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여성 수도회의 시대적 필요에 대한 응답theoinst.sogang.ac.kr/theoinst/file/23-특집논문-제2... · 2018-02-06 · 118 신학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여성 수도회의 시대적 필요에 대한 응답 115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여성 수도회의 시대적 필요에 대한 응답

최 혜 영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1. 들어가는 말

2. 지난 반 세기 수도생활 변화의 양상과 적응 노력

3. 사도적 수도생활의 변화와 적응

4. 여성수도자간의 연대와 협력

5. 전망과 과제

1. 들어가는 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이하 공의회)가 개최된 지 어언 반세기가 지났으나, 먼

과거의 일이라기보다 오늘도 우리에게 변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여전히 새로운

성령의 기운으로 다가온다. 혹자는 지금쯤 새로운 공의회가 열려야 하지 않을까

주장하지만, 복고적 경향이 두드러진 이들의 움직임을 본다면, 새로운 공의회의

필요성보다는 성령의 움직임으로 시대에 앞서 변화의 원동력이 된 공의회의 정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Ⅱ) 논문

116 신학과 철학 제23호

신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적극적으로 살아내려는 의지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

이며, 이것이 ‘새 복음화’의 기본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는 1955년 유아세례를 받고, 변화하는 교회 안에서 성장하였다. 1979년

성심수녀회에 입회하였을 때는, 성심수녀회가 공의회 이후 ‘교황청에 소속된 사

도적 수도회’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한바탕 변화와 쇄신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 토착화하려는 노력 중이었다. 이는 성심수녀회가 교육수녀회로서

1963년 공의회 제3차 회기에 당시 드 발롱(De Valon) 총장 수녀가 공식 참관자

로서 참여하여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컸기에, 공의

회 이후 급속한 변화와 쇄신의 바람을 거세게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1) 성심

수녀회 안에서는 공의회 이전에 입회하여 양성을 받은 분들과 1976년 한국에 수

련원이 생긴 후 입회한 ‘공의회 이후 세대’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한편, 한국의 많은 수도회들은 공의회 이후 설립되어2) 서구 사회가 경험한 것

과 같은 큰 혼란 없이, 한국 교회의 역사적 성장과 맥을 함께 하며 발전되어 왔

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하며 교세가 확장되었고, 수

도생활 역시 큰 약진을 경험하였다. 이는 세계교회의 변화와 비교할 때, 매우 예

외적인 현상으로 서구 교회가 매우 부러워할 만큼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것이었

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경제적인 성장을 이룩한 1990년대 이후 종교에 대한 관

심이 많이 줄어들고 수도생활 역시 예전과 같은 관심과 열정이 쇠퇴함을 경험하

게 되는데, 경제적인 성장과 정치적인 민주화, 여성의 사회참여 등이 상당한 정

도로 이루어진 오늘에 이르러, 서구교회가 공의회 이후 경험한 것과 비슷한 양

상을 직면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1) 성심수녀회는 18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되어 유럽, 북,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40여 개국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었는데, 1964년 세계총회에서 종신제 총원장이 사임하고 6년 임기의 총원장이 선출되면서 한바탕 대혼란을 겪었고, 1967년 특별 총회를 열어 앞으로 3년 동안을 시험기간으로 삼아 공의회 정신에 맞게 수도 생활의 쇄신과 현대 사회에의 적응을 위한 작업을 시도하기로 결정하였다. 드 발롱 총장 수녀는 1963년 한국을 방문하였다. 한순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수도생활의 쇄신과 적응에 따른 우리의 양성」, 한국 성심수녀회 편,『예수성심의 영광을 위하여: 한국 진출 35주년 기념』, (서울: 성심수녀회, 1991), 36; 박정미, 「변혁과 쇄신과 적응의 소용돌이를 거쳐: 한국 성심수녀회와 함께 한 사반세기를 돌아보며」, 같은 책, 97 참조.

2) 현재 107개 수도회 중 24개 수도회만 1962년 이전에 설립됨.


필자는 2005년 11월 26일,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주관한 제24차 학술 심

포지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40주년과 한국 교회의 미래전망”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수도 생활의 변화와 쇄신”이란 제목으로 한국여자

수도회장상연합회 활동을 통해서 본 여성수도자들의 활동을 살펴본 바 있다.3) 따라서 본고에서는 필자가 공의회 이후 큰 격변을 겪은 한 국제수도회의 일원

으로서 개인적으로 체험한 수도생활의 면모와, 또 한국의 여자수도자로서 직․간접으로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 여성 수도회들이 시대의 필요에 어떻게

응답하여 왔으며, 서로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하여 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4) 이로써, 세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모습을 살피고, 앞으로 한국의 수도생활

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색해 보기 위함이다.논문의 순서로는 우선, 활동 수도회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공의회의 정신을

되돌아보며 지난 반세기 수도생활 변화의 양상을 돌아보고(2-3장), 여성 정체성

을 바탕으로 여성수도자간의 연대와 협력의 모습(4장), 오늘날 몇 가지 두드러진

변화의 특징들을 통해 앞으로 예상되는 미래 우리나라 수도생활의 전망과 과제

를 제시하고자 한다(5장).

2. 지난 반 세기 수도생활 변화의 양상과 적응 노력

2.1 한국 여자수도회의 외적 변화

한국의 여성 수도회는 188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125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졌다. 1962년까지 모두 24개의 수도회5)가 있었던

것에 비해, 대부분의 수도회들은 공의회 이후에 설립되었다. 1963-1970년 사이에

3) 당시 발표한 내용이『가톨릭 신학과 사상』, 55(2006/봄), 217-249에 수정, 보완되어 실려 있다. 4) 필자의 수도생활 관련 논문으로는 「새 패러다임에서 본 여성 수도자의 의식과 사명」,

『가톨릭 신학과 사상』, 46(2003/12), 414-436;「수도자의 계속 양성과 수도성소 계발」, 『사목』, 302(2004/3), 18-26;「본당 사제와 본당 수도자」, 『가톨릭 신학과 사상』, 54(2005/12);「한국 가톨릭여성수도자와 젠더 문제」, (2011년 서강대학교 종교연구소 주최, “글로벌 시대의 한국 여성종교인과 젠더 문제” 천주교 발표문) 등이 있다.

5) 교황청 소속 국제수도회가 16개, 교구설립 수도회가 8개.


11개6), 1971-1980년 사이에 14개7), 1981-1990년 사이에 29개8), 1991-2000년에

12개9)가 증가하여 1980년대에 가장 많은 수도회가 진출 혹은 창립되었다.10)

다음은 1960년에서 2010년까지 한국 천주교회 안에 수도자들의 숫자가 어떻

게 변화하였는지 그 추이를 보여준다.

<표1> 한국천주교회 수도자 현황(1960-2010)11)1960 1966 1970 1975 1980 1985 1990 1995 2000 2004 2005 2010

수도자수(명)

수사 123 150 112 194 198 273 347 930 1,249 1,373 1,407 1,558

수녀 832 1,706 2,150 2,723 3,169 3,927 5,399 7,209 8,752 9,471 9,676 9,838

총계 955 1,856 2,262 2,917 3,367 4,200 5,746 8,139 10,001 10,844 11,083 11,396

여성신자대비여성수도자비율(%)

0.48 0.47 0.43 0.34 0.33 0.35 0.36 0.35 0.35 0.32

위 표에서 보듯이, 수녀 수는 1970년대에 1,019명, 1980년대에 2,230명, 1990년대에 3,353명씩 계속 크게 증가하다가 2000년대는 1,087명만이 증가한다. 따

라서, 1980-1990년대가 한국여자수도회의 전성기라고 할 만하다. 2010년 12월

31일 현재, 한국의 여자수도회는 107개, 수녀들의 숫자는 종신서원자와 유기서원

자를 합하여 9,838명으로 추산된다.12) 그러나 지원자, 청원자의 숫자를 제외한

수련자13)의 숫자는 모두 422명으로 이는 이전에 비해 많이 감소된 숫자로 우리

나라 여자 수도자 지망자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여자 수도

회 장상 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현재 40-50대에 속한 수도자가 전체의

6) 교구설립 수도회 1개 포함 7) 교구설립 수도회 1개 포함 8) 교구설립 수도회 6개 포함 9) 교구설립 수도회 2개 포함10) 최혜영,「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수도 생활의 변화와 쇄신」,『가톨릭 신학과 사상』

55(2006), 222쪽 표2 참조.11)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교세통계표 참고. 수사, 수녀의 수는 한국인과 외국인 수도자의 수를

합한 것임.12)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발행한 2010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 참조.13) 교회법으로 수련자부터 수도자로 간주한다.


59.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향후 10년 후면 60세 이상의

수도자가 5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14)

한국 여자수도회들은 관상 수도회에 비해 활동 수도회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

은 특징을 보여 준다. 한국전쟁 이후 나라 전체가 극빈한 가운데 국민 전체가

경제발전에 투신하였고, 나라의 긴박한 필요에 따라 병원이나 학교, 사회복지 기

관 등 기관 사도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그 필요에 응답하기 위해 초대된 국

제수도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사도직 활동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는 전교 사도직이다. 1980-1990년대 갑작스런 가톨릭 교세의 확장으로 수도

회들이 자신의 카리스마에 따라 사도직을 찾기보다는 교구의 요청에 따라 당장

필요한 본당사도직에 응답한 결과라고 하겠다.

<표2> 한국 여성 수도자의 사도직별 분류표15) 1977년 1980년 1990년 1995년 2000년 2005년 2010년

전교 337 417 1599 2106 2206 2162 2083

교육 184 194 476 664 661 767 763

의료 55 46 580 635 581 618 589

사회복지 23 51 456 1091 1202 1493 1471

기타 80 101 589 2035 1263 930 936

합계 679 809 3400 6531 5913 5970 5842

1980년대까지 수도자들의 활동 범위가 주로 전교사도직과 교육사도직에 집중

되었다면, 1980년대 이후에는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수도자의 수가 괄목할

만하게 급증하였고, 다양한 분야의 사도직16)이 증가하였다. 1990년대말부터 해외

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해외에 파견된 수녀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2010년

12월 31일 현재 총 62개국에 575명의 수녀가 파견됨).

14) 한국 여자 수도회 장상연합회 「제 44차 정기총회 자료」, 2011, 62-78 참조. 15)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통계자료를 기초로 하였으나 2000년 이후에는 교회통계로

통합됨.16) 군종사목, 성서모임, 교구청 등 교회기관, 출판·홍보, 피정집, 양성담당, 성소담당, 수녀원 내

부업무, 대학교기숙사, 호스피스, 청소년수련원, 성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1960년대 말을 정점으로 북미나 유럽의 수도자 수가 급격한 감소 현상을 보

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17) 신자수의 급증과 함께 여자수도자의 숫자가

급증하다가 1990년대를 정점으로 여자수도자의 감소현상이 서서히 나타나다가

이제 그 감소 현상이 확실해진 것이다. 성소 감소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크게 물질 중

심, 개인 중심,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 가치관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기회의 증대, 출산율 감소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을 들 수 있겠다.18)

다음으로는 공의회가 제시한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을 위한 기준과 그에 맞춰

쇄신의 노력을 했던 활동수녀회의 변화의 양상과 함께 지난 반세기 한국의 수도

회들이 경험한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다.

2.2.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을 위한 기준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1965)은 수도생활의 쇄신을 위한 세 개

의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복음정신으로 돌아갈 것과 둘째, 수도회의 창립 당시

의 정신, 곧 창설 은사로 계속 돌아갈 것과 셋째, 시대의 변화하는 상황에의 적

응이다(2항 참조). 공의회와 때를 같이하여, 1960년 말 이후 해방신학, 여성해방 운동이 강한 흐

름으로 가톨릭교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신학은 1970-1980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민주화 운동을 통해 전해졌고, 여성의식에 대한 논의

는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외국의 학자들, 개신교 학자들을 통해 일부 전해

졌다.

17) 한국 교회의 변화 분석에 대하여 조광,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변화와 평신도 사도직”,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 기념 심포지엄(2012.10.11.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대성당) 참고.

18) 2002년 박문수 박사는 “미국 수도회의 쇠퇴원인 연구-1960~1989년을 중심으로”(『신학과 철학』, 4(2002), 서강대비교사상연구원)란 논문을 통해 미국 활동 수도회가 쇠퇴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여자수도회의 미래를 예측하였는데, 10년 후인 지금 많은 면에서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논문에서 외부환경 요인(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종교적 요인)과 내부환경 요인(가톨릭교회의 변화와 수도회 내부요인)을 분석하였다.


2.2.1 복음으로 돌아가기 복음으로 돌아가 강생하신 예수님의 삶에 주목하게 되면서, 수도생활의 모델

이 과연 예수님의 삶의 방식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세상

안에서 보통 사람으로 살며 복음을 몸으로 증거 하지 않으셨던가! 억압적인 수

도규칙 안에 복음정신이 경직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며, 진정한 수도생활의 모델

이 무엇인지 찾게 되었다. 공의회 이전에는 여자수도회로 인정받기 위해서 관상

수도회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봉쇄를 지켜야 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봉쇄구역

안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개방하고, 획일적인 일과를 넘어 다양성을 인정

하도록 하였다.성경에 대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통해 가톨릭 신자들은 성경 본문을 성찬과 마찬

가지로 하느님과 만나는 매개체로 알게 되어(계시헌장21), 여성 평신도와 여성

수도자들은 이 가르침을 즉각 받아들였으며, 성경을 가장 열심히 배우고 성경

공부를 전파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되었고,19) 여성제자들을 가까이 두셨던 예

수님을 삶의 모델로 반겼다. 화려한 전례의 삶이 단순화되고, 사도적 삶에 더 시간을 줄 수 있게 되었으

며, 여성적인 심리와 여성임이 받아들여졌다. 수도복의 경우 서구의 많은 수도회

들이 평복을 하게 된 데는 수도자들이 누리던 특권의식을 포기하고 일반 시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는 평신도로서의 영성이 깔려 있다. 공의회는 평신도 영성을

강조하였고, 수도자의 신분이 평신도에 속한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2.2.2 창설자의 카리스마로 돌아가기 공의회 이후 각 수도회의 창설자와 카리스마에 대해 연구하도록 요청되었다. 이는 수도생활의 카리스마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수도회

의 카리스마는 초창기의 영감 속에 그 기원과 생생한 원천을 두고 있지만, 오늘

의 세계 안에서 그것이 어떻게 현실화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여야만 한다.

19) 산드라 슈나이더스, “성서와 여성론”, 『신학.그 막힘과 트임: 여성신학 개론』, 캐서린 모우리 라커그나 엮음, 강영옥․유정원 옮김, (분도출판사, 2004), 51.


창설자의 카리스마는 역동적인 실재로서 항상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창설자의

설립 영감에 부합하는 가운데 진보와 발전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하는 실재이기

때문이다.20)

또한, 각 수도회는 창립자의 은사로 돌아가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돌아보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회헌을 쓰도록 요청되었다. 성심수녀회의 경우 1982년 회헌을 다시 쓰게 되는데, 이는 공의회 이후 이루어진 수도생활에 대한 공동

식별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 및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21) 수도회의 회헌 저술 작업은 수도회가 살고 싶은 이상만을 적는 것이 아니라

회원으로서 반드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이기에22) 최근까지 회헌 저술

작업을 하고 있는 예를 종종 본다.

2.2.3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의 적응

공의회 이전 반봉쇄와 침묵을 따랐던 활동 수도회들은 이제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수도원 울타리를 넘어 세상 안에서 복음을 증거 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수도자

가 된 이후에는 부모가 돌아가셔도 나갈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외출이 금지되었던

생활에서 이제 봉쇄가 없어지고, 공동체 안에 두 개의 수녀 집단이 하나로 합하게

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교육을 주 사도직으로 하는 수도회의 경우, 가르치는 수녀

와 보조 수녀로 신분이 다른 두 종류의 수녀가 있던 수녀회가 있었는데, 더 이상 신

분상의 구별이 없어지고 기능적 임무보다는 평등한 자매애가 중시된 것이다. 가르치

는 수녀를 ‘Mother’라고 부르고, 보조 수녀를 ‘Sister’로 부르던 호칭도 ‘Sister’ 하나로

통일되었다. 대규모 수도원에서 기능적으로 소수의 담당자가 평생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던 일들은 이제 모든 회원들이 소공동체 안에서 서로 돌아가며 나눠 일하는

20) 윤지형, “창설자의 카리스마에 대한 역동적 충실성”, 『가톨릭 신학과 사상』, 55(2006/봄), 172-216.21) 이것은 1815년에 쓰인 창립회헌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여, 1987년에 이르러 교회의 공식

인가를 받게 된다. 22) 예를 들어, 성심수녀회는 새 회헌 정신에 따라 예수성심과 성모성심을 표상하는 전통적인

옛 인장 대신 십자가 안에 세계지도를 담은 현대적인 인장으로 바꾸었다. 성가소비녀회는 창설자의 카리스마에 따라 ‘성가수녀회’라는 이름에서 가장 비천한 이를 뜻하는 ‘소비녀’라는 이름을 찾았다.


등 가족과 같은 생활방식으로 바뀌어갔다. 똑같은 수도복을 입고 똑같은 규율과 일

과표에 따른 생활을 하며 획일적으로 생활하던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

운데 보통 사람처럼 살면서 복음을 증거하는 삶으로의 변화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공의회 이전의 수도생활은 수도원적(monastic), 신심적(cultic), 전례적

(liturgical) 모형의 생활양식을 따르는 반관상적인 수도회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제 ‘오늘의 세계’, ‘세계 안의 교회’,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회’로서 “급속

도로 진화하고 있는 현대세계 안에서 복음의 정신과 창립자의 정신을 받들어 쇄

신하기를 갈망하고 이 쇄신에 따라 효과적으로 교회를 위하여 봉사할 것을 결

심”하게 되었다.23) 또한 공의회의 강조점이 현대 안에서의 사목적인 과제에 따

라 ‘현대세계 안에서 사도적 생활을 하는 수도회’로 정체를 인식함으로써 신심과

법적 모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도적 삶을 강조하는 사목적 모형이 예언적 모

형과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구의 수도생활을 표준으로 삼아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시행되던 획일화된

생활 방식이 이제는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며 지역교회의 필요에 응답

하도록 토착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반세기 국가적, 사회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급성

장하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긴급한 필요에 따라 수도회가 발전하게 되어 공의회

의 정신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공의회의 정신은 점진적으로

한국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나 한국의 활동 수도회들은 대부분 수도

생활 모형이 다분히 수도원적이고 제도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수

도자(religious)라는 말이 ‘修道者’로 번역되면서 불교의 수도승적 이미지가 영향

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한 역사가 짧은 수도회들이 양적으로 급팽창하면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엄격하고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된 것도 우리나라의 특수

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23) 한순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수도생활의 쇄신과 적응에 따른 우리의 양성」, 『예수성심의 영광을 위하여: 35주년 진출 기념』, (성심수녀회, 1991), 38.


우리나라에서 공의회 정신에 따른 수도생활의 쇄신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1985년 당시 일본 예수회 소속 사제로 상지대학 신학교수였

던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현 예수회 총장)를 한국 교회 차원에서 초청하여 서울

대교구 산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구설립 수도회인 성가 소비녀회,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를 도와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여 각 수

도회의 카리스마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는데, 이러한 노력은 성장의 정

점기에서 적절한 대처였다고 본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수도생활의 각 영역에서 어떤 변화와 적응 과정이 있었는

지 1) 양성, 2) 영성, 3) 사도직, 4) 공동체, 5) 지도력(통치)에 어떤 변화가 있

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사도적 수도생활의 변화와 적응

3.1 영성: 창립 정신에 기초한 영성

창설자의 카리스마로 돌아가라는 공의회의 촉구에 따라, 각 수도회는 수도회

의 근간이 되는 영성적 흐름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파악하고, 내적 정신과 사도

직의 조화 안에서 창립정신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수도자들은 기도와

성경 공부, 공의회 문헌과 새로운 신학에 대한 공부, 신앙과 생활 나눔, 기도 방

법의 다양한 실천, 토착화 노력 등 수도자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진력

하였다. 복음 정신, 특별히 강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에 바탕을 둔 신학은

삶에 구체화된 영성, 각 문화에 맞는 토착화된 영성, 삶과 기도의 통합을 중시하

게 되었다. 예수님을 따라 “온전히 관상적이며 온전히 사도적”이어야 한다는 말

은 구체적인 실천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으로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사도

적인 영성의 기초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사도적 수도생활의 영성은 수도회 사명

의 기초가 되는데,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다른 요소들, 곧 양성 방법, 사도직, 통

치 방법 등이 조정된다.24)

24) 예를 들어 성심수녀회는 “이 수녀회의 정신은 본질적으로 기도와 내적 생활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오로지 예수 성심의 내적 성향에 일치융합하기 위하여 그것을 배워야


3.2 양성: 개인이 존중되는 양성

이제 양성은 수도원적이고 신심위주적 틀에서 사목적인 방향, 교회와 현대 세

계의 필요에 응답하는 사도적 생활을 하는 수도회의 성격에 맞게 변화되고, 쇄

신, 적응되어 갔다.25) 양성에서 인간적 가치가 대단히 강조되었고, 서원의 삶에

서 긍정적인 관점이 부정적 측면의 접근보다 강조되었는데, 이는 현대 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공의회 이후 혁신적 변화라면 양성의 환경이 수도원(Monastery)에서 사람들 사

이에 개입된 장소(Marketplace)로 옮겨졌고, 세상에서 이탈된 장소에서 사명에 초

점을 둔 장소로 옮겨진 것이고, 이는 단지 장소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고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26)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체적 삶을 증거 하는 것이고, 미래

수도생활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또한 양성에 있어 프로그램에 의한 단체

적 양성에서 개인의 발전, 개인의 자질과 제한점에 기초를 둔 심리, 인간발달의

측면이 양성에서 강조되었다. 외적 양성에서 내면화의 양성, 개인의 가능성을 사

명을 위해 개발하는 면에서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제공하여 ‘하느님의 모상’에 따

라 창조된 사람이 충만하게 생동감 있게 하느님 나라를 위해 봉사하도록 이끌어

졌다.”27) 인간성의 존중은 수도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여성수도자가 중성

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을 의식하도록 하였다. 신심 위주의 영성(spirituality)을

강조하던 양성에서 인간성(sexuality)을 강조하며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강조

하게 되었고, 독신의 수도생활이 결혼생활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던 이

분법적 사고방식이 무너지면서, 수도자의 정결을 ‘봉헌된 독신’, 곧 ‘사명을 위한

독신’으로 이해하고, 수도자가 결혼한 여성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

르심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여성평신도들과의 연대, 자매애를 강조하게 되

었다.

만 흠숭하올 예수 성심을 합당하게 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설립계획초록, 5)라는 내용을 새 회헌에서 그대로 수용한다.

25) 한순희, 앞의 글, 39.26) 한순희, 위의 글, 41.27) 한순희, 앞의 글, 41-42.


우리나라의 많은 활동 수도회들은 사도직에 열성적이었지만 생활 양식면에서

는 수도원적(Monastic)인 틀을 유지하며 성무일도, 매일미사, 공동기도 등 전례

와 신심적인 면을 강조해 왔다. 창설 초기의 수도회들은 양성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큰 규모의 수녀원에서 많은 수의 지원자, 청원자, 수련자를 개인적으로 세심하게 지도하기는 어려웠기에 단체적인 양성을 할 수밖

에 없었다. 외국에서 진출한 국제수도회의 경우, 초창기에는 한국이 외국에 가서

수련을 받거나, 한국에 양성소가 있어도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수녀가 양성하다가 조금 지나면 외국인에 의해 양성을 받은 제1세대 수

녀가 양성을 맡게 되는데, 그들에게 수도생활의 본질과 문화적인 특성, 전통 등

을 충분히 고려한 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한편 한국에서 창설된 수도회의

경우에는 역사가 깊은 기존 수도회의 수녀에게 초기양성을 의뢰하였는데 기본적

인 수도규칙이나 생활방식은 전수하여도 해당 수도회 고유의 카리스마를 살려내

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심도 깊은 영성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외적인 표지인 수도복, 전례중심의 시간 생활, 획일적인 시간표, 공동생활 등을

강조하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많은 수도회들이 수도생활이 지닌 의미

나 카리스마에 대한 특별한 이해 없이 교회의 필요에 긴급하게 응답하다 보니

뚜렷한 특색 없이 모두가 비슷한 사도직에 투신하는 경우가 생겨났고 내적 정신

보다 외적인 일에 치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이 각 수도회의 여러 단계의 양성장을 배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

서, 소수의 수녀를 외국에 유학 보내 신학공부나 양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배

우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성을 담당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외국어로 공

부해야 하는 어려움도 극복하고, 한국 상황과 문화에 맞는 폭넓은 양성의 필요

성이 제기되어 장상연합회 차원에서 양성장교육원이 만들어졌는데(2002년), 지난

십여 년 간 양성장 상호간의 배움과 협력의 좋은 기회가 되어 왔다. 지난 시기, 우리나라 수도자의 평균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관계로 그동안

주로 초기양성에 주력해 왔다면, 최근에는 중년기에 이른 수도자들이 많아져 계

속양성(Ongoing form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노년기 수도자들을 위한 양

성의 필요성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3.3 사도직: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는 예언적 사명

공의회 이후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

한 점이라고 하겠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복음의 가장 중요한 핵심사상

이고 수도생활의 청빈과 연결하여 늘 중요한 가치였지만, 반봉쇄로 제한적이었던

활동은 이제 수도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 안으로 확산되었다. 학교 교육을 주사도직으로 하던 교육수도회들은 각 나라의 상황에 맞춰 민중

교육, 정의교육, 사회의식 교육 등으로 교육의 범위를 확장시켜 갔으며, 노동사

목, 빈민사목 등이 ‘교육적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이 때 가난한 동

네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위 ‘현장 공동체’가 생겨났고, 수도회의 문턱

을 낮춰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였다.28)

우리나라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교와 애덕 실천 등 많은 분야의 필요에

활발하게 응답하였는데, 이제 과거 수도회들이 운영하던 병원이나 학교, 사회복

지 기관 등을 국가가 운영할 만큼 부유해졌고 수도회가 운영하기에는 규모가 너

무 커졌거나 현대의 경영방식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생겨 수도회가 운

영하던 기관 사도직을 교구에 위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가하면 교구

소속의 학교를 수도회에 위탁 운영하도록 한 경우도 적지 않다.29)

많은 수도회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1코린 9,22).”는 정신으로

교회가 요구하는 일에 응답하다 보니 서로 비슷비슷한 일에 종사하게 되는 사도

직의 획일화 현상을 가져왔는데, 이는 한국 수도회의 독특한 역사가 되겠지만

앞으로는 각 회의 창립정신에 따라 사도직의 식별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

이다. 현재 많은 수도회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는 너무 바쁜 사도직과 수도

생활의 조화라 하겠다. 학교나 병원, 사회복지 기관 등 공동기관에서 일해야 할

28) 우리나라는 중․고교 교육 평준화 정책으로 서양의 가톨릭계 사립학교처럼 종립학교의 특성을 뚜렷하게 살리지 못하고 초․중․고․대학으로 이어지는 일관교육도 가능하지 않았다. 또한 일반사립학교처럼 국가에서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으며 국가에서 지정해 준 교육과정 안에서 간접적으로 가톨릭 정신을 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로써 부유층의 자녀가 다니는 사립학교라는 인상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29) 부천의 소명여자중․고등학교나 인천의 대건고등학교 등.


경우, 과중한 업무로 너무 분주하고 굳이 수도자로서 해야 할 일인가 하는 회의

가 든다고 호소하는데, 이 경우 식별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30) 우리나라 교구와 본당 사도직의 발전 안에서 한국 여성 수도자들의 역할이 매

우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사람이 여성수도자를 성직자로

생각하는 오해도 생겨났지만, 여성수도자 덕분에 교회 내 여성의 위상이 높아진

측면도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회와 교회의 분위기 안에서 본당 사제와 수녀 간에 종종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근래 교구 성직자의 증가와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신

자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본당 내에 수도자의 존재가 꼭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수도자 스스로뿐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타나

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관습상 사제와 평신도 사이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

을 해오던 수도자들의 위치와 역할이 교회의 사목구조 안에서 분명하지 않기 때

문에 본당 사도직에 임하는 여성 수도자들의 낮은 만족도와 사도직에서 겪는 갈

등과 고충이 당사자들인 여성 수도자들은 물론, 교회 구성원들 안에서 계속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수도회의 사도직은 수도회의 창립 목적에 따라 본연의 카리스마를 구현하기

위한 방편이지 본질 자체는 아니기에 얼마든지 교회와 사회의 필요에 따라 새롭

게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오히려 사도직에 대한 유연성 있는 대응이야말로 수도

회의 존립 목적과 부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3.4 공동체 생활: 사명을 위한 공동체

이제 활동 수녀회들의 봉쇄 구역은 철폐되고, 대단위 구성원들로 생활하였던

수도회들은 ‘사도적 공동체’를 지향하며 소공동체로서의 가정처럼 친밀한 관계를

갖기 원했다. 비교적 소규모로 대개 5-8명의 적은 수가 한 분원 공동체를 이루

30) 대체로 수도회가 운영하는 학교나 병원, 사회복지 기관은 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시설과 청결한 환경을 갖추다 보면 정작 가난한 이들과는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또한 수도자가 시설이나 기관의 관리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수도자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 수도자로서 어떻게 현존하는 것이 이 시대에 가장 합당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고 서로 깊이 사귀며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각자가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하며, 공동식별에 참여하게 되었다.31)

침묵 속에서 정해진 일과에 따라 주어진 소임에 충실했던 생활에서 개인의 자

유 아래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중세

의복 양식을 그대로 고수하던 수도복은 점차 간소화되고 서구 대부분의 나라에

서는 수도자들도 평복으로 갈아입고 소박한 복장과 십자가 목고리나 뱃지 등 간

단한 표시로 외적인 표시를 간소화했다. 각 수도회는 수도자의 축성의 표시로, 또 가난하고 검소하며 세상의 복장과 구별되는 수도회 고유의 복장을 입어왔다. 사도적 수도회는 현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사도직 활동에

따라 시간표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본당 및 청소년 교

육을 위해서는 시간표가 자유로워야 한다. 또 각 사도직 장에서 매우 복합적이

고 긴급한 문제들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장상의 역할은 각 회원들이 분별력 있

게 행동하는 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수도회의 장상과 꼭 필요한 의사소통만 하던 생활 방식에서 공동체가 ‘양성의

장’이며 대화와 친교가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인간관계 안에서 더 높은 성숙성이

요청되었고, 사도직의 이유나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할 때 서양에서는 수도자들이

혼자서 살게 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사명을 위한 공동체’에서 ‘공동체 자체가 사명’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고 수도생활 안에서 공동체의 중

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신앙공동체로서 세상에 큰 증거가 될 수 있다.

3.5 통치: 수평적인 지도력

종신 총장에서 임기제로의 변화는 수도자의 순명에 대해서 새로운 이해를 필

요로 하였다. 과거 정태적인 사회에서 겸손을 배우기 위해 종소리 하나에도 하

던 일을 멈추고 장상의 뜻이나 규칙에 철저히 따르라는 ‘맹목적인 순명’의 의미

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예수님의 순명 정신으로 돌아가 순명은 ‘식별’임을 강

조하게 되었다. 개인의 식별에 기초한 공동체의 식별 정신의 강화는 이제 성숙

31) 박정미, 앞의 글, 101.


한 개개 수도자를 원하게 되었다. 성숙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

원 개개인이 충분히 성숙하여야 한다. 현대사회의 민주주의적 사고방식, 여성적인 관계리더십, 영적리더십 등 다양한

통치 방식이 시도되었고 수직적 위계적인 통치 방식에서 수평적인 스타일로 팀

방식이 도입되었다. 개인의 자유가 많이 허용되면서 책임 또한 강조되었다. 순명은 이제 더 이상

장상의 말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식별의 정신이 되었고, 여성의식이 확산되면서 수도자 개인 혹은 단체 사이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

고 평등적인 입장에서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식이 커졌다. 수도

회 내부에서는 각 회의 통치를 맡은 책임자(장상)에 대한 태도는 물론, 동료, 선․후배와의 관계 등 구성원들 사이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친구라고 불렀고(요한 15,13-15), 벗을 위해 죽기까지 자신

을 내어주는 사랑의 봉사이지 지배와 순종은 아닌 것이다. 수도공동체에서 가장

적절하고 적합한 리더십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해 오고 있다. “수도

생활에서 리더십은 공동체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수도공동체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과제는 하느님이 공동체를 이끄는 방식을 식

별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비전과 방

향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계획에 봉사하

도록 힘을 부여하여야 한다.”32)

이러한 현상은 유교적인 가치관이 변화하고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사

회 분위기, 민주적 열망 등 우리 사회의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가 수도회에도 영

향을 주었다고 본다. 수도공동체는 혈연가족은 아니지만 신앙가족으로서 친밀함

이 요청되는 동시에, 회원 수가 오십 명이 넘어 그 규모가 대형화될 때 인간적

인 친밀함보다는 기관이 갖는 형식적이고 공적인 성격이 커지므로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수직적인 통치 구조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 회원 수

32) 레카 M. 체나투, 「마태 15장 가나안 여인에 의하여 영감을 받은 숙고」, 제15차 AMOR “여성 수도자의 삶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부르심”, 2009.10.13-21, 강연 원고.


가 사오백 명에 이르는 큰 규모의 수도회들이 관구 분할 등 좀 더 인간적이고

유연한 통치구조의 변화를 시도한 예들이 있다.33) 또한, 대외적으로 사제 개인과 수도자의 관계, 사제들과 수도회의 관계, 주교

들과 수도회와의 관계 등 성직자와의 관계에서 과거 비형식적으로 맺어지던 관

계가 점차 합리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의 필요성이 높아졌으며, 교구와 계약관계를

맺을 때 교회법에 따라 자율성을 확보하고 합법적인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노력

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최근 교황청에서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남녀

수도회와 주교들과의 정기적인 만남과 교류를 권고하고 있는데,34) 이는 수도회

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충분히 인정받으면서 교회 전체를 위해 공동 노력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된다.

4. 여성수도회간의 연대와 협력: 국제성과 토착화

“하나의 교회”를 표방하며 서구 중심의 교회를 표준으로 삼던 그리스도교는

이제 지역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꾸

어 나가도록 촉구하였다. 국제수도회의 경우,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은 방식으로

생활하였고 일치의식이 있었다. 공의회 이전까지의 국제성이 온 세계에 퍼져 있

는 다수국적의 회원들이 획일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공통된 생활양식과 전통을

지켜온 것을 의미한다면, 공의회 이후부터는 각 나라 문화의 다양성과 고유 전

통을 존중하면서 각 나라의 필요에 맞게 복음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토착화의

필연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토착화의 노력은 자국의 토양에 맞는 양성, 지역교회의 부르심에 대한 적극적

인 응답, 자국의 성소의 증가 등을 가져왔지만, 외국인 선교사들이 모두 본국으

로 돌아가고 한국인으로만 구성되는 폐쇄적이고 협소한 공동체가 되어가는 약점

도 감수해야 했다.

33) 2000년대 이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예수성심시녀회, 성가소비녀회, 카리타스회 등 400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대규모 수도회들에서 관구 분리작업이 이루어졌고, 수도회의 카리스마

에 따라 사도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34) 2009년 9월 7일 제1회 주교와 수도자 협의회 회의 자료.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22, 23항 참조)에 따라 설립된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이하 장상연)의 결성은 한국의 다양한 수도회들이 성장

발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35) 당시 장상연의 설립 목적은 “교황 성하와

의 연관 강화와 교회 정신의 이해 촉진, 수녀들의 영성생활 촉진, 사도직 수행상

의 공통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연구, 각 회의 고유 목적을 저해함 없이 수도회

간의 친목과 사랑의 일치 도모, 주교단과의 긴밀한 유대관계 유지”등이라고 명시

되었다. 장상연은 한국의 여자수도회들이 세계 교회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 흐름

에 발맞추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인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국에서 강사

를 초빙하여 수녀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처럼 한국의 여자수도회들은 공의회 직후부터 서로 협력하면서 한국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 정신을 보여준다. 인적자원이나 물적자원이 부족한 상태에

서 각 수도회의 경계를 넘어 먼저 자리를 잡은 수도회들이 새로 진출하는 수도

회들이나 새로 창설되는 수도회들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도와준다든가, 강의, 피

정지도, 영적동반 등 인적, 물적 자원을 나눈다든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고자

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여성수도자들의 양성교육, 사회참여, 시대적 징표

를 찾아 각 수도회의 카리스마와 융합하고자 함께 모색하였다. 19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한국 사회는 세계에 개방적이 되었고, 2000년대 이

후에는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국제성이 높아졌다. 한국의

방인수도회들도 외국 유학도 많이 보내고, 국제적인 감각을 가질 필요를 느꼈고, 외국에 분원을 설치하거나 외국 성소자들을 받기 시작하는 등 세계 교회의 부름

에 응답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수도회들이 가

난한 이웃에 봉사하기 위한 현장체험과 영어공부를 위해 동남아 등지의 가난한

나라로 찾아가기도 하고, 국제수도회의 경우 소수의 양성자를 위해 나라마다 양

성소를 갖기보다는 여러 나라의 양성자를 모아 필리핀에서 영어로 수련하는 국

제양성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공의회에서 자국에서의 양성을

35) 1966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1969년 3월 28일 로마교황청에서 회칙을 인가받아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강조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과거 서양 중심의 국제성에서 진일보하여 세

계가 하나로 살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의미의 국제성을 드러내 준다고 하겠다. 한국에서 설립된 교구 설립 수도회 중 규모가 큰 수도회들이 세계여성수도자장상

연합회에 가입하여 세계교회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으며, 국제 수도회의 경우 한국

회원의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수도회의 최종 책임을 맡게 되는 총장이나 총참사직을

한국인 수녀가 맡게 되거나, 또는 국제봉사를 위해 총본부(모원)에 파견되는 경

우가 많아졌고, 앞으로는 더욱 한국인 수녀들의 리더십이 요청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장상연을 중심으로 수녀들은 한·일 장상 세미나(1975~)36)와 UISG 한

일총회,37) 아시아/오세아니아 수녀회의(AMOR),38) 세계여성수도자장상연합회

(UISG, 1991 가입) 회의 참석 등 세계여성수도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애써 왔다. 아시아교회 차원에서는 ‘아시아 여성신학자 모임(EWA=Ecclesia of Women in Asia)’, ‘아시아 평신도 사도직’ 여성 모임(BILA=Bishop's Institute of Lay Apostolate on Women)과, ‘동아시아 여성 모임’ 등의 모임이 생겨났다. 그러나, 교회 지도층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의 수도자들이 언어 장벽의

어려움과 재정 부담을 떠안으며 국제모임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었다.

5. 전망과 과제

120여년 역사를 가진 한국의 수도생활은 그동안 한국 교회의 역사와 맥락을

함께 하며 성장해 왔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전후하여 한국에 진출하거

36) 1975.10.7 회의록. 서울 분도회관에서 교구설립 수도회 장상들(일본대표 20명, 한국대표 22명)이 참석하여, 아시아 복음화 연구 과제로 ㉠가난한 자들과의 대화, ㉡아시아 타종교인들과의 대화, ㉢수도생활의 토착화를 채택하였다. 1996년에는 한·일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상임위원들이 만나, 전후 50주년을 기억하며 여성 수도자로서 평화를 위해 기여할 것을 다짐하고, 한·일 양국 주교 대표들의 공동 교과서 편찬 등 바른 역사교육에 협조하기로 결정하였다. 양국 상임위원간의 정기적인 만남 추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공식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등 UN 권고 사항을 일본 정부가 이행하도록 계속 촉구하고 역사 바로 알기 교육 등을 추진하였다.

37) UISG 세계 총회에 이어 각 지역으로 나누어진 단위 회의가 다시 열린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수녀회로 분류되어 있다(UISG APME C2). 2011년에 제 5차 총회가 열렸으며 핵발전 반대 등 중요 현안을 논의하고 연대하기로 하였다.

38) 1977.11.20-30 제4차 정기총회에 3명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 모임에 계속 참가하고 있다.


나 창설된 많은 여성 수도회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고, 40-50대 중년기

에 속한 수도자들이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성장의 정점에서 더 이

상 발전을 기대하기보다 성소자의 감소, 회원의 고령화를 직면하게 된 현재 상

황은 각각의 수도회가 철저한 자기쇄신과 함께 미래 방향을 모색할 때이다. 또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가톨릭 고유의 성장과 발전을 거쳐 오면서 제각기

뿌리를 내린 수도회들은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은혜의 시기이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수도생

활을 한국적 토양에 맞게 창조해 가야할지 모른다. 복음정신에 바탕에 두고 한

국적 토양에 맞는 수행 방식,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공동체 생활, 수도자만이 수

행할 수 있는 고유의 사도직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

한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수도회들이 당면한 많은 문제가 어느 특정 수도회만의 것이 아니라 수도

회 공통의 문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수도생활 변화의 두드러진 특징

들을 파악하여 장상연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

리라 생각하면서 몇 가지 숙고할 점들을 나눈다. 첫째, 현재 여러 수도회들이 창립 40․50주년을 맞아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보

며 정체성과 사명을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 수도회들이 수도자 개인이나

단체로서 복음정신에 투철한지, 수도회의 카리스마가 분명한지, 그 카리스마를

지금 이 시대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응

답하는 것이 미래를 여는 관건이 될 것이다. 활동 수도회라면 “온전히 관상적이

고 온전히 사도적”이어야 한다는 자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많은 수도회들이 외적 구조 변화(관구 분할 등)를 통해 쇄신을 위한 시도는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내적 쇄신에 바탕을 두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 수도회가 자신들의 창립 정신에

따른 고유한 영성을 심화하며, 현대 상황에 맞는 쇄신과 적응의 노력이 절실하

다. 우리나라의 수도회들이 지금까지 여러 면에서 공의회 이전 서양의 수도생활

을 답습하는 경향이 컸다고 한다면, 이제야말로 한국적 토양에 맞는 수도생활로


뿌리내림으로써(기도방법, 생활양식, 역사의식 등) 보편교회 안에서 고유하게 자

리매김하고 세계교회에 기여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오늘날 활동 수도회의 성소는 줄어들고 관상 수도회의 성소는 줄어들지

않는다든가, 새로 생겨나는 수도회들이 엄격한 규칙과 기도생활을 선호한다 하더

라도 사도적 수도생활로 불림을 받은 수도자로서 각자 강한 신원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예언적이고 관상적인 소명

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활동 수도회의 몫이다. 한국교회에서 신자수의 증가, 사제수의 증가에 비해 수도성소, 특히 여성수도자들의 입회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높아질수록 활동 수도회의 성소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서구 수도생활의 쇠퇴

처럼 급감을 가져올지, 완만한 곡선을 그릴지는 남북통일, 세계정세의 변화, 경

제의 악화 등 외적요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수도생활의 미래는 합리적인 예

측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 셋째, 활동 수도회의 사도적 수도생활은 시대의 필요에 유연성 있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회원들을 돌보고 수도회 자체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세상과 교회의 필요에 응답하고자 했던 수도회 초기

의 활기와 생명력은 사라질 것이다. 젊은 회원의 수에 비해 중년기, 노년기의 숫자가 훨씬 많은 수도회의 경우, 초창기 회원인 노년층의 목소리가 크고 기존회원들을 돌보는데 너무 많은 에너

지를 쏟을 우려가 있다. 노년기에 속하는 회원들도 활기 있는 수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기이다. 회원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젊은이들의

필요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젊은이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젊은이를 위한

사도직에 힘써야 한다. 장상연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년기 회원의 돌봄, 중년

기, 노년기 회원을 위한 계속 양성 프로그램 등을 공동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평신도들과 함께 생활하며 평생 수도생활 했던 사람답게 현재 장상연합회 소속

양성장교육원이 수녀들의 교육과 계속양성을 위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도들은 항상 움직이는 사람이다. 항상 개방적이고, 항상 배우고, 항상 사

람들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으며 새로운 고통과 새로운 문제에 항상 민감한 내


면적인 운동성을 요청한다. 1980-1990년대에 입회한 숫자가 몰려있기에 한꺼번

에 고령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회간의 협력, 여/남성평신도와의 협력, 시민들과

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수도회 내부에 집중하기보다 교회와

세상을 향해 열려 있을 때 수도회의 존재이유가 분명해진다. 수도회의 생존을

걱정하며 연금제도, 생활비마련 등 연명을 위해 급급해 하면 수도회 본연의 예

언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하나의 단체로서 이기적이 될 수 있다. 넷째, 성소자의 감소와 입회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집단적이고 획일화된 양성

대신 개별적이고 다양한 양성이 뒤따를 것이다. 수도회의 카리스마와 개인의 정

체성이 잘 조화되어야 하겠지만, 수도자 개개인이 세상의 가치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복음삼덕의 가치를 증거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복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영적, 봉사자 리더여야 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인품과 역

량이 중요시되고, 철저한 믿음과 투신이 요청된다. 수도자의 숫자에 연연하기보

다는 자질 향상에 주력하여야 할 것은 분명하다. 성소자를 의식하여 본당 사도

직 등 수도회의 카리스마와 상관이 없는 특정 사도직에 머무르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은 안 될 것이다. 다섯째, 그동안 활동 수도회가 교회 안의 봉사로서 수행했던 많은 사도직들이

이제는 꼭 수도자가 아니라도 국가나 사회, 시민들이 수행하는 영역이 많아졌다. 따라서 어떤 사도직은 과감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기존 사도직에 대한 식별이

잘 이루어져야 하며, 각 수도회들은 자신의 카리스마에 따라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부름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보며 지구를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녹색 자매들39)의 경우나, 정의·평화·창조계 보전을 위한 투신, 종교 간의 대화 등 현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일에

앞장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한 사도직을 선택할 때, 청빈정신에 따라 현대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이 수도자들에게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은

39) Sarah McFarland Taylor, Green Sisters: A Spiritual Ecology, Harvard University Press, 2009.


무엇인가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40)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수도

자로서 복음정신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식별정신이 필요하다. 여섯째, 사도적 공동체에서 공동체 자체가 사명으로 변한 것은 그 만큼 현대

사회에서 그리스도적 공동체가 주는 증거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개인주의와

가정의 해체로 인간 존엄성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신앙 가족은 하느님 사랑과 대

안가족의 표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도자 개인의 청빈은 물론, 수도회

단체로서의 청빈은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 안에서 단체로서의 증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40) 예를 들어 본당사도직의 경우, 지금까지 현존했던 방식과는 달리 카리스마가 다른 여러 수도회의 공동으로 참여하여 본당사목의 어떤 부분을 참여한다든가, 사회복지 부문에서도 대형기관을 지양하고 복음정신에 입각한 소규모 인간존중 모델을 제시한다든가, 가치중심적인 대안 모델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사도직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고 각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따라 창의성 있는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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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120여 년 역사를 가진 한국의 여성 수도회들은 그동안 한국 교회의 역사와

맥락을 함께 하며 성장해 왔다. 한국의 많은 수도회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에 진출하거나 창설되었는데(현재 107개 중 24개만 1962년 이전에 설

립됨), 이제 많은 수도회가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고, 40-50대 중년기에 속한 수

도자들이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대부분이 활동수도회인 한국의 여자수도회들은 신도수가 급증하는 한국교회의

긴급한 필요에 따라 전교와 애덕 실천, 병원, 학교, 사회복지 기관 운영 등 많은

활동을 하며 한국 교회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생활양식 면에서는 수도원

적이고 신심적인 면이 강하였으며, 1980년대에 와서야 공의회 정신에 따른 수도

생활의 쇄신과 변화와 적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1990년대를 정점으로 성소자의 감소, 회원의 고령화를 직면

하게 되었으며, 이제야말로 각각의 수도회가 공의회 정신에 따른 철저한 자기쇄

신과 함께 창의적인 미래 수도생활의 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여자 활동 수도회들은 1) 각각 여자 활동 수도회로서 정체성과 사명, 창

립 카리스마를 분명히 인식하고, 2)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예언

적이고 관상적인 소명을 다할 것이며, 3) 회원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도회 자

체 내 문제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젊은이들의 필요에 귀 기울이

고, 젊은이를 위한 사도직에 힘써야 하며, 4) 수도자의 자질 향상을 위해 집단적

이고 획일화된 양성 대신 개별적이고 다양한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며, 5) 현

초 록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여성 수도생활의 변화”


시대의 요청에 응답할 수 있도록 수도생활에 대한 식별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6) 신앙 가족으로서 이 사회 안에서 대안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여야 할

것이다.

주제어 : 수도생활, 여성수도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시대의 필요, 변화와 쇄신


Hae Young Choi

Women’s religious congregations in Korea have 120 years history, and they have grown up in the history and context of the Catholic Church in Korea. It is since Vatican Council II that many women’s religious congregations have come to Korea or have been founded in Korea. Among 107 congregations that exist currently in Korea, only 24 were founded before 1962. At present, many congregations as Institution reached the middle-age since their foundation in Korea, and also the majority of their members are middle aged (i.e, 50-60 years old). Being mostly apostolic institutions, women’s religious congregations in Korea have been main driving forces of the Church’s growth through their involvement in various works such as mission, practice of charity, administration of hospitals, schools, and social welfare institutions, which were done in response to urgent needs of the Church growing rapidly in numbers. But in terms of structuring their way of life, women’s religious congregations maintained a very strong monastic tendency, which was accompanied by devotional emphasis. It is only by 1980s that they began to discuss the issues of change, adjustment and renovation in religious life according to the spirit of Vatican Council II.

Women Religious Congregations response to the needs of the times after Vatican Council II

Abstract


On facing decrease in numbers of candidates, which had a peak in 1990s, and the problem of aging, each congregation now is keenly aware of the fact that, along with a thoroughgoing renewal of religious life according to the spirit of Vatican Council II, it should seek and discern creatively a new direction for the future of religious life. In this context, active women’s religious congregations (1) should clearly conceive anew their own identity and mission, and the charisma of their institution, and (2) should live their prophetic and contemplative calling in a more compelling way so as to manifest the presence of God in the world, and (3) should listen to the needs of the youth and develop appropriate apostolate for the youth, rather than focusing on internal issues coming from the problem of aging, and (4) should make an effort to implement individualized formation with varied training instead of having collective and uniform formation program, and (5) should envision religious life with constant discernment so as to respond to the needs of the present time, and (6) should realize the ideal of alternative community as a family of faith in society.

Key Words : religious life, women religious congregation, Vatican Council II, needs of the times, change and renewal

논문 접수일: 2013년 8월 23일논문 수정일: 2013년 11월 5일논문게재 확정일: 2013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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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여성 수도회의 시대적 필요에 대한 응답theoinst.sogang.ac.kr/theoinst/file/23-특집논문-제2... · 2018-02-06 · 118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