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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NO.4/Winter 2015 41 밝은빛 제언 운영 20년을 바라보는 포항가속기 연구소는 국내 기초과학을 주도하 는 이용자 중심 연구소의 위상을 확 고히 하고있다. 연구소 시설의 팽창 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시설 업그레 이드를 마친 PLS-II 에서는 30여기 의 빔라인이 항시 가동중이다. 오는 2016년 부터는 세계 3번째로 경엑스 선 자유전자 레어저를 운영하는 국 제적 선진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렇게 방사광가속기 연구소는 20년을 달려 왔다. 국내 최초의 거대 이용 자 시설로 시작한 연구소가 해외 연 구자의 주목을 받는 위치까지 온 것 이다. 축적된 전문지식과 연구인프 라 형성 그리고 우수 이용자의 증가. 방사광가속기 연구소가 지난 20년의 시간을 통해 이룩한 성과이다. 척박 한 연구환경과 낮은 인지도라는 현 실적 어려움에서 시작하여 국내 엑 스선 연구의 기반을 다져낸 커다란 공헌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가 1막의 이야기이다.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 시설의 완 공을 앞둔 현 시점을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의 제 2막이 시작되는 순간이 라고 생각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시 작에 앞서 방사광가속기의 기능적 역할에 대해 상고해 보자. 일부 기 초과학 연구자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던 방사광가속기는 이용자의 대상 을 대폭 넓히고 있다. 세계적인 추 세다. 지난 수년간 두드러지게 나타 나는 산업체 이용 활성화도 그 움직 임 중 하나. 과학자의 호기심을 발단 으로 개발된 실험기법의 파급효과는 일상에서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 다. 전기전지 연구, 머리카락 구조연 구와 이를 이용한 화장품 회사의 응 용, 자동차 부품 등등. 대척점에 있 는‘전문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컬한 그 현장에 방사광가속 기가 존재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문성을 전재한 특정연구의 수행에 사용되는 시설이 다. 굳이 또 전문성? 전문적 연구시 설은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될 때 가 치를 가진다. 서둘러 결론부터 말하 면‘우리도 이러한 연구를 합니다’ 에서‘우리는 이러한 연구를 합니 다’로 전환을 의미한다. 출장중에는 기내에 비치된 잡지에 연재되는 한 국의 장인을 소개하는 기사를 즐겨 읽는다. 전국시대에 만들어진‘사농 공상’이라는 우매한 편견탓에 인기 를 얻지 못한 직업이었을지 모르지 만 너무도 명백하게 세계적인 우수 성을 발휘하며 그 맥을 잇고있다. 최 고의 경지에 이르렀을때 나타나는 모습이다. 오랜시간에 걸친 연구와 숙련, 그것은 전문성의 성과이다. 제 2막은 이용자운전을 목전에둔 4세대 방사광원과 함께 시작하고 있 다. 3세대 엑스선 광원과 비교할 때 4세대 광원은‘전문성의 전문성’ 을 지향한다. 길다란 선형의 모습을 가진 그 외형에서 드러나듯 정연하 게 맞추어진 장치를 통해 발생된 엑 스선은 선별적인 실험공간에 한정되 어 사용된다. 전체 시설은 한번에 한 가지 실험에 집중되어 운영된다. 확 장을 염두한 디자인이 소개되고 있 지만 많아도 서너가지 이상의 실험 이 동시에 진행되기는 어렵다. 동시 에 60여가지의 다른 실험을 수행하 는 3세대 시설에 비교해 보면‘전문 성의 전문성’이라는 표현이 지나친 강조는 아닌 듯 하다. 그러면 시설의 전문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니 정답은 없는 질문 이다. 다행히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 하는것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줄어 든 셈이다. 한국 방사광 연구, 제 2장 송 창 용 (POSTECH 물리학과)

한국 방사광 연구, 제 2장 - kosua.postech.ac.krkosua.postech.ac.kr/ckfinder/userfiles/files/1452834576970.pdf · 어 사용된다. 전체 시설은 한번에 한 가지 실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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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NO.4/Winter 2015

41

밝은빛 제언

운영 20년을 바라보는 포항가속기

연구소는 국내 기초과학을 주도하

는 이용자 중심 연구소의 위상을 확

고히 하고있다. 연구소 시설의 팽창

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시설 업그레

이드를 마친 PLS-II 에서는 30여기

의 빔라인이 항시 가동중이다. 오는

2016년 부터는 세계 3번째로 경엑스

선 자유전자 레어저를 운영하는 국

제적 선진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렇게 방사광가속기 연구소는 20년을

달려 왔다. 국내 최초의 거대 이용

자 시설로 시작한 연구소가 해외 연

구자의 주목을 받는 위치까지 온 것

이다. 축적된 전문지식과 연구인프

라 형성 그리고 우수 이용자의 증가.

방사광가속기 연구소가 지난 20년의

시간을 통해 이룩한 성과이다. 척박

한 연구환경과 낮은 인지도라는 현

실적 어려움에서 시작하여 국내 엑

스선 연구의 기반을 다져낸 커다란

공헌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가 1막의 이야기이다.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 시설의 완

공을 앞둔 현 시점을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의 제 2막이 시작되는 순간이

라고 생각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시

작에 앞서 방사광가속기의 기능적

역할에 대해 상고해 보자. 일부 기

초과학 연구자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던 방사광가속기는 이용자의 대상

을 대폭 넓히고 있다. 세계적인 추

세다. 지난 수년간 두드러지게 나타

나는 산업체 이용 활성화도 그 움직

임 중 하나. 과학자의 호기심을 발단

으로 개발된 실험기법의 파급효과는

일상에서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

다. 전기전지 연구, 머리카락 구조연

구와 이를 이용한 화장품 회사의 응

용, 자동차 부품 등등. 대척점에 있

는‘전문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아이러니컬한 그 현장에 방사광가속

기가 존재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문성을 전재한

특정연구의 수행에 사용되는 시설이

다. 굳이 또 전문성? 전문적 연구시

설은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될 때 가

치를 가진다. 서둘러 결론부터 말하

면‘우리도 이러한 연구를 합니다’

에서‘우리는 이러한 연구를 합니

다’로 전환을 의미한다. 출장중에는

기내에 비치된 잡지에 연재되는 한

국의 장인을 소개하는 기사를 즐겨

읽는다. 전국시대에 만들어진‘사농

공상’이라는 우매한 편견탓에 인기

를 얻지 못한 직업이었을지 모르지

만 너무도 명백하게 세계적인 우수

성을 발휘하며 그 맥을 잇고있다. 최

고의 경지에 이르렀을때 나타나는

모습이다. 오랜시간에 걸친 연구와

숙련, 그것은 전문성의 성과이다.

제 2막은 이용자운전을 목전에둔

4세대 방사광원과 함께 시작하고 있

다. 3세대 엑스선 광원과 비교할 때

4세대 광원은‘전문성의 전문성’

을 지향한다. 길다란 선형의 모습을

가진 그 외형에서 드러나듯 정연하

게 맞추어진 장치를 통해 발생된 엑

스선은 선별적인 실험공간에 한정되

어 사용된다. 전체 시설은 한번에 한

가지 실험에 집중되어 운영된다. 확

장을 염두한 디자인이 소개되고 있

지만 많아도 서너가지 이상의 실험

이 동시에 진행되기는 어렵다. 동시

에 60여가지의 다른 실험을 수행하

는 3세대 시설에 비교해 보면‘전문

성의 전문성’이라는 표현이 지나친

강조는 아닌 듯 하다. 그러면 시설의

전문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니 정답은 없는 질문

이다. 다행히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

하는것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줄어

든 셈이다.

한국 방사광 연구, 제 2장

송 창 용 (POSTECH 물리학과)

Page 2: 한국 방사광 연구, 제 2장 - kosua.postech.ac.krkosua.postech.ac.kr/ckfinder/userfiles/files/1452834576970.pdf · 어 사용된다. 전체 시설은 한번에 한 가지 실험에

42 │방사광과학과기술│

밝은빛 제언

‘유기적 연구집단’의 활성화를 통

한 전문성 발현이다.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 시절 지도교수가 아직 공

사중인 LCLS 회절이미징 빔라인의

co-spokeperson 이어서, 2005년부

터 8년까지의 짧지않은 시간에 걸쳐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기

술회의를 목격할 수 있었다. 구체적

인 질문이 끝없이 던져졌고 그 질문

에 대한 신빙성있는 답을 요구해 오

는 집요한 미팅이었다. 그리고 2009

년 LCLS는 운영을 시작했다. 박사

후 연구원을 끝내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경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구축하는 일본의 RIKEN으로 이직

을 했다. 로스엔젤레스의 연구원 시

절에는 원거리에서 진행을 관측했다

면 이번에는 시설의 구축이 일어나

는 그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

다. 여전히 매우 구체적인 내용에 대

한 많은 기술회의가 진행되었다. 미

팅은 언제나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

하고 전달하는데 까지 이어진다. 실

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위한 사전준

비 작업인것이다.

가동이 시작된 시설을 이용해 실

험을 진행 할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

았다. 그리고 그것은 흥미로운 문화

적 충격으로 남게 되었다. 실험 이

전부터 어떠한 특성의 엑스선을 원

하는지에 관한 조율작업이 이루어진

다. 실험이 진행되는 내내 가속기 팀

은 우리의 실험을 항상 주시하고 있

다.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서 잠시 멈

추고 있노라면 가속기 운전담당자

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혹여 엑스

선빔에 문제가 있는지 묻는 내용이

다. 이는 이용자와 가속기 운전팀의

유기성 뿐만 아니다. 이용자 그룹간

의 유기적 공조 역시 실험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다수의 경우 수행하려

는 실험의 난이도는 한 그룹의 전문

성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범주를 넘는

다.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 하는 역

할, 데이터 측정 팀, 실험장치 준비

팀, 시료 준비 팀, 시료를 실험 장비

에 로딩 하는 팀 등 등. 각각의 분야

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팀이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제 2막의 평가는 우수연구성과 창

출이라는 명제에 의존한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책임

과 긍지’이다. 약 5~6 년전 일본은

자국내에서 추진중이던 거대 과학과

제에 잔혹한 비평을 가한 적이 있다.

세계 최고성능의 수퍼컴퓨터를 구축

하려던 연구과제는 전면 백지화라는

국회예산심의 전문위원단의 평가를

받았다. 한창 엑스선자유전자레이저

를 구축중이던 우리 연구소 (RIKEN

SPring-8 Center)도 예산 50% 삭감

이라는 결과를 통고 받았다. 당시 담

당 전문위원이 던진 질문 중 모두의

기억에 남은 하나는“왜 세계제일이

아니면 않된다는 것인가?”이었고,

배석중이던 연구소대표 및 기관장은

납득할만한 답변을 주지못했다. 결

과는 과제 전면 백지화와 같은 참담

함으로 이어졌다. 정권의 재 교체를

거쳐 예산은 복귀되었다. 당시 야당

이었던 자민당은‘세계제일의 국가

건설’을 기치로 국민의 성원속에 다

시 정권을 되찾았다. 막연한 긍지는

유치하다. 그것을 뒷바침하려는 실

제의 노력이 앞서야 하는 것은 당연

한 일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더

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기회를 얻은

연구자들이 가지는 책임감 일 것이

다. 여기에는 기능적 책임감뿐 아니

라 사회적 책임감이 있다. 연구소와

이용자 모두 이러한 책임과 긍지속에

서 제 2막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저 자 약 력

송창용 교수는 2001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를 수여받았다. 포항공대 및 미국 UCLA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

원을 거쳐 2008년 부터 일본 RIKEN 에서 4세대 방사광 활용에

관련한 연구를 수행 후 귀국, 2015년 부터 POSTECH 물리학과

에서 재직중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