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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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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경기도 사서서평교육 결과보고서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발 행 일 2009년 10월 8일

발 행 처 경기도·경기도사이버도서관

주 소 경기도수원시팔달구신풍동 123-69 전 화 031-252-5237

홈페이지 www.library.kr

기획·편집 경기도사이버도서관

기획위원 조월례, 정병규, 이대건

편집위원 이수경, 정은영, 이진화, 이미지, 최문정

편집디자인 가온누리

I S B N 978-89-93395-14-3 03000

이책은 2009 경기도사서서평교육의결과물입니다. 무단복제및무단전재를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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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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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를펴내며

책읽고글쓰는사서

사서는 책을 선정하고 안내하는 전문가입니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사서의 전문성에 기대어 책을 필요한 안내받고 새로운 책을 안

내받고, 의외의 책과 만나기도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에게 기대

듯도서관에서는사서를책의엄마처럼기대면서성장해야합니다.

그러기에 도서관의 기능에서 사서가 갖는 책에 대한 전문성은 막중합니다.

그것은도서관에서독자들에게가이드라인을제시하는것뿐만아니라사회적으

로 책의 문화를 창출하고 걸러내는 데 있어서도 막중합니다. 작가는 창작으로

사서는 비평으로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발언을 함으로써 책 문화의 건강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출발한 사서 서평쓰기 과정은 경기

도에한정된것이기는하나여러의미가있었습니다.

사서 서평쓰기 과정은 경기도 의정부, 양평, 수원 평택 등 지리적 한계는 물

론 글쓰기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내 사서들 50여 분의

자발적 참여로 성황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50여 명 사서들의 열정어린 눈빛

에서앞으로우리나라도서관의밝은미래를볼수있었습니다.

숨어있는, 아니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해 그간 숨겨두었던 글쓰기 능력이 빛

을발하는순간을볼수있었던것도큰수확이었습니다.

이번 사서 서평쓰기 과정을 기획한 가장 큰 의도는 사서들이 만드는 서평지

가 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사서들이 추천하는 책이

도서관은물론출판계를움직이는힘이되기를바라는마음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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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이 추천하는 올해의 책, 사서들이 주는 올해의 작가상, 도서관 어린이

들이 뽑는 좋은 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책들이 추천되고 그것이 도서관

과 학교와 가정에서 가장 좋은 정보가 될 때 사서들이 갖는 사회적 지위도 확

보될것입니다.

사서들이 글쓰기 힘을 갖는다면 신문이든 잡지든 매체를 발간하고 그것 자체

가 도서관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번‘사서 서평쓰기 과정’을 통해

서 그럴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번 계기를 시작으로 전국 사

서들이 서평쓰기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사서들이 만드는 서평지 발간을 기대해

보고싶습니다.

계획한 3개월이짧아서다루어야할더많은내용들을접어두고그나마사서

서평과정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정은영 선생님이 재정

과 홍보는 물론 크고 작은 일에 두루 애써주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머리

숙여감사드립니다.

먼 거리 마다 않고 참여한 경기도 지역 사서분들 모두에게도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특히 이 자료집이 나오기까지 애쓴 편집위원 사서님들, 편집과 교열

교정에애쓴이대건선생님수고에감사드립니다.

2009 경기도 사서서평교육과정은 조월례·정병규·이대건이 주최했고 경기도

사이버도서관이주관했습니다.

2009월 10월 8일

서평교육주최자를대표해 조월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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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를펴내며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발간에부쳐

지난 7월더위가시작되는시점에수원선경도서관에‘사서’라는이름을가진

사람들이 잔잔한 불씨를 갖고 모였습니다. 의정부에서, 수원에서 약 3개월의

시간동안 그 불씨들을 간직하니, 시간이 흘러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작은모닥불이되어따뜻함을나누게된것같습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2009 경기도 서평교육 과정>은 어린이책에

대한환경, 역사, 출판, 편집, 서평과매체등다양한이야기를나누고, 고민하

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작은 결과를 이렇게 묶어서

『813.8 사서, 어린이책을 말하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 놓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고, 아직은 부끄럽고, 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

지만이것이첫발걸음이라고생각하고용기를냅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책이 빛을 보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책, 독서,

자료, 도서관 전문가로서 사서의 자리를 매김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교육과정에 참여한 개개인이 그동안 도서관을 매개로 책과 만나온 작은 역사의

자취이며, 지난 3개월‘작은’서평글쓰기 과정을 통과한 고스란한 흔적입니다.

물론, 수많은 책에 대해 우리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는 사서가 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기도합니다.

이 작은 몸짓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더 멋지게 드러날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책에 대해 고민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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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들이늘어갈수록더많은책에대해서말할수있을것이라고기대합니다.

이렇게 첫 발걸음을 내딛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신 조월례, 정병규, 이대건

선생님과 이런 마당을 마련해 주신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 감사드립니다. 더불

어 2009년경기도서평교육수료자여러분모두고생많으셨습니다.

2009월 10월 8일

사서서평교육참가자일동

*사서(司書, librarian)

고등교육기관에서 문헌정보학을 이수하고 각종 도서관(자료실) 및 정보기관에서 이용자의 정보요구를

충족시키기위하여문헌을수집·정리·보관하고대출과필요정보를서비스하는사람.(두산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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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읽고글쓰는사서 _ 4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발간에부쳐 _ 6

차례 _ 8

1부서평쓰기길라잡이

어린이와어린이책 _ 13

우리어린이책 _ 27

어린이책생태계와서평 _ 45

어린이책을보는잣대 _ 54

서평설계 _ 78

서평쓰기실제 _ 82

조형언어로새롭게이야기하는그림책 _ 84

서평도구와서평영역의차별화 _ 93

서평강좌내용과일정 _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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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서평, 목소리가들린다

그림책서평 _ 99

어린이문학서평 _ 169

어린이비문학서평 _ 237

3부서평강좌의꽃, 워크숍과서평과정

편집워크숍지상중계 _ 299

모둠별서평쓰기와발표 _ 307

서평과정수료자 _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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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서평쓰기길라잡이

어린이와어린이책

우리어린이책

어린이책생태계와서평

어린이책을보는잣대

서평설계

서평쓰기실제

조형언어로새롭게이야기하는그림책

서평도구와서평영역의차별화

서평강좌내용과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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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어린이책

1. 어린이와어린이책

어린이책을 말하기 전에 어린이의 존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인

간 개인의 생애 중 특정한 시기. 즉 아동발달에 관한 중요성을 얘기한 사람들

이 적지 않다. 특히 유럽 중세기의종교 개혁자 루터(Martin ruther)는 유아교육

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당시 일반적이었던 엄격한 체벌과 훈육 대신 어린이

의심성에따른인간적교육방법을교육자들에게권장한바있다.

인지발달(cognitive development)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해 오늘날 유아

교육 분야에서 지적 발달 대신에 인지발달이란 용어를 일반화시킨 삐아제(Jean

Piget 1896-1939), 유아기의성격형성이청소년기및성인에이르렀을때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여러 임상사례를 통해 근거를 제시한 바 있는 프로

이드(Freud 1856-1939), 그리고‘근대 교육의 아버지’라 일컬어지고 있는 코

멘스키(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로 알려져 있다)까지

철학자 및 교육 사상가들은 어린이가 성인과 어떻게 다른 존재인가에 대해 끊

임없이탐구해왔다.

코멘스키는 루터의 교육철학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교육철학

을 담아 1630년에‘세계 최초의 그림책’『유아학교』를 저술한다. 이 책에는

어머니가 아이의 교육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은 실물

자료에 의한 활동 중심 교육이었는데, 이는 370여 년 뒤인 오늘날의 유아교육

이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루터와 코멘스키의 주장에서 차이점은 교

수자의역할에있다.

루터는 어린이에게 체계적인 교육(당시는 성경 및 종교적 도덕심에 대한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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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는 잘 훈련받은 전문가가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코멘스키

는 지식은 언어에 의해 쌓이는 것이므로 언어가 모든 교수(teaching)와 학습

(learning)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어린이가 그 발달단계에 적절

한 말하기와 쓰기를 학습한다면 지식은 쉽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육은 가능한 한 일찍부터 시작해야 하며 반드시 교사가 아니어도(가정에서

이루어지는교육 - 어머니무릎학교) 된다고말한다.

어찌 보면 현재 유아교육 이론의 상당 부분을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는 코멘

스키의 어린이 교육 이론은 우연인지 모르지만 한국의 현재 어린이책에서도 나

타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유아교육 이론보다 교육이론을 체계화시킨『세계의 그림

orbis sensualium pictus』(1657)에 더 관심을갖게된다. 이 책은 150개의장

에 각각 주제를 정한 뒤 맨 마지막에 결론을 더해 그림과 함께 언어로 사물의

개념과지식을배우거나가르칠수있도록구성되어있다.

이 책은 그 해 뉴렘베르그(Nuremberg)에서 출간되자마자 유럽의 학자들에게

주목을받기시작했고당시챨스홀(Charles Hoole)에 의해영역되어영국의많은

학교의 초등학교용 교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범지학 직관 교수론의

효시로 알려진『세계의 그림』을 어린이를 위한‘최초의 그림책’으로 인정한다.

『세계의 그림』이 그림책의 시작으로 일컫는 이유는 인쇄술이나 디자인 혹은 기

술적인면에서의특징때문만은아니다. 그보다는그림과내용의연관성때문에

질적인 수준에서 근대적 의미의 그림책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세계

의 그림』이 출간 된 이전에도 삽화가 그려진 책 또는 어린이 교육용 책은 존재

했지만 그것들은 보통 흥미위주의 묘사나 단지 문장을 설명하는데 지나지 않았

다. 그러나『세계의 그림』은‘근대적 의미의 그림책’이라는 점을 넘어서 어린이

를개별적인인격체로인정한책이었다는것이더획기적인일이었다.

18㎝×12㎝, 이작은크기의책천장에는판화그림과함께이렇게씌어있다.

교사 : 자, 이쪽으로오렴, 현명해지기위해서는공부를해야해요.

학생 : 현명하게된다는건어떤것인가요?

1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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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 필요한모든것을바르게이해하고바르게행하고바르게말하는것이란다.

학생 : 누가그것을가르쳐주나요?

교사 : 내가신의도움을받아한단다.

학생 : 어떤방식으로하나요.

교사 : 여러 가지 사물을 통해 이끌어 줄 거야 모든 것을 너에게 보여주고 이들의 이

름을가르쳐줄거야

이처럼 어린이에 대한 개념은 17세기의 일부 도덕론을 주장한 사람들과 코

멘스키 같은 교육자들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일부 중 상

류계급에서 모든 계층의 교육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어린이

를 향한 최초의 인식은 집에서부터 비롯된다. 어린이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예

쁘고 사랑스럽다는 관념은 집에서부터 생겼다. 그러다 점차 집밖을 넘어 16세

기까지는 드물지만 교회의 성직자들까지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17세기에는

개방적이고 관습에 대해 새로운 눈을 갖고 있던 도덕론자들로부터 오늘날 우리

가어린이에대해갖는관념이형성되었다는것을알수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 업적들은 대부분인 인류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해당되는

18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가능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어린이의 위치를

가능할 수 있게 한다. 어린이에 대한 지난 시기, 고대 사회에서의 인식은 크리

스테아네 취른트의 저서『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책』(들녘, 2003)에서 일부

서술하고있다.

그의 기술에 따르면 고대에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동물의 위치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동물보호단체도 없이) 아리스토텔레스는“아이들에게는 인간을 동물보다

우위에 서게 하는 모든 특성이 빠져 있다”고 적었다. 아이들에게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신생아를 죽이는 행위가 기원

후 374년까지는 살인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당시까지는 원치 않았던 아이를 거름더미

에 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로마법에 따르면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죽일것인가에대한결정권을가지고있었다.(4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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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동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 서양 사회에서 어린이에 대

한 일반적인 생각, “아이들은 귀중한 존재이며 한 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은 결코 자명한 일이”아니었다. 위의 서술처럼 유럽의 과거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버려지고, 증정되며, 팔리고, 구타당하고, 학대당하고 노예였다는 사

실은 많이 알려져 왔으며 19세기 중반을 지나서도 아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일

을하는것은보통이었다.

여기서‘아동기’라는 용어도 무엇인가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봉

건시대에 시종, 소년이라는 단어는 어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거나 의존도가

낮아질 때에만 아동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아동의 탄생』(새물결, 2003)에

서 필립아리에스가 인용한 18세기 초 퓌르티에르 사전‘아동’이라는 단어의

용법을 살펴보면“아동(enfant)은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인사할 때나 누군가를

쓰다듬을 때 혹은 어떤 일을 시키기 위해 데리고 올 때 친근한 호의를 표현하

기위해사용하는단어이기도하다”(79쪽)라고설명하고있다.

어린이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유럽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

기는 18세기경부터이고 그 변화의 조짐은 먼저 가정에서 일어난다. 가내수공

업이 산업화되면서 가족은 노동시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때까지 거의 모든

생필품은 집안에서 만들어 사용하던 것이 집밖에서 생산하게 되니 시간적 여유

가 생긴 것이다. 가내 노동에서 벗어나게 된 가족이 차츰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형성하게되었고특히자녀와어머니사이의관계는애정이싹트기시작한다.

이런 흐름은 상류와 중류계급의 가정에서 부인들이 자녀를 유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젖을 먹이는 일이 늘어나면서 더욱 보편화된다. 그리고 자녀 교육

에 있어서도 체벌이 결코 본질이 아니라는 분위기도 더해져 독립적인 어린이

문화까지생겨난다.

이 무렵『에밀』이라는 교육소설을 발표한 루소(Jean Jadques Rousseau,

1712~1788)는‘자연적 교육’의 옹호자로 자처하면서 어린이를 사회에서 보호

하고 또한 공동체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교육에 대한 관점은 어

린이와 청소년은 이미 훈련과 훈육의‘대상’이 아니며, 조언과 교육학적 관계

1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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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주체’, 다시 말하면 인격으로 자아를 발견하는 주체라고 말한다. 루소뿐만

아니라 이 시기를 전후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심리학적 연구가 활

발하게전개된다.

2. 동·서양어린이관(觀)의 차이

서양에서어린이에대한인식은필립아리에스(프랑스의역사가)가 말한것처럼

17세기경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학교가 큰 영향을 미쳤고, 이 학교는 아동교육

에 대한 부모들의 새로운 관심이 빚어낸 결과였다는 것이다. 당시 도덕론자들

의 훈계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일찍 학교에 보내도록 부추겼다. 이 같은 사실은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학교와 가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오늘날과 같은‘보편

성’을지닌‘어린이’라는용어를만들어가는과정이었다.

일본에서도메이지유신(1868)까지어린이에대한일정한개념이없었다는점

에서 서양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1872년에 공포된 근대 교육제도가

마련되면서 어린이들을 학교라는 장소에 들어오게 한다. 이후 아동이라는 연령

범주가생기고비로소그명칭이발생한다.

봉건사회에서는 부모 지위나 집안의 내려오는 직업에 따라 남자아이들은 그

들의 부모 신분과 직업을 그대로 이어받는 교육이 아닌 가문의 후계자로 양성

되었다. 에도시대에도 초등교육기관 데테라코야(寺子屋, 6~13세 대상)가 있어서

읽기와 쓰기 및 산술 등의 기초적인 생활 교육이 이루어 졌지만 본격적인 교육

은 자방의 교육 기관 구실을 했었던 고가쿠(鄕學)가 소·중학교로 개편되면서 점

차 근대적 형태로 교육이 자리 잡아 간다. 그러나 가와하라 가즈에는『어린이

관의 근대』에서‘아동’이라는 존재에 대해 일본에서는 학제라는 제도에 또 하

나의 계기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가라타니 고오진(炳谷行)人)의

견해“아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였던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

리들이 보고 있는 아동은 극히 최근에 발견되어 형성된 것이다. …… 문학이라

는 제도 안에서 중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졌으며, 문학자들의 낭만주의적

관념에서먼저‘아동’이생겨났다”는주장에근거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연구자들도 역사 심리학의 반 덴 베르그(Van den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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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H.), 역사학의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es) 등의 저서와 연구에 영향을 받

은 것을 고려하면 현재까지도 어린이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여겨

진다.

일본보다 근대화(근대화를 지칭하는 명확한 연대는 사관에 따라 다를 수 있음) 과정

이 조금 늦어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우선 근대적 의미의‘어린이’용어 사용 시

기를 얘기하기 전에 어른과 어린이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조선

중종 때(1541년) 박세무가 지었던『동몽선습』오륜편 두 번째 장에는 자식이 갖

추어야할도리에대해말하고있다.

父子天性之親이라生而育之하고愛而敎之하며奉而承之하고

孝而養之하나니是故로敎之以義方하여弗納於邪하며

柔聲以諫하여不使得罪於鄕黨州閭하나니

雖然이나天下에無不是底父母라父雖不慈나

子不可以不孝니昔者에大舜이父頑母 하여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정해준 친한 관계이기 (부모는) 자식을 낳아서 기르고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며, (자식은 부모를) 받들어 부모님의 뜻을 이어가고 효도하며 봉양해야 한

다. 이런 까닭에 (부모는) 자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가르쳐서 나쁜 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게해야하며, (자식은부모에게) 부드러운말로말씀드려고을에서죄를짓지않도록

해야 한다. 비록 그러하나 천하에는 선하지 않은 부모가 없는지라, 부모가 비록 자애

롭지않더라도자식은효도하지않으면안된다.

— 청소년인성문고편찬회 편

그 다음 단계로 배우는 교육용 교재이지만 이 문구 어디에도 어린이를 독립

된 존재로 얘기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오륜편 마지막 일곱째 장까지도 그렇

거니와 총론편, 중국사, 한국사 편에도 그런 언급은 없다. 오히려 자식이 갖추

어야 할 도리로서 부모가 자애롭지 않더라도 자식은 반드시 효도를 다해야 한

다고 거듭 강조할 따름이다. 이는 서양 사회에서 마치 신하가 그 지배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할 의무가

1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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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것과같다. 총론 편에도「효는모든행실의근본」과「효자와불효자」가두

장을 차지하고 나머지는「힘써야 할 학문의 길」로 마친다. 효행록으로 잘 알려

진『삼강행실도』(세종 16년, 1434)도 코멘스키의『세계의 그림』처럼 눈으로 보

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가지의 이야기마다 그림을 그려 놓고 칭찬하는 시를

실은옛그림책이다.

당시에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한문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삼강행

실도』의 내용 역시 효자, 충신, 열녀 각각 110명씩의 행실이 중국사람 276명

우리나라 사람 54명으로 실려있어 어른과 군주, 지아비를 섬기는 이야기로 채

워져 있다. 오늘날까지도 도덕적 윤리적 기풍을 강조하는 기관이나 문중에 의

해 이 책은 사용되는데 이러한 가치관은 이제 시대가 바뀌면서 전통풍습으로

남았다.

조선이 봉건사회에서 근대로 이행되는 시기에 소년운동의 실천가였던 소파

방정환이‘어린이’라는용어를사용했다고알려져있다. 이의근거로개벽사(開

闢社)에서 나온「개벽」잡지 3호(1920년 8월호)에「잔물」이란 별호로「불켜는 아

이」라는 외국 동시를‘어린이 시’라고 해서 실었을 때부터인데 이‘잔물’이란

잔 물결, 즉‘小波’라는 뜻으로 소파 방정환이 쓴 것이다. 또 1922년 5월 1

일에 천도교 소년회가 앞장서서 그들끼리‘어린이의 날’이라 하여 행사를 치렀

던것이오늘날까지어린이날로이어져온다.

소파 방정환은‘어린이’라는 용어와‘어린이날’의 제정을 통해 성인중심의

봉건 사회에서‘어린이’라는 전혀 새로운 용어와 함께 어린이의 존재를 인식하

고 재발견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비단

어린이운동에서의 의미뿐만 아니라「어린이」잡지가 갖는 의미는 우리나라 어린

이문학사에서도 중요하다. 그것은 당시 척박했던 상황에서 어린이 문학의 산실

역할을해냈었다는점이다.

봉건시대에서 근대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선각자들은 농촌계몽운동이나 청년

운동이 독립운동의 지름길이라 주장했지만, 방정환은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소년 운동의 중요성을 앞세운 것은 앞서 얘기한 대로 아동을 재인식하자

는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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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어린이 주일’이 미국 전역에서 확산된 시기인 19세기 후반과 비교

하더라도 그렇게 긴 시간의 격차는 나지 않는다. 1856년, 유니버설리스트 제

일 감리교회(Universalist First Methodist Church) 네오날드(G. H. Leonald) 목사가

처음에는 어린이들을 훈련된 그리스도인으로, 어른들에게는 어린이에 대한 인

식을올바르게시킨다는의도로 6월둘째주를자신이사역하는교회의어린이

주일로 정한 것이 시초가 된다. 이 후 다른 교회들에서도 깊은 관심과 함께 잇

따라 호응하면서 1868년에 미국 감리교에서 6월 둘째 주를 어린이 주일로 정

식으로 승인한다. 그리고 1883년에는 미국의 장로교를 비롯한 다른 교파들도

‘어린이 주일’을 결의안으로 통과시키면서 어린이주일은 교회 절기의 일부분으

로위치를다지게된다.

이처럼 동서양의 어린이 인식과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모두 같지 않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어린이와 어린이책을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경우에 따라

종교적 입장에서 또는 민족의 독립을 염원 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 동기는 서로

다르지만 일치하는 것은 긴 역사 속에서 어린이의 존재가 독립된 개체로 인식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존재가 확인된 어린이가 회화나 책에서는

어떤 모습을 띠고 등장하는 지, 그리고 오늘날 어린이책으로 분류하고 있는 작

품들에서 정당성과 진정성을 제대로 띠고 있는지 여러분들과 함께 알아보기로

한다.

3. 어린이책의규정(정의)을 내릴수있는가

폴 아자르(Paul Hazard, 1878~1944)는 그의 저서『책, 어린이, 어른』(1999,

시공주니어)에서어린이를매혹시키는책, 또는그렇지못한책에대해언급한다.

어린이를 대등하게 다루지 않고‘친애하는 어린이 여러분’따위로 부르는 책, 어린이

들의천성에어울리지않는책, 아름다운그림으로즐겁게해주지못하는책, 생기넘치

는 강렬한 표현으로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책, 졸음은 자아내도 꿈을 이끌어내지 못

하는책, 어린이들은그런책을단호히거부한다.

—『책·어린이·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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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호하게 그의 생각을 밝힌 뒤 그 반대로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에

대해서스스로묻고답한다.

우선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책이 있

다면 반드시 내가 바라는 책이 아니 어도 찬사를 아끼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럼 질문에

대하여내가말하는좋은책이란무엇인지얘기해보겠습니다.

나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책을 사랑한다. … 직관에 호소하고 사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 … 어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어 평생 가슴속

에 추억으로 간직되는 책, 그런 책 말이다. … 어린이들이 즐겨 머릿속에 그리는 것을

그대로 담은 책을 사랑한다. … 놀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

고있는책, … 솜씨좋고적당하게지식을가르치려는의도로쓰여진책, … 특히내가

사랑하는 책은, 모든 인식 가운데 가장 어렵만 가장 필요한 것으로, 곧 인간의 심성에

대한인식을어린이들에게심어주는책이다. — 59~61쪽

폴 아자르의 이 같은 어린이책에 대러한 정의는 매우 욕심 많고 까다로운 조

건처럼 보이지만 정리해보면 간단하다. 독자인 어린이가 책 속에 흠뻑 빠져들

수있는재미와또하나는즐기고놀수있는것, 이것이어른과다른어린이들

에게적합한책이라는것으로요약된다.

일찍이 어린이책이라고 명명된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어

린이들에의해, 그들이선택한책은그렇게많지는않다. 이유는, 책을썩내켜

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도 탐을 내게 하는 것, 그 요소를 갖추는 것이 용이한

일은아니기때문이다.

안데르센의 여러 작품들은 어린이문학의 급진적 이론가인 잭 자이프스(Jack

Zipes)에 의해 권력을 신비화하고 힘없는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약한 이

야기 구조라고 비판(『동화의 정체』, 문학동네, 2008)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인생은 온갖 모험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한 그

의 말처럼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라는 틀 속에 우주의 온갖 장관을 들여놓

을수있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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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도 디포가 처음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쓰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많은 교훈적 요소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이야기 서술에도 불구하고 어린

이들은 진부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내던지고 재미있는 부분들만 받아들인다. 이

야기속에지루하게나오는설교, 미덕, 운명론, 진리등은뻔한것인데도어린

이들이 받아들인 것은 그 속에 로빈슨이 겪는 고난이었고 이 과정이 결국 어린

이들에게는 용감한 자나 강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이상형으로 보였던 것이다.

어른들은 이 책을 어린이용으로 만들기 위해 원작에서 군더더기 취급을 받는

장황스러운 이야기들을 솎아내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로운 책으로 다시

출간한다.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손에서 빼앗은 또 하나의 책은『걸리버 여행기』이다.

천성적으로풍자와기지에능했던조나단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한동안몸

담았던 정치계에서 떠나 고향 아일랜드의 트패트릭 성당의 주교로 임명된다.

그러나그를계속따라다닌건번민과우울이었다. 1726년에발표한『걸리버

여행기』는 그의 내면의 고통을 해소시켜준 야심작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에서

도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불편해 하는 건 작가가 어른세계, 즉 인간들에게 퍼붓

는 독설적이고 문명사회의 탐욕과 부패에 대한 풍자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스위프트의 파란만장한 정치역정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한 정신착란 증세의

불운했던 삶은 관심 밖이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책 속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재료만을 골라내는 것이었다. 걸리버가 행해 중에 난파당하여 하늘을 나는 섬

나라, 소인국, 대인국, 말나라 등으로 표류해 다니면서 기이한 경험을 한다는

이야기와 진지한 세상을 창조해 낸 것에 매료될 뿐이었다. 이 환상의 세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 모두를 책 속에 빠뜨리게 하는 이유

이기도 하다. 애초에 스위프트가 어른들의 세계에 던졌던‘풍자’는 그들에겐

어려운 놀잇감이었다. 또한 폴 아자르의 말처럼 어린이들은‘솜씨 좋고 적당하

게 지식을 가르치려는’책은‘지식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구성보다는 스토

리의 완성도와 적절한 지식정보가 결합되어 견고하게 합체된 기관차 같은 좋은

책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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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에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은『해저 2만리』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SF(공상과학소설)의 결정판이다. 그 전에‘경이의 여행’시리즈(알

려져 있는 세계와 알려지지 않은 세계라는 부제가 있음)로 이미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지리, 천문, 동물, 식물, 고생물학 등의 정보와 지식이 들어있는‘백과사전여

행’이라고 찬사를 들은 바 있다. 그가 다룬 이야기 속의 잠수함, 우주여행, 비

행기계, 입체영상장치, 움직이는 해상도시 등은 오늘 날 발명되었거나 실용화

단계에 있기도 하다. 이런 그가 바다 속과 바다 밑의 미지의 영역에 다시 도전

한『해저 2만리』는 놀라운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이런 작품들의 배경에는 19

세기 후반 당시 산업사회의 발달에 따른 많은 정보의 증가 등이 하나의 이유도

될 수 있지만, 베른의 낙관적인 미래관과 이를 작품 속에 끌어들여 어린이의

꿈과 결부시킬 수 있었던 이야기 전개에도 그 이유가 있다. 공상적인 무대와

기술 정보가 합쳐졌음에도 오늘날까지 어린이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전체 서사

를 관통하는 긴박감, 과학적 지식에 상상력을 더한 재미가 그들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잡지 어린이책에 대한 다른 견해를 살펴보면, 앙드레 파바(Andre

Favat)의『아이와 동화: 재미의 기원Child and Tale: The Origins of Interest』는 아

동의 발달 단계와 동화와의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그는‘피아제와 마찬가지로

아동의 발달단계와 세계 인지가 아동이 경험하는 특정한 문화적 사회와 양식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로 인해 10세에 도달한 아동은 일반적으로

동화를거부하게된다. 10세전후의아동은현실세계에좀더적응하게되고,

동화를 좀 더 확실한 적응의 방해물로 보게 된다. 청소년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동화와 환상문학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자기 안의 어린이를 되

찾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발달 단계론은 이처럼 유아교육뿐 아니라 어린이책

의영역에까지도들어와있다.

역사가 오래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우리나라 유아교육학계에서도 교재 계발

과 함께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다. 앞으로 외국에서의 선행 연구와 별개로 두터

워진 어린이책의 현장에서 쟁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도서관은 중추적 역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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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곳이다. 마땅한 고전이 자리잡지 못했던 우리나라에서도「몽실 언니」

(1984, 권정생)와「마당을 나온 암탉」(2000, 황선미)이 어른과 어린이 동시에 교

감을 얻는 현상을 평론의 밖에서 문화적 측면으로 의미를 정립하는 일이 필요

한것은그때문이다.

연령 구분에 의해 도식화되는 연구는 자칫 어린이독자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독자(어린이·어른)집단은 밀접하게 상관관계

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독서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초의 구매 주체인 어

른(학교·도서관·가정)이『마당을 나온 암탉』을 어린이들에게 건넨 후 이를 탐독한

그들은 다시 어른들에게 읽기를 권유한 사례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점

은. 이는 결코 앞선 알드레 파바의 주장 등에 쉽게 동의할 수 없게 한다. 어린

이 독자는 대부분 10세 전후이고 이들은 이미 이 판타지 동화에 빠졌기에 그

렇다.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품고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

탉‘잎삭’, 그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과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었던 이 장편동화는 이미 어른들의 품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손에 넣은

것으로『걸리버여행기』나『로빈슨크루소』와다르지않은이유일것이다. 어린

이들이결코적응의방해자로여기지않는다.

4. 서양어린이책의발생과정

“어린이도서관-여기는바로어린이여러분을위한도서관입니다”.

존 뉴베리(Jhon Newberry, 1713~1763)가 런던 세인트 폴스 처치야드 65번

지에 어린이 서점을 열었을 때 가게 앞에 이런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물론

진짜 도서관이 아닌 책을 팔기 위해 광고용으로 했겠지만 아무도 어린이를 상

대로 책방을 할 생각을 못했을 때 그는 시도했다. 당시는 인쇄업자가 책을 만

들어 팔기도 했기 때문에 곧 출판업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존 뉴베리는 책방까

지 겸업해서 직접 책을 팔았으니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두 한 셈이다. 이런 그

가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어린이책을 만들면서이고 그 첫 번째 책이 <A Little

Pretty Poket Book>(1744)이다. 이 책을시작으로모험심을다룬이야기 <The

History of Little Goody Two-Shoos>(1765), 전승 동요를 모은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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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se’s Melody>(1791)를 펴낸다. 근대적인 어린이책 출발을 알렸던 뉴베리

는 그가 직접 22년 동안 어린이서점을 운영했는데, 그 뒤 그의 상속인과 후계

자들에 의해 운영돼 오다가 최근 문을 닫는다. 250년의 전통을 지켰던 유서

깊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미국 도서관 협회가 해마다 그 해의 가장

우수한어린이문학작품에수여하는‘뉴베리상’으로이어져오고있다.

어린이책은 뉴베리 이전과 이후가 구분될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17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어린이책은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나 예절, 도덕책들

이었다. 물론 뉴베리가 죽은 뒤 그의 조카 프랜시스(France)가 낸 <악덕의 참모

습; 또는 버릇없는 많은 꼬마 신사 숙녀들이 자기와 성격이 가장 비슷한 경멸

스러운 동물로 둔갑하는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 착한 어린이들을 위한 책(Vice

in its Proper Shape; or, the Wonderful and Melancholy Transformation of several

Naughty Masters and Misses into those Contemptible Animals which they most

Resemble in Disposition, Printed for the Benefit of all Good Boys and Girls)>처럼

긴 제목의 교훈과 오락성을 띤 책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100여 년이 훨

씬 지난 뒤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놀랄만한 변화를 가져온다. 물론 그때까지

도 서민계층 아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중류계급 이상

의 부모들은 매를 드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의식주

에 들어가는 비용 외에 인형극장, 서커스 놀이 등의 여가생활에도 지출하게 된

다. 뿐만 아니라 19세기부터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비로

소 어른과 어린이는 분리된다. 또한 쥘 베른의 일화에서 보는 것처럼 소녀에게

예쁜 산호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항해를 떠나려는 배에 몰래 올랐다가 쫓겨나는

이야기에서 보듯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미지의 세계로 나가고픈 모험심이 충만

했다. 또한 영어를 쓰는 인구가 늘어나고 글을 깨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린

이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튼튼해진다. 오늘날 소위 고전이라 일컫는 책이

이시기에 대거 등장한다. 고아인 올리버를 통해 급격히 도시화되는 런던을 그

린『올리버 트위스트』(1838,찰스 디킨스)를 비롯해, 아동문학의 최고 고전으로

꼽히는『이상한나라의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1865, 루이

스 캐럴Lewis Carroll/ 정확한 이름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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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 마크 트웨인), 『소공자The Little Lord Fountleroy』

(1885,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 Hodgson Burnett), 『공주와 고블린The

Pricess and The Goblin』(1872, 조지 맥도날드George MacDonald),『피터팬Peter

Pan』(1904에 초연된 J.M 베리Berrie의 희곡),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899, L.프랭크 바움 Frank Baum, 1856~1919), 『비밀의 화원Secret Garden』

(1910,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등이 차례로 나오면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 이중

『올리버 트위스트』는 그 무렵엔 사회 비판서였는데 어린이들의 손에 옮겨졌다.

『허클베리핀의모험』은‘니그로’의표현때문에한때거부캠페인이있었고주

인공이 뗏목 여행을 통해 겪는 세계가 너무 잔인해 독일과 미국에서는 고등학

교의 도서목록에 들어가 있기도 한 작품인데, 우리들은 이들 서양 고전작품들

이 어떤 경로를 통해 또 집중적으로 소개된 시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양

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는 데 도움은 되지만 그와 함께 작품들이 쓰인 의도와

어린이들스스로선택한것인지도알아야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어린이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비합리적인

어른 세계가 들어가 있는데 작품 속에서 게임처럼 오고 가는 언어의 유희는 오

히려언어학자와철학자들에게좋은재료로제공된다.

여기서는주요하게쟁점이되었거나현재까지도활발하게읽히는작품들을대

상으로 열거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더욱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을

낱낱이 본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다만 이곳에서 우리는 어린이책에 대한 주요

한 키워드만을 움켜쥐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의문’을 품

는 것이다. ‘왜 그렇게 수많은 어린이들에 의해 사랑 받았는지?, 우리나라에서

는세계의고전들이제대로검증이되었는지?’함께공부해야할과제이다.

2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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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어린이책

1. 전체출판시장의변화

⊙ 1970년대 : 명작전집동화중심의출판시대

⊙1980년대 : 명작 + 우리동화와명작전집이 2:8 시대

우리동화문학의시대 /창작과비평, 산하

⊙ 1990년대초중반 : 명랑동화등상업출판의시대

그림책시장형성, 어린이전문서점의시대

⊙ 1990년대후반 : 새로운작가들형성. 이금이, 황선미, 박기범……

⊙ 2000년대초반 : 그리스로마신화만화, 해리포터등극상업주의

그림책출판시장확대국내외대비 8:2

⊙ 2000년대중반 : 독서논술시장확대

책읽기의의미도시장논리에맡겨진상태

인지도높은그림책이시장 95%점령(존버닝햄, 앤서니브라운, 레이먼드브릭스……)

여인천하, 주몽등인기드라마만화

홈쇼핑, 인터넷할인판매로인한어린이전문서점사양길

홈쇼핑 2004년 200억의매출, 한번방영 20억매출

질좋은단행본외면되는현상

2. 한국어린이문학의흐름

나는 예술이란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모른다. 시의 표현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

로 어떻다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문학이란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느끼고 생각한대로

글로써표현하는또하나의일이라고말하고싶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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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이 농사일을 하고 공장의 일꾼이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내고 바다의 어부가 고

기를잡듯글을쓰는일도한분야의일이기때문이다. 일이란우리들이살아가는데필

요한 의식주를 보장해주고 나아가서는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목숨끼리 평화롭게 지내기

를 바라는 뜻에서 문학이란 또 다른 정신적 일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음악이나 그림

이나연극영화운동경기나놀이방법도마찬가지다.

육체의 노동으로 피곤해진 심신을 노래로서 풀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그림을 그리

고 관람하며 서로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목하게 하고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매개를 만드는 것이다. 어쩌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난폭해질 때 조용한 음악이

나 따듯한 그림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에 게을러졌을 땐 흥겨운 노래나 감동

을주는이야기로힘을얻기도한다.

—『우리 어린이 문학』, 「아동 문학이 외면했던 고난속의 동심」, 1993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10년 전에 했던 말이 많이 공감이 되어서 빌려왔

다. 권정생 선생님 말마따나 나는 아동문학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어린이

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엔 자격미달이다. 다만 나는 꽤 오랫동안 어린이책을

읽어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동화를 널리 읽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것을

삶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내

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화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1980년부터 서울 양서 협동조합이라는 단체에서 책과 관련한 일과 인

연을 맺었다. 양서 협동조합이란 1980년 당시의 젊은이들이 좋은 책을 읽어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자면서 모인 단체이다. 1979년 말 사회가 독재로 얼

룩진 엄혹한 사회였고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더더욱 앞이 보이지 않는 독

재정권의시퍼런서슬아래숨죽여살아야했던때였다.

젊은이들은 답답했고, 길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모였고, 책을 매개로 문제

를 풀어보고자 했다. 거기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을 만났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린이책의문제를이야기하게되었고그것이지금까지이어진것이다.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책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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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생각했지만 사실 나 자신이 어린이 문학, 어린이 운동에 대한 개념이 불분

명했다.

더구나 학부모도 선생님도 어린이 운동의 개념도 없었고, 어린이 문학에 대

해선 더더욱 깜깜했다. 출판문화, 어린이 문화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은 나를

막막하게 했다. 누구도 어린이책에 대해서, 어린이 문학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

이 없었고 출반시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어린이책의 대명사는 세계명작 전집이

전부였다. 우리 동화를 읽혀야 한다는 소리에는 지나가는 강아지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다 방정환이 자기 몸을 불태워가며 만든 잡지『어린이』를 만났다.

뜨거운 만남이었다. 방정환은『어린이』속에서 자신이 왜 어린이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왜 어린이 문학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어린이 운동을 했는지를

알려주었다. 방정환은 말했다. 어린이를 사회적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어린

이를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늙은이 젊은이는 기대할 게 없으니 어린이를 바로

키워독립의역군으로삼아야한다고.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가 얼음장 같은 식민지하에서 얼마나 뜨겁게

어린이 사랑을 펼쳐보였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얼마나 외롭게, 싸우며 어린이

운동을 벌였는지 나는 울며 웃으며 그 잡지를 읽어나갔다. 서대문 형무소를 자

기 집 안방 드나들 듯 했다는, 그러면서도 잡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의 유머러스한 글들 때문에 웃지 않을 수도

없었다. 유려한필력에감탄했고, 박학다식한지식에탄복했다.

그리고 왜 어린이 운동을 해야 하는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조금

씩 깨닫기 시작했다. 방정환은 어린이 운동의 선각자였고 어린이 문학의 선구

자이다.

방정환에 의해 열린 어린이 문학의 시대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 어린

이 문학은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가르치는 목적을 앞세운 경향이 강했다. 어린

이에 대한 분명한 상도 없었다. 이런 우리 어린이 문학이 갖는 특성은 우리 현

실상황과 깊이 맞물려 있다. 순수 문학을 지향하는 이들로서는 비판의 화살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이런 경향들조차도 우리의 현실이 만들어낸 우리

어린이문학의유산이라고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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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의 역할, 어린이 문학의 사명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생각이 있겠

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어린이 문학은 민족문학으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다.

어린이 문학은 한 나라의 정신을 이어받는 강력한 매체이다. 미국 아이들이,

영국 아이들이, 독일 아이들이, 일본 아이들이, 그들의 문학을 통해서 그들 국

가의 이념을 전수받는 것처럼 우리 어린이 문학은 특수한 역사를 살아온 한국

인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주고 있는가, 어린이 문학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가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각 시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중

심으로우리어린이문학의과거와현재와미래를가늠해보고자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책의 역사를 말할 때 최남선의『소년(1908)』잡지를 기점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 뒤로『붉은 져고리(1913)』, 『아이들 보이(1912-14)』,

『새별(1913)』등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잡지

는 1923년부터 1934년까지 소파 방정환이 발간한 어린이 잡지『어린이』를

기점으로본다.

그것은 본격적으로‘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잡지였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화「바위나리와 아기별」이 발표된 지면이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동화,

동요 동시의 무대가 된 곳이며, 어린이 운동의 뿌리이며, 우리나라 근 현대 아

동문학가들이탄생하게된무대이기도하기때문이다.

1) 1920년대어린이문학의씨앗을뿌리며

1920년대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되고, 이에 저항하는

농민 운동과 투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들

은 어른들의 소유물로 인식되었다. 특히 어린이들은 아무런 꿈과 희망도 없이

식민치하의 고통과 어른들의 유교적 관념으로 인해 이중의 억압 속에 놓여 있

었다.

소파 방정환은 조국 광복을 위한 길은 자라나는 소년·소녀들에게 달려있다

고 생각하였다. 소파는 <천도교 소년회>(1921), <소년운동 협의회>(1925), <소

년 연합회>(1926) 등 여러 단체에 관여하면서 1923년 5월 1일에는 고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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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진, 윤극영, 정병기, 정순철, 조재호, 진장섭등동경유학생을중심으로아

동문화운동단체인 <색동회>를 조직했다. <색동회>는 그 발기문에‘동화 및 동

요를 중심으로 하고 일반 아동문제까지도 할사’라고 그 취지를 밝히듯 어린이

문제에대한폭넓은활동을전개한다.

당시의 사회문화적 풍토는 아동을 성인의 축소판으로 보고 아동의 고유한 세

계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아동은 어리고 미숙하며 어리석은 존재로만 여겼다.

따라서 아동은 계몽해야할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이러한 사회의식과 맞서서 아

동을 사회적 존재로 인정하자는 사회 운동을 벌여나갔다. 그러나 그의 유명한

수필‘어린이 찬미’에서 그는 어린이를‘고요하고 평화롭고 죄 많은 세상에 태

어나서 죄를 모르고 더러운 세상에 나서 더러움을 모르는 한없는 복을 가진 사

람’이라고 보았다. 이런 천사주의 아동관은 어린이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주기보다 좌절을 심어준다는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도 초창기

우리아동문학형성과정의산물이라할수있을것이다.

1920년대에는 많은 잡지가 나왔다. 육당이 1908년『소년』을 창간한 이후

15년 뒤에 출간된「어린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어린이’를 상대로 한

근대적 잡지로, 이원수, 마해송 등 현대 아동문학가를 배출했다는데도 큰 의미

가 있는 뿌리에 해당하는 잡지이다. 이 밖에『신소년』(1923-1934), 『반도소

년』(1924-1925), 1929년에『학생』, 『조선아동신보』등 잡지 등이 나왔는데,

이들 잡지는 조국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에게 정서적 교양과 민족의식을 심어준

다는공통분모를갖고있었다.

특히 방정환이 만든『어린이』는 우리 어린이 문학의 형성기에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잡지를 통해서 방정환은 동화 동시는 물론

다양한종류의글을써냈다.

이 시기에 발표된 많은 동화들이 그렇듯 방정환의 이야기도 슬프고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런 슬픔은 당대의 민족 현실의 반영이지만 고난의 원인을

찾아현실을극복할의지를심어주지못한다는비난에서자유롭지는못하다.

특히 방정환의「만년 셔츠」는 지금 우리 아동문학 동네에서도 눈물주의 영웅

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소파의 감상주의 이원수는 다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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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말한다.

“불우한 처지에 있는 아동들에게 주는 문학이 취하는 방향이 세 가지가 있다면 그 하

나는불우케하는원인과싸우는것을그리는문학, 또 하나는그가엾은아동들에게즐

거운 것, 아름다운 것을 펼쳐 보여주는 문학, 그리고 또 하나는 그들의 슬픔을 같이 보

고같이울어주는문학, 이런것들이있다고하겠다. ……그의문학은비록센티멘탈리

즘에 서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불우한 시대의 아동들에게 즐거운 이야기만 들려주는 유

쾌한문학보다는훨씬높은자리에있는것이며진실한것이라할수있다.”

— 이원수, 「소파와 아동문학」, 『소파 방정환 문학전집』, 8권, 문천사, 1974, p67.

하지만방정환의「만년샤쓰」(『어린이』, 1927)는 보기드문우리동화의개성있

는 캐릭터이다. 아이들은 창남이의 불우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우스갯소리 잘

하고 활달하며 당당한 모습에 박수치고 환호한다. 어려움에 좌절하고 주저앉기

보다 이웃을 도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창남이 모습이 당시의 눈물주의나 감상

주의 주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부각되고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유머

와 배짱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의 원인을 찾아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주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당시 아이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심어준 아동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동생을 찾으러」(『어린이』, 1925.1-10)와「칠칠단의 비밀」(『어

린이』, 1926.4-12)와「동생을 찾으러」는 특유의 긴장감과 사건의 반전 속에 전

개되는 이야기 로 사회의식과 민족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슬아슬한 사

건의 전개와 착하지만 약한 자와 나쁘고 강한 자의 대결 속에서, 약한 자들이

힘을 합해 해결하는 이야기는 당시 어린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민족적 일치감을

불러일으키기에충분한것이었다.

방정환 문학이 감상성과 애상성이 강하고 그 때문에 현실 극복의지를 심어주

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의 작품 곳곳에서 현실인

식의 씨앗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우리 아동문학의 발전을 짐작케 하는 시금

석으로서의역할을한셈이다.

1920년대 아동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는 전문 문인들의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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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다. 그중대표적인사람으로정지용, 이태준등을들수있겠다. 이들은일

반 문학에 중심을 두고 아동문학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초창기 아동문학을 진정한 의미의 근대문학으로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태준은 어린이들의 실생활에서 그 소재를 선택하여, 재치

있고 감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920년대 말부터『어린이』에 발표된 그의

동화들은 작가 자신의 불우한 상황들이 잘 녹아들어간 작품들이다. 1924년

「물고기 이야기」는 그가 발표한 아동문학 첫 작품인데 이것은 전래동화의 내용

을당대현실에빗대어새롭게구성한이야기이다.

1920년대 말부터「어린 수문장1929.1」, 「불쌍한 소년 미술가1929.2」,

「슬픈 명일 추석1929.5」, 「쓸쓸한 밤길1929.6」, 「불쌍한 삼형제1930.7」,

「외로운 아이1930.11」, 「눈물의 은메달연성흠, 1927」, 「쫓겨가신 선생님송영,

1928, 어린이」, 「쓸쓸한 밤길이태준, 1929」, 「옷자락은 깃발같이송영, 1929」,

「슬픈 명일 추석이태준, 1929」추운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거지 아이에게 줄

것이 없던 어린 소녀가 입맞춤을 해주자 감격한 거지 아이는 동냥해서 얻은

돈을 모두 털어 꽃을 사서 주고 기쁨을 눈물을 흘린다는「참된 동정어린이

1927」등 대개 절대적 가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의 고난의 찬 삶

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밖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의 구박 속에서

눈물로 지내는 상봉이의 이야기를 다룬「어머님의 선물샛별1923」, 너무나 가

난하여 딸을 팔 수밖에 없는 애달픈 이야기「이천 냥 빚으로 대신 가는 언년이

송근우 1926, 어린이」등을 보면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비극적 현실을 읽을 수

있다.

1920년대 말은 지나친 사회의식의 반영으로 어린이들의 정서와 상황을 무

시한 프로아동문학이 성행할 시기였고, 외국 것들의 번안 작품인 동화들이 많

이 나타났던 시기이다. 설교식의 교훈 등을 내세워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고 지나친 통속성의 우화류가 많았지만 이태준을

비롯한 일반 문인들과 방정환의 작품들은 1930년대 아동문학의 토대를 만들

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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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30년대사회와어린이

1930년대는 후반에 오면 일제의 군국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조선어

말살정책, 국민징용령, 창씨개명에 이어 신문과 잡지 등의 폐간이 이어졌다.

조선은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빈곤이 극에 달했고, 어린이들은 일터로 나가거

나 간도로 부모를 따라 고향을 떠나야했다. 이 시기 일제는 경제, 정치적 침략

으로부터 우리의 정신까지도 말살하려는 것으로 총체적으로 시행하였다. 특히

총독부가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 전환하면서 검열제도를 강화했는데 그러다

보니 원고가 손실되고 변질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부 친일 작가들은 어용 문학을 조장하였으며 이는 곧 민족 문학을 위축시키

는결과를가져온다.

1938년의 국민학교에서 조선어 과목 폐지와 1939년의 화 단체인 <조선문

인협회> 결성 등에서 볼 수 있는 조선인 황국 신민화 정책은 아동문학에 큰 영

향을 미치게 했다. 그것은 아동들에게 우리 문학의 접근을 막았고 지하운동이

나 다름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동잡지들의 연이은 폐간, 일본어 상용

운동, 전쟁 선동 찬양의 풍조에 억눌려 이 시기의 문학 활동은 일간 신문의 한

귀퉁이에 동시를 발표하는 것으로 가냘픈 명맥을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동시

동화작법/이원수) 이와더불어방정환의천사주의문학관에반기를들고 1930년

을 전후해서 좌익 문학의 일환으로 노동자 농민 자제의 소년소녀를 위한 프롤

레타리아 동화 소설 등이 나타난다. 이주홍, 신고송, 이동규 송영 등의 작품들

이 소위 천사주의에 대항하여 경제적 해방 없이는 아동의 인격도 그 해방을 찾

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작품들이 발표된다. 즉 어린이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부

터 출발하였다기보다 계급투쟁의 한 방편으로 여기는 측면이 더 강했다. 그리

하여 프로아동문학인들은 현실의 문제를 계급 모순 일변도로 그림으로서 아이

들 사이에도 계급적 적대가 나타나는가 하면 어린이의 특수한 위치를 도외시

한 채 어린이가 현실과 사회에 불만을 갖게 하고 어린 투사로 묘사하는 것이

공식처럼되어버렸다.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 궁핍한 현실에서 계층 간의 갈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린「청어 뼉다귀」(이주홍,『신소년』, 1930.4), 강한 자와 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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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극명한 대립을 그린「개구리와 두꺼비」(이주홍,『신소년』, 1930.5) 등과, 가

진 자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꿀단지」(적파,『별나라』,

1932.1), 등이 있다. 또한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을 비판하는「토끼와 원숭이」

(1931~1933 일부 발표, 1946~1947 완결), 온 민족이 일어나 일제와 맞설 것

을 암시하는「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나섰다」(채만식, 『신가정』, 1933),

현실을 극복하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인「호랑이와 곶감」(『별나라』, 1933) 등이

있다.

방정환의 천사주의 아동관에 의한 감상주의 아동문학을 탄생시켰다면,

1930년대 카프 작가들은 동화를 통해 해방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고 그 희망

을 갖게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 지나치게 치우치다보니 목적의식이 앞선 도식

성이란한계를갖기도했다하지만그것역시시대의산물일수밖에없다.

카프아동문학 작가로『신소년』의 편집을 맡았던 이주홍 역시 카프 아동문학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계급주의적 성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개구리

와두꺼비」「청어뼉다귀」「잉어와윤첨지」등그의초기작품은이처럼소외층

의 궁핍한 삶과 계층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고통의 원인을 찾아 그것과

대결하려는 의지를 가짐으로서 현실 극복의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카프의 성

과라고할수있다. 이런카프작가들과구별되는작가로현덕을들수있다. 그

는 뛰어난 현실성과 사실적인 묘사 등이 계급주의나 천사주의에 빠지지 않은

작가이다. 1938년에서 39년까지‘조선일보’에 주인공‘노마’의 눈을 통해서

아동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40여 편의 동화에는 궁핍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동심을잃지않은리얼한아이들의삶이그려진다.

3) 1940년대사회와어린이

1940년대를 전후해서는 조선어 과목이 폐지되고 조선인 황국 신민화 정책

은 아동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 잡지들이 연이어 폐간되고 일본어 상

용운동, 전쟁 선동 찬양 풍조에 억눌려 이시기의 어린이 문학 활동은 간신히

명맥을유지하기에급급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1941년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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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전시 체제를 위한 법률을 공표한다. 1942년 5

월에는 조선에서 징병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수많은 청년들이 전쟁터로 끌려

나간다.

1943년에 10월부터는 조선인 학생에 대한 징병 유예제도를 폐지하고 학병

제를 실시하여 수많은 학생들이 전쟁터로 내몰려 목숨을 잃어야 했다. 주권을

빼앗긴 우리 민족이 식민지 시대 최대의 소망이자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주체적 민족 해방이었다. 그러나 1945년 해방되었으나 우리 겨

레의 힘으로 이룬 해방이 아니었기에 자주적 민족 국가 수립이란 소망이자 과

제가불투명했던때. 2차대전끝나면서자본주의진영인미국과사회주의진영

인 소련이라는 강대국 중심으로 세계질서 개편되고 이들의 갈등이 생기면서 냉

전체제 형성되면서 미국과 소련에 의한 하반도 분할통치 시작되고 북한은 사회

주의가 지배하고 남한은 미군정 시대 열린다. 이러한 시기에 이원수는 동화와

평론에서두드러진활동을보인다.

「새로운길」(1948), 「눈뜨는시절」(1948), 「숲 속나라」(1949), 「바닷가아이

들」(1949), 「이상한선생님채만식」(1949) 등은 모두해방이후부터 6·25 이전

까지의 작품들은 대개 시대 현실로 고난 받는 아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으면 자

주적민족해방이라는큰주제를다룬다.

4) 1950년대-한국전쟁과아동문학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발발로 인해 195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적

파탄과 정치적 무질서, 각종 사회 문제로 일대 혼란에 빠졌다. 한국전쟁의 발

발로 인하여 우리 겨레가 겪은 물리적 심리적 피해와 함께 시작된 분단의 역사

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불안과 공포심을 낳았고, 자기 소외와 인간성

상실 등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낳았다. 여기에 한국전쟁은 남과 북이라는 두개

의 정부를 갖는 국토의 분할을 가져왔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강화되었고 이제

까지의 농촌공동체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상업주의로 전환되는 기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주한 미군에 의해 저질 외래문화의 유입이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오

기도 했다. 또 한 남북 분단 대치 상황은 반공을 국시로 하는 이데올로기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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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성을수박하게된다.

한국전쟁은 경제적 파탄을 몰고 왔으며 같은 민족끼리 폭력적 형태를 취함으

로서민족일체감이라는공동체를파괴시키고서로적대감을갖게하였다.

이런 한국전쟁은 전쟁으로 인해 파생되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어야 할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은 분단을 가져왔고 분단은 작가들마저도 북으로

가고 남으로 오고 하면서 북쪽은 북쪽의 문학으로, 남쪽은 남쪽의 문학만으로

남게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문학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순수작가들이 있었다. 사상성

에 근거를 두면서도 풍자문학의 건설로‘동화 세계의 확대’를 보여준 마해송,

동화와 소설을 겹치면서도 전대의 현실의식에의 집착으로 또 다른 사상적 패턴

을 제시한 이원수, 교육적 미학의 승화자 강소천, 환상적 미와 현실의식의 접

목을 시도했던 김요섭 등의 작품 활동은 이 시기 통속문학과 구별되었다. 그리

고 각종 문학상이 아동문학가들에게도 수여되고 일간 신문의 신춘문예제도가

설치됨으로써 아동문학이 실질적인 공인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1950년대는

통속화와 산업화 속에서 아동문학을 문학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게 한 소수 아

동문학가들에의해 1960년대아동문학의발판을마련하게되었다.

5) 1960년대-독재정권과아동문학의교육성

1960년대 사회는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혼란 속에서 부정과 부패

가 만연된 때이다. 4·19와 5·16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독재 정치가 대립하던 시기였다. 전후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재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독재정치에 대항하여 민주화를 열망하는 의

지가 분출되어 4·19혁명이 일어났다. 4·19는 승리했지만 군인정치의 서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군인이었던 박정희가 정권을 잡기 위해 5 16군

사쿠데타를 일으키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더불어서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북

한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남한과의 갈등이 깊어진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반공을 국시로 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반공글짓기 대

회, 반공포스터 대회가 일상적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반공영웅담이 횡행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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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무조건타도해야할대상이었다.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했

고 지식인들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고민한다. 이승만 정권은 부정적인 방법으

로라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해서 국민들의 이런 요구에 눈 돌리지

않았다. 결국 4·19혁명, 5·16군사쿠데타가일어나고사회는혼란에빠진다.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부모들은 1960년대 들어와 아동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동 교육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상황에서 출판업자들은 일본을 통해서 서구 명작들을 무작위로 번역·출

간하였고, 읽을거리가 부족했던 어린이들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서구 명

작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미운오리새끼」, 「백설공주」, 「신데렐라」, 「알리바

바와 40인 도적」등과 같은 동화들은 어린이들에게 허황된 꿈을 쫓으며 서구

의 잣대로 우리 현실을 바라보게 하였다. 즉 미의 기준이나 가치관이 서구의

것을 잣대로 삼아 우리 고유의 것을 경시하는 풍조를 낳게 한 것이다. 이런 현

실은 작가들에게도 나타나 어린이들의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예쁘고 고운 이

야기의 작품들을 창작하게 되었다. 문학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면서 어린이들의

현실적인 삶을 반영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1960년대 아동문학은 아동을

소외시키는문학이라고볼수도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4·19혁명을 소재로「땅속의 귀」(1960), 「어느

마산 소녀의 이야기」(1960), 「벚꽃과 돌멩이」(1961)등이 있으며, 소년소설로는

「민들레의노래」(1961)등이그것이다.

6) 1970년대-산업화시대와아동문학의서민성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가 확대되고 농촌이 무너진다. 이농현상이 급격해지고

물질주의가 팽배해지는 때이다.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면서 농촌의 도시화가 이

루어진다.

경제 성장이라는 국가적인 목표아래 젊은 노동자들이 저임금의 노동력을 착

취당하는 일이 많아지고 대표적인 사례로 전태일이 이러한 노동자의 인권을 보

장하라며분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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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아이들 출판물은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세계명

작들이 외판원을 통해서 구석구석 파고들며 우리 아이들에게 무차별하게 읽히

던 때이다. 계몽사, 국민서관 등 메이저급 출판사들이 대 자본을 무시로 몇 십

권씩 하는 세계명작 전집들을 출판하여 유통시켰다. 그래서 세계명작 전집들은

전성기를 구가하며 우리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다른 한 측면에서는

이원수, 이오덕 등과 함께 아동문학의 서민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

면서아동문학에서리얼리즘정신이적극수용된다.

이원수 이주홍 등에 의해 아동문학의 서민성이라는 개념이 설정되고 이것은

이오덕을 중심으로 하여 농촌 어린이, 가난한 어린이, 근로소년, 도시 서민 가

정의어린이생활을소재로한동화들이적극수용되면서더욱강화된다.

즉 민족현실과 아동의 삶을 떠난 일체의 경향에 대해 비판하며 주체적이고

현실 참여적인 아동문학론을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는 어린이를 사회의 악과

격리시켜 곱고 예쁘게 키워야한다며 제도권 일부 아동문학계의 거센 반발을 사

기도했다.

이오덕은‘서민’이란 말을“자기 손발로 벌어서 가족의 생활을 이끌어가는

뭇 백성”이라고 밝히고, ‘서민적’이란 말을‘민족적’이란 말로 대치시킬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아동관, 문학관, 창작 방법 등에서 민족문학으로서 자리매김하

고자 한다. 그는 아이들을 어른의 관념 속에 붙박인 인형으로 보는 대신‘성장

하는 인간’‘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보아야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당시 작가들의 현실과 유리된 경박한 감상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문학들을 관

념적 동심주의로 규정하고 이들이 어린이들의 정신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평

가한다.

어린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들의 관심은 어디에 있고, 그들의 고통은 무엇이며,

어떤 불행을 겪고 있는가를 바로 보고 그래서 그들이 병들어 가고 있는 일에 분노를 느

끼고, 그 고통을함께나누고, 비뚤어진모습을비춰보이고, 불행을이겨낼수있도록

위안과 용기와 지혜를 주고 싶어 하여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 아동문학이어

야한다. — 같은 책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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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동관과 아동문학관은 현실에 살아 숨쉬는 어린이의 삶을 포착하여

형상함으로서 우리 아이들이 민족의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끌어올리는것이다.

7) 1980년대 - 아동문학의부흥기

1980년대는 1980년 5월의 광주와 함께 1983년이 남북 이산가족 찾기가

실행되면서 분단 극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이다. 또한 6·29선언,

1988올림픽 개최 등 정치사회적 변화와 함께 경제적으로 급성장한다. 그와

함께 인간성 상실, 배금주의 팽배, 날로 무너지는 농촌,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가시화 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문제였

다. 특히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항쟁은 독재정치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들

에게무력탄압을가한사건으로정국이한치앞을내다볼수없을만큼혼미

한 시국이었다.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정권에 의

해 아까운 목숨들이 쓰러져 갔고, 대학가는 최루가루로 가득한 채 거리는 데모

대의행렬로메워지곤했다.

1983년 여름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분단국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

는 사건이었다. 남북이 갈라지면서 헤어진 가족들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사무치

게그리워하다가만나서는눈물바다를이루는모습은장대한드라마였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경제적인 급성장으로 인한 물질만능

주의가 확산되고 농촌이 급격하게 해체되면서 과학문명에 대한 편리만 앞세우

다 보니 모든 것의 가치가 편리라는 잣대로 재어지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

로 인해 문명비판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인구의 이농현상, 도시집중현상 이

두드러지면서 농촌이 급격하게 해체된 때이기도 하다. 어린이 쪽에서는 어린이

도서연구회 발족(1980),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발족(1983), 놀이연구회, 민요

연구회, 초등교모임 등 어린이 문화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었고 어린이 출판

가는 이오덕, 권정생, 이현주, 윤태규, 윤기현, 임길택 등 1980년대의 작가들

에 의해 이러한 사회현상과 어린이 삶의 문제가 적극 수용된 작품들이 활발하

게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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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극심한상업주의가 만연해 명랑동화가열풍을 일으키며 상업주의

출판의문을연때이기도하다.

문학은 한 사회의 꿈과 이상을 보여주는 교과서로 문학이 사회와 어린이의

삶이 어떻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어떻게 문학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삶의

기쁨과의미를찾게할수있을지에대한모색이요구되는때라고할수있다.

이 시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민족 아동문학이 활발하게 출간된 때였다. 동

심 세계를 관념적으로 그리던 기존의 작품들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현실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창작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것은 분단극

복, 농촌현실과 같은 사회 현실을 소재로 한 아동문학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

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운동이 일어나게 된 것은 1980년대 초·중반 활기를

띤 아동문학 무크운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오덕을 중심으로 한‘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인 모임’, ‘어린이 문학 협의회’, ‘어린이 도서연구회’에서는 제도

교육권내에서어린이들의삶을관념적으로그리는작가들을비판하면서현실적

삶을그리는민족주의작품들을옹호하고부각시켰다.

작가 권정생의 화두는 반전, 평화통일이다. 한국전쟁의 참상과 그 원인이 어

디로부터 오는가를 그려 보이는「초가집이 있던 마을」, 남북한 아이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이질감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바닷가 아이들」, 전

쟁으로 인한 실향민들의 고통을 그려 보이는「하느님 우리 옆집에 살고 있었

네」, 한국전쟁의상처로고통받는할매, 할배들의아픔을그려보인「할매하고

손잡고」「똬리골댁 할머니」「사과나무밭 달님」익살스런 문체로 전쟁의 아픔과

통일 염원을 그려 보인「밥데기와 죽데기」등 대부분은 6·25전쟁이라는 민족

비극과 연관짓고 있다. 권정생은 분단현실을 어린이들에게 과장하거나 은폐하

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권정생은 어린이의 현실적 사실세계를 중심에

놓고 이들에게 현실을 그대로 체험하게 하면서 비극의 주인공도 되게 하고 민

족을비극에서구원할구원자로보기도한다.

이 밖에 외세를 배격하고 자주적 통일의지를 그려 보인「육촌형」(1983) 통일

염원을 그려 보인, 「살꽃 이야기」(1984), 권정생의 한국전쟁의 참상과 통일의

지를 그려 보인「몽실언니」(1984), 남북 간의 동질성을 발견하게 하는「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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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1988) 등의 작품들이 수난으로 얼룩진 한반도의 역사와 한민족의 삶을

다루고 있다. 박상규의「살아있는 장난감」(1981)은 생명 경시 현상을 고발한

작품이다. 또한 그의「별이 몰려 온 마을」(1989)에서는 많은 인구가 도시로 집

중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부각시켰고, 윤기현의「서울로 간 허수아

비」(1982)에서는농촌현실과농민의아픔을그려내고있다.

8) 1990, 2000년대 - 유행의물결을타고

1990년을 전후한 어린이 출판가는 가히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양적 팽창이 이루어진 시대였다. 인문 사회책을 중심으로 내던 메이저 출판사

들이 너도나도 어린이책 출판시장에 뛰어들었다. 어린이책의 르네상스 시대,

쏟아지는 어린이책, 어린이책의 홍수시대 등등의 수식어가 난무하고 주요 일간

지들이 신문의 한 면을 어린이 면으로 배정하는 등 어린이 출판 시장이 확대일

로에 있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

로운 작가군단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출판사들은 작가와 화가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고 작가들은 쓰기만 하면 출판이 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어느 책이 좀 팔린다 싶으면 재빠르게 비슷한 주제, 비슷한 구성, 비슷한 형태

의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출판이 산업으로서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문학으

로서는오히려후퇴한측면이강하다.

그래도 1990년대는 분단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권정생의「점득이네」(1990),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러주는「하느님의 눈

물」(1991),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삶을 그린 임길택의「탄광마을 아이들」

(1990) 등이 있으며, 정해천의「달맞이 언덕에 뜨는 달」(1994)은 5·16의 광주

문제가 아동문학의 소재로 다뤄진 최초의 작품이다. 텅 비어 가는 농촌의 모습

을 담아낸 윤기현의「어머니의 설날」(1992), 부정부패를 일삼고 권력을 휘두르

는 어리석을 통치자를 빗대어 표현한 윤기현의「어리석은 독재자」(1992) 등이

등장했다. 이밖에도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주홍의「피리부는 소년」

(1994), 전교조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교사의 모습을 그린 박상규의「참

나무선생님」(1990) 등의작품들이성과로거두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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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가치 있는 문학작품이라면 객관적 현실의 문제는 물론이고 당대 사회

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인식시키고자 애쓴다. 따라서 문학작품은 일

차적인 현실의 반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을 가지

고 역사를 발전적으로 파악하고 모순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줄 때

가치있는작품이라할수있다.

이런 가치를 찾기 위한 논의들은 2000년대를 지나는 지금도 오고간다. 특

히 원종찬의『아동문학과 비평정신』에서 다루어지는 우리 아동문학의 계보와

작가들에대한논의,

김상욱의『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에서 다루어지는‘어린이 문학은 문

학이자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문학으로서의 어린이 문학, 예술로서의 어린이

문학을강조하고있는논의들은더깊이논의되어야할과제를준다.

9) 2000년대이후

2000년을 지나면서 출판 시장은 확대되고 그만큼 어린이 문학에 대한 요구

도 많아졌다. 많아졌다기보다는 역할이 커졌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외국동화

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지식을 전달하는 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문학의자리가위축되어보인때라고할수있다.

외국동화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건네주어야 할 젊은 부모들

은 과거 우리 역사와 사회 현실을 담은 동화에 대해서 낯설어 했다. 새로운 작

가들이새로운작품을꾸준히발표하는데도민족문학으로서아동문학의위상은

자꾸만 낮아지는 듯 했다. 그것은 새로운 작가들이 출판의 시류에 편승하는 경

향 때문이다. 시장에는 입시를 위한 논술용 책들이나 아이들 삶의, 의식의 변

방을, 치매, 가정해체, 등의사회문화를반영한가벼운책들이주류를이룬다.

「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동화」「교과서에 실려 있는 대표 동화」「생

각 논술 동화」「숲에 관한 이야기」「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공부하기

싫을때읽는동화」등이그렇다. 대입에대한부담과함께기대치가높고출판

이 이러한 추세에 편승하면서 가벼운 책들이 주류를 이루자 이전에 출판되었던

책들이 재출간되는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다. 「5월의 노래」(이원수, 한겨레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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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소년」(이원수, 창비) 「멍멍 나그네」(마해송, 계림) 이런 재출간의 흐름은

1990년 중반부터 형성된 것이지만 이런 현상은 출판문화의 전반적인 질적 향

상과 더불어 독자들의 의식이 요구하는데 작가들이 독자들의 의식수준을 따라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아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 가지 특징을 잡아보면 다

음과같다.

첫째, 재출간도서들이많아졌다.

임길택, 현덕, 이원수, 손창섭, 노양근 등 해방 이전 작품들을 새로운 옷을

입혀서 재출간 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이들 작품은 작품성이 살아있으면서

지금의 독자들과도 호흡할 요소가 있어 시장에서 인정받는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둘째로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며 새로운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애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나미, 김옥, 공지희, 박효미, 김정희,

박기범, 김남중, 이현 등은 2000년대 어린이와 삶과 마주서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적 어린이의 상을 구현한다거나, 상상력과 유머를 담아

아이들에게호평받는작품으로서는아쉬움이크다.

아동문학비평분야에서 창비어린이를통해 몇몇 비평가들과새로운 독자들의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이 유지되고 있으나 본격적 담론형성이 이루어지지는 못

하고있다.

좀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진 비평가들의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것이 우리

아동문학이민족문학으로서아동문학의정통성을찾기위한노력들로이어지기

를기대해본다.

4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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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생태계와서평

1. 시작하면서

2000년도를 전후 하여 우리도 어린이도서관과 어린이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형태의 어린이도서관이 급속히 늘어났고, 아동도

서 출판물도 양적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것은 우리도 도서관과 어

린이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

는일이다. 우리가선진국이라부르는미국.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공

통점은어린이도서관과어린이문학이일상적인어린이를교육의중심축에있다

는점이다.

우리는 경제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전제에 밀려 어린이도서관이나 어린이

문학 교육보다는 독서 교육도 경제적 성공을 위한 방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안타깝다.

이제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문화로서 책 문화가 활성화 되고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바탕을 다지기 위해 사서가 사서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을 제대로 수행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그 중 하나는 사서가 어린이책에 대한

전문성을확보해야한다는점이다.

책에 대한 전문성이란 어린이책을 바르게 보아내는 것, 어린이책에 대한 정

보를생산하고유통시키는가장앞자리에있어야한다는점이다.

2. 왜 어린이책비평인가

비평은 독자가 책을 읽고 감상하고 각각의 작품에 대해 가치를 판단하는 행

위를 말한다. 즉 한권의 책을 선택하는 행위, 감상하는 행위, 칭찬하고 비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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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행위이다. 이러한 비평활동은 작품이 지닌 미덕을 찾아내어 올바르게 칭찬

하고, 올바르게 비판하여 좋은 책을 가려내어 어린이를 둘러싼 가정, 학교 사

회의 책문화가 바르게 자리잡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작

품에 대한 옳고 그름 또는 좋고 나쁨에 대한 평가와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짐

으로써 출판산업 전반이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보통

독서감상문이 주로 개인적인 느낌이나 정서 위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서평은

철저히비판적인책읽기를통한사회적공감대형성에주력한다.

3. 비평정신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서평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까닭 가운데 중요한 하나

는 바로 학교에서 배우는 획일적인 독후감 문화일 것이다. 으레 동기 쓰고 줄

거리 쓰고 마지막에 무척 감명 깊었다는 식으로 썼으니 말이다. 줄거리 대 감

상의비율을 90:10 정도로하는, 평면적인줄거리나열과교훈위주의감상이

그것이다.

이른바‘주례사 비평’이라고 해서 전문 평론가들의 찬사 위주의 서평도 이런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비판과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서평이 주로

인맥에 의해 이루어지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냉철하고 객관적인

글쓰기가필요하다.

오늘날 상업주의와 물질주의 세력은 보잘것없는 작품에 부당한 권위와 명성

을 주고 있다. 비평가는 범람하는 출판물 속에서 훌륭한 작품에는 꼭 갖추어져

있는특징을가려내는안목을가져야한다.

훌륭한 작품에 구비된 특질이란 문학적 가치를 말한다. 즉 어린이책에서 다

루어지지 못할 제재는 없다. 다만 그 제제를 다루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훌륭

한 제재를 보잘 것 없이 다루는 것보다는 보잘 것 없는 제재를 훌륭하게 다루

는것이훨씬더중요하다.

비평가는 훌륭한 작품이 가지고 있는 근본 원칙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

야한다. 이런종류의책에는이런가치, 저런종류의책에는저런가치가있을

수는없다. 기본적인원칙이있고그것은모든책에적용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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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작가가 무엇을 나타내려고 했는가’어떤 방법

을 썼는가’‘성공했는가’‘만약 성공이 부분적인 것이라면 어디서 실패했는가’

와 같은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좋은 책과 쓸모없는 책과의 차

이를이해하기위한근본조건이다.

어떤 책을 비평할 때 비평가가 어떤 식견, 어떤 태도를 가지고 그 책을 읽는

가는중대한문제이다.

무지한 열중은 믿을 수 없고, 편견에 치우친 혹평도 역시 같다. 성실한 비평

가는 자기의 문학적 판단을 개인적인 정에서 뚝 떼어버리고 자기가 지니고 있

는신념에대해서뚜렷한이유를가지려고한다.

어떤 책에 대해서 가지는 비평의 시금석은‘왜 우리들은 그 책을 좋아하며

또는 좋아하지 않는가’라고 하는 비평이‘왜’이다. 이‘왜’를 분명히 알았을 때

비로소 우리들은 책의 표면에 그치지 않고 그 속 깊이까지 읽어낼 수 있는 것

이다. 바르게 좋아하고 바르게 싫어하는 것 이것이 그 이름 그대로의 모든 문

화의도달점이다.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가려보고 문학정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자면

독자가그것을읽었을‘이것은옳다’‘이것은진짜’혹은그렇지않다고판단할

수있는민감한감수성과판단력이요구된다.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도록 정확하게 가

르쳐줄방식이란따로없다. 가치가있는, 정평이있는책을자주읽고이해하

는것이가장좋은방법이다.

고전은 그것이 씌여진 시대가 지나버렸더라도 여전히 의의를 보존하고 새로운 의의를

획득한다. —『아동문학론』릴리언 H 스미스. 김요섭 옮기. 1989. 교학연구사.

4.어린이책을둘러싼최근의동향

1) 처세를익히는방편으로서책읽기

책읽기는 삶과 사회와 역사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길러준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는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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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인간관계를맺고살아가면서세상의질서에대해서눈뜨게한다.

주변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무엇보

다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게 하기도 한다.

세상을살아가면서꼭해야할일, 해서는안될일을구분하는마음의힘도길

러준다. 결국 책을 읽는 일은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다지는 바탕이 된다. 그것

이생애를관통하는가장강력한힘으로작용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책읽기는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방

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출판시장은

‘논술’도서가 효자로 부상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인터넷 K문고에 들어가‘논

술’을 검색하며 1000여 종이나 되는 논술도서가 검색된다. 한해 우리나라에

서출판되는어린이책 4천여종가운데대략 3분의1이논술용도서인셈이다.

저마다 자기 빛깔을 가진 아이들, 저마다 다르게 움직이는 감성의 촉수들 저

마다 천 가지 만 가지 빛깔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수 만 가지 빛깔을 가진 세

상을 향한 호기심과 감성을 접고 오로지 독서는 논술을 위한 것이며 논술은 입

시를 위한 것이며, 입시는 어찌되었던 경제적 성공만이 성공이라는 가치관을

주입하고있는것이오늘우리독서문화의현실이다.

출판은 한 시대 문화의 총체이다. 속성상 상업성이라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

지만 어린이 교육과 문화를 대변하는 시대의 거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 사회

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출판물로, 한 시대 아이들 삶과 꿈을

대변하고이끌어내는출판물로서상업적성공을이끌어내는출판정신이요구되

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출판 현실은 무한 경쟁 체제에서 상업적 성공만을 위

한 출판물이 득세하고 있다. 입시와 논술이 대변하는 경제적 성공이 사회적 성

공이며그것이성공하는삶이라는등식은출판계에도고스란히적용된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뒤틀린 당위는 어린이 출판 시장을‘이상비대’현상으로

까지몰고간다. 여기서‘뒤틀린’이란용어는다알겠지만우리독서문화는논

술을위한, 입시를위한방편으로인식되는경향을말한다.

전체 출판시장을 어린이책이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 그 이면에는 논술,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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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처세라는 아이템을 통한 경쟁논리와 상업논리를 적용한 출판물이 주류를

이루고있음을어렵지않게읽을수있다.

요즘 대형서점에 가보면 어린이를 위한 재테크나, 처세술을 가르치는 책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

<어린이를 위한 끈기>, <어린이를 위한 경제이야기>, <101가지 경제상식>, <

어린이 경제 스쿨>, <어린이 경제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등 어린이용 자기계발서를 위한 특설코너가 설치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부터 배워야 산다는 논리에 맞춘 출판물이 시장의

중심에놓여있는것이다.

다음은 2009년 6월 24일교보문고베스트셀러1-10위까지를살펴보았다.

교보문고아동문고베스트셀러, 2009.06.24

1위 오스트리아에서보물찾기, - 곰돌이CO 著. 아이세움, 2009.06.15

2위 WHY 한국사: 나라의시작(초등역사학습만화1), - 이근著. 예림당, 2009.04.30

3위 WHY 한국사: 삼국의경쟁(초등역사학습만화2), - 이근著. 예림당, 2009.04.30

4위 주니어지식채널e. 1, - EBS 지식채널e 著. 지식채널, 2009.05.27

5위 마법천자문고사성어. 1, - 김주희著. 아울북. 2007.08.29

6위 WHY 한국사: 고려시대(초등역사학습만화3), - 이근著. 예림당, 2009.04.30

7위 WHY 한국사: 조선전기(초등역사학습만화4), - 이근著. 예림당, 2009.04.30

8위 책먹는여우, - 프란치스카비어만著, 김경연譯. 김영사, 2001.10.15

9위 WHY 한국사: 조선후기(초등역사학습만화5), - 이근著. 예림당, 2009.04.30

10위 게으른고양이의결심, - 프란치스카비어만著, 임정희옮김. 주니어김영사

다시 7월 초에 들어갔을 때는 드라마로 한참 방영중인‘선덕여왕’이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었다. 이처럼 역사물이 드라마에서 조금 성공한다 싶으면 곧바

로어린이책으로출간되는것은 1990년대를전후하여일반화된현상이다.

이처럼 어린이책 시장은 가벼운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이 주류를 이

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과 컴퓨터 문화, 입시와 논술문화, 보고 듣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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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에 익숙한 문화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자극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

지만 출판이 교육이나 문화에 대한 정신보다는 상업성을 앞세운 출판물이 시장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만화로 된 지식책을 주요 정신의 영양소로 먹고

자라는아이들정신은어떻게형성될까?

2) 시장의중심, 번역서

시장에서큰흐름을유지하는또다른하나는번역서이다. 해마다 3월말에서

4월초가 되면 우리나라 출판계인력들이 대거 볼료냐를 향한다. 번역 타이틀을

구매하기 위해서이다. 볼료냐에서 한국 출판인들이 큰 손으로 통한 지 오래 되

었다. 시장에서 국내외 저작물 대비는 2:8, 3:7 정도로 점친다. 특히 유아용

그림책은 90%에이를만큼외국저작물에시장을내어주고있다. 특히국내독

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 레이먼드 브릭스 같은 작

가들은 책이 나오기만 하면‘묻지마’식 구매를 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아동

도서가 설자리를 잃고 있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영미일

도서로심하게쏠려있는셈이다.

결국 우리나라 아이들은 서양아이들 눈으로, 일본 아이들 눈으로 세상을 보

게 되고 다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이 갖게 될 정체성의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적 자긍심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어른들 시장

논리에, 무조건 적인 서구지향적 세계관을 지양해야 마땅하다. 어떻게? 읽고

쓰고 토론하면서 어린이책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와‘거름장

치’를통한다양한방식의소통이필요하다.

3) 어린이문학은비주류

최근에 아동출판사들은 새로운 작가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공모전 등을 통

해 거액의 상금을 걸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한

다. 그 결과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시장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부상하지 못한다. 1980년대 아동문단을 이끌었던 권정생, 이원

수, 이주홍, 마해송, 박상규, 임길택 등 작가군단이 1990년 초까지영향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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쳤고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1990년 중반 황선미, 이금이, 김중미, 박기

범, 이상권 등 작가들이 역량을 발휘하며 역할을 했지만 그 후 이렇다 하게 부

상하는작가군단이형성되지않는다.

2000년 들어서면서 최나미, 김옥, 이현, 공지희, 박효미, 김남중, 김기정

등이 새로운 작가군으로 등장하여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뚜렷한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 아동문학이 상

상, 재미, 흥미라는 코드를 찾아내는 역량발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

다. 시장은 자극 일변도로 흘러가고 작가들은 아이들의 감성을 쫓아가지 못하

는이유도있을거다.

논술과, 가벼운 방식의 지식 전달책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작가

가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아무튼 최근 어린이 출판 시장에서 어린이 문학은 비

주류다.

어린이 문학을 주류로 끌어올리면서 인문정신을 살리는 일, 이것도 역사 우

리문학이살아나야할중요한까닭이다.

5.어린이책전문가로서사서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책에 대한 비평 활동의 필요성을 더 말해 무엇하랴. 비

평활동은 작가에 대한 독자의 관심과 애정이다. 독자의 관심과 애정 없이 성장

할 수 없는 것이 작가이다.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는 자기 방

식에 매몰될 수 있고, 독자는 이런 작가 작품에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작가와

독자의 긴밀한 소통이야 말로 작품이 작품으로서 가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이될것이다.

해마다 문화관광부등 국가기관이나한국출판인회의같은 출판관련 단체들이

어린이책 선정 목록 등을 발표한다. 하지만 선정위원에 사서들이 참여하는 것

을거의보지못했다.

어린이책 정보를 생산하고 가공하여 적절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

은 어린이책 사서들이 담당해야 할 전문영역이 되어야 한다. 사서들이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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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때 사서의 사회적 지위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사

서들의 사회적 지위 확보는 읽고 쓰면서 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신뢰

를 얻을 때 가능할 것이다. 즉 선택하고 읽고, 쓰는 것이 일상화 되어야 한다.

그것은 한해에 쏟아지는 수많은 책 가운데서 선택할 것과 버릴 것에 대한 가치

잣대를 갖는 것에는 사회 문화 역사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 사

서의 가치관, 세계관이 반영되어 선정된 책들은 아이들이 정신의 질서를 세우

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린이책에 대한 전문성 획득은 사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부각시킬 것이며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책에 대한 전문성 확보야 말로 사서들이 욕심을 부려 마땅한 일이 아닐

까한다.

이번교육을통해기대하는것은사서서평집단이생기는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어린이책 전문 서평지가 없다. 물론 간헐적으로 몇몇 잡지

에서 서평을 부분적으로 다루기는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책에 비하면 너무 부

족하다. 서평은 작가에게는 자기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으로 인식되며, 독

자들에게는 책을 선택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출판인들,

편집자들에게는 책을 출간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제는 사서들

이이일을해주기를기대하고싶다.

어린이책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 글을 쓰지 못한다. 시간이 없다. 그건 전문

가가하는일이다. 사서는책을잘관리하고도서관업무를잘보면된다. 지금

까지 이런 생각을 해 왔다면 당신은 사서로서 자격이 부족하다. 그 부족한 부

분을 이제부터 메우는데 도움이 되겠다. 그래서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사서들

이 주는 올해의 어린이 작가상, 출판상 등을 줘보고 그것이 작가들에게 명예가

되도록 해보자. 한국 어린이 도서관 협회사서들이 어린이책 전문가로서 어린이

책 관련하는 일에 앞장서서 교육하고 교육받는 살아있는 사서가 될 것을 제안

하고싶다.

어린이책 의미를 찾아내고 함께 공유하는 것, 작가들을 자극하는 것, 작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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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이 독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 그것이 비평활동이다. 따

라서 어린이책이 갖는 의미의 지점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어떻게 작가들을 독

려하고 쓴소리도 할 것인가, 출판사들로 하여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하게할것인가, 이 모든것이비평활동으로부터시작한다.

어린이책이 어린이 삶과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것, 어린이책을 읽고 쓰면서

반듯한 자기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도서관의 역할이며, 사서들

이 서포터즈 역할을 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어린이책의 중심에 사서가 있고,

어린이책 전문가로서 사서가 있어서 살아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되어보길 꿈꾼

다. 건강한어린이책문화가살아움직이기를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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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을보는잣대

1. 시작하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독서 교육의 시작이며 끝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책이 아이의 손에 들려지기만 하면 그 자체로서 어른들의 할 일은 다 했다고

도 할 수 있다. 좋은 책을 고른다는 것은 이렇게 중요한데 책을 고르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책을 고르는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생각부터 해

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책을 골라 줄 때 아이들이 착하고 바르게 자라기 위해,

아이들 공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여가 선용을 위

해,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따위의 목적을 설정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의 지적

수준을높이고자하는기대가가장클지도모르겠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것은 교육의 목표이다. 독서교육은 그 중에 하나이

다.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는 가족의 구성원이며 사회의 구성원이며 국가의 구

성원이며 세계의 구성원이다. 그런 우리 아이들을 위해 교육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 찾

아가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 일이 무엇이 되건 상관없다. 하지만 아

이들이내가이일을위해서모든것을희생해도좋다. 내 모든것을다바쳐도

아깝지 않다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찾아가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독서교육의목표가되어야한다.

두 번째로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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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민주적인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경쟁 사회라 하더라도,

과학이 발달해도 사회를 이루는 힘, 사회가 유지되는 힘은 사람다움이다. 그

사람다움이란서로의존재를인정하는데서시작된다.

또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 바른 독서교육을 하는 목표는 한 국가의 구

성원으로 바른 국가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세계가 지구촌이라 할 만큼 좁

아지고 있다. 세계가 좁아질수록 우리다움을 지킬 때 우리가 살 수 있다. 세계

무대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때 남들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개성을 잃지

않을 때 세계인들과 동등하게 설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은 불과

200년의 역사를 가졌을 뿐이다. 우리는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들

이 경제권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갖지 못한 많은 것을 갖고 있다. 우리

의 자존심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그

우리만 갖고 있는 가치를 알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 겨레의 정신이다. 겨레

의 정신을 확실히 심어주는 일이야말로 독서교육의 시작인 좋은 책을 읽히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서로가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 서로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바르게 키운다는 것은 인류가 평화롭고 행복하

게 살아가는 세상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평화를 해치는 전쟁과, 기근으

로부터, 인종차별로부터,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그래서 모두가

인간답게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세계관을

갖게해야하고그러기위해서좋은책을가려읽혀야한다.

아이들 책을 선정하는 일은 빠르게 지나가는 어린 시절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읽게하는일이며그것은책읽는즐거움을선사하는일이다.

2. 어린이책을보는원칙

도서관 사서는 추천도서나 권장도서 생산자라야 하지만 기존 목록에 의존하

는 경향이 짙다. 도서관에 오는 독자들을 위해서 어떤 방식의 목록을 만들 것

인지, 각각의 시기에 맞는 목록선정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

그것은목록선정의주체가되는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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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별균형을맞추는일

- 특히국내외도서에대한균형감각필요

최근 국내외 아동출판시장의 불균형을 고려할 때 목록을 만든다면, 추천도서

를 선정한다면 국내외 동화의 비율을 적어도 5:5로 맞춘다는 원칙을 세울 필

요가 있다. 이는 국내 출판시장의 기형성을 인식하는 고급독자인 리뷰어가 갖

는주관이되어야한다.

발달단계에맞는책을권한다.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같은 나이라고 해도 독서력이 같다는 보장은 없

다. 관심사도, 성향도 다르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책

을 골라주어야 할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한다. 따라서 아이들 개개인의 발달단

계를 파악하고 아이들의 성향과 독서력을 파악하여 알맞은 책을 선정해 주는

입장이 필요하다. 한 아이만을 위한 목록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래도록 아이들

보아온부모나교사, 사서가도움을줄일이다.

명망있는작가나출판사에대한무조건적믿음을경계하라

출판사는 기본적으로 상업성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다. 다만 상업성을 추구

하는 가운데서도 출판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도 절대적인 것

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알면서도 소품에 그치는 책을 내기도 한다. 그러

므로 명망 있는 출판사 책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작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의미있는신간을볼줄아는안목이필요하다.

명망 있는 출판사 못지않게 명망 있는 작가에 대한 무조건 적인 신뢰를 보내

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역시 명망 있는 작가도 대작을 쓰기도 하고 소품에 가까

운책을쓰기도한다. 명망있는소설가가쓴책도재미없고의미없는책도있

을수있다.

그러므로 작가도 출판사도 그 이름에 의존하기보다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서 의미 있는 책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읽고 쓰는 과정을 거치면

서해결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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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전문성도편향이있을수있다.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서 오래도록 캐리어를 쌓으면서 전문성을 쌓아왔을 것

이다. 그러므로 일반 독자가 고르는 것보다는 훨씬 높은 안목으로 책을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에게도 편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가 선정

하는책을전적으로믿기보다참고사항으로여겼으면좋겠다.

문학적가치

비평가는 그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주력한다. 도서관 사서는 그 책을 장서

속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학부모는 내 아이에게 적합한 책인가를 생

각한다. 교사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소개해도 좋은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고민은 다르지만 도달해야 할 고지는 모두 같은 곳이다. 따라서 마지막 판단의

기초는같은원칙이어야한다. 그 원칙이란문학적가치판단이다.

책을선정하는사회적장치로서사서협의회

결국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읽고 토의하면서 걸러내는 책들이

필요하다.물론 거기에도 오류가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여러 사람 논의 속에

선정된책이객관성을가질수있을때책선정의문제가좀더명쾌해질수있

을것이다.

3. 아름다운책 - 시각적으로흥미는끄는디자인적요소

어린이책 독자는 어린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학부모, 교사, 연구자,

비평가, 사서, 편집자, 화가 등 다양한 영역 사람들이 어린이책 독자이다. 이들

이 어린이책을 판단하는 잣대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시각적으

로아름다운책이라야어린이와어른모두에게사랑받을수있다는것이다.

제목

가장먼저눈에뜨이고선택의첫번째잣대가되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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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제목, 내용을 연상할 수 있

는 제목,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제목은 일단 책을 향하여 한 발자국 다가가게

하는효과를가져온다.

<아버지 월급이 콩알만 하네>, <여덟살 혼자 떠나는 여행>, <이 세상에 태어

나길참잘했다>, <열혈수탉분투기>

표지장정

‘우리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호감이가지않으면선뜻책을집게되지않는다.

표지는 첫 인상을 좌우하는 첫 걸음이다. 사람과 사람도 첫 만남이 중요하듯

이 책도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첫 단추는 표지 장정으로부터 온다.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책은 내용을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내용이라도 손을 뻗

치게 된다. 글자 모양, 색의 조화, 글자 배열, 글과 그림의 조화 등은 책을 매

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향하여

두번째손을내밀게된다.

삽화

어린이책에서 그림이 주는 이미지가 상당히 높아졌다. 전에는 미완성의 그

림, 여백을 채우는 역할, 내용을 보조하는 역할정도였으나 이제는 그 자체로서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역할을 한다. 뿐

만 아니라 문자를 모르는 어린이는 그림만으로도 책을 읽기 때문에 그림은 여

백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완성도를 가진 작품으로 인식되

며 다른 의미의 문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은 본문과 일치해야 하는 것

은 상식에 속한다. 본문과 관련 없는 그림이 실려 있다거나 사실성이 떨어지는

그림, 성의 없이 그려진 그림, 페이지가 맞지 않는 그림은 이야기를 읽어가는

데걸림돌이될수있다.

아름다운 그림은 어린이 정서순화와 심미안을 길러주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데 아름답다는 것이 인물의 모습을 예쁘고 귀엽다거나 현란한 생각을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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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는 다르다, 어린이책에서 빨강, 노랑, 파랑을 주요색으로 나타내는 그림들이

있다. 우선은 눈에 빨리 뜨이기 마련이다. 애니메이션 동화에 특히 많은데 내

용과 상관없이 지나친 원색을 사용했을 때 우선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어 좋지

않다. 또 부실한 내용을 감추기 위해서 원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좋은 책이라

면 차분하게 정돈된 색상을 쓸 것이다. 세계적인 걸작에는 흑백만으로도 내용

을훌륭하게소화해내는좋은책들이얼마든지있다.

그밖에주목해야할사항

분량의 조절, 레이아웃, 글과 그림의 조화 인쇄, 상태의 선명도, 활자의 크

기, 종이 질, 튼튼한 제본은 독자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힘이며 아름다움을 구

성하는조건이다.

4. 국내동화 - 내용

등장하는인물이아이들공감대를형성할만한한가

책을 읽고 나서 그 주인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의 행

동이나 말이나 생각하는 것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야기야말로 아이들이 좋아

하는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작품을 보면 거기에는 내용보다 먼저 떠오르는 주인

공들이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소공녀, 소공자, 피노키오……. 수 백 년 동

안 전 세계 아이들을 휘어잡는 마력은 바로 개성 있는 캐릭터에서 온다. 독특

함, 기발함, 아이들다움, 유머, 발랄함이 살아있는 주인공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면서 아이들을 사로잡는 힘이 되고 있다. 이런 주인공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은역동적인서구와정적인우리문화와도관련이없지않다.

몇 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외국 아동문학과 1920년대에 시작되어 아직

백년도 안 된 우리 아동문학의 역사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구나 식

민지와 전쟁을 겪느라고 제대로 동화문학을 꽃피워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렇

게 세계 아이들을 잡아끌만한 캐릭터는 없지만 그러나 친근감이 가는 몇몇 주

인공들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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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셔츠』(방정환, 길벗어린이)에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신발이 없어 짚으로

둥둥 동여매고 학교에 올만큼 가난하지만 풍부한 유머 감각과 용기와 배짱이

있어 아이들을 휘어잡는 창남이가 나오는『너하고 안 놀아』(현덕, 창작과비평사)

에 나오는 노마, 똘똘이, 기동이, 영이는 마을에 들어서면 어디서라도 금방 만

날 것 같은 우리 아이들이다. 함께 놀다가 토라지고 다투고 그러다가 다시 어

울리는네명의아이들은더도덜도아닌우리의정서를그대로담고있다.

『몽실언니』(권정생, 창작과비평) 전쟁으로 인해 탁류처럼 밀려오는 온갖 고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 자기 길을 가는 우리의 딸이다. 공산당도 국군도 사람으

로 볼 때는 모두가 착한 사람이라는 자기 철학이 분명한 캐릭터이다. 『내 짝꿍

최영대』(채인선, 재미마주)에 나오는 영대는 요즘에 유행하는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엄마도 없는 애, 그래서 준비물로 잘 못 챙겨오고 옷도 지저분해서 모든

아이들이 합세해서 영대를 놀리고 따돌리지만 묵묵히 견디어 내다가 소풍가서

밤에 자면서까지 자기를 한꺼번에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커다란 울음으로 항변

하자 놀란 아이들이 영대를 이해하면서 화해하는 이야기다. 문학적 완성도나

구성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음에도 이 작품이 살아나고 아이들로부터 호응을 받

는 이유는 영대 때문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영대를 놀리는 입장에 서기

도 하지만 영대 입장이 되기도 하면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또래이기 때문이

다. 영대가 불쌍하기도 했다가, 슬쩍 건드려 보는 심정이 되기도 하면서 공감

하겠지.

시간이지나도그가치가바래지않을만한보편성

어린이를 위한 책은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 즉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이

야기, 내 주변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난 이야기,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인물들에게서일어날수있는아이들현실을반영하는이야기라야한다.

그럴 때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

다. 주인공들은 독자들이 정말 사랑하거나, 혹은 정말 미워하여 독자들의 생활

속에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어린이가 성장기에 겪는 어려움의 한 면을

대리경험을통해겪게해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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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 표』(황선미, 웅진) 학교 현장에서 부딪치는 현실적인 문제 즉 아

이는 열심히 잘 해보려 하는데 교사와 어긋나는 마음 때문에 상처를 입고 갈등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공감하고 억눌린 마음을 해소하게 된다. 그리고 건우

처럼선생님과마음의화해를할수있는데까지나아가게한다.

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은 토끼나 다람쥐 같은 동물이

될 수도 있고 풀이나 나무나 꽃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이고 아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한다. 내용으로는 아이들의 세계에서 있음직한

이야기, 자기또래들이겪는이야기일때공감한다.

좋은 책은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 가장 절실한 문제를 어린이

의 입장에서 어린이의 눈으로 다룬다. 『하늘 말라리아』(이금이, 푸른책들)에서는

이혼한 엄마를 따라서 온 시골로 이사 온 미르, 어려서 엄마를 잃고 말을 잃어

버린 바우, 할머니와 사는 소희 등 비슷한 처지의 세 아이가 서로 자기에게 주

어진 삶의 무게에 부대끼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 고생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무거운 주제이면서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작품 속에 나오는 아이들과 자신을 대비시키면서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이야기이다. 때론 이런 묵직한 이야기에서 얻는 재미와

달리 우스운 이야기에서 얻는 재미도 놓치지 못한다. 힘이 약한 동물이나 사람

들이 지혜로 강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옛 이야기나, 서로 제 잇속을 챙긴다는

것이오히려큰봉변을당하고마는이야기

가치관 - 작가정신이살아있는책

좋은 문학 작품에는 인간의 삶을 폭넓게 다룬다.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의 삶의 문제들을 여러 가지 방면에서 다룬다. 그래서 아이들은 문학을 통해

간접적 경험의 세계를 폭넓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

고살아가는방법, 자연과함께살아가는방법, 사물에대한지식, 옳고그르다

는 것은 무엇인지, 정의라는 것은 무엇이며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에 놓여 있으며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등 알아야 할 일이 헤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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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이 많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불화 부모의 사망, 가난과 정치, 경

제, 등 현대사회가안고있는많은문제에그대로노출되어있다. 아이들은문

학작품을통해개인혹은집단의문제들을해결해가는방법을배운다.

아버지의 편애를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가 온갖 어려움을 겪고 결국에는

자기를 찾아 나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깊

게 느끼는 이야기인『모래알 고금』(마해송 지음, 우리교육) 세상에서 아무런 가치

도 없을 것 같은‘강아지 똥’이 자신을 녹여 아름다운 민들레꽃으로 피워나는

모습에서 하찮은 강아지 똥조차도 이렇게 귀하게 쓰인다는 사실을 통해 아! 나

도 어딘가에 귀하게 쓰일 데가 있겠구나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정말 아무것

도없구나하는귀한가르침을얻게되는『강아지똥』(권정생글, 정승각그림, 길벗

어린이)이다. 추운 겨울 외양간에 홀로 지내는 황소 아저씨의 구유에서 먹이를

얻어먹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황소아저씨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모습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황소아저씨』(권정생 지음, 길벗어린

이) 등은 삶의 교훈을 드러내지 않고 가르친다. 그런가 하면 일제시대 몰래 몰

래 우리말과 우리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 선생과 달리 뼘박 선생님은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일본인보다도 더 철저하게 일본에 동조한다. 일본이 물러가고

미국이 들어왔을 때는 일본인을 천하에 몹쓸 인종으로 만들로 미국을 한없이

추켜세운다. 아이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뼘박 선생의 행

동을‘이상하다’라는 말로서 혹독한 일본정치 아래서 자기의 일신과 안일을 위

하여동족을괴롭히는일이얼마나부당한일인가를서서히깨닫게한다.

『오징어와 검복』(백석 글, 오치근 그림, 한길사)는 오징어는 뼈가 없다. 오징어는

‘남들에게다있는뼈왜내게는없는가’아무리생각을거듭해도알수가없으

니 이곳저곳을 찾아가 물어봅니다. 오징어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 바다

속 여러 가지 물고기를 찾아가 묻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물고기 종류 이름이 나오고, 오징어가 뼈가 없게 내력을 알게 된다. 그

내력이란 다름 아닌 욕심쟁이 검복이 오징어 뼈를 빼앗아다가 제 뼈를 만들었

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징어가 보니 검복은 욕심도 많지, 힘도 세지 해서 겁이

나 뺏긴 뼈를 찾지 못하고 도망치다가 오징어에게 뼈가 없게 된 내력을 알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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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물고기들을 만난다. 그리고 놀림을 받습니다. ‘제 것을 뺏기고도 도로 찾지 못

하는 건, 그것은 겁쟁이, 못난이, 검복이 힘세다고 싸우지 않고 겁이나 쫓긴다

면 빼앗긴 뼈는 못 찾지’하며 노래를 한다. 오징어는 용기를 내보지만 온갖 우

여곡절 끝에 뼈 한 개만 겨우 찾아온다. 하지만 자존심을 걸고 자신의 정체성

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용기를 갖기도 하고 제 모습을 돌아보는 계

기도되겠지.

좋은 책에서 얻은 가르침은 한 아이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

용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삶을 발전시키는 힘으로 작용

하게 될 것이다. 알맹이, 즉 작가의 사상이 감동적으로 형상화 될 때 아이들은

자기 주변을 돌아보고 인간적인 삶을 얽어매는 온갖 부당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길러질것이며이것이야말로좋은책이가지는힘이다.

가르침을 준다고 하여 작가가 드러내놓고 도덕적인 교훈을 주려고 하여 금방

식상하게 하는 그런 교훈이 아니라 책을 읽어가는 동안 머리가 끄덕여지게 하

는 그런 책이라야 한다. 가르침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교훈주의로 흐르게 되는

데 아이들 책은 결코 교훈을 가르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좋은

가르침은오직감동을통해서다가갈때아이들에게호소력을갖는다.

제나라전통과문화적정서를담은책

동화는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정신이 담긴 그릇이다. 미국의 동화는 가장

미국적인 가치를 담는다. 일본의 책은 일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을 담는

다. 즉 각 나라마다 가장 강력한 그 나라의 정신이 담겨 있다. 문학이 그 나라

가 지향하는 이상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할 때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창

작동화를 읽혀야 하는 까닭은 우리 겨레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이

다. 개국 이래 천 번 이상의 침략을 받았다는 우리 민족이 추구하는 삶, 은 우

리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겼다가 남의 나라 도움으로

되찾기는 했지만 강대국들은 나라를 찾아준 대가를 혹독하게도 요구한다. 남북

이 분단되고 우리 겨레가 겪는 심리적 물리적 고통은 끝이 없이 많다. 세계를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인류가 지향하는 자유와 평화를 위한 꿈을 심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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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분모 가운데에 우리도 어깨를 겨루고 함께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의 정신이 담긴 우리 동화를 읽혀야 한다. 그것은 우

리를바로보게하는첫걸음이기때문이다.

일본이『히로시마』나『말하는 나무의자와 두 사람의 이이다』에서처럼 자기들

이 2차대전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나라들 피해에 대해 함구하는 부

당한세계관을바로잡으려는마음을갖게해야한다.

『육촌 형』(이현주, 보림)은 우리 겨레 분단 상황과 강대국들의 논리에 의해 남

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 속에서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주다가 강자들의 논

리에서 벗어나 하나가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글이 간결하고 속도

가 빠를 뿐만 아니라 장면 묘사나 아이들의 행동묘사가 뛰어나다. 우리 겨레의

특수한역사속에서만나올수있는동화이다.

해방 후 우리 아동문학은 식민잔재의 청산과 주체적인 민족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미래 아이들을 바로 키우는 중대한 일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극심한 혼란기에 빠져 이권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지식

인들이 많았다. 이 혼란한 시대에 일제에 기생하던 친일분자들은 재빨리 일본

가면을 벗어던지고 미국가면으로 바꿔 쓰고 입신출세를 꾀하기에 바빴다. 풍자

문학 작가로서 이름을 떨치던 채만식은『이상한 선생님 채만식』(이상한, 사계절)

으로 그런 이중적인 지식인들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동화는 식민지 말

기와 미군정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기회주의자들을 이중성을 비판한다. 뼘박

박 선생님은 일제시대에는 일제 때 혈서로서 태평양전쟁의 지원병을 지원했다

가 낙방하자 땅을 치고 운다. 그런데 미군정 시대가 되자 이번에는 미국을 하

늘처럼 떠받들며‘미국 놈’이란 말을 참지 못한다. 그는 키가 한 뼘밖에 안 되

는 왜소한 조선인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능란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아이들의

눈으로‘이상’하게 봄으로서 채만식의 풍자가 진가를 발휘한다. 이와 대조되는

인물인 강 선생은 일본 정치 하에서도 몰래 몰래 조선말을 가르쳐 주면서 겨레

의 정신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방 후 미군 쪽에 선 박 선생을 향해

시방 당장 조선 민족의 한 분자로 같이 손목 잡구 건국에 도움이 될 일을 하자

고 한다. 채만식은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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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데 힘을 합해야 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다.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침략

행위보다도 민족을 배반하고 강자편에 서서 자신의 잇속을 차리는 지식인들의

이중성은 시대가 변해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시대의 불행과 그 불행의 원

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의 서시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는 아주 조금이라도 양심에

부끄러운 일을 하면 스스로 겪는 괴로움 때문에 하늘을 떳떳이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면서 우리가 하늘을

우러러부끄럽지않기를바라는것은그자신에게떳떳하고싶어서이다.

『숲 속 나라』(이원수, 웅진출판사)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 사회를 그리고 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 자유와 사랑의 나라에서 아무에게도 억압당하지 않

고 우리 뜻대로 사는 것을 지향하는 장편동화이다. 이 숲 속 나라는 자연과 인

간이 친교를 맺으며 아름답게 어울리는 나라이다. 시냇물과 새들이며 다람쥐들

이 노래하고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은 그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

들과 이야기하며 어울려 살아간다. 여기서 사람은 동물을 괴롭히지 않으며 살

생을 모르며 착하고 아름답기가 자연과 같다. 이러한 숲 속 나라 어린이는 어

린이의 나라다. 어린이들이 서로 돕고 일하면서 재미있게 노는 나라다. 노래하

고 춤추고 사는 나라다. 욕심 없고 허세 부리는 이가 없고 정직하고 순진하기

만하다. 어린이가주인이되고어른도어린이로되는나라다. 숲 속나라는이

상적인 인간의 사회다. 숲 속 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이상사회를

꿈꾸지만 인간 세상의 모든 부정과 악이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숲 속 나라

는 이상사회였을지라도 숲 밖의 세계는 약한 나라의 불행을 틈타 자신의 이익

을 노리는 강대국의 논리가 공존한다. 이원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자주적 독

립, 민족의 눈을 속이는 경제적 침략 등을 경계한다고 하였다(아동문학 프롬나이

드, 1965).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스로 독립을 이루고 우리 겨레가 우리 땅에서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동화이다. 이 밖에 다음과

같은요소를살펴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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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소재, 배경이아이들삶에기반을둔다.

* 등장하는인물이아이들공감대를형성할만한가.

* 아이들에게적합한테마인가.

* 진실하며아름다움을추구하는정신을갖게하나

* 리얼리티가살아있나.

* 당대민족이추구하는이상을보여주는가.

* 작가의건강한아동관과사회속에있는어린이현실을바로보고있는가.

* 부당한힘의논리를거부하는마음의눈을갖게한다.

* 가난하고약한자에게용기와희망을주는가?

* 건강하고아름다운생각을갖게한다.

* 건강한노동관직업관을보여주는가.

* 자연계의질서속에서인간과자연의조화를인식하게하는가.

* 서양인들의정서와생각을심어주는것은아닌가?

* 시류에편승하는내용은아닌가.

* 가벼운웃음으로아이들의비위를맞추는것은아닌가?

* 특정종교, 지역, 빈부, 이혼, 다문화, 등 겉으로드러나는모습에대해차별이나편

견을갖지않는다.

* 문화예술의총체로서감수성을자극하는가.

쉬운말, 아름다운말, 살아있는우리말

문학은 제 나라 언어를 가르치는 교과서이다. 문학이 언어예술의 꽃이라 하

는 것도 바로 제 나라에서 생성되고 활용되는 언어를 가장 다양하고도 효과적

으로다루기때문이다.

우리말처럼다양하고 아름다운언어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사용하는가에따

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이런 한국적 언어를 단순 명쾌하게 사용하는

작품은아이들에게매력적으로다가갈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멋을 부리거나 늘여놓은 문장, 복잡한 문장, 한참 생각해야만

이해가가는난해한문장은작품의가치를떨어트리는치명적인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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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에 주름을 잡으며 기어오르던 파도도 이제는 무뎌진 손톱으로 방파제를

긁어대고있을뿐이었다.”

“등을돌린해님이붉은긴꼬리를바닷물에담그고있었다.”

“할아버지의 이마에 깊이 파인 고랑과는 달리 눈동자는 별님을 품에 안은 옹

달샘처럼반짝반짝빛났다”

“몸이 무거워 뒤뚱거리면서 계단을 다 내려와 앉은 먹장구름이 술 냄새와 곰

팡이냄새가손에손을잡고뛰노는방안은마치양조장같았다.”

위의 글을 읽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몇 번씩 따져 읽어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악문장이다. 파도가 어떻게 방파제를 긁는다는 것인지, 술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어떻게 손을 잡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이런 문장

을 만들기 위해 무척이나 고민을 했겠는데 읽는 독자는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문장이다. 아이들은 기다려 주고 따져가며 읽으려 하지 않는다. 읽으면 즉시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글이 좋을 글이다. 읽으면 즉각적으로 그 뜻을

알 수 있는 문장이라야 한다. 좋은 책을 쉬운 말, 단순한 문장으로 쓰여진다.

결코 저속한 말이나 유행하는 말, 상투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한 문

장의 길이를 너무 길거나 복잡하게 쓰지 않는다. 친절하여 재미있게 읽히도록

쓴다.

독자의몫이있는이야기

다음 장면은 현덕이 쓴 동화가운데『너하고 안놀아』(창작과비평)에 나오는 장

면이다. 그 동화들의 주요 인물은 똘똘이, 기동이, 노마, 영이이다. 예전에 동

네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친근감이 가는 이름들이다. 1930년대에 쓰

여진 동화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아이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잡아냈는지 작가의

어린이에대한세심한관찰에감탄하게된다.

다음 장면은 영이가 담 밑에 앉아서 조개로 솥을 걸고 흙으로 밥을 지으며

소꿉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동무인 똘똘이가 함께 놀 핑계를 대는 장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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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때우리집에왔을때너떡줬지?

그까짓수수떡조금

그럼어저껜기동이하고놀때내게네편들어줬지?

누가널보고내편들랬어’

그럼아까기차쟀기할때너막태줬지

누가태줬어모래돈받고태줬지

영이가제법콧대가세다여간해서똘똘이를받아주지않으니까방법을바꾼다.

나구놀면이담에내생일날떡하거든너썩많이줄게

제생일날떡할걸어떻게기다린담뭐

그럼낼우리어머니하고화신상갈때너두데리고갈게

그까짓화신상나혼잔못가나뭐

그럼이따우리어머니돈주면과자사서너조금만줄게

고까짓조금

그럼반만줄게

그까짓반

그럼다줄게

이렇게 해도 영이가 담 밑에 돌아앉아 혼자만 소꿉장난을 하다가 똘똘이가

조끼 주머니에서 구슬을 하나 꺼내주고 나서야 똘똘이를 금 안으로 손님처럼

맞아들인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심리가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 그림 같은 문장,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문장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 독자가 생각하고 궁리해 볼만한 여지

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하나 설명을 한다. 일일이 토를 달고 그래도 못미

더워서 확인하는 일까지 마친다. 독자는 자기 몫을 찾지 못한다. 그저 작가가

이끄는 데로 쫓아가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독자의 몫을 남겨두어서 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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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장면을상상해볼수있게할때아이들은재미를느낀다. 그런면에서현덕

이 쓴 동화는 군더더기가 일체 없이 상큼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

래서 더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친절한 작가라면 다음과 같

이썼을것이다.

그때우리집에왔을때내가너떡줬지?

영이하고함께놀고싶은마음에똘똘이가말했습니다.

그러자영이가말합니다.

그까짓수수떡조금뭐

밑줄을쳤을때와그렇지않았을때의글맛을비교해보자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대개는 이렇게 지나치게 친절하여 독자에게

전혀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으므로 책읽기를 재미없게 만든다. 좋은 책은 상황

을 설명하기보다는 묘사하는 문장으로 독자의 몫을 남겨둔다. 이 밖에 다음과

같은요소를살펴본다.

* 큰소리로읽어서이상한문장이나쓸모없는표현이없는가.

* 정확한우리말을사용했나.

* 저속한말, 유행하는말을쓰고있지는않은가.

* 준말을함부로쓰고있지는않은가.

* 외국말(들어온말)을함부로쓰고있지는않은가.

* 한 문장의길이가너무길어서복잡하진않은가.

* 어렵게쓴글은아닌가.

* 상투적인표현은아닌가.

* 사실에맞는표현이되어있는가.

* 친절한글인가.

* 지루한묘사문장이되어있지는않는가.

* 월점과부호를알맞게쓰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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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읽히는가(지루하게읽히는글은아닌가).

5. 다른나라동화 - 내용

1) 보편성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계모

에게 학대를 받는 금발머리의 백설공주, 보물섬을 찾아 탐험하는 후크 선장,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의 황홀한 변신…….이런 서구명작 동화들을 읽으면

서 우리 아이들은 환호해 왔다. 풍부한 상상력, 모험심, 언젠가는 대변신이 이

루어질 거라는 꿈 등은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아 온 명작동화들에는 인정차별과

편견으로가득하다. 이런편견을극복하게할현대동화가필요하다.

인종, 피부색, 국가, 성, 남녀, 빈부와 상관없이 어떤 나라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보편적가치관이담긴책

* 잊을수없는인격과의만남 - 『나무를심는사람』(장지오노지음, 새터)

현대 물질문명에 매몰되어 까닭 없이 쫓기며 사는 모든 이들에게 욕심내지

않으며 작고 소박한 일에 마음을 둘 때 거기에 인류의 희망이 있음을 일깨운

다. 인류의 생존문제와도 직결된 환경문제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동시

에한잊을수없는인격과마주하는기쁨을준다.

* 『태양의아이』(하이타니겐지로지음, 오석윤옮김, 개마고원)

2차대전 당시 오키나와에서 일본과 미국이 전쟁을 치를 때 미국군의 총알받

이로 내몰려야 했던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쟁의 본질적인 문제

를강한휴머니즘을바탕으로풀어가는감동적인이야기

* 핵의위험을경고하는책 -『구름』(구드룬파우제방)

핵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인류에게 가공할 핵의 위력과 그 위험에 대해 경

고하면서반핵의식을심어준다.

7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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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누나』(오카슈즈지음, 김난주옮김, 웅진닷컴)

오카 슈즈는 일본 도교 도립 특수학교에서 오랫동안 장애인들을 가르친 개인

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동화 모음이다. 작가는 여기서‘장애인을 도와주어야

한다’거나‘그들을 차별하거나 괴롭혀서는 안 된다’거나 하는 상투적 구호를

들이대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볼 때 흔히 갖게 되는 편견이나

불필요한 옹호도 하지 않는다. 냉정할 만치 객관적인 눈으로 장애인의 삶을 현

장에 카메라를 들이대듯 감정을 절제하면서 생생하게 묘사하여 크고 작은 울림

을끌어낸다. 다른나라동화선정잣대를좀더살펴보면다음과같다.

원작의세계관

- 원작자와번역자에대한자세한소개가있는가.

- 그나라언어에능통하며어린이책에대한이해가깊은번역자인가.

- 인종이나국가, 직업, 피부, 성, 에 대한편견은없는가.

- 서양인들의세계관이반영되지는않았나.

- 평화, 존중, 이해, 정의, 자유, 문화에대한이해가담겨있나.

- 강자의논리가합리화되지는않았나.

- 원작의내용을줄이거나늘이지는않았나.

- 주인공들말과행동은합리적인가.

- 원작에충실하게번역했나.

- 문장이쉽고자연스럽게읽히는가.

- 한국말의어법과어순, 조사에맞게번역했는가.

- 어린이들이이해하기쉬운단어와문장으로번역했는가.

- 저작권을보유하고있는가.

2) 형식

시각적요소

표제 제목은책내용을함축적으로보여주며흥미를끌수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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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장정 아름답다, 갖고싶다는느낌을갖게한다.

글과 그림의 조화 글도 디자인이다. 아름다운 서체, 행간과 자간이 알맞게

배열되어시각적으로조화를이루어야한다.

인쇄, 상태의 선명도 글자가 비추이거나 흐리거나 하면 책의 가치가 떨어진

다. 그림과색상, 인쇄제본이원작과같은것은상식에속한다

종이 질 대개미색모조지100g을쓴다. 백모조는시각적으로불편하다.

제본상태 표지나책장이부실하게묶여서는안된다.

컬러 사물의 본질에 가까운 색을 쓰는가. 지나친 원색을 사용했을 때 우선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어 좋지 않다. 또 부실한 내용을 감추기 위해서 원색

을사용하기도한다. 좋은책이라면사물의본질에가까운색을쓴다.

삽화 어린이책에서 삽화는 미완성의 그림, 여백을 채우는 역할, 내용을 보

조하는 역할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삽화는 내용을 함축적으

로 암시하며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문자를 모르는 어린이나

눈이 어두운 노인은 그림만으로도 책을 읽기 때문에 삽화는 그 자체가 완

성도를 가진 작품으로 인식되며 다른 의미의 문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삽화는본문과일치해야하는것은상식에속한다.

본문과 관련 없는 삽화가 실려 있다거나 사실성이 떨어지는 삽화, 성의 없이

그려진 삽화, 페이지가 맞지 않는 삽화는 이야기를 읽어 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있다.

형태적요소

— 서명

우리나라에서는서명(書名)을표제라고도하고영어로는타이틀(title)이라고한다.

서명은 책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얼른 보아서 어떤

방면의 책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막연한 이름의 책은 독자에게 혼란을 주기 쉽

다. 따라서 명은 쉽고 간결해야 한다. 너무 길거나 독자가 해석하며 읽어야 이

해되는서명은좋은책이라고할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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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저작자는 책을 저작한 책임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말한다. 저자가 믿을만한

사람이면 책의 값어치가 달라지고 저작물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즉 어떤 방

면에서나 그 방면에 제일 권위 있는 사람이 저작한 책이면 신뢰를 받는다. 저

자의권위는저자의저작물의질과비례한다.

— 출판사

출판사업은 문화사업이며 교육사업이라고도 한다. 문화의 꽃이 출판이라고도

한다. 한나라의 문화가 집약되어 출판물로 나타나는 것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

다. 출판사는 기업체이기도 하지만 문화사업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러나 상업

목적만을 앞세울 때 그 출판사책은 질이 떨어진다. 명성 있는 출판사는 사회적

책임 때문에 올곧은 출판정신을 살려가면서 가치 있는 출판물 생산으로 권위와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최근의 출판사들은 이중적이기도 하다. 명성을 위한 출

판사, 상업적목적을이루기위한출판사를양쪽으로갖고있기도하다.

— 발행연도

우리가 만나는 책 중에 고전으로 불리는 책도 있고, 베스트셀러도 있고, 스

테디셀러도 있다. 갓구운 빵처럼 따끈한 신간도 있다. 고전을 분별하는 눈, 신

간 중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중요하다.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신간 중에서도 한 시기에 반짝하는 책보다는 판을 거듭한

책이좋은책인경우가많다. 다만사전같은경우에는새로운것이좋다. 언어

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풀이도 다르고 시시각각 늘어나는 말이 판이 거듭될 때

마다추록되기때문이다.

— 정가

싼 책이면 좋은 책이다? 요즘에 이런 말이 통용이 되는 듯하다. 책값은 출판

사가 정한다. 책값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책의 가치는 내용은 물론

그 내용을 담보하는 저작자, 화가, 종이의, 인쇄, 제본, 디자인, 활자, 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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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등에따라달라진다.

출판사는 인세, 그림 값 인세, 종이 값, 인쇄비, 제본비, 홍보비, 인건비, 유

통비, 물류비, 출판사 이윤 등을 고려하여 책값을 정한다. 요즘 할인판매가 횡

행하는데 가치가 높은 책일수록 책값 할인율이 적다. 가치가 떨어지는 책일수

록할인율이높다.

— 저작권

좋은 책은 저작자, 역자, 편자를 정확하게 표시한다. 이런 요소가 빠졌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어린이책에서‘편집부’로 표시된 것은 책임질 사람이 없

다는것과같다. 표시가없는책에는주의를!!

— 발행자

발행자가 대표하는 출판사 명, 그 출판사의 소재지, 전화번호, 출판등록일자

등이정확하게표시되어야한다.

6. 참고자료: 안데르센위원회책선정기준

1994년도 안데르센상 수상작 심사에서 교환된 각 심사위원들의 견해를 소

개하면다음과같다.

첫째, 그 책은어린이가좋아해야할뿐만아니라, 어른의마음도끌수있어

야 한다. 어린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겠지만 어른도 어린이책에서

어린이가 얻는 만큼의 즐거움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어

린이 문학은 성인 문학보다 훨씬 폭이 넓다고 생각한다. 성인 문학은 어른 독

자에게만 읽힐 수 있지만, 어린이 문학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랑받을수있다.

둘째, 그 책의‘미적 가치’는 작가의 어떤 교육적, 도덕적 목적도 앞선다. 교

육적 목적은 책을 반복해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예술

작품이란 그 자체가 감수성, 발견, 기억을 확장시켜 주는 도구라는 점을 생각

해 보면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은 그 자체로서 이미 뛰어난‘선생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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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알수있다.

셋째, ‘독창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글의 내용에서나 형식에서 무엇인가 새

로운 면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반복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냈어야 한다. 놀라움, 신성함, 아직 아무도

안해본것, 이런것들이‘창의성’이나타내는특성들이다.

넷째, 글에서는 특히 내용과 주인공들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주인공’들은

우리의 생활에 있음직해야 하며, 합리적이어야 하고, 독자의 관심을 끌고 지속

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내용’은 설교적이어서도 안 되고, 어떠한 편견을 조

장하는 내용이어서도 안 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과 다른 것을 존중하고 이해

하도록이끌어줄수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기준은 글에서 뿐만 아니라 그림을 평가하는 데도 똑같

이적용된다. 왜냐면그림이란또하나의‘언어’일뿐이기때문이다. 따라서그

림에도위의모든요소들이모두존재하고있다.

어린이문학작품에서우리는무엇을기대할수있을까?

첫째, 그 작품이 표현하고 고취시키고 있는 인간의 가치가 IBBY의 추구 방

향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즉 평화, 이해, 정의, 자유, 인종과 문화 간의 차이

가주는풍요로움의가치, 다양성, 사랑에의욕구, 우정에의욕구, 진실함등을

갖고있어야한다.

둘째, 이러한 가치들을 증진시키고 보존하는 가운데 어린이로 하여금 자신들

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함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작품의 이야기

는 억지가 아니고 말이 되는 것이어야 하며, 정말로 잊혀지지 않을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감정을 사로잡아야 하며,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어른도 즐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작품은 어린

이를 위해 쓰여진 것이어야 한다. 주인공들은 독자들이 정말 사랑하거나, 혹은

정말 미워하여 독자들의 생활 속에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어린이가 성

장기에겪는어려움의한면을대리경험을통해겪게해주어야한다.

셋째, 작가의 고국의 사회적, 문화적인 면이 어린이와 관련해서 그 작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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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진지하게 반영 돼 있어서, 이것을 읽고 자라난 어린이들이 후에 이 책을 다

시 볼 때 인류의 페이소스와 그 속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더욱 새롭고, 명쾌한

통찰력을갖게된것을발견할수있어야한다.

넷째, 그 나라의 문화에 비추어 볼 때, 그 작품은 그 나라의 어린이 문학 발

전에크든작든, 어떤면에서든지기여를하는것이어야한다.

그림은 글보다 평가하기가 쉽다. 그림이란 언어는 국제 공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특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글과의 관계, 창의성, 그림에 반

영된 문화와 환경의 모습, 어린 시절의 영상 등이다. 또, 화가가 그 시대에서

가능한 그래픽 요소와 미술 기법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개발해 냈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쇄의 질로 미술 작품을 평가하

는것은적당하지않다.

마지막으로, 나는 안데르센 수상자에게서‘감동’과‘마술’을 기대한다. 나는

그것들이 작품의 어디서 어떻게 적절하게 작용할 지 미리 알 수는 없으나, 작

품 속에서‘감동’과‘마술’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알아챌 수는 있다. 심사위원

들은 바로 이렇게 숨겨진 진주를 발견해 내서 모든 사람들 앞에 꺼내 빛나게

할권리를갖고있는사람들이다

나가면서

좋은 책이란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존중하면서 책에 대한 다양한 잣대로 평가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 책

에대한가치를높이는일이될것이다.

그것은 우리 어린이책 시장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며 활성화를 북돋우

는 일이다. 작가나 출판사가 공들여 책을 출간하여도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

진다면 좋은 책을 쓰거나 출간하려는 생산자들의 의욕을 북돋우지 못한다. 그

리고 상업성만 앞세운 책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원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책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일이다.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서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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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이다. 그것은 작가들로 하여금 자기 작품은 물론 남의 작품을 냉정하게

돌아보는계기를준다.

출판사 및 편집자들에게는 책을 만드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세계시장에서우리어린이책이경쟁력을갖게하는힘으로작용한다.

사서들이 좋은 책에 대한 다양한 잣대를 제시하고 그것이 좋은 책에 대한 다

양한논의가본격적으로일어나기를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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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설계

서평, 책과비평정신

“비평정신은나를돌아보는것에서부터시작한다”.

서평에대한접근

서평은 책에 대한 평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원고지 5~10매 사이, 지면의

한쪽 분량을차지하는 짧은 글로 신간에 대한 소개글(리뷰), 서평, 문학칼럼, 문

학에세이를 일컫는다. 어떤 책과 그 분야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전하는 글로

생각한다.

비평과서평과독후감

몇가지용어의개념을살펴보자. 다음의포함관계를기억하자.

독후감(리뷰, 소개글) 〈서평〈평론

서평과소개글, 독후감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감상문의 하나이다. 사적

인 공간에서 좌표가 설정된 것이다. 그에 비해 서평은 좀 더 비평의 기능이 강

화된 장르이다. 개인의 감상에 더해 사회적 맥락에서 책의 존재에 대한 접근.

나 이외 다른 독자들을 상정하고 두루 읽히기 위한 글이다. 따라서 좀 더 공적

인 매체이다. 따라서 서평은 다른 읽는 대상을 전제한다. 책에 대한 평가에 대

해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공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갖는 특수성이다. 논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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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비판이 아니라 책을 향해, 작가를 향해, 독자를 향해 생산적인 논의구조

를제시해야한다. 서평은객관적인정보와비평적인접근이갖추어져야한다.

서평과평론

비평은 세계를 다양한 거울을 비추어 그 안팎의 의미에 접근하려는 시도이

다. 이른바 의미부여이다. 따라서 서평 또한 평론의 한 갈래이다. 서평은 책의

소개와 비평을 포괄하는 것이다. 책의 존재와 내용을 모르는 예비의 독자에게

책의 존재를 소개하고 그 책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비

평의안목’으로접근해보는것이다.

서평 안에는 그 책을 고르는 안목과 좌표설정, 책의 평가가 고르게 녹아있어

야한다.

서평쓰기의왕도

분야의 사전지식과 비평정신과 글쓰기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 멋진 서평

이 나온다. 물론 서평은 짧은 분량으로 하고자 하는 바를 전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서평을 쓰고자하는 책의 분야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추고, 비평하

는 방식, 기본적인 글쓰기방법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책이 지금

우리사회에서갖는위치(좌표)에 대한제시가덧붙는다면금상첨화다.

서평의역할

책의꽃다운시절을되찾아주는일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의 홍수에서 자칫 홍보력이나 마케팅력의 부족으로 서고

나서가로사라질책들을독자앞으로부르는영혼의주술이다.

서평의대상

세상의 모든 책은 평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서평(書評). 독자들에게 세상의

모든책들가운데어떤책을선택할것인지길라잡이역할을하게된다.

구체적으로 책의 무엇을 평해야할까? 서평의 대상이 책이라면, 책을 이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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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위가 평의 대상일 것이다. 책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책은 크게 내

적인 구성과 외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다. 내적인 요소는 책의 내용(콘텐츠)이고,

외적인 요소는 책이라는 사물(이것을 책의 물성物性이라고 한다)이다. 특히 어린이

책(그 가운데서도 그림책이라면 더더군다나)에서 내용 못지않게 사물로서 책의 외적

요소를살펴봐야한다.

서평대상으로서책의내적요소와외적요소

책을 읽어서 드러나는 것과 책을 보아서 알아채는 것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전자는 활자를 읽어 내면화하는 것, 작가에 대한 것, 책 안에서 주인공들이 자

기를 완성해가는 과정(갈등과 극복 과정을 통해, 서사, 내러티브라고 할 수도

있다), 역사 문화 사회적 좌표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후자는 어떨까? 책의 표

지, 글과 그림의 배치와 완성도, 본문과 표지 종이의 재질, 적절한 후가공, 판

형과 판면의 짜임새들일 것이다. 보아서 알아채는 것에 대해 접근하기 위해서

는‘이미지읽는법’에대한기본지식도필요하다. 이른바디자인적인평이될

것이다.

책의외적요소

표지(cover, 앞표지/ 뒷표지/ 앞뒤책날개)/ 책등(spine, back)

쟈켓, 북킷(Book Jacket, Jacket cover)

표제지(Title page, 속표지/ 반표지)/ 면지

헌사/ 서문혹은여는글/ 차례혹은목차

책의내용

부록/ 색인/ 판권지

책의판면구성

판형/ 판면과여백(하늘과땅)/ 단/ 글줄길이/ 자간, 단어간, 행간

서체/ 본문서체와표지서체/ 타이포그라피/ 일책일자(一冊一字)

책의격,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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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미디어의조건/ 차례와찾아보기, 두주(면주)

서평하는사람

책이 소비되는 공간, 책을 둘러싼 생태계에서 최종단계의 공간, 그 가운데서

도 도서관 현장의 사서들이 가장 중요한 예비서평자이다. 그밖에 교사, 독서지

도사, 서점의북마스터도포함된다. 전문서평가는물론이다.

서평하고자 하는 책과 그 분야, 가장 중요하게 그 책에 예비독자에 대한 애

정이간절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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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쓰기실제

글쓰기의바깥, 서평의전제

⊙서평대상고르기

누가어떻게어떤책에대한서평이필요한가?

⊙책의외적조건살피기

지은이와책의형태, 다른평자의소개, 이슈등

⊙책읽기

책안팎에견출지나메모장에간략한정보모으기

서평쓰기, 요령부득?

⊙무엇을어떻게쓸것인가?

매체-분량-형식/ 길이에따라, 기-승-전-결혹은들어가기-본론-나오기

⊙책의길잡이

서지사항/ 지은이-책이름-출간사항(책의편재, 시리즈등)

줄거리/ 책으로견인하기위한포석으로중요(짧고여운을둘것)

⊙신뢰와신선한자극

직접인용/ 읽으면서단락정보와메모참고서평을풍부하게

책의안과밖/ 책의내용-책의형태-이미지적요소

⊙감상(평)/ 독자층제시

⊙제목잡기

서평의얼굴마담, 성격이다른단어의조합, 광고카피, 유행어등끌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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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반, 도입부진행하기

⊙단한문장으로압축시켜/ A는 B다. 제목과연계해, 본문으로이끄는역할

⊙도발적인문제제기

⊙작품의내용소개/ 호기심갖도록여운을주는시작글

⊙작가에대해언급하며

⊙작품의제목과연계

⊙에피소드를끌어와/ 서평대상책과서평자주변의이야기로부터

⊙다른작품을견주어서

⊙대상작품이불러온새로운경향소개

나에게들려주는서평, 마무리

⊙소리내읽어보자

⊙묵독과음독/ 연극의구조/ 퇴고(교정교열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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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서평 | 그림책

조형언어로새롭게이야기하는그림책

그림책의 주요 구성은 텍스트와 그림이다. 특히 그림은 작가의 표현 양식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는 작가와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그림책에 대

한접근방식을조형언어로시도해보기로한다.

만약 단 한 사람의 또는 한 작품의 그림책도 인상적인 장면이 기억나지 않는

다면 그림책 서가에서 다시 한 번 천천히 둘러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

의 깊게 보지 않았거나 특별히 자신의 취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주변 사

람들의 관심도에 따라 기울어지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그림, 자신이

사랑하는 그림책을 만들어야 한다. 꼼꼼히 서가에서 그림책을 들여다보면 평소

자신의 내면에 움츠리고 있던 감성을 발견해 낼 수 있다. 그 일은 지극히 개인

적인 작업니다. 작가가 그림 작업하듯 독자도 관찰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여러

작품중에서평할수있는것이다.

다만, 가능하다면조형의언어로말해야한다.

예쁘다, 화려하다, 꼼꼼하다 등의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어휘는 다른 사람에

게 역시 두루뭉술하게 전달된다. ‘나는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본다’라는 표현

과 함께, 비록 서투르더라도 그림에 대해 받은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는것, 그 방법으로한두줄의그림책소감을자주쓰는일이다. 그것도드

로잉방식, 채색, 재료등에의문을갖고어느한부분을특정해집중시킬수도

있다. 또 어느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한마디 남기는 방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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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이런 글이 쌓이면 그림책을 텍스트와 함께 그림까지 아우르는 평을

할수있다. 그 과정에서국내외작가와작품들에대한안목이생긴다.

생활속에서마주치는시각이미지

날마다마주치는수없는많은이미지를우리들은어떻게보고있을까?

아파트. 자동차 가전제품의 광고 속에서 이제는 드물지 않게 몬드리안의

1929년 작 <구성>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일요일오후> 등을볼수있다. 최

근에는 신문 광고에 모네의 1877년 작 <생라자르 역>이 나오기도 하고 오르

세 미술관의 현재 모습과 1930년대 오르세 역을 비교하는 사진 광고가 연출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디자인과 회화가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

와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별 거부감 없이 복잡하고 세련된 이미지들을

소비하는거리의축제처럼보인다.

지난해 12월에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전시실에서 열린「효녀심청」

이하나의사례에속한다. 전시는고전『심청전』을현대적으로해석, 입체구성

을 한 어린이 활동 공간인데, 이곳은 디지털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적용시킨 전

시로평가받고있다.

이 전시장 전체를 사로잡고 있는 시각 이미지는 우리들에게 잊힌 작가 이우

경의 그림책 속 다양한 이미지이다. 그림책의 시각 이미지는 그것 자체로 끝나

지않는다는것을보여주는사례이기도하다.

작가, 작품을보기위한관점

한 세대 전의 작가가 다시 조명되고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현상

을 또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힘은 어디서 형성된 것인지 함께 얘기

할 때가 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점차 통합되어가는 일러스트레이션 세계의

폭넓은경향성을파악할수있다고본다.

몇 사람의 작품과 작가를 밀도 있게 보는 것은 다른 수많은 그림책을 평가하

는것에도분명도움이되기때문이다.

먼저, 작가와작품을바라보는관점을몇가지형태로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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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먼저제기되는문제는창조적아이디어로표출되어있는가이다.

그림책의 그림을 단지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이

상의 의미를 일러스트레이터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어떤 형식

과이미지언어로의미를전달하려고했는가를살펴보아야한다.

백희나의『구름빵』, 고근호의『고물 자전거』, 호세 안토니오 미얀의『마이 라

이프』의 작업은 기호와 상징물까지 차용한 독창성 있는 표현으로 어린이 그림

책이창조적상상력을자극하는영역임을분명히전달하고있다.

2) 그 다음은재료와도구의사용그리고기법에있다.

최근의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디지털을 도구로 사용한 사례들이 나타난다.

심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근대의 책 이미지를 재현하려는 경우도 있

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작가가 전통적 방식의 재료사용과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

권문희의『줄줄이 꿴 호랑이』와 타샤 튜더의『코기빌 마을의 축제』의 공간적

배경은 한국의 옛 이야기 속 풍격과 미국의 18세기 풍 전원을 묘사한 점에서

다르지만 붓질과 채색의 기본 개념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받아들

이느냐는보는관점이남을뿐이다.

3) 캐릭터의완성도를보는것도흥미로운일이다.

많은 그림책의 경우 텍스트와 이미지가 동등하게 기억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

로는인상적인캐릭터로도교감이가능하다.

이영경의『넉점반』, 김동성의『엄마 마중』, 이언 포크너의『올리비아』, ‘찰리

와 롤라’시리즈 등은 그림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캐릭터만으로 익숙하게 되었

다. 물론이렇게되기까지몇가지이유가있다. 이들캐릭터들이갖고있는개

성, 독자와의 교감, 흡인력 등이 시간이 흐르면서 쌓인 것이 이들 작품뿐 아니

라 여러분의 개인적인 취향과 관점에 따라 자신이 아끼는 그림책을 만들어 가

는것또한중요하다.

8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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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나치게 캐릭터 사용에 의존할 경우 이야기 구성을 소홀히 할 수 있

다. 서사를 모두 캐릭터 중심에서 보기 때문에 긴장감이 반감되기도 하는 데

로렌 차일드가 주인공「찰리와 롤라」를 과다하게 노출시켜 이미 효율성을 떨어

뜨리는 일이 그럴 수 있다. 이것은 작품의 높은 대중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봐

야한다.

작가만이 아니고 그림책을 항상 만나는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조형관이 필요

하다. 그것이 곧 그림 그리는 작가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

게되면보다폭넓은그림책세계를향유할수있다.

도서관현장에서그림책을어떻게볼것인가

특히 도서관 현장은 책이라는 이미지의 숲에 둘러싸여 있다. 그림책뿐 아니

라 거의 모든 어린이책은 표지의 활자에서부터 본문에 이어지는 그림들까지 우

리의 눈을 압도한다. 동화를 포함한 문학 역시 장정과 본문 그림을 텍스트와

따로 떼놓고 감상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뛰어난 기량의 시각 이미지가 많다.

그만큼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어린이책에 대한 참여로 폭이 두터워졌다는

반증이기도하다.

그렇다면 항상 책 속에 묻혀 지내는 사서는 이미지의 풍요를 어떻게 맞이해

야할것인가

문제를여기서이야기하고자한다.

결국 자신의 독자적인 눈높이를 갖지 않으면 무차별적인 이미지의 홍수에 휩

쓸릴 수밖에 없다. 만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의 회화를 보러 미술관에 갈

여유가없다면, 자신만의시각훈련하는방법을몇가지찾아볼수있다.

먼저 그림책의 경우 작가 별 리스트를 작성한다. 편의상 가, 나, 다 또는 외

국 작가 일 경우 A, B, C의 순으로 정해도 좋다. 작가 별로 정리할 경우 먼저

책이 많이 출간된 작가의 순으로 뽑아도 괜찮다. 왜냐면 어떤 이유에서건 특정

작가의 작품이 많다면 더욱 유념해 살펴봐야 한다. 유행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작품이받아들여질분위기가형성되기때문이다.

그림책의 경우 도서관마다 다른 배가구성을 하고 있겠지만, 약간의 특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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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안해 별도의 작은 서가를 운영해 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작가 별로 따로 떼

어내 보면 출판사별, 국가별, 언어권, 장르별로 나뉘어 있을 때와는 다른 이미

지와특색이나타나기때문이다. 즉 작가개개인의작법, 스타일, 재료의사용,

시기별로흐름까지파악할수있다.

문학과 달리 그림책에서 작가의 전작보기는 한 작가를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작업은 나 자신의 시각 취향을 다듬

어 갈 수 있으며 확고한 예술적 감수성을 연마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가

령 한병호의 그림책 일부를 모아놓고 보면 그가 언제부터 도깨비를 그려왔는

지, 십육 년 전에 그렸던『혹부리 할아버지』(두리 두리 1993년 발행)와 그 이

후의 작품『도깨비와 범벅장수』(국민서관 2005년 발행)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조금관심을기울이면흥미로운점을가려낼수있다.

『혹부리 할아버지』에서 보이는 화려한 원색 사용은 이 당시 도깨비의 표현에

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채색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수묵과 아크릴물감의

재료 혼용도 이 같은 화려한 도깨비를 탄생시키는데 한 몫을 한다. 무엇보다

이책의가장큰장점은책판형이다른책에비해커서화면전체가시원한느

낌을 준다는 것이다. 전집 출판물인 관계로 현재는 유통되지 않지만 한 작가의

초창기작업을살펴보는데이보다더좋은자료는없다.

그에비해 10년이훨씬넘은뒤, 역시도깨비를등장시켜꾸민『도깨비와범

벅장수』는 동양화에서 맛볼 수 있는 담백함과 현대회화의 구성이 어우러진 절

묘한 만남으로 볼 수 있다. 굳이 초기 작법과의 차이점을 든다면 색채의 변화

가 가장 크다는 것, 그래서 훨씬 나중에 나온『도깨비와 범벅장수』는 화려함보

다 담백하고 자유분방한 먹선 속에서 농익은 기량이 나오게 된다. 이는 도깨비

의 표현만큼은 이미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 판형

이 1:1.7 (170㎜ × 290㎜)의 길쭉한 세로형인 이 책은 의도적인 한글 세로

쓰기 원칙을 적용시킨 보기 드문 사례이다. 텍스트는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

서 왼쪽 순서로 정렬시켜 읽어 나가는데 익숙한 습관을 파격적으로 변화시켜

전통회화의미감을되살려낸것이다.

이 작가의 그림책을 약 10여 종만 간추려 서가에 모아놓으면 십 수 년 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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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양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변화에서 누군가의 설명이 없더라도 혼자서

또는 몇 사람의 모임에서 다양한 측면의 창작실험을 책으로 경험하고 학습할

수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수지의 활동 또한 많지 않지만 그의 그림책을 챙겨놓

으면다양한변화의층위를감지할수있다.

『동물원』, 2005, 비룡소

『우리는벌거숭이화가』, 2005, 천둥거인

『움직이는ㄱㄴㄷ』, 2006, 천둥거인

『검은새』, 2007, 천둥거인

『열려라! 문』, 2008, 비룡소

『나의명원화실』, 2008, 비룡소

『파도』, 2009, 비룡소

그의 작품이 현재 국내에 출간된 것은 현재 7종이고 외국에서 출간된 것은 www.

susyleebooks.com 참조할수있다.

『거울Mirror』(corraini.이탈리아)

『이상한나라의앨리스 Alice in Wonderland』(corraini 이탈리아)

『토끼들의복수 La Revancbe des Lapins』(La Joie de Lire 스위스)

이중에서작가의특징적인드로잉표현을볼수있는작품은『동물원』과『열

려라! 문』이다. 두 작품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색연필과 크레용을 주 도구로 사

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콜라주 기법이 들어가면서 전체적으로 질서를 부여한

다. 색연필과 크레용의 장점인 투박한 질감은 살리면서 고르지 않는 면의 불규

칙성은 콜라주로 말끔하게 처리하는 표현양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이 작가의

스타일이다. 이런 작가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나면 그의 전체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곧 이 작가의 선호하는 드로잉 기법은 곧은 직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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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터치라는것도알수있다.

이것이 밝은 채색과 어우러져 부드럽지만 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의

개성과 독특한 필법은 책에서 따로 떼어놓아도 반 입체 오브제가 가능할 만큼

인물·사물·공간적 배경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물

원』에서 보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주는 것은 텍스트보다는 그림이

훨씬 더 강하다. 동물원 입구에서 오색찬란한 공작새는 엄마가 꼬마 소녀에게

사서 건네주는 새 모양 풍선과 함께 의미심장한 상징물이다. 곧이어 동물원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는 중에 아이는 엄마 아빠 곁을 떠나 공작새와 함께 판타

지 공간으로 이동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있던 동물원은 무채색, 아이가 수많

은 동물과 함께 공중을 날며 어울리는 판타지 공간은 화려한 컬러 채색으로 한

장면씩 번갈아 가며 표현한다. 다섯 장면이 서로 뒤바뀌면서 다시 돌아온 현실

공간 속의 동물원 등받이 의자, 아이는 꿈꾸듯 누워있고 새 모양 공기풍선이

아이손에실로연결되어아이와함께있음을말없이보여준다.

『동물원』에서 끝까지 보여준 것은 현실보다 판타지 속의 아이와 동물들과의

관계이다.

아이는 무채색 현실 공간에 배웅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른인

엄마 아빠가 뒤돌아 볼 때는 아무 것도 없는 동물원 입구의 현실 공간이 나타

나는 것으로 이를 잘 말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안겨있는 아이의

손에는 새 모양 공기 풍선이 그대로 들려 있지만 신발 한 짝은 판타지 공간에

서 새들과 함께 날다가 땀으로 떨어진다. 그 신발을 배웅하는 동물 중 누군가

가 입에 물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데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런 미세한 장치를

해 놓았는지 정답을 구하는 일은 아니라도 의문을 품어볼 일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그림책의깊이보기와폭넓은조망을동시에기대할수있다.

기법이나 그림 의도는 많이 다르지만『엄마 마중』에서도『동물원』처럼 현실

세계와 판타지가 교차 진행되는 이중구조라는 점에서 유사성은 있지만 또 다른

공간의 세계를 들여다보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는『엄

마 마중』은 1938년『조선아동문학집』에 실렸던 이태준의 작품을 텍스트로 삼

아 그렸다. 그림작가 김동성은 아마도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의 되풀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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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안 와요?”의 물음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여운, 그리고 당시 근대 서

울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 낼까 많은 고민을 했을 듯하다. 그것에 대한 작가

의 방식이 이 그림책에서 표출된다. 텍스트가 있는 그림 장면과 글이 없는 장

면이 번갈아 가며 배치되어 있는 것, 아기가 엄마를 기다리는 애틋한 현실 장

면은모노톤으로, 아기가그리는환상의장면은컬러로표현된다.

이런 구성은 시간과 공간의 확장을, 그리고 현실과 판타지 세계의 메울 수

없는 틈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로 봐야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

표현되지 않은, 그림 작가가 만들고 싶어 하는 환상 공간이 글과 함께 은유와

대비를 이뤄냄으로써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처

럼 장면(모노톤과 컬러로 상징)의 대비는 맨 나중에 엄마를 만나는 장면에서도 그

것이 현실이 아닌 아기의 상상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동물

원』에서처럼작가의의도된장치가활용되는것이다.

이 밖에작가가이태준원작「엄마마중」과다른『엄마마중』에서그리고자했

던주요한장면은마지막펼침면세화면이다. 이 그림들은문학원작에서“코

만 쌔 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로 끝나는데 비해 그림책에서는 아기의 시선

이 눈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점점 더 뿌옇게 변해가면서 공간이 이

동하는 타원형 형태,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정경의 이미지

가 출현한다. 결국 이 세 장면은 그림 작가가 판타지라는 연출을 통해 시각 이

미지로환원해보여주고싶었던것일지도모른다.

앞서 얘기한 이수지의『동물원』, 김동성의『엄마 마중』두 작품의 사례를 보

더라도 그림책은 일정한 해석이나 하나로 모아지는 결론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서로다른느낌을받을수있다는것도염두에두어야할것이다.

작가와 그가 그린 작업의 소산물인 그림책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 두어

야할몇가지가있다.

1.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디자인 및 회화를 이해하고 현

실생활에서도도움이되는분야이다).

2. 어린이책일러스트레이션에대한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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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는 행위, 즉 드로잉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 이것은 인물과 사물 자

연, 그리고 공간적 배경을 어떻게 묘사했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에게 시각 언어

로잘전달되거나감동을줄수있기때문이다.

4. 표현에 사용되는 재료, 기술, 미디어를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감상을 할

수있다.

5. 주요한 등장인물 등의 관심과 관찰 캐릭터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상관관계

는 매우 긴밀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갈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 작가들은 끊임

없이 그리고 또 그린다. 그런 훈련 속에서 독특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완성시

킨다. 어떤 경우는 그림책의 캐릭터가 작가 자신과 무척 닮은 경우도 확인할

수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두루 알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 보다 쉬

운길을택하는것이다. 그 중하나가작가별로묶어서보는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일러스트레이션, 즉 그림책에서는 유머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

되는가를 일러스트레이터의 절제된 아이디어에서 찾아본다. 붓선, 색채에 담긴

작가의 암시는 그림책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이것은 언어의 의미를 해독하

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예술의 보편적 가치를 성취했느냐를 가름하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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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서평 | 어린이문학과그림책, 비문학영역

서평도구와서평영역의차별화

서평도구의차별화

그림책

⊙이미지맥락질감-서사(따로또같이)-이미지와방법등

⊙음성화

⊙글과그림의배치

⊙물성으로서책

⊙캘리그라피등글꼴텍스트의이미지성

비문학(실용/교양/정보)

⊙정통비문학/ 문학과섞이는흐름

⊙주제에얼마나충실한가/ 사실관계와배치여부

⊙정보화방식과도구/ 배치

⊙화자/ 이야기와정보맥락의부드러운접근

⊙하나의영역인지, 영역이섞이는지

⊙책의외부, 특히앞붙이뒤붙이가적절한지(정보의구조화)

어린이문학

⊙말하고자하는바(주제)를 충실히담고있는지(다층성)

⊙ 화자의특징(서술시점, 작가와일치하는지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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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구조(일반적인지, 액자, 회장등특이하다면어떤측면)

⊙세계관(서평자와어울리는지다른층위인지)

⊙문장의힘(읽힘이좋은지, 그렇지않다면왜?)

⊙ 책의외부(표지부터장정, 판면구조까지)

⊙시간과공간의문제(과거-현재-미래의흐름에있는지아닌지)

⊙독자대상은잘도드라지는지

⊙그림과글의배치(따로인지, 같이인지/ ‘같이’에방점)

⊙작가에대한접근(이전작품의흐름과같은지다른지중점)

⊙동시대문학의흐름과궤

⊙화법, 간접과직접(입말을살리는지대신전하는지)

⊙재현에문제는없는지(특히역사물의건축양식과복식, 제례등)

⊙사실관계와다름이없는지

⊙책의구성(장편, 엽편, 중편, 단편모음)

서평영역의차별화

따로또같이

⊙그림책-어린이문학-비문학

⊙책이라는장의문제에서동일한도구

⊙각영역마다독특한도구

백인백색

서평자스스로독특한영역, 독특한도구를찾자!

맞춤법과문법, 띄어쓰기의블랙홀탈출기!

국립국어원우리말배움터->한국어맞춤법/문법검사기

http://urimal.cs.pusan.ac.kr/urimal_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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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강좌내용과일정

주차 영역/ 내용 일정 강사

1강 개강식특강/ 어린이책환경과서평역사 07/09 조월례

2강 기본강의/ 국내어린이책역사 07/14, 16 조월례

3강 기본강의/ 외국어린이책역사 07/21, 23 정병규

4강 서평과매체/ 국내외서평지리뷰/영향력 07/28, 30 이대건

5강 서평강의/ 어린이책을보는잣대 08/04, 06 조월례

6강 서평강의/ 서평설계 08/11, 13 이대건

7강 장르서평(1) 그림책 08/25, 27 정병규

8강 장르서평(2) 문학 09/01, 03 이대건

9강 장르서평(3) 비문학 09/08, 10 정병규

10·11강 편집워크숍/ 셔평겨루기편집놀이 09/11,12 전체

12강 종강식/ 서평지품평토론, 수료식 10/08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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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서평, 목소리가들린다

그 림 책 서 평

어린이문학 서평

어린이비문학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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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서평

거울속에누구요? - 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나는떠돌이개야 - 박세헌(군포중앙도서관)·박현주(경기도립중앙도서관)

나무가자라는물고기 -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동물들은언제나행복할까요? - 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

먼지깨비 - 이미지(양평어린이도서관)

며느리방귀 - 김숙진(경기평생교육학습관)

미친개 - 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방귀쟁이며느리 - 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평택분관)

복타러간총각 - 임미선(시흥대야도서관)·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김미선(동두천꿈나무도서관)

엄마까투리 - 김효준(안양석수도서관)·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얼음소년 - 신정아(경기도사이버도서관)·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에드와르도: 세상에서가장못된아이 - 이한숙(군포중앙도서관)

용구삼촌 - 이수경(평택지산초록도서관)·이혜준(안양석수도서관)

우렁각시 - 김현경(고양한뫼도서관)

저승사자에게잡혀간호랑이 -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유현미(평택도서관)

지렁이다 - 최문정(오산햇살마루도서관)

쨍아 - 여민혜(경기도사이버도서관)

투발루에게수영을가르칠걸그랬어! -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

파랑새 - 김성현(수원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할머니, 천사들이왔나요? - 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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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에내가있네?

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서다. 책을 정리하다가‘국민서관’에서 나온

『거울 속에 누구요?』라는 책을 보고 어릴 때의 추억이 떠올라 가만히 들여다보

았다. 어릴 때 내 방의 책장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디즈니 전집과 노란색 옛

이야기전집이빼곡히꽂혀있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옛날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손꼽자면 남편

이 거울을 사왔는데 그 속에 어떤 여자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때의 추

억이아니었더라도이책은눈길을끌만했다. 왜냐하면, 그 책에내얼굴이나

타났으니까. 이 책의 표지 가운데에는 플라스틱 거울이 있는데 표지를 들여다

보면 내 얼굴을 보고 사람들이 냅다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는‘거울

속에거누구요?’라고어떤한남자가소리를지르는것만같다.

‘국민서관’에서 나온『거울 속에 누구요?』는 옛날에 숯쟁이가 살았는데, 숯

쟁이 아내가 반달 모양의 빗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내용에서부터 시작한다. 아

내는 숯쟁이에게 시장에 갔다가 반달을 닮은 빗을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숯쟁

이는며칠에걸쳐한양에있는큰시장에도착했고, 숯을다팔고난후아내의

부탁이 생각나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보고 보름달처럼 생긴 물건을 사다준다. 그

물건은 빗이 아닌 거울이었다. 거울을 받은 아내는 거울 속의 여자를 보고 질

투를 느끼고, 어리둥절한 숯쟁이는 거울을 받아 들여다보았지만, 여자는 없고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래서 숯쟁이 또한 질투를 느끼고, 시어머니, 시아버지

역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는 서로 이상하다고 싸웠다. 원님에게 물어보러

갔지만, 원님이 들여다본 거울 속에는 암행어사가 나왔고, 다 함께 들여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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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는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나왔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람들은거울을내팽개치고도망친다는내용이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이 옛이야기는 결말이 거울을 깨는 것으로 나왔는데,

여러 가지 버전이 있나 보다. 이 옛이야기는 거울이라는 물건이 없었던 시절,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이 자신의 얼굴인 줄 몰라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는 재미있

는 에피소드를 그려낸 이야기이다. 노랫말과 함께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은 생

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을 덮고 나면 한 편의『배추도사 무도사』

와 같은 옛이야기 만화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표지에는 구름문양이

나오고 책을 펼치면 꽃문양이 나와 더욱 옛이야기의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노

래하듯흥얼거리며책을읽어보는것도재미있었다.

특이한 점은 숯쟁이가 숯을 팔러 한양까지 가는 시간의 변화를 한 장면에 그

림으로 표현해 놓은 장면이 있었는데, 달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보면 유익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

께 책 표지의 거울에다 얼굴을 비추어보고 또 여러 가지 물건들을 비추어보는

놀이를 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책을 보며 내 얼굴을 이리저리 비추어보는 재

미가쏠쏠했다.

『거울속에누구요?』조경숙글·윤정주그림, 국민서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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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자신감의원천은긍정마인드!

언제나당당한나는떠돌이개!

박세헌(군포중앙도서관)

『1학년 3반 34번』, 『에드와르도: 세상에서가장못된아이』, 『점』, 『우리다

시만날때』, 이 책들의공통점이무엇일까? 바로‘어른들이읽는, 어른들을위

한 어린이책’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책들은 어린이들을 주요 독자로 하지만 어

른들이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룬 내용이 알찬 책들이다.

어린이책이지만 어른들에게 충고의 한마디, 반성의 한마디, 깨달음의 한마디를

던져주는책들이라고할까?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나는 떠돌이 개야』라는 작품 또한 어른들이 읽

어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어린이책 중 하나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을 아이들 손으로 그려놓은 듯한 배경에 제목뿐만 아니라 주인공 떠돌이 개의

그림이 크레파스로 거침없이 그려진 표지가 우리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책이다.

다른 여러 가지의 배경들과는 달리 주인공 떠돌이 개의 모습만 거칠고 강한 터

치로 그려냄으로써 삶을 여유롭게 즐기는 떠돌이 개의 행복한 삶이 생생하게

묻어나고있다.

떠돌이 개는 스스로 자신이 떠돌이 개라고 말하고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즐

긴다. 떠돌아다니며 여행하기를 즐기고, 헌 소파에서의 달콤한 꿈나라 여행을

즐기며, 쓰레기통의 빵 덩어리를 먹으면서도 자신에게 튼튼한 뒷다리가 있음에

자신감이 넘친다. 네 발로 서 있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의 뒷다리가 튼튼하다는 것을 깨닫고, 두 발로 걸으면 여러 가지 보기 싫

은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두 발로 걷기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을 모

두 비웃지만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자신이 이룬 꿈을 자랑스러워하며 만족해한

다. 하지만, 한 소녀가네발로걷는고양이를부러워하자, 떠돌이개는자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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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떳떳함과 당당한 자신감으로 네 발로 걷는 자동차가 되는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하게된다.

떠돌이 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비관하지 않는다. 남의 시선 따윈 상

관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를 가졌기에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희망을 품고 꿈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내딛는다.

우리는 어떠한가? 사람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고 하듯이 우리는 어렵고 힘

든 상황에 부닥치면 대부분이 쉽게 좌절하고 만다. ‘왜 나한테만 힘든 일이 생

기는 걸까?’, ‘세상은 불공평해’하면서 불평하기에 바쁘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던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그러한 좌절과 상심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문제 해결의 열쇠가 바로 나 자신에게 있음을 말해준다. 바로 긍정적

인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느냐

에 따라 삶이 행복해지고 즐거워진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매사를 긍

정적인 사고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헤치고 나아갈 수 있

다는자신감을불어넣어주는희망의에너지가가득한책이다.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어떠한 어렵고 힘

든 상황에서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찾

으려고 노력한다면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이 보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이다.

『나는떠돌이개야』이상교글·이형진그림, 시공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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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떠돌이지만, 뭐든할수있어!

박현주(경기도립중앙도서관)

집 없이 떠돌이 신세가 된다면 어떨까? 현실을 직시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

니며 이겨낼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한 마리의 떠돌이 개가 집 없이 떠돌아다

니며너무도당당하고꿋꿋하게잘이겨내는모습을소재로한이야기이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다소 칙칙하고 어두운 색의 배경과 떠돌이 개의 지

저분한 모습에서, 불결하고 부정적인 분위기와 선이 굵고 아무렇게나 쓱쓱 그

은 듯한 - 이형진 작가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 그림에서, 도대체 이 책은 아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나? 라는 생각에 선뜻‘어린이에게 맞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어둡고 칙칙함에서 긍정적이

고, 미래지향적인면을하나둘찾게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떠돌이 개는 굉장히 자부심이 강하고 용기도 대단하다. 주인

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집이 없어 밤이 되면 허름한 소파에서 잠을 자기도 한

다. 그렇지만 다리가 튼튼해서 아무 데나 잘 돌아다닌다고 생각한다. 쓰레기통

에 삐죽 나와 있는 빵을 다른 개가 먹으려다 잘되지 않자, 떠돌이 개는 뒷다리

에 힘을 주고 시도해서 그 빵을 꺼내 먹게 되고 자신의 뒷다리가 다른 개보다

튼튼해서그것을먹을수있다고스스로대견하게여긴다.

떠돌이 개는 새로운 것에도 도전한다. 늘 네 발로 다니면 땅만 보게 되니 지

루하다고 생각해 온종일 두 발로 서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져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새로운 것을 보게 됨을 아주 흡족하게 여기고,

모두가비웃어도자신은여느개와다르다는상당한자부심을품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 아이가 자동차 밑에서 기어 나오는 고양이를 보면서

네 발로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잠시 다시 돌아보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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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던 중 자동차가 등장한다. 떠돌이 개는 자동차에 기대어 자신이 자동

차가 되어 보기로 한다. 다시 네 발로 서서. 예전처럼 흙냄새도 맡고 싶고, 웅

덩이에 얼굴도 비추고 싶고, 병뚜껑에 입을 맞추고도 싶고, 떨어진 나뭇잎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듣고 싶어 하는 떠돌이 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서 다

시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깨달음의 모습을 한 우리

인간이그러하듯.

이 책이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주인공 떠돌이의 모습이 무척 불쌍하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검은색 떠돌이 개가 때 묻은 듯 지저분

한 느낌을 들게 하지만 튼튼한 두 다리를 보란 듯 올려 보이는 모습과 두 발로

걷는 개의 모습이 익살스럽기도 하고, 떠돌이 개의 그림자가 자동차로 묘사된

부분은상당히인상적이고재미있었다.

혼자서도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존재감, 자기만족, 긍정적 사

고, 새로운 시도, 용기, 당당한 도전, 자유로움 등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들이다.

『나는떠돌이개야』이상교글·이형진그림, 시공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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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소릴들을때마다마음을닦아야한다, 왜?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나무가자라는물고기』, 제목만봐서는무슨내용인지감이잘오지않는다.

그리고말도되지않는다. 물고기한테서나무가자라다니…….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첫 장을 펼치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목

판으로 찍어낸 듯한 그림은 거칠면서도, 표정 하나하나가 나를 보면서 이야기

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표현하면서도 한두

가지색으로포인트를주어이야기를더욱실감나게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절에 있는‘목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절

에 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평소 무심코 보기만 했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

러일으킨다.

옛날 어느 작은 절에 덕 높은 스님과 그의 제자들이 있었다. 제자들은 스님

의 가르침대로 수련을 하지만 그 중 한 사람‘멋대로’만은 제멋대로 행동하였

다. 사람들을 괴롭히고 죄 없는 물고기를 죽이는 등의 만행을 일삼아 큰 스님

의꾸짖음을듣지만, 여전히깨우치지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멋대로’는 큰 병을 앓아 죽는다. 그 후 물고기로 다시 태어

나지만, 전생의 나쁜 버릇을 못 고치고 여전히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면서 살아

가는데, 어느날자신의몸에서나무가자라는걸알게된다. 나무때문에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아프고 괴로운 가운데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게 되고 우연히

만난 큰스님에게 하소연한다. 그리고‘멋대로’는 큰스님의 정성스런 기도로 자

유롭게되고, 자신의이야기를세상에알려달라고한다.

‘멋대로’의등에서자란나무로만든것이바로우리가알고있는‘목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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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이 목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닦으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

겨있다. 물론이이야기는말도안되는이야기지만우리에게‘권선징악’과뉘

우침을가르쳐준다.

우리 주변에는‘멋대로’와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괜히 와서 시비를 걸

고 남을 괴롭히면서 즐거워하고 만족을 모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각자 주변의‘멋대로’를 떠올리며 화를 내기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며 벌을 받

을때는통쾌했을것이다.

그러나 이 동화의 내용을 어린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큰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대가가 너무나 크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죽음’이라는 것과 윤회를 통한‘죗값’은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에‘멋대로’의

행동이 죽음과 동등한 최고의 잘못으로 인식될 수가 있다. 또한, 맨 마지막에

나타난‘죽음’(나무가 자라는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

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동화는 불교의 사상을 배경으로 사찰의 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배

경지식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어린이들로서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염두에두어야하겠다.

『나무가자라는물고기』김혜리지음, 사계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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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우리가동물들을행복하게할차례!

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였던 앙드레 엘레이다. 앙드레 엘

레는『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동물들을 나무로 만들어 미술 전람회에 출품했

다. 그리고 이 동물들을 목판화로 만들고 이야기를 덧붙여, 『우스운 동물들』이

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그랬다가 다시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다듬어

1925년『노아의 방주』라는 제목으로 다시 펴냈다. 이 책은 10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그림책이다. 이 책이『동물들은 언제나

행복할까요?』라는제목으로우리나라에출판되었다.

각 동물에 관한 제목 위에 컬러 목판으로 그 동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게 묘

사해놓았다. 사진과 같이 세부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

가갈 수 있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각 동물에 관한 간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실었는데 흑백의 그림 몇 컷이 그 글의 내용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그

그림들은단순하면서도재미있다.

이 책은『동물들은 언제나 행복할까요?』라는 제목으로 묻고 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그것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어떤 동물은 인간을 위

해서노동을해야하고, 젖을짜야하고, 그들의상아나털옷, 가죽을내주어야

한다. 그러한 동물들의 삶이 어떨지 아이들은 나름대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

질 수 있고,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물어보아 생각할

시간을갖게해주는것도좋을것이다.

이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동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무엇을 해주

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의 편의와 욕심에 맞춰 동물을 가혹하게

대하고 그들을 사냥하고 그들의 것을 빼앗는 것은 동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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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지금, 펭

귄이나 북극곰 등의 동물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보

전을위해노력해야겠다고생각하게된다면금상첨화일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단순히 그림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판 제목처럼

동물들의 행복까지도 생각해보고 동물들과 인간의 공생을 생각해본다면 자라

나는 어린이들의 동물에 대한 관심과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좋은 도움을 줄 것

이다.

『동물들은언제나행복할까요?』앙드레엘레글·그림, 산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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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물건을찾아드립니다!

이미지(양평어린이도서관)

오랜만에 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일기장은 여기 있고, 근데‘내가

좋아하는 파란 펜은 어디 갔지?’책상을 열심히 뒤져봐도‘땅바닥에 떨어졌

나?’내려 봐도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찾다 지쳐 결국 일기 쓰기는 포기! TV

나 봐야겠다. 다음날아침출근준비를하다가갑자기눈에보이는파란펜! 어

제 열심히 찾을 때는 안보이더니……, ‘어디 갔다 왔니?’아무래도 먼지깨비가

가져다주었나보다.

이 책『먼지깨비』는 이연실 작가가 다락방에서 조그마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나서떠오른생각을, 먼지깨비가사는상상속먼지마을로만들어낸것이다.

먼지마을에 사는 먼지깨비는 물건들이 떨어지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어

먼지산에 올랐다가 누군가 떨어뜨린 보물상자를 발견하고는 궁금증이 일어 하

늘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구름을 밟고 오른 하늘 끝에는 처음 보는 물건

들이 가득한 아이의 다락방. 그곳에서 보물상자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아이

를 발견하고는 먼지마을에 떨어져 버린 보물상자를 찾아다 몰래 가져다준다.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신이 난 먼지깨비. 먼지마을에 떨어진 물건들을 하나

씩하나씩가져다주며행복을느낀다.

오늘도 잃어버린 물건을 엉뚱한 곳에서 발견한 나는 마음으로 인사해야겠다.

‘고마워’라고.

『먼지깨비』는 그림책이지만 그림은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사진으로 된 특

별한 그림책. 먼지깨비는 천 조각과 솜, 실을 사용해 인형으로 만들어 소박하

지만 정겨운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집에서 만든 못난이 인형 같달까? 그림이

11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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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사진이라 그런지 먼지깨비의 행동이나 표정이 입체감 있고 생동적으로 느

껴진다. 그림책의 배경인 먼지마을이나, 아이의 방도 꽃밭의 꽃 하나, 잃어버

린물건들까지도하나하나얼마나세심하고정성스럽게만들었는지먼지마을이

라는새로운세계에서정말먼지깨비가살고있을것만같다.

작은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요즘의 우리들. 이 책을 읽고, ‘잃어버렸

네. 또 사면되지’가아닌, 작은물건도귀하게여길줄아는우리로조금은바

뀌었으면한다.

오늘도 잃어버린 물건이 여러 개, 잃어버렸다 찾은 물건도 여러 개일 터. 먼

지깨비는지금도우리물건을가져다주느라바쁘겠지?

『먼지깨비』이연실글·그림, 한솔수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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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대장며느리의통쾌한한방

김숙진(경기평생교육학습관)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우리네 옛이야기들 속에서『며느리 방귀』처

럼해학과골계미를담은이야기는삶의청량제역할을한다.

예의와 품위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것을 입에 담는 것조차 교양

없음으로 치부한다. TV방송에서조차 똥과 방귀는“삐”소리나“X”표 자막으로

처리하여비속어와동급취급을받는것이현실이다.

그런데가장더럽고냄새나서부끄러워숨기고싶은소재인‘방귀’나‘똥’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오히려 더 흥미있어 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아이들

은 배설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그것

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똥’소리만 나와도 까르르 웃던 아이들도

자라면서‘똥’이 더럽고, 지저분하여 꺼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

면서그런이야기를하지않게되는것이다.

예전에‘며느리’는 무조건 참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던 적이 있다. “귀머

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란 말도 있듯이 웃음소리조차 크게 내면

시댁에서 쫓겨났던, 한마디로 복종과 인내와 절제의 대표적 존재가 며느리였

다. 『며느리방귀』는간절히하고싶지만, 금기와터부, 유교윤리등어떤이유

에서든하면안되었던옛날여자들의자유의지를대변하고있다.

『며느리 방귀』는 제목 그대로 통쾌와 해소의 기분 좋은 이야기이다. 다른 사

람의 방귀도 아니고 조신해야 할 며느리가 방귀라니……, 가장 엿듣고 싶은 이

야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이야기의 절정은 며느리가 3년간 꾹 참았던 방귀

를 뀌는 장면이다. ‘뻐어엉 뻐엉! 꽈르르르, 꽈르르! 뿌웅, 뿌우우웅 뿌아아앙!

콰광 콰광!’소리와 함께 시댁 식구들은 날아가고, 집 안의 물건들은 풍비박산

11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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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다. 허리케인이 몰려 온 듯 시댁 식구들이 모두 공중으로 날아가 빙글빙

글 떠다니는 모습과 무서움과 놀란 표정의 그림은 독자들에게 해학을 넘어 카

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다소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표현들을 통해 사람들

의억눌렸던감정을시원하게해소해준다.

방귀 때문에 쫓겨난 며느리는 공교롭게도 방귀 덕분에 다시 시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안을 망하게 할 몹쓸 방귀가 시아버지가 먹고 싶어 하던 나무 꼭

대기 배를 딸 수 있는 유용한 재주로 바뀌면서 며느리의 방귀는 새롭게 그 가

치를 얻게 된다. 며느리의 방귀가 더 이상 며느리의 약점이 아닌 능력으로 인

정받게된것이다.

『며느리 방귀』는 규범과 질서에 얽매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이시대모든사람을위한이야기이다. 혁신과진화는기존의틀을깨지않

으면이루어질수없다. 세상의잣대를기준삼아자신을비하하기보다는남과다

른자신의역량을발견하고, 그것을가꾸어나가단점을강점으로승화시키는능

력이야말로획일화되고표준화된사회에서강력한경쟁력이될수있다.

그동안 방귀를 참느냐고 얼굴빛이 노랗던 며느리가 시집으로 돌아가 마음 놓

고 방귀를 풍풍 뀔 수 있게 되어 활짝 핀 모란꽃처럼 다시 얼굴이 곱고 환해졌

다고 하는 결말에서 고통과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는 사람처럼 우리의 가

슴도 후련해짐을 느낀다. 우리는 육체적 해소(방귀)를 통해 정신적 해소(자유)까

지누리고간다.

『며느리방귀』나현정그림·이상교글, 시공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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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는정말미친개일까?

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한지 느낌의 누런색 표지 위로 붓이 휙휙 지나간 자리에, 땅에 코를 대고 킁

킁 냄새를 맡는 검은 개가 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여백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미친개’라는 세 글자. 마치 그 글자가 각인인 것처럼, 개는 고개를 들고 금방

이라도 날카로운 눈과 발톱으로 공격해올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개가 정말 미

친개일까?

되풀이되는마녀사냥, 또 하나의군중심리

이 책의 표지는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일종의 암시가 되어 독자

에게 선입견을 주고 그것은 또 독자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표지에서 작은 암시

를받았다면내용에선더크고위험한‘사회적암시’에대해생각하게한다. 국

어사전에 따르면, ‘군중심리’란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

즉 대중 심리를 말한다. 이 대중심리는‘사회적 암시’를 조성하여, 중세의‘마

녀사냥’이나 한국전쟁 중‘인민재판’처럼 어떤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기도 한

다. 이 책에도 기존 세력에 의해 빼앗기고, 쫓겨나고, 경쟁에서 내몰려 끝내는

사라지게한또하나의몹쓸‘군중심리’가등장한다.

미친개의탄생

개는 몸값 비싼 시베리안 허스키를 조상으로 두었지만, 잡종이라는 이유로

개장수에게 팔려 갇혀 살았다. 그리고 홍수가 나던 어느 해, 개는 우리에서 탈

출해 겨우 살아났고, 먹이를 찾아 읍내를 떠돌게 된다. 그러나 곧 사람들의 돌

팔매질에 점점 읍내 밖으로 밀려났고, 작은 시골 마을까지 들어오게 된다. 한

11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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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개는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먹이도 찾아 먹고 자연 속에 사는 생활을 하

게 되지만, 마을에는 곧 미친개가 있다는 얘기가 돈다. 사람들을 피해 사느라

조심스레 살피는 눈빛은 매섭게 쏘아보는 눈매로 변하고, 숨소리마저 바뀌어

간다. 개는그렇게점점미친개가되어갔다.

약한자들의편에선작가, 박기범

작가는자신의블로그에『미친개』를쓰게된사연을공개했다. 작가는 2003

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여‘한국 이라크 반전 평화팀’으로 이라크에

갔을 때 보았던 떠돌이 누런 개 한 마리가 계속 가슴에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 앞 전투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드러누워 울부짖는 늙은 신부님의 얼굴

에서, 1980년광주를패러디라도하듯군을출동시켜진압하는앞에서제몸

에 쇠사슬을 감고 버티고 서던 어느 두 아이의 엄마 얼굴에서 그 개의 눈빛을

겹쳐보다가, 2006년 겨울, 담배를 피우고, 욕을 퍼붓고, 주머니에 칼을 가지

고 다닌다는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의

할머니,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때부터『미친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와 다른 걸 이해하지 못하고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격을 서슴지 않는 지

독한‘이기주의’와 강한 자는 더욱 가지려 하고 힘이 없는 자를 사지로 내모는

‘적자생존’, 그리고치열한‘경쟁’만이존재하는이사회에반대하며작가는약

한자들을대표하는『미친개』의편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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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세상을그린동화,『미친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어린이가 작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뜻을 이해하기 전에 어두운 분위기에 억눌려 다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건 아

닐까?’하고 우려했다. 흔히 어린이가 대상인 그림책이라는 점이 못내 불편했

다. 그러나 다시 이 책을 보았을 때 어린이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작은 단위,

‘학급’을떠올리고는납득했다. ‘아학급도다양한아이들로구성되어있지, 여

러감정이교차하고, ‘왕따’같은사건도있지’라고.

개발과 발전, 혹은‘대의(大義)’라는 미명하에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삶의 터

전을 빼앗기고,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 이 책의‘미친개’처럼. 약한 자를 측은

해 할 줄 알고, 나와 다른 사람을 보듬을 줄 알며, 함께 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걸알려주기에이책만큼전달력이있는책은드물것이다.

『미친개』박기범글김종숙그림, 샘터, 2008.

11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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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해학이담긴우리그림책

—새색시가방귀로큰일낸이야기

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평택분관)

중학생 시절에 학교 과제 가운데 한국자수를 놓아 두 폭짜리 작은 가리개를

만드는것이있었다. 짙은청색공단을사각수틀에끼워팽팽하게한뒤에형

형색색의고운비단실로한땀한땀수를놓는것이었다. 꼼꼼하게틈없이메

워나가는 바느질이 꽤 힘들었고 수를 다 놓은 후의 작업도 어려웠다. 김을 쐬

고 가리개로 완성하기까지 어머니가 도와주셔서야 간신히 마무리를 할 수 있었

다. 과정이 어려워 그 후에 다시 시도하진 못했지만 고운 자수의 색과 입체감

이 서양자수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그런 한국적인 색채감은 고궁, 고찰이나 박물관의 민화 등에서나 간혹 대하게

된다.

그래서 신세정 작가의 그림책『방귀쟁이 며느리』를 발견하고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참 반가웠다. 자수처럼 곱고 화려한 꽃 속에서 알듯 모를 듯한 미소

를 머금고 솟아오른 선녀처럼 고운 여인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고

운 그림과는 대비되는 제목, 『방귀쟁이 며느리』라니 슬며시 웃음이 나며 이야

기가궁금해진다.

옛날식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지는 표지를 넘겨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 보니 보는 재미 외에 또 다른 재미가 더해진다. 바로 구수한 이야기체로 전

개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우리 문학을 집대성한『한국

구비문학대계』에 1985년 전라북도 정읍시의 한광주 씨가 구술한 것을 바탕으

로 이야기를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정다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해학적인 옛 시절의 감성이 전해지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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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아이들은 서양의 색채 아니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한 일본풍에

익숙해 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볼 만한 좋은 그림책들이 다량으로 출판되고

는 있지만, 한국적인 그림책은 귀하고 민화적인 그림과 색채는 이제 낯설어할

만큼 생소하기까지 하다. 우리 조상들이 애환을 지혜와 해학으로 극복하고 승

화시켜낸, 삶이녹아있는그림책을좀더많이, 자주아이들에게보여줘야한

다. 특히 옛이야기는 서민들을 중심으로 구전되던 것이 많으니 서민의 풍속을

담아낸민화풍의그림책에그정서를담아내면더욱좋으리라.

책 제목을 보고 이미 내용을 짐작하기에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있다면

꼭 그림과 입말을 새기며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숨

어 있듯 절묘하게 사연이 담겨 있는 그림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

리고 아이와 함께 환한 웃음으로 몇 번씩 되새김하는 이야기와 그림책이 될 것

이다.

『방귀쟁이며느리』신세정글·그림, 사계절, 2008

11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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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고민을해결해드립니다

임미선(시흥대야도서관)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 같이 모여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손자 아이

가 밥상 아래로 다리 떠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손자에게

하시는 한 마디, “얘야 밥 먹을 때 다리 떨면 복이 달아난단다.”이 말은 TV

속 옛날 프로그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도 어른들께 심심치 않

게듣게되는말이지만, 고리타분하다고치부해버리고만다.

‘복 나가지 않게 조심해라’등 이 같은 말은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

라 웃어른께 많이 듣던 말이다. 의미 없이 하는 행동들에 어른들은 항상 복 달

아나지 않게 조심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그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는 복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복이 하도 없어서 복을 직접 타러

간총각이있다고하는데과연무슨일이있었는지한번보도록하자.

이 책은 시공사의『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시리즈』중의 하나로 일러스트레

이터 최민오의 독특한 그림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진하고 원색적인 색채와 함

께 어우러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표정이 살아있어 TV 속 사극을 보고 있

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주인공이 움직이면서 보여주는 배경 환경 묘사도 인

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까지도 표현해주는 듯 섬세함이 돋보여, 거친 듯하면서

부드럽고어두운듯하면서밝은느낌을전해주는맛이있다.

여기 있는 총각은 부지런하지만, 현실의 불행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

람이다. 하지만, 근본 심성은 하늘이 내린 착한 마음씨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조차 총각의 처지를 안쓰럽게 생각하여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좋은

정보도알려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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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은 주위 사람들의 정보를 듣고 복을 얻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

보다 더 어렵다면 어려운 험난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여행의 끝에서 문제

해결방법을 얻을 만한 현명한 절대자를 만나지만, 자신이 원하던 것을 단번에

얻지는 못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출발한 여행의 끝에서 그 당시 아무것

도 얻은 게 없다는 사실에 절망스럽지만, 주인공은 그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

거나불행해하지않는다.

총각이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과정을 보면 그 사람들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에게 선뜻 먹을 것과 밤을 피할 수 있는 잠자

리를 제공해준다. 도움을 준 집주인들은 자신이 지금 당장 풀어야 할 고민의

해결을 위해 절대자에게 대신 물어봐 달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제공한 선행에

따른 보답의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해결법의 조언을

부탁하는모습이다.

나중에 절대자인 부처님을 만나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마음에 새기고 물어봐 주는 모습에서, 화가

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조차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복을받게되는것이아닐까생각한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에 한숨만 늘어놓는 사람과 좌절 대신 적극적으로 움직이

는 사람의 결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적극적 의지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

해서 꼭 필요하다. 주인공이 복을 얻기 위해서 멀고 먼 길을 떠나는 일을 주저

없이 결정했던 것처럼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실천

만이해결책이라는사실을기억해야할것이다.

12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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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단과 실천으로 행동한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모든 방향으로 흘러가

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 주인공도 막상 해결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을 뿐더러 지금 왔던 길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

인데도불구하고, 그 사실을인정하고순응하는모습을보인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눈에 보이는 멋진 결과물만이 값진 것이 아니라, 자

신이 그동안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모든 일을 통해 한결 성

숙해진다는 것도 또 다른 면에서 복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

한 경우에도 절망과 후회가 아니라 다시 또 시작할 수 있는 도전과 희망만이

바로복을타는법이다.

『복타러간총각』최민오그림·김세실글, 시공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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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없는사람과복많은사람은한끗차이

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

지지리도 복이 없는 석순이라는 총각은 부처님을 만나 복을 타려고 서천서역

국으로 가게 된다. 서천서역국으로 가는 도중 석순은 밤이 깊어 외딴집에서 홀

로 사는 처녀를 만나게 된다. 이 처녀는 석순이 부처님에게 복을 타러 간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어떤 사내와 결혼을 해야 하는지를 부처님께 물어보고 오라

고 부탁한다. 다시 길을 가는 중 석순은 두 번째로 머리가 하얀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은 집에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어떻게 하면 잘 자라게 할 수 있느

냐고 부처님에 물어봐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큰 강을 만나 석

순은 건널 수 없어 꺼이꺼이 울게 되는데 갑자기 이무기를 만나게 된다. 이무

기는 강을 건너게 해 준다면서 부처님께 어떻게 하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지

방법을물어봐달라고부탁한다.

석순은 어렵게 서천서역국에 도착하게 되고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석순은

부처님에게 복을 달라고 하자 부처님은 이미 복을 다 줬다고 하며 석순이 오는

길에 받았던 부탁에 대한 답을 준다. 석순은 기뻐하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부

처님이 답을 주신대로 실행했더니 처음 만났던 처녀와 결혼하여 나무 밑에 숨

겨진 금덩어리와 이무기의 여의주로 부자가 되어 가지가지 복도 많은 사람이

된다.

이 책은‘복이란 다른 사람과의 나눔을 통해 이뤄간다’라고 해설부분에 쓰고

있다. 내용을 읽고 해설부분을 읽었을 때는 공감이 생기고 매우 교훈적이나,

책의 내용부분만 아이들이 읽을 때는 석순이 세 가지 부탁에 대한 답을 주면서

우연히 부자가 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나

눔을 통해 복을 만들어 가는 좋은 내용의 책이나 해설자 없이 아이들이 스스로

12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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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다 이해하기에는약간무리가있을것같다.

지지리도 복이 없는 사람과 가지가지 복이 많은 사람은 한 끗 차이가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행복감을 느낀다면 삶은 즐거워지고 즐거움 속

에서 복은 스스로 올 것이지만, 풍족함 속에서도 자신의 것만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못한다면다음에기다리고있는것은불행이아닐까?

아이들 책이 그림책이라는 타이틀 속에 그림과 글로 짧게 표현되는 책이지만

아이들이 혼자 읽기보다 어른이 같이 읽고 그 속의 교훈들을 찾아내어 준다면

얻을수있는것은배가될것같다.

『복타러간총각』최민오그림·김세실글, 시공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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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갱슬갱, 우리복타러가요~

김미선(동두천꿈나무정보도서관)

“없다, 없다, 지지리복도없다. 아무리복없어도이리도없을꼬”.

한눈에 봐도 지지리도 복이 없는 댕기머리 총각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

총각은 아무리 왼종일 열심히 일해도 하루 한 끼 먹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

는데 그 모습은 옆집 사는 아저씨도 할머니도 모두 인정하는 모습이다. 뒤로

넘어져도 지끈 코가 깨지고, 수박을 먹다가도 우두둑 이가 부러지고, 마른하늘

에도번쩍벼락을맞는자타가공인하는지지리도복없는총각이다.

여기서 이상한 것은 왜 유독 이 총각만 복이 없을까이다. 분명 하늘은 스스

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고, 땀 흘려 수고한 대가가 있기 마련인데도 말이다.

이 총각 자신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며 독자들도 분명 궁금해 할 이야기이다.

보다 못한 주막집 아낙이“석순 총각, 그러지 말고 서천서역국으로 가봐”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부분에서 결코 우리의 열심히 사는 노력

이 허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마을 사람 모두가 석순 총각의 노력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서

천서역국은 실제 부처님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이상을 가리킨다

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희망이란, 그리고 누군가 우리를 심판해줄 대상이 있

다는 미지의 세계이자, 우리 삶의 근거와 나침반이 되는 곳이 바로 서천서역국

이라고할수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석순 총각의 성격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부

지런히 서천서역국을 향하여 간다. 유혹이 되는 길도 있으련만 석순의 부지런

함과 끈기는 가는 길에도 넘어지지 않는 순전함이 엿보인다. 아리따운 아가씨

가 사는 외딴집에서조차도 처녀의 배필을 향한 간절함만을 담고 떠난다. 그리

고 볼품없는 할머니의 청에도 여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청을 들어주고,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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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앞에서도 그 석순의 순수한 마음으로 이무기의 소원을 담아 떠나는 성

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인의 상황이 힘들고 어려울 때 보통 사람들은 마

음이 각박해져서“너희 따위의 소원이 무엇이냐, 내가 놀러가는 줄 아니? 지

지리도 봇이 없어 가고 있는데, 내가 너희 청을 들어줄 여력이 없어. 난 못

해”하고 변할 수 있는데, 모두의 청에 석순은“그러마, 그러마”하며 지고지

순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청을 들어주는데, 이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부처님이“너는 이미 복을 탔으니 돌아가거라”하고 한마디를 던질 수 있었

던 것도 이 순수한 청년의 착한 마음에 감동을 하였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더

욱 놀라운 것은 석순의 태도이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고, 그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자신의 어려운 고생길을 받아들

이는모습을보면서이청년의순수함을다시한번느낄수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처녀와 노인과

이무기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고 부처님께 그들의 문제를 물어보는 배려가 참으

로감동적이다. 지금세상은참으로이기적이라할수있다. 내 것이안된다면

절대 건들지 않으려 하고, 내일이 아니라면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 세상 속

에서, 석순의 태도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돌아봐야 할 것 같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결과는 뻔하다. 그렇게 착한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

음을 가진 석순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고 할

수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세상의 이치가 통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설령 석순이 그 모든 일을 대가를 바라고 했다면 과연 그 복이 석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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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돌아갈 수 있었을까를 헤아려 볼 만하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이 세상에

서 비록 지금 가난하고 복이 없다고 노래 부르며 살고 있다고 해도, 세상에서

꼭 지켜야 하는 진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어떤일이든성실하게임하는석순의태도이다.

복이란 무엇일까? 이 세상의 복은 분명히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베풂과 나눔, 그리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루하루 감당해

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이미 복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복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 “많다, 많다, 가지가지 복도 많다, 저리도 복 많으니 이리도 살지.”이

마지막 대사로, 나와 우리 어린이가 함께 이 복을 누려보고 싶은 간절함 속에

서책을덮는다.

『복타러간총각』최민오그림·김세실글, 시공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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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세파속에서도지켜주는우리엄마

김효준(안양석수도서관)

산불이 일어납니다. 산에는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고 봄이 한창인데 산불

이 난 것입니다. 그리고 산불은 이리저리 번져나갔습니다. 다람쥐도, 산토끼

도, 멧돼지도 멀리 달아났습니다. 엄마 까투리도 불길을 피해 본능적으로 허둥

지둥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새끼들을 두고 혼자 도망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래서 다시 시뻘건 불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러나 새끼들을 모두 데리고 도망치

는건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갓 태어난꿩병아리아홉마리를자신의두날

개안에꼬옥보듬어안습니다. 사나운불길이엄마까투리를휩쌌습니다.

그래도 엄마 까투리를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품속에 있던 새끼들은 뜨

겁지 않았습니다.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불길이 엄마 몸에 붙어 머리와 등과

날개가 한꺼번에 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엄마 까투리는 꼼짝 않았습니다. 그

리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결국, 새끼들을 돌보던 엄마 까투리는 혼자서는 몸을

피하지못하고새끼들을지키고자품에안고재가됩니다.

사흘이 지난 후 나무꾼 박 서방 아저씨가 불에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타 죽은 엄마 품속에서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살아

난 새끼들을 봅니다. 새끼들은 엄마가 죽은 줄도 모르고 곁을 떠나지 않고 주

위에서 모이를 쪼아 먹고는 다시 엄마 날개 밑으로 들어가고, 타다만 엄마의

뼈가 부서져 버려도 엄마의 냄새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함께 모여 서로 보듬고

잠이 듭니다. 그렇게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새끼들

을지켜주고있었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산불 속에서도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엄마 까투리를

통해 깊고 넓은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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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많은 책이 있지만, 『엄마 까투리』는 아이들이 그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한 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 죽음으로 엄마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다소

무거운 듯한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으로 표현한 희생이기에

더욱더절실하게엄마의사랑을느낄수있습니다.

우리 엄마의 사랑을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집을 나설 때면 엄마는 딸의 모

습이안보일때까지계속서계십니다. 다 자란딸이지만그래도가는길을봐

주십니다. 저 또한나중에제아이에게그런사랑을그대로전해주겠지요.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마지막 유작이라 합니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읽는

이들에게 애착을 갖게 합니다. 작은 동물에게도 있는 모성애라는 것은 정말 위

대한것이구나하는생각을다시해봅니다.

『엄마 까투리』의 그림은 김세현 선생님이 그렸습니다. 산불이 일어난 광경은

자세한 묘사가 아닌 느낌을 표현하였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이난 산 속에

대한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엄마 까투리는 죽었지만 그래도 곁을 떠나지 않

는 새끼들의 모습과 엄마의 영혼이 함께 존재하는 듯한 장면은 마지막까지 엄

마의사랑을느끼게해줍니다.

『엄마까투리』권정생글·김세현그림, 낮은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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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살다가신어머니

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권정생 선생은 두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 가난, 전쟁, 분단이라는 민족의 현

실을 온몸으로 겪어 온 사람으로 평생 결핵에 시달리며 살았다. 결핵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온 여러 아이가 하나 둘 죽어 갔지만, 어린 권정생은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권정생 선생은‘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살다 가신’어머니를 여러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엄마 까투리』는‘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한

작품이다.

『엄마 까투리』는 어느 봄날, 산불이 나서 연두색 나뭇잎과 꽃들이 불길에 휩

싸였고, 모든 동물이 먼 곳으로 달아났지만, 아홉 마리의 갓 태어난 꿩 병아리

를 두 날개 안에 보듬어 안아 살려내고 새까맣게 타 죽은 엄마 까투리 이야기

이다.

주황색과 검은색 2가지 색으로만 나타낸 첫 장의 산불은 아름답게 느껴지기

도 하지만, 다음 장 페이지 전체에 그려진 산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길길

이날뛰고그속에서동물들은갈팡질팡다급함이느껴진다.

그런데그속에‘성냥개비같은작은발로…’작가의느낌을잘나타낸꿩병

아리들을 데리고 있는 엄마 까투리가 허둥지둥 쫓겨 다니고 있다. 갑자기 불길

이 덮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날아올랐다가 새끼들 생각에 되돌아온 엄마 까

투리와 흩어졌던 새끼들의 눈망울들, 그리고 또 다시 덮친 불길에 다시 날아오

르는 그림은 모성애와 날아가면 살 수 있다는 갈등이 오래도록 가슴 아프게 기

억되는그림이다.

덮친 불길에 몇 번인가 날아오르지만, 새끼들을 두고는 혼자 달아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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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할 수 없이 날개 밑에 새끼들이 뜨겁지 않도록 꼭꼭 품에 안고 불에 타버리

는 엄마의 사랑이 아름답고 예쁜 색깔로 그려져 있다. 산불이 꺼지고 살아난

꿩 병아리들의 보금자리가 된 불에 탄 엄마 까투리의 모습은 정말 예쁜 색이

다.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되어 엄마 까투리의 몸은 점점 부서지고 그 속에

커다랗게 자란 꿩 병아리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보듬고 잠이 든다. 그들은 꿈

속에서 엄마와 만나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마음이 마지막 장에 엄마 까투리와

함께있는꿩병아리들의즐거운모습이그려져있다.

생존의 본능보다 모성을 앞세우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쓰렸지만, 그 사랑으로

살아가는세상을다시한번생각하게한다.

『엄마 까투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머니의 희생을 경험한 어른들

이함께읽어도좋은그림책이라는생각이든다.

『엄마까투리』권정생글·김세현그림, 낮은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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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고싶지않은불편한진실, 지구온난화

신정아(경기도사이버도서관)

차가운 파란색의 아이가 창문 넘어 나를 보는 듯한 책 표지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왜일까? 왜소해 보이는 그 아이는 뭔가를 바라지만 그

렇다고 절규하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안의 작

은 아이도 나를 이렇게 보고 있을 것만 같다. 『얼음소년』은 우리 미래에 대한

조용한경고메시지와함께회복에대한염원을담은환경동화이다.

겨울이없어지고있다

사계절이 나름 뚜렷했던 우리나라가 몇 년 후가 되면 완연한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 수 있다고 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올여름도 잦은 장마 탓에

예전과는 달리 그리 무덥지 않은 여름을 지내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는다른환경적변화를무의식중에받아들이고있다.

얼음소년은 개발위주의 환경변화 속에서 겨울에 더는 눈사람 속에서 살기가

마땅치 않아 가방을 싸서 자기가 머물 곳을 찾아 헤매고 다닌다. 찾아가는 과

정 속에서 보여 주는 빨간색 고층 건물들에는 냉·온풍기의 실외기가 가득 설

치되어 있고, 길에는 많은 차량이 가득 차 있어, 작고 파란 얼음소년을 대비적

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사람들은 아무도 얼음소년

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눈이 와야 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릴 뿐이다. 사람들

은그저자연의변화에무덤덤할뿐이다.

겨울과함께하는추억이사라지다

얼음소년이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는 눈사람을 만든 아이가 준 모자, 장갑,

목도리가 있다. 가방 안에 든 물건은 겨울에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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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아이가 눈사람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아마 겨울이 사라지게 되면 추

억의 물건이 될 것이다. 우리 후대에는 눈과 함께 할 수 있는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 등의 즐거운 추억들이 사라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은 레이먼드 브릭스의『눈사람 아저씨』와 같은 이야기들은 상상도 할 수

없게될것이다.

북극의백곰도사라져간다

얼음소년은 북극을 자기가 머물 곳으로 생각했지만, 북극으로 떠나는 마지막

비행기도 놓치고 만다. 환경의 완충지였던 북극도 이젠 북극도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멀리있어우리와는큰관련이없었던북극도결국은자연생태계의일부

로서 한국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이다. 북극의 빙하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속 녹고 있고 북극곰의 개체 수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북극곰이나 물개들도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 될지도 모른다. 인

간의자연을배려하지않는개발이기심은자연환경을변화시킬뿐아니라생태

계의질서를흔들고있다.

이 동화에서는 환경의 변화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겨울

에는 겨울답게 지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연파괴정책에 반대하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먼저, 우리 가슴에 말끄러미 쳐다보는 얼음소년을 담아두는 것

은어떨까?

『얼음소년』조원희글·그림, 느림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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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겨울, 이대로괜찮은가요?

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오래간만에 옷장 정리를 했다. 언제부턴가 옷장 속에서 떡 하니 큰 부피만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골칫덩어리 오리털파카.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엔 이만큼

든든한 겨울옷도 없었건만, 요즘 겨울은 파카를 꺼내 입을 만큼 그리 춥지가

않다. 몇 년째 입을 일이 없기에 옷 정리를 하며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몇

번을 만지작거리다 이번에도 그냥 두어보기로 했다. 혹시 이번 겨울은 다시 추

워져오리털파카를입어야할지도모르니까…….

이런 나의 따뜻해진 겨울을 안타깝게 여기는, 환경문제를 다룬 한 권의 그림

책이 여기 있다. 『얼음소년』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추위가 사라져버린 겨울날

얼음소년이 추운 북극을 찾아 도시를 떠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표

지부터 결코 심상치 않은 근심이 가득 찬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얼음소년의 슬픈 눈망울이 눈길을 끈다. 이 얼음소년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것일까?

얼음 소년이 눈사람 집에서 가방을 챙겨 떠난다. 한겨울인데도 눈이 녹아내

려서 더는 도시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스한 날씨 덕분에 사람들은 멈추

었던 공사를 다시 시작하고, 하늘에서는 눈 대신 비가 내린다. 얼음소년은 이

제어디로가야할까?

비를 피해 거리를 떠돌던 얼음소년은 쇼윈도 너머로 얼음이 가득한 곳을 발

견한다. ‘얼음으로 가득한 저곳은 어디일까?’얼음소년은 서둘러 북극행 비행

기를 타러 달려가지만, 비행기에서 내뿜는 열기 때문에 녹아버린다. 점점 의식

을잃어가는얼음소년의눈앞에아름다운북극이꿈처럼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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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행기에서 뿜는 매연과 푸른 얼음소년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듯이, 이

책은 푸른색과 붉은색 두 가지의 대조되는 색감을 통해 온난화가 심해진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준다. 한겨울인데도 얼음소년이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였던 우리 도시의 모습들을 붉게 표현하여 글이 아닌

그림으로써 우리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 내지 경고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가방 속 짐을 푸는 뒤표지 속의 얼음소년은 뒷모습이지만 몹시 행복하고 설

레 보인다. 다시는 가출도 하지 말고 북극에서 감기 걸리지 않게 털모자와 목

도리를두른채오래오래행복하게잘지냈으면좋겠다.

서서히 녹아 없어지는 얼음소년은 푸르른 북극을 꿈꾸지만, 우리는 이미 북

극의얼음이녹고있다는것을안다. 아마도몇년안에얼음이없는북극이될

지 모른다는 엄청난 소식을 들었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크게 걱정도, 신경 쓰

지도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이처럼 우리 터전의 환경오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우리 역시 얼음소년처럼 가방을 싸서 살

아야할곳을찾아다니게될날이곧다가오지않을까?

『얼음소년』조원희글·그림, 느림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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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흘리는얼음

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눈물 흘리며 우는 얼굴처럼 생긴 만년설 사진을 보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노르웨이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는 일곱 번째로 큰‘아우스트포나’만년설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엄청나게 큰 얼음이 바다로 떨어

지면서 울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 사진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사진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은 채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얼음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흰색의 북극곰과 무언가를 보고 있는 푸른색의 얼음소년이 그려진 첫 표지

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소년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눈사

람을 만드는 소년이 그려진 면지를 지나, 제목과 함께 작고 검은 공간에서 급

하게 밖으로 나오는 얼음소년이 보인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어디에 가는

걸까?

한겨울에얼음소년이집을떠나요

한겨울임에도눈사람이녹고있다. 얼음소년은녹지않기위해길을떠난다.

첫 장에 붉은색 배경의 무너진 담장 너머로 공사를 하는 포크레인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공장의 붉은색 연기, 거대한 중장비 기계를 동원한 공사현장, 도

시 아파트 창문마다 자리를 차지한 냉난방 기기,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조그만얼음소년에게크고붉은배경은매우위협적으로보인다.

선명한 붉은색으로 만들어진 배경과 달리 푸른색의 얼음소년은 수채화로 표

현하여 물감이 번져 색이 명확하지 않아 이질감을 나타낸다. 여행 가방을 가지

고 뒤를 돌아보는 얼음소년의 얼굴에 푸른색 물감이 창백해 보인다. 이곳으로

다시돌아올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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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난 얼음소년은 녹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지만, 사람들은

공사를시작하고자동차는어디론가달려가고눈대신비가내릴뿐이다.

이제어디로가야하지?

지친 얼음소년이 쪼그리고 앉아 고민한다. 그리고 하얀 북극곰을 통해 TV에

서 얼음으로 가득한 북극을 발견한다. 그다음 장의 북극곰을 바라보는 얼음소

년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답다. 직선으로 된 붉은색의 상품진열장은 흰

색으로 이루어진 북극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푸른색 얼음소년 사이를 막는

감옥의 창살 같다. 다음 장은 붉은 진열장 없이 천국을 발견한 얼음소년의 모

습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흰색과 푸른색으로만 이루어진 이 장면은 북극의 평

화로움과얼음소년이북극을동경하는마음이잘표현되어있다.

몸이녹기전에어서가야해요

북극으로 가기 위해 붉은 세상 속으로 돌아온 얼음소년은 발걸음을 서두르지

만 비행기를 놓치고, 비행기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로 인해 몸이 녹기 시작한

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찾았지만, 떠나가는 비행기를 보며 쓰러져 녹아

가는얼음소년.

마지막비행기도놓친걸까요?

그는이대로녹고마는것일까? 이것이마지막기회일까?

녹아버린 얼음소년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북극의 얼음도 녹고 있다. 이는 해

수면 상승을 가져와 저지대에 있는 나라들을 지도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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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마다늘어나는태풍, 쓰나미, 허리케인등각종자연재해가더욱큰규모

로발생하게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룬 이 책은 단순한 그림과 색을 사용하여 글이 없이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

니라, 원인과 현상 그 해결방안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강렬하게 그 주제를 전하

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많은 공사를 하고 냉난방기기와 자동

차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겨울에도 비가 내리게 하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여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예고한다. 마지

막기회를잡을것인가? 얼음소년처럼녹아버리고말것인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장의 그림이 한 면으로 이어지는데, 실제본

과 무선제본(일명 떡제본)을 함께 사용하여 그림 일부가 접혀 그림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다. 제본방식에 따라 접히는 부분과 보이는 부분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부분에도좀더신경을썼더라면하는생각이든다.

『얼음소년』조원희글·그림, 느림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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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아이는때려줘야해?

이한숙(군포중앙도서관)

내아이가도무지말을듣지않고제멋대로굴때는어떻게해야될까?

못되게 구는 아이에게는 매가 최고일까? 그저 차분히 있지 못하고 사고만 치

는 사내 녀석을 다루는 방법은‘이것저것 고민할 것도 없이 매가 최고’라고 말

하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대로 얌전하고 착한 아이로

만들어야 교육 잘 시켰다고 안심하며 아이들을 길들여가는 어른들은 이 책을

읽어야한다.

에드와르도는 사고뭉치 사내 녀석 중 하나다. 화분을 발로 차고, 시끄럽게

떠들고어린아이들을못살게굴고, 동물을괴롭히고, 방 정리도못하고잘씻

지도 않는……. 이를 본 어른들은 사고뭉치 에드와르도를 더 많이 야단치고 도

저히 가망이 없는 최악의 아이라고 단정 지어버린다. 그럴수록 에드와르도의

고약한행실은더욱심해진다.

그러다가 화분을 발로 찬 것에 대해 착해 보이는 아저씨가“에드와르도야,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구나. 정말 예쁘다. 다른 식물들도 심어보렴”하고 던진

말에 에드와르도는 기쁘게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에드와르도는 점점 식물을

기르는 솜씨가 늘어 이를 본 사람들이 서로 자기들 정원을 손봐달라고 부탁한

다. 그리고 우연히 창밖으로 던져버린 물건들이 때마침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

눠줄물건을싣는차위로떨어져, 물건을나눠줘고맙다는말을듣게되고, 전

과는 다르게 판단해주고 칭찬해주는 어른들로 인해 칭찬받는 아이로 바뀌어 간

다. 에드와르도가 바뀌어 간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른들의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에드와르도는여전히에드와르도일뿐이다.

이렇게 어수선하고 사납고 지저분하고 방도 어지럽히고, 눈치 없이 굴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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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럽게 떠들고, 못되게 굴고, 버릇없게 구는 에드와르도는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사내아이다. 이런 보통 사내아이를 칭찬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면 사랑받

는 아이로 바뀐다는 내용이다. 있는 그대로의 에드와르도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도 될 수

있는우리모두의아이이다.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을 것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친근하고 가

깝게 느껴지는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작가는 존 버닝햄이다.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엔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

져 있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는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완강히 자신을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림책

을 통해 어른들의 잣대가 얼마나 황당하며 또한 아이에게는 얼마나 억울한 것

인지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책에서는 아이와 어른의 세계 사이에 생긴 어

마어마한거리감이확연하게드러난다.

『지각대장 존』에서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 가는 일에 많은 일이

생겨 지각하게 되지만, 선생님은 존의 말을 절대 믿어주지 않고 반성문만 잔뜩

쓰는 벌을 준다. 존은 존대로 선생님이 야속할 것이고,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거짓말이나 일삼는 고약한 문제아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

는거리감은점점더커지고있다.

이렇듯 어른과 아이의 서로 다른 심리를 그려낸 존 버닝햄은 영국에서 그 해

의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상인‘케이트 그린 어웨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세계적으로유명한일러스트레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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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어른은 고정된 관념과 사고로 아이들을 순수하

게 대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고, 아이는 그동안 오해받았던 아이들만

의 상상의 세계가 고스란히 인정되고 있음에 안도감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리

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어른이 먼저 고정관념으로 바라본 시선이 아이들의 상

상력과순수한마음에상처를입히고있음을깨닫게한다.

『에드와르도: 세상에서가장못된아이』존버닝햄지음·조세현옮김, 비룡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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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소중하니까요!

이수경(평택지산초록도서관)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기억하는가? 자신들이 일류임을 알

리는 기업 이미지 광고지만 보는 나로서는 무척 불편했다. ‘세상사람 모두 일

등할리없고, 순위를가릴수없는일도있고, 협력할때좋은결과물이나올

때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었다. 2등도 기억하지 않는 세상에 꼴찌 이야

기를들려주는그림책이있다.

표지 한 면 가득『용구 삼촌』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그렇게 서 있다. 삼

촌 이야기가 듣고 싶어 책을 펼치니, 겹겹이 산에 둘러싸인 마을이 나온다. 다

섯 살배기 지능에 벙어리, 귀머거리 용구 삼촌이 그 마을에 산다. 어느 날 소

먹이러간삼촌이돌아오지않는다. 마을사람들과함께찾아나선밤, 용구삼

촌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걱정과 불안은 모른 채 회색 토끼와 다복솔 나무

밑에잠들어있다.

투박하고 거친 선으로 그려 낸 바보 삼촌의 모습은 단정치 못한 옷매무새에

도 보는 이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림책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여러 각도의 장면을 선보여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용구 삼촌을

찾아 가족들이 좁다란 못 둑길로 나선 장면은 삼촌을 걱정하는 가족의 불안한

심경을 드러낸다. 마지막 장면, 잠든 삼촌의 얼굴은 투박하고 거친 선임에도

평화로워보인다.

책을 덮고 나서『용구삼촌』은더 많은이야기를해준다. 한평생 작은것, 보

잘것없는 것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지은이는『용구 삼촌』을 통

해세상그어떤존재도허투루다룰것은없다는말을하고싶은듯하다.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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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 먹이러 다니는지 소가 삼촌을 데리고 다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지만

삼촌은 가족 구성원이며 마을의 일원이다. 『강아지 똥』이 민들레꽃을 피워내기

에 귀중한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살아있는 것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생명

있는 존재’이므로 소중한 것이다. 함께 잠든 용구 삼촌과 회색 토끼는 자연과

하나된인간을상징한다하겠다. 『용구삼촌』의마을사람들은조금남다른모

습이어도 필요 없다 여기지 않고 넉넉히 품고 함께 살아간다. 사는 방식이나

모습이조금만달라도경계하고벽을쌓는현대인의삶과는다르다.

『용구 삼촌』이 약한 존재들의 상징으로 보이는 것은 작가의 삶과 닮아서이

다. 돌아가실 때까지 양철 지붕을 얹은 여덟 평짜리 작은 집에서‘따뜻하고 조

용하고그리고마음대로외로울수있고아플수있고생각에젖을수있어’참

좋다여기며사셨다.

돌아보면 우리 삶에『용구 삼촌』같은 이들이 있다.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거

나 목의 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낭

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더불어

사는방법을찾는일이다. 『내 동생아영이』, 『내게는소리를듣지못하는여동

생이 있습니다』같은 작품들이 장애인인 가족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

준다면, 『용구 삼촌』은 남다른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가 문제임을 은

연중에 드러낸다. 세상 무언가의 쓸모를 견주는 그 마음이 물질적 풍요에 반비

례하여불안한현실을만들어낸다고하겠다.

『용구삼촌』의세상에는다리가세개인강아지『비나리달이네집』이있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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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몸을 녹여 꽃을 피우는『강아지 똥』이 있다. 길을 잃은 삼촌을 찾아 집으

로 데려오는 건 우리 일이다. 아이에게, 어른에게 삼촌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한다. 어떤이야기는뜻을모으고, 새기고, 널리알려또다른이야기로태어나

야하기때문이다. 용구삼촌은그얘기가하고싶었으리라.

『용구삼촌』권정생글·허구그림, 산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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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구삼촌은보듬어주는가족이있어행복합니다

이혜준(안양석수도서관)

예전에 인터넷에서 장문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언청이 형을 둔 동생이 호소

한 글이었다. 동생은 언청이 형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도 마음껏 받지 못하고,

내심 형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했었다. 어른이 된

동생이 어릴 때 창피해서 형을 피하기도 하고,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지만 그

래도 마냥 착하게 그런 자신을 위해줬던 형을 위해 썼던 글을 보고 울었던 것

같다.

용구 삼촌에게서 언청이 형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렸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용구 삼촌도 장애가 있다. 서른이 넘도록 자신의

이름 하나 기억 못 할 정도로 지능이 낮다. 모든 일에 서툴고, 어린애 같은 용

구 삼촌이지만 그래도 누렁이에게 풀을 뜯기는 것은 할 줄 알아 매일 풀을 뜯

기러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용구 삼촌은 누렁이에게 풀을 뜯기러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다려도 용구 삼촌은 돌아오지 않고, 나중엔 누렁이 혼자

돌아온다. 걱정이 된 아빠는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온 산을 뒤진다. 점점 두

려움이 더해가고, 그러던 중 마을 사람들의 찾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와

주인공 내가 달려갔을 때 용구 삼촌은 회갈색 산토끼 한 마리를 가슴에 품고

산비탈에 누워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잠이 들어 있다. 삼촌을 찾은 주인공

은 안도감과 함께 까닭 모를 슬픔으로 흐느껴 울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갑

자기 없어진 삼촌을 찾아나서는 가운데 주인공의 가슴 졸였던 마음과 두려움에

휩싸인감정을언청이형을둔동생의마음과비교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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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지능이

낮지만, 풀을 뜯기러 가는 삼촌을 대견스러워하는 할머니나 돌아오지 않은 삼

촌을 마을 사람 모두 대동하고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리고 무엇보

다도 삼촌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문밖에서 동동거리며 걱정하면서, 바보 삼

촌은 그래도 우리 집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너무도 따뜻한 식구라고 말하는 주

인공의 모습에서 가족애를 엿볼 수 있다. 주인공 마음에 자리 잡힌 삼촌의 모

습은 자신과 누나를 위해 먹을 것을 양보하고 찌꺼기만 먹는 새처럼 깨끗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 따뜻하고 착한 마음씨인 삼촌이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더욱사랑받는존재가아닐까.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주인공처럼 내 가족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이는 상

황을 경험했을 것이고, 그런 공통적인 감정을 잘 표현해냈기 때문에 이 이야기

가쉽게와닿는다.

이 책에서 내용과 같이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그림이다. 그림책이기 때문에

그림 또한 중요한 볼거리로 제공되지만, 이 책에서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는 동시에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한

다. 전체적으로 유화로 그려진 그림은 책에서 느껴지는 가족의 애틋함을 더해

주고, 못물에 비쳐 흘러가는 삼촌의 모습을 그려낸 그림은 용구 삼촌이 못물에

빠졌으면 어쩌지 걱정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해 준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삽화로 그려진 용구 삼촌의 모습이다. 겉표지의 용구 삼촌은 목이 늘어진

옷과 허옇고 엉성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려져 보는 사람도 측은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책의 그림은 사실과 똑같이 표현해낸 듯한 그런 잘 그려진 그림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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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마치어린아이가그린그림처럼느껴진다. 이런착각은책속주인공내

가직접그린그림이아닌가하는재미있는생각을하게되기도한다.

빠른 생활 패턴에 자신을 돌아보기도 어려운 요즘, 그리고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점점 가족과의 대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가족간의사랑을느낄수있게한다는점에서꼭읽어보라고권하고싶다.

『용구삼촌』권정생글·허구그림, 산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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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만들어주기보다

‘성공하는방법’을알려주는우렁각시

김현경(고양한뫼도서관)

『우렁각시』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은 전래동

화이다. 어렸을때부터많이접했던이야기라많은이들에게익숙할것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젊은이가 살았는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농

사일을 다녀오면 맛있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는 것이다. 다음날도 희한한 일이

계속되자 젊은이는 몰래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예쁜 우렁각시가 나타나서

집안일과 밥을 해놓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며칠 뒤에 젊은이는 우렁각시에

게 반해서 같이 살자고 하고 우여곡절 끝에 둘은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들 부부에게 시련이 닥치게 된다. 이웃의 못된 왕이 우렁각시를 걸고 내기를

하자고 한다. 내기에서 지고만 젊은이는 우렁각시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은못된왕을물리치고둘이행복하게산다는줄거리다.

생각해보면『콩쥐·팥쥐』, 『신데렐라』등도줄거리는비슷하다. 그리고그이

야기 속에는 비슷한 공식이 있다. 마음씨 착한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

를 도와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은혜를 갚아 주인공은 행복하게 잘살게 된다

는 것이다. 『콩쥐·팥쥐』와『신데렐라』에서는 각각 악한 사람인 계모와 딸들이

나오고, 황소, 개구리, 마법사등이등장하여그들을도와주고, 결국멋진왕자

를만나결혼하게된다. 일본만화『캔디』도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야기는 오늘날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익숙한 줄거리를 바탕으

로 착한 마음씨를 지닌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멋지고 부자인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산다는 결말로 끝난다.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식상해 하지만

한편으로는이드라마에열광하고빠져든다.

이런 동화책들은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기대심리를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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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할 수도 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고난이 있

을 때 스스로 헤쳐 나가려는 의지를 갖기보다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먼저 찾

는다면문제가될것이다.

하지만『우렁각시』의 줄거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렁각시가 젊은이를 돕는

과정이『콩쥐·팥쥐』, 『신데렐라』, 『캔디』등과는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젊은이를 무조건 다 도와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고난을 이겨낼 수 있

도록방향과방법을제시하고있을뿐이다.

이 부분을 예리하게 집어낸다면 이 책을 잘 읽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렁각

시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방향과 방법을 제시

해줄수있는사람이있다면, 사는데있어서큰행운이아닌가싶다. 더 나아

가, 멘토 같은 존재가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더욱 성공적일 것이다. 물론 좋은

멘토를찾는것은힘든일이고, 일생토록나타나지않을수도있다.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서 첼로로 유명한 천재 소녀 장한나가 나왔다. 많은 얘

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장한나가‘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적절

한 시기에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위치에 오른 것’이라고 한 장면이

다. 정말맘에와닿았다.

무릇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학원을 여러 개 보내고 과제를 일일이 검

사하며 도와주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또한 흥미를 느낄 수 있

도록안내하는안내자역할을부모가해야할것이다.

『우렁각시』김용철글·그림, 천둥거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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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저승사자에게잡혀갔다고?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

겉표지는 호랑이가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다. 호랑이가 왜 이렇게 겁을 먹었

을까?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왔던 무섭거나 혹은 용감한 호랑이는 어디로 가버

린 걸까? 표지를 들추면 손자가 할머니에게“할머니, 할머니. 옛날 얘기 하나

해줘”하며할머니를조른다. 시작부터가흥미진진하다.

쿵! 수수밭에떨어져죽은호랑이를“네가떡좋아하는호랑이맞으렷다?”하

며 저승사자가 데려간다. 저승사자에 간 호랑이는 거울 앞에 세워져 살았을 때

일을 다 비춰 보고 저울에 올라가 죗값을 단다. 거울로 비추어진 호랑이의 모

습과 저울에 올라간 호랑이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사람을 죽인 죄, 약속을 지

키지 않은 죄, 거짓말한 죄, 약자를 괴롭힌 죄, 남의 것을 빼앗은 죄로 가마솥

지옥, 얼음지옥, 칼산지옥, 독사지옥으로 떨어져 벌을 받게 된다. 지옥에 떨어

져어쩔줄모르는호랑이와갖가지지옥의모습, 무섭기도재밌기도하다.

대왕들은 잘못을 깨달은 호랑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해 다음 생에도

호랑이로 태어나게 한다. 다시 호랑이는 죽고, 저승사자가 달려와 호랑이를 끌

고 저승으로 간다. 이번에도 호랑이는 거울 앞에서 세워져 그동안의 행실을 비

춰보고 저울에 올라가 죄를 저울질 받는다. 그러나 이번 생애에는 남을 의심하

지 않는 순박한 마음과 어머니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효심을 지녀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태어나게된다.

이책은아이들이한번쯤은들어본『해와달이된오누이』, 『해님달님』, 『나

무꾼에게 형님 소리를 들은 호랑이』등과 같은 우리가 자라면서 할머니나 할아

버지에게들어봤음직한옛날이야기를떠올리게한다. 수수밭에떨어져죽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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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가 저승에 가게 되는 뒷이야기를 재미나고 창의적으로 그려냈다. 아이들에

게 지옥에 간 호랑이를 빗대어,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알려주고, 그런 일을 했을

때어떤벌을받게되는지생각하게한다. 그림책속에서는다양한지옥의모습

도 재미있게 보여주지만‘실제로 간다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울까, 그러니 착

하고좋은일을많이해야겠구나!’하는‘권선징악’의교훈을주고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어린이들에게‘저승’과‘이승’에 대해 알려준다는 것

이다. 아이들에게‘저승’이란 어렵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다. 호기심이 왕

성한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하는 질문을 해보았

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동안‘저승’을 어떻게 알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 책

을통해좀더가까워질수있을것이다. 또한, 이러한사상이우리나라전통적

인사상이며, 우리나라의전통적인신앙인‘불교’에대해서도알수있다. 육도

나 윤회 사상은 아이들에게 사실 좀 어렵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그림책을 통

해그림과이야기를보며쉽고자연스럽게다가갈수있도록하고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는 호랑이가 제법 많이 등장한다. 호랑이는 무섭고 나

쁜 이미지가 강한 편인데, 이 그림책을 계기로 호랑이가 좋은 이미지로 그려진

그림책이나 이야기가 있는지, 또 다른 책에서는 호랑이가 어떻게 묘사되어 있

는지 살펴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

“호랑이는 어떤 사람으로 태어났을까?”하며 여운을 줘서, 아이들이 창의적으

로생각하고이야기할수있도록구성되어있는점도재미있다.

『저승사자에게잡혀간호랑이』김미혜글·최미란그림, 사계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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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호랑이가그호랑이였다네

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언제나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재

미있는옛이야기. 어른이되고나서도두고두고생각나는즐거운추억입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로 시작되는『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

랑이』. 이 호랑이는어떻게되었을까요?

시작은 썩은 동아줄을 손에 쥐고 수수밭에 떨어져 있는 죽은 호랑이가 저승

사자에게 잡혀가는 것입니다. 저승대왕들 앞에서 이승에서 있었던 일들이 거울

에 비춰 지는데, 그건 바로 다름 아닌『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그 호랑이. 떡

을 빼앗아 먹고 엄마까지 잡아먹고 오누이마저 잡아먹으려 했던 그 호랑이였습

니다.

호랑이는 사람을 죽인 죄로 가마솥지옥, 약속을 지키지 않은 죄로 얼음지옥,

거짓말을 한 죄로 혓바닥이 쭈욱 뽑히고 커다란 황소가 혓바닥 위에서 쟁기질

하는 벌을 받고, 약한 자를 괴롭힌 죄로 칼산지옥에 내동댕이쳐지고, 남의 것

을 빼앗은 벌로 독사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죄를 뉘우친 호랑이에게 지옥대왕들

은다시한번호랑이로태어날수있도록해주었습니다.

‘나무꾼에게 형님 소리 들은 호랑이’로 다시 이승을 산 호랑이는, 저승 대왕

들에게 순박하고 효성 있게 살았다고 평가받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과연호랑이는어떤사람으로태어났을까요?

아이들에게‘…하지 마라’, ‘…해야 착하지’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이 그림책

을 한번 보여주십시오. 겉표지의 익살스러운 호랑이 표정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그리고 책속의 많은 지옥들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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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

승에대한생각, 불교의윤회사상과육도에대해서도쉽게알수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시왕경의 내용이 그려진 시왕도에 그래픽디자이너로 활

동하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합쳐진 독특한 그림으로 독자의 시선을 떼지 못

하게 만듭니다. 단청색을 사용해 섬세하게 그려진 저승의 세계는 강렬하면서도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이 그림책을 더 재미있게 만듭니다. 이 책

에는 특별한 유의사항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마지막 책장을 바로

덮지 마시고 간지(면지)를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이 책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있답니다.

『저승사자에게잡혀간호랑이』김미혜글·최미란그림, 사계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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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이무서워도망간그호랑이는

어떻게되었을까?

유현미(평택도서관)

첫 장을 펼치면 따스한 호롱불 아래 옛이야기를 주고받는 할머니와 손자의

익살스런 그림자가 펼쳐진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귀를 대어보

니, 바로바로저승사자에게잡혀간호랑이이야기렷다.

쿵! 집채만 한 호랑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들어“호랑이가 왜 여기 떨어져 죽었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바로 그때,

하늘 저 멀리서 달려온 저승사자, 호랑이의 넋을 끌고 사라지니, 이 호랑이가

바로 떡 좋아하던 그 호랑이. 어느 절의 불화에서 단체로 나오신 듯한 저승대

왕들이 쭉 둘러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업경을 통해 호랑이의 생애가 리바이벌

되니 그놈 호랑이, 살아생전 죄를 참 많이도 지었구나. “떡으로도 모자라 엄마

의팔다리를잘라먹고, 그러다가통째로잡아먹고, 이번에는오누이까지! ……

어허죄가끝이없네그려!”

이제 죗값을 받을 차례. 설설 끓는 가마솥에 삶기고, 얼음지옥, 독사굴에 떨

어지고, 그놈 혓바닥을 쭈욱 뽑아 황소가 쟁기질하는 것도 모자라, 칼산지옥에

홀라당 내동댕이쳐지는구나. 이쯤 되면 동생한테 사탕 뺏은 형들, 엄마한테 형

고자질한동생들머리꽤나쭈뼛거리겠다.

어쨌거나 저승대왕님들 마음도 넓으시지, 뉘우치는 호랑이 죄를 사해주고 다

음 생에 또다시 호랑이도 태어나게 해주셨구나. 다시 호랑이로 태어난 그 호랑

이 여러 해를 살다, 다시 생을 마감하고 저승사자를 따라나섰지. 많은 저승대

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울 앞에 다시 선 호랑이. 이 호랑이는 나무꾼한테 형

님 소리 듣던 바로 그 호랑이였어. ‘남을 의심하지 않는 순박한 마음과 어머니

를 위해 정성을 다한 값진 마음’덕분에 저승 대왕들에게 칭찬 듣고 다음 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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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또다시사람으로태어나게되었다지.

그 호랑이는 어떤 사람으로 태어났을까? 그 호랑이가 바로 호롱불 아래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손자라나? 그런데 말이야, 예전에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

그호랑이는어떻게되었을까궁금하지않아?

오싹오싹무섭지만재미있고진지한우리이야기

맹수로서의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지만, 우리 민화나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해학 넘치고 우스꽝스럽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한 존재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엄마 따라 찾아간 절에서 염라대왕 그림을 본 기억이 있거나, 할머

니로부터 호랑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우리 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우리 정서

가 듬뿍 담긴 그림책이다. 국적 없는 도서들이 난무하는 근래의 출판환경에서

우리문화, 우리조상들의생각을이렇듯잘담아낸점은이책의미덕이며, 불

교출판문화협회가선정한‘2008 올해의불서 10종’에선정되기도하였다. 게

다가어린시절누구나한번쯤해봄직한생각들, 죽음이후의세상, 즉 저승과

육도, 윤회 등 절대 가볍지 않은 철학적 주제를‘호랑이’라는 친숙한 캐릭터를

차용하여 맛깔스럽게 버무려 놓았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편의 전래

동화 속 단골손님, 호랑이를 등장시킴으로써,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듯 귀를 쫑긋하게 하는가 하면, 윤회와 권선징악에 대한 메시지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그전에 업경을 마주했

을 때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는 아이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적지 않은

무게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마솥지옥, 얼음지옥, 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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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혓바닥 쟁기질까지 도대체가 만만한 벌이 단 하나도 없다. 죄짓지 말고

살아야지……. 그리고문득떠오른생각, ‘설마, 내가사람으로다시태어난그

호랑이는 아니겠지?’어쨌거나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금 돌이켜 볼

일이다.

『저승사자에게잡혀간호랑이』김미혜글·최미란그림, 사계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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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땅속괴물아!

최문정(오산햇살마루도서관)

비 온 후 땅 위에 올라와 말라 죽어 있는 지렁이들을 볼 때마다 행여 밟기

라도 할까 움찔하던 기억들. 내게 지렁이는 그저 징그럽기 만한 생물이다.

『지렁이다』는 그런 내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귀여운 그림으로 구성된 그

림책이다.

햇살이 눈부신 날, 봄이와 아빠는 토마토를 심는다. 아빠는 농약을 듬뿍 주

고 봄이는 땅 위로 나온 지렁이가 징그럽다며 던져버린다. 던져진 지렁이 흙톨

이는 친구들의 걱정에 괜찮다며 애써 태연한 듯 말한다. 그런데 얼마 후 지렁

이 친구들은 하나둘씩 병이 나고 흙은 딱딱해지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봄이

아빠가 뿌린 농약과 화학비료 때문이었다. 흙톨이와 친구들은 결국 오동통촉촉

마을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신나게 놀며 행복하게 지낸다. 무더운 여름이 찾

아오고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봄이네 토마토 밭은 엉망이

됐지만, 옆 밭 주인 강이는 땅속 괴물이 지켜줘서 끄떡없다며 웃는다. 봄이가

궁금해 하던 땅속 괴물은 바로 지렁이. 자기네 밭에도 지렁이는 많다며 찾아보

지만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밭으로 가자고 지렁이에게 말하자 지렁이

들은 봄이에게 세 가지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농약과 화학 비료는 쓰지

말 것, 지렁이를 아끼고 사랑해 줄 것. 봄이는 화학 비료 대신 밥알과 과일 껍

질을 흙에 섞어주며 지렁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정말 크고 탐스러운 토마토

를얻게된다.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렁이의 소중함이 다시금 대

두되고 있기에‘어떻게 쓰여 졌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표지를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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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흙톨이가 자기소개를 한다. 처음부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좋았다. 딱딱하게 지렁이의 습성과 특징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지렁이 흙톨이

가 친구에게 말하듯 지렁이에 대해 쉽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연

필과 물감, 크레파스 등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에 진짜 흙 사진이 어우러진

그림도“예쁘다, 귀엽다”는표현이저절로나올만하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막연하게 느껴질 만한 환경에 대한 이

야기를 딱딱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지렁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나간다. 하찮은 존재로 여기기 쉬운 지렁이가 좋은 흙을 만들고 건강

한생활을하는데없어서는안될존재라는것을새삼깨닫게해주고있어, 아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무분별한 사용이 가져오는 결과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해야 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난 뒤

마지막 장에서 지렁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덧붙여져 책 속 이야기에서 다

알수없었던, 궁금했던점을아이들과나눌수있다는점도좋다.

“미안해. 내가잘못했어. 우리, 이제부터친구가되자.”

봄이가 지렁이들에게 말하는 이 부분에서 아이다운 순수함이 느껴진다. 어른

들의 마음으로는 쉽게 생각할 수도, 말하기도 어려운 것을 봄이는 쉽게 이야기

하고 잘못을 고친다. 마지막 장에서 봄이의 얼굴만큼 큰 토마토와 흐뭇한 표정

이더없이사랑스럽다.

시각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귀여운 그림과 쉬운 문체로 지렁이를 통해 아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환경의 중요성과 지렁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

각해볼수있게하는점까지모두아이들에게유익한책이다.

『지렁이다』차보금글·김영수그림, 사파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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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따뜻한‘꽃’이될때

여민혜(수원경기도사이버도서관)

표지의『쨍아』라는 제목 옆에는 잠자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쨍아는 잠자리를 일컫는 사투리라고 한다. 보편적이지 않은 사투

리를쓰니, 뭔가새로운느낌과함께호기심이발동한다. “뜰앞과꽃나무아래

쨍아가 죽어있다. 과꽃나무 밑의 쨍아가 애처롭게 날개를 늘어뜨리고 죽어있

다. 죽은 쨍아를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준다고 작은 개미가 상여를 들듯 쨍아의

몸을 들고, 뒤에선 왕개미는 상여소리를 내듯 딸-랑 딸랑. 그렇게 서서히 가을

볕아래쨍아의장례행렬이길게간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여운을 주듯, 서서히 이야기로 빠져들게 된다. 많은 글

로설명이되어있는것도아니고, 그림으로장면이꽉찬것도아닌데, 어느새

진지하게 읽어나가게 되는 힘이 있다. 그런데 책장을 다 넘기고 나니 왠지 모

르게 가슴이 먹먹해진다.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드립니다”라고

쓰인첫장의의미가이런것이었나. 죽음앞에서이렇게덤덤할수있을까. 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모든 생명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간다. 이 세상 생명

들은 모두 먹이사슬의 원칙에 따라 먹고 먹히는 순환 고리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죽음은 역시, 사라짐과 소멸이지 새로운 탄생의 밑거름이라

는생각은쉽사리들지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어려서인지죽음의의미를이해하기어려웠던그때나는돌

아가신 외할머니의 상여를 보았다. 더는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눈물도 나질 않고, 내일이라도 당장 외할머니가 껴안고 볼을 비벼주실 것

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 앞에

서 정신을 잃고 오열하는 엄마와 달리 나는 무덤덤했던 것 같다. 그건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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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순리로 이해하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죽음 자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 이

유였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아이들이 개미의 장례행렬로 승화된 죽음의 의미

를제대로이해할수있을지의문이들었다. 생(生)과 사(死)의 진정한의미를.

그런 생각들에 일침을 놓듯, (‘너무 슬퍼하지는 마라. 삶과 죽음은 하나가 아니냐’

라고 말하는 듯한) 잠자리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개미들의 장례로 승화시킨 작가

의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의도하지 않은 듯 의도된 것 같은 화

가의 표현이 세심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축 늘어져 과꽃나무 밑에 쓰러져

있는 잠자리는 어두운 색감으로 표현되어 죽은 잠자리를 보는 나로서는 우울

하기까지 했다. 그런 쨍아를 개미들이 장례를 치러준다고 주변으로 모여들어

쨍아의 몸이 분리되고 하나의 점으로 변해 개미들의 등에 얹어지면서(화가의 의

도적인 표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쨍아의 몸은 더는 어두운 색감이 아니다. 어두

운 잠자리 시체는 따뜻한 가을볕 아래 티 없이 맑고 밝은 색깔로 변해있다. 점

들의 집합인 쨍아의 몸은 개미의 장례행렬로 인해서인지 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잠자리 시체였다가 개미를 통해 꽃으로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장 해설에서 화가는 계절이 순환하듯 생명도 순환하여 죽으면

다른 생명의 옷으로 갈아입는다고 생각하였다는 정보를 전달한다. 덕분에 잠자

리 시체가 꽃으로 보이는 것은 죽음은 자연의 순리이지 공포가 아니라는 화가

자신의의도를섬세한찍기기법으로잘전달하였다는생각이든다.

어린 시절 길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흙과 장난치며 놀던 그 시

절에 이 책처럼 개미들의 장례행렬을 본 나는, 당시 개미가 징그럽고 무섭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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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했다. 자신의몸보다몇배, 몇십배더큰사체를여럿이서끌고가는모습

이 미워 일부러 개미를 방해하고는 했었다. 『쨍아』라는 책이 주는 진정한 의미

를 이해하고 나면, 죽음에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분해하여 어디론가 데려가는

개미가 밉기보다는 오히려 죽은 생명이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환생

을돕는기특한존재로보이지않을까.

1925년『어린이』11월호에발표된시였다는원문을살려그림책으로펴낸

발상도 참신하지만, 그 시절 어린이들과 이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이 이 책이

주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권정생 선생님의 유명한 어린이

도서, 『강아지똥』과달리희생으로그려지지않고도개미에게도움이되는‘쨍

아’의 죽음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진다. 다만, 분명한 건

무심코 읽으면 읽는 대로, 세심하게 살피면 살피는 대로, 어린이든 어른이든

다양한의미로다가올그림책임이틀림없다.

『쨍아』천정철시·이광익그림,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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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꿈꾼다. 아름다운환경에서

모두가함께살아가는세상을……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

아이들에게 환경을 보호하자고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수단을 이용하

면 효과적일까? 아이들의 관심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감을 얻어내

는 것은 어떨까? 이에 적합한 책이 있다. 미래환경그림책『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걸그랬어!』. 책표지의제목글자체부터눈길을끈다. 마치 아이들이쓴

글씨처럼, 뒤죽박죽크기와색깔도다를뿐더러고양이꼬리가달린‘루’, 고양

이 머리가달린‘에’라는글씨, 바다 색깔을닮은‘수’자는파도치는모양을형

상화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환경이야기를 한

번살펴보자.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섬 투발루의 자연환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야자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그네를 타며 하늘을 바라

보기도 하고, 공을 차며 논다. 주인공 로자는 자신이 사는 투발루 섬을 사랑하

는 만큼, 자신의 고양이 투발루를 아끼며 모든 것을 함께하고자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물을 싫어해서, 수영을 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투발루 섬의 수면은

점점 상승하고 이윽고 마을에 물이 차오른다. 로자의 부모님은 안전한 곳으로

살기위해섬을떠나기로결정한다.

로자는 짐을 챙기며 자신의 아름다운 고향을 가슴속에 간직하기 위해, 고양

이 투발루를 데리고 다니며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들을 되새기는데, 그곳을 떠

나기 직전에 고양이 투발루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빠의 손에 이끌려 수영을 하

지 못하는 투발루를 남겨두고, 비행기를 타고 마는 로자는 하늘로 오른 비행기

안의 창문으로 고양이 투발루를 보게 된다. 펑펑 우는 로자에게 아빠는 희망의

메시지를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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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환경을오염시키지않으면다시투발루에돌아올수있을거야.”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아이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곳. 그곳 투발루를

떠나는 아이의 슬픔과 애지중지하게 보살피는 고양이 투발루를 그곳에 남기고

떠나는 아이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한 그림이 이야기와 뛰어난 조화를 이루

고 있다. 특히 비행기 창문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로자의 안타까운 눈물장면

은잊을수없는명장면이다.

‘투발루에게수영을가르쳐줄걸그랬어!’라는로자의후회를제목으로더욱

더 강조한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환경의 재앙이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실감나

게 표현해주고 있다. 이야기와 더불어, 아이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해수면

상승이 왜 일어나고, 그러한 재앙을 막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것들을아이들의눈높이에맞추어설명한다.

아름다운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 사는 로자와 고양이 투발루의 슬픈 이별 이

야기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아름다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 우리는 꿈꾼다.

아름다운환경에서모두가함께살아가는세상을…….

『투발루에게수영을가르칠걸그랬어!』유다정글·박재헌그림, 미래M&B,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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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떠나홀로서기

김성현(수원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1995년『마고할미』로‘제16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

서 상을 받은 조선경 작가의 2009년 신간을 소개한다. 그의 전작, 지하철역

청소부 아저씨가 이뤄낸 작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지하정원』도 잔잔한 감동으

로 다가왔었는데, 이 책『파랑새』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올라오는감동을누르기더욱어려웠다.

우선, 『파랑새』라는 제목으로는 그 내용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섣부르게도

‘모리스마테를링크’가쓴『파랑새』-치르치르와미치르가파랑새를찾아다니는

이야기-를새롭게해석했나싶었다.

겉표지에는 스산한 바람이 부는 벌판에서 거칠게 표현된 돼지가 파랑새를 안

고있다. 둘은같은곳을보고있는데, 무얼보고있는것일까?

표지를 한장 한장 들춰보면 한지 느낌의 종이에 펜으로 거칠지만 섬세하게

표현된 그림들이 다가온다. 한 가지 색을 써서 모든 것을 표현하고 파랑새만

옥색으로 표현하여 여백의 미가 한껏 느껴진다. 그 여백은 짠한 마음의 울림을

더잘느끼게하는듯하다.

어떻게 생겨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기 존재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는

돼지는옥색알을줍게되는데, 알을깨고나온파랑새의“아, 엄마……”라는한

마디에 그 해답을 찾은 듯 눈가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 모습에서 두

아이의 엄마인 나도 한순간에 그림책 속 돼지가 되었다. 그러나 행복한 둘의

모습도 잠깐, 돼지는 이제 파랑새를 떠나보내야 한다. 떠나야만 하는 파랑새와

떠나보내야하는돼지의마음이장면마다안타깝고도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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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깎아지른 듯한 벼랑 끝 나무 위에서‘엄마’라는 말을 뒤로하고 돼지가

날아오른다. 뒤이어 파랑새도 힘차게 날갯짓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멀리 날아

간다.

이책은듣는아이들보다읽어주는부모에게더욱가슴저미게다가올것이다.

아이가잠들고나서다시한번조용히저린가슴을쓸어내리며읽을책이다.

『파랑새』조선경글·그림, 노란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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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대한새로운해석, 천사강림론?

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

우리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렸을 적 나는 할머니는 왜 이렇게 느리

고, 흰머리가 많은지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할머니에겐 천사들이 왔다

갔기때문이라는걸알게되었다.

할머니 다리를 베고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해주시던 옛날이야기

가 생각이 난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잠이 솔솔 오는 목소리였다. 할머니 방에

서 동생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피자를 시켜먹는 날이 많았다. 사실 할머니

입맛에는 맞지 않으셨을 텐데 손자 손녀들이 좋아하니까 같이 먹어주시고 예뻐

해 주셨다.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 손가락이 구부러져서 펴지질 않고 약을 먹

는 횟수도 늘어나셨다. 병원에 입원도 하시고 응급실에도 몇 번이나 실려가시

곤했다. 어린나이에나는왜그런지몰랐고그저무섭기만했다. 할머니가우

리 곁을 떠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던 자 앞에서 어느 날 할머니는

사라지셨다. 당뇨와 함께 합병증이 오셔서 더는 버티지 못하시고 우리 곁을 떠

난할머니, 오랜시간함께하지못한것이매우아쉽다.

할머니와 손녀의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

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인지 어린 손녀에게 할머니는 밝고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

주고있다.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은 구름하고 많이 닮아 보이게 하려고, 눈을 어둡게

한 것은 세상을 뚜렷이 보게 하기 위함이며, 귀를 가린 것은 모든 소리를 덮어

서 나비의 한숨 소리도 알아듣게 하고, 이를 가져간 것은 혀끝의 감도는 맛을

오래 느낄 수 있게, 등을 굽게 한 것과 손가락을 구부러뜨린 것은 손녀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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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지기 쉽고 손녀의 손을 꼭 잡을 수 있게 천사가 할머니를 변하게 하고 갔

다. 느릿느릿걷게한것은꽃잎에, 이슬방울에비친모습을볼수있도록쉬엄

쉬엄 걷기 위함이며, 발을 휘어놓아 손녀가 할머니 곁에 자리 잡고 서도록 하

기위함이라고할머니는손녀에게얘기해주고있다.

손녀는 그런 할머니에게 아이다운 부탁을 한다. 구름을 많이 닮아 보이게 한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으로 파란 하늘 흘러가며 재미난 모양을 만들어 달라고

하며, 나비의한숨소리도듣고자기의말에도귀기울여달라고한다.

늙는다는 것은 추할 수 있지만, 할머니는 천사가 내려와 세상을 아름답게 보

고 주위사람들과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변하게 한 것이라며 손녀에게

이야기를들려준다.

우리 할머니에게 온 천사는 할머니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아마 책 속의

할머니와 많은 부분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할머니가 늙어가는 것이 화가

나고 속상하기만 했지 할머니의 마음처럼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 몰랐다. 천사

가 주고 간 사랑의 불로 우리 함께 이 세상을 밝히면 모든 사람이 사랑과 행복

속에서살수있을것같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주변 배경과 할머니가 천사가 된 듯 아이를 안고 어디

론가 날아가는 그림이 주는 묘한 매력에 눈을 한참이나 떼지 못하고 바라봤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 속의 할머니와 손녀는 서로 바라만 보아도 행복할 정도

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할머니는 마술에 걸린 사람 같고, 아이는 그 마술

에걸린모든것을흐뭇한표정으로모두받아들이는것같았다.

그림을 그린 작가 에린 아이터 코노는 미국 중부에서 자라고 영국에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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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를 공부해 스튜어디스로 8년간 근무하면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다. 이와

동시에 그림책 출간을 위해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션을 습작했는데, 2005년

첫 번째 그림책『Hula Lullaby』가 어린이문학위원회에서 주는 우수상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다. 상을 받는 작가에게는 다 그러한 이유가

있는것같다. 내가봐도기분좋아지는그림, 남들도기분좋아지지않을까?

『할머니, 천사들이왔나요?』데니스베가글·에린아이터코노그림, 봄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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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학서평

1940년열두살동규 - 정혜승(고양한뫼도서관)

고약한녀석이야 - 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신정아(경기도사이버도서관)·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

나는뻐꾸기다 - 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나불나불말주머니 - 강순원(의정부정보도서관)·김현경(고양한뫼도서관)·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도둑님발자국 - 여민혜(경기도사이버도서관)·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마지막수수께끼 - 박현주(경기도교육청평생교육과)·임미선(시흥대야도서관)

불가사리를기억해 - 김성현(수원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엄마는응오꾸엔대왕의딸 - 김효준(안양석수도서관)

오이도행열차 - 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평택분관)·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이명옥(수원슬기샘도서관)

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

이세상에태어나길참잘했다 - 강명희(경기도립중앙도서관)·김숙진(경기평생교육학습관)

이상한열쇠고리 -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주식회사 6학년 2반 - 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준비됐지? - 이영희(오산햇살마루도서관)·박소윤(고양아람누리도서관)

책과노니는집 -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이혜준(안양석수도서관)

첫사랑 - 유현미(평택시립도서관)·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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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큰독립운동가동규

정혜승(고양한뫼도서관)

초등학교 미술시간이었다. 그날은 실기평가로 태극기를 그리는 날이다. 나는

빨강, 파랑, 검정 크레파스에 동그라미를 예쁘게 그리기 위한 컴퍼스, 그리고

괘를 반듯하게 그리기 위한 자를 준비했다. 일단 스케치북 가운데에 동그라미

를 그리고 나니 그때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이 위로 올라가는 거였던

가? 왼쪽이 위로 올라가나?’빨간색과 파란색을 나누는 물결무늬의 모양이 도

저히 정확히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동그라미는 제쳐 두고 괘부터 그리기

로 했다. 자로 세 줄로 모양을 그려놓고 이제 까만 크레파스로 괘가 떨어진 부

분만 색칠을 안 하면 그만이었다. 왼쪽 상단의 괘와 오른쪽하단의 괘를 완성했

다. 나머지 괘는 분명 내가 생각하는 모양 두 개 중 하난데 어느 것을 어디에

그려 넣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태극기를 그리는

것이 어려웠는지 여기저기 한숨이 터져 나왔고, 짓궂은 남자아이들 몇몇은“난

일장기 그렸다! 히히”하며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스케치북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신 선생님은“니들이 일본사람이니?”하시며 호되게 나무라신 생각이

난다.

책 속 주인공인 동규에게도 이런 미술시간이 있었나 보다. 그렇지만 동규는

태극기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국기를 그리라면 당연히

일장기를그려야하는그런시대를살았으니까…….

1940년에 열두 살이었던 동규는 식민통치가 뭔지 모른다. 동규는 자기이름

을 요시야마 도오규로 알고 매일같이 황국 신민 맹세를 하고‘덴노 헤이까 반

자이!(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아이다. 두 눈을 멀쩡히 뜨고 나라를 빼앗기고 땅

17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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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빼앗기고 가족을 빼앗긴 어른들은 동규와 같은 아이들을 보며 이들의 뿌리

를 알려 주려 노력한다. 숯장수에게 우리의 전통무예인 태껸을 배우고 할아버

지의 가르침을 듣고 경험해 가며 동규는 몸과 마음으로 서서히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게된다.

동규는 몇 십 년간의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아오며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컸을

어른이 아닌 어린이였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일본 여자아이를 좋아할 수 있었고 늘 깨끗한 일본인 마을의 거리를 배우려고

했고 일본인 친구와도 우정을 쌓아 갔다. 동규는 그 일본인 친구를 통해 동규

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동경에 미술을 공부하러 간 줄 만 알았던 동규의

아빠가 독립운동가이고, 그래서 동규의 집이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 동

규에게 태껸을 가르쳐 줬던 숯장수가 집에 찾아온 날 일본형사들이 들이닥쳐

동규는그일본인친구의말이사실이었다는것을알게된다.

할머니의 죽음과 그날 일로 끌려들어갔다 나온 할아버지의 건강악화로 동규

네는 강원도로 이사를 하게 되고 거기서 할아버지를 잃고 경성에서 동해와 두

만강을 거쳐 아버지가 있는 북간도 외딴집까지 가게 된다. 여정을 거치며 동규

는 더욱 성장하고 독립군인 아버지가 떠난 후 암호를 해독하는 법을 배워 연락

병이 되어 독립군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동규는 자신을 잡아가려는 사

람을만나위기를맞게되는데이순간동규를구한것은일본아이였다.

위기의 순간에 동규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일본 아이였다는 것, 그리고 결

정적 순간에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조선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작가는 독

자들에게‘일본사람 나쁜 사람 조선사람 착한 사람’식의 흑백논리에 젖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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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작품을 풀어나가고 있다. 또한 작가는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이야기하지만 동규의 의식과 시선의 흐름을 따라 서술하고 있어 마치

동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때문에 암울할 수도 있는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지 않게 편안히 읽을 수 있었고 상황들을 좀 더 순수한

눈으로바라볼수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괴로운 과거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역사는 덮으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돌아보고 반성하며 앞날을 내다

보라고 있습니다.’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아픈 과거를 외면하기 보다는 선조들

의 노력으로 얻게 된 나라를 소중히 여기고 다시는 아픈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

도록 이런 사실적인 작품을 통해 그 시절을 만나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계

기가되었으면한다.

『1940년열두살동규』손연자글, 계수나무, 2009

17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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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약하지않아

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

『나쁜 어린이표』, 『초대받은 아이들』, 『마당을 나온 암탉』등의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황선미 작가의 동화집으로 세 편의 작은 이야기들이 마알간

수채화와함께엮어진한편의아름답고따스한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꼬마 목수 반달이」는 다람쥐네 집을 고치러 떡갈나무 마을

로 먼저 간 아빠를 뒤쫓아 가다 너구리 능청이를 만나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착한 반달이는 어려움에 빠진 능청이를 구해주고, 능

청이는 어두운 길 반달이가 엄마를 만날 수 있도록 초롱꽃 등불로 길을 밝혀

준다.

두 번째 이야기「건망증 할아버지」다람쥐 깔끔이는 창문턱이 고쳐지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위험하다는 엄마, 아빠의 말씀을 따라 건망증 할아버지 댁에 머

물기로한다. 건망증할아버지는두더지아저씨, 너구리능청이, 밭 쥐아저씨,

오소리 아줌마 등 이웃들의 방문을 반가워하고 무엇이든지 주려고 하지만 깔끔

이는 할아버지의 건망증을 이용하는 얄미운 이웃들로만 여겨져 할아버지가 가

엾기만하다. 그런할아버지를위해연필을주고집으로돌아오는데…….

세 번째 이야기「가시덩굴이 잡아간 능청이」에서는 보물지도를 발견한 재롱

이, 초롱이, 반달이, 깔끔이, 그리고능청이가등장한다. 보물지도를찾는능청

이를 따돌리기 위해 씽씽카를 빌려준 재롱이와 초롱이는 반달이를 만난다. 능

청이를 고약한 녀석으로 생각하게 된 네 친구들. 함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능

청이에게 네 친구들은 제안을 하고, 능청이는 겁이 나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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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친구들의 말대로 하는데……. 영영 능청이는 가시덩굴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것일까?

능청이에게 매번 속으면서도 구덩이에 빠진 능청이를 구해 준 우직한 꼬마

곰 반달이, 알고 싶은 것만 기억하며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하는 건망증 할아

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가엾기만 한 다람쥐 깔끔이, 친구가 되고 싶어 용기를

내어 무서운 가시덩굴을 향해 가는 너구리 능청이. 가시덩굴로 능청이를 보내

놓고후회하는네친구들. 그들의우정과나눔이마음을따스하게만든다.

『고약한녀석이야』황선미글·정유정그림, 웅진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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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친구할까?

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황선미 작가는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그 흐른 시간만큼 동화 속 주인공 꼬마 너

구리 능청이와 동물친구들을 통해 처음 친구를 사귀는 아이들이 느낄 법한 어

려움과 해결방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능청이를 더 소중한 존재로 거듭

나게한다.

또한 자연의 모습을 따뜻한 그림 속에 담아낸 정유정 작가의 손길에서 나온

캐릭터들과 숲 속 공간은 한 편의 그림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

준다. 화가의 꼼꼼한 자료조사, 세밀한 관찰을 통해 실제 동물들의 습성과 식

물들을특징을펜과수채화물감을사용하여아이들의눈길을사로잡는다.

이 책은 꼬마목수 반달이, 건망증 할아버지, 가시덩굴이 잡아간 능청이 이렇

게 세 부분으로 나눠 친구를 사귐에 있어 서툴렀던 점, 잘못된 점 등을 동물에

게 의인화시켜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나, 친했던

친구들과사이가멀어져서고민인아이들에게권하고싶은책이다.

믿음을주세요

「꼬마 목수 반달이」에 나오는 반달이는 목수인 아빠를 따라 자기도 목수 일

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빠는 아직 어린 반달에에게 목수일은 나중에 커

서 배워도 늦지 않는다며 엄마 일을 먼저 도우라고 한다. 아빠의 말을 무시하

고 반달이는 떡갈나무 마을을 찾아가려고 한다. 마을을 찾는 도중 목수가 필요

한 도기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네도 달아주고 선반도 달아주며 품값으로 작은

선물을 받는다. 하지만 길을 잘 모르는 반달이는 처음 보는 능청이에게 도움을

받으려 대가로 일을 하고 받은 선물들을 모두 주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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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되자 능청이를 믿지 않게 된다. 능청이는 길을 모르는 반달이에게 잘못된

길을 가르쳐 주며 반달이의 물건을 뺏는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되

고 결국 반달이에게 능청이는 양치기소년이 되어 자기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아

마음아파 한다. 하지만 능청이가 어려움이 처했을 때 반달이에게 도움을 받고

는정확한길을알려주며오해를푼다.

반달이는 처음 본 능청이가 친근하게 다가와 도움을 받는 대신 모든 것을 내

주지만, 능청이는 그런 반달이를 이용해 탐욕에 눈이 멀어 친구 사이에 중요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처음에 거짓말을 해서 그 사람을 못 믿게 되었다면 그 사

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다. 한결같은사람이되는것은쉽지않지만한번좋은인상이심어졌다면그

인상을유지하기위해서많은노력을해야한다.

나쁜기억은잊어버리세요

두 번째 이야기「건망증 할아버지」에서 나오는 깔끔이는 폭풍우 때문에 망가

진 집을 고치는 동안 건망증 할아버지 댁에서 묵게 된다. 요리를 좋아하는 깔

끔이가 만든 요리를 이웃 동물들이 손에 무엇을 들고 오며 요리를 얻어먹고 놀

다 간다. 그런 동물들이 얄미운 깔끔이는 동물들이 할아버지의 건망증 때문에

할아버지를 속인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모든 것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면서 집에 있는 것을 필요한 동물들에게 퍼주는 할아버지가 답답하기만 하

다. 여기 나오는 동물들은 할아버지가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을 이용해 아무도

반겨주지않는자기들은할아버지만큼은반겨준다고생각하여자주놀러오지만

깔끔이의눈총을받는다.

17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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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누구를 배워야 할까? 아무런 조건 없이 내가 조금 더 많이 갖

고 있으면 나눌 줄도 알고, 친구와 나쁜 감정도 금방 잊어버려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게 배려를 해주시는 할아버지는 가장 모범이 된다. 때로는 친구의 실수

도 감싸주며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사람들을 대한다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없을것이다.

가시덤불같은피나는노력

세 번째 이야기「가시덩굴이 잡아간 능청이」는 아빠가 남겨주신 할머니댁 가

는 지도를 찾다가 동물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동안 남을 속인 죄로 동물들이

능청이를 따돌린다. 친구가 되고 싶으면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가시덤불 사

이로 가라는 말에 능청이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본의 아니게 할머니를 찾

게 된다. 할머니 댁 약도를 보물지도라 생각하고 능청이에게 가시덤불 사이를

지나가라고 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 동물들은 능청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

며 무사히 오기만을 바란다. 친구가 아무리 미워도 친구가 나쁜 일을 겪게 되

면누구든걱정을하기마련이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못된 짓을 해서 신뢰를 잃었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쉬운 노력이 아닌 가시덤

불 같이 힘들고 피나는 노력이 될 것이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할아

버지처럼 친근하게 다가가서 능청이처럼 가시덤불사이를 지나가야 될 일은 결

코없어야할것이다.

『고약한녀석이야』황선미글·정유정그림, 웅진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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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어른들, 함께살아가다

이수경(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

도서관 행사 홍보문을 붙이러 다니던 중에 중학생독서모임이었던 지연이가

전화했다. 휴가로 아기랑 도서관에 와 있단다. 열다섯, 그 아이가 엄마가 되었

다. 십 여년의시간을나눈사람들과더불어그녀는커왔을것이다.

또래 친구뿐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을 공유하지만 당연하지는 않은 관계, ‘어

른’친구는 현재 너머의 세상을 엿보는 창이다. 소년들과 어른 친구가 나오는

책, 『나는 뻐꾸기다』와『위저드 베이커리』를 며칠 간격으로 만났다. 동화와 성

장 소설의 주인공들을 한꺼번에 부른 건 삶의 틈새를 메우려 애쓰는 그들의 모

습이닮아보여서다.

자신의 가족에게 거부당한 두 소년은 사회적 결핍을 안고 사는 어른 친구들

을 만난다. 이름이 없는『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은 상대와‘거리’를 둔 문자

매체가 없으면 말을 더듬고 마법(마술이 아니다)을 인정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마법사’인 제빵사를 만난다. 한밤중 대탈주라는 위기의 순간에 만난 어른 친

구. 그를 통해 소년은 삶은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것이란

묵직한 잠언을 얻는다. 자신이 가진 책임의 크기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는 단순

한진리.

『위저드 베이커리』가 맵고 쓴 맛이라면『나는 뻐꾸기다』는 눅눅한 이불을 햇

볕에 잘 말린 듯 보송보송한 느낌을 전한다. 뻐꾸기 소년의 어른 친구는 술과

기러기 아빠라는 결핍으로 눅눅한 현실을 드러낸다. 뻐꾸기 소년의 현실은 부

모의 부재가 한 눈에 드러나게 외삼촌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이다. 눅눅한 현실

에 햇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동재는 사회 적응 점수 10점 만점에 8점인

모범생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이 자잘한 좌절 속에서 누구와의 소통도

17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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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한 채 외부 세계에 빗장을 질러버린 반면, 동재는 뻐꾸기라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속상해 하지만 소통할 친구들을 가졌다. 이혼으로 괴로워하는 어른 친

구에게“아줌마한테 이제부터 술도 안마시고 청소도 잘한다고 하세요”라는 충

고를아끼는않는동재의모습은구김살없는열한살아이자체다.

책 속 등장인물들은 여러 이유로 가족 해체를 겪고 있다. 인간관계의 첫 출발

인가족관계의해체는소년에게도어른에게도커다란고통이다. 해체된가족관

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위기에 몰렸

던『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이 독립하여 새로운 가족 형태를 창조한다면,『나는

뻐꾸기다』는 흩어졌던 가족 관계의 봉합을 택했다. 핏줄이 근원인 가족 형태에

대한믿음을견지하느냐아니냐는소년들의삶의방향을가르는기준이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어느 성장 소설보다 어둡고 우울하다. 한 가지 위로라

면때론유사가족관계가전통가족관계를대체할수있다는점이다. 기껏가

출한곳이이웃집인『나는뻐꾸기다』의소년은남의둥지에살고있는‘엄친아’

다. 아이와 어른들은 서로가 가진 고통의 절대값을 인정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의 삶에 더 공감하고 자신의 모습 일부를 발견하게 될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적 있다면『위저드 베이커리』의 소년을 만나

라. 따사로운이야기한편이그립다면『나는뻐꾸기다』를권한다. 십대자녀가

있다면 두 책을 다 권한다. 동화와 성장 소설의 문체와 분위기의 간극만큼 빠

르게자라나는아이들에게책을통해이야기를건네보자.

『위저드베이커리』구병모지음, 창비, 2009

『나는뻐꾸기다』김혜연글·장연주그림, 비룡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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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이야기보따리

강순원(의정부정보도서관)

일곱 편의 단편동화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래동화이다.

옛날 옛적 초가집에 살며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시절을 시간적 배경으로 그리

고 있고,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사람과 대화하고, 여기저기서 도깨비가 나타나

지만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다. 동물과 도깨비, 그리고 자연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씨로 살아야 복을 받는지

깨닫게해주는글이다.

도깨비는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도깨

비가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여느 전래동화와 마찬가지

로 온갖 곤경에 처한 주인공에게‘짠’하고 나타나 도움을 주는 도깨비의 모습

은 자칫 식상할 수도 있으나,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실현시킴으로써

유쾌하고통쾌한감정을느낄수있게해준다,

자신의 작은 키를 고민하는 도깨비, 숯방망이로 빨래를 하는 실수투성이 도

깨비 등 뭔가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을 닮아있고, 바로 이런 모습들이 책을 읽

는내내친근한모습으로다가온다.

자신의욕심을포기하고 3년이나앞이안보이는소년을돌봐주었던착한마

음씨의 도깨비는 착한 일을 한 대가로 몽당 빗자루만 하던 키가 하룻밤 새에

도리깨만큼훌쩍자라는선물을받는다.

「그림쟁이 선비」와「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의 내용 중“뭔가 빠진 듯한 허

전한 그림을 온 마음을 기울여 그리면 생기가 돋고, 진심으로 연주하는 거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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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사람의마음을울린다”는대목에서볼수있듯이, 온 마음과정성을다해진

심으로최선을다하면최고의결과가나온다는교훈을담고있다.

「나불나불 말주머니」는 착하지만 말주변이 없어 늘 손해만 보던 청년이 도깨

비에게 말주머니 선물을 받고 욕심을 부리며 사용하다가 혼쭐이 난 것처럼 마

음씨가 착해 도깨비에게 선물을 받았다 해도, 그 선물을 겸손하게 받지 않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통해 변함없는 선한

사람마음씨가얼마나중요한지깨우쳐준다.

초등 저학년 어린이에게 착한 마음씨의 중요함. 부모님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예절을자연스럽게알려주고자할때들려주기적합한내용이다.

재미와 감동을 통해 교훈을 주고 있으나 기존의 전래동화와 비슷한 줄거리와

내용 특징을 가지고 있어 독특한 개성은 조금 부족하다 할 수 있으며, 또한 매

편마다서둘러끝내는듯한결말이아쉬움으로남는다.

『나불나불말주머니』김소연동화집·이형진그림, 파랑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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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맛이나는동화책

김현경(고양아람누리도서관)

‘알사탕 까먹듯 하나씩 꺼내 읽는 이야기보따리’란 뜻의 나불나불 말주머니

는 김소연 작가의 세 번째 책으로,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 이야기처럼 입말을

살려 쓴 창작동화이다. 김소연 작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집『꽃신』

을 내기도했다. 이 책에실려있는「그림쟁이선비」는 2007년 한국안데르센

상에서특별상을수상한작품이다.

이 책 앞부분의 지은이의 말은‘내 동화의 첫 독자이자 사랑하는 아들 영준

이에게’라는 정감 있는 어구로 시작한다. 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책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내용을 건조하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다소 넉

살스럽게그려내, 읽는이로하여금피식웃음짓게만들고있다.

이 책은「그림쟁이 선비」, 「짤막이가 마을로 간 까닭은?」, 「소금 장수와 엽

전 한 닢」,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 「빨랫방망이, 도깨비방망이」, 「나불나

불 말주머니」, 「엄마 때려라! 아빠 때려라!」이렇게 일곱 개의 동화로 구성 되

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그림쟁이 선비」이다. 어느 산 속에 가난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 선비는 그림솜씨가 꽤 있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려

서팔기만하면신통치않았고그래서속상해했다. 그러던어느날, 조그만생

쥐가 쌀독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려치려하다가 생쥐가 흐느끼며 하소연을

하자 마음씨 약한 선비는 생쥐를 풀어주게 된다. 생쥐는 꼭 답례를 하겠다고

하였다. 선비는 생쥐가 무엇으로 은혜를 갚을까 웃음이 나왔지만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 뒤로 여전히 그림이 안 팔려서 생계가 힘들 즈음 생쥐가 갑자가 나

타나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한다. 선비는 정성스럽게 그려서 주었다.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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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로 버섯이나 꿀을 가져다주었고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임금님의

사냥터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잡혔다. 생쥐의 도움으로 세자를 괴롭힌다는 귀신

을그림으로물리쳐임금님에게많은상을받아서돌아왔다는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옛말의 향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본문을 잘 읽어보면 저

자의 넉살스런 말투를 느낄 수 있다. 지은이의 말 부분에서 느꼈던 말투가 내

용에서도 그대로 이어져가고 있다. 예를 들면‘엄마 토끼가 답례라며 송이버섯

을 건넸어. 선비는 버섯보다 아기 토끼 얘기가 더 반가웠지’. 이렇게 할머니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얘기해 주던 그 말투이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우리 옛말은

친절하게 하단에 뜻을 풀이해 놓았다. ‘추상같이 호령하고는’이 부분을 읽으

면서‘추상같이’의 뜻을 추측해 본 다음 정답을 확인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자

연스럽게옛말을접할수있어서아이들에게교육적으로도좋을것같다.

몇 페이지 간격으로 나오는 삽화는 읽는 이에게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옛 그림 같은 질감을 표현하고자 한 노력이 보였고, 과장

되지도 않고 약간은 투박하지만 색채도 정감 있고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분위기

와잘맞는다.

이 책은 우리가 많이 접했던 이야기가 아니라 창작동화라 한 줄 한 줄 긴장

하면서 또는 배꼽을 잡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도 없는 우리 고유

의문화를자연스럽게접할수있는책이란생각이든다.

『나불나불말주머니』김소연동화집·이형진그림, 파랑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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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나불쉴새없는옛이야기동화집

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할머니가 들려주는 듯한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만나는 옛이야기들은 우리 민

족의 정서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되어있어 아이들의 감정 속으로 잘 녹아

들어가는것같다. 그런옛이야기중하나로『나불나불말주머니』가있다. 이 책

은 재미있고도 구수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섞여있는 교훈들까지

옛이야기가 지닐 수 있는 매력들이 모두 들어있다. 이 책은 그 옛이야기의 감

칠맛과 친근함을 그대로 살려서 맛깔스럽게 담아낸 김소연 작가의 동화집이다.

구수한 우리 옛이야기,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의할아버지가머릿속에그려지는전래이야기는참구성지고재미나다.

『나불나불 말주머니』에는 7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그림쟁이 선비」

는 2007년 한국 안데르센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는데, 이 이야기는 참 많은

것을생각하게만든다. 화려한재주만을가득담아놓은그림과마음이담긴그

림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 차이를 굳이 교과서처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설명해 놓지는 않았지만 읽는 우리가 느끼고 생각

할 수 있도록, 그림쟁이 선비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이끌어낸다. 그리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도 알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에서도마음을움직이는거문고소리와그저재주만으로타는거문고소리

는같은악기를연주하더라도하늘과땅만큼의차이가있음을깨닫게해준다.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와 함께 교훈이 가득 들어있는데, 자신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씨 좋은 도깨비를 만날 수 있는「짤막

이가 마을로 간 까닭은?」, 재물이 많을수록 바르게 사용할 줄 알아야함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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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는「소금장수와엽전한닢」, 직접해보지않고는그어려움을알수없듯

이 이제껏 누나가 입히고 먹이는 것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던

동생들이 도깨비방망이 때문에 열심히 빨래를 하게 된「빨랫방망이, 도깨비방

망이」,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혀를 잘 자제하여 말하면 유익함을 주기도 하지

만, 지나치면도리어해가된다는것을알게해주는「나불나불말주머니」, 아무

리 보석 같은 자식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야 함을, 그리고 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엄마때려라! 아빠때려라!」.

이 동화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이 한 편 한 편 읽고 나면, 무

엇인가 마음에 자리를 잡게 되어 올바른 생각을 하게 되어, 바른 인성을 가지

고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되어 읽고 있으면 더욱 마

음이훈훈해진다.

본문에는‘지청구, 추상같다, 거간꾼, 기함하다’등과 같이 우리에게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가끔 나오기도 한다. 이는 옛이야기를 더욱 옛이야기

답게 하는 요소인 것 같았다. 그리고 페이지 아래에 간략하게 그 단어의 뜻을

풀이해 놓고 있어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바로 그 단어를 쉽게 알 수 있어 읽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나불나불……. 쉴 새 없이 입을 옴짝거리며 말하

는 폼새가 느껴지는 나불나불……. 옛이야기 동화집『나불나불 말주머니』는 그

렇게 제목부터 재미나게 다가오더니, 재미 가득한 이야기들을 구수한 입말체로

입에 착착 감기게 풀어놓아서인지, 그 읽는 맛에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죽

읽게만들고야마는동화집이다.

『나불나불말주머니』김소연동화집·이형진그림, 파랑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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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는것보다주는것이더많은도둑님

여민혜(경기도사이버도서관)

참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다. 도둑이 들었다는 사건을 시작으로 꽁꽁 묶였던

매듭이 서서히 풀려가면서, 아무것도 잃어버린 것이 없다가 하나씩 잃어버린

것이 발견된다. 하나씩 소재를 던져주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진 물건

들이 나타나는데……. 그 잃어버린 물건이란 것이 참으로 하잘 것 없는, 도둑

이 탐내기엔 너무나 시시한 것들이다. 특히, 3만 5천원이 있는데 만원만 가져

가는도둑이어디있겠는가.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직감한 순간, 주인공인 도연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오늘은 피시방 가지 말걸!’, ‘깽깽이나 갈걸!’이었다. 그 와중에도 엄

마에게 학원땡땡이 친 것이 걸릴까봐 마음 졸이며 우물거리고, 경찰차가 우리

동네에 왔다는 것이 흥분되어 재미있는 사건을 놓칠세라 서두르는 모습이 참

아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한번쯤은 해봄직한 아이의 생각들을 전달하

면서 이제는 어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거짓말

할까봐 전화기를 들고 으름장을 놓는, 애써 모은 로봇 살 돈을 빼앗아 가버리

는미운사람, 바쁜것도없으면서냉동볶음밥을주고, 소질도없는가기싫은

깽깽이학원을 보내는 엄마. 평소에는 매일 술만 먹고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

늘 졸졸 따라다니던 귀찮은 동생 녀석이었는데……. 나에게 이들이 가진 의미

란어떤것일까.

이 동화를 읽으면서 참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한다. 늘 그렇듯 소중히

하지 않아도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까닭인지 소홀하기 쉽고,

서로에게 책임전가하기 바쁘다.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이 극에 달하다가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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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생기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미운 마음은 눈

녹듯사라지고단번에이해해버릴수있는사람들…….

걱정할까 봐 별거 아니라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안심시키려 딱따구리처럼 빠

르게 말하는 아빠. 남편이 암이라는 걸 알고도 속상할까봐 울지도 못하는 엄

마. 다시 집에 못 올 거라고 가족사진까지 챙겨나간 순수하고 정 많은 따뜻한

동생. 용케도 서로를 알아본 야론(개)과 동생이 대견하기도 하고 애벌레처럼 지

쳐 자는 동생이 안쓰러운 주인공 도연이. 한 사건으로 인하여 다르게 보면 참

반대의 면을 보는 어린이 창작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공

감 가는 작품이다. 흔히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모금을 하거나, 만원이면 한 달

치 식사를 해결하고도 남는다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에는 우리들

의 작은 정성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매일매일 얼굴 맞

대는 가족들의 관심사와 근황에 대해서는 소홀한 적이 없었나 하는 자기반성과

함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의무를 경시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해본다.

실제로 반 지하 살림에 다녀간 도둑 덕분에 작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빛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날의 도둑은 자신을 더 아름답게 만들

어 준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사건을 바탕으로 그려 낸『도둑님

발자국』은 도둑이라는 손님의 흔적을 추적해나가면서 가족들이 서로를 돌아보

고관심갖고대화할수있는실마리를제공해준다.

도둑을 왜 도둑님이라고 했을까. 이제야 알 것 같다. 가져간 것보다 주고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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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많아서가 아닐까. 따뜻한 관심과 소소한 대화로 만들어가는 가정이라는

행복의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또한, 가정환경이나 주변상

황으로 인하여 자신의 처지를 구슬프게 느끼는 어린이들에게도 따뜻한 말과 함

께건네줄수있는책일것이다. 현실과다른막연한희망과저멀리있을것만

같은 꿈만 전해주는 문학도서와 달리 아이들에게 더 힘이 될 수도 있는 도서라

는생각이든다.

『도둑님발자국』황선미글·최정인그림, 베틀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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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가족에서하나의가족으로

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도둑놈발자국, 잃어버린것들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간 동생이 저녁이 늦

었는데도 오지를 않았다. 친구네 집에 전화를 하니, 동생은 집으로 갔다고 했

다. 경찰서에 신고하고, 근처 교회에서 방송하고, 눈앞이 깜깜해서 무작정 동

네를다뒤지고다녔다.

밤늦게 이상한 생각이 들어 동생 친구네 집에 가보니, 동생을 방에 가두어놓

고 있었다. 외아들이라 외로운데다 마침 그의 부모님이 외출하셔서 동생을 집

에 보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뒤져서 울고 있던 동생을 찾아 데리고 나오

는데, 어찌나놀랬던지…….

어느 날, 도연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경찰차가 와 있다. 집

에 도둑이 든 것이다. 물결무늬 도둑놈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도연이

가족은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고 눈에 띄는 물건이 없자 경찰을 돌려

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진 물건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돈 만 원,

박하사탕, 냉동볶음밥, 가족사진. 그리고동생, 상연이가사라졌다!

도연이가족, 저마다의꿈과고민

경찰과 기웃거리던 이웃들이 돌아갔다. 뒤죽박죽 된 집 안을 정리하던 가족

들은 없어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서

로 모르던 사실도 하나씩 밝혀진다. 반지하에 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도연

이를 바이올린 학원에 보낸 엄마와 말다툼하던 아빠는 한숨처럼 중얼거린다.

“하고싶은걸하면서살기도힘든세상인데…….”

한편, 포장도 뜯지 않고 숨겨둔 비싼 카메라를 발견한 엄마는 아빠에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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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다. 나도무대에서고싶었지만, 이제는두더지처럼흙이나판다고.

어른이 되면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면

어린이보다 선택의 기회도 줄어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는

현실과 부딪힌다. 도연이의 가족처럼 말이다. 조립 모형을 만들고 싶지만 인터

넷 정보조차 마음대로 볼 수 없는 도연이,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니는 꿈을

부자가 된 뒤로 미룬 채 회사에 다니는 아빠, 무용을 전공했지만 농장에서 미

니화분을만드는엄마, 사랑하는개야론을키울수없는상연이가그렇다.

가족간의관심, 소통의힘

늦은 저녁,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가족들은 상연이가 없음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온 식구가 상연이를 찾으면서 집에 든 도둑이 상연이이며, 실수로 집

유리를 깨고 가출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연이가 훔쳐 간 마지막 물건인 가

족사진을 발견하고 울음이 터져 나온다. 그때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고 상연이

가 자신이 기르던 개, 야론을 찾아 단양까지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양으

로내려가는차안에서가족들은오해를풀어간다.

매일 화원으로 일하러 나가는 엄마, 술에 취해 늦은 시간에 귀가했던 아빠,

지저분하고 귀찮은 멍청이 동생이라고 피하기에 바빴던 도연이는 단란했던 가

족의모습이까마득하다. 일 년전천문대로별자리구경을갔던그날이후같

이뭘해본적이없기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기도 힘든 요즘, 우리

의 모습도 도연이네 가족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핵가족임에도 아이부터 어른

까지 각자의 일정이 너무 많아 어떤 일을 같이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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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혼자서 냉동실에 있는 볶음밥을 먹듯이 식사를 혼자 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고한다.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는‘아버지의 날’을 맞아 미국 경제지『포춘』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요인으로 어린 시절의 가족 식사를 꼽았다. 가족 식

사 시 부모와 나눈 대화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도연이의 가족

도 함께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할 시간이 있었다면 예전처럼 계속 행복하지

않았을까?

도연이네 가족이 경찰서에서 잠자고 있는 상연이를 만났다. 상연이가 깨어나

면일년전그날처럼행복한한때를보낼것이다. 나도이번주말에는가족들

과대화를나누며즐거운저녁식사를해야겠다.

『도둑님발자국』황선미글·최정인그림, 베틀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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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주인공은‘뉴구’?

박현주(경기도교육청평생교육과)

우리는 궁금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쉽게 저버리지 못한다. 제목이 주는 궁금

증이 바로 그것이다. 수수께끼? 어떤 수수께끼 일까? 누가 이 수수께끼를 풀

까? 과연 마지막 수수께끼를 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표지의 그림과

책속의 삽화에서는 상상 속에 나오는 아주 먼 옛날 이야기와 같은 묘한 신비함

마저들게한다.

할머니가옛이야기를 들려주듯친근하고 재미있게 이야기의흐름이 전개되어

가는이책은「책읽는어린이」시리즈의한권으로임정자작가가집필한작품

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집채만 한 호랑이 산왕의 형상은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주

고있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여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여

기에다신검, 청동거울, 연기다리, 머리셋달린괴물도나온다. 마치도깨비도

함께 어우러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책속에 마구마구

빠져들게 한다. 또 순식간에 키가 삼 척이나 자라나는 삼척이, 삼척이는 사람

이면서 호랑이인 아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상 속

먼나라의이야기이지만그래도흥미진진하고재미있다.

아주아주먼옛날‘신성한검의나라’의임금이세상을뜨고, 산왕이그검을

거두어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산왕이 내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모두 맞혀

야만 신검을 얻어 새로운 임금이 될 거라 하여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있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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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에 너도나도 임금이 되려고 도전을 한다. 벌써 임금이 죽기 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수수께끼 책을 읽으며 준비를 해온 불라. 하지만 맹독을 묻

힌 칼로 산왕을 죽이고 거짓으로 임금이 된 불라는 결국 임금이 될 자격이 없

음이드러나게된다.

세따미. 겁 없는 노인의 딸로. 효성이 지극한 세따미의 활약은 다시 산왕을

살리게되고, 문제가하나씩해결되어간다.

이 이야기는 남의 것을 탐하거나 거짓, 욕심이 과하면 결국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는 것과 선한 마음은 서로 통하여 도움을 주고 힘을 합치면 어떠한

어려운것도이루어낼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

“마지막 수수께끼”의 수수께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풀어도 되고 못 풀

어도 되는 그런 수수께끼가 아니다. 나라의 운명과 백성의 삶이 달려있는 중요

한것이다.

산왕이 낸 세 가지 수수께끼, 새로운 임금이 되기 위한 자격이 있는 사람만

이 풀 수 있는 수수께끼이다. “임금이 주인인데 임금의 것이 아닌 것은 무엇?”

임금이 주인인데 임금의 것이 아닌 것은 모두의 것으로, 모두가 다 같이 나누

어 가져야 함을 가르쳐준다. 임금의 것이지만 임금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은

진정 무엇? 이 책을 읽고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보기를 권해본다. 내가 만나게

되는어린이누구에게든이재미있는이야기책을권하고싶다.

『마지막수수께끼』임정자저·이수진그림, 해와나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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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의진정한주인은누구일까?

임미선(시흥대야도서관)

과거 이집트의 피라미드 앞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낸

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다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중에 수수께끼의 정답을 풀고

괴물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가 테바이 왕국으로 들어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가있다.

수수께끼를 푼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가볍게 던지는 수수께끼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심오한 인간 생활의 철학과 진리가 담겨 있었음을 짐작

케 한다. 아마도 그것을 이해한 사람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다는 것은 세상의 일들이 짧은 수수께끼 속에 감추어진 수많은 추측과 상상의

나래들만큼이나단순하고가볍지않기때문일것이다.

여기 지금 보려는 책에서도 수수께끼가 나온다. 누구든지 절대적 존재인 산

왕 앞에서 수수께끼를 풀고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혔다는 증거의 전리품인 신검

을가지고오면절대적권력을가질수있는왕이될수있기에무수히많은사

람들이 도전을 한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하면 절대적 존재에게 자신

의 과한 욕심은 물론 욕심이 있었단 기억마저 잃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

의 목숨과 맞바꿀 과감한 선택을 할 정도로 강한 욕망을 가지고 수수께끼의 정

답을향해달려간다.

욕심이과한자반드시망하는법. 자신의능력보다권력의욕심에눈이멀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하게 되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일

인지조차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게 된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권력은아무리감추려해도드러나기마련이고거짓으로시작된일은자꾸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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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되고이를더욱더큰거짓으로덮으려하다결국에는파멸로치닫는다.

심성이 착하고 바른 딸이 있다. 그 딸은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는 아버지의

직언으로 인해 역경과 고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고 부정한 왕이 원하는 권력의 상징인 신검을 찾아 나서고, 결국

자신을 도와주던 모든 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딸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역경과 고난의 여정은 우리 신화의 모습을 많이 닮

아 있다. 짐승인 호랑이와 사람과의 결합으로 태어난 아이는 절대적 존재인 산

왕에게 다가가기 위한 중간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데 이는 흡사 우리 옛 신화에

서환웅과웅녀의결합으로탄생한단군의모습과유사하다.

이렇게 태어난 사람과 호랑이의 아이는 인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존재이며 인간과 짐승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또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아이와 더불어 조력자들의 도움과

주인공의 강인한 의지가 더해져 마지막 수수께끼를 맞히고 절대자에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자신이 얻었으며 자신의 것이 되었지

만 그 권력을 혼자만 가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함께 누리자

고 한다.

누구에게 받았던 간에 세상을 가질 수 있는 힘을 백성 모두에게 나눠 주는

행동은 권력의 주인은 우리 모두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상기시켜 주며

오직 의무만 강요하는 나라가 아닌 권리와 의무가 함께 조화되어 균형 있는 사

회의모습을만들어가는밑거름으로작용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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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에 덧붙여, 아이들에게 부모가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을 때 낳아주고

키워준 분들을 위해 뻔히 눈에 보이는 고난 속을 자식 된 도리로 주저 없이 헤

치고 가는 모습은, 비단 이 책에서만 보이는 감동어린 효의 모습이 아니라 우

리나라 근본 효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나라의 주인이 되기

까지의 이야기 한 편에 부모를 위해 자식이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효의 모습도

한번눈여겨볼만하다.

『마지막수수께끼』임정자저·이수진그림, 해와나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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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아름다운이유

김효준(안양석수도서관)

아주작은연방공화국

준호네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큰 누나는 한국인이고, 엄마와 작

은 누나는 베트남인이다. 그리고 준호는 국적이 서로 다른 아빠와 엄마가 재혼

해 낳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다. 엄마는 매일 아침이면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에

게 베트남어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할아버지는 그런 베

트남 여자와 결혼해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빠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듯 외국에서 온 준호네 엄마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낯설다. 그러다보니

엉뚱한 사건이 많이 생긴다. 준호의 알림장 소동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골판

지를 준비해오라고 하자 엄마는 곰팡이를 찾아온 때도 있었고, 김구에 대해 조

사해오라고 하자 배구나 농구, 축구는 아는데 김구는 모르겠다며 어떤 운동이

냐고묻기도한다.

나는너와다르지않아

어느 날, 준호는 좋아하는 반 친구 채은이와 주번을 같이 하게 돼서 기대하

는 맘으로 학교에 가지만 채은이가 아닌 재숙이와 당번을 하게 된다. 엄마가

스리랑카인인 재숙이는 친구가 없다. 재숙이가 준호에게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는데 말도 제대로 못하고 늘 친구들의 놀림을 당하는 재숙이랑 준호는 친하

게지내는것이내키지않는다.

그러나 채은이 또한 외국인 엄마를 둔 자신과 당번을 하기 싫어서 다른 친구

와 바꾼 것을 알게 된다. 반 친구들이 재숙이와 자신에게 외모가 다르다는 이

유로‘튀기’라놀리고, 이에대응해한판싸움을벌인다.

집에 돌아와서 준호는 우리나라만이 최고인 것처럼 말하는 할아버지한테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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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 나서 자신 또한 엄마처럼 베트남의 자랑스러운 영웅 응오꾸엔 대왕의 후

손이라이야기한다.

마음을열게한시험지

이 이야기 속의 사건들은 현명한 엄 선생님으로 인해 문제가 하나둘 풀려가

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된다. 준호 할아버지의 마음 또한 작은누나 응오꾸

엔 비의 시험지를 통해 열리게 된다. 작은누나는 존경하는 사람으로 할아버지

의 이름을 적고 그 이유를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본받고 싶다고 했

다. 그제서야할아버지는각자의나라를인정해야한다는사실을깨닫는다.

마지막 작은누나 비가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하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아직

도이땅에는정말속상해도달아날곳없는아이들이많아요!”

어른을비추는아이들

아이들은 순수하다. 그래서 더욱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

떤상처를주는지알지못한다. 모든것은어른들의잘못이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미워한다는 것은 이해심 부족으로 생기는 일들

이아닌가싶다. 우리의것이소중하다면다른나라의것들또한소중하다.

책은 서두에 무지개를 떠올린다. 여러 가지 색깔이 서로 어울려 더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듯‘단일 민족 국가’를 고집하는 한국을 다문화는 오히려 더 아름

답고 건강한 나라로 만든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문화‘차이’를 존중하되

그차이때문에‘차별’받는일은없어야한다고그는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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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의 또 다른 매력은 삽화다. 그림을 그린 윤문영 선생님은‘오란씨’,

‘고래밥’, ‘맥스웰 커피’등의 광고 삽화로 유명한데, 책에서 그의 부드러운 시

선과 아름다운 붓터치, 표현의 섬세함을 통해 한층 더 동화 속으로 푹 빠져들

수있다.

『엄마는응오꾸엔대왕의딸』신동일글·윤문영그림, 가문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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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진정한작은거인이란다∼, 다애짝짝짝!

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평택분관)

소박한 옷차림에 긴 머리를 질끈 매고 고개를 곧게 쳐든 여자아이가 혼자 지

하철역에서 전철을 향해 서있다. 누구를 기다리는가? 아님 집을 나왔는가? 아

직 어리고 혼자인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책의 겉표지를 넘겨 속 표제지를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제는 쓸쓸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다. 어쩌

면마중나온사람을못만난건가? 아니면타려던전철을놓치고만걸까?

잘나가는학급회장, 그러나∼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학급에서 회장인‘다애’이다. 반에서 공부로나

부유하기로나 내로라하는 아이들이 자청해서 친구로 꼽아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친구들은 당연히 다애가 부잣집 딸이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사실은

어두침침한 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사업에 망해 집을 나가시고 어

머니는 식당일을 다니신다. 그래서 밥하고 설거지에 손빨래는 물론 유치원 다

니는 동생 다훈이를 돌보는 것 모두 다애의 몫이다. 다애는 그것에 대해 불평

이나 원망을 하진 않지만 반 아이들에게 자기네는 부자가 아니라고 밝히지 못

하고 말았다. 그래서 얼결에 친구들과 개교기념일 날 놀이공원에 가게 되고 동

생입학할때쓰려고돈을모아가는돼지저금통배를가르고만다.

재미? 아냐아냐~ 진실은괴로워

친구들과 놀이공원 가는 전철 안에서 부채 행상을 하는 아버지를 발견한 다

애는 그만 도망치듯 내려 버리고 만다. 아마 묵묵히 감당하고 있었지만 남들에

게는 숨기고 싶은 가난과 연결된 그 모든 것을 피하고 싶은 맘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저녁 다애가 놀러가느라 동생마중에 늦어서 어렵게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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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직장의첫출근일에조퇴를하게된엄마에게뺨까지맞게된다. 서럽게울

면서 그간의 억눌러왔던 얘기를 쏟아 내는 다애는 마침내 엄마와 마음 깊은 대

화로앙금을걷어내게된다.

새로운시작, 오이도행열차를타러!

새롭게 다짐을 하는 다애! 친구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당당하게 마주하려고

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린이날에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데리고 오이

도행 열차를 탄다. 어쩌면 아빠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

문이다. 책의 마지막 삽화에 다른 열차 칸으로 옮겨 가려는 남매와 그 문 너머

에 행상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보인다. 어쩌면 부채를 팔러 나온 아버지인 것

일까? 마음이따뜻해지는희망이생긴다.

책을 덮으며 마음 한쪽이 짠하고 묵직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견스

럽고 든든하다. 열 마디 말이 아니라 그냥 곁에서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생긴

다. 어렵지만 불평하지 않고 희망을 키워가며 제 몫을 감당하는 참으로 멋진

‘다애’와 함께 오이도행 전철이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책

이다.

『오이도행열차』홍종의글·이우창그림, 미래아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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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다애야. 다잘될거야!

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다애와 친구들은 서울대공원으로 놀러갈 계획을 세운

다. 형편이 어려운 다애는 돈 걱정에 앞이 캄캄하다. 새미는 주저하는 아이들

에게 짜증을 내며 재촉한다. 그러나 다애의 아버지는 빚에 쫓겨 집을 나가고

엄마는 식당에서 적은 돈을 받으며 고된 일을 하고 있다. 동생 다훈이는 유치

원에 다니고 있다. 다애는 학교가 끝나면 바로 다훈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다

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가지도 못하고 동생을 데리고 집에 가서 밥을 차려 먹고

동생을돌봐야한다.

다애, 새미, 가영, 유빈, 종수는 반 아이들 중에서 공부도 잘 하고 잘 사는

그룹이다. 다애는 한 번도 자기 집이 부자라고 한 적은 없지만 아이들은 다애

를 부자라고 생각한다. 부자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애는 열심

히공부를한다.

개교기념일에 돼지저금통을 털어 놀이공원에 가던 다애는 기차 안에서 부채

를 팔고 있는 아빠를 보게 된다. 아이들과 재밌게 놀이기구를 타고 서둘러 다

훈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보니 동생은 아파서 이미 엄마가 데리고 갔다는 얘

기를 듣게 된다. 걱정스런 맘으로 집에 가보니 엄마가 화난 얼굴로 다애를 기

다리고 있다가 다애의 뺨을 때리고 혼을 낸다. 억울하고 화가 난 다애는 자신

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싶고 놀고 싶고 부자이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 날 지하철에서 아빠를 본 것도 얘기하게 된다. 엄마는 다애의 맘을

이해하며답답함에눈물을흘린다.

다애는 더 이상 친구들을 속이고 불편하게 살 수는 없다고 다짐을 한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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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 가영이에게 자신의 집은 가난하며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신다고 편지를 써서 준다. 그 편지는 우연히 선생

님에게 목격되어 선생님은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고 슬퍼하는 다애를 조심스레

위로해준다. 가영이는 편지를 읽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상심에 빠지고 다애는

그런 가영을 불러내어 친구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나 가영의 입

에서새미에대한놀라운비밀을듣게되고새미를다시보게된다.

집에서 빨래를 하던 다애는 갑자기 집을 나서서 새미에게 전화를 한다. 학원

수업을 받던 새미를 불러내 억지로 자신의 집으로 끌고 와 자신의 가난함과 처

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준다. 어린이날 어김없이 엄마는 식당으로 일을 하

러 나가시고 다애는 동생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마침 새미

가 선물을 들고 집을 방문한다. 평소와는 다른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서 다애에

게‘너가 맞출 수는 없으니 내가 너에게 맞출게’라고 얘기를 한다. 같이 놀러

가자는새미를돌려보내고다애는동생과함께집을나선다.

갑자기 오이도가 머리를 스치고 동생과 함께 오이도행 전철을 탄다. 전철 안

에는 놀이공원에 가는 수많은 가족들이 보였다. 다애는 동생과 다른 칸으로 이

동한다. 혹시라도 만날지 모르는 아빠를 기대하며…….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

을 일깨워주며 우리 주변의 어려운 친구들을 배려해주고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

볼기회를제공해준다.

『오이도행열차』홍종의글·이우창그림, 미래아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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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의자아찾기

이명옥(수원슬기샘도서관)

어렸을 때(11살)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내게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나

이도 어린데 어른 같구나”라는 주변 어른들의 말씀이었다. 어린 마음에 혼나지

않고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손가락질 안 당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엄마한테 효

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행동을 절제하면서 지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결코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이답게 어린 시절을 못 보

낸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 때문이다. 요즘도 어른아이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내개인적으로는안타깝게생각한다.

이 책의주인공인다애는초등학교에다니는 5학년여자어린이다. 사업실패

로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는 식당일을 하느라고 밤늦게 와서 혼자서 집안일

을 다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남동생까지 챙기는 야무진 아이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해서 반에서 회장이지만 그와 어울리는 친구들이 모두 자기보다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자기의 형편을 말할 기회가 없었던 다애는 친구들과 개교기념일

에 놀이공원을 다녀오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친구 가영이에게 털어놓을 결심을

하고편지를쓰게된다.

5학년 아이 답지 않은 다애의 행동을 ㅉ아가고 마음을 읽다 보면 요즘 시대

에 보기 드믄 이야기라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다애 친구들이 하는 행동에서 그

들 나름대로의 규칙과 기준을 발견할 수 있고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늠할수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어른의 잣대로 보았을 때는 옳지 않은 것도 많지만 아이들

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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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요즘 경제난으로 다애네 가족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주위에 이런 가족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또한 어른의 몫을 어린이의 어깨 위에 짐으로 남겨서

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애초부터 그러고 싶은 사람이 없겠지

만 우리 어린이들을 어른의 소유물이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

할수있도록하는것이야말로어른들이제몫을하는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커야 한다. 그래야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 노릇을 제대

로하게된다. 그래서이책에서아쉽게느껴지는부분이바로이부분이다. 다

애나다훈의행동이너무도철이들어있다는것이다. 그래서더안타깝다.

『오이도행열차』홍종의글·이우창그림, 미래아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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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무엇일까?

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

이 책은 어려움을 모르고 자신만 알면서도 무엇인가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요

즘대부분의아이들에게잠시나마주변을돌아볼수있게하는책이다.

주인공 다애는 엄마와 다섯 살짜리 동생과 살면서 엄마가 밤늦게 집에 돌아

오기 까지 동생을 유치원에서 찾아오고 밥을 챙겨주면서 동생을 돌보는 엄마의

역할을대신하고있었다.

다애는 어려운 형편에도 학교에서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여 아이들은 다애

가 부잣집 딸인 줄 알고 있었다. 학교 개교기념일을 맞아 다애를 비롯한 학급

의 오총사는 서울랜드에 놀러 가기로 한다. 오총사 중 가장 잘사는 신애는 서

울랜드 갈 때 각자 오만 원씩 준비해오자고 한다. 다애는 엄마의 하루 일당이

삼만 원이라 엄마에게 말할 엄두도 못 내고 고민하게 된다. 생각다 못해 다애

는 동생이 학교 들어갈 때 가방을 사주고자 모으고 있던 돼지 저금통을 깨서

삼만육천원을만들게된다.

개교기념일 다애는 지하철역으로 향하게 되고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게 된다.

지하철 속에서 어려워 보이는 할머니에게 빵도 건네고 하지만 다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또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고 있

는 아저씨를 보게 되는데 이는 다애의 집나간 아빠였다. 그날 다애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동생 다훈이가 갑자기 아파 엄마가 집에 데리고 온 상황이었다.

엄마에게혼나고다애는울면서그동안쌓였던감정을엄마에게폭발시킨다.

그 후 다애는 친구들에게도 자신은 부자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 고백과 함

께 어느 날 다애의 집에 찾아온 새미는 아빠,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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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2(1007_1) 2009.10.7 3:17 PM ˘ `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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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후로 둘은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되고더친한친구가된다.

아이들에게‘행복이란뭘까?’라는생각을해본다.

돈이 많아 보이는 다애의 친구 새미도 돈은 풍족하게 쓸지 몰라도 행복해보

이지 않는다. 새미의 입장에서는 엄마와 동생이 있는 다애가 더 행복해 보일지

도모르겠다.

책 속의 다애를 보면서 어른들이 보고 생각하는 어린이의 마음과 이들 스스

로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늘 어린아이로만 보이고 무엇인가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이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있는기회를뺏고있지는않을까? 라는생각도든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줬을 때 어린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훨씬더잘자라나지않을까?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의 감정변화를 잘 나타내면서 공감을 일으키는 이 책

은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친구간의 우정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 부모와 자식

이함께읽고한번쯤토론해보기좋은책이다.

『오이도행열차』홍종의글·이우창그림, 미래아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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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의존재이유

강명희(경기도립중앙도서관)

30여 년 전 우리가 자랄 때 배워왔던 가족의 형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된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뿐이었다. 모든 가족에게는 가장이 있고, 우리를

보살펴 주는 어머니가 있고, 매사 다투면서도 떨어지면 못살 것 같은 형제자

매들.

그러나 현대 우리 사회는 결혼이민자가 늘고, 해외 노동이주민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형태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 등 가족 해체 원인도 다양화되고 있다. 특

히 작가는 책 속 주인공의 가족 구성을 친아빠, 필리핀계 의붓엄마, 이복형제

등 피부색이 다른 가족으로 구성함으로서 다문화가정의 사회적 문제점을 부각

시키고있다.

실질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가정불화, 게임중독, 학교폭력, 따돌림,

약물 등 다양한 종류의 위기 상황에 중첩적으로 노출된 경우가 많다. 언어 소

통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피부색이 다른 데서 오는 편견과 소외로 깊은 상처를

받기 쉽다. 부모의 출신 국가와 삶의 터전인 한국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

고 있는 아이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분노를 때로는 자살 시도나 폭력으로 표출

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작가는 한민족 정서에 맞는 이모의 헌신적 사랑과

외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 또한 주인공과 국일이, 준걸이 세 친구의

우정을통해서제시하고있다.

주인공‘복동이’와 입장이 같은 이복동생‘데니스’는‘복동이’라는 이복형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족 해체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절대로 받아

들이지않을것같은데니스의마음…….

작가는 화해의 매개자로 브라운 박사를 등장시키면서 6·25전쟁 중 있었던

20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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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토막의 이야기로 우리의 존재는 또 다른 희생이 있었음을 이야기하면서, 모

성을 상처의 가장 큰 치유의 방법으로 제시하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당위성

을부여, 가슴따뜻하게한다.

“나같은게이세상에왜태어났을까, 하면서살때하고이세상에태어나길

참잘했다, 하면서사는세상이같을수가없다. 앞의것은원망이고뒤의것은

감사니까…….”

주인공‘복동이’와 브라운 박사의 만남은 가족을 이해하는 중요한 작용을 한

다. 어려서 버려진 채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해외로 입양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족의 관심과 사랑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해 원망만 가득 찼던 시

절. 그러나 주인공은 전쟁 중 어머니의 희생으로 살아남게 되었음을 알게 된

다. 그로인해 원망을 감사로 자신의 불행한 삶을 승화시켜 나간다. 그 파란만

장 이야기를 책 속 목소리로 전하면서 작가는‘아이들이 자기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남의 생명의 가치도 존중할 줄 아는 편견 없는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에태어나길참잘했다고감사하며신나게사는것’을바라고있다.

『이세상에태어나길참잘했다』박완서글·한성옥그림, 작가정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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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이루어주는동화책“이상한열쇠고리”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이 책에는 총 네 편의 마법 같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가 실려 있다. 누구

나 어렸을 적에 품었던 소원,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는

너무나 간절해 울면서 빨리 어른이 되기만을 바랐던 그러한 경험들이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또 앞으로도 모든 아이들이 다 겪을 경험을 시원하게 이야기

로엮어모든이의공감대를불러일으킨다.

「단지와 보물」에서 단지는 처음 보는 동전을 주워 보물일거라고 확신하지만

알고 보니 우리나라 80원과 같은 외국돈임을 알고 너무나 속상해 한다. 그러

다 동전의 주인을 만나 그것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보물이라는 말에 단지는 그것을 찾은 자신을 더욱 자랑스러워한다. 이는

어린이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화려하고 비싼 물건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어 오

히려어른들을부끄럽게만들기도한다.

두 번째 동화「이상한 열쇠고리」는 주운 열쇠고리가 자신(지영)에게는 소원을

다 이루어주는 하루를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자신이 얻은 것은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 오거나 피해를 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영이는 괴로워한

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영이의 환상으로 그려지며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지만 소원을 이루어주는 열쇠고리에 대한 희망을 소중히 품어보는 어린이다운

마음을 남긴다. 이러한 열쇠고리가 정말로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도 탐을

내어 자신의 소원을 빌 것이다. 하지만 이기적인 소원과 바람이 다른 이들에게

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

21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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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열쇠고리가 왜 지영이에게 갔는지 알

것같다. 그리고참다행이라는생각이든다.

이외에도 친구와의 우정을 그린「호야선장의 우주여행」, 질투로 동생을 미워

했지만 동생의 진심을 알고 뉘우치는「똥글이의 파랑반지」등 이 책에 있는 모

든화제는어린이에게는현실을, 어른에게는어린시절을추억하게한다.

작가는 동화에 대해“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소원을 마법처럼 이루는 대신,

소원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

원을 이루는 방법은, 엄마와 이야기든 발로 뛰는 경험으로든 혹은 마법을 부려

주는 무언가에 의하든, 그 과정은 참 다양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있음을스스로깨우치게하는것이다.

어린이들이제답을찾기위해서는도움을주는사람이나사물등이필요하다

는 것이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 그 가치를 알 수 있게 한 아주머니, 모든 소

원을 들어주는 흰 새, 어린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 엄마, 그리고 밉지만 사랑

스러운동생까지바른생각을하고틀린생각을고칠수있도록도와주고있다.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단답식으로 한 가지 생각

을 주입하고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여기

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의문이나 문제에 대해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만으로도 우

리 아이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

한 점에서 동화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가며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를돌아볼수있는계기를마련할수있게한다.

『이상한열쇠고리』오주영글·서현그림,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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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소원이이루어지네?!

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핸드폰 광고로 유명해진 말‘비비디 바비디 부’는 신데렐라에서 나오는 마법

의 주문이다. 신데렐라가 파티에 가지도 못하고 울고 있자 요정이 나타나 이

주문을 걸어 호박으로 마차도 만들고 예쁜 드레스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정

말 이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말하지 않아

도신기하게척척마음속소원을들어주는마법같은책한권이있다.

‘창비좋은어린이책’저학년부분에서대상을당당히차지한책『이상한열

쇠고리』는저마다다른소원을가진네아이의이야기가담겨져있다.

표제작인『이상한 열쇠고리』는 박동구라는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지영이

가 어느 날 열쇠고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받아쓰기 시험을 내일 다시 치렀

으면, 자신을 괴롭히는 박동구가 줄넘기를 제일 못하고 뭔가에 겁을 먹고 엉엉

울게 됐으면…… 하고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자신의 소원을 얘기하면 신

기하게도 지영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이루어진다. 지영이에게는 너무 좋은 행

운의 열쇠고리였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짐으로써 체육복이 없었던 나리는 친구

에게 놀림감이 됐으며, 박동구 역시 벌에 쏘여 지영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자

신에게 좋은 일이 결코 남들 또한 좋은 일이 아님을 알게 된 지영은 다시 모든

것을되돌리길원한다.

나머지 다른 작품들, 모래밭에서 놀다가 보물동전을 찾은 단지의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부터, 귀찮은 동생이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무서운 소원을 비

는 하나의 이야기들 역시 친구와의 관계, 동생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을재미있게그리고있다.

21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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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듯한‘아이의 소원 이루기’라는 동일

한 테마를 바탕으로 보통의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을 환상 이야기를 재

미있게 잘 구현해낸 동화집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크고 작은 아이

들의 소원에 대한 심리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표정을 다양하

게그린만화체의그림또한책을읽어가는내내상상력을풍부하게해준다.

아이들은 소원을 통해 자기 마음속 불만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 문제를 풀어

나갈 열쇠를 스스로 찾아나간다. 자신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아이들

의 속마음을 재미있게 읽어내고 있으며, 하지만 때론 자신이 원하는 소원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마음을

빗대어배려하는마음의필요성을살포시그려내주고있다.

『이상한열쇠고리』오주영글·서현그림,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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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왕자와그친구들의소중한1년

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시작된 세계적인 경제위기로자라나는 세대

들에 대한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서 만

나는 경제는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현대 사회는 돈에다 절대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며 돈에 대한 잘못

된인식을갖게한다.

경제동화는 어린이들에게 경제 개념을 쉽게 설명하거나 돈에 대한 올바른 가

치를 알려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펀드나 주식 투자법, 부

자 되는 방법 등 사회현상과 맞물린 어른 경제서 유행의 영향을 받은 책들이

여과없이출판되고있어경제동화의선택이더욱중요하게되었다.

『주식회사 6학년 2반』은‘훌륭한 경영자의 자질을 갖춘 어린이가 많으면 우

리나라의 장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어

린이들에게 경제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고, 문제 해결방법과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알려주는경제동화이다.

이 책은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거울왕자 진우가 학급회의에서 주식회사를 만

들자는 의견을 내면서 시작된다. 왜 회사를 세우려는지, 회사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반대하는 교장선생님을 설득하고, 친구들

에게 주식을 팔아서 자본을 만들어 학급 문구점이라는 사업을 한다. 문구점이

잘돼서 신규직원을 공개모집하여 채용하기도 하고, 돈 관리를 위한 은행 거래,

사업 확장, 회사 사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를 작성하

여 주주총회를 열고, 전학 가는 친구의 주식 처리를 통해 주식거래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 문구점 이외의 새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로 반 대항 운동 경

21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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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알뜰시장을 운영을 하여 1년 동안 자본금의 2배가 넘는 이익을 내기도

한다.

『주식회사 6학년 2반』주주들은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의 일부를 학교

도서실에 책을 사서 기증하기로 결정하는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낸 아이들

의 이야기로 회사를 만들게 된 이유부터 회사를 정리하기까지의 과정들이 담겨

있다

일방적인 경제 개념의 설명이나 주인공이 어떻게 돈을 모으는지에 대한 이야

기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일기처럼 상세하게 적어놓았고 대화를 통해 어려운 경제 개념

들을 쉽게 이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한 이야기의 진행이 끝날 때마다‘톡

톡! 경제상식’, ‘어려운 낱말 풀이’등 우리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활동과 용어

들을제시해, 활용하게한다.

능력과 학력위주의 사회에서 덜렁대지만 주식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를 직원으로 채용하여 친구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일이나, 외상거래로 다투

었다 화해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신용의 중요성 및 이를 지적해낸 보람이의 역

할, 새로운 사업 중 반 대항 운동경기는 이익금을 상금으로 모두 쓰게 되지만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지구의 자원을 아끼는 알뜰시장으로

뜻있는 사업, 이익금의 일부를 학교를 위해 사용하자는 생각과 그 결정방법 등

사례를적용하여함께살아가는방법들을설명하고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인공이 되어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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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는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제교육일 것이다. 이 책은 생산·소비·분배

의 과정을 거치는 경제활동들과 주주, 펀드매니저 등 다양한 직업들을 자연스

럽게 살펴볼 수도 있고, CEO를 꿈꾸는 주인공 진우 이외에도 회사를 운영하는

핵심 임원 한준영, 꼼꼼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회계 최보람, 덜렁거리는 직원

김규식, 꼼꼼하고 성실한 직원 은구슬,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의 꿈과 열정이

배어있는책이다.

그러므로“CEO를 꿈꾸는 어린이 경제동화”라는 소제목을 보고 장래 희망이

CEO가 아닌 다른 분야인 어린이들에게 눈길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안타

까움도 생기긴 하지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장할 만한 경제동화

이다.

『주식회사 6학년 2반』석혜원글, 다섯수레, 2009

21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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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아빠수업이필요하다!

이영희(오산햇살마루도서관)

『준비 됐지?』는 성장의 아픔을 이겨내는 주인공 지효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

효에게 2차성장이 나타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다르게 변화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어린 동생 지민이의 갑작스러운 사고를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자책을

하면서외로워한다.

아들에게 아빠는 롤모델일 것이다. 하지만 지효의 아빠는 아직 그렇게 성숙

된 모델의 모습이 되지 못한다. 아빠에게 위로 받지 못하는 지효에게는 아무도

없다.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고 지효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지효와 가족

들은 지민이와 함께 살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지만 계속 각자 아

픔 속에 있는 환경 속에서 지효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지내게 된다. 새로운 장

소에서우영이와은하를만나게되었고친하게지내게되는데…….

우영이는『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의 현대 모델이다. 공부도 잘하

고 인기도 많은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안정을 찾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된

다. 부모님도 엄마의 임신으로 다시 안정적이고 생활의 활력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엄마는 예전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묵묵히 열심히 일만 하면서 지효

를 챙기지 않았던 아빠도 이제 마음의 변화가 보인다. 하지만 지효는 자신을

자책하며지내고있다.

이 책의 내용 속에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나

님을 부인하고 돌아오면서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효는 동생이 죽은

사고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봉사하는 아빠와 엄마에게 지효는 불만 아닌 불만을 표현하게 된다.

교회행사의 연극을 통하여 아벨역할이 아니라 가인역할이 되었던 지효에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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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무관심하게 지효를 방임하고 있었던 아빠는 지효를 다독여줍니다. 너는

아벨이라고…….

이렇게 아빠의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 지효를 보면 요즘 교회에서 부모가 되

는 특강들이 기억난다. 이때는 아직 그런 아빠들을 위한 특강이 부족하였고 아

빠에게 아빠로서 자녀를 다독이는 부분은 부족하지만 생활의 안정과 함께 아빠

는 깨닫고 지효를 챙기는 것이다. 아빠도 아빠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

게 된다. 아이가 성장통을 겪듯이 아빠도 아빠가 되기 위한 고통을 겪는 것이

아이들이아빠를이해하고가족을이해할수있게도와줄것이다.

지효는 아빠에게 받은 위로로 모든 고통과 절망을 이겨내고 그것을 딛고 일

어서기 위해 스스로에게 묻는다. 준비됐지? 라고, 그러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

덕인다. 가족은 모든 절망과 슬픔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받고 새로 태어나는 아

기와새로운직장으로의이사를가는희망을가지게된다.

청소년기에 아이들은 각자 아주 소심한 것부터 엄청난 일까지 자신의 잘못이

라는 자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나이이고 어른이 되면 그 많은 감정들의 고통

을 잊어버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지효의 고통은 어른으로서 아이들

을 품어주고 다독여 주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이 없어지면서 홀로 외롭게 성장

통을겪게되는이야기를쉽게나타내고있다.

『준비됐지?』김옥글·홍정선그림,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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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향해날아갈준비됐니?

박소윤(고양아람누리도서관)

『학교에 간 개돌이』, 『축구 생각』등에서 아이들만의 생활과 심리를 빼어나게

묘사해널리사랑받아온중견작가김옥의성장동화이다.

열두 살 소년 지효는 엄마와 아빠의 애정을 독차지 하는 어린 동생 지민이

얄밉기만 하다. 시골교회 관리집사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빠는 전직 군인

이어서인지 지효에게 엄격하고 어려운 존재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위행위를

하고 두려움과 죄의식에 휩싸인 지효는 타락한 모습을 아빠에게 들킬까봐 마음

을 졸인다. 그러던 어느 날 지효의 자전거를 타고 나간 동생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지효는 자전거가 고장 난 것을 미리 얘기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죄책

감에빠진다.

동생의 사고 후 표정이 사라진 엄마와 쉬지 않고 일만 하는 아빠 사이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지 못한 채 진통과 절망을 혼자 외롭게 이겨내는 지효의 이야

기가하나둘펼쳐진다.

아빠는 우리가 특별히 하나님께 선택받은 가족이라고 하지만, 지효는 그게

싫다. 악랄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던 선생님‘방’도 자기가 바라는 학교로 갔고,

부동산 지도를 끼고 살며 돈밖에 안 믿는다는 우영이네 엄마도 기도밖에는 의

지할 데가 없는 지효 엄마보다 훨씬 부자이고 행복해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

기도하는 아빠마저 교회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게 되자, 지효는 우리 식구 괴

롭히는 하나님만 안 믿었어도 더 행복할거라며 하나님이 싫다고 소리친다. 그

리고 교회에서 뮤지컬 공연을 할 때에도 보란 듯이 최초의 살인자 가인 역을

지원해서아빠를더욱속상하게하는데…….

22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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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위와 몽정으로 나타나는 성 정체성,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 친

구 사이의 우정과 권력, 종교적 반항 등을 통해 사춘기 소년 지효가 성장통을

홀로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절절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효의 심

리묘사가 탁월해서 그의 아픔과 절망이 바로 나인 듯, 내 아이인 듯 나의 가슴

에 깊이 박히며 함께 울고 웃게 된다. 혼자 아파하면서 더욱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딛고 조금씩 발돋움하는 지효는 어느 새 자신을 더 사랑할

줄아는소년으로한뼘더자라있다.

아픔을 딛고 세상을 향해 날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오는 이 소설은, 몸과

영혼이 함께 건강히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을 응원해주

고품어줄부모와교사가함께읽으면더좋은책이다.

『준비됐지?』김옥글·홍정선그림,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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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책과노니는집’의꿈을이루다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

조선 시대에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천주교 박해사건이다. 서학은 명나

라에서 들여온『천주실의』라는 책이 전파되면서 나중에는 신앙으로까지 받아들

여졌으며상민, 부녀자, 기생, 양반등신분에상관없이퍼져나갔다. 서학에서

는 세상 모든 사람의 평등을 주장하고 제사 의식 등을 금지하며 기존 성리학

중심의 사회를 부정했다. 이때 나라에서는 서학, 천주교를 쫓는 건 기존 질서

를 무너뜨리고 잘못된 문화를 전파하는 거라 여겨 가혹한 탄압을 일삼게 되었

다. 이 책은이러한시대적상황을중심으로이야기가전개된다.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장이로, 밤낮 가리지 않고 언문(한글) 이야기책

을 비롯해 수많은 한자 책을 베껴 쓰며 생활을 이어 나간다. 천주학 책을 베껴

썼다는 이유로 천주학쟁이라는 누명을 쓰고, 관아에 끌려가 장독이 오를 만큼

매를 맞고 겨우 목숨을 부지해 집에 돌아오지만 사경을 헤매다 결국 돌아가신

다. 아버지와장이에게‘필사’라는일은꿈과시련을동시에안겨주는것이다.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장이는 책방주인 최서쾌 집에서 지내면서 책방 심부

름꾼 생활을 시작한다. 새로 들어온 이야기책을 정리하고, 주문 받은 책들을

배달하며 장이는 바쁜 나날을 보낸다. 외롭고 고된 생활 속에서도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영특하고 의젓하게 성장해 나간다. 장이는 책을 배

달하면서 지체 높은 관리인 홍 교리부터 기생집의 기생까지 책을 읽는 다양한

사람들을만나게되고여러가지사건을겪게된다.

이 책은 단순히 장이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그 당시 시대상황과 사

22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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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개인의 이데올로기, 지식계층과 일반 백성들의 생활사 및 문제의식 등이

복합적으로어우러진이야기라더욱의미가있다.

보통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동화들이 비범한 인물의 주인공을 내세워 학습효

과나 교훈 위주로 되어있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상투적이지 않고, 이야기 전개

가 흥미롭고 독창적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장이’의 어린 시절을 통해 어린아

이의 시점으로 그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한 아이의 눈으로 조선이

라는 시대상을 잔잔하지만 정밀하게 표현해, 장이라는 어린아이가 보고 이해하

는 범주에서 정확하게 그 시대 삶을 그리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잘 모르는

어려운 단어나 시대상을 반영하는 단어들이 보기 좋게 쓰여 있어 이해를 도와

주고역사동화가지루하게또는난해하게느껴지는독자도쉽게읽을수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탄탄한 구성력을 발휘해 깔끔한 문장과 세련된 묘사

가 일품이다. 주인공 장이의 캐릭터를 비롯해 인물 하나하나의 특성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빛내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김동성의 그림이다. 한국적 정서가 진하게 묻어나는 그림이 어우

러지면서 글의 깊은 맛이 더해진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멋이 담긴 김동성의

그림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대, 그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힘이존재한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장이를 보며,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보다 깊고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와 역사에 눈을 돌릴 수

있을것으로기대된다.

『책과노니는집』이영서글·김동성그림, 문학동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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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사람들과함께살고싶다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에 얽힌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책이야기가 듬뿍 담긴 이 책은 역사속의 천주교 탄압사건과 더불어 어린아이의

성장과정까지두루담고있는뛰어난창작동화이다.

성은 문, 이름은 장. 이 책의 주인공‘장이’는 어린 시절에 무척이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던 아버지를 잃게 된다. 전문 필사장이였던 아버지는 천주학

관련 책을 필사했다는 죄로 매질을 당하여 죽고, 아버지의 부탁으로 홀로 남은

장이는 약계책방의 주인인 최서쾌의 보살핌으로 살게 된다. 책방에서 책을 손

님에게 가져다주는 심부름을 하며, 장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낙심이, 미적아씨, 청지기, 지물포 주인 오씨, 허궁제비, 홍 교리. 이들을 통해

장이는아버지를여읜슬픔을이겨내며자신의길을당당히걸어나간다.

이 동화에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중요단어는 두 가지이다. 천주학을 가리키는

‘서녘 서(西)’와 천주학을 숨기는‘동녘 동(東)’. 천주학 대한 탄압 속에서도 천

주학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몰래 책을 구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장이

는‘동녘 동’자로 시작하는 동국통감을 가지고 최서쾌의 심부름으로 홍 교리의

집에찾아간이후, 홍 교리와책에대한이야기를나누는데, 이 책을읽는아이

들에게는 주옥같은 말들이다. “어렵고도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것이아니니. 어려운글도반복해읽고, 살면서그뜻을헤아려보면‘아,

그게이뜻이었구나!’하며무릎을치는날이올것이다. 그때는어려운책의깊

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어른과 어린 아이의 진심어린 대화는 두고두고 곱

씹어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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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리와의 대화를 나누기 좋아하는 장이는 천주학 탄압이 다시 시작될 무

렵, 뛰어난 지혜로 홍 교리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천주학 사건에 관련된 모두

들은잠시도망친다. 그들이다시만난날, 장이의운명이다시시작된다.

책과 노니는 집은 장이의 모든 것이다. 홍 교리의 서재이름인 한문으로 된

‘서유당’을 장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언문으로 다시풀이해준‘책과 노니는 집’.

이곳은 장이가 필사장이로서의 삶을 살아가나가는 기반이 된다. 아버지가 남겨

주신 돈으로, 아버지가 차리고 싶었던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전문적인 필사

장이로 나아가는 장이처럼,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바르

게살아간다면, 자신이하고싶은일을하며살수있을것이다.

긴장감을 놓지 않는 탄탄한 구성력과 더불어 이 책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어

린아이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낙심이에 대한 풋풋한 관심, 홍 교리와

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 허궁제비로 인한 고통 속에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 등을 두루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장이와 더불어 성장하고 있음

을깨닫게될것이다.

여기에 서유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 곳곳하며 맑은 자세, 홍 교리 앞에서 조

심스럽게 한 자 한자 필자하고 있는 장이의 모습, 후원 누마루에서 낙심이에게

실감나게 심청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이의 진지한 모습, 많은 사람들이 흥미

진진하게 조선시대의 전문이야기꾼인 전기수가 들려주는 흥부전 이야기 속에

빠지는모습등의그림은글과더불어가슴뭉클한감동을자아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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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서관 사서로서 주목하는 이 동화속의 장점을 말해본다면, 약계책방의

주인 최서쾌의 책을 권해주는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의 관심

을 헤아려, 그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쏙쏙 골라주는 지혜를 본받고 싶은 열망

을자아낸이책은비단, 어린아이뿐만아니라, 서점주인, 도서관사서, 책을좋

아하는이들이라면누구나좋아할것이라고자부한다.

『책과노니는집』이영서글·김동성그림, 문학동네, 2009

22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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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장이‘장이’의이야기

이혜준(안양석수도서관)

천주교박해라고 하면 국사 수업시간에서나 친근하게 들었던 단어이다. 하지

만 그것도 시험공부를 위해서 열심히 외었던 기억만 나고 그 내용에 대해 설명

하려고 들면 다시 백과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만큼 나는 역사적인 지식과

는 거리가 멀다. 천주교 박해는 당시 집권세력이 반대세력의 견제를 위해 일으

켰던 정치적 사건이었다. 신해박해를 시작으로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총 네

번의 큰 박해가 일어났다. 물론 병인박해는 흥선대원군의 통상요구거부와 관련

하여 일어났던 사건으로 기존의 성격과 다르긴 하다. 천주교 박해는 당시 집권

세력의 견제라는 기본 성격은 있었지만 또 한 가지 하느님 앞에서는 만민이 평

등하다는 천주교 기본 사상을 당시 사회체제를 통째 부정하는 반국가적 행위로

보았던 것이다. 조선말이라고 했어도 아직 양반과 천민의 구분이 엄격했기 때

문에 자신들의 기반을 흔드는 그런 사상에 지도층 세력이 탄압을 가했던 것은

당연했던것이다.

『책과 노니는 집』은 이런 천주교 박해 사건을 배경으로 그린 책이다. 그러나

역사적이 배경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의 실제 역사적 배경을 각색하여 만든 역

사동화와는 조금 다르다. 물론 창작동화라는 점에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여느

역사동화에서 나오는 영웅실화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은 대단한 인

물이 아닌 우리와 닮아 친근한 인물이다. 또한 허구의 요소가 들어가 더욱 재

미있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는 않다. 문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그리고 신

빙성 있는 역사적 배경을 빌려와서 그런지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잘 표현

했고, 책 속에 진중함이 묻어난다. 총 열다섯 장면으로 꾸며진 이야기는 장이

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과 장이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핵심적으로 소개하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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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목차의 소제목만 보고 이

야기를 알 수 없지만 내용을 읽고 나면 비로소 제목이 얼마나 내용의 핵심을

잘표현했는지작가의의도를잘파악할수있다.

이 책에서또한가지주목할만한것은소설속에시대적배경, 즉 조선시대

말을 표현해내는 것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한자소설

에서 언문소설로의 트렌드 변화, 즉 춘향전이나 구운몽과 같은 소설이 인기가

있었다는 점이나, 장이가 홍 교리 서가에서 북학의 같은 책 발견했던 것 등은

조선 말기의 시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그 당시에 등장했던 전기수를

초대하여 마을 사람들과 홍 교리, 최서쾌 등 주변인물들이 도리원에서 연회를

연 것은 그 때의 흥미와 관심거리를 잘 표현해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천주교

가 탄압을 받던 상황에서도 당시 시대상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분에서책속의숨겨진조선말의사회상을찾아보는재미도톡톡할것이다.

이야기는 필사장이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하다 천주학쟁

이로 몰려 고문 받고 죽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 후 장이는 아버지가 필사했던

책방의 어른 최서쾌의 밑에서 자라면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장이에게

있어서 책을 배달하는 일은 세상과 그리고 다른 여러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 기생방 도리원에서 낙심이와 미적아씨를 만나기도 하고, 또 다른 곳

에서는 필사장이로서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 홍 교리를

만나게된다.

무엇보다 장이에게 홍 교리와의 만남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책을 필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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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부탁 받게 되면서 필사장이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뿐만 아니

라, 천주학과 연관되어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홍 교리와 미적아씨,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도리원은 이 책에서 천주학의 상징적인 의미로 비춰

진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장이에게 천주학을 필사하던 아버지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위기를 가져온다.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장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결국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자신과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을 지켜내려

고그들에게달려가면서그결말은감동이더해진다.

또한, 여러 사건을 통해 장이는 그만큼 모질지 못하고, 정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나중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계속해서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큰 줄거리 이외에도 낙심이와의 첫만남이나 허

궁제비에게 상아찌 책갈피를 빼앗긴 일 등등 소소한 에피소드가 더해진다. 이

런소소한사건은큰줄거리에힘을실어주며흥미를더한다.

장이의 심리묘사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장이가 상아찌 책갈피를 허궁제비에

게 빼앗겼을 때는 어떻게 둘러낼지 장이의 고민하는 속마음을 통해, 보는 이도

함께 가슴 졸이기도 한다. 또한, 장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장이를 통하여 인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어쩌면 한정적인 부분만을

볼수있지만, 오히려좀더생동감있고, 현실성있게느낄수있다.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어린이들에

게 다소 지루하고 어려운 역사적인 내용을 쉽게 잘 풀어냈다는 것과,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책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

다. 이는 탄탄한 내용과 짜임새 있는 글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글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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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높고낮음을떠나서어린이동화지만어른들도읽도록권하고싶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젠가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작은책방을내고자했던꿈’을이루고자성실하게일했던장이. 그의

삶은, 하루하루 쉴 새 없이 짜인 일과에 따라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 아이들

에게많은시사점을제시한다.

『책과노니는집』이영서글·김동성그림, 문학동네, 2009

23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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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모든‘동재’들아! 실컷사랑하며, 자라렴∼

유현미(평택시립도서관)

얼마전지인들과함께한자리에서‘문학의사명감’이화두로올랐다. 두 가

지 의견이 팽팽하였다. “문학이 반드시 사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

학이가지는예술성과오락성, 그것을통한위안이더중요하다”는의견과, “우

리사회최후보루로서의‘문학이가지는사명감과책임’”에대한의견. 故이오

덕선생님은‘문학의사명감’에대해「詩情神과遊戱情神」에서“모든문화가바

람직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할 때는 문학인만이라도 깨어 있어, 인간정신을 회

복하는 활력소를 공급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특히 역설해야 할

것이 아동문학의 사명이다. …… 사회와 학교에서의 교육이 이룰 수 없었던 막

중한임무를효과있게수행해야할것이다”라고역설하였다.

‘문학의사명감’이라는쉽지않은문제를고민하던중에만나게된작품, 『첫

사랑』.

당대 최고의 아동문학작가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와, 노련미

를 두루 갖춘 흠잡을 수 없는 작품임에도, 그렇기에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다면, ‘아이들에게인기있는어른’이아니라, ‘아이들을이해하고사랑하는그

러나조금더엄격하고치열한어른’과도같은작품에대한기대이다.

첫사랑, 그 달콤쌉싸름한기억속으로……

초등 6학년 동재의 첫사랑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부모의 이혼과 아빠의 재

혼으로 새엄마와 여동생 은재와 함께 새 가족을 꾸리게 된 동재. 심란하고 혼

란한동재에게첫사랑연아의등장은한줄기햇살과도같은것이었다.

동재가 짝사랑하던 연아와 동생 은재가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을 계기로 서

로 반목하던 이복 남매간에 서서히 화해와 소통의 문이 열리고, 첫사랑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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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은 새 식구와의 갈등조차 희석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서툴지만, 풋풋한

첫 사랑의 경험을 통해 동재는 엄마 아빠의 이혼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받아들

이게 되고, 흑백영화 같은 앞집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던져보게 된다.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이 어떻게 끝나

든 해피엔딩”이라는 동재 아빠의 말처럼, 사랑의 기억을 통해 동재는 성장하

고, 동재의 가슴에 남은 아름다운 추억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훌륭한 토양

이되어주리라.

작가 특유의 세심한 심리묘사와 재기발랄한 문체는 다양한 연령층이 쉽고 재

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낯선 두 가정의 결합

에 따른 가족갈등과 사춘기 소년의 방황을 어렵고 무거운 주제로 풀기보다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통해 희망을 발견케 한다.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을 수 있다. 이렇듯 쉽사리 가족 갈등이 해소되고,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을

찾기란, 동화속에서나있을법한이야기라할수도있겠다. 그렇지만, 힘든상

황을 견디게 하는 힘이 사랑임은 또한,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자

신에 대한 사랑이든, 이성 혹은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든! 지독한 아픔에

고민하던 소년이 사랑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면, 분명 그 아픔을 이겨내고

한뼘더자란자신과마주하게될것이기에.

동재가 비록 첫 사랑 연아에게“안녕!”을 고하지만, 그것을 통해 성장했다면,

사랑과 관계의 보편적 진실에 대해 터득해 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 해피엔

딩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동재와 연아, 민규와 은재는 그렇게 또 다른 사랑을

경험하며, 쑥 쑥 자라날 것이다. 사랑의 법칙-사랑이 유지되려면 끊임없이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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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굴리는 노력을 해야 됨-을 몸으로 터득해 가면서. 세상 모든 동재들아,

마음껏사랑하며, 소리치며, 세상을향해나아가렴!

『첫사랑』이금이글, 푸른책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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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맺음이서툰우리를위한

이금이작가의연애코치!?

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첫사랑,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왠지 어설프고, 그렇지만 너무도 소중

한 첫사랑. 이 시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이금이 작가가 이‘첫

사랑’을 소재로 새 책을 들고 나왔다. 그녀가 쏟아내는 첫사랑, 아니‘사랑’은

어떤것일까?

‘하필그때’찾아온동재의사랑

초등학교 6학년인 동재는‘하필 그때’, 2학기 첫날 전학 온 연아가 눈에 들

어왔다. 그때부터 동재의 가슴앓이가 시작된다. 연아에게는 연인선언을 한 연

예인인 찬혁이라는 멋진 남친이 있었다. 동재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만 동동

거리고 있을 때, 새엄마의 딸 은재가 등장한다. 은재의 도움으로 동재는 연아

와 사귀게 되지만, 단지 좋아하는 마음뿐이라 그 뒤에는 자꾸 의도와는 다르게

일이진행된다. 동재는아직‘관계’를어떻게이뤄야할지모른다.

‘초등학생이무슨사랑?’이라고생각한다면, 접근불가!

‘초등학생이 무슨 사랑?’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적잖이 충격이 될 만한 책

이다. 초등학생도 엄연히 사랑하고, 삼각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실연하며, 데

이트 비용 때문에 고군분투한다. 비단 이 책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실제 놀랍

게도 유치원생도, 초등학생도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있는 건 부지기수다. 요즘

세태가이러하다.

우리가 아이들의 일이라고 시답잖게 생각했던 초등학생의 첫사랑. 이금이 작

가는 이를 표면으로 끌어내, 동재라는 초등학생을 통해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

들의심리를세심하고따뜻하게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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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에서는동재와연아와의사랑외에, 몇 가지사랑이더나온다. 대학때

CC에서 발전하여 결혼까지 했지만 한쪽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관계였던 엄마

아빠의 사랑, 그리고 각자 새로 찾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사랑, 그리고 햇빛 알

레르기가 있는 옆집 할머니와 첫사랑의 순애보를 간직한 변함없는 할아버지의

사랑, 또 은재와민규의사랑, 찬혁과연아의사랑등.

사랑은자전거타는것과같다

작가는 사랑을‘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전거 탈 때 계속 페달을

굴리지 않으면 넘어지듯, 사랑이 제대로 유지되게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굴

리는노력을해야된다’고(본문 262쪽). 그리고, 이렇게당부한다.

“앞으로살면서넌많은사랑을하게될거야. 그 때마다온갖감정들을경험

하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이(또는 딸이), 그 사랑들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

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엔딩이라는걸잊지마라”(본문 266쪽).

작가는 동재를 통해, 사랑은 시작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그를 위

해서는 항상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관계맺음은 서로 노력하는

데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는 사랑에 서툰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 않

을까?

『첫사랑』이금이글, 푸른책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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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비문학서평

개똥이네놀이터 - 이영희(오산햇살마루도서관)

고래가그랬어 - 유현미(평택시립도서관)·최문정(오산햇살마루도서관)

둥글둥글지구촌인권이야기 - 이혜준(안양시립석수도서관)

맛을지휘하는요리사 - 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평택분관)·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

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세상에서가장쉬운철학책 - 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수돗물이뚝! - 이명옥(수원슬기샘도서관)

수학마녀의백점수학 - 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야호! 돈이다 - 박소윤(고양아람누리도서관)

어절씨구! 열두달일과놀이 - 강명희(경기도립중앙도서관)·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우리집구석구석숨은과학을찾아라 - 김현경(고양한뫼도서관)

작가처럼글쓰기 -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임미선(시흥시립대야도서관)

조선을놀라게한요상한동물들 -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김숙진(경기평생교육학습관)

주니어지식채널 - 박세헌(군포중앙도서관)

한입에꿀꺽! 맛있는세계지리 - 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행복한글쓰기 - 이미지(양평군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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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속의만화책기다리기!

이영희(오산시햇살마루도서관)

다달이 나오는 어린이잡지『개똥이네 놀이터』는 초등학교 때 사각턱이 될지

도 모른다고‘재잘’대면서도 즐겁게 씹었던 풍선껌 속의 만화책 같다. 서로 다

른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기대감에, 풍선껌을 씹는 달콤함에 푹 빠져있던 초등

학생의마음을전달해주고있는것같다.

책은 신문지와 같은 종이질감으로 더욱 풍성하다. 좋은 종이처럼 느껴지는

밋밋한 하얀 종이에서 벗어나 신문지와 같은 투박함은 우리의 이야기를 더욱

달콤하게 하고 가볍게 들을 수 있게 마음의 빗장을 열어준다. 세 가지의 주요

테마로‘자연이랑 놀자’, ‘이야기는 이야기’, ‘놀고먹고 만들고’의 이야기들은

하나하나재미있다.

그 중, 인상적인만화는‘미주알고주알’이야기라고할수있다. 풍선껌속의

만화와 같은 간단한 스케치라고 생각하기만 했던 그 그림을 좋아한 초등학생

때를 떠오르게 하는 첫 번째 테마이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저학년의 아이들

이 그리는 수준에 맞추어진 그림. 할머니와 아이에게는 머리와 팔다리는 있지

만 목은 없고 손이나 발도 없다.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이 그림에는 얼굴이라

는 집중적인 표현이 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그림과 비슷하고, 자신이 생각하

는것과비슷해서더욱친근감이살아난그림이라고생각한다.

우리들은 지금 얼마나 풍족한 축복 속에 지내고 있는가? 책이 귀하고 종이가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면 아이들이 받아줄 수 있을까? 그러한

공유를 함께 하기에 다른 어떤 도서보다도 부모와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다. 그

중에서 나는 6월호가 마지막이라는‘놀고먹고 만들고’의 달마다 읽는 짧은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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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잡지에서 만화와 광고, 그리고 정보전달

은 빠질 수 없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여섯 장의 짧은 동화가 주는 느낌은 잡지

속의보물같아아쉬움에책을보듬게된다.

잡지표지부터 많은 숨은그림찾기가 기다린다.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지만 아

이에게 낯선 우리나라의 숫자를 세는 표현, 1년으로 끝나는 달의 형식보다는

달이 거듭되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번 달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

져 있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제목들은 다양한 꾸밈체들로 개성과 창의력에 시동

을걸어주지않을까?

『개똥이네 놀이터』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부록「개똥이네 집」을 꼭 보아야 한

다. 이 책은 부모님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어른들 책의

부록으로, 어른들 신문의 부록으로 아이들 책, 아이들 신문이 있다면 이 책은

중심이 어린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어른들의 책을 부록으로 다루면서 어른

들의 고민까지 해결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책인가? 아이와 함께 한권씩 나눠

읽고 이야기 한다면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하기에 너무나 즐거울 것 같다. 어

른들의 가방에 쏙 들어갈 것 같은 작은 책은 한 달 동안 들고 다니면서 생각하

기에 좋은 크기이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내 자녀에게 어

떻게 책을 읽어주고 어떤 책을 골라 주어야하는 길잡이가 되는 좋은 잡지가 있

다는것은좋은선생님을만나는것과같지않을까?

어른들은 더욱 많은 책의 홍수 속에 놓이면서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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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제는아이들책역시너무많은책들이쏟아져나오고있다. 심지어어른

들의 책에서 인기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바로‘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 독자가‘어른’인 것인지‘어린이’에게 맞추어 시작되었는지 모르

는 책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런 홍수 속에서 어린이를 중심에 놓고‘어른’에

게 부록을 선사하는『개똥이네 놀이터』는 정말 자녀를 세상의 제일로 생각하는

부모들에게권해주고싶다.

『개똥이네놀이터』2009년 6월호,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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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고래가뭘그랬을까?

유현미(평택시립도서관)

우선, 이름부터가딴애들과는다른, 자기고집있는아이와마주친느낌.

다른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 애써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지도, 그렇다고 어

른들 눈에 들려고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지도 않았으나,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자신만의매력을가진아이같이.

겉멋으로는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는 내공의 세계를 가진 아이처럼, 『고래가

그랬어』는 재생지의 소박한 외모를 갖고 있으나, 그 속은 만화, 영화, 동화 등

분야별 볼거리 소개에서부터 전태일, 이혼가정, 장애문제, 공교육의 문제 등

그동안 아이들의 읽을거리에서 금기시 되었던 주제들까지 망라되어 있다. 이

잡지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이라면, 스포츠, 연예인이야기, 광고가 주를 이루는

어른 잡지를 흉내 내지도, 모범 어린이가 되라고 설교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과학상식, 논술, 역사만화 등 지식과 상식으로 가득한 여타의 교육적(?)인

잡지들과 달리 이모나 삼촌이 들려주듯 사람냄새 나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 이

야기라는점이다.

드러내 놓고 가르치진 않지만, 그저 재미있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웃

과 자연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기를 바라는 속내를 감춘, 욕심 많

은(?) 이모와 삼촌들은 조카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다. 우선, 어린

이 잡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만화. 삐딱하지만 건강한 아이 자람이의 눈을 통

해우리사회의잘못을되짚어보는‘고민하는자람이’, 이웃과어울려사는유

쾌한 가족이야기‘우리 집은 너무 커’, 매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고래 단편극장’과‘을식이는 재수없어’. 친절한 이모와 삼촌이 고민을 상담해

주는‘고민 있어요’, ‘고래토론’, 주변의 이웃과 풀, 나무, 곤충들을 세밀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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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들여다보는‘동네 사진관’,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마지막으로

어른고래를위한‘어른고래보세요’까지없을건없고있을건다있다.

애타게기다리던손님과도같이……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어린 시절의 특별한 기억으로 인해, 어린이잡지에

대해 유달리 호의적인 편이다. ‘읽을거리’가 극도로 궁핍했던 어린 시절, 우연

한 기회에『어린이 새농민』*이라는 잡지가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호사를 누렸

던 기억 덕분에……. 매달, 특별한 손님을 기다리듯 책이 오기를 기다렸던 그

간절함! 받기가무섭게단행본읽듯처음부터끝까지차례로읽고또읽었던기

억들……. 아이러니 하게도, 농촌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을 법한, 제목도 촌스

럽던(?) 그 잡지를 통해 나는 도시와 다른 세상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품었던

것 같다. 흑백의 기억 속에 새로운 색들이 더해진 그 기억으로 인해 나는 지금

도 아이들과 어린이 잡지를 먼저 보려고 다투곤 하는, 어린이잡지 읽기를 즐기

는어른이되었다.

분명 정기간행물에는 단행본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다음 호를 간절히 기다

려본 사람만이 가지는 애정의 무게가 더해진 까닭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일

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에서만 비롯되는 기대와 신뢰의 무게가 더해진 까닭

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어린지잡지는 수적으로도

적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좋은 잡지 만나기가 여간해서는 어렵다. 열악한

우리나라 출판환경에서도 비주류인 어린이 책, 그 중에서도 서자격인 어린이잡

지를 지속적으로 키워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만은 아닐 듯하다. 이런 이유

로『고래가그랬어』나『개똥이네놀이터』와같은어린이잡지를만나는일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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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간혹 연재를 어기는 코너가 있다던가 하는 사소

한부분들은질끈눈감아주기로한다. 『개똥이네놀이터』속동물과식물의세

밀화를 가만히 들여다 보다 말고, “이 그림들, 너무 감동적이지 않냐”고 했더

니, 아이들 입을 모아, ‘우리 엄마 또 오버하신다’한다. 그렇지만, 나는 믿는

다. 이들 잡지의 편안한 그림과 색감들, 정성들여 만들어낸 내용들은, 들인 정

성만큼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기억되어, 연재 회수만큼 차곡차곡 쌓여 가리라

는것을. 방정환선생님이‘처절하게’발간하셨던어린이잡지『어린이』가그시

절 어린이들에게 끼친 놀라운 영향력과 문학사에 빛나는 가치가 결코 헛되지

않았던 것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어린이 잡지를 만드느라 고군분투(?) 하고 있

을모든이모와삼촌들에게박수를보낸다.

*당시농협중앙회에서발간하던농민잡지『새농민』의부록으로발행되던어린이잡지

『고래가그랬어』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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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들려주고픈이야기

최문정(오산햇살마루도서관)

보통 책을 고를 때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목이다. 특히 신문이나

잡지 같은 간행물의 경우에는 제목이 그 책의 성격과 내용을 엿볼 수 있게 도

와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 『고래가 그랬어』는 조금 다르다. 어린이잡지인

이 책은 제목을 알아도 물음표만 더해질 뿐이다. 고래는 도대체 무얼 이야기하

고싶은것일까.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인 김규항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인터넷 서핑을 하

다 그를 비판한 어느 블로그에서였다. 호기심에 가본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그

의 생각과 거침없는 표현을 통해 나는 의식 있는 인간이었는가에 대해 적잖이

마음의 동요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나에게 있어『고래가 그랬어』는 본

인 스스로 B급 좌파라고 말하는 그가 도대체 어떤 색깔을, 어떤 이야기를 보

여줄지 기대로 시작한 잡지이다. 차례와 내용을 살펴보면 어린이를 위한, 어

린이 눈높이에 맞는 시사 잡지라는 느낌이 든다. 시사 잡지라는 표현이 조금

은 거창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동판『시사in』같은 느낌이라는 표현이 괜찮

을 듯하다.

『고래가 그랬어』를 다른 어린이 잡지와 비교해 봤을 때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문체이다. 집필자의 성별에 따라 이모 또는 삼촌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글은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모와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니 구어체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구어체의 구성으로 인하여 필자와 일대일로 이야기

하는느낌이들고, 이로인해쉽게글속에빠져들게된다.

그 중에서도‘고래토론’과‘어른 고래 보세요’는 눈 여겨 보았던 부분이다.

24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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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어린이 잡지에서는 교훈을 줘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이들의 토론

에‘토’를 달아놓곤 한다. 하지만‘고래토론’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만을 그대

로 담아두었다. 정답이 없는 토론에서 토론의 내용만을 보고 각자 생각할 점을

남겨둔다는 점이 맘에 든다. ‘어른 고래 보세요’에서는‘부모토론’과‘고민 많

은 부모에게’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하

루하루가 다른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꼭지를 따로

마련해 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만화로, 글로, 수화로, 만들기로 우리

주변의이야기와아이들의생각을들려주고있다.

아이들에게는 간간이 조금 어려운 내용도 나온다. 그래도 한 번쯤은 다뤄보

고, 나누어보아야 하는 이야기들이기에 삼촌과 이모를 통해 편하게 들을 수 있

음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주제들, 어쩌면 어른들에게는 더

많은 고민을 안게 할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보다 어른

에게더필요한책이아닌가라는생각도든다.

요즘 시중에서 어린이잡지를 찾아보면 대부분 논술이나 과학에 관한 것들이

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그것뿐인 것처럼. 그래서『고래가 그랬어』

가반갑다. 다 읽고엄마아빠와, 친구들과, 또는선생님과도란도란이야기나

눌수있어좋다. 그저정보만을, 지식만을얻기위함이아닌, 살아가는이야기

를나눌수있어좋다.

어린이잡지라 하기에는 다소 강한 색깔이 느껴진 탓에『고래가 그랬어』가 처

음 발간될 때는 금방 폐간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벌써

6주년을맞이했다고하니반갑고기쁘다. 부디오랫동안고래가들려주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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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들을수있었으면좋겠다.

“자본이 만드는 영웅밖에 없는 이 시대에 세상을 실제로 만들고 움직이는 노

동자들, 다시말하면너희의엄마, 아빠, 이모, 삼촌들이진짜영웅이라는얘기

를 하고 싶었다”는 발행인 김규항의 이야기가 결국 고래가 들려주고픈 이야기

는아닐까라고생각해본다.

『고래가그랬어』야간비행

24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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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권리, 인권

이혜준(안양시립석수도서관)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면 어렵다는 말부터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뉴스에서 빈번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도 가끔 한두 번쯤 그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했을까, 그렇게 나는 인권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 인권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면도 문제지만 인권이 어려

운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히 단어의 뜻풀이로 이해할 문제가 아니라 인권이라

는 개념이 생기게 된 계기, 즉, 인간이 권리를 지켜오기까지의 역사를 이해해

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인권이 아이들에게는 더욱 생소하게 여

겨질수도있겠다.

「함께 사는 세상」의 3번째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이런 인권에 대해서 아이

들에게 쉽고 자세하게 안내해준다. 인권의 탄생을 시작으로 인권을 민주화, 정

보화, 세계화의 측면과 인권과 함께 논의되는 국가, 사회적 약자의 부분까지

총 6부분으로나누어설명하고있다.

인권은 언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을까?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전쟁 후의 모

습과 독일 나치군이 저질렀던 유대인 대량 학살의 피해 모습 등은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유엔인권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몇

몇 나라를 제외한 유엔 가입국들이 세계인권선언에 합의하면서 비로소 인권이

주목받기시작한다.

민주화와 인권의 이야기는‘인권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까?’의 소제목을 가

지고 있는데 이는 인권이 하루아침에 지켜져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참 의미

있게 표현해주고 있다. 노예제도가 생기게 된 계기, 그리고 그러한 노예제도가

없어지기까지의 과정, 잔다르크의 일화로 살펴본 마녀사냥의 이야기, 우리나라

24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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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인권운동까지 인권의 역사를 다방면으로 풀어내어 아이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최근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인터넷 댓글 문제나 개인정보유

출 문제, 지적재산권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정보화와 인권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소개하여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또한, 카피라이트의 반대개념인 카피레프트와 같이 인권에 관한 아이들

이알아두면좋을상식용어들도소개하여궁금증을해결해준다.

그 외에도 요즘 이슈화 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아

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흑인 외국인 선생님, 친구의 어머니

일화로 소개하여 사회적 약자로 취급받는 사람의 인권에 대해 아이들 또한 생

각해볼수있는기회를가질수있도록해준다.

아이들에게 인권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현재에 와 닿는 문

제가 아니라면 과거의 인권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그냥 지식으로 그칠 수도 있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에 대해 오히려 아무것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면, 정작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인권에

대해 그냥 저절로 보장받게 된 것이 아닌, 과거의 자신의 조상들이 획득하여

이루어져 온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자신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에

못지않게 남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이책은아이들에게한번쯤꼭읽어보라고권해주고싶다.

『둥글둥글지구촌인권이야기』신재일글·유남영그림,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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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씨, 매콤씨, 짠순씨, 달콤씨그리고새콤씨!!!

그들은누구?

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평택분관)

오늘 저녁엔 무얼 먹을까? 구수한 된장찌개? 얼큰한 해물탕? 아니면 바삭한

닭튀김?

사람은 하루에 평균 세끼 식사를 하고 때로 빵과 다과 등의 간식도 먹는다.

살기위한 영양공급의 필수품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동물들과는 다르게 거기에

서 더 나아가 영양과 맛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요리사란 직업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각 지역의 음식재료로 각각의 문화,

풍습에 따라 음식이 달라지므로 한국에서 자리 잡은 요리 방식인 한식, 일본의

일식, 중국의중식, 서양의양식요리등으로구분이된것이다. 또한이외에도

나라와 민족에 따라 각 분야의 요리사들이 있고, 다루는 음식재료에 따라 다르

게 구분되기도 한다. 밀가루로 제과제빵과 디저트를 주로 만드는 파티시에, 포

도주를다루는소믈리에, 커피전문가인바리스타등으로말이다.

이렇게 각 방면에서 최고의 영양과 맛을 내려는, 맛의 지휘자인 요리사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바로「직업의 세계가 궁금해」시리즈 가운데 제2

권『맛을 지휘하는 요리사』이다. 이 책은‘행복 요리사 모임’의 회원인 한식당

옹기네 주방장 옹기 씨, 중화요리 식당 진미루의 부주방장 매콤 씨, 호텔식당

의 양식 조리부에서 쿡 헬퍼인 짠순 씨, 그리고 제과점 실습생 초보 파티시에

달콤씨, 초밥을파는일식집새콤씨의하루일과가담겨있다. 이 다섯사람을

통해 각 음식의 특징과 대표적인 요리소개, 하는 일, 갖춰야 할 조건 등을 알

수있다.

25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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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하고 흥미로운 그림은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

다. 게다가 요리의 세계를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의미도 생

각하게 하는 보너스 100퍼센트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에 그려진

장면을 보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자 경로잔치 봉사에 대해 의논을 하는 모습의‘행복 요리사 모임’장

면이다. 요리사의 중심이 되는 마음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임을 자연스

럽게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중요한 점을 간단하게, 그러나 궁금한 점들

은 콕콕 짚어 재미있게 진행하여 요리사에 대한 적절한 초기 안내서 역할을 하

고있다.

또한 이 책 이외에도「직업의 세계가 궁금해」시리즈에는 아이들이 되고 싶어

하고 관심이 많은 우주 비행사, 의사, 패션 디자이너에 관한 책이 있다. 이 기

회에 한 번 아이와 함께 미래에 대한 꿈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

이의희망과적성을더잘이해할수있는좋은기회가될것이다.

『맛을지휘하는요리사』유영소글·김선진그림, 주니어랜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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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는어떻게맛을지휘할까요?

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

이 책은 나에게 보는 내내 입맛이 다셔지고 눈도 즐거웠지만 배고픔까지 느

껴져 주린 배를 더 요동치게 해주는 고약한 책이었다. 「직업의 세계가 궁금해」

시리즈 중 2권인『맛을 지휘하는 요리사』는 요리사가 되려면 어떤 노력과 인내

가 필요한지와 그 지역의 조리법, 만드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내가 먹어보았

던음식들이나오니그맛과향이생각났다. 집에서도쉽게해먹어볼수있는

요리들도 나왔다. 그리고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은 꼭 한번 먹어 보고 싶게

만들었다.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 요리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요리는 여자들만 하는 것이라고, 남자는 부엌근처에 가면 무엇이 떨어

진다고 해서 우리 집도 남자들은 부엌에 잘 들이질 않는다. 하지만 요즘 어린

이요리교실이열리고, 요리사가되고싶어하는어린이들도많아지고있다.

무작정 하고 싶으면 뭐든 될 수 있을까? 요리사가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해야하며어떻게해야손님들을즐겁게할수있는지모두알아야한다.

『맛을 지휘하는 요리사』는 각 분야별 요리사들의 하루일과를 보여준다. 체력

을 기르기 위해 아침 일직 일어나서 수영을 하고, 싱싱하고 신선한 재료를 찾

는 한식당 주인, 최고의 재료들을 잘 다듬고 각 요리에 가장 알맞은 적당한 온

도에서 재빨리 볶는‘불과의 싸움’을 후배에게 강조하는 중식요리사, 재료의

계량이 다른 어떤 요리보다 중요하지만 계량컵의 눈금을 대충 봐서 실수한 제

빵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 각 요리사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도 배운다. 또

한 대표요리, 요리에 얽힌 문화와 재미난 이야기는 요리에 대한 상식을 넓혀주

는정보책이라고할수있다.

25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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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들의 이름은 꼭 그 요리의 맛과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한식당 주인 옹

기 씨, 중화요리 식당 부주방장 매콤 씨, 호텔양식당 조리부 3년차 짠순 씨,

초보파티시에달콤씨, 일식요리사새콤씨.

한식의 맛은 옹기에서 발효가 된다. 그러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발효는 하루

이틀 가지고는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그 맛이 더 깊다. 우리나라 음식 중 옹

기에 들어가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 우리나

라대표음식이라고꼽는음식들은모두옹기안에서맛이만들어진다.

중식의 맛은 넓은 중국의 땅 덩어리 만큼 요리의 맛도 다르다. 기름진 요리

가 발달한 북경요리는 우리나라의 중국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해산물 요

리가 많은 상해요리는 간장과 설탕을 많이 써서 진한 단맛이 자랑이다. 자연의

맛을 살리는 담백함이 특징인 광둥요리는 중국요리 중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특히 광둥오리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며, 향신료를 많이 쓰는 산천요리에는 마

파두부가대표적이다.

양식의 맛 중 이탈리아 요리는 피자와 스파게티가 유명하지만 식사 전에 먹

는 아페르티보, 주 요리를 먹기 전 입맛을 돋우는 안티파스토 등 모르는 이름

들이많이나왔다. 꼭 코스로이탈리아요리를먹어보고싶은충동을느꼈다.

과자를 만드는 제과사를 파티시에, 빵을 만드는 제빵사를 블랑제라고 부른

다. 초콜릿을 주재료로 다루는 쇼콜라티에, 잼과 사탕을 만드는 콩피즈리, 아

이스크림을 만드는 글라스리 등 제과사를 더 세분화 시켜 좀 더 전문적인 용어

들도많이나와이쪽분야를공부하고싶어하는아이들에게도움이된다.

『맛을지휘하는요리사』유영소글·김선진그림, 주니어랜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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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를꿈꾸는새콤달콤한어린이들에게

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

어떤직업을갖고싶나요? 혹시요리사를꿈꾸지는않나요?

요리사를 꿈꾸는 어린이가 있다면 이 책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세요. 이 책

은요리사에대한궁금증을모두풀어주는책입니다.

요리사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한식요리사는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요리사로, 된장이나 간장을 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요리

사 옹기 씨는 한식요리의 기본인 항아리에서부터 발효음식까지 여러 가지를 항

상 염두에 두고 있는 요리사지요. 옹기 씨가 요리사로써 강조하는 또 한 가지

는 요리사의 체력이에요. 늘 서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요리사는 체력이 남들

보다좋아야하니꾸준한운동은필수일것같네요.

두 번째, 중화요리의 전문가 매콤 씨가 나오네요. 매콤 씨는 중화요리와 친

해지기 위해서는 중국음식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의 맥락을 먼저 이해해야 중

국음식의맛을제대로이해할수있다고하네요.

세 번째로 호텔의 요리사 짠순 씨는 양식조리부에서 근무한지 4년째인데도

아직‘쿡 헬퍼(cook helper)’래요. 주방장이나 부주방장이 요리할 때 눈치껏 손

을 보태고 틈틈이 메모하면서 요리법을 터득한다고 하니 요리사로서 주방장에

오르기는쉽지않은것같아요.

네 번째, 초보파티시에달콤씨는이제실습생딱지를떼고여러가지빵만

들기를 시도하네요. 하지만 초보라서 실패가 많아 실패하는 빵을 먹으면서 자

신을 되돌아 본데요. 그래도 달콤 씨는 케이크 빵을 만들 때 아름다운 음악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기분이래요. 여러 가지를 아름답고 맛있게

만들어야하니그럴것도같아요.

25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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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작은 가게에서 혼자 새콤달콤 맛있는 초밥을 만들고 있는 새콤

씨가 나오네요. 초밥요리는 신선한 생선을 날로 먹는 요리인 만큼 저장이나 요

리법에많은신경을써야할것같아요.

이 책에 나오는 다섯 명의 요리사는 모두 행복 요리사 모임의 회원들이랍

니다. 행복 요리사 모임은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가지고 주위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 봉사하는 모임이에요. 아주 뿌듯하고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아요.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에는 다들 어렵게 시작해요. 어렵게 시작

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끝까지 노력할 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요리사도 우리가 그냥 생각하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다양한 분야의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도 많

이해야한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직업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높이 평가되는 책이지요. 이 책을 통해 요리사라는 직업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계기가되기바랍니다.

『맛을지휘하는요리사』유영소글·김선진그림, 주니어랜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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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요리사의길을따라가보자!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이 책은 점점 세분화 되고 있는 직업에 대해 어린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직업 설명 동화 중 하나로, 최근 들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리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식, 중식, 일식, 서양요리,

파티시에 등 다양한 요리사들의 일과를 살짝 엿봄으로써 직업에 대한 흥미를

가질수있도록한다.

내용 중간 중간에 각 분야 요리사의 기본과 필요한 기술, 노력 등을 강조하

고 있어 직업은 아무 생각 없이 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도 암시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식 요리사 옹기 씨는“일을 다 마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요리할 수 있

는 체력과 적절히 나눠서 쓸 줄 아는 지혜를 길러라!”라고 하며 모든 일의 기

초인 체력, 즉 건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중식에서는 재료의 손질과 온도, 제

빵사에게는 재료 계량의 정확성 등 각자 요리에 가장 필요한 기술을 말해주고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설명은 요리를 하는 모습, 바쁜 주방에 대

한 묘사, 그리고 다양한 음식에 대한 소개로 마치 리듬을 타고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글과 함께 펼쳐지는 삽화를 통해서도 한층 느낌이 더해진

다. 정성스레 장 담그는 옹기 씨, 양파를 까면서 눈물을 흘리는 한이, 실수로

망친 빵을 먹는 파티시에의 모습은, 마치 옆에 있다면 함께 웃고 혹은 위로해

주고싶은마음이들게한다.

하지만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이 없어 자칫 이

직업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물론

25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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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흥미 있는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흥미만으로는 직업의 선택기준이

될 수 없다. 직업에 필요한 재능과 교육과정, 기간, 진로 등 여러 가지를 알아

야 하는데, 이 책에는 이런 중요한 내용은 다루지 않고 주변에서 보거나 TV에

서접할수있는정도의직업세계를보여주고있어아쉬움이남는다.

『맛을지휘하는요리사』유영소글·김선진그림, 주니어랜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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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듬뿍, 행복한움큼! 마음을담는요리사

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요즘 나의 관심사는‘제과제빵’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뭔가 새로운 일이 필

요했던 나에게 쿠키와 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었다. 그래서 예쁜

쿠키와 빵이 나오는 사진도 찾아보고, 이 책 저 책에 기웃거리다가『맛을 지휘

하는요리사』를접하게되었다.

이 책은「직업의 세계가 궁금해」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요리사가나온다. 한식당주인옹기씨, 중화요리식당부주방장매콤씨,

호텔 양식당 조리부에서 일하는 짠순 씨, 초보 파티시에 달콤 씨, 일식 요리사

새콤 씨 등 5명의 요리사 이야기가 순서대로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모두 모여

독거노인들을 위한‘행복 요리사 모임’으로 뜻 깊은 자리를 만드는 흐뭇한 이

야기로 전개된다. 정성을 쏟아 부어서 요리하고, 행복을 나누는 요리사들의 모

습을따뜻한색감으로생생하게그려내고있다. 또한한식, 중식, 양식, 제과제

빵, 일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은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그런 요리사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다섯 명의 요리사들의 하루를 살짝 엿보며 알 수 있다.

아울러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요리의 특성과 중요한 포인트는 물론, 주재료

나 각 지역마다 다른 요리의 특성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어서 아이들의 호

기심은 물론,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쏙쏙 알려주는 구성

으로짜여있다. 스토리구성이탄탄했고, 읽는내내즐겁고, 중간중간포인트

로소개해준부분도머리에쏙쏙잘들어왔다.

앞서 말했듯이『맛을 지휘하는 요리사』는 하루 동안 각 분야별 요리사의 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요리를 할 때에는 어떤 마음가

25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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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0: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짐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활 속에서 보여준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요리사

가 되었을 때 최종적으로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가르쳐주

고 있다. 사랑을 첨가하고 정성을 듬뿍 담은 요리를 이웃과 나누어야 함을, 넉

넉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을, 자신이 가진 요리에의 열정이 이웃과 나눌 때에

더커짐을보여주는유익하고따뜻한책이다.

요리에 관심을 가지는 초입단계에서 이 책을 만나서 반갑기만 하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이 읽어도 될 만큼 즐거운 상식이 될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

다. 다른 직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1편도 찾아서

함께 읽어볼 생각이다. 갓 구운 빵 냄새가 날 것 같은 이 책을 보며 한참 행복

해했다.

『맛을지휘하는요리사』유영소글·김선진그림, 주니어랜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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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참쉽다!

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어려운철학, 쉬운책을만나다

철학은 어렵다. 고등학교 윤리 수업을 통해 서양 철학을 접했던 나는 소크라

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등 많은 사상가들의 이름과 이론들을 무작정 외

웠던 기억이 난다. 짧은 시간동안 배우고 외웠기 때문에 이론의 내용은 이해하

지 못하고, 영어단어처럼 사상가의 이름과 유명 이론의 명제만 간간이 기억할

뿐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서양 철학을 접했던 우리와 달리, 요즘 어린이 책을 보

면 철학동화를 비롯해 철학 맛보기 시리즈, 처음 만나는 철학 등 각종 철학 입

문서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찍부터 철학을 접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철학은 어

렵고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책 제목부터‘세상에

서 가장 쉬운’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서양 대표 철학자 다섯 명의 이론을 간결

한글과간단한그림으로말그대로쉽게풀어냈다.

다섯철학자, 철학을들려주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 우에무라 미츠오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은

경험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그림 솜씨를 살려서 철학자들을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었다. 학교 수업시간 교과서 속 근엄한 철학자들이 간단

한 선으로 변하여 직접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플라톤 할아버지는 막대기로

바닥에 삼각형을 그리며‘이데아’를 설명하고, 데카르트 아저씨는 침대 위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들려준다. 칸트 선생님은 만원 버

스에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인간의‘자유’를 증

명한다. 마르크스 선배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하는 것이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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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이유가‘노동의 소외’때문임을 말해준다. 사르트르 형은 인간이 태

어난 의미를 연필과 비교해‘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의 의미를 알려준

다.

작은 생각의 씨앗이 생각을 거듭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

연스럽게 철학 이론을 설명해 이해가 쉽도록 했다. 또, 박이문 교수가 쓴 추천

사는 다섯 철학자와 그 이론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고 있고, 부록으로 그들이

이룬학문적성과와대표저서를소개하고있어철학자에대한이해를돕는다.

삼각형은아닌데삼각형처럼보이는까닭은?

1 더하기 1이 3일수도있을까?

버스에서왜자리를양보하지?

일을하는것이힘든이유는?

나는왜태어난걸까?

철학, 일상과함께하다

위의 물음들은 서양 대표 다섯 철학자가 설명한 철학 이론의 씨앗이 된 생각

들이다. 철학이론이 특별한 것이 아닌 작은 의문에서 시작하여, 우리 삶에서

한번쯤생각했을궁금증을해결해줄수있음을알게한다.

저자는 어느 날 서점에 갔다가 헤겔 철학 입문서를 산다. 명색이 철학과 출

신인데, 이해가되지않아 27페이지까지읽고책을덮고만다. 화난얼굴로헤

겔 입문서를 덮은 저자는『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의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을출판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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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를 졸업한 내가 왜 헤겔 입문서조차 읽지 못하는 거지?’라는 일상의

물음에서 출발해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만든 저자는 철학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독일 철학자 헤겔의 개념을 빌어‘아우프헤벤’이라

고표현한다.

생활 속 작은 물음과 일상 언어를 사용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이

책은 지은이의 말과 더불어 철학이 일상생활과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보여준

다. 우리가 가진 의문에 다른 철학자는 또 어떤 답을 제시할까? 새로운 철학

여행의티켓을끊은것같아마음이즐겁다.

『세상에서가장쉬운철학책』우에무라미츠오지음, 고선윤옮김, 비룡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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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물쓰듯, 물을돈쓰듯

이명옥(수원슬기샘도서관)

흔히 돈을 아끼지 않고 펑펑 쓰면 돈을 물 쓰듯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 그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물물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는 물은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깝고, 낯설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적어도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할수있다.

이제는 안심하고 마실 물이 없어 생수를 사 먹거나 정수기를 설치하여 정수

된 물을 마시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대형마트에 가면 큰 생수병을 박

스로사가는풍경, 약수터마다물통을들고줄을길게서서물을받아가는풍

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나부터도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나서 사은품

으로주는생수병이반가울때가많다. 참으로애석한일들이많아진것이다.

수돗물 단수안내를 듣지 못한 어느 쉬는 날 오전, 여유를 만끽하며 머리에

샴푸를 한 채 화장실에서 볼 일도 보다가 물이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롬이가 주전자 속 요정과 열 가지 물방울을 찾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모습과 물이 오염되어 가는

모습등을생생하게전해주고있다.

이야기는 판타지 동화 형식으로 전개되지만 정보와 이야기를 접목하여 이야

기 속에 사회를 넣고, 사회 현상 속에 이야기가 흐를 수 있도록 전개하여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핵심이 되는 부분

마다그림으로표현하여어린이들의이해를돕고있다.

어디를 가나 수도꼭지만 틀면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아무런 불편함을 못 느꼈

던 우리에게 우리나라도 심각한 물 부족국가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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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물론 세계가 얼마나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원

인은 어디서 왔는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수돗물이 뚝! 끊겼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언제부터물이나온다는정보도모른채…….

물 부족처럼 무겁지만 중요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은 후, 아

이들과 이런 가정을 해보고 토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

지말고, 작은것부터실천해보자.

『수돗물이뚝!』신정민글·조은애그림, 파란자전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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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오나마녀! 나도수학을잘하고싶어요

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수학원리 동화가 출판됐다. 이 책의 주인

공은 수학을 왕거미보다 싫어했지만 지금은 수학이 무지무지 좋은 귀여운 소녀

나나이다. 나나가 날마다 안고 자는 사랑스러운 분홍색 곰 인형 하로와 수학을

할 줄 아는 하얀 수염의 늙은 고양이 심바가 나나의 모험을 도와준다. 나나는

심바의 도움으로 모르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는 치오나 마녀가 살고 있

는거울속마법의세계‘오르골’로가게된다.

책을 보면, 나나가 심부름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흥미로운 마법 도구들이

나온다. 도구들은 우리가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이다. 오르골로

들어가는 비밀통로인 오래된 거울,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처럼 달릴 수 있게 해

주는바람구두, 어려운더하기와빼기셈을잘할수있게해주는셈반지, 다른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 마음 안경,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면 시간이 뒤로 가는

내 맘대로 시계, 영상통화 휴대폰처럼 언제든 마녀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손

거울, “이랴!”하고 말하면 하늘을 나는 하늘목마 등이 있다. 이 책을 읽는 어

린이들이 자기 집에 있는 오래된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주문을 외우거나,

반지, 손거울, 시계를 가지고 혹시 마법이 걸려있진 않은지 상상하는 기회를

제공할것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이 책의 주인공들

을 소개하며 나나가 거울을 통해‘오르골’에 가서 치오나 마녀를 만나게 된다.

두 번째 부분은‘마녀의 부엌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까?’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나나는 심부름을 통해 10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고 모으고 더하기,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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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배우게된다. 세 번째부분은‘돼지코괴물의이빨뽑기’라는부제가달려

있다. 나나는돼지코괴물의이빨을뽑아주며세수의덧셈, 혼합계산, 뺄셈, 두

자릿수의더하기, 빼기등을배우게된다.

‘외눈박이 대왕의 마법항아리’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네 번째 부분은 나나가

마법항아리를 통해 미래의 남편을 보기위해 구슬로 계산을 하며 두 수의 합이

10인세수의덧셈, 받아올림이있는덧셈, 받아내림이있는뺄셈등을배우게

된다. 마지막 부분은‘거인 할아버지는 세상의 시간을 돌리네’라는 부제가 달

려 있다. 거인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며 몇 시인지 알아보기, 시계보기, 시간

계산하기등을배우게된다.

수학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은 지금 당장 집에 있는 오래된 거울 앞에 서서 주

문을외워보자.

“거울아, 네 입을열어라. 오르골로가련다. 아탕바탕쿵쿵야.”

‘배부른데더먹고싶은사람, 예쁜데더예뻐지고싶은사람, 공부잘하는데

더잘하고싶은사람, 이런사람은빼고바라는게있으면누구든들어오라. 수

학 때문에 엄마한테 혼난 사람 환영’이라는 글이 적혀있는 성문을 발견한다

면, 치오나마녀가살고있는성을제대로찾아간것이다.

『수학마녀의백점수학』서지원글·아리그림, 처음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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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탕바탕쿵쿵야! 수학이어려운친구들, 다모여라∼

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

수학이어려운가요? 수학문제만보면머리가욱신욱신! 코가맹맹!

걱정하지 마세요. 오르골에 사는 수학마녀가 여러분들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거예요. 수학이싫어수학책을뜯어먹는나나와함께거울속마법의세

계오르골로떠나봐요.

“거울아, 네 입을열어라. 오르골로가련다. 아탕바탕쿵쿵야”

수학시험을 못 봐 엄마한테 혼이 난 나나는 곰인형 하로와 고양이 심바의 도

움으로 거울 속 마법의 세계 오르골로 떠납니다. 그 곳에 사는 수학마녀 치오

나에게 나나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풀 수 있도록 마법을 걸어달라고 부탁

하고, 마녀는 마법을 걸어주는 대신 심부름과 집안일을 하라고 합니다. 나나는

마녀의 부엌에서 심부름을 잘하고 셈반지를 선물로 받습니다. 돼지코 모양의

과일나무에서 허락도 없이 과일을 따 먹다가 나나의 코가 돼지코로 변하는 마

법에 걸리고 돼지코 괴물을 만나 잡아먹힐 뻔 하기도하고, 외눈박이 왕국에서

는 미래를 보여주는 마법항아리를 통해 미래의 신랑감 얼굴도 본답니다. 미래

의 신랑감은 나나가 좋아하는 성찬이일까요? 또, 나나는 내 맘대로 시계의 꼬

임에 빠져 멋대로 시간을 돌리다 마녀에게 벌을 받고 거인 할아버지의 시계탑

청소를 합니다. 세상의 시간을 움직이는 시계라 조금이라도 틀리면 세상 전체

가 어지러워지는 시계. 거인 할아버지는 낮잠을 자며 12시 30분에 깨우라고

하는데시계를볼줄모르는나나는어떻게했을까요?

수학에 대한 따분하고 지루한 설명 없이 재미있게 수학의 원리를 배울 수 있

는 동화책입니다. 셈 방법이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어 저학년 어린이들이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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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수있도록되어있으며초등 1, 2학년교과서의내용이모두들어있습

니다. 곰 인형 하로와 수학을 할 줄 아는, 세상에서 단 한 마리뿐인 고양이 심

바를 따라 마법의 세계에 들어간 나나와 함께 동화 속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새 수학을 잘할 수 있게 된답니다. 우리 모두 마법의 세계 오르골로 떠나 볼까

요? “거울아, 네 입을열어라. 오르골로가련다. 아탕바탕쿵쿵야”

『수학마녀의백점수학』서지원글·아리그림, 처음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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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만만해지는신기한마법!

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처음 수학을 배울 때 손가락, 발가락을 총동원해가며 덧셈, 뺄셈을 더듬더듬

배우던 기억,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왜 골치 아픈 수학을 만

들어서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은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

학을 모르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에 싫어도 어릴 적부터 수학을 배워야만 한

다. 수학 문제만 풀려고 하면 감기에 걸린 것처럼 머리가 욱신욱신 쑤시고, 코

가 맹맹해지는 어린이들은 여기 수학이 만만해지는 수학동화『수학마녀의 백점

수학』을한편을만나보자.

수학이 싫어 수학 책까지 뜯어먹는 나나. 하루는 수학시험 점수 때문에 엄마

한테야단을맞고울다가잠이든다. 상심해있는나나를위해곰인형하로와,

고양이 심바는 작전을 세운다. 그 작전은 바로 나나가 수학을 잘하도록 치오나

마녀에게 마법을 걸어달라고 부탁을 하러 가는 것! 마녀를 만나기 위해 나나,

하로, 심바는거울속너머오르골마법의세계로들어간다.

수학을 잘하고 싶은 나나는 수학을 배우러 마녀가 사는 성으로 용감하게 간

다. 하지만 마녀에겐 나나가 집안일을 도와주고 심부름을 잘 할 때마다 수학

마법을 하나씩 걸어준다는 조건이 있다.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마법이 정말 존

재할까? 하지만 치오나 마녀의 심부름 자체가 수학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고, 그런일을풀어갈때마다나나의수학실력은차츰늘어가게된다.

이 책은 딱딱한 문제풀이의 수학책이 아닌 수학을 즐기는 모험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나나와 함께 미션을 풀어나가며 이야기 속 그림을 통해 자

연스럽게 수학의 원리를 깨닫게 해준다. 마녀의 심부름을 하며 수학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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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설정 또한 매우 참신하다. 마녀의 미션은 10을 가르고 모을 수 있는 10의

보수를 이용한 더하기와 빼기에서부터, 식을 만드는 방법, 세 수의 덧셈, 혼합

계산, 뺄셈과 시계 보는 법까지 1, 2학년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것을 아주 쉽

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놓았다. 마치 아이들처럼 혼동하기 쉬운 부분에서

는 나나도 여지없이 실수를 하고, 치오나 마녀가 그것을 수정하고 교정해 주면

서 나나는 점점 수학에 자신감을 붙여나간다. 이런 나나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이 책은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마법이 아닌 당당히 문제를 풀어나

가는‘자신감’이라는것을자연스럽게알려준다.

책의 마지막에는 나나가 마법의 시계를 몰래 가져간 벌로 거인 할아버지의

시계를 청소하면서 그곳에서 시계를 올바로 보는 법까지 배워간다. 거인 할아

버지를 제시간에 깨우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 아버지에게도 제시간을 알려주

게 된 나나. 나나가 다음에 수학 시험을 보게 된다면 과연 몇 점이나 받게 될

까?

수학을 처음 접하거나, 수학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접

한다면 수학이 정말 쉬워지고, 자기도 모르게 수학을 잘하게 되는 신기한 마법

에절로빠져들게될것이다.

『수학마녀의백점수학』서지원글·아리그림, 처음주니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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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안내하는지도, 돈이다!

박소윤(고양아람누리도서관)

우리나라 1천원권지폐에나오는인물은누구일까? 퇴계이황! 그렇다면, 그

뒷면풍경화 속에나오는 인물은? 어? 1천 원권뒷면에도 사람이나왔던가? 우

리는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늘 가지고 다니며 매일 사용해서인지, 그

익숙함때문에우리는화폐에대해잘아는듯착각을하게된다. 과연그럴까.

이 책은 화폐전문가인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화폐 속에 숨어있는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쓴 글이다. 오죽헌을 찾아 율곡 이이에 대해 배우고, 화폐와 관련된

문성사, 조충도 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구성이다. 5천 원권 화폐 앞면을 자세

히 살펴보면 벼루가 있는데, 정조 임금이 율곡 이이의 학문에 감동해 하사한

것으로, 지금도 어제각이라는 사당에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1972년

에 처음 발행된 5천 원권은 당시 우리나라 기술이 부족해서 영국 회사에서 조

각하는 바람에 율곡 이이 얼굴이 서양인처럼 나왔다고 하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돈과관련된뒷이야기들이흥미롭게펼쳐진다.

이처럼 저자는 두 아이와 함께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누비며, 화폐 속 문화유

산에 대한 의미나 숨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찾아내어 들려주고 있다. 오죽헌을

시작으로 도산서원, 불국사, 현충사 등을 순서대로 답사하고 날짜별로 정리하

여 마치 우리도 저자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 듯 지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풍

성한이야깃거리를생생하게들을수있다.

우리나라의 지폐에는 역사적 인물과 그와 관련된 문화재가 등장하는데, 역사

적 인물이 화폐의 도안 소재로 자주 이용되는 것은 그 위인들이 한국의 역사적

특징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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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인물의 위엄과 업적을 통해 화폐의 권위와 신뢰감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

기도 하다. 인물 위주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만리장성’을,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건축물을넣기도하고, 필리핀은‘계단식논’풍경같은세계문화

유산을 화폐로 발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폐는 곧 그 나라의 얼굴이고, 역사

와문화를나타내는문화유산임을알수있다.

이 책은 각 장의 뒷부분마다‘우리 화폐의 역사’를 소개해 역사를 되짚어 보

며 당시 경제생활에 대해 알려주고, ‘세계의 화폐’등 관련 상식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부록으로 소개된「나도

위조지폐 감별사」를 통해 각 지폐별 위조 방지 요소들을 하나하나 배울 수 있

으며, 투명 테이프로 가짜 수표를 찾는 방법도 알려줘 아이들 스스로 직접 돈

을 확인하며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제 아이들에게 돈에 낙서하지 말고 꼬깃꼬

깃 주머니에 넣어 다니지 말라고 굳이 잔소리 하지 않아도, 돈을 소중히 다루

는법을자연스럽게배우게될것이다.

이쯤 되면 돈은, 문화유산을 안내하는 지도이자, 역사 문화 경제를 알려주는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것이 아닐까. 화폐 속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또 그역사를통해우리경제와문화를함께체험하다보면, 돈을잘

버는것보다중요한, 돈의가치를마음에새길수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1천 원권 지폐 뒷면에 나오는 풍경화 속 인물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꼭한번읽어보시라.

『야호! 돈이다』배원준글·조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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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가저절로머리에쏙쏙!

강명희(경기도립중앙도서관)

아이들과함께부르는농가월령가

농가월령가는 1년 12달 동안 농가에서 할 일을 읊은 것으로, 월령이란 그달

그달의할일을적은행사표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놀고, 먹고, 살았을까? 『어절씨구!

열두 달 일과 놀이』에서는 열두 달, 농가의 일과 놀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문화

와역사를자세히보여주고있다.

이 책은 마치 농업박물관을 한 바퀴 돌고 나온 것처럼, 읽고 나면 몸으로 체

험한 것 같은 사실감이 느껴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정월령부터

십이월령까지 열두 달, 입춘부터 대한까지 이십사절기, 무엇보다 농사의 중요

한 기준에 따른 우리의 세시풍속을 재미있는 만화와 함께 아이들이 쉽게 읽고

볼수있게만들어놓은책이다.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우리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주 먼

옛날이야기로 여긴다. 실감을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어릴 적, 바로 어제의

일인데……. 눈 녹으면 들에 가서 나물을 캐거나 한식날 찬밥 먹고 조상의 묘

를찾는일, 여름이면냇가에서멱을감는일, 동짓날팥죽을먹는일등…….

우리 아이가 사회 시험을 칠 때, 추석에 먹는 음식과 설에 먹는 음식을 구별

못하는 것이나, 계절에 맞는 음식 고르는 문제를 틀리는 것과 동일한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교과서 사회탐구 활동을 위해 박물관이든 농촌체험학습

이든현장체험학습을계획하여보낸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 부모들의 수고를 많이 덜어 줄 것 같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세밀화와 함께 만화를 그려 넣어 실감나게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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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하고있기때문이다.

봄이 오는 입춘, 눈이 비가 되고 얼음이 물이 되는 우수, 개구리가 튀어나온

다는 경칩, 제일 추운 날 대한 등 우리가 학생 시절, 무조건적으로 외웠던 24

절기를 이 책에서는 계절별, 월별, 그림과 함께 풀어낸다. 읽다보면 외울 필요

없이머릿속에들어온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 어릴 적처럼 무조건 외우게 하지 않고 이 책을 보여줄

테다. 어느새놀이처럼절로흥겹게알게될것이다.

『어절씨구! 열두달일과놀이』김은하글·장진영그림, 길벗어린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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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로재미있게살펴보는조상들의생활상

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란 조선 후기,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문학으로 1

년 열두 달 동안 농가에서 할 일을 읊은 월별 행사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농촌 생활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네이버 백과

사전 참고). 『어절씨구! 열두 달 일과 놀이』는 이‘농가월령가’를 우리 어린이들

이 조선 후기 조상들이 생활상을 쉽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만화적 표현

을가미하여그림과함께쉬운말로소개한정보그림책이다.

실제 이 책은 정월령에서 십이월령까지 열두 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세히살펴보자면매월마다두쪽에걸쳐농촌풍경과함께월령(月令)의 앞구

절을소개한후, 다음두쪽엔해당월에해야하는주요농사일과세시풍속그

리고 먹는 음식 등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엔‘설명보태기’로 쉽

게풀이한‘농가월령가’전문을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책 속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책의 내용, 즉

‘농가월령’을 전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만 봐도 대략적으로

해당월의생활상을상상할수있을정도다. 모내기, 김매기, 보리타작등월령

에 따른 농사일은 물론이고 기와집, 초가집, 논밭의 전체적인 마을 풍경과 그

것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널뛰기, 윷놀이 하는 사람들, 냇가에서 고기잡이 하고

새참 먹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상세하고 익살스럽게 그려져 풋풋한 웃음을 자아

내기도한다.

8월령(양력 9월초∼10월초)을 예를 들어보자. 지면의 90%가 그림인데, 누렇

게 벼가 익고, 아낙들이 명주에 물을 들이고, 아이들이 논의 새를 쫓거나 강가

에서 노는 모습들이 나오며, 새를 쫓는 아이들의 얼굴은 사뭇 필사적이기까지

27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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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다음 면은 한가위에 조상님들께 풍년을 빌며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그

리고 대추, 다래, 머루, 도토리, 밤 등 음력 8월에 나는 열매를 즐겁게 줍거나

따는 모습이 그려져 그림만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놀이를 했으며 어떤 음

식을먹었는지를알수있다.

그린이 장진영 씨는 강화도에서 농사지으며 농촌과 자연의 모습을 만화로 그

려왔다고 한다.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등의 주요저서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이

『어절씨구! 열두 달 일과 놀이』에서도 그의 자연 사랑과 농촌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쟁기, 용두레, 가래, 도리깨, 개상, 고무래, 탯돌 등의 그림도, 농

사짓는사람들의얼굴에서도그의애정이묻어난다.

이 책은 농업박물관에서 감수하여 내용을 신뢰할 만하다. 그림으로 표현한

다양한 농기구들은 물론 설날, 대보름, 추석, 한식 등의 명절에 따른 명절 풍

속, 24절기등에관한조선시대후기생활상, 즉 사실을비교적정확하게전달

하고 있다 하겠다. 또한 우리민족의 기본은 농경에 있고, 그것이 우리가 나고

자란 뿌리인 점을 감안할 때 개똥 하나 인분 하나 함부로 하지 않았던 우리 조

상삶을배우며, 그들의인성을본받을수있도록하는좋은계기가될것이다.

아직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다루는 책이 많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발간되어 자연스레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독서환경

이되었으면하는바람이다.

『어절씨구! 열두달일과놀이』김은하글·장진영그림, 길벗어린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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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너여기있었구나!

김현경(고양아람누리도서관)

과학하면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에서 딱딱한 물리, 화학공식을 외우며 어렵게 공부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

다. 수돗물, 도시가스, 전기, 전화, 이메일이우리집에오기까지모든것이과

학이다. 알게 모르게 접하는 모든 것들을 관련지어서 공부한다면 좀 더 과학과

친해지지않을까생각이든다.

이 책은 구성면에서 훌륭한 점수를 주고 싶다.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래친구인 우람이와 꼼

이가 궁금해 하는 부분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알게 해준다. 그 방식은 궁금증을 그 자리에서 설명하기 보다는 단

계별로흥미진진하게엮어가며원리를알게해준다.

궁금증은 전부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수돗물이 되었어요’, ‘도시가스

가 되었어요’, ‘전기가 되었어요’, ‘소리가 되었어요’, ‘이메일이 되었어요’.

이렇게 궁금증을 종류별로 나누고 있다. 또한 주제별로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지식원 박사의 떠들떠들’이라는 코너는 자칫 흐름을 놓치거나 집중력이 흐트

러질때쯤주제를명확히잡고개념을간단하게잡을수있도록하고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우람이가 샤워를 하려고 수도꼭지를 튼다. 하지만 단수

가 된 상황이라 물이 나오지 않는다. 급한 대로 보리차로 대충 비누거품만 씻

어낸다. 이제야 우람이는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 뒤 지식원 박사의 연

구실로 향하였고, 수돗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박사에게 묻는다. 우람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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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리다고 생각한 박사는 특수캡슐에 태워서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여행하게 한다. 아이들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흥미를 갖게 될 것 같다. 과정 중

간에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삽화를 실어놓았다. 특히 물방울이 수돗물이

되기까지한눈에들어오는삽화는적절하다고생각한다.

요즘은 컴퓨터로 인터넷을 많이 하기 때문에 특히‘이메일이 되었어요’편에

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탐험

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박사님이 주신 껌을 씹게 되면서 모니터 속으로 빨

려 들어가게 되고, 그 속에서 캡슐여행을 하게 된다.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기 까지 눈에 안 보이는 광케이블이 필요한 것도 알게 된다.

아이들과부모가함께읽고함께알아가는과정도재미있을것같다

『우리집구석구석숨은과학을찾아라』오윤정글, 토토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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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어려움을느끼는아이들에게권한다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점점 더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를 멀리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에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비법을 전달

해주는책한권을소개하고자한다. 그림책, 논픽션, 청소년소설등다양한장

르의 글을 쓴 미국의 작가 랄프 플레처의『작가처럼 글쓰기』. 부제는‘네 안의

작가를 꺼내라!’이다. 이 책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잘 쓰

는 방법을 알려주며, 누구나 이 비법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작가처럼 글을 잘

쓸수있다는희망적메시지를전달해주고있다.

작가와 일반적인 사람들의 다른 점은 자신이 겪은 일, 혹은 생각한 것을 기

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작가가 되고 싶거나,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 책의 핵심 비법은 자신만의 작가노트

를 쓰는 것이다. 작가노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수첩이나 노트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어떤 특별한 규칙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기억하고 싶은 일들, 떠오르는 생각들을 언제나 기록할 수 있도록 항상 가지고

다니며글을쓰면된다.

글을 채워 넣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비법이 존재한다.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들이나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나, 추억을 되살리며 쓰거나, 수집한 좋은 글을

기록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작가가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가

장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작가노트에

쓰면 된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글을 쓸 때 작가노트를 다시

읽으며, 그 안의소재들을활용하며글을쓰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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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짜임새 있는 탄탄한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각 장

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들에 걸맞게 또래 아이들의 잘 쓴 글, 이 책의 작가가

썼던 글 등을 각 사례의 예시로 충분히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작가

들이활용한작가노트작성비법까지도담고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어린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글들을 덧붙이며 글쓰기에

대한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글쓰기는 내게 있어 탈출구

다. 난 스스로자유로워지기위해글을쓴다’, ‘펜을쥐면나는달라진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과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 좀 더 자

연스럽고, 좀 더 편안해지고, 좀 더 나다워지는 것 같다. 그것이 펜의 진정한

힘이다’등등아이들에게글을쓰는이유, 글을쓰고나서변화된삶의모습등

을들어글쓰기를권장하고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어른들도 이 책을 함께 읽

고작가노트작성을실천해본다면더없이좋을것이다.

『작가처럼글쓰기』랄프플레처지음·최지현옮김, 보물창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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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되는비밀은풀어졌다!

임미선(시흥시립대야도서관)

우리는 너무나 간절히 알고 싶다. 글자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을 통해 웃음

과 눈물, 그리고 한 순간에 머리를 깨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대단한 책을

쓰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무슨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아

니면 태어날 때 이미 천재적인 글솜씨를 부여받아 특별한 노력과 능력 없이도

그렇게 멋진 문장들을 책 속에 넣어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는 것인지……. 한

번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

던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쓰는 것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들에게보여주고싶은책이나왔다.

이 책의 저자인 랄프 플레처는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그림책, 논픽션, 청소년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며,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하면서 천재적인 글솜씨가 아니

라도 작가처럼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비법이라면 비법인 작가노

트쓰는방법을알려준다.

작가되기 비법인 작가노트를 어떻게 쓰는지, 작가노트에 적을 중요한 것을

어떻게 고르는지, 나중에 글을 쓸 때 작가노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의 방법

을 제시한다. 내 마음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작가노트에 어떻게 풀어 놓을

것이며, 그 이미지들을 어떻게 글로 형상화 시키고, 그렇게 작가노트에 담은

나의이야기를어떻게글로풀어낼것인지구체적으로보여준다.

공식적으로 작가가 되는 정해진 규칙은 없다. 하지만 진짜 작가들이 적극 추

천하는 방법인 작가노트를 쓰는 것은 소소한 일상이지만 다른 시선을 통해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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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과 참신한 생각을 언제 어디서든 적고 보관해 둘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작가노트이며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노력으로 언제 어디서든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바로 작가노트라는

점을상기시켜준다.

작가노트란 거창한 준비물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

을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용기와 다른 작가들이 쓴 좋은 글들을 수용해 자신을

감쌀 수 있는 넓은 마음, 다른 작품에서 본 좋은 글들을 적어 두고 음미할 수

있는시간, 그리고필요할때그동안써놓은작가노트를다시읽으며현재쓰

는 글에 도움이 될 만한 메모를 찾아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렇게 자신의 일

상을 노트에 정리하는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요소

이자당연히가지고있어야할습관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또래가 쓴

예시 글을 읽어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책의 권장연령인 초등학

생뿐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에 이르기까지, 좋은 글을 쓰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겁지않게글쓰기방법을전해받을수있을것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뛰어난 작가들을 보면 단숨에 글을 써내려간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想

量)이라는 옛말처럼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만이 하늘이 내린

천재작가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하고 진실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있다고말해주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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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고 자기 생활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그리고 내가 관심

가지고 보지 않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수

있게하는마음이야말로글쓰기의비법이아닌가생각한다.

『작가처럼글쓰기』랄프플레처지음·최지현옮김, 보물창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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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속요상한동물이야기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

코끼리, 낙타, 원숭이 우리가 흔히 동물원에서 만나는 동물들이 우리나라에

서 언제부터 살고 있었을까? 처음 만나는 동물을 보고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

게 될까? 만약에 코끼리를 처음 봤다면 기분이 어떨까? 코끼리 코를 보고 코라

고생각했을까? 혹시다리라고생각하지는않았을까? 이 책은어린이들이좋아

하는동물을소재로하고있어아이들의호기심을자극하기에충분하다.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은『조선왕조실록』속에서 찾은 동물 이야

기를 역사적 상상력을 깨워서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은 조선 땅에 처음 들어

오게 된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여 귀양 간 이야기, 조선 땅에 정착시켜 보려

했으나 실패한 양 이야기, 중국에서 물소를 들여와 그 뿔로 활을 만든 이야기,

성종이 원숭이를 아끼는 마음에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려 했다가 신하들의 반대

로 그만둔 이야기, 숙종 때 궁궐에 들어왔다가 쫓겨난 낙타 이야기 등 낯선 조

선 땅에 들어와 갖가지 사건 사고를 일으킨 외국 동물 이야기 다섯 편을 생생

하게 보여준다. 처음 만나는 기이한 동물을 보고 조선 사람들이 깜짝 놀라 좌

충우돌하는순박한모습을재미나게그렸다.

이 책은『조선왕조실록』에 나온 동물 이야기 몇 줄을 통해 아이들에게『조선

왕조실록』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역사서와 조금 더 친근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

어준다. 역사서라고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는 정치, 경제, 사회 이야기만 있을

것 같았는데 이런 동물이야기가 있다니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맛있는 읽을거리

다. 또한 역사에 상상력이 가미된 재밌는 이야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역사에서

의 책 속 동물이야기와 그 시대상과 관련 있는 실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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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돋보기를통해해결해주고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야기 소재의 출처인『조선왕조실록』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실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왜 썼을까?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이들이 배우고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역사에 대한 상식을 키워주고 역사적 의미를 되

새기게해주는교육적효과가뛰어나다.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훌륭한 우리 문화유산인『조선왕조실록』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야기만을 뽑아 재미와 역사에 대한 이해까지 전해주

니 사극이나 옛날이야기를 보듯이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책

이다. 드라마를 주제로 한 만화책 같은 것보다『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

들』같은 역사 이야기책을 가까이 하여 아이들이 역사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기를바란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우리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관심 가질 때 역사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

을수도있을것이다.

『조선을놀라게한요상한동물들』박희정글·이우창그림, 푸른숲,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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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조선시대외교관?

김숙진(경기평생교육학습관)

요즘처럼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제작된 적도 드문 것 같

다. 드라마에서 일명‘대박’이 날 것 같다 싶으면 이미 방송이 시작도 하기 전

에 관련 서적이 신간 가판대를 비슷한 제목의 책들로 점령한다. 어른들이야 양

서인지 악서인지 선별해서 볼 수 있다지만, 사고가 덜 발달한 어린아이들은 유

행에 편승해 철저한 제작과정 없이 출판되는 이러한 책들을 흥밋거리 삼아 읽

게되는데, 이것은결코올바른독서라고할수없다. 드라마를통해방영된역

사물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대부분이 15세

이상 관람가로 소재가 지극히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제와 소재들이 고스란히 어린이 책에 반영되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진정성과 비판의식은 사라지고, 영웅의식과 로맨스만

남지않을까조심스레우려를해본다.

20여년전나의기억속어린시절역사책은 50권짜리전집으로된세계위

인전기이다. 당시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항상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았다. 아마도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읽었던 위인전기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이들 역사책은 고작 해 봐야 위인전기가 다려니 생각

하고있던나의눈에, 이 책『조선을놀라게한요상한동물들』이들어왔다. 사

람의 이야기가 아닌『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동물들 이야기라고 하니 더더욱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역사책이라고 하면 흔히 시대별, 연대별로 사

건의 내용이나 인물의 활동들을 서술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조선왕조실

록』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편년체 역사서로 왕과 조정 대신 등 정치적인 사건

만을 담고 있는 책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회, 문화, 경제 등 조선시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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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사에 관한 기록들까지 세세하게 담겨 있는 세계적인 위대한 기록문화유산임

을다시한번느낄수있었다.

코끼리, 원숭이, 양, 물소, 낙타는 지금이야 동물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서 더 이상 신기하고 낯선 동물이 아니지만, 어린 시절 처음 본 동물

구경에 흠뻑 빠져 급기야 미아보호소까지 구경하는 꼴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다보면 6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도 처음 본 동물에 나처럼 놀라 어쩔

줄몰라하는모습이떠오른다.

조선 태종 때 사람을 죽여 귀양을 가게 된 코끼리 이야기, 조선 땅에 정착시

켜 보려 했으나 실패한 양 이야기, 성종이 원숭이를 아끼는 마음에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려 했다가 신하들의 반대로 그만 둔 이야기, 중국에서 물소를 들여와

그 뿔로 활을 만든 이야기, 숙종 때 궁궐에 들어왔다가 쫓겨난 낙타 이야

기……, 조선왕조실록 속 동물들에 관한 기록을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

해져 흥미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각 이야기의 끝에는‘역사돋보기’코너

를 마련하여 이야기 속 동물과 관련된 재미있고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아이들의지식의폭을넓힌다.

이 책은역사란화려한궁궐과그안에사는임금과왕비, 신하등특별한사

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한때 그것에 살았던 평범하지만 순박하고, 사소한 백

성들의이야기도있다는것을얘기해주고있다.

『조선을놀라게한요상한동물들』박희정글·이우창그림, 푸른숲,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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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감성’의옷을입다

박세헌(군포중앙도서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즉‘알고 있는 정보’,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흔히‘지식’이라고 말한다. 이렇

듯우리가보고듣는것들, 당연하다고생각하고있는것들에대해“왜?”, 그리

고“어떻게?”라고 묻는 책이 있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을통해전달해주고있는 EBS 프로그램「지식채널」, 여기에서방영된이

야기들을 엮어 만든『지식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아이들을 위한 지식

으로다시한번새롭게태어났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신경 쓴 배려가 곳곳에 보이

는『주니어 지식채널 』1편은 그동안 방영된 것 중, ‘삶(생명)과 사람’을 주제로

한 스무 편의 이야기를 골라 엮었다. 스무 편의 이야기를 노랑의‘새롭고 기분

좋은 일들’, 초록의‘이 땅의 평화와 순수’, 빨강의‘힘차고 열정적인 삶’, 파

랑의‘도전과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네 가지 색상과, 그 색상이 지니는 의미를

부합하는주제아래차곡차곡담아냈다.

주제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은 간결하지만 힘이 잔뜩 실려 있다. 무언가 가슴

속을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짧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관련된 지식정보를 덧붙

여 주어 아이들에게 보다 체계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

다. 또한 여기에 곁들인 개성 있고 다양한 카툰과 사진은 이야기에 담긴 의미

를한층더부각시켜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여느 지식정보서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책에 실린 이야

기 하나하나가 단순한 지식의 전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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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한 끼 밥이 완성되기까지의 농부의 고된 삶, 포옹의 힘, 사랑의 온도,

진정한 행복의 의미, 태초부터 시작된 식물과 균류의 동맹에서 오는 신비로움,

착한 초콜릿의 숨겨진 비밀,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 칼레의 여섯 시민이 보

여 준 용기와 희생정신, 삶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성공의 가능성 등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무한한 감동이 끝없이 펼쳐진다. 알지 못했던 사실들

뿐만 아니라 알고 있었더라도 좀 더 확장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사실들로 알

차게 꾸며져 있으며, 그 내용은 그저 단편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감성에 호소

하는지식이라는느낌이강하다.

이렇듯『주니어 지식채널 』는‘지식’이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처럼

결코 딱딱하지 않다. 지식에 감성을 입혀 단순히 지식정보를 습득하고 마는 것

이 아니라,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더욱 더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줌으로써느끼고실천할수있는길을제시해준다.

『주니어지식채널』EBS 지식채널제작팀글, 시공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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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똥에부자되고,

사막위에스키장이있는나라가있을까?

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국어사전에는 어떤 곳의 지형이나 길 따위의 형편, 또는 지구상의 기후, 생

물, 자연, 도시, 교통, 산업 따위의 상태를‘지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지리가 공간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인문 환경과 자연 환경을 해석하려는 사회과

학임을알수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라 하더라도 지방에 따

라 성격이나 기질에 큰 차이가 난다. 이유는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에

서 남방인과 북방인을 비교해 보면 남방인은 비교적 명랑하지만 조금 게으른

편이며, 북방인은 명랑하진 않지만 끈기가 대단하다. 이러한 남방인과 북방인

의 성격 차이는 일사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리 학습이

단편적인 지명이나 위치, 분포, 자원 등의 사실을 암기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경우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은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부분의 지리 학습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들의 도시이

름, 인구, 기후, 자원 등을 암기하는 학습방법이라 지역의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도없을뿐아니라지리가재미없는분야로인식될수있다.

『한입에꿀꺽! 맛있는세계지리』는기존의지리학습서틀에서벗어나는주제

로시작한다. 새똥덕에부자되었다가게을러서쫄딱망한나라, 땅이너무커

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시간이 열한 번 바뀌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키장

이 사막 위에 있는 나라 등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쉽게 접근하도록 하였

다. 우선‘지도 속 세계지리’, ‘세계 최고는 무엇?’, ‘지구촌 곳곳 나라 사정’,

‘이름에 담긴 세계지리’, ‘온난화와 세계지리’등의 다섯 가지 대 주제는 대부

분의 지리책 분류와 다르다. 또한 세계에는 어떤 강과 산맥들이 있다고 나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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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보다, 세계 최고로 긴 강, 철도, 산맥, 세계 최고로 큰 바위, 세계 최고로

작은 나라 등을 설명하면서 관련된 나라들이나 현재 상황들을 함께 설명하여

암기하지않아도확실하게지식을습득할수있도록한다.

어린이들 누구나 알고 있는『80일간의 세계 일주』이야기로 날짜변경선을

설명하고, 오렌지 껍질을 벗겨서 도화지 위에 붙이는 실험의 예를 들어‘메르

카토르 도법’의 평면지도 개념을 설명하여 흥미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황해, 흑해, 홍해, 사해, 백해 등을함께모아지도와함께이름이붙여진이유

를설명하여 5대양에익숙한이전의지리적개념의바다에서그영역을넓혀주

고 있다. 대부분의 지리책에서 간과되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중요한 아랍

국가들이나 아프리카지도에 관한 설명, 많은 지하자원과 군사적 요지 및 지구

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생태계로 중요하게 된 알래스카, 새로운 분쟁 지역이 된

카스피해, 기후온난화로 초록섬이 되어가는 그린란드섬과 커지는 사막이나 바

다 속으로 가라앉는 섬나라들 등등 최근에 이슈가 되는 문제들도 함께 다루어

지리가 환경과 자연 환경과의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제를

나타내는 커다란 제목과 소제목의 글씨체는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는 무게를

덜게 하며, 우주인처럼 생긴 주인공 캐릭터와 간단한 만화, 주제와 관련된 지

도, 각 단원마다정리해놓은요점정리들은쉬운이해와흥미를돕고있다.

‘데이비스’는『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세계지리』에서“세계와 우주를 총체

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은 필수적으로 지리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갖고 출발해

야한다”라고말한다. 고학년은물론, 어른에게도참알맞은책이다.

『한입에꿀꺽! 맛있는세계지리』류현아글·임익종그림, 토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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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위로받는, 친절한글쓰기수업

이미지(양평군립도서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글쓰기’란 어렵고 지루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

다. 나부터도‘글쓰기’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게 되고 시작부

터망설여진다. 그런‘글쓰기’를행복하게할수있다면?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어른

들에게도즐겁고‘행복한글쓰기’를위한방법을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인 게일 카슨 레빈은 글을 쓰며 느낀 행복과 자신만의 글쓰기가

아닌, 한걸음 더 나아가 글쓰기 모임이나 글쓰기 수업 등을 통해 여러 사람들

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나누었던 노하우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하나하나

알려준다.

이 책은 글쓰기 실용서로, 글쓰기 비법별에 따라 독자들은‘글쓰기 시간’의

과제들을 연습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행복한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어린이들이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예제를 담고 있으며,

‘도입부에서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이름 짓는 법’등의 구체적인 서른 가지

글쓰기 비법을 제시하여 마치 친절한 글쓰기 선생님이 옆에서 가르쳐주는 느

낌이 든다.

외국작가가 쓴 글이라 우리나라의 정서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 간혹

보이지만, 소설가 김연수 님이 번역하며 중간 중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내

용으로수정하고, 한국의문학계나출판계의상황에대해서도언급해주었다.

글을 쓸 때 지켜야만 하는 제 1규칙인‘글을 잘 쓰려면 많이 쓰는 게 제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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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 필두로,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 글쓰기를 15년 이

상 저장해 놓음으로써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점 등의 글을 쓰

는 구체적인 이유들을 통해 꼭 글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쓰기

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 서서 우리가 쓴 글을 읽으며 행

복을느낄수있음을강조한다.

그렇게 열심히 꾸준하게 일상 속에 일어나는 소재들로 행복한 글쓰기를 하다

보면, 우리들도 우리의 감정을 살피고, 몰입하며 나를 살찌우는 영혼의 글쓰기

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영혼의 글쓰기를 통해 저자는 인류애까지 더

욱 강해지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심도 더욱 깊어졌다며……. 우리들도 이

제부터 스스로 쓰는 글로 위로받고, 글쓰기를 친구로 삼고, 나만의 은밀한 즐

거움으로만들어우리의삶을더욱더축복할수있기바란다.

『행복한글쓰기』게일카슨레빈글·김연수옮김, 주니어김영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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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서평강좌의꽃,

워크숍

편집워크숍 지상중계

모둠별서평쓰기와발표

서평교육과정 수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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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워크숍지상중계

2009 경기도사서서평교육의꽃은편집워크숍이었다. 총 29명이참석해용인한화콘도에서이틀

일정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모둠끼리 책을 선정하고 서평설계부터 글쓰기까지 서평 전과정을 차근

차근 복습하는 시간이었다. 아울러 편집의 방법론 강의와 사례 분석을 통해 편집행위에 대한 두려

움을없애는‘쾌거’를이뤘다는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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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3모둠 <엣지있게>. 여민혜, 이진화, 김효준, 이혜준, 유현미 사서로 모둠을 이루고, 서평겨루기에

서 철학자상을 거머쥐었다(위). 2모둠 <아주가벼운 2조>. 문다혜, 이영희, 이수경, 임미선 사서로

팀을 이뤘고, 서평겨루기에서 멋진 제목으로‘제목상’을 챙겼다. ‘평택’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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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모둠 <위풍당당>. 정혜승, 김현경, 신정아, 황현화 사서로 구성된 모둠. 서평겨루기에서 위풍당

당하게‘이미지상’을 쓸어담았다. 마티스의 날이었다(위). 1모둠 <개성만점>. 황미숙, 박정순, 이

유경, 최문정 사서의 팀. 워크숍 안내문에서 힌트를 얻은 이름으로, 이름답게‘에세이상’을 휩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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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4모둠 <노래하는볼돼지>. 이금희, 김미선, 이미지, 박소윤, 한지선사서로이루어진모둠이다. 모

사서의 볼이 참 소담한 데서 유래를 짐작한다. ‘철학자상’을 받았다(위). 모둠별 서평겨루기시간이

즐거움반진지함반이다. ‘서평, 내 손안에있소이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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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발표를열심히듣는장면이다(위). ‘개성만점모둠’은발표를먼저해두어서, 상대적으로부

담이덜했으나, 표정은사뭇진지하다. 모둠별편집놀이시간(아래). 모둠별맞춤지도도‘살짝’곁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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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모둠별 편집놀이시간(위), 다른 모둠의 발표를 듣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저는 밥숟갈 하나 더

놨을뿐인데요~’바쁘게도착해서멋진포오-즈를취해준남부권역반장님의‘소회’다. 편집놀이

의모둠별발표시간(아래). 우리는서로‘짜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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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규 선생님의 서평겨루기 총평시간(위). 아무리해도 서평의 길은 고단하고 참 멀다. 늘 새로운

이야기들이 우후죽순이다. 멋진 총평, 감사합니다. 편집 워크숍을 마치고 단체사진(아래). 워크숍

일정에서 사진찍기가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일념은 변함없고 하트모양도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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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서평쓰기와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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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에서는무슨일이일어난것일까

개성만점 - 박정순황미숙박창현이유경최문정

작가의독백으로풀어내는사직동이야기

분양 중인 수원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주말 동안 오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보았다. 전국이 부동산 열풍으로 들썩이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주변 곳곳이 재개발이라는 이유로 옛것이 사라지고 새

것으로채워지고있다.

태어나서 이제껏 떠나본 적 없는 우리 동네에도 한창 재개발로 술렁이고 있

다.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새롭게 바뀐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추억 속 삶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서운한 마음이 드는 요즈음, 우리 동네 이

야기를옮겨놓은듯한책한권을만났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제작된「나의 사직동」은 실제 서울 사직동 풍경과 그곳

에 사는 사람들을 사진촬영한 뒤 연필과 수채화로 리터치 작업을 하여 삽화를

구성하였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에서 사진이 주는 객관성과 수채화의 섬세함

이어우러져마치한편의단편영화를보는듯하다.

이러한 독특한 기법으로 2004년 한국어린이도서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문

광부 장관상, 200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우수상, 프랑크푸르트 도

서전한국의그림책 100선에선정되었고일본에저작권도수출했다.

구성 또한 다른 그림책들과 달리 겉표지를 열면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이야기

가 먼저 시작된 후 발행사항과 속표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페이지를 중앙 양

옆에 표시하고 텍스트 안의 글씨는 색을 달리하여 마치 기억이 흐려지는 것처

럼글씨도흐려지도록포인트를주고있다.

30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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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그러나사라진그곳

요즘 아이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의 추억들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정겨운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어른들에게는

지난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를 자아낸다.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어

르신의 생일잔치를 열거나 파마 약만 사들고 찾아가면 공짜로 머리를 해주는

길거리미용실풍경들. 그림속사람들의표정은너무나도밝고정겹다.

고민 없고 항상 즐겁기만 하던 사람들의 표정 속에‘경축! 재개발’이라는 플

래카드가걸리면서마을에는큰소리와한숨소리가끊이지않게된다.

꼭 이래야만 하나하는 아쉬움에 이 책을 만들었다는 작가의 마음처럼‘나의

사직동은 이제는 없습니다’라는 맨 마지막 문장이 주는 강렬함은 내 마음마저

덜컹내려앉게했다.

머지않아우리동네도사직동처럼이렇게사라져버리겠지…….

새것에만 집중하고 열광하는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은 이런 아쉬운 마음을 이

해하지 못할 것이다. 햇볕 따뜻한 날 소쿠리 가득 나물을 말리던 할머니의 무

말랭이 맛을 알기나 할까. 오늘 저녁반찬은 무말랭이다. 우리 아이에게도 나의

추억을한입먹여주고싶다.

『나의사직동』김서정글·한성옥그림, 보림,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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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소녀가만난를리외르아저씨

엣지있게 - 유현미이진화김효준이혜준여민혜

#1 소피이야기

이 이야기는 나의 특별한 를리외르 이야기입니다. 나의 소중한 식물도감이

망가지던 날 책의사 선생님 를리외르(예술제본가)를 찾아갔어요. 아저씨 손으로

너덜너덜해진 내 도감이 다시 태어나는 동안, 나는 계속 아카시아 나무 이야기

를 했고 아저씨는 묵묵히 일만 하셨죠. 아주 오랫동안. 아저씨의 아버지도 를

리외르였대요. 내가좋아하는큰아카시아나무처럼 400년동안이나를리외르

는 일해 왔대요. 아저씨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죠. “아들아, 저 나무처럼 크게

되어라.”아저씨는큰나무가되었나봐요. 손이꼭나무옹이같았거든요. 를리

외르의 일은 모조리 손으로 하는 것이에요. 책에 담긴 귀중한 지식과 이야기와

인생과 역사를 를리외르 아저씨는 손으로 기억하는 것이죠. 아저씨는 또 말씀

하셨죠. “이름은 남기지 않아도 좋아. 얘야, 좋은 손을 갖도록 해라.”좋은 손

은 아주 아주 천천히 일하는 손인가 봐요. 아저씨의 좋은 손 덕분에 내 도감은

소피의 나무들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 책은 두 번 다시 뜯어지지 않았고, 나는

식물학자가되었습니다.

#2 민혜이야기

우연한 기회에 방문했던 어떤 예술제본가의 전시회. 인사동의 한적한 거리,

큰 기대 없이 들어간 그곳에서 나는‘어머~’를 연발하며 한 권의 책에 주목했

다. 그 곳은 완전한 신세계. 화려한 무대 뒤의 분주하고 복잡한 무대장치처럼

제본은 책에 신비의 입김을 불어넣는 특별한 작업이다. 서지학 수업에서 해 본

고서 만들기가 단순히 책의 엮음이었다면, 예술제본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

만의보물상자였다.

31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 ”»„fi2(1007_1) 2009.10.7 3:17 PM ˘ `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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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열어본 보물상자 속 이 책,「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연노랑 바탕에

잔가지가 수없이 뻗은 큰 나무,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녀의 모습이 있

다. 남회색 몸통에 시커먼 붓자국이 군데군데 번진 그 나무는 두 팔을 벌려도

끌어안을 수 없을 만큼 크다. 고목나무와 어린소녀, 무슨 일일까? 책을 펼쳐보

면 맑은 색채의 파리 골목 전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너무 맑아서 연필로 스케

치한 밑그림이 다 번진다. 책 전반적으로 수채화 그림은 순수함과 올곧음을 표

현한다. 군데군데 얇은 붓터치의 공정과정과 손글씨 설명은 손녀에게 남겨놓은

장인의낡은노트와같아따뜻하다.

수 천 수 만권의 책을 찍어내는 시대에 를리외르 아저씨의 제본방식이 다소

답답해 보일 수 있겠다. 마디마디가 굵어지고 개구리손처럼 튀어나온 투박한

손이 좋은 손이라는 그는 제본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사명감을 가

진그만의깊은세계를느낄수있게해준다. 느림의미학이랄까. 숭고한그의

삶이 반영된 완성본은 소피가 목을 빼고 아저씨의 작업과정을 보는 것처럼 나

도궁금해진다.

#3 두 소녀가만난를리외르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키는 것처럼 그들은 느리고 천천히 자신의 일에 정성을

쏟는 것으로 이 사회를 지켜나간다. 그들이 드리우는 큰 나무그늘은 점점 더

빨리 기계화를 외치는 우리에게 휴식을 통해 자기반성의 기회를 가지라고 일깨

우는지도모른다.

『나의를리외르아저씨』이세히데코글그림, 김정화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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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않는그리움의여행

노래하는볼돼지 - 이금희김미선이미지박소윤한지선

한적한 시골에 있는 우리 도서관에는 매주 그림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 할

머니가 계신다. 할머니는 다섯 아이들을 다 키워 결혼시키고 서울 한 아파트에

서 부부가 사셨는데, 어릴 때 뛰놀았던 산과 마을이 생각나 양평의 시골로 내

려오시게되었단다.

“시골에 오시니 좋으시죠?”라고 여쭙자 할머니는 고개를‘절레절레’하신

다. 서울에 있을 때는 아파트에 친구들도 많고 노인대학이며 각종 모임으로 바

쁘게 지냈는데 시골에 오니 농사짓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고 주변에 아는 친

구들도 없어 너무 무료하다고 하신다. 할머니는“요즘 같으면 바쁘고 정신없는

서울로 다시 가고 싶기도 하네”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향

에 오게 되었는데 서울이 그리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희미해져 갈 무

렵, 나는이책을우연히만났고, 잊고있던할머니의그리움이다시떠올랐다.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증기선을 타고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

으로 시작한다. 넓고 거대한 새로운 땅은 할아버지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조

차 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곳이었고, 할아버지는 정착하여 가정을 꾸리고

딸을 낳는다. 그러나 딸이 자라면서 그는 자신의 고향을 점점 그리워하게 된

다. 노래하는 새들을 키우며 그리움을 달래보지만,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 어린 나는 주말마다 할아버지 댁에 가서 미국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는

노래하는 새를 키우며 그곳의 생활에 대한 그리움에 젖는다. 할아버지는 그리

움을 잊지 못하고 여행을 가기로 하나 전쟁이 터지고 평화롭던 생활은 산산조

각나고만다.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더 이상 노래하는 새를 키우지는 않았다.

31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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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끝내 그리워하던 미국으로 가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청년이

된 나는 고향을 떠나 미국 여행을 가게 되고 할아버지가 사랑하셨던 그곳을 사

랑하게 되었다. 계속 그곳에 살며 나도 역시 딸을 낳았지만 어린 시절의 고향

이 그리워졌다. 나이가 들어서야 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무척 그립다. 결국 나도 할아버지가 되어 할아버지가 그리워하던

미국을그리워하고, 고향을그리워하게되며, 할아버지의마음을깨닫게된다.

이 나라에 있으면 저 나라가 그립고, 저 나라에 있으면 이 나라가 그리워지

는 것은 왜일까? 인생은 끝나지 않는 그리움의 연속, 끝나지 않는 그리움의 여

행이아닐까생각해본다.

책 표지의 할아버지가 올라탄 배, 표제지의 종이배 등 그림책에는 인생의 중

요한 순간마다 빠짐없이 배가 등장한다. 이는 배가 바다를 건너 이동하듯 할아

버지의 인생 역시 흘러감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그림책의 배를 타고

할아버지의 긴 여행을 따라가 보자. 그래서 작가가 전달하려는 사진 같은 그림

속의 메시지를 느껴보자. 작가가 전쟁세대이다 보니 다소 그림책이 무겁고 허

무적이기도 하나 인생전반에 걸쳐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어른들이 읽는다면 그 감동이 더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청소년이

읽더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경험의 폭만큼 전 세대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 생

각한다.

『할아버지의긴여행』앨런세이글그림, 엄혜숙옮김, 마루벌,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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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의햇빛을색깔로만든마티스

위풍당당 - 정혜승김현경황현화신정아

TV에서그림이지나간다.

노란색 기타를 치는 여인에서 빨간색 식탁을 차리는 여인, 그리고 푸른색 바

탕 안에서 여러 사람이 손을 잡고 춤추는 그림으로 바뀌어 간다. 이는 모기업

의 이미지 광고로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의 작품을 이용한 것이다. 그림의 단순

하고과감했던선과밝은색채는기억이생생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색채의 마술사 마티

스」. 예전에 봤던 광고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여러 색깔의 색종이를 오

려 붙여 장식한 제목과 더불어 푸근한 모습의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책장을 넘겨보니, 녹색 배경에 조금씩 다르게 그려진 여러

개의 노란색 꽃무늬가 시선을 잡는다. 한동안 그림을 바라보다 다음 장으로 넘

어가니 무늬와 같은 샛노랑 면지와 함께 책이 시작된다. 이어지는 그림책 작가

의 설명은 마티스에 대한 애정이 한껏 묻어나 있어 점점 더 책에 호기심이 생

긴다.

프랑스 해변 도시 니스에 정착하여 그곳의‘햇빛’을 그리기 시작한 마티스.

햇빛이 비추는 것들을 더욱더 부드럽고 찬란하게 표현하기 위해 마티스의 색깔

들은 변화한다. 책에는‘더 맑고 푸르게, 더 밝고 노랗게’끊임없이 그림을 그

리며그곳에서노년을보낸이야기가담겨있다.

작가의 말에 저자는 니스에 가서 마티스의 작업 환경을 실제로 둘러보았을

뿐아니라, 마티스가초기에그린「댄서들」시리즈중한작품을똑같이그려보

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그림을 보면 작가의 그림이 마

티스의그림과매우닮아있다.

31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 ”»„fi2(1007_1) 2009.10.7 3:17 PM ˘ `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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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구성, 빛나는 색의 사용, 그림의 소재까지 책에 들어가 있는 그림 전

부에 마티스의 화풍을 담았다. 더 놀라운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마티스 그림의 특징들을 그림책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마티스가 아라베스크라

불린 검은색 문양, 구성이 돋보이는 춤추는 사람들, 그의 말년에 작업한 색종

이 작업 등 마티스 그림의 특징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있다. 마티스가 그린

그림을하나도사용하지않고도말이다.

그림과 다양한 매체로 예술 활동을 한 마티스의 모습이나 여러 도구를 통한

작업 방식을 글과 조화시켜 매끄럽게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삽화의 여백을 테

두리처럼 이용하여 각각의 그림들이 마치 미술관에서 마티스의 그림을 액자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일반적인 떡제본이 아닌 네 장씩 실로 묶는

제본을 선택함으로써 책이 덩어리지지 않고 각 장이 동일하게 펼쳐져 액자로

보는듯한효과를더욱높이고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장마다 다른 글씨 색깔로 모두 각 장에 있는 그림

색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글을 그림위에 써야 할 경우에는 검정색이나 흰색

을 쓰고, 여백에는 그림에 주로 사용한 색을 써서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와 더

욱 어울리는 책을 완성하고 있다. 더불어 글이 그림과 잘 조화되어 문자가 언

어전달이외에하나의이미지가되어책의가치를더욱높이고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내가 해야 할 일

은내가할수있는일에최선을다하는것이었다.’병상에누운마티스가대나

무 장대 끝에 붓을 매달아 작업을 하면서도 밝고 명랑한 작품을 다수 만들어

낸데는이런정신이있어가능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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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에게 마티스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

며, 좀 더 책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마티스의 작품이 들어있는 책과 함께 한다

면재미는더해질것이다.

『색채의마술사마티스』바쥬르토르드글그림, 토마토하우스, 2007

31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 ”»„fi2(1007_1) 2009.10.7 3:17 PM ˘ `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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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퐁씨! 콧수염이정말멋져요!!

아주가벼운 2조 - 문다혜이영희임미선이수경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녀보니 여행의 맛은 참으로 알싸하다. 특히 장기

간 외국 여행이 쉽지 않으니 한 나라의 대표 상징 도시를 둘러보고 싶은 열망

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던 차에 보게 된 책! 여기는 파리입니다(원제: This is

paris)! 그렇다 이것이 진정 파리의 진면목을 보게 하는 책이다. 이처럼 세련된

파리 전경을 보여주는 그림이 있던가. 여행의 열망을 이기지 못하고 파리의 경

찰 아저씨, 콧수염이 멋진 뒤퐁 씨가 주는 지하철표를 받아 파리 여행을 시작

한다.

책이 보여주는 파리는 1960년대, 현재는 2009년, 우리가 가 볼 파리는 미

래. 파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그림책이다. 센 강

변의 세 마리 고양이부터 서른 여섯 곳의 파리 명소와 꽃 파는 소녀 등 일상을

살아가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이 생기발랄하게 묘사되어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린다. 사세크는 파리를 가벼운 터치감, 발랄한 색감, 좀처럼 가까

이오지않는고양이녀석들조차웃고있을정도의친근감으로표현한다.

파리, 파리시민그리고그들의이야기

첫 장면, 한 바닥 가득한 파리 전경은 센 강을 중심으로 좌우에 에펠탑과 오

페라 극장을 저 멀리 배치하고 도시의 전경을 점을 찍은 듯한 붓질로 표현한

다. 사세크의 석판화 그림은 건물이나 거리를 세밀하게 그리지 않고도 파리 전

체를보는듯한느낌을전한다. 정말궁금한것중하나! 화가는도대체어디서

이전경을보고있었던걸까! 알아내고야말겠다는결의를다지며다시책속으

로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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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9: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사세크의파리는‘에펠탑’, ‘노트르담대성당’, 200년이걸린‘파리대성당’

이나 프랑스 혁명 시대 수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콩시에르주리’가 있어 화려

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파리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림

책이라는 것이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과 엄마, 중

년 아저씨, 바게트 빵을 사는 귀부인, 지하철에서 막 나오고 있는 멋쟁이 신사

등 파리 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 곳에 가면 그들을 만날

것같아파리가더친근하게느껴진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지은이는 파리의 멋진 건축물을 무심한 듯 세밀하게 묘사

하여 볼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한다. 벼룩시장을 그린 지은이의 섬

세함과장난끼가득한그림은보는것만으로도즐겁다.

그림책으로는 장편인 60쪽이지만 장면마다 화면 분할이나 구도가 달라 지루

함을 느낄 새가 없다. 파리 곳곳을 설명하는 문장은 짧지만 충분히 효과적이어

서 꼼꼼하고 재밌는 성실한 여행 안내자로 보인다. 그러기에 이 책은 1959년

발간 당시 뉴욕타임즈에서 2년간 찬사를 받았다. 1959년에 발간된 파리 여행

그림책이 오늘날에도 유효할까? 그림책은 문학이자 예술작품이다. 이 책은 지

은이만의 파리 이야기와 아름다운 파리를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현재’에도충분히유효하다.

그림책의 파리는 1960년대여서 책 말미에 현재 독자들을 위해 당시와 다른

현재 파리 모습을 설명한다. 사진이 없어서 아쉽냐고? 전혀, 상상의 나래를 펼

칠멋진기회를제공한다.

31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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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0: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성인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행 그림책이며, 아이들은 하루에 한 두 곳

씩 곶감 빼먹듯 가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여행 그림책으로 하는 긴

여행은 책을 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림책 놀이 한 가지!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장소를 표시하여 파리 지도를 완성해볼 수도 있다. 파리 여행을 간다면

사세크의 예술 작품‘여기는 파리입니다’를 가져가자. 사세크의 예술 작품 파

리와실제파리를견주어보는재미도솔솔할듯하다.

어른들과 함께 본다면 6,7세부터 시작하여도 무방하고 초등 전학년이 혼자

서 또는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여행 정보 그림책이다. 사세크의 어린이를 위

한 세계여행안내서‘This is시리즈’는 우리나라에‘런던’편과‘뉴욕’편이 발간

되어있다.

『여기는파리입니다』미로슬라프사세크글그림, 열린생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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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3개월, 서평과정

서평교육과정수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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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사서서평교육수료자

남부권

강명희(경기도립중앙도서관)·김민희(안성시립중앙도서관)·김성현(서수원지

식정보도서관)·김숙진(경기평생교육학습관)·김효준(안양석수도서관)·문다혜

(오산청학도서관)·문영순(경기도립중앙도서관 평택분관)·박세헌(군포중앙도서

관)·박정순(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박창현(수원선경도서관)·박현주(경기도교

육청 평생교육과)·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유현미(평택시립도서관)·이경옥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이명옥(수원슬기샘도서관)·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이영희(오산햇살마루도서관)·이유경(오산청학도서관)·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

습관)·이한숙(군포중앙도서관)·이혜준(안양석수도서관)·임미선(시흥대야도서

관)·정선희(안성시립도서관)·최문정(오산햇살마루도서관)·홍은경(경기도립과

천도서관)·황미숙(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박규상(군

포산본도서관)·여민혜(경기도사이버도서관)·김광곤(군포중앙도서관)

북부권

김미선(동두천꿈나무도서관)·이금희(동두천꿈나무도서관)·이미지(양평군립

어린이도서관)·박소윤(고양아람누리도서관)·정혜승(고양한뫼도서관)·김현경

(고양한뫼도서관)·한지선(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주

혜영(양주덕정도서관)·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신정아(경기도사이버도서관)

322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 ”»„fi2(1007_1) 2009.10.7 3:17 PM ˘ `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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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자, 서평에붙인이한마디

김광곤—군포중앙도서관

안녕하세요?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광곤입니다. 한여름부

터 시작한 강의가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이번 수강을 통

해 사서로서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더욱 많이 공부해

서조금 더나은사서가될수있는좋은기회였던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미선—동두천꿈나무정보도서관

저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서입니다. 그동안 비가오고 바람이 부

는데도 그 언덕길을 고생스럽게 올라가는 수고와 밤늦은 고생이 너무 아까워서

몇 자 썼습니다. 참 부끄럽습니다만 재미있었습니다.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하는아쉬움과후회가밀려옵니다. 다음에더좋은기회가있겠죠?

김성현—수원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그림 잘 그리는 건축가가 되고 싶은 큰 아들과 달리기 잘하는 포장마차 주인

이 되고 싶은 작은 아들의 좋은 어머니 역할과 좋은 어린이책을 한 눈에 딱 알

아보는어린이전문사서역할사이에서왔다갔다항상헤매는아줌마.

김숙진—경기도립평생교육학습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한여름의 무더위가 가시고, 어느새 파란 하늘과 뽀얀

구름만 바라 봐도 청량한 가을 향기가 온몸으로 퍼집니다. 전과 다르게 도서관

을 찾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유난히 해맑게 느껴지는 이유가 화창한 가을 날

씨 때문인 줄 알았는데, 실은 아이들을 바라보던 내 마음의 눈이 그동안 서서

히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서평교육을 위해 3개월 간 애써주신 강

사님과담당사서님께진심으로감사의마음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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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안양석수도서관

안녕하세요. 저는 안양시립석수도서관에서 도서구입과 정리 업무를 하고 있

습니다. 항상 수서할 때마다 어떤 책들을 구입해야할지 고민했었는데 이번 서

평교육을 받고 그 고민이 다소 해결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다음번에도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교육준비를 해

주셨던선생님들께감사드리고, 강의를해주신선생님들께감사드립니다.

문다혜—오산청학도서관

이번 서평과정을 통해 어린이책에 관심이 새록새록 생겼습니다. 도서관에서

저의 별명은‘뭐든다해’랍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다혜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

할것같습니다.

박규상—군포산본도서관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추운 겨울 새벽, 태양계의 행성들이 이상조짐을 보

이고 지구가 아주 잠시 정지 상태에 머물더니 극동아시아에 위치한 한반도의

중심부 근처에서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평범한 아이가 태어난다. 시간이 흘

러 그 아이는 20대 후반의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평범하다. 그는 현재 경기

도 군포의 산본도서관에서 사서라는 평범한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껏

평범하게 살아온 그가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평범의 교과서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제 막 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려한다.

박세헌—군포중앙도서관

사람을좋아합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저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며, 그들과의 만남에서 오고가

는 정을 가장 소중히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그들이 한 번 더 크게 웃을 수 있

기를바라는, 책을사랑하고사람을사랑하는사서박세헌입니다.

324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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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세계문화유산‘화성’이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수원! 그 북쪽에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의 유일한 지식과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

는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평교육에서 많은 것

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꼭 필요한 일을 못하고 있는 사서들을 안타까

워하며열정을쏟으신선생님들께감사드립니다.

신정아—경기도사이버도서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서로서 현재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책과

의만남을통해세상과소통하고자애쓰고있다.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

도서관에서 행복을 느끼며,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과 사람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입니다. 책을 권하는 기쁨을 듬뿍 누릴 수 있는 도서관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여민혜—경기도사이버도서관

안녕하세요. 이제 갓 1년이 된 새싹사서입니다. 제가 이 길로 들어설 지는

저도 몰랐으나 저도 모를 힘이 저를 끌어당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발걸음을디딘이상책과도서관을사랑하는마음이 95%가될때까지‘차가운

머리, 뜨거운가슴, 움직이는손과발’로도서관생활의달인이될때까지함께

하겠습니다.

유현미—평택시립도서관

책은 내 삶의 위안이자 즐거움이었다. 어린 시절‘책이 억수로 많은 집’으로

시집가겠다고 하던 말이 씨가 됐는지,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빛바랜 기억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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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학교도서관 - 매캐한 책 냄새와 거미줄, 창으로 비친 햇살에 무수히 반짝이

던 먼지들, 디딜 때마다 삐걱삐걱 뼈마디 부딪는 소리가 나던 나무바닥으로 떠

오르는 - 한켠에 쭈그려 앉아 책 보던 꼬맹이는 이제‘책이 억수로 많은 도서

관’에서 어린 꼬맹이 손님들을 위한 책을 고르고 있다. 처음으로 서평과 진지

하게 마주해본 시간이었다. 아직 서툴지만, 처음 만난 누군가가 의미 있게 다

가올때의이두근거림이좋다.

윤주헌—군포산본도서관

Reader is Leader라는 말을 좋아하고 read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늦둥이 덕분에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 요즘은 그림 보는 눈을 높이는 데 힘

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소박한 꿈

을가지고있다.

이명옥—수원슬기샘어린이도서관

저는 수원시슬기샘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1994년 6월부터 인연을

맺은 도서관은 서울특별시립정독도서관, 수원시선경도서관, 수원시중앙도서관

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어린이책

학습동아리 활동도 하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어린이서비스담당자협의회

자료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약하지만 앞으로도 어린이 서비스와

어린이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어린이들에게 더 좋은 독서환경을 만들어

주고자합니다.

이수경—평택지산초록도서관

앤서니 브라운의 유머와 숀 탠의 그림을 좋아하는 16년차 사서입니다. 아름

다운 그림과 색상이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는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습니

다. 『용구삼촌』과『3시9분27초』등의 책을 재미나게 보았네요. 우리에게는 재

미난이야기가필요합니다.

326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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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오산햇살마루도서관

나를 분류한다면 사회과학(300)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경영학을 배웠다.

그리고 문헌정보학을 배우면 주제전문사서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사서가 되었

다.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경영지식과 주관적인 자기 경영에 대하여 전달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1박2일 놀러 다니기를 즐기고 사람을 좋아한다. 현재 오

산시햇살마루도서관에서근무중이다.

이유경—오산시청학도서관

이유경이에요. 청학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편하고 즐겁게 살 궁리만

하고있어요. 어린이책과사람들을좋아하는사서랍니다.

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서가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괜스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됩니다. 전 책과함께할수있어정말행복한사서입니다.

그건 그렇고, 요즘 얼굴에 이상한 것들이 돋아났어요. 새삼스레 회춘일 리는

없고, 사흘째 계속 되는 야간 교열작업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부족한 능력으

로 좋은 글들을 망쳐놓은 건 아닌지‘소심증 발동’중이지만, 『813.8』의 얼굴

볼생각에가슴이두근거립니다.

함께 교육받았던 여러 선생님들,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경기사이버도서관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를 서평의 길로 이끌어주셨던 조월례 선생님, 정병규 선

생님, 이대건선생님, 감사합니다!

이혜준—안양석수도서관

안녕하세요? 안양시립석수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혜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싫어했던 제가 사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

는데 더구나 지금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

니다. 사서에게 있어서 많은 책을 접하고, 사람들에게 그 중 좋은 책을 소개해

주는 역할 또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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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에게좋은책을소개할수있는사서가되고싶습니다.

임미선—시흥대야도서관

시흥시대야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임미선입니다. 사서서평교육 신청할 처음에

는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나면 책을 보는 눈과 글을 쓰는 능력이 아주 많

이 높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지금 보면 기대가 너무 컸나 봅니다. 그래도 노력

하는 책지킴이 사서가 되고 싶은 저의 꿈은 크면 클수록 좋은 거겠죠. 바쁜 와

중에도 매주 공부하러 간다고 응원해주시고 마음 써주신 도서관선생님들께 감

사인사전하고싶습니다.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택하고 많은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이 생겼다. “어떤 책이 재미있나요?”, “애가 X학년인데 책을 추천해 주시겠어

요?”처음에는 당황했던 질문이 이제는 내가 사서로서의 풀어야 할 숙제로 남

게 되었다. 책 표지만 보는 사서가 아닌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독자층에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아직 4년도

안된 미숙한 사서이지만“경기도 사서는 달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고

대해본다.

정민선—양주덕정도서관

도서관에서 일하는 만큼 원하는 책을 원하는 시기에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신이 내린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항상 자부하는 사서입니다. 이

런저런 책을 읽고 나만의 홈페이지에 서평 아닌 독후감을 항상 써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130여권 쓴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보다 전문적인 서평을 써보

고 싶어 이번 교육에 등록해서 듣게 되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328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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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오산햇살마루도서관

책과 도서관,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햇살마루도서관’사서 최문정입니다.

온갖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서로서 좋

은 동무가 되어 함께 힘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어릴 적 도서관에서 만난『직업

도감』이라는 책 한 권이 지금 제 모습의 뿌리가 된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서관과 책의 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도서관은 제가 찾은 최고의 행복이니

까요.

황미숙—수원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수원시북수원도서관문헌정보자료실담당을맡고있습니다.

책들로 가득히 차있는 자료실에 앉아있으면 저절로 만물박사가 된 듯한 든든

한 느낌이 들곤 하지요. 요즘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어린이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답니다. 자료실 일이 때로는 고되기도 하지만, 오늘도 책 한

권마다이용자들과의추억을행복하게쌓아가는중입니다.

황현하—연천중앙도서관

연천중앙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 근무하는 황현하입니다. 어린이자료 수서,

정리 및 열람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자료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하

는데, 어린이 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

해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도 얻고,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어 좋았습니다. 다음

에 기회가 된다면 국내 어린이 책과 그림책에 대해서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우스갯소리로사서는책껍데기만본다고하는데, 알맹이(내용)를 정복한사서

가되기를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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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1: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서평과정진행자

정은영—경기도사이버도서관

매일 도서관에 가는 도서관쟁이죠. 가끔은 일에 파묻혀 도서관이 재미없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사서’라는 이름을 너무 좋아하는 도서관쟁이입니다. 회사

에 있는 도서관에서도 일했고,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

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공

간에 좋은 책들을 잔뜩 꼽아 두고서 좋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작은

꿈을꾸고있답니다.

사서서평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많은 생각들

을 했습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서들이 더욱 많아지고, 그 내용이 풍성

해 지길 기대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수원과 의정부를 오가면서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신 좋은 강사님들, 퇴근 후 개인적인 시간을 기꺼이 반납하시며 열정을

보여주신멋진사서선생님들모두에게그동안의노고에박수를보내드립니다.

더불어 저희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은 이번 교육을 토대로 뿌리내리고, 아름드

리나무로 커져갈 경기도 도서관을 응원합니다. 나아가 813.8뿐 아니라 모든

주제분야에대해말하는사서들이우후죽순쏟아나기를기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330 —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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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과정강사

조월례—어린이책연구가, 경민대초빙교수

오래전부터 꿈꾸어 온 일이 있습니다. 사서들 이름으로 올해의 작가상, 올해

의 어린이 책 상, 올해의 그림책 상을 제정하고 수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

서들이 만드는 서평지가 어린이 책 동네에서 가장 힘있는 매체가 되는 것입니

다. 사서들이 어린이 책의 문화 현장에서 가장 힘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

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전통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

여름과가을사이를오가면서진행한제 1회사서서평과정에참여한경기지역

사서님들 눈빛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이번

과정에참여한모든사서님들‘파이팅’입니다.

정병규—파주어린이책예술센터

“책이사서의힘을빌어말하기시작한다”.

이는 오래된 숙원 중의 가장 절실한 문제였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여러

나라들에서 이미 많은 목록이 열람자 및 대중에게 제공되었고 권위 있는 아동

문학, 그림책상이사서위원회의이름으로현재까지매년수상되기도합니다.

이번 교육과정의 결실로 서평집이 발행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있는 일

이고 매우 의미가 큰 작업입니다. 건강한 사회의 지표는 사서의 지위에 있습니

다. 이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은, 바로 책에 생명을 불어 넣어 독자들에게 전

하는서평이될수도있습니다.

사서를가장신뢰하고존경받는사회를꿈꾸며.

이대건—출판기획자, 그림책마을

‘일일사서체험’풍경이 떠올라요.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 촬영처럼, 각본

에 짜인 대로 움직이는 수많은 스텝들이 카메라의 뒤에서‘체험하는 당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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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3: 813.8 사서, 어린이책을말하다 · 2020-01-09 · (Jan Amos Komensky 1592-1670, 흔히‘코메니우스’ 로 알려져 있다) 까지 철학자및교육사상가들은어린이가성인과어떻게다른존재인가에대해끊

응시하는 풍경. 그런데 책이 독자를 만나는 공간에 각본 따위는 없어요. 그 생

생한 소통공간에서 이제 책으로만이 아니라, 서평이라는 매체로 변화무쌍하게

번지는 행복한 만남을 꿉니다. 손으로 건네는 책과 활자로 건네지는 책(의 이야

기)! 어딘가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도사리고’있는 우리 서평의 독자들에,

그무수한만남의가능성에이제가슴설레게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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