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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1 이번 투쟁은 성공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 사실상 학교가 갈등의 단초를 만든 것임에 도 불구하고 그 해결과정에 있어서, 학교는 이 문제가 용역회사와 미화노동자 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방관적 인 태도를 취했다. 과연 학교는 학내미화노동자를 학 교의 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가? 투쟁 승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 한 미화노동자 는“투쟁을 지지해준 많은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 고 말했다 . 이번‘폐지전쟁’이성공적으로마무리된것 은 고려대학교 학내 구성원의 지지와 연대에서 나온 힘 때문이었다. 학내미화노동자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 해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한 사람이 눕기도 불편한 좁 은 방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 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내미화노동자들의 불안 정한 노동환경 문제에 연대의 손길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1123, 학내미화노동조합 및 학생대책위가 본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의 서명이 본관 총무처 직원에게 전달되었다. 1118일 미화노동자들이 캠퍼스 행진 중이다. 점심시간마다 학내 곳곳에서 미화노동자의 선전전이 벌어졌다.

12월호 내지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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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1

이번투쟁은성공했지만여전히풀리지않은문제가

존재한다. 사실상학교가갈등의단초를만든것임에

도불구하고그해결과정에있어서, 학교는이문제가

용역회사와미화노동자간의문제일뿐이라는방관적

인태도를취했다. 과연학교는학내미화노동자를학

교의구성원중하나로인정하고있는가?

투쟁승리를발표하는기자회견에서, 한미화노동자

는“투쟁을지지해준많은학생들에게감사를전한다.”

고말했다. 이번‘폐지전쟁’이성공적으로마무리된것

은고려 학교학내구성원의지지와연 에서나온

힘때문이었다. 학내미화노동자는이른아침부터출근

해저녁늦게까지일하고, 한사람이눕기도불편한좁

은방에서휴식을취해야하는열악한노동환경에처

해있다. 이번일을계기로학내미화노동자들의불안

정한노동환경문제에연 의손길이더많아졌으면

한다.

� 11월23일, 학내미화노동조합및학생 책위가본관앞에서기자

회견을열었다.

� 학생들의서명이본관총무처직원에게전달되었다.

� 11월18일미화노동자들이캠퍼스행진중이다.

� 점심시간마다학내곳곳에서미화노동자의선전전이벌어졌다.

Page 2: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3

전국철도노동자조합(이하철도노조)가진행한 8일간의파업동안, 노조파업의본질을외면한보수언론

의편파적보도는여전했습니다. 공공서비스마비를염려하고, ‘귀족노조’라는비판을가하고, 노조내의불

안요소를일부러강조하여확 하는이야기는이제는너무나지겨운레퍼토리입니다. 그러나이번철도노조

의파업에서는그보다도파업을초기에진화하려는이명박정부의‘적극적인 응’이두드러졌습니다. 정부

는필수유지인력을남기는조치를취하면서까지합법적으로이뤄졌던투쟁에‘불법’파업딱지를붙 습니다.

철도노조파업은이명박정부의‘공기업선진화정책’에 한전면적인 응이었습니다. 효율성이떨어지

는공기업의경 구조를개선한다는명목으로추진되던‘공기업민 화’는 2008년촛불집회시기한참여론

의뭇매를맞아, 결국‘공기업선진화’라는이름으로바뀌었습니다. 그러나공공서비스를사적이익추구의

상으로전락시켜재벌의배만채우게하는본질은그 로유지되었고, 이는반 여론의눈에띄지않는선

에서추진되어왔습니다. 이런맥락에서최근에철도노조, 발전노조, 환경관리공단노조, 한국노동연구원노조

등에 해서사측의일방적인임금단체협상결렬이있었습니다. 이는‘공기업선진화정책’을위한의도적인

‘노동자세력’길들이기의일환으로읽힙니다.

이번파업을지켜보면서철도노조와사용자, 그리고그뒤에너무나뚜렷이보이는정부의입장표명에눈

길이갔습니다. 아무리‘공’기업의노동자라할지라도정부가제시한방향에문제를제기하기위해서노동조

합의단결된목소리를내는것은의심할필요없는당연한권리입니다. 그러나이번‘불법파업’딱지는이미

법으로보장된노조의행동의자유마저억압하는것입니다. 또한임금단체협상결렬이애초에정부측에서

의도된것이기에사태는더욱심각합니다. 이는정부가노조원들의생계가걸린문제에 해서노조원들을

주체적인 화상 로인정할의지가없었음을의미합니다. 지난여름쌍용차사측과노조의 립에‘중립적’

인태도를취하겠다며사태를파국으로몰았던이명박정부입니다. 무 응으로일관하건, 혹은적극적인태

도를취하건간에정부가목적하는것은결국하나라는사실이더욱생생하게다가왔습니다.

노동자들의권리를요구하는파업에는파업의본질을흐리는언론의프레임이강하게작동하고, 정부는이

를유리한 로적절히이용합니다. 그러나권리를주장하는일조차존중하지않는이런언어들은걷혀져야

합니다. 우리는보수적인프레임에속박되지않고, 그것을해체시키면서동시에우리의권리를더욱명확히

표현할수있는언어를지켜내야합니다.

편집장 유미 (사회06)

편집위원 지원 (국문07)∙세종 (사회08)

지 (정외07)

수습위원 수현 (철학08)∙성빈 (국제어문09)

고 문화통권98호

엮은곳 고 문화편집위원회

펴낸날 2009년12월16일

주소 서울시성북구안암동5가1번지

고려 학생회관3층

전화 02-927-7197

홈페이지 www.komun.net

메일 [email protected]

디자인 여백2279-9631

No Copyright! Just Copyleft!

www.komun.net

고 로보는사진 1 폐지전쟁, 학내미화노동자의권리찾기

편집실에서 3 철도노조파업을지지합니다

자보리뷰 4 아이들에게무상급식을!

학내: 6 함성, 마음을울리는우리의노래

10 교우회비강제납부를거부한다

특집: 풍요속의빈곤 - 43 총학생회선거를말하다

16 총학생회, 어떻게생각하세요?

20 젊은고 총학생회가남긴것

24 43 총학생회선거는우리에게무엇이었는가

중간화보 28 Yes, we can stop the war

학외 32 헌재놀이보다중요한게있다!

만화 36 나이트라이더

연재:역사 40 아옌데에서차베스까지- 라틴아메리카의또다른혁명

:여성 48 가부장적피해자보호주의를넘어

:정치철학 52 중운동이후의사회운동

평:미디어비평 58 나는왜순정만화를보았나?

: 화평 62 의심하는이성 : 허무한상상력

:서평 66 통일누아르와분단상업주의

:강의평 74 정명희선생님의<프랑스혁명과문학> 수강사

고 토론마당 76 풍물패의연습공간문제

독자투고 80 근 문학의종언과학생운동의종언

결산보고 84

편집후기 86

편집실의세상보기 88 2009 루저의난

24

58

세 계 를 변 혁 하 는 / 항 / 언 / 론 고 문 화 편 집 위 원 회

vol.98 2009.

편 집 실 에 서

철도노조파업을지지합니다

12

Page 3: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54 고 문화高大文化

1. 헌법제31조3항의무교육은무상으로한다.

앗. 헌법에쓰여있네요. 교육의의무를다하는사람은무상

으로교육받을권리가있다는것입니다. 무상교육이란‘학생

에게일체의경비를부담하게하지않고무료로실시하는교

육’이라는의미인데, 실제한국의교육현장에서는수업료를

받지않는다는뜻으로그의미를제한하여이해하고있습니

다. 하지만이에비해다수의헌법학자들은헌법에명시된‘무

상’의의미가, 교재및학용품지급과급식까지를포함하는것

이라고해석(취학필수무상설)합니다. 다시말하자면‘교육’

의범주에는교육현장에서일어나는모든교육활동이포함되

며, 이것은모두무상으로제공되어야한다는것입니다.

2. 무료급식은뭐고, 무상급식은뭔가요?

무상급식은말그 로모든아이들이급식에 한값을치

르지않는것입니다. 무료급식과어떤차이가있냐구요?? 쉽

게말해무료급식은원래는돈을지불해야하는것을공짜로

‘제공받는’다는개념인것에반해무상급식은애초에지불해

야할돈이없는, ‘당연히’돈을내지않고제공받는권리의

개념으로구분됩니다. 즉, 현재시행되고있는저소득층과차

상위계층아이들에 한급식비지원은무상급식이아니라

무료급식이지요.

무료無料 : 값을지불하지않는것

무상無償 : 아무런 가나보상이없는것

3.급식이교육이에요?

아이들을가르친다는것은단지교과서의내용을머릿속에

입력시키는것만이아닙니다. 학교에나와수업을하고, 친구

들과점심을먹고, 쉬는시간에놀이를하고, 소풍도가는이

모든생활이교육과정입니다. 따라서당연히아이들이배울

수있도록학용품을제공해주어야합니다. 하물며, 교육을받

는동안밥을챙겨줘야하는것은당연한것아닐까요. 육성회

비를못낸아이를수업도못듣게하고복도에세워놓던과거

의비교육적인행동들을지금도하고있다는것이말이나됩

니까. 급식비를낸사람과내지않는사람을구분해식당에출

입하게하는학교에서아이들의교육이정말로평등하게, 차

별없이이루어진다고이야기할수있을까요?

4.부자아이들에게도공짜밥?

부자인아이들도부자가아닌아이들도모두교육을받을

의무와권리가있습니다. 무상급식은형편이어려운가정만의

문제가아니라, 모든아이들의문제입니다. 돈이많고적음을

떠나교육을받는아이들로서모두가, 당연히누려야하는것

입니다. 그래야만비로소차별없는교육이실현되는것이고

진정한의미의무상교육이실현될수있습니다. 돈있는아이

와없는아이를나누어서로‘다르다’고구별짓는것은아이

의자존감에큰상처를주는폭력이될수있습니다. 따라서

모든아이들이똑같이밥을먹고공부할수있게만들어주고

자하는것입니다.

5.무상급식이필요한이유? - 복지의관점에서바라보기

지금까지시행되어온무료급식은가정소득이일정수준에

미치지못한아이들을 상으로한선별적복지 습니다. 하

지만무료급식에서국가가정한‘복지를받을권리’의기준에

미치지못한차상위계층의아동들은혜택을받지못했습니

다. 즉, 정부에서제시한기준-‘보호자가출확인서’, ‘신

용불량자확인서’, ‘난치병확인서’등학생의프라이버시가

훤히드러나는서류를제출하거나증명하지못하면급식혜택

을받을수없었던것이죠. 뿐만아니라이러한기준을증명하

는과정에서아이들이받는상처를고려한다면무료급식제도

가결코교육적이지않음을알수있습니다. 가난한사람이든

부유한사람이든한국가의국민은그국가안에서제공하는

복지를받을권리를지니고있으며구성원전체에게복지의

혜택이돌아가야만국가가형평성을실현하고있다고할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을통해국민누구나가복지의수혜자가

될수있는계기가마련되어야합니다.

6.현재한국에서는무상급식이진행되고있나요?

경남합천군에서는유치원, 초, 중, 고전체학생에게무상

급식을시행하고있습니다. 경남남해군, 진도군에서도초,

중, 고전체학생에게무상급식을시행하고있습니다.

서울에서멀지않은곳도있습니다. 지난해부터초등학교

3~6학년에게무상급식을해온성남시는내년부터 67개초등

학교모든학년(6만 9000여명)에게무상급식을하기로이미

결정하 습니다. 또 3년간연차적으로중학교무상급식을진

행할예정입니다. 재정여건을고려해내년에는 3학년만실시

하고 2011년 2학년, 2012년 1학년까지확 됩니다. 2013년부

터 45개중학교모든학생에게무상급식이제공됩니다.

또한기타지방자치단체에서도이미무상급식을위한프로

젝트가가동되고있으며, 전국의여러시민사회단체와교육계

에서도무상급식을서둘러야한다고주장하고있습니다.

7.무상급식의예산을어디서지원할수있을까?

앞으로 4년간의부자감세규모가약 100조인데, 그중한

해 3조씩 12조만양보해도전면무상급식실시가가능합니다.

마포구의경우 략 70여억원의예산만확보되면초등학생

22,819명에게전면무상급식이가능합니다. 이는낭비성업

무추진비, 불법적인의정활동비, 불필요한도로공사비용만

줄여도충분히채워질수있는금액입니다.

작년에서울시에서보도블럭을갈아엎는데에사용한예산

이 135억원입니다. 10,567명의학생에게 1년동안무상급식

을단하루도빼지않고제공할수있는예산입니다. 보도블럭

을갈아엎기보다아이들에게따뜻한밥한끼를차별없이먹

이는것이더중요하지않을까요?

인연맺기운동본부무상급식운동기획단

/ 도토리인연맺기학교

아이들에게무상급식을!

현행의‘무료급식’제도에서는정부가집안사정이어려운

아이들을선별해급식을제공한다. 아이들은무료급식을받기

위해‘신용불량자확인서’, ‘채권압류확인서’등의서류를학교

에제출해야한다. 이자료들은아이들의사적인정황들을적나

라하게들춰낸다. 아이들은집안의치부를드러내는것이수치

스러워차라리한끼굶는것을택하기도한다.

‘무상급식’제도는이러한모순점들에문제제기를하고, 부

모의경제적능력과관계없이아이들에게급식을배급한다. 이

는아이들에게평등한교육환경을제공함으로써참된교육복

지에다가가고자하는시도라할수있다.

아이들은무료급식제도하에서밥한끼를얻어먹기위해스

스로가‘사회적보호 상’임을자인해야한다. 동정의시선으

로포장된‘차별’은아이들에게치유하기힘든상처가된다. 아

이들의자존감을지키고교육권을보장하기위해‘무료급식’

제도에 한재고가필요하다.

꼬멘트

자 보 리 뷰

Page 4: 12월호 내지1~35

학 내

학 내 단 체 소 개

2009 12 December 7

민가부르기가즐거워진계기는통기타연습이었어요. <함성>에서는통기타연주도필수로갖춰야하거든요.

아무것도모르는저는하나하나씩배우기시작했어요. 이미배운노래를어떻게하면더잘할까, 또다른노래

를알고싶다는생각이들면서연주곡집을뒤적거렸던기억이있네요.

민가라고하면, ‘아침이슬’처럼통기타를치면서부르는서정적노래에서부터, ‘임을위한행진곡’처럼엄숙하게부

르는노래까지, 다양한부류가생각나는데요. 정확히민가를뭐라고할수있을까요?

참답하기어려운질문이네요. 사실민가에 해서체계적인연구나, 정확한정의가거의없어요. 그래도민

가를부르는사람으로서어느정도말을붙일수는있을것같네요. 물론이는 <함성>에서도토론되었던주

제이기도하구요.

중가요와의차이점을들면서민가를정의할게요. 첫째, 민가는사회비판적인시각을가지면서삶의여러부

분에서소재를찾아요. 중가요의거의 99%가사랑타령이라면, 민가는‘노동자들의투쟁’, ‘획일적인교육’등

다양한소재를다뤄요. 심지어는‘낡은캐쥬얼화’에 한노래도있어요. 캐쥬얼화를두고자신이다녀온집회

에 한기억, 감정을담은노래죠. 자신이받는억압에분노하기, 다른사람의처지에연민을느끼기, 미래에

한희망을갖기등은일상에 한민감한감각을필요로해요. 그렇기에민가가다양한이야기를담게되는것

같아요. 그렇지만첫째특징만이야기하면, 서태지의‘시 유감’이나 88만원세 의감정을이야기한다는장기

하의노래같은사회비판적인가사를담고있는 중가요와다를바가없죠.

민가의두번째특징은‘노래에 한소유권을누구도갖지않는다’는카피레프트를기반으로하는점이에요.

민가가처음불리기시작했을때는사전검열제도때문에자연스럽게카피레프트로유통될수밖에없었어요.

그이후에도, 민중을위한노래는이익추구의수단이되지않고사회의가장낮은곳에있는사람들에게직접가

닿아, 공감을일으켜야한다는원칙적인상이있었어요. 자신의마음을담은노래를통기타를들고다니면서직

접선사하는일은그진심만큼의공감을만들어내요. 그래서민가를부르는일에‘노래를구전한다’는표현을

사용합니다.

요즘에는민가를부르기도, 민가를듣는일도점점더어려워지는것같아요.

근 3�4년동안민가가수들이앨범을돈을받고팔기시작했는데, 이렇게변화는민가판이어려워졌기때

문이아닐까해요. 예를들어민가에는‘신곡’이란개념이없어요. 소위민가판의 형정규앨범중에최신

신보가작년 9월의‘우리나라’5집이전부에요. 게다가민가를부르는분들은 부분낮은임금을받는직업

을가지고활동을하고계시거든요. 정체되어있는판에서사람들에게양질의연주, 녹음상태등으로나마더

다가가기위해서앨범제작비가많이들게되었고, 그래서어쩔수없이앨범을팔기시작한거죠.

외국에서는첨바왐바(Chumbawamba)의 Tubthumping(1)처럼투쟁현장에서만들어진노래가전격적으로

중사이에유통되면서히트한노래들이있거든요. 민가도그런식의살길을모색할방법이있지않을까생각합

니다.

원준

원준

6 고 문화高大文化

‘민중가요(이하민가)’라는단어가생소하게느껴지는분들이있을지모르겠습니다. 하지만민가는 학에처음들어와맞는행사인새내기새로

배움터나 동제공연등에서빠지지않고등장하는노래입니다. 또‘상록수’, ‘사노라면’, ‘청계천팔가’처럼우리에게비교적잘알려진민가도

있습니다. 학사회내에서이런민가를부르는사람들이있습니다. 고 문화는12월1일오후, 사범 노래패<함성>의패짱강원준씨를만나서

민가이야기를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반갑습니다. <함성>에 한간단한소개부탁드려요.

사범 노래패 <함성>은민가를부르는사람들이함께노래연습도하고, 공연도하는

동아리예요. 1980년 말에전국적으로집회에나가노래로문예선동을하는노래패들

이만들어졌어요. 당시노래패들은카세트테이프도별로보급되지않은그시 의민

중들이입으로부른, 그들의삶이반 된노래들을불 어요. <함성>도 1987년도에

결성된후, 지금까지활동이계속되어온거죠. 2007년에낸 20주년기

념음반은민가싸이트인 PLsong.com에도등재되어있습니다.

원준씨는처음에어떻게민가를알게되셨나요?

사실저는 학오기전까지민가를전혀몰랐어요. 그렇다고

음악동아리를하던사람도아니었고요. 새내기시절새터

에서민가공연을처음봤는데, 첫노래만진지하게들었고,

나머지 노래는 들은 기억도 없어요(웃음). 그렇지만 좋은

선배들이 <함성>에있다고해서함성에들어왔고민가를부

르기시작했어요.

원준

원준

함성, 마음을울리는우리의노래유미│편집위원│[email protected]

(1) 1997년 국에든버러항만노동자의파업에서불리던노래, UK 빌보드싱 차트2위까지올랐다

Page 5: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9

저희가만든새로운노래들도많이부르고, 많이

듣죠.

<함성>은곡창작도많이하나보네요. 어떻게창작

을하시나요?

곡창작은일년에두번정도해요, 방학동안에

길게합숙훈련을가거든요. 엄청심혈을기울이

지는않고요(웃음). 즉흥적인 통기타연주에맞

추면서, 평소가지고있던생각에서나오는가사

를붙여보는거죠. ‘과제가너무많다’에서부터

‘입시지옥에 갇혀 살던 고등학생 시절’들까지,

별별 가사들이 다 나와요. 각자 낸 창작곡으로

콘테스트를열어일등을하면 <함성> 공연때올릴수있는노래가돼요.

<함성>의 동제공연을감명깊게본기억이있어요. <함성>의기억에남는공연을말 해주세요.

세개정도를꼽을수있을것같아요. 첫번째는 08년도새터공연이에요. 새터공연은워낙에청중이많으

니까참떨었던기억이있어요. 두번째는말 하신 09년 동제예요. 동제에서는고 노래패들과합동공

연을했어요. 민가를부르는노래패들이점차줄어들고있지만, 그래도서로의존재를확인한점에서의미있

는공연이었어요. 셋째는연주와가창을모두새내기가해야했던올해새내기워크샵공연이에요. 새내기로

들어와서는악기다루는법도잘모르니까. 제가악기가르치고합창할때맞춰주고하면서준비중에많이

도왔던공연이죠.

민가를통해서어떤세상을만들어나가고싶으세요?

우선저는‘나의노래를불러야한다.’는원칙을가지고있어요. 가수가부르는노래가진정자신의마음이

될때공감을불러일으킬수있어요. 제노래가그렇게해서사람들로부터공감되었으면좋겠어요.

이건 <함성>의생각이라기보다는제생각인데요. 민가중에는탈자본주의를위한투쟁의지를직접적으로가사

에담은노래도있지요. 그렇지만사회의변화는나혼자이끌어낼수있는것이아니라, 어려운사람의힘든처

지를말하는가사에 한공감이쌓여서가능해져가는거라고생각해요. 민가를통해서어려운사람의이야기

를외면하지않는사람, 언제라도변혁의의지를내보일수있는사람들이많아졌으면좋겠어요.

인터뷰를마치고이틀뒤, <함성>의정기공연‘가카탐구생활’에다녀왔습니다. 공연에서는사회에 한문제의식을담아낸노래로많은사람들의

공감을이끌어내기위해노력하는진지한모습이엿보 습니다. 더불어민가는누구나부를수있고, 누구나만들수있는가장가까운노래라는생

각이들었습니다. 사회의문제의식을모두와공유하기위해, 자신의진솔한이야기를하기위해민가를부르는‘함성’이앞으로도계속되기를바

랍니다.

원준

원준

원준

8 고 문화高大文化

<함성>은주로어떤민가를부르나요?

우선 <함성>은민가라면가리지않고다부릅니다. 민가중에는희망을노래하는부드러운노래도있고, 노

동자들의투쟁을이야기하는노래도있지요. 그렇지만이두가지는이질적이지않고서로맥락이맞닿아있

어요. 억압을느껴분연히떨치고일어나투쟁을부르짖어야할때가있고, 그런중에힘이빠지기라도하면

희망을노래하면서추스르기도해야죠.

그렇지만부르고싶은노래는사람마다모두다를수있겠죠. 이런구성원간의차이는토론을통해서조절해요.

우리가생각하는메시지를하나로모아표현하기위해서는합의된의견이필요하거든요. 그래서저희는 <함성>

전체가노래를부른다는생각으로노래를결정해요. 실제로부르는노래도솔로곡은거의없고여럿이부르는

것위주에요. 화음을넣거나아카펠라를하는거죠.

그럼원준씨개인적으로는어떤민가를좋아하시나요?

저는희망에 한노래를좋아하는편이에요. 첫째로는꽃다지의‘희망이그 ’라는노래를꼽고싶어요. 가

사가‘겨울숲같은우리삶의벌판에언제나새순으로돋는그 를, 이세상모든길이얼어붙어있을때그

밑을흘러내게오던그 를’인데, 희망은언제나온다는말을참감동적으로하고있죠. <함성> 창작곡중

에는‘이길의끝에서’에애착을가지고있어요. ‘이길의끝에서자신이무언지도모르는이들의비명소리

뿐’이라는가사가있는데, 앞만보고달리기보다자신이누구인지아는일이중요하단이야기를해요. 역시

원준

원준

12월3일, <함성>정기공연‘가카탐구생활’

2009년 동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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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1110 고 문화高大文化

학 내

교우회비강제납부를거부한다

지원│편집위원│[email protected]

#.scene

졸업까지한학기만을남겨둔고려 학교학생K씨는, 교우회비 3만원이수업료와함

께필수납부항목으로묶여있는등록금고지서를받아든다. 딱히교우회비를왜내야

하나싶지만, 그렇다고필수납부항목에버젓이들어있는교우회비를무시하자니학기

등록이아예안되어어쩔수없다(게다가이미 300만원이훌쩍넘는등록금에비해 3

만원이그리 순가싶기도하다). 그렇게 K씨는잠깐의고민을뒤로한채교우회비

가포함된등록금을결제한다. K씨는이로써‘자연스럽게’교우회비를냈고, 교우회의

정식적인일원이되기를암묵적으로동의하게된것이다.

재학생이졸업생모임에회비를내야된다구요?

현재고려 학교를포함한 다수의 학들은동문회비를졸업예정학기재학생에게필수납부

항목으로걷고있다. 심지어몇몇 학들은동문회비재원마련을위해신입생들의등록금에교묘

하게동문회비를포함시키곤했다. 이에 2006년경기 학생 17명은신입생들을상 로동문회

비를강제징수한것에 하여부당이익금반환소송을걸었다. 당시재판부는“동문회원자격은

학졸업후얻는것이므로회원이아닌신입생은동문회비를낼필요가없다”며“잡종금명목으로

동문회비를청구하는것은사실상회비를강제적으로납부하게하는것”이라고판결함으로써학

생들의손을들어주었다. 졸업예정자와신입생에게동문회비를필수납부케하는것은, 재학생에

게졸업생모임의회비를청구하는모순적인행위라는점에서다르지않다.

오히려졸업예정자들에게교우회비를강제징수

하는것은졸업후의진로를준비하고있는학생들

의처지를악용한것이다. 학생들은교우회비에불

만이있더라도그것을내지않으면아예학기등록

이되지않고졸업을할수없기때문에울며겨자

먹기로군더더기가붙어있는등록금을납부한다.

이런상황은학교측에서도한결이용하기편리한

데, 졸업예정자는한학기후떠나므로학내에서

교우회비강제납부에 한문제제기가지속되기

힘들기때문이다. 실제교우회비강제납부와관련

된운동은 2008년도에꾸려졌던‘교우회비강제납

부거부선언을위한모임’이최초 고, 그나마도

인원이지나치게적었고문제제기의주체 부분이곧졸업을앞둔학생이었다는점에서금방흐

지부지되고말았다. 그런연유로 체로당사자들외에는졸업학기에교우회비를필수납부해야

한다는사실자체를알고있는사람조차적었기에, 이문제는언제나당사자들개인에게스리슬

쩍다가와서약간의찝찝함을남긴후졸업후엔곧사라져왔다. 그리고학교는지금까지계속해

서모든졸업을앞둔재학생들로부터교우회비를조용히, 잘, 걷어왔다.

소속-지지할집단을선택할권리

교우회가재학생에게교우회비를일괄징수하는것은졸업생도아닌자가졸업생들의모임에

‘회비’를납부한다는것이외에도다른많은문제를내포하고있다. 회비를납부한다는것은곧

그집단에소속되고해당집단의존재의의에동의한다는것을의미한다. 현재재학생을 상으

로하는학생회비는선택납부이다. 물론학생회비를내지않아도학생회의일원이라는것에는변

함이없지만, 회비를낸다는것은좀더적극적으로그집단에속하겠다는의지의표명이라고볼

수있다. 하지만과연교우회집단의성격이현재의강제납부체계를정당화할만큼고려 생모

두당연히자연스럽게동감할수있는바인지는의문이다.

현재교우회는학연으로써집단의이익을도모하는일부졸업생들만의카르텔정도의성격을

지닌다. 2007년말교우회보는BBK문제와관련해도덕성관련의혹을받고있던이명박당시

선후보를옹호하는동문기고문을싣고, 타임지가이후보를환경 웅으로선정했다는등그의

‘치적’을기리는 을실어현 판‘명비어천가’라는비난을받기도했다. 문제의교우회보는평

소발행부수인 8만부보다두배이상많은약 21만부가제작되어재학생과학부모, 교우회비미

납자에게도발송되었고, 결국당시교우회장과교우회보편집장은선거법위반으로기소되었다.

교우회는졸업생, 그것도교우회의세력을더욱넓고견고하게해줄수있는일부교우회원의내

적이익을수호하는단체에불과하다. 이런교우회의정치성은일부학생들로부터반감을사고있

다. 어째서재학생은자신이속하지도않은단체에, 그것도자신의가치관과는맞지않을수있는

단체에자동적으로회비를납부할것을강요받아야하는가?

졸업예정자의등록금고지서. 필수납부항목에교우회비가

포함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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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1312 고 문화高大文化

물론그럼에도교우회의취지에동의하는사람은자진해서교우회비를납부할권리가있

다. 동시에그에동의하지않는사람들이납부를거부할권리또한주어져야한다. 그러나현

재고려 학교재학생에게는교우회비강제납부로인해반 자들의선택권이박탈된상황

이다.

학생vs 학교

교우회비강제납부를반 하는사람들이모여이에관해문제제기를했지만, 학교측의답

변은언제나애매모호하거나변죽을울릴뿐이었다. 교우회비가‘재학생들을위해서쓰인

다’고는하지만‘정확한사용내역은공개될수없기’때문에재학생들은정확히그것이어

떤곳에어떤방식으로쓰이는지알수없다. 차라리학교와의직접적인문제라면학생이학

교에공식적으로문제해결을요구할수있는통로라도만들수있지만, 재학생에게‘외부집

단’인교우회에는직접적으로그사용내역을공개하라고공식적으로요구할통로자체가

존재하지않는다.

올해여름몇몇졸업예정자들은재무부에교우회비필수납부에 한의문을제기했으나

재무부로부터“일단내고 (교우회비를) 환불받으라”는답변만이돌아왔다. 교우회측에서

는이와관련해재무부가잘못된이야기를했다고주장하며환불을해줄수없다고말했다.

‘필수납부를하고나중에마음에안들면돌려받으라.’는말은애초에학교측에서선택납부

와관련된학생측의문제제기를심각하게받아들이지않는다는것을여실히보여준다.

‘졸업을하면당연히교우회의일원이될것’이므로좀미리내는것이어떠냐는논리도

횡행한다. 고 생은재학생졸업생할것없이모두‘한가족’이라는다소낯뜨거운단어까지

전면에내세우면서말이다. 그런데막상교우회는졸업생교우를 상으로연회비선택납부

를시행하고있다. 즉고려 졸업생이라할지라도연회비를지속적으로납부할것인지를선

택하도록하여교우회에의지속적인참여여부를결정할수있다는말이다. 졸업생에게조차

회비납부가‘선택’인상황에서재학생에게의사도묻지않고회비를강제징수하는것은도

체무슨근거에의한것인가?

지난 2009년하반기전체학생 표자회의에서교우회비

필수납부거부와관련된문제가기타논의안건으로상정,

과반수동의를얻어통과되는등이와관련한학생들의반

가점차수면으로오르고있다. 교우회비강제납부거부

를위한 책위원회(이하강제납부 책위)가 10월 15일

기자회견을열고학교측에정식적으로이에 한반박문

을보냈고, 재무부에서는이것은재무부관할이아니니학

생처와얘기해보라는말을했다. 이로써교우회비강제납

부와관련한문제는학생처로그담당이옮겨졌다. 이것은

문제해결을위한소통창구를열어주겠다는학교측의의

지의표현이었을까? 그러나강제납부 책위의 표인상

래씨는“교우회와의자리를주선해주겠다는학생처도한달이넘어갈때까지감감무소식이다.”

라고말했다.

교우회비강제징수를거부한다

전학 회에서교우회비와관련된사안이등장했을때일각에서는‘만약에교우회비를안내면

교우회에서장학금안주는것아니냐’는우려의말이나오기도했다. 이는본말이전도된사고이

다. 회비를납부하거나, 장학금을주는행위는‘주고받는거래’의개념이아니다. 애초에이둘은

같은선상에서사고할수있는문제가아니다. 재학생이교우회의발전을위해회비가내고싶다

면장학금을주건말건내면되는것이고, 교우회가장학금을주는것은말마따나‘재학생후배들

을향한넘치는내리사랑’이있다면재학생으로부터일괄적으로회비를걷거나말거나계속되어

야하는일아닌가? 우리는지금시점에서교우회비를선택적으로납부함으로써잃을것에 해

지레짐작할것이아니라, 자신의의사와는관계없이회비납부를강제당하는학생들의선택권을

생각해야한다.

고려 학교의모든졸업예정자들은아무런마땅한이유없이교우회비강제징수의 상이되

고있다. 만약학생사회에서비판의목소리가나오지않는다면내년에도, 내후년에도교우회비강

제징수는계속될것이다. 잘나가는교우들이모인교우회의세를입고‘학교발전’에힘을쓰고

있는학교측으로서는아무런말이없는이상, 조용하게이상태를유지하는것이자신들에게이

익이되기때문이다.

이와관련한문제가이슈조차되지못했던이전에비해서올해는전체학생 표자회의에서의안

건상정, 통과와반 책위활동등고무적인분위기가형성되고있는중이다. 지금까지변두리

로 려나있었던교우회비강제징수와관련된사안은앞으로학생사회내에서활발하게논의되

어야한다. 이운동은단순히졸업생들만의것이아니라, 언젠가는졸업을위해서자신의의사와

는관계없이납부를강제당할모든학생들의문제이기때문이다.

2007년도 선당시문제되었던교우회보기사. 지난10월15일본관앞의학생들이모여교우회비강제징수를반 하는기

자회견을열었다.

Page 8: 12월호 내지1~35

매년돌고도는총학생회선거지만, 올해는선본이

네개나출마하여모처럼활기가넘칠듯했습니다.

그러나기 와달리학교분위기는그어느선거철

보다도조용했고, 선거일정막바지와개표에즈음

해서는후보자들끼리분쟁이일어나고, 오차로인

해투표함들이연이어무효처리되는등불미스런

일들이연이어터졌습니다. 어지러운사건들을바

라보며, 학생회의쇠퇴에‘학생사회의무관심’만을

반복해탓하는것이과연온당한일인가하는의문

이스쳤습니다.

예년에비해선본은많이나왔지만, 지금까지학생

사회에제기되었던수많은모순점들을극복하지는

못했을뿐더러, 담론들은몇해전의모습으로퇴행

했다는점이크게다가옵니다. 이번선거판엔‘소

통’을외치는목소리는참많았지만, 가느다란한가

닥실을타고들려오는그소리는다소공허하게느

껴졌습니다. 학생사회의요구와이야기들은구체화

되지못하고, 소통이라는한단어만이공중을떠돌

뿐이었습니다. 더많이듣고, 더많이실천하겠다는

단하나의공약만으로어필할수있는풍토는어떻

게등장한것일까요? 고 문화는선거의열기가차

츰식어가는지금, 이러한이야기들을다시꺼내보

려합니다.

∙사진세종

풍요 속의 빈곤43 총학생회 선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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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1716 고 문화高大文化

총학생회,어떻게생각하세요?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평소에는필요성을못느낀다.

왜그렇게생각하나?

총학생회가주장하는변화를체감한적

이없다. 지금까지학교다니면서등록금인

하를주장하는것을많이봤었는데, 실

제로실현된적이없었다. 너무이상적

인목표라서달성하지못한게아닐까.

예전에했던 ATM 수수료무료화외에

는사범 생에게도움이되는정책이없었던것같다.

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실현불가능한이상적인목표만좇기보다간식을나눠준다

거나, ATM 수수료무료화하는것등구체적이고실현가능한

것부터시작했으면좋겠다.

사범 생으로서구체적으로어떤공약을바라나?

학생들이수업구성에참여할수있으면한다. 3학점이던

교직수업이 2학점으로바뀌고제한정원수가줄어서수강신

청에불편함을겪었다. 이번에한선본이제시한학점이월제

가실현되면좋을것같다. 졸업할때가되니까, 예전에놀면

서놓친학점들이아쉽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그렇다.

왜그렇게생각하나?

총학생회가모든학생들의의견을수렴

하여반 하는것이필요하다.

지금의총학생회는의견을잘수렴하고있

다고생각하나?

아니다.

그렇다면어떤새로운방식이있을까?

생각해보지않았다.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학생들에게가장필요한것이무엇인지파악하여행동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무엇이필요한가?

이공계니까비싼등록금문제와, 실험비문제가있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총학생회가나에게필요한지잘모르

겠다. 총학생회가나에게실질적으로

도움을주지않는것같다. 관심이없

어서인지는몰라도, 총학생회가학교,

학생을위해무슨활동을하는지잘모르

겠다.

왜그렇게생각하나?

‘투쟁하자!’라는말이쓰여있는현

수막이외에는총학생회활동을알수

있는방법이없었다. 총학생회활동이투쟁

외에는드러나지않아서주변친구중에도정치에관심이없

으면아예모르는경우가 부분이다.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총학생회가무슨활동을하는지구체적이고쉽게홍보하고,

학생들의적극적인참여를유도했으면한다. 학생들이관심

있어하는정책을추진해야한다.

홍보하고참여를유도하는방법에는어떤것이있을까?

개인에게직접메일을보내는방법, 활발하게운 되는

과∙반클럽을이용해서공지하는방법이있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필요하다.

왜그렇게생각하나?

학교와학생은계약관계다. 학생은학

교에돈을지불했으므로학교에게마땅히

요구할권리와권한이있다. 그러므로학

생회는학생의최소한의권리를지키

고, 학생들이필요로하는것들을실

현시키는 변자역할을해야한다.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총학생회는학생의권리가침해받았을경

우에이를학내뿐만아니라전사회적으로이슈화시키고, 투쟁

해야한다. 또한이와아울러서학생복지전반에관한꾸준한

개선을노력해야한다. 최근에는총학생회가선거의투표율을

끌어올리는역할을해야한다는생각이든다. 물론총학생회

가개인의투표의사를결정할수는없지만, 정치에무관심해

지는분위기를전환할수있는주체는총학생회뿐이다.

투쟁하는총학생회를지지하는듯하다. 이러한측면에서총학생회

가부족한점이있다면무엇일까?

투쟁하는총학생회는좋은데, 학생과함께해야한다. 요즈

음엔학생과총학생회사이의연결고리가끊어진듯보인다.

학생들의지지가모이지않은일에총학생회가나서는것은

문제가있다. 그래서총학생회도어떻게하면좀더학생개인

과연계하여함께할수있을까하는고민을하는것같지만,

학교를다니는사람눈에는그런노력이전혀보이지않는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그렇지않다.

왜 생각하나?

총학생회는생활하는데전혀 향을

미치지않는다.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생각을안해봤다.

총학생회에서주최하는행사같은것에

한번도참여한적도없나?

총학생회와관련된적이없다.

총학생회선거기간에는각선본들이

총학생회의다양한역할론을제시하고,

한해동안가라앉아있었던총학생회의본질에 한논쟁이다시떠오른다.

학생들은총학생회에 해어떤생각을가지고있는지

인터뷰를통해알아보았다.

특집1

총학생회

유미|편집위원|[email protected]

사과문 고 문화는지난11월23�24일, 이틀에걸쳐전교학우들을 상으로‘총학생회에 한인식’을알아보는설문조

사를실시하 습니다. 하지만설문조사를실시하는과정에서몇몇학우들이설문문항의의미가모호하다는지적을해주셨고,

이에설문지상의오류를인정하여설문조사결과를폐기하게되었습니다. 시간을내어설문에참여해주신학우분들께죄송

하다는말 을드립니다.

쥬디사범 학06

김원휘경 학09

강생명과학학 09

허태우정경 학05

K군문과 학09

Page 10: 12월호 내지1~35

그렇다면총학생회는없어져야한다고생각하나?

그건아닌데, 아예그주제에 해서생각을안한다. 선거

투표도안하려고한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필요하다.

왜그렇게생각하나?

과반, 단과 학생회뿐만아니라전체

를이끌어주고, 의견을수렴해주는누군가

가있어야하지않을까. 그리고학교입장

과학생입장이엇갈릴때도의견을조

율할학생 표가있어야한다.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학교를 외적으로알리고사회운동에

참여하는것도중요하지만, 그전에학교안

에서일어나는일들에더신경쓰고, 학생들의말에귀기울여

줬으면좋겠다. 학생회에도운동권쪽이있고, 아닌쪽이있다

고선배한테들었다. 운동권쪽은 외활동에치중하느라학

교안의문제는소홀히한다고하더라. 사회참여는고 생의

이름이아니라그개인이속한단체명으로해야한다.

총학생회에어떤정책을요구하고싶나?

우리단과 는커리큘럼이정해져있어서, 고학년때실습

나가면재수강을못한다. 계절학기라도좋으니재수강기회를

확 해주면좋겠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필요성을체감하지못한다.

왜그렇게생각하나?

총학생회에관심이없어서활동내역을

알아보지않기때문이다.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딱히없다.

축제, 야식사업등의총학생회활동에직

간접적으로참여한적은없나?

어느것이있는지잘몰라서 답하기

어렵다.

총학생회가없어져도된다고생각하나?

아니다. 구성원이학생이다보니까학생을위한 표가필

요하긴하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

필요하다.

그이유는무엇인가?

크게세가지가있다. 첫째, 학생의복

지를위해. 둘째, 학생의 표자로서학생

들의입을 신할존재가필요하기때문

에. 셋째, 단체행동시 표자가필요

하기때문에.

당신이총학생회에바라는점은무엇인가?

소위‘운동권’총학을싫어한다. 특정

정당과연계해서학생들이익을 표하려는

것은그자체로어불성설이다. 총학생회는고 생의 표자일

뿐이므로개인의이념에따른행동은학생 표의신분이아니

라개인자격으로해야한다. 또, 학생이진정으로원하는것

이무엇인지에관심을가져주었으면한다.

학생이원하는것에는개인마다다양한것이있을것같은데, 구체

적으로어떤것을원하나?

조그만것에서부터시작하는것이좋을것같다. 구내식당

에서더좋은질의음식을먹을수있도록하는것에서시작해

서, 학교에서자전거오토바이를자유롭게탈수있게만든다

거나, 도서관의소란스러운분위기를규제하는것까지, 다양

한것이있다.

‘총학생회는당신에게필요한가’라는동일한질문으로인터뷰를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화는사람마다모두달랐다. 총학생회에

한입장을내보일정도의관심을가지고있지않다고말하는사람도

있는반면, 총학생회가현재의학생사회를변화시키는막중한책임을

가지고있다고말하는사람도있었다. 그러나 부분의인터뷰이들은

총학생회가학생사회 표자이므로학생의의견을받아들여야한다

는점에서는같은의견을가지고있었다. 다만인터뷰이들은총학생

회가학생들의의견을받아들이는‘방법’에 해서는구체적인상을

지니고있지않은듯했다. 이에 해서총학생회선거를준비하는사

람들은어떻게판단하고 처하는것일까.

18 고 문화高大文化

현민법과 학04

비공개이과 학09

jun 간호 학09

고 문화에

당신의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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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2120 고 문화高大文化

1년전그때는

43 총학생회선거가끝난지금, 42 총학생회선거의기

억을다시떠올려보게된다. 최근까지총학생회의역할가운

데사회참여와복지를 립적인것으로놓는프레임이유행해

왔다. 2006년진행된 40 총학생회선거에서고 공감 선

본이당선된이후, 이프레임은거의굳어지는듯했다. 사회에

목소리를내기전에학우들의의견을귀담아들으라는반발이

이제는주류가된것이다. 그결과공감 총학생회는이듬해

연임에성공했다. 그러나 2008년들어갈피를잡을수없는현

안들이한국사회전반을강타했다. 2008년중순을달군촛불

집회, 운하사업, 그리고세계적경제위기까지……. 그로인

해샘솟은요구들은 2008년 12월에있었던 42 총학생회선

거에서이변을불러일으켰다. 반MB, 반신자유주의기조를선

명하게내세운 <젊은고 , 깨어나다!(이하젊은고 )> 선본

이 52%의득표율로당선된것이다. ‘원조복지’를주전략으로

삼은 <고 공감 2009> 선본은 46%의지지를얻었다. 당시

일부투표소가무효처리되는등선관위의미숙한선거관리가

지적되기는했으나무효가된표를포함하더라도젊은고 선

본의당선은확실한상황이었기에큰문제가되지는않았다.

젊은고 선본은강력한투쟁, 적극적인사회참여를외치며

당선되었다. 물론 2년간활동해온고 공감 총학생회가내

세운복지에 한호응이좋았고또 41 공감 총학은사회

참여까지포괄하는방향으로전환을시도하기도하 다. 하지

만 <고 공감 2009> 선본이 41 총학의사회참여를계승

하겠다는의지를분명히표명했음에도낙선한데는, 공감

총학생회의활동이현실의문제들에보다적극적으로더욱깊

은지점까지파고들지는못했다는문제의식이작용한것으로

보인다. 공감 총학생회까지도사회참여적으로변화할수밖

에없었던조건들이새로운여론을이끌어냈고, 신자유주의적

커리큘럼을전면재고하고이명박정부의정책들을감시하겠

다던젊은고 선본에게당선소식을안겨주었다. 물론여기

에는조건이있었다. 사회참여활동및외부단체가입에있어

학생여론을수렴해야한다는주장이제기되었고, 젊은고

선본은이를수용해공약화했다. ‘민주적인총학생회, 도덕적

인총학생회, 책임지는총학생회’라는모토아래공약으로모

바일정책투표도입및학우소환제실시등이나왔다. 자신의

정치성을선명하게내세우되그것을학생들의여론과조화할

수있는총학생회를바라는흐름속에서, 42 젊은고 총학

생회는참여와복지사이의새로운공간을열어나갈것으로

기 되고는하 다.

균열의발생

젊은고 총학생회는당선이후학내외의문제들에의욕적

으로나서기시작했다. 등록금책정자문위원회에참여하면서

자보를통해논의상황을지속적으로홍보하는한편, 뒤이

은교육권리찾기활동에서는학생들로부터등록금문제해결

과그외많은요구를모아학교에전달하 다. 그리고그결

과에 한 자보를게시하고전단을배포하 다. 더불어애

기능발전위원회를꾸려이공계의낙후한시설및인문사회계

열에비해이유없이과도하게높은등록금에 한문제제기

를진행했다. 2학기에는좋은 학만들기100 과제실현운동

본부를통해 9월중순부터 10월말까지학내시설문제등에

한학생들의의견을받아학교에전달하 다. 그러나총학

생회의활동노력은학생들에게제 로전해지지못했다. 가

령 2학기에진행된좋은 학만들기운동에 해서는선거를

위한생색내기가아니냐는식의, 오해에기반한비난이가해

졌다. 그러나학생사회의전방위적요구들을수렴하여건의하

려는시도가분명히있었으므로, 이를극단적으로부정하려

하거나‘홍보부족’이라고비판하는것은학내곳곳에나붙었

던수많은 자보와건네진상당한전단들에관심이없거나

무지한쪽일가능성이오히려높다.

여기까지는오해의 역이다. 하지만이수준을넘어서서

문제가된부분이있다. 한국 학생연합(이하한 련) 가입

과정이그러하 다. 학우들의의견을묻겠다는공약은전체학

생 표자회의(이하전학 회)에서인준받는쪽으로귀결되었

다. 총투표여론이 두하고있었으나젊은고 총학생회는

중앙운 위원회를통해전학 회쪽으로입장을정리했고설

문조사를통해근거를덧붙 다. 전학 회속기록을살펴보

면, 한 련가입안건은별무리없이통과되었고참석한 의

원들은한 련에 한학우들의오해를불식시키기위해노력

특집2

총학생회

젊은고총학생회가남긴것세종|편집위원|[email protected]

젊은고 총학생회는당선이후학내외의문제들에의욕적으로나서기시작했다. 등록금책정자문위원회에참여하면서 자보를통해논의상황을지속적으로홍보하는한

편, 뒤이은교육권리찾기활동에서는학생들로부터등록금문제해결과그외많은요구를모아학교에전달하 다.

Page 12: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2322 고 문화高大文化

믿음이었던, (단순한 중 합적, 몰가치적소통이아닌) 정

치성에기반하면서도학생들과소통하는총학생회의존재가

능성마저도 42 총학생회의실패로인해침식당했다.

무너진것들사이로

물론이것이그들의능력부족이라든가학생들이총학생회

의활동상을제 로알지못하는오해에서기인하는문제점이

라고만하기에는부족함이많다. 현재의의결구조에는의사수

렴에실패할수밖에없는구조상의문제가있다. 난점은총학

생회의활동자체가학생들사이에서지지받는일과 표자들

에게동의를얻는일사이에괴리가있었다는점에서출발한

다. 전학 회에서는매끄럽게처리된안건들이학생들에게는

표성을상실한것으로다가왔다. 젊은고 총학은괴리된

틀안에서, 닥쳐오는문제들을미봉책만으로해결하고자했

다. 나름 로는많은노력을기울 기에억울할터이지만, 구

조에 한변화를주도적으로이끌어내지못하고제자리에머

물러버린감이없지않다. 그결과, 조금이라도논란이되는

사안을추진하는데있어학생회가지지를얻으며활동할수

있는 역이과도하게좁아졌다. 의제의매커니즘이어긋난

부분도있으나, 그것을또한미흡한설문조사와같은왜곡된

방식으로메우려하면서오히려역효과만을가져온것이다.

‘기층복원’이라는이야기가끊임없이제기되는이유가이

때문이기도하다. 그러나기층을복원한다는이야기는지금으

로서는난망하다. 아래에서부터통용되는화두와제기되는요

구는그리많지않으며모호하다. 학생들이자신들의요구를

내보일창구가없기때문에학생자치활동에무관심하다는주

장은물론타당하지만이는일면적이다. 상향식으로안건이

제시되고논의되는경우는거의없다. 중심이되어야할것은

새로운요구의창출이지, 요구가구체적인형태로잠재한다는

전제를계속해서재생산하며자기만족하는것이아니다. 젊은

고 총학생회는과발특위를꾸렸지만과반의필요성에 한

잘짜인논리를제시하지는못했고다만학생회가꾸려지면

학생들에게좋지않느냐는피상적인설득으로접근했다. ‘조

인트엠티’는이러한사고과정의패착에서나온무의미한결

말이다.

이동총학생회도, 좋은 학만들기100 과제실현운동도학

생회활동을‘서비스’이상으로끌어올릴수없었다. 그것들

은학생들의의견을 리해제출하고학교의무성의한답변을

얻는데서그치고말았다. 참여라기보다는 리주의의양상에

머무른일은, 젊은고 총학생회가극복할수있을것처럼기

된정치와복지의이분법을오히려공고화했다. 주변상권

과학생들의연계를도모하겠다는U카드의기획의도는다소

고무적이었으나, 그형식은계산후에서비스카드하나를더

내 게되는정도에불과하여이런소비를통해보다깊은의

미들이통용된다는것은애초에무리 다. 정치성과일반복

지를잇는연결고리를세우지못한탓에사회참여적인방향의

활동은학생들과의연관을드러내지못하고, 따라서학생회의

역에서아예폐기가능한, 나아가폐기해야할것으로치부

되고만다. 학생사회의요구라는것은“왜내말을듣지않고

다른상관없는사업을하느냐”를뛰어넘지못하고있다. 학생

회의 역은극도로좁아졌다. 공허한비토만이난무하는여

론속에서, 내용없는요구들은‘소통’이라는단어를다시불

러일으켰다. 그속에아무것도채우지않은채말이다.

되돌아온‘소통’

그리하여 43 총학생회선거의화두는단연‘소통’이되었

다. 여러선본들이출마했고각자가표현은달리했으나, ‘학

생사회의여론수렴’을돋보이는화제로설정한곳이많았다.

물론 2008년의선거판에서도소통은화두의하나 다. 그러

나소통이화두의하나 던것과, 하나의화두가된것은다른

차원의문제다. 당시의소통은, 당당하게자신의모토를끌어

내이야기하고인정받으면서도그이야기를독단화해서는안

된다는의미를갖고있었다. 그틀은복지와사회참여의이분

법적구분에 해문제를제기하는논쟁, 그리고미흡하나마

이를종합하려는시도로이어질수있었다. 하지만 2009년을

실패와좌절로보내고난다음, 43 총학생회선거철에즈음

해서는이런이야기들은사라지고모든판도는퇴행하고말았

다.

해야한다는입장에합의한상태 음을알수있다.

하지만여론은쉽사리바뀌지않았다. 전학 회가그 표

성을지속적으로상실해왔기때문이다. 우선, 기층단위의붕

괴로과/반학생회와학생들간의연결은그리유기적이지못

한상태 다. 물론젊은고 총학생회는이러한기층을되살

리고자과반학생회발전특별위원회(이하과발특위)를꾸렸으

나, 과반조인트엠티등의단발성이벤트외이렇다할실효

를거두지는못했다. 전학 회의인적구성이나자격요건등

구조적인문제도계속해서논란의 상이되어왔다. 의원

들의사명감부재와그에따른빈번한산회(散會) 역시공신

력을떨어뜨렸다.

한 련가입에 한공청회역시신뢰성을상실했다. 총학

은공청회가 12시에진행되는데도그장소를변경하면서당

일 11시 30분에인터넷공지를올렸고, 이에더해행사를제

때시작하지도않아혼란을가중시켰다. 이런공청회가그나

마도전학 회하루전급하게이루어진탓에애초부터의견

을수렴하려는자리라기보다일방적인통보와선전의자리로

비치게되었고, 따라서유명무실한것이되고말았다. 이렇게

42 총학생회의한 련가입은성사되었으나그과정에서남

은인상은임기내내총학생회정책의발목을붙잡는요인이

되었다.

안은실패하고

42 총학생회는 의성의상실을여론조사의방식으로보

완해, 이를학생들의지지를얻기위한최후보루로활용하려

했다. 그러나이마저도성공적으로이뤄지지못했다. 총투표

는참여율이낮고번거로우며총학생회의업무를마비시킨다.

모바일정책투표는젊은고 선본의공약이긴했으나진행할

때마다비용이많이들어상시적인여론수렴의수단으로는활

용될수없었다. 이한계를극복하지못한(혹은극복하기를불

편해했던) 젊은고 총학생회는보다효율적이고집약적인방

식으로학내여론을수렴하기위해여론조사를시도했다. 그

러나젊은고 총학생회의설문조사는미봉책수준에그쳤다.

문항과표집방식이세 하게구성되지못한탓에편파적이라

거나 표성을상실했다는등의비판에직면하게된것이다.

설문조사는한 련가입, 희망콘서트개최등에활용되었지

만, 노력만큼의정당성을얻을수없었다. 이동총학생회활동

을펼치기도했으나, 그건광장에부스하나설치해두고몇몇

사안을담은피켓을갖다놓은뒤찬성/반 란에스티커를붙

이는정도의이벤트 다. 간극은해소되지못했다. 이렇듯, 젊

은고 총학생회는여론수렴의실패에 해서‘노력’이상의

쇄신을보여주지못하고자족하거나포기해버리곤했다.

42 젊은고 총학생회의‘민주적인총학생회, 책임감있

는총학생회’라는모토는결과적으로실패했다. 공약으로개

최의지를밝혔던비상학생총회에 한이야기는어느새사라

졌다. 모바일정책투표와학우소환제는도입되지않았다. 무

엇보다도, 정치성을향해치열하게매진하려고노력은하 으

나이를정말정치적으로, 학생사회와 착하여공유하진못

했다. 물론이는어느총학생회나마찬가지로맞닥뜨리는어

려움일터이다. 그런데젊은고 총학생회의등장에결부된

한 련가입에 한공청회역시신뢰성을상실했다. 전

학 회하루전급하게이루어진탓에애초부터의견을

수렴하려는자리라기보다일방적인통보와선전의자리

로비치게되었고, 그과정에서남은인상은임기내내총

학생회정책의발목을붙잡는요인이되었다.

“ “

Page 13: 12월호 내지1~35

감 2009>는전년도고 공감 총학생회를계승한‘원조

복지’의적임자임을내세우면서도등록금문제를비롯한사

회현안을좌시하지않겠다고밝힌한편, <젊은고 , 깨어나

다!>는신자유주의적정책을펼치는정부와학교에강력히

항하는총학생회가되면서도학생복지위원회의특별기구화를

통해복지사업을안정적으로꾸려나갈것임을정책자료집에

명시했다. 이렇듯두선본은‘운동권 비운동권’이라는단

순한 립선상에놓여있으면서도자신들이우선시하는 역

을확실하게다진뒤그성과를기반으로하여학생회의역할

범위를넓힐것을선언했다. ‘비운동권은사회문제에생각이

없어보인다’, ‘운동권은학내복지에신경쓰지않더라’는편

견을넘어서기위한전략으로그들은총학생회가학생들이필

요로하는모든 역에가닿겠다는의지를표명한것이다. 그

러므로 <젊은고 , 깨어나다!>의당선을단순히비운동권에

한운동권의승리정도로해석하는것은곤란하다. 조금더

정확하게해석하자면, ‘운동권 비운동권’의구도속에갇

혀있었던표심도이분된구도를해체하려는두선본을보며

빗장을풀었고, 당시의정세적요구등이결합되어결국 <젊

은고 , 깨어나다!>의손을들어준것이라고할수있다.

물론 42 총학생회선거에서오갔던논쟁점에는중요한부

분이누락되어있다. 총학생회가학생들에게다가갈수있는

역할을찾는것과학생들이총학생회의진정한구성원으로편

입되는것은전혀다른문제이다. 수십년전 학에학생회가

처음으로결성되었을무렵, 학생사회에는독재타도와사회변

혁에의공통된열망이자리잡고있었기에선도하는학생회와

지지하는학생의관계는조화를이룰수있었다. 그러나현재

학생사회에는공동체의문제에 해합의된의지가없다고해

도무방하며, 오히려목적성을잃은학생회가스스로의존립

기반을위해학생을필요로하는역설적인상황이벌어지고

있다. 그결과학생들은더이상자신과총학생회와의관계를

진지하게여기지않게되었다. 이제공통된의지를표상하지

못하는총학생회에게보내는학생들의메시지는‘이것좀해

주세요’류의단발적인요청혹은‘그런행동은마음에들지

않는다’식의개인적성향에따른평가에지나지않게되었다.

이는개인의의견이단순한푸념으로만남지않고공론화되어

공동체에반 될수있는체계적인수단이마련되어있지않

은탓이기도하나, 무엇보다도각자의삶속에오늘날학생회

로의소속을통해학생사회를얼마나바꿔나갈수있을지에

한확신이부재하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이책임을개개학생들이이른바‘정치’에무관심한탓으로

만돌릴수는없을것이다. 독재정권과같은역사적조건이학

생회의활성화를불러냈기에, 그러한상황이해체된지금학

생회의필요조건은학생회의가능성을믿는사람들의손으로

다시구성해내는수밖에없기때문이다. 그러한점에서 42

총학생회선거는총학생회스스로가무엇을잘할수있을지

한논쟁을지펴학생회가담지할수있는역할의범위를넓

혔다는점에서는긍정적이나, 역할의주체가될학생들이어

떻게다시공동체안으로돌아올수있을지에 해서는여전

히공백을남겨두었다고평가할수있다. 빈공간을채우는몫

은당선된 42 총학생회에게돌아갔다.

그러나주지하다시피 42 총학생회장단으로당선된 <젊은

고 , 깨어나다!>는이러한빈공간을채우는데에서뼈저린

실패를겪었다. ‘큰문제를해결하기위해의견을모으고행

동을통일하’고자했던 42 총학생회는그정치성에동의하

지못하는사람들을어떠한방식으로설득해낼지를고민하기

보다는여론조사를통해총학생회의행동이다수결의원칙에

입각해어긋나지않음만을강변하 다. 그결과학생들은행

동하는구성원으로서함께하는것이아니라저멀리앞서나간

총학생회의정당성을입증해주는원자와도같은존재가되고

말았다. 총학생회의행보를두고분열되는여론속에서, 작년

겨울 <젊은고 , 깨어나다!>를당선시켰던표심은주공약중

하나 던등록금인하투쟁을성사시킬실질적인힘으로연결

되지못하고 43 총학생회선거에서또다시‘표 1장’분의

역할만을맡게되었다.

2009 12 December 2524 고 문화高大文化

올해는참선거분위기가안나는것같아, 여기저기서수군

거림이들려왔다. 제43 고려 총학생회총학생회장단선

거는과연그러했다. 색색의점퍼를걸친‘텔레토비’선본원

들이캠퍼스이곳저곳을오갔지만선거기간동안그나마공

론화된것이라고는모바일투표실시여부를둘러싼공방과

몇몇후보들의자질을따지는루머성논란들뿐이었다. 합동유

세가연기되는등중선관위의연이은실책속에서위태롭게

지속되던선거운동은의외로투표율 57.3%라는결코적지않

은참여를낳았다. 하지만 2000년이래두번째로연장투표

없이절반의투표율을넘긴선거 다는의미를되새김질하기

에도민망하도록, 상 선본에 한비난과비난에 한비난

으로개표를기다렸던학생들은꼬박하룻밤을지새우고나서

야 강당앞으로투표함이옮겨지는것을바라볼수있었다.

사건은여기서끝나지않아법 신관과중앙광장, 공학관등

무려 6개소의투표함에서선관위의관리미숙으로천여장의

표가공중분해된후에야선거판도는그가닥을잡아가기시

작했다. 그런데이쯤되니문득궁금해진다. 왜 43 총학생

회선거는시끌시끌한사건들의연속이었음에도‘흥이나는’

느낌을가져다주지못한걸까?

매년겨울마다돌아오는선거철을두번이상겪은사람이

라면 42 총학생회선거와 43 총학생회선거의양상이달

랐음을느낌으로나마파악했을것이다. 물론케케묵은계보를

따져가며선본들을NL, PD, 비운동권등으로분류하는이른

바‘운동권 비운동권’의구도는그때나지금이나별반다

르지않고, 이러한이분법을해체시키는총학생회가되겠다는

선본들의홍보문구또한여전했다. 그러나이분법을해체하고

진정한‘학생회’를만들겠다며선본들이제시한전략은 1년

새성큼성큼뒷걸음질치고말았다. 뒷걸음질치다자리잡은

그곳에 <2010 소통시 >의당선이놓여있으며, 더이상성장

하지못하고멈춰버린, 오히려왜소해져가는학생사회의슬픈

상이있다.

반절의수확, 그러나

변화의흐름을되짚기위해작년겨울의 42 총학생회선

거를상기해보자. 지난 42 총학생회선거에출마한 <고 공

감 2009>선본과 <젊은고 , 깨어나다!>선본은학생들에게

각자의정치성을뚜렷이각인시키며그정치성속에서다양한

요구들을조화시킬능력이있음을어필하 다. 가령 <고 공

특집3

총학생회

지 |편집위원|[email protected]

43 총학생회선거는우리에게무엇이었는가

왜43 총학생회선거는시끌시끌한사건들의연속이었음에도‘흥이나는’느낌을

가져다주지못한걸까? 사진은11월30일에개최된합동공청회의풍경.

Page 14: 12월호 내지1~35

이로써 42 총학생회선거에서어렵사리펼쳐졌던‘총학생

회의전방위적포괄가능성’이사라진것은물론, 개개학생

들이총학생회에적극적소속감을가지게될가능성은깔끔하

게소멸하고말았다.

부족했던그무언가는어디에

시끄러운잡음이난무하는상황속에서도‘선거분위기’가

느껴지지않았던것은이렇듯선거에서오갈만한제 로된

논쟁거리가전무했기때문이아닐까? 물론 43 총학생회선

거의양상을판단함에있어 <2010 소통시 >의당선을전부

로파악하여결론지어서는안될것이다. ‘소통’이라는화두

를말함에있어타선본과가장차별화된공약을내세운선본

인 <Movin’Movin’>은무조건들어주며반 하겠다는식의

자세를경계하며총학생회의지향과학생의의견이어느부분

에서다른지드러내어합의∙토론을하겠다고말하 다.자치단체

들의43 총학생회선본평가자료집<야이빵꾸똥꾸야!> 참조가령 <Movin’Movin’>선본

이현재 학이상업화에물들어있다고판단하고서그를바꿔

나가야한다고주장한다면, 그것을‘선언’으로끝내지않고

학생들앞에적극적으로드러낸후토론을거쳐더구체적이

고동의할수있는방안을확립하겠다는것이다. 이는퇴행적

인‘소통’담론속에서학생회가어떠한정치적입장에서서

학생사회를바라볼것인지에 한고민을거쳤다는점에서소

중하다. 그것은단순히총학생회가학생들의요구를 리하지

않고, 함께하는공동체구성원으로서문제의식을공유해야한

다는차원으로까지사고의폭이넓혀져있기때문이다.

하지만정말로필요한것은학생들과의토론을통해총학생

회장단의의지를공론화하겠다는낙관적의지가아니라지금

왜개개학생들이총학생회로‘수렴’되어 학의상업화를해

결해야하는지를설득시킬수있는총체적기획이아닐까?

학속공동체의상, 사회속 학의상을그리는것은학생들

이원자화되지않고함께‘우리’의문제를해결해나가기위한

중요한출발이다. 하지만‘총학생회가이런행동을하는것은

좋다’와‘내가이런행동에참여해봐야겠다’는생각의차이

는하늘과땅사이의거리만큼이나멀다. <Movin’Movin’>

선본은자신들의정치적지향을밝히며학생들의활발한참여

를기 하고있지만, 선거기간동안막상개별학생들이어떻

게실질적으로학생사회의구성원이라는정체성을가질수있

을지에까지논의가가닿지는못했다. 즉, 총학생회와괴리되

지않은한명의주체로서살아간다는것이무엇을의미하는

지에 해서는아무런이야기가없었다. 학생이총학생회의

입장과행동에끄덕이거나도리질치는수동적존재로부터탈

피하기위해서는단순히‘토론의장’을열어나가겠다는의지

의표명만으로해결되지않을것이다. 낙관적의지의표명만

으로는 42 총학생회가남긴실책처럼, 총학생회의행보와

학생들의반응이조응하지않을경우결국총학생회는자신들

의정치성을입증해줄존재로서만학생들을찾게될지도모를

일이기때문이다. 진정한‘총학생회’로거듭나기위한해결책

을찾아가는길은아직갈길이멀어보인다.

그럼에도다시, 2010년을그리며

다시 학에학생회가처음으로생겨났던그때를되짚어

보자. 지금의학생회는과거와는다르게학생사회가어떠한

방향성을가지고나아가야하는가에 한구체적인상을갖지

못하고있다. 이에적어도 42 총학생회선거에서까지선본

들은‘이것도하고저것도하다보면언젠가는학생들이열심

히뛰는학생회에반응해주지않을까’하는기 로명맥을이

어왔다. 하지만 2009년, 제43 총학생회총학생회장단선거

에서는‘열심히하겠다’는식의낙관적전망마저그길을잃

은듯보인다. 목적성을잃은총학생회에이제지향은보이지

않고, 해달라는 로해주겠다는식의자세는역설적으로학

생들이총학생회의구성원으로서주체가될가능성을상실케

하 다. 이렇게되었을때, 앞서말한‘각자의삶속에서오늘

날학생회로의소속을통해학생사회를얼마나바꿔나갈수

있을지에 한확신’은어디에서찾아야하는걸까.

그에 한해답은이제개개학생들과더불어또다시학생

회의가능성을믿는사람들에게돌아가야할것이다. 지금우

리에게필요한것은‘열린토론의장’이아니다. ‘항시적으로

말할수있는창구’와‘항시적으로들을수있는자세’는더더

욱아니다. 요청되어야할것은열린토론의장이필요한이유

의확립이며학생들에게는어째서여전히자신의의견을담지

할주체로서의‘총학생회’가필요한가에 한확신어린전망

이다. 다소막연하고두렵더라도, 앞으로다가올 2010년은이

러한청사진의밑그림부터다시그리는해가되어야하지않

을까.

26 고 문화高大文化

퇴행하는담론, 소멸하는총학생회의가능성

이러한상황속에서 43 총학생회선거의판세를결정지

을조건은 42 총학생회선거때의그것과판이하게달라졌

다. ‘어떤선본이더많은역할을담당하고자하는가’로승부

수를던지는것은이미 42 총학생회선거를거치면서시효

를다했기때문이었다. 이제등록금인상은누구나‘결사반

’하는문제이며, 무료시사회라던가지역상권과연계한할

인카드를만드는일은더이상‘비운동권’만이전유하는강점

이못된다.물론계획의실질적인성사가능성여부는다른차원에서논의되어야할것이다올해선거

에서는 4개선본어느한곳도빼놓을것없이등록금문제를

전면에내세우며, 한편으로는학생식당과음료자판기의환경

을개선하겠다고장담했다. 모두가제안한정책과 안은모

두가말했다는점에서역설적으로선거기간동안별로중요한

고려요소가되지못했다.

여기서다만새로운것이있다면그것은바로‘소통’이라는

화두의등장이었다. 네선본들은지금시급히해결되어야할

것은총학생회와학생간소통할수있는통로의회복이라고

판단하여, 이에각자의입장을녹인정책들을내놓았다. <함

께, 멀리> 선본은전체학생 표자회의와중앙운 위원회의를

인터넷생중계함으로서 표자들의회의에학생들이더쉽게

접근하도록하는동시에콜센터운 으로총학생회와학생간

접촉빈도가높아지는것을꾀하 다. <Movin’Movin’> 선

본은‘선언하는총학생회가아닌논쟁하는총학생회’가될것

을말하며과반과동아리등에서총학생회의지향과학생들의

의견이맞부딪혀토론하는장을‘KU-Union Debate’라는이

름으로형성하겠다고밝혔다. <희망충전> 선본은유세기간동

안‘희망3000’프로젝트라는이름으로학생들을직접만나총

학생회에게바라는바를물어봄으로써‘발로뛰며소통하는

총학생회’가될것을다짐하 다. 마지막으로 <2010 소통시

> 선본은‘먼저말하기보다먼저듣는총학생회’를표방하

며개개학생들의의견이나요구사항을가장우선시하겠다는

공약을전면에내세웠다. 각선본마다상이한차이가있지만,

기술한공약들은학생들의목소리를소중히들을것을약속한

다는점에서공통점을지니고있다. 이렇듯올해네개선본들

은‘소통하는자세’를가지고‘학우들의목소리를귀담아듣

는것’이총학생회와학생의간극을해소할수있는근본적인

책이라고말하 다.

표면은상이하되본질은같아보이는‘전략’들이범람하는

가운데, 43 총학생회선거는‘소통하는자세’를가장반복

적으로주장한 <2010 소통시 >의당선으로귀결되었다. 하

지만총학생회의기본되는역할이전체학생들의의견을수렴

하여그것을하나의입장으로내세우는것이라면, ‘총학생회

와학생들간의유기적인소통’은총학생회의임무를동어반

복하는수준일정도로당연한말이다. 즉, ‘소통’의주창은이

미기본사항으로동의된것을구체적지향인양포장함으로써

오히려총학생회의존재에 한논의의수준을퇴행시키는데

일조했다고봄이타당하다. 42 총학생회의행보는단순히

논의없이일방적으로정책을실행했다는수준에서비판될것

이아니라, 선거를통해정당성을얻은정치성을추진함에있

어개개학생들이맡을수있는역할을축소시켰다는점에서

더세 하게분석되어야한다. 그러나올해선거에서 42 총

학생회가남긴실패와공백이과연무엇인가에 한네개선

본들의평가는‘소통의부재’라는단두마디로소급되었다.

그렇다면담론의퇴행이‘동어반복’을가장효과적으로수

행한 <2010 소통시 >의당선으로까지이어졌다는것은무엇

을의미하는가? 결과적으로이는개개학생들의삶속에학생

회가차지하는의미를약화시키는결과만을낳았다고할수

있다. ‘일단듣는자세’가총학생회의최우선기치가됨으로

써개개학생들은아쉬움을느낄때만총학생회에게 리를

요구하는것으로구성원의임무를다하면되고, 총학생회또

한학생들에게‘밉보일’짓만하지않으면그정체성에아무

런무리가없게될것이다. 그속에‘함께가는공동체로서어

떤학생사회를만들어나갈것인가’에 한고민은부재하다.

2009 12 December 27

43 총학생회선거에서새로운것이있다면그것은바로‘소통’이라는화두의등

장이었다. 사진은노벨광장에서진행된합동유세의풍경.

Page 15: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2928 고 문화高大文化

YES, WE CAN STOP THE WAR

지난11월18일, 오바마미 통령의당선이후첫방한이이루어졌다.

이명박 통령은한미FTA의‘긍정적인검토’를위해미국에큰선물을

하나준비했다. 그것은바로‘아프가니스탄재파병’이다.

미국은현재난항에빠져있다. 9.11테러에 한보복과중앙아시아에서

의이익확보를위해2001년부터계속되어온아프가니스탄(이하아프

간) 전쟁은장기화되면서, 그폭력의명분없음이드러나미국의발목을

잡고있다.

하지만미군의이라크철수를 선공약으로내세웠던오바마정부는

오히려이라크에서의장기주둔을계획하고있을뿐아니라, 취임직후

아프간으로의 규모증파를선언했다. 미국은아프간전쟁을‘제2의

베트남전쟁’으로끝내지않기위해동맹국들에파병을요청했다. 하

지만NATO회원국들조차명분도없고위험한전쟁에자국의병사를

파병하는것에주저하던차에, 이 통령은선뜻200~300명의한국

젊은이들을파병할것을약속한것이다.

전시상황에서미군측의민간인사살수가많아짐에

따라탈레반은아프간-파키스탄내의민간인들의넓은

지지를얻어가고있다. 아프간전쟁은점차‘민간인’과

‘적 세력’을구분할수없는게릴라전의양상을띠고

있고, 이는결국더많은민간인학살의가능성을내포

한다. 아프간국민들은더이상미국의야욕에의해희

생당하기를원치않는다. 현재미국의아프간침략은

아프간의‘항구적자유’를위한것이아니라그들의

‘항구적자유’를저지하기위한전쟁이다.

중간화보

정부의아프가니스탄재파병결정에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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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 12월호 내지1~35

30 고 문화高大文化

이 통령은이번아프간파견인원이지역재건팀(PRT)임을누차강조하고있다. 그러나PRT의임무에는경찰훈련등치안과관련한부

분이포

함돼있고자위권을행사할것을인정받는다. 사실상전투병파병과동일한것이다.

한국은이미중앙아시아에 한침략전쟁을수행중인미국의우방으로서아프간과이라크등지에파병을한

전적이있다. 그리고현재재파병논

의가수면으로떠오르고있는아프간지역은불과2년전다산부 에서의무공병으로복무중탈레반의자

살폭탄테러로인해故윤장호하사가사

망한곳이다. 그곳에파병된이들은언제나위험에노출되어있을수밖에없다. 파병된한국군의신변을위협할수있는아프

간재파병결정은국

가가국민의안위를포기한처사이다.

평화를위한파병이란존재할수있는가?

그것은애초에누가만든폐허 나?

현 판제국주의의포화속에서침탈 상이된이들은하루하루를공포와위협속에서살고있다.

사람이사람에게총을겨누는곳에는그어떠한‘명분’도존재할수없다.

우리는타인의목숨을위협하는, 그리고우리의목숨을위협하는전쟁이희생자를더하는일에동참하지않아야한다.

평화와자유를이야기하기위해서는

전쟁은지금, 끝나야한다.

32~33페이지사진출처

1.http://blogs.bet.com/news/newsyoushouldknow/tag/afghanistan/

2.http://www.stevemccurry.com

3.http://politicaljunkie-marie.blogspot.com/2009/11/president-obama-visits-south-korea.html

4.http://www.rnw.nl/id/node/40219

5.http://www.cato-at-liberty.org/2008/11/06/dea-in-afghanistan/

지원사진사진부

2009 12 December 31

Page 17: 12월호 내지1~35

32 고 문화高大文化

‘헌재놀이’

“ 리시험을쳐도결과는유효하다”, “술은마셨지만

음주운전은하지않았다”…헌법재판소의미디어법관

련권한쟁의심판판결이나온순간, 여론의반응은이

렇게나싸늘했다. 판결이나오자“절차는위법하나결

과는유효하다”라는수사가언론지면을장식하기시작

했다. 이에헌법재판소사무국장은“헌재는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한적이절 없다”고주장하면서, 언론의

보도를질타하기도했다. 유효하지않은데그렇다고무

효는아니란말인가? 이 에서는언뜻사리에맞지않

아보이는이번판결이어떻게해서이루어진것인지를알아보고, 헌법재판소의역할을어떤

것으로보아야할지를살펴보려한다. 무엇보다도, 이번판결에 한 응을어떻게해야할

것인가가중요한과제겠다.

헌법재판소의역할—권한쟁의심판을중심으로

헌법재판소는 87년만들어진제9차개정헌법에서도입되어 88년부터활동을시작한기관이

다. 독재가막끝난시점이었으므로, 기존의지나치게비 해져있었던 통령권한을축소하

고 신입법부와사법부를강화하려는흐름이있었다. 이과정에서국민기본권보장및권력

분립강화의일환으로헌법재판소가도입되었다.(1) 헌재는법률의위헌여부, 탄핵, 정당해산,

국가기관간권한쟁의, 나아가헌법소원까지를심판하는광범위한권한을갖는다. 이러한권한

들을통해민주주의를수호해야하는기관이면서도, 그구성방식에있어민주적원리를비껴

학 외

헌재놀이보다중요한게있다!—미디어법판결을둘러싼담론엿보기

세종│편집위원│[email protected]

(1) 물론제2공화국헌법에헌법재판소를설치한다는조항이있었으나, 박정희정권이들어서면서설치되지못한채사라졌다.

2009 12 December 33

나있다.(2) 이러한기원상의맹점은들쭉날쭉한판결로드러나왔다. 헌재는행정수도이전문

제에 해‘관습헌법’을도입하는등 단히적극적인모습을보이는가하면자이툰부 의이

라크파병안에 한헌법소원의경우에는청구인자격을좁게해석해곧바로각하하는등과

도하게소극적인모습을보인바도있다.

이번미디어법사건에서쟁점이된것은국회의원과국회의장간의권한쟁의(3) 다. 국회의

장이국회의원의심의및표결권을침해했음을가리고, 그렇게통과된법률의유효/무효여

부를판단해달라는것이다. 여기서문제가되는이른바‘날치기통과’는빈번하게헌법재판

의 상이되어왔다. 그가운데최초의심판 상은 90년 7월벌어진민자당의법률안날치기

통과사건이었다. 헌재는이를각하했는데, 국회의원을권한쟁의심판청구의기본권을가진자

로보지않았기때문이다(1995. 2. 23. 90헌라1, 유사판례: 91헌마231). 하지만 96년 12월

노동관계법날치기통과사건에 해서는전보다적극적으로개입하게된다. 개별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청구권을인정한것이다. 그러나거기까지 다. 헌재는청구인들의법률안심

의표결권이침해되었다는사실까지는인정했지만나머지쟁점에 해서는기각결정을내렸

다. 판결을통해기존정치질서를뒤집지않은것이다(1997. 7. 16. 96헌라2).

법률안수정안처리사건(2006. 2. 23. 2005헌라6), 사학법사건(2008. 4. 24. 2006헌라2)

에 한판결역시절차상잘못은있으나사안을뒤집기엔부족하다는마찬가지논리로이뤄

졌다. 노무현전 통령탄핵판결(2004. 5. 14. 2004헌나1) 역시노무현전 통령의잘못을

인정하면서도그것이탄핵의사유는되지못한다고하 다. 이는헌재의위상과역할로인해

피할수없는지점이다. 미국의법률가이자정치인인알렉산더해 턴이법원을표현한말처

럼“칼도지갑도없는”기관으로서, 헌재는그것의존재근거와집행력을외부에서찾을수밖

에없다. 그렇기때문에헌재는정치적갈등을가급적피하면서동시에자기정당성을확보하

는 역을마련하려하게된다. 따라서정치적판단에는 세를따르는소극적인역할을이전

에도해왔고, 지금도하고있다. 이러한맥락에서미디어법판결을바라보면, 그것이전혀새

롭지않은판결임을알수있다.

미디어법사건에 한헌재판결의논리

이를뒷받침하기위해헌법재판소의판결요지를살펴보자. 우선이번판결의 상은 2009

년 7월 22일개의된국회임시회제2차본회의에서신문법안, 방송법안의가결을선포한행위

다.(4) 그것이의사절차(제안취지및질의토론)에하자가있거나 리투표(무권투표)가있었

는가, 그래서청구인들의심의∙표결권을침해하 는가, 최종적으로는가결의선포행위가무

효인가를따지는것이었다.

(2) 헌법재판소재판관의임명권은 통령, 의회, 사법부에각각3인씩나눠진다. 여기서특히사법부, 즉 법원장이임명하는

헌재재판관의경우민주주의의핵심원리인 표와책임의고리에서이탈해있다는지적이가해질수있다.

(3) 미디어법통과과정에서는국회부의장이국회의장권한을 리하 다. 그러나이는직무를 리한것에불과하고법적책임

과권한을지닐수없으므로이번심판의 상은국회의장이되었다.

(4) 판결의 상에는금융지주회사법안과인터넷멀티미디어법안(IPTV)도포함되어있으나재판관전원이유사한판단을내려

따져볼만한쟁점이없기때문에이 에서는다루지않는다.

Page 18: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3534 고 문화高大文化

우선신문법안에 해, 헌재는제안취지가비록구두

로이루어지지않았으나컴퓨터를통해접근할수있었

다는이유로의사절차에하자가없다고판단했다. 하지

만질의및토론이제 로이루어지지못했기때문에

권한쟁의심판청구인들의질의토론권이침해되었음을

6 3으로인정하 고, 리투표등으로표결절차에헌

법적정당성이부족하고따라서청구인들의표결권이

침해되었음을 5 4로인정하 다. 그러나결론부에서,

권력분립과국회자율권존중을위해사후의조치는국

회의자율적의사결정에의하여해결할 역에속한다는이유로무효확인청구는기각되었다.

방송법안통과과정의경우, 우선의사절차에서는하자가없다는입장이 5명, 하자가있다는

입장이 4명이었다. 한편, 일사부재의(一事�再議) 원칙위반에 해서는 5명이이를인정하

고 4명이이를부인했다. 5명의입장은다음과같다. 국회의장의투표종료선언에의해전자

투표가종료되며, 투표의집계결과재적의원과반수에미달한경우국회의의사는부결로확

정된다는것이다. 왜냐하면그렇지않을경우재적인원에도달할때까지몇번이고재표결을

할수있다는결론에이르므로, 국회의사의단일화및회의의능률성과효율성을보장하기위

해일사부재의를규정한국회법제92조의입법취지와상반되기때문이다. 의사절차하자를

주장한재판관들과일사부재의원칙이침해되었음을주장한재판관들을합하면여섯명으로

방송법안통과과정역시국회의원들의심의∙표결권을침해했다는결론이내려졌다. 그럼에

도법안통과가무효하지는않다는판단이 9명중 7명이나되었다. 절차적흠결에도불구하고

사실상압도적표차로법안이통과되어가결을취소하거나무효로돌릴정도의하자는아니

며(또한여기서판결문 85~86페이지를참조하면, 일부재판관들(민형기, 목 준)은일사부

재의원칙이경직되게적용될경우오히려다수의횡포를합리화하는수단이될수있으며, 헌

법규정에서그근거를찾기어렵다는점에서헌법이보장하는의회민주주의의기본적이거나

필수적원칙이라보기어렵다고밝히고있다.), 앞서신문법안에 해내린판단처럼이사안

을국회에서해결되어야할문제로보았기때문이다.

헌재판결은미디어법의내용적인부분은전혀반 하지않고절차상의문제만을지적한것

이었다. 그리고헌재측은그절차상의문제를해결함에있어헌법재판소의적극적인결정자

체가또다른분쟁을야기할여지를피하려고했다고주장한다. 권한쟁의심판의성격상다른

길을가기는어려워보인다. 그것이목적하는바가단순히사법적정의의확립이아니라국가

기관사이의권한을재조정하는일이라는점에서헌재의결정은통념과는달리합리적이었다

고판단할수있다.

사법만능주의에 한우려

이러한헌재의결정에 해충분히의문을가질수있다. 판결문에도소수의견으로나마, ‘절

차상의위헌요소가집약된결과로서의법률을무효처리하지않으면, 헌재는헌재의역할을포

기하는것이다’라는요지의주장이명시되어있다. 그런데문제는이비판의‘여지’를절 화

하는여론의반응들이다. 헌법재판소와같이국민의선출과정을거치지않은기관이정치적

의제형성에적극적으로개입하는것은자칫당황스러운결과를낳을수있다. 행정수도이전

문제를놓고헌법재판소가‘관습헌법’운운하는정치적판결을내린사례가그좋은예다. 수

도이전에 해위헌결정을내리는논거로서당시소수의견의논지처럼국민투표권침해를들

수도있었을터이다. 그럼에도성문법국가에서굳이관습헌법이라는불문법적개념을도입

한것은, 헌재가스스로를입법기관화하려는시도로써헌재가어떤사안이헌법에합치하는

가를판단하는동시에헌법을제정하는기관이되는위험한결과를가져올수있다.

이번판결은따끔한교훈을준다. 미디어법은한나라당에의해통과되었으며, 한나라당을

선출한것은바로국민이라는점이다. 야당은여론조사결과를토 로미디어법을“국민 다

수가반 ”한다면서헌재가무효확인을내려줄것을원했으나, 이는 의기구의민주적정당

성에문제를제기하기에는다소명분이부족한, 소박한논거 다. 게다가헌재에따르면법률

을무효로할만한‘중 한’절차적하자역시없었다.

결국문제는시민사회가풀어나가야한다. 헌법재판소등의초월적결정에기 는일엔정

치과정의배제라는더큰문제를낳을가능성이존재한다. 민주주의국가에서정의의최종적

인담지자는국민이다. 국민의다수의지가사법적정의의밑바탕이된다고할때, 중요한것

은헌법재판소의판결이아니다. 헌재가자신의적극성을확 하려는시도를끊임없이해왔음

은사실이다. 하지만그것은소수자의권리를보호할명백한이유가있지않는한다수의의견

을인용하는쪽으로기능해왔으며, 현실정치의구도를해치지않는범주내에서작동하기위

해스스로를규제했다. 그러나이것이문제라고해서헌법재판소에현실정치를뛰어넘는독자

적판단을요구할수있을까? ‘법적정의’에만부합하는방향으로강제적으로문제를해결하

려는시도는, 그러한‘정의’가정치적으로결정되어야할사안까지침범할때에는‘제왕적사

법부’의등장으로귀결될수있다. 로버트달과최장집의말처럼, 정치과정은전문가주의, 즉

후견주의를통해정당화될수없다. 그런이유에서합리성의기준에서든효율성의기준에서든

인민다수의결정보다더우월한것은현실정치에서존재할수없다.(5)그이상의초월적질서

를세우려는시도는반 급부의억압혹은현질서를유지하는보수적인법적용으로작용할

가능성이농후하다.

헌법재판소는일반적으로소극적인역할을도모하며또한그래야하는경우가더많다. 적

극성을띠는경우는오히려예외다. 이런상황에서당장정치적구도가가진후진성을봉합혹

은극복하는일을헌법재판의역할에떠넘기고일희일비하는것은정치발전에하등도움이되

지않는다.(6)현재미디어법기각판결을둘러싸고횡행하는담론은, 사법적결정을정치과정전

반에확 하는의도치않은결과를일으키는쪽으로흘러가고있다는점에서, 보다차가운판

단이필요하다.

(5) 최장집, 「서문」, 『미국헌법과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p. 26~27

(6) 김욱, 『그순간 한민국이바뀌었다 - 헌법재판소의주요판결이야기』, 개마고원, pp. 29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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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3736 고 문화高大文化

만 화 | 이 기 량 | http://blog.naver.com/pen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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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3938 고 문화高大文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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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아옌데가표방한‘제2의이행모델’은실현가능성이

낮은변종이었다. 그러나아옌데는칠레에서의실험을민주

주의전통에바탕을둔마르크스주의의창조적인변용으로

여겼다. 19세기말이래칠레는의회중심체제가비교적안

정적으로유지되고여러정당들의활동이보장되며, 중의

선거참여비율이높은민주주의의모범사례로꼽혀왔기때

문이다.

아옌데의초기경제정책은 1959년쿠바혁명이후카스

트로의정책과유사했다. 먼저물가를동결하고임금인상을

추진하면서짧은기간동안소득재분배를모색하는한편임

금인상이인플레이션으로증발해버리지않도록가격통제

를실시했다. 〈인민연합〉정부는경제전반을사회적소유

(국유화) 부문, 사적부문, 혼합부문으로나누어각각별도

의계획을수립하고, 교육, 의료∙건강, 주택부문에서필요

한지출을늘리며공공사업과주택공급을확 했다. 특히

국가소유지분이자본금의 80%를넘는사회적소유부문의

확 는〈인민연합〉정부가심혈을기울인핵심사안이었다.

〈인민연합〉정부는법률제안권을활용해당시칠레수출의

80%를차지하던구리산업을비롯해석탄, 철강, 민간은행,

섬유등주요분야의국유화를추진했다. 국제전신전화(ITT)

나포드같은미국계기업역시국유화의 상이되었다. 또

한〈인민연합〉정부는앞서기독교민주당정부시절에제정

된토지개혁법을 1972년말까지 80ha가넘는모든관개(灌

漑) 농지에일률적으로적용함으로써농업인구의 2%에불

과한 토지소유자들의지배체제를약화시키고자했다.

미국의개입과군부쿠데타, 아옌데실험의좌절

국유화정책의추진으로〈인민연합〉정부는국내기업뿐

만아니라미국과도갈등을초래했다. 반 파의파업투쟁과

미국의보이지않는봉쇄탓에경제사정이차츰악화되었고

결국〈인민연합〉정부는국제전신전화와미국중앙정보국

(CIA)의조직적인지원에힘입어 1973년 9월 11일칠레군

흔히 20세기라틴아메리카의 3 혁명이라고하면앞

서소개한멕시코혁명, 쿠바혁명과더불어 1979년니

카라과혁명을손꼽는다. 세혁명은모두게릴라무장투

쟁의승리 다는공통점을지닌다. 라틴아메리카혁명

시리즈의마지막편에서는니카라과혁명 신최근의

흐름과도관련이깊은또다른유형의혁명을소개하고

자한다.

살바도르아옌데와사회주의로향하는칠레의길

‘미국의뒷마당’에서발발한쿠바혁명이무장투쟁의

본보기를제공했다면, 쿠바혁명의열렬한지지자 던

칠레의사회주의자살바도르아옌데(Salvador Allende

Gossens, 1908-1973)는이른바‘선거혁명’의 변자

다. 1970년아옌데의집권은선거를통한좌파정부의

탄생이라는제3세계에서보기드문사례 다. 하지만동

시에‘부르주아민주주의’라는제도적틀속에서정권을

유지하면서사회주의의실현을모색하는것이선거의승

부가일으킨쿠데타로붕괴되었다. 아옌데는 통령집

무실에십자포화를퍼부은쿠데타세력에맞섰지만역시

사망하고말았다. 당시미국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에따르면, 아옌데는“라틴아

메리카의모든지도자가운데 (미국정부에게) 가장적

적인인물”로서“공공연한카스트로의지지자이며반

미주의자”고“그의국내정책은칠레의자유와인권을

위협”했다.(1)최근공개된자료에따르면, 적어도 1971년

말부터미국의리처드닉슨 통령과브라질의군부독재

자에 리오메디치는아옌데축출에관해논의했다. 닉

슨은자금이나다른형태의지원을시사하면서“또다른

아옌데나카스트로가등장하지못하도록가능한한라틴

아메리카국가들이라틴아메리카의좌파정부를전복시

키는데”앞장설것을요청했다.(2)

쿠데타로집권한아우구스토피노체트(1915-2006) 장

군은미국의경제적지원을받아‘신자유주의정책’을

펼치면서아옌데정부가추진한정책을철저히뒤엎었

다. 더욱이피노체트의독재는 3천건이넘는인권침해

사례를양산함으로써아옌데가존중한민주적헌법질서

와제도적틀을크게훼손시켰다. 결국아옌데의‘비정

통적’도전과라틴아메리카초유의실험은오래전서유

럽의사회민주주의세력이겪은논란을재연시켰다. ‘부

르주아민주주의’사회의법적질서를존중하는합법성

의원칙과사회주의체제를실현하려는혁명세력의신

념이양립할수있을까? 기존의국가기구를파괴하지

않은채그속에서권력을장악하고반발세력을효과적

으로통제할수있을까? 합법성의존중과선거참여는

“계급투쟁의포기”이며결과적으로자본주의체제를강

화시키는개량주의일뿐인가?(3)

아옌데의비극은카스트로와는달리의회민주주의가

작동하는나라라는상황, 특히반 파가의회를장악하

고있는상황에서이미시작되었는지도모른다. 아옌데

리보다얼마나어려운일인지를여실히보여주었다.

1952, 1958, 1964년세차례 통령선거에출마해낙선

의고배를마신아옌데는결국‘ 권 4수생’으로서 1970년

9월박빙의삼파전끝에어렵사리보수파와중도우파후보

를제쳤다. 당시아옌데를단일후보로내세운〈인민연합

(Unidad Popular)〉은사회당, 공산당, 급진당을비롯해여

섯개의조직을포함한선거연합체 다. 아옌데는 1970년

11월 5일취임연설에서“마침내더이상경제적착취와사

회적불평등과정치적억압이없는날이왔다”고선언하면

서“칠레는〈인민연합〉의강령에적시한 로민주주의와다

원주의, 그리고자유를통해사회주의로이르는길”을걷게

될것이라고예고했다. 그는사회주의로의평화로운이행을

위해생산수단의사회화뿐만아니라합법성과제도적발전,

정치적자유와폭력의예방을준수해야할원칙으로제시했

다. 피억압계급의이해관계를 변하는새로운국가체제가

부르주아적사회질서를 체한뒤에야비로소사회주의로

의이행이가능할것이라고생각한‘정통마르크스주의자’

(1) Henry Kissinger, 『Years of Renewal』, New York: Simon & Schuster, 1999, p. 753.

(2) ‘닉슨, 브라질정상과아옌데축출논의’, 연합뉴스2009년8월18일기사.

(3)졸고, 「칠레의고독한‘구원자’살바도르아옌데」, 박상철외, 『꿈은소멸하지않는다: 스파르타쿠스에서아옌데까지다시보는세계의혁명가들』, 한겨레출판, 2007,

p. 456.

라틴아메리카의역사는주류사학의배타적민족주의와유럽중심주의로인해그동안한국사회에잘알려지지않은측면이있다. 잘알려지지않은만큼

이나한국사회에서라틴아메리카는혁명의유토피아혹은디스토피아의상징적장소로서한쪽면만부각되어, 왜곡된편견또한동시에받아왔다. 미화

되지도폄하되지도않은, 그래서온전히그자체로숨쉬는라틴아메리카를알기위해서는서양제국주의의침탈이후그어느 륙보다도민중들이치

열한저항을펼쳐졌던근 라틴아메리카혁명의흐름을살펴보아야한다. 2009년2학기역사연재에서는멕시코, 쿠바, 칠레-베네수엘라의혁명사를

연 기적순으로다루며, 현재를살아가는우리가라틴아메리카근 사에서진정으로알아야할것은무엇인지알아보려한다.

연 재 | 역 사

박구병|아주 사학과교수|[email protected]

2009 12 December 4140 고 문화高大文化

아옌데에서차베스까지아옌데에서차베스까지라틴아메리카의또다른혁명

Page 22: 12월호 내지1~35

(Verónica Michelle Bachelet), 그리고권좌에서물러난지

17년만인 2007년 1월 통령직에복귀한니카라과의다니

엘오르테가(José Daniel Ortega Saavedra)도 21세기라틴

아메리카의‘좌파바람’을이어갔다. 특히다니엘오르테가

는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의최고지도자로서 1979

년부터 1990년까지혁명정권을이끌다가미국의지원을받

은우파후보에게 려퇴진한뒤에는야당지도자로변모했

으며두차례낙선끝에 2006년 11월선거에서승리해다시

권좌에오른불굴의투사 다.

이런라틴아메리카의연쇄적인‘좌향좌’현상은 1990년

중반만해도상상하기어려운장면이었다. 당시멕시코와

브라질을비롯한라틴아메리카의여러나라에서는이른바

중도파기술관료정부가출현해‘민주주의와시장’을기치

로신자유주의적세계화를추진하면서얼마간성과를거두

는듯보 기때문이다. 빌클린턴미국 통령의초 로

1994년 12월마이애미에모인라틴아메리카의지도자들은

2005년까지아메리카전체를포괄하는자유무역지 를설

립하는데합의하기까지했다. 따라서남북아메리카 륙전

체에전례없는수렴분위기가연출되는것처럼보 다. 그

러나그림은 10년만에크게바뀌었다. 차베스를필두로곳

곳에서집권한좌파성향의지도자들은한때‘만병통치약’

으로떠받들린바있는신자유주의노선의폐기나 폭수정

을주도하며라틴아메리카를‘좌파바람’의진원지로탈바

꿈시켰다.

물론현재라틴아메리카의좌파세력가운데에는과거강

경좌파로부터출현한개혁적좌파뿐만아니라민족주의성

향이강한‘좌파포퓰리스트(populist)’도섞여있다. 이들

사이에는미국과의경제협력이나자유무역협정을바라보는

시각차이가존재하지만, 부분교육, 빈곤퇴치를위한부

의공평분배, 의료혜택, 주거문제해결과같은사회정책

을강조하며정부의효율성보다는민주주의적원칙과사회

정의를우선시하는경향을보인다. 그렇다면 21세기라틴아

메리카정치에서좌파가득세한까닭은무엇일까? 이는무

엇보다민선정부의신자유주의정책이경제의안정적∙

지속적성장을달성하겠다는공언과는달리저조한성적

을거둔것에 해 중의불만이집적된결과라고볼수

있다. 또한 1990년 에경제개혁이어느정도성과를

거두었다고하더라도여전히빈곤, 부와권력, 기회의집

중에따른극심한불평등탓에좌파의정치적호소가통

할가능성이컸다. 그리고소련의붕괴이후, 미국이라

틴아메리카의어떤중도좌파정부를과거에그랬듯이

‘소련의발판’이라고비난하기어려워진국제환경의변

화와관련이클것이다.

차베스의통치(Chavismo): ‘21세기볼리바르혁명’

현재라틴아메리카의좌파지도자가운데단연세인의

주목을끄는흥미로운인물은베네수엘라의우고차베스

일것이다. 1999년 2월 통령에취임한뒤차베스는 19

세기초남아메리카의‘해방자(el libertador)’로추앙받

은시몬볼리바르(Simón Bolívar)의계승자임을자처했

다. 그는 1999년헌법개정을통해국가의정식명칭을

베네수엘라볼리바르공화국(República Bolivariana de

Venezuela)으로바꾸었을뿐아니라정치경제적주권

확립, 중의정치참여, 경제적자족, 석유(주지하듯이

베네수엘라는일일생산량이나매장량기준으로볼때,

세계 5위 내에 드는 산유국으로서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원국이기도하다) 수입의공평한분배, 부패

척결을표방한‘볼리바르혁명’을주도했다. 또한차베

스는볼리바르가염원한남아메리카통합과미국견제의

기치를전유(專有)해반세계화(4)와반미의선봉장으로

거듭났다. 차베스는‘제국주의’, ‘세계평화의파괴자’

같은표현으로미국을강력하게비난했고결국실패로

끝난 2002년 4월반 파의쿠데타를미국이배후에서지

원했다는의혹을제기하기도했다.

차베스는국내외지지세력에게는‘사회주의해방자’

나‘미국에맞서는데두려워하지않는인본주의적지도

의방식에회의를품은이들에게칠레의사례는‘비폭

력’원칙에매몰된‘개혁파’의한계를드러낸반면교사

다. 이들은변혁운동세력이경제정책에서지속적인

진전을이루고기득권층의정치적∙군사적저항을좌절

시키기위해서는무엇보다국가권력의확실한장악이

선행되어야한다고주장했다.

비록아옌데의염원은외부세력의방해공작과군부

의비합법적인도전에무너졌지만세월이흐른뒤적잖

은열매를맺었다. 피노체트의오랜독재탓에제도와정

책의차원에서아옌데가남긴유산의흔적을찾기란쉽

지않지만, ‘희생자’아옌데에 한기억은이미 1980년

칠레에서일종의 중신화로재구성되었다. 그리고

2000년 6월민주화이행이개막된지 10년만에산티아

고의 통령집무실뒤편헌법광장에는“나는칠레가가

야할길, 칠레의미래를확신하노라”는 귀와함께아

옌데의동상이세워졌다.

아옌데의재탄생:

21세기라틴아메리카의좌파집권도미노

아옌데의죽음에큰충격을받은열일곱살의사관학

교생도우고차베스(Hugo Chávez Frias)는줄곧좌파

운동에관심을보이다가 25년뒤아옌데의방식을좇아

베네수엘라의 통령에당선되었다. 차베스는 1998년

통령에선출된뒤현재까지삼선(三選)에성공했으며

브라질에서는 2003년〈노동자당(PT)〉의루이스이냐시

오룰라다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가 통령

에선출된뒤연임가도를달리고있다. 같은해아르헨

티나에서는국제통화기금의정책을비판하며외채상환

계획의재조정을주장한〈정의당〉(일명페론당)의중도

좌파네스토르키르츠네르(Nestor Carlos Kirchner)가

집권했고, 2005년 12월에는〈사회주의운동당〉의원주민

출신에보모랄레스(Juan Evo Morales Ayma)가 54%에

이르는지지를획득해볼리비아 통령에당선되었다.

이밖에 2005년 3월우루과이역사상최초로중도좌파로

서 통령에취임한타바레바스케스(Tabaré Vásquez)

나 2006년 3월 4년임기의 통령에취임함으로써칠레역

사상최초의여성 통령이된〈사회당〉의미첼레바첼레트

2009 12 December 4342 고 문화高大文化

(4) 반(反)세계화운동은1994년국제통화기금(IMF)과세계은행(World Bank)의창설50주년기념식을계기로에스파냐마드리드에서시위를벌 을때부터점차언론매

체의주목을끌기시작했다. 더욱이1997년가을동남아시아의일부국가에서시작되어한국까지확산된외환과금융위기는자본거래의세계화와‘무분별한’금융자

유화의소산이었기때문에반세계화운동가들의목소리는1999년시애틀과2000년워싱턴DC에서더욱커졌다.

살바도르아옌데의동상

Page 23: 12월호 내지1~35

은‘21세기형신사회주의’로이해되기도한다. 예컨 차베

스는 2005년 5월 1일노동절기념식에서베네수엘라가“21

세기사회주의로나아가야한다”고선언한뒤기간산업과은

행의국유화조치를추진했으며 2007년 1월 10일새로운임

기 6년을시작하면서사회주의로의이행을공식화하고연임

제한철폐를골자로하는개헌의추진을공표했다. 더욱이

2007년 5월 1일이후에는외국계석유회사와베네수엘라의

주요텔레콤회사인 CANTV(1991년에민 화됨)를국유화

상에올렸으며노동자들의최저임금을라틴아메리카최고

수준으로인상했다. 차베스는두차례로연임을제한(최

삼선가능)한원래헌법규정을없애고중앙은행의자율성

을제한하며국가의수용(收用)권을강화하는등새로운헌

법개정안에 해 2007년 12월국민투표를실시했으나 51%

의반 로부결되었다. 하지만차베스는결국 2009년 2월에

연임제한규정을삭제하는국민투표에서승리를거두었

다.

한편차베스가표방하는‘볼리바르혁명’에는반제국

주의와반세계화를바탕으로한라틴아메리카통합의전

망이담겨있었다. 이를위해쿠바를비롯한카리브해

국가들에게원유를저렴하게수출하는전략을채택했다.

또한차베스가 2004년에설립을주도한아메리카민중

을위한볼리바르 안(ALBA)은현재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에콰도르, 온두라스등 6개국이참

여한지역연 로서미국의헤게모니를견제하는 안적

연합의가능성을지니고있다.(8)아울러차베스는 2007년

2월남아메리카은행(Banco del Sur)의창설을주도했

는데, 이은행이적절하게기능한다면국제통화기금의

안으로서해외투기자본으로부터약소국을보호하는

등낙후된라틴아메리카금융시장의안정에기여하고각

종인프라건설사업지원, 에너지개발, 산업발전에우

선적으로자금을투입하게될것이다.(9)

평가유보

아옌데를계승한것처럼보이는차베스의실험은현재

진행형이다. 차베스는약 1천만달러를투자해 2005년

10월말카라카스에본부를둔 24시간뉴스방송국텔레

수르(TeleSUR)를개국함으로써CNN에맞서는‘남아메

리카의알자지라’의시동을걸었다. 이것이차베스를위

한선전도구에머물게될지또는 안적방송망을형성

하는초석이될지는좀더지켜볼일이다.(10)다만차베스

자신이진행하는라디오프로그램‘안녕하세요, 통령

님(Alo Presidente)’의사례에서볼수있듯이권위주의

적요소의존재가제도적민주주의의약화를가져올수

있다는점에유의해야할것이다. 최근에는친(親)차베

스성향의노동조합내에서정부의통제강화가노동조

자’, 반 파로부터는‘권위주의적선동가’, ‘독재자’로

크게엇갈리는평가를받을만큼뜨거운논란의 상이

되었다. 특히미국의조지W. 부시정부는차베스를민

주적절차와과정에무관심하며권력에굶주린인물로

묘사했다. 이에 해차베스는 2006년 9월국제연합

(UN) 총회에서조지W. 부시의연설이있은다음날연

단에올라“악마가어제바로이곳에왔기때문에아직

도유황냄새가가시지않았다”고조롱한바있다. 이는

마치그가 2005년아르헨티나에서열린아메리카 륙

정상회담에서부시를공개적으로비난하고삽을들어보

이면서“미국이제안한아메리카자유무역지 (FTAA)를

땅에묻으러왔다”고선포한다소해학적인장면과겹쳐

보인다.

어쨌든차베스의집권은부패의만연과경제악화에

한 중의반발에서비롯되었다. 이는또한 1958년부

터비교적안정적으로이어져온(1989년‘카라카스의저

항[Caracazo]’으로크게흔들리긴했지만) 양당체제(5)

의종말을의미하는사건이었다. 1992년 2월당시특수

부 중령이었던 차베스는〈볼리바르 혁명운동

200(MBR-200)〉이라는조직을중심으로‘푼토피호’체

제에 항하는군부의쿠데타를주도했으나실패한뒤 2년

동안복역한바있었다. 석방후차베스는옛동료들을규합

해제5공화국운동(MVR)을창설하고개혁적좌파인사와

시민운동가들을수용하면서원래지녔던민족주의적∙애국

주의적색채를누그러뜨렸다.(6) 이런견지에서볼때차베스

의집권은군부를배경으로한강력한민족주의, 개혁적사

회주의, 저발전과양극화에 한반발이어우러진독특한

사건이었다.

차베스는초기부터사회개혁의실행에적극적이었는데,

베네수엘라의빈곤관련통계를연구한학자들에따르면

2006년에석유수입을재원으로이루어진사회적투자는

133억달러에이르 다. 차베스는 2002년쿠데타의불발이

후다양한‘미시온(misión)’(7)을전개하면서 중에게복지

혜택을부여하는동시에정치사회적활동에 한참여의폭

을넓혀왔다. 여러미시온들은 2001년 12월에출범한이웃

공동체조직‘볼리바르서클’들을 체했다. 예컨 2003년

4월 가장 먼저 시작된 미시온 바리오 아덴트로(Misión

Barrio Adentro)는가난한지역에의료혜택을제공하기위

해쿠바의사들을파견하는프로그램이었다. 차베스는쿠바

와의전략적동맹을통해쿠바의의사뿐만아니라교사와기

간요원등약 2만여명이베네수엘라에서활동하게했다.

베네수엘라의노동자들은이미시온을통해처음으로의료

혜택을받게되었다. 또 2003년 7월실시된미시온로빈슨

은문자독해능력의향상을도모했고 2004년 1월시작된메

르칼(Mercal)은저가에식량을판매하는프로그램이었다.

2004년 3월에 중경제부(MINEP)가주관하기시작한미시

온‘전환(Vuelvan Caras: 얼굴을돌려라)’은 중이자발

적으로협동조합을결성하도록유도하고그들이생산관계를

실제로바꿈으로써실업이나배제에맞설수있도록돕는프

로그램이었다.

차베스의공식적인담화에근거해그의정치경제적지향

2009 12 December 4544 고 문화高大文化

(5) 베네수엘라에서는1948년군부쿠데타가발생해집권정당인〈민주주의행동(AD)〉가불법화되고노동운동에 한탄압이가속되는등개혁노선이크게후퇴했다.

1958년군부세력이물러난뒤다시집권한〈민주주의행동〉의로물로베탕쿠르트(Romulo Betancourt)는예전과는달리〈베네수엘라기독사회당(COPEI)〉과‘푼토피

호(Punto Fijo)’협정을맺어사실상선거없이양당이번갈아집권하고타협하면서좌파세력을배제하는보수 연합체제를구축했다.

(6) 김은중,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에 한새로운문제설정과국가기능의재편」, 『라틴아메리카연구』Vol. 22, No. 2, 2009, p. 159.

(7) 임무(mission)라는뜻의스페인어 - 편집자주

(8) 베네수엘라정부가제공하는차베스의일 기가운데특히수상목록에주목한다면차베스가1999년10월16일한국의경희 학교(당시총장조정원)로부터명예

정치학박사학위를받은사실을확인할수있다. 이는차베스가수여받은첫번째명예박사학위인듯하다. 과연어떤까닭에차베스에게한국의한 학이명예박사학위

를수여했을까? 10년뒤정치적관점에따라선 웅또는반(反) 웅으로평가가뚜렷이갈려치열한논란의 상으로성장하게될차베스의될성부름을일찍이간파한

것일까? 자못궁금해진다.

(9)김 길, 『남미를말하다』, 프레시안북, 2009, p. 317.

(10) 2002년보수파가벌인쿠데타와‘3일천하’를승인한바있는라디오카라카스TV(RCTV)에 해차베스는2007년5월말방송권갱신을거부했다.

한자리에모인라틴아메리카의정상들. 왼쪽부터니카라과의다니엘오르테

가, 베네수엘라의우고차베스, 볼리비아의에보모랄레스

차베스의정치경제적지향은‘21세기형신사회주의’로이해

되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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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4746 고 문화高大文化

합의자율성을침해하는것에 해분란이발생하기도

했다.

또베네수엘라가주도하는볼리바르 안(ALBA)은

남아메리카공동시장(MERCOSUR 또는MERCOSUL)에

속해있는브라질과아르헨티나의지역내위상이나기

존국제관계의지배적규범과갈등을야기할가능성도

적지않다. 앞서언급한여러미시온과같은사회복지

개혁은냉정하게평가한다면실상지속불가능한과업일

수있다. 검증된공공서비스체계나공무원들의역량강

화없이베네수엘라를석유수입, 특히원유생산량감축

에서비롯된고수익이라는일종의횡재에의존해현 적

인복지국가로변모시키려는시도는위험성이클수있

기때문이다.

한편베네수엘라에서범람하고있는반미수사, 반자본주

의구호, 신사회주의선언자체에매료될필요는없을듯하

다. 겉으로드러난현상때문인지최근한국내일부진보

세력의베네수엘라순례가심심찮게이루어졌고베네수엘

라에편중된라틴아메리카좌파정치담론이재생산되기도

했다. 과연이들의주장 로베네수엘라는실제“무장투쟁

보다단호한선거혁명”이나“끊임없이선거하는혁명”을

이루어냈는가? 최소한현재진행형이라고볼수있는가?(11)

차베스의일관된반미수사에도불구하고베네수엘라석유

산업에 한최 해외투자자는미국이며베네수엘라산

석유의최 수입국또한미국이라는점은역설이라고해야

할까?(12) 이렇듯구호와실제사이의간극에주목한어떤연

구자에따르면, 베네수엘라의실험은자본주의시장경제,

자원민족주의, 그리고포퓰리즘의거 한혼합이다. 그렇

다면‘21세기신사회주의’는외화내빈의가능성을내포한

다. 차베스의최근발언은그가처음 통령선거에뛰어든

1998년에정리한구상, 즉“가능한만큼의시장과필요한

만큼의 국가(tanto mercado como sea posible, tanto

Estado como sea necesario)”(13)보다호소력이커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오랫동안‘악마의배설물’로서베네수엘라산

업구조전반의왜곡을초래해온석유가차베스에게막 한

재원뿐만아니라인플레이션이라는골칫거리를선사해주었

다는점을지적할수있다. 현재베네수엘라에서는국내총생

산의상승률뿐만아니라소비자물가의증가도만만찮다. 해

마다최소 10%에서최 20%(2007년 3월당시 18.5%)에

이르는물가상승률은빈곤층에게가장큰피해를입힌다. 필

수품에 한가격통제는물자부족을야기하고석유와가스

부분을제외한내수산업의경쟁력이떨어지면서수입도증

가한다. 또물자부족은높은범죄율의원인으로거론될수

있다. 차베스가집권한뒤에도마약거래세력의발호탓에

수도카라카스는‘세계제1의살인도시’가되었다. 공식통

계만으로연간살인건수가 10만명당 130명에달하면서인

구 320만명의카라카스는예전부터악명높은콜롬비아의

보고타, 남아프리카공화국의케이프타운, 미국의뉴올리언

스를제치고오명을넘겨받게되었다. 범죄의증가와치안

악화는사회개혁정책의효과가낮다는것을반증하는표지

이기에차베스정부에게큰걸림돌이된다.

연재를마치며

이제까지세차례에걸쳐 1980년 초이래신자유주의

세계화의진원지가된라틴아메리카의 20세기를혁명이란

창을통해들여다보았다. 라틴아메리카는 16세기초이래낯

선침입자유럽인들에의해일방적인발견 상이자명명

상처럼여겨졌다. 그에상응해원주민들의흔적은희미해졌

고, 어떤언론인의표현을빌면라틴아메리카는‘수탈된

지’가되었다. 달리말해라틴아메리카의역사는유럽

세계가어떻게확 되었는지의예증이라고할만하다.

20세기초까지는분명히그런측면이강하다. 그러나 20

세기초과두지배체제에저항하는각지의 중이본격

적으로부상하면서원주민담론이등장하는등예전에

비해훨씬더복잡한정체성을지니게되었다.

한국사회에서여전히위세를떨치고있는신자유주의

세계화의구호는한마디로‘TINA,’즉‘ 안은없다

(There is no alternative)’이다. 과연그럴까? 이곳저곳

을찬찬히살펴보면세상이어찌하나의논리에따라움

직인다고강변할수있을까? 현실적인성공의방식이있

고강력한지배세력이존재한다는것을부정하려는게

아니라누구나그런식으로살아가는일은부자연스럽고

불가능한일임을지적하고싶을뿐이다. ‘ 안은없으니

오직이길을따르라’는최강자의목소리만살아있는듯

보이는사회는파시스트사회와다를바없다. 지금한국

의상황도크게다르지않은듯싶다. 불법과부정을저질

러도‘먹고살게해주는능력’이있으면별문제없다고

여기며바람직한삶의가능성을외면하는동안우리는

사람다움을잃고말았다.

이제우리는 TINA가강제하는획일적논리와가치에

서벗어나고자더힘을기울여야한다. 새로운미래를꿈

꾸고상상을현실로옮기기위해땀을쏟아야한다. 그

길에서TATA를만날수있지않을까기 해본다. TATA

는 안부재를설파하는 TINA와는매우 조적인인물

(14)이다. There are thousands of alternatives. 우리앞에

는단하나가아니라여러갈래의길이있으며그길마다

회복해야할소중한꿈이새겨져있다는점을잊지말아

야할것이다. 이것이 20세기라틴아메리카의혁명이우

리에게주는교훈이아닐까. 농민혁명, 민주주의혁명,

사회주의혁명또는다른어떤이름을붙이든그것은비

록오류가있었을지라도더인간다운삶, 존재가 접받

는삶에 한염원이었다.(11)김병권외, 『베네수엘라, 혁명의역사를다시쓰다』, 시 의창, 2007, p. 387.

(12) Michael Shifter, “In Search of Hugo Chavez,”Foreign Affairs, Vol. 85, No. 3, 2006, pp. 56-57.

(13)김은중,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에 한새로운문제설정과국가기능의재편」, pp. 159-160. (14) TINA는 국의전수상마거릿 처의별명이기도하다 - 편집자주

다만차베스자신이진행하는라디오프로그램‘안녕하세요, 통령님(Alo Presidente)’의사례에서볼수있듯이권위주의적요소의존재가제도적민주주의의약화를

가져올수있다는점에유의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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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49

는것만을강간으로정의한다. 성기외에이물질을삽입하거

나, 여성의질이아닌곳에삽입하는것, 남성신체에삽입하

는것은추행으로분류되고약한처벌이따른다. 다른나라

법에서강간이‘사람의신체에 한삽입’으로정의되고있

는추세(1)와는한참다르다. 남성성기의삽입만을강간으로

규정하는현제도는남성중심적인시각에서‘여성의순결을

잃게한행위’를처벌하겠다는사고를넘어서지못하고있다.

최근위헌결정이난혼인빙자간음죄도‘음행의상습없는

부녀’에게혼인약속을통해간음한경우를처벌하는법이

다. 비슷한폭력이발생해도그피해자가음행의상습없이

정조를유지하고있던여성인지아닌지, 즉법이보호해줄만

한피해자인지아닌지를따지는과정이더중요한셈이다.

이법의존치론자들은카사노바에의해쉽게피해를입는여

성들의취약성을말하며‘음행의상습없는부녀’조항을강

조함으로써, 사실상여성은성적으로무지할것이며이런음

전한여성이라면‘결혼약속’에쉽게낚이는매우수동적인

존재라는시나리오를확산해왔다. 이법은‘순결한여성’을

보호하기위해존재해왔는데, 이법으로고소하는여성은이

제‘순결을상실한여성’으로규정될것이기때문에사실상

처벌사례는거의없고사문화되어왔다는것은분명아이러

니이다.

성폭력사건이법적수사를받고재판을치르는과정중에

도, 이러한‘피해자보호’를위한사전‘피해자분류’는일

상다반사로벌어진다. 수사담당자는피해자가어떤옷을입

고있었는지, 밤늦게까지그자리에있었다는것은곧성관

계를기 했다는뜻은아닌지, 가해자와사건이후에도연락

을취하지않았는지를물으며그녀가‘꽃뱀’인지‘피해자’

인지를점친다. 여성이물리적인힘도, 관계에서의협상력

도, 성에 한주체성도없는무기력한존재일수록법의보

호를더많이받을수있도록하는이러한잣 는역으로여

성이성폭력 상으로더좋은표적이되는길을열어주게

된다.

가부장적성규범의이중성

정조, 그것도여성의정조가이토록절 적인보호의

상이되는이유는가문과혈통을중시하는우리사회의

가부장적인문화가성에 한윤리와규범을만들고있

기때문이다. 예컨 우리나라는간통죄를형사처벌하고

있는국가이다. 개개인의결정권을침해한폭력적인성

에 해서만형사적 책을가동하는것이아니라, 자유

로운의사에의했다하더라도‘결혼밖의성’이라면국

가가나서서처벌한다. 최근간통죄위헌논쟁이다시벌

어졌지만, 결혼의신성성을지키기위해국가가형사처

벌권을발동하는것은결혼제도라는공익과전통적인가

치를지키기위한기본권제한에해당되며, 형벌과잉이

아니라는주장이여전히다수 다.

그러나가부장적성규범이개인의인권문제와부딪혔

을때, 인권은‘가정의유지’라는명분아래철저히희생,

복속된다. 결혼후가정을이루고있는여성들이겪는폭

력의문제를보자. 결혼과가족의의미를훼손하고당사

자에게상처를남기는극심한가정폭력문제에는반복되

는고통끝에용기를내서신고한다해도조정과기소유

예가남발된다. ‘어쨌든가족은지켜라’는주문은결국

올해반성폭력운동계에가장큰뉴스를꼽으라고하

면조○○어린이성폭력사건이아닐까한다. KBS ‘시

사기획쌈’이지난 9월말전자발찌시행 1년을맞아아

동성폭력에 한보도를한후, 사례로보도된조○○사

건에 한여론은유례없이거세게형성되었다. 법원

판결결과를바꾸자는온라인서명이있었고, 해외에서

도촛불시위가열렸다.

정부와정치권, 언론도그어느때보다성폭력에드높

은관심을쏟아냈다. 발의된법개정안만 10개에달하고,

성폭력범죄자에 한화학적거세법안도재조명되었

다. 10월발표된국무총리실아동여성보호 책단의보

도자료에따르면전자발찌기한이늘어나고, 아동성범죄

자에 한양형기준도상향될예정이라고한다. 이에법

무부는최근아동성범죄자의처벌수준을 30년부터종신

형에이르기까지상향하겠다고밝혔다.

그러나이런철통같은처벌기준이설정되면우리는

성폭력이왜문제인지더깊이있게말할수있게될까? 더

많은자유와평등, 인권감수성을누릴수있게될까? 아동

성폭력에 한사회적인분노가형성된만큼이나어린이의

지위와발언권, 성적존재로서의권리에 해서도주목하게

될까? 성폭력이누구의시각에서왜저항해야할일인지생

각해보지않은채만들어지는성폭력처벌규정은오히려성

적약자들의권리를제한하고공포와통제를강화함으로써

성적차별과폭력의고리를재생산하기도한다.

여성의정조를통제하겠다는법

원래우리나라형법은성폭력을‘정조에관한죄’라불

다. 여성의성적순결과정조를유린한남성을국가가처벌

하겠다는의지의표현인것이다. 형법은 97년개정을통해

32장의이름을‘강간과추행에관한죄’로바꾸었지만, 정조

권을지키겠다는법의시각은지금까지그 로남아있다.

우선현재법에서는‘여성의질’에‘남성성기’를삽입하

48 고 문화高大文化

일반적으로‘인권’은현 사회에서당연하게지켜져야할규범으로인식되고있다. 하지만현재한국사회에서인권이라는단어는다양한개인간의권

력관계를고려하지않은채단순히행동을제약받지않을자유로해석되거나, 논의의폭이당사자의입장을고려하지않은채제3자의위치에서설정되

기도한다. 이에2009년하반기, 고 문화에서는페미니즘의시각에서다시금인권의지반을확장해보고자한다. 여성의경험자체에서나오는목소리

는우리가미처알지못했던새로운‘인간의권리’를깨달을수있도록도와줄것이다. 지난두편의연재에서는그늘에가리어져있던성노동자들, 이중

적인민족주의의시각속에서표류하는제3세계여성들에 해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개인적인문제로치부되던성폭력문제를페미니즘의프리

즘을통해다시만나보자.

연 재 | 여 성

철통같은처벌기준이설정되면우리는성폭력이왜문제인지더깊이있게

말할수있게될까?

(1) 독일형법은‘성행위(sexuelle Handlung)’를성폭력의기본적인행위개념으로설정하면서‘성교또는신체삽입과연관된유사성교행위’에 하여가중처벌하는규

정체계를두고있다. 독일형법제177조제2항은신체삽입뿐만아니라피해자를 ‘특별히굴욕적으로취급하는것’도유사성교행위로규정하고있다. 프랑스형법은강

간을‘사람에 한성적삽입행위’로규정하고있으며(제222-23조), 미국의주법도 체로‘sexual intercourse’를구강성교와항문성교를포함하는개념으로사용하고

있고, 뉴저지주형법의‘sexual penetration’은독일의신체삽입행위와거의같다.

가부장적피해자보호주의를넘어차별없는성적자기결정권보장이필요하다

가부장적피해자보호주의를넘어차별없는성적자기결정권보장이필요하다

김민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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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다. 얼마전미국에서누드사진이돌게된것을안어

느 10 가자살했다는뉴스는어떤가.

성관계경험이많거나무지하거나, 성폭력피해를겪었거

나한번도겪지않았거나, 섹시한몸이거나성적어필을못

하거나, 이성애자거나레즈비언이거나-어떤경우에도아

슬아슬한줄타기를피해갈수없다면? 차별과배제의시선

을조건부로안고, 보호받거나폭력의 상의되거나한끝

차이속에살아가야한다면?

성적자유와선택권이성별에따라차별적으로구성되어

있고, 결코인권의 역으로보장되어있지못한사회에서

개개인여성들이감당해야하는협상과싸움, 아슬아슬한줄

타기는일상적인스트레스와취약함을낳는다. 성적인존재

로서의자신과통합되기위하여, 관계를맺고안전하게살아

나가는것은기본적으로보장되어야할인권의 역이다. 성

폭력피해자가‘고통’을느끼는핵심적인원인은신체적이

고물리적인 1차적성폭력이기보다는, 성적 (피해) 경험에

한편견과배제의시선이기때문이다.

차별없는성적자기결정권을요청하며

여성과성적약자의‘성적자기결정권’은너무오래된주

장이라사실지루하고식상하기까지하다. ‘이미보장되어

있는것이아닌가?’라고당연한듯반문하는사람도있을것

이다. 그러나성인여성과어린이피해자로보호의 상을

이분해위계화하고, 아는사람에의한일상의성폭력이 70%

이상을차지한다는그동안의보고를고려하지않고가해자

를‘정신이상자’와‘성욕과잉자’로전제하는퇴행을보면서

우려가커진다. 아직도고소율이 10%가되지않는, 피해자

에 한비난과의심이횡행하는환경에서극소수의가해자

를분리하여전자발찌와징역을극 화하는것이 책이될

수있을까? 어린시절의성폭력경험이평생씻을수없는

후유증을남긴다고선전하고공포를조장하는사회에서약

자들의무력감, 취약성은다른힘, 정당한자기언어를얻어

갈수있을까?

최근정부는저출산 책으로낙태를줄이겠다는내용을

발표했다. 보건복지가족부와일부산부인과의사모임은불

법낙태를색출하고단속하겠다는계획을내놓고있다. 안전

하게섹스할수있는환경, 피임에 해잘알고주도적

으로실천할수있는힘이만들어진다면낙태하라고해

도하고싶어하는이는아마없을것이다. 한쪽에서위태

로운자유를부추기고한편에서는차별과비난을작동시

키는사회, 필요할때출산을강요하고, 필요할때낙태

를묵인하는사회. 이안에서우리들은무슨희망과즐거

움으로출산캠페인 열에합류할수있을까?

성폭력이줄어들어야하는이유는그것이우리의인

격, 건강, 평화, 관계, 평등을위협하기때문이다. 여성들

의권리를더힘있게, 더넓게증진시키지못하는방식

의 책은성폭력에 한예방은물론이고, 경감도기

할수없다. “성폭력예방, 피해자보호”라는구호가차

별과배제에도전하지못하고있다면, 이제“차별없는

성적자기결정권을보장하라”는요구로다시시작하면어

떨까.

폭력을묵인하고지속시키고, 가정폭력의가해자들은

‘가장의역할’때문에폭행을하노라고말한다. 또한‘가

장정상적인성’으로분류되는부부관계에서오히려합

법화된폭력과강간이발생하는데도불구하고이를명시

적으로금지, 처벌가능케하자는주장에 해서는매우

극렬한반 가펼쳐진다. 부부는성적성실의무가있고,

혼인과동시에개인의성적결정권을서로에게복속한

것이기에그것을폭력이라일컬을수없다. 폭력이라인

정하면모든가정이깨진다는주장이다.

일상화된성적차별, 폭력을경험하는성인여성들이

이러한법의‘정조권’잣 와싸우는동안, 아동성폭력

에 한법적수위는단호히높아지고있다. 여기에는

‘성적으로무지한(해야하는) 여아의몸이성폭력을통

해성적인몸이되었다는것’을용납하거나감당하지못

하는인식이깔려있기도하다. 만약조○○사건에서폭

력의 상이가해자의부인이었거나성판매여성이었더

라도수십만명의사람들이서명운동을통해도왔을까?

혹은여성성기가유실되었다는, ‘여자’로서의기능을

할수없게되었다는보도내용없이신체적폭행만이알

려졌다면이토록분노와공감을얻을수있었을까? 아동

성폭력에 한광적인분노와성인여성에 해‘꽃뱀’

의심이동시에펼쳐지는곳에는여성정조를통제하려는

음모가숨어있다. 여성의, 여자아이의정조를우리가지

키자는사명감, 이러한사명감이내세우는‘보호법’은

상징적인 책일뿐실효성여부는고려되지않는다. ‘전

자발찌기한연장’과‘화학적거세’가 안인양이야기

되지만, 정작‘애얘기를뭘믿고!’라며되려부라리는

성인가해자의발뺌에고소율과기소율은거의없다시피

하다. 어린이의발언권과권리의식을높이기위한 책

같은것은왜발표되지않을까.

여성의성적경험에 한차별

여전히사회가‘정조’를통제하고있다는이야기가당

신에게케케묵은이야기라고느껴진다면, 다행스러운일

이기도하다. 그러나법의잣 는어쩔수없이사회적

인식수준을반 하고있다. 가부장적성적규범을위해

법은의심, 비난과보호라는이중잣 를양극화시켜놓았지

만, 법의이러한‘조건부보호’가가능한것은여성에 한

성적통제, 감시가일상적으로작동되고있기때문이다. 성폭

력피해를겪고난피해자들은수사재판에서느끼는편견과

차별을일상에서도빼곡히경험한다.

‘요즘여자들의성’을생각해보자. 여성의성적선택권과

자유가과거에비해크게달라진것은분명하다. 10 여성

의성경험비율, 임신비율, 여 생의성관계경험, 동거현

황이꾸준히연구되거나언론에서다뤄지는것을보면얼마

나‘성적자유’가이뤄졌는지놀라기도한다. 학가나도심

유흥가에서밤새향락을즐기는여성들이얼마나많은지, 결

혼이나출산의무 신에자유로운독신생활을선택하는여

성들이얼마나많아지고있는지도흔한뉴스거리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가 화, 드라마에도등장하고성적지

향, 성정체성은개인선택이지그게 수냐는세련된인식이

늘어가고있는것같다.

그러나여성에게‘성적자유’는진정존재하는것일까? 성

인여성이데이트관계에서자유로운성인으로서섹스나동

거제의에자발적으로응하라고제안받아선택하지만, 다른

상 가좋아졌다고하면‘동 상을유포하겠다’‘부모나직

장에알리겠다’는협박이따르는데, 이것은실제로사회적

인위력을발휘한다. 10 여성의성은또래남자들의제의

에서, 혹은성인남성들과의원조교제나성매매시장에서자

유를보장받는듯하지만, 10 여성의성적욕구나안전한

선택을위한정보는공식적인성교육에서도전혀가시화되

어있지않다. 10 청소년들의집단성폭력사건에서가해

자들은‘얼마나성적으로왕성했으면’이라는부모, 수사담

당자, 학교관계자, 주변인의여론에힘입지만, 상 청소녀

의경우혐오와차별적인시선에집요하게놓인다.

여성의성적경험이드러났을때, 주장될때, 혹은규범에

도전할때어떤일이발생하는지는연예계의몇가지사건을

살펴봐도알수있다. 섹시아이콘으로유명세를누리며무

와스크린을자유롭게누비는듯했던여가수, 여배우는사

생활동 상이유포되었을때스스로를처벌하듯브라운관

을떠났다. 간통죄로고소되었던모여배우, 자신의성경험

을책으로펴냈던또다른여배우는여론의싸늘한외면에

2009 12 December 5150 고 문화高大文化

피해자에 한비난과의심이횡행하는환경에서극소수의가해자를분리하

여전자발찌와징역을극 화하는것은 책이될수없다.

Page 27: 12월호 내지1~35

돌이켜보면 2008년촛불항쟁은예상하지못한열정과

희망을불러일으켰지만, 다소간설레는마음으로맞이했

던 2009년은지난촛불항쟁이마치한낱꿈이었다는듯

이고요하게저물어가고있다. 많은사람들이기 했을

법한‘촛불시즌2’는역량이턱없이부족했고, 쌍용차노

동자들의 77일에걸친전투적인공장점거는무참히진

압되었으며, 아직도용산참사는정부의전술적인냉 와

무시속에서어떤돌파구도찾지못한채고단한좌절의

시간을견디고있다. ‘촛불-용산-쌍용차’라는계열화

는사회운동을위한어떤유의미한정세를만들어내는

데실패한것처럼보인다. 이는또한주체적인측면에서

는‘ 중들-도시빈민-공장노동자’라는계열화의 (적어도

단기적인) 실패를지시하는것이기도하다.

사회운동의한계

생산관계의주체-위치를강조하는사회구성체론에따르면

공장노동자는여전히핵심적인주체이다. 그리고사실현정

세에서가장강력한운동세력은민주노총을중심으로하는

조직된 기업남성노동자들임을부인할수없다. 그러나쌍

용차노동자들의투쟁은‘고독한섬’이되었다. 심지어사회

적파급효과를발휘하기는커녕민주노총산하에있는다른

사업장의조직노동자들과조차도적절히연 하지못하는나

2008년의촛불집회는한국정치지형의새로운국면으로등장하 다. 환히타오른촛불이바꾸어낸것은무엇인가? 찬양과패배감이공론장을스치고

난자리에질문이남는다. 현국면에서변화를요구하는주체가탄생할가능성은존재하는가? 그리고그가능성은어떻게환기될수있겠는가? 이번정

치철학연재에서는정치적주체의역사와전망을짚어보려한다. 지난9월호에서는한국전쟁이후사회운동의주체담론을개괄하고, 기존의주체담론

들에어떤한계가있는지검토하 다. 10월호에서는저항주체에관한현 정치철학개념들을개괄해보았다. 이번마지막연재에서는최근의정세와

사회운동을돌아보며그개념들의유효성과한계를정리해보고, 새로운정치의조건과가능성을진단하려한다.

연 재 | 정 치 철 학

김정한| 안지식연구회연구위원|[email protected]

쁜방향으로흘러갔다. 이것을단지연 정신의부족때문

이었다는도덕적비판으로해결할수없다는점은분명하다.

세계적인경제위기의폭풍속에서공장노동자들은더욱더

자기기업의생존질서에예속되어가고, 노동자들간의연

(통일)보다살아남기위한경쟁(분열)을향해몰려가고

있다.(1)

도시빈민과 세상인은사회구성체론에서핵심주체는아

니다. 공장노동자라는주력군의중요한동맹세력이기는하

지만, 기본적으로쁘띠부르주아적인성향을갖고있기에강

력한반체제적역량을갖추지못한것으로취급된다. 반면에

헤게모니이론에따르면도시빈민과 세상인은자신의특

수한입장을사회적보편성으로구성하는헤게모니적실천

을통해핵심주체로부상할가능성을갖고있다. 그러나수

십년동안‘부동산신화’에사로잡혀있는사회에서도시재

개발비판과기초생존권보장이라는담론은보편성을구축

하기에역부족이었다. 그것은그저‘그들’의특수한문제로

여겨졌을뿐, ‘우리’의보편적인문제로받아들여지지않았

다. 쌍용차노동자들의투쟁도마찬가지 다. 정리해고반

와고용안정은‘우리’의보편적인문제 겠지만, 쌍용차노

동자들의점거파업은‘우리’가아니라‘그들’의고용안정을

위한싸움이라고여겨졌을뿐이다.

사회운동의구조적무력화

넓게보면생산관계의주체-위치도, 헤게모니적실천도그

에적합한저항주체를형성하지못하는현상황은전반적인

사회운동의약화를드러내는징후이다. 이는지배세력이압

도적인힘의우위에있기때문이아니라, 기존의사회운동이

자신의효과를발휘할수있었던사회구조가붕괴되고있기

때문임을함의한다.

사회질서의진보적변화를위해노력하는다양한사회운

동들은개혁적이든변혁적이든해당사회에내재하는구조

적폭력을완화내지제거하려는전망을설정하고, 이를위

한담론과전략∙전술을개발하면서교육하고실천하는활

동을전개한다. 어떤사회운동이등장하는초기에는그것이

급진적일수록지배세력과격렬한충돌을일으키고심지

어지배질서를궁지에몰아넣기도하지만, 이과정에서

사회운동은점차사회적으로제도화된다. 이는사회운동

의‘성과’이면서동시에지배세력이사회운동을체제내

부로‘포섭’하는이중적결과이다.

예를들어노동운동이그렇다. 초기자본주의의형성

시기에자본의초과착취에 항하는노동자들의파업은

2009 12 December 5352 고 문화高大文化

중운동이후의사회운동김정한| 안지식연구회연구위원|[email protected]

중운동이후의사회운동

(1)랑시에르가말하는‘몫이없는자들의민주주의’에서누락되어있는것이연 에 한고민이다. 랑시에르는몫이없는자들사이에어떻게연 가형성될수있는

지에 해서는거의언급하지않는다.

수십년동안‘부동산신화’에사로잡혀있는사회에서도시재개발비판과

기초생존권보장이라는담론은보편성을구축하기에역부족이었다. 그것은

그저‘그들’의특수한문제로여겨졌을뿐, ‘우리’의보편적인문제로받아들

여지지않았다.

Page 28: 12월호 내지1~35

체제인것이다.

그리고이와같은‘포섭’에서‘배제’로의이행은사회구

조만이아니라구조적폭력에맞서구조를개혁하거나변혁

하려는사회운동도무력화시킨다. 국가의폭력성을제어하

기위해민주주의에호소하거나, 자본의초과착취에 항하

여자유와평등을요구하거나, 상징적폭력을완화시키기위

해차이에 한존중을요청하는기존의사회운동들은구조

외부의폭력이범람하는가운데자신의목표와전략∙전술

을급격히상실할수밖에없다. 사회구조와구조적폭력이

작동하지않는상황에서는구조내부에서전개할수있는일

체의정치도불가능해지기때문이다. 차라리구조외부의폭

력에 항하여과거와같은국가와자본의‘정상적인’활동

을위해싸워야하는것이아닌가하는수동적이고방어적인

발상이더욱설득력을얻게되는형국이다. 예컨 의민주

주의조차작동하지않는상황에서 의민주주의를변혁하기

보다는차라리 의민주주의라도제 로해야한다는논리

에힘이실리게마련이고, 자본주의적생산관계에서착취조

차당하지못하는상황에서는‘쓰레기가되는삶’(3)을살아

가는것보다차라리착취라도당할수있었으면하는바람이

확산될가능성이높다. 이른바‘정상적인’국가와‘정상적

인’자본주의가오히려낫다는식이다. 이런경향은아마도

‘경제위기의세계화’와더불어더욱강화될것이다.

중운동의회귀

이렇게‘배제’가일반화되고기존의사회운동이무력해지

는정세에서회귀하고있는것이바로 중운동이다. 물론

일반적인용법에서사회운동과 중운동은잘구별되지않

는다. 개 중운동은사회운동의한유형으로분류되기때

문이다. 하지만이는그동안분과학문에서 중운동이독자

적인정치현상으로다뤄지지못했음을의미하는것이기도

불법폭력이자폭동에가까운것으로취급되었지만, 국

가와노동간의 결에서노동이‘승리’한이후에는파

업이노동자의법적권리로승인되고노동조합을통한

일상적인노동력보호활동도가능해졌다. 하지만이런

제도화는노동자들의파업과노동조합활동에법적∙절

차적제한규정을도입하여그‘급진성’을희석시키는

과정이기도하다. 물론오늘날한국에서처럼법적문서

상의허용과현실적탄압사이의괴리가비상식적인부

조리를만들어내는상황이부지기수로일어나기는하지

만말이다.

이렇게기존의사회질서에도전하는사회운동이등장

한후일정한‘승리’와‘성과’에힘입어제도화되거나사

회적 향력을획득하는전성기를지나고나면, 이번에

는동일한제도화의효과로인해사회운동이애초의급

진적활력을상실하고체제내화하거나또다른기득권

세력으로전환되는경우가발생하고, 이는사회운동의

전반적인쇠퇴를동반한다. 이런전체과정을사회운동

의하나의순환이라고지칭할수있다. 월러스틴은서구

의사회운동에서나타난이런순환의연 기를‘1848년

혁명(초기)-1917년혁명(전성기)-1968년혁명(쇠퇴

기)’이라고구분하면서, 1968년혁명은기존의사회운

동이 1989년현실사회주의의몰락으로종언하고새로

운사회운동의개시를알리는예행연습이라고평가한바

있다. 아마한국의경우에는‘1980년광주항쟁(초기)-

1987년 6월항쟁(전성기)-1991년 5월투쟁(쇠퇴기)’

이라는작은순환의연 기를그려볼수도있겠다.

그러나최근사회운동의약화는단순히제도화의효과

때문만이아니다. 물론제도화된민주노총의내부비리

와부패, 비정규직노동자들을배제하는조합원이기주

의를무시할수는없으며, 김 중의국민정부와노무현

의참여정부시기에정부와유착관계를맺어온시민운동

의한계를간과할수는없지만, 여기에는보다구조적인

전환이존재한다.

어떤사회운동이구조적폭력에 항하는것이라면,

그것은구조적폭력이제 로작동하는한에서효과적이다.

역설적으로들릴수있겠지만, 구조적폭력이‘정상적으로’

기능하지못한다면그에 항하는사회운동도자신이의도

하는효과를‘정상적으로’획득하기어렵다. 그리고바로이

것이오늘날기존의사회운동들이보여주는전반적인약화

와퇴조의근저에자리한다. 어쩌면작금의정세를한마디

로요약하자면, 구조적폭력의일정한작동불능과그에따

른사회운동의무력화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

구조적폭력의 표적인세가지형태는근 국가가독점

하는합법적폭력, 자본주의적초과착취, 상징적동일성

(identity)의구성에서나타나는상징적폭력이다.(2) 근 국

가는개인과집단의사적폭력을통제하고외세의침입을방

어하여주민들의안전을책임지지만, 정치권력에 항하는

이들에 해서는법의이름으로공적인폭력을행사한다. 자

본주의는봉건적인경제외적강제를폐지하고자유롭고평

등한상품교환의담당자로서시민들을형성하지만, 생산관

계에서노동력을초과착취하는다양한전략들을동원함으로

써노동자들의생존을끊임없는위험에노출시킨다. 상징적

폭력은개인을민족으로호명하거나사회의정상적인규범

과규칙을개인에게습득시키는과정에서나타나는데, 이는

성별, 종교, 연령, 직업등과관련하여자유롭고다양한개인

성들을억압하거나규율화한다.

하지만오늘날의정세는이와같은구조적폭력이적절히

작동하지못하는상황을빚어내고있다. 요컨 금융자본이

주도하는신자유주의적세계화가구조외부의폭력을추가

하고있기때문이다. 이제수많은인구들은국가의치안과

행정에서방치되거나시민권이없는이주민으로떠돌고있

고, 물질적생산이아니라금융투기에몰두하는자본에의해

생산관계외부로배제되어착취조차당하지못하는잉여인

간으로전락하고있으며, 상징적동일성의해체는적합한사

적∙공적윤리가무너진병리적주체들을양산하고있다. 말

하자면과거에는구조내부로‘포섭’하여구조적폭력을통

해구조를재생산하는체제 다면, 지금은구조외부로‘배

제’하는구조외부적폭력으로구조자체가와해되고있는

2009 12 December 5554 고 문화高大文化

(2)보다자세한설명은김정한(2008) 참조. (http://esaram.org/2008/webbs/view.php?board=esaram_8&id=174&page=1)

(3)참고할만한책으로서지그문트바우만의『쓰레기가되는삶들』이있다. 이전의빅브라더가사회통합과정렬∙포섭을강조했다면, 오늘날의빅브라더는전방위적

감시체계를통해‘쓰레기’를배제하고쫓아내는데열중하며, 따라서인간에게매사∙매일이 ‘도전’이된다는내용을담고있다. - 편집자주

단기간에폭발적으로분출했다가금세소멸하는 중운동은사회운동못지않게, 또는그보다훨씬더거 한파괴력으로사회전체를강타하는힘을갖고있다.

Page 29: 12월호 내지1~35

주체가먼저등장하고그다음에사회운동의새로운순환이

시작되는것이아니라, 중운동-사회운동의계열화를새

롭게구축하려는다양한실험과실천속에서새로운저항주

체는장기적으로, 어쩌면부지불식간에등장하게될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현정세는촛불이라는 중운동에내

재되어있는새로운저항의잠재성을어떻게해독할것인지

가여전히가시적이지않다는지평의한계에갇혀있다. 이

시점에서우리에게요구되는것은하나의윤리이다. 이

를바디우를따라‘사건에 한충실성’이라고이름붙

여볼수있겠다.(Badiou 2001, 84)사건이란우연적이고예측불

가능하며나타났다가곧바로사라지지만, 기존의상징

질서에이질적인것이며다른것을도래시키는것이다.

따라서사건은기존의상징질서에구멍을만들어내고,

기존의상징질서에서는존재하지않거나가시적이지않

았던새로운존재양식과가능성을드러낸다. 그러나사

건은금세사라져버리기때문에, 사건이나타나는진리

의순간은객관적으로오래지속될수는없다. 이때문에

사건에 한충실성이하나의윤리로서필요해진다. 사

건에 한충실성이란사건에내재해있는원리, 그사건

이짧은순간에드러낸새로운가능성을타협하지않고

충실하게지속적으로탐구해나가는주체적과정을가리

킨다. 주체는결코과정에앞서존재하지않으며, 사건에

한충실성을일관적으로견지해나가는과정에서구성

되는것이다. 촛불이라는사건은한낱꿈처럼사라졌지

만, 촛불-사건에 한충실성을통해그것이열어낸새

로운정치의잠재성을해독하고이를새로운삶의양식

으로구성해나가려는주체적태도가새로운사회운동과

새로운저항주체를도래하도록할것이다.

하다.(4) 중운동은우발적인사건을통해수많은익명의

사람들이거리로쏟아져나와자발적이고비조직적으로

예측과통제가불가능한 규모투쟁을전개한다는특징

을갖고있다. 이는특정한이해관계에기초해동원된사

람들이비교적장기적인목적을갖고조직적이고체계적

으로얼마간정형화된실천을전개하는사회운동과 비

된다. 그러나단기간에폭발적으로분출했다가금세소

멸하는 중운동은사회운동못지않게, 또는그보다훨

씬더거 한파괴력으로사회전체를강타하는힘(역량,

puissance)을갖고있다.

이런 중들의힘에일찍이주목한것은 중운동에

공포를느낀보수적담론이었고, 이들의분석개념은‘군

중’(crowd)이었다. 이에따르면, 비이성적이고충동적

이며어리석은군중은사회질서를무모하게파괴할뿐

이다. 그러나혁명적담론에서는동일한 상을‘ 중

(들)’(mass 또는masses)이라는개념으로지칭하면서,

때로는 (로자처럼) 급진적자발성을옹호하고때로는

(레닌처럼) 자발성의한계를비판하곤했다. 이것이최

근프랑스철학계에서스피노자연구의부흥과더불어

새롭게조명되기시작했고, ‘ 중들’에해당하는 17세기

스피노자시 의용어인‘물티튜도’(라틴어multitudo;

어multitude)도복권되었다. 이를네그리가주도하는

자율주의(Autonomia)에서새로운해방적정치주체로

서‘다중’이라고부른다는것은잘알려져있다. 이를테

면‘물티튜도’를번역하는가장부정적이고경멸적인의

미를담은용어가‘군중’이라면, 가장긍정적인찬양의

의미를담은용어가‘다중’인셈이다. 그러나‘물티튜도’

는늘수동적이면서도능동적이고, 보수적이면서도급진

적인양면성을핵심적인특징으로갖고있기때문에, 예

컨 발리바르처럼복수형으로서‘ 중들’(masses)이라

고번역하는것이가장타당할것이다.

이와같은 중들- 중운동의회귀는, 구조외부의폭력

으로인해사회구조가붕괴하고사회운동이무력해진정세

에서그것이자신들의주장과요구를상연할수있는거의

유일한형식이기때문일것이다. 이는오늘날내기에걸려

있는것이사회자체의재구성이며, 이로부터구조외부적

폭력에의해배제된 중들을 (재)포섭하지못한다면인류

역사가극단적파국을향해나아갈수도있음을함의한다.

그러나 중들은결코자율주의에서얘기하듯이하나의주

체(다중)가아니며, 그들이만들어갈역사의방향은낙관적

이기는커녕아직은예측할수조차없다.

새로운사회운동의순환을위해

이에세이의제목을‘ 중운동이후의사회운동’이라고

붙인까닭이여기에있다. 2008년촛불항쟁이 중운동의

회귀를보여줬다면, 용산-쌍용차는구조적으로무력해진

사회운동의징후를드러냈기때문이다. ‘ 중운동(촛불)-

사회운동(용산, 쌍용차)’의계열화는 (적어도아직은) 서로

어긋나있다. 이런어긋남을극복하기위해필요한것은물

론사회운동의재구성이다. 중운동이제기한의제와열망

을담아낼수있는새로운형식의조직, 사상, 항이데올로

기등을실험하는사회운동의새로운순환을준비해야한다.

또한다소막연했을지라도, 중운동(촛불)이현실정치, 현

실민주주의에 한실망과새로운정치, 새로운민주주의에

한열망을보여주었다면, 그것은구조적폭력과구조외부

적폭력에동시에 항하는데초점이맞춰져야한다.(5)

알튀세르는계급이먼저존재하고그다음에계급투쟁이

일어나는것이아니라, 계급투쟁과정에서계급이형성되는

것이라고말했다. 맑스또한프롤레타리아트는먼저계급이

아니라 중이며, 다양한단계를경과하면서계급으로형성

되어간다고말한바있다.(Marx 1991. 408-409)오늘날의정세에서새

로운저항주체의형성도마찬가지일것이다. 새로운저항

2009 12 December 5756 고 문화高大文化

(4)이를분석하는가장근접한분과학문이집합행동(collective behavior) 이론이다. 그러나다양한집합행동론의문제틀은개인들이집합행동에참여하게되는조건을

해명하는데있기때문에, 중운동자체를분석하기보다는집합행동을전개하는개인들의심리적조건이나동원가능한자원의보유여부등에초점이맞춰진다. 이

는 중들을개인들로‘분해’해서이해하려는어긋난이론적접근이다.

(5)발리바르가제시하는‘반폭력의정치’가여기에하나의길을보여줄수있다. 그는구조적폭력만이아니라구조를넘어서는극단적폭력을제거하려는‘반폭력의

정치’가현정세에서시급히요청되며, 이를위해서는폭력적갈등을제어하는시민인륜(civilité, 시민권과공적∙사적윤리를함의하는합성어)을구성해야한다고주

장한다(Balibar 1995, 2007).

참고문헌

김정한. 2008. “폭력의구조.”『세상을두드리는사람』9∙10월호.

Badiou, Alan. 2001. 이종 옮김. 『윤리학』. 동문선.

Balibar, Etienne. 1995. “반폭력과인권의정치.”윤소 옮김. 『마르스크의철학마르크스의정치』. 문화과학사.

2007. “정치의세개념: 해방, 변혁, 시민인륜.”최원외옮김. 『 중들의공포』. 도서출판b.

Marx, Karl. 1991. “공산주의당선언.”최인호옮김. 『칼맑스프리드리히엥겔스저작선집』. 박종철출판사.

바디우는‘사건에 한충실성’을통해사건이짧은순간에드러낸새로운가능성

을타협하지않고충실하게지속적으로탐구해나가는주체성을제안하 다.

Page 30: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59

서여성들은남성들을외롭고상처투성이인세계에서따뜻하고안

정된세계로구원하기위해, 성인(聖人)급의인내와자애를가진인

물로묘사되었다. 때로그녀들은단지남성을즐겁게하기위해명

백히보이는육체적매력과도저히설명할수없는감성적매력을

지닌인물로그려지기도했다. 스크린가득히관음증적으로클로즈

업되는여성의육체에비하면순정만화의잘생긴남자주인공에투

된여성들의욕망은당연한것처럼보인다.

오히려재미있는것은주인공들의외모가아니라내면이다. 순정

만화에서가장인기있는남자캐릭터는모든것을갖춘이가아니라

사회적으로, 감정적으로미숙한남성이다. 그들은매력적인외모를

가졌고운동도잘하고종종공부도잘하지만치유되지않은상처를

가지고있다. 이러한결핍때문에그들은부족할것없는외면적조

건을가졌음에도불행하게살아왔다. 이지점에서여자주인공의자

리가생긴다. 그녀는성격도똑부러지지못하고외모도크게잘나

지않았지만-물론독자들이보기에는예쁘다-감정에 해서는

전문가이다. 그녀는사람의마음을이해하고공감하는데탁월한능

력을지녔으며그마음을적절한언어와몸짓으로표현할수있다.

이런능력과지치지않는헌신덕에그녀는아무도알아차리지못했

거나알더라도어찌하지못한그의상처를치유하고배타적이며상

호적인연애관계에들어가게된다. 이이야기는표면적으로보면평

범한여성이비범한남성을만나게되는신데렐라판타지이고남성

의시각에서보면상처가치유되는성장스토리이지만여자주인공

을중심으로보면남자주인공의굳게닫힌마음의빗장을열고그

의애정과상호적인관계를쟁취하는이야기이다. 사실진짜비범한

건여자주인공이었다.

달달한연애

순정만화의재미는현실과판타지의적절한혼합에서나온다. 현

실의문제를제시하되판타지로해결하기. 현실에서많은여성들은

관계에헌신하고그를통해자신을증명하고자했다. 연애에서도그

렇다. 시작은남성의제안으로시작했을지라도그관계를가꾸고이

어가는것은많은부분여성의몫이되어왔다. 화를시작하고이

어가며이야기를들어주는일. 이성간의관계에서여성들이자주

부딪히는문제중하나는남성들은그녀들이어떤기분이며무엇을

느끼고있는지도무지이해하려들지않거나이해하지못한다는것

이다. 속상하거나화가나는일을이야기하면그들은 개그녀들의

마음에서어떤일이일어나고있는지들여다보기보다는시덥지않

은해결책을내놓으려고한다. 현실과순정만화가다른점은만화

속의여성들은그녀들의역할로인해지치거나좌절하는법이없다

는점과그녀들의헌신이언제나보답받는다는것, 그리고이러한

감정노동자체가남성에게도비교적비슷하게몫으로나누어진다

는점이다.

이러한점에서순정만화의남자주인공이첫번째로갖춰야하는

조건은물론잘생긴외모이지만그들의진짜미덕은바로상 방에

한집중이다. 그들은비록미숙할지언정자신의감정을표현하고

상 의이야기를듣고자한다. 이들은다른이들에게는심드 하지

만여자주인공의행동과감정에즉각적이고도성실하게반응한

다.(2)더하여만화의여러장치가상 방을위해서뭔가를하고싶지

만쑥스럽고어떻게해야할지갈피를잡지못하는그들의마음을

자세하게알려주어일종의복선을제공해준다. 시행착오를겪어가

며마침내소통하게되는두사람의감정노동이순환하면서흔히달

달하다고표현되는장면을만들어낸다. 지나가듯이말한어떤물건

을기억해두었다가예상치못한순간에선물한다든가, 얘기하지않

은일을알아채미리배려해준다든가하는.(3)

지워진성(性)

포털사이트에서“두근거리는순정만화추천해주세요”라는요청

을흔히볼수있을정도로순정만화는 리연애의기분을느끼게

한다. 순정만화는두사람이만나연애에이르는과정에서일어나는

여러가지일들을소소한순간까지재현하는한편, 그과정에서일

어나는인물들의감정을여러가지만화적장치를통해섬세하게묘

사한다. 또하나의여성장르인로맨스소설을제외하고는여성의감

정과생각을이처럼구체적으로말하는양식은보기드물다. 주목할

만한것은그럼에도많은순정만화에서여성의성적인욕망과경험

58 고 문화高大文化

엄마는나에게눈에별이총총하고리본과

레이스가주 주 달린옷을입은공주님을

그려주곤했다. 어릴적순정만화를보고따라그

리면서배웠다하셨다. 초등학교어느겨울방학에엄

마와따뜻한이불속에서귤을까먹으며《캔디캔디》, 《베르사유

의장미》, 《인어공주를위하여》, 《굿바이미스터블랙》같은고전

들을섭렵했던기억이난다. 친구들과노닥거릴때는종종누가

들어도로맨틱한장면을약간의각색을거쳐이야기했다. 우린

모두그순정만화의세계에열광하며이상형, 이상적인연애, 심

지어는결혼에관한온갖판타지를질리지도않고그려냈다.

순정만화의요소

순정만화는여성들이골방에서키운낭만적판타지의어떤응

결이자매개로서세 를이어내려왔다. 순정만화는거의완전히

여성의장르이다. 순정만화독자의 부분이여성이고, 순정만화

를그리는 부분의작가가여성이다. 순정만화는여성들이맺는

관계와경험, 그과정에서빚어지는감정을이성애로맨스플롯에

따라엮은이야기와여성의시각을재현한그림체의결합이다.(1)

그러나헐겁게정의된여성의경험이라는말에는《궁》, 《꽃보다

남자》의여고생부터《나나》, 《허니와클로

버》의20 초반의여성들까지아주다양한

이들의이야기가들어있다. 이이야기들은요

시나가후미가그리듯낙관적인여백을가질수도

있고키리코나나난이그리듯빽빽하고무거울수도있다. 그

러나이다양한경향이동일한비중을가지고순정만화라는장르

안에있는것은아니다. 누가뭐래도순정만화하면떠오르는플롯

과그림체를가진일군의만화들이있다. 이작품들은양적으로

가장많을뿐아니라-가장많은지지자는아닐지라도-가장많

은독자를지니고있다. 이러한만화들이순정만화라는장르의가

장기본적이고일반적인풍경을그린다. 순정만화를논하기위해

서는우선여기서부터시작해야한다.

비범한주인공들

순정만화의기본공식은‘평범한’여자주인공과비범한남자

주인공이다. 누가봐도비현실적일정도로수려한남자주인공의

외모는순정만화를조롱하는이들이즐겨언급하는요소중하나

다. 그러나사실오랫동안여성은남성의장르 던소설과 화,

미술등모든문화적양식에서끊임없이이상화되어왔다. 그곳에

나는왜순정만화를보았나?|[email protected]

(1) 이러한정의가순정만화라불리는모든만화를포괄하는것은아니다. 남자주인공이이야기의중심인《아기와나》, 《보이》, 동성애를다룬《Let 다이》, 《뉴욕뉴

욕》, 이성애연애가이야기의중심이아닌《천재유교수의생활》, 《피아노의숲》등도 강순정만화라불린다. 이때순정만화를가르는기준은등장인물의감정선

에집중하는이야기구조와표현, 특유의그림체이다. (2) 미숙함, 다른이들에 한심드 함이사실이들의매력이다. 여자주인공이그에게유일무이한존재라는사실을증명하는셈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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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6160 고 문화高大文化

은거의완전히지워져있다는점이다. 처음손을잡고처음키스를

하는장면들은여러컷이동원하게공들여묘사되지만그때역시성

적인느낌을희석하는데신경을쓴다.(4)한편스킨십장면의단골레

퍼토리는여성이능동적인제스처를취하지않는/혹은못하는상태

에서남성이스킨십을주도하는장면인데, 이러한상황은여성으로

하여금스스로욕망을말할부담을지우지않으면서욕망을충족할

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이는여성에게성이란여전히알수없이

위험하고위협적인어떤것이라는점을시사한다.

순정만화의플라토닉함은여성이성적욕망에 해자유롭게생

각하고말하지못하는분위기와여성에게폭력적인성애의각본이

일반화되어있는상황이결합된현실이반 된결과이다. 이를가장

잘표상하고있는장르가일반적인순정만화보다더배타적인여성

장르인야오이다. 여성들의포르노라불리는야오이는동성애로포

장된순정만화와포르노의결합이다. 야오이에등장하는남성들은

두가지의미에서야오이를창작하고수용하는여성들의심리적인

리물이자방어장치이다. 야오이는남성들을성적욕망의주체이

자 상으로내세움으로서여성

들이직접이야기하는데익숙하

지않은성적욕망을남성의입과

몸으로표현하게하는한편여성

의존재자체를지움으로서일반

화된성적폭력에서스스로를비

껴가게한다. 이로서여성들은강

간판타지, 가학적이고폭력적인

성애로가득한야오이를큰부담

없이, 때로는자리바꿈으로일어

난일종의우월감을가지고지켜

볼수있게된다.(5)이렇게야오이

는순정만화가비워놓은성적인공간을창조한다.

20 의순정만화, 20 의판타지

순정만화에는여성들의바람과도피, 성장과퇴행이절묘하게녹

아들어가있다. 이건삶의어떤부분을과장하거나지움으로써만

들어진다. 순정만화가그리는세계에공감하고몰입하는일은마치

여행과같이일시적으로일상과단절하는경험과비슷하다. 순정만

화를보는이유는바로이때문이다. 그러니까애초에순정만화는

판타지의세계에지어진집이다. 그판타지는독자에게공감되어야

한다. 여기서20 여성독자의갈등이생긴다. 순정만화의본류는

‘순정’이라는말이원래그렇듯이운명처럼만나결코헤어질수없

는사랑을다룬만화들이다. 이이야기의주인공들이 개10 인

까닭은첫째, 순정만화의주독자층이그들이기때문이고둘째, 상

와나둘밖에보이지않는사랑을할수있고해도되는때가십

이기때문이다. 이들이자신의격정적인감정때문에아무리괴로

워한들이로인한일탈이라는건학교를며칠안가거나바다로훌

쩍떠나는것이다. 이런일탈은살아가는데별지장을주지않는

다. 몇주간가출을할수도있다. 교사나부모가화를낼것이다.

그러나만약회사원이라면? 당장일자리를잃을것이고이달집

세걱정을해야할것이다. “죽을때까지너와함께있을거야”라

는 사를보고‘그건좀아니잖아’하는생각이들때, 더이상지

금까지처럼순정만화를즐기기는어려워진다.

순정만화라는장르자체의폭과독자층이넓어지면서20 여

성들을주독자층으로하는만화들이등장했다. 여성만화라고불

리기도하는이만화들은말그 로의‘순정’에얽매이지않으면

서성장한여성들의경험을보다다양하게다룬다. 이들은 학생

이기도하고프리터이기도하고회사원이기도하고자 업자이

기도하다. 이들은연애, 동거, 결혼, 집세, 직장내동료들간의갈

등, 커리어, 부모, 불안정한일자리등수많은문제들앞에서고민

한다. 그런그녀들에게이만화들은순정만화의단골위로레파토

리, “무리하지않아도돼, 너는너다운게좋으니까”하는미지근

한말 신“세상이그렇게만만한줄알아? 어리광피우지마”라

는말을내뱉는다. 그녀들은여전히무르지만많은20 들이느

끼는불안을공유하고있다. 해마다나이는먹는데여전히사는

건어렵고미래가보이지않음에도내삶은내가결정해서살아가

야한다는불안같은것. 주인공과독자를둘러싼조건이달라지

니판타지의내용도달라진다. 작지만내가꾸려가는가게, 상

방을배려하고어른스러운애인-직장상사일수도있다-, 신뢰

할수있는친 한관계의사람들.

순정만화의판타지가여성들이꿈꾸는외부세계에 한모습

을그려왔다면순정만화의여자주인공들은여성들이스스로에

게부여하는삶의지침같은것을표현해왔다. 10 의그녀들은

체로결단을잘내리지못하고우유부단하다. 그녀들은주위의

똑부러지고자존감강한여성을보며자괴감을느낀다. 한편그

녀들은관계를소중히여긴다. 주위의사람들에게호감을얻고싶

어하고그를위해노력하며좋은관계에있는사람들과어울리고

있을때충족감을느낀다는점에서그들의시야는타인을향해있

다. 그러나또한이들은독립된한사람으로서혼자일어서살아

가기를바란다. 이러한소망은그녀들이자라20 가되자더뚜

렷이나타난다. 상 방에게어떤사람이되고싶다거나상 방과

어떤관계를맺고싶다는외부지향적인태도에서멀어진만큼스

스로에게눈을돌린다. 그리고여러번의시행착오를거치며롤

모델을향해걸어간다. 자신을긍정하고솔직하며당당한사람.(6)

순정만화는감정적으로풍부하고솔직하며타인을살피는따뜻

한품성을귀여움혹은사랑스러움으로등치시키며여성이가져

야할최고의가치로제시해온것처럼보이지만, 사실그안에는

자아의내부와외부모두에집중하고자하면서일어나는갈등의

과정이새겨져있는것이다. 그리고는《파라다이스키스》의유카

리처럼착하지않은여자주인공도태어나게되었다.

판타지는진전한다

지금으로부터삼십년전《캔디캔디》, 《베르사유의장미》같은

만화가등장하면서순정만화라는장르가탄생했다. 화려한성과

귀족, 레이스가달린옷같은이국적인문화와격정적인로맨스로

이루어진이세계에많은여성, 특히소녀들이열광했다. 이걸판

타지로의도피이자퇴행이라볼수도있겠다. 그러나이만화의

주인공들은여러가지억압적인외부의조건에도자기삶을만들

기위해나아가는여성상을보여주었다. 비록캔디의일생의꿈이

포니동산의왕자님을만나는것이었고오스칼은애인이죽자마

자휘청거리다가자살인지타살인지모를죽음을맞이했다해도

말이다. 시간이흘러순정만화사라는책장은여성에 한진지한

성찰을녹여낸작품몇권과여성을툭하면넘어지고얼굴빨개지

는바보비슷하게그린수많은작품들로채워져있다. 그럼에도

분명한것은순정만화가판타지로포장되었을지언정여성들에게

다른매체가주지못한/않은관심과위로, 그리고격려를주었다

는것과만화속의그녀들이현실의우리들과마찬가지로박제된

여성상에서벗어나고자하는나름 로의노력과성취를일궜다

는것이다. 순정만화의판타지는현실이진전해감에따라함께진

전한다. 그리고우리는여전히그판타지통해얼마간의활력과

얼마간의위로를얻으며살아가는것이다.

(3) 순정만화가성취한감정노동의상호작용이라는연애모델이종국에는주로여성이남성의감정을보살피고남성은여성의존재를보살피는구도로자리잡는다는점

에서전통적인성역할분배를그 로답습하는퇴행적구도를가진다고볼수도있겠다. 하지만순정만화가여지껏로맨스소설을제외한어떠한문화양식도주목하지

않았던여성들의감정노동을하나의이야기로만들어내며그것을궁극적으로는상호공동의것으로제시한다는점에서여성들의현실적욕망을어루만지는부분이있

다는점은늘가려져왔다.

(4) 혹자는‘꽃미남’‘꽃미녀’라는순정만화의그림체는육체성, 성애성을제거한관념의표상이며이때꽃은동물성과 척적인의미를갖는다고말한다. 이는남성의

근육과여성의가슴등이과장되어표현되는소년만화들과 비된다.

(5) 그러나야오이에서도폭력의가해자는일반적인남성성을가진남성이고피해자는여성성을가진남성이다. 이는야오이를창작하고수용하는여성들이여성/여성

성이라는것이폭력의 상이된다는사실을여전히내면화하고있음을보여준다. (6) 물론이성취는외부로부터돌아오는애정에의해증명된다는점에서그녀들은여전히타인이자신을어떻게생각할지에 한강박에서자유롭지않다.

사토루히우라<<호타루의빛>>, 마키무라사토루<<맛있는관계>>, 키리코나나난<<스트로베리쇼트케이크>>.

20 여성의경험이라는공통된소재를어떤방식으로그리느냐에따라서작품의분위기는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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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6362 고 문화高大文化

음모론이라는말이있다. ‘히틀러가여성이었다’라는허무맹랑

해보이는주장부터‘UFO는미공군이주도한것’이라는제법거

시적인범위까지음모론은다양하게퍼져있다. 음모론에도레벨이

있어어떤것은꽤신빙성이있는반면어떤것은사이비교단의흰

소리쯤으로여겨지기도한다. 어쨌거나그런이야기를듣거나읽으

면흥미가생기기도하고아는지식한두개를추려서지저분한사

견을보태기도하는것이사람의습성이다. 인간의모든지식은정

제된음모론으로부터축적될수있었다고해도과언은아닐것이다.

굳이음모론이라는단어를찬양하지않더라도사람에게있어호

기심을가지거나의문을품는습관은늘따라붙기마련이라는점을

우리는알고있다. 이는때때로삶의일부에자리잡은무미건조한

일들에도그정당성을되묻게한다. 앞으로소개할두 화또한우

리가당연시했던것들의전복을보여주기원한다는점에서, 일견달

라보이지만비슷한성격을갖는다. 이들은인간이성이이룩해놓

은것들에회의를품으며의문을제기한다.

<맨프럼어스>: 용두사미격호기심

화는갑작스럽게떠나게된교수‘존’의송별회를위해동료교

수들이모여드는장면에서시작한다. 그가다른지역으로가게된

이유를얼버무린덕에분위기가어색해지자이야기를나누던사람

들은테이블에아무렇게나놓인돌에주목한다. 그런데이것이크로

마뇽인이쓰던석기일지도모른다는말이나오자, 잠시눈치를살피

던존이불쑥말한다. “구석기시 부터지금까지살아남은사람이

있다면어떨까요?”

이질문은 화<맨프럼어스(The Man From Earth)>에있어거

의전부라고할수있다. 시나리오는이질문에 한토론으로구성

되어있고, 주장하고반박하는등장인물들의 화이외에어떤장면

도삽입되지않는다. 게다가‘만사천년동안죽지않고살아온사

람’의존재라는것은얼핏동화적인측면이있을만큼비현실적이

기때문에관객을 화에몰입시키기위해서는토론이얼마나흥미

롭고논리적으로이루어지느냐가매우중요하다.

화는모든등장인물이각기나름의분야에서업적을쌓은교수

라는방어막을통해흐름을이끌어간다. 생물학, 종교학, 인류학등

의전문가인교수들은이‘흥미로운’(것같이여겨져야하는) 질문

에 해이야기를해나간다. 구석기시 부터서기2000년 까지

를따지면인류는만사천년동안지속되었다. 이시간을죽지않고

살아온사람이있을수있을까? 실제로그럴수는없을지라도, 화

속주인공들은토론을거치면서세포가자신의재생능력을최 한

발휘할수있다면, 노화가오지않을수도있고 구적인신진 사

가가능할수있다는가정에합의한다.

존은어렴풋한기억에바다라는개념이없던광활한벌판에서사

람들과살았다고말한다. 늙지않고계속살수있기는했지만평범

한인간이었기때문에알수있는것은많지않았다. 자신이사는범

위내의일만통제할수있었기때문에시 를뛰어넘는무언가를

한다는것도불가능했다. 붓다를만나가르침을받기도하고늙지

않는다는것을알아챈주변사람들에의해악마같은것으로여겨지

기도했다. 하지만 부분의시간동안은평범하게살아왔고다만

몇개의학위를받았을뿐이다.

이런말만으로불사의존재가증명될수있을까? 당연히동료들

은그런말을들으며보통사람이보일만한평범한반응을보인다.

장난치지말라며짜증을내는사람도있고교과서를보고짜맞추면

그런이야기는얼마든지할수있다고반박하는사람도있다. 그러

나그는명확한증거를 지못하면서도자신의주장을굽히지않는

다. 이러한전개는다소두서없이난삽하게이어진다.

서로합의점을찾지못한토론이조금지루해졌을무렵에신에

한이야기가나온다. 동료들이장난스럽게그런당신을만든하느

님에게뭐라고할거냐고묻자주인공은충격적인말을꺼낸다. 자

신이부처의가르침을전하기위해서양으로건너간바가있었다고

말을꺼낸존은, 로마에 항하려했으나결국패배했다고이야기한

다. 그는붙잡혀고문을당하면서신진 사를늦춰죽은체하 다

가삼일째되는날무덤에서도망쳐다른곳으로떠나려고했는데,

그광경을제자들이목격하고부풀려해석해버렸다고말한다. 즉,

자신이예수라는것이다. 이말에사람들은엄청난충격에휩싸인

다. 울부짖는사람, 미친듯이아우성치는사람, 정말죽지않는지확

인해보겠다며총을꺼내드는사람으로작은무 가난장판이될즈

음, 결국그는이모든이야기가다꾸며낸것이라고말한다.

분위기는다시진정되고상황은마무리되는것처럼보인다. 사람

들은‘흥미로운소설이었다’라는등의말을남기며모두떠나간다.

그런데그무렵, 끝까지남아있던심리학교수가배웅을나온존과

이야기하다가, 존이옛날에자신과가족을버리고도망친아버지

다는것을알고쇼크사해버린다. 이윽고존이마지막으로차를타

고떠남과함께 화는끝이난다.

<맨프럼어스>는철저히논리에만근거한흐름을보여준다. 때

문에 화가끝나면장면을상상하기보다는 화가제기한여러철

학적의문들이새삼스레다가오는것을느끼게된다. 결말로미루어

볼때 화는스스로의가설을긍정하는것으로보이는데이는학문

적증거들의허망함을보여주는장치로기능한다.

특히기독교에관한이야기는인간이성이의심될수있는범위

가광 함을보여주는부분이다. 기독교문화권에서는교회와왕의

권력다툼이끊이지않았고신없이철학을전개할수없었다. 여기

에 해서는복잡한첨언이필요하지만중요한것은이 화를만들

고본미국인들또한신, 특히기독교의신이가지고있는우주적차

원의절 성과같은것을완전히부정할수없는문화권에살고있

다는점이다. 그래서예수의신성함에 한도전은과감하고충격적

인것이될수있었다.

우리가학교에서배우고교과서에서읽은지식은수많은학설들

의심하는이성:허무한상상력해진|학생|[email protected]

<맨프럼어스>의시나리오는질문에 한토론으로구성되어있고, 주장하고반박하는등장인물들의 화이외에어떤장면도삽입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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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6564 고 문화高大文化

의암투끝에도출된것들이다. 그리고이또한언제든전복될여지

를가지고있다. 그렇다면조금과장해서생각해보면, 우리가믿고

있는사실들이모두허상인것은아닐까? ‘다만오늘나의안위만

을위한삶’(1)을원하는것이아니라면이러한의문은쉽게해결되

기어렵다. <맨프럼어스>가상상한극단적예외는우리를늘존재

했지만, 결코해결할수없는질문속으로이끈다.

그러나이독특한 화가주는메시지는다소공허하다. 하나의

예외를가정함으로서빈틈을찌르는시도는높이평가할수있지만

단지그것뿐이라는점은오히려그평가마저깎아내릴위험을안겨

준다. 인류학이이룩해놓은업적과기독교의권위를 사몇마디

로부정해버리는아이디어는신선하지만이거 한의문앞에놓인

관객은지지부진한토론과허점이보이는논리에끌려다니다가지

치고만다.

<2012>: 책없이소박한 책, 인간애

<맨프럼어스>의음모론이인간의존재를초월할만큼거 한

질문이라면<2012>의음모론은현실에철저히기반을둔비현실

적의문이다. 재난의모티브가되는것은태양폭풍으로인한지각변

동이다.(2) 화는다양한처지에놓인사람들의입장을동시에보여

주면서 재난에서서히접근한다. 지구가곧종말을맞이할것을

미리예견한과학자, 이것이사람들에게알려졌을때의파장을두려

워하는정부, 재난을 비해비 리에 (노아의방주를연상시키는)

거 한잠수함을만드는공사현장에끌려가는노동자, 이배에탑

승할수있는권한을10억유로를주고산사업가, 그리고이재난과

음모가운데에서있는평범한이혼남성주인공과그의가족들의

이야기가부분적으로전개된다. 주인공은이모든일들을예견한한

미친사람의말이진짜라는것을파악하고가족을구하고고용주도

구하고인류도구한다.

<2012>가전개되는과정에서는우리가일상에서흔히가질수

있는의문들이제기되고족족맞아떨어진다. 정부는사회가혼란스

러워질것이두려워지구의멸망을숨기고, 소수만살아남을수있

는잠수함의탑승권을재계의거물들에게판다. 이와유사한음모는

오히려현실에서흔하게나타난다. 최근의예로H1N1(신종플루)에

얽힌음모론들을들수있다. 1차 전당시의언론탄압으로세상에

알려지지못해많은사상자를낸스페인독감의악령은갑자기등장

한것이아니다. 타미플루를만드는회사의최 주주가미국부통

령이라는사실도의미심장하다.

이러한맥락에서 화의특수효과는교황청이나에펠탑등익숙

한건축물들과함께우리의일상에 한믿음도함께부순다. 화산

이폭발하고지진이일어나고육지가물에잠기는판국에개인은초

라한존재가된다. 그러나인류의기술력은이를극복할수있을만

한잠수함을만들어낸다.

그런데이무차별적인재난에 응하는존재로 화가내세우는

것은감탄할만한기술적성과가아니라아주소박한것이다. 화

의마지막에가면기계의고장으로배에타려고했던사람들을태우

지않고출발하려는상황에서분노를느낀젊은과학자가사람들에

게이들을버리고살아남는것은인간의도리가아니라고진지하게

호소한다. 모두들그의말에감동하여위험을감수하기로한다. 다

른한편에서는주인공이가족을구하기위해서자신을희생하고기

계를고치기위해뛰어든다. 결국재난을예고한과학자의두뇌도

이를극복한기술력도아닌인류애와자기희생을통해위기에처한

사람들은살아남고새로운희망을꿈꾸게되는것이다.

그러나덮어놓고뛰어들어자신을희생하는일이라면우리는모

두감동해야하는가? 마지막장면에서사람들이그토록애를쓰고

구하려는자들은돈을주고탑승권을산사람들이다. 때문에인간다

움에호소하는목소리나주인공의살신성인은돈도없고주연배우

도아닌관객에게는유치하게다가온다. 결국<2012>의음모론은

비록아무맥락없고때로다수를짓밟는권위를옹호하더라도그것

이이타주의나희생따위로불릴수있다면선하고좋은가치라는

결론에도달해버린다.

의심하는인간

두 화의연출은서로매우 조적이지만설정상공통점이많

다. 우선은음모론적인상상이 화를이끌고있다. 이는넓게말하

면‘이성적’이라고여겨지는것들에 한의문이라고할수있다.

그러나이를풀어나가는방식은약간다르다. <맨프럼어스>는새

로운관점의사고를통해지식의 역에얼마나많은허점이있을

수있는지를보여주는것으로만족한다. <2012>는단순한의문에

서출발해인간의무기력함을보여주고는이를선한가치같은것으

로극복할수있다는식으로결론을내버린다. 즉두 화모두인

간의이성을위협하는 단한것들을등장시키지만, 이들은끝에가

서는별다른역할을하지못한다.

인간의현재는수많은귀납적증거들을토 로이루어진것이다.

자신의존재를불안하게세워놓은인간은확신을위해과거를더듬

고미래를예측하기를원하고끊임없이질문한다. 이때인간이유

일하게의지할수있는것은정교하고치 하게다듬어진인간의이

성이다. 감각의오류와기계의오작동이있더라도인간의이성은이

를파악하고원리를발견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신뢰없이문명

은발전할수없다.

인간은이성이부정당했을때인간이라는존재자체가무의미하

게된다고생각하고이를두려워한다. 게다가실상인간이파악할

수있는세계라는것은그다지넓은범주가아닌탓에스스로에게

부여할수있는정당성에도한계가생겨나게된다. 실제로연약한

것들은종종무너진다.

그것이진실은저너머에있다는멀더의속삭임이든빅브라더적

인음모론이든인간에겐 책이없다. 오히려국가차원의비리라면

사회내에서해결할수있다. 그렇지만‘죽지않고살아온사람이있

을까?’, ‘2012년에정말세상이멸망할까?’와같이터무니없지만

아니라고못박아 답할수없는질문에직면하게되면오히려스스

로가바보같이여겨진다. 완벽하게증명할수없다는것, 완벽해도

완벽한지확신할수없다는딜레마는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지게

된다.

결국출발지점에서너무비껴나버린의문점들은연구 상에서

제외되고, 인간은어쩔수없이다시이성에의지해나아간다. 누구

든수많은모순에 해서의구심을가질수는있지만, 자신또한모

순없는완벽한해결을가져올수없기때문이다. 그래서인간은이

성을완전히떨쳐낼수는없다.

물론이성이이뤄온작업들을부정해나갈수는있다. 밝히지못

한많은존재를주장하면서불사의인간을가정할수도있고, 인류

가고증한역사적사실들을반증할수도있다. 그부정이사실이든

그렇지않든이러한과정을겪어가면서입증된논리들이오류를수

정하고견고해진다고기 할수있기때문이다. 이는인간에게는점

차진리에가까워지는과정인셈이며스스로를확고히세울수있는

기반인셈이다.

하지만우리가이성에 항하는과정또한이성으로이루어진다.

이성적인기준에의해갈려진좋고나쁨과같은추상적인가치들부

터기술의오류와같은물질적인폐해등은이성의권위를떨쳐내고

다른 안을찾아야만해결될수있는것처럼보이지만, 인간의본

질적속성으로서의이성을완전히부정할수는없다.

(1) 당장의먹을것만을위해서는이런사고는복잡하고쓸데없을뿐이다.

(2) 실제로2012년에태양의중성미자활동은예상되는것이나이는이전에도있었던것으로지구에까지 향을미칠정도는아니라고한다.

<2012>의특수효과는교황청이나에펠탑등익숙한건축물들과함께우리의일

상에 한믿음도함께부순다.

Page 34: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6766 고 문화高大文化

통일낙오자, 브리타의사생활

2004년1월, 독일문학을전공하는한국연구자들이동독지역

작센주의수도드레스덴을방문했다. 그들은드레스덴 학교산

하한나아렌트연구소의협조를받아동독주민들을인터뷰했다.

‘이데올로기’에서‘시장’으로나아간독일통일은현재심각한

사회문화적후유증을낳고있다. 그현장에서연구자들은동독의

화상 자를“한국에서온연구자들이여러분들의통일경험을

듣고자합니다”라는광고를통해무작위로섭외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우연성속에서평범한동독주민의목소리를모으고, 통일

이후의삶을현장에서들으려했다.

독일통일이후15년이경과한시점에서, 동독주민의일상을

엿본다는것은흥미로운작업이었으리라. 한국사람들에게이들

의일상은‘선취된미래’처럼호기심의 상이다. 통일비용에

한강박관념에젖어있는한국사회에서진정한사회문화적통합

은어떤방식으로이뤄져야하는가가이들연구자들의핵심적인

고민이었다. 통일이후의삶에 한심화된논의를끌어내기위한

이의미있는작업의결과는『나의통일이야기: 동독주민들이말

하는독일통일15년』(김누리외, 한울아카데미, 2006)라는책으

로묶여나왔다.

이책에수록된인터뷰 상자들의이야기는의외로어두운무

채색의분위기로넘실댄다. 예를들면이런것이다. 37세의이혼

녀인브리타는통일로인해파괴된일상에 해고통스럽게토로

했다.

“사실가끔씩은동독시절이그리워요. 그때는누구나

직장을갖고있었으니까요. 사람들끼리서로돕고이웃

간에도끈끈하게뭉쳤던시절이었죠. 지금처럼도와줄

사람이라고는하나도없는그런냉정한사회가아니었어

요. 그런데지금은어떤가요? 일단돈이없으면아무것도

할수없어요. 유치원등록비부터의료보험까지모두개

인이부담해야하니까요. (중략) 난사실여행도많이못

해봤어요. 두어시간기차를타고서독쪽에가본게전부

예요. 통일된지14년이지나도록먹고사는데만신경을

써도모자랐던거죠. 동독시절에야자유가없어서여행

을못했다지만지금은자유가있어도돈이없어서여행

은여전히꿈도못꿔요.”(p. 197-198)

브리타는스스로를‘통일의낙오자’라고이야기할정도로박

탈감에젖어있다. 통일이후에삶의좌표를잃고슬롯머신에빠

져버린남편과이혼한브리타는홀로세아이를양육하고있다.

양육과생계를모두책임져야하는이혼녀의일상은고단하다. 브

리타의삶은갑작스럽게들이닥친체제에떠 려막다른골목에

내몰렸다. 평범한동독의한가정이‘빈곤의나락’으로빠져드는데

에는개인의능력부족으로만한정할수없는거 한사회시스템

변화가작동하고있었다. 통일이라는큰물결이‘한가정의잔물결’

을뒤덮어버리는상황에서개인의고통은‘통일의예외적피해자’

로묻혀버려도좋은것일까?

경험적측면에서볼때, ‘큰이야기’보다는‘작은이야기’에진

실이담겨있는경우가많다. 이책에담겨있는이야기도‘보통사

람들의일상’이라는소소한진실들이곳곳에서번뜩인다. 더군다

나, 동독인의시각에서표출되는그들의절망, 좌절, 분노는, 어느순

간한국사회가갖고있는서독인중심의시각을성찰하게한다. 남

한사람들은과연북조선사람들의입장에서분단을생각하고, 통일

에 해고민하며, 화를시도해본적이있을까? 브리타가겪고있

는고통이북조선주민들이‘미래에응당견뎌내야할삶’일수있

는것일까?

이런질문들에 해남한사람들의시각을적절히, 그러면서도

이데올로기적으로드러내는두개의텍스트가있다. 하나는흡수통

일5년후의한반도상황을가상적으로포착해낸이응준의『국가의

사생활』(민음사, 2009)이고, 다른하나는갑자기소환당한간첩의

고단한하루를그린김 하의『빛의제국』(문학동네, 2006)이다. 이

두소설은‘통일을심정적으로거부하는분단소설’이라는측면에

서문제작이다. 또한, 남한사람의시각에서북조선을 상화하고

있기에논쟁을불러일으킬만한작품이기도하다.

통일누아르, 공포로점철된제국의시선

소설은가늠되지않는미래를구체적언어로구현해낼수있는

장르이다. 소설의언어는복잡한세트를필요로하지않고, 사실적

인컴퓨터그래픽을요구하지도않는다. 그럴듯함속에서독자를

설득할수있다면, 작가와독자는새로운세계에서소통하게된다.

이응준의『국가의사생활』은‘아직도래하지않은미래지만, 있을

법한미래’를포착했다. 그미래가흡수통일이후의한반도이기에

통일누아르와분단상업주의이응준의『국가의사생활』과김 하의『빛의제국』

오창은|문학평론가, 지행네트워크운 위원|[email protected]

독일통일이후, 동독주민들의일상은어떤것이었을까?

Page 35: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69

『국가의사생활』은특정사건이발생한시점을중심으로과거의

시간과현재의시간을배치한다. 이는일종의미스터리기법의응용

으로볼수있다. 미스터리는사건은발생했는데, 그원인은규명되

지않는상태에서출발한다. 사건의추적을위해시간의순차성을

흩뜨려놓으면, 독자들은연속되는실마리속에서호기심을지속시

킨다. 림병모의죽음을중심으로‘리강이평양에서돌아온지 2일

째’‘리강이평양에서돌아오기2주전’이라는시간을배치한이유

가여기에있다. 이전통적수법이『국가의사생활』의극적긴장도

를높이고있다. 미스터리와극적긴장을유지시키는음모의배후인

오남철은일흔살의노인이며, ‘안개’와같은존재다. 그는 동강

의보스이며, 사람의심장을먹는엽기적인물이다. 오남철은통일

이전에는북조선당39호실좌장이라는고위간부 다. 1992년김

정일국방위원장살해쿠데타에연루되었다는혐의로요덕수용소

에종신수감되었다가통일과함께풀려났다. 음모와테러의주체인

오남철은강일물산이라는식품회사를인수해북조선이개발했다

폐기한‘흑사병생화학무기’를통일급식소에서살포해폭동을일

으킬계획을세운다. 그는세상에 한복수심을 중의폭동유발

을통해표출시킴으로써, 자신의권능을현실화하려한다. 그와

결하는인물이 동강의2인자인리강이다. 오남철의입장에서볼

때, 진정한적은내부에도사리고있었던것이다.

이소설의개성적면모는흡수통일이후의한반도상황을인물을

통해그려냈다는데있다. 주인공리강은조선인민군소좌출신이

다. 그의할아버지리장곤은항일투쟁시기에의열단단원이었고,

중국혁명에도깊숙이관여했던혁명 웅이었다. 리장곤은북조선

정권과도거리를두었던인물로, 그는스스로노동당고위직을버리

고은둔생활을하기도했다. 조부의빛나는이름을가슴에새긴리

강은아프리카에혁명을수출하는자존심강한엘리트군인으로활

동했다. 하지만, 흡수통일은모든것을바꿔놓았다. 리강은깡패조

직의2인자로전락한자신의비루함을달래기위해신형환각제인

‘레드아이’에의존한다. 리강과같은급격한신분의해체는작품의

곳곳에서발견된다. 노동당최고위층의딸이었던서일화는고급창

녀가되어‘은좌’에서일하고, 김일성 학교철학과교수 던남기

정은광복빌딩의관리인이라는비루한삶을감내한다. 어디그뿐인

가. 평양제1중학교출신의수재중의수재 던동철은세상에 한

복수심으로자기파괴적인살인귀(殺人鬼)가된다.

소설속에서흡수통일된이후의남한사회는북조선난민의복

수심이들끓는아수라장이다. 이공포가끊임없는테러의위험과폭

력, 그리고‘아노미’상태를야기한다. 이러한이응준의설정은과

연타당한가? 이에 한평가는소설속이데올로기에 한분석을

통해서가능하리라.

흔히, 소설은상상을통해가상의진실을창조한다고한다. 소설

의세계에서작가는시간도, 공간도자유자재로재구성한다. 그재

구성된세계에는작가의이데올로기가틈입하기마련이다. 작가의

세계관속에서가상의진실은형체를갖게되기에, 상상의세계인

소설도이데올로기적일수밖에없다. 따라서소설에서재현되는것

은현실이아니라, 작가의세계관이다. 그작가의세계관은‘경험된

삶의총체’라는측면에서완고한면모를보인다.『국가의사생활』에

그려진북조선에는작가의고집스런시선이투 되어있다. 소설속

에서흡수통일되어사라진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작가의이

데올로기가직조해낸가상세계’이다. 이응준에게그곳은요덕수용

소라는억압적통치가지배하는곳이었고, 살인기술을습득한조선

인민군의요람이었으며, 인간적윤리가말소된타락한삶의장소

다. 그곳은자기모순으로인해자체붕괴될수밖에없는사상누각처

럼보인다. 하지만, 작가의북조선에 한형상화는과연타당한것

이었을까? 작가는북조선에자신을개입시키지않은상태에서북조

선을그리고있다. 즉, 그곳은나와무관한세계이기에‘자의적으로

해석될수있는공간’이된다. 이러한유희적충동이통일누아르를

탄생시켰다. 소설은 화의시나리오처럼빠르면서도긴장감있게

서사를전개하는데, 그흐름은매혹적이기보다는불편하다. ‘흡수

통일이후의한반도’라는발랄한설정이, 공포로점철된반북주의

적정서로넘실댄다. 공포는‘도래하지않은미래에 한불안’을

지칭한다. 그런의미에서작가에게‘흡수통일’은회피하고자하는

미래이다.

작가라면모름지기남북문제를다룰때, 분단이데올로기이면의

무의식에 해생각해야한다. 이는오랜적 의경험이남북문제에

개입하고있음을스스로인식하는것이기도하다. 남북화해를향한

의도된윤리는오히려주체를무력하게만든다. 현실은훨씬복잡한

데, 당위적윤리가현실을돌파할수는없기때문이다. 하지만, 쿨한

68 고 문화高大文化

기 와우려가겹쳐지기도한다. 과연작가는무엇을그리려고한

것일까?

이응준은 2011년에 한민국이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흡

수통일한다는도발적상상에서이야기를시작한다. 2011년은가까

운미래인만큼갑작스런시간이기도하다. 작가는통일된순간의

혼란을다루는것이아니라, 통일후5년이경과한2016년을시

적배경으로채택했다. 소설은2016년4월10일부터김일성의105

회째생일인4월15일(태양절)까지6일간의시간을담고있다. 그러

면서, 사건의맥락을드러내기위해 2주전인 2016년 3월 27일로

거슬러올라가는유연한구성을취했다.

소설속시간과더불어공간도눈길을끈다. 이소설은B급 화

의배경처럼어두운색조로덧칠되어있다. 사건의주요무 인광

복빌딩은서울에서아주가까운위성도시의외곽한적한도로변에

위치한 동강이라는폭력조직의아지트이다. 지하1층부터3층까

지는이북출신여성접 부들이일하는최고급룸살롱‘은좌’가, 4

층부터6층까지는 동강의사무실이자리하고있다. 동강은폭

력조직의유령회사인데, 이조직은핵심시설은지하2층과3층에

둥지를틀고있다. 1호땅굴, 2호땅굴로도지칭되는이곳은조선인

민군출신의조직폭력배들이잔혹한살인과사체수습을하는비

스러운장소이다. 작가는‘광복빌딩’의상징성을극 화해리얼잔

혹극이펼쳐지는곳으로배치했다. 이그로테스크한공간은통일된

이후고립된남한속북조선이며, 통일과정에서소외된북조선인

민들이남한에가하는복수의현장이다.

소설은주인공리강의심복이었던림병모의죽음에초점을맞춘

다. 리강이평양에가있는사이에림병모는석연치않은이유로살

해당한다. 림병모의죽음에격분한 동강단원들은살해혐의자인

문형사를처단함으로써일단락되는듯했다. 그러나오히려명약관

화(明若觀火)해보이는사건에음모가도사리는경우가많다. 꾸밈

이개입되면사물은명료해지는듯하다가도모호해지곤하는데, 그

꾸밈에는항상누군가의작위적의도가개입되어있기때문이다. 리

강도자신이없는사이에너무도깔끔하게처리된림병모살인사건

에의문을품게되면서오히려사건은미궁속으로빠져든다.

Page 36: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7170 고 문화高大文化

지북조선의스파이양성방식은위장재외동포혹은고정간첩과자

생적공산주의자를양성하는것이었다. 그런데, 김기 은잘훈련된

공작원으로양성되어, 아예 학신입생으로입학한후, 학생운동

진 에서암약하도록프로그램화되었다.

김기 은85년에노량진에서학원을다니며 입검정고시와학

력고사를준비했다. 혹독했던사년간의공작원반시절을거쳤던그

에게, 재수생들과함께하는독서실생활은달콤하기까지했다. 그

는재수하는과정에서“‘수령’과‘당’이들어가야할자리에‘국가’

와‘민족’만넣으면”되는상황에놀라워한다. 마치, 마크트웨인의

「왕자와거지」에등장하는두사람처럼너무차이나는신분에도불

구하고, 너무닮아있는것이다. 남한사람들은남과북이상이한체

제속에서전혀다른사고방식속에서살고있다고생각하곤한다.

하지만, 남한과북조선은갈라져있으면서도공통의역사적경험을

공유하는공동체이다. 분단체제론은남북이서로증오하면서도닮

아가는상호의존성을제기한이론인데, 남북주민들의일상에서도

이러한상호연관성은쉽게발견된다. 특히, 국가와민족을중시하는

동원이데올로기는남북경제성장의원동력이었다는측면에서그

닮은꼴의형태는교묘하다. 이러한체제의상호비교속에서김기

은드러나지않은방식으로학생운동에개입하고, 운동권조직인

‘정치경제연구회’에서지금의아내인장마리를만나결혼도한다.

그는‘주체사상의허망한자기중심적세계관’에몸서리치면서도,

130연락소의명령으로살인을저지르기도한다. 그런, 김기 은직

속상관인 35호실의이상혁이숙청되면서 10여년동안아무명령

도받지못하고방치되었다. 그는그사이에삼십평 의아파트를

구입하고, 사십인치텔레비전을구입해2002년월드컵을시청하

며즐거워하고, 화수입상이라는직업에만족한다.

김기 은지난10여년의생활이어떤의미에서는진정으로스파

이다운생활이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을하게된다. 평양의은 한

지하세트장에서그에게스파이교육을시켰던이상혁은다음과같

이말하기도했다.

“경지에이를때까지자신을지워라. 보면보이지만인상

은남기지않는사람이돼라. 매력을없애고따분해져라. 언

제나공손하고누구와도절 로논쟁하지마라. 특히종교

와정치에 해서는……그런 화는쓸데없는적을만들

게된다. 너는천천히희미해질것이다. 마음속에선불끈불

끈억하심정도꿈틀댈테지. 도 체내가왜? 그런의문이

아예떠오르지않을때까지연습하고또연습하라.”(p. 84)

완벽하게스며들어특색을지우는단계에이르면, 눈에띄지않

는존재가된다. 그런상태에이르 을때만이일상의떠도는언어

속에서‘값진정보’를추출해낼수있다. 자신의존재는숨기면서,

섬세한감수성으로정보의흐름을감지해내는이가진정한스파이

다. 이는선승처럼구도자의길을걷는것처럼보이고, 물아일여(物

我一如)의경지에이른득도자처럼도보인다. 문제는이과정에서

김기 이스스로의존재를잃어버리고정체성을상실했다는데서

발생한다. 그는‘귀환명령 4번지령’을받고“갑자기전생을알게

된사람”처럼혼란에빠진다. 그혼란속에이소설이담고있는진

실이있다.

이소설에는다양한간첩들의모습이그려져있다. 처음그가남

한사회에안착할수있도록도왔던용산의한동사무소에있던공작

원은1999년여름에‘청량리역에서붉은망토를두르고종말론을

외치는광신도’가되어나타난다. 그의모습은기 에게“모든꿈과

희망을잃어버리고연료통밑바닥에가라앉은몇방울의냉소를연

료삼아겨우굴러가는사람”처럼비춰진다. 그뿐만아니다. 남한에

남아있는130연락소출신의유일한동료인정훈은해외출장간다

고사라진채이틀째집에들어오지않는상황이다. 그는자동차부

품 리점주인이었으며, 소설의말미에서는이미국정원에포섭되

어잠시행방을감춘것으로밝혀진다. 또다른동료간첩이필은어

떠한가? 그는휴 폰 리점주인으로근근이삶을 위하고있다.

이필은아이가뇌성마비를앓고, 아내와는이혼한상태여서생활의

곤란을겪고있다. 그는“혹시날매수할생각이야? 그럴거라면난

생각있어. 돈, 그래돈이라면씨팔, 나는얼마든지무릎을꿇을수있

어. 진심이야.”라고절규한다. 그또한국정원에돈으로매수되었으

며, 김기 에관한정보를정보기관에이미넘긴상태 다.

국가와국가가충동하고, 이데올로기라는신념에따라움직일것

같은간첩이비루한맨얼굴로소설속에서드러나는이유는무엇일

까? 존재를망각한채, 무난한남편으로, 자상한아버지로생활해왔

태도로북조선을무시하는태도또한위태롭다. 분단은‘한반도의

현실’이고, 시시때때로일상마저도규율하는‘시스템의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분단문제를다루는작가는이데올로기의함정에

더욱조심할필요가있다. 이응준의『국가의사생활』은개연성이라

는이름으로‘흡수통일’의상상의미래를재구성했다는측면에서

의미가있지만, 그미래의모습을공포의감각으로점철시켰다는측

면에선한계가있다. 이소설의외양은분단현실에 한과감한도

전인것처럼보이지만, 작가의시선은제국의포즈를닮아있어위

태롭다.

따라서, 『국가의사생활』은‘통일디스토피아’를그린소설로규

정할수있다. 이응준은이소설에서‘통일이후가상의미래’를북

한에 한다양한정보와버무려그려냈다. 그의상상력의발걸음은

큰보폭으로성큼성큼‘통일한국’으로향하기에, 속도감넘치는스

펙터클을펼쳐보 다. 누구에게는‘통일한국’이희망을간직한미

래일수도있겠지만, 이응준에게는공포로가득찬디스토피아로비

춰진다. 그래서『국가의사생활』에는‘통일한국’에 한낭만성이

가차없이배격되어있다. 이잔혹한통일누아르는반북주의적정서

가충만한냉혹한이데올로기소설이라고평가할수있다.

세련된스파이, 비루한일상

자신이살던곳에서길을잃은듯, 안국동로터리과낙원상가사

이를하릴없이거니는중년남성이있다. 그는종로4가를거쳐종로

5가롯데리아의붉은플라스틱의자에몸을걸친다. 금방사무실에

서컴퓨터하드디스크를물에담가자신의흔적을지우고온이사

내의내면은혼란으로요동치고있다. 그는‘옮겨다심은사람’이

다. 자신이살던토양에서뿌리뽑혀, 강제적으로다른토양으로옮

겨진그사내는간첩이다. 김기 은인생의반을북한에서살았고,

남파되어또다른인생을남한에서살았다. 젊은시절학생운동진

내부에서암약하다, 지금은 화수입업자로있는듯없는듯평

범한일상을견디고있었다. 그는10여년동안그어떤명령도받지

못한, 끈이잘린스파이 다. 그런데갑자기오늘아침그에게‘4번

명령’이전달된것이다. 그명령은“모든것을청산하고즉시귀환

하라. 이명령은번복되지않는다.”이다. 그는선택의기로에서있

다. 아내와딸이있는남한에남을것인가? 태어난고향이자아버지

가있는북조선으로향할것인가?

김 하의『빛의제국』은‘생각한 로살지않’아서결국‘사는

로생각하게’된한사내의아이러니한삶을소설화한작품이다.

이소설은김기 을중심으로그의가족이겪은3월15일오전7시

부터 3월 16일오전 7시까지의 24시간을차분히따라간다. 『빛의

제국』은『국가의사생활』처럼속도감이있지는않지만, 강한서사

적흡입력으로독자를끌어당긴다. 도있는 쓰기가촘촘하게서

사를직조해내고있으며, 남과북을넘나드는이야기가호기심을자

극하고있기도하다. 또한, 『국가의사생활』이비일상적인폭력의

세계를다루고있다면, 『빛의제국』은삶의구석구석을헤집는세세

한일상을그려내고있다. ‘사생활’을타이틀로내건소설에는일상

이없고, ‘제국’을제목으로삼은소설은온통일상으로채워져있

는형국이다. 『빛의제국』은어떤의미에서보자면, 간첩의시선으

로남한사회를객관화한소설로도읽힐수있다.

『빛의제국』의주인공은1967년생김기 이면서, 1963년생김

성훈이다. 그는서울태생이면서도동시에평양태생이고, 평양외국

어 학에다녔던적이있는연세 수학과졸업생이다. 이러한삶의

이중성은급격한단절, 혹은전혀소통이되지않는두공간이전제

되어있을때가능하다. 서울과평양, 남과북이라는두공간은서로

가소통할수있는여지를남기지않는다. 이쪽에서의이력은저쪽

에서철저히감춰진다. 그런의미에서간첩김기 의삶은한몸에

기입되어있는두개의현실이며, 교류하지못하는분단현실에 한

은유이기도하다. 간첩이라는그의특수신분에괄호를치면, 이극

심한절연은남과북으로쪼개진‘비합법적이민자’의존재상태를

보여준다.

이소설은‘세련된간첩’이비루한일상인이되어방황하게되는

처지를흥미롭게제시한다. 김기 은김정일정치군사 학의공작

원반인130연락소출신으로, 인터넷광고메일속에포함되어있는

마쓰오바쇼의하이쿠에서암호를해독해내는첨단스파이다. 그는

사이먼싱의『페르마의마지막정리』와올로이코프의『어느병사의

죽음』를챙겨서북으로넘어가는중읽으려하고, 이천여곡의음원

파일이저장된아이팟MP3 플레이어에애착을보인다. 그는북조

선의명령체계에따르는남쪽의생활인이다. 이모순은그가‘스파

이의새로운롤모델’로채택된인물이라는데서파생한다. 이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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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7372 고 문화高大文化

던간첩김기 이마지막순간에지키려고했던것은무엇이었던

가? 그진실은‘혁명을망각한잃어버린세 ’에 한조소이며, 일

상에갇힌현 인에 한야유에담겨있다. 『빛의제국』은007 시

리즈와같은화려한스파이세계의스펙터클을보여주지않고일상

을견디는현 인의비루함을날것으로토해낸다. ‘존재가아닌이

를존재이게하는일상’은견고하다. 기 의아내장마리는일상의

권태를견디지못해불륜을저지르고, 그도모자라두명의젊은

학생과난교를벌이기까지한다. 그런장마리가기 에게는단호하

게북으로“돌아가”라고말한다. ‘당신만올라가면모두가행복’해

진다는이고집스런이기주의는, 변화를싫어하는현 인의보수적

단면을폭로한다. 어떤의미에서보자면, 기 을조여오던남한정

보기관의추적도실제로는일상의한부분이라고할수있다. 그간

기 은자신이고용한성곤에의해감시당하고있었으며, 그의동료

간첩들은모두전향한상태 다. 이상황에서기 이선택할수있

는것은자신의삶을북조선에서리셋하거나, 아니면전향을통해

일상으로복귀하는것뿐이다. 그래서이소설의결말은허무하다.

너무도쉽게투항해버리는기 의모습은껍데기만남은비루한풍

경만을제시할뿐이다.

이렇듯, ‘일상’은아이러니하게도자기모순을덮어버리고, 심지

어는삶의무의미성마저도삼켜버린다. 오로지삶을위해한치앞을

내다보지못한채, 전자팔찌라는구속을스스로받아들인이의정신

은얼마나황폐한가. 그황폐한삶을진실로간주하는작가의정신

세계는얼마나비참한가. 일상은청춘의정열도, 혁명에 한신념

도, 심지어는삶을선택할수있는권리마저도무화시켜버린다. 간

첩김기 이‘잃어버린혁명으로부터갑자기호명당한중년’의모

습이되어24시간동안배회하는모습은꿈을잃은시 의자화상

처럼보인다. 김 하의뒤틀린허무주의는『빛의제국』에서도개운

치않은분단상업주의문학의뒷맛을남긴다.

크리스타볼프논쟁과지배의욕망

1990년여름, 통일을앞둔독일문단은크리스타볼프의소설

『남아있는것』이출판되면서뜨겁게달아올랐다. 이소설은1979

년에씌어진것으로, 베를린장벽이붕괴된이후에다듬어져1990

년6월5일에서독에서간행되었다.

『남아있는것』은한여성작가가동독의정보기관에서일하고있

는세명의젊은남성들에게감시당하는상황을제시한다. 이러한

억압적상황은개인의내면에불안의식을조장한다. 이불안을견디

며여성작가는하루의일상을보내고, 자신의어두운내면을언어로

표현해냈다. 소설의말미에서는“어느날엔가는말할수있으리라,

아주홀가분하고자유롭게”라고적음으로써, 동독슈타지(국가안전

부)의폭력을고발했다.

동독의어두운면모를비판한이소설은어찌보면서독에서환

할만한작품이었다. 그런데, 1990년서독에서불붙기시작한크

리스타볼프논쟁은혹독한양상을띠었다. 크리스타볼프가동독에

서두번씩이나국민상을수상한작가이면서, 동시에서독에서도

‘뷔히너상’을수상할정도로권위있는작가라는점이문제가되었

다. 세계적으로주목받는이작가가비겁하게도10년동안작품을

서랍속에간직하다가, 작품발표에따른위험을감내할필요가없

는시점에서출간했다는점이비판된것이다. 이러한논의가확산되

어동독통치체제에서작가들은무엇을했는가에관한서독언론의

수군거림이이어졌다. 동독체제아래에서많은작가들이정보기관

인슈타지에직간접적으로연루되어있었고, 심지어는독재체제의

유지에도움을주었다는사실이폭로되기시작한것이다. 문제의핵

심은통독이후동독문학에 한문학적평가에있었으며, 그래서

‘동독문학의퍼스트레이디’로일컬어지는크리스타볼프에비난

의화살이쏟아진것이다.

돌이켜보면, 크리스타볼프논쟁은체제갈등의승자 던서독

언론에의해이뤄진‘승자의시위’ 다고볼수있다. 급작스러운

통일로우월적지위에선이들이‘닫힌체제속에서사회주의적이

상’을위해최선을다했던이들을가혹하게비판한것이올바른것

이었을까? 현실에최선을다하면서도, 이상을위해싸우는것이지

식인의역할, 작가의의무라고했을때, 동독작가들에게가해진비

판은성급한측면이있었다. 서로를바라보는입장을정립하기위해

서는충분한토론과논의가필요하고, 분단된한국의상황에서는그

토론과논의가통일독일의경험을참고하여지금부터준비되어야

할것이다. 그런의미에서추상을구체의 역으로끌어당길수있

는문학의역할은‘분단시 를살고있는지금, 한반도남쪽’에서

더중요한듯이보인다.

크리스타볼프논쟁에비추어, 『국가의사생활』과『빛의제국』을

읽으면어떤평가를내릴수있을지고민해볼필요가있다. 이소

설들은내적으로북한체제에 한비판적시각을갈무리하고있다.

『국가의사생활』은노골적으로반북(反北)적인데비해, 『빛의제국』

은 리하게반북(反北)적이다. 이두태도는여전히냉전적의식의

지배아래있는한반도상황을보여주기에솔직한측면이있다. 또

한, 가능한세계에 한문학적상상력의집요하게 어부쳤다는

측면에서도의미가있다고본다. 문제는남북문제를바라보는남한

작가의시각이항상남한중심주의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는데

있다. 이응준과김 하의작품은남북문제를다루면서도, 북조선의

독자나통일이후미래의독자를고려하지않은듯이읽힌다. 남북

문제를넓은품으로끌어안으려는열린자세보다는, 남한독자의

중적반응을더고려한닫힌태도가안타깝다. 그런의미에서이두

작품은분단을문학적소재로활용한분단상업주의적성격이강한

작품이라고볼수있다.

우리는북조선을고려한상태에서남북문제를논의하는데익숙

하지않다. 이는남북문제를 결의식속에서바라보도록조장되어

온내면화된체제폭력의 향이기도하다. 북조선내부의입장을고

려한상태에서남북문제, 분단문제를바라보기위해서는‘내적접

근’에 한사려깊은고민이요구된다. 『국가의사생활』에서이야

기되었듯이, 준비되지않은갑작스런흡수통일은공포를불러일으

킨다. 하지만, 그것공포를외면하기위해남북의통합을끊임없이

유보하는것또한올바른문제해결방식일수는없다. 북조선의민

주주의적변화없이, 남북의건강한사회문화적통합은불가능하다.

하지만, 북조선의변화를위해스스로변화할각오가남한사회에

전제되어있지않는한, 여전히두사회는서로에게‘낯선타자’이

기만할뿐이다. 문학의 역에서도북조선문학의교조주의적?계

몽주의적경향에 한비판과더불어남한문학의시장성위주의사

고도성찰해야한다고본다. 그런의미에서분단을문학적으로상업

화하는태도는더욱날카로운비판이필요하다고본다.

여기오래된진리가있다. 지배하려는자는결국지배당한다. 지

배를욕망하는자는물리적권력으로상 를억누를수있을지언정,

그권력의유지를위해상 를끊임없이의식해야한다는측면에서

종속적이다. 스스로주체가되지못하고, 지배당하는자의존재를

통해서만주체적일수있다는사실은아이러니이다. 현재남한의태

도가이러한딜레마적상황에처해있는듯하다. 남한은무의식중에

북조선을지배하려고하면서, 스스로를지배당하는자의구 텅이

몰아넣고있다. 지배가아닌공존을위해서는함께변화해야한다.

그변화의첫단계는소통의길을지속적으로넓혀가는것에서시작

될것이다. 이를위해북조선에 한편견을이겨내야하며, 더불어

스스로변화하겠다는주체적인식이필요하다. 남한은스스로온전

한하나가될때, 그때에야비로소남북통합을향한논의의틈이열

릴것이다.

크리스타볼프논쟁은체제갈등의승자 던서독언론에의해이뤄진‘승자의시

위’다고볼수있다. 사진은크리스타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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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7574 고 문화高大文化

‘현실을파악하라’라는말이현기증을일으킬정도로아득하

게느껴질때가있다. 현실에는 어떻게잘사는사람이있는한편,

인간취급조차받지못하면서사는사람도있다. 또강철같은의

지를내보이다가도실은남의눈치를보며남의삶을살아가는사

람도있다. 누군가는겉으로는단호한태도를지니며고고한성품

을지닌것처럼보이지만사실안으로는우유부단의결정체이다.

부, 지식, 명예를가진다고자신의삶을충실하게산것이라고볼

수도없으며, 오히려현실은이러저러한가치들에 해서상 적

인태도를취하는인간들로만가득한듯보인다. 그런인간들이

모인현실을파악하는것또한끝도없이불가능해보인다.

그러나모든것이그렇게정확히파악할수없는혼란뿐일까.

‘모든인간은자신의자유의지에따라행동할권리가있다’란말

처럼혼란과관계없이당연하게인정되는진실이있지않을까. 프

랑스혁명은그러한진실을뚜렷하게인정받기위한투쟁이었다.

그리고나는<프랑스혁명과문학> 수업에서프랑스혁명기에

한공부를하며혼란스러운현실속에서도진실이존재한다는것

을알수있었다. ‘현실을파악하라’라는말이주는현기증에조

금은여유를부릴수있게되었달까.

<프랑스혁명과문학> 수업은크게두부분으로나뉘어진행되

었다. 중간고사이전수업에서는1789년의프랑스 혁명에서부

터1871년의파리코뮌에이르기까지100여년에걸친광의의프

랑스정치혁명을다뤘다. 프랑스혁명이라면 1789년의프랑스

혁명하나만을떠올렸던나에게100년이나걸리는프랑스혁

명의역사는꽤부담스러웠다. 그러나부르주아의정치혁명이다

시반동세력의반혁명을맞이하고, 그안에서프롤레타리아트계

급이성장하는역사는흥미진진했다. 그속에서는부르주아의무

기 던‘자유’가모든민중의가치로전화되고있었으며, 실질적

인평등에 한열망이싹트고있었다.

중간고사이후수업에서는역사에 한기본적인소양을바탕

으로프랑스 혁명을다루는문학작품을접했다. 역사를문학으

로되새김질하여역사가가지고있는가치를더욱더정교하게다

듬을수있었다. 당시를그린문학작품속에서, 혁명은몇몇정치

가들에의해서만일어나는것이아니었다. 당시프랑스에살았던

다양한사람들은시민혁명에참가하여혁명의열기를더하 으

며, 혁명의기운으로인해개인의자유, 평등이라는관념에 한

혼란을일으키고있었다. 몇몇정치가가아닌무명의시민들의이

미지들이덧붙여지자, 프랑스혁명의‘시민’혁명이라는의의가

더욱선명해졌다.

특히중요하게다루어졌던플로베르의『감정교육』에서혁명기

의나약한인간군상은너무도현실적인나머지불쾌감을불러일

으킬정도 다. 광스러운혁명의시기동안살았던사람들은지금

과하등다를바 없는잉여인간들이었다-좋은교육을받아현실

을꿰뚫어볼수있었으나자신의감정에갇혀버려어떤성취도이

끌어내지못하는인간, 혁명기의혼란상을틈타사기행각을벌이는

인간……. 그러나그문학작품속에서현실직시의결과는그저현

기증나는‘상 주의’로끝나지않았다. 작품은다양한인물들사이

에빛나는한남자에게서눈길을놓지않는다. 그저주인공의주변

에어쩌다한번씩등장하는뒤사르디에는의도하지도않게혁명의

성취에참여했다. 민중계급출신으로제 로된학업도마치지않았

고매우순진한(촌스러운) 태도를가졌으나그는결국혁명의열매

를거두는삶을산다. 현실에천착한시각이시 의정확한이미지

를포착할수있다는것, 그리고그것이세계를변화하는힘을보탤

수있다고말하는소설속에서나는위안과믿음을얻을수있었다.

또한정명희선생님은 <프랑스혁명과문학> 수업이진행되는

강의실이인간으로서의권리를발견하고투쟁해나갔던프랑스혁

명기의삶의태도가실현되는공간이기를바라셨다. 수업은학생의

권리와의무에 한자각이필요한시간들이었다. 수업이진행되는

방식에 해서학생들간의토론이진행되었으며, 수업의방식은학

기중에도자주상기되었다. 방 한역사를다루는수업인만큼, 좀

더많은지식을가진선생님의강의가필요한부분도있었다. 그러

나역사는단순히외우는것이아니라과거에 한자신나름의해

석이중요한것이기에, 학생들의적극적인참여도뒷받침되어야했

다. 프랑스혁명에 한네번의발표가이뤄졌으며, 발표뒤에는혁

명에 한각자의해석이부딪히는토론시간을가졌다. 또한문학수

업에서도과제로독서를수행한학생들전부가감상을발표하는시

간을가졌다. 내가들었던수업은20명남짓한소수정원이어서그

랬는지, 학기가마무리될정도에는어떤학생이어떤정치성을가

지고있는지가 강보일정도로토론은잘이뤄졌다.

<프랑스혁명과문학> 수업은많은양의역사적사실들을다루었

다. 또한프랑스혁명기의자코벵파, 지롱드파등다양한정치사상에

관한생각도소화하는것도권장되었다. 그러나이런많은양의공부

가압박으로다가오지는않았다. 오히려현실을디딤돌삼아생겨나

는‘무엇이옳은주장인지’에 한의문이그많은양의생각들을이

끌었다. 물론이는수업에서항상현실을직시하는것으로진실을알

수있다는믿음이함께했기때문에가능했을것이다.

2008년1학기

정명희선생님의<프랑스혁명과문학> 수강사

island in the sun|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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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December 7776 고 문화高大文化

교수에게따귀를맞으며촉발된문제는풍물패관련학내

갈등이위험수위에올랐다는것을방증한사건이었다. 그러

나아쉽게도전학 회결의와달리총학생회를비롯한학생

표자들은해결의지를보이지않았다. 또한풍물패측의

문제해결을위한사후활동도이어지지않았다.

그나마가장규모가있고성과가있었던활동은 2004년

봄에있었다. 당시유일한연습공간이었던 강당앞돌벤

치가 SK관건립과함께사라진다는소식이들려왔다. 중앙

풍물패고 농악 , 문과 푸른소래, 사범 소리사위, 각

풍물패가속한동아리연합회, 문과 학생회, 사범 학생회

가나서 책위원회를꾸렸다. 그리고공간/소음문제해결

을위한학교측과의교섭, 그리고 규모서명운동이있었

다. 여기에는풍물패뿐아니라학내수십개의체육동아리,

노래패, 연극동아리, 밴드까지참여하여자치공간축소에

한문제제기가이어졌다. 이러한활동덕분에현재 4∙18

지하연습공간, 농구장옆연습공간이확충되었다.(1)

학생vs학생? 학생vs학교!

위에서살펴보았듯풍물패소음문제는결국‘자치공간’

문제가핵심이다. 그리고‘자치공간’을둘러싼학교와학생

사이의 립선이존재한다. 그러나학교는언제나풍물패

소음문제에모르쇠로일관한다. 어차피공사야강행하면되

고, 소음문제는팔짱끼고있어도‘풍물패 vs 非풍물패’의싸

움이터지기일쑤기때문이다. 문제해결의실마리는 2004년

도사례로부터찾을수있다. 당시 책위원회에참여했던

단위는풍물패, 학생회, 그리고광범위한동아리사람들이

었다. 이들은풍물패자치문제를본격적으로알리고더많

은사람들을모아학교에요구사항을전달하고일부성과를

얻는데성공했다. 그러나아쉽게도문제는남아있다. 4∙18

지하연습공간은방음시설이불량하여세미나실에피해를

주며돌벤치가 SK관공사로인해언제허물어질지모른다.

그리고돌벤치에모인풍물패들의연습은서관, 교양관, 국

제관에서진행되는강의에차질을준다.

풍물패협의회는총학생회선거기간동안풍물패문제해

결에 한공개질의를보냈고각선본은문제해결에힘쓰겠

다고답변했다. 이제‘소통시 ’가 43 총학생회로당선

되었다. 소통시 총학생회는풍물패, 그리고학우들과문

제해결을위한‘소통’그리고‘해결’에나서야한다. 그리고

풍물패들도자치활동과쾌적한수업을원하는학우들을수

없이만나야한다.(2)‘학생회-풍물패-학생’삼자간의고

리가튼튼하다면풍물패소음문제를어렵지않게해결할수

있다고믿는다. 학교로부터‘자치활동의확 ’와‘쾌적한수

업’그리하여달콤한열매를얻을수있기를바란다.

자게사랑, 학교홈페이지자유게시판, 고파스……내가

학에들어온이래들어본학생들의온라인커뮤니티이름

이다. 여기서는학내외의굵직한사건들부터개인의소소한

이야기까지고 생들의여론을부분적으로나마읽을수있

다. 세커뮤니티에서매년빠지지않고의견이오가는문제

가바로풍물패문제다. 나는이 을통해풍물패와풍물패

소음문제해결을위해애썼던사람들의이야기를뒤돌아보

고앞으로의전망에 해이야기하고자한다.

풍물패와학생들의‘잃어버린10년’

학내풍물패는중앙풍물패부터각과반소모임에이르기

까지 10여개에이르고, 풍물패원은각학번당 100여명에달

한다. 풍물패와학생들에게지난 10년은‘잃어버린 10년’이

라불릴만하다. 99년중앙광장공사시작과함께 운동장

과돌벤치의절반, 02년백주년기념관건설과함께경

앞소나무호상공터가사라지면서연습공간이 폭줄어들

었고, 03년부터는민주광장에서달집태우기불허, 05~06년

부터는민주광장에서의연습불허, 인촌기념관 관축소가

이뤄졌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다수의풍물패가좁은

연습공간(남은절반의돌벤치)로몰려들면서엄청난소음

문제가야기되었다. 또한학교측의자치활동탄압수위가

높아져 2003년 동제기간에풍물패협의회와 300여명의

학생들이함께만든장승을학생처에서일방적으로철거했

으며, 어윤 전총장은재임시절“풍물패들산으로다내쫓

으면안되나?”라는발언을하기도했다. 요컨 학교측의

일방적인건물공사와학생자치활동에 한몰지각한인식

은풍물패소음문제를야기했으며풍물패와非풍물패학생

들의갈등을낳고있다.

소음문제해결을위한노력

풍물패의자치활동과소음문제해결을위한노력은몇년

간드문드문진행되었다. 가장최근의일은 2007년도전체

학생 표자회의(이하전학 회)에서통과된‘풍물패문제

해결을위한학생 표자결의’다. 당시이공계풍물패장이

풍물패소음문제해결은가능하다!

홍묘_R| 학원생(전풍물패단원)

고 토론마당 : 풍물패의연습공간문제

(1) 2004년초, 책위원회의요구안은풍물패연습을위한 체공간마련이핵심

이었다. 풍물패측이제시한 안은인촌기념관뒤공터, 국제관지하주차장개조,

타이거플라자지하등이었다. 학교측은인촌기념관뒤는개운사라안되며, 국제

관지하주차장은화재위험이있어안되고, 타이거플라자지하는상업시설이라

안된다고답변했다. 그러나학교는3월이후 책위원회활동이확 되고때마

침등록금문제로비상학생총회가열릴기미가보이자현재의4∙18 기념관지하

공간과농구장옆공터를양보할수밖에없었다. 그리고2009년현재여전히‘

안공간’문제가핵심이다.

(2) 얼핏보면, 자치권과수업권을주장하는학생들이서로 립하는것처럼보인

다. 그러나이들은절 로이분법적으로갈라져있지않다. 자치활동을하는학생

들도수업을듣는학생이며, 수업을듣는학생들도동아리부터과반소모임등여

러자치활동의일원이기때문이다.

Page 40: 12월호 내지1~35

78 고 문화高大文化

그랬다. 풍물패활동이하나의시 정신이었고 학사회

가가지고있는열망의분출이었던시기가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년이지난지금, 현재풍물패는소음을내는

표적인주체로규정되고있고, 캐치볼과더불어교내에서

‘천덕꾸러기’의 명사가되었다.

풍물패의특수성이란‘트인장소’로규정될수있겠다. 풍

물의경우여타연행예술분과동아리와는달리타악기가

주가되므로어지간한방음시설이아니고서는건물내에서

연습하기어렵다. 게다가풍물의소리는건물전체가울릴

정도이기때문에 폐된연습공간에서의장시간활동은풍

물패원에게난청등의문제를발생시킬수있다. 적어도연

습때소리를줄이는노력을할수있지않느냐는의견이있

으나, 언제까지소리없는연습을할수는없는노릇이니역

시난해한일이아닐수없다.

풍물패문제에학교당국은무응답으로일관하고있다. 최

근십여년간학교는매년새로운건물을신축했고, 그와반

비례하여비교적자유로웠던야외공간은축소되었다. 운

동장은없어졌고, 돌벤치는구역이좁아졌다. 하지만활동

장소가없어졌다고풍물패가없어진것은아니었기에, 당연

히좁은구역에여러풍물패의활동이중첩되었다. 이에각

풍물패, 그리고뜻을함께하는교내구성원들은지난수년

간꾸준히학교당국에문제해결을요구해왔다. 그러나지

금까지실현된것은 4∙18 지하의좁은연습실정도일뿐이

다. 사실상학교는풍물패에 해탄압에가까운태도를보

이고있고, 지루한기다림에학내구성원의목소리도공허한

메아리처럼반복되고있다.

여기서는교내풍물패의생성과그이후의자취문제에

해말하고싶다. 우리가생각하는풍물은 체로야외활

동일것이다. 어째서그러한것일까? 풍물은사물놀이와달

라서단순히기교와장단으로악기를연주하는것이아니라,

행위자와공동체구성원이풍물을통해일체감을획득하고

삶의고양을지향하는활동으로규정된다. 풍물의성격에

풍물패논쟁,학내풍물패들의

근원적성찰이

필요할때ㅇㄹ|학부생

고 토론마당 : 풍물패의연습공간문제

2009 12 December 79

한이러한규정은전통문화의보존과계승문제와궤를

같이하고있는데, 즉풍물은일종의민족정체성의퍼포먼

스이다. 풍물이수반하는상징적∙상상적한민족의지형,

즉이데올로기적공간으로의‘시골’(농촌사회)이가지고있

는‘민족의혼을보존하는곳’, ‘우리가자란곳’, ‘우리의

본질적 (민족)정신이머무는곳’이라는감정적이고상징적

인의미는누구를위해존재하는가? 과거 학사회가기성

계층, 특히억압적정부권력에 항하던시절에풍물의이

러한특징이학생들에게 (선택적으로) 조명되었고각광받

았다. 우리학내풍물동아리의 부분은이시기의흐름을

반 하여만들어진조직이다.

풍물패내적으로는미시적이고개별적인테마를다루고

실험적인장르를선보이는등의적극적인발전이있었겠지

만, 앞서말한학내풍물의근원적성격은수십년간획기적

인변화가없었다. 각풍물패의기원과지난날의활동이내

포한성격을비판적으로되돌아보고진정한반성과성찰의

계기로삼으려는풍물패는사실상‘없다’. 지난과거를감

상에젖어되돌아보고풍물패가사실상명맥만유지된다고

자조적으로말하면서도, 한편으로그것을‘지키겠’다고말

한다. ‘전통’이란무서운굴레다. 반면 학사회는그안팎

으로매년이새롭다. 각종자치활동에서학우들이관심을

돌리는현실을단순히‘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의침탈’에

따른‘공동체의위기’라고개념화할수있는가? 풍물이내

포하고있는목표와현실사이에괴리가있는것은아닐까?

풍물이가지고있는학내자치활동으로서의가치는분명낮

아졌다.

따라서풍물을‘소음공해’로생각하는학내구성원들이

늘어난것을두고사람들의음악취향이편향되었다든가하

는주장은곤란하다. 이러한인식변화가어떤방향을담지

하고있는지에 한분석도중요하지만, 그것을현실로이

해하고적극적으로응 하는것이우선필요하다. 분명히

지금교내풍물소리를소음으로생각하는학우들이상당수

존재한다. 이문제는풍물패에게귀속되고, 그간의일들에

해소극적으로나마풍물패의사과와해명이요구된다.

학사회의끊임없는변화는어떤활동을고무시키는가

하면, 다른어떤활동을위축시키기도한다. 여전히많은사

람들이풍물을사랑하고좋아하고있지만, 한편으로다른많

은사람에게풍물은거추장스럽다. 만약지금의풍물패가학

우들의관심과지지속에이상적인자치공간을얻어서속된

말로‘짱박혀서’연습한다손쳐도, 너른공터에서흥겹게

판굿을벌리던옛날로돌아갈수있을까? ‘관심속에얻은

자치공간으로무관심의자치활동을’, 그것이풍물패가원하

는바인가? 이러한간극을해소하지않는한‘풍물패논쟁’

의 립구도가단순히학생-학교로세워질수는없다.

Page 41: 12월호 내지1~35

독 자 투 고

2009 12 December 8180 고 문화高大文化

한국어로쓰인순문학이 부분팔리지않는현실에도불구하

고, 여전히문단의몇몇스타들을중심으로꾸준히작품이팔리며

명성을얻는사태가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또한‘정신적으로’

또는극복될수없는물질적인현실이아닌가? 조금오래된일례

이지만, 신경숙의『엄마를부탁해』라는작품이베스트셀러로등

극할때조 일의즉각적인반응은, 그러한작품에모종의가족주

의-국가주의적이데올로기가내재되어있다는식의진부한문

화비평이었다. 원래그가지적했던것은환원할수없는사실의

수준, 한국문학이전반적으로‘팔리지않는’사태 는데여전히

‘팔리는’작품에관해서라면이렇듯조 일은당위적으로(이런

게팔리는건이상하다) 접근하는것이다. 이것은어떻게보면도

착적인태도가아닌가?

오히려‘근 문학의종언’이, 그것이전달하는외상적메시지

가한국의맥락에서제 로이해되기위해서는, 그것은‘문단문

학은이제끝났다’나, ‘문단문학을끝장내야한다’는수준에서가

아니라, ‘문단문학은 원하다’ 혹은더나쁘게 ‘문단문학이여

원하라’는수준에서받아들여져야하지않을까? 순문학이고장르

문학이고간에이제더이상문학은팔리지않는다. 그리고그중

에서여전히명성을얻고팔릴가능성이있는작품은, 그것이훌

륭하든형편없든무관하게문단의허울뿐인권위를입고생산된

텍스트이다. 중요한사실은 중의눈에도적어도몇몇스타작가

들에관한한문학의권위가여전히‘건재’하다는사실이다. 다

수의독자들가운데서, 문단내부에서생산된작품들이타이틀을

얻으며, ‘한국문학’을 표/재현represent하는것이‘한국근 문

학의종언’을가리키는가장정확한사태가아닌가?

2. 이지원과학생운동의종언 이지원은근래에<학생운동의

종언>이라는테제를제출했다. 그리고이것은조 일의‘종언’테

제에 한수용과어떤 칭을이루고있는듯보인다. 그것이종

언에이르 다는근거는무엇인가? 이른바‘스펙쌓기’의시

속에서학생운동의 의와그것이제공하던연 감에의경험이

학생사회에 한‘ 향력’을상실했다는것이다. 다시말해학생

운동속에서의숭고한경험은개별적인스펙쌓기나문화적인취

미활동속에서얼마든지 체가능한무엇으로전락하고말았다.

조 일이개개의문학작품이지닌예술적당위성과별개로그것

이‘팔리지’않는데에서그것의근본적위기를파악하듯, 이지원

도학생운동이추구하는당위성과별개로그것이단순히서점에

서팔리지않는책들처럼‘흥행’에성공하지않는다는사태에서

근본적인위기를발견한다. 이지원은학생운동의종언을직접적

으로예증하는것은그것에가해지는외적인탄압이나적 적인

반응(이것은학생운동의종언에 한증거이기는커녕오히려궁

극적반례로간주되어야한다)이아니라, 오히려학생운동이무엇

을시도하든간에마찬가지로되돌아오는학우들의전반적인‘무

관심’에서찾아져야한다고단언한다. 이지원은매우보기드물

게학생운동의종언을그당위성의상실과혼동하지않는다. 학생

운동이타성화되고잘못된 의를고수했다는데서그것의종언

을찾는것은그것이아무리순수한동기에서비롯되었다해도기

본적으로종언의내적인책임을면하려는사고에불과하다. 애초

에학생운동의종언은그것이지닌 의나전략내지는흔히이야

기하는소통방식에서초래된게아니다. 그래서그는흔한주장

로단순히학생운동의당위성이퇴색했다고주장하는도덕주의

적수사를넘어선다. 무엇보다고무적인것은그가학생사회를벗

어나그밖의진보적의제와연 하면서위안을얻자는입장을거

부하는데있다. 놀랍게도그는학생사회에 한운동의 향력이

종언을고했다면애초에그종언을초래했던‘학생사회’를이루

는물질적기반과제도적틀을재구성하는게목표가되어야하지

않은가라는, 가장급진적인내기를제기한다.

여기서중요한건지난시절이뤄졌던정치적권리의확장과민

주화투쟁속에서여타사회적 역이쟁취한‘시민권’이라는개

념이오히려가장급진적인학생운동의장이되었던곳에서는낯

설다는사실을이지원이지적했다는점이다. 실제정치참여를통

해일정부분제도화를성취한시민사회의연 의식은정작학생

사회에서는사적친 감의네트워크와숭고한정치적 의에의

참여라는선택지속에서양극화되어있다. 즉학생들에게가능한

연 의식이라해봤자, 술자리가아니라면집회참여라는양자택

일속에서만존재한다. 군부정권하의비상사태가아닌이상, 학

생들은얼마든지두선택지모두를거부하고각자의자폐적인취

미 역이나자기계발에몰두할여지가있다. 이것이그동안시민

사회운동의주축을담당하던학생운동이오히려시민사회의어

떤 역보다더빠르게탈정치화된이유이다. 여기서발리바르가

‘씨빌리테’, 즉급진적‘시민권’으로일컬은그무엇이떠오른다.

그것은운동의폭발적인요구와봉기속에서직접적으로경험하

근 문학의종언과학생운동의종언

1. 가라타니고진과근 문학의종언 가라타니고진이논의

한근 문학의종언은근 문학을근 문학으로서지탱하던일

련의역사적조건이변화했다는수준에서만흔히이해되고있다.

근 문학은역사적환경이변했기때문에더이상이전처럼특권

적인담론의중심, 혹은무수한문학청년들을끌어들 던유혹의

수단이되지못한다는것이다. 그러나이것은가라타니고진에

한피상적인독해에불과하다.

이런이해방식을넘어서, 고진의‘선언’을한국적맥락에서더

욱멀리 고나간인물이있다면, 그는바로고진의번역가이자

동시에문학비평가인‘조 일’이다. 그는근 문학의종언을한

국문단문학의종언으로바꿔말하며, 궁극적으로문단의자연사

(自然死)를겨냥하는급진적인인물이다. 사실그가‘한국문학’의

위기를파악하는방식은일견지극히단순한데그것은외국의번

역서에비해한국문학이시장에서팔리지않는사태에다름아니

다. 고진을따라서조 일은이러한사태를단지정신적으로극복

되거나민족적자부심으로해소할수없는물질적‘현실’그자체

로지적한다. 조 일은이것을단순히‘환경’의변화로만설명하

는데그치지않는다. 한국문학에도래한위기를보다근본적으로

파악하기위해서는그것을그자체의내재적책임의관점에서바

라봐야하기때문이다. 무엇보다‘세계문학’시장에서실제로팔

리는다른국가의문학에비교한다면한국문학의질적빈곤함이

실증적인차원에서분명하게드러난다. 문제는이런문학적빈곤

이다음과같은활동을수반했다는것이다. —상 적으로빈약

한작품군에‘한국문학사’라는타이틀을부여하기위해이러한

질적빈곤을은폐하고그것을양질의작품으로과 포장하는제

도적활동이존재했다. ‘한국근 문학’을만들어내기위해문단

과출판사그리고비평계간의역사적공모는실제로존재했다.

—그것이한국문학을팔리게만들었던‘힘’인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한국(문단) 문학’이팔리지않게된것은시절이수상해

서가아니라그동안한국문학이내용상의깊이와투철한작가정

신으로승부하기는커녕, 문학외적인권위와제도적인요소들을

등에업고내실없는문학작품들에과도한‘의미’를부여했기때

문이라고할수있다. 여기서무엇보다‘비평’의책임이드러난다.

문단의권위에종속된비평이별내실없는문학에순문학의아우

라를부여하는모종의‘문학적베팅’으로기능했던것이다. 우리

가경제현상의 역에서유추해볼수있듯이, 실질가치가반 되

지않은명목가치에근거해문학을팔아치우는관행은결국‘공

황’, 즉‘팔리지않는’사태로귀결된다. 이것이한국의근 문학

의종언즉문단문학의종언이다. 이에 해조 일은가라타니

고진을따라단호하게말한다. 그러한형태의문학은이제“끝났

으며”, 거기에 해더이상왈가왈부해봤자소용없는일이다.

조 일의이러한논변노선의기본적인정당성은아무리강조

해도지나치지않다. 왜냐하면창작이든비평이든그것은자립적

인포지션에놓여있지않으며항상어떤물적토 의기반위에

서성립하는것이라는상식을‘비평가’로서가장용기있게단언

할수있는사람이바로그이기때문이다. 그의비평에 한숱한

반론들이아무리부분적으로옳은구석(조 일의실제작품비평

은지나치게억지스러우며, 문단문학이특정작품을과도하게치

켜세우는것이상으로, 그것을깎아내린다는등)이있더라도, 우

리가그것을옹호할수밖에없는것은조 일씨의비평이야말로

한국에서비평가들이흔히빠질수있는몽매주의로부터가장멀

리떨어져있기때문이다. 그런데우리는그의급진적제스처를

온전히받아들이면서도여전히보충되어야할부분을생각해볼

수있지않을까? 조 일이고진의종언선언을근본적인수준에

서독해할수있게한것은결국한국의문학시장에서일어난변

화다. 그렇다면우리는조 일과동일한노선에서현실의시장에

서‘실제로’일어나는일을새로운관점에서수용할수있지않을

까. 이와관련한우리의질문은다음과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한국문학중에서‘팔리는’게있다면그것은여전히‘문

단문학’이지않은가?

박원익|휴학생|[email protected]

이 은지난호이지원씨의‘학생운동의종언, 혹은부활의기회’에서제시된의견에 한 입니다.

Page 42: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8382 고 문화高大文化

적인정치적개입임을단언한다. 그러나한편으로이러한입장은

학생사회에의참여에 한지난날의열광이이미끝났다는속편

한단정을내포한다. 그러나사실은학생사회의“ 의”에 한열

광이우려스러운방식으로(학교이미지에 한퇴행적열광등등)

재전유되고있음을직시해야한다. 여기서우리는라캉이말한“상

실된 의(Cause)의나르시즘”이라는것을목격하고있다. 학생

운동의종언은학생운동의상실된 의에 한나르시스적고착

이아닌가? 말하자면이러한제반사정은학생운동이취하던정치

적 의를새로운수준에서새롭게정식화할필요성을요청한다.

4. 잃어버린 의를옹호하며 학생운동의종언은실질적으로

학생운동이‘끝났다’는것과거리가멀다. 오히려한국문학의종

언이문단문학작가들의유명세에힘입어지리멸렬하게지속되

는사태를아이러니하게가리키듯, 학생운동의종언역시어쨌든

존속되는이런저런학생운동과학생사회간의지리멸렬한관계

가장기지속되는사태를겨냥해야하지않을까? 그이유때문에

라도학생운동의 의가상실되었기때문에이러한공백을배경

삼아학생회라는물질적/제도적 역을재구성하겠다는이지원

의발상의모순적귀결을지적해야한다. 그는‘학생회’가매년마

다돌아오는‘선거’를통해선출되는사실을간과했다. 어쨌든운

좋게학생회를점거하더라도이후에올선거에서다른운동권선

본과, 또는비운동권선본과‘경쟁’을하는처지에이르게될것

이다. ‘학생운동의종언’이라는것을단지현실적으로존재하는

다양한학생운동의분파들을‘없는셈’쳐도된다는것과동일하

지않다. 우리는오히려어떤수준에서학생운동의 향력과그것

이표방하는‘ 의’그리고그것과다면적으로경합하는 중적

인정서와상상력을무시할수없다는것이다. 그렇다면학생사회

의재구성이라는기획을사고할때우리는그러한학생사회에포

함되는일련의운동가들의현실적비중을무시할수없다. 학생사

회에의새로운개입의틀을짠다고할때이것은동시에현실적으

로존재하는운동과운동세력이표방하는 의에근본적인수준

에서개입하고재구성하는활동과맞물려야한다. 이것은어떻게

가능한가?

앞서이야기한문학의사례에서단서를얻을수있지않을까?

문학이라는장을지탱했던것은순문학만의어떤문학적 의라

고할수있다. 그런데<근 문학의종언>이함축하는건그러한

문학적 의가소멸하고 중들에게무관심말고는아무런반응

을끌어내지않는다는것이결코아니다. 사태를그런식으로본다

면, 오히려우리는역설적이게도아직도근 적형태의문학(문단

문학)만이여전히한국문학의특권적심급으로 중에게 향력

을행사하는것을보게될것이다. 바로그이유때문에라도근

문학의종언은근 문학의 의에 한충실성을새롭게발명해

야한다는노선으로전환되어야한다. 예컨 <근 문학의종언>

이라는테제에충실하기위해우리는문단의권위를해체하는방

향으로나아가야한다. 그러나그렇게하기위해서는문단보다더

내실있는‘문학적권위’를재창안하기위해작가들의 안적어

소시에이션을문단외부에서만들어내야하지않겠는가? 물론이

것은그저감상적인구호아래모인젊은작가들이모 다흩어지

는실천만으로는불가능할것이다. 그들이모든걸포기하는한에

서라도기존의근 적문학-시스템을완전히보이콧하는충실성

속에서야비로소조 일이염두에두었던문단문학의종언이실

제로일어날것이다. 역으로이것은상실된문학적 의를회복하

는투쟁속에서만가능한일이다. 학생운동에 해서도이와같은

것이반복되어야한다! 학생운동이담지하고있던 의내지는정

의감이상실되었다면그러한정의감을학생회재구성을구실로

선거운동의수준에서은 하게보상받을것이아니라, 보다공격

적인방식으로그 의를환기하고고수해야할필요가있다.

필자가마지막으로강조하고싶은것은다음과같다. (의외로

들릴지모르겠지만) 우리는우리의시도가얼마나흥행할것인지

에 한두려움을과감히버려야한다. 애초의종언선언에서문단

문학이나학생운동이흥행하지못한다는것이위기의원인으로

파악되었다면, 두번째시점에서우리는그위기를파악하는원래

의방식자체와과감하게단절해야한다. 이것만이종언선언을진

지하게받아들이는유일한지름길이다. 여기서우리는라캉의다

음과같은명제를기억해야한다. —분석가의피분석가에 한

개입의성취여부는, 그가피분석가에게서얼마나‘사랑받을만

한’지에달린게아니다. 이렇게본다면어떤개입이든반드시실

패한다. 분석이성공하는지름길은애초에그성패의척도자체를

바꾸는데있다. 분석의성패여부는피분석가가분석가의제스처

에서자신의상실된욕망의원인= 의Cause를재발견하는데있

다. 오늘의운동가들은학생사회의상실된욕망의원인( 의)를과

감하게고수할수있는가?

던해방적 의와연 의식을체계적으로제도화함으로써앞서

말한 (1) 운동의순간속에서체험되는숭고한 의에 한충실성

과 (2) 사적인친 감속에서의나르시즘적동일화, 라는양극단을

피하고연 에의경험에현실적/물질적인기반을제공하는것이

다. 예컨 반인종주의캠페인운동에서확장된시민적권리는단

지그운동속에서만지속될게아니라, 마땅히이민자들에 한

선거권과피선거권부여라는국가적/제도적틀안에재기입되어

야한다. 이를통해단지운동뿐만아니라국가/이데올로기 역

자체가재정의되면서진정한정치적효과가발생한다. 씨빌리테

=시민권이란운동과제도양자를매개하며시민적연 의식에물

질성을부여하는그무엇이다. 그런데학생운동에서는이양자(운

동과제도) 사이의연결고리가그동안빠져있었던것이다.

이러한문제의식은단지학생운동을시민운동의연장선상에

놓아두자는 안이아니라, 오히려시민권이라는개념그자체를

학생사회의수준에거꾸로‘도입’하자는제안에다름아니다. 여

기서이지원은학생운동과시민운동간의관계성에 해어느누

구보다깊이있는통찰력을보여준다. 앞서말한학생사회에 한

근본적인수준(학생사회를형성하는근본적인공리계수준)에서

의‘개입’을성취하기이전에는어떻게해도결국학생운동은시

민운동과도소원한어떤것으로남게될것이다. 그런데‘학생사

회의재구성’을실제로이끌어낼때에만비로소학생운동그자

체역시도단지시민사회운동의하위범주로서가아니라그자체

로서‘시민적’이고‘보편적’인정치적개입으로서즉각적으로

‘재구성’될것이다. 오히려지금까지의시민운동과학생운동이

현실적으로맺었던관련성은특수한역사적조건에의존하는우

연적인결합에불과하다. 이것은조 일과마찬가지로종언의선

언을, 혹은종언이후의사태를가장급진적인‘귀결’로 고나

가는제스처로평가받아야마땅하다. 여기서우리는종언에의선

언으로부터, 가장급진적인‘연산’이행해졌음을확인할수있다.

우리는‘종언’이라는사태를어떻게정치적으로‘계산’하며재창

안할수있을까? 이물음자체는곧‘종언’이라는사태가가장급

진적인정치적개입의지평으로서사고될수있음을의미한다.

3. 상실된 의의나르시즘 그런데우리는정작이연산의과

정에서몇가지문제점을지적할수있다. 가장중요한건, 그가현

실적으로존재하는‘학생운동’에 해내린평가들이과연온당

한지, 학생운동의 의가그렇게깔끔하게‘끝났다’라는말로정

리할수있는위상인지에 한문제이다.

이에앞서이지원의탁월한논의에서결락된몇가지일견사소

하게보이는지점들을지적하고싶다. 고려 학교에서일련의학

생들이본관건물에서교직원들과 치했던사건에서촉발된출

교사태(그때그러한 치상태는‘감금’이라고묘사되며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때, 그사건의최초국면에서학생사회로부터격렬

한저항과혐오감이표출되었다는것을지적하고싶다. 이건희박

사학위수여식저지사건때와마찬가지로격렬했던이반응은결

국‘학교이미지훼손’이라는동일한논거를가지고있었는데, 이

는학생 중들이몇몇학생운동가들에 해분명히상상적으로

경쟁하는어떤지점이있다는것을보여준다. 이짤막한순간이

드라마틱한절정으로치달은것은단연일련의공 생들이검은

옷을입고학생들이스승에게한패륜적인짓을‘석고 죄’하는

퍼포먼스에서 다. 이낯뜨거운연극이보여주는건분명학생운

동가들이가지고있는모종의‘정치적 의’가 중들의정서와

경합을일으키는측면이있다는것이다. 이후의지루한법정공방

이지속되면서, 출교사태에관해학생사회가되찾은묘한‘평정’

만을보고서학생운동에 한공중의반응을단지‘무관심’만으

로진단할수는없다.

무엇보다학생운동이일반 중에게적극적인거부감을일으키

는부분은그것이아무리퇴행적이라해도여전히분석되어야한

다. ‘운동’에 한판에박힌거부감은 (반공정서와동일하게) 그들

이상실한정치적 의에 한심리적보상으로파악되어야한다.

그렇기때문에학생운동이표방하는 의가학생사회의무관심

속에서상실되었다고단순하게말할수없다. 의의나르시즘적

상실은그것의진정한종언과다르다. 앞서, 석고 죄를했던공

생의경우에도그들에겐그들만의‘정의감’이없지않다. 왜없겠

는가? 그리고이런상상적정의감에는‘학교이미지’라는상상적

자아이상이자리잡고있다. 어쩌면이것은어떤새로운추세라기

보다는마치좌파정치의공백이남겨진정치적공간에서, 인종주

의적-민족적정서가발흥하는것과동일한맥락에서이해될수있

을것이다. 그런데이지원은에티엔발리바르의노선을따르면서,

이러한정치적‘ 의’가그자체로는이제“아무것도아니”라는

것을선언하며그러한 의로부터소외되어있던제도적장치(학

생회)를통해학생사회의권리 역을보장하는것이가능한근본

Page 43: 12월호 내지1~35

2009 12 December 8584 고 문화高大文化

고 문화2009년교지 결산보고

1. 출판비, 외부필자원고료, 편집회의진행비, 비품구입비, 통신및우편발송비, 언론자치기금이교지 에서사용됩니다.

2. 교지 의사용내역은고려 학교학생처에의해관리되며, 관련 수증은학생처에서열람하실수있습니다.

3. 지면상전하지못하는결산안에 한더자세한내용은전학 회를통해보고됩니다.

날짜 적요 수입 지출 잔액

2009-03-01 전학년도이월금 468,010

2009학년도1학기

2009-03-18 안암(13,339×1900) 25,344,100 25,812,110

의 (406×1900) 771,400 26,583,510

보과 (828×1900) 1,573,200 28,156,710

세종(5,162×1900) 9,807,800 37,964,510

2009-05-13 2008학년도제2학기자치언론기금지급 3,604,600 34,359,910

2009-06-01 2008학년도제2학기고 문화원고료(교지 )지급 5,472,170 28,887,740

2009-06-08 2009학년도제1학기고 문화제작비(3월호) 8,609,000 20,278,740

2009-06-12 2009학년도제2학기고 문화제작비(4.5월호) 9,193,000 11,085,740

2009-06-19 2009학년도제2학기고 문화제작비(6월호) 8,471,000 2,614,740

2009학년도2학기

안암(10,584×1900) 20,109,600 22,724,340

의 (377×1900) 716,300 23,440,640

보과 (669×1900) 1,271,100 24,711,740

세종(4,144×1900) 7,873,600 32,585,340

2009-10-01 2009학년도제1학기고 문화원고료(3,4,5,6 원고료등) 4,511,800 28,073,540

2008-12-04 자치언론기금 3,801,615 24,271,925

2009-12-08 2009학년도제2학기고 문화발간비(9,10월호) 18,118,000 6,153,925

고 문화수입지출내역

자치언론기금2009년1학기결산보고※자치언론협의회는학내자치언론활동의활성화에기여하기위해결성된학생자치기구입니다.

※자치언론협의회는학내자치언론사업을지원하기위해교지 의15%를자치언론기금으로조성합니다.

※자치언론기금은자치언론협의회회칙에근거하여지급합니다.

※자치언론기금의사용내역은매학기<고 문화>와<석순>을통해보고됩니다.

학내자치언론활동을고민하는단위들의관심과참여를기다립니다. http://club.cyworld.com/kupress(자치언론협의회온라인클럽)

단체명 예산신청금액 집행금액

3월

sports ku 50,000원 50,000원

kutv 562,000원 390,000원

kufm 321,400원 321,400원

르데뷰 700,000원 390,000원

정 신문사 270,000원 270,000원

합계 1,903,400원 1,421,400원

4월

kutv 745,000원 413,300원

르데뷰 434,300원 434,300원

sports ku 350,000원 350,000원(3월집행금액반납)

합계 1,529,300원 1,197,600원

5월

kutv 1,469,900원 630,000원

sports ku 350,000원 350,000원(4월집행금액반납)

르데뷰 500,000원 500,000원

합계 2,319,900원 1,480,000원

6월kutv 553,500원 553,500원

sports ku 500,000원 500,000원

합계 1,053,500원 1,053,500원

7∙8월 kutv 1,066,000원 1,066,000원(6월집행금액중411,000원반납)

총합계 7,872,100원 5,407,500원

※‘kufm’은3월예산까지집행받고4월에탈퇴하 습니다.

※‘르데뷰’는5월예산까지집행받고6월에탈퇴하 습니다.

고려 학교자치언론협의회2009년상반기집행보고

1학기총기금: 5,691,500원

Page 44: 12월호 내지1~35

86 고 문화高大文化

마지막편집후기에는무얼써야하는건가싶어여기저기지난흔적들

을뒤적 다. 중앙광장벤치에앉아편집실에들어갈까, 말까한참을

서성 던2007년의가을날이떠오른다. 오래된블로그에서는수습보

시절떠올린생각들을갈무리한메모들이먼지를털며모습을드러내

었다. 한쪽턱을괴고스크롤바를내리면서저때는왜저렇게순수(?)

했나싶어피식피식실소를흘렸다.

그렇게고 문화에들어오는것을하나의결단으로생각했던때가있

었다. 하지만삶은비루한결단들의연속이었고, ‘내게고 문화란무

엇인가’를생각하는것이괴로울적도많았다. 문장과생각과행동이

따로노는것을지켜보며생겨나는죄의식비슷한감정속에그냥어

디론가숨어버리고싶었던날들은얼마나많았던지.

그래도…….

고마워, 고 문화.

-복슝

또한학기가흘 고

쓸말은더욱줄었다

쓰고지우고또반복

남긴것도남길것도

온통잿빛이다

그치만

그가운데아직은

고마운일들이참

많다, 속좁은내게도

그림자

gdgd~

아싱나ㅋㅋㅋ마지막실무가끝나감!!

이제진짜로퇴임인거신가. 실감이안나!!

고마워요사랑해요모두들

...남은이야기들은생활평가에서, 살살부탁해♡

-심氏

1학년을보내며.. 2009년을한줄로추려보면

‘미루고또미루다내이꼴날줄알았지!’

고 문화에라도안들어왔으면

맨날당구치고술먹고뻘짓하고

그 로군 갔다와서취직에결혼에…

더더 ‘별일없이살았’을것이다.

-원빈현빈성빈-

날씨가기어코 하로떨어졌단다. 허허.

추운날에는안경에김서리도록뜨거운콩나물해장국이제일이지.

쓰면서도입에침이고이네.

늘시리고쌀쌀하고혹독한겨울같은내생활에

콩나물해장국한그릇같은것들이있다.

땀, 눈물, 콧물, 속시원하게쥐어짜주는얼큰한것들

한끼밥이되어주는든든한것들!

으아배고프다!!!!!!!!

수현

미안하고, 고맙고, 사실특별히할말은없지만.

눈알굴리지않겠다고시작했던나,

눈알굴리지않을거라고믿어줬던너,

더이상눈알굴리지말라고말려주던그들.

은참생생하다.

- 이얍.

자치언론협의회는 2005년부터교지 의15%를

학내자치언론들에게지원하고있습니다.

정기적으로간행물을출판한다면

학내의어느단체든언론출판비용을

지원받을수있습니다.

한달에한번정기적으로회의가진행됩니다.

학내단체들의많은참여를기다립니다.

가입에관한자세한사항은

http://club.cyworld.com/kupress에서

확인하실수있습니다.

문의 : 운 위원010-2848-3982(SPORTS KU)

편집후기

Page 45: 12월호 내지1~35

2009

루저의

88 고 문화高大文化

‘루저녀’-이는 11월KBS ‘미녀들의수다’프로그램에출연했던한여 생이‘키작은남

자는루저’라고발언한것에서생겨난조어이다. ‘루저’폭탄의위력은상상을초월했다. 그녀

는후에미니홈피에‘루저’발언에 한사과문을올렸지만, 여전히자신의‘개인적인취향’에

해서는사과하지않겠다는태도를보임으로써 남성네티즌들의화를부채질했을뿐이었다.

현재루저녀는테러에가까운비난의포화를맞고일상생활조차제 로 위하지못하고있는

상황이다. 그러나그녀에게닥쳐온‘이런방식의’비난은과연정당한것일까?

사람들은그네들의‘자존심에생채기를낸’그녀를향해증오의언어를쏟아붓는것자체에

몰두하는듯하다. 그녀는자신의발언하나로쉽게‘걸레’가되고, ‘오크녀’, ‘된장녀’가되었

다. 넷상에서기괴한방식으로오려붙여놓은증오의몽타주들은그녀가인간으로서의일말의

동정조차아까운존재임을가르쳐주는듯할정도 다. 그런데여기서의미심장한것은, TV프

로그램등에서외모지상주의가여/남불문하고노골적으로드러난예는수도없이많은데남

성이같은이유로여성들에의해테러에준하는인신공격을받은사례는없다는사실이다.

개똥녀, 된장녀, 군삼녀……. 그리고이번의루저녀에이르기까지, ‘OO녀’는‘개념있는’남

성들로서는이해할수없는‘개념없는’존재들이다. 특정여성은‘~녀’라는이름안에서쉽게

상화되고희화화된다(남성의경우에부정적인뉘앙스로서‘~남’을붙이는경우는거의없

다). ‘OO녀’라는이름안에서특정한여성은열등한속성을가진, 경멸받아마땅한존재로그

려진다. 루저녀는마치세상에존재하는모든외모지상주의의유일한담지자인듯벼랑끝에몰

렸다. 문제상황을루저녀개인의‘개념없음’이라는한단어로묶어벌하는것이결국‘깔창을

깔아야하는현실’에아무런도움도되지않음을모르는바는아닐텐데말이다. ‘루저녀사건’

을만든것은다름아닌 상화된여성상에 한막연하고도테러에가까운증오그자체일뿐

이다. 루저녀는그녀의발언이많은남성들의자존심을건드렸다는점을넘어, 그발화자가여

성이었다는것자체로훨씬더치열한공격의 상이되었다. 여기서그녀가공격받은원리는

‘어쩜그럴수가’가아니라‘감히네X 따위가’이다. 루저녀의발언에문제가있었음은부정할

수없는사실이지만, 그녀에게‘~녀’라는접미사가붙는순간그녀는자신이한잘못에비해훨

씬많은비난을받게되었다. 저질스러운언어의포화로부터그녀를지켜줄수있는것은아무

것도없었다.

이사건을바라보며약 5년전DJ DOC와베이비복스간의사건이떠올랐다. 베이비복스가

그들의신곡에 2pac의 Exctasy의랩일부를가져다쓴것을보고이하늘이“힙합도모르는년들

이괜히깝친다”라는식의발언을한게문제가되었던사건이었다. ‘오빠한테빠따한번맞고

다시시작하자’, ‘미아리복스’니‘섹스가수’니하는적나라한단어까지써가며욕을한것은모

두DJ DOC측이었지만, 그녀들은소속사차원에서명예훼손고소를할수있었을뿐이었고, 눈

물을흘리며분쟁에관해 중에게사과했던것은오히려베이비복스측이었다. 그녀들이입을

다물어야만했던것은그녀들에게‘힙합스피릿’이부족했기때문이아니다.

편 집 실 의 세 상 보 기

지원|편집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