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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2 아이를 낳으세요, 돈을 드립니다 손자의 경제학 이미 결혼한 두 아들과 두 딸이 있는 아주 부유한 노동경제학자가 있었다. 이 사람의 소원은 손자를 보는 것이었으나 자식들이 도대체 아이를 가지려고 하질 않았다. 어느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학자는 자신의 나이 많음을 한탄하며 말했다. “너희들이 도대체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고 해서, 어제는 내가 은행에 가서 10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짜리 신탁에 들었다. 앞으로 이 돈은 가장 먼저 태어나는 손자에게 줄 것이다. 그렇게들 알고 올 추수감사 기도나 올리자.” 잠시 기도를 올리고 나서 눈을 떠 보니 식탁에는 노부부 두 사람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 오영수, 《31가지 테마가 있는 경제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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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를 낳으세요, 돈을 드립니다

손자의 경제학

이미 결혼한 두 아들과 두 딸이 있는 아주 부유한 노동경제학자가 있었다. 이 사람의

소원은 손자를 보는 것이었으나 자식들이 도대체 아이를 가지려고 하질 않았다.

어느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학자는 자신의 나이

많음을 한탄하며 말했다. “너희들이 도대체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고 해서, 어제는

내가 은행에 가서 10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짜리 신탁에 들었다. 앞으로 이 돈은

가장 먼저 태어나는 손자에게 줄 것이다. 그렇게들 알고 올 추수감사 기도나

올리자.” 잠시 기도를 올리고 나서 눈을 떠 보니 식탁에는 노부부 두 사람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 오영수, 《31가지 테마가 있는 경제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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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기도를 하다 말고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10만 달러를 갖게 될 자식을

낳기 위해 서둘러 돌아갔을 것이다. 이 콩트는 선진국들이 처한 출생률 저하라는 사회

현실과 그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해결 방안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하다 보니 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출생자 수(이를 조출생률이라 한다)는 1957년

25.3명에서 1975년에는 14.8명으로 감소하였고, 2000년에는 14.7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출생률 감소 현상은 다른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38.7명이던 것이 1973년에 28.4명, 2010년에는 9.4명으로 감소했다.

“아이들이 없어지고 있다.”

엽기적인 유괴·실종사건의 보도나 공포영화의 제목이 아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아져서 어린아이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북한의

핵보다 무서운 것이 저출산”이라고 표현할 지경이니,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1798년에 토머스 맬서스라는 경제학자는 《인구론》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농업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선진국과 우리나라에서는 그 예측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인구통계 중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이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한다)를 보면 인구 변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에

4.53명이던 것이, 2010년 현재 1.23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니까 1970년대에는

각 가정마다 자식이 4~5명이었으나, 요즘은 1~2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주요국의

합계출산율을 살펴보면 미국 2.01명, 프랑스 1.99명, 영국 1.94명, 이탈리아 1.4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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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37명이다. 국가에서 한 가정에서 한 명의 자녀만 갖도록 강제하는 중국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1.54명이다.

한 가정에서 2.1명의 자식을 낳으면 인구가 감소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게 된다. 예컨대 합계출산율이 낮은 이탈리아의 경우 50년

후에는 인구가 현재의 6천만 명에서 4천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100년 후에는 2천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현재의 인구 1억 2천5백만

명이 100년 후에는 5천5백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의 변화

※ 자료 : 통계청

※ 주 : 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가임 기간 동안 갖게 될 평균 출생아 수

이같은 인구 감소 현상은 선진국에서 이미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면 전체 인구 중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인구층은 감소하고

부양해야 할 노인층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노동력이 크게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하철 내의 일반석과 경로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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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뒤바뀐 모습을 그린 공익광고협의회의 포스터는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자식을 낳는 이유와 안 낳는 이유

그러면 요즘 사람들은 왜 과거와 달리 자식을 적게 낳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자식을

많이 낳도록 할 수 있을까?

앞의 콩트로 미루어볼 때, 자식을 많이 낳게 하려면 돈을 주면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돈을 주면 자식들(국민들)이 부모(국가)를 위해 손자(아이)를 낳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왜 자식을 적게 낳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는 적게 낳는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사람들은 왜 자식을 낳을까? 자식을 낳음으로써 얻는 것(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람들은 자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애정을 주는 기쁨, 자식을 키우는 기쁨, 자식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보는 기쁨 등도 맛볼

수 있다. 둘째, 가문의 대를 잇고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 셋째, 과거 농업사회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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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도 많은 후진국들에서 자식은 부모의 일손을 거들 수 있는 노동력이다.

넷째, 노후에 자신을 돌보는 노후 대책이다.

이 중에서 셋째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농업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넷째도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요즘 자식들은

부모가 늙어도 모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자식에게 노후를

맡기려 하기보다 돈을 저축해서 노후를 대비하고자 한다. 그러니 자식을 낳음으로써

얻는 것이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든 셈이다.

한편, 자식을 가지면 얻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비용이 들어간다.

첫째, 먹이고 입히고, 아프면 병원 다니고 하는 데 돈이 들어간다.

둘째, 교육시키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2009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자녀교육비’는 32만 원이다. 또 2006년에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자녀 1명을 낳아서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교육 비용이 2억 3,199만 원에 달한다.

셋째, 결혼시키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2011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남자가 8,078만 원, 여자가 2,936만 원이 드는 것

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이 결혼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했다고 하니

자녀의 결혼 비용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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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요즘 여성들은 대부분 사회에 진출해 있고, 높은 보수를 받는 여성들도 많다.

그런데 자녀의 출산이나 양육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매달 받던 월급은 물론 자신의

사회적 실현도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간접비용(즉, 자녀 출산으로 포기되는 소득 등)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커진 셈이다.

앞의 네 가지 비용을 합한 것을 출산의 기회비용이라고 하는데, 이는 요즘 사람들이

자식을 적게 낳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62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87달러에 불과할 때는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이 38.7명이나 되었으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759달러로 증가한 2010년에는 9.4명으로 크게 감소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출산의 기회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과거에 비해 자식을 낳음으로써 얻는 것은 줄어든 반면, 자식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증가하였다.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식을 적게 낳게 된 것이다.

정부의 출산정책도 문제

“3·3·35운동에 참여합시다.” 1966년에 정부가 내놓은 표어다. 무슨 암호 같은 이

숫자는 “3년 터울로, 3명만, 35세 이전에 낳자.”는 의미로, 6·25전쟁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출산율을 막기 위해 등장한 정부의 출산 정책이었다. 숫자 ‘3’으로 대표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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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운동이 1970년대 들어서는 ‘2’로 바뀌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유명한 표어도 이때 나왔다. 여기서 딸을 앞세운 이유는 남아선호 사상으로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아이를 낳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의도였던 것 같다. 실제로

정책 홍보 포스터에는 여자아이만 둘을 가진 부부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에 오면 아예 하나만 낳자는 운동이 벌어진다. 이때의 표어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것이었다. 더 노골적인 표현을 쓴 것도 있다.

“둘도 많다.”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1960~80년대 정부 주도의 가족계획 정책에 따라 한번 꺾이기 시작한

출산율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거기에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그 결과 2005년엔 이른바 ‘1.08

쇼크’가 찾아왔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08명까지 내려가면서 세계 최저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산아제한 정책 40년 만에 상황이 역전되어 이제 출산을 장려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출산을 장려해야 할 때

앞에서 자녀 양육에 엄청난 고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를 참조하면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식을 더 낳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식을 가질 때의 비용은 낮춰 주고 편익은 높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취한 바 있다. 인구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던 1960~1970년대에는

자식을 적게 낳도록 하기 위해 자식을 많이 낳으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었다. 예컨대

공무원의 경우 셋째 자녀부터는 교육비를 지원해 주지 않았고, 의료보험 혜택에서도

제외했다. 말하자면 자식을 갖는 비용이 높아지게 하는 정책을 쓴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산아제한을 위해 두번째 자녀부터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자식을 2명 이상 낳을 수 없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자식이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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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면 부의 상징이 된다.

반면 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편익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정책을 쓰고 있다. 즉 출산 및 양육비 지원, 교육비 지원, 공공 탁아소 운영 등을

통해 비용은 낮춰 주고, 자녀 수에 비례하여 돈을 지급함으로써 편익은 높여 준다.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다. 1770년에 세계 최초로

보육시설을 설립했고, 1981년에는 유치원 무상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지금은 대학까지

무상 교육이다.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은 임신 8개월이 되면 800유로(약 96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으며, 출산 후 3년 동안 매달 양육수당으로 160유로(약 19만 원)를

받는다. 18세 미만의 첫 두 자녀에 대해서는 매달 육아보조금으로 109유로(약 13만

원)를, 셋째부터는 월 250유로(약 30만 원)를 지급한다. 이렇듯 셋째부터 한층 후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자녀를 3명 이상 낳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낳으면 국가가 돈을 준다는 것은 10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 장려를 위해 돈을 주기

시작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전남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산 장려책들을 보면 출산의 편익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2005년에

정부의 출산 지원 시책(2011년)

※ 자료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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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립한 저출산 종합대책의 내용도 출산의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강원도 평창군의 출산 장려 정책

강원도 평창군은 젊은 층의 출산 육아 부담을 덜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 사회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지원조례’를 만들어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출산 장려금은 내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기준으로 첫째 아이는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300만

원, 넷째 400만 원 등 아이 수에 따라 100만 원씩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략)

평창군의 이번 정책이 환영받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둘째 아이부터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며

첫째부터 지급하더라도 그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첫 아이를 낳을 경우 100만 원을 주는 곳은 전남

완도와 광주광역시 동구 등 소수이며, 인천시도 내년 첫째부터 출산 장려금 100만 원을 주는 방안을

주진중이다.

평창군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조례·규칙심의회와 군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이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스포츠경향》 2010.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