야알수있을것이다.

    글윤승용동경특파원

    81KINO May 1997

    N E O N G E N E S I S E V A N G E L I O N

    「에바」는결국카피(모방)가어떤식으로혼을획득하는가에관한이야기이다.

    시대의절망을비춰내면서시대의새로운전개를제시하지않은다는점에서「에바」는시대를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