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창작하고 있는가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17/vol17_11.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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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 그룹의 창작자들이 있다. 모두 젊고 자유로우며, 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부유하다기엔 조금 멋쩍은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렇기에 이들은 여전히 ‘밥은 먹고 다니냐’는 무신경한 질문에 무방

비로 노출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 질문에 당당하게 ‘그래도 행복하

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이다.

완전한 독립을 위해 - ‘자립음악생산조합’

2010년이후,‘자립음악생산조합’이한국인디신에끼친직・

간접적영향은일일이말로설명하기힘들정도다.이들이신

에가져온무엇보다큰변화는‘독립’에서‘자립’으로창작사고

의프레임이바뀌었다는것이다.1990년대중반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독자적인음악활동을전개하던이들을묶어낸‘인디

(INDIE)’라는단어는창작자의‘독립(Independent)’과연결되

며무수히많은논의와담론을낳았지만,15년이라는세월의풍

파에이미빛이바랠대로바랬다는것이다.그리고그빈자리를

메우기위해소환한단어가바로‘자립’이었다.주류음악산업자

본으로부터의자립은물론나아가홍대인디음악신내에서의

자립까지꿈꾼이들이내세운운영원칙은세가지였다.

기본권으로서의음악권,음악가의노동권,그리고조합원

의생활권.자유로운음악권을침해하는모든압력에서해방되

고,고용되었을때음악가로서합리적인처우를보장받고,활동

시음악가들의인건비를우선적으로지출할것.일견너무나당

연해보이는이와같은음악가들의권리주장은그간‘좋아서하

는일’이라는허울좋은명목아래상식이하의대우로고통받던

인디음악가들의현실에비추는한줄기빛과도같았다.“경쟁이

아닌상생으로,분열이아닌연대로,의존이아닌자립으로”라는

이들의슬로건역시인디음악가의일상에드리워진‘자유로운

영혼’의안개를걷어내고,그자리에‘함께하는삶’이라는보다

실질적인과제를제시한의미있는외침이었다.

이런저런화제와손에잡히는성과에도불구하고여전히

운영이만만치는않다고하지만,이들에게는여전히믿는구석

이있다.바로조합원수백명이가지고있는빛나는창작재능이

다.단편선과선원들,무키무키만만수,야마가타트윅스터,밤섬

해적단,404,하헌진,김사월×김해원등이들과직・간접적으로

연을둔이들이지난수년간한국음악신에서어떻게자리잡고

어떤파장을불러일으켰는지를되짚어보는것만으로충분하다.

그‘인적자본’을기반으로삼은이들은지금도‘51+페스티벌’이

나‘레코드폐허’등의미있는행사를꾸준히열고,‘자립심페스

티벌’이나‘대망명’등시대와발맞춘행사를기획하며,‘자립에

듀’등의교육프로그램을통해음악가의생존방식까지고민하

고있다.자립음악생산조합의조합원들이‘적자보기일쑤지만,

그래도행복하다’고당당히말할수있는든든한근거들이다.이

상을향한실천은음악을향한두루뭉술하고낭만적인사랑고

백보다이토록구체적이고근사하다.

케이팝의 위대한 첫걸음 - 밴드 ‘잠비나이’

기타・피리・태평소를자유자재로다루는이일우,해금의김보

미,거문고의심은용3인으로구성된잠비나이는이미데뷔때

부터많은음악관계자의주목을받아온밴드다.한국헤비니스

계보를이야기할때결코빼놓을수없는밴드49몰핀즈의멤버

이일우를중심으로결성된퓨전국악밴드라는독특한위치도

위치였지만,무엇보다우리가상상할수있는‘퓨전국악’의영역

을한참이나벗어난,듣는이의상식을모조리깨부수며폭발하

는음악이압권이었다.거문고현에딜레이페달을과감히걸고,

피리나해금연주를따루핑하고,그위에묵직한기타솔로를뭐

가문제냐는듯척얹어버리는패기는이들의음악을처음접하

나는 ‘어떻게’ 창작하고 있는가

그동안 자유를 택한 창작자들의 머릿속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창작하는가’라는 명제로

가득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가’를

돌아보고 고민해야 할 때다. ‘왜’라는, 내적이고

철학적인 고뇌에서 벗어나 ‘어떻게’라는 외적이고

실천적인 질문에 정면으로 맞설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왜’에 대한 요긴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김윤하음악평론가

인디음악 신의 움직임

1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기획한포럼과워크숍

<대망명>

2언더그라운드음반축제

<제11회레코드폐허>포스터

32015년12월31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열린

<절망콘서트>포스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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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1+02Focus In View 1

는이들마저단번에사로잡을만한에너지로들끓었다.

유수의음악계관계자들로부터‘기존의무언가를따르기

보다는스스로만들어가는밴드’라는평을지속적으로받던이

들은그독보적인세계관을인정받으며승승장구를이어갔다.

2011년<EBS스페이스공감>의신인발굴프로그램‘올해의헬

로루키’연말결선에서심사위원특별상을받으며스타트를끊

은이들의상승세는한국대중음악상‘최우수크로스오버음반

상’수상(2013)을기점으로세계로뻗어나가기시작했다.월드

뮤직엑스포‘워맥스’를시작으로영국의‘글래스톤베리’,세르비

아‘엑시트’,스페인의‘프리마베라사운드’,호주‘워매드’등전

세계오대양육대주에서열리는웬만한록페스티벌을점령하던

이들이2015년11월,이기나긴여정의마침표를찍듯낭보를

가지고돌아왔다.1997년설립이래세계음악팬들의꾸준한

지지를받고있는영국레이블벨라유니온(BellaUnion)과정

식으로계약했다는소식이었다.

당장2016년상반기발매될정규2집부터세계를대상으

로유통될이들의음악이전한성공담은,재능있는음악가들이

직접발로뛰어일궈낸한국인디신의‘위대한첫걸음’이라해도

좋을것이다.그간적지않은수의밴드가‘아이돌팝만케이팝이

아니라’며해외진출에도전해왔지만,‘세계진출’이라는단어를

서두에붙일수있는밴드는잠비나이가유일무이하기때문이

다.인디음악가들에게구전으로만전해지던그환상의이야기

가어떤꼼수도아닌오로지실력과땀으로일궈낸것임을증명

한점만으로,잠비나이의첫걸음은더없이위대하다.

벌써 3년 - 레이블 ‘영기획’

“서울에서창업하는자영업자의절반이3년내에폐업한다고합

니다.”2015년3주년을맞이해기념공연과파티,컴필레이션

앨범발매소식을전한영기획의자기소개는이렇게시작한다.

여전히힘들고쉽지않다는앓는소리겠지만,소외받는장르음

악신안에서도한번더소외되고마는한국일렉트로닉음악신

안에서지난3년동안영기획이일궈낸것들은‘폐업’이라는단

어를쉽게꺼내는것이슬퍼질만큼소중하다.

2013년등장한영기획은지난3년간1년에한장씩아직

크게알려지지않은신인전자음악가들의음악을모아컴필레이

션앨범을제작했고,국내유일의일렉트로닉음악페어‘암페어

(Amfair)’를개최했으며,CD・LP・카세트테이프・디지털음원

등다양한형태의매체로소속음악가들의작품을발표해왔다.

그결과사람12사람,그레이(GRAYE),플래시플러드달링스,

퍼스트에이드등레이블과전자음악신을동시에대표할수있

는창작자들을보유할수있었고,그가운데포워드와사람12사

람의작품을2015년한국대중음악상최우수댄스・일렉트로닉

부문후보에동시에올리며양만이아닌질적인가치마저인정

받았다.

레이블영기획의약진이더욱반가운건이들의기반이

한국의‘주류’음악과는정반대에있으면서도세계의‘주류’와

는꽤나가까운곳에위치하고있기때문이다.비트뮤직(Beat

Music),칠웨이브(Chillwave),퓨쳐R&B(FutureR&B)등영

기획이주목하는음악가들이들려주는음악은현재세계음악

신에서귀밝은이들을중심으로뜨거운반응을얻고있는음악

과뿌리를함께한다.실제로앨범을발매하면국내보다도해외

에서좋은반응이먼저온다는이들은,‘지하클럽의공연에서옥

상의파티까지,감상용일렉트로닉음악부터클럽에서몸을흔

들수있는댄스튠까지’일렉트로닉음악이가지고있는다양한

매력을더욱많은이에게전하기위해앞으로도고군분투할예

정이다.사실“좋아하는친구(로보토미)의음반을내기위해레

이블을만들었다”는대표하박국의인터뷰는인생을좌우할취

향의발견과그를향한굳건하고부지런한믿음,그리고그움직

임이가져올변화에대해여러가지를생각하게한다.

그리고그순진하리만큼순수한의도가바꿔놓은지난3

년은또다시우리가왜,그럼에도불구하고창작을멈추지못하

는지에대한아스라한실마리를제시한다.아무튼이것은,인간

이‘좋아하는것을행복하게할수있는’가장고차원적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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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콘서트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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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매된잠비나이앨범(차연)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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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획GRAYE

7잠비나이공연모습

8영기획3주년기념공연이벤트

이미지출처

자립음악생산조합홈페이지(jaripmusic.org)

영기획홈페이지(younggiftedwack.co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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