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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31 최 현 순 서강대학교, 교의신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교계제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서 론 1. 카리타스: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심 2. 교회의 본질 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 3. 교회의 구조 이해에서의 카리타스 결 론 서 론 모든 교회를 위하여 가난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정의를 증진하는 것은 전문가들게만 위탁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목에, 미래의 사제들과 수도자들의 양성에, 모든 본당 들의 정상적 업무에, 교회적 운동들과 모임들의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 1) 1) 2013. 5. 24. 이주사목위원회의 총회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sp 연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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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31

최 현 순

서강대학교, 교의신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교계제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서 론

1. 카리타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심

2. 교회의 본질 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

3. 교회의 구조 이해에서의 카리타스

결 론

서 론

“모든 교회를 위하여 가난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정의를 증진하는 것은 ‘전문가들’에

게만 위탁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목에, 미래의 사제들과 수도자들의 양성에, 모든 본당

들의 정상적 업무에, 교회적 운동들과 모임들의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1)

1) 2013. 5. 24. 이주사목위원회의 총회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sp

연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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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신학과 철학 제25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말은 가난한 이들을 돌본다는 것이 단순히 일부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활동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교회의 구조적 차원과 은

사적 차원 모두에 속해 있으며 본당의 특수 사목이 아니라 통상적 업무의 일환이라는

것, 그래서 “교회전체”를 위한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

는 주제는 교회의 정체성, 다시 말하면 교회의 본질과 실재, 그리고 사명이라는 주제에

직결되어 있다.2)

그렇다면 두 주제 간의 긴 한 연관을 가능케 하는 요소를 규명할 수 있다면 가난

한 이들을 돌보라는 요청은 개인의 윤리적 실천의 차원만이 아니라 전체교회가 참으로

그리스도의 교회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명령임이 보다 분명해진다. 이 요소 중의 하나

가 ‘카리타스(caritas)’일 것이다.3) 이는 단순하게는 교황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언급을

할 때마다 항상 카리타스가 언급되기 때문이지만,4)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난한 이들의

eeches/2013/may/documents/papa-francesco_20130524_migranti-itineranti.html [2014. 6. 1. 접속].2) “가난한 이들의 교회”와 관련된 연구들은 다음을 참조: Jacques Dupont, “La Chiesa e la povertà”,

in La Chiesa del Vaticano II, Guilherme Baraúna ed., (Firenze: Vallecchi, 1965), 387-418; P. Gauthier, "Consolez mon peuple": le Concile et "L'Eglise des pauvres", (Paris: Cerf, 1965); Craig L. Nessan, "Poverty: The Biblical Witness and Contemporary Reality", in Currents in Theology and Mission, 13, 4 (1986), 236-238; Aquinata Böckmann, “L’Eglise et les Pauvres: les impulsions du Nouveau Testament”, Concilium, 124(1977), 53-63; Michel Mollat, “Mouvements de Pauvreté et service des pauvres dans l’histoire de l’Eglise”, Concilium, 124(1977), 65-74; Marie-Dominique Chenu, “L’Eglise des pauvres à Vatican II”, Concilium, 124(1977), 75-80; Gustavo Gutiérez, “Les pauvres dans l’Eglise”, Concilium, 124(1977), 108-113; Hurbert Lepargneur, “Pauvreté - efficacité: un dilemme pour l’Eglise”, Concilium, 124(1977), 115-113; Yves Congar, “La pouvreté comme liberté”, Concilium, 124(1977), 125-133; Victor Conzemius, “Pour un fonds de solidarité des prêtres européens”, Concilium, 124(1977), 135-138.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와 교회 본질

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최현순, 「가난한 이들의 교회」,『신학과 철학』, 23(2013), 77-112 참조.3) 일반적인 의미에서 사랑을 가리키는 amor는, 사람이나 사물에 모두 적용가능하고 또한 존귀한 것만이

아니라 저속한 것에 대한 사랑까지 의미할 수 있다. 반면에 caritas라는 말은 오로지 인간, 그리고 존

귀하고 고상한 것에 대한 사랑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사랑할만한 대상에 대한 이유와 합리적 평가로

부터 생긴 사랑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는 하느님의 초자연적 사랑이라는 근

본 개념을 전제한 단어이다. Forcellini Egidio, Lexicon Totius Latinitatis 의 “caritas” 항목 참조. 따

라서 단순히 사랑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caritas 라는 말의 이러한 의미를 표현하는 데에 부족하기 때

문에 본 논문에서는 caritas를 그대로 음역하여 ‘카리타스’로 표기한다. 교회헌장은 amor 보다 caritas를 훨씬 더 선호하여 사용하 다(caritas 69회, amor 17회).

4) 『복음의 기쁨』, 4장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참조. 그 외에 교황의 여러 담화에서 언급되고 있다. 예

를 들어, 칼리아리(Cagliari)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 담화(2013. 9. 22.),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speeches/2013/september/documents/papa-francesco_20130922_emarginati-cagliari.html; 성령

강림 전야에 교회 내 다양한 신심운동단체들에게 한 담화(2013. 5. 18.),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en/speeches/2013/may/documents/papa-francesco_20130518_veglia-pentecoste.html; 세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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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33

교회’라는 주제가 그리스도론적 틀 안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를 선언하고 있는 항목(LG 8) 안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즉, 이 교회는 우리를 위해 부

요하셨지만 가난해져서 구원을 이루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하여 그 신앙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카리타스를 실천하고 그리고 마지막 날에 교회의 거룩함을 완성시

켜주시리라는 희망, 곧 신앙과 희망과 사랑으로 사는 공동체이다. 결국 가난한 이들의

교회 문제는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삼중관점, 특히 직접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태도와 직결되어 있는 카리타스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카리타스에 대한 보다 견고한

이해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이어야 한다는 요청에 교회가 보다 지속적으로 응답할 수

있기 위해 중요하다.

한편 카리타스 개념은 지금까지 주로 윤리신학이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주로 연구되

어졌다.5) 그런데 비록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별도의 독립된 주제로서 다룬 것은 아니

지만 카리타스는 계시헌장 특히 교회헌장에서 핵심단어로 나타나고 있고 결과적으로

공의회의 다른 문헌 전반에까지 향을 미쳤다.6) 예를 들어 계시의 동기는 “하느님의

넘치는 사랑(ex abundantia caritate)”, 계시의 목적은 이 사랑에의 참여인 하느님과의

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총회에서 한 연설(2013. 5. 8.),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speeches/2013/may/documents/papa-francesco_20130508_uisg.html; 이주사목위원회 총회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2013. 5. 24.),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speeches/2013/may/documents/papa-francesco_20130524_migranti-itineranti.html; 로마 “Centro Astalli” 방문 연설(2013. 9. 10.), http://w2.vatican.va/content/francesco/it/speeches/2013/september/documents/papa-francesco_20130910_centro-astalli.html [2014. 5. 8.접속].

5) 예를 들어 교회와 가난한 이들의 관계를 다룬, G. Butturini, Breve storia della carità. la Chiesa e i poveri, (Roma: Gregorianan libreria editrice, 1989). 국내에서는 김흥주,「그리스도교 성덕에 관한 신

학적 고찰」,『누리와 말씀』, 26(2009), 143-191; 정무웅,「 성생활과 애덕」,『가톨릭 신학과 사상』, 22(1997), 99-126; 가톨릭사회복지 편집부,「카리타스, 정의와 사랑」,『가톨릭사회복지』, 34(2010), 5-16; 김몽은,「교회 안에서의 애덕 임무의 변천」,『경항잡지』, 64(1972), 48-50.

6) 어떤 공의회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만큼 카리타스에 대해 그토록 많이 말했던 적이 없다. 문헌 전체

에서 사랑에 상응하는 단어는, caritas 261회, amor 113회, dilectio 35회, diligere 46회, amare 7회

로서 전체 462회에 걸쳐 언급되었다. 공의회에서 Ecclesia 1135회, Deus 954회, Christus 865회, homo 784회 vita 625 회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은 빈도수에 속한다. 한편 LG는 GS를 비롯하여, 주

교, 사제, 평신도, 수도자 교령과 같이 교회 내적인 측면에 관련된 문헌과 일치교령, 동방교회, 선교

교령 등등에도 중추적 향을 미치는 문헌이다. 사랑에 해당하는 단어는 LG에 106회(caritas 69, amor 17 포함), GS에 129회(amor 58, caritas 39)사용된다. 각 문헌 및 회기 중 출현 빈도수에 대해

서는 Anotonio Garcia-Cano Lizcano, Analisis teologico de la Caridad en el Concilio Ecumenico Vaticano II, (Burgos, 1999), 10-50 참조. Ph. Delhaye-M. Gueret-P.Tombeur, Concilium Vaticanum II Concordance, Index, Listes de fréquence, Talbles comparatives, (Louvain: Cetedoc,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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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신학과 철학 제25호

친교(koinonia)라고 선언된다(DV 2). 교회헌장에서 69회에 걸쳐 사용되는 카리타스라는

용어는 사목헌장에 39회를 비롯하여 공의회 문헌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카리타스’가 교회헌장에서 교회론적 의미를 획득하면서 신학적 기초원리로서 다른 문

헌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7) 그렇다면 카리타스는 윤리신학이나 사회복지적 차원

에 앞서 우선적으로 교회론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단어이다.

교회이해는 교회의 본질, 실재 및 사명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본 연구는 교

회의 구조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의 카

리타스의 중요성은 하느님 백성의 예언직 수행(LG 12) 및 평신도의 본질과 사명을 신

망애를 증거하는 삶으로 제시할 때(LG 31), 하느님 백성에 속함에 있어서 카리타스의

결정적 중요성을 강조할 때(LG 14b), 그리고 거룩함의 본질을 카리타스로 풀어나갈 때

(LG 40-42) 명백히 드러나는데, 이러한 차원은 카리타스를 개인적 수준에서의 윤리 및

실천과 연결시키는 데에 머물게 할 수 있다.8) 반면 “교회의 구조적 측면”, 즉 교계제

도를 이해하는 데에 카리타스의 역할을 드러낼 수 있다면 교회의 구조 자체가 “카리타

스라는 모태(milieu)” 안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카리타스가 교회의 실재이해에 본질적

이며 교회사명에 있어 부차적이 아닌 “구성적 차원”에 속한다는 것,9) 다시 말해 교회

구성원들의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교회 자체의 현존 양식을 규정하는 것임을 드러낼

수 있다. 물론 공동체의 본질이 구조를 결정하므로,10) 교회 구조에 대한 이해에 앞서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또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카리타스 개

7) Anotonio Garcia-Cano Lizcano, Analisis teologico de la Caridad, 50.8) 형제적 사랑에 중점을 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의 카리타스를 다룬 연구로는, T. Pometti,

“Spundi dottrinali e pastorali sulla carità fraterna nel Concilio Vaticano II”, Divus Thomas, 47(1970), 129-174; P. Luigi Ciappi, “Triplice Testimonianza: di fede, di speranza, di carità primo frutto del concilio vaticano II”, in Miscellanea André Combes, III, (Roma: PUL, 1968), 279-287. 교회 안에서 카리타스의 실천적 차원에 대해서는, M. Gervasoni et al., La Carità e la Chiesa, (Casale Monferrato: Piemme, 1989); P. Baldelli, La divulgazione del Concetto teologico della carità, (Roma: Edizioni Caritas, 1962).

9) 베네딕토 16세, Motu Proporio Intima Eclcesia Natura (2012. 11. 11), AAS 104(2012), 996: “카리

타스의 봉사는 교회의 사명의 구성적 차원이며 교회의 본질 자체의 포기할 수 없는 표현이다”. 한편

카리타스를 교의적 차원에서 보려는 시도는 많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이탈리아에서 있었

던 이런 흐름에 대하여는, Simona Segoloni Ruta, Tradurre il Concilio in Italiano, (Glossa, 2013), 5장 1절 “Chiesa e Carità” 참조.

10) S. Dianich, “«De caritate Ecclesia», Introduzione ad un tema inconsueto, in Associazione teologica italiana”, in De Caritate Ecclesia. Il principio “amore” e la chiesa, (Padova, 1987),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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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35

념이 어떻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심개념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교회이해에

카리타스가 중요한 이유를 분명히 드러내주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될 것이다.

1. 카리타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심

1.1. ‘카리타스’에 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이해

이성주의 및 자유주의 팽배에 직면하여 심각한 위기를 느끼면서 개최된 제1차 바티

칸 공의회(1869-1870)의 키워드는 공의회 소집 문헌인『 원한 아버지(Aeterni Patri

s)』와『가톨릭 신앙에 관한 교의헌장(Dei Filius)』서언에 나타나는 것처럼 ‘진리’와 ‘권

위’이다. 이것은 이미 교황 비오 9세가 가에타 유배를 겪은(1848년) 이후 발표한 많은

문헌에서 반복되어 나타난다.11)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이 공의회가 선언한 두 개

의 문헌, Dei Filius와 Pastor Aeternus에서 caritas라는 단어가 지극히 드물게 나타나

는 것은 당연하다. 카리타스는 Dei Filius에서 신앙이 갖는 자유의 특징을 부정하는 헤

르메스(G. Hermes) 이론에 반대, 카리타스가 수반된 신앙과 그렇지 못한 신앙을 구분

하기 위해 두 차례 언급되지만(DH 3010; 3035), 정작 계시와 신앙을 다룰 때에는 한

번도 출현하지 않는다. 또한 Pastor Aeternus의 경우에는 두 차례, 곧 서언에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집에서 모든 신자들이 신앙과 애덕의 일치를 이룬다”고 할 때와, 4장

교황의 무류적 교도권 교의를 다루면서 교황의 교도권이 보편공의회에서 인정되어왔다

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기는 하지만 실제 교황에 대한 교의헌장 자체에는 아무

런 향도 주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두 헌장의 초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12)

11) 제1차 바티칸 공의회 소집과 관련된 문헌, “Aeterni Patris” (1868. 6. 29), in Mansi 49 1249D-1255A; “Arcano Divinae” (1868. 9. 8), in Mansi 49 1255B-1260A; “Iam vos omnes” (1868. 9. 13), in Mansi 49 1259A-1262B; 그러나 이미 그 이전에 발표된 문헌에서도 발견된다. “Si semper antea”, allocutio(1850, 5. 20), in Les actes pontificaux cités dans l’Encyclique e le Syllabus, 169-181; “Maxima quidem” (1862, 6. 9), PII IX Acta P. I, v. III, 451-461.

12) Dei Filius 초안 Schema constitutionis dogmaticae de doctrina catholica contra multiplices errores ex rationalismo derivatos patrum examini propositum(Mansi 50 59A-119B)에서 2회, Pastor Aeternus의 초안, Supremi Pastoris(Mansi 51 539A-636A)에서는 4회 등장한다. R. Aubert-M. Gueret-P. Tombeur, Concilium Vaticani I Concordance, Index, Listes de fréquence, Tables comparatives, (Louvain: Cetedoc, 1977), 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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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신학과 철학 제25호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보여주는 카리타스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카리

타스라는 말이 ‘교의적’ 의미를 전혀 획득하지 못하고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반 하며

또한 계시와 교회에 대한 당시의 이해에서도 비롯된다. 즉 인지적 차원에 치우쳐서 이

해되었던 계시개념과 재치권적 차원으로 치우쳐서 이해되었던 교회론에서 중요한 것은

초자연적 계시진리를 권위가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가이지 카리타스가 아닌 것이다.

공의회 교부들에게 배포된 교회헌장 초안『최고의 목자(Supremi Pastoris)』 제1장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대하여”는 제목은 물론 1장의 내용 전체가 공의회 교부들 거의

대부분의 강력한 반대를 받았던 것이 그 구체적 예이다.13) 신학위원회는 다음 다섯 가

지 이유로 그리스도의 신비체 개념을 교회 헌장 1장에서 선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

었다. 첫째, 그리스도의 신비체 개념이야말로 성서가 교회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선호

하는 표현이고, 둘째 이 개념이 교회의 내적 본질을 담고 있으며, 셋째, 가톨릭 신자들

은 카리타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교회를 오직 가시적이며 감지할 수 있는 그런

외적인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프로테스탄트의 비판을 바로잡기 위해서, 넷째, 교회의 초

자연적 혹은 신비적 차원의 우선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14) 그래서 1장의 본문에서 교회

는 신자들이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함으로써 신앙과 사랑과 애

덕의 공동체를 이루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신비체라고 기술하 다. 그러나 공의회 교부

들은 제목은 물론 그 내용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 는데, 신비나 카리타스와 같은

13) Mansi 51 539BC: «Unigenitus Dei Filius, qui illuminat omnem hominem venientem in hunc mundum, quique nulla unquam aetate miseris Adae filiis ope sua defuit, in ea plenitudine temporis, quae sempiterno consilio fuerat praestituta, in similitudinem hominum factus visibilis apparuit in assumpta nostri corporis forma, ut terreni homines atque carnales novum hominem induentes, qui secundum Deum creatus est in iustitia et sanctitate veritatis, corpus efformarent mysticum, cuius ipse existeret caput. Ad hanc vero mystici corporis unionem efficiendam, Christus Dominus sacrum regenerationis et renovationis instituit lavacrum, quo filii hominum tot nominibus inter se divisi, maxime vero peccatis dilapsi, ab omni culparum sorde mundati membra essent ad invicem, suoque divino capiti fide, spe, et caritate coniuncti, uno eius spiritu omnes vivificarentur, ac caelestium gratiarum et charismatum dona cumulate reciperent».

14) 첫 번째 초안인 De Ecclesia Catholica의 추가설명 2항(adnotatio n. 2)참조 (Mansi 51 553D-554D). 이것은 사실 그리스도의 신비체 개념을 발전시킨 튀빙켄 학파의 향을 받은 것으로서, G. Perrone(1794-1876), C. Passaglia(1812-1887), C. Schrader (1820-1875), J. Franzelin (1816-1886), M.J. Scheeben(1835-1888) 등이 속한 콜레지오 로마노(Collegio Romano)의 학자들이 당시 발전시키

고 있던 개념이었다. C. Schrader는 교회헌장 초안 Supremi Pastoris 를 준비하면서 1장 제목을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대하여”로 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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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37

개념들은 수덕신학이나 신비신학에서 다룰 것이지 “교의헌장”에서 다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15) 이러한 생각은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이후 제2차 바티칸 공

의회 개최 직전까지도 계속되어 카리타스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를 다루는 교의에

서가 아니라 수덕신학의 테마로만 여겨졌다.

1.2. 교회론적 의미 부여의 시작

델라위(Ph. Delhaye)가 지적했던 것처럼 카리타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끊임없

이 반복하고 있는 본질적 개념 중의 하나로서, 공의회 문헌, 특히 교회헌장 안에서 그

교회론적 의미를 얻었을 뿐 아니라 사실 공의회 활동 자체를 특징짓는 말이었다.16) 여

기에는, 물론 공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교부들 편에서의 요청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만,17) 무엇보다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항해키를 잡았던 두 교황의 기여가 크다.

공의회를 소집하고 개막했던 요한 23세는 1회기 개막 및 폐막 연설을 통하여 이 공

의회가 현대세계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공의회를 개막하면서

교황은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진리에 의해 다스려지고 카리타스를 그 법으로 가진” 천

상도시와 지상교회가 유사해지는데 필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다.18) 아

우구스티노의 서한(138,3)을 인용한 이 표현은 교회가 천상도시처럼 카리타스에 의해

다스려지기 위한 일치를 공의회가 준비하기를 기대하는 바램을 나타낸다. 이러한 바램

은 1회기 폐막 연설에서 다시 한 번 표출된다. “신앙 안에 견고해지고, 희망 안에서 굳

15) 보수파를 이룬 다수의 교부들 뿐 아니라 진보파인 소수파(약 18%)의 교부들까지도 이 문제에 있어

서만은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Apuzzo, Guidi 와 Bernadou (Mansi 51 737D-738A; 746A; 739BC); Lipari의 주교 Idèo (Mansi 51 735D-736B); Szatmár의 주교 Birò (Mansi 51 737A); Barcellona의 주교 Monserrat y Navarro (Mansi 51 737C); St.-Brieuc의 주교

David(Mansi 51 739B); Urgel의 주교 Caixal y Estradé (Mansi 51 740D); 프랑스 Bonnechose 추

기경을 포함한 17명의 교부들 (Mansi 51 741B); Arrigoni (Mansi 51 742BC); 오를레앙의 주교

Dupanloup (Mansi 51 743C-744A); 소수파에 속했던 마인츠의 주교 Ketteler, 그리고 가장 급진적

진보파에 속했던 Maret 또한 1장에 반대한다(Mansi 51 745B-D).16) Ph. Delhaye, “Le Kégme de la charité à Vatican II”, Revue Thèologique de Louvain I (1970),

144-174.17) 예를 들어 J. Lefèvre 추기경(Bourges의 대주교)은 1회기 중에 교회헌장 첫 번째 초안에 카리타스에

대한 언급이 결여되어 있음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교회 신비란 그리스도의 카리타스의 신비”라고 말

한다. AS I/IV, 371-373, 특히 371 참조.18) 요한 23세, 제 1회기 개막연설(1962. 1. 11.), EV 1,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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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신학과 철학 제25호

건해지며, 카리타스 안에서 열성에 불타는 교회가 다시금 꽃을 피우고 젊어지는 것, 그

리고 거룩한 법들로 견고해져서 그리스도의 왕국을 전파하는데 있어서 보다 더 열정적

이 되어 파견되도록 하는 것입니다.”19) “보편공의회가 인간 가족에게 믿음과 희망과

카리타스의 열매를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20) 이러한 요한 23세의 발언에서

세상 속에 있는 교회의 정체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 보

다 더 압축하자면 카리타스에 다스려지는 공동체로서, 교황은 공의회가 이런 교회의 모

습을 꽃피우는 데에 기여하기를 바랬다.

공의회의 목적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후임 교황 바오로 6세에게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2회기 개막연설을 통하여 교회 자신에 대한 인식을 공의회의 중요 목표 중의

하나로 강조했던 교황은21), 교회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카리

타스의 교회(Ecclesia caritatis)”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22) 이런

교회야말로 현대세계 안에서 의미있는 교회정체성임을 명확히 하 다. 교황 바오로 6세

에게 있어서 카리타스는 교회의 삶의 원리요 기초 다.23)

그런데 교회헌장에 대한 토론과 수정이 주된 작업이었던 2회기의 개막 및 폐막연설

에서 교황이 카리타스의 교회를 이토록 강조했다면, 교회의 본질과 실재 및 사명을 다

루는 교회헌장에 그 향이 없을 수가 없다. 이것은 비록 카리타스가 교회헌장 안에서

독립된 주제로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회에 관한 교의 이해의 해석학적 열쇠

라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수덕신학적 의미만을 부여받았던 카리타스개념이 교회론적

의미도 획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리타스 이해에 있어서 이러한 지평의 변화를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황이 제3회기 개막 및 폐막연설에서 밝힌 교계제도에 대한 입장표명이다. 교황

은 개막연설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연결시키는 것이 카리타스임을 강조하면서 하느님의

19) 제1회기 폐막연설(1962. 12. 8), EV 1, 119*. 요한 23세의 이러한 바램은 1961. 1. 11. 독일 주교들

에게 보낸 편지에도 나타난다. P. Luigi Ciappi, “Triplice Testimonianza”, 279 참조. 20) 제1회기 폐막연설(1962. 12. 8), EV 1, 124*.21) 바오로 6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목표를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한다: 1) 교회 자신에 대한 인식;

2)교회의 개혁; 3)일치에 있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재구성; 4)교회의 현대세계와의 대화. EV 1, 148* 참조.

22) 제2회기 개막연설, EV 1, 166*.23) 제2회기 폐막연설, EV 1,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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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39

교회를 다스리는 직무를 받은 주교들을 가리켜 “신앙과 카리타스의 직무자들(ministri

fidei et caritatis)”이라고 부른다.24) 주교직무 이해에 있어서 쟁점이 되었던 교계적 친

교(communio hierarchica)를 언급함에 있어서도 카리타스를 특별히 강조하 다.25) 교황

의 이 발언을 단순히 교회헌장 3장 교계제도에 대하여 있었던 다수파와 소수파 간의

격렬한 충돌을 부드럽게 마무리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는 것은 카리타스가 주교직무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일 가능성을 미리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이

에 대해서는 본고의 3절에서 볼 것이다

교회의 정체성 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의 중요성은 공의회가 진행됨에 따라 교황 바

오로 6세의 발언에서 더욱 명료하게 나타난다. 4회기 개막연설에서 교황은 교회를 다음

과 같이 표현한다. “교회는 사랑 위에 세워졌고, 사랑에 의해 다스려집니다(Ecclesia

esse societatem, quae in amore innitatur regaturque amore).”26) “교회는 개인적 우상

의, 혹은 사회적 우상의 준거들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논쟁할 수 없는

원리 위에 세워졌기 때문인데, 그 원리란 카리타스, 인간에 대한 사랑, 그들의 장점 때

문에가 아니라 하느님의 카리타스 때문에 하는 인간에 대한 카리타스입니다.”27)

한편 교황 바오로 6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자체가 ‘카리타스 위에 세워졌고 카리

타스에 의해 다스려지는 교회’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하면서 이 공의회의 활동

자체를 한마디로 “카리타스의 행위(actus caritatis)”라고 규정하 다. 즉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우리로 하여금 교회가 신앙의 일치와 사랑의 보편성 위에 세워졌음을 알게

하 는데, 이 공의회가 3중의 사랑, 즉 하느님, 교회, 인류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것이다.28) 전 세계 3천여 명의 주교들이 집단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

운 것인지를 교회헌장에 대한 토론을 보면서 목격한 교황은 3회기 폐막연설에서 그러

한 작업 자체가 카리타스 안에서 극복될 수 있었음을 강조하 고,29) 공의회 폐막을 3

주 앞두고는 공의회의 모든 결과와 활동을 카리타스의 차원에서 평가하 다. 즉, 공의

회는 교리차원에서 진리와 윤리에 대해 놀랍고 풍요로운 문헌들을 작성했고, 카리타스

24) 제3회기 개막연설(1964. 9. 14.), EV 1, 235*.25) 제3회기 개막연설(1964. 9. 14.), EV 1, 261*과 265* 참조.26) 제4회기 개막연설(1965. 9. 14.), EV 1, 338*.27) 제4회기 개막연설(1965. 9. 14.), EV 1, 337*.28) 제4회기 개막연설(1965. 9. 14.), EV 1, 333*; 337*.29) 제3회기 폐막연설(1964. 11. 21.), EV 1,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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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신학과 철학 제25호

의 차원에서는 온 세상으로부터 모두 모여서 서로 알고 기도하고 공부하고, 함께 문헌

을 선언하고, 함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에 대한 우리의 충실함을 고백하기 위해, 그

리고 갈라진 형제들, 가난한 이들, 고통 받는 이들을 향한, 그리고 인류전체를 향한 사

랑의 능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공의회에 모 던 것이다.30) 교황에게 있어서 교회 및 공

의회 자체에 대한 이해의 키워드가 카리타스 음은 폐막 하루 전의 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우리 공의회의 종교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카리타스임

을 우리는 주목하고 싶습니다.”31)

이렇게 카리타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목표와 활동을 특징짓는 데에 뿐 아니라

교회 자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키워드가 되었다. 그러므로 교회헌장 안에서 카리타

스의 교회론적 의미를 획득하 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2. 교회의 본질 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이해하고자 했던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학위원회

의 시도가 교부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1세기가 지나고서야 비로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가 교회를 신비로써 정의하고자 하 다.32) 그렇다고 해서 제1차 바티칸 공의회 신학위

원회가 교회헌장 초안에서 표현했던 것을 그대로 취한 것은 아니다. 19세기 공의회가

세례의 신비 곧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그 구성원들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출발했던 것과 달리 20세기의 공의회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신비로부터 교회를 이해하고자 하 다. 즉, 창조부터 종말에 이르는 역사적

전망 안에서 창조 때부터 감추어져 있었고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드러나기 시작했으

며 결정적으로는 당신 아들을 보내심으로써 계시하시고 또 완성하신, 그리고 종말에 가

서 그 충만함에 도달할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라는 신비 안에서, 즉 성부, 성자, 성

령의 구원경륜적 삼위일체의 전망 안에서 교회를 바라보았던 것이다(LG 2-4). 그 구원

계획이란 인간을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었고(LG 2), 이는 사실 하느님의

30) 1965. 11. 18 연설, EV 1, 444*.31) 1965. 12. 7 연설, EV 1, 455*.32) 여기에는 바오로 6세의 제2회기 개막연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63. 9. 29). EV 1,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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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41

계시의 목적이기도 하다(DV 2). 그런데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성, 하느님의 생명이 카

리타스 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에 사실 교회헌장 2항-4항까지 카리타스라는 단어가 전

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회의 기원, 존재방식, 목표를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이해하고 있는 한(Ecclesia de unitate Patri et Filii et Spiritu Sanctui, LG 4) 카리타

스는 교회본질 이해의 암묵적인 해석학적 열쇠이다.

교회 본질이해에서 카리타스가 그 키워드로써 명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교회와 하

느님 나라의 관계에 대한 성찰에서이다(LG 5). 교회헌장은 교회의 창립시기에 대하여

당시 공의회 교부들이 제각기 주장했던 창조, 육화, 십자가, 성령강림, 혹은 성모 보

등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지도,33) 그렇다고 그때까지의 신학교과서들에서 흔히 하던 것

처럼 마태 16,16-19를 근거로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는 데에서 출발하

지도 않았다. 공의회는 전혀 다른 전망, 곧 종말론적 관점을 택하는데, 예수는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심으로서 당신 교회를 시작하셨던 것이다”(LG 5).

왜 공의회는 교회창립을 예수의 하느님 나라 선포와 연결시켜서 이해했을까? 예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엄 한 의미에서의 ‘정의’를 내린 적은 없지만, 오래전부터 성서에

서 약속된 그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아니 이미 도래했다는 소식을 선포한다. 그 나

라의 도래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이 선포되고 억눌린 이들이 해방되고 소경이 보고

절름발이가 걷게 되는 것으로 상징되듯이, 인간존재를 억압하던 일체의 굴레로부터의

해방을 말하며,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주권이 인정되는 나라, 하느님과의 화해가 이루어

진 나라이다.34) 예수는 자신의 설교와 행적, 자신의 현존, 죄인들과의 식사 안에서 이

나라가 도래했음을 보여주었는데, 무엇보다도 그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죽음을 극복

하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결정적 계시인 동시에 하느님의 다스리심이 예수 안에

예수를 통하여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초대공동체 때부터 예

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성체성사를 종말론적 기쁨을 가지고 거행하면서 결정적

으로 다시 오실 예수를 기다렸다. 교회는 처음부터 종말론적 공동체 던 것이다, 따라

서 교회의 시작을 육화로 할지, 혹은 십자가 사건, 또는 성령강림으로 할지 논하는 것

33)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vol. I, (Milano: Jaca Book, 1969), 90.

34) W. Kasper,『예수 그리스도』, (왜관: 분도출판사, 1977), 116-147; 조규만,『하느님 나라』, (서울: 가

톨릭대학교출판부),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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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신학과 철학 제25호

은 의미가 없다. 예수와 그로 인해 도래한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고 그 충만한 완성을

기다리는 이 백성 안에서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신비적 방식으로 현존한다(LG 3). 그러

므로 하느님 나라 자체 던(auto-basileia) 예수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때 그의 현존

자체 안에서 교회는 이미 함축적으로 시작되었다.35)

교회와 하느님 나라의 관계를 이렇게 이해했을 때, 교회의 존재방식은 예수의 존재

방식이어야 한다. LG 8c에서 교회가 자신의 창립자인 그리스도와 “똑같은 길”을 걸어

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의 구체적 존재방식은 예

수의 경우처럼 카리타스와 겸손과 자기 부정이다(LG 5). 그리고 종말론적 완성을 향한

교회의 성장이란 그의 창립자인 예수를 받아들이고 그의 모범을 따라 카리타스 안에서

사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그 머리이

시며 카리타스 자체이신 그분 앞에서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따라(veritatem facientes

in caritate) 살면서 성장한다(LG 7 참조).

교회의 이러한 실존 방식은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

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신”(LG 9) 교회의 모습이다. 하느님이

알려주신 진리란 예수 그리스도 자신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며(DV 2-4), ‘하느님을 거

룩히 섬긴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고, 따라서 카리타스에 있어서의 완전함 이

외의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LG 5장 특히 40-42항),36) ‘진리 안에서 하느님을 알고

거룩히 섬긴다’는 것은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따라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따라

서 카리타스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을 연결시키는 동시에 이 하느님 백성을

살게 하고 성장시키는 동맥과 같다. 교회는 순례의 길을 걸으며 온갖 고통과 난관을 이

카리타스로 이겨내면서 충만을 향하여 갈 수 있다(LG 8d).

결국 교회헌장에서 카리타스는 교회의 기원과 목표, 존재방식과 생명력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신비로서의 교회를 다루는 교회헌장 1장을 마무리하면서 교회를 믿음과 희

망과 사랑의 공동체라고 규정한 것은(LG 8a) 단지 세례로 인해 신비체에 참여하기 때

문에만이 아니라 이러한 삼위일체론적, 그리스도론적, 종말론적 전망에서인 것이다. 한

35) W. Kasper, Chiesa Cattolica, 141-143.36) 최현순,「“거룩하면서도 정화되어야 하는 교회”를 위한 모델: “가난한 이들의 교회”」,『신학사상』,

165(2014), 219-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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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43

마디로 교회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정확히 표현한 것처럼 카리타스의 교회(Ecclesia

caritatis)이다.

3. 교회의 구조이해에서의 카리타스

3.1. 교회의 본질이해와 구조이해의 관계

어떤 공동체이든 공동체의 본질, 존재이유와 목적은 그 공동체의 구조에 향을 준

다. 이는 새로 형성되는 공동체라면 그 본질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구성될 것이

고, 기존의 공동체라면 그 본질에 대한 이해에 따라 구조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도,

혹은 역으로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이 본질을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본질이해와 구조이해의 이러한 상관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제1차 바티칸 공

의회, 그리고 그 이후에 발행된 신학교과서에서의 교회 이해이다. 19세기 유럽 역사의

격동기에 열렸던 공의회의 교회헌장 초안(Supremi Pastoris)과 이 초안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준비된 두 번째 초안(Tametsi Deus)은 당시 지배적이었던 교회론을 보여준다.

첫번째 초안은 교부들의 강력한 반대로 ‘그리스도의 신비체 개념’을 누락시키는 대신

‘참된 사회’로서 교회를 정의한다.37) 완전사회로서 교회를 보는 이러한 관점은 사회를

구성하는 형상적 원리가 ‘권위’라고 생각하고 있던 당시의 사고흐름을 그대로 반 하고

있어서,38) 권위와 권한(auctoritas, potestas)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교회의 본질과 실

재를 이해하고 있다.39) 비록 공의회 중단으로 토론되지는 못했지만 이 초안이 보여주

는 이러한 교회론적 특징은『 원한 목자(Pastor Aeternus)』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37) Mansi 53 309B.38) 예를 들어, A. Tanquerey, Synopsis theologiae dogmaticae fundamentalis, n. 623; H. Dieckmann,

De Ecclesia, n. 316.39) Tametsi Deus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Mansi 53 308A-332C): I) 교회의 창립에 대하여, II) 신자들의

공동체, III) 신적 권한이 교회 안에 주어짐, IV) 교계제도에 대하여, V) 교회의 구성원에 대하여, VI) 참된 교회는 하나로서 이 교회 밖에서는 구원을 바랄 수 없다, VII) 교회의 교도권에 대하여, VIII) 교회의 재치권에 대하여, IX) 교회는 참되고, 신적이며 불변하는 원한 왕국이다, X) 참된 그

리스도의 교회는 오직 로마교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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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신학과 철학 제25호

데, 이 헌장의 서문은 교황의 권한에 대한 교의를 왜 선언해야 하는 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전체교회의 힘과 견고함이 교황의 수위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40)

권위와 권한에 기초한 이러한 교회 본질 이해는 교회의 구조적 측면인 교황이나 주

교직무 이해에 반 될 수밖에 없다. 교황직에 대한 헌장인『 원한 목자』는 베드로가

받았고 베드로 좌(sedis)에 앉는 이(sedens)에게 계승되는 수위권과 무류권에 대해 다루

고 있다. 여기서 중요시 되는 것은 교황이 누리는 재치권적 권한(potestas jurisdictionis)

으로서 여기에 카리타스가 들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반대 방향을 보았을 때에도 교회구조인 교계제도를 오로지 권위와 권한이라는 키

워드로만 이해하고 있는 한, 근본적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혹은 그리스도

론적 전망 안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본질 이해 시도는 가능

하지 않다. 그러한 시도를 감행했던 교회헌장 첫 번째 초안에 대하여 공의회 대부분의

교부들이 강력히 반발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교회의 본질 이해와 구조 이해 사이에 이와 같은 관계가 있다면 이것은 제2차 바티

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회를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사

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느님 생명에의 참여, 종말론적

인 충만한 거룩함, 곧 카리타스 자체이신 하느님의 본성에의 참여를 목표로 역사 안에

서 순례하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한다면 이 교회의 구조적 측면인 교계제도

또한 이러한 노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교회헌장에 의하면 하느님 백성 ‘위에’가 아니라 ‘안에’ 세워진 교계제도는

단지 그리스도로부터 권위와 권한을 받아 신자들을 ‘다스리기(gubernare)’ 위하여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백성 안에 이 직무(ministeria)를 세우신 목적

은 1)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선(bonum)을 위해, 2) 하느님 백성을 사목하고(pascere) 성

장(augere) 시키기 위함이고, 3) 그 형제들에게 봉사하여(inservire), 4) 하느님 백성에

속하는 모든 이가 자유롭게 그리고 질서있게 동일한 목적을 지향하며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함이다(LG 18). 그래서 교계제도에 속한 이들의 직무수행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동사는 ‘다스리다(gubernare)’가 아니다 ‘섬기다(inservire)’이다. 교계제도에 대한 이러

한 관점의 변화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신학교과서 교회론에

40)『그리스도의 교회에 대한 제일 교의법령(Pastor Aeternus)』서언, in 『보편공의회 문헌집』 3권,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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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45

서 가장 지배적으로 출현했던 단어 ‘권한(potestas)’이 교회헌장에서 매우 드물게 사용

된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이 단어는 LG 22에서야 교황과 주교단의 최고권한(potestas

suprema)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타나고, 비록 LG 18 에서 사용하기는 해도 그 권한의

유용성, 즉 형제들에게의 봉사를 위한다는 것을 명확히 전제한 상태에서이다.41) 또한

재치권(iurisdictio) 라는 단어는 3장 전체에서 오직 한번 (LG 23)에서 사용될 뿐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계제도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더 이상 권위나 권한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본질의 이해의 핵심이었던 카리타스를 해석학적 열쇠로 하여 제2차 바티

칸 공의회의 교계제도 이해의 방식을 읽을 수 있다.

3.2. 교황권 이해의 새로운 지평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완성하고자 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헌장 제3장에서

“교계제도에 대해서 특히 주교직무에 대한” 가르침을 선언하 다. 따라서 교황권의 경

우에는 직전 공의회가 선포한 수위권 교의를 미세한 수정과 함께 간단히 언급하거나

(LG 18) 무류권에 대한 교의를 반복해서 선언하는 것에 그친다(LG 25). 예를 들어 베

드로에 대한 Pastor Aeternus의 “[신앙과 친교의] 일치의 속적 원리요 가시적 기초

(perpetuum unitatis principium ac visibilem fundamentum)”라는 표현은 “가시적”이라

는 형용사의 위치만 변경시켜서 “일치와 친교의 속적이고 가시적인 원리요 기초

(perpetuum ac visibile unitatis fide et communionis prinicipium et fundamentum)”로

변경한다. 이러한 위치 변경은 베드로가 이 두 가지 일치의 ‘가시적’ 원리요 기초이기

는 하지만 일차적 원리 및 기초는 그리스도이심을 보다 분명히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무류권 선언의 경우에도 부가 설명을 추가하기는 하지만 교의의 내용상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의를 반복한다.4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황직무에 대한 이해는 직전 공의회와는

명백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단초는 교계제도를 다루기에 앞서 하느님 백성으로

서의 전체교회의 특징을 서술하고 있는 교회헌장 2장 13항에서 찾을 수 있다.43) 시공

41) Cf. P. Delhaye - M. Gueret - P. Tombeur, Concilium Vaticanun II: concordances, 508-509.42) F. Gil, Hellìn, Conciliii Vaticani II Synopsis Lumen Gentium, 262-264, Schema III에 대한 설명

참조.43) “하느님 백성의 보편성에 대하여 (De universalitate seu catholicitate unius Populi Dei)” 라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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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신학과 철학 제25호

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에 따라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

‘하나이며 유일한 하느님의 백성’이 되도록 부름 받았다. 그래서 ‘진리 안에서 하느님을

알고 거룩하게 하느님을 섬기도록’ 부름 받은 이 백성은 사도적 가르침과 빵을 나눔

안에서 그리고 기도 안에서 일치를 이룬다. 물론 지상에서는 불완전하겠지만 성령이 이

일치를 이루고 보장하며 그 종말론적 충만함을 향해 이끄신다. 이 보편적 일치는 온 세

상에 퍼져있는 모든 신자들이 다른 이들과 친교를 나누고 또 교회 밖에 있는 모든 능

력, 재원, 관습을 때로는 받아들이고 고무하기도, 때로는 정화하기도 하면서 성령에 의

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교회 내적으로도 이 보편적 일치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그룹들의 공동협력이 있는데,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양한 삶의 조건 안에서 각기

고유의 기능을 실행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이 보편적 일치는 다양성을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자신의 풍요로움의 원천으로 삼는다. ‘다양성 가운데 일치요 일치 가

운데 다양성’을 이루는 데에 교회의 보편성(catholicitas)이 있고 이 가운데 교회가 성장

한다.44)

그런데 교회의 이러한 일치와 다양성 사이의 역동성은 우리로 하여금 삼위일체 하느

님의 세 위격 안에서 이루어지는 역동성을 떠올리게 한다.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우리

는 자기증여의 위타적 사랑을 보는데, 이 사랑은 타자에게 자신을 모두 내어주는, 그래

서 각 위격이 다른 위격 안에 존재하게 되는 상호 내주의 사랑이다. 이 사랑의 특징은

헤겔의 사랑에 대한 정의처럼 ‘구별인 동시에 구별의 지양’이며, ‘일치가운데 구별, 구

별가운데 일치’이다.45) 결국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모든 시대와 모든 공간에 걸쳐 퍼

져 있으면서 성령 안에서 말씀 안에서, 그리고 빵을 나눔과 기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면

서도 동시에 각 지역과 시대의 다양성을 자신의 풍요로움의 근원으로 삼고 있는 오직

“하나의 하느님 백성”에 대해서 표현할 때 염두에 두고 있는 교회의 모상은, 삼위일체

하느님, 다시 말하면 세 위격 간의 사랑의 역동성 가운데 계신 한 분 하느님이신 것이

을 달고 있는 이 항목은,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던 이전 스케마의 8항과 9항에서 다루어졌던 것을

새로운 항목으로 만들어졌다. 이어지는 14항부터 16항까지에서 하느님 백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

되어 있는 사람들(가톨릭 신자, 갈라진 형제들, 비그리스도교신자들)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하느님

백성의 일치와 보편성에 대해 말하고자 덧붙여진 항목이다. 교회헌장 세 번째 초안(1964. 9. 15.) 13항에 대한 신학위원회의 발제 참조(AS III/I 200).

44) A. Grillmeier, “Chapter II The People of God”, in H. Vorgrmler, ed., Commentary on the Documents of Vatican Council II, vol. 1, 166-168.

45) W. Kasper,『예수 그리스도』, 138-139: Id., Chiesa Cattolica, 28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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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47

다.46) 교회헌장 4항에서 말한 이 세 위격의 “일치를 따라” 세워진 교회라는 가르침은

여기에서 그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신학위원회가

교회의 보편적 일치의 기초가 하느님이 주신 카리타스라고 명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47)

교황직은 카리타스를 중심으로 이해된 교회의 보편성, 곧 일치와 다양성의 역동성이

라는 이러한 콘텍스트 안에서 이해된다. 베드로의 좌(Petri cathedra)는 “사랑의 보편적

공동체를 주관한다(universo caritatis coetui praesidet).”48)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역동성, 곧 일치와 다양성의 역동성을 모델로 세워진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를 보호

하고 그 일치의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이끌어나갈 책임이 베드로의 좌를 계승하는 이

에게 주어졌는데 이것이 교황이 가진 수위권의 의미이다. 따라서 교황의 수위권은 더

이상 제1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1세기 이상을 지속해 오던 것처럼 지나치게 재치권적

이고, 권위와 권한의 틀 안에서만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베드로좌는 정당한 다양성

을 보호하고(tuetur) 또 동시에 개별 요소들이 일치에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일치에

이바지하도록 감독한다(invigilat)”라고 함으로써 교황의 수위권이 단지 일치의 측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양성의 보증이요 원천으로서 이해되고 있다. 이것은 이전 공의회

의 가르침과 비교할 때 놀라운 변화이다.49)

이 점은 교황을 일치의 원리로 이해하는 전망의 변화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때에 교황은 무엇보다도 “일치의 원리(principium unitatis)”로서

이해되었다. 당시 유럽의 상황, 즉 이성주의 및 자유주의의 팽배와 함께 프랑스 혁명

46) B. Forte,『삼위일체의 모상인 교회: 삼위일체적 교회론』, (서울: 성바오로, 1998); Id., La Chiesa della Trinità: saggio sul mistero della Chiesa, comunione e missione, (Cinisello Balsamo: San Paolo), 1995.

47) 교회의 보편성을 다루는 교회헌장 13항에 대한 설명. AS III/I, 200.48) “universo caritatis coetui praesidet”는 이냐시오의 표현 “quae praesidet caritati(prokathèmenè tès

agapès)”을 가져온 것이다. 본고에서는 “universo caritatis coetui praesidet”에 대한 “사랑의 모든 공

동체를 다스린다”라는 한국주교회의의 번역대신 라틴어 원문을 직역하여 “사랑의 보편적 공동체를

주관한다”라고 하 다. praesedere 동사는 어원상 “앞에 앉아 있는”을 의미하는데 이로부터 ‘보호하

다’, ‘수호하다’, 그리고 ‘이끌다’, ‘다스리다’, ‘주례하다’, ‘주관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된다. 교계제도

를 봉사의 맥락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공의회의 의도를 고려하건대, praesedere 동사는 어떤 권한

(potestas)를 가지고 ‘다스리다(gubernare)’로 하는 것보다는 교회의 일치와 다양성을 보장하고 보호

하면서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말하고 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주관(主管)하다’라는 번역

을 선택하 다. 49)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vol. I, (Milano: Jaca Book,

1969),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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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신학과 철학 제25호

이후로 가속화된 사회 각 역의 세속화, 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계 악화, 교황의 세속

권(potestas temporale) 약화 및 교황령의 축소, 그리고 교회 권위에 대한 심각한 위협

앞에서 교황은 그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황을 중심으로 한 교회의 일치가 중요

하고, 그러한 일치는 권위의 강화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50) 그러므로 교회 최

고의 권위인 교황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것이 시급했고, 공의회 소수파 주교들의 극심

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의회는 Pastor Aeternus 서문에서 “전체교회의 힘과 견고함이

교황의 수위권에 의존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고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원리(principium)”라는 단어는 언어학적으로, 시작 및 기원, 본질적 조건 및

요소, 규범이자 목적을 가리키는 말로서, 교회의 기원 및 본질적 요소는 당연히 그리스

도이며 교회의 규범도 그리스도가 남기신 사랑의 계명 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에 교회

의 일치의 원리는 그리스도이시다.51) 당시 공의회도 이것을 분명히 인식하고는 있었

다.52) 그렇지만 교황의 권위를 정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 으므로, 그리스도가

가시적 사회인 교회에 적합한 방식으로 일치를 이루기 위해 가시적인 권위를 베드로와

그 후계자들에게 주심으로써 이를 수행하시기 때문에 교황이 “일치의 원리”라는 표현

은 관철된다.53) 일치의 원리를 교황보다 그리스도를 더 강조하는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러서야 명확하게 표현될 것이었다.

그런데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생각하고 있었던 일치는 무엇보다도 신앙의 일치, 그

리고 교황과의 재치권적 관계 안에서의 일치 다. 벨라르미노 교회관의 향 하에 있는

이러한 인식은 특히 이성주의의 공격 속에서 더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교회가 그리스

도의 계시진리를 받았고 이 계시 진리를 세상 끝까지 보호하고 전할 책임을 부여받았

기에 교회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진리의 보존이다. 이 진리의 수호가 사도들

50) 본 고 각주 11에 언급된 문헌 참조.51) 예를 들어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위어리(Wiery)가 이 점을 들어 ‘교황이 일치의 원리’라는 표현

을 반대하 다. Mansi 52 500D-504B.52) 신학위원회의 이름으로 몬시뇰 리씨(Leathy)가 한 설명(1870. 1. 13), Mansi 52 638C-639D.53) 교회론적으로 한 가지 더 분명히 할 것이 있다. 공의회가 일치의 ‘중심(centrum)’이라는 말대신 ‘원

리(principium)’을 선택한 것은 전자가 교회구성원들이 교황에 대해 갖는 관계를 표현하는 말인데 반

해 ‘원리(principium)’는 교황이 교회 구성원들에 대해 갖는 관계를 말하기 때문에 가톨릭의 교회론

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었다. 즉 방향성이 문제가 되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교황의 위치가 마치 교

회구성원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여 교회 직무에 대한 프로테스탄트적 의미를 표현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하느님이 교황을 세우시고 이로부터 신자들을 향해 교황이 관계를 갖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몬시뇰 리씨(Leathy)의 발언을 참조. Mansi 52 638C-63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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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49

의 후계자들에게 위임되었고 이 진리에 대한 신앙 안에서의 일치가 없다면 교회의 일

치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교황과의 일치는 필수적이다.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권의 선

언이 이 일치, 특히 신앙의 일치의 중요성과 맞물려서 선포된 것은 이러한 논리 때문이

다.54)

그러한 강조는 상대적으로 카리타스의 일치를 간과하게 하는데 적지 않은 향을 미

치는데, 이는 공의회가 끝난 이후 신학교과서와 교황들의 회칙들에서 한층 뚜렷이 나타

난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해설서라고 불릴 만큼 공의회 문헌에 충실한 Satis

Cognitum(레오 13세, 1896), 그리고 자연주의, 무신론, 범신론, 근대주의 등의 오류를

단죄한 Mortalium Animos(베네딕토 15세, 1920)가 대표적이다. 특히 베네딕토 15세의

회칙은 신앙과 통치의 일치를 부정하고 대신 카리타스의 일치를 주장하는 이들

(panchristiani)에게 “카리타스의 일치란 신앙과 통치의 일치 위에 기초하는 것이기에

전자가 없다면 후자는 있을 수 없다”라고 확언한다. 이 회칙은 베드로의 권위와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신앙내용의 차이를 보이는 공동체들간의 일치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강한 어조로 주장하고 있다. 신앙과 사랑이 연결되어 있음을 생

각할 때, 그리고 현재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에서는 카리타스의 일치와 신앙의 일치 둘

다를 함께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55) 신앙의 일치의 중요성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회칙이 보여주는 지나친 경직성은 사실 일치를 이

해하는데 있어서 카리타스의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황직에 대하여 신앙과 통치

의 일치를 위한 원리라고 선언하기에 앞서 ‘카리타스의 공동체’가 일치를 이루기 위한

원리라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변화이다. 물론 교회헌장 3장을 시작하면

서 직전 공의회의 표현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교황을 “신앙의 일치와 친교의 속

적이고 가시적인 원리요 기초”(LG 18) 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공의회가 선택

54) Pastor Aeternus 4장 서언: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로마 교황이 전체 교회에 대해

향유하는 사도적 수위권은 최상의 교도권도 포함한다.”55) W. Kasper, “Informazioni, riflessioni e valutazioni del momento attuale del dialogo ecumenico”(20

07.11.23.), http://www.vatican.va/roman_curia/pontifical_councils/chrstuni/card-kasper-docs/rc_pc_chrstuni_doc_20071123_dialogo-ecumenico_it.html [2014. 5. 1. 접속]; Id., “Retrospettiva e prospettiva sul cammino ecumenico”(2004.11.21.), http://www.vatican.va/roman_curia/pontifical_councils/chrstuni/documents/rc_pc_chrstuni_doc_20041121_kasper-ecumenismo_it.html [2014. 5. 1. 접속]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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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신학과 철학 제25호

한 “친교(koinonia)”라는 단어는 19세기 공의회가 사용했던 “친교(koinonia)”라는 단어

와는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다.56) 19세기 공의회가 친교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그 근본

적 의미는 벨라르미노적 교회개념에 기초한 교황에의 순종을 강조한 재치권적 의미이

다.57) 반면 20세기 공의회가 이 단어를 선택했을 때의 의미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

를 전제로 한 것이다(LG 1-4). LG 18이 말하는 “친교의 원리”라는 표현은 근본적으로

카리타스를 전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LG 18이 교황을 “신앙의 일치와 친교의

가시적 원리이자 기초”라고 했을 때, 그 참된 의미는 교회헌장 13항의 “카리타스의 공

동체를 주관하는 직무”, 그래서 다양성을 보증하고 보호하는 가운데 일치를 이룰 수 있

도록 하는 원리로서의 교황직을 말한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해하고 있는 교회의 일치 개념 또한 이전 공의회의

문헌이 담고 있는 재치권적 맥락, 교황에의 순종을 최대한 강조하는 그런 경직된 일치

개념이 아니다. 교회헌장에서 교회일치의 원인, 모델, 목적은 다름 아닌 삼위일체 하느

님이 보여주시는 일치이다. 즉, 삼위일체 하느님이 보여주는 다수성 안에서의 일치, 일

치 안에서의 다수성의 모델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삼위의 관계에 비록 어떤 질서

(taxis)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속의 관계는 아닌 것처럼 교회 안에서 어떤 부성적

(父性的) 권위가 있어야 하겠지만 지배나 종속의 관계가 아닌 형제적 사랑(caritas)에

중점을 둔 것이다.58)

교황직무의 재치권적 특성은 카리타스로 이해되는 이러한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교황에게 부여된 권위와 권한, 재치권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교회,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가 하느님과의 충만한 친교를 항해 역사 속에서 걸

어갈 수 있도록 보호하고 돌보고 앞에서 이끄는(praesedere) 수장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LG 18 서언의 “거룩한 권력을 가진 봉사자들(ministri)이 자기 형제들에게 봉사하여 하

56) J.M. Tillard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황을 신앙과 친교의 원리라고 함으로써 이 친교의 개념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의 친교 개념과 연결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19세기의 신학교과서들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친교개념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의

친교 개념은 교황과의 재치권적 종속 관계를 강조한 개념이었다. Cf. J.-M.R. Tillard, Il Vescovo di Roma, (Brescia: Queriniana, 19852), 139.

57) Cf. J. A. Komonchak, “Concepts of Communion. Past and Presents”, in Cristianesimo nella Storia, 16(1995), 321-340, 특히, 324-325.

58) W. Kasper, Chiesa Cattolica, 131-13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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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51

느님 백성으로서 [...] 자유로이 질서 정연하게 동일한 목적을 함께 추구하여 구원에 이

르게 한다”는 말은 이렇게 교황직무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3.3. 주교직무의 재치권적 이해 한계의 극복

주교직 이해의 전망도 교회헌장 3장에서 교계제도를 다루기에 앞서 이미 하느님 백

성으로서의 교회개념을 다룰 때 함축적으로 제시되었다(LG 13). 즉, 주교직은 교황직과

마찬가지로 일치 가운데 다양성, 그리고 다양성 가운데 일치인 교회의 보편성

(catholicitas)에 있어서 다양성의 교회내적 차원 중의 하나인 구조적 다양성, 혹은 직무

에 의한 다양성에 관련되어 있다. 주교를 중심으로 한 각 지역교회들의 다양성이 존중

되는 가운데 모든 지역교회들이 일치를 이룬다는 면에서 주교직무는 지역교회, 보편교

회 및 교황과의 관계라는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우선 주교직무를 보면, 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그리고 이후의 신학 교과서가 주교

직을 이해할 때에는 직무(munus, 혹은 ministerium)가 아닌 권한(potestas)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인 추세 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권한이 부여되었고

누구로부터 권한을 받으며 이 권한의 성격은 무엇인지’의 문제 다. 교회 안에서 최고

의 권한은 교황에게만 있는 것인지 혹은 주교단(Collegium Episcoporum)에도 있는

지,59) 주교단에도 있다면 이 권한은 교황이 그리스도로부터 받아서 주는 것인 지 아니

면 교황의 경우처럼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받는 것인지는 논쟁의 핵심이었다. 또한 개별

주교의 경우에 주교의 권한이 무엇이고 이 권한은 언제 받는지가 주 관심사 다. 주교

의 권한을 성품권(potestas ordinis)과 재치권(potestas iurisdictionis)으로 구분하고 전자

로부터는 성화권 만을, 후자로부터 교도권과 통치권을 받는다고 보았다. 이렇게 법적권

59) 제1차 바티칸 당시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정립되는 주교단(Collegium Episcoporum)의 개념이

아직 확립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을 포함한 주교들의 공동체(Corpus Episcoporum) 12사도단(Corpus Apostolorum)을 계승하여 보편교회에 대하 최고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확신하고 있

었다. 이후 용어는 다양하게 사용되었는데, Corpus, Collegium 등이 혼합되어 사용된다.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시기로 갈수록 주교단의 개념은 확립되어갔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주교들의 공

동체이자 그 머리로서 교황을 포함하고 있는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확립된다. Cf. 제1차 바티칸 공의

회 당시 Schwarzenberg, Haynald, Strossmayer, Ketteler, Kenrick, (Mansi 50 53B). Pelli(Mansi 51 1040C), Ullathorne(Mansi 51 1044B), Ginoulhiac(Mansi 52 216C), Spalding(Mansi 52 314B), Lynch (Mansi 52 862A); Landriot(Mansi 52 1271C); De Preux(Mansi 53 248C); Gasser(Mansi 52 1214A)등의 발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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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신학과 철학 제25호

한을 중심으로 이해되는 주교직에서 개별 주교가 보편교회 및 교황과 맺는 관계는 재

치권적 이해의 경직된 한계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중세 후기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교회론

과 교회법 분야에 퍼져 있었던, 그러나 실제 고대 교회는 전혀 알지 못했던 위의 명제

들을 포기하 다. 또한 주교직을 일차적으로 권한(potestas)의 측면이 아닌 직무

(munera)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하 을 뿐 아니라 권한과 직무도 구분하 다60). 즉,

주교후보자는 주교축성으로 말미암아(vi sacramentalis consecrationis) 성화직무(munus

sanctificandi) 만이 아니라 교도직무(munus docendi)와 통치직무(munus gubernandi)를

함께 받는다(LG 22).61) 그러나 이 삼중 직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권한(potestas)을 받아야 하는데,62) 이 권한부여의 조건이 “주교단

및 주교단의 수장과 이루는 교계적 친교이다(hierarchica communio cum collegii

Capite atque membris).”63)

60) Lumen Gentium의 Nota Explicativa Praevia, n. 2 참조. 61)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I, (Milano: Jaka Books, 1969),

225-257: K. Rahner, “Chapter III The Hierarchical Structure of the Church,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Episcopate”, in H. Vorgrimler, Commentary on the Documents of Vatican Council II, vol. 1, 192-194; F. Gil, Hellìn, Conciliii Vaticani II Synopsis Lumen Gentium, 184; U. Betti, La dottrina sull’episcopato del Concilio Vaticano II, (Roma, 1984), 368-373: W. Kasper, Theology and Church, (London: SCM Press), 158. 한편, 19세기에 사용되던 신학교과서는

주교직무를 이 두 가지 권한의 측면에서 다루게 되는데, 교도권은 오류를 판단하고 벌할 수 있는 권

한을 포함한다 하여 사실상 통치권에 흡수되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하여 다음 참조: F. Hettinger, Apologia, 180. 189; H. Hurter, Theologiae dogmaticae, 281. 348; D. Palmieri, De Romano Pontifice 156-158. 516; W. Wilmers, De religione, 410-412.

62) Lumen Gentium의 Nota Explicativa Praevia, n. 2.63) LG22. cf. CD3; Nota Exlicativa Praevia, n. 2. 공의회는 이 표현을 사용하면서 교회 안에 있는 두

최고권한(Supremi potestas)의 문제는 열어놓은 채로 두었다. 사실 이 문제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때부터 교부들 사이에 의견이 갈라져서, 두 권한이 모두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부여받아 병립하는 것

으로 보는 입장과, 교황에게 일차적으로 주어지고 이 권한이 교황을 통해 주교단에까지 부여된다는

입장이 있었다. 교회회헌장 두 번째 초안에서 “in duplice subiecto esse, in episcoporum corpore papae coniunto et in papa solo”라고 함으로써 사실상 열린 문제로 남았다(Mansi 53 321C). 공의

회 직후 신학교과서에서는, “unum et unicum et adaequatum subiectum” 혹은 “Duo subiecta distincta inadaequata”라는 두 주장이 있었는데 주교단의 권한이 그리스도로부터 교황을 통한다는

입장이 우세하 다(예를 들어, R.-M. Schultes, De Ecclesia, 462; M.J. Herbigny, Theologica de Ecclesia, thesis XXXIX; J.-V. Bainvel, De Ecclesia, 224; H. Dieckmann, De Ecclesia, n. 743-744.). 한편 라너는 교황 자신이 주교단에 속해있기 때문에 후자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최고권한의 유일한 행사: 그 수장인 주교아래 구성된 주교단(the only one wielder of supreme power: the college constituted under the Pope as is primatial head)”을 제안한다. 물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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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53

‘교계적 친교’라는 개념은 주교직을 보편교회에,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황과 그리

고 주교단과의 친교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교회헌장이 두 개의 교회론, 곧

친교로서의 교회론과 재치권적 교회론의 타협안이라는 비판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기

는 있지만,64) 공의회는 주교가 교황 및 주교단과 누리는 친교가 감정적(vago quodam

affectu)인 어떤 것으로 이해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던 것이다. 즉 이 말이 마치 주교가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자기 방식대로 주교직을 수행할 수도,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진 교회의 머리, 곧 교황에의 종속 그리고 동료 주교들의 활동에 대한 고려 없이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되었다. 만일 그렇다면 보편 교회 안에 다양성

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다양성은 “일치 없는 다양성”이 될 위험이 있고, 이것은 공의

회가 이해하고 있는 보편적 교회(Ecclesia Catholica)의 모습은 아니다. 공의회는 친교

를 ‘유기적 실재’로, 즉 법률적 형식을 요청하는 동시에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실재로

이해할 것을 요청한다(de realitate organica, quae iuridicam formam exigit et simul

caritate animatur).

주교가 교황과 혹은 보편교회와 누리는 친교의 ‘유기적 실재’로서의 특성은 좀 더

그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 직전 공의회나 그때까지의

신학 교과서에서처럼 주교의 교황에 대한 절대적 종속관계를 주장하지는 않았다.65)

“전 세계에 세워진 주교들이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유대로 서로 교류하고 교황과 친교

를 이루는” 주교단은(LG 22a; 23a), 그리스도교의 근본적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판단하며 교황과 더불어 온 교회의 선익이 되는 것을 성령의 인도를

따라 결정한다. 고대 교회가 보여주었던 친교의 공동체 모델을 주교단 이해에 적용하고

말이 교황 혼자서 수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교황은 항상 주교단

의 머리로서 행동하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주교들의 위임을 받아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K. Rahner, “Chapter III The Hierarchical Structure of the Church,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Episcopate”, 203). 현재까지도 이 문제는 열린 상태로 남아있다.

64) W. Kasper, Teologia e Chiesa, (Brescia: Queriniana, 1989), 294-295; J. Ratzinger, Il Nuovo Popolo di Dio, (Brescia: Queriniana, 19924), 212-216; A. Acerbi, Due ecclesiologie: ecclesiologia giuridica ed ecclesiogia di comunione nella 'Lumen Gentium', (Bologna: Edizioni Dehoniane, 1975).

65) 예를 들어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다수파의 주교들은 물론, 신학위원회를 대표해서 발제했던 다

반조(D’Avanzo)의 경우에도 주교의 교황에의 절대적 의존관계(relatio absolutae dependentiae)를 강

조하 다. Mansi 52 714 C-715A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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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신학과 철학 제25호

있는 이것은 주교가 교황 및 주교단과 맺는 관계가 일차적으로 친교라는 콘텍스트 안

에 놓여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주교단에서 교황은 주교 위(supra)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들 가운데 다시

말해 주교단 “안에” 자리한다. 공의회의 이러한 의도는 교회헌장 3장의 곳곳에서 발견

되는데 이를테면 주교단이 “교황과 함께가 아니라면(nonnisi cum Pontifice Romano)

권한을 갖지 못한다”라는 표현은(LG 22) 공의회 이전이라면 전치사 cum 대신 sub을

사용했었을 것이다. 또한 주교단이 보편교회에 대해 권한을 갖는다고 할 때에도 “교황

과 함께(una cum papa)” 이지 “교황 아래서(sub papa)”가 아니다. 이는 무류권에 대한

교의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황과의 유대를 보존하면서(Communionis nexum)”라는 표

현을 “교황에 종속되어”로 바꾸자는 많은 교부들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LG

25).66)

그렇다고 이러한 공의회의 노력이 주교가 교황에 대해 갖는 종속성을 포기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CD 2-3 참조). 이를테면, 주교단이 보편교회에 대해 최고의 권한을

가진다고 할 때 교황의 동의(consensus)가 반드시 필요한데, consensus라는 말은

assensus와 달리 교황의 의지적 판단과 결정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또한 주교단

(collegium episcoporum)의 구성 요건에서 교황이 없어서는 않되기(nonnisi) 때문에 교

황의 행위가 주교단 구성의 ‘규범(norma)’이다. 그러므로 주교와 교황의 관계는 절대적

종속성의 개념보다는 친교의 틀 안에 자리한 종속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

서 주교와 교황의 관계는 ‘법률적 형식을 갖추되 사랑으로 살아가는 유기적 실재’로서

의 친교의 관계, 즉 “교계적 친교”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해하고

있었던 친교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개념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그 친교 개념의 핵심이 카리타스임을 고려할 때, 교황과 주교의 관계가 단순히

재치권적 관계가 아니라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유기체의 그것이라는 공의회의 선언을

이해할 수 있다. 주교와 교황의 관계의 모태는 카리타스인 것이다.

한편 주교는 교황 및 주교단의 구성원과의 교계적 친교를 누릴 때 교황과 주교단과

함께 보편교회를 대표하며 주교단이 보편교회에 대해 가지는 최고 권한에 참여하지만,

개별주교로서는 다른 지역 교회에 재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개별주교가

66) F. Gil, Hellìn, Conciliii Vaticani II Synopsis Lumen Gentium, 22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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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55

보편교회 안에서 다른 지역교회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의회는

개별주교가 보편교회 안에서 다른 지역교회와 맺는 관계를 건조하고 경직된 재치권의

틀 안에 제한하기보다는 이 재치권적 한계를 넘어 ‘살아있는 유기적 실재’로서의 친교

가 실행될 수 있음을 명시하 다. 이러한 친교의 실행을 공의회는 “sollicitudo(관심, 혹

은 정성)”라는 말로써 표현하는데, 이러한 관심의 실행은 신앙과 애덕의 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LG 23; CD 6). 주교는 보편교회 안에서 신앙의 일치를 수호하고 증진하며,

자기 교구가 아니더라도 선교 지역에 복음을 선포하도록 일꾼을 보냄은 물론 적 물

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공의회는 카리타스의 차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를 사랑하도록 신자들을 고무시킬 것은 물론 특히 가난한 이들을 돌보도록

신자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가난한 이들의 교회’는 교회헌장 8항에

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가 구체적으로

현존해야할 교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카리타스의 실천은 자신의 교구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가난한 지역교회에 형제적 도움을 줌으로써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모습은 주교

가 “카리타스의 보편적 공동체(in universali caritatis societate)”(LG 23) 안에서 마땅

히 실현해야 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는 교황이 주재하고 있는 “카리타스의 보편적 공동체

(universalis caritatis coetus)”(LG 13)와 다르지 않다.67) 교황이 카리타스의 공동체를

이끌고 보호하는 것처럼 교황과의 교계적 친교 안에 머무는 주교들은 이 공동체 안에

서 카리타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위임된 지역교회 안에서, 그리고 지역교회를

넘어 보편교회 안에 있는 더 가난한 교회를 돌봄으로써 교황의 직무에 협력하는 것이

다. 즉 주교직 자체가 “카리타스의 직무”이다.68) 따라서 카리타스는 재치권적 제한을

넘어 지역교회들을 결합시켜서 전체로서의 교회가 살아있는 유기체일수 있도록 하는

67) “in universali caritatis societate”를 한국주교회의 번역에서는 “사랑의 보편적 유대”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태리어에서는 “nella comunità universale della carità”, 불어에서는 “dans la communion universelle de la charité”, 독일어에서는 “in umfassender Liebesgemeinschaft”라고 번역하고 있다. 라틴어 societas가 성서번역시 koinon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쓴 예가 있고(1요한 1,2-3), 계시헌장에서

도 이를 따랐던 점을 고려한다면 societas를 친교(communion)로, 또는 공동체(communità)로 번역할

수도 있다. 다만 본 고에서는 교황의 경우를 고려하여 후자를 선택하 다. 68) Congregazioni per i Vescovi, “Apostolorum Successores”(2004.2.22.), n. 195 참조. http://www.vati

can.va/roman_curia/congregations/cbishops/documents/rc_con_cbishops_doc_20040222_apostolorum-successores_it.html[2014. 5. 30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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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신학과 철학 제25호

동맥이요 끈(vinculum)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카리타스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

처럼 “주교직무 수행에 있어서 특별한 역(peculiari regione actuositatis episcopalis)”

이며,69) 주교직무의 “구성적 요소”인 것이다.70)

이러한 특징은 주교가 지역교회 안에서의 자신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마찬가

지로 나타난다. 주교직무 수행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섬김(servitium, diakoni.a)인데(LG

18, 24), 특히 교회헌장은 주교의 삼중직무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서(LG 25-27) 주교직

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명백히 정의한다. “주님께서 당신 백성의 목자들에게 맡기신 저

임무는 참 섬김이다.”(LG 24) 그리고 이 섬김의 활동은 복음선포를 통해 사람들이 그

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으며 또 계명을 지켜 약속하신 원한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함

인데, 이는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모으신 목적, 곧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하게 섬기게 하기 위함”과도 상응한다. 하느님, 특히 그리스도교 안에서 결정적으

로 계시된 하느님을 알고(DV 4), 이 하느님이 베푸신 사랑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곧

거룩함에 이르는 것이므로(LG 41 참조), 주교직무는 바로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따

라 살아야 하는” 하느님 백성의 이 소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주교는

교도직무를 통하여 하느님 백성이 전해 받은 계시진리를 받아들이고 충실히 수호하고

세상에 전하도록 이끌 것이며, 성화직무로써, 특히 성찬례의 거행을 통하여 하느님 백

성이 끊임없이 생명을 얻고 거룩해지도록 봉사한다. 주교는 오직 하느님 백성이 이렇게

진리와 거룩함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만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다스리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며(auctoritatem et sacra potestate, qua quidem nonnisi ad gregem

suum in veritate et sanctitate aedificadum utuntur), 이 다스림의 행위는 참으로 섬김

의 행위이어야 한다(LG 27).

이렇게 주교는 “카리타스에 의해 다스려지는 공동체”, 지역교회 안에서 자신에게 위

탁된 하느님 백성이 신앙과 카리타스 안에서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는 가시적 원리요 기

초이다(LG 23). 주교직무는 교황 바오로 6세가 말한 것처럼 “믿음과 카리타스의 직무”

인 것이다.

69) 교황 베네딕토 16세, Deus Caritas Est(2005. 12. 25.), 32항. AAS(2006), 246.70) 교황 베네딕토 16세, Motu Proprio Intima Ecclesiae Natura(2012. 11. 11.), 서언, AAS 104(2012),

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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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57

결 론

본 연구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라는 전망 안에서 가난한 이들을 다룬 LG 8

에 착안하여 가난한 이들의 교회됨과 교회정체성 구현의 연결고리를 카리타스로 보고,

이를 해석학적 열쇠로 삼아 교회헌장의 교회론, 특히 교회의 구조적 차원인 교계제도에

대한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시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됨이 교회

의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음을 드러내는데에 기초를 제공하고자 하 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삼위일체의 전망 안에서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고 예수의 하

느님 나라의 선포에서 교회의 시작을 바라봄으로써 교회의 시작, 목적 그리고 존재양식

을 카리타스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본질 이해는 교회의 구조이해에도 향을 미

쳐서 교황직과 주교직 또한 카리타스 안에서 이해되고 있다. 교황직은 무엇보다도 카리

타스를 그 기초로 하는 보편성(catholicitas)의 틀 안에서 ‘카리타스의 이 보편적 공동체

를 주관하는’ 직무로서 다양성을 보증하는 동시에 신앙과 친교의 일치의 가시적 기초요

원리로서 기능한다. 교황은 진리 안에서 하느님을 거룩하게 섬기도록, 즉 카리타스 안

에서 진리를 따라 살도록 부름받은 하느님 백성이 그 종말론적 충만함을 향하여 역사

안에서 걸어갈 수 있도록 보호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에게 부여된 수위권과 무류권은

이러한 그의 직무수행을 위한 것이다.

주교 또한 교계적 친교를 통하여 교황과 그리고 교황을 수장으로 하는 주교단과의

친교 안에 있을 때에야 만이 지역교회의 목자일 수 있으며 동시에 보편교회를 대표하

는 주교단 안에 들 수 있다. 법률적 형식을 갖는 동시에 카리타스에 의해 살아가는 실

재로서의 이 교계적 친교로 주교들은 전 세계의 주교들과 서로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끈으로 서로 교류함은 물론 교황과 친교를 이루면서 교회의 선익에 대하여 성령의 인

도를 따라 결정한다. 또한 보편교회 안의 다른 지역교회에 대해서도 선교와 카리타스의

차원에서 ‘관심(sollicitudo)’의 형태로 유대를 맺는다. 특히 가난한 교회에 대한 카리타

스적인 도움은 주교가 ‘카리타스의 보편적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보편교회와 관계를

맺는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므로 카리타스는 재치권적 제한을 넘어 지역교회들을 결합

시키고 교회가 살아있는 유기체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자신이 사목하고 있는 지역 교

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이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따라 살 수 있도록 봉사함으로써 신

앙과 카리타스의 일치에 있어서 가시적 원리요 기초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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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신학과 철학 제25호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소수파에 속했던 주교들은 교회가 신앙과 카리타스의 공

동체라는 전제 하에 복음선포와 성사의 거행, 특히 성체성사의 거행의 직무를 받은 주

교가 교회의 기초라는 것을 강조했었다.71) 비록 수위권 논쟁으로 주교의 이런 역할이

충분히 논의되지도 최종문헌에 반 되지도 못했지만, 그리고 그 의미를 충분히 발전시

키지도 못하기는 했지만 Pastor Aeternus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교회가 ‘신앙과

카리타스의 공동체’임을 당시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신앙과 카리타스

의 공동체”라는 말의 의미는 1세기가 지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러서 교회가

“진리 안에서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거룩하게 섬기도록 부름받은 백성”(LG 9)이라

고 선언하는 데에서 보다 발전될 수 있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느님의 구원의

진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새 계명인 카리타스의 명령을 실천함

으로써 거룩한 하느님 백성으로 부름 받았다. 이 백성은 자신 안에 씨앗처럼 하느님 나

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나라의 충만한 완성을 향해 역사 안에 걸어가면서 신앙을 지

키고 카리타스의 힘으로 성장할 것이다. 여기에 봉사하는 것이 교계제도이고 따라서 카

리타스는 교회직무의 구성적 요소가 된다.

이러한 신앙과 카리타스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정체성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교회헌장은 가난한 이들의 교회에서 보았다(LG 8c). 가난한 이들에게서 교회의 창립자

인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그리스도가 했던 것처럼 카리타스로 이들을 돌봄으로써 교회

는 신앙과 카리타스의 공동체로서의, 그리고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교회의 구조적 차원에 속하는 교계제도의 직무 자체

가 카리타스 없이 그 존재와 직무를 이해될 수 없다면,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개

인의 양심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 행위나 어떤 그룹의 자선 행위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구조를 가진 교회 전체가 실천해야 할 당연한 의무임이 분명하다.

오랫동안 가톨릭 교회는 교계제도를 교회의 사도성과 거의 동일시했다. 그러나 제2

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삶에서 유리된 교계제도를 사도성의 자동적 보증으로 이해

하는 대신 교회의 사도성이 사도적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의 삶 전체 안에서 보기를 원

했다. 사도성을 사도들의 가르침에의 충실함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 가르침이 단순히

교리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 즉 설교, 기도, 전례, 교회의 삶 자

71) 크레멘츠 주교(Kremenz)의 발언: Mansi 52 681D-69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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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59

체를 통하여 전달된다면(DV 8참조) 사도들의 가르침에의 충실함이란 교회의 삶과 분리

될 수 없다. 그리고 교계제도는 이 사도적 전승을 위한 도구이다. 이렇게 볼 때 사도적

가르침의 실천, 곧 믿음과 카리타스의 구체적 실천인 가난한 이들의 교회됨은 사실 교

회의 사도성의 한 모습이다.72)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개별 주교, 보편 교회 안의 더

가난한 교회들에게 형제적 도움을 베풀고 있는 주교는 교회의 이 사도성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고, 교회헌장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고대의 경외할 모범을 따르고

(secundum venerandum antiquitatis exemplum)”(LG 23) 있는 것이다.

72) W. Kasper, Chiesa Cattolica, 3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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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신학과 철학 제25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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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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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신학과 철학 제25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교계제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최현순

본 연구에서는 카리타스(caritas)를 해석학적 열쇠로 삼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

회론, 특히 교회의 구조적 차원인 교계제도에 대한 가르침을 고찰하 다. 교회의 본질

을 삼위일체적 전망 안에 위치시킴으로써 교회의 원인, 목적, 실존양식을 카리타스로

이해한 교회헌장은 우선적으로 카리타스를 기초로 하는 보편성(catholicitas)의 전망 안

에서 교황직과 주교직을 이해한다. 교황은 ‘카리타스의 보편적 공동체를 주관하는 직무

자’로서 보편교회의 신앙과 친교의 일치에 있어서 가시적 원리요 기초로서 하느님 백성

으로 하여금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살도록’, 그리고 그 종말론적 충만함을 향해 역

사 안에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끈다. 교계적 친교를 통해 보편교회와 연결되어 있는 주

교는 선교를 통해 신앙과 그리고 가난한 교회들에 대한 도움을 통해 카리타스로 보편

교회 및 다른 지역교회들과 결합되기 때문에 카리타스는 재치권적 제한을 넘어 지역교

회들을 결합시켜 전체교회가 살아있는 유기체일수 있도록 한다. 주교는 또한 지역교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이 카리타스 안에서 진리를 따라 살 수 있도록 봉사한다. 그러므로

카리타스는 주교직무의 구성적 요소이며 교계제도의 존재와 기능의 모태이다.

주제어: 카리타스, 교회헌장, 교황, 주교, 교계제도

초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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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에 있어서 카리타스(Caritas) 267

The Hermeneutic Key “Charity” in the Comprehension of

Church according to the Vatican Council II:

A Study Focused on the Teachings about Hierarchy

Hyeon Soon Choi

This research, with the hermeneutic key ‘charity’ tried to understand the teachings

of Vatican Council II on the Church, especially on the Hierarchy. The LG

comprehends the cause, the object and the mode of existence of the Church in the

context of charity, and understands the Papacy and the episcopate in the perspective

of the Catholicity of which foundation is charity. The Pope who presides over the

universal community of charity is visible principle and foundation of unity of faith

and communion. He leads the people of God who live the truth in charity towards

eschatological fullness. Bishop in hierarchical communion has an organic relationship

with the Universal Church, especially through the evangelical mission and charitable

aids to other poor churches. The charity exceeds the limit of the jurisdiction and

makes relationship alive and organic between local churches. In the local church

bishop serves the people to live the truth in love. Therefore the charity is the

constitutive element of the episcopate and the milieu in which the hierarchical

structure exists and works.

key Words: Charity, Papacy, Episcopate, Lumen Gentium, Hierarchy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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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신학과 철학 제25호

논문 접수일 2014년 9월 27일

논문 수정일 2014년 11월 12일

논문게재 확정일 2014년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