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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l 133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최적인 실질적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11월에는 포항에서 ‘함께하는 한·러, 함께 여는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제1회 한·러 지방협 력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한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9개 주가 참여해 양국 지방 사이의 경제, 과학,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신남방정책’ 추진도 본격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 월 베트남 방문을 시작으로 대(對) 아세안 외교의 깃발을 높였 다. 이어 ‘제22차 한국-아세안 대화’가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려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협력 방 안을 논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도 대아세안 외교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됐 다. 아세안(ASEAN) 관련 회의 참석을 위해 11월 싱가포르를 방 문한 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만나 한국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통 일 개 요 2018년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웠던 2017년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흘러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참 가 의사를 밝힌 뒤 실제 참가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갑작 스러운 해빙기를 맞았다. 북한의 평창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에는 평화의 기운이 싹 텄고 남북관계의 기조는 대결에서 화해 및 협력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이런 국면 전환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됐다. 남과 북 은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고 그 결과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다. 남북은 이 밖에도 5차례의 고 위급회담을 열었다. 군사·체육·적십자·철도 및 도로·산림 등 여러 분야에 서 실무회담이 열려 2018년 한 해 동안 정치분야 19회, 군사 분야 4회, 경제분야 4회, 사회·문화분야 7회, 인도분야 2회 등 총 36회의 남북회담이 개최됐다. 회담의 횟수로만 따지면 2007년 55회의 남북회담이 열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회 담이 열렸다. 또 20건 이상의 합의서·공동보도문이 체결됐다. 2018년 남북관계는 질적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격으로 흘러갔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추진했는데 실제로 한 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 국 회 비준을 추진하는 한편 노태우 정부 시절 체결된 남북 기본 합의서의 내용이 대부분 담긴 것으로 보이는 ‘남북기본협정’을 북측과 체결하고 남북 합의를 법제화하는 방안에 나선 것도 남북관계 발전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서였다. 과거 북미 사이에서 깊이 논의되던 비핵화 문제를 남북대화 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 역시 남북 간 소통이 갑자기 중단되 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비핵화 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 도 평화체제 구축이 없으면 남북대화도 일회성이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비핵화 해법 논의가 과거 6자회담인 다자 협의체 방식에서 남·북·미 3국 정상 중심의 ‘톱다운’ 방식으로 바뀐 점도 주 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비 롯해 수차례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4월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 의에서는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채택됐다. 또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넘게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 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조치도 취했다. 25개월 만에 마주 앉은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남측을 향해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대화 용의를 표명했다.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통일부 등에 후속방안 마련을 지시했 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 에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북측은 여기에 즉시 답을 주진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의 위 임이라면서 이튿날 판문점 연락채널을 우선적으로 개통했다. 이에 따라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등 연락수단을 모두 끊어버린 지 23개 월 만에 남북 간 연락채널이 되살아났다. 북측이 회담 제의를 수락한 건 사흘이 지난 5일이었다. 리 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조명균 장관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북남 당국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비롯한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하고 그 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우리(북)의 제안에 호응한 데 대하여 환영한다.”면서 “고위급 회담을 위해 9일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이후 25개월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남북당국회담이 열리게 됐다. ▲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2일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 녹실에서 열린 소규모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소떼 길’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소떼 길은 1998년 6월 16일 ...cdnvod.yonhapnews.co.kr › yonhapnewsvod › public › yearbook › ... · 2020-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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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l 133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최적인 실질적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11월에는 포항에서 ‘함께하는

한·러, 함께 여는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제1회 한·러 지방협

력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한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9개 주가 참여해 양국 지방 사이의 경제, 과학,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신남방정책’ 추진도 본격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

월 베트남 방문을 시작으로 대(對) 아세안 외교의 깃발을 높였

다. 이어 ‘제22차 한국-아세안 대화’가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려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협력 방

안을 논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도 대아세안 외교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됐

다. 아세안(ASEAN) 관련 회의 참석을 위해 11월 싱가포르를 방

문한 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만나 한국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통 일

■ 개 요

2018년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웠던 2017년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흘러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참

가 의사를 밝힌 뒤 실제 참가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갑작

스러운 해빙기를 맞았다.

북한의 평창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에는 평화의 기운이 싹

텄고 남북관계의 기조는 대결에서 화해 및 협력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이런 국면 전환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됐다. 남과 북

은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고 그 결과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다. 남북은 이 밖에도 5차례의 고

위급회담을 열었다.

군사·체육·적십자·철도 및 도로·산림 등 여러 분야에

서 실무회담이 열려 2018년 한 해 동안 정치분야 19회, 군사

분야 4회, 경제분야 4회, 사회·문화분야 7회, 인도분야 2회

등 총 36회의 남북회담이 개최됐다. 회담의 횟수로만 따지면

2007년 55회의 남북회담이 열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회

담이 열렸다. 또 20건 이상의 합의서·공동보도문이 체결됐다.

2018년 남북관계는 질적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격으로 흘러갔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추진했는데 실제로 한 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 국

회 비준을 추진하는 한편 노태우 정부 시절 체결된 남북 기본

합의서의 내용이 대부분 담긴 것으로 보이는 ‘남북기본협정’을

북측과 체결하고 남북 합의를 법제화하는 방안에 나선 것도

남북관계 발전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서였다.

과거 북미 사이에서 깊이 논의되던 비핵화 문제를 남북대화

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 역시 남북 간 소통이 갑자기 중단되

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비핵화 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

도 평화체제 구축이 없으면 남북대화도 일회성이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비핵화 해법 논의가 과거 6자회담인 다자 협의체 방식에서

남·북·미 3국 정상 중심의 ‘톱다운’ 방식으로 바뀐 점도 주

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비

롯해 수차례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4월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

의에서는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채택됐다. 또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넘게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

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핵화 조치도 취했다.

■ 25개월 만에 마주 앉은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남측을 향해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대화 용의를 표명했다.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통일부 등에 후속방안 마련을 지시했

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

에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북측은 여기에 즉시 답을 주진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의 위

임이라면서 이튿날 판문점 연락채널을 우선적으로 개통했다.

이에 따라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등 연락수단을 모두 끊어버린 지 23개

월 만에 남북 간 연락채널이 되살아났다.

북측이 회담 제의를 수락한 건 사흘이 지난 5일이었다. 리

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조명균 장관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북남 당국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비롯한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하고 그 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우리(북)의 제안에 호응한 데 대하여 환영한다.”면서 “고위급

회담을 위해 9일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이후 25개월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남북당국회담이 열리게 됐다.

▲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2일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 녹실에서 열린 소규모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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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l 정 치

회담을 통해 북측은 평창동계올림픽에 고위급대표단과 함

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

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또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키로 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접

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접촉’

(1월 15일)과 ‘남북고위급회담 실무회담’(1월 17일)을 잇달아 열

어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방안을 한층 구체화했다.

■ 북한의 평창 참가로 한반도 화해 ‘물꼬’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장웅 IOC 위원, 김일국 체육상 등

체육계 고위인사를 포함해 선수단 46명(단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응원단 229명, 예술단 137명, 태권도 시범단 31명, 기자

단 21명 등 총 470명의 방문단을 파견했다.

이에 따라 남북 올림픽 선수단 180

여 명이 개회식에 공동으로 입장했으

며, 북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이겨라!”, “힘내라!” 등 구호를 외치며

화해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응

원단·예술단뿐만 아니라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

앙위 제1부부장,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했다. 분단 이

후 처음으로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직계가족이 남쪽

땅을 밟았다. 북한이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문재인 대통

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측 정부 고위 인사들과 접촉함으로써 한반도 화해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남북정상회담의 초석이 마련된 것도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을 통해서였다. 방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

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

자.”라며 ‘조건부 수락’을 했다.

김 위원장은 2월 13일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보고받고 만족

을 표시했다. 동시에 향후 남북관계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

시하고 실무적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남북 화해·대화 분위기

가 한 단계 더 승화할 기회가 마련됐다.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김영철 북

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월 말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한 방남이었다,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

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하자, 김 부위원장은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

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문제가 풀려야 남북관계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

로 비핵화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도 김 부위원장과 만나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 특사단 방북…4·27 남북정상회담 초석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추진

했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1월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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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l 135

정의용 대북특사(청와대 국가안보실장)를 포함한 대통령 특

사단이 파견된 것은 3월 5일이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가정보

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대표로 동행했다. 특

사단은 이틀간 평양에 머물며 김 위원장과 4시간 넘게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한편 남북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

의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로 특사단을 불러 면담과 만찬을 진행했다. 남측 인사들에게

‘혁명의 수뇌부’로 불리는 당 청사를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복원 및 개선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큰 것이라는 분

석이 나왔다.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은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

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 밖에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및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 실시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 시 비

핵화 입장 천명 ▲북한의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

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 용의 표명 ▲북한의 대화 기간 내 추

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 재개는 없을

것 ▲핵무기·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

확약 ▲우리 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 등에 합

의했다.

이후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

어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 실장은 미국

과 중국,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했다.

■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정상회담 날짜가 구체화한 것은 3월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

회 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고위급회담을 통해서였다. 남북

은 양측 정상의 뜻에 따라 ‘2018 남북정상회담’을 4월 27일 판

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의제를 비핵화와 평화정

착, 남북관계 발전 등 세 가지로 압축했다.

이어 남북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세 차례의 의전·경호·

보도 실무회담(4월 5일·18일·23일), 두 차례의 통신 실무회

담(4월 7일·14일)을 진행했다.

마침내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

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으로 향했다. 오전

9시29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

어 남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 땅을

밟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두 정상은 악수를 한 뒤 손을

맞잡고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넘어왔다.

약 100분간의 회담, ‘소떼길’ 공동 기념식수와 ‘도보다리 대

화’, ‘판문점 선언’ 발표 및 공동기자회견, 만찬 등 밤늦게까지

행사가 이어졌다.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소나무 기념식수에서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식수 후에는 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골고루 뿌렸다. ‘합토합수’

(合土合水)가 이뤄진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새로운

평화시대를 천명하며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 발전 ▲

군사적 긴장완화와 상호 불가침 합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

화 및 평화체제 구축 등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다짐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

표를 확인한 점은 의의가 컸다.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며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명시됐다. 남북회담

에서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합의한 것은 1992년 1월 합의한 ‘한

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후 26년 만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당국회담 개최,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방안, 8·15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이 담겼다.

정상회담 이후 5월 1일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들이 취해졌으며, 북한은 5월 5일부터 표준시를

30분 앞당겨 우리 표준시와 통일시켰다.

■ 북미정상회담 불씨 살리기 위한 2차 남북정상회담

5월 2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밀리에 2018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4·27 남북정상회

담이 열린 지 약 한 달 만이었다. 청와대는 회담이 끝나고 나서

2시간 50분 뒤인 오후 7시50분에야 회담 개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적대적인 언사

를 문제 삼아 6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서한

을 내놓으며 한반도 정세에 암운이 드리운 때였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아무 때

나 어떤 방식으로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에 나섰지만, 좀 더 확실한 돌파구가 필

요하다고 판단해 남측에 ‘SOS’를 친 것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자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

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구원

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인근 ‘소떼 길’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소떼 길은 1998년 6월 16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민간인 신분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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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l 정 치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당일 오후 만남 제의부터 문 대통령

의 수락, 판문점에서의 만남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격식

없이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자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양측이 직접

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

다.”고 강조했다고 회담 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

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두 정상은 아울러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

히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나아가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회담을 6월 1일 개최키로 했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

십자회담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의 이런 노력 속에 북미정상회담은 기사회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6일(현지시각) 밤 백악관에서 “그것(6월

12일 정상회담 개최)은 바뀌지 않았다.”라며 회담 재추진 의사

를 나타냈다.

■ 고위급회담 개최…판문점선언 이행 방안 논의

5·26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대로 남북 고위급회담이 6월 1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우리 측에서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정렬 국

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등이 대표로 나섰다.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

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

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부위원장 등

5명이 대표단으로 나왔다.

고위급회담은 원래 5월 1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북측이 연

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를 이유로

당일 오전 일방적으로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남북이 잠시 등을 돌렸던 상황 속에서도 고위급회담 분위기

는 나쁘지 않았다. 회담 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방안

들이 담긴 공동보도문이 나왔다.

남북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 12일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의 후속회담을 잇따라 가지기로 합의했다.

우선적으로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국방장관회담 개최문

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장성급군사회담을 6월 14일 판문점 통

일각에서 열기로 했다. 또 남북통일농구경기와 2018년 아시아

경기대회 공동참가를 비롯한 체육분야의 교류협력문제를 협의

하기 위한 남북체육회담을 6월 1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갖기

로 했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

해 남북적십자회담을 6월 22일 금강산에서 개최키로 했다.

아울러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된 동해선·경의선 철도

와 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철도·

도로협력 분과회의 및 산림협력 분과회의, 가을 북측 예술단의

남측 지역 공연을 위한 실무회담 등의 개최 날짜와 장소는 차

후 문서교환을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업지구에 설

치하는 문제에도 합의해 연락사무소 개소가 속도를 내게 됐다.

후속회담들은 합의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남북은 6월 14일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군사적 충돌의 원

인이 돼 왔던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

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

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 등에 대해 충

분한 의견을 교환했다.

남북은 또 서해 해상 충돌방지를 위한 2004년 6월 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동·서해지구 군 통

신선을 완전 복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6월 18일에는 체육회담이 열려 7월 4일을 계기로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를 개최하기로 하고 가을에는 서울에서 개

최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에 공

동으로 입장하며, 명칭은 코리아(KOREA), 약어 표기는 ‘COR’

로, 깃발은 한반도기로, 노래는 아리랑으로 정했으며, 일부 종

목들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8년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

에 공동으로 출전하고 남과 북이 개최하는 국제경기에 참가하

며, 종목별 합동훈련 및 경기 등 남북 사이의 체육협력과 교류

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6월 22일 금강산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은 8·15를

계기로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6월 26일과 28일에는 철도와 도로 협력 분과회담이 각각 열

려 남북 동해선·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

했다. 이를 위해 남북은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키로 의견을 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청와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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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7월 4일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는 양묘장 현대화,

산불방지 공동대응, 남북접경지역에 대한 병해충 공동방제 등

이 합의됐다.

■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군사합의

8월로 접어들면서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위

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한다는 약속이 명시돼 있었다.

남북은 8월 13일 고위급회담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날짜를 발표하진 못했다.

날짜가 9월 18~20일로 구체화한 것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을 특사로 하는 특사단의 방북을 통해서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특사단과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해 남북 간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북은 또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고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에서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키로 했다. 아울러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평양 정상회

담 개최 전에 열기로 결정했다.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은 2차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정상

회담 이후 북미 간 후속협상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추진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월에 3차 방북하고 귀국

하자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강도적 요구’

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상응조치 요구가 충돌하

면서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말로 예정됐던 폼페이

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

문 대통령이 또다시 중재자

로 나설 필요성이 대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수석 협상가’

(Chief Negotiator) 역할을 해 달

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9월 18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평양을 방

문했다. 공식 수행단뿐 아니라

정치인과 경제인, 학계, 노동계

및 청년, 종교계, 문화 체육계

등 특별수행단도 방북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

식 환영행사에는 김정은 위원

장 부부가 나와 문 대통령 부

부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에게 90도 인사하고 직

접 악수했다. 순안공항에서 숙

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카퍼레이드가 진행됐고 중간에 문 대

통령과 김 위원장이 같은 차량에 동승하는 등 파격도 연출됐다.

평양 방문 이틀째인 9월 19일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

이 발표됐다.

선언에는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연내 개최,

여건 조성 시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특

구·동해관광특구 조성 협의 환경 및 보건의료분야협력 강화,

이산가족 문제 근본 해결을 위한 협력 강화, 10월 중 평양예술

단의 서울공연, 국제경기 공동 진출 및 2032년 올림픽 공동개

최 노력, 10·4 선언 11주년 및 3·1운동 100주년 공동기념 등

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유관국 참관하

영구 폐쇄,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한

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 비핵화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또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도 명기됐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구두

로는 “연내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말했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18일 무개차를 타고 평양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향하며 평양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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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부속합의서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 합의서’를

채택했는데, 합의서 이행 점검과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협의를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사실상의 남북 간 불가침 선

언으로 평가됐다.

문 대통령은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북한 주민 앞에서

한국 대통령 최초로 7분가량 대중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

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고 연설했고, 평양 시민들은 13차례 박수를 보냈다.

사흘간 방북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셋째 날 이뤄진 남북 정

상의 백두산 동반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올라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

는 곳에서 두 손을 맞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방북 첫날까지도

백두산 방문 일정은 예정에 없었으나, 방북 후 김 위원장이 제

안을 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백두산 트레킹을 마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재회를

기약하며, 오후 3시30분 삼지연공항에서 서울로 출발해 2박3

일 방북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남북은 10월 15일 고위급회담을 열어 ‘9월 평양공동선

언’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

■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정부는 2018∼2022년 적용되는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및

2018년도 시행계획을 국회 보고를 거쳐 12월 3일 공개했다.

기본계획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이 5개년 계획으로 명시됐다. 앞서 남북 정상은 2018년 세 차

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추진에

합의한 바 있으며, 남북이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비핵화를

추진하고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한다

는 구상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3대 목표로 제시된 ‘지속 가능한 남

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도 남북 정상이 공

감대를 이룬 부분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이 포함됐으며,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민족경제

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가

기로 했다.

단계적ㆍ포괄적 접근,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병행 진전

등 기본계획의 4대 전략과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 유지 등 5대

원칙을 비롯한 기본계획의 추진 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밝혀온

한반도 정책을 그대로 따랐다.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된 2차 기본계획과 비교하면 ‘통일’과

관련한 내용이 줄어들고 비핵화 해결과 남북관계 증진 방안이

늘어난 점이 특징이었다. 기획계획의 7개 중점 추진과제 중 통

일과 관련한 과제는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 및 통일역량 강화’

라는 한 개항뿐으로, 2차 기본계획에는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

적 합의 추진, 평화통일을 위한 역량 강화 등 10개 추진과제 중

절반이 통일 관련이었다.

그 대신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

한다는 목표가 이번 기본계획에는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평

화체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진전

의 선순환 구도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한층 구체화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2차 계획에 당국 간 대화 추진, 인도

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추구 정도가 담겼지만, 수차례의 정상

회담과 고위급회담 등을 거치면서 남북대화 정례화, 다방면의

교류협력 활성화 등으로 목표가 더해졌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은 앞선 기본계획이 이미 2017년에 수

명을 다하고 1년 가까이 지나서야 나와 ‘늑장 마련’이라는 지적

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2018년 시행계획에 종전선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개보수 등 연내 시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내

용도 다수 포함됐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는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정착

과 남북공동번영을 구현하기 위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무 · 검찰

■ 연초부터 불거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해프닝’

법무부는 2018년 초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둘러싼 논

란의 중심에 섰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월 11일 신년 간담회에서 “금융위원

회 등 관계부처와 수차례 회의를 통해 강력한 규제 방안을 논

의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법안을 마련하는 데 부처

간 이견이 없으며 정부입법 또는 의원입법 중 신속한 방법으

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28일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추가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이 전해

지자 전 세계 시장에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국내 시장

에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20% 넘게 떨어지며 폭락 장세를

보였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9월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의 환송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