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 1 -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 이 영 문 아주대학교 정신과학교실 프롤로그 1990년대를 거치며 우리나라 정신보건은 큰 개념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수용/입원 중심의 정신장애인 치료의 개념과 대별하여 지역사회 중심 관리라는 새 로운 개념이 정립되고 있다. 2006년 현재 중앙 및 지방정부의 특별기금에 의해 지 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에 대한 운영비는 연간 약 300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 기 금을 통해 130여개의 사회복귀시설과 70여개의 정신보건센터 및 약 60개의 보건 소 기본형 정신보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이후로 10 여년의 시간동안 큰 진전이 있었으며 전문가 그룹에 의한 정책개발에 국가와 지역 사회가 효과적으로 개입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의 전체적 측면 에서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는 남아있다. 1) 병원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통합적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표준관리가 없으며 서비스 질의 개인적 차이가 상존하고 있다. 3) 입원병상 수의 증가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4) 수도권과 지방의 정신보건정책 및 기금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5) 정신보건복지 인력의 지역 편차가 심하다. 6) 지역사회내 참여가 적으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7) 정신과 의사를 제외한 참여 인력의 신분보장이 어렵다. 8) 가족 혹은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전개가 아직 미흡하다.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Upload
    others

  • View
    0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Page 1: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 -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

이 영 문

아주대학교 정신과학교실

프롤로그

1990년대를 거치며 우리나라 정신보건은 큰 개념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수용/입원 중심의 정신장애인 치료의 개념과 대별하여 지역사회 중심 관리라는 새

로운 개념이 정립되고 있다. 2006년 현재 중앙 및 지방정부의 특별기금에 의해 지

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에 대한 운영비는 연간 약 300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 기

금을 통해 130여개의 사회복귀시설과 70여개의 정신보건센터 및 약 60개의 보건

소 기본형 정신보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이후로 10

여년의 시간동안 큰 진전이 있었으며 전문가 그룹에 의한 정책개발에 국가와 지역

사회가 효과적으로 개입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의 전체적 측면

에서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는 남아있다.

1) 병원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통합적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표준관리가 없으며 서비스 질의 개인적 차이가 상존하고

있다.

3) 입원병상 수의 증가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4) 수도권과 지방의 정신보건정책 및 기금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5) 정신보건복지 인력의 지역 편차가 심하다.

6) 지역사회내 참여가 적으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7) 정신과 의사를 제외한 참여 인력의 신분보장이 어렵다.

8) 가족 혹은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전개가 아직 미흡하다.

Page 2: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 -

9) 관료체계적 사고가 여전히 팽배하며 민간조직과의 큰 차이가 존재한다.

10) 전문가 직종간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업순위의 편차가 존재한다

현재 정신보건서비스의 개혁은 대부분 국가에서 주요한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국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정신보건서비스의

개념적 구조(conceptual framework)를 확립하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Thornicroft와 Tansella 1999). 이는 1950년대 이후 부족한 치료자원을 복구하고

인간 중심의 민주적 치료를 하고자 했던 정책 위주의 정신보건환경을 서비스 중심

의 리모델링(remodeling)으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

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적 의료환경이 강한 곳에서는 정신보건의 문제를 행동학적

건강관리체계(Behavioral health managed care)라는 더 큰 틀로 연결시키고 있다.

달리 말하면 지역사회 중심의 중증정신장애 관리 체계를 넘어서 인간행동 전반의

문제점을 다루는 거시적 환경으로서의 정신보건서비스를 보급시키고 있다.

반면 영국을 중심으로 국가보건체계를 갖춘 곳에서는 정신보건서비스의 표

준화, 개념화를 통해 서비스 전달체계 또한 지역화1)(regionalization),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2)를 지향하고 있다.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각 주마다 정신보건에 대한 개혁의 틀과 모양은 다르

다. 또한 앞선 행동학적 건강관리체계를 의료보호(medicaid)에도 적용시키려는 법3)

이 통과되어 이를 효율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시간동안 변화된 정신사회재활치료의 개념

적 틀을 이해하고자 한다. 아직 우리나라 정신보건체계는 서구의 1960년대 상황에

1) ‘지역화’라는 용어는 지리적 입장만이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공감대를 공유하는 곳으로도 쓰

인다. 이 글에서는 localization, regionalization, sectorization 등의 개념이 혼용된 것으로 정

의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 나라는 아직 지방자치제의 역사가 짧아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한 상태이며 그 단위가 지역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5만-100만 이상). 이상적인

sectorization은 미국 catchment area와 같이 30만 미만을 지칭하며 보통 5만 정도의 구역을

대상지역으로 한다.

2) ‘탈중앙화’라는 용어를 쓰려면 지역의 보건 및 복지체계가 독립적 예산과 실행조직을 갖추어

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등과 같이 지리적 입지가 큰 반면, 인구분포가 적은

나라에서 이 개념은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입원에 관한 치료체계는 주립 정부 단독으로

모든 예산이 집행되며 연방정부는 원칙적으로 입원병상수, staff 수, 치료적 형태 등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3) 미국 보건법(PL) Section 1115 에서는 1994년 South Carolina 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의료

보호(medicaid) 정신장애인들에게 관리체계(managed care)하에 서비스 제공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Kentucky 주를 비롯한 13개 주가 이를 시행하였다. 이는 공적 서비스 분야에 있

던 의료보호 환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체계를 민간보험회사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바

꾸어 놓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질적관리(quality assurance)프로그램이 점차 증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Page 3: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3 -

머물러 있지만 새로운 약물치료, 정신치료,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 등은 부분

적으로 현재의 변화된 개념을 받아들이는 이중적 구조를 안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

신보건에 대한 개념적인 정의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하게 노출되어 서로

간 이해에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보건서비스의 개념적 변화를 이해

하는 것은 앞으로의 정신보건 향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전개된 정신보건사업과 재활프로그램의 접목을 통해 우리나라 현재의 지역

사회서비스 지표를 점검하고자 한다.

한국정신보건의 기본적 변화과정

1. 개요

우리나라 정신보건의 흐름은 1990년대 이후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1994년도 보건복지부 정신보건연구4)를 통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지방정부나 민간의료기관5)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이

루어지지는 못하는 실정이었다. 1994년도 보건복지부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는

우리나라 전체의 정신보건시설에 입원/수용되어 있는 정신장애인의 54.9%가 부적

절한 입원/수용을 하고 있으며 2차적인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이 새롭게 설치. 운

영된다면 현 시설에서 탈수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정신장애인의

평균 재원기간이 761일에 달해 장기입원의 폐해가 지적되었다.

또한 전체인구의 2.75%에 해당되는 130만 명이 정신질환에 이환되어 있으며 이

중 약 10만 명이 집중적인 국가관리가 필요한 중증정신장애인으로 추정하였다.

1995년도 보건복지부 연구에서는 전년도 연구를 근간으로 지역사회 실행중심의 연

구를 시행하였는데 정신장애인 거주시설 혹은 그룹 홈의 시범적인 설치운영, 농촌

및 도시형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의 실행이 이루어졌다6). 이 연구들을 통해 정신장

4) 94년도 연구에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아주의대 정신과학교실,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한국보

건사회연구원 등의 4개 기관이 참여하 다.

5) 경기도는 1982년부터 경기도립병원을 설치, 운 하여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

고 있었으며 연천군 지역의료체계 시범사업단을 1993년부터 지원하고 있었다. 또한 의료법인 용인정신

병원은 1991년부터 병원 자체예산으로 만성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직업재활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다. 또한 서울시의 태화샘솟는집은 1986년도부터 클럽하우스 모형의 정신장애인 관리를

시행하고 있었다.

6) 95년도 연구에는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아주의대 정신과학교실,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등이 참

여하 으며 거주시설 운 은 서울 서대문구와 경기도 화성군 2곳에서 시범적으로 운 되었으며 현재

Page 4: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4 -

애인의 지역사회 관리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1995

년 12월에 제정된 정신보건법에 사회복귀시설의 일부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지원하에 각 지방자치단

체에서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및 사회복귀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대

학병원, 종합병원, 개인의원 등의 정신과 의사들이 민,관,학의 연계 모형아래 참여하

고 있다.

2.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전반기

1970년대부터 가톨릭대학병원에 국내 최초의 낮병원이 시작되었다. 또한 아일랜드

천주교 재단의 지원하에 천주의 성요한병원에 정신과가 개설되어 새로운 지역사회

관리모형을 시작하였다. 1986년에는 태화기독교 재단 지원하에 ‘태화샘솟는집’이

사회복귀시설의 모형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 시행되었던 강화

도 지역사회정신보건 시범사업 등의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가 제공되었으나

1990년대의 지역사회정신보건의 확대를 위한 개별적 역량 축적의 의미만을 가졌고

보편화된 국가 정신보건복지 서비스 체계로 구조화되지는 못하였다. 1980년대 중

반이후 WHO 등의 국제기구로부터의 우리나라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의 후진성에

대한 지적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의 확대에 대한 권고가 지속되었으며,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선진외국의 선진적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접할 기

회가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외국에서 지역사회정신보건서비스에 대한 직접 또는 간

접적으로 경험한 정신보건 전문가가 증가하였고, 이들 중 일부가 1992년 정신보건

연구회를 만들어 지역사회정신보건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정리하면서 이를 사회적

아젠더(agenda)로 이슈화하고 정부를 설득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 내에서도 지역사

회정신보건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1994년부터 보건복지

부가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체계 개발 및 정신보건의 현황과 정책개발’(서울의대 의

료관리학교실), ‘정신질환자 재분류 및 정신의료시설기준 개발연구’(아주의대 정신과

학교실), ‘정신보건의 현황과 정책과제’(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교 정신보건사업’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정신요양원 수용자의 사회복귀 및 거주시설 운영’(아주의

대 정신과학교실), ‘도시재가환자를 위한 지역사회정신보건 시범사업’(아주의대 정신

과학교실), ‘농촌 재가환자를 위한 지역정신보건 시범사업’(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등의 용역연구를 실시하면서 지역사회정신보건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지

역사회정신보건서비스 이념의 시범적 적용을 시도하였다.

도 서대문구 정신보건센터와 사랑밭 재활원에 의해 각각 운 되고 있다.

Page 5: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5 -

1995년 3월 정신보건전문가들의 연합체인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가 출발하여 정신

장애인에 대한 재활여건 조성 및 재활프로그램 개발,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와 가

족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 등을 하면서 지역사회정신보건을 추동하는 NGO가 처음

탄생하였다. 또한 1994년 부산 및 경남지역에서 한국정신보건가족협회가 설립되었

고, 1995년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의 가족교육 등의 지원을 받아 경인지역에 대한

정신보건가족협회가 창립되었다. 비록 가족협회가 두 단체로 분리되었으나 이들은

정신보건법의 통과과정을 계기로 정신장애인과 가족들의 권리와 책임을 자각하기

시작하였고, 지부와 회원수를 늘리면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1980년

이후 강제입원 조항과 관련된 인권침해 소지에 대한 오랜 논란은 군사독재 정권이

문민정권으로 대체되면서 갈등의 무게가 감소하면서 1995년 12월 정신보건법이 제

정되었다. 정신보건법의 제정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에서 지원한 지역사

회정신보건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중심의 정신보건체계에 대한 필요성과 가능성

을 확인하면서 정신보건정책의 중심을 ‘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 합의하였다. 즉, 병원

및 수용시설에서의 장기입원이나 장기수용위주의 정신질환자 관리가 국가 정신보건

정책의 주요한 중심축이었으나 정신보건법에서는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에서 관리

하고 치료하며 재활시키는 지역사회정신보건을 주요한 정책방향으로 지향하게 되었

다. 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국가예산의 투자를 기대하

면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정신간호

학회, 정신의료사회사업학회, 임상심리학회 등이 그 제정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실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복귀 등에 대한 선언적 의미 이상으로 정신

질환자에 대한 치료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가정책 우선 순위의 상향적 조정이

미흡한 편이었다.

3. 1995년 이후 지역사회정신보건서비스의 변화

지역사회정신보건을 위한 정신보건법의 실질적 지원은 미흡했으나 정신보건

법 제정을 기점으로 해서 잠재되었던 정신질환자와 가족의 재활을 포함한 포괄적인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나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실

시한 가족교육을 통해 가족들의 의식화가 진행되었다. 또한 정부의 노력과 정신보

건센터 등을 통한 지역사회내에서의 대국민 홍보를 계기로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에

Page 6: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6 -

대한 일반국민과 공무원의 인식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지역사회정신보건 서비스

에 대한 투자도 적게나마 시작되었고,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정신보

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가 구축되고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1997년 효과적인 정신보건정책의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에 정신보건복지 서

비스의 기획과 추진을 담당하는 정신보건과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중앙정부단위에

서 청(廳) 단위의 조직이 있고, 정신보건연구를 위한 국립연구기관이 설립되어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신보건사업을 지원하며, 지방정부 단위에서도 우리나라의 국(局)

단위의 조직이 있는 미국 등에 비하면 정신보건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선 순위가 아

직 부족한 실정이다.

4. 정신보건법(2004년 1월 29일 개정)과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

1995년 제정된 이래 3차례의 개정을 통해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과 정신보

건센터의 법적인 정의가 이루어 졌다. 또한 1997년의 기획평가단의 역할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법적인 보완도 금년 8월을 기점으로 가능해졌다. 다음은 근간이 되

는 제 13조의 주요 내용이다.

제 13조 전문개정

* 정신보건센터 규정 및 기술지원단의 신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보건소 또는 국ㆍ공립정신의료기관에 정신보

건센터를 설치하거나 그 사업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

다.

⑥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을, 시ㆍ도지사는 지방정

신보건사업지원단을 각각 설치ㆍ운영할 수 있다.

⑦ 제6항의 규정에 의한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및 지방정신보건사업지원단의 직

무범위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Page 7: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7 -

개정을 통해 정신보건사업의 근간은 지역정신보건센터와 정신보건시설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모아지게 될 것이다. 제 3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정신

보건시설은 정신의료기관, 사회복귀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따라

서 각 지역 정신보건센터는 이들 기관과의 연대 및 연계를 통해 지역의 정신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중

앙 및 지방 기술지원단의 역할에 정신보건사업 평가와 교육기능이 부가됨에 따라

경기도와 중앙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 이를 구성하여야 하며 원활한 정신보건사업

전개를 위해 국,공립기관 및 지역의 민간의료기관이 참여하여야 한다.

정신간호학회와 정신보건간호사회, 한국 정신의료사회사업학회 및 정신의료

사회복지사협회, 임상심리학회의 활동 또한 우리나라 정신사회재활서비스의 확대에

가장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정신보건센터와 더불어 정신보건법에 따라 설립된

사회복귀시설이 전국에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으며 2006년 현재 138개소에 이르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주거서비스, 주간재활서비스, 직업재활서비스 등이 특화된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정신보건전문가들의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확대되고

있다.

표 1. 지역사회정신보건시설 현황(2006. 1월 기준)

* 이 용어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이해를 위해 인용함.

* 향후 모든 정신보건센터가 지역내 진단, 자원활용, 서비스 전개, 평가 및 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도

록 인력구성과 예산이 배치된다는 전제하에 기본형은 농촌 지역에 국한하여야 하며 민간협력이 반드

시 이루어지는 정신보건센터만을 지칭하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구성 개소 예산추정 비고

정신보건센터

(총 138개소)

모델형(민간협력형)* 72 연평균 2억원 중앙지원 1억4천

서울,경기지원 2억 4천만기본형(보건소형) 66 연평균 3000만원

사회복귀시설

(총 138개소)

종합훈련시설 71

2005년부터 운영기금이 사회복지시설들과

함께 지방이양 되어 추정이 어려움

생활훈련시설 14

직업훈련시설 3

주거시설 50

Page 8: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8 -

한국정신보건서비스의 역사적 흐름

1) 1990년대 이전

만성 정신장애인의 입원,수용적 입장이 팽배하였다고 판단되는 시기이며 이

에 대한 주요 요인은 거시적 정신보건에 대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사회적, 정신

의학적인 인프라의 부족을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 예로 정신과 의사의 수

는 1970대 당시 180명이었으며 1990년까지도 약 400여명에 불과하였다. 또한 정

신장애인에 대한 입원치료시설도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원에 80%이상 의존하여 종

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정신과의 활동은 소수의 대학병원에만 국한된 시기였다. 낮

병원, 치료적 공동체, 환경치료 등의 일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전체적 정신보

건을 개혁할 수 있는 동인이 되지는 못하였다. 표 2는 당시의 상황을 공적 및 민간

적 차원에서 정리하고 있다.

표 2. 1980년대의 주요 정신보건정책

Year Public Sector Private Sector

1984

1986

1987

1988

The first-ever Planning Report

for Mental Illness

Subsidiary Program for Asylum

Survey of Treated Prevalence

of Mental Illness I

OECF Fund for restructuring of

Mental Hospital

Survey of Treated Prevalence

of Mental Illness II

Committee for Mental Health Act Legislation

Psychiatric Epidemiologic Research I

Day Hospitals

Therapeutic Community in psychiatric ward

Fountain House

Psychiatric Epidemiologic Research II

Community Mental Health Project in

Kangwha*

* This project was supported from Kyonggi Province. However, the subsidy was not intended

to develop 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 Regarding the philosophy of administration staffs,

the author put it in private sector.

* 자료인용 : Analysis and Policy Recommendations to Reform the Mental Health System in

Korea(Lee 2001)

Page 9: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9 -

2) 1990년대

여러 가지 면에서 1990년대는 우리나라 정신보건의 변혁기로 기록될 만하

다. 첫 번째로는 자생적 정신보건정책 연구를 목적으로 1992년 5월부터 1995년 8

월까지 월 2-4회의 정기적 모임을 가졌던 ‘정신보건연구회(Group for Mental

Health Reform)'의 활동을 들 수 있다. 이 모임은 회원의 자유로운 입회, 형식 없

는 발표 등을 통해 정신보건정책 포럼, 정신보건법 연구 등을 운영하였다. 현재 우

리 나라 정신보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 갔으

며 이들의 활동은 훗날 정신사회재활협회의 발족, 정신보건법 제정 등에 기여하였

다. 두 번째로는 정신보건법의 제정이다.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의 난항을 거듭

하던 정신보건법이 1995년 12월에 제정됨으로써 지역사회정신보건의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은 우리 나라 정신보건의 역사에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표 3. 1990년대 정신보건정책 흐름

Year Public Sector Private Sector

1992

1994

1995

1997

1999

2000

Mental Health Policy Research

Task Force Committee of Mental

Health Act Legislation

Insurance coverage for

Day Hospital

Enactment of Mental Health Act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Division of Mental Health

Mental Health facility Survey

National Mental Health Delivery

System Research

Group for Mental Health Reform

Vocational Rehabilitation

Social Skill Training, Psychoeduation

KAPR(Korean Association for

Psychosocial Rehabilitation)

Korean Family Association for

Mental Health

Declaration of Mental Health Day

Educational Systems for

Mental Health Professionals

Settlement of Rehabilitation Facility

Projection of supply and demand

of Psychiatrists

* 자료인용 : Analysis and Policy Recommendations to Reform the Mental Health System in

Korea(Lee 2001)

Page 10: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0 -

세 번째는 민간주도의 정신사회재활협회, 정신보건가족협회의 발족이다. 이들 단체

들은 새로운 형태의 정신보건 환경을 주도하였으며 정신보건 인프라 구성에 기여하

였다. 네 번째는 정신보건용역연구, 경기도, 서울 및 중앙정부 등의 지역사회정신보

건사업의 실행을 들 수 있다. 특히 경기도는 기획평가단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정신

보건의 방향과 실행을 주도하였으며 민,관,학 연계모형을 제시하였다. 2000년에 접

어들며 중앙정부의 지역사회정신보건 지원체계가 구체화되고 있다. 다음은 이에 대

한 주요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표 4. 지역사회정신보건의 흐름

Year Public Sector & Private Sector*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5

CMHC in Seoul City(Kangnam Sector)

CMHC in Kyonggi Province(Suwon and Yangpyeong)

Community Mental Health Project in Kyonggi Province

Planning & Evaluation Committee of CMH in Kyonggi Province

Community Mental Health Project of Central government

Technical Supporting Committee of CMH of Central Government

Standard Guideline of 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

2nd Amendment of Mental Health Act

Seoul Metropolitan 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

* 이 부분은 민.관.학의 연계모형을 기본으로 한다고 판단함

* 자료인용 : Analysis and Policy Recommendations to Reform the Mental Health System in

Korea(Lee 2001)

Page 11: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1 -

사회복지환경의 변화와 지역사회정신보건관련 단체들의 활동

2000년 1월부터 장애인복지법의 법정장애에 정신분열증, 양극성정동장애

및 반복성 우울장애 등 정신장애와 자폐증 등이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과 자폐증 아동 및 청소년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기본적인 복

지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 거주시 필요한 사회경제적 지지체계가 미흡하나마 보완

이 되었다. 2005년 상반기 현재 정신장애 54,333명, 자폐증 7,740명이 등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과 자폐증 아동 및 청소년은 장애

인복지법에 따른 기본적인 복지서비스가 미흡하나마 제공되고 있다. 보건소에서도

기본적인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 1998년부터 서울과

경기도의 보건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각 보건소에 정신보건전문요원이 배치되

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2001년부터는 보건복지부에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해 48

개 지역의 보건소에 기본적인 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도록 예산지원을 시작하였다.

또한 각 분야별로 지역사회를 지향한 활동이 현저하게 두드러졌으며 이 흐름을 표

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 5. 지역사회정신보건관련 단체들의 현황

단체명 설립연도 비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간호학회

한국정신의료사회사업학회

임상심리학회

정신보건법 제정이전부터 각 직능별 산하단체로 활동하고 있었음.

주로 의료기관 내부 활동 중심

(사)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1995년 정신보건연구회 활동과 기능이 통합되어 발족.

(사)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1995년 16개 지부가 있음

정신간호사회 1995년 2005년부터 정신간호학회와 통합운영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사협회 1997년 기존 단체와 통합 사무실 운영체제

한국사회복귀시설협의회 1998년 사회복귀시설들의 연합회

(사) 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2000년 기존 단체들의 기능과 중복

Page 12: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2 -

정신보건시설의 병상수 변화는 일어나고 있는가?

우선적으로 정신보건시설 내부의 정신병상수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이 흐

름은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정신요양시설 입소 비율이 현저하게 감소

2) 민간정신병원의 일시적 병상수 증가

3) 민간정신병원 내부의 300병상 이하의 새로운 정신병원의 증가

4) 1999년 이후 사회복귀시설을 통한 주거/입소자의 증가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이후 정신요양시설의 수는 총 74개에서 현재 55개로 축소

되었다. 입소자 수는 약 18000명에서 2006년 현재 13000명으로 감소하였다. 그러

나 20여개의 시설이 정신병원으로 전환하여 민간병원의 병상수는 큰 폭으로 증가

하였다. 최근 들어 이 병상수 비율은 다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요약된 도

표로 재구성하면 다음 표 6과 같다

표 6. 정신보건시설 정신병상수 구성비 변화

* 2004 정신보건기관 총람을 재구성

1984 1996 2000 2004

국공립병원 13.5 13.2 13.0 11.7

민간정신병원 7.0 22.1 35.5 32.9

종합병원 14.2 18.3 23.0 27.8

정신과 의원 7.5 3.5 3.9 6.4

정신요양시설 57.8 42.9 24.2 20.4

사회복귀시설 - - 0.4 0.8

Page 13: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3 -

향후 정신보건시설의 입원병상 개념은 몇 가지 방향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1) 공공의료의 전면적 확대가 없다는 전제하에 정신보건법 이전에 입소 비율의

50%를 차지하던 요양시설은 현재의 20%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2) 공공의료의 확대는 2006년도부터 시행되는 국립병원들의 독립경영 지표를 지켜

보며 진행될 것이다. 특수화된 형태의 정신보건서비스가 유치될 것으로 판단되어

약 10-15%의 비율로 유지될 것이다.

3) 민간정신병원에 대한 입원병상 비율은 사회복귀시설의 확대와 정신보건센터의

기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규모의 주거시설, 입소시설의 확대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기대효과와 더불어 재활중심의 병원경영이 중요한 변수로 작

용할 것이다

4) 노인병상수의 개념이 전체 병상수 개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다. 많은 전

문병원이나 종합병원, 개인의원 등에 노인 정신병상수는 증가할 것이며 노인요양시

설의 확대와 함께 정신병상수 개념을 다르게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주요

민간정신병원들의 전체 병상수 변화와 노인병상수의 비율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신보건인력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는가?

지난 10년간 가장 크게 변화한 환경요인은 단연코 인적자원의 변화이다. 정

신보건법 제정과 더불어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양적, 질적 성장은 향후로도 정신보건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신보건시설을 중심으로 편성된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수련은 정신의료기관과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에 지역사

회 정신보건서비스 개념을 확대하고 있으며 새로운 직업군으로 점차 증가추세에 있

다. 2005년 6월말 현재 정신의료기관 및 지역사회정신보건에 상근하는 인력의 구

성은 표 7과 같다

Page 14: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4 -

표 7. 정신보건시설 정신보건전문인력 현황

계 정신과전문의

정신과전공의

정신보건

간호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간호사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2000총계 8,619 1,425 553 783 272 152 2,632 480 88

2001총계 9,665 1,553 577 1,098 338 171 2,890 553 105

2002총계 10,095 1,642 523 1,229 403 193 2,932 609 157

2003총계 10,970 1,684 476 1,353 457 240 3,300 784 163

2004총계 11,854 1,838 513 1,482 565 244 3,570 852 163

정신의료기관소계 9,505 1,652 476 1048 294 204 3,016 310 155

국립정신병원 788 54 53 218 8 8 186 6 1

공립정신병원 495 64 11 64 20 8 203 43 0

사립정신병원 2,344 253 41 260 101 44 1,012 64 7

종합병원 정신과 2,456 437 350 318 73 84 773 96 112

병원 정신과 1,232 141 17 116 45 24 574 40 8

정신과 의원 2,190 703 4 72 47 36 268 61 27

정신요양시설 ,695 10 - 29 9 - 181 303 -

모델형정신보건센터 247 13 - 100 52 13 21 44 4

기본형정신보건센터 252 9 - 142 16 1 73 11 -

사회복귀시설 274 - - 34 86 22 9 116 4

* 전체 수에서 간호조무사는 제외한 수치임,

* 2004년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보고서 p79에서 인용

위 표 7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정신과 전문의, 정신보건간호사는 전체 인력 중 80-95%가 의료기관내에 종사하

고 있다.

2)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에 상근하는 정신과 전문의 수가 제한적이지만 존재한다.

3)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약 50%의 인력이 지역사회정신보건 분야에 종사하고 있

Page 15: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5 -

다. 이는 사회복귀시설과 정신보건센터 상근 인력수 증가에 기인한다

4) 정신요양시설에 전문화된 인력들이 근무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향후 요양

시설 내부변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5) 국공립병원보다는 민간정신병원내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다.

민간에서 훨씬 더 전문인력의 고용창출과 수련에 기여함을 알 수 있다.

6) 임상심리전문가의 비율은 여전히 병원내 역할에 머물고 있다. 타 직종간의 비교

에서 절대적인 수치가 지역사회내 부족한 현상임을 눈여겨 봐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신보건전문인력의 변화추세와 방향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정신과 전문의의 지역사회 활동의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지난 30년간 보건소

내부에 내과, 가정의학과 중심의 의료인력이 근무하였다면 앞으로의 추세는 정신

과 전문의의 보건소 근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

와 사회복귀시설의 확대비율에 따라 상근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 비중이 변화될

것이다. 현재 촉탁의로 구성된 정신과 전문의 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기존 정

신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의 자문만으로도 충족이 될 것이다.

2) 정신보건간호사는 2005년부터 수련의 비율을 낮추고 석사과정 전문인력으로 전

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인력이 정신의료

기관에 머물고 있고 의료기관 내부의 정신보건서비스 향상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면 지역사회내 정신보건간호사의 비중이 더 중요하다고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전

국 정신보건센터의 확대와 사회복귀시설의 확대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한다고 본

다며 정신보건간호사 수련비율을 줄이는 것은 현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다. 전문인

력은 결코 학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지역사회내 실천이 강조되는 추세에 가장 중요

한 역할을 담당할 인력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3)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한 그룹으로 지역사회 정신보건

서비스 확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정신의료기관 내부에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서 효용도나 가치를 의료기관내부에서 제고하여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네트워크 구축은 향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으로서의 활용이 매우 높다고

Page 16: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6 -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은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의 활용과 수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기존 사회복귀시설과 정신보건센터의 확대에 맞추어 공공조직과

의 위임관계를 잘 설정하여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지원사업이 지방으로 이양

된 이후 다른 사회복지시설과의 경쟁체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때이

다. 각 지역내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한 정신보건서비스의 특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다른 측면에서 정신요양시설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택하는 전략을 사회복귀시설협의

회가 진행하여야 한다. 철저하게 정신보건서비스간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사업의

창출이 필요하다.

4)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지난 10년간 지역사회서비스 전개는 배출된 인력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 전략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진로와 유사

한 점을 지닌다. 의료기관내부의 취업과 활용에 우선적인 장점이 있어 지역사회 진

출 메리트가 약화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의료기관 내부의 임상심

리전문가의 역할은 포화상태이며 향후 지역사회 현장에서의 정신보건전문요원으로

서의 정체감이 필요하다. 10년이 지나가고 있는 정신보건의 지역내 평가와 평가도

구의 개발, 새로운 심리치료 모형에 대한 연구 등은 주요한 임상심리전문가들의 영

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지역사회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관화

(institutionalization)에 머물수록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Page 17: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7 -

정신보건시설 이용도의 변화

다음의 표 8은 10년전에는 볼 수 없는 통계수치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

지만 지역사회로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에서

의 회원들의 이용도 증가는 향후로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정신의료기관 종사자

들은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각 의료기관내부에 중증 정신장애인의 재입

원 비율과 입원기간에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향후 정신보건서비스 제공량

과 질적효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표 8. 정신보건기관․시설 이용환자(2004. 6월말 현재)

구 분 기관수 인원/병상수 주 요 기 능

계 1,291 - -

정신보건센터* 115 25,181(등록)

정신질환 예방, 정신질환자 발견․상담․진료․사회복귀

훈련 및 사례관리, 정신보건시설간 연계체계 구축

등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기획․조정 및 수행

정 신

의 료

기 관

국․공립 18 7,956(병상) 정신질환자 진료,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지원

민 간 971 45,435(병상) 정신질환자 진료

정신요양시설 55 13,850(정원) 만성 정신질환자 요양․보호

사회복귀시설 115552(입소)

2,454(이용)증상이 호전된 정신질환자 일상생활․ 직업훈련, 주거

알코올상담센터 17 1,510(등록) 알코올중독 예방, 중독자 상담․재활훈련

* 지방비 지원(29개소) 포함

*2005 정신보건시설 총람, 보건복지부

* 현재 정신보건센터는 138개소(민간협력형 72개소, 보건소형 72개소)

사회복귀시설은 138개소, 알코올상담센터는 20개소(2006년 1월 현재)

Page 18: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8 -

함께 고민해야할 과제

A. 보건경제학 개념에 대한 재고

B. Competing values in Community Mental Health

C. 정신보건센터의 기능론 재고

D. 지역화와 탈중앙화(Regionalization & Decentralization)

E. 정신보건서비스의 지역연계 및 연대

F. 한국 재활치료 모형에 대한 제언 : 문화와의 연대를 중심으로

A. 보건경제학 개념에 대한 재고

1. 역선택, 수요의 소득 비탄력성 및 정신보건

정신보건의 경제학적 측면을 논하기에 앞서 일반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특

성을 알아보자.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보건의료서비스는 시장원리를 적용하는데 몇

가지 장벽이 있다. 첫째는 외부효과이다. 민중보건서비스는 국방이나 치안과도 같은

성격을 지닌다. 지난해 SARS나 금년의 조류독감을 국가가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공공자원을 지키기 위한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이다. 두 번째는 시장의 불안

정성이다. 건강 문제는 개인적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며 소비자 주권이 정보의 비대

칭성으로 인해 존재하기가 어렵다. 또한 서비스의 품질과 종류와 가격을 시장정보

에만 의존할 경우 소비자는 선택권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다.

상기와 같은 측면은 정신보건에 있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질병의 특징상 생산력

이 현저히 낮아진 민중집단에게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치료영역에 있어 ‘역선

택(adverse selection)’의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 정신보건이 1980년대 지역사회내

적용한 시장원리는 결국 중중정신장애인의 서비스가 줄어들고 치료적 효과가 가시

적인 상대적인 경증서비스에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요인으로 정신보건의 경제학은 ‘수요의 소득탄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일반

적으로 소득의 증가는 수요를 증가시킨다. 일반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특성도 이

같은 수요의 소득탄력성을 따른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폐결핵 등과 같은 질환은

소득의 증가가 보건의료서비스에 적용되는 확률을 높이고 치료적 효과도 이에 따라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중증정신질환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

Page 19: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19 -

다. 따라서 경제력의 뒷받침, 효율성, QI 등과 같은 시장원리가 적용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보건경제학의 특성은 정신보건서비스가 시장원리가 아닌 사회적 연대

(social solidarity)에 의한 재화의 재분배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되어야 함을 시사하

는 것이다.

2. Model Project를 통한 실증적 보건경제학 연구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하며 보건경제학 개념을 맺고자 한다. 위에 열거

한 여러 현상과 문제점에 대한 검증을 위해 선행적인 Model Project가 필요하다. 구

체적으로는 현재 장기입원환자 중 각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가 활성화된 곳과 연계하

여 직접 입원환자의 location을 지역사회로 이동시키는 포괄적 연구를 제안한다. 여

기에는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다. 중앙 정신보건과를 중심으로 각 지방정부의 보

건과가 연계되어야 하며 지역별 중심 기관과 정신보건센터가 참여하여야 한다. 또한

입원비용에 대한 정부지원체계가 그대로 지역사회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

적인 입원비용의 부담이 지역사회정신보건을 통해 감소할 수 있으리라는 실증적 자료

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료보호 10명의 1년간 입원비용이 1

억원이나 지출되는 현실의 모순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는 시작되었다

는 것이다. 지역사회로 이동되는 환자군은 중증정신장애인이어야 하며 재원적절성 여

부에 대한 선행연구(아주대 1994, 보사연 1999)를 충분하게 활용하여 입원은 부적절

하지만 지역사회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일련의 환자군을 선발하여야 한다. 각 지역

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를 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는 공동으로 개발하며 측정될 수 있는

정신보건 지표자료(mental health indicator)를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추

적관리 시간은 3년 이상으로 충분히 설정되어야 하고 이 연구를 통해 지역인프라가

구체적으로 발전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국가정신보건체계의 개혁

적 변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J. F. Kennedy가 40년 전에 행했던 미국 국회연설의

표현처럼 “대담한 시도(bold attempt)”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B. 지역사회 정신보건의 대립적 갈등에 대한 생각

(Competing values in CMH, 이영문 2001)

Page 20: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0 -

현재 우리나라 정신보건의 갈등이 되는 요소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보건전문가들 사이에 서로 정의되지 않는 서비스를 놓고 갈등이

존재한다.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는 아직 많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효과성

(effectiveness)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대로 지역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문가들은 장기입원 중심의 치료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 정의된 서비스내에서도 누가 이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제공자 중심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를 운영하는 지역내에 사회복귀시설이 유기적

관계를 갖지 않고 있을 때 서로 중복된 서비스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회원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셋째, 민간부문과 관료주의적 구조체계간의 원활한 역할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신보건센터 지역은 관료주의적 행정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강한 불만

을 갖고 있으며 보건소 중심의 행정부문에서는 민간부문의 무책임성 혹은 비효율성

을 비판하고 있다. 사회복귀시설의 경우 회원의 숫자가 제한되고 회원의 수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예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점차 회원의 수를 확보하기 위한 기관화

(institutionalization)현상이 지역사회에서 발생할 우려가 높아져가고 있다.

넷째, 정신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여전히 편견에 가득 차 있는

모순된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많은 홍보를 통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긍정적 홍보효과가 부정적 홍보효과에 짓눌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10회의 긍정적 정신보건 홍보가 1번의 대형 매스컴을 통해 정신장애인에 의

한 살인, 방화사건 한 번만으로 희석되어 버리는 현상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다섯째, 여러 요인으로 인한 정신보건 전문가들의 탈진현상이 심화되고 있

다. 이는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다. 개인적 요소로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에 대한 개인의 한계상황이 실제로 존재한

다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에 대한 능력의 한계, 제공된 서비스의 질적인 한계, 자신

의 전문성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상실, 또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에 대한 이해의 부족, 보건 및 복

지제도의 미흡함, 신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위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사회 정신보건이 갖는 한계점을 분

명히 하고 전문가-정신장애인, 전문가-전문가, 전문가-정부조직 등의 단선 관계

(simple linear relationship)를 탈피하여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사

회 정신보건은 사회정책(social policy), 과학적 방법론(science), 전문성

(professionals), 서비스 이용자(Users), 보호자(Carers) 간 다섯 가지 분야의 가치

Page 21: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1 -

체계가 서로 다른 방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하기 위해 서로간의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Thornicroft와 Szmukler 2001). 이를 중심으로 서로간

대립적인 가치체계로써 갈등을 이해하면 다음의 표 1과 같다.

표 9. 한국 지역사회정신보건의 갈등적 요소

Focus of Conflicts Competing values

Undefined Mental Health Services

between professionalsScience vs. Professionals

Conflicts between services providers Professionals vs. Professionals

Misunderstandings between

private and bureaucratic system Social policy vs. Professionals

Stigmatization within society Social policy vs. Social policy

Burnout syndrome of professionals

Science vs. Professionals

Professionals vs. professionals

Social policy vs. professionals

표 9를 살펴보면 아직 우리나라 정신보건체계는 이용자, 보호자가 매개변인으로 작

용하는 갈등 혹은 경쟁적 가치체계는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두드러진 것으

로 전문성을 가진 집단끼리의 갈등, 사회정책에 대한 갈등이 주요한 것으로 판단된

다. 또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전문가 집단내 갈등이 잠재되어 있어 정신보건서비

스에 대한 개념화 방향에 이 같은 갈등적 요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

다.

C. 정신보건센터의 기능론 재고

1.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의 위상

현재 지역정신보건센터는 서비스 전개의 이중적 모순에 봉착해 있다. 이것

Page 22: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2 -

은 지역사회정신보건의 일차적 기능으로서의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점과 또 다른

하나로는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의 한계성 사이의 갈등으로 요약된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23개 시,군 정신보건센터에서 평균 500명 정도의 등록환자 서비스를 전개하

고 있다. 수치로 보면 약 10,000명의 중증정신장애인이 현재의 인력인프라들의 노

력에 의해 새로운 입원을 지연시키거나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판

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적극적 서비스 제공의 내용이나 질적인 관리는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되며 포괄적인 정신보건서비스의 개발 또한 불가능한 상태라

고 판단된다. 결국 국가정신보건체계를 놓고 정신보건센터의 활용방안을 찾으려면

어느 선까지의 공공부문 투자를 할 것인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수반되는

변수는 다음과 같다.

1) 지역사회내 입원병상의 수를 결정지을 수 있는가

2) 장기입원환자를 지역사회로 옮기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원하는가

3) 지역사회정신보건시설의 진정한 확충을 원하는가

4) 정신보건 인프라 구축의 계획을 가지는가

5) 현행 정신보건시설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방향을 가질 것인가

2. 바람직한 기능론

▲ 공공성의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Function as Public Sector)

▲ 기초단체별로 세분화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Planning within community)

▲ 만성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우선되어야 한다

(Rehabilitation for Serious Mentally Ill)

▲ 사례관리의 기능이 필수적이어야 한다(Case Management)

▲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이 보충되어야 한다(Concept as Safety Net)

▲ 민간위탁의 개념이 분명하여야 한다(Concept as Privatization)

▲ 한 지역 전체에 대한 유기적 결합을 하여야 한다(Societal Linkage)

▲ 한 지역내 정신보건의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Agenda formation)

Page 23: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3 -

D. 지역화와 탈중앙화(Regionalization & Decentralization)

각 나라마다 기본적인 정신보건과 연관된 복지의 틀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

만 지역화와 탈중앙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정신보건 서비스의 고유

한 성격의 탓도 있지만 지방자치제의 확립이 경제적, 정신적인 측면에서 이미 성숙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기본적인 정책의 방향만 유지한 채 세부적인 서비

스 전달방법과 예산의 집행은 지역정부 혹은 지방정부에 의해 실행된다. 분명한 것

은 모든 정신보건서비스가 중앙에 집중될수록 획일화되기 쉬우며 쉽게 전파된 서비

스일수록 쉽게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의

전개가 국가적 차원에서 1960년대 이후 약 20년간 시행되었을 때 중증정신장애인

에 대한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를 지나친 연방정부의 통제, 주정부 기능의 의도적

축소, 연방예산의 지나친 의존도 등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미국 정신

보건정책은 연구의 기능은 미국 정신보건연구원에 남기고 연방정부의 예산지원정책

과 서비스 평가방안만을 남긴 채 주정부의 정신보건정책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영국보건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국가보건국(National Health Services) 또한 1990

년대 들어 지역화를 가속화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중심의 정신보건정책이 대학,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데 한 예로 모슬리(Mausley) 병원

이 남부 런던 정신보건을 책임지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은 비대해진

NHS의 개혁을 시도하려는 것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정신보건서비스의 특성을 반영

한 것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top-down 방식의 서비스 전파나 평가가

bottom-up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정의의 변화가 요구된다. 전통적으로 미국이 1963년 정신보

건센터건립법에 의해 설정한 catchment area는 5만-20만의 지리적 배경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같은 설정의 근거는 정신보건센터 건립에 대한 모든 책임을 위임받

은 미국정신보건연구원(NIMH)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무작위적인 것이었다. 당시

NIMH의 부국장이었던 Stanley Yolles은 미국 인구 2억명을 10만 단위로 나누어

약 2,000개의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취지를 견지하고 있었다. 이는

정신보건문제를 국회의원 각 선거구에 1개씩 나누어 둠으로써 정치적 힘을 받기 위

한 계산에 의한 무모한 행위의 결과였다. 결국, NIMH의 정치적 구상은 800여개 정

신보건센터 건립에서 주정부의 정신보건정책 수립과 함께 실패하게 되었다(Brown

1985). 우리나라 지역사회정신보건정책도 이와 유사한 배경아래 현재 진행되고 있

Page 24: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4 -

다는 점에서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로 이 같은 행정단위 위주의 센터건

립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배경에 의존해야 된다는 단점을 가지며, 둘째로는 지역사

회 주민의 원활한 참여가 자발적으로 유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각 지역간의

행정력에 정신보건사업의 실행이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 등이다.

E. 정신보건서비스의 지역연계 및 연대

1. 정신보건서비스의 성격구조

현 우리나라 보건서비스의 전달은 80% 민간구조와 20%의 공적구조가 존

재하고 있다. 파행적 구조속에 정신보건센터는 보건소를 통해 공적서비스의 민간위

탁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또한 사회복귀시설은 공적부조를 받아 민간에 의해 운영

되고 있다. 결국 정신보건기금이 나오는 재원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주체적 기관간

의 서로 다른 목적에 의해 혼선이 빚어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우선적

으로 우리 문화가 가진 국가주의의 연장과 민간구조가 갖는 사유화를 통한 부패에

대한 선입관에 기초한다.

우리나라 국가조직은 아직 전근대적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보건 및 복지

정책에 대한 공적이해(public understanding)가 낮다. 마찬가지로 민간보건 조직의

특징은 관료적 구조의 정반대에 있으며 지나친 사유화의 개념이 팽배해서 공적인

서비스 제공에 민간의료진들은 관심이 없다. 정신보건서비스의 성격 규정은 어느

특정 집단을 우선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각 나라들이 중증 정

신장애(severe and persistent mental illness)를 관리하는데 노력한 역사를 생각

할 때 이는 공적 정신보건서비스 혹은 민중지향적 서비스(Public Mental Health)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이 생산성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일군의 집단을 돕

기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를 가진 것이다.

Page 25: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5 -

2. 연계란 무엇인가?

각 지역정신보건센터는 사업 초창기부터 ‘지역사회 연계’라는 큰 영역에 대

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급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일련의 환자군이 지역

사회로 이동되었을 때 어떤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전달하고 효과를 측정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이 과정은 각 국가가 동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

러나 이 과정에 대한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는 다르다. 이를 우리는 욕구

(need)와 요구(demand)로 나누어 규정할 수 있다. 결국 정신장애인들의 요구를 서

비스 연계자의 욕구와 혼동하든가 지나친 욕구를 제공하여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당

사자의 능력을 넘치게 되었을 때 이는 서비스의 중복 혹은 서비스의 단절로 연결되

고 치료진이 지치게 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를 우리는 치료진의 탈진증후군의

주요한 원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관의 나열이나 연결(connection)은 결코 연계(linkage)가 아니다. 연

계는 욕구와 요구를 적절하게 담아내는 질그릇과 같아야 한다. 서비스 연계는 뚜렷

한 목적과 그 이후의 서비스 평가가 뒤따라야 하며 서비스 제공자의 일치된 시각이

필요하다. 똑같은 현상에 대한 평가를 서로 다르게 내릴 때 연계는 일어나지 않는

다. 정신병리, 면담기술, 윤리의식 및 인간적 공감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연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치료과정에 대한 표준관리 개념을

익혀야 한다.

3. 표준관리(standard of care)

위의 어느 사항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표준관리의 원리는 원래 지나

친 의료서비스 혹은 부족한 의료서비스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을 중심으로 국가보건

체계를 수행하는 국가에서 일반의 및 전문가들을 교육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수가체

계를 편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행해지는 정신보건서비스는 각 기관별 인프

라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정한 표준관리가 없는 상태에

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욕구사정(need assessment)은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한

예로 홈리스에 대한 국가정책을 들 수 있다. 직업, 숙식 및 보건서비스 제공 등이

주요 서비스 연계로 되어 있는 홈리스 자활 프로그램은 근본적 표준관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각 개인별 요구가 천차만별인 반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

Page 26: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6 -

한되어 있을 때 흔히 일어나는 시스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정신보건서비스에 대한 연계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각 개인에 맞춘 서

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범주내에서 이를 충족하는 일련

의 환자군만이 자신의 요구를 제한시켜 치료진의 욕구사정에 맞춘다.

우선적인 표준관리가 제시되고 이를 근거로 최대한 개인적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연

계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욕구사정은 지역별 표준관리를 포함한 것이 되어야 한

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별 표준관리는 연계되는 기관이 함께 모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교육이나 증상교육 등을 실시할 때 동일한 용어개념과 범위

를 결정한다든지, 치료자간의 공동체 훈련 및 감수성 훈련 등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결국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표준관리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정신보건비용의 개념이 함께 동반될 때 우리는 이를 시

스템 관리(system of care)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실

정상 각 주체가 다른 기관간의 서비스 연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시스템 관리는

아직 현실적이지 못하다.

4. 무엇을 연계할 것인가?

서비스 연계라는 용어가 성립되려면 무엇보다 해당 정신장애인에 대한 개별

적 정보의 신뢰성이 구축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예로써 A라는 기관에서 평가받은

것과 B라는 곳에서 받은 평가가 서로 틀려 서비스 제공에 차이가 벌어진다면 이는

기관별 인프라의 차이인가 아니면 환자 당사자의 정신병리와 기능이 달라져서 그러

한 것인가?

우리는 각 기관별 연계프로그램을 하기 위한 보고서 양식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잉태시키는 문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정신장애인이 나타내는 정신병리는 동일하지만 이를 해석하고 서비스

연계를 시키는 과정에서 왜곡이 나타난다.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정신보건

서비스 역사는 이와 같은 서비스 혼란을 줄이고 표준적 치료의 개념을 공유하는데

있다. 기관별, 서비스별로 무엇을 연계할 것인가는 우리가 사물의 진실을 어떻게 규

명하고자 하는가와 연관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양한 시각적 차이에 대한

편차를 줄이고 직종간의 교육적 간극을 줄이는데 있다.

Page 27: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7 -

5. 연대를 통한 협조체계

정신보건은 지역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치료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

하는 학문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 각 개인에 합당한 평가가 선행된 뒤 부족한 부분

을 함께 공유하고 제공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연대(solidarity)7)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 지역 혹은 인접지역으로 개인이 이동할 때 공통된 자료를

공유하는 작업은 효율성만이 아닌 효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 개인의

치료과정에 여러 기관의 사례관리자가 동일한 책임을 공유하는 작업은 의미가 있

다. 연대와 연계가 지니는 큰 차이점은 서비스의 단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서비스를 받는 개인에게도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F. 한국 재활치료 모형에 대한 제언 : 문화와의 연대를 중심으로

1. 개념 변화

정신사회재활의 모형은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각 나라, 지역마다 프로그램의 주체

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Bachrach(1992)가 제시한 8가지 정신사회재활 프로그램의

개념은 1) 개인중심(individuality) 2) 환경지향(environmentalism) 3) 적임성

(competency), 4)긍정성(positivity), 5) 낙관론(optimism), 6) 전체성(wholeness),

7) 자발성(spontaneity), 8) 진행성(ongoing process)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이 개념을 바탕으로 제시되는 5가지 기본 치료모형은 1) 낮병원, 2) 사회성

기술훈련, 3) 질병교육, 4) 직업재활, 5) 독립생활기술훈련 등이다. 이 모든 치료모

형이 지역사회정신보건과 연결고리를 가져야 함은 당연하다.

이 같은 개념에 따라 정신사회재활 프로그램은 집행되어야 하는데 어느 요인에서건

생기는 문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차이점을

Shepherd(1988)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미국은 기술습득에 주안점을 두고 최

소한의 지원에 의해 지역사회내 독립생활에 적합한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

7) 연대는 협력(cooperation), 조화(harmony), 일치감(concord),통일성(unity) 등이 공유된 개념을 정

의할 수 있다(Oxford Dictionary 2000).

Page 28: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8 -

면에 영국은 정신적 장애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살아가야할 장애물을 이해하

는데 초점을 둔다. 달리 말해 개인성과 환경지향간 모순을 두 나라 재활치료 모형

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신보건 현장에서 제공되는 재활프로그램은 상기 8가지 요소에 부

합되는 면이 많다. 한 가지 단점은 예산부족과 인력부족의 이유 때문에 개인성에

따른 독자적 프로그램 제공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정신보건환경의 개선이 이루

어지는 속도와 함께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나머지 부문의 정신사회재활에 대한

열정은 어느 나라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이 각

각의 정신보건센터 이용에 대한 정신장애인들의 만족도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까지는 약 90%의 서비스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초기의 인력들이 보이고 있는

열정이 반증된 결과이기도 하다.

2. 문화적절성에 대한 생각

개인의 독립을 중시하는 서구사회의 정신보건서비스는 실행단계에 있어 큰

문화적 차이를 나타낼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더 많은 편견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정신보건서비스 전개과정이나 평가는 반드시 문화적절성에 따른 소비자

집단의 직접적인 회복경험을 반영하여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인들은 개인의 자유의식과

책임을 대인관계의 주요한 도덕적 지표로 삼는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집단간 책임을 절

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자유의식이 전제된 책임은 결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없다.

또 다른 예로써 정신장애인 거주시설은 매우 중요한 정신보건서비스임에 틀

림없지만 가족에 대한 정신장애인들의 거리감을 더 증가시킬 수도 있고, 가족의 죄

책감을 더 가중시킬 수도 있다. 마치 노인치매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을 꺼리

는 우리 현실과 같다. 또한 결혼에 대한 견해도 틀릴 수 있다.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모두 현실적인 결혼을 원한다. 그렇지만 서구사회에서의 결혼은 우리와는

판이한 성격을 가지며 이에 대한 필요성마저 틀리다. 따라서 아직 우리 사회를 지

배하고 있는 가족주의적 사고는 정신보건개혁에 있어 중요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의 정신보건개혁이 미국, 영국 등에서 매우 흥미롭게 연구된 것은 이탈리

아의 가족구조가 기존의 서구사회의 구조와는 틀린 것이었으며 이에 대한 독창적인

체계형성이 이탈리아 정신보건의 방향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Page 29: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29 -

미국 연방 공중보건국장의 보고서에 문화적 예민성, 문화의 특이성에 따른

정신장애인의 치료를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1999년 12월에 600페이

지 분량의 중요한 정신보건 보고서가 나온 이후 미국 정신의학회는 새로운 정신보

건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8). 이 보고서는 ‘정신건강’, ‘정신질환’의 간극

을 줄이는 연속형 모형으로 설명하고 정신보건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장애’의 개념으로 확장한 기념비적인 자료이다. 2001년 미국 정신의학회의 건

의에 따라 문화 및 인종을 주제로 증보판이 나왔다. 인종간 정신장애의 발생율에는

차이가 없으며 다만 치료를 고려할 때 서비스 개념이 각 인종간 문화에 따라 변화

해야 함을 예시하였다. 예를 들어 정신장애를 앓은 사람 중 이탈리아는 60%의 취

직율, 미국 10-20%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차이는 각 국가간 가족들의 지지체계와

연관된다. 물론 이 과정에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 될 때 환자들은 일을 안

하게 된다(work disincentive). 이탈리아는 정신장애인의 70%가 가족과 생활을 함

께 하지만 앵글로-색슨 백인의 가족 동거율은 13%에 불과하다.

결국 가족간 유대관계의 기본적 구조가 틀린 것은 정신장애인 관리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수민족 보건정책(Office of Minority Health)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이에 따라 인종간 가족치료를 달리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8) Mental Health : A Report of the Surgeon General, 1999, December,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이 보고서는 정신보건에 대한 미국 연방 공중보건국의

최초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 출판의 의미는 향후 각 주의 보건정책 수립에 정신보건의

중요성이 대두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정신건강의 범주에 연방 보건예산을

증액시키고 이를 토대로 각 주 정부의 보건예산 중 정신보건 예산이 증가할 것을 예시하

는 것이다. 한 예로 1990년 초에 담배에 대한 동일한 보고서가 나온 이후 약 10년간 담

배에 대한 연구가 줄을 이은 것을 들 수 있다.

Page 30: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30 -

3. 가족유대와 정신보건서비스

1960년대 서구에서 전개된 탈수용화는 이전까지는 치료과정에서 배제되었던

가족들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었다. 멀리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집과 가깝게 정신장애우

들이 돌아오게 되고 가족들을 괴롭히던 수많은 정신분석이론(schizophrenogenic

mother, double mind 등)이 환자들의 발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

는 가족유대와 정신보건서비스 전개를 새롭게 하였다. 또한 문화적 차이에 따라 가족들

의 정신보건서비스 전개방식이나 수용성에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정신분열병을 앓은 사람들의 90%가 가족들과 생활하고 있

다고 보고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국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정신병원, 정신요양원 등의 정신의료기관 입소자들의 80%에서 가족과 최소 1년 1회

이상의 면회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 미국와 인도 가족의 연구에서 인도 정신장애

우들은 88%가 가족과 살고 있는 반면, 미국은 34%만이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

다. 또한 이 연구에서 미국내 전체자료에서도 가족유대와 쉼터의 제공이 인종간 큰 차

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미국계 히스패닉 가족은 75%, 흑인가족은 60%인 반면, 유럽에

서 이민온 미국인들은 30%에 불과하였다. 그렇지만 동거 유무를 떠나 가족내 정신장

애우가 존재하는 한 모든 가족들은 사회적, 감정적, 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나 있다.

국제적으로도 문화는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과 그 가족의 관계형성에 깊게 관여

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이든, 현대적 의미의 가족이든, 질병이 발생한 이후에 개인화

되었던 관계들이 집단화 되는 것을 흔히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가족치료 및 교육의 중

요한 개입근거가 된다. 특히 질병에 대한 자각(self-perception), 역할모형 및 대인관

계에 있어 문화는 큰 영향을 끼친다.

4. 문화, 경제와 정신병리

정신장애의 발병에 문화, 인종간 차이는 일반적으로 없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질병의 발현과정과 진행과정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

발국의 정신분열병 환우들은 선진국의 질병보다 더 호전된 결과를 보인다. Warner

(1992) 등이 지적한 것은 개발도상국 정신분열병 환우들의 63%가 양성적 경과와 회복

Page 31: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31 -

을 경험한 반면, 산업화된 사회는 34%만이 회복을 경험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대

한 원인분석은 모두 가족관계나 가족유대로 귀결된다. 주요 결과는 깊은 가족관계, 대

가족제도, 가족의 깊숙한 개입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결국 개인화를 강조하는 문화권

에서 정신분열병을 앓은 사람들의 재활치료 방향은 독립, 취업, 삶의 질로 요약되고, 가

족유대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에서는 독립보다는 조화로운 삶, 취업보다는 보살핌, 개인

의 삶보다는 가족의 삶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

재활프그램의 개발은 향후 지역사회 현장에서 정신장애인들의 삶이 고려된 형태로 창

조될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 역경지수(AQ)와 클라이머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폴 스톨츠는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란 책에서 이

제 IQ나 EQ보다 AQ(Adversity Quotient), 즉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경지수란 수많은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냉철한

현실인식과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끝까지 도전해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을 말한

다. 스톨츠 박사는 사람들을 역경에 포기하는 ‘퀴터’(Quitter), 대안 없이 안주하는

캠퍼(Camper), 그리고 모든 능력과 지혜로 기어코 시련을 정복하는 클라이머

(Climber)로 분류했다. 한국 정신보건과 재활치료는 분명 지난 10년의 세월을 건너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었다.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언제나 역경은 따라

다닌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실천하며 보낸 값진 시간들을 다시 조화롭게 엮

어내야 할 시기이다. 일도 많고 보람도 많았으며 갈등도 있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가득하다. 그러나 1990년 초부터 지금까지 15년 이상을 정신보건에 종사한 입장에

서 볼 때 수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오늘의 값진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몇 가지를 강조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1) 연대와 연계에 대한 긍정적 사고

2) 민간과 공조직에 대한 포괄적 이해

3) 집단 이기주의의 극복

4)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전개 및 유지

5) 서비스 제공자들의 지속적인 교육과 교류

Page 32: 한국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의 현황과 미래C1%A4%BD%C5%BB%E7%C8...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의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전환과 함께 정신보건법을 통해

- 32 -

상기 5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한다면 언제나 새로운 정신보건정책은 창조될 수 있

다. 그동안 한국 정신보건과 재활서비스에 헌신한 수많은 분들과 이 글을 나눈다.

저자교신 : 사람이 희망이다 [email protected]

참고문헌

경기도 기획평가단(1998) 경기도 지역사회정신보건 기획평가보고서

서동우, 이영문, 김윤(1999) 전국 정신보건시설 실태조사

보건복지부(2000) 보건복지부 영문백서

보건복지부 기술지원단(2003)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기술지원단 사업보고서

보건복지부 기술지원단(2004)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기술지원단 사업보고서

보건복지부(2005) 정신보건사업 안내

이영문(2002) 정신보건서비스의 개념화. 2002년도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춘계학

술대회 자료집

이영문(2004) 정신보건자원의 연대와 통합, 수원시 정신보건정책 세미나 자료집

이영문(2004) Do we have cultural relevance of psychosocial rehabilitation in

Korea? 2004년도 WHO 국제학술대회 자료집

이영문(2005) Mantal Health Matrix in Korea. 2005년도 WHO 국제학술대회 자

료집

Bachrach LL(1992) Psychosocial rehabilitation and psychiatry in the care of

long-term patient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49:1455-1463

Thornicroft G, Tansella M(1999) Mental Health Matrix. 1st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