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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오리 새끼 Vol.126 2020. September October GOOD-NEWS.OR.KR 삽화: 알을 깨고 나온 노란 새끼 오리들 가운데 털이 하얗고 부리가 까만 새끼 백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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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오리 새끼

Vol.1262020. September October

G O O D - N E W S . O R . K R

삽화: 알을 깨고 나온 노란 새끼 오리들 가운데 털이 하얗고 부리가 까만 새끼 백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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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Theme Prologue 오리가아니어도괜찮아

06 Theme Story 다름마저예쁜,우리가사는마을

10 나의 삶, 나의 보람

시흥의‘봉사대모’이상기씨

14 그 후로 오랫동안

제16회우정선행상장려상수상자

유귀녀씨

18 골목골목 살맛메신저

Contents

등록일자 1999년 4월 19일

등록 신고번호 서초마00080(격월간 비매품)

발행일 2020년 9월 4일

발행인 겸 편집인 백기훈

발행처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 코오롱타워 17층 ‘살맛나는 세상’ 편집실

기획 오수민

구독신청 및 문의 오운문화재단 홈페이지(www.good-news.or.kr)

전화 080-311-3233

편집 및 디자인 주식회사 더블루랩(02-786-9245 bluelab.kr)

인쇄 보명씨앤아이(02-2274-4545)

사진 김태화

표지 일러스트 김윤희

이 책자는 저작권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 배포 등을 금지하며, 이 책자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오운문화재단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Vol.126 2020. September_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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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버킷리스트

1,000시간을행복봉사로채워온

신문숙씨

24 당신이 희망이다

전국해안에서쓰레기줍는

조상희씨

28 코로나19 천사들의 이야기

30 나눔 핫 플레이스

공동체문화를만드는

‘버거데이’

34 청년 봉사 인사이드

대학생연합봉사동아리

‘대학생봉사공동체ON’

38 세상을 밝히는 프로들

30년간집수리봉사해온

정동운씨

42 나초와 팝콘

영화〈프리다의그해여름(Summer1993)〉

44 휴일에 뭐할까

집에서안전하게즐기는온라인전시회

46 착한 기술, 따뜻한 변화

질병을진단하고치료하는

가상현실기술들

48 코오롱 사회공헌 소식

50 빨간 우체통

카카오톡에서도 ‘살맛나는 세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살맛나는�세상

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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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이 다르다고 구박받던 미운 오리 새끼는

나중에 백조가 되고서야 미움에서 벗어납니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아니었다면, 그 구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백조가 아니어도 미움받아선 안됩니다.

진짜 아름다운 사회는 겉모습이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차별 없이 존중받는 사회입니다.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서로 친구가 되고 함께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오리가 아니어도 괜찮아

삽화: 단풍이 진 가을 언덕 위에서 노란 새끼 오리들과 하얀 새끼 백조가 몸을 부비며 즐겁게 놀고 있다.

4 T h e m e P r o l o g u e글 편집실 일러스트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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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마저 예쁜,우리가 사는 마을

누구의 인생사든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누구보다 잘났는지 비교하는

일의 덧없음을 압니다. 애써, 평생 잘난 사람으로 살기 위한 허망함과 외로움을 압니다.

차라리 ‘못난 사람’을 자처하여 함께, 그리고 흥겹게 살아가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압니다.

조정현 작가

2006년 장편소설 『평균대 비행』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 『로빈의 붉은 실내』, 『화려한 경계』, 『바다의 리라』, 『나의 첫사랑 레시피』, 어린이책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마법사의 사계절』, 『특별한 날, 평생 의례 이야기』, 인문 에세이 『동화 넘어 인문학』 등을 썼다.

삽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숲 속에서 갈색의 사슴

세마리와 함께 흰색의 사슴이 서있다.

6 글 조정현 일러스트 김윤희

T h e m e S t o r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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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코쟁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예전에 서양 사람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쟁이’란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어미이니, 코가 유난히 높은 서양인을 놀리는 말이었지요. 하

지만 요즘은 이 단어를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얼굴 가운데 우뚝 자리 잡은 높고 날

렵한 코는 큰돈을 들여서라도 갖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예로부터 좋

은 징조로 대접받았던 ‘백호(白虎)’나 ‘흰 사슴’은 어떤가요? 이런 동물들은 사실 백

색증에 걸린 개체로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심지어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기

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취향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

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렇지만 어느 시대든 미운 것은 박대를 당하고 예쁜 것은 대

접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무리와 눈에 띄게 다른 것은 ‘미운 것’으로 배척당하

기 쉽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마지막 반전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

에서 내내 ‘아기 오리’라고 불리던 새가 끝나기 직전에 ‘백조’로 밝혀지니까요. 출

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아기 오리는 알에서 깨나자마자 ‘밉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다른 아기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죠. 형제자매들보

다 덩치가 크고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못생겼다’고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그 자신

은 물론 어미와 이웃들도 그 아기가 오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아기 오

리는 엄마 오리까지 자신을 미워하자, 둥지를 떠납니다. 자기를 미워하지 않는 곳을

찾아서 말이죠. 이 모험은 ‘내가 누구인가, 즉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모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자기 자신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

람은 나다운 것과 아닌 것에 대해 느낍니다. 누구나 가진 ‘나다움’, 그것을 있는 그대

로 인정하고, 또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수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마치 아기 오리처럼 말이지요.

오리 둥지에서 태어난 백조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오리라 생각합니다. 오

리 마을에서 태어났고, 모두가 오리라고 부르면서 오리로 대했으니까요. 이렇듯 정

체성이란 일차적으로 주위 환경에 의해 규정됩니다. 그렇게 ‘오리’가 된 백조는 다른

오리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구박을 당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미마저 아기 오

“정말 나는 밉게 생겼나봐. 이젠 엄마까지도 날 미워하다니, 어디로든 멀리 달아나야겠다.”

《미운 아기 오리》, 안데르센, 백시종 옮김, 국민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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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사라지기를 바라죠. 아기들은 부모를 배우고 모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데, 아기 오리는 어미에게조차 존재를 부정당하며 자신은 못생겼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큰 상처를 받았을 때 체념한 채 살아가기도 하는데, 아기 오리

는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를 떠나기로 합니다. 어딘가에 자신을 예뻐해 줄 새들이 있

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매번 앞으로 나아가지만, 아기 오리를 환영

해주는 곳은 없습니다. 아기 오리는 언제나 기죽은 채 쫓겨 다니는 처지로 심한 구박

을 당합니다. 그런데도 아기 오리는 멈추지 않죠. 그러다가 마침내 꽝꽝 얼어붙은 호

수에서 얼어 죽을 고비까지 넘기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새봄을 맞이한 아기 오리는 우연히 아름다운 백조들을 보게 됩니다.

너무나 황홀한 자태에 반해버린 오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번역되었지만, 원서에서 아기 오리는 백조들이 자신을 죽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죽더라도 화려하게 생긴 새들 사이로 가보고 싶

다는 생각에 호수 가운데로 헤엄쳐가지요. 그리고 그 호수 속에서 마침내 백조의 모

습을 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죠. 아마도 아기

오리였던 백조는 자신이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행복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백조는 원래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아기 오리는 아름답

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를 원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모와 형제

자매를 비롯한 오리 마을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랐죠. 하지만 어떻게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못생겼다고 손가락질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섰던 것입

니다. 만일 오리 마을에서 아기 오리를 받아들여 주었다면 아기 오리는 위험한 세상

으로 모험을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서로 다르지만 모두 함께 행복하게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파장(罷場)〉 중, 《신경림 시전집 1》, 신경림, 창비, 2004

‘틀림없이 저 새들도 날 미워하겠지.그렇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새 옆에서 한 번이라도 헤엄을 쳐봤으면 좋겠다.’

《미운 아기 오리》, 안데르센, 백시종 옮김, 국민서관

8 T h e m e S t o r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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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罷場)〉은 어느 시골 장이 파하는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해

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 서로 이웃이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막걸리 한

잔하는 자리에 안줏거리는 깎은 참외와 고만고만한 걱정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

니까 외모나 재산 등으로 따지고 보면 꽤나 다른 얼굴들이지만, 시인은 이들을 한데

묶어 ‘못난 놈’이라고 부릅니다. 파장 무렵 목로에 앉은 이들 중 이 부류에 시비를 거

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서로 친숙한 이웃으로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술 한 잔 나눌

수 있는 것이죠. 누구의 인생사든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누구보다 잘났는지 비교하는 일의 덧없음을 압니다. 애써, 그리고 평생 잘난 사람으

로 살기 위한 허망함과 외로움을 압니다. 차라리 ‘못난 사람’을 자처하여 함께 흥겹게

살아가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압니다.

아기 오리도 고향의 어른 오리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다면 둥지를 떠나지 않

았을 것입니다. 우리네 어른들처럼 ‘예쁘다, 예쁘다’ 말해주면서 보듬었다면 불행하

지 않았겠죠. 혹시 나중에 백조가 되었더라도 자신이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여전히 좀 다른 채로 오리 마을에서 흥겹게 살아갔겠죠. 얼마나 다

르게 생겼든 하나같이 ‘예쁜 아기 오리’들과 함께 오리 마을도 더 넉넉하고 흥겨운 마

을이 되었을 것입니다.

삽화: 세 명의 사람이 나란히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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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의 ‘봉사 대모’

이상기 씨하루도 빠짐없이,

어려울수록 신명나게

사진: 이상기 씨가 마스크를 쓰고 열무김치를 도시락 용기에 옮겨 담고 있다.

10 글 박미경 사진 김태화

나 의 삶 , 나 의 보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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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늘 의 반 찬 , 오 늘 의 온 기

그때는 싫었는데 지금은 그리운 것들이 우리 삶엔 있다. 그에게는 ‘어린 날의 국수’가 그

것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의 어머니는 커다란 양은양푼에 국수

를 삶아놓고 대문 앞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먹이곤 했다. 수북하던 면발은 순식간에 동

이 났고, 텅 빈 양푼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박꽃처럼 웃었다. 그는 그게 싫었다. 괜한 일

을 하는 어머니도, 공짜 점심을 먹고 가는 아이들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같

은 일’을 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배고픈 누군가가 안쓰러워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써온

나날. 환하게 피어나던 어머니의 웃음꽃이 그의 얼굴에도 활짝 피어있다.

“반찬 나눔은 97년부터 시작했어요. 그해 시흥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처음엔 한 달

에 두 번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반찬을 나눠드렸어요. 그러다 2002년 ‘나눔자리문

화공동체’라는 봉사단체를 꾸리면서 조금씩이라도 거의 매일 반찬 나눔을 하고 있죠.”

코로나19가 확산된 뒤부터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반찬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웃에

전달 중이다. 어려운 시국엔 어려운 이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기 때문이다. 매일 장을 보

고 매일 새 반찬을 만든다. 배달까지 마치려면 하루 평균 여덟 시간 남짓을 이 일에 쏟

아부어야 하는데도, 산더미 같던 재료가 색색의 반찬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는 날마

다 새롭게 즐겁다. 지난 7월 9일엔 시흥시자원봉사센터의 '따뜻한 봉사자 밥차'를 이용

해,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소외이웃 이백 가정에 반찬을 전달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동

료회원들이 있어 힘든 줄 몰랐던 하루였다. 힘을 주는 건 동료들만이 아니다. 시흥시로

부터 20년 넘게 빌려 쓰고 있는 시흥시체육관 식당에는 반찬 만드는 데 써달라며 제

철 농작물을 보내주는 이웃 농부들이 있다. 얼마 전엔 열무밭을 통째로 후원받아 이백

오십 가정에 갓 담근 열무김치를 제공하기도 했다. 고마운 이들의 착한 도움 덕분에 그

의 나눔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상기(59) 씨는 주변인들로부터 '미쳤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돈 한 푼 되지 않는 일을 직장인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가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루 평균 여덟 시간 남짓의 봉사를 매일 하면서도

힘과 흥이 넘치는 까닭이다. 소외된 어르신들에겐 정성 어린 반찬을, 외로운 청소년들에겐 따뜻한 쉼터를

제공해온 날들. 잡념 없는 노동이, 욕심 없는 나눔이 그를 신나게 한다. 행복해지기가 그는 참 쉽다.

사진: 2011년에

시흥사랑지역아동센터 정서지원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33년총 봉사기간

365일1년 봉사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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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스무 가정부터 많게는 백 가정까지,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정해준 가

정과 개인적으로 알게 된 이웃에게 회원들이 매일 직접 반찬을 배달해드려요.

재료를 집으로 가져가서 함께 반찬을 만들어보는 ‘찾아가는 반찬 나눔’도 매년

다섯 가정씩 하고 있어요. 간 김에 대청소도 해드려요.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거

의 못 하는 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리라 생각해요.”

4년 전부턴 ‘어르신 반찬교실’도 하고 있다. 홀몸어르신 열다섯 분과 한 달에

두 번 시흥시체육관 식당에서 함께 반찬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인데, 어르신들

의 반응이 매우 좋다. 손수 만들어 먹는 즐거움에 이웃과 나눠 먹는 기쁨까지 동

시에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그의 재능이 곳곳에

서 별처럼 반짝인다.

청 소 년 을 나 눔 으 로 이 끄 는 이 유

그의 어머니가 나눔의 정서를 선물한 주인공이라면, 그의 딸은 나눔

의 계기를 선사한 장본인이다. 1987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딸아이

는 몸이 자주 아팠다. 그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충북 음성 꽃동네

로 갔다. 그곳 신부님께 딸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고 싶어서였다. 하지

만 막상 찾아간 그곳에서 그들 가족은 기도 대신 봉사로 방문목적을

바꿨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돌려놨다.

사진: 올해 6월 청소년 포럼 준비를 위한 협약식

사진: 2011년에 시흥시자원봉사센터로부터

받은 명예의 훈장

12 나 의 삶 , 나 의 보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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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첫날부터 요리며 말벗 봉사를 시작해 한 달에 한 번꼴로 그곳에 내려갔다.

여행보다 봉사가 이 가족의 기쁨이었다.

“나눔이 복을 가져다준 걸까요? 딸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해 지금 청년 정책 연

구자로 일해요. 딸아이가 하는 일이 의미 있어 보여 저도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을 땄어요. 자격증을 따자마자 시흥으로 이사를 왔고, 그때부터 시흥의 중·고교

를 돌며 상담봉사를 다녔어요. 그 무렵 반찬 봉사도 시작했으니, 시흥에서 새 인

생이 열린 거예요.”

청소년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마음 둘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그들만의 공간

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앎’으로 설립한 것이 나눔자리문화공동체다.

2002년 설립해 2012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한 나눔자리문화공동체엔 현재

반찬 나눔을 하는 23명의 어른 봉사자와 재능을 기부하는 500여 명의 청년·청

소년 봉사자가 소속돼 있다. 청소년 봉사자들은 인문학, 사진, 요리 등 다양한 동

아리 활동을 통해 각자의 재능을 키우고, 또래상담이나 1:1 선후배 멘토링을 통

해 서로의 정서를 보살핀다. 봉사 활동은 각자의 적성과 재능에 맞게 ‘따로 또 같

이’ 해나간다. 한부모·조손가정 멘토링 학습지도, 지역아동센터 정서 지원 프로

그램, 우리 동네 환경지킴이, 어르신 정서 지원프로그램, 청소년 정책 포럼 경진

대회……. 배움과 나눔을 통해, 멋진 어른으로 함께 성장해간다.

“상처 많던 청소년이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 뒤, 청소년들의 멘토로 돌아오

는 경우가 많아요. 그 친구들이 저한테 그래요. 자신들이 돈을 모아 빌딩을 지을

테니, 월세 내기 벅차더라도 조금만 버텨달라고. 아이들이 멋지게 성장한 모습

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아요.”

부러움도 외로움도 두려움도 그의 것이 아니다. 나눔이 안겨준 즐거움만 그

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 (위) 이웃들과 나눌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다.

(아래) 다문화가정 청소년들과 2013년 3월에

진행한 다문화어울림교실

사진: 지난 7월 9일 시흥시자원봉사센터의

‘따뜻한 사랑의 밥차’를 활용,

200가정에 반찬을 제공했다.

상처 많던 청소년이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 뒤, 청소년들의 멘토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친구들이 저한테 그래요. 자신들이 돈을 모아 빌딩을 지을 테니,

월세 내기 벅차더라도 조금만 버텨달라고. 아이들이 멋지게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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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전화’가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을 못 하겠어요.

생명의전화가 저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를 사람 되게 해

준 고마운 존재예요.” 생명의전화 내담자 사연 같은 이 이야기는 35년간

지도상담원으로 봉사해 온 유귀녀(74) 씨의 고백이다.

봉사로 얻은 삶의 해답

제16회 우정선행상

장려상 수상자 유귀녀 씨

사진: 유귀녀 씨가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14 글 공지애 사진 김태화

그 후 로 오 랫 동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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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도 상담원도 살린

생명의전화

그는 언제나 성실했다. 결혼해 아이 넷을 낳아 키울 때

도 남편 사업을 밤낮없이 도울 때도 친정어머니를 모

시고 시댁 식구를 건사할 때도. 눈앞에 주어진 일은 완

벽하리만치 해내야 마음이 편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

지만 그사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점

점 우울감과 상실감이 몰려왔다. 마음은 벗어나고 싶

지만, 생활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살던 어느 날, 신문에

서 대구생명의전화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를 보았다. 솔

직히 봉사의 의지가 전부는 아니었다. 지금의 자리에

서 살짝 벗어나자는 생각이 자신을 부추긴 것도 사실

이다. 그러나 온전한 일탈은 아니었다. 유귀녀 씨는 자

신이 감당하던 일에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봉

사 시간도 야간으로 신청했다. ‘내가 잠을 좀 덜 자면 된

다.’ 싶어서다. 게다가 35년간 자살 예방 전화상담 봉사

를 해온 내내 단 한 번도 결근이나 조퇴를 한 적 없다.

나에겐 평소와 다름없는 24시간 중 몇 시간이지만, 누

군가에겐 지금 이 시간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우여곡절과 눈물 나는 사연은 사람 살

이에 끼어들기 마련인 손님이잖아요. 서로 달래고 위

로하고 울퉁불퉁하고 힘든 세월을 지혜롭게 이겨내려

고 노력하는 것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봉사 시간은 그에게 오롯이 ‘유귀

녀’로 지낼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상대방의 입

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한다는 것, 삶의 문제

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하나하나 깨우쳐 나갔다. 그에게 봉사는 누군가

에게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고, 에너지를 쏟아부어 주

는 시간 이전에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창구이자 자

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먼지도 털지 않으

면 산이 되듯 고민도 무력감도 쌓아두면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담 교육 역시 마음의 치료제이자 삶

의 활력소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고귀한 인격체라

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

기 전에는 저만 불행한 것 같았는데 상담 교육을 받으

면서 많이 뉘우쳤어요. 상담자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런 노력이 상담은 물론 저

사진: 유귀녀 씨와 대구생명의전화 안수혁 소장

사진: 상담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둔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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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상담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임영민(81) 씨와

가족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

기도 했다. 다섯 단계의 상담사 교육 과정 가운데 최상

위 과정인 '지도자 반'을 수료한 그는 틈틈이 보충수업

을 받고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계명대학교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100회 이상 참여해 그 경험이 전화상

담 봉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대구창의융합교

육원(舊 대구과학교육원) 3개월간의 심화 교육을 받고

대구 몇몇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상담을 하기도 했다.

얼굴 없는 친구로 35년

2016년 우정선행상 장려상을 수상한 유귀녀 씨는 그

후로도 변함없이 전화상담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보

통 상담은 40분 이상을 넘지 않게 되어 있어요. 그런

데 밤에 오는 전화는 이야기가 깊어지고, 심각해지면

매몰차게 끊기가 어려워요. 한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어요. 상담 후 전화를 끊

으면서 ‘고맙다. 도움이 되었다.’는 인사를 들으면 저 스

사진: 유귀녀(필명 유가형) 씨의 에세이 작품

스로에게 격려가 되고 힘을 얻어요.”

전화상담 시 또 하나의 금기사항이 있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등의 결정은 절대 내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담자가 스스

로 선택을 하고 결정하며,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

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또 실제로 내담자 스스로 해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이미 결론을 알고 있

지만 답답한 마음에 확인하고 싶어 연락하기도 해요.”

상담 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할 때가 있는데 몇 년 뒤

에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감사하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

고요. 그러면 봉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부 캐릭터)’라는 트렌

사진: 유귀녀 씨는 2015년 대구생명의전화 개원 30주년을 기

념하는 시화전 및 민화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16 그 후 로 오 랫 동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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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식구들과 소록도로 봉사를 다녀온 뒤 눈에 밟혀

일 년에 한두 번씩 보양식을 대접한 것도 15년이 넘었

다. 충북 음성 꽃동네, 방글라데시 어린이를 후원하는

그는 이미 안구·장기기증 서약을 해두었다. 자신의 정

성과 시간으로 생명을 구한 것처럼 몸으로 생명을 구

하는 일 역시 소중한 실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제가 호스피스교육까지 받

았는데 아직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 못 했어요. 병마와

싸우는 분들 마지막 가는 길에 잘 배웅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주제 전환을 위해 던진 물음이 뫼비우

스의 띠처럼 봉사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럴 수밖에요.

봉사로 제 인생의 해답을 찾았으니까요. 상담을 하면

서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었나?’ 돌아보고 반성하게

돼요. 그동안 내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판단할 기준이

없었는데 상담 봉사를 통해 제 행동의 옳고 그름의 기

준을 세우게 되었어요. 역지사지잖아요.” 칠순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곱디고운 그는 미소를

머금고 얼굴 없는 이웃이, 친구가 되어주러 1평 남짓한

생명의전화 상담실로 들어갔다.

드처럼 유귀녀 씨도 어떤 캐릭터가 ‘본캐’인지 모를 만

큼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2001년 세 곳의 문예지를

통해 시인(필명 유가형)으로 등단해 네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에세이집을 출간했고, 대구생명의전화 개원 30

주년 기념으로 민화전을 열 정도의 실력을 갖춘 민화

작가이기도 하다. 봉사 캐릭터도 꽤 다양하다. 2000

년부터 대구 작가들이 설립한 대구 작가콜로퀴엄 문

학도서관에서 11년간 무보수로 관장직을 역임했고, 친

구들을 독려해 양로원을 찾아다니며 목욕 봉사도 10

년 넘게 했다. 그뿐 아니다. 색소폰 봉사 동호회에 가입

해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 대구광역시 서부노인전문

병원, 대구성보학교에서 연주봉사도 했다. 대구생명의

누구에게나 우여곡절과 눈물 나는 사연은

사람 살이에 끼어들기 마련인 손님이잖아요.

서로 달래고 위로하고 울퉁불퉁하고

힘든 세월을 지혜롭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죠.

사진: 유귀녀 씨와 가족처럼 지내는 생명의전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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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상을 만드는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코로나19 시대의 쓰레기2020년 7월 27일 경기지역 권선미 통신원

며칠째 공용주차장 바닥에 검은색, 흰색 마스크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저도 그냥

지나가며 ‘마스크를 저렇게 아무 데나 버리다니’라고

생각하며 혀만 끌끌 찰 뿐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마스크 버리는 법에 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다 쓴

마스크는 겉면이 안으로 가게 뒤집어서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매일 귀가 후 쓰레기봉투에

마스크를 버리지만, 타인이 쓰고 버린 마스크는 선뜻 치울

생각이 들지 않아 그냥 보기만 한 채 며칠이 지났습니다.

연일 비가 내렸고, 비에 푹 젖어 납작해진 마스크들을

보니 기분까지 좋지 않았습니다. 집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다가 주차장에 그대로 버려져 있던 마스크 두

장을 주워 같이 버렸습니다. 지날 때마다 눈에 거슬리던

것이 없어지니 나름 개운했습니다.

길을 다니면 바닥에 버려진 마스크를 자주 보게 됩니다.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리고 잃어버렸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자주 말이죠. 사람들의 안전과 환경을 위해 마스크는

쓰레기봉투에 올바른 방법으로 잘 버려야 합니다.

S t o r y 1 .

삽화: 마스크를 쓴 여성이 고무장갑을 끼고

바닥에 떨어진 마스크를 주워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다.

18 골 목 골 목 살 맛 메 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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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들의 이야기는 ‘살맛나는 세상’

홈페이지(www.good-nesw.or.kr)에서도

확신하실 수 있습니다.

S t o r y 2 .

눈이 흐릿하니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맞추러

안경원에 갔습니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서니 손님들이 제법 있어 의자에 앉아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둘러보니

차를 드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는 초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이곳 안경원은 버스정류장

건너편이면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데, 사장님이 늘 차와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두어 오가는 주민들이 종종 들러 차도

마시고 땀도 식히고 담소도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 장학금 등을 기부하고 있어

그 취지를 아는 사람들은 안경원에 마련된

기부함에 작은 정성을 보태기도 합니다.

안경테는 든든하니 안경렌즈만 구입하면

되겠다고 하셔서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을

맞추었습니다. 차를 드신 어르신은 비가 좀

잠잠해지자 자리를 떠나셨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초등학생도 인사를 하고 안경원을

나섰습니다. 꼭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구입하러 가지 않더라도 넉넉한 미소로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이 계셔서

안경원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

같습니다. 늘 기쁜 마음으로 차와 아이스크림

채워놓으시는 사장님의 통 큰 배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 동네 사랑방2020년 8월 3일 서울·인천지역 정숙현 통신원

삽화: 안경점 안에 차를 마시는 어르신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초등학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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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선율처럼아름다운 인연 만들어 갈래요

1,000시간을 행복 봉사로 채워온 신문숙 씨

Bucket List하모니카 연주 봉사

사진: 신문숙 씨가 하모니카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글 김지선 사진 김태화

버 킷 리 스 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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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이웃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사람

“아유, 별일도 아닌데….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자기 자랑을 하는 것만 같아 인터뷰는 영 쑥스럽다고 손사래를 치는 신문숙 씨. 70대의 나이

에도 소녀 같은 인상에 친절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 그는 사실 1365자원봉사포털(www.1365.

go.kr)에 등록된 공식적인 자원봉사 시간만 1,000시간에 가까운 베테랑 봉사자다. 결혼 후 30

대부터 시작한 봉사로 서울에 살던 시절에는 매주 저소득층과 홀몸어르신들에게 밑반찬을 배달

하는 등의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해왔고, 5년 전 남편의 은퇴로 충북 음성군으로 귀농을 하게 된 후

에는 음성군자원봉사센터와 인연을 맺고 꾸준히 지역을 위해 하모니카 재능 봉사, 수해복구 봉

사활동, 최근에는 마스크 판매까지 여러 봉사를 마다하지 않고 해왔다.

“서울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는데, 이곳에 오니 봉사할 거리가 많아 좋아요.

젊을 때 배워둔 하모니카 연주로 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곳 충북 음성과의 인연이지 않

나 싶어요.”

여러 활동 중에서도 신문숙 씨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바로 하모니카 재능 봉사다. 직접

봉사단체를 찾고 총무까지 맡으며 활동에 힘을 불어넣은 일이기 때문에 애정이 크기도 하다. 지

금 음성군자원봉사센터에 소속된 하모니카 팀은 아홉 명으로 구성되어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수

요일이면 주변 요양원을 찾아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고향무정', ‘섬

마을 선생님’, ‘시계바늘’, ‘흙에 살리라’ 등을 연주하다 보면, 흥이 나서 춤을 추시는 분도 있고, 노

래를 따라 부르시는 분도 있다. 한껏 좋아해 주시는 모습에 그분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위로

해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더 뿌듯해지곤 한다.

사진: 남편 이찬일 씨와 2019년 2월에 함께 한 부부봉사단 활동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잠시 하모니카를 든 자세를 잡아달라는 요청에 생각지도 않은

‘오빠생각’ 한 곡조가 멋들어지게 흘러나온다. 이웃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

즐겁기만 하다는 그의 대답에 듣는 사람의 마음마저 행복해진다. 봉사 시간 1,000시간을

기록하며 ‘충청북도 5월의 으뜸봉사상'을 받은 신문숙(71)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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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숙 씨가 좋아하는 활동에 수납 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까지 따

서, 음성에 사는 외국인 이주가정, 혼자 사시는 어르신 등의

요청이 있으면 기꺼이 아침부터 밤까지 집안을 정리해 주고

오곤 한다. 남편과 하는 부부봉사단 활동도 활발하다. 복숭아

접과며 사과 수확이며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12쌍의

부부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낮에는 약국의 마스크 판매 일

을 돕고 오후에는 다시 천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일에까지 뛰

어들었다. 인터뷰 전날에는 수해 현장에 가서 진흙으로 가득

한 집안을 쓸고 닦고 하며 땀을 흘렸다고 한다. 2017년에도 큰비로 수해를 당한 충북 괴산군과

청주시, 음성군의 수해복구에 참여했지만, 올해 큰비로 또다시 피해가 커 걱정이라는 말을 전했

다. 말리기 위해 건조대에 널어놓은 봉사활동 조끼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있었다.

건강 허락하는 한 봉사 계속할 터

신문숙 씨의 봉사활동은 늘 바쁘고 바쁘다.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신이 난다. 알음알음 해왔던 봉

사가 1,000시간이나 되었는지는 자신도 잘 몰랐다며, 봉사를 하다 보니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해주고 상도 많이 주신다며 도리어 고마워했다.

처음 봉사를 시작한 것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며 자주 해외로 일을 나간 남편 때문이었다. 다

른 가정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 놓고 보니 육아 외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이유도 컸다. 19살 어린 나이에 회사 생활을 시작해 26살까지 일하고 결혼 후

가정에만 충실하며 열심히 살았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직접 자원봉사센터를 찾아

가 여러 교육을 받았고, 그 배운 것을 다시 봉사를 하는 데 쓰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삶의 큰 활력도 얻게 되었다. 이때 가장 힘이 되어 준 것도 남편이었다. 그동안 봉사 활동

사진: 2019년 10월, 태풍 미탁으로 인한 강원도 수해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신문숙 씨

사진: 2018년 9월,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순회모금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있는 신문숙 씨사진: 2018년에 진행한 요양원 봉사에서 어르신께 마스크팩을 붙여드리고 있다.

버 킷 리 스 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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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갑작스러운 외출도 불사한 부인에게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던 남편은, 음성군으로 온 지

금 든든한 봉사 파트너까지 되어 주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남편과 함께 옥수수를 따러 가기로

했다고 비밀스럽게 털어놓는 신문숙 씨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신문숙 씨는 봉사를 하며 학교나 직장에서는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것들을 느끼고 얻을 수 있

다고 말한다.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흰지팡이의 날*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해서 한 시각장애인

분과 하루를 동행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로소 시각장애인분들의 불편함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이 가진 것들에도 감사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해

봉사 현장에서 다시 한번 감동을 하였다. 수재민들이 자신의 피해 상황도 잊고 봉사자들에게 너

무나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에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피해 현장인 집안을 치웠던 모든 수

고가 말끔히 사라지는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봉사를 하고 오면 몸은 피곤하지만, 신기하게도 마

음만은 늘 편안하다고 전한다.

그는 혹시 나이가 많아서, 가진 것이 없어서 등의 사소한 이유로 봉사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 무조건 봉사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행

복을 찾을 것이라는 확언과 함께 말이다.

신문숙 씨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요양원 하모니카 연주 봉사를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그간 봉사를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큰 만큼 활동을 더 늘려 올해 각 요양

원당 월 1회씩이었던 방문을 내년에는 3회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음성군자원봉사센터에서 전래놀이지도사 과정을 배우

고 있다고도 귀띔해줬다. 무엇보다 그는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

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의 열정 가득하고 행복한 분주함이 계속되기를 감사히 응원해 본다.

사진: 코로나19 공적마스크 판매 지원 봉사에 나선 신문숙 씨

서울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는데,

이곳에 오니 봉사할 거리가

많아 좋아요. 젊을 때 배워둔

하모니카 연주로 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곳

충북 음성과의 인연이지

않나 싶어요.

*흰지팡이의 날: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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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해안에서 쓰레기 줍는

조상희 씨

후손을 위한

한 수고로움

사진: 조상희 씨가 포대를 들고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24 글 공지애 사진 김태화

당 신 이 희 망 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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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주우러 제주도에 가다

우도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제주 하도해수욕장. 바

닷가를 찾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UDT 자원봉사단 바다살

리기 운동본부〉가 쓰여 있는 노란 조끼의 조상희(67) 씨가

포대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있다. 여행객들이 먹고 버린 커

피컵, 맥주캔, 과자봉지, 비닐 등을 묵묵히 담는다. 특히 요

즘은 구멍갈파래가 해안가로 밀려와 쌓이는 바람에 수거

하는 데 큰 애를 먹고 있다. “모래사장으로 떠올라온 파래

를 그냥 두면 쌓이면서 악취가 나요. 더 지나면 썩은 파래

가 진흙같이 새까매지고 모래까지 썩어요. 그래서 빨리 수

거해야 해요.” 조상희 씨는 여행객이 몰리기 몇 달 전부터

제주도에 내려와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바닷가 쓰레

기를 주웠다. 걸린 기간은 4달 5일이며 총 1만 2,352포대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그것도 일손이 부족할 땐 자비

를 들여 일손을 구하기도 했다. 조상희 씨는 제주 사람도

아니고, 제주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제주에 살아보고

싶어 한 달 살이, 일 년 살이를 위해 제주를 찾는 이들이 있

지만 조상희 씨는 일 년 치 집세를 내고 오래된 집을 빌려

놓고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바닷가

로 봉사를 다니는 이유가 있을까.

해마다 발생하는 우리나라 바다 쓰레기는

연간 15만 톤가량. 하지만 수거되는 양은

절반에 불과하다. 그렇게 남겨진 바다

쓰레기는 해양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생태계를 넘어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굳이 수치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바닷가 쓰레기는 이미 오래된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그림

같은 풍경을 기대하며 바닷가를 찾으면서

바닷가 쓰레기에는 눈살만 찌푸리고

지나갈 뿐이다.

사진: 전남 여수 기름유출 사고 때에도 봉사를 나섰던 조상희 씨

사진: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와 파래 등을 수거한 포댓자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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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봉사 터인 바다, 한때 조상희 씨의 일터이자 삶

터였다. 1977년 해군 UDT(해군특수전전단)를 제대한 그는

수중 건설 현장에서 극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폭파작업 베

테랑이었다. 마곡대교, 청담대교, 거가대교 건설현장, 그리

고 천안함 피격 사건 때 선체 인양 작업에도 투입되었다.

그러던 2012년 7월 13일, 경남 통영 수중 터널 공사현장에

서 작업을 하던 중 순식간에 샌드펌프(수중 토사를 퍼 올리

는 펌프)에 오른팔이 빨려 들어가는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

다. 손목 위 6.5cm까지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지속되

는 통증과 정신적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근육과 인대가 찢

긴 경우 그 통증이 평생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3개월간의 고통스런 병원 생활 동안 그는 환하게 웃으

며 환자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눈길이 쏠렸다. 웃을 일

이 생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상희 씨는 고통을 잊기 위해, 웃을 일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퇴원 후 20일 만에 봉사를

시작했다. 병원 안내봉사와 무료급식소 봉사 등 다양한 봉

사를 했고, 2014년 2월에는 부산에서 바다를 살리자는 뜻

을 같이 한 지인들과 〈UDT 자원봉사단 바다살리기 운동

본부〉를 설립했다.

사진: (위) 다양한 지역에서 다수의 표창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아래) 쓰레기를 수거할 포대를 직접 챙겨 다닌다.

사진: 2019년 10월, 태풍 미탁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되었던 경북 울진군

매화면 오산리에서 회원들과 함께

35년 잠수부로 살았으니 해안가를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봉사를 하는 것뿐이에요. 게다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쓰레기를 주우러 바위를 오르내리다 보면

통증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요. 누구나 선뜻 나서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나 하나 수고로

많은 사람이 쾌적하고 깨끗한 바닷가를 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있나요.

26 당 신 이 희 망 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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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의 수고로 많은 사람 누릴 수 있다면

사실 처음부터 봉사단을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무료급식

소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던 중 그를 혐오스럽게 쳐다보며

입에 담기도 싫은 비아냥거림을 하는 사람들을 본 후였다.

3년간 거의 매일 부산 바닷가에 나가 청소를 했다. 바닷가

주변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물론이다. 2016년부터는 홀

로 전국 해안 청소 투어에 나섰다. 그렇게 6년간 남해안, 동

해안, 서해안, 제주도를 돌며 여태껏 수거한 쓰레기가 총

35,625포대(7월 말 기준)이다. 봉사 시간도 1만 3천 시간을

훌쩍 넘어 자원봉사 명예장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대한민

국 신지식인 인증식에서 사회공헌대상까지 받았다.

바닷가 쓰레기를 몇백 포대에 묶어 모아두면 각 관할 행

정복지센터로부터 “우리가 할 일인데 여기까지 와서 봉사

해주시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쓰레기더미를 어떻게 처리할 거냐"며 담당 공무원으

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이 더 많다.

사진: 해변 곳곳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다.

“35년 잠수부로 살았으니 해안가를 누구보다 잘 알잖아

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봉사를 하는 것뿐이에요. 게다

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쓰레기를 주우러 바위를 오르내리

다 보면 통증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요. 누구나 선뜻 나

서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나 하나 수고로 많은 사람이

쾌적하고 깨끗한 바닷가를 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

람 있는 일이 있나요.”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포대 등을

후원하겠다는 분들이 생겼다. 하지만 물질적 지원보다 더

반가운 것은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봉

사 활동에 대한 단상을 SNS에 올리면서 각 지역 봉사자들

과 연결이 되어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요즘도 통증으로 하루 두세 시간 밖에 잠을 못 이루지만

진통제나 수면제에 의지하지 않고 견뎌낸다. 그런 쓰라린

상처를 준 바다이지만 봉사를 통해 잠시나마 통증을 잊고

다닐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는 조상희 씨. 걸을 수 있는

날까지 쓰레기 줍는 일을 계속할 거라고 말하는 그에게 봉

사는 특별한 일상이자 행복한 수고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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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천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광주사랑나눔공동체

#아름다운_세상_

만들기

글 주재환(광주 북구)

‘광주사랑나눔공동체’는 사랑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가 187명이 함께 운영 중인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코로나19

로 인해 많이 힘든 시기에, 단체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

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웃들에게 희망의 비타민을 선물

하고, 생활 방역 활동, 휴대용 살균 소독수 분무기 제작 및 배포, 식

품 등으로 구성된 키트 제작, 반찬 나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

다. 활동가들은 월 회비 2만 원씩을 모아 활동비로 활용하고, 공모

사업에 선정이 되면 그 지원금으로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도움을 드릴 대상자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장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의 기회를 드려야 한다

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통장님들이나 이웃 주민

들, 행정복지센터에서 추천을 받아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특

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마을 주민분들도 방역 활동

에 동참하기를 희망하시며, 언제 방역 활동을 하는지 물어보시곤

합니다. 가장 많이 여쭈어보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요 소독약 사

람에게 문제가 되는 것 아니여?” 그러면 저희는 “네, 전혀요. 인체에

무해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방역 소독제

는 무독성 살균 소독제로 인체 및 환경에 영향이 없고 살균 작용 후

100% 자연 분해되어 물 형태로 남는 약품이랍니다. 광주사랑나눔

공동체는 힘든 시기 사랑과 나눔을 더해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달려갈 예정입니다.

지난호를 통해 공모한 ‘코로나19

천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에

참여해주신 독자들의 사연 중

두 건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삽화: 자원봉사자들이 살균 소독수를

뿌리고, 선물 상자를 들고 있다.

28 코 로 나 1 9 천 사 들 의 이 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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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취약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돕기

위해 전국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온라인 재능기부단체 ‘코로나헬

퍼’를 알리고 싶습니다. 코로나헬퍼는 단원 모집 8일 만에 40명이 온라인

으로 모였습니다.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이 되며 사회가 공

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취약계층분들은 복지

서비스 중단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개발팀, 조사팀, 제작팀, 홍보팀

총 네 개 팀으로 구성하여 카드뉴스와 영상 콘텐츠로 대중에게 어려움을

알리고 모금기관과 연결하여 기부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한국청소년활

동진흥원 혁신리더 1기, 청년사회활동가 등의 청년들이 참여했습니다. 청

년들도 사회문제를 찾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6개월여의 활동 마지막 프로젝트로 텀블러 굿즈 판

매 수익금 기부를 진행합니다. 펀딩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금된 금액은

위기가정에 긴급생계지원금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기부금을 전달할 가

정은 어머니가 10년째 암 투병 중 재발하였는데, 수술 실패로 인해서 시각

을 잃었고, 아드님은 요식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실패를 겪어 수입

이 없는 위기가정입니다.

코로나헬퍼는 진정한 봉사활동이 무엇인지 알리고자 합니다. 그저 눈

에 보이는 성과인 봉사활동 실적 인증 없이 6개월이라는 시간을 진정성

만으로 참여했습니다. 자체적인 코딩을 통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SNS를 활용하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널리 알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까지 1만 명, 하루에도 꾸준히 50명씩 방문하는 코로나 복지 콘텐츠 플랫

폼이 되었습니다.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는 밀폐된 시설 방

문 자제를 통해 본인, 가족, 사회도 지키자는 챌린지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

였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로 활동을 하면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

지만 모두 뭉쳐서 활동했던 시간들이라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코로나헬

퍼의 활동은 마무리가 되지만 활동이 좋은 예시가 되어 청년들이 사회문

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75%

36.8

36.8

#온라인_

재능기부단체

#코로나헬퍼

글 오병호(강원 원주시)

이 외에도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삽화: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그 주변으로 체온계와 마스크,

소독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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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간이든 공간에는 저마다의 힘이 있다. 저마다의 주제를 바탕으로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거데이’는 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아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가며 더 넓은 곳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초록색 간판이 눈에 띄는 버거데이 전경

30 글 정선우 사진 김태화

나 눔 핫 플 레 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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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

2014년 6월, 대구광역시 수성구 매호동에 문을 연 버거데

이는 개점과 동시에 미리내 운동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미리내 운동이란 자신의 식사비를 지불하면서 이

웃을 위한 식사비를 미리 지불하는 기부 방식이다. 사실 나

눔을 실천하는 가게는 많이 있지만, 버거데이처럼 개점과

동시에 나눔을 실천하는 곳은 많지 않다.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를 보면서 참

좋은 활동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게를 열게 되면 그런 나

눔 활동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미리

내 운동이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개점 전부터 미리

내 가게로 방향을 정하게 되었고, 개점과 동시에 미리내 운

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버거데이에서 미리내를 실천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째는 자신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웃의 밥값을 미리 내고

편지를 써서 벽에 붙이는 방식이다. 매장 한쪽 벽면에 빼곡

하게 붙어 있는 미리내 카드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선생님

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학생에게, 전업주부로 우울

증을 겪는 아빠가 또 다른 전업주부 아빠에게, 초등학생이

환경미화원 아저씨에게, 어려움을 겪는 무명의 이웃에게

등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이유로 기부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며 더불어 우리의 이웃들이 얼마나 선한 마음으로 따뜻

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둘째

는 가게에 마련된 미리내 기부함을 통해 손님들이 밥값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대표인 권영기(51) 씨가 한 달에 한 번

씩 도서낭독 봉사활동을 가는 밀알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남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장애인들을 위한 간식비로 사

용하거나, 센터의 장애인들과 선생님들을 가게로 직접 모

셔 식사 나눔을 할 때 사용한다.

버거데이의 나눔은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빛을 발했다.

올해 3월, 대구광역시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전국의 의료진들이 의료봉사를 위해 대구를 찾았다. 열악

사진: 미리내 기부함에 기부된 돈은 장애인들을 위해 쓰인다.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버거데이’

즐거움을 요리하고, 행복을 함께 누리는 곳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 두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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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경 속에서 대구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

는 의료진들을 위해 버거데이가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타지의 의료진들이 대구로 온다는 기사를 접했던 날,

현재 대구에 살고 있는 내가 그리고 버거데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고민

을 했어요. 그러던 찰나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

어요. 미리내 가게인 버거데이가 의료진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하겠다고요.”

그 길로 버거데이는 코로나19 의료진들을 위한 도시락

을 만들기 시작했고, 영남대학교 의료원에 200개의 도시

락을 전했다. 버거데이의 선행은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대

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버거데이로

후원금을 보내주었다. 대량의 도시락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버거데이가 지닌 나눔의 의지와 많

은 사람들의 응원이 더해져 수성구보건소, 계명대학교 대

구동산병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급식소

운영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과 결식아동

등에게 총 1,002개의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음식을 파는 곳에서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버거데이 대표 권영기 씨는 손님들에게 ‘사장님’이라는 호

칭보다는 ‘만나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만나 선생

님은 ‘만남과 나눔을 음식에 녹여내는 선생님’이라는 뜻으

로 과거 유치원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권영기 씨의 특별한

경험이 깃들어 있는 별칭이라 할 수 있다.

“제가 근무했던 유치원에는 한 반에 한 명씩 자폐 아동

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통합교육을 하는 곳이 많지만, 90

년대였던 당시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죠. 장애아동들에 대

한 관심이 많았던 저는 자폐 아동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특

수교육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고, 그 후로 요

리를 시작하면서는 요리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어

요.”

버거데이에는 권영기 씨 외에 한 명의 직원이 더 있다.

자폐성장애 2급의 최병준(25) 씨다. 그는 최병준 씨가 고등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첫 인연을 맺었다.

“병준이가 고3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께서 저에게 걱정

이 된다며 고민을 털어놓으셨어요. 직업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제가 병준이

에게 먼저 ‘선생님이 아동센터에 배달을 가야 하는데, 병준

이가 도와주겠니?’하고 물었죠. 그렇게 병준이는 버거데이

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병준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알려주었고 그렇게 저와 함께

일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네요.”

버거데이는 ‘장애인의 달’인 4월이면 장애인 인식개선

나 눔 핫 플 레 이 스

사진: 손님들이 적은 미리내 카드가 벽면에 빼곡히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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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h e P i c k e r

주 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천을로 117

운영시간 월~토 11:00~19:00

연 락 처 053-794-5794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수제버거

버거데이

사진: (위) 미리내 가게를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모아온 미리내 카드들

(아래) 장애인 인식개선캠페인에 손님들이 작성한 인식개선 카드들

캠페인을 진행한다.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되는

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알아가는 시간들이다. 특히 ‘세

계자폐증인식의 날’인 4월 2일과 ‘장애인의 날’인 4월 20

일 전후 3일가량은 인식개선 카드를 만드는 손님에게 쿠

키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버거데이에는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버거데이’라는 특

별한 슬로건이 있다. 아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이

르기까지 모든 손님들이 버거데이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

이라는 유대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버거데이의 공

동체 철학과 나눔에 대한 진심은 손님들에게도 전해져 ‘만

나데이봉사단’이라는 또 하나의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권

영기 씨는 버거데이 손님들과 함께 봉사단을 만들어 장애

인들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기도 하고, 장애인들을 초대해

함께 산책을 하는 등 나눔을 통해 삶의 가치를 함께 느껴

나가고 있다.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나눔을 행하는 버거데이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그

러나 권영기 씨는 버거데이의 선행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훗날 두 배로 선한 일들을 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버거데이

가 만들어 가는 공동체는 단순히 현재에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버거데이를 통해 나눔의 가치와 공동체의 소중함

을 배운 손님들이 모두가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버거데이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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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젊음,세상을 향한 따뜻한 에너지

청 년 봉 사 인 사 이 드

글 정선우 사진 대학생봉사공동체ON 제공

대학생 연합봉사동아리

‘대학생봉사공동체ON’

사진: 2019년 8월에 진행한 신입기수 캠프에서 22기 지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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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어울리는 청년들

언제부턴가 대학이라는 곳은 ‘로망’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졌다. 더 좋은 곳에 취업

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대학 생활의 로망’은 ‘대학 생활의 현실’

이라는 말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대학생봉사공동체ON’은 이렇듯 삭막한 현실에 반기

를 들며 봉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진짜 대학생’이 되

고자 2009년에 창단하였다.

“‘대학생봉사공동체ON’은 ‘깨어있는 젊음, 세상을 향한 따뜻한 에너지’라는 슬로건

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ON(온)’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요, 먼저 ‘켜

다’의 의미인 영어 ‘On’으로 ‘깨어있는 젊음’을, ‘모든’을 의미하는 ‘온’으로 ‘온 세상을 향

한’을, 따뜻하다는 뜻의 한자 ‘온(溫)’으로 ‘따뜻한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깨어있는 젊음으로 온 세상을 향해 따뜻한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는 ‘대학생봉사공

동체ON’은 연합봉사동아리인 만큼 다양한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활

동 지역 또한 서울 전역과 경기도, 대전광역시로 넓은 편이며, 지부원이 가장 많은 서

울·수도권의 경우에는 동부(광진구, 강동구, 송파구, 강남구, 성동구, 서초구, 경기도 성

남시, 용인시, 하남시), 서부(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종로구, 중구, 경기도 고

양시), 남부(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경기도 부천시, 인천광

역시), 북부(중랑구, 동대문구, 성북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경기도 남양주, 의정부)

로 세분화하고 있다.

“‘대학생봉사공동체ON’은 지역별로 총 여섯 개의 지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지

부마다 지부장을 비롯한 운영진들이 있어 봉사활동을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한 명의 중앙위원장과 여섯 명의 지부장, 홍보부장, 총무 등 여덟 명이 중앙운영위원회

를 구성하여 모든 지부원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캠프, 농촌 봉사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부원 수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활동하는 23기를 기준으

로 총 246명이며, 지부별로는 서울 동부지부 24명, 서부지부 41명, 남부지부 46명, 북

부지부 41명, 경기지부 51명, 대전지부 43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마다의 색채로 인생을

채색해 나아가는 시기인

젊음. 삶의 무게와 방향을

정하는 시기이기에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기라고 여겨진다. 여기,

자신들에게 주어진 젊음의

가치와 그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다.

젊음의 에너지로 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대학생봉사공동체ON’이

그렇다.

사진: 좌) 지난 4월 서울 남부지부가 사단법인

참좋은친구들에서 무료급식 배식 전에 마스크를 나누어주고 있다.

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면마스크 만들기

봉사에 참여한 지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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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년 봉 사 인 사 이 드

각 지부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봉사활동의 종류와 봉사처, 봉사 빈도 또한 서

로 다르지만, 대체로 정기봉사활동은 월 1~2회가량 진행되며 비정기적인 봉사는 수시

로 실천하고 있다. 먼저 서울 동부지부는 무지개빛청개구리지역아동센터에서 청소년

들이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 정보, 학

습지도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서부지부에서는 장애아동시설 승가원에서 중증

지체 장애아동을 위한 식사, 목욕, 말벗 봉사를, 미혼한부모생활시설 애란원에서 상담,

교육 봉사 등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 및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 남

부지부에서는 아동양육시설인 시온원에서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 운영을, 한울지역아

동센터에서 아동·청소년들에게 체육, 미술 및 체험학습 기회 제공을, 목동종합사회복

지관에서 치매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술 봉사를 진행한다.

서울 북부지부는 신내노인요양원에서 치매 및 정신질환 등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술 프로그램 진행, 동천일리하우스에서는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

들과 산책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경기지부에서는 수원시에 위치한 아동양육시

설 경동원을 찾아 아이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안산시에 위치한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질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꿈꾸는느림보‘에서 발달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육, 미술, 체험학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전지부에서는 노

인의료복지시설인 예사랑실버케어에서 어르신들의 활동보조와 환경정리를, 생명종

합사회복지관에서 무료급식 배식과 기타 복지관 행사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눔의 가치를 배워가는 값진 경험들

중앙운영위원장을 맡은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3학년 천이흔(23) 씨는 ‘봉사란 따뜻

함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미혼한부모시설인 애란원에서 했던 탁아봉사가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미혼모

분들이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놀이공원에 보내드리고, 그 시간 동안 저희가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진행했을 때 일이었어요. 저는 그때 12개월 된 아이를 맡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낯을 가리면서 제게 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관심을 보이며 놀

아주다 보니 아이가 제게 과자를 나누어줄 만큼 마음을 열어주었어요. 그렇게 봉사가

사진: 좌) 2019년 7월, 경기도 연천군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 2019년 9월, 충청남도 홍성에서 진행한

농촌 봉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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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고,

봉사가 주는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끝날 때가 되니 아이와 더 친해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커졌고, 아이 어머니께서 아이

를 돌봐주셔서 매우 감사하다며 진심 어린 인사를 해주셨죠. 그때 제 마음도 따뜻해지

는 것을 느꼈고, 봉사가 주는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대학생봉사공동체ON’은 1년에 총 두 차례 상·하반기로 나누어 신규

기수 지부원을 모집한다. 1월과 7월에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

니티에 공고를 올린 뒤 지원서를 받아 2월과 8월에 면접을 시행하는 방

식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신규 기수

모집 없이 기존 지부원들이 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코로나19 감염자가 비교적 적은

대전지부의 경우에만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각 지부의 정기적인 봉사뿐만 아니라 농촌 봉사활동 등과

같은 단체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하반기에도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

는 확신이 없고, 무리하게 신규 기수를 모집한다면 그것 또한 신입 지부원들에게 피

해를 주는 것으로 판단해서 하반기에는 신규 모집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부원들 사이에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각 지부

에서 비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365 자원봉사포털이나 VMS(사회

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등에서 봉사처를 찾고, 실제로 봉사가 가능한지 여쭈어본 후

에 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마스크 만들기, 배식 봉사, 유기견보호소 봉사 등

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봉사를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모였지만, 그 봉사를 통해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를 배워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대학생봉사공동체ON’. 젊음이 지

닌 가치를 더욱 값지게 이용하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세상이 오늘보다 내일 더 따뜻

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 1) 3월 23일 서울 서부지부가 청량리 밥퍼운동나눔본부에서 배식 봉사를 진행했다.

2) 2019년 9월, 신내노인요양원에서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 2019년 10월, 한울지역아동센터에서 미술 체험활동 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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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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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익힌 기술로

타인의 삶을 복구하다

30년간

집수리 봉사해온

정동운 씨

사진: 정동운 씨가 벤치에

걸터앉아 밝게 웃고 있다.

38 글 박미경 사진 김태화

세 상 을 밝 히 는 프 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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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茫然自失). 이 말의 뜻을

정동운(60) 씨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안다. 갑작스런 재난에

넋을 잃은 얼굴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재해지역을

찾아가 집수리 봉사를 처음 한

것은 1990년 즈음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알 만한 거의

모든 재난 현장엔 그가 있었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그는 그때도

목수로 일하고 싶다. 타인의

무너진 삶터를 복구하는 일을

주저 없이 또 하고 싶다.

사진: 2018년 태풍 콩레이 때 침수피해복구

봉사 활동 현장에서 정동운 씨

사진: 정동운 씨는 2017년 11·15 지진 대응 유공

정부포상 수여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재난 현장 어디라도 생업 접고 그 즉시

누군가 막막한 상황에 처하면 그의 가슴은 이내 먹먹해진다. 타고난 건 아니다.

젊은 날엔 그도 자기 앞만 바라보느라 옆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랬던 그가

주위를 돌아보게 된 건 80년대 중반 지인 부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뒤

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만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둘이 살기에 적

합한 집을 마련해주고, 그들을 보살펴줄 교회 목사를 연결해줬다. 눈앞이 캄캄

한 누군가에게 손전등 하나 내밀어주는 일. 앞으로도 그 일을 하며 살아가자 마

음먹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90년경의 일이에요. TV 뉴스에 태풍으로 수해를 입

은 어느 마을 소식이 나왔어요. 그때가 추석 무렵이었거든요. 크게 상심한 어르

신들의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내가 조금 수고하면 저분들

의 아픔이 조금 가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수리에 필요한 자재며 부품을 마련

해 곧바로 그 마을에 내려갔죠.”

일주일쯤 그곳에 머물면서, 형편없이 망가진 문짝이며 지붕이며 보일러를 손

봤다. 가을이었으니 목수로선 성수기일 때였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보다 남을

돕는 일이 더 기쁘다는 걸 그 일주일 동안 알게 됐다. 이후 나라에 큰 재난이 닥

쳐오면 그는 그 즉시 생업을 접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2002년 태풍 루사 땐 강

원도 속초와 양양에서 보름 동안, 2003년 태풍 매미 땐 경남 고성군에서 20일

간 집수리 봉사를 했다. 루사 땐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매미 땐 배들이 지붕 위

로 날아간 참담함을 지켜봤다. 재난 현장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결코 익숙해지

지 않았다.

R e l i e fD i s a s t e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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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지난해 12월 젊은 목수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을 펼치는 실습 현장에서

회원들과 함께

아래) 전국 인테리어 목수연합회가 받은

표창장과 감사패

사진: 지난해 홀몸어르신 가정

환경개선 봉사활동 현장에서 회원들과 함께

“봉사를 거듭하면서 나름의 원칙이 생겼어요. 기왕이면 오지마을부터 가요. 그중에

서도 장애인이나 소년소녀가장, 홀몸어르신이 많은 동네에 먼저 가죠. 어려운 형편임

에도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이 계시면 그 집을 가장 먼저 수리해드려

요.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이 훨씬 크기 때문이에요.”

함께하면 커지는 봉사의 마법

지난 몇 년간은 경북지역에 재난이 잦았다.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경주와 포항에서

엄청난 지진피해를 입었고, 2018년엔 영덕에서 태풍 콩레이로 인해 피해를 크게 입었

다. 어김없이 달려가 변함없이 집수리 봉사를 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혼자가

아닌 ‘함께’였다는 것. 늘 홀로 재난현장을 찾았던 그는 어느 날 동료 목수들과 힘을 합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4년 전국 인테리어 목수연합회

를 설립했다. 그 생각이 옳았음을 이내 알게 됐다.

“협회를 설립한 뒤로 취약계층 집수리를 함께하고 있어요. 행정복지센터나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요.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봉사를 해요. 전국에서 물난리를 겪

은 이번 달엔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2019년 9월엔 전국 인테리어 목수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전국 인테리어 목수 사회적

협동조합 꾸려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기업을 비롯한 여러 단체와 협약

을 맺고, 더 크고 더 넓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회원이 1,300여 명에 이르

는 이 협동조합에서 그는 수석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나눔의 힘이 커지는 걸 피부로 느

끼면서, 더 일찍 함께할 걸 그랬다고 이따금 생각한다.

“지난 2월 인천 남동구자원봉사센터와 협약을 맺고, 지난 5월 남동구의 한 아

파트 경로당을 리모델링했어요. 어르신들이 낮 시간을 함께 보내시는 곳인데,

경로당이 지하라 물도 줄줄 새고 곰팡이도 엄청 피었더라고요. 50여 명 회원이

8일 동안 그 공간을 전혀 새로운 곳으로 만들어드렸어요.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

아하셨는지 몰라요.”

어린 날부터 목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십대에 이미 그 꿈을 이뤘다. 홀로 상경

해 구두닦이를 하던 중 운 좋게 전통 한옥 목수와 인연이 닿았다. 그 밑에서 허드

렛일을 하며 전통 한옥 짓는 법을 배웠다. 이후 고가구 공장이며 문짝 짜는 집, 보

일러 놓는 집 등에 옮겨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집의 어떤 부분이 망가져도 모두

고칠 수 있는 능력이 그렇게 생겨났다.

40 40 세 상 을 밝 히 는 프 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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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홀몸어르신 가정에서 환경개선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정동운 씨

평생을 했는데도 목수만큼 좋은 직업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기술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평생을 했는데도 목수만큼 좋은 직업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기술로 누

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자기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는 젊은 목수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전통의

맥이 끊기는 게 못내 안타까운 까닭이다. 협동조합에서 추진하는 ‘젊은 목수 양

성을 위한 교육 사업’은 현재 1기 교육생을 뽑아놓은 상태다.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 동료회원들과 함께, 목수의 기술과 태도를 다음 세대에게 원 없이 전수해

줄 생각이다.

“재난 현장에 가면 차에서 쪽잠을 자요. 씻는 건 엄두도 낼 수 없고, 식사는 줄

곧 컵라면으로 때우죠. 하지만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무너졌

던 삶터가 조금씩 복구되는 게 너무 벅차고 보람되거든요. 중독이라고밖에 표현

할 길이 없어요.”

중독이란 ‘그것’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꼼짝없이 봉사에 묶여

버린 그가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있다.

R e c o v e r y

41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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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 외화번역가, 작가

‘반지의 제왕’, ‘슈렉’,

‘쿵푸팬더’ 시리즈 등 50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번역했고 《독보적 영어 책》과

《똑똑한 식스팩》 등 14권의

책을 지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위촉 문화예술명예교사로

활동 중이다.

“엄마에게 전화해봐.” 안나가 프리다에게 수화기를 건넵니다. 받아든

프리다는 아무 번호나 꾹꾹 누르곤 한참 동안 입술을 떼지 못합니다.

여차하면 와락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입니다.

여섯 살 스페인 소녀 프리다는 고아입니다. 최근 엄마와 아빠가 다

하늘나라에 갔거든요. 소녀는 바르셀로나의 도시에 살았는데 지금은

카탈로니아의 외딴 시골 마을에 와있습니다. 네 살배기 딸이 있는 외

삼촌네가 거두어준 겁니다. 딸 이름이 안나입니다.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사랑이 깃드는 곳. 행복한 추억이 자라나

는 곳.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그곳이 집이다(Home is where love

resides, happy memories grow, and laughter never ends).’

사랑과 행복한 추억과 웃음까지 다 바르셀로나 집에 두고 떠나왔

기 때문에 아이는 외롭습니다. 모든 게 낯선 시골에서 적응하려고 애

써보지만 프리다에게 지금 제일 우선인 것은 갑작스레 덮친 밀물의

슬픔이 썰물이 돼 떠나가게끔 치유를 받는 겁니다.

“여보, 애가 버릇이 없어 보여.” 외숙모와 외삼촌은 안 들리게 대

화하려고 주의하지만, 프리다는 이런 말이 이젠 더 잘 들립니다. 옛

날 영어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작은 물병은 큰 귀가 있다(Little

pitchers have big ears).’ 사람 귀 모양의 큰 손잡이가 달린 작은 물

병이 떠오르지 않는지요. 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른의 말

을 훨씬 잘 엿듣고 잘 이해하지요.

외톨이가 된 거 같을 때 프리다는 반항합니다. 안나와 둘이 숲속에

들어갔다가 혼자만 몰래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안나가 팔을

영원히 안기고픈 품, 가족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

(Summer 1993)〉

Summer 1993

사진: 프리다와 안나가 마주앉아

놀이를 하고 있다.

42 글 이미도 이미지 (주)엔케이컨텐츠

나 초 와 팝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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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깃드는 곳. 행복한 추억이 자라나는 곳.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그곳이 집이다(Home is where love resides, happy memo-ries grow, and laughter never ends)

여긴

아무

도 날

사랑

하지

않아

(No on

e loves me h

ere)

다쳐 깁스하게 됐는데도 시침 뗍니다. 그렇게 프리다는 미운 오리 새

끼가 돼갑니다.

칭찬에 목마르고 사랑이 고플 땐 남의 공을 자기 공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안나가 상추를 따오면 자기가 딴 것처럼 해 외숙모에게 갖다

준다든가 몰래 이웃 농장 꽃을 따 꽃다발을 만들어선 외숙모에게 선

물하는 식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이모들이 프리다를 보러온 날 프리다는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떼쓰며 반항합니다. 떠나는 차의 꽁무니를 따라

뛰다가 멈춰선 프리다가 결심하는군요. 몰래 떠나기로.

“여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No one loves me here).” 자다

가 깬 안나가 “어디 가?” 하고 묻자 프리다가 한 대답입니다. “난 언니

를 사랑해(I love you).” 안나의 이 말에 프리다가 자기 인형을 선물

합니다. 그동안 안나에게 절대 못 만지게 했던 인형입니다. 멀리 못가

발길을 돌리는 프리다. 돌아온 이 소녀가 집 곁 어둠 속에서 쫑긋한 귀

로 듣고 있습니다. ‘프리다’를 애타게 찾고 있는 외삼촌과 외숙모의 목

소리를…….

끝부분에서 프리다는 처음으로 외삼촌 가족 앞에서 서럽게 웁니다.

그간의 슬픔을 썰물처럼 밀어내는 울음입니다. 외삼촌 가족이 프리다

를 부둥켜 품습니다. 그렇게 프리다는 사랑과 행복한 추억과 웃음으로

가득한 새집에서 한 가족이 됩니다.

집은 언제라도 돌아가 안기고픈 큰 보금자리이고, 영원토록 안기고

픈 가슴이 있다면 그건 사랑하는 가족의 큰 품이지요. 이 둘을 다 가진

다면 그거야말로 진정 큰 축복이겠고요. 이 메시지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꽃다발일 것만 같군요.

스페인 드라마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원제목이 ‘Estiu 1993’입니

다. 영어 제목은 ‘Summer 1993’. 프리다는 이 작품을 만든 까를라

시몬 감독 자신입니다. 이 자전적 극영화로 그녀가 데뷔했습니다.

사진: 프리다가 아기 인형을 안고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프리다가 외삼촌 어깨 위에 목마를

타고 외숙모와 함께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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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온라인 전시회

문화예술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안식처가 되어주곤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더 문화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인해 대다수의 문화예술시설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지만, 집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전시회가 있으니

이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아보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한 곳에서 살

펴볼 수 있는 곳으로, 40만 여 점의 전시물을 소장한 세계에

서 여섯 번째로 큰 박물관이다.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

해 박물관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온라인 전시관을 통해

내실 있는 상설전시와 흥미로운 특별전시를 현장에서처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

VR 체험관에서는 전시 기간이 끝난 인기 전시회들을 VR(-

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이용해 전시관을 직접 걸어 다

니며 관람하는 듯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닌 진귀한 유물들을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영상으로 만

나볼 수 있는 유물중심 동영상, 테마영상 동영상, 세계문화 동

영상 등 동영상 관람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유물중

심 동영상 콘텐츠 중 〈새 보물 납시었네〉에서는 2017~2019

년까지 3년간 새롭게 지정된 국보·보물 157건 중 83건, 196

점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귀중한 유물들을 언제 어디에서든

· 상시운영

· 무료

· 공식 홈페이지 www.museum.go.kr

Exhibition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44 글 편집팀

휴 일 에 뭐 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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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7~2020.11.16

· 무료

· 공식 홈페이지 www.sisul.or.kr/open_content/childrenpark

12간지 동물이야기

집에서 만나는 동물들의 세계

서울어린이대공원 홈페이지에서는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

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주제로 호랑이, 양, 말 소 등 대중에게

친숙한 12간지 동물들을 그린 작품 36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3D 가상 전시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전시회

장을 방문해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스마트폰이나 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전시회 출품

작은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부 동물보호동아리 ‘선화동물

지킴이’가 제작한 것으로, ‘선화동물지킴이’는 2015년부터

서울어린이대공원과 함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어린이대공원은 동영상을 통해 동물들의 모

습을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는 ‘방구석 동물원’도 운영 중이

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자, 침팬지, 코끼리부터 아이들에

게 인기가 많은 수달, 레서판다, 사막여우, 미어캣 등 다양

한 동물들에게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야생에

서 보이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2020 세계 인도주의의 날 온라인 사진전

인도주의 현장의 생생한 모습들

2003년 8월 19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위치한 UN

본부 건물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이라크 전

쟁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 모인 인도주의 활동

가 스물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UN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08년에 테러 희생자들과 세계 곳곳에서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도

지원 활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며 인도주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8월 19일을 세계 인도주의의 날로 제정했다.

매년 세계 인도주의의 날에는 인도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

하여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가 매년 토크

콘서트, 사진전 등으로 구성된 캠페인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 갤러리를 통해 진행되는 사진전에서는 난민, 긴급구

호와 그 이후, 코로나19 대응과 보건 현장, 식수와 위생, 교육

등 다섯 개 주제의 사진 100여 장을 통해 전 세계 인도주의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 2020.08.10~2020.10.15

· 무료

· 공식 홈페이지 whdkorea.modoo.at

Exhibition

Exhibition사진: 2020 세계 인도주의의 날 배너 이미지 사진: 12간지 동물이야기 온라인 광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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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착 한 기 술 , 따 뜻 한 변 화

글 정선우 사진 김태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가상현실 기술들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VR(Visual Reality,

가상현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손꼽힌다. 현재 VR은 게임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발하게 적용되면서

‘디지털 치료제’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46 착 한 기 술 , 따 뜻 한 변 화

글 편집실

사진: 한 여성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무언가를

터치하듯 허공에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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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근래에는 적절한 재활 치료

를 받으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질병으로 여겨진다.

뇌졸중의 재활 치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VR

기술이 적용된 재활 치료가 개발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서한길 교수팀과 국내

VR 스타트업인 테크빌리지는 2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VR

재활 치료 솔루션인 ‘리해브웨어(RehabWare)’를 선보였

다.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머리 부분 탑재형 디스플레

이)와 컨트롤러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망치질, 공 잡

기, 컵에 물 따르기, 거품 방울 만지기, 실로폰 치기 등의 과

제를 수행하며 어깨, 팔, 손 등의 상지(上肢) 기능을 회복하

는 방식이다.

한편, VR 기술은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능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게임개발업체 글리

처스(Glitchers)는 치매와 항해 능력의 관련성이 높다는 이

론을 바탕으로 가상현실 속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

하는 과정을 통해 치매를 진단하는 ‘씨 히어로 퀘스트(Sea

Hero Quest)’를 개발했다. 이용자들은 콘텐츠 이용 후 신

경과학자들에 의해 치매 가능성을 진단받게 되며, 현재까

지 약 193개국 350만여 명의 이용자를 기록하였다.

한편, 국내 IT 전문 기업인 휴먼아이티솔루션은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뇌졸중 등 뇌 질환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VR 기반의 인지재활시스템 ‘티온(Tion)’을 출시했다. 프로

그램은 14종의 시각·지각 평가도구와 일상 훈련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적 자극을 통한 인지능력 회복과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 증진으로 치매 예방은 물론

뇌 질환 환자들의 행동 능력을 강화하고 이해 능력을 발달

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고소공포증, PTSD 등

심리치료에 적용

VR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의료 분야는 정신과

영역이다. 고소공포증이나 밀실공포증 등을 겪는 환자에

게 VR을 통해 해당 공포에 적절하게 노출시키고 그 환경에

무뎌지게 하여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현실이 아닌 가

상의 환경에서 공포에 노출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하

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정신의학과 다니엘 프리먼 교

수 연구팀은 고소공포증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하는 VR 심

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평균 30년 동안 고소공포증을 겪

어온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VR 치료를 수행했다. 환자

들은 평균 두 시간씩 다섯 번에 걸쳐 VR 심리치료를 받았

고, 그 결과 증세의 약 68%가 완화되며 고소공포증 치료

에 효과를 보였다.

한편, VR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는 PTSD(외상 후 스

트레스 장애)를 꼽을 수 있다. PTSD는 교통사고, 전쟁, 폭력

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난 뒤 나타나는 우울

증, 분노장애 등의 심리적 증상을 말한다. PTSD 치료에 VR

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는 1997년 베트남전 참전 후 PTSD

로 고통받는 군인들에게 시도된 ‘버추얼 베트남(Virtual

Vietnam)’으로 치료에 참여한 열 명의 군인 전원의 증상

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9·11 테러 생존자들에게

VR 치료를 수행한 결과 우울증 증상의 83%, PTSD 증상

의 90%가 감소되기도 했다.

뇌졸중, 치매 등

뇌 질환 재활에도 효과를 보여

VR은 뇌졸중 재활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뇌졸중은 뇌

의 일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으로

써 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질병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뇌

졸중은 의식장애, 편측마비, 언어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후

유증을 야기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과거

에는 뇌졸중은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여겼지만, 의학기술

삽화: VR 기기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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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쓰담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봉사와 나눔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코오롱인의 봉사주간,

Dream Partners Weeks

봉사와 나눔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코오롱인의 봉사주간, Dream Partners

Weeks가 7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

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Untact: 비대면) 방식으

로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더 가깝게’ 한다는 의미를 담아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면서도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였습니다. 코오롱 임직원들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쓰담달리기(Plogging)’와, 생활용품을 만들어 기부하는 ‘핸즈온

코오롱이 전하는

살맛나는 이야기

사진: 쓰담달리기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48 글·사진 코오롱 CSR 사무국

코 오 롱 사 회 공 헌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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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정성을 담아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아래) 임직원들이 완성된 마스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Hands-on)’ 활동 중 희망하는 활동을 선택해서 진행했습니다.

7월 8일과 14일, 사옥이 위치한 강서구 마곡지구, 과천 일대에서는 임직원 각

30명이 참여한 쓰담달리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쓰담달리기는 환경과 건강을 함

께 지키자는 의미를 담은 활동으로 2016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

되고 있는 활동입니다. 임직원들은 사옥에서 출발해 인근 5km를 달리면서 스

쿼트나 런지와 같은 하체 운동 자세로 쓰레기를 수거하며 지역 환경보호에 힘

을 보탰습니다.

7월 6일과 8일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와 협업하여, 재고 원단을 활용한 면 마스크 만들기 활동을 펼쳤습니다. 마곡 코

오롱 One&Only타워,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각각 30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정

성을 담아 면마스크를 완성했으며, 완성된 마스크는 미혼모 가정에 전달됩니다.

총 14일간 Dream Partners Weeks를 통해 코오롱사회봉사단 서창희 총단장

을 비롯한 500여 명의 임직원들이 함께했습니다. 앞으로도 코오롱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나눔 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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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에

채택되신 분에게는

‘코오롱스포츠

등산모자’를

드립니다

GOOD-NEWS.OR.KR

September · October

2020

09·10

새롭게 나를 되돌아보게 되어

아주 유익했습니다

‘기록은 실패의 일기다. 고로 성공은 실패의 기록이기에 누구나 실패라 부르지만, 그 과정

의 중요함을 모르게 되거나 잊어버리고 만다.’ 사람도 원숭이도 모두가 과정을 거쳐 더 나

은, 더 좋은 자신의 모습을 찾듯이 ‘떨어져도 괜찮아. 쉬어가면 되니까’란 글을 읽으며 우

리 사회가, 또 내가 얼마나 집착 아닌 집착으로 성공이란 두 글자에 매달려 왔던가, 하는

반성과 조금 더 앞서기 위해 했던 과정들을 무시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새롭게 나를 되돌

아보게 되어 아주 유익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도 과정의 실패는 성공의 기록으로

남겨두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권순만(부산 사하구 감내1로)

아름답고 예쁜 당신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숨은 영웅들입니다

‘별을가꾸는사람들’ 동호회를 통해 아름다운 청년들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자신

의 시간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이 행복이라는 그들의 말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

리는 청년들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봉사란 말만이 아닌 행동인데 실

천하고 꿋꿋이 해나가는 청년들이 멋져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활동하시고 가

족까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봉사단을 꼭 만들어나가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숨은 영웅들입니다. 아름답고 예쁩니다.

나동훈(전북 전주시 덕진구 거북바우3길)

우리 사회가 왜 살만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등산을 자주 합니다. 가는 곳마다 특색은 있는데,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깊은 산중은 휴

지 조각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32년간 남한산성 일대를 지켜오신 조갑식 님. 봉사가 힘

들고 먼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치우고 치워도 얼굴 한 번 찌푸

리지 않으며 환경을 지키는 자부심으로 봉사정신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

리 사회가 왜 살만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한산성환경봉사대 대원들에게 진심으

로 고맙다는 말과 이 사회의 등불이라는 걸 전하고 싶습니다.

임효빈(서울 도봉구 노해로66길)

‘살맛나는 세상’ 카카오톡 채널에서도

독자엽서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살맛나는�세상

50 빨 간 우 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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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牛汀善行賞 안내우정선행상

안녕하십니까? 우정선행상위원회입니다.

본 위원회에서는 지난 3월, 코로나19의 지속적 확산으로 중단된

제20회 우정선행상의 심사 일정을 재개 하였습니다.

지난 여름,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수상 후보자들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마쳤으며, 사회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별도의 심사위원회에서

다각도의 검토를 통해 수상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사회 각지, 각 분야에서 아름다운 선행을 실천하여 타인에게 귀감이 되고,

봉사와 나눔의 건전한 사회 문화를 전파해 주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추천되셨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리며, 최대한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사진: 제19회 우정선행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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