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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7 ------------- DEC 2013 친구에게... 나에게... 연인에게... 화분에게... 시간에게... 02 04 06 08 10 동네숲, 선물

숲스(SOOPS)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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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 12월, 동네숲, 선물, 친구, 연인, 나, 취업생,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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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숲스(SOOPS) 12월호

VOL.07-------------DEC 2013

친구에게...

나에게...

연인에게...

화분에게...

시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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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동네숲, 선물

Page 2: 숲스(SOOPS) 12월호
Page 3: 숲스(SOOPS) 12월호

동네숲매거진 <숲스> 03

산책은 사색의 시간을 준다.

결의나, 준비 없이 흘러가듯 사색한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숲스의 첫 번째 산책도 끝나간다.

동네숲을 찾겠다며 나선 청년들.

늘 그렇듯 마지막은 고루하다.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하지만 그 길은 고루하지 않았다.

이제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마주한 청년들이

주변과 이야기한다.

언젠가 동네숲이 될지 모르는

선물을 건네며.

Page 4: 숲스(SOOPS) 12월호

▶ 학습에 도움을 주는 점자기계

12월의 어느 겨울날

우리의 아지트가 된 카페에서

A. 지난 2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

B. 그렇지, 점자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고등학교를 다니

면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처음엔 많이 화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익숙함

이 몸에 밴 이후론 오히려 편해졌어. 그렇다고 걱정이 없다는

건 아니야. (웃음)

VS

훈맹*이라 불리는 사내

훈맹이라 불리울 사내

어느덧 나와 7년을 함께한 친구 박준성.

학창시절 동기들 중 얼굴마담, 간판으로 통하고

밴드부에서 기타도 맛깔나게 치는 리더였던 내 친구 준성이는 지금 앞을 보질 못한다.

2년 전 여름 시야의 중앙에 이상한 이물질이 낀 듯한 느낌과 시력저하 등의 불편감에

병원을 찾았다. 갖가지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그에게 의사선생님은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LHON*(레버 유전성 시작 신경병증), 즉 시력을 잃는 희귀병이라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민 불행으로 인해 삶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난 오늘 생기 있는 향기를 선물하고 그 동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글 송승현│사진 송승현

*훈맹 = 훈남 맹인

*LHON : 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레버 유전성 시각 신경병증이라는 뜻.

먼저 한눈의 시력이 상실되고 몇 주에서 몇 달 간격으로 나머지 시력도 상실하는 희귀병.

동네숲선물 친구에게

04 동네숲매거진 <숲스>

Page 5: 숲스(SOOPS) 12월호

▶ 산책을 못해 아쉬운 아음 달래는 중

A. 학교생활은 어때?

B. 똑같지 뭐. 공부하고 기숙사 가서 잠들고. 근데

요즘 들어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난 어디에 속해 있

어도 안 어색하다고 할까? 적응력이 좋다고 할까?

학교에서도 다들 동생들인데 잘 어울리고 날 믿고

따르는 아이들도 많아. 그래서 지금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봐.

단지 다음 주에 시험이 있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쓴웃음).

A. 그래서 스트레스를 한창 받을 고등학생인 네게

준비한 선물이 있지. 로즈마리인데 향이 정말 좋아

서 준비해 봤어. 어때?

(정말 안 어울리게 아이같이 좋아했다.)

B. 오~ 진짜? 방에 신선한 느낌이 부족했는데 방

향제 대신으로 딱인데? 향이 참 좋다.

안 그래도 근처에 청와대 사랑채나 건너편에 무궁

화동산에 자주 산책을 갔는데 오늘은 집회 때문에

전면통제에 들어가서 못 들어간다고 하는 거야. 그

래서 조금 짜증이 났었는데 그런 게 다 풀리는 느낌

이다.

A. 맞아. 거기서 시원스럽게(?) 사진 한번 담아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나름 너만의 힐링 장소면서 동네

숲이 되는 곳일 텐데 말이야.

B. 그렇지, 학교 내 헬스장도 있는데 헬스장에 비해

서는 조금 불편해. 그래도 바깥공기를 마시며 산책

을 하는 거랑은 정말 기분이 다르니까.

그런데 동네숲?숲스? 너 올해 초부터 시작했으니

활동한 지도 되게 오래됐잖아. 넌 어땠는데?

A. 오래하긴 했네.(웃음) 동네숲이라..

내 생각엔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느낀 동네숲은

뭐랄까, 따스함? 여러 활동을 했지만 할 때마다 인

원이 적건 많건 웃음과 사람들 간의 정이 넘치는 사

람 냄새가 나는 소통의 장이 돼 주었거든. 그래서

난 동네숲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 주변에 있지만 스

스로가 또는 우리가 인지를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 정말이지 참 알면 알수록 더 아리송해.

B. 흐음. 어떤 느낌인지는

감은 오는 거 같네.

난 내 친구에게 조그만 화분을 선물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과 여태의 활동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아니 난 아직은 나만의 동네숲을 찾아

알려주진 못했다. 하지만 준성이만의 동네숲을 생각해

보는 계기는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을 아이처럼 기쁘게 받

아준 내 친구 준성이. 앞으로의 새로운 길에

서 걱정은 되지만 잘할 것이라 걱정은 없다.

동네숲매거진 <숲스> 05

Page 6: 숲스(SOOPS) 12월호

06 동네숲매거진 <숲스>

낭만적인 여행객을 위한 위로

‘불토’이지만 놀러 나갈 여유는 없다. 당장 다음 주에 있을 네 개의 시험과 두 개의 과제 때문에 눈앞이

캄캄. 그렇다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진 않지만. 연말인 요즘,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학 생활에 나는 지

치고 찌들었고 그렇기에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찌들 대로 찌든 김소정과 그

녀를 위로하려는 김소정의 낯 뜨거운 대화다. 붕괴 직전인 내 방에서는 내면의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는

핑계로 나는 열 공부를 제쳐두고 밖을 나선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합정.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반짝이는 상점들. 그 중 작은 꽃가게에 들러 고민 끝

에 오렌지스타라는 작은 화분을 산다. ( 위로를 해주려는 소정, 위로가 필요한 소정 )

-글 김소정│사진 8번 공

웬 화분? 키우는데 취미 별로 없잖아.

나를 위한 연말 선물? 그러고 보니 이제 3학년도 끝이고

숲스도 마지막 발행을 앞두고 있네.

응. 12월이니까 이제 슬슬

마무리 할 시즌이지.

시험도 끝내고 숲스 활동도 끝내면

가장 무엇을 하고 싶어?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

요새 캠핑에도 관심이 가고.

콧구멍에 바람 좀 쐬고 싶달까?

평소에도 여행 좋아하잖아.

그러고 보니 1학년 때부터 국내로

틈틈이 돌아다녔어. 다른 애들처럼

해외여행은 못 갔지만. 여행이

특별한 것을 보고 경험하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나는 그것 때문에

떠나는 건 아니거든.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넌 이번에 유독 지쳐 있는 것 같아.

좀 한 템포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여행을 가고

싶은 건가? 난 어떠한 성장도 하지

않았는데 4학년이라니까 겁이 나.

그래도 계속 준비해

왔잖아. 어른이 되기

위해서.

응. 이것저것 경험하고

배우려고 노력했지.

숲스도 그 일환일 테고.

맞아. 3학년 되고 겁먹어서 괜히

대외활동 한답시고 여기저기 넣어본

것 중 하나가 동네숲 기자단이었어.

동네숲선물 나에게

처음에는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구나.

사실 그럴 필요 없었는데 나는 기사를 쓰는 것이 과제 같

았어. 하지만 한두 번 쓰다 보니 '동네숲'을 이해하게 되었

고 다행히 내 관심사와도 맞아서 편해지고. 글도 점점 나아

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고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

숲스를 하고 어떤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일단은 ‘동네숲’이라 불리는 활동들에 관심

이 많아졌어. 뭐든 알아가는 건 즐겁고 내 스

스로가 풍부해지는 일이니까. 여행을 가면서

몰랐던 길을 찾고 지나칠 뻔한 풍경을 찾으

면서 그 여행이 풍부해지는 것과 같은 거지.

그럼 너한테 여행은 뭔데?

나한테 여행은 책이나 영화를 보는

취미생활과 같아. 오로지 그 행위

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평소처럼

끊임없이 걱정하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고.

말하자면 현실도피 같은 건가?

음... 뭐 그렇게 되나? 그래도 마냥

도망가진 않아. 그 행위 속에서

하나라도 배우고 느끼려고 노력해.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처럼 넌 지금 여행 중인 게

아닐까? 여행 가 봤으니 알잖아. 가끔 지치고 막막할 때가 있는

거고. 가는 방법을 몰라서 한참 헤매기도 하고. 헤매는 도중에

멋진 골목길을 볼 수도 있고. 너 사람들의 조언도 잘 안 듣잖아.

삶은 여행. 참 좋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편해진다.

큰 여행 속에서 가지를 치듯 내 여행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어.

그나저나 이 화분도 너한테

여행이려나?

숲스라는 여행 중 구매한 작은

기념품? 내 방에 ‘별’이 있다니,

왠지 낭만적이지 않아?

넌 참 뜬금없이 감성적일 때가 있어.

아무튼 낭만적인 여행이 되길 바라.

행운을 빌어★

어땠어, 지난 6개월 동안?

꽤 고생한 걸로 아는데.

말도 마. 그냥 그저 그런 대외활동

으로 생각하고 신청한 건데 아니

었지. 제대로 글 써본 적도 없는데

머리 뜯어가며 기사를 쓰고 숫기도

없는데 취재하면서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 적도 있었어.

Page 7: 숲스(SOOPS) 12월호
Page 8: 숲스(SOOPS) 12월호

08 동네숲매거진 <숲스>

스물아홉 나와 가장 가까운 그 사람은 내가 스무 살일 때 알게 된 친구다.

사 년간 지켜본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열심히 또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항상 만날 때마다 회사에 쩔은 듯한 모습으로 만났지만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한

그는 더욱 찌들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읽고 싶은 책이 있지만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하는 그를 위해 오늘은 온종일 책을 읽기로 했다.

항상 곁에서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꽃이 핀 화분도 선물로 가져갔다.

-글 박미선│사진 박미선

숨 가쁘게 달리기만 하는 그 친구와

하루 일정을 모두 다 빼버리고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응원해 주고 싶었는데 도리어 내가

응원을 받고 온 만남이었다.

사실 그간 찾아다닌 동네숲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기회가 닿을 때

마다 동네숲을 찾아다니자며 인터뷰

를 마무리했다.

잠깐의 여유가 될 수만 있다면...

동네숲선물 연인에게

근데 갑자기 무슨 책이 읽고 싶어서 책을 보자 한 거야?

이동하는 시간 틈틈이 하는 모바일 게임이 있는데 그게 김용 작가가 쓴 무협지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이야. 그 책들을 읽고 하면 더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을 내서 읽고 싶었어.

그래도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취미생활 하려고 노력하네.

이런 것마저 하지 않으면 숨통이 트이지 않을 것 같아서. 그나저나 이게 웬 화분이

야?

곁에 두고 가끔 쳐다보며 생기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져왔어.

사실 꽃이 없는 선인장을 선물할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너무 팍팍해 보이고 메마른

느낌이 들어서 일부로 꽃 화분으로 샀어. 요즘 따라 더욱 여유가 없어 보이는데 근

황은 어때?

요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같이 다니던 사람들과 모여서 조그마한 회사를 하나

시작했어. 아주 초기라서 스트레스도 있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도 있는데 그래도 나름 하루하루 열심히 준비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너는 어때? 이

제 연말이라 학교도 끝나가고 하고 있는 활동도 끝날 텐데 잘 정리되고 있어?

그럼 이제 기말고사도 끝나가고 이번 기사도 마지막 기사인 걸. 이번 연말엔 서울

시청에서 전시회를 하는 걸로 끝내기로 했어. 그동안 우리 숲스의 웹진을 보면서

느껴지는 동네숲 이란 어떤 것인 것 같아?

삶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놓치고 살기 쉬운 존재인 것 같아. 사실 ‘동네숲’이란

것이 생각보다 가깝게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어.

난 단순 블로그 운영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동네숲을 찾아다니고 그걸 한 달에 한

번씩 기사로 쓰는 것이라 해서 많이 당황했었어. 글을 맛깔나게 쓸 줄도 모르고 내

가 취재를 가서 인터뷰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너무 심했고. 내가 느끼는 동네숲이란

“우리 다 같이 손을 잡고 놀아요~”같은 느낌이야.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화려

하지 않아도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는 것?

Page 9: 숲스(SOOPS) 12월호

지금은 시험기간.... 집엔 나 혼자다.

책상 위엔 필기구와 장미허브 하나가 있다.

늦은 밤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는 중에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어이”

방안엔 나밖에 없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서 당황했다.

“나야 장미허브”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서야 난 장미허브가 나와

소통을 하고 싶다는 걸 느꼈다. 바쁜 와중이지만 난 식물의 속마음이

듣고 싶어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글 이협│사진 이협

어느 추운 겨울 밤장미허브가...

동네숲선물 화분에게

뭐야, 너 나랑 통하는 거냐?

응, 믿거나 말거나 난 착한 사람하고만 소통을 할 수

있어.

음... 내가 착하긴 하지.(으쓱)

심심해서 너랑 대화 좀 해볼라꼬. 뭐 궁금한 거 없

어?

음...... 우리 집 생활은 어떠냐?

여기 좋긴 한데 너무 책상에 쳐박혀 있느라 힘들어.

난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다른 예민한 식물들은 이렇

게 관리를 안 해주면 금방 죽어 버린다구. 잘 좀 케어

해 줘.

음, 그랬구나. 내가 바빠서 너한테 소홀했었네.

다들 처음엔 잘 키우겠단 생각으로 키우다가 나중 되

면 귀찮아서 관리 잘 안 해 주더라고.... 내 친구도 여

럿 죽었어. 우리도 살아있어서 동료가 죽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아,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에 불의의 사고로 몸 일부분

이 분리됐잖아....

응, 알고 있구나.... 신체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니깐

뭔가 아프더라. 걘 어떻게 됐어? 버린 거야?

걔 지금 물에 담궈 놓으니까 다시 자라더라고. 내 친

구 집에 있어. 친구가 너에 관한 지식이 있어서 잘 키

우고 있어서 다행이야. 나였으면 그냥 버려 버렸을

텐데.... 이제 어느 정도 자라서 다시 화분에 심으면

될 거 같다는데.

아 진짜? 다행이네. 네가 걔 데리고 가서 버리러 가

는 줄 알았어. 엄청 작은 부분이지만 다시 자랄 수 있

다고. 화분 키우기 전에 그 화분에 관련된 정보는 알

아뒀으면 좋겠어. 이런 절단 사고가 일어나도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것 같

은 거 말이야. 우리가 말을 못해서 그냥 무생물 취급

하면서 그냥 하찮게 대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응, 명심할게. 아, 그리고 넌 나한테 도움을 많이 주잖

아. 넌 감기 걸린 사람한테 효능이 좋다고 알려졌거

든. 너의 잎 향을 맡으면 감기에 좋다고 해서 나도 자

주 맡거든.... 내가 보기랑은 다르게 감기에 자주 걸리

는 편이라...... 넌 나한테 도움을 주는데 네가 나한테

바라는 점은 없는 거?

그냥 난 누굴 돕는다는 게 좋아. 우리 식물들은 그냥

한자리에 있지만 사람들이 우리를 관리해 주고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거든. 뭐 우리들 잎을 따서 어디에

쓴다던가 해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우리 몸을

희생해도 크게 기분 나쁘진 않아. 다만 너무 무책임

하게 무생물 취급만 안 해줬으면 좋겠어. 우리도 살

아 있다는 걸 명심해 준다면 그걸로 만족해.

응, 알겠어. 이제 애완동물처럼 잘 키워줄게.

응, 나 이제 다시 가봐야 될 거 같아.

벌써? 우리 얘기한 지 얼마 안됐는데....

나랑 더 놀자.

.......

그 후 장미허브는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장미허브는 나에게 식물들도 살아 있으니 책임감을 갖고

키워 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언제 다시 장미

허브가 나에게 말을 걸어 올진 모르겠지만 다시 인터뷰

할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다.

어이!

동네숲매거진 <숲스> 09

Page 10: 숲스(SOOPS) 12월호

10 동네숲매거진 <숲스>

동네숲선물 시간에게

지난 7개월, 두 다리로 바쁘게 서울 곳곳의 동네숲과 사람들을 만나고 두 손으로 수첩과 키보드 위에서 씨름했던

숲스 기자단. 그리고 여기, 한 사람이 더 있다. 매월 기획회의에서 기자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마감이 다가

오면 원고를 닦달하고, 최종본이 발행되기까지 에디터와 디자이너 사이를 오가며 휴대폰을 놓지 않던 사람. 바로

<숲스>의 기획자이자 뒷 표지에 ‘발행인’으로 그 존재감을 살포시 드러내고 있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김훈 코디네

이터이다. 숲스와 김훈,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화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그가 물을 잘 챙겨주지 않을 것

같아서), 굳이 화분을 건네 보았다.

-글 김민혜

돌아보기, 그리고기다리기.

Q 처음으로 만드는 동네숲웹매거진인 만큼 많은 기대, 또 그만큼의 걱정을 안고

시작한 숲스가 어느덧 일곱 번 발행이 되었네요. <숲스>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궁금해요.

A 누구나 마음 속에서 원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귀농이 유행이고 생태적

으로 풀리는 여행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죠. 그런데 사실 조금만 노력하고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그런 것들을 찾을 수 있어요 (물론 완전하진 않겠지

만). ‘내’가 이렇게 관점을 바꿔가는게 누군가가 바라는 동네숲이 될 수 있다는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Q 하나 꼽는 것이 어렵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A 엉뚱함이 매력인 이협씨의 화분가게 기사요. 처음 가보는 화분가게의 주인과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백하게 담은 기사였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담

는 과정 자체가 <숲스>의 방향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이름 없는 화분집, 이곳도 흔히 말하는 동네숲일까요? 동네숲과 밀접한 서울

그린트러스트라는 단체에서, 동네숲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훈 코디가 생각하는

‘동네숲’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숲’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거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동네숲’은

주변의 문화 같은 거죠. 녹색이나 생태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가

들어가는거요. 우리가 어떤 걸 보고 느끼고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좀더

자연과 가깝게, 작은것들도 소중히 느끼며 살아가는, 그런 것들을 저는 동네숲이

라고 생각해요. 원래부터 있었을 이웃들 이야기에서 그런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

이 <숲스>의 기획의도 이기도 했고요.

Q 동네숲에 좀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네요. 꽤 긴 시간동안 함께 그 동네숲을

이야기하며 정도 많이 들었을 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당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기자단 친구들이 무언가를 발견하

고 즐기면서 하게 되면 자연히 그 에너지가 또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져서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음, 그리고 형으로서 한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은 ‘잘 즐기는 사람’이 되는 거요. 우리나라가 놀거나 즐기는 거에 인색한 편인

데, 또 그만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잘’ 즐기

는 방법들을 고민하다보면, 그니까 술을 마신다거나 누구나 흔하게 하는 경험 말

고도 자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취재를 하

고 기사를 쓰면서도 인생에서의 어떤 의미를 찾고 만들고 배워나가면 멋진 사람

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자단 친구들에게 남긴 말을 애써 잔소리라고

표현하며 쑥쓰러워 하면서도 애정을 잔뜩 드러낸

김훈 코디. 그동안 작게나마 숲스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며 나에게 다시 화분을

선물(?)해주는 바람에 물주기는 나의

몫이 되었다. <숲스>는 내년에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거라고 한다. 더 나아져서 보다는

그저 더 반갑게 우리 곁으로 돌아올

2014년의 <숲스>를 기대해본다.

Page 11: 숲스(SOOPS) 12월호

동네숲매거진 <숲스> 11

10주년 기념도서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그린트러스트의 10년을 담았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혹은 모르고

지나쳤을 10년 간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현재와 미래

를 그려본다. 여러분과 함께 걷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담은 책.

공동체와 텃밭, 그리고 지속가능 도시 시애틀의 도시농업이야기

도시농업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시애틀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영감

을 제시한다.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이야기들은 학생은 물론, 조경전문

가에게도 즐거운 상상을 제공할 것이다.

좋은 도시를 꿈꾸는 7인의 이야기도시기획자들

이것은 도시기획자의 소개가 아니다. 도시를 도시답게 살아가고자 하

는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이 사람들의 고민이 어쩌면 여러분의 고민을 바꿔버릴지 모른다.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생각이 담긴 책을 특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구입문의 : 02-498-7432

입금계좌 : [기업은행] 277-023825-01-073 (재)서울그린트러스트

10주년 기념

기획 도서전

서울/그린/트러스트 + 시애틀의 도시농업이야기 + 도시기획자들

*패키지를 구매하시면 소정의 상품과 함께 보내드려요.

*패키지를 구매하시면 소정의 상품과 함께 보내드려요.

59,000원 > 50,000원

18,000원 > 16,000원

26,000원 > 23,000원

15,000원 > 13,000원

도서패키지

…하지만, 시민참여의 궁극적 목표는 거버넌스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치하느냐, 아니면 시민과 협치를

하느냐의 문제이다. 좀 더 나아가면 자치 민주주의를

의미하며,시민 스스로가 공공성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 p.238 시민참여의 길 중

… 즉, 공공자산이 시민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 이는 토지의 제한성 때문에 생긴

필요이기도 하고 또는 공동체텃밭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용자를 초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98 복합공공 장소 중

…제아무리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일이라고 해도 부조리한 일들에 관여해야 했죠.

너무 지겨웠어요…고발이나 응징 같은 형태로

싸워서는 답이 없는 게임이라고 판단했지요.

- p.183 김병수 편 중

서울그린트러스트도서전

10TH ANNIVERSARY

Page 12: 숲스(SOOPS) 12월호

발행처│(재)서울그린트러스트 주소│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 685-278 녹색공유센터

편집인│김훈, 김민혜, 김선혜 디자인│트라이앵글-스튜디오

기획, 취재│김소정, 박미선, 송승현, 이협, 홍승희

전화│02. 498. 7432 팩스│02. 498. 7430

*숲스(SOOP'S)는 어떻게 저마다의 동네숲을 그려가고 있는지 동네방네 소문내는 동네숲매거진입니다.

알고 싶거나, 알리고 싶은 동네숲이 있다면 언제든지 숲스의 문을 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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