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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초점 l 67 여기에 야권이 제기한 ‘정권심판론’이 겹치면서 이 같은 결 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여소야대’ 국회가 이뤄진 데에는 20대~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 연령대 투표율은 70대 (73.3%) 60대(71.7%) 50대(60.8%) 40대(54.3%) 20대 (52.7%) 30대(50.5%) 등의 순이었다.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 하면 50대 투표율은 소폭 하락(-1.6%p)한 반면 20대부터 30대 전반에서는 7.1∼11.9% 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층 이 주도하는 ‘정부심판론’이 투표소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협치’의 시험대…여소야대 정국 혼란 거듭 여소야대와 3당 체제라는 달라진 환경 속에서 출범한 20대 국회는 새로운 ‘협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정세균)을 탄생시 켰다. 그러나 2017년 대선을 겨냥한 정국 주도권 경쟁이 불붙으면 서 여야간 힘 싸움은 갈수록 거세졌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 게 이트’ 사태가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새누리당은 초유의 내홍을 거친 뒤 연말 비박(비박근 혜계) 일부가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면서 분당하게 됐다. 여기에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정계개 편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여당의 분열, 조기 대선 등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긴 했지 만, 이 사안이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0대 총선에서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 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나 특별검사 도입 등 결정적 국면마다 거야(巨野)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정국 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8월 16일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이다. 청탁금지법은 학연·지연을 매개로 하는 부정청탁과 낡은 접대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으로, 청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이 중앙·지방행정기 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919개에 이르고, 적용대상 인원이 400여만 명에 달해 청탁금지법은 한국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권익위의 오락가락 해석과 부처별 이견으로 시행 초 기 혼란을 초래했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소비위축의 부담 을 안겨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청탁금지법 추진 경과 청탁금지법은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정사회 구현 대책의 일환으로 법 제정 필 요성을 제기하면서 처음 태동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1년여가 지난 2012년 8월 16일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했고, 2012년 5월 부터 2013년 7월까지 입법예고와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거쳐 2013년 8월 5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3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 된 관피아 척결 대책의 일환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같은 달 27일 공포됐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1년 2개 월만인 2016년 5월 9일 시행령을 발표했고, 7월 28일에는 헌법 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으며 9월 6일 국무회의에서는 시 행령을 의결했다. 김영란법은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처음 법 제정 가능성 이 제기된 이후 5년 2개월 만에, 그리고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청탁금지법 핵심 청탁금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부정청탁 금지 부분을 보면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 대 상 직무를 인·허가, 인사 개입, 수상·포상 선정, 학교 입학· 성적 처리, 징병검사·부대배속 등 총 14가지로 구분했다. 다만 공개적으로 요구하거나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 5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의 예외사 유로 인정했다. 두 번째 금품수수 금지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다.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 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해서 금품을 받았는지, 직무와 무관하 게 금품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직무와 무관한 경우에는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의 범위 내에 서 금품 등을 수수할 수 있다. 반면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원 칙적으로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의 금품 수수 가 금지된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상급자가 부하직원에게 제 공하는 금품,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선물,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등의 수수가 허용되는 8가지 예외 사유를 뒀다. 3·5·10만원 규정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 다. 권익위는 사교나 의례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의 범위 내에서 금품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을 보면 장관급 이상은

청탁금지법 추진 경과 ‘협치’의 시험대…여소야대 정국 혼란 ...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68 l 2016년 초점시간당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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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초점 l 67

    여기에 야권이 제기한 ‘정권심판론’이 겹치면서 이 같은 결

    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여소야대’ 국회가 이뤄진 데에는 20대~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 연령대 투표율은 ▲70대

    (73.3%) ▲60대(71.7%) ▲50대(60.8%) ▲40대(54.3%) ▲20대

    (52.7%) ▲30대(50.5%) 등의 순이었다.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

    하면 50대 투표율은 소폭 하락(-1.6%p)한 반면 20대부터 30대

    전반에서는 7.1∼11.9% 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층

    이 주도하는 ‘정부심판론’이 투표소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협치’의 시험대…여소야대 정국 혼란 거듭

    여소야대와 3당 체제라는 달라진 환경 속에서 출범한 20대

    국회는 새로운 ‘협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정세균)을 탄생시

    켰다.

    그러나 2017년 대선을 겨냥한 정국 주도권 경쟁이 불붙으면

    서 여야간 힘 싸움은 갈수록 거세졌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 게

    이트’ 사태가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새누리당은 초유의 내홍을 거친 뒤 연말 비박(비박근

    혜계) 일부가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면서 분당하게 됐다.

    여기에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정계개

    편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여당의 분열, 조기

    대선 등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긴 했지

    만, 이 사안이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0대 총선에서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

    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나 특별검사 도입 등

    결정적 국면마다 거야(巨野)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정국

    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8월 16일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이다.

    청탁금지법은 학연·지연을 매개로 하는 부정청탁과 낡은

    접대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으로,

    청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이 중앙·지방행정기

    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919개에 이르고,

    적용대상 인원이 400여만 명에 달해 청탁금지법은 한국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권익위의 오락가락 해석과 부처별 이견으로 시행 초

    기 혼란을 초래했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소비위축의 부담

    을 안겨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청탁금지법 추진 경과

    청탁금지법은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정사회 구현 대책의 일환으로 법 제정 필

    요성을 제기하면서 처음 태동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1년여가

    지난 2012년 8월 16일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했고, 2012년 5월

    부터 2013년 7월까지 입법예고와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거쳐

    2013년 8월 5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3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

    된 관피아 척결 대책의 일환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같은 달 27일 공포됐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1년 2개

    월만인 2016년 5월 9일 시행령을 발표했고, 7월 28일에는 헌법

    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으며 9월 6일 국무회의에서는 시

    행령을 의결했다.

    김영란법은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처음 법 제정 가능성

    이 제기된 이후 5년 2개월 만에, 그리고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 청탁금지법 핵심

    청탁금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외

    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부정청탁 금지 부분을 보면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 대

    상 직무를 인·허가, 인사 개입, 수상·포상 선정, 학교 입학·

    성적 처리, 징병검사·부대배속 등 총 14가지로 구분했다.

    다만 공개적으로 요구하거나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 5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의 예외사

    유로 인정했다.

    두 번째 금품수수 금지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다.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

    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해서 금품을 받았는지, 직무와 무관하

    게 금품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직무와 무관한

    경우에는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의 범위 내에

    서 금품 등을 수수할 수 있다. 반면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원

    칙적으로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의 금품 수수

    가 금지된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상급자가 부하직원에게 제

    공하는 금품,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선물,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등의 수수가 허용되는 8가지 예외

    사유를 뒀다. 3·5·10만원 규정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

    다. 권익위는 사교나 의례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의 범위 내에서 금품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을 보면 장관급 이상은

  • 68 l 2016년 초점

    시간당 50만원, 차관급과 공직유관단체 기관장은 40만원,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30만원, 5급 이하와 공직

    유관단체 직원은 20만원으로 제한했다.

    단 사례금 총액은 강의 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또 사립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

    직원, 언론사 임직원의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상한액은 시간당

    100만원이다.

    ■ 청렴사회 전기 마련…접대문화 근절 계기

    청탁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부

    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됐으며, 골

    프·술 접대 등 과도한 접대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청탁금지법 이후 학교 선생님에게 주는 촌지나 제약회사들

    이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도 거의 사라졌다

    는 게 권익위 내부의 평가다. 연말 송년회 기간 흥청망청 식의

    단체 회식은 줄어든 반면 조촐한 식사를 하며 한해를 차분히

    정리하는 모임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특히 공무원들이 청탁금지법을 이유로 뿌리치기 어려웠던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된 점은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로

    꼽힌다.

    국정감사에서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지금까지는 국정

    감사 기간 중 정부 부처 등 피감기관이 국회의원들에게 식사

    를 대접하는 게 관례였지만, 2016년부터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

    다. 권익위가 국감 기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에게 식사를 대접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춘천지법은 12월 16일 청탁금지법 전국 1호 위반자인 A(55·

    여) 씨에 대해 ‘떡값의 2배’인 9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9월 28일 지인을 통해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4만5천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냈다. 그러

    나 담당 경찰관은 퀵서비스를 이용해 떡 상자를 돌려보낸 뒤

    춘천경찰서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 주요 유권해석은…“학생 대표가 주는 카네이션은 허용”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교사와 학

    생 사이의 선물은 가액기준인 5만원 이하라도 원활한 직무수

    행, 사교·의례 목적을 벗어나므로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학생 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담임교사 등에게 공개적

    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은 수수 시기와 장소, 수수 경위, 금품

    등의 내용이나 가액 등에 비춰 청탁금지법상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자로부터의 골프 접대를 일종의 향

    응 수수로 보고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 공직자 등이 골프회

    원권 소유자와 골프를 칠 때 그린피 우대 등의 할인혜택은 금

    품수수에 해당돼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대표

    자는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해당돼 법의 적용을 받지만, 어린

    이집 교사는 법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학칙에 근거해 공직자 등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은 청탁금

    지법상 허용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아울러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취재하기 위한 용도의 ‘프레스 티켓’은 5만원이 넘더라

    도 청탁금지법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허용된다.

    대학교수가 민간기업에 제자의 취업을 추천하는 행위도 민

    간기업 관계자가 공직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

    지 않는다. 군인 등 특정 직군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할인 프로그

    램도 허용된다.

  • 2016년 초점 l 69

    ■ 소비위축 현실화…개정작업 움직임

    청탁금지법의 부정적 영향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소비 위축

    이 현실화됐다.

    일례로 연말연시 인사철에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사라지

    면서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또 축제의 계절인 가을에도

    꽃 주문이 대폭 줄었다는 게 화훼농가의 설명이다.

    외식업계의 피해도 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12월 20일

    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

    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1%는 2015년 12월에 비해 매

    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공직사회 등을 중심으로 ‘일단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

    산하면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나 세종시 정부세종

    청사 일대의 식당 상권은 얼어붙었다. 공공기관 주변의 일부 식

    당에서는 3만원 이내의 ‘김영란 세트’를 앞 다퉈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청탁금지법

    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과도한 규

    제로 작용하고 있는 ‘3·5·10만원 규정’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청탁금지법이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토

    대로 개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지 100일밖

    에 되지 않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

    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드배치 논란과 중국 반발

    ■ 개 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는 2016년 한 해 국내 정치와 한국 외교는 물론, 동북아시아 국

    제정세 자체에 영향을 준 대형 이슈였다.

    직접적인 당사국인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사업 추진 단계마다 치열한 외교

    적 설전이 펼쳐졌다.

    특히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는 배치의 당위성 차원을 떠나, 결과적으로 당시 ‘최상’

    을 구가하던 한·중 관계를 ‘뒷감당’을 우려해야 할 상황으로

    만들었다. 국내적으로도 정부와 배치 지역 주민들이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 한 · 미, 안보 · 국익 따라 사드배치 논의 공식화

    북한의 1월 6일 제4차 핵실험 이후 한·미 당국 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

    견서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민구 국방장관은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은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사

    드 배치에 대한 전향적인 언급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월 7일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

    행했고, 같은 날 오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계기로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은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

    맹의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시키는 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사

    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의 시작을 한·미 동맹차원에

    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은 최근 북한이 감

    행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전체 아·태지역

    의 평화 안정에 대한 북한의 심각한 핵·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 한 · 중 ‘사드갈등’ 심화 불구 사드배치 최종 결정

    한·미 당국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 착수가 발표되자

    중국은 곧바로 강력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 국가가 자신의 안

    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김

    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히 초치해 한·미 간 사드 배치 공

    식 협의 결정에 항의했다.

    2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외교차관 전략대화에 참석한

    중국측 수석대표인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전

    략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사드 문

    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중국측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면서 “관련측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한·중

    관계 훼손’까지 거론하며 위협성 발언을 내놓았고, 우리 외교

    부는 이에 이튿날 추 대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하는 등 사

    ▲ 10월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준수 서약 및 청렴실천 핸드프린트 행사에서 정원오 구청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손도장을 찍은 서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