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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평가의 핵심은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 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험성 평가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로,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동안전보건 현장 활동으로 만 들어 가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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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평가의 핵심은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

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험성 평가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로,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동안전보건 현장 활동으로 만

들어 가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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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특집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 위험성 평가의 이해 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 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2013년 6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와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03 뉴스 “삼성을 바꾸자”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출범 外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2013년을 달구었던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과 건강불안정한 청소년 노동 ‘지옥의 문’을 열다

11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바이럴마케터, 원경 씨의 하루 l 재현

15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함께 맞는 봄, 지금 여기! l 김세은

16 연구소 리포트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l 푸우씨

20 칼럼 새로운 10년의 첫해, 탄탄한 토대를 만들자 l 김형렬

22 문화읽기내가 꿈꾸는 병원『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읽고 l 김정수

23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l 곽경민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이러쿵저러쿵 또 하나의 가족, 이이령?! l 이이령

44 일터 다시보기진짜 교육, 진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어느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고 l 정경희

46 성명서 고교현장실습생 사망, 책임지는 자는 왜 없는가?

48 후원 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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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노동과 세계

“삼성을 바꾸자”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출범

- 200여 노동 · 시민 · 사회단체 참여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씨의 실화를 그린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 이후 삼성그룹에 대한 비판여

론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정사회파괴

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가 출범했

다.

민주노총·민변·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노

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삼성바로잡기 운동

본부는 2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

육회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사회를

유린하고 노동인권을 파괴하는 삼성을 바로 잡겠

다”고 선언했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가 출범한 배경은 지난

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최종범씨의

자살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S그룹 노사

전략 문건, 그리고 해당 문건이 삼성그룹의 일부

사업체에서 실행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지회 출범 이후 삼성SDI·삼성코닝 등 삼성 계열

사를 중심으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계각층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

식도 작용했다.

운동본부는 “삼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다”며 “삼성이

저지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파괴, 공공성 침

해를 감시할 시민사회의 연대가 절박하다”고 강

조했다.

운동본부는 삼성그룹과 계열사에서 일하는 노

동자가 거주하는 곳에 지역대책위원회를 설립해

삼성그룹의 노동·인권 문제를 폭로하고, 노동자

의 권리 향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과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관람운동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사건과 노동현실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철도기관사 과로사 산재 인정

근로복지공단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돌연사한

철도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승인했다.

공단 안양지사는 지난해 8월 근무 중 숨진 한

국철도공사(코레일) 부곡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화물열차 기관사 김아무개(49)씨의 유족이 제출

한 유족급여·장의비 지급 청구에 대해 산재인정

결정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공단이 철도기관

사의 과로사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씨는 지난해 8월1일 오후 대체근무를 위해

사업소로 출근한 뒤 상황실에서 교육을 받던 중

"점심 먹은 게 체한 것 같다"며 가슴통증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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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인근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김씨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

다. 가족력이나 심혈관계질환 개인 병력도 없던

김씨였다. 유족들은 과로사로 보고 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으로부터 업무상질병 판정 의뢰를 받은 경

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교대근무제라는 기관

사의 업무 특성에 주목했다. 질판위는 △김씨의

근무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고 근무시마다 변경되

는 교대제 근무를 수행하고 있던 점 △업무 특성

상 인명사고 등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점

△열차운행시 생리현상 해결이 어려운 열악한 환

경인 점 △휴무일인데도 대체근무로 휴식하지 못

하고 출근한 점 등에 의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

혈관계질환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남양주 아이스크림 공장

암모니아 폭발사고

1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에서

암모니아 탱크 배관이 폭발해 노동자 3명이 다치

고 1명이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분께

아이스크림 제조라인인 빙그레 제2공장에서 5톤

짜리 암모니아 탱크 배관이 폭발해 암모니아 가

스 1.5톤이 유출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현장에 있던

다른 1명의 노동자도 실종돼 구조대가 투입돼 수

색을 벌였다.

이날 사고는 암모니아 탱크 주변에서 악취가

나자 직원들이 이를 점검하던 중 발생했다. 경찰

은 배관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암모니아가 몰

리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장 주변과 도

로를 통제했다. 남양주시는 공장 주변 주민들에

게 외출과 공장 주변 접근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

다. 방재당국은 소방차와 군부대 제독차·화생방

차를 동원해 긴급 방제작업을 벌였다.

누출된 암모니아는 대기 중 농도에 따라 유해

성이 달라진다.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나고 구

토를 유발한다. 대기 중 농도가 5천피피엠(ppm)

이상이면 호흡정지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암모

니아는 공기보다 가벼워 환기하면 어느 정도 위

험을 예방할 수 있다.

임신하면 해고?

여전한 여성 노동자 현실

박근혜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

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등 모성권 강

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

념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10곳의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분석해 5일 발

표했다. 분석 결과 모성권 관련 상담이 절반에

가까운 45.4%나 됐다. 이어 근로조건(37%)·성희

롱(8%)·폭언폭행(1.9%)·성차별(0.6%)순으로 집

계됐다.

실제 상담사례 중에는 “회사에 임신사실을 이

야기했더니 괴롭힌다”, “회사가 출산휴가 90일을

줄 수 없다며 60일만 쓰고 출근하라고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경우 “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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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매일노동뉴스

규직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느

냐”고 묻는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 “육아휴직 중

퇴사처리 된 사실을 알게 됐다”, “육아휴직 후 회

사가 복귀를 거부한다”는 상담 내용도 빠지지 않

았다. 회사 측의 막무가내식 퇴사 강요로 “실업

급여는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상담자들이 적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은 임신과 동시에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근로조건 관련 상담 중에는 임금체불 상담

(39.4%)의 비중이 높았다. “체불 때문에 퇴사했

는데 회사가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

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하는데 차액을 받

을 수 있는가” 하는 문의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

로 확인됐다. 언론에 보도된 ‘매 맞는 텔레마케

터’ 사례처럼 여성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도 심

각하다는 지적이다.

의료대재앙, 의료민영화 저지!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예고

정부가 의료법인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등 보

건의료 산업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

데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산별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2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

은행 본점 앞에서 ‘의료 대재앙, 의료 민영화 저

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

혔다. 이날 결의대회는 노조 지도부·간부·대의

원이 참석해 합동대의원대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연대발언과 몸짓패의 공연에 이어 유지현 위원

장 등 노조 지도부 16명이 의료 민영화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의료 민영화 정책은 박근혜

정권이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재벌·영리자본에

먹잇감으로 던져 주기 위한 재벌특혜 정책”이라

며 “의료 민영화 저지는 국민이 4만3천 조합원들

에게 전하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의료 민영화 저지투쟁과 관련

한 전체 조합원 행동지침 1호를 발표했다.

행동지침에는 △의료 민영화 저지 100만 국민

서명운동 4월 말까지 달성 △의료 민영화가 미칠

영향에 대해 환자·보호자·가족·친구들에게 홍

보 △전체 조합원 4월 하루교육 참가 △의료 민

영화 법안 통과 시 파업 돌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돈보

다 생명을’이란 자랑스러운 기치를 높이 들고 평

등의료와 국민건강권 실현을 위해 의료 민영화

광풍 앞에 섰다”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의료 민

영화를 막아 내기 위해 산별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터

정리 : 연아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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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달구었던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과 건강

최민 선전위원

과도한 업무와 업무과정 중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잇단 자살, 2년에

걸쳐 3명의 도시철도 기관사 자살, 가산디지털단지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 조사와 감

정노동 이슈화, 세밑에 전국을 들끓게 했던 철도 노조 파업 투쟁까지. 공공서비스영역 노동자

들의 노동과 건강은 2013년의 핫이슈였다. 지난 2월 21일 ‘2013, 올해의 현장 - 공공서비스영

역의 노동과 건강’을 주제로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교실 창립 1주년 기념 및 직업환경의

학센터 심포지움이 열렸다.

함께 살자, 도시철도 기관사 1부 지하철 기관사의 건강에서 가톨릭대 김형렬 교수는 도시철도기관사들의 정신질환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 조사에서 기관사들은 전국 남성과 비교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5.6배, 공황장애는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과의 갈등이나 사고가 날 뻔

한 경험, 비상벨 정지 경험이 있는 경우에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사고 비율

이 뚜렷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울시에서 ‘서울시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메트

로와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및 양 노조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최적근무위원회는 1

인 승무 기준, 교대제와 교번제, 정신건강과 의료체계 운영, 작업환경 관리와 조직문화 변경

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내용의 권고안을 제출하여 도시철도공사 정신건강 증진 시스템 마련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적근무위원회는 임의조직으로 시장의 의지에 따라 활

동이 크게 좌우됐고, 활동 과정에서도 현장 개별 조합원들의 관심과 감시가 부족해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되었다.

토론자인 한림대 주영수 교수는 메트로 기관사와 비교했을 때에도 월등하게 높았던 정신건

강 증상 유병률을 제시하며 지하철 기관사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철도공사가 뚜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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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문제에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 김

태훈 승무본부장은 이런 결과가 지금도 현장을 통제하려는 도시철도공사의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승무분야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특별위원회 합의 불이행, 복수노조 차별,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표적 감시 등이 기관사들의 조직 문화를 경직시키고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노동만 문제가 아니다, 다산콜센터2부는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조사와 감정노동 실태를 다뤘다. 한국노동사회연구

소 김종진 연구원은 다산콜센터 상담사들 문제 중 감정노동이 널리 알려졌지만 문제는 훨씬

폭넓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업무는 대표적인 여성들의 노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대민서비스에 적합하다는 차별적인 선입견에 기대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런 만큼 노동자들에게 친절한 목소리와 여성적인 태도(공감, 헌신 등)를 요구한다.

한편,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업무가 그동안 공무원들이 해 오던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발휘

하는 상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숙련은 무시되거나 저평가됐다. 고용 측면에서도 다산콜센

터는 민간 3개 업체에 경쟁 위탁하는 방식이라서 노동환경 관리가 매우 열악하다. 이 때문에

이직률이 높고 신규 충원이 어려워, 상시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 위탁 업체 사

이의 경쟁에서 고객의 불만은 중요한 항목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고용 구조에서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고객의 부적절한 요구나 언사를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이 없고, 그만큼 강도 높

은 감정노동과 성희롱에 노출된다.

토론자인 사회건강연구소 정진주 연구원과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김영아 위원장은 감정노동

을 다른 노동 환경 문제와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

은 감정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좁은 사무환경 등 열악한 물리환경, 부족한 휴식 시간과 높

은 노동밀도,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과 저평가, 민간 위탁에 따른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고

이런 환경이 이들의 감정노동을 더욱 견디기 힘든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2013년 한해 어렵게 때로는 뜨겁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도시철도와 다산콜

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보건이 2013년 현장으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올해는 이곳이 변화와 개선, 승리의 소식으로 뜨거운 현장이 되길 기대한다.

* 심포지움 자료집은 한노보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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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청소년 노동

‘지옥의 문’을 열다

십대 ‘밑바닥 노동’ 실태조사 보고대회를 다녀와서

재현 선전위원

“정작 제가 집을 나와 보니까 할 수 있는 건 ‘알바’밖에 없는 거예요. 먹고 살기 위해서 하

루 12시간씩 일해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피곤해서 자 버리게 되는……. 제가 알바 하려고

사는 건지, 살기 위해 알바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푸드코트, 편의점 등에서 알바를 했던 청소년 ㄴ씨)

“처음엔 편해 보였어요. 돈도 많이 벌고, 업체에서 일하면 잡일 같은 거 하잖아요? 청소하

고 포장하고 등등. 그런데 배달대행에서는 그냥 배달만 하면 되고 건당 2천5백 원씩 받으니

까 더 많이 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또 업체에서는 직원을 쓰는 것보다는 배달대행을 쓰는 게

마음이 편하겠죠. 배달대행 같은 경우는 도망갈 위험도 없고... 직원이 일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도 해야 하고 복잡하잖아요? 그런데 배달대행 업체를 쓰면 한 건에 2천 원, 2천5백

원씩만 내면 마음 편히 쓸 수 있잖아요.”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 ㄱ씨)

지난 3월 6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주최로 <십대 ‘밑바닥노동’ 실태조사 보고대회 - 청

소년노동자의 목소리를 찾아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실태조사 발표에 앞서 배달대행, 연회

장, 야간 택배, 이벤트 업체 등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그들의 ‘밑바닥

노동’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지옥의 문을 연 청소년 노동, 실효성 없는 정책1부 <다시, 십대 ‘밑바닥 노동’을 말하다>에서는 배경내 활동가(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연구발표가 있었다. 배경내 활동가는 청소년 노동문제가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

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일을 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층이 늘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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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다음카페

육을 통한 지위 상승마저 힘들어졌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거나, 공부보다는 일하는 것이 가계에 보탬이 될 거란 생각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청소년들이 대개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야간노동, 감정노

동,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등 말 그대로 ‘밑바닥노동’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5년을

시작으로 3차례의 정부 대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청소년 고용 사업장 감독 강화,

안심알바신고센터 설치 등 정책 방향이 사업장 감독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

다. 또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근

로기준법도 무용지물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경내 활동가는 청소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불안정 노동의 증가에 대한 대안과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

는 복지·가족·교육 정책의 변화 등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안정한 노동, 빈곤층 · 탈가정 청소년들은 어떻게...2부는 <십대 ‘밑바닥 노동’에 응답하다>

를 주제로 활동가들의 고민을 발표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먼

저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관계에서 발

생하는 책임을 물을 사용자가 모호해지는

현재의 고용구도에서 청소년 노동자의 지

위가 더욱 열악해지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시 지속적인 업

무에 대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

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법

혹은 근로기준법 개정 등이 필요하고, 장

기적으로 전체 노동시장에서 불안정·비정

규직 노동이 아닌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운동, 사회단체들

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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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제자 김윤영 활동가(빈곤사회연대)는 빈곤층 청소년들이 “불충분한 급여 수준으

로 꾸준히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으나, 일자리에서 받는 소득으로 인해 수급 자격이 박탈

될 수 있어 4대 보험이나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비공식 노동’을 주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을 전했다. 빈곤층 가정에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비공식 노동이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지속적

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부족한 수

급비로 살거나, 양자택일해야하는 상황이다. 김윤영 활동가는 “기초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와

노동의 권리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에,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현재 소

득을 기준으로 기초생활권리 보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탈가정 청소년의 경우 노동의 문제와 주거권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문제다. 이들을

위한 쉼터, 상담복지센터 등이 있으나 약 20여만 명에 달하는 탈가정 청소년을 모두 수용하

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011년부터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을 만나온 변미혜 활동가(움직

이는 청소년센터 EXIT)는 “탈가정 청소년들이 주거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은 어떻게

하더라도, 하루하루 그날 잘 곳을 구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일 수밖에 없는 생활을 살게 된

다.”고 말했다. 이어서 “탈가정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으려면 안정된 노

동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주거형태를 마련하여 이들의 주거권을 보장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대회가 청소년 노동실태를 제대로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부의 종합대책이 수립되

고, 십대들의 ‘밑바닥 노동’을 ‘존엄한 노동’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

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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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이야기

바이럴 마케터, 원경 씨의 하루

재현 선전위원

여러분은 인터넷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혹은 맛집을 찾을 때 어떤 정보를 가장 신뢰하시

나요? 저는 스마트폰으로 파워 블로거의 후기 같은 걸 찾아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이처럼 웹 환경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웹서핑이 정보수집의 중심이 되고 있는 요즘, 기

업 광고도 이런 조건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요즘 광고 산업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럴(viral. 바이러스성의, 바이러스에 의한) 마케팅’ 같은 방식이 바로 그렇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요즘 유행하는 SNS나 블로그, 카페, 이

메일 등의 매체를 제품을 알리되, 기업이 직접 홍보하는 형식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입과 입

을 통해 널리 알리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광고를 만드는 ‘바이럴 마케터’ 이원경(29세) 씨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온

라인 마케팅 회사에서 만났습니다.

바이럴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나?

“바이럴 마케팅은 온라인 마케팅 기법의 하나인데 포털 사이트에 있는 카페, 블로

그, 지식인 서비스, 연관 검색어 등을 이용하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중

특별히 바이럴 마케팅은 블로그에 집중하고 있어요.”

내 의사와 관계없이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뜨는 광고를 없애려고 X자가 어디 있나 찾

아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팝업창이나 배너는 쉽게 무시하는 데 반해, 스토리가 있는

광고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예컨대, 지인에게 기능적이고 인체에 무해하며 가격

도 저렴한 육아용품을 선물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이미 제품을 사용

해본 엄마들의 후기 글이 있다면 그때 비로소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럴 마케

터에게 포털 사이트에서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2012년 기준으로 포털 사이트 N의 경우 하루 1,800만 명이 방문하고, 1,200만 명이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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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는 국내 PC 검색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이다. 이 점유율

에 1등 공신은 ‘블로거’, ‘카페’, ‘지식IN' 서비스라고 한다. 한편, 바이럴 마케팅은 적은 비용

으로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중소브랜드 업체들이 주로 참여한다고 한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

한 홍보는 홈페이지 운영과 달리 비용이 들어가거나 하지 않은데다 사람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보니 바이럴 마케팅에 너도나도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 화장품 업체에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고 했는데, 광고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한 중소 화장품 브랜드 광고주가 계약할 때 ‘기능성 화장품’ 혹은 ‘주름개선 화장

품’으로 검색했을 때 우리 제품이 노출됐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어요. 그래서 주문

에 부합하는 화장품 영역에 인기가 있는 블로거를 찾아 섭외해요. 그리고 상품을 보

내 써보게 하고, 그러면 글을 써달라고 주문을 하죠. ‘기다리던 상품 도착 – 배송이

꼼꼼해요 –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요 – 예쁘게 사진 찍고 – 스펙도 빠지지 않아요 –

사은품도 좋아요 – 실제 사용해보니 가격대비 최고에요 – 회사 홈페이지 기재’ 보통

이렇게요.”

며칠 후 블로거에게 요청한 글이 왔다. 그는 최종으로 검토해서 완성된 광고글을 보냈고

블로거가 그걸로 포스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도 원경 씨의 끝이 아니다. 포털사이

트에 ‘기능성 화장품’으로 검색했을 때 가능한 앞쪽 페이지에 그 블로거 글이 노출되는지 계

속 확인하는 일, 검색페이지에서 뒤로 밀리지 않도록 카페, 지식인 서비스 등등에 퍼 나르는

일까지 해야 광고주의 주문사항이 완료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통 바이럴 마케터들은 하루 평균 20개 정도의 글을 올리고 100개

이상의 글을 퍼 나른다고 한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 N의 경우 한 주민등록번호로 블로그를

3개밖에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업체들은 포털 사이트 N사의 아이디를 돈을 주고 사서 바이

럴 마케터들에게 전달하고 여러 개의 아이디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한다.

“글을 매번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매일같이 야근이에요. 원

래 9시 반까지 출근해서 6시 반 퇴근으로 정해져있는데 2년 동안 일하면서 정시에

퇴근해본 기억이 없어요. 무엇보다 광고주와 블로거들에게 업무관련 문의가 오면 바

로 확인해줘야 하죠. 주로 온라인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더 심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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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 씨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메일이 왔다. 한 블로거에 키워드 상위 노출에 성공했

다는 했다는 글과 함께 화면을 캡쳐한 메일이었다. “이렇게 메일이 오면 바로 확인해줘야 하

는 것 그게 힘들어요.” 라고 그가 말했다.

그렇게 매일 야근하면 수당은 얼마나 받나?

“여기에서 일한 지 꽉 채워 2년이 됐지만, 단 한 번도 연장수당을 받은 적이 없어

요. 연봉도 동종업계 다른 회사보다 적은 편이에요. 초봉 1800만 원으로 시작해 2

년이 지난 지금, 연봉이 200만 원 올랐어요. 내 경력이면 동종업계에서 대개 2400

부터 연봉협상을 한다던데, 400~500정도 차이나는 셈이죠.”

그렇다보니 수시로 구직 사이트에서 다른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검색하는 게 일상이 되었

다고 한다.

“눈 떠보니 서른이에요.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돈 들어갈 일도 많은데 앞이 안

보여요. 1년 차 직원이랑 제 위에 팀장님이랑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어요. 미래

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금 내 시장가는 얼마나 되는지 자꾸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회사를 옮길 생각은 안해봤나?

“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 빼고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곳이라 애착이 가더

라고요. 연봉은 작아도 회사가 작다 보니까 가족같은 분위기가 있고, 또래 동료들과

정도 많이 들었고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에서 일하는 2년 동안 주말에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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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 돈으로 생활비에 보태다 보니 지금까지 버텼던 거죠.

물론 그렇다 보니 2년 동안 단 하루라도 프리하게 다 내려놓고 쉰 적이 없는 것 같

아요. 평일엔 야근하고 주말엔 과외 준비하고 제가 생각해도 생활력은 참 끝내주는

것 같아요”

바이럴 마케팅, 일하는 게 적성에는 맞나?

“이 일이 단순해 보이기는 해도 매체환경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변화에 따라가

는 게 쉽지 않아요. 광고주, 블로그들의 중간에서 껴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

래도 제 노력으로 광고주와 회사 모두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바이럴 마케터로서 역할

을 다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낄 때도 있어요. 돈 버는 일이 쉬운 일이 있나요?

근데 이 생활도 2년 하니까 최근에는 흥미를 많이 잃은 것 같아요. 예전부터 글

쓰는 거 좋아했어요. 다양한 컨텐츠를 읽고 분석하는 것도 좋아했고요. 제 이런 부

분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

나지 않아 모든 매체라는 게 상업적일 수밖에 없고, 쉽게 말해 사실 짜고 치는 고스

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까 힘들더라고요. 저도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동료들도 블로그 한두 개씩은 다 운영하고 있어요. 퇴근하

면 파워 블로거가 되는 거죠. 실제로 광고주로부터 연락도 많이 와요. 그래서 일이

잘되면 바이럴 마케터로써 실력도 인정받고 하나의 경력이 되니까 아르바이트 겸 경

력도 쌓을 겸 블로그를 하게 되는 거죠.”

블로그, 카페를 비롯해 카카오톡,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 시장은 계

속 성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밤낮 할 것 없이 일하고 있는 바이럴 마케터들의 노동조건

도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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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글 : 김세은 운영위원

지난 3월 6일,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故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꽃샘추위의 찬바람 속에서 수백 명의 추모위원들이 모여 함께 봄을 맞았다. 일터

“아직은 겨울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새봄이 오고 있다고

유미 씨에게 숙영 씨에게 지연 씨에게 민웅 씨에게 그리고

이름 없는 당신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역사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진실은 정의는 밝혀진다고

새봄이 저기 오고 있다고

새봄이 와야 한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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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푸우씨 집행위원장

1. 연구 배경 “회사 설립 20년 만에 처음 알게 된 근골격계 질환과 유해요인조사”

애경그룹과 일본 JSP 자본합작으로 EPP/EPE Foam 제품(자동차부품, 포장재, 건축자재 등)

을 생산하는 코스파는 1991년 4월 음성에서 공장가동을 시작해 김천까지 생산시설을 확장하

였다. 24시간 돌아가는 장치산업의 일반적인 특성이 그러하듯이 코스파 또한 12시간 주야 맞

교대와 장시간노동, 협소한 공간에 빼곡하게 자리한 생산설비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중적인 소음, 성형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물을 사용하여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습도, 음성 공장에서 상시로 이주노동자나 용역을 고용해야

할 정도로 확인되는 인력부족 등 다양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안타

깝게도 2012년 5월 13일 음성과 김천에서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코스파 노동자의 집단적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은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다. 따라서

2013년 노조설립 1년을 경과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첫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그 자체

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2. 연구 과정 “유해요인조사는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현장의 일상을, 노동자의 몸과 삶을 제대

로 꼼꼼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

노동부가 2004년부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로 제도

화했지만, 갓 노조가 출범한 코스파 노동자에게는 ‘근골격계’도 ‘유해요인조사’도 낯설고 생소

한 것이었다. 따라서 무엇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조합원

전반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양 지회 확대 간부 수련회에서

“근골격계직업병과 유해요인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간부교육을 먼저 진행하였고, 이후 음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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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포부서, 딜렘퍼 청소

▲ 발포부서, 원재료 투입

김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였다. 교육을 마무리한 후 양 지회 간부들과 대충

지부 간부, 연구진이 함께 ‘유해요인조사의 목표와 방향 수립-실행점검-대안토론-사업마무리와

평가’를 공동으로 책임질 기획팀을 구성하였고, 기획팀 논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착수하였다. 먼저 기초인적사항, 급여, 노동시간 등의 노동조건, 근골격

계 증상 유무, 직무스트레스 등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교육을 통해 실시(전체 노동자 104명,

응답자 86명, 82.6%)하였다. 그리고 양 지회에서 부서별로 인간공학평가 등 현장조사를 함께

할 인원을 선발해 현장팀을 구성하여 집중적인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현장조사를 진행하였

다. 설문조사 결과와 현장조사 결과 자료를 가지고 기획팀에서 대안 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설

문조사에서 확인된 근골격계 유증상자 중 증상이 ‘중간정도로 심하다’, ‘심하다’라고 답변한 노

동자와 의사와 면담을 희망하는 노동자 전 인원(설문조사 응답자 86명 중 44명, 51.2%)을 대

상으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진찰을 수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음성과 김천 전체 노동자를 대상

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설명회를 진행하여 이번 조사를 마무리하였다.

3. 연구의 주요 결과 1) 근골격계 질환,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코스파 노동자들의 몸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은 신체 어느

한 부위 이상이 지난 1년 동안에 1주일 이상 지속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인

기준 1에 해당하는 경우가 70명(81.40%), 증상이 ‘중간 정도로 심하다’인 기준 2에 해당하는

경우가 44명(51.16%)이었다. 이는 2012년 시행

된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이 바로 확

인된다. 경기지부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증상은

기준 1이 44.7%(최소 18.2%~최대 65.9%), 기

준 2가 34.1%(최소 9.1%~최대 61.5%)이었다.

코스파 노동자들은 기준 1의 경우 경기지부 평

균치는 물론 최대치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

고, 기준 2의 경우 경기지부 평균치를 훨씬 웃

돌고 최대치보다 약간 낮은 유병률을 보였다.

특히 코스파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이 34.3세로

2012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

태 조사” 대상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 41.1세에

비해 젊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임

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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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온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파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근

골격계 질환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36명(47.38%)으로 절반에 미치

지 못했고, 그중 공상처리 했다고 응답한 1명을 제외한 35명(46.05%)은 개인 비용으로 치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코스파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 업무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지극히 개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일부 부서의 노동

자들은 과다한 작업량과 반복동작과 같은 인간공학적 위험요인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까지 길어 개인적으로 치료받을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

고 있었다.

3) 굽히고, 젖히고, 쪼그리고, 비틀고...

코스파 생산현장은 좁은 공간에 설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 설비에 맞춰 노동자가 허

리를 굽히거나, 목을 뒤로 젖히고, 쪼그리거나, 비트는 일을 해야 하는 업무가 상당하여 전체

생산 공정의 상당수가 노동부가 고시한 11개 부담작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지나치게 협소화하여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간과, 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해당할 정도로 인간공학적 유해위험요인이 상당함

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업공정의 전반적인 위험요인의 노출 수준을 평가하는 ANSI-Z365로는

43개 작업 중 27개 작업이 ‘저위험성 초과작업’으로, 목, 허리, 팔, 팔꿈치 등 상지부담을 확인

하는 RULA에서는 소수 일부 공정을 제외한 모든 평가 대상 작업이 4단계인 ‘즉각적인 작업자

세 변경’ 결과가 나왔으며, 역시 소수 일부 공정을 제외한 모든 평가 대상 작업에서 비특이적

작업자세와 전신부담을 확인하는 REBA에서 3단계 ‘위험단계 높음, 곧 조치가 필요함’ 이상의

결과가 도출됐다.

4)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노동조건

2개의 생산시설 중 음성공장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이 김천에 비해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음성 공장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김천에 비해 길고, 노후화된 설비 등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작업물량이 많아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4. 현장 개선, 무엇을 바꿔야할까?1)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종합 대책 마련해야

노동조합에서 이번 유해요인조사를 거치면서 양 지회에 노동안전보건부서를 신설한 것처럼,

회사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할 부서와 담당자를 선임하고, 장단기 계획의 수립, 실행, 점검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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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위해 노사가 협의할 수 있는 기구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협의 기구가 실제 기능하

려면 이 기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활동 시간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2)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

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 산재처리 등 공적인 방식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은

물론, 요양 이후 원직 복직에 대한 불안감, 요양으로 인해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우려하여 치료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당

장 즉각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자가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적절

한 휴식과 함께 마사지와 찜질, 작업 전후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등 자가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회사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3) 인간공학적 작업환경 개선, 장·단기적 대책 동시에 마련해야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유해요인조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이

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스파의 경우 작업공정의 특성상 설비 규모가 크고 의존도가

높지만 설비 자체가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현실

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장단기 대책을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피로방지 매트 도입과 입좌식 의자 제공, 높낮이 조절 가능 작업대 도입, 철재

계단 이동시 무릎 부담 완화를 위한 충격완화 매트 설치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4)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노동조건 개선이 중요해

과다한 작업물량과 장시간 노동 등 일부 노동조건은 그 자체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위험요인을 강화한다. 따라서 이런 노동조건 개선은 그 자체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

을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이 실질 임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월급제 도입과 같은 임금

체계 개편이나 적절한 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보장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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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의 첫해탄탄한 토대를 만들자

김형렬 소장

2013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 노동안전보건운

동의 역사, 투쟁의 역사를 돌아보았다. 근골격계질환 집단요양투쟁의 현장에서 노동강도의 문

제를 제기했던 현장연구의 정신을 되새기고, 새로이 펼쳐질 10년 앞에서 우리 운동의 ‘현장성’

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14년 한노보연은 어떤 활동들에 집중할

것인가?

우선 올해는 2010년부터 준비한 ‘노동안전보건센터’와 ‘노동시간센터’를 보다 구체적으로 준

비하고자 한다. 노동안전보건센터는 지역과 현장성이라는 화두, 그리고 회원의 생활과 활동의

일치를 목표로 장기적인 운동의 과제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이를 위해 올해 구체적인 실무 준

비뿐 아니라, 지역 활동과 노동보건활동의 이론과 실천지점을 마련할 것이다. 한편 노동시간센

터는 장시간노동, 교대제, 노동강도와 같은 자본과 대립할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지점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 주간연속2교대 이행 실태 조사, 교대제 관련 책

발간, 공공영역의 교대제 실태와 건강영향 등의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연구는 연

구소 회원뿐 아니라 ‘열린 조직’의 형태로 다양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들의 참여로 진행될 예

정이다.

10여 년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골격계질환 산재요양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남

아 있다. 올해에는 근골격계질환의 산재요양 부실과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현장의 조직화와 현장의 정책을 중심으로 부실한 요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 마

련을 해나갈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안로브 활동, 아시아 석면대응 활동 등 국제노동보건 연대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금속노조 등과 연대하여 인도네시아 활동가 교육 등을 진행하였

다. 연구소는 국제적 노동의 분업이라는 세계질서에서 아시아 노동보건의 문제를 우리의 과제

로 삼는 운동을 준비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2014년은 이를 위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해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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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2013년 철도 파업과 최근 의료 민영화 논의까지, 2014년뿐 아니라 향후 지속될 공공영역의

민영화 흐름은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노동보건 분야의 중요한 정세라고 할 수 있다. 의료․교통․치안․교육․공공서비스 등 공공영역의 민영화, 구조조정, 이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원감

축과 고용불안, 노동자들의 건강권 위협은 우리가 주목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투쟁의 과제가

될 것이다. 연구소는 2013년 대학 청소노동자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전북운수 등 버스노동

자 건강실태조사, 체신 노동자 사업, 공공운수 안전보건매뉴얼 발간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올

해도 공공영역에서 다양한 노동안전보건의 문제가 주요한 현장의 문제가 되거나 주요한 투쟁

의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영역의 현장을 조직화하는 사업에 노동안전보건운동이 기여

할 수 있도록 조직적인 개입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작업중지권 적용과 현장 조직력을 복원하는 것을 4대 실천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였

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기획을 내지는 못했다. 작업중지권의 역사와 적용 가능한

상황, 적용을 위한 매뉴얼 개발 등, 실제로 사용했을 때 현장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을 만한 각

종 지침과 모범 사례를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는 중대재해

사건들에 대한 대응으로 노동보건단체에서 제안되었던 ‘기업살인법’ 추진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

고, 좀 더 실현 가능하고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획을 제시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수 있

게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을 잘 수행하기 위한 연구소 내 활동력을 배가하기 위한 회원역량 강화사업과

우리 사업에 동의하는 외부 활동가들과 연대를 통한 사업의 진행들도 기획하고 있다. 일터, 학

회, 심포지엄, 현장교육 등 연구소 사업의 사회화를 위한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

다.

최근 2~3년은 연구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망과 인적토대를 만든 시기였다면, 앞으

로 몇 년간은 만들어진 토대 위에 새로운 출발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활동 회원

이 늘어날 가능성이 계속 확인되고 있으며, 기존 회원들의 활동력 역시 계속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연구소 간에 격차가 있어 전국 범위의 활동을 펼치려면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연구소의 활동의 폭과 깊이가 증가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각 지역 회원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후원회원을 비롯한 외곽의 확대를 기획하며 조직운영의 새 전망도 함

께 그려나갈 계획이다.

2014년, 새로운 10년을 탄탄하게 준비하며 10년 전 출범 당시의 기세로 현재의 정세를 당당

하게 뚫고 앞으로 나갈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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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병원-『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읽고

김정수 운영위원

철도 민영화에 이어 의료 민영화 문제로 세간이 시끄럽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정책과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은

민간에게 소유권 및 경영권 자체를 넘겨주려는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과 조금 다르게 구분해서 ‘의

료 영리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의료기관을 민간이 소유하고 경영을 하

고 있다. 공공 병원들이 몇 안 되게 있지만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에서 봤듯이 돈이 안 되면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다. 또한 그나마 공적의료체계를 지키는 버팀목이던 국민건강보험은 암보험,

실손 의료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의 확산으로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

경제위기로 몸이 아파도 병원에 못가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작년 수 조원의 흑자를 냈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자 때문에 보

험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컸던 건강보험공단이 흑자를 내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경기

침체에 있었다. 사람들은 생활이 어려워지면 조금 아픈 일로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경영상태가 악화된 의료기관들은 의학적 근거도 거의 없고 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검사,

시술, 처방,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무분별한 과잉진료를 남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우리는 어떤 의사에게 내 몸을 믿고 맡길 것인가? 답답하고 혼란스

러울 수밖에 없다. 대개 우리는 ‘내 몸과 마음의 병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해 줄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검사, 시술, 처방을 하고, 질병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까지 해주는,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의사, 그런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다.

주목받는 의료생협? 그러나 이상과는 다른

그래서 지역 주민이 주인인 병원,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운영하는 병원, 단순히 질병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진짜 주범인 나쁜 생활습관과 잘못된 사회제도를 바로잡기 위

해 애쓰는 병원이 바로 의료생협이었다. 이러한 기대감속에 의료생협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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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3월부터 일 년 남짓 문을 연 지 20년째를 맞은 우리나라 첫 번째 의료생협인 안성의

료생협에서 일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한 내가 주로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일하고 있는 의료

생협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나 역시 그런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얘기로만 들었던 곳과는 조금 달랐

고, 급여는 대폭 줄어든 반면 일은 많아졌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수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른 병원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가 다른 보통 병원과 얼마나 다른 건지 알 수 없었다. 한편 나를

포함한 병원 직원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급여는 덜 받으면서 일은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료기관 운영은 늘 빠듯해서 매번 적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천 명이나 되는 조합원의 의

사를 모아 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대의원 총회, 이사회, 각종 위원회 등 의사 결정 구조는 갖추어져

있었는데 이 구조가 실제 조합원의 의사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 주치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예방의료 활동과 주치의서비스 위주의 일차 의료 서비스를 제

공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러한 노력 또한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기대가 너무 컸나? 그리고 한국에서 의료생협이 처해 있는

현실의 벽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그나마 의

료생협에서 진료하면서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거라면 딱 하나 있다. 불필요한 검사나 처

방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안성농민의원에서 나가는 처방 중에 비급여 처방이

별로 없다. 연 2~3% 인상되는 건강보험 급여 위주의 진료를 하다보면 연 5% 수준으로 인상되는

각종 소요 비용을 따라 잡기 힘들어 늘 경영상의 위기를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원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제한적이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이루어지는 예방 의료활

동으로 건강이 좋아져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드는 환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병원이 가능하려면

마지막으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애를 썼지만, 우리가 꿈꾸는 병원 그런 병원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까지는 아직 더 많이 애를 써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

행스러운 건 그 꿈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

이었다. 이 책 『가장 인간적인 의료』(임종한 외/스토리플래너)는 이런 꿈을 꾸고 싶은 사람 혹은

그 꿈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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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곽경민 회원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흡연을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

얼마 전 공단검진 안내 팜플렛에서 본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을 홍보하는 문구이다. 재

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 왠지 낯설지 않는 이 문구는 얼마 전 참석하였던 업무상질병판정

위원회(이하 ‘질판위’)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하였다.

같은 기관에 계신 선생님께서 전공의인 나에게 시간이 되면 본인이 질판위원으로 가는 서

울지역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배석하여 참관하는 건 어떠냐고 해서 질판위에 참석하였다.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1년차로 경험이 일천한 나에게 첫 번째 질판위 참석이다.

자료를 보니 20여 명의 심의안건이 상정되어 있고, 상병명을 보니 오늘은 근골격계질환만

심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 지긋한 위원장이 있고, 6인의 위원(직업환경의학의사 1인, 신

경외과의사 1인, 정형외과의사 2인, 영상의학의사 1인, 인간공학 전문가 1인)이 회의용 원탁

책상에 앉아 있다. 첫 번째 심의안건은 오늘 유일하게 재해자의 진술이 있는 안건이다. 위원

장은 “신청서와 자료에 있는 내용은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여기에 없는 내용만 짧게 이야

기하라”고 했다. 에어컨 설치 기사로 일하다 요통이 생겨 산재를 신청한 30대 남성의 진술이

있었고, 질판위원들의 몇 차례 질문이 이어졌다. 재해자 진술이 끝난 후 위원회의 짧은 토론

이 있었다. 업무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상병이라는 의견들이 있어서 산재승인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좀 있으신 위원 한 분이 빈정대는 말투로 ‘옛날이었으

면 이건 불승인’이라는 말을 던진다. ‘옛날드립’을 여기에서도 듣게 될 줄이야... 결국 표결로

가게 되었고, 다수의견으로 첫 번째 안건은 ‘산재 인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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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안건은 양쪽 수지의 레이노증후군이다. 진동 폭로력이 확인되었고, 레이노스캔에서도

양성으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산재승인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의학의사가 레이

노스캔을 한쪽만 했으니, 한쪽 손에 대해서만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결국 표결

에서 한쪽에 대해서만 ‘부분인정’으로 결정이 되었다. 레이노증후군은 대개 양쪽으로 오는 질

환으로, 실제 임상진료에서도 양쪽 다 증상이 있더라도 한쪽만 레이노스캔을 해서 양쪽 레이

노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위한 것이니 누가 봐도 인

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한다며 ‘부분인정’이라 한다.

이후로도 ‘객관적’이라는 이름의 주관적인 논의들이 이어졌다. 반대 의견이 없어 인정될 것

같은 안건도 표결에서 ‘불인정’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관련성은 인정되나 상병명이 업무내

용이 달라 ‘불인정’되는 경우, 상병명을 잘못 적어서 ‘부분인정’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여건

을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니 후반부엔 아주 짧은 논의만 하고 바로 표결로 이루어져 위원

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건들이 다 처리된 이후 위원장은 ‘우리가 의학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산재보험 재정이 부당하게 누수되는 것을 막는 책무가 있다’는 류의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그 말을 다시 떠올리니 담배소송 홍보문구처럼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는 말로 들린

다.

흔히들 ‘질판위’라 줄여서 말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상질병에 대한 판정의 공정

성 및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2008년 7월부터 설치한 판정위원

회이다. 하지만 질판위가 신설된 이후 근골격계질환 및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질병 산재승인

율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산재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고자 객관성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불인정,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으니 개선책이라고 나온 것이 오히려 개악책이 된 것이

다. 이런 질판위가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기구일까?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가 아닌 산재노동자의 선량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백년

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일까? 우리의 숙제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

하루였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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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조의2(위험성 평가) ①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의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내용 및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한다.③ 제1항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조치하는 방법, 절차, 시기,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13년 6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위험성 평가는 모

든 사업장이 대상이고 신설된 법안인 만큼 미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사업장이 시

끌시끌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교육에 500명

씩 신청자가 몰리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야할 노동자

(노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황이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특집1]

위험성 평가의 이해

흑무 상임활동가

1. 위험성 평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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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위험요인 유해요인

분류(예)

1. 기계․기구, 설비 등에 의한 위험요인2. 폭발성 물질, 발화성 물질, 인화성 물질,

부식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요인3.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요인4. 작업방법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5. 작업 장소에 관계된 위험요인6.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7. 그 외의 위험요인

1.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한 유해요인

2. 방사선, 고온, 저온, 초음파, 소음, 진동, 이상기압 등에 의한 유해요인

3.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유해요인

4. 그 외의 유해요인

* 위험성 평가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고시 제2012-104호]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을 통해 정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

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

련의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유해․위험요인이란 유해위험을 일으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것의 고유한 특징이나 속성을 말하며 다음 표와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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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법 제48조)2. 안전·보건진단(법 제49조)3. 공정안전보고서(법 제49조의2)4.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안전보건규칙 제657조부터 제662조까지) 5. 그 밖에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서 정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제도

2. 위험성 평가의 방법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해당 사업장에서 사업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 위험성 평

가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고,

-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에게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관리하게 하며

- 관리감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위험성의 추정, 결정,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실행을 하게 하며

-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

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를 참여하게 하고,

- 기계·기구, 설비 등과 관련된 위험성 평가에는 해당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사람을 지정하는

등 그 밖에 위험성 평가를 위한 체제를 구축할 것

- 사업주가 아래 표에서 정하는 제도를 이행하여 위험성 평가관련 고시에서 규정하는 바를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이 고시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

다.

3. 절차

위험성 평가는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

험요인의 파악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

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으로 진행된다.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① 실시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 실시의 목적 및 방법, 실시 담당자 및 책임자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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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표준, 작업절차 등에 관한 정보- 기계·기구, 설비 등의 사양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의 유해·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기계·기구, 설비 등의 공정 흐름과 작업 주변의 환경에 관한 정보- 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사업으로서 같은 장소에서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급을 주어

행하는 작업이 있는 경우 혼재 작업의 위험성 및 작업 상황 등에 관한 정보- 재해사례, 재해통계 등에 관한 정보- 작업환경측정결과, 근로자 건강진단결과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위험성 평가에 참고가 되는 자료 등

할, 실시 연간계획 및 시기, 실시의 주지방법, 실시상의 유의사항

② 대상 : 위험성 평가는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

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③ 사전 조사 : 사업주는 다음의 사업장 안전보건정보를 사전에 조사하여 위험성 평가에

활용하여야 한다.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때 업종, 규모 등 사업장 실정에 따라 ① 사업장 순

회점검 ② 청취조사 ③ 안전보건 자료 ④ 안전보건 체크리스트 ⑤ 그 밖에 사업장의 특성

에 적합한 방법 중 어느 하나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①번

방법을 포함하여야 한다.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여 사업장 특성에 따라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및 중대성의 크기를 추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는 가능성과 중대성을 곱하거

나, 더하거나, 행렬을 이용하는 방법 등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법은 어느 것이든 사

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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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결과와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한 허용 가능

한 위험성의 기준을 비교하여, 해당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지 여부

를 판단하여야 한다.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은 위험성 결정을 하기 전에 사업장 자체

적으로 설정해 두어야 한다.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 사업주는 위험성을 결정한 결과 허용 가능한 위험성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험

성의 크기,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를 고려하여 ① 위험한 작업의 폐지·변경, 유해·위험

물질 대체 등의 조치 또는 설계나 계획 단계에서 위험성을 제거 또는 저감하는 조치 ②

연동장치, 환기장치 설치 등의 공학적 대책 ③ 사업장 작업절차서 정비 등의 관리적 대

책 ④ 개인용 보호구의 사용 등 위험성 감소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감소대책을 실행한 후 해당 공정 또는 작업의 위험성의 크기가 사전에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범위인지를 확인하고, 위험성이 자체 설정한 허용 가

능한 위험성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추가의 감

소대책을 수립·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중대재해, 중대산업사고 또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성으로서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잠정적인 조치를 강구하여

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종료한 후 남아 있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게시, 주지 등

의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① 위험성 평가를 위해 사전조사 한 안전보건

정보 ② 평가대상 공정의 명칭 또는 구체적인 작업내용 ③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④ 위험

성 추정 및 결정 ⑤ 위험성 감소대책 및 실행 ⑥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계획 및 일정 등

⑦ 그 밖에 사업장에서 필요하다고 정한 사항을 담은 기록물을 남겨야 하며 사업주는 기록

물을 3년 이상 보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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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업장 건설물의 설치·이전·변경 또는 해체(2)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등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3)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등의 정비 또는 보수(4) 작업방법 또는 작업절차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5) 중대산업사고 또는 산업재해(휴업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발생(6) 그 밖에 사업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4. 위험성 평가의 실시 시기

- 위험성 평가는 최초평가 및 수시평가, 정기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하여야 하며 최초평가 및

정기평가는 전체 작업을 대상으로 한다.

- 수시평가는 다음 표에 해당하는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해당 계획의 실행을 착수하기 전에

실시하고, 계획의 실행이 완료된 후에는 해당 작업을 대상으로 작업을 개시하기 전에 실

시하여야 한다. 다만, (5)번에 해당하는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재해발생 작업을 대상으

로 작업을 재개하기 전에 실시하여야 한다.

- 정기평가는 최초평가 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1) 기

계·기구, 설비 등의 기간 경

과에 의한 성능 저하 (2) 근

로자의 교체 등에 수반하는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지식

또는 경험의 변화 (3) 안전·

보건과 관련되는 새로운 지식

의 습득 (4) 현재 수립되어

있는 위험성 감소대책의 유효

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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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산업위생전문가 박두용 교수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도 노동자도 아직 구체적

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성 평가 도입의 배경과 단위사업장에서 구체적

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산업위생전문가인 한성대 박두용 교수를 만났다. 박두용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위험성 평가’를 주장해왔으나 정작 지금 시행되는 위험성 평가

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 맥락과 배경은 어떤 것인가?

1980년대 들어 영국과 미국에서 위험성 평가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이윤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하거나 위험 유해 산업의 해

외 외주화를 진행하였다. 그렇게 유해 산업으로 인한 부담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유해물질

측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산업 위생 기술적 측면에서 포화

상태였다. 현재 사용하는 측정 기술 등이 대부분 1970년대에 개발이 완료되어,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 발달할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험 관리, 경영을 강조하는 흐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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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겼다.

그중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였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전까지 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 주면서 주체를 객체로 만들어왔다면, 이제 스스로 평가를 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해나가자는 것이 위험성 평가의 철학이고 정신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유해산업이 존재하고 재래형 재해도 잦으며, 아직도 산

업안전보건이 권리로서 정착되어 있지 않다. 또 스스로 작업장을 평가하고 개선 대책을 마

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현장에

서 스스로 나서서 위험성을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작업환경측정을 해서

객관적으로 수치를 보여주고, 이에 기반을 둬 안내와 감독을 해 줘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산재를 제대로 신고하지도, 모두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사업장 평

가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작업장 유해요인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

까?

이전에는 위험성 평가를 위해 전문가가 측정하고, 측정치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개선 방

안을 내놓았다면, 이제는 거칠더라도 그 평가를 노동자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해성을 1-4점으로 나누고, 물질 사용량을 1-4점으로 나누어, 각 점수를 곱해서 위험도를

표현해 볼 수도 있다. 벤젠을 사용한다면 유해성은 4점을 주고 쓰는 양이 거의 없으니 양

은 1점을 주어 위험도는 4점이 된다. 톨루엔을 예로 들면 유해성은 2점이고, 쓰는 양도 적

어서 1점을 매기면 위험도는 2점이 된다. 이때의 위험도 숫자는 절대적인 의미가 있지 않

지만, 여러 물질 사이의 위험도를 비교하면 최소한 그 사업장에서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벤젠은 향기도 좋고 나쁠 것도 없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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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해성을 2점 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2-3년 지나면 노동자나 부서, 사업장끼

리 소통을 통해, 혹은 정부 감독이나 전문가 안내를 통해 결국 정보가 교류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 용역’ 이런 식으로 위험성 평가 자체를

다시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올해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본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위험도 평가 방법은 전문가용이 아니라, 사업주나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각 사업장의 유해성을 평가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자산업의 위험

성’과 같이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 ‘벤젠의 위험성’과 같이 특정 물질이나 유해요인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와 대안 마련이다. 개별 사업장에 도움을 준다면, 노동자나 사업주가 한 위

험성 평가에 대해 안내해주거나 여러 종류의(화학물질, 근골격계 질환 등) 위험성을 통합적

으로 접근하도록 돕고, 우선순위에 맞는 적절한 개선 대책을 제안해주면 된다.

소규모 사업장, 영세사업장에서는 이런 종합적인 위험성 평가가 가능할까.

위험성 평가가 제안된 배경이 전문가 손을 빌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직접 한다는 데 있

기 때문에 실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먼저 적용되었던 방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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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자신에 의한 평가’라는 위험성 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 정착되고, 자기 작업장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져야 한다.

[특집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김재광 선전위원

형식적인 평가로 끝낼 것인가

지난 몇 년간의 시범사업을 지나, 올해 3월 13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위험성 평가가 전면

적으로 적용된다. 현장 안전보건활동에서 위험성 평가는 어떠한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

할 수 있을까? 위험성 평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다른 조사나 조치와 마찬가지로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현장 활동에 임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특정한 위험요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업장 전체의 위험을 종합적으

로 점검하고 그 위험성의 등급을 정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조사와는 구분된다. 다시 말해

위험성 평가는 안전보건점검에 있어 종합세트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인 작용을

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의 재해 예방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노동

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가 현장의 위험을 차분하게 추적, 점검하고 개선책을 제시하

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사업장 전체의 안전보건사항을 조망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

다. 그러나 다른 모든 안전보건 점검이 그러하듯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재해를 예방하고자하

는 의지가 각별하지 않다면 노사 모두 형식적으로 대하는 요식 행위에 머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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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보자 아래 제도를 이행하는 사업장의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 우리 사업장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대로 작성된 것인지, 개선 사항은 잘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하자. 만일 시행은 했으나 부족하다면, 이번 위험성 평가를 통해 이 부분의 평가도 다시금 재구성하자. 한편 종합 점검 차원에서 노사공동 재점검을 추진하자. ○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법 제48조) 사업주가 사전에 유해 위험방지에 관한 계획서(제조 및 건설업의 경우 이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건설물, 기계, 기구, 설비 등 일체의 것을 설치, 이전, 주요한 부분을 변경할 경우)를 작성하고 이행, 정부는 이행실태를 확인.

○ 안전·보건진단(법 제49조) 장관의 명령(안전보건조치의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중대재해 사업장 등의 원인) 또는 자체적으로 지정기관 의 진단을 받아 개선, 명령에 의한 경우는 이행실태를 확인.

○ 공정안전보고서(법 제49조의2) 사업주가 누출 화재 폭발 등 대형사고 예방계획을 작성하고 이행(설비로부터의 위험물질 누출, 화재, 폭발 등으로 인하여 사업장 내의 노동자에게 즉시 피해를 주거나 사업장 인근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작성)

○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안전보건규칙 제657조부터 제662조까지) 근골격계부담작업에 대해 사업주가 작업장 상황, 작업조건, 근골격계질환 징후와 증상 유

또, 현장의 모든 안전보건활동은 결국 현장 노동자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참여를 독려하여

결국 현장 조직활동에 강화에 있다는 점을 잊는다면, 최대한 잘한다고 한들 노동조합의 노

동안전부서가 현장조사에 참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

리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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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등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작업환경 개선, 정부는 감독 등을 통해 이행실태 확인

○ 안전보건경영 체제 구축(법 제3조의2)사업주가 스스로 위험성 평가, 시스템구축 등의 산재예방 노력을 통해 안전보건경영체제 구축

현장을 다시 보는 계기로 삼자

위험성 평가의 준비과정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 그리고 현장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다만, 매우 경미한 부상 또는 질병

만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

어 있다.

즉, 우선 우리 현장의 과거 재해(부상과 질병)를 먼저 점검하고, 과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예견 가능한 재해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때 화학물질이나 위험한 기

계 기구 등 물리, 화학적 위험 뿐 아니라,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부족,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에 따른 사고, 육체 및 정신질환, 스트레스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

하여 평가에 포함시키자.

이를 위해 우선 현장에서 실시된 각종 조사와 점검이 무엇이었는지, 우리 현장에서 사용

하는 물질은 무엇인지, 물질안전보건자료는 구비되어 있는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

다. 동시에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현황,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 등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초적인 과정이며, 동시에 그 동안의 안전보건예

방 상태를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우리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

들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현장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준비하자

박두용 교수 인터뷰 기사에서 본 것처럼, 위험성 평가의 중심 철학은 현장 주체에 의한

평가와 개선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는 위험성 평가의 핵심이다. 위험성 평가는 6단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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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로 진행되는데1) 이러한 전 과정에서 해당 현장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2)

이를 위해서 사전에 현장노동자들의 교양과 토론이 필요하다.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나, 한편 자신의 업무의 위험성에 둔감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모순된 상황이 현장에 엄

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을 파악, 추정하는 것에서부터 위험성을 평가하

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능동적인 현장노동자의 태도가 결국 이 평가의 질을 결정할 것

이며, 향후 안전보건예방에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는 위험성 평가가 시작되기 이전에 선제적인 현장 교양과 활동 목표를

현장노동자들과 공유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험성 평가를 통해 대책 마련의 우선

순위를 명확히 설정하여 종합적인 안전보건예방 대책과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

도록 애써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이 평가의 실용성을 설득해야 한다.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대책을 만드는데 있어, 현장의 준비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선전

활동을 통하여 일련의 과정과 대책을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책의 사후

경과와 효과를 치밀하게 탐구하고 대중적으로 보고함으로써 평가의 생명력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현장 종합보고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만들자

위험성 평가는 현장 안전보건예방점검의 종합세트와 같은 것으로서 향후 총체적인 현장

안전보건 점검의 척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장 안전보건 종합보고서를 누구의 입장에서

만드는 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입장은 위험성 평가의 시작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다. 예

컨대 법률 등에 규정된 물리적 외에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이 무엇인

지, 그리고 “매우 경미한 부상 또는 질병만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것”이 무엇인

지에 대해서도 입장과 온도차가 나타날 수 있다. 위험성 평가가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인

위험성을 근거로 한 것이라 하더라도, 객관과 과학이 누구의 입장에서 전개되고 확립되는

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의 관점

과 입장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객관화해야 한다. 현장의 종합보고서는 과정에서 결론까지

1) 1.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2.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3. 파악된 유해·

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4.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5. 위험성 감소

대책의 수립 및 실행 6.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2) 이에 대해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를 참여하게 할 것”을 고용노동부장관 고시에도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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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동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위험성 평가를 통해 현장의 안전보건상태가 일순간에 혁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의의를 말했지만, 위험성 평가는 여러 조사나 점검 중 하나

일 뿐이고, 금년에 전체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 규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

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는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 한다. 우리 활동가들이 이러저

러한 조사와 점검을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만 그나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사나

점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번 위험성 평가가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 상태가 어떠한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과제를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근거가 되어야

될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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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email protected]

요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두줄서기’에 관한 캠페인을 자주 본다. 이 글은

2013년 10월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캠페인 시범 역으로 선정된 역의 한 역장에

관한 이야기다.

역장은 ‘두줄서기’ 캠페인에 관한 홍보물과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 하였다. 남은 것은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페인팅과 발판의 노란색 분리선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운행시간 동안 이용객이 수시로 이동을 하므로 안정적으로

도색작업을 할 수 없고, 페인트의 심한 냄새 때문이라도 운행시간에 작업 하는 것

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지하철역에는 최소 인원의 역무원만 근무하는 상황이라

역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덮어두고 도색작업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공사 측에서

는 운행시간 종료 후 다음날 운행시간 전(대략 02시~05시)까지 교대를 마친 역무

원들이 도색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역무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당연히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1) 도색작업에

대한 외주계획이 있는지?, 2) 야간작업시 시간외수당을 지급할 계획인지? 등 공사

측에 확인을 요청하며 작업을 거부하였다. 공사 측은 역무원들이 도색작업을 거부

하면 역장 혼자서라도 작업하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해당역 노동조합 지부장

은 공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성 문의를 하였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소속장의

욕설과 폭언, 협박이었다. 역장 또한 심한 질책과 욕설, 폭언을 들어야 했다. 소속

장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일개 역무원(노동조합 지부장)이 공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격분하였고, 도색작업마저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며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며 역장에게 극심한 질책을 하였다.

노동조합은 소속장의 욕설과 폭언을 문제 삼아 사내 게시판에 사건 경위를 알

리고 소속장의 사과와 도색작업 중단을 요구하였다. 공사의 미온적인 태도가 이어

지자 노동조합은 본부장실에서 항의농성을 전개하였다. 지부장과 역장에게 폭언을

쏟아부었던 소속장은 한밤중에 역장의 자택까지 찾아와 역무원(지부장)을 자제시

키라며 강하게 질책하고, 심적 부담을 주었다. 역무원(지부장)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라”며 시도때도없이 역장에게 전화하였다. 하지만 역무원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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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을 피하는 상황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말처럼 역장은 노동조

합과 공사의 갈등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사실상 노동조합을 상대하더라도 공사

측을 상대하더라도 역장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었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해당 소속장과 파트리더는 전화, 핸드폰을

통해 수시로 사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역장을 압박하였고 이러한 일들이 1주

일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새벽에 출근하여 업무를 개시하기 전 화장실 앞에

서 역장은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노동조합은 본부장실 항의

농성을 중단하였고, 공사 측은 도색작업 강행을 중지하였다.

갈등의 한복판에 놓였던 역장은 심폐소생술로 호흡은 되살아났지만, 의식을 잃

은 채 4개월이 넘도록 병실에 누워있다. 1주일 동안 역장의 근로시간이나 담당

업무, 환경이 변화된 것은 없다. 하지만 1주일 동안 받지 않아도 될 전화를 새벽

에도 받아야 했고, 총괄 관리자들이 집에까지 찾아와 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등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는 상황에 있었다. 1주일 전 소속장에게 심한 욕설

과 폭언을 듣고도 정작 사과는 요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1주일 동안 이어진

돌발적인 사건은 역장의 정신적 긴장을 증가시켰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과

달리 사건은 점차 확대되어갔다. ‘두줄서기’ 시범 역으로 지정된 지하철역의 역장

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근무 중 쓰러지던 날 새벽

“역장은 무한책임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하였다. 역장은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지만 꾸준하게 약물을 복용하면서 건강관리를 하였고, 역장

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역장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며 질책하고, 심적 부담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공한

사람들이 명확하게 있다. 그러나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었다. 근로복지공

단은 재해발생 당시 ‘객관적인 과로와의 관련성이 미약하고 급격한 작업환경변화

나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신청상병을 발병시킬 정도는 아니리라 판단되기에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한 사람의 인생, 한 가정의

삶이 하루아침에 엉망이 되어버린 사건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매정할 정도로 인색

하고 편협한 결정을 하였다. 지하철 공사의 통제적, 강압적 조직운영의 문제라는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불과한 과로가 없다는 이유로 업

무 관련성을 부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이 사건은 마땅히 업

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불복 과정을 통해 반드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것

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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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 이이령?!

이이령 회원

안녕하세요~ 신입회원 이이령입니다. 지난 송년회 애장품 교환시간에서 남

는 핸드크림을 한 동지에게 드리고, 모두가 갖고 싶어 하던 김형렬 동지의

비틀즈 카드를 냉큼 받아온 파렴치한 신입회원입니다. 밑에 있는 사진에서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고요. 하지만 아직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이 기회에 전국 방방곡곡의 회원들에게 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곧 공중보건의를 마치며 병원 인턴을 앞둔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좋

은 시절은 다 갔죠. 인생 최고의 황금기인 3년을 뒤로하고 이제 세상 속으로

다이빙하려니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막 그럽니다. “공중보건의 가

자마자 회원 가입해서 활동 열심히 했어야지 인턴하느라 바쁜 이제 와서 가

입하느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공중보건의 하자마자

후원회원 가입하고 후원회비 꼬박꼬박 냈으니 봐주세요^^;

한노보연과의 설레었던 첫 만남은 5년 전이었습니다. 2009년 보건의료학생

단체 매듭 회원으로서 여름 건강현장활동을 하며 공유정옥 동지의 반도체노

동자 건강권 강의도 듣고, 수원에서 반올림 투쟁과 권선지구 철대위 투쟁 등

을 하면서 한노보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지연 동지의 건강한 구릿빛

피부도 기억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새벽까지 노래를 달리신 황상기 어

르신도 기억나고 그럽니다. 그런데 두근대는 첫 만남 후에도 저는 사실 한노

보연,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대학에서 총학생회, 총여학

생회, 과학생회장, 학회 등등에서 나름 학생운동을 했었지만, 보건의료운동은

2009년이 되어서야 매듭 을 만나 시작한 보건의료운동 새내기였거든요.

민중 건강권과 보건의료운동 등을 알기에 2년은, 게다가 본과 3, 4학년의

2년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서 배울 시간이 있고, 군 문제도 해결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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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공중보건의를 가게 되었습니다. 공중

보건의 동안 세미나 등을 하며 보건의료

운동을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이

진우 동지의 권유로 한노보연에 관심을

두게 되어 후원회원을 하게 되었고, 가뭄

에 콩 나듯 정도이지만 큰 행사에서 회원

들에게 얼굴을 비치기도 했고요. 민중들

의 건강권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노동안전보건운동에 관심을 더 두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도적 투쟁의 역사가 있으며 훌륭한 선배들도 건재하고, 여전히 전

문성과 현장성의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노보연의 회원이 되어 많이

배우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여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장은 저를 자주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올해는 인턴인지라 제 삶이 온전히

제 것이 아니거든요. 그나마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부산회원들과 친해지는데 할애할 예정

이니 수도권 회원들은 절 보고 싶겠지만 1년만 참아주세요. 제가 집은 서울인데 우여곡절

끝에 부산의 한 병원에서 1년간 인턴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년부터는 직업환경의

학과 의사로 변신해서(될 수 있으려나?ㅎㅎ) 수도권 회원들과 만나겠습니다. 노동자 건강

권 쟁취를 위해서, 또 거창하게는 노동자 운동 재건 및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회원이자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러쿵저러쿵을 어떤 내용으로 쓸까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신입회원인지라 왜 들어왔

고, 뭘 하고자 하는지를 제일 궁금해 할 것 같아서 그걸 위주로 써봤습니다. 근데 사실

전 호기심이 많아서 보건의료운동 외에도 음악·영화·축구·여행 등 온갖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러 동지와 취미를 공유하며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

다. 앞으로 동지들과 친해지면서 저의 많은 매력을 발산해볼게요. 암튼 열심히 살아서 한

노보연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회원이 되겠습니다. 삼성이랑은 절대 안 되지만 저는 한노

보연의 또 하나의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실 수 있죠?^^; 앞으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

시고, 채찍질해주세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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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신문

진짜 교육, 진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어느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고

정경희 회원

오랫동안 주저하다 용기를 내어 하게 된 독서논술. 이번 달을 채우면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어른들의 빡빡하고 힘든 삶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녹아 있어서 씁쓸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

님들의 노고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글에서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 지아 씨는 교사의 노동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감정노동과

입시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꼽았다. 가르치는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감정노동이 더 심할 것

같았는데, 이는 우리 집 큰아이와 유치원 놀이를 하며 든 생각이다. 선생님 역인 내가 “친구들

모두 왔나요?” 했더니 아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엄마, 유치원 선생님은 더 친절하게 말씀하

세요.” 그러고 보니 사립유치원 선생님들은 모두 웃는 낯이다. 속상한 일을 말할 때도 입 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는 가급적 피한다. 학부모가 유치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날도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다.

반면, 둘째가 다니는 공립 유치원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사립유치원보다 반 정원은 적고 선생

님은 많으며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지 않다. 선생님들이 딱딱하다고 내켜 하지 않는 엄마들도 있

지만 아이들의 간식도 가끔 엄마들한테 맛보게 하고, “어머니, 이럴 때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솔직히 요구하는 선생님들이 훨씬 인간적이고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아이들 앞에서 교사 개인

의 감정이 과다하게 노출

하는 것은 부적절하겠으나,

힘들 때는 선생님도 힘들

다고 말하고 이해를 구할

때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소통하며 제대로 ‘교육’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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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선행학습·선행시험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안’이 제정되어 올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법안의

의도는 알겠으나, 대부분의 선행이 방학 동안 사교육 시장에서 이루지는 측면을 감안하면 사교육

이 더욱 활성화되는 형국이 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또한 각 대학교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영

재교육 출신들이 특목고에 입학하고, 이들이 내놓으라 하는 대학교를 휩쓰는 현실에서 선행교육

을 규제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오히려 선행교육을 받으려면 개인 돈 내고 받으라는

말 이상은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입시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받는다. 이렇게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가

면서 사람들이 왜 입시경쟁에 목을 매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입시경쟁에서 자유로

운 사람들은 이미 경제적 부와 권력이 보장된 소수의 자녀일 것이다.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 사

람들은 좀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입시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적·사

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입시를 잘 치러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데 지금까지의 교육정책들은 왜 그렇게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경쟁을 하느냐고 한다. 마치 입시경

쟁이 개인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양, 극성 엄마들 때문에 사교육이 생겨난 것처럼 말한다. 물론

‘엄마의 치맛바람’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는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

다. 아마도 힘들게 일해서 노후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날로 증가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

고 싶어 하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하면 이 땅에서 사는 삶이 더 힘겨워

질 수 있기에, 부모로서 어떻게 해서든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회구성원이 되기에 꼭 필요한 교육이 학교 수업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현

직교사 지아 씨가 희망했듯, 교사 인원확충이 필수다. 교사 1인당 학생 정원을 대폭 줄이면 선생

님이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잘 파악해 방과 후에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기량을 잘 키워 갈 수

있고, 그럼 사교육에 대한 욕구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또한 공부 외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것을

해도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 굳이 방학 중에 사교육 시장을 전전하며 남들보다 빨

리 다음 학기 진도를 예습할 필요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교육문제를 개

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가고자 노력을 기울일 때 사교육비 없는 진

정한 공교육이 정상화 되는 날이 더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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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고교현장실습생 사망, 책임지는 자는 왜 없는가?

2014년 2월 10일 밤 10시 18분 울산 북구 모듈화단지 금영ETS에서 지붕붕괴사고로 고교 현장실습

생 김대환군(18세)이 사망하였다.

김대환군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라 연장이나 야간노동을 해서는 안 되는 고교 현장실습생이었

다. 그러나 폭설이 내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야간노동을 하였고 재해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

중지 후 대피시키기는커녕 작업 강행 중 지붕붕괴 사고로 사망하였다.

김대환군의 사망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억울함과 비통함을 안고 15일째 빈소를 지키고 있다. 아들

의 사망에 대한 정확한 사고원인과 경위를 듣고자 했으나 금영ETS측은 제대로 된 경위조차 설명해주

지 않았으며 15일이 넘도록 유족에게 진정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2월 24일에도 아들의 장례

조차 치루지 않았는데 작업이 중지됐던 현장이 가동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회사에 항의하는 사태가

이어졌고 금영ETS는 김대환군의 사망사고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고 있지 않다.

15일간 아들의 빈소를 지키며 유족들이 병원을 찾고 119 구조대를 찾고, 당일 작업을 같이했던 노

동자들을 수소문하여 만나 사고경위와 후송과정을 확인하였다.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와 함께 고용노

동부 울산지청과 울산교육청을 찾아 관련기관의 조사내용을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현장실습생의 사망

이 재발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버거운 유족들이 스스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김대환군의 사망사고는 현장실습생에게 야간노동을 시키고 폭설이 내리는 가

운데서도 어떠한 제설작업도 하지 않고, 위험상황임에도 노동자를 대피시키지도 않고, 작업중지도 하

지 않은 채 작업을 강행한 금영ETS의 명백한 과실로 인한 인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책임

도 지지 않으려는 금영ETS측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김대환군의 산재사망은 금영

ETS에 의한 명백한 살인이며 금영ETS는 유족에게 무릎끓고 사과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대환군의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확인되었다. 김대환군의 사망 당일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한 회사는 금영ETS의 원청인 현대밋션의 관리자들이었다. 김대환군 사망사고 이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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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밋션은 금영ETS사무실과 정문에 걸려있던 현대밋션 간판을 쥐도새도 모르게 띄어내고 금영ETS뒤

로 숨어 자신들이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2014년 3월 31일까지 금영ETS에 기술을 이전시켜주기 위해 공장B동에 설비를 설치하고 현대밋션

직원들을 상주시키며 기술이전을 하고 있었으며 김대환군을 비롯한 금영ETS직원들을 실질적으로 관

리하며 작업지시를 했던 현대밋션은 김대환군의 사망사고에 대한 공범이기에 더 이상 숨지 말고 사

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대환군은 현대공고 현장 실습생이었다. 그는 2013년 11월 1일부터 2014년 2월 12일까지 3개월

간 현장실습생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금영ETS에 실습을 나간 것이다. 현장실습생 기간은 교육의 기간

이다. 다양한 현장경험을 쌓고 이후 노동자로써 갖추어야 할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노동기본

권에 대한 권리를 익히고 소양을 쌓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이 기간 동안 현장실습생에 대한 관리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빈소를 지키는 김대환군의 친구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장실습에 대한 현대공고의

실질적인 관리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일 8시간 초과 노동을 금지한 근로시간이 버젓이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아이들이 현장실습과정에서 욕설과 폭행, 구타

를 당해도 학교측은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하며 고등학교 3년동안 배운 전공과 무관한 현

장실습이 대부분이었으나 이 역시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전무한 상태임에도 학교는 이런 사실에 대해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장실습 중

사망한 학생에 대한 애도의 시간조차 학교이미지 실추라며 거부하고 졸업장마저 학생편에 보내는 무

성의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김대환군의 사망은 초과노동과 야간노동을 금지한 근로계약이

나 현장실습표준협약서의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만 되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이다. 그러하기에 김대환군의 산재사망의 절반의 책임은 현대공고 학교측에 있다. 지금이라도 현

장실습생에 대한 관리부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학교측도 유족에게 진심어

린 사과를 하고 가족의 소박한 요구인 학교안에서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고발생 직후인 2월 12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유족과 함께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울

산교육청 항의방문을 다녀왔다. 현장실습생의 죽음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야간노동 금지대상이 아니라

며 울산교육청에 책임을 넘기는 고용노동지청의 태도에 참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환군의 사망원인은 현장실습생에게 야간노동을 시켰다는 것, 그리고 폭설이 내려 사고위험이

높은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근로계

약위반과 초과노동문제 등 근로기준법위반,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의 고시한 현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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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통권 122 2014.3

◁ 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

강권동 강충원 고지윤 권기한 권영국 김경민 김기헌 김동춘

김병철 김부욱 김선수 김설민 김수현 김옥헌 김정신 김정원

김정원 김중희 김진철 김태오 김형섭 문제혁 방복현 배정란

변영철 변은영 복진수 삼식이 선종현 손근호 손석기 신용태

신유록 안성민 안태은 염경석 예병진 우지영 유상철 윤성용

은상준 이명준 이선웅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애 이영욱

이영호 이윤덕희 이자호 이희영 임승용 임재우 장혜영

전형준 정규전 정병권 정성욱 정은주 정종혁 정현섭 조종완

진선우 최무덕 최영철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한경훈 한규권 한윤종 한진 함승호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습표준협약서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를 위반한 금영ETS와 현대밋션, 현대공고에 대

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김대환군의 사망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비통함을 전하고 있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어린 현장실습생에 대한 본연의 교육과 배움의 과정은 사라지고 현장실습을 나가는

순간부터 참혹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여 자본의 무한착취의 대상이 돼버린, 그 결과 소중한 생명

을 잃은 어린 학생을 보며 그 참혹함에 분노하는 것이다.

초과노동과 주야맞교대로 쓰러져 아직도 병상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현장실습

생의 사건으로부터 2012년 울산신항 사고로 차가운 바닷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던 홍모군의 사망,

그리고 다시 김대환군의 사망소식을 접하면서 더 이상 현장실습생에 대한 참혹한 착취가 사회적으로

근절되길 희망한다. 현장실습생에 대한 사회적 보호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 김대환군을 죽음으로 내몬 금영ETS, 현대밋션, 현대공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분명

한 책임을 물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4년 2월 25일

건강한 노동자 세상을 열어가는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